뉴스/인터뷰
-
무대 돌아온 김선영 '경남 창녕군 길곡면'서 열연
결혼 3년차 부부의 현실적 이야기 그린 작품
초연·재공연 이어 아내 역 맡아 농익은 연기
드라마-영화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 출연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출연 중인 배우 김선영(왼쪽), 이주원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극단 산수유).[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배우 김선영이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와 열연을 펼치고 있다.‘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비정규직 배달 운전수와 판매 직원으로 일하는 결혼 3년차 부부의 일상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룬 작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가 임신을 경험하면서 어긋나고 삐꺽거리는 과정을 통해 현실이 주는 인생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김선영은 2008년 초연과 2010년 재공연에서 아내 선미 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서도 같은 역할로 돌아와 한층 더 농익은 연기 내공을 펼쳐내고 있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캐릭터가 지닌 내면의 아픔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쏟아내며 관객과 소통 중이다.특히 남편의 만류에도 아이를 지키고 싶은 예비 엄마의 처절한 목소리와 아이를 낳기 위해 온갖 생활비를 줄이는 모습에서 고단한 현실이 주는 씁쓸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초연 때부터 활약해온 김선영의 깊이 있는 연기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김선영은 극단 나베 대표로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모럴패밀리’를 제작해 후배 배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연극 사랑을 실천해 이번 작품 출연이 더욱 뜻 깊다.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독일 극작가 겸 연출가 프란츠 크사버 그뢰츠의 ‘오버외스터라이히’가 원작으로 극단 산수유의 연출가 류주연이 연출을 맡았다. 내년 1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29 / 조회 2,587
-
‘현대화,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 <환도열차> 연습현장
고요하지만 치열하다. 이곳 저곳에 배우들이 무리를 지어 저마다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동작을 시연해 보이며 장면을 더욱 세밀하게 파고드는 모습들. 아직 시작 전인가, 했던 의 연습은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이처럼 밀도 높게 진행 중이었다. 등의 장우재가 쓰고 연출해 2014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초연된 극단 이와삼의 연극 가 2년 만에 재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1953년 피난민을 싣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시간을 뛰어 넘어 2014년 서울에 도착했다는 남다른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 작품은 환도열차의 유일한 생존자 지순을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비춰내는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울린 탄탄한 작품성으로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얼마만큼 각자의 장면 연습이 진행된 이후, 마이크를 들고 서두르지 않는 목소리로 장우재 연출은 몇몇 배우들을 불러 정리되지 않은 장면의 대사를 다시 한번 고치고 합을 맞춘다. 한 번 해 본 공연이니 재연 준비는 좀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인지는 공연 준비를 하는 당사자나, 그 현장을 잠시라도 목격한 이라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낯선 두 시대를 충돌시켜서 거기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나를 보고 있잖아요. 옛날 사람이 갑자기 현대를 탁 만나니까, 옛날 사람들이 중요시 했던 것과 현대인들이 중요시 했던 것들이 다르니까 거기서 혼돈을 겪는데, 초연 때는 그럼으로 인해서 지순(주인공)이 이에 환멸을 많이 느끼는 인상이 좀 있었죠.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물론 환멸을 느낄 만 한 구석은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냐, 다소 감상적이다, 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장우재)빠르고 결과 중심적인 현대화 그 안에 얻은 것은, 잃은 것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초연을 통해 얻은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과 이를 계기로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또 다른 사유는 재연의 방향이 될 터이다. 장우재 연출은 이번 재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거나 현실,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들었다. "다시 들여다보니, 현대의 성과중심주의 때문에 사실 현재 대한민국이 부를 이루게 된 거다. 그런 분명한 성과가 있었던 거다. 그렇다고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고, 서양의 것은 좋고, 우리 것은 좀 후지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다. 낡았지만 소중한 것은 좀 보고, 그 안에 고유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다, 부를 이루는 과정에 놓친 것들이나 일을 함에 있어서의 한계 등도 있을 거다, 라는 시선이 중요하다. 이번 재공연에는 한꺼번에 그걸 '환멸'이라는 감상으로 보지 않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놓친 것은 무엇인지 그걸 정확하게 보자는 것이다." 초연 당시 지순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되었다면, 이번에는 지순의 태도와 한국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으로 떠난 나사(NASA) 파격 조사관 제이슨 양의 시선,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장 연출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서 제이승 양이라는 캐릭터의 변화가 크다. 초연 때는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현상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다. 또 초연 극 후반부에 지순이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제이슨이 "가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냐"고 반문하며 지순이 "과거, 미래, 그런 게 아니라 진짜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지순이 겪은 이 황당한 일을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깨고 진짜 현실로 돌아가기를 지순은 원한다. 그건 특정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서 뒷부분이 좀 축약되었고, 전체적으로 공연 러닝타임이 20분 정도 줄었다." 부산에서 남편을 찾아 서울로 온 1953년의 여인 이지순. 20대 초반의 그녀 앞에는 젊은 날의 모습과는 너무 달리 세속적인 인물로 변해버린 90살의 남편과, 물질을 위해 가족과 이웃의 구분도 없이 간악함을 일삼는 사람들이 서 있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진다. 에는 사람도, 세상도 너무나 크게 변해버린 상황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지순의 혼란이 요동친다. 차가운 따뜻함 구현되었으면. 아직도 우리는 2014년 자장 안에 있지 않나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차가운 따뜻함을 가져봐라. 말로는 쉽지만 표현하긴 참 어려울텐데. 차갑게 '그건 옳지 않습니다'라고 해도 그 사람의 굉장히 뜨거운 진심에서 나오는 나오는 말이구나, 알게 되는 형국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작품에서 좀 더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그렇지 않나. 일면(一面)이 아닌." 무엇보다 열심히 후배들과 장면 연습에 몰두하는 윤상화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부 동작에 대한 이야기, 그 한 동작이 나오게 되는 배경, 인물의 심경, 상대방의 반응 등을 다각도로 제시하며 장면을 만드는 그를 두고 장 연출은 "내 연극의 3, 4할은 저 친구 몫"이라 했다. "굉장히 좋은 작업자다. 내 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이 연극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대해 같이 사유한다. 연극 배우는 확실히 그런 면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디어 하나로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작업자고, 모든 프로덕션에서 많이 원한다." 윤상화는 에서 지난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변해버린 아흔 살 노인, 지순의 남편 '상해'로 분할 예정이다. 주인공 지순 역은 초연 때 열연한 김정민이 다시 맡았다. 이외 이주원, 김용준 등 20여 명의 배우들이 무대를 채울 . 재연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연출가의 마지막 말이 묵직하다. "재연을 준비할 때 이 열차의 도착 연도를 2016년으로 해서 현재를 드러내야 하나, 아니면 아예 좀 더 과거로 가볼까, 여러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2014년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왜냐면 초연 때 큰 사건(세월호 사건 등)도 있었지만, 아직 그 자장 안에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이 아직 안 벗어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2014년을 다시 한 번 짚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장우재 연출이 당분간은 2014년을 짚고 있는 작품의 모습을 좀 두고 싶다는 는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3.07 / 조회 6,018
-
연극 '환도열차' 2년만에 귀환…60년 세월 건너뛰다
3월22일~4월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장우재 연출 특유의 '울림'과 '순정' 파괴
김정민·윤상화·이주원 등 총 20명 배우 출연연극 ‘환도열차’(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 ‘환도열차’가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2014년 초연 이후 2년만이다.‘환도열차’는 2014년 유망 연출가의 새 작품을 소개하는 예술의전당 자체기획 프로그램 ‘SAC CUBE X PREMIERE’를 통해 선보였다. 초연 당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줄거리와 영화와 같은 미장센으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작품은 1953년 피난민을 싣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열차가 6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014년에 불시착한다는 설정이다. 세월을 건너뛴 한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연출을 맡은 장우재는 작가 특유의 특징인 ‘정서적 울림’과 ‘순정’(純情)이 역사적 사실과 만나 어떻게 파괴되고 변형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지순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것이 과연 지금의 모습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초연 당시 총 3시간의 러닝타임에서 2시간 30분으로 줄였다. 희극적 내용을 부각시켜 극적 대비감을 더했으며, 작품 본질의 메시지를 더욱 명료하고 섬세하게 드러내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햇빛샤워’의 배우 김정민, ‘나무 위의 군대’의 윤상화, 이주원 등 20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8 / 조회 2,799
-
60년전 출발 '환도열차' 지금과 맞닥뜨리다
연극 '환도열차' 예술의전당 무대
햇빛샤워 등 전성기 장우재 연출
3월22일~4월17일 자유소극장 공연
구석좌석 '열차구석' 1만원 판매연극 ‘환도열차’ 포스터(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60년 전 출발한 환도열차가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2014년에 도착한다는 극적 설정이다. 열차에 탔던 모든 사람은 사망했지만 오직 한 여자만이 살아남았다. 이름은 이지순. 20대 초반인 그녀는 남편을 찾아 서울로 왔단다. 정부 관계자는 시대를 거스른 인간의 등장에 어찌할바 모르고 그녀는 90살이 다 된 남편과 변한 서울을 맞닥뜨리고 큰 혼돈을 느낀다.예술의전당이 오는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자체기획공연 ‘SAC CUBE 2016’의 일환으로 연극 ‘환도열차’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20일 밝혔다. ‘환도열차’는 2014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 선정 공연베스트7’ ‘동아연극상 희곡상’ ‘공연과 이론 작품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에 재공연 요청이 쇄도한 작품이다.특히 2015년 김상열 연극상과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작·연출가 장우재의 지휘아래 배우 김정민, 윤상화, 이주원 등 20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예술의전당은 티켓 오픈을 기념해 자유소극장 1층 지정석 좌우 구석줄 16석을 ‘열차구석’으로 이름 짓고 1만원에 판매한다. 또 재공연을 기념해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은 전석 2만원에 제공한다.티켓은 예술의전당 싹티켓(www.sacticket.co.kr), 인터파크 티켓, 예스24를 통해 구입 가능하다. SAC CUBE는 2014년 시작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기획 공연 브랜드로 올해에도 연극·오페라·뮤지컬·판소리 등 13편의 공연이 관객을 맞는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1.20 / 조회 3,844
-
'직진' 이순재와 '회오리' 신구의 만남! <황금연못>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연기파 노장들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난다. 그 작품은 내달 9일 개막하는 연극 으로, 이순재·신구와 나문희·성병숙이 황혼을 앞둔 노부부로 분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순재와 신구는 무뚝뚝한 말로 딸에게 상처를 주는 아버지 노만 역을, 나문희와 성병숙은 따스한 어머니 에셀 역을 맡았다. 각각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들인데, 이들이 한데 모여 그려낼 인생사는 과연 얼마만큼의 깊이를 갖추고 있을까. 미국 극작가 어니스트 톰슨의 처녀작 은 1979년 첫 무대에 올라 토니상을 수상했고, 1981년에는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상 남·여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당시 영화에 출연한 헨리 폰다·제인 폰다 부녀는 실제로 서로 소원한 사이로 지내다 이 영화를 통해 화해를 했다고 한다. 초연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명작의 힘은 여전한 것일까, 배우들은 이 연극에 대해 “너무도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나문희와 신구의 첫 만남 한 역할 맡은 신구·이순재의 다른 모습도 기대 Q 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순재: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배우 헨리 폰다와 캐서린 헵번이 출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 먹고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마침 제의가 들어왔다. 힘들고 어려운 작품이지만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다. 신구: 이 역할이 우리와 나이가 같다. 쉽게 말해 죽음을 앞둔 사람인데, 그 모습이 내 모습과 비슷해서 택했다.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과 신구 선생님의 상대역을 맡아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이 남편들과 살면서 실제로 많이들 겪는 상황이 그려져 있고,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들이 보이는 안간힘 같은 것들, 즐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즐기면서도 동시에 많이 참는 그런 모습이 담겨 있다. 그래서 최대한 우리나라 엄마들의 현실에 초점을 맞춰서 해보려고 한다. 성병숙: 이순재 선생님이 어느 날 전화를 해서 같이 하자고 하시길래 스케줄도 안보고 바로 한다고 했다. 선생님과 를 하면서 만났었는데, 삶의 자세에 있어서, 또 선배로서 존경할 점이 많은 분이시다. 그런 선배님이 하자고 하시니 당연히 출연하고 싶었다. 내가 평소 제일 부러워하는 것이 황혼 무렵의 노부부가 팔짱을 끼고 서 있거나 공원을 걷는 모습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걸 못하니까 여기서라도 한번 해봐야지 싶었다(웃음).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남편에게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무대에서라도 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연습하고 있다. Q 나문희와 신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인데. 나문희: 항상 잘하신다고 생각했고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하게 됐다. (신구) 선생님이 불편해하실지는 몰라도 선생님이 갖고 계신 것이 워낙 많으니 맞춰서 잘 해보고 싶다. 이순재 선생님하고는 잘 맞는다. 이순재: 나문희 씨와는 여러 번 해봤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연극을 같이 하게 됐는데, 상대방이 워낙 든든하니까 걱정이 없다. 이 연극이 미국 작품인데, 어떻게 보면 서양의 노인들의 모습도 우리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걸 느꼈다.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좀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적 노마, 한국적 에셀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Q 신구와 이순재의 더블캐스팅도 화제다. 두 배우의 연기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신구: 어차피 생긴 게 다르니까 연기도 다르게 나온다(웃음). 똑같다면 볼 이유도 없지. 이순재: 연극의 역할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어느 하나의 규정된 틀이 있어서 거기 맞추는 게 아니다. 신구 선생이 표현하는 게 있고 내가 표현하는 게 있다. 또 그 차이가 볼만한 것이다. 그게 바로 역할의 차이고 해석의 차이다. 예를 들어 이제까지 무대에 선 수많은 햄릿이 있었지만, 동일한 햄릿은 없지 않나. 그게 연극의 볼거리다. 신구: 난 여태까지 연극을 더블캐스팅으로 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상대를 바꿔서 교차출연을 해본 적은 더군다나 없다. 그래서 좀 얼떨떨하고 약간 혼란스럽기도 한데 적응되리라 생각한다. Q 신구는 얼마 전 연극 에 출연했는데, 이 작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신구: 의 경우는 아버지가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고,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까지는 죽음을 바로 앞둔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나이가 되면 죽음이 바로 내 문제로 생각된다. 이순재 형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인이 되면 5분마다 한 번씩 죽음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수시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우리 문제구나 싶다. 이순재: 이 작품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곧 닥칠 죽음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삶에 애착을 갖고 있는 모습이 아주 절묘하게 녹아 있다. Q 이순재는 전작 을 포함해 가족, 사랑 등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이순재: 과 이 작품이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노인들의 세계가 비슷하다 보니 그렇게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연극은 공연을 3주 남겨놓고 관객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 그 관객들은 거의 동숭동에 안 오시는 분들이다. 예산에서 올라오는 사람, 천안에서 올라오는 사람, 대부분 40~50대 부부이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올라오는 자녀들이었다. 연극이 바로 그런 힘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 나이 먹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개똥철학일지는 몰라도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아주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일지라도 그 안에 의미가 있다.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재미있는 코미디도 좋지만, 그와는 좀 다른 차원의 연극이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Q 나문희는 얼마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작품은 어떤가. 나문희: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서양 작품이다 보니 감성이 더 풍부하게 글로 표현돼 있다. 에셀은 상당히 긍정적인 인물이고, 남편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남편은 계속 죽음이 앞에 있다고 조바심을 내지만, 에셀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저렇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항상 사회적으로 좀 영향을 미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Q 성병숙은 네 사람 중 막내인데, 선배들과 같이 연습하는 것이 어떤가. 성병숙: 막내가 참 편하다(웃음). 왜냐하면 조금 봐주시는 것도 있고, 많이 알고 실수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실수한다고 여겨주시니까. 그리고 남편 두 분이 너무나 다르다. 아시다시피 한 분은 ‘직진’이시고 한 분은 ‘회오리’시다 보니 두 분이 연기하는 노만도 너무나 다르다. 하루는 이순재 선생님과, 하루는 신구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데 하는 맛이 달라서 굉장히 흥미롭다. 연극은 연습기간이 길다 보니 공연도 중요하지만 2달 동안 연습하면서 배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두 분이 연습하는 방식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다들 얼마나 체력적으로 강하신지 모른다. 의외로 막내인 내가 제일 빌빌댄다. 나문희 선생님은 스케줄이 바쁜데도 일주일에 세 번 나오시고 토요일 일요일은 풀로 나와서 연습하신다. 신구 선생님은 정말 건강하시고, 말은 무뚝뚝해도 디테일한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신다. 이순재 선생님은 술도 안 드시고 열심히 하시고. 나도 선배님들 나이가 됐을 때 저렇게 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관계없이 지금도 무대 서면 떨려”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극하고 싶다." Q 이 연극이 20~30대 관객들에게는 어떤 지점에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신구: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똑같이 고민해야 될 문제가 담겨있다. 투표를 나이 먹은 사람들도 하고 젊은 사람들도 하는 것처럼, 나이에 관계없이 살아가는 데 다 필요한 이야기다. 나문희: 극중 아버지가 딸과도 갈등이 많다. 그래서 엄마가 중간에서 상당히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한다. 우리 집 영감도 딸하고 갈등이 깊게 있었기 때문에 친근감이 확 느껴졌고,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극적으로 누가 죽거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깊은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공감될 것 같다. 성병숙: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시집을 보낼 때까지 편안하기만 한 집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도 딸과의 사이가 굉장히 힘들었다. 부모님의 삶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부모님과의 불화가 어떻게 풀어질 수 있는지를 보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실 것 같다. 이 연극의 포인트는 디테일이다. 감정의 미묘한 부분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자식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며 또 칭찬이 얼마나 힘을 주는지, 부모는 그걸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 등이 연극에 녹아 있다. 어느 집이든 ‘우리 집 얘기’가 될 것 같다. TV에서만 보던 이 대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를 보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Q 네 배우 모두 수십 년 연극을 해왔는데, 여전히 무대에 올라가기 전 긴장이 되나. 신구: 나이와 관계 없이 늘 새로운 관객을 처음 맞이하는 것이니까 긴장될 수밖에 없다. 또 그 긴장감이 없으면 연기자가 루즈해진다. 나문희: 많이 떨린다. 젊었을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느껴지고. 성병숙: 당연히 떨린다. 공연하기 10분 전이 되면 손이 싸늘해진다. 그리고 호흡은 가빠지고 화장실 가고 싶고. 그런데 나는 그걸 즐긴다. 물고기를 잡았을 때 퍼덕퍼덕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가 꼭 그 물고기가 된 것 같다. 떨리는 그 감정이 나를 젊어지게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연습을 더 열심히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연극은 영화·드라마처럼 편집이나 감독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배우의 부담이나 외로움이 큰 장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무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성병숙: 나는 나문희 선생님이 연극을 이렇게 계속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다. 대선배들이 와주시니까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받고 큼지막한 작품들이 연극계에 계속 자취를 남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연극을 하는 이유는 가장 아날로그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술이 많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구가 보고 싶으면 ‘야, 만나자’ 하지 않나. 연극은 바로 그런 만남이다. 눈을 마주치고 만지고 같이 밥을 먹는 것이 가능한 것이 연극이다. TV같은 경우는 방송 한번 나가면 몇 만 명에게 퍼져 나가는 효력이 있지만, 연극은 정말 가장 아날로그하기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문희: 연극에서는 관객과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연극은 발이 땅에 딱 닿아야 한다. 그러려면 기운도 좋아야 하고,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굉장히 힘이 든다. 한 대본을 갖고 두 달쯤 연습하면 처음엔 땅에 발을 잘 못 디디고 상당히 어색한데, 훈련을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좀 된다.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더 많이 되고. 일할 때 호흡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연극에서 많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극을 하고 싶다. Q 젊은 배우들이 연기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할 것 같다. 그런 경우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 이순재: TV 드라마의 경우 옛날에는 보통 대본이 일찍 나왔다. 그래서 이틀 사흘 정도 대본 읽기를 하는데 거의 연극 연습하듯 했고, 작가나 연출자한테 구체적인 디렉션을 받았다. 또 과거엔 연출이 작품에 맞춰서 의상, 소품까지 다 디렉션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당일치기 대본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까 작가는 거의 현장에 나오지 않고, 연출은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된 연출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배우 본인이 알아서 하게 돼 있는데, 노련한 사람들은 자기가 알아서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심한 경우 역할과 맞지 않는데도 코디네이터가 갖다 준 옷을 그냥 입고 나온다. 가끔 보다 못해 한 두 마디 해줄 때도 있다. 그걸 수용하는 친구는 대화가 되는 거고, 수용 안 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연극은 한달 반 두 달을 연습하니까 후배들, 동료들과 구체적으로 교감을 해가면서 맞춰나갈 수 있다. 그러니까 시작할 때는 좀 엉성해 봬도 나중에는 호흡이 맞아간다. 영화의 경우에도 정밀하게 작업을 이뤄지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TV에서만 그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신구: 난 별로 이야기 안 한다. 먼저 물어오는 경우에는 내 경험과 아는 한에서 이야기해주지. 근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영악하고 잘 한다. 언어구사에 있어서는 좀 걸릴 때가 있는데, 우리 때보다 훨씬 똑똑하다. 재주도 많고. 이순재: 조금만 기본을 만들어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Q 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는다면. 나문희: 아직 연습 중이어서 하나를 골라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장면 장면마다 다 아름다움이 있다. 이순재: 평생을 함께 한 부부가 생을 마지막까지 함께 가면서 이루어낸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그걸 극대화해서 수식하는 명대사는 하나도 없지만, 일상적인 대화 안에서도 그 사랑이 다 나타나 있다. 창 밖을 내다보는 뒷모습이라든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상징적이고 아름답다. 그것을 관객 분들도 공감하도록 하려면 우리가 열심히 해야겠지. 정말 아름다운 연극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8.08 / 조회 11,566
-
실전연애 완벽 마스터! 프랑스 연극 ‘딱! 일주일만 만나줘’
‘딱! 일주일만 만나줘’는 ‘실전연애 완벽 마스터 코스’라는 명확한 콘셉트로 실전연애에 대한 현실감 충만한 스토리를 풀어낸 프랑스 연극이다. 작품은 현재 프랑스에서 상연되고 있는 남녀3인극의 따끈한 신작 로맨틱 코미디물로 아시아 초연작이다. 연극 ‘딱! 일주일만 만나줘’는 세 배우의 호흡으로 이끌어 가는 작품이다. 출연 배우로는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 온 안신우, 이주원, 김나미, 노수산나가 캐스팅됐다. 연극 ‘노이즈오프’, 드라마 ‘근초고왕’, 영화 ‘오감도’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안신우는 이번 작품에서 따뜻한 마음씨로 여심을 잘 헤아리는 마르탱 역할을 맡았다. ‘너와 함께라면’, ‘경남 창녕군 길곡면’, ‘노이즈오프’ 등 배역의 나이에 상관없이 캐릭터를 소화해 온 이주원은 사랑에 서투른 폴의 감성을 살려낼 예정이다. ‘연애시대’, ‘청춘 18대1’ 등 선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김나미는 프랑스 원작 캐릭터인 소피 역을 맡아 여성적 매력이 듬뿍 뭍어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B언소’, ‘연변엄마’ 등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오인 노수산나는 최근 이희준 실제 여친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애하는 여자의 심리를 섬세한 심리를 생생하게 무대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남녀심리를 잘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극 ‘딱! 일주일만 만나줘’는 지난 9월 21일 개막해 연말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0.05 / 조회 3,811
-
공연 말아먹은 연출가로 변신 <노이즈 오프> 장현성
지방 공연까지 하는 연극이지만 연습기간은 단 2주. 몇 시간 후 첫 공을 앞두고 배우들은 우왕좌왕, 연출가 속이 터질 대로 터진다. 그러나 어쩌랴. 어떻게 해도 ‘막은 오르는 것’. 일촉즉발, 한판 소동이 언제나 대기중인 공연 백스테이지를 담은 연극 에서 장현성(41)은, 이를 악물고, 악을 쓰다가, 어느샌가 자신도 소동에 휘말려 ‘될 대로 되라’를 외치는 연출가 역으로 등장한다. 깔끔한 엘리트의 모습을 주로 마주했던 TV와 영화에서와 달리, 한계를 시험해 보는 배우로서의 욕심과 즐거움이 무대 위에서 더욱 꿈틀대는 그. 장현성의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체력소모가 큰 듯 하다.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한 5kg 빠졌다. 연습하면서 드라마 ‘아내의 자격’ 촬영을 같이 했는데, 연습 없을 땐 촬영하고 촬영 없을 때는 연습하고, 그렇게 한, 두 달을 보냈다. 잠을 못 자서 그런데, 또 버릇이 되면 괜찮다. 요새는 그래도 좀 잔다. (웃음) 드라마에서는 깔끔하고 영화에서는 음울한 느낌이라면 무대 위에서는 좀 깨는 모습이 강했다.(웃음) 그런가?(웃음) 매체에 따라 다르게 선택하는 건 아닌데, 어쨌든 우리는 선택을 받아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제의가 들어오는 것 중에 내가 선택을 하는 거긴 하겠다. 그런데 TV에서 우락부락한 형사반장을 하겠다, 한들 선뜻 시켜주지는 않고, 영화에서 갑자기 청춘 멜로를 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 않냐. 들어오는 대본들 중에서 그래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되겠다, 싶은 것들을 하고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서의 모습은 그간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이정도 큰 반응이 있을 거라고 예상 못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안판석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인정하는 예술가이다. 드라마에서 연출자가 뭘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작품 같은 경우는 영상 산업 차원에서 청춘 스타의 이미지를 잘 교차 편집해서 만들기도 하고.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모두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판석 감독님은 굉장히 정확하시다. 본인은 어떤 순간에도 배우들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나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요구는 안 할 것이다, 스텝들이 다 맞출 것이니 모든지 요구해라, 하고 연출하신다. 처음엔 좀 반신반의 했다. 자연스럽게 상대를 쳐다보는 것 보다 카메라 앵글에 가깝게, 더 잘 잡히게, 또는 좀 더 좋은 각도로 얼굴이 나오기 위해 허공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괜찮을까? 하고.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시청자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쑥 받아들이셨다. 아, 그때 이 사람 예술가 맞구나, 했다.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그림으로, 소설가들은 소설로, 연극하는 사람들은 연극으로 보여준다. 이걸 해 보고 저걸 해 보고, 회의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연습하면서 한 발을 딛을 것인가, 어디를 봐야 할 것인가, 그런 수 많은 생각들을 정제 한 끝에 내 놓는 절정체, 이게 바로 내 생각이야, 하고 사람들에게 내 보여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배우 역시 예술가이다. 배우는 예술가야, 하고 정말 고전적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기 시작하면, 가족들이 굉장히 살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살면서 예술가가 되고 싶진 않다. 내 아이들이 소풍 갈 때 바나나 사 가지고 갈 수 있고, 와이프도 친구들 만나면 가끔 커피 값도 내고, 맘 조마조마하지 않게 살게 하고 싶다. 우리 어머니도 친구들과 다 같이 설악산에라도 간다고 하면, 야, 이거는 내가 살게, 그러고 밥이라도 한 번 샀으면 좋겠고. 그런 일상을 유지시켜 주는 건 직업적으로 배우를 해 가면서 얻어지는 돈, 그리고 우리 아들이 누군데, 하는 어머니의 자랑스러움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내 인생이 채워지면 아무래도 허하니까, 나와서 좋아하는 연극도 하면서 에너지를 채워 나가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홍기유라는 친구가 굉장히 오래된 친구다. 그 친구가 작년 봄에 나에게 “너 내년 여름에 뭐하니?” 그래서 “내년 여름에는 모르지” 했더니, “그럼 내년 여름에 이거 하자, 해야 해.”라고 했다. (웃음) 작품이 좋은 것도 알고 있었고, 하고 싶기도 했었지만, 그 이후에 다른 스케줄이 들어와서 연습 시작 전에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었다. 그랬더니 만나자마자 “너 왜 왔어? 왜이래?”(웃음) 그래, 연극 할 때도 되었고, 하자, 그랬다. (웃음) 그런데 잘한 것 같다. 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 대본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극이라는 건 공연이 올라가서 관객과 만났을 때 완성이 되는 거라, 공연을 하면서 더 연습하고 맞춰나가는 부분이 작품이 지향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또 매체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한계나 수위가 있는데 연극은 정말 한계 없는 실험을 해 볼 수 있다. 또 일반 관객들이 쉽게 나에게 예측할 수 있는 배역도 아니니까. 이런 것들을 실험해 보는 것이 배우로서 굉장히 즐겁다. 장항준 감독이 “장현성은 배역 욕심내지 않고 제의한 작품은 무조건 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장항준, 송일곤 감독,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묻지 않고’ 하는 이유가 있는가.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장항준, 송일곤, 그리고 김수현 선생님 딱 세 명이다. 장항준, 송일곤은 정말 오래된, 친형제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 인물인지, 이 인물에 대한 생각을 감독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꼼꼼히 따지는 편인데, 장항준과 송일곤 같은 경우는 그들의 생각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또 그들에게는 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성사시키기 위해, 투자자를 설득한다든지 다른 배우들과 캐스팅을 조율하는 등의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역할 하고 싶다고 하면, 그 친구들이 그걸 생각 안 해 봤을 리가 없고,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나에게 어떤 배역을 해보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또 그 친구들 작품을 한번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내 인생이 크게 바뀔 리도 없고, 그건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고. 이를테면, 좀 낯간지럽지만 우리들의 은밀한 우정? 추억? 그런 면도 좀 있다. 그리고 배우로서 김수현 선생님 대본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있다. 완성도로 따지면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다. 그래서 김 선생님이 이야기 하시는 건 하는 거다. 어떤 작품을 한다고, 또는 안 한다고 해서 크게 망하거나 흥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라. 배우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작품에 두고 있지 않은가. 배우로서 진면목을 보여주리라, 한번 기다려봐라! 이런 게 좀 웃긴 것 같다. 내가 이런 대본을 가지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한번 보세요, 재미있을 거에요. 이 정도이지. ‘여러분들! 제가 자유의 여신상을 없애버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작품이 있는가? 는 코믹 소동극으로 굉장히 리드미컬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바나나 껍질 밟고 찍 넘어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정극에서 기반한 슬랩스틱이 더해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 ‘연출가’ 역인가? 과거에 (안)석환이 형이 하는 공연을 보면서 ‘저 배역을 누가 언젠가 나에게 한번 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 느낌이 참 이상하다. 연극에서는 특히 배우와 배역이 만나는 건 운명 같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아내의 자격’도 드라마로 할 수 있는 한계 없는 일탈을 해 본 것 같은, 희한하고 신나는 여행을 좋은 친구들과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도 그렇게 되게 해야 하겠다. 극중 ‘연출가’는 어떤 사람인가. 실제 대한민국에 한 명 딱 찍어놨다.(웃음) 잘 팔리는 연출가이고, 작품을 허투루 내 놓는 사람도 아니다. 2년에 한 편 정도는 괜찮은 작품도 나온다. 여자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매력 있는 남자. 2주 연습하고 올라가는 작품을 누가 맡겠다고 하겠는가. 그걸 하겠다고 이 연출가가 나섰으니, 연출료도 제법 들어왔고, 자기 애인도 출연시키고, 여러가지 조합이 맞았던 것이다. 성격은 급하지만 극중 늙은 도둑 역을 하는 노 선생에게 함부로 성질을 내지 못한다. 왜?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쯤 ‘햄릿’ 같은 작품을 봤을 때 폴로니우스 역을 했던, 당시 최고 중견 배우였던 지금의 노 선생을 만났던 것이다. 지금은 늙고 귀도 잘 안 들리지만, 한 때는 존경해 마지 않았던 선생님이기에 막 뭐라고 하고 싶진 않은 사람이 바로 연출가다. 절대 막장 연출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 중 필립이 “이해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어”라고 말한다. 배역에 접근하기 위한 과정이 배우마다 다르겠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 어떤 캐릭터다, 하면 조금씩 조금씩 살을 붙여서 이 사람 서재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나, 이 사람은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가, 어떤 신문을 읽나, 평생 싸움을 몇 번 해 봤나, 하는 식으로 조금씩 배역을 생각하고 파악한다. 배우로서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을 하는 느낌이 남다를 듯 하다.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인 것 같다. 나를 돌아보고 들여다봐야 하는 거니까. 직업적인 면에서 특별한 취재는 필요 없다. 흉부외과 의사 역을 하면 수술방에도 가 보고, 강력반 형사 역을 맡았을 땐 경찰서 강력팀과 조폭 검거하는 곳에도 같이 가 보기도 했다. 그런데 연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주변이 다 그런 사람들이니 취재 보다는 이 사람이 진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배우로서 나는 과연 솔직한가, 오히려 더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연극은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내 나이도 그러니 어떤 쪽으로든 자꾸 되돌아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연극이 너무 좋고, 연극만 하다 죽었으면 좋겠고, 다른 건 하나도 필요 없다, 그랬는데, 연극을 하다 아이를 낳고, 아이 키울 걱정도 하고, 선배님들, 연출자, 제작자, 친구, 제작자인 친구의 고민,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 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더 다가오는 게 있고, 쓸쓸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이 있다. 배우 장현성이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연극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장르가 어울릴까? 참 희한한데, 날 아는 사람들이 저마다 얘기하는 게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나를 굉장히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말 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욱 하는게 있어”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나도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어떤 사람일까? 이런 작품을 생각 해 봤다.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아슬아슬한 충동을 가지고 있는 사람.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상하다가도 지하철 물품보관소를 열면 망사스타킹에 하이힐, 가발이 있고, 새벽 2, 3시에 그걸로 바꿔 입고 클럽에 남자를 꼬시러 간다던가 하는. 본인의 욕망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고, 내 모습을 보이면 나에게 상처받을 사람들의 고통이 싫으니까 아슬아슬하게 자기를 유지하고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아주 소심한 일탈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장)항준이에게 이걸 단편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니가 감독해라, 그런 이야기 한다.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궁리 중인데, 내가 만들지는 못하겠더라. 누구의 투자를 받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니까 자꾸 항준이한테 하라고. (웃음) 글도 쓰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영화 ‘오직 그대만’의 원작 씀) 연출 욕심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연습하면서 ‘나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까?’ 그런 게 있지만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연출이 있으니까. 나는 아직 배우가 재밌다. 배우가 제일 좋을 것 같다. 의 특징은 무엇인가. 극 중 연출가 대사로도 있지 않은가. ‘난 도대체 이 연극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작가가 왜 이렇게 써 놨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 대본을 선택한 것이냐’. 그래서 마지막 대사를 굉장히 끝까지 물고 늘어졌었다. 지금 대본에는 “쓸쓸할 때 어떻게 하라고? 닭다리 잡고 뜯어라”라고 되어 있는데 난 그걸 “닭다리나 뜯어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연출하고 싸우고 있는데.(웃음) 세상 만사 복잡하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때 닭다리나 뜯어라, 인생에서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나,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소중한 것이나 즐겨라, 그게 인생이지, 하는. 내가 이걸 꼭 이뤄낼 거다.(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5.14 / 조회 14,268
-
이러다 공연 하겠어? 뒤죽박죽 백스테이지 <노이즈 오프>
이유가 없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배우, 빠진 콘텍트렌즈를 찾아 무대 바닥을 갑자기 헤매는 배우, 술 마시고 어디에선가 자다 자기 차례를 놓치기 일수인 배우, 게다가 센스 없고 둔한 무대 감독과 조연출까지. 개막을 코앞에 두고 공연은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까. 연출가의 시름과 무대 안팎의 요절복통이 점점 더해지는 연극 가 지난 4일 개막했다. 영국 작가 마이클 프레인이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1982년 런던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코미디. 극중극 ‘빈집 대소동’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와 스텝들이 저마다의 이유와 상황들로 연습은 꼬여가고, 막이 오른 후에도 끊이지 않는 돌발상황들로 정신 없는 무대 앞과 뒤의 모습들이 180도 회전하는 2층 세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선 이번 무대에서는, 배우와 스텝들을 어르고 달래는 연출가 역에 장현성과 안신우가 함께 나서며, 서현철, 정의욱, 전배수, 황정민, 김나미 등이 극중극 배우들로 기가 막힌 호흡을 맞춰나간다. 개막일 낮 미리 무대를 공개한 자리에서 의 연출인 동시에 극중 바람둥이 부동산 중개인 로저 역으로 활약하기도 하는 백원길은 “작품의 스피드와 젊은 톤의 코미디를 가미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령대를 낮춰 캐스팅했다”고 설명하며 “2막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현대적인 톤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엘리트 역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여온 장현성은 이번 연극에서 연출가 역할로 나서 정신 없는 코미디로 이미지 변신을 예고 중이다. 극단 학전의 창단멤버로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연극은 어쩌다 시간 나면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 친정 같은 곳”이라며 2010년 뮤지컬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선 소감을 밝혔다. “연극은 굉장히 만나고 싶은 공간, 작업하고 싶은 시간이다. 언제나 이런 시간을 꿈꾸며 다른 작품도 하는 것일 정도로 연극을 통해 갖게 되는 즐거움이 너무너무 강하다. 스테이지 소동극은 대본이 똘똘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데, 는 똑똑하고 정교하게 계산되고 배치된 코미디다.” 국내 초연 당시 양택조, 안석환 등과 함께 출연해 로저 역을 맡았던 서현철은 이번에 빈집 주인 필립 역을 맡으며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배우들과 하니 색다른 맛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과장되긴 했지만 실제 무대 뒤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흔하게 일어난다”며 배우로서의 고충과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원작에 담긴 ‘인생의 험난한 고비나 시련은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재포장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그저 신나게 놀아보자, 하는 마음”이라고 백 연출이 설명하는 연극 는 오는 6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5.07 / 조회 12,943
-
폐광촌 막장 인생에도 봄은 올까? 연극 ‘878미터의 봄’
‘제1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으로 선정된 ‘878미터의 봄’이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의 2012년 시즌 두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878미터의 봄’의 작가 한현주는 2011년 시작된 ‘벽산희곡상’의 첫 번째 수상작가이다. 2010년 ‘우릴 봤을까’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작품을 올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878미터의 봄’은 작가가 그간 보여주었던 내면적 성찰에서 비롯된 글쓰기에서 벗어나 ‘내’가 아닌 ‘사회’로 확장되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류주연 연출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2007)’, ‘기묘여행(2010)’, ‘바람이 분다(2011)’ 등의 작품에서 단단한 감성과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으며, 2010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디자이너를 맡은 여신동 무대디자이너는 상반된 시공간의 대비와 디테일을 살린 오브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로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수상, 뮤지컬 ‘모비딕’으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연극 ‘878미터의 봄’은 탄광과 카지노,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광산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십칠 년 전, 탄광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 사고로 준기의 아버지 용만이 죽고 준기는 동네를 떠난다. 폐광촌에는 카지노가 들어서고, 준기를 좋아했던 우영은 딜러가 그들의 동창인 동구는 형사가 된다. 한편, 피디가 된 준기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서 다시 동네를 찾지만 동네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탄광의 관리주임이었던 우영의 아버지 근석은 치매에 걸렸고 용만의 동료였던 기철은 카지노에서 게임 중독으로 폐인이 돼 있다. 연극 ‘878미터의 봄’에는 ‘안티고네’, ‘벌’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박윤정, 대한민국 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애심을 비롯해 김동완, 김종태, 박상종, 이종윤, 이주원, 신용숙 등이 참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9 / 조회 8,934
-
추석에 가족과 즐기는 요절복통 코미디 연극들
추석에 가족 혹은 연인과 즐길만한 코미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28살 아가씨와 70살 노신사의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세 여자와 동시에 약혼한 남자 ‘성기’와 순박한 그의 친구 ‘순성’이 벌이는 ‘세 다리를 들키지 않으려는 고군분투’를 담는다. 추석, 4일간의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공연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예측불허, 황당무계, 요절복통 사랑이야기!연극 ‘너와 함께라면’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70살 노신사와 28살 아가씨의 사랑을 담은 코미디 연극이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 공연에 이은 강남 앵콜 공연이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40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한 커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28살 아유미와 70살 켄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40살의 나이 차이에도 두 사람은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아유미의 집인 코이소가를 찾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둘러싼 가족들의 오해는 커져만 가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가족들의 해프닝을 리드미컬하게 보여주며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작품은 웃음 코드뿐 아니라 나가시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 먹는 일본 전통풍습)장면과 부녀의 다정한 한 때를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따뜻함을 전한다. 70살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자유투를 던지는 켄야의 모습은 이 작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일본 초연 당시 ‘극장을 오해와 웃음으로 가득 채운 걸작 홈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의 원작 작가인 ‘미타니 코우키’는 일본 연극계의 스타 작가다. 그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낳는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특유의 웃음 코드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는다. 걷잡을 수 없는 소동에 휘말린다! 연극 ‘뉴보잉보잉’ 연극 ‘뉴보잉보잉’은 대학로에서 지난 2002년 초연해 9년간 무대에 오른 롱런 작품이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코믹극의 대가 ‘마르꼬까블레띠’의 대본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했다. 이 작품은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약혼한 남자 ‘성기’와 순박한 친구 ‘순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기’는 세 명의 약혼녀를 만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놀러 온 ‘순성’의 도움을 받는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두 사람이 세 여자를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미디 연극이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9년간의 항해 끝에 지난 7월 말 관객 100만을 돌파했다. 연극 ‘뉴보잉보잉’을 제작한 극단 두레의 손남목 대표는 “관객이 사랑해주신 결과다. 연극인으로서 행복하다. 앞으로 200만, 300만 관객이 볼 때까지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지금까지 출연한 배우도 다양하다. 개그맨 ‘이정수’, 영화배우 ‘이동규’, 개그우먼 ‘성현주’,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강두', 탤런트 '최성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쳤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8 / 조회 8,735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유쾌하게 풀어내는 비정한 현실
굳이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아니어도 된다. 서울이어도 되고, 제주도도 괜찮다. 제목과 작품이 큰 관계가 없는 동시에 대단히 밀접한 건, 연극 이 우리 사는 지구면 다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 운전 배달수인 남편 종철(이주원 분)과 같은 곳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선미(김선영 분)는 결혼 3년 차 부부이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좋아하고, TV에 나오는 싱가포르 한번 가 보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맘에 드는 앤틱 서랍을 할부로 용기 내여 사기도 하는 평범한 오늘의 남편과 아내이다.
170만원의 월급, 집에서 별식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을 때 아스파라거스 대신 ‘돈도 안 들고 맛도 비슷한’ 파를 곁들이는 것, 그리고 저축해 둔 120만원이 있어 뭐든 짐짓 여유를 부릴 수 모습 등을 보니 이들의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애교 만점의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은 쿵짝이 아주 잘 맞는다.
하지만 상황은 아내의 임신 이후 엇나가기 시작한다. 모성이 현실을 앞서기 시작한 부인과 부성이 현실을 뒤덮지 못하는 남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그만큼의 돈이 있는지 의문에서 이야기가 내달린다.
도시 하층민들의 리얼한 일상을 통해 현실이 내포한 무서운 극단성을 이야기 해 온 독일 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작품이다. 독일의 작은 도시명 ‘오버외스터라이히’가 원제로, 번안작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주고 받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착착 달라 붙는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끊이지 않고 주고 받는 대사들, 그 사이의 잠깐의 정적, 그리고 시작되는 구시렁거림 모두가 아무것도 아닌 듯하게 개개의 의미로 극장을 가득 채운다. 잘 짜여진 작품의 모습은 이러하다.
2007년 초연 때부터 함께 해 온 이주원, 김선영 두 배우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아내 역의 김선영은 실제로도 생명을 품고 있는 중이라니, 배역과 배우의 접점을 또 하나 가진 셈이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난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다 키웠어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공감에 이르고야 말 것이다. 코리아나, 헤라 같은데 안 가고도 아무 립스틱 하나 바르면 처녀 같단 소릴 듣는 선미와 소리는 잘 안 나지만 색소폰 부는 멋있는 아빠는 드물거라며 씨익 웃는 종철의 모습이 오랫동안 그리워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8.12 / 조회 10,634
-
<경남 창녕군 길곡면> 돈 없어 애 못 낳는 리얼한 부부이야기
결혼 3년차 부부의 리얼한 일상이 공개된다. 돈이 없어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부분의 이야기, 연극 이 2007년 국내 초연 후 4년 연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열전3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은 독일 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국 상황에 맞게 옮긴 것. 실제로 존재하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부인 선미 역의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이주원마트 운전 배달을 하는 남편과 같은 곳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아내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결혼 3년 차 부부.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이들은 각자가 가진 꿈과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애교가 넘치는 주부 선미 역에는 올 초 연극 의 딸 모린 역으로 열연한 김선영이,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종철 역에는 이주원이 맡았다. 초연부터 함께 한 이들의 호흡으로 ‘실제 부부가 아닌가’하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연극 은 오는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필리핀 한번 갈까? 엄청 좋다던데""까짓, 말만 해, 그거 인천에서 두 시간 밖에 안 걸린데""부부가 결혼기념일은 축하해야 한다고 봐.""이렇게 챙기는 남편 없지?""나 임신했다""......""한번 계산 해 볼까? 우리 한 달에 얼마 쓰는지!""이렇게 날 수가 없어""이것은요, 분명한 윗도리입니다, 자기꺼는 나중에""안 가""예약금 걸어 놨다고"세상은 '왓 어 원더풀 월드'일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8.03 / 조회 10,295
-
[연극 포토] 이 세상의 진짜 이야기,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연극열전3’의 여덟 번째 작품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7월 30일부터 공연된다. 이 연극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극작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결혼 3년 차 부부가 계획에 없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제목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독일 뮌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의 이름을 지칭하는 ‘오버외스터라이히’를 한국 특성에 맞게 번안한 것이다. 구체적인 지명을 일컫기보다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어딘가’를 지칭하는 이 제목은 선미와 종철 부부의 이야기가 그 누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부인 종철과 선미는 밤에 TV를 보면서, 또는 함께 식사하면서 잡담을 즐기고 휴일을 즐기는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지적인 것도, 부유한 것도 아닌 이들은 같은 마트에서 각각 배달 운전수와 판매직원으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미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들에게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극단 백수광부’ 워크숍을 통해 발굴돼 2007년 첫 선을 보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이후 ‘2인극 페스티벌’ 초청, ‘2009 아르코 극장 초이스’로 선정돼 3년 연속 공연됐다. 특히 진짜 부부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선영과 이주원의 열연은 공연 마니아와 언론 관계자들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초연부터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이끌어 온 류주연 연출의 감각적인 번안과 리얼한 캐릭터 해석은 2010년 현재의 한국 관객들의 소통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바닥의 선과 커튼만으로 구획하여 설정한 미니멀한 무대의 공간 전환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7월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02 / 조회 21,347
-
[리뷰] 원작에 연극적 볼거리와 재미를 더한 연극 ‘비계덩어리’
모파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비계덩어리’가 이달 4일부터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연극은 탄탄한 소설 원작을 뼈대로 한국적 상황과 연극적 볼거리가 맞물려 새롭게 번안된 작품이다. 소설 ‘여자의 일생’ 등의 세계적인 작품을 남긴 모파상은 일생동안 매독과 편두통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불행한 내면을 반영한다. 특히 염세적인 인물 설정에 있어서 더 그렇다. 그는 그러한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 인물의 이중성과 추악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연극 ‘비계덩어리’ 또한 이를 바탕으로 인간내면의 뿌리 깊은 이중성과 탐욕, 위선을 꼬집는다. 다소 어둡고 심각해 질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연극은 구태환 번안으로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져졌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 중간 위치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연극적 재미를 더했다. 배경은 6.25 남북전쟁이 한참인 한반도다. 서울의 유력자, 창녀 수향을 포함한 7명이 부산으로의 피난을 위해 마차에 승차했다. 대전에 이른 일행은 국군대위의 검문을 받고 잠깐 머물게 됐다. 그들은 모두 통행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국군대위는 보내줄 생각을 않는다. 7명의 승객은 발을 동동 구른다. 군군대위의 요구는 창녀 수향, ‘비계덩어리’와의 잠자리였다. 연극은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만나려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한데 뭉쳐 놨다. 잡지사를 운영하던 배부장 부부와 민주주의자 오병구, 막걸리 장사로 돈을 번 이춘삼 부부와 수녀, 젊은 창녀 수향이 그렇다. 그들은 권위와 신분을 일단 접고, 머리를 하나로 모아 창녀 수향을 설득해 탈출할 궁리를 한다. 그들이 굶주릴 때 그들과 떡을 나누며 친절을 베풀던 창녀 수향이다. 그들의 관심은 일단 자신의 생존 자체에만 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은 탈출이란 목적달성을 위해 희생의 참의미와 삶의 참된 원리까지 거론하며 창녀의 희생을 은근 강요한다. 관객들은 그들의 노골적인 모습을 보며 현 사회의 뿌리 깊은 비양심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그나마 수녀가 그 중립의 자세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그야말로 수향이 장교에게 몸을 내어주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양심과 원칙이 극한점을 만나 무너지고, 그 자취마저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서 수향의 불행은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듯 씁쓸함을 더한다. 무대는 7개의 방이 둘러져 당시 한옥 마당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소박하고 차분한 무대와 집 주인은 그들의 난잡하고 추한 내면,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조리와 대조적이다. 한편 극중 이춘삼은 신분을 감추고 지키려는 인물들 사이에서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감칠맛 나는 사투리, 실감나는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춘삼을 되짚어보면 그는 먼저 기본적인 양심과 원칙을 저버리는 비열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높은 사람에게 비비고, 낮은 사람들을 유인해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입장을 몇 번이고 바꾼다. 결국 수향은 다수를 위한 희생을 자처한다. 목표를 달성한 두 부부커플은 어깨춤을 추며 모두는 목적지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들에게 수향은 다시 ‘부끄럽고 천한 여자’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차에 몸을 실은 그들의 모습이다. 무표정의 그들은 유쾌한 음향과 함께 관객들에게 씁쓸한 미소를 남긴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0 / 조회 18,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