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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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한민국 청춘 남녀가 있는 그곳, 연극 ‘ 춘천 거기’
사랑은 자극적인 것이 뜨겁다. 이러한 뜨거움은 ‘갈등, 배신, 미움, 용서’를 낳는다. 하지만 ‘기억’, ‘믿음’도 사랑이다. 연애에 대한 또 다른 정의는 춘천에서의 은근한 사랑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연극 ‘춘천, 거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춘천, 젊음에 대한 군상 4월의 여느 토요일, 상봉역 플랫폼은 경춘선에 몸을 싣는 청춘들로 북적인다. 도심에서 꽤 멀어진 외곽 역사 상봉역은 봄을 따라, 설렘을 따라 춘천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의 사랑의 시작점이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춘천은 뜨거운 젊음의 역사가 탄생되는 특별한 도시다. 10년 전 청춘이었던 이들에게 춘천은 어떤 곳이었을까. 아마도 그때는 경춘선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무 때나 즉흥적으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반의 도시 춘천은 10년 전 청춘들에게도 사랑이 시작되는 마법 같은 곳이었음은 틀림없다. 10년 전 초연된 연극 ‘춘천, 거기’가 바로 그 말을 증명할 수 있는 증인이다. ▲연극 '춘천, 거기'_스토리피 제공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또 해도 재미있는, 연애 이야기 춘천에 간 아홉 남녀의 일상적인 사랑을 담담하지만 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연극 ‘춘천, 거기’가 1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다시 왔다. 어떤 작품이든 긴 공백 끝에 재공연이 되면 다시 만난다는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10년 전에 나온 연애이야기가 오늘날 얼마만큼의 파장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다시 찾아온 작품에 대한 반가움을 잠식시킬만한 크기의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7월 재공연된 연극 ‘춘천, 거기’는 이러한 걱정을 무색하게 할 만큼 바로 오늘의 젊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소위 ‘연기’를 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한다. 표현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연기 양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내뱉은 말과 그들의 관계 행동은 분명 10년 전 쓰인 희곡 ‘춘천, 거기’를 기반했지만 관객은 오늘날의 ‘춘천, 거기’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여자들이 모이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인 남자, 외모 이야기와 젊은 남자가 둘 만 모여도 으레 안주삼아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인 여자, 술 이야기는 오늘의 젊음을 대변하는 정서에 힘을 싣는다. 무대를 통해 강화된 ‘힐링’의 정서 나무 재질을 활용해 만든 무대 위 공간은 마치 통나무집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함을 준다. 나무의 이미지로 기인한 이 공간이 주는 따뜻함과 푸근함은 도시의 차가움과 삭막함이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의 장악력을 발휘한다. 집으로 구성된 공간 이외에 설치된 무대 전면 공간의 벽은 온통 담쟁이 넝쿨로 채워졌는데 나무의 이미지에 초록의 싱그러움을 더해 작품이 도달하려는 궁극의 메시지인 ‘힐링’의 정서를 강화하는데 일조한다. ▲연극 '춘천, 거기'_스토리피 제공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파자마 입은 연인이 오래된 사진을 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연극은 나무집으로 연출된 네모 프로시니엄 안에서 별것 아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인물의 대화로 채워나간다.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상처와 사랑에 대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기복이란 찾아보기 힘든 이 작품에서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지점은 도대체 어디일까? 게다가 작품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배우들은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는다. 각자 나타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이러한 옴니버스식 연극에서 관객은 인간 군상의 여러 면을 보며 인물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유부남과의 위태로운 사랑을 하며 번민하는 선영, 애인과 싸웠다 화해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세진, 지난 사랑을 잊지 못해 새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진,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믿는 주미를 통해 관객은 서서히 자신의 지난날은 어떠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질문하게 된다. 나의 연애의 온도는 몇 도인지. 연애의 감정에 대한 강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장면의 정서를 고조시키려는 장치로써 억지스러운 음향이나 효과를 넣는 여느 트렌디 드라마와 달리 연극 ‘춘천, 거기’에서는 배우들의 연기 호흡에만 기대어 작품을 진행한다. 배우와 희곡에 대한 강한 믿음, 그리고 유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자신감의 지점이다. 한 쪽에서 계속 있어주었으면 하는 연극 ‘춘천, 거기’ 대학로에는 한 해에도 수십편의 로맨스 작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연극 ‘춘천, 거기’처럼 담담하고 진솔하게, 번잡스럽지 않게 오늘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흔치 않다. 이는 아홉 명의 청춘남녀가 다 같이 춘천에 모여 술자리를 갖는 장면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미장센은 흡사 엠티를 연상케 한다. 엠티는 단골 레파토리인 귀신놀이, 진실게임 등의 잔잔한 재미 요소들로 채워진다. 이 부분에서는 인물들의 등퇴장이 유난히 빈번한데 혼란스럽다는 인상보다는 실제 술자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왜곡된 사실을 연출하여 표현을 매끄럽게 만드는 경우, 이러한 연출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이 작품은 사실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 것이다. 대단한 감정 고조나 거창한 장치 없이도 감정의 동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5.07.24 / 조회 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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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거기>에 가면 우리들의 사랑이 있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장 부담 없이 행할 수 있게 해주는 곳. 첫사랑과의 추억이나 생기 넘치던 젊은 날의 기억을 어쩌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 바로 춘천이 아닐까. 춘천, 바로 '거기'로 떠난 아홉 젊은이들의 사랑의 빛이 그다지 찬란하진 않지만 솔직하고, 그래서 더 측은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무대, 연극 가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아온다. 지난 9일 오후, 대학로에 위치한 연극 의 연습실을 찾았다.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정으로 이날 연습에 참석 못한 박호산을 제외한 22명의 배우들과 제작진들까지 자리한 모습이 그리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대에서 열연을 펼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곳 저곳에서 그 광경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대로 큰 덩어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 종종 박장대소를 터트리다가도 이내 숨죽여 장면 속으로 몰입한다. 연습실 분위기가 그대로 본 무대에 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의 모습 또한 이러하리라. 아마도 이런 따스한 기운은 의 내용 뿐 아니라 작품의 탄생기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것이겠다. 2005년 초연 당시 출연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이들의 지인들이 각기 100만원씩 모아 총 1,200만원의 제작비로 공연을 올린 '백만송이 프로젝트'로 세상 빛을 본 작품이기 때문이다. 를 쓰고 연출하는 김한길" 맹연습 중입니다!""백만원 프로젝트는 너무 어감이 그래서 (웃음) 백만송이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잘 되어서 여러 가지로 좋은 의의를 갖게 되었다."는 김한길 연출의 말처럼,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연일 매진을 기록했으며 이듬해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찾아오는 올해 무대는 임학순, 김강현, 김진욱, 손용환 등 초연 배우들 뿐 아니라 전병욱, 김나미, 이창훈, 김승현, 김대종 등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로 더욱 풍성해졌다. 희곡작가 수진(이지해, 김나미)의 생일,친구의 춘천 펜션에 모인 사람들의 상황은 순탄치만은 않다.엠티 가면 꼭 하는 것. 귀신 이야기(류혜린, 윤여진(위)),그리고 진실게임(임학순, 이창훈(아래)) 결혼한 친구를 사랑하는 선영, 선영을 사랑하지만 아내의 손도 쉽게 놓을 수 없는 명수. 서로의 과거를 향한 질투와 집착으로 괴로워하는 영민과 세진 커플, 그리고 막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풋풋한 응덕과 주미 커플, 여기에 아프지만 혼자만의 사랑을 조심스레 펼쳐나가고 있는 수진과 지환, 병태까지. 특별한 건 없지만 저마다 치열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꼭 우리와 닮아 있다. "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에요. 누군가를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치유가 된다면, 그것 역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10년 전이었으니까 이렇게 쓸 수 있었지, 지금은 못 쓸 것 같다."며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한길은 환하게 웃었지만, "초연 배우들도 흔쾌히 참여해줬고 10년이 지나 오늘도 이렇게 자연스럽고 좋은 분위기에서 연습이 진행되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넉넉한 그의 마음 역시 의 10년 사랑을 있게 한 큰 힘 같다. 여신동 무대디자이너와 이동호 음악감독 등 탄탄한 제작진들도 이번 무대를 함께 채운다. 오는 7월 2일부터 유니플렉스 3관에서 펼쳐지는 에 가보고 싶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10 / 조회 9,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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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너와 함께라면’ 대학로 컴백!
남녀노소 온 가족이 볼만한 코믹극 ‘너와 함께라면’이 2012년 7월 6일부터 대학로 소리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의 원작자는 영화, 연극, 방송을 오가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작가 미타니 코키다. 2010년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으로 국내 첫선을 보인 후 대학로와 강남에서 꾸준한 앵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애인을 데려온 딸과 그의 가족들의 소동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선뜻 상상하기 어려운 다소 황당한 설정 속에서도 진실함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돈도, 명예도, 세상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두 커플의 진실한 사랑과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위하는 가족들의 배려가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울린다. 도쿄 변두리 작은 마을, 코이소 가의 가족들은 ‘나가시소멘’을 먹기 위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그때 일흔 살 노인인 아유미의 남자친구 기무라 켄야가 등장한다. 하지만 나이 많은 그를 가족들은 아무도 아유미의 남자친구로 생각하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켄야의 나이를 속여 왔던 아유미와 엄마가 받을 충격을 걱정한 가족들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상황은 점점 꼬여간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는 개그맨 타이틀을 벗은 김진수가 가족을 감싸 안는 아버지 역할로 활약한다. 철없고 사랑스러운 어머니 역할에는 이정은, 중후한 노신사 켄야는 최진석이 맡았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6.20 / 조회 1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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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가족과 즐기는 요절복통 코미디 연극들
추석에 가족 혹은 연인과 즐길만한 코미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28살 아가씨와 70살 노신사의 사랑을 두고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세 여자와 동시에 약혼한 남자 ‘성기’와 순박한 그의 친구 ‘순성’이 벌이는 ‘세 다리를 들키지 않으려는 고군분투’를 담는다. 추석, 4일간의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공연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예측불허, 황당무계, 요절복통 사랑이야기!연극 ‘너와 함께라면’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70살 노신사와 28살 아가씨의 사랑을 담은 코미디 연극이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황당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대학로 공연에 이은 강남 앵콜 공연이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40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한 커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28살 아유미와 70살 켄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40살의 나이 차이에도 두 사람은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아유미의 집인 코이소가를 찾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둘러싼 가족들의 오해는 커져만 가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가족들의 해프닝을 리드미컬하게 보여주며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작품은 웃음 코드뿐 아니라 나가시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 먹는 일본 전통풍습)장면과 부녀의 다정한 한 때를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따뜻함을 전한다. 70살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자유투를 던지는 켄야의 모습은 이 작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일본 초연 당시 ‘극장을 오해와 웃음으로 가득 채운 걸작 홈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의 원작 작가인 ‘미타니 코우키’는 일본 연극계의 스타 작가다. 그는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낳는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특유의 웃음 코드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는다. 걷잡을 수 없는 소동에 휘말린다! 연극 ‘뉴보잉보잉’ 연극 ‘뉴보잉보잉’은 대학로에서 지난 2002년 초연해 9년간 무대에 오른 롱런 작품이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코믹극의 대가 ‘마르꼬까블레띠’의 대본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했다. 이 작품은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약혼한 남자 ‘성기’와 순박한 친구 ‘순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기’는 세 명의 약혼녀를 만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놀러 온 ‘순성’의 도움을 받는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두 사람이 세 여자를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미디 연극이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9년간의 항해 끝에 지난 7월 말 관객 100만을 돌파했다. 연극 ‘뉴보잉보잉’을 제작한 극단 두레의 손남목 대표는 “관객이 사랑해주신 결과다. 연극인으로서 행복하다. 앞으로 200만, 300만 관객이 볼 때까지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뉴보잉보잉’은 지금까지 출연한 배우도 다양하다. 개그맨 ‘이정수’, 영화배우 ‘이동규’, 개그우먼 ‘성현주’,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강두', 탤런트 '최성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쳤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8 / 조회 8,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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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1] 당신이 사라진다, 연극 ‘있.었.다’
이것은 존재와 소멸의 근거에 관한 우회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불쾌한 목격담이다. 이것은 내가 실종시킨 것들의 간접적 반란이다. 연극 ‘있.었.다’는 소멸, 실종, 부재 등 무無로 가득하다. 죽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연극에서 나열된 부재의 대상들에게 애도를 표할 수 없다. 그것들을 잃은 것이 나의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나’는 애도할 자격이 없으며 사실 애도할 마음도 없다. 연극은 무표정한 얼굴로 단언한다. 없어지게 하는 것보다 잔인한 일은 없다고. 사람들은 매일 인배를 찾아와 누군가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말한다. 귀가하던 여학생이, 퇴근하던 직장인이, 치매증상의 노인들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집에 있던 멀쩡한 가족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핸드폰, 신발, 가방 등 모든 게 그대로다. 사람만 없어졌다.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사진 한 장과 신고자의 말뿐이다. 단 1그램의 실질적 무게도 갖지 못한 채 언어로만 공간을 떠도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상을 통해 부재와 존재, 그 중간 어디 즈음으로 표현된다. 무대 바닥에는 수많은 실종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수북하다. 사라진 것들이 무심하게 널려있다. 타인을 통해서만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나’가 소리 없이 절규한다. 딸의 실종에 울먹이던 영호는 돌아온 딸이 전과 다르다며 두려워한다. 결국 ‘이 아이를 좀 잡아가주시면 안될까요?’ 진실을 실토하고 ‘실종담당자인 당신이 날 찾아달라’며 인배에게 도움을 청한다. 딸은 애초에 없어지지 않았다. 사라진 그들 모두를 실종시킨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연극 ‘있.었.다’에서 실종자와 납치범, 피해자와 가해자는 동일하다. 물리적 소멸은 심리적 외면에서 비롯된다. 누군가가 사라지길 원했던 나의 은밀한 내적 욕망이 대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 연극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시종일관 문 밖에서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소녀의 목소리도, 자신이 실종신고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율처럼 맞닥뜨리게 된 영호의 당혹감도 아니다. 소멸의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음에도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인배의 일괄됨이 실종을 가속화시킨다. 부쩍 늘어난 실종자의 대부분이 아이와 여자, 노인임을 감안할 때 부재하는 인배의 아내와 아이 역시 실종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어떤 사람, 어떤 일…. 한 때는 좋아했던 무언가의 흔적 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하게 없어졌으면, 그래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소극장 무대는 굳게 닫힌 여러 개의 문으로 빼곡하다. 눈에 보이는 인물들은 오로지 문 안에 있다. 문 밖에 있는, 문 밖으로 밀려난 자들은 원래 없었던 듯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은 문 밖의 그 누군가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존재가 의심받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무능력함의 패배를, 인배의 어머니를 통해 체화하게 된다. 가장 소모적이고도 불행한 연습 과정이다. 끊임없이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스스로를 잃어갈 뿐인 노모는 예전의 나를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인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곳에는 소멸이라는 추상적 실재만이 승리하고 있다.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연극 ‘있.었.다’는 작가 정복근의 진중한 대본과 연출가 서재형의 매끄럽고 현명한 연출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복근과 서재형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에게서 서서히 잊힌다는 공포가 연극의 전체적 분위기를 압도하며 가장 근원적이고도 거대한 두려움을 불러낸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동시에 모자란 부분도 없다. 남용되지 않는 영상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간결하며 절제된 무대 위의 모든 것이 연극의 본질, 실체만을 드러냈다. 아주 강렬하게.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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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3] 우리 집에 왜왔니?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연극열전3’ 세 번째 작품으로 까발려진 쑥대밭 가족오빠가 돌아왔다. 오빠는 돌아왔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조용히 들어와도 무위도식하는 폭력가장 아버지와 시끄러울 판에 방년 열여덟의 ‘큐빅’을 데리고 왔다. 오빠가 큐빅을 데리고 돌아오자 난데없는 어머니도 돌아왔다. 온 가족이 다 모였더니 진정한 ‘막장’ 혹은 ‘콩가루’가 됐다. 살펴보니 이러하다. 알코올 중독에 백수, 남은 건 오기뿐이라 매일 얻어터지면서도 아들에게 덤벼드는 아버지(이봉조)가 있다. 남편이 꼴배기 싫어 집을 나간 후 ‘함바집’에서 절절한 쌍욕과 함께 동거하다 며느리 입성 소식에 앞치마 집어 던지고 집으로 귀환한 어머니(심수봉)도 있다. 가출 4년 만에 요란스럽게도 돌아와 입으로만 집안을 일으키고 있는 오빠(이경식), 그 오빠 따라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큐빅(하소연)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치의 놀람 없이 바라보고 있는 중학생 ‘나(이경선)’가 오합지졸 한 지붕아래 모였다. - 적과의 동침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원작 김영하의 동명소설과 마찬가지로 중학생 ‘나(이경선)’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어린 변사 느낌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화자가 천진했다면 이경선은 세상 물 좀 먹었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태생의 비밀과 꼬리를 무는 복수, 재벌가의 아들과 딸들 등,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이 연극 역시 일반적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되는데 이는 어이없을 정도로 뻔뻔한 캐릭터의 능청스러움에서 비롯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연극을 통해 제법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생생하게 살아났다. 텍스트 밖으로 걸어 나온 인물들은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자신들의 ‘본능’에 충실하다. 아버지는 돌아온 탕자,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마음은 애초에 없었고 ‘내 아들이 아니다’며 달려든다. ‘저런!’하는 사이 아들은 몽둥이를 들고 아버지를 두들긴다. ‘맙소사!’ 할라치면 아버지는 아들을 청소년 성매매로 고발한다. ‘헉!’ 짧은 신음이 이어질 때 딸은 ‘가장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돈, 둘째는 직업’이라며 아버지에게 훈계를 둔다. 이제 용돈 좀 쥐어주는 오빠가 가장으로 군림한다. - 알고 보니 가족 작품 속에는 신문의 사회면에 나올만한 가정사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부끄러움도 없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의 구성원은 모두가 사회의 비주류, 하류인생들이다. 이 연극의 미덕은 하류인생의 이야기를 비참하게 눌러 앉히고 비꼬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함바집’ 육두문자의 달인과 고발전문 백수 부부,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성공하기를 꿈꾸며 독하게 공부할 꿈 따위 당연히 없는 딸과 '엄마'에게 기죽고 '아빠'는 무시하는 오빠까지, 이들은 상류를 꿈꾸지 않는다. 하류 중에서도 하류를 지향한다. 그들은 말투나 행동, 계급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다. 비운의 가족사에 대한 관객의 동정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과 최대한 동떨어져 있는 연극 속 인물들은 죄의식이 적다. 그럼에도 일말의 윤리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 것 같은 이들은 끝내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다. 연극은 이 집단을 이리저리 헤집어 쑥대밭을 만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가족애가 모두를 한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다. 서로를 보면 욕하고 싶다가도 돌아서면 안쓰러운 연민과 애정이 숨어있다. 한쪽 손으로 삿대질을 하다가도 다른 손으로 어루만진다. - 결국은 연극무대는 간결하다. 집과 방, 함바집, 다마스, 횟집 등 공간은 나무상자의 구조변화로 순식간에 완료된다. 원맨밴드가 연주하는 브라스 음악 역시 극의 심플함과 재기발랄함에 한 몫 한다.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며 빠르게 진행되던 극은 가족의 야유회 장면에서 인물들의 숨겨진 내면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그 지점이 갑작스럽지도 않고 감정의 과잉도 없다. 그러나 마냥 시니컬한 소설과 달리 대중의 심리를 의식한 눈물이 떨어지고 진부한 화해의 결말이 예상된다. 이제는 남들처럼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이경선의 부연설명 역시 허를 찌르던 냉소를 반감시킨다. 코믹 연극이 으레 그래야한다는 것처럼. 그렇다고 급작스런 신분상승이나 개과천선은 없다. 그저 그들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일품이다. 슬쩍 당신의 가정은 어떠냐고 묻고는 대답하려 돌아보면 모른 척 딴청피우는 이봉조가 오늘도 방망이를 휘두른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5 / 조회 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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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콩가루 집안에 부는 화해의 트로트 메들리,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여기 ‘뽕필’로 충만한 집구석이 있다. 집 나간 엄마는 함바집에서 식당일을 하고 하나뿐인 오빠는 가출 4년 만에 큐빅이라는 열여덟 살짜리 계집애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빠라고 있는 사람은 허구한 날 고발을 일삼으며 근근이 푼돈 받아 생활하는 비운의 가장이다. 왕년엔 둘째가라면 서럽게 가정폭력께나 행사했지만 ‘언제 컸는지도 모를’ 오빠의 방망이질 한 방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의 콩가루 패밀리 이야기다. 이 작품은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2004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신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오빠가 돌아왔다’는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고선웅의 연출로 브라스 밴드의 경쾌한 음악과 댄스로 연극 무대에 귀환했다. 지난 9일에는 동숭아트센터에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첫 시연회가 있었다. 트로트 보단 세련되고, 대중가요보단 뽕끼 충만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로 시작되는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경쾌, 명랑, 유머라는 단어로 정리될 수 있다. 주말 저녁 드라마에서 보여 지는 스위트홈은 따뜻하고 안락했지만 어딘지 우리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현실의 부모는 그들처럼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 보단 ‘이년’, ‘저년’하며 잔소리와 일종의 폭력(?)이 선행되기 때문이다. “댁의 가정도 그러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자신 있게 “아니오”라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관객들은 따라서 공연을 보는 동안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때론 안도의 숨을 내쉬거나 살짝쿵 짠한 감동도 느낀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이들의 운명이란 게 원래 미워 죽다가도 애처롭고, 물어뜯을 듯 싸우다가도 가슴 한 구석이 메이는 그런 거니까.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15살의 막내딸 경선의 시점에서 극이 전개된다. 15세의 여중생의 걸걸하고 상스러운 입담은 작품을 가볍고 경쾌하게 만든다. 이한위, 이문식이 연기하는 각기 다른 아빠 이봉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한위는 뻔뻔하고 이문식은 무능하다. 작품성에 대중성까지 갖춘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하고 연출까지 하는 일은 솔직히 부담스런 작업이다. 고선웅 연출은 “단번에 읽혔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오빠가 돌아왔다’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수성과 영감들은 브라스 음악과 역동적인 부분이었다”며 “그게 맞다면 사실주의적인 무대 공간이라든지 구조적인 것들이 들어오지 않고도 훨씬 단순한 상태에서 소설의 정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무대도 나무 단상 몇 개로 뚝딱 만들어진다. 횟집, 함바집, 바다 등 공간적 제약이 있는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엔 너무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한다. 고선웅 연출은 최소한의 것들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구조는 짜임새를 잃지 않았고 브라스 음악과 간간이 곁들여지는 댄스는 작품의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는 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위, 선종남, 이문식, 김원해, 황영희, 민성욱, 이신성, 류혜린, 김다영 등이 출연한다.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10 / 조회 2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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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콩가루집안의 기막힌 동거 이야기
백수 아빠는 ‘신고정신’만 투철해 쓸데없이 9급 공무원의 사무만 벅차게 만든다. 집 나간 엄마는 함바집에서 일하고, 아빠 혼자 지내기 불쌍하다며 엄마한테 등 떠밀려 집에서 ‘잠만 자는’ 중학생 딸은 ‘반에서 중간은 하지’만 수려한 언변과 한 가닥 하는 성질로 가족 내에 종횡무진 한다. 그런데 이 때 가출한 아들이 돌아온다. 아빠의 폭력을 피해 4년 전 가출했던 아들이 야구 방망이와 동거녀를 대동하고 돌아온 것이다. 아빠는 아들의 방망이를 피해 다니느라 분주하고, ‘간지 나게 키도 크고 직업도 갖고’ 돌아온 오빠를 보고 딸은 “오빠가 돌아왔다!”고 외친다. 이 콩가루 집안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될 참이다. 위계질서가 한참은 거꾸로 선 한 가족의 이야기, 연극 가 막을 올렸다. 김영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과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로 더욱 유명한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방망이질로 순식간에 집안을 평정한 실질적인 가장, 오빠 역에는 이신성과 민성욱이 더블 캐스팅 되었으며, 무위도식을 일삼는 아빠 역에는 현재 드라마 ‘추노’에 출연 중인 이한위와 최근 ‘선덕여왕’의 죽방 역으로 화제를 낳은 이문식, 연극 에서 활약했던 김원해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한 때의 로맨스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만 절개를 지킨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터프한 엄마 역에는 극단 골목길의 대표 배우 황영희가,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중학생 딸 역에 류혜린, 오빠와 한 베개에 머리 얹는 오빠 애인 역에 김다영이 열연한다. 멀티맨 선종남의 능숙한 변신도 빼 놓을 수 없다. “정상적인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 기형적 가족을 통해 가족의 따뜻한 초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선웅은 작품에 속속 끼어드는 라이브 브라스 음악과 배우들의 춤을 통해 “무조건 웃기는 에너지 넘치는 본격 명랑소설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적보다 더한 가족의 동거 이야기는 5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아버지, 그러니까 제 말 잘 들으셔야죠."(오빠_이신성 / 아빠_ 이한위)"원조교제에다, 아버지를 때리는 파렴치범이 있으니 잡아가세요"(딸_류혜린 / 아빠_ 이한위)"눈 안 깔아?" (오빠 애인_김다영 / 딸_ 류혜린)"그 때의 로맨스만 아니었다면" (엄마_ 황영희)이 사람의 변신도 놓치지 마세요(멀티맨_ 선종남)"어떻게 아버지가 아들을 신고할 수 있죠?"아빠를 이기는 아들과, 그 아들을 이기는 엄마. 그렇다면 이들의 서열은?"그 길을 같이 걷던 지난 날이 생각나지?"(엄마_황영희 / 아빠_ 이문식)"아이쿠야, 그러니 내가 서울역으로 가야겠구나!"(아빠_ 이문식)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패라리를 꿈꾸는 다마스라고나 할까?"여기 소주 한병에 당근 추가요~!"이들만의 가족사진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주미경(club.cyworld.com/docuherb)
2010.03.10 / 조회 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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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시간> 연극을 향한 치명적 사랑
극장과 도살장과 도서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곳이 한 자리에 섰다 무너진다.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에 사람과 시간은 부패하고 바스라진다. 무엇을 향한 경고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황석영과 함께 꼽은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 은 소설 속 ‘문학의 죽음’ 대신, ‘연극의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연극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마음 속에 불타는 연극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인해 방황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주인공 천편이 등장한다. 극장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도살장이 들어서고, 그 이후 도서관이 자리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 곳에 극장이 세워진다. 무대의 열정으로 몸부림 치는 천편의 모습이 아찔하다. 한태숙 연출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소설을 연극 무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성을 부여해야 했다”면서 “연극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연극이 힘을 잃고 사라져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작품의 메시지에 개인적인 신념을 담아내는 모습이었다. 소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천편의 내면’ 역할 등이 추가되어 주인공의 잠재의식과 감정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연극 은 오는 11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천편의 내면이 표출된다."공룡? 염소? 다 집어 치우라고!""오래 전 이곳이 어디었는지 아시나요?""머리를, 단 한번에, 단 한번에 쳐야 해""이봐요,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알아""아저씨, 제가 하는 연극 보셨어요?""넌 지금 뭘 하려는 거야?""분명히 기억해, 그 언젠가 내게 와서 구두를..."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09.10.28 / 조회 1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