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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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신이 내뱉어 놓은 농담일지 모른다’, 연극 ‘농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자체제작 첫 번째 작품 연극 ‘농담’이 4월 9일(화)부터 4월 28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이번 공연은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활동했던 정영욱 작가의 신작이다. 정영욱 작가는 19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토우’로 등단했다. 이후 200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선정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까지 총 네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연극 ‘농담’은 후미진 도시의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와 별반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정영욱 작가는 투견의 잔혹함과 경쟁, 탐욕의 특성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로 묘사한다.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낙형이 함께한다. 연출가 김낙형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 ‘농담’의 대본에 있는 인물과 대사가 손에 잡히는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작가 정영욱과의 대화, 꼼꼼한 작업으로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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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읽기’로 보는 삶, 연극 ‘더 포토’
연극 ‘더 포토’가 7월 20일(금)부터 7월 31일(화)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사진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삶’과 ‘인간관계’를 들여다본다. 사진이 찍힌 순간 정지해 버린 ‘순간’을 ‘기억’과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작품은 초대형 사진 앞에 서 있는 친구사이인 네 사람의 대화로 전개된다. 배우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이자 서로의 말을 주고받는 선수로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한 끝없는 상상과 수다를 들려준다. 연극 ‘더 포토’는 벨기에의 트렌스 퀸크날 극단의 ‘추그츠방’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원작 ‘추그츠방’은 ‘사진 읽기’로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2001년 초연한 후 아비뇽과 에든버러 등 유명 연극제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동선이 연출을 맡는다. 이동선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쓰릴미’, 연극 ‘엘리모시너리’, ‘변신’ 등을 연출했다. 이번 공연에서 사진에 대한 각자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을 배우들로는 오주석, 정인겸, 장완희, 차승호 등이 함께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7.19 / 조회 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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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인연’에 대해 묻다,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가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오른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 ‘봄’과 맞닿은 ‘인연’이라는 화두를 풀어낸다. 작품은 가장 가깝게 지내지만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나와 타인의 만남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그려낸다. 이 작품은 문학적인 감성과 일상을 담아내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경주 외곽에서 50년을 해로한 노부부는 일상적인 삶을 보낸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찾아와 생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와 부모, 서면댁 부부의 삶을 지켜본다. 작품은 아들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하며 깨닫게 되는 ‘나’와 ‘인연’에 대해 질문한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0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에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서울연극제 대상, 남자연기상, 여자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과 2011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이번 공연은 극단 이루의 대표인 손기호가 연출을 맡는다. 아버지 역에는 연극 ‘돈키호테’, ‘고도를 기다리며’, 영화 ‘화려한 휴가’, ‘효자동 이발사’, 드라마 ‘토지’, ‘타짜’ 등에 출연했던 박용수가 출연한다. 어머니역에는 연극 ‘날 보러와요’, ‘이’ 등에 출연했던 우미화가 맡는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아들 역에는 정인겸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염혜란, 조주현, 최정화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8 / 조회 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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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2011 서울연극제
2011 서울연극제가 지난 15일 폐막 행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연극제는 ‘연극, 우리시대의 거울-이슈!’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작돼 26일간 성황리에 진행됐다. 폐막 행사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배우 윤여성과 염혜란의 사회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는 관객평가단 인기 작품상, 미래야솟아라 작품상, 연기상 등 12개 부문별 총 상금 2천여 만 원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극단 이루의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가 전문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대상’과 관객평가단 ‘인기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극단 작은신화의 ‘만선’은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이 두 작품은 연극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의 박용수, 우미화와 연극 ‘만선’의 장용철이 연기상을, ‘만선’의 신용인이 연출상까지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무대예술상’에 나한수(2g의 아킬레스건), 이윤수(사라-0), 희곡상에 김재엽 작가의 ‘여기, 사람이 있다’가 선정됐다. 쇼케이스 형식의 연극 공연 프로젝트 ‘미래야 솟아라’ 부분에서는 작품상에 극단 Theatre201 ‘가방을 던져라’, 연출상에 ‘캠벨스프’의 김은정, 연기상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이준식, ‘공무도하가’의 신정원이 수상했다. 자유참가작 중 작품상은 극단 풍경의 ‘교사형’이 받았으며, 원로연극배우 김길호가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번 2011 서울연극제는 29개 극단의 31개 작품이 무대에 올라 만여 명의 유료관객과 오천여 명의 무료관객을 만났다. 공식 참가작 이외에도 ‘미래야솟아라’, ‘토론연극 핫이슈’, 어린이날 기념공연, 낙산 야외공연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관객참여 기부운동인 미소나눔티켓과 연극인긴급구호 기금 조성을 위한 연극제 수입 3% 기부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관객들이 연극을 사랑해주신 힘으로 이번 2011 서울연극제가 잘 치러질 수 있었다. 2012 서울연극제에서도 보다 수준 높은 공연으로 보답해 사회에 좀 더 공헌할 수 있는 행사로 꾸려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5.18 / 조회 1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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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별점리뷰] 인인인 시리즈 마지막 작품, 연극 ‘인어도시’
고선웅의 연극 ‘인어도시’는 한국인에 대한 단상을 주제로 올린 작품이지만 결국은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해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을 어찌 단적인 한국인들의 고민으로만 내팽겨 칠 수 있을까? 하지만 고선웅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 삶이 사하라사막에서 자라 병들고 죽는 누구의 삶과는 다를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을 모티브로 했다. 그것이 ‘인어도시’라는 가상 세계로 은유가 됐고, 배우들은 두려움, 광기, 체념 등 복잡한 심리 상태로 죽음 직전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들은 결국 각자가 만들어낸 인어의 도움을 받아 이승 너머 깊고 나른한 죽음의 세계로 넘어간다. (이것은 본인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저수지로 넘어가는 그들의 태도가 이상하다. 세상 나만 희생했고, 죽어라 억울했고, 천박한 니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호스피스 환자 다섯 명은 죽음 앞에 돌연 자유로움을 느낀다. 생각보다 상쾌하고 시원하다. 환자들은 가슴에 꽉 막힌 무언가가 쑥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우리 모두는 죽어야 한다 ★★★★☆ 자신의 밑바닥을 보는 일은 어떻게 보면 끔찍하다. 한 평생 바르고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이런 사람 절대 없겠지만)이라도 자기 내면의 깊숙한 곳에는 남에게 보여주면 창피한 시커먼 욕망과 죄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연극 ‘인어도시’는 이런 자신의 진짜 실체를 마주보게 한다. 아니라고 애써 외면했던 아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도,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 대한 증오심도, 자신이 선택이 아닌 어쩌다가 물려받은 별 볼 일 없는 혈통과 가문도 결국에는 모두 ‘내’ 것이었다. 연극 ‘인어도시’는 웃다가도 침묵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더 슬프다. 작가는 인어라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존재를 통해 실은 형편없고, 천박하고, 이기적인 인간 본연의 모습을 철저하게 까발린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자신의 과거와 상처가 드러나고, 환자들은 자신의 밑바닥을 들킨 것 같아 괴로워한다. 인정하기 싫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에서 배우들은 결국 한 사람씩 자신의 죽음을 선서한다. 인정하고 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싶다. 오히려 내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 내가 얼마나 추한 사람인지 수긍하고 보니 새로운 시작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죽고 나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무대 메커니즘 ★★★☆☆ 배우들은 인어의 도움을 받아 인어도시로 간다. 그곳은 자아가 완전히 죽은 공간이다. 침대 다섯 개가 놓여 있던 무대는 일순간 뗏목으로 변한다. 호스피스 한 쪽 벽면이 열리고 물을 채운 무대는 저수지가 된다. 삶과 죽음이 하나의 여정으로 묘사가 된다. 또한 연극 ‘인어도시’는 주제의식이 영상과 적절하게 부합된 경우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한 번씩 유리 창 너머로 희뿌연 물체가 지나간다. 이는 기묘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관객들이 극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극 ‘인어도시’는 인인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각각 중국작품 ‘코뿔소의 사랑’, 일본작품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에 이어 한국인을 대표하는 연극으로 선정됐다. 고선웅이 쓰고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다섯 사람의 삶과 죽음을 통해 관객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하지만 그것이 곧 구원이란 뜻은 아니다. 이 작품은 마치 구원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진실에 가까운 무언가를 보여줬을 뿐이다. 오는 7월 1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7.12 / 조회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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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그에게 동의한다, 연출가 고선웅
‘인인인 시리즈’ 마지막 연극 ‘인어도시’ 지구는 둥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네모난 지구를 상상하며 있지도 않은 모서리에 힘겹게 서 있다. 위태하다. 반면 누구보다도 현실과 환상의 모서리에 기묘하게 서 있을 것 같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둥근 지구로 공차기까지 할 만한 연출가가 있다. 지상에 정확히 발 딛고 있으면서도 우주를 만지는 남자 고선웅이 연극 ‘인어도시’를 내놓았다. 연극 ‘인어도시’는 역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공연이 시작되면 곧 연극의 폐에서는 아가미가 생기고 등에서는 지느러미가 솟는다. 90분 동안 삶과 죽음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저는 원래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잘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제가 죽으면 틀 노래까지 주문해놨어요.” 당첨된 곡은 블루드래곤의 ‘내 단 하나의 소원’이다. “거짓말일 수도 있는데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일찍 죽고 싶은 마음도 없고. 적당히 살다가 잘 죽었으면 합니다.” - 대책 ‘있는’ 낙관주의자 이상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적당한 때에 잘 죽기’를 탐구(?)하는 연출가 고선웅의 ‘인어도시’는 두산아트센터의 ‘인인인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98년쯤에 제목을 정해놨어요. 처음에는 ‘저수지의 인어들’이었는데 ‘저수지의 개들’이 있더라고요.” 연극 ‘인어도시’는 ‘비가 천년 동안 내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세상 곳곳에 이끼가 끼고 눅눅하겠지만 사람들은 어떻게든 적응해갈 것이다. “극중 이씨의 대사 중, 폐가 아가미로 변하고 겨드랑이에서 지느러미가 돋는다는 콘셉트는 그때 잡아놨죠. 마침 공연시기가 장마시즌이더라고요. 시즌이 참 중요해요 공연은.” 대부분이 그렇듯 고선웅의 이번 작품 역시 ‘말’이 많다. 그의 대사에서는 리듬감이 느껴진다. “이상하게 저는 말이 많아지게 되더라고요. 제 대사는 잘 들으려고 하면 안돼요. 떠들면 느낌으로 듣고 흘러가면 되지 분석할 필요는 없어요.” 그의 캐릭터들은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속에 있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나와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들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다. “구상단계에서 인물이 만들어지면 그 후로는 제가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인물들이 말을 해요. 내 안에 안착돼 있으면 그가 말을 하는 거죠.” 할 말 많은 그는 낙관주의자다.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에 할 말도 많이 생기는 것. “경제적으로 어려워 도저히 못살 것 같아도 저는 그것 때문에 자살할 놈은 아니에요. 차라리 은행을 털고 감옥에 가더라도 죽지는 않아요. 명예의 수치로 인해 창피하다면 산에 들어가 살아요. 반성하며 글을 쓰던가 하겠죠. 자기 생명을 스스로 끊는다는 것,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문제는 우울증인데 스스로 판단이 불가능하니 병원가서 치료를 받아야죠.” 그렇다면 그가 가장 우울할 때는 언제일까. “술을 기분 좋게 많이, 너무 많이 마신 그 다음날.” - ‘젊은’ 사십대가 부르는 사랑찬가 “어느 화가분이 저에게 이런 글을 써주신 적이 있어요. 사랑을 하면 알게 된다고. 뭔 말이야 이게. 세상 사람들은 알아야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그 말을 3년 동안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그 말이 옳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연극을 하면 분석을 하잖아요. 이를테면 햄릿의 사회적 위치, 가족관계, 주변 환경, 트라우마 등을 분석해 대사를 외우는데, 저는 분석하지 않아요. 그건 알고 나서야 이해한 거 아닙니까. 그럴 경우 창의성이 없어져요. 이해한대로만 알고 표현하는 거죠. 그게 아니라 햄릿이 돼 말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고 느낌이 와요. 사랑인거죠.” 그는 인간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연극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무조건 사랑이다. 악역조차 당연히 사랑한다. “가끔 연출가나 작가들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의식적으로 드러내요. 그건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거예요. 재주, 스킬, 지식을 교묘하게 요리해 세상에 자신을 알리려고 하는데, 그런 작품을 보면 저는 기분이 무지하게 나빠요.” 그가 괴로울 때 역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때다. “무성의 한 모습, 그 역할에 대해 치열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 화가 나요. 사랑하지 않고 자기를 나타내려는 배우들을 보면 무엇보다 안타까워요. 정말 멋지지 않거든요. 멋을 표방하는 거 다 보이니까.” - 좋은 것만 좋게 보면 좋겠다! 그나저나 도대체 연극바닥은 언제나 커질까. “어느 분이 말씀하셨어요. 대기업 총수의 딸이 연극 마니아여야 한다고.” 아무리 가난과 연극이 어울리는 한 쌍이라지만 배고픈 당사자들에게는 큰 문젯거리다. 그만큼 소통할 수 있는 관객이 적은 것.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공력대비 파장이 너무 없어요. 작년부터 이 공연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준비했는데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은 삼천 명 정도죠.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러나 ‘힘’을 키우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노력까지 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상업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면 재미가 없어요. 점점 누에고치처럼 연극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들에게 편승하고 싶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연극을 보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연극 마니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가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부탁한 것도 그것. “분석하지 말고 벌어진 일들을 긍정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좋은 것만 좋게 보면 좋겠다’는 것.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대상을 보면 정말로 느낌이 괜찮잖아요. 연극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이 작품에서 이런 게 좋았다’라고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진실을 말한 거 아닙니까. 또 사람들이 용기가 없어서 누군가 부정을 했을 때 투쟁을 안 해요. 그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쓰더라고요. 기자분도 좋은 것만 보쇼. 난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23 / 조회 1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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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36] 불확실성의 영지, 그곳은 ‘인어도시’
깨어있으라, 인어를 만나게 될지니 지겹도록 쏟아지는 비에 모두가 지쳐가는 어느 밤의 호스피스 병실, 우비를 입은 남자가 들어와 말한다. 아귀가 물에서 튀어나와 팔을 물었다고. 호스피스 앞 저수지에 아귀가 산다고 우기는 이 남자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묘사가 하도 자세해 미심쩍은 혼란이 온다. 표정 또한 진지하다. 사정은 둘 중 하나다. 그가 실제 기묘한 체험을 했거나 아니면 제대로 미쳤거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듯한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한 연극 ‘인어도시’는 고선웅 작품만이 가진 특유의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당당하게 낯설다. 무대는 침대를 비롯해 사실적인 병실의 사물들로 가득하나 분위기만은 모호하다. 그 불확실함이 불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인인인 시리즈’의 마지막 연극 ‘인어도시’는 호스피스병실 7002호에 사는 다섯 명의 삶을 아우른다. 태생부터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의 현재 모습이 살아온 삶에 대해 귀띔해줄 뿐이다. 살면서 너무 많은 주접을 떨었다. 팔짝 뛸 만큼 의심했고 매순간 죽도록 억울했다. 내성적이다가 거칠고 탐욕을 부리다가 자비 베풀기를 반복했다. 신을 흉내 냈다. 남들은 유별난 멋으로 아는 어느 사내의 선글라스조차 사연이 있는 게 인생이다. 미치지 않고 버티었더니 다다른 곳이 결국 죽음의 문턱이다. 연극은 이 모든 것을 연출가 고선웅 특유의 언어로 꼬집는다. 명쾌하고 깔끔하다. 그리하여 관객은 지금, 그들과 함께 아귀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병실의 환자들은 하나 둘 아귀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듣는 이들은 그놈의 야식이 되고 싶어 안달이다. 아귀에 물린 정씨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씨는 느닷없이 깨어난다. 그들은 모두 배고픈 아귀에게 가기를 원한다. 저 까만 물속의 인어도시를 꿈꾼다.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 저수지, 바로 죽음이다. 그 갈망으로 얌전하던 호수에 홍수를 일으켰다. 혼돈의 흙탕물을 튀기며 걸어 나온 인어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7002호라는 숫자부터 비현실적이었던 그곳은 사실 ‘햇살방(죽기 직전 옮겨지는 병실)’이다. 그들의 무의식이 모든 환상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발악은 죽음으로 가기 위한 의식이자 삶에 대한 집착이며, 억울함의 호소이자 위로다. 피해망상증과 은밀한 비밀에서 비롯된 강박증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해 인어가 왔다. 도대체 우리가 피해자라고 믿는 그 교만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들의 토사물은 얹혀버린 삶의 응어리일지도 모른다. 연극의 팔 할은 대사로 채워졌다.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인물들의 대사가 인간의 삶을 정의한다. 강요는 없다. 잘난 척도 없다. 그것은 배반당한 삶에 대한 이해이며 소통하려는 노력의 언어다. 배우와 관객을 억압하며 암묵의 고립을 전하던 무대의 거대한 창은 마지막,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에야 열린다. 연극 ‘인어도시’는 죽음과 그 앞에선 인간들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잔인하지만 인류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바탕으로 서 있기에 황당한 설정은 생명력을 얻는다. 체념과 죽음에 대한 수긍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에게 말한다. ‘깨어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하리라.’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22 / 조회 17,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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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도시>, 죽음의 문턱 앞에 선 한국인 이야기
사랑을 통해 점점 고독해지는 중국인들의 이야기 (4.6~5.2)과 이지메, 은퇴문화를 다룬 일본인들의 이야기 (5.11~6.6)에 이은 한국인의 자회상을 담은 이야기, 가 찾아왔다. 연극 ‘인인인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는 의 고선웅 연출가가 대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호스피스 간병인과 간호사의 인터뷰를 토대로 대본을 완성했다는 고선웅 연출은 ‘인인인 시리즈’ 포럼 발제문을 통해 “바쁘고 급하고 절박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이 에서 평안을 얻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죽음’에 포커스를 맞춘 는 죽음의 문턱에선 호스피스 환자 다섯 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한국인들의 집착,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0년,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죽음’과 마주한 연극 는 7월 1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공연장면한 달 내내 비 호스피스 병실 7002호"내가 저수지에서 아구를 봤거든""에이, 아구는 짠물에 살죠!""남편이란 놈은 전화를 왜! 안 받는거야!"노파, "물귀신이 산다는 이야기가 있어"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셋방을 전전하고!"저수지로 가겠어!""이씨가, 이씨가 빠졌어"인어, "니들 머리가 날 꺼낸거야!""그만하자, 이제 그만"기꺼이 받아들이고, 떠납니다.다 털고 갑니다.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6.17 / 조회 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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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읽어주는 소설> 낭독 공연의 멋이란
공연장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 향이 관객들의 마음을 먼저 맞이한다. 여유롭게 도착해 갓 내린 커피를 받아 들고 앉아 오감을 열어 한 낮의 소박한 공연장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특권을 만끽해 본다. 짜릿한 설렘보다는 은근한 편안함이 더욱 어울리는 건 낭독 공연만의 매력일 것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에겐 낭독이 친숙하다. ‘이야기’의 뜻으로는 스토리(Story)보단 내레이션(narration)이 더욱 어울리겠다. 현대판 전기수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21세기, 공연 무대에서도 낭독의 힘은 여전히 강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올 1월말까지 요일 별로 각기 다른 단편 소설과 배우들로 꾸며 온 이 2월부터 3월 26일까지 재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면 위에 쓰여진 글자가 3차원의 현실로 펼쳐짐과 동시에 4차원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주게 하는 기묘한 능력이 발휘 중이다. 낭독 배우들은 결코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지 않으면서도 문자에 생명을 넣어 무대 위에 그들을 서성이게 한다. 한 역에 매이지 않고 번갈아 혹은 홀로 차분히 읽어 내려가는 한 줄 한 줄엔 혼을 빼 놓는 현란한 음악과 꽉 찬 시각 효과가 주는 것 보다 더 큰 진동이 꿈틀댄다. 어느 새 흐르는 파도 소리엔 내 귀에 올랐지만 문득 방황하던 이미지를 머리와 마음 속에 생경하게 떠오르게 한다. 객석에 가만 앉아 있으나, 관객들은 가장 이완된 몸과 마음으로 가장 활발히 공연을 즐기게 된다. 마침표도 쉼표도 그냥 지나침이 없는 이 무대를 보고 나면 정오 주변이 된다. 그날의 남은 하루는 ‘한 줄, 두 줄, 세 줄 띄고’ 천천히 걸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선돌극장 제공
2010.03.24 / 조회 8,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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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 직시와 묵시의 치열한 사투
조명의 밝기가 은근한 곳의 느낌은 대개 두 가지일 것이다. 아늑하거나 음습하거나. 연극 의 공연장은, 그렇다면 후자이다. 이 뿐 아니라 어느 면에 가까이 하려 해도 뾰족한 모서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무대 위 삼각 유리 창문에도, 개학식을 앞두고 모인 학생들이 저마다 왁자지껄하게 늘어 놓는 방학생활 이야기에도 위태로움이 가득하다. 저 멀리 앞 길을 더듬어 주는 앞 못 보는 사람의 지팡이 소리가 가까워지면, 사선 위에 간신히, 그러나 완벽한 것처럼 서 있는 누군가의 행복이 흔들리게 된다. 연극 은 제목이 암시하듯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진 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지팡이가 전혀 필요 없이’ 그 어떤 장애물도 걱정하지 않고 움직이며 생활할 만큼 학교에 적응이 되었다. 이성친구를 사귀며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그 무엇도 해 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전학생 시우(전종배)가 오자 기로(이갑선)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가치관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다.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나, 새로 전학 온 시우나 모두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다만 시우는 ‘앞 못 보는’ 현실을 온 몸으로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간절한 열정을 갈망하나, 기로와 그 밖의 학생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덮어두려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그리하여 이들은 현재까지 스스로를 살게 한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어둠 속 타오르는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의자 하나만 옮겨도 두려움에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기로나, ‘난 앞 못 보는 장님입니다’를 말하지만 끊임없이 친구들과 함께하길 원하는 시우나 서로 쉬이 타협할 수 없는 ‘나의 인생’을 위한 투쟁은 애처롭고 처참하다.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 작품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를 각색한 연극 의 가장 큰 몰입력은 희곡 자체에서 발생한다. 1946년 작인 이 작품은 당시 독재 정권 아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스페인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진실을 직시하는 것과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잔존의 행복을 만드는 것 중 어느 한 쪽을 정답이라 쉬이 말할 수 있겠는가. 피아노 한대가 담당하는 음악의 힘 역시 이 작품을 더욱 긴장 속으로 몰아 넣는다. 낮은 선율의 반복이 휘몰아치듯 내 달리거나, 침묵 속에 여음이 원음보다 더 오랜 시간 지속되는 그 때, 관객들도 잠시 숨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잠잠히 침잠해 있는 조명은 작은 밝기 차이에도 의외의 큰 효과를 발휘해 준다. 특히 후반부 시우의 독백 속에 공연장 전체가 서서히 암전이 되면, 관객들 모두가 잠시나마 무대 위 맹목의 이들이 평생 지니고 살았을 어둠의 공포, 빛의 간절함을 백만 분의 일쯤 짐작해 볼 수 있을 야릇함을 느끼게 된다. 2004년 극단 파크에서 기성 극단으로 한국 초연을 한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은 이번 극단 물리의 차세대 연출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오김수희의 지휘 아래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마치 단추를 잘못 끼운 듯 사선으로 어긋나 있는 배우들의 재킷 밑단 등 세밀한 곳에도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울려 가슴을 은근한 무게로 짓눌러 묵직한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09.04.20 / 조회 1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