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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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공연보다 강한 해석 시도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개막
뮤지컬 가 이지나 연출과 마이클리, 박은태, 한지상 등 2013년 제작진과 배우들을 비롯해 윤형렬, 최재림, 이영미 등 새롭게 더해진 배우들과 함께 지난 7일 무대에 올랐다. 예수가 죽기 7일 전의 이야기를 담은 는 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의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가 완성시킨 뮤지컬로 1971년 초연 이래 40여 년간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지저스 역의 마이클리, 박은태(위, 가운데)마리아 역의 장은아, 이영미(가운데, 아래)“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팬심이 강한 작품이다.” 지난 9일 열린 미디어콜에서 밝힌 이지나 연출의 소감이다. 그는 “한국 버전은 오리지널 공연보다 많은 각색을 넣었다. 비주얼적인 것은 초연 때의 사막을 사용하고 내용에 강한 해석을 넣었다. 자체가 각 나라마다 특유의 해석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이것을 원작자들도 은근히 즐긴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또한 그는 “이 각색에 영향을 미친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 엔도 슈샤코의 이란 책 때문이다. 이 책들을 읽고 무신론자이지만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사람이 인류의 역사상 앞으로도 영원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퍼스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이 작품의 최고의 매력은 음악이며, 가창력이 캐스팅의 첫 조건이 될 만큼 넘버가 어렵다"고 이지나 연출이 말할 만큼 는 음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날 마이클리, 박은태, 한지상 등의 배우들은 각자 스타일대로 열창하며 6곡의 노래와 해당 장면을 선보였다. 유다 역의 윤형렬, 최재림, 한지상(위쪽부터)먼저 새로운 유다로 합류하게 된 윤형렬이 무대에 등장해 ‘마음 속의 천국’을 불렀다. 이 곡은 지저스가 죽어서 메시아가 되고자 결심한 것을 눈치 챈 유다가 살아서 함께 꿈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저스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장면이다. 이어 박은태, 최재림, 장은아의 ‘모두 잘 될 거야’가 이어졌다. 겉으로는 마리아가 지저스를 위로하는 노래이지만 유다와 지저스의 사상적인 대립이 숨겨져 있는 곡이라고 설명한 이지나 연출은 “신이 되어 영원히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겠다는 지저스의 목적이 정확이 드러나는 신이다.”라고 말했다.또한 지저스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을 표현한 ‘어떻게 사랑하니’,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독특한 캐릭터로 그로테스크함을 살리고 싶어 캐스팅된 김영주가 부른 ‘헤롯의 노래’, 이 작품의 백미를 장식하는 마이클리의 ‘겟세마네’, 1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한지상의 ‘수퍼스타’가 연달아 이어졌다.이날 이지나 연출은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최재림에 대해서 "우리 작품의 히든 카드이다. 주목해 달라.”고 이야기했고, 지난해 결혼과 출산을 동시에 경험한 이영미에 대해 “엄마로서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낳고 노래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롯 역의 김영주배우들은 장면 시연 후 각기 출연 소감을 밝혔다. 매일 밤마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 마이클리는 “이 작품을 마치면 브로드웨이에 새 작품을 하기 위해 돌아간다. 그런데 때문에 일정이 맞지 않아 출연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 정도로 를 사랑한다. 다행히 미국과 한국의 두 회사가 공연 기간을 조정해줘서 양쪽 작품 모두 출연할 수 있게 됐다.”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박은태는 “매번 리허설을 할 때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동과 벅참을 다시 느끼게 됐다. 오늘 시연이 처음 선보인 무대였는데 어제 밤부터 잠이 잘 안왔다. 그만큼 이 공연 자체가 주는 의미와 부담감, 책임감이 다른 공연들에 비해 크다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한지상, 윤형렬과 함께 유다 역을 맡은 최재림은 “굉장히 오랜만에 대극장 무대에 서서 설레임과 긴장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유다라는 강렬한 인물을 연기하게 되서 배우로서 기쁘고 오선지 위를 날아다니는 수많은 높은 음들과 싸우는 전 캐스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는 9월 13일까지 샤롯데씨이터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6.10 / 조회 1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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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처럼, 진실한 배우를 향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최재림
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로 돌아오는 최재림에게 그간의 근황을 물으니 “학생처럼 살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9년 의 주역을 맡으며 혜성처럼 나타나 2011년 KBS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넓힌 그는 고민 끝에 2013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연기’라는 작물을 튼실히 키워낼 땅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서일까, 한 달 전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 본 그의 모습은 한층 더 원숙해진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스승 지저스를 제 목숨처럼 사랑하면서 끝내 그를 배신한 남자,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은 ‘유다’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Q 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에 돌아온다.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굉장히 큰 부담감을 갖고 연습하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을 장기로 하는 건 거의 2년 만이니까. 또 워낙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이라서 이 작품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좀 밀어 붙이고 있다. (박)은태 형, 마이클 리 형, (한)지상 형 등 주변 분들과도 다같이 의기투합하고 있고, 앙상블 분들도 이번에 정말 에너지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면서 으쌰으쌰하고 있다. Q 의 넘버가 워낙 유명한데, 전에 불러본 적이 있나. ‘해븐 온 데어 마인즈(Heaven on Their Minds)’, ‘겟세마네(Gethsemane)’는 혼자서 많이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두 곡 다 원체 다 쉽지 않은 넘버라 만족스럽게 연습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웃음). 이번에 실제로 연습하며 불러보니 혼자서 불렀을 때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도 알게 되고, 서로 교류하는 배우들도 있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것이 나와서 즐겁게 부르고 있다. Q 발성에 있어서 신경 쓰는 것들이 있나. 안무도 해야 하는데. 안무는 일단 연출님께서 많이 자제시켜주셔서 한시름 놨다(웃음). 발성의 경우에는 어쨌든 이 음악이 가진 색깔을 잘 드러내야 하니까, 록의 느낌도 있고 소울의 느낌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샤우팅이나 스크래치 사운드를 많이 쓰는 부분도 있고, 원래 나라면 본능적으로 소리를 더 내고 싶었을 부분에서 소리를 줄이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Q 뮤직비디오에서의 헤어스타일은 공연 때도 쭉 유지하는 건가. 내가 짧은 머리를 거의 20년 이상 했다. 그러다 보니까 질리기도 했고 한번 길러보고 싶어서 대학원 들어갔을 때 그냥 무작정 길렀다. 지금보다 더 길었는데 7~8cm 자른 거다. 무작정 기르다가 에 합류하게 됐는데, 연출님이 생각보다 긴 머리가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일단 이 길이로 가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대신 어떻게 해야 지저스와 겹치지 않을지 연출님이 고민하고 계신데, 자르진 않을 거다. Q 유다를 어떤 인물로 그리고 있나. 이지나 연출이 최재림의 유다는 ‘지적인 유다’라고 했다고. 일단 내가 생각하는 유다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도 죽는, 굉장히 비극적인 인물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감정 기복이 심하고 야성적인, 겉으로 에너지 표출이 많이 되는 인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연출님이 ‘그 해석이 틀린 건 아니지만 최재림의 유다는 좀 다르게 접근을 해보자’고 하셨다. 겉으로 표출하는 것을 오히려 다 지우고 안으로 쌓아보자고. 그래서 연습 초반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동선만 밟고 노래만 부르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해석을 잡다 보니까 오히려 겉으로 발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안에 쌓이더라. 그래서 지금은 연습 초반에 아껴놨던 에너지를 다시 조금씩 꺼내서 표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지적이고 이성적인,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겉으로 다 표현하지 않는 조금 특이한 유다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신선하다. 이제 가장 이성적인 유다가 지저스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너지는 순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큰 숙제다. Q 혹시 유다를 연기하며 떠올린 과거의 기억이나 상황들이 있나. 누굴 배신한 적이 없어서(웃음). 일단 처음에 머릿속으로 인물을 분석할 때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 내가 만약 친형이나 부모님, (박)칼린 선생님, 정말 믿고 따르고 아낌없이 다 줄 수 있는 그런 주변 인물들을 배신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또 입장을 바꿔서 내가 정말 믿었던 사람이 날 배신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 장면 연습에 들어온 후에는 최대한 상대방을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 사람을 더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모든 사람이 개죽음을 당하는 그런 상황에서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잡고 연습을 하고 있다. Q 신에 대한 유다의 시선은 어떤 것인가. 내가 생각했을 때 유다는 굉장히 현실주의자 같다.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지금 당장의 현실이 중요한 사람인 거다. 그래서 지저스를 향해 ‘모든 게 잘 되고 있는 이 현실을 두고 왜 굳이 그 선택을 하십니까’라는 고뇌와 갈등을 느끼는 거다.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고, 그 현실적인 관점을 지저스에게 계속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벽에 부딪힌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비극을 맞게 되는 인물인 것 같다. Q 지저스 역의 마이클 리, 박은태와 각기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가. 지금은 주로 은태 형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두 분의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다. 은태 형의 경우 (에너지를) 안에 갖고 있는 고요한 지저스라서 그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항상 있다. 물론 터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수면 아래서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마이클 리 형과 할 때는 좀 더 몸에서 에너지가 표출되기 때문에 약간 물이 끓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내적 갈등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은태 형과 부딪혔을 때 재미있으실 것 같고(웃음), 조금 더 겉으로 불꽃이 튀는 걸 보고 싶으신 분들은 마이클 리 형을 보시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관객이 이 작품을 보며 어떤 것을 얻어가기를 바라나. 우리 작품을 종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약간 불쾌하거나 거북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 는 종교를 이야기한다기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지저스는 좋은 의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유다는 그 정반대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관계를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증오했던 것도, 신념이 완전히 달랐던 것도 아닌데 애정이 애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관계를 중심적으로 봐주시면 좀 더 풍부하게 공연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Q 신앙이 있나. 모태신앙이다. 전 집안이 카톨릭이다. 부모님께 를 하게 됐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우리 아들이 하는구나’하고 좋아하시더라. 무슨 역할이냐고 물으셔서 유다라고 하니까 메시지가 바로 바로 뜨던 핸드폰 채팅창이 잠시 조용해졌다(웃음). 얼마 있다가 ‘그래, 굉장히 복잡한 인물인데 잘 해봐라.’ 하시더라. 내게 신앙이 있다고 해서 종교적인 관점으로 지저스나 유다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 분의 인간적인 삶은 어땠을까 생각하며 바라보니까 개인적으로도 애틋한 감정이 있고, 모든 인물들에게 애착이 간다. Q 극중 지저스처럼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을 꼽는다면. 너무 많은데, 일단 부모님, 그리고 (박)칼린 선생님이 있다. 칼린 선생님은 내가 일에 있어서나 인간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도록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 분이다. 지금도 많은 꾸지람을 받으면서 좀 더 나은 인격체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웃음). 선생님은 내가 자만하지 않도록 항상 잘 잡아주시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신다. 내가 좀 편한 걸 좋아하다 보니 연습실이나 학교에서 좀 풀어진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선생님이 내 행동을 정확히 잡아주신다. 또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아’라고 해도 상대방은 ‘어’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상대방이 내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먼저 생각한 다음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Q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눈앞에 두고 가장 크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 대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진학을 고민할 때였던 것 같다. 대학원을 갈 것인지 아니면 작품을 쭉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다. 주변에서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딱 반반이었다. 그냥 작품 하면서 배우면 되지 왜 굳이 대학원을 가냐는 분들도 있었고, 공부는 제대로 하는 게 좋으니 잘 생각했다고 말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는데, 그 이유는 내가 성악을 배운 것처럼 근본적으로 연기라는 농사를 지을 땅을 만드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땅이든 씨를 뿌리고 열심히 가꾸면 작물이 자라긴 하겠지만, 그 땅의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학교에서 연기실력이 얼만큼 늘지도 모르고, 학교와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기라는 것을 공부할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싶었다. 기본적인 화술, 움직임, 대본 읽는 법도 기초부터 정확하게 배우면서. Q 실제로 대학원에 들어가보니 어땠나.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건 움직임 수업이다. 마임 수업, 가면 수업 등 여러 가지 수업이 있었는데 몸을 쓰는 게 특히 재미있더라. 예전에는 그냥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움직임의 어떤 공식이 세부적으로 나뉘어있는 것을 알고 배우다 보니까 그냥 움직일 때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좀 더 움직임이 잘 보일지, 어떻게 하면 인물의 상태를 좀 더 잘 드러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화술과 호흡, 발성을 배우게 되면서 그냥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무대에서 하는 말이 어떻게 다른 지도 알게 됐다. 동기들과 장면 연습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고 토의하고, 색다른 해석을 선보여서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시간도 재미있었다. 되게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 Q 연극도 할 생각이 있나.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해야지. Q 이제까지 봤던 연극 중 어떤 것들이 인상적이었나. 제일 최근에 본 연극이 국립극장에서 본 과 인데 아주 재미있게 봤다. 고전을 많이 본 것 같다. 대학원에서 처음 했던 연극이 입센의 인데, 굉장히 신선했고 많은 자극이 됐다. 연극을 해보니 노래를 할 때보다 오히려 더 긴 호흡으로 많은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존재해야 하더라.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무대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뚝심이 생겼다. 자신감도 붙고. Q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 외에 나중에 또 배워보고 싶은 것은. 움직임을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마임이라든지 현대무용이라든지, 좀 더 적극적으로 몸을 쓰는 것을 기본부터 경험해보고 싶다. Q 그간 창작뮤지컬 이나 오페라 와 같은 새로운 공연들에도 많이 참여해왔는데. 무조건 새로운 걸 하자는 생각으로 했던 건 아니다. 이 분야에 실력 있고 가능성 있는 작가와 작곡가 분들도 많고 좋은 요소들을 가진 작품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나도 그런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의 경우 원래 내 전공으로 돌아가보는 재미가 있었고, 관객 반응도 좋았다. 전혀 다른 걸 보여준다기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가 낯설게 생각했던 것들도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그런 생각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라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그때는 스스로도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정확히는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좀 알 것 같다. 배우가 아닌 최재림으로 살든, 배우 최재림으로 살든,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더 겸손하고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이 되어서 무대에서 더 진실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02 / 조회 16,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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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원작의 매력, 뮤지컬만의 개성 어디로?
소설과 영화에서 만난 의 감동은, 오랜 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주인공의 '과정'에서 나왔다.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미모의 소녀에게 전쟁은 그간 자신의 삶을 채웠던 부유함, 이성으로부터의 끊임없는 구애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게 만들었는데, 그녀가 그 상실의 과정 속에서 굴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가슴 벅찬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에서 우리가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전쟁과 실연 등 생을 뒤흔드는 엄청난 일들을 겪어내며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서사시는 요점정리로 추려져 질주하기에 바쁘고, 장면 사이의 개연성이 헐거우니 스칼렛 오하라의 심경변화나 두 여자 사이에 놓인 애슐리 윌크스의 진심, 상남자 레트 버틀러가 지닌 스칼렛 오하라를 향한 마음 등은 객석까지 와 닿지 않는다. 이를 배우들의 연기력에만 기대려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생각 아닌가. 물론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그리고 대사만이 아닌 넘버, 춤 등의 공연 요소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극을 전개한다는 프랑스 뮤지컬의 개성상 방대한 분량의 소설과 클로즈업이 가능한 영화의 표현 밀도를 기대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에는 원작이 가진 분명한 매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뮤지컬만의 어법이 효과적으로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매 장면을 채우는 세심함도 아쉬운 지점이다. 스칼렛이 레트 버틀러의 뺨을 손이 닿지 않게 때리는 장면이나, 건드리기만 하면 저절로 갈라지는 가짜 장작을 패는 애슐리의 모습은 너무 날것으로 노출되어 보는 이들을 당혹하게 한다. 이 가운데 작품의 무게를 잡고 무대 위로 시선을 집중하게 해주는 이들은 조연들이다. 스칼렛의 유모 마마 역의 정영주는 작품의 시작과 끝을 엄숙하면서도 울림 있게 장식하고 노예장 박송권은 무리 장면을 이끌고 완성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주조연 캐릭터 사이의 유대관계가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들이 등장할 때 관객들은 숨죽이다 이윽고 환호한다. 때로 너무나 가벼운 노랫말로 그 기운을 흐릴 때도 있지만, 넘버의 선율 역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색과 맛을 지니고 있어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살 만하다. 스칼렛 역을 맡은 바다는 흔들림 없는 탄탄한 가창력으로 모든 넘버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으며,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레트 베틀러 역의 주진모가 힘있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뮤지컬 출연이라는 부담감을 스스로 털어내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과제가 될 듯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5.01.15 / 조회 16,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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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기억되는 뜨거운 사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개막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는 여주인공의 명대사와 함께 널리 알려진 소설 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국내 첫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일 개막한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13일 언론을 대상으로 작품의 주요 장면을 소개했다. 고난이도 안무와 화려한 의상, 흡입력 있는 음악이 원작의 매력을 또 다른 빛깔로 빚어내고 있었다. 뮤지컬 는 마거릿 미첼이 1936년 출간한 동명소설에 기반한 작품으로, 남북전쟁이 일어난 186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전통적 여성상에 얽매이길 거부하는 여성 스칼렛 오하라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는 1939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뮤지컬로는 2003년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올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날 배우들은 ‘바보같다 놀려도’를 시작으로 ‘그런 여자 아니야’, ‘검다는 것’, ‘인간은’ 등 주요 넘버 12곡을 선보였다. 시연에 앞서 유희성 연출이 무대에 나와 “원작이 가진 드라마와 정서는 유지하되, 하나의 세트로 구현됐던 프랑스 버전과는 달리 다양하게 변화하는 무대와 영상을 활용하고자 했다.”고 이번 공연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김법래, 주진모, 임태경, 바다, 서현, 마이클리, 정상윤, 김보경, 유리아, 정영주, 박송권, 한동근 등이 함께 나와 출연 소감을 밝혔다. 바다, 서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은 개막 전부터 일찍이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모은 바 있다. 특히 아름답고 도도하며 진취적인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동명영화 속 비비안 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 캐릭터를 맡아 무대에 서게 된 바다와 서현은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드러냈다. 바다는 “SES로 활동하던 시절 멤버 중 스칼렛 오하라와 가장 어울리는 사람으로 뽑힌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과 만나게 됐을 때 꼭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고, 서현은 “평상시 거울을 볼 때도 내가 스칼렛 오하라라고 생각하며 그녀처럼 살아가려고 했다.”는 말로 그간의 노력을 짐작하게 했다. 두 여배우는 서로 경쟁심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로 응원하며 힘을 얻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바다는 “경쟁할 시간도 없고, 언니로서 최소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또한 프로로서 자신만의 무대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설사 마돈나가 온다고 해도 경쟁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고, 서현 역시 “바다 언니가 워낙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서 나도 후배로서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연기했던 레드 버틀러를 누가 연기할지도 큰 관심사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의 임태경과 의 김법래,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배우 주진모가 레드 버틀러를 연기한다. 바다는 이 세 배우에 대해 “김법래는 영화에서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중후한 매력을 갖췃고, 주진모는 워낙 성실하고 한 장면 한 장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져 나도 같이 집중하게 된다. 임태경은 워낙 연륜 있는 선배라 조금 피곤한 날에도 같이 무대에 서면 힐링이 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주진모는 첫 무대의 긴장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배우들과 함께 하루 종일 연습하는 것이 처음이라 새롭고 즐거웠다.”는 그는 “막상 공연장에 와보니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이 생기더라. 카메라 앞에선 떨어본 적이 없는데 무대에선 소심해졌다. 첫 공연의 소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간 에 출연해온 김법래는 오랜만에 주연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영광이다.”라고 기쁨을 표하며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만, 레드 버틀러도 사랑 앞에서는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임태경은 레드 버틀러에 대해 “겉으로는 상남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해바라기같은 섬세한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와는 달리 뮤지컬에서는 조금 희화화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솔직히 토로했다. 다른 배우들도 직접 느낀 작품과 캐릭터의 매력을 전했다. 멜라니 역을 맡은 김보경은 “프랑스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 처음인데, 가사와 음악이 정말 아름다워서 작품에 홀리게 된다.”고 말했고, 유리아는 “멜라니와 애슐리의 사랑은 뜨겁지는 않아도 뒤늦게 그 깊이를 깨닫게 되는 사랑”이라며 이야기의 또 다른 한 축을 지탱하는 멜라니와 애슐리의 관계를 설명했다. 스칼렛 오하라의 기구한 운명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는 유모 역할은 의 정영주와 의 박준면이 맡았다. “언젠가 꼭 뮤지컬로 만들어지길 바랬던 작품인데 실제로 이 작품에서 원했던 역할을 맡게 돼 무척 감사하다.”는 정영주는 “유모라는 캐릭터가 이 작품 속에 잘 녹아나 더 커지고 단단해진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평생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노예들의 비애를 노래하는 노예장으로 분한 박송권과 한동근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오는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14 / 조회 1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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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다 “스칼렛 오하라, 증명해 보일 것”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라는 명대사와 석양 아래 키스하는 배우들의 명장면까지 는 우리들에게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마가릿 미첼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남북전쟁에 휩쓸린 네 남녀의 운명과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등을 만든 도브 아띠, 알베르 코헨 등 프랑스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져 이번에 한국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2015년의 시작을 알린다.개막 한 달여를 앞둔, 한국의 스칼렛으로 낙점된 바다를 만난 날. 촬영으로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 일과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생기 넘쳤다. 바다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스칼렛 오하라를 일인칭으로 지칭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는 이미 스칼렛 오하라가 되어 화려한 무도회와 전쟁터, 타라의 대농장을 누비고 있었다.는 내 운명 뮤지컬 할 때마다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나랑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구나’.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제작사에서 처음 작품 의뢰를 주셨을 때 이것 저것 따질 필요없이 흔쾌히 이건 “내 작품 맞다”고 말했다. 제작사에서 작품의 당위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원작 소설의 팬이었고, 영화도 대사를 외울 만큼 많이 봤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언젠가 한국 무대에 올려져 나에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온다면 괜히 고민하는 척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꿈같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는 그 당시의 ‘스칼렛 오하라’라는 신여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작품이다. 스칼렛 오하라는 클레오파트라나 카르멘 같은 여성이 대변하는 시대와는 또 다른, 근대라는 세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여성의 캐릭터이고, 여성의 자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인물이다. 만약 헤밍웨이가 이 작품을 썼다면 이 만큼 공감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작자인 마가릿 미첼이 본인도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여성에 대해 속속들이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스칼렛 오하라 SES시절 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철 모르고 비비안 리라는 예쁜 여배우 이미지만 떠올리고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작품과 운명적으로 만나고 연습에 들어가면서 연출님이 권해주신 3권짜리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왜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케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제작사에서도 나에게 러브콜을 보내주신 건 내가 비비안 리처럼 예뻐서는 아닐거다. 스칼렛 오하라와 내가 왜 닮았다고 느꼈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다. 스칼렛 오하라, 하면 강인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많이 떠올린다. 그런 면도 있지만 내가 본 그녀는 의리파다. 그리고 보통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즉흥적이긴 하지만) 신념 있는 행동을 한다. 그녀를 들여다보면 껍질은 맵지만 안은 너무 단 양파 같은 여자다. 연습을 하면서 내가 진짜 그녀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왜나하면 내가 그녀를 부정하면서 그녀에 대해 호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기력에는 진실성이 묻어나야 하는 건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나(스칼렛 오하라)를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 스칼렛 오하라는 신여성, 즉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여성이다. 그녀는 전쟁이라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본인 안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받아들이기 엄청 힘든 일이다. 그 이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산고를 겪기 때문이다. 그런 여러 가지 고통 속에서는 그녀 스스로 ‘이제는 내가 성숙해져야만 한다’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했을 거다. 연습하면서 그녀를 형상화시켜 봤다. 책에도 쓰여 있지만 그녀는 미녀는 아니었지만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여자이고, 항상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한 여자이다. 남자들이 자기를 볼 때 어떻게 하면 예뻐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행동들을 했다. 그녀는 알았다. 여자들이 그런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녀는 선택한 거다. 신여성은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그런 점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버틀러 vs 애슐리 버틀러는 작가가 세상에 제일 멋있게 만들어 놓은 남자 캐릭터이다. 좋은 것은 다 가지고 있는 남자이다. 애슐리는 부드러운 남자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녀에게 대시하지 않는 남자이다. 그녀는 즉흥적이고 생각을 바로 바로 표현하지만 애슐리는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저 남자면 믿을 수 있겠다 싶은 거다. 하지만 버틀러는 그녀에게 대시도 하고 결국에는 남편도 된다. 버틀러는 어찌됐든 경험을 통해서 나를 사랑한 사람이지만, 애슐리는 나를 잘 모르고 겪어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만들어놓은 허상일 뿐이다. 버틀러의 존재는 늘 스칼렛 마음 안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그를 찾게 되고, 점점 그 마음이 쌓여 갔다는 것을 나중에 애슐리가 그녀의 사랑을 거절하게 됐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제서야 버틀러의 사랑의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 거다.그 후 스칼렛과 버틀러는 어떻게 됐을까?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시간이 좀 더 많이 흐른 후에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버틀러는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좋아했었고, 그녀는 너무 늦게 그의 진실한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버틀러 같은 남자는 그녀가 당당하게 바로 섰을 때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남자지, 무작정 쫓아간다고 되는 남자는 아니다. (웃음)소설 vs 영화 vs 뮤지컬 뮤지컬에서는 사건들이 산 넘듯이 벌어진다. 대서사극이라 중요한 신들만 가지고 끌고 가다 보니 자칫하면 내용이 끊겨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작품을 뮤지컬로 본다는 희열도 있다. 책 읽다 힘들어서 포기하신 분들이 작품을 보면 원작의 정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뮤지컬에서는 책만 읽었을 때, 영화로만 봤을 때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차원의 정서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다. 노래로 표현했을 때 더 진한 감동과, 중요한 여백을 음악으로 채우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이번 작품으로 진정한 가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트너 복 이번에 파트너 복이 아주 많다. 세 명의 버틀러와 두 명의 애슐리까지. 느낌이 다 다르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주진모씨는 버틀러 이미지를 외형적으로 이미 다 가지고 있다. 타고난 분위기가 외모와 목소리에서 묻어 나온다. 태경 오빠는 아시다시피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다 잘한다. 실력파라 무대에서 걱정이 없다. 할 때 많이 친해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개인적으로 인간적인 재발견을 하게 됐다. 많이 챙겨주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항상 분석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도움을 받는다. 법래 오빠는 제일 의지하고 싶은 버틀러다. 체격적인 발란스가 제일 좋다. 스칼렛의 허리를 휘어잡는 신이 있는데 제대로 허리를 꺽어 준다. 내 체구를 가장 왜소하게 보여주는 고마운 배우시다(웃음). 상윤씨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연습하면서 주고 받는 에너지가 너무 좋다. 마이클리는 설명이 필요없지 않나. 배우도로 인간적으로 멋있는 대인배다.아뮤즈 아이돌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를 지칭하는 말이다. 내가 만들고 내가 인터뷰할 때마다 말하고 다닌다.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계에 먼저 뛰어든 사람으로 주위에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아이돌 가수를 하다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 없어 내가 만들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서현은 같은 아뮤즈 출신에 SM 직속 후배다. 팔이 안으로 그냥 굽는다(웃음). 언제나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서현이는 착한 악바리다. 예쁘고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열심히 한다. 둘이서 열심히 이야기 나누며 스칼렛을 만들어가고 있다. 뮤지컬 배우 운명이자 천직이다. 하나님이 주신 두 번째 선물. 첫 번째 선물은 SES란 이름으로 가수로 데뷔한 것이다. SES를 통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여러 가지 기회가 많이 생겼다. 팬 세상에 가장 불가사의한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팬들이 나를 사랑해주는 그 마음이다. 어떻게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들은 내 안에 나태함, 자만심 등 안 좋은 걸 증류시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 삶에 이유가 되고 작품에 대해 함께 고대하고 파이팅을 나누는 친구이자, 내 삶의 기쁨의 일부이다. 팬들을 보면서 나도 나의 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팬들이 나한테 해주는 만큼 내가 스스로에게 해주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2015년 도대체 2015년이 어떤 해가 되려고 하는지 너무 멋있는 작품으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뮤지컬에 올인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또한 여자 배우로서 잊지 못할 작품들을 하고 싶다. 지금이 여배우에게 있어서 전성기일 수 있는 나이니 마음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웃음).꿈 가능성, 다양성, 지속성을 꿈꾸다. 나에게 SES, 솔로가수, 뮤지컬 배우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시작한 것이다. 도전하고 창조한 이후에 다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어느 한 계층만이 아닌 온 가족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라 더 즐겁게 하고 있다. 부모가 좋아하고 그 자식이 좋아하고 손녀까지 좋아하는 그런 뮤지컬 배우와 가수가 되고 싶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2.22 / 조회 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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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경, 또 한 명의 레트 버틀러로 등극
내년 1월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에서 임태경이 남자 주인공인 레트 버틀러로 변신한다. 현재 에서 비운의 황태자 역으로 활약 중인 임태경은 배우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테너로서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등과 함께 무대에 섰으며 KBS 에서는 7연승의 기록을 세우며 폴 포츠와 공연하기도 했다. 뮤지컬 는 마가릿 미첼이 발표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 뮤지컬로 아름다운 음악,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이 매력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레트 버틀러 역에 주진모와 김법래, 스칼렛 오하라 역의 바다, 서현이 낙점되어 제작발표회에 자리한 바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베일에 쌓였던 또 한 명의 레트 버틀러로 확인된 임태경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지금까지 맡았던 인물 중 가장 실제 성격과 닮은 캐릭터"라고 밝히며, "그간 관객분들이 모르셨을 진짜 남자로서의 매력을 보여드릴 기회"라고 자신감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인 는 2015년 1월 9일부터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12.10 / 조회 1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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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레트 버틀러, 스칼렛 오하라는 누구?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공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도도한 매력의 스칼렛 오하라와 그녀의 허리를 격정적으로 안고 입맞춤하는 레트 버틀러의 모습으로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가 뮤지컬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소설가 마가릿 미첼이 1936년 발표한 소설 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를 비롯한 네 남녀의 사랑 뿐 아니라 강인하게 한 시대를 살아내는 모습이 담겨진 대서사시다. 소설이 퓰리쳐상을 수상한 것에 더해 1939년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으로 나선 동명 영화는 큰 흥행과 함께 작품의 대표 이미지이자 상징성을 담은 창작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뮤지컬 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무대로, 원작은 의 제르라 프레스귀르빅 작사/작곡, 등의 안무 등을 맡은 카멜 우알리가 연출 겸 안무를 맡았다. 을 만든 흥행 프로듀서 도브 아띠, 알베르 코헨의 두 번째 콤비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내년 1월 국내 개막을 앞두고 지난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장에서, (주)쇼미디어그룹의 대표 박영석 프로듀서는 "4, 5년 전부터 작품을 접해왔다."며 오랜 시간 한국 공연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음을 이야기했다. 뮤지컬 데뷔에 나서는 레트 버틀러 역의 주진모, 스칼렛 오하라 역의 바다레트 버틀러 역의 김법래와 스칼렛 오하라 역의 서현"소설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으면서도 프랑스 뮤지컬 음악의 감성이 더해져서 좋았다. 스펙타클한 느낌 역시 컸는데, 반드시 한국에 작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캐스팅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그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얼마나 잘 맞는가, 음악의 톤과 잘 맞는가가 중요한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자유, 평등, 박애라, 극 중 흑인 캐릭터의 비중이 크다. 그런데 흑인 역할은 '검정 칠 분장'이 아닌 반드시 흑인이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배우 뽑기가 무척 어려웠다.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다가 결국 한국 배우가 태닝하기로 합의를 봤다." 무엇보다 큰 관심이 쏠린 주역 배우 캐스팅이 이날 함께 공개되었는데 스칼렛 오하라 역에는 바다와 소녀시대 서현이, 레트 버틀러 역에는 주진모와 김법래가 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바다와 김법래는 에서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로 출연해서 프랑스 제작진들도 이미 인지를 하고 있었고, 주진모는 '가장 레트 버틀러다운' 이미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서현은 원작 속 스칼렛 오하라가 10대인데 그런 모습과 함께 이미지, 목소리 톤 등을 고려해 주역으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시 호흡 맞춘다!애슐리 역의 마이클 리와 멜라니 역의 김보경선한 남자의 표본, 애슐리 역의 정상윤과 멜라니 역의 유리아이번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될 주진모는 "장편 드라마인 를 마치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소진되어 있었고 새로운 것을 찾고 있을 때 를 접하게 되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시나리오를 제쳐두고 '이거다' 싶었는데, 영화에 대한 깊은 여운도 있었고 남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레트 버틀러 역이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풀어놓았다. 무대 위에서 "세상에 저런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겉과 속은 다르지만 그 안에 굳은 심지를 가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레트 버틀러로 변신할 주진모의 각오다. 또 한 명의 김법래 역시 "그간 '나쁜 놈' 역만 맡았는데 오랜만에 '나쁜 남자' 역을 맡아 행복하다."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도도하지만 엇갈린 사랑 속에 가슴앓이를 하는 여자,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여자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바다는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배역"이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조심스레 펼쳐보였다. 마마(박준면, 정영주) 사이에 선 노예장 역의 한동근"SES 시절 설문조사에서 가장 스칼렛 오하라와 어울린다고 뽑혔었는데 아마도 외모보다 강인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부지게 할 예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장르로든 스칼렛 오하라 역을 해보고 싶었고, 한국에서 공연이 안 된다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여배우로서 이번 작품으로 뭔가 다음 단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얼마나 내가 광적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지를 안다."고 말한 서현 역시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한 여자의 삶을 거침없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소설과 영화를 수 십 번 볼 정도로 많은 준비를 해왔고 오랫동안 성악 레슨을 받아 다양하게 소리를 내는 것도 익혀 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간 보여드리지 못했던 서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나 역시 기대 중이다." 이밖에 오랜 시간 스칼렛 오하라의 짝사랑 대상이 되는 애슐리 윌크스 역에는 마이클 리와 정상윤이, 스칼렛 오하라의 친구이자 애슐리의 아내 멜라니 해밀튼 역에는 김보경과 유리아가 나설 예정이다. 마마 역으로 변신할 정영주, 박준면 역시 기대를 걸어도 좋을 배우들로 꼽혔으며 작품에서 강렬한 넘버를 통해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낼 노예장 역에는 박송권과 MBC 시즌 3의 우승자 한동근이 등장한다. 이날 함께 자리한 변희석 음악감독은 " 등의 프랑스 뮤지컬과 같이 파퓰러하면서도 굵은 선을 가졌다."고 작품 음악에 대해 설명하며 "50인조 오케스트레이션에 30여 명의 앙상블이 부르는 10곡 이상의 합창곡이 펼쳐지는데, 원작 공연과는 또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공연만의 특징을 언급했다. 뮤지컬 넘버로 등장하진 않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의 메인 테마곡 '타라의 테마'(Tara's Theme)는 프랑스 원작자들과 논의 끝에 작품 오프닝과 엔딩 때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와 안무가 분리되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진 프랑스 뮤지컬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안무가 무대 전반에서 펼쳐질 예정이라는 것이 서병구 안무가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비보잉, 왈츠, 발레, 현대무용, 흑인들의 아프리카 토속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이 등장할 것을 예고하며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춤, 고난이도의 춤이 많아 앙상블과 댄서를 분리해서 오디션을 진행했고 국내 최고의 댄서들을 선발했다."고 덧붙였다. 대본과 음악은 원작 그대로를 따르지만 영상, 안무, 무대 등을 통해 한국 공연만의 독특한 점을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라는 유희성 연출의 계획도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 는 내년 1월 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오는 11월 13일부터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11 / 조회 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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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의 비극을 강조한, 베일 벗은 <보이첵>
지난 9일 무대에 오른 에는 우리가 다른 뮤지컬 무대에 익숙히 보아오던 화려한 무대, 의상, 조명, 아이돌 배우들은 없다. 대신 주인공 프란츠 보이첵의 처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베테랑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와 단순하지만 힘있는 음악이 무대를 채운다. 은 독일의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원작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상사의 이발사 노릇을하고 비록 완두콩만 먹는 생체실험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보이첵 처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난한 군인 보이첵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꿈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상사의 부름에 달려가고 시간에 맞춰 소변을 봐야 하는 한낱 실험용 쥐 같은 신세이다. 그는 “못 배운 사람들에게 교양이나 도덕 따위는 없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살 뿐이겠죠. 지식을 쌓는다는 것 분명 훌륭한 일이겠지만 제게도 기회라는 것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잘 살았을 겁니다.” 라고 소리 낮게 항변할 뿐이다. 이 작품은 그동안 연극,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무수히 많은 버전으로 공연되어 왔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뮤지컬로 표현하기에는 사회 비판 의식을 담고 있는 어두운 이야기와 기승전결을 버린 원작의 구조 또한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다. 윤호진 연출의 은 난해하고 열린 결말의 원작을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고 음악적 요소를 덧입혀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는 다르게 보이첵의 고통과 그에 따른 심리 변화가 돋보이는 새로운 을 만들어냈다. 보이첵의 김수용은 “보이첵 그 자체다”라고 표현한 윤호진 연출의 말처럼 그 자체로 보이첵이 되어 무기력하고 힘없는 소시민 보이첵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한다. 오로지 마리와 아들을 위한 그의 삶의 의지는 마리의 부정을 알게 된 순간 꺾이고, 대신 마리에 대한 깊은 분노와 절망감이 자리한다. 또한 영국의 인디밴드 싱잉로인스가 만들어 낸 음악은 단순하지만 호소력 있고 서정적이다. 편곡 또한 대규모 오케스트라 대신 실내악 앙상블 중심으로 진행되어 보이첵의 처참한 비극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안개 낀 황량한 갈대밭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표현한 보이첵과 마리의 집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나누는 보이첵과 마리의 사랑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 오지 않는다. 보이첵의 심리 변화에 초첨을 맞춘 2막은 보이첵의 현실을 보여주며 마리가 부정하는 장면을 알게 되는 1막에 비해 다소 지루한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을 만든 윤호진 연출이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 제작을 목표’로 8년간 힘을 쏟아 부어 만든 은 내달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이후 영국과 독일에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플레이디비 DB
2014.10.20 / 조회 9,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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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사실은 세상 모든 이들의 모습” <보이첵> 개막
의 윤호진 연출이 8년간 준비해온 글로벌 프로젝트 뮤지컬 이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은 개막 다음 날인 10일 공연장인 LG아트센터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1879년 발표한 미완성 희곡 은 그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페라·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어 왔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호진이 세계 무대를 염두하고 지난 8년간 준비해 온 글로벌 프로젝트로, 윤호진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콤인터내셔널과 LG아트센터가 손을 맞잡고 공동 제작에 나섰다. 당초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인 만큼, 윤호진 연출은 영국 창작진을 기용해 의 대본과 음악을 만든 후 2008년과 2012년 런던에서 워크숍 공연을 진행해 현지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윤호진 연출은 이번 한국 공연이 끝난 후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영어권 국가와 독일에서도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 182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쓰였다. 주인공 보이첵은 아내 마리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가난한 군인으로,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를 부양하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한다. 오직 완두콩만 먹어야 하는 극단적인 실험으로 심신이 황폐해진 그는 아내 마리가 군악대장과 부정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되고, 분노를 참지 못해 마리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날 무대에서는 보이첵 역을 맡은 김다현과 김수용, 마리 역을 맡은 김소향 등이 등장해 작품의 주요 넘버와 해당 장면을 선보였다. 보이첵과 마리가 가난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부르는 ‘우리의 꿈은 아직 눈부셔’, 생체실험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보이첵을 조롱하며 박사와 학생들이 부르는 ‘아스메시나’ 등이 이어졌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진 연출은 “내가 연극에서부터 시작해 뮤지컬 연출을 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은 연극을 할 때부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사랑, 아픔을 담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남녀 주인공이 존엄성을 잃고 파국에 다다르는 모습을 그린 은 일반적인 뮤지컬에 비해 다소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윤호진 연출은 “이번 작품은 아마도 뮤지컬을 많이 보는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뮤지컬도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는 극본 및 작곡을 맡은 싱잉 로인스(Singing Loins)도 참석했다. 윤호진 연출은 2007년 영국 그리니치 극장과 함께 의 작가와 작곡가를 공개 모집해 싱잉 로인스와 인연을 맺었다. 극본과 음악을 맡은 크리스 브로더릭(Chris Broderick)은 “한국 스텝과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마음에 들었다.”며 “작품이 미완성이다 보니 그 뒷이야기가 어떻게 되었을지 많이 생각하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싱잉 로인스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작은 클럽에서 노래하던 인디밴드다. 이들을 섭외한 이유에 대해 윤호진 연출은 “싱잉 로인스가 보내온 음악에서 어떤 것도 가미되지 않은 음악 자체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보이첵의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밝혔다. 김다현과 함께 주역으로 나선 김수용은 “이 작품이 언뜻 그로테스크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보이첵의 모습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모습과 같다.”며 “캐릭터 해석이나 표현에 있어 어떤 한계를 두지 않고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려고 했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다현은 “이처럼 작품성이 깊이 있는 작품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아 기쁘다. 기존에 했던 작품에서 만날 수 없었던 캐릭터와 감성이 느껴진다.”며 “공연 마지막까지 보이첵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이첵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모두 원캐스팅이다. 마리 역의 김소향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마리는 단순히 나쁜 여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보통 여자다. 마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당위성을 찾아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고,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으로 분한 김법래는 “악역으로서 무서운 모습뿐 아니라 능글맞은 모습도 갖춘 인물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은 오는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0.13 / 조회 1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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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들, <보이첵> 김수용 & 김다현
의 타이틀 롤을 맡은 김수용과 김다현은 연기 경력이 십 년 이상 된 베테랑 배우들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본인만의 확고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배우들이다. 또한 둘 다 연예인 출신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수용은 아역 출신으로 어르신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 에서 영구 역으로 연기자로서 첫 발을 떼었고, 김다현은 그룹 야다의 리더로 가수 생활을 먼저 시작했으며 오래 전부터 가슴 안에 가지고 있었던 연기자의 꿈을 안고 돌아와 이제는 뮤지컬 무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되었다. 최근까지 에서 카리스마 있는 영주이자 정치와 종교를 지배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 콜로레도 대주교로 활약한 김수용과 지금도 매일 저녁 에서 여자 보다 더 예쁜 여자로 변신하고 있는 김다현은 그들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색과 결을 가진 으로 관객들과 새롭게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던 가을의 초입에서 만난 그들이 여름 내내 땀 흘려 연습한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은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바탕으로 을 만든 윤호진 대표가 8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야심 차게 준비한 창작뮤지컬이다. 이 희곡은 1879년 발표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오페라·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만들어졌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생체실험’이라는 극단의 선택까지도 불사하는 보이첵이라는 남자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표현해 내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순수하고 처절한 한 남자, 보이첵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인터뷰 당일 큰 눈을 껌뻑이며 낮은 목소리지만 본인의 생각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던 김다현은 작품 속 보이첵의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완두콩 실험을 한 달 이상 감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루에 두 끼를 먹고 있어요. 한 끼는 완두콩을 한 끼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요. 무엇보다 식욕에 대한 욕구를 이기고, 몸이 점점 말라가면서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체크해보고 싶었어요. 마리에 대한 보이첵의 사랑 감정을 극한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일단은 체중 감량은 기본이고, 첫 번째 증상이 기력이 쇠해지고, 두 번째가 면역력이 떨어져서 몸의 여기 저기서 반응이 오고, 세 번째가 기억력 감퇴. 그 다음에는 눈꺼풀의 떨림이 오고 있어요. 제대로 먹고 있는 한 끼가 절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공연 2주 전부터는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보려고요. 몸 상태를 체크해보고 공연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번 테스트해서 무대에 서 보고 싶어요.”‘생체실험’이라는 극한의 상태에 놓인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 뜨겁고 순수한 감정을 어떻게 끌어올리게 될 지 궁금하다.”며 눈을 반짝인다. 반면 김수용은 “저는 다현이처럼 그렇게 했다가는 서 있지도 못할 수 있어요.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또 고민을 많이 하게 되니까 살은 저절로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나잇살은 안 빠져서 속상해요." (웃음)그는 이번에 맡게 된 보이첵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한마디로 ‘소시민’이라고 정의했다. “주인공 보이첵은 군인이지만, 가진 것이 전혀 없는 힘 없는 인물이에요. 결국에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생체실험에 지원하게 돼요. 그들을 위해서 그가 보여주는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그 사랑에 대처하는 이야기에요. 희곡이 100년 전에 쓰여졌고, 사건의 진행이 굉장히 참혹하지만 그런 장치들 때문에 등장인물인 보이첵이나 마리를 통해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세상의 선택받은 1%가 아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김수용) 제작발표회에서 윤효진 대표에게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보이첵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김수용은 “그때 대표님의 그 말씀 이후로 ‘동정 수용’이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웃음) 제가 없어 보이진 않는데, 그 말씀 때문에 궁핍하고 피페한 아이콘이 되어 버렸어요. 대표님 말씀처럼 보이첵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은 배우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에요. 고전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 굉장한 훈장 같은 의미거든요. 기분 좋고 기쁜 일이죠.”김다현도 대본을 처음 받아 봤을 때 보이첵은 배우로서 도전 의식이 생기는 정말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고전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생겼지만, 그와 동시에 느낀 건 '어느 선 까지 보여줘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도 하게 됐어요. 실제로 보이첵이 겪는 극한의 상태를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흥미로움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어요."“연기적으로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였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조금 더 깊이 있고 진짜 아마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배우가 저런 연기까지도 하는구나’ 그런 말을 아마 듣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어요.” (김다현)"보이첵의 순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 보고 싶어요. 진짜 진실되게 순수하게 찾아가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이 어떻게 표현될 지는 지금은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순수한 감정에 모든 것을 걸어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고요. 분석도 하고 인물의 전사도 그려보고 다 하지만 최대한 진실되게 찾아가려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김수용)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의 고백 김수용은 보이첵처럼 극한의 연기든 아니면 극단적으로 즐거운 연기를 하든 모든 연기는 어렵다고 고백한다. “모든 것은 무대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에요. 무대 안에서 스스로 이유를 찾아나가고 알맹이를 찾아가고, 거기에 맞는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연기하는 사람들의 몫인데 그 과정은 어찌됐든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렵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재미있고 즐거울 때가 있어요. 남들이 보면 살 빠지고, 머리 아프고, 힘들고 짜증나는데 그런 것들이 하면서 조금씩 풀리면 그렇게 재미가 있어요.”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연기 경력 베테랑인 김수용도 첫 공연을 하기 전에는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한다고.“예민해지고, 첫 공연 날 아침에는 집에서 잘못 건드리면 화도 내고요. 그래서 첫 공연 때는 미칠 것 같아요. 그날 먹는 것은 다 개어 내고 소화불량도 오고요. 그래서 어떤 날은 첫 공연 날 먹은 게 위와 장에 남아 있지 않으니까 거의 공복 상태에서 무대에 섰던 적도 있어요.”그동안 여장 역을 많이 해오고, 여자보다 예쁜 배우라는 수식어가 있는 김다현은 ‘어떤 한 캐릭터에 국한되게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 캐릭터는 여장이긴 하지만 그들을 선택했던 것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았었죠.” “전 국민과 연예인을 통틀어서 이름 앞에 꽃 자가 붙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거에요. 그것이 부끄럽고 지겨울 때도 있었는데요. 이제는 제 이름 앞에 꽃이라고 불려지는 게 나의 브랜드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 꽃을 더 향기롭고 아름답게 가꾸려고요.”여러 창작뮤지컬 무대에 서 온 김다현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봤다. “창작 뮤지컬은 흰 도화지에서 그림을 시작하는 것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얼핏 누가 스케치를 해 놓은 거에요. 지우개로 지워서 다시 시작 할 수도 없고, 덧칠을 잘못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요. 이게 보통 작업이 아니에요.” 지금 그의 고민은 이 작품과 어울리는 말을 찾는 것이다. “을 뮤지컬화 한다고 해서 음악적인 부분이 들어갔지만 그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원작 희곡을 다양한 방면으로 읽으면서 이 장면에서 작가의 의도가 도대체 뭘까? 이 다음에 연결은 왜 이렇게 갔을까?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숨겨진 서브텍스트를 생각하며 늘 고민하고 있어요."김수용도 결국은 같은 고민이다. “결국은 대본에 답이 있어요. 원작도 있지만, 일단은 우리 앞에 놓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잘 버무리느냐의 문제인데. 결국은 대본 안에 답이 있기 때문에 계속 그걸 가지고 파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이 작품을 이끌고 있는 윤호진 연출은 김수용과는 2년 전 때 처음 만났고, 김다현의 대학 은사이기도 하다. 그는 배우들에게 감정선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마치 4학년 졸업 공연의 지도 교수님과 학생처럼 앉아서 연출님의 말씀을 경청해요.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고, 다시 한번 초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죠. 대사 한 마디를 하더라도 그 대사를 하는 상태, 그 대사를 하기 전까지의 어떤 상황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 하나 체크하세요." (김다현)김수용은 “제 몇 안 되는 특기 중 하나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것이다’에요. 배우가 아무리 분석하고 연구해도 초반에는 연출가, 작가, 작곡가보다 작품에 대해 절대 많이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의도,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연출가가 배우에게 주는 디렉팅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고 이미 충분히 연구해서 그 작품에 최적화된 연기와 노래라는 확신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윤호진 대표에 대한 무한 신뢰를 전한다. 무대와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들언제나 기대되는 작품은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는 김다현은 ‘무대에서 행복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뮤지컬 무대 뿐 만 아니라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앞으로의 십 년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달 말에는 일본 첫 팬미팅 겸 콘서트 무대를 앞두고 있다. “신 내림 받은 사람들이 작두 안 타면 몸 아프듯이, 배우들은 무대에 안 서면 병이 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로 인해서 불행해지고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은 죄악이죠. 그래서 전 항상 행복하게 무대에서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나로 인해서 그 행복감과 즐거움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나로 하여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연기 잘하는, 정말 배우 같은 사람이었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평생 연기쟁이 김수용은 “저는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금사빠에요 (금세 사랑에 빠지는 남자) 동시에 고지식할 정도로 믿음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많은 가중치를 두고 살죠. 작품을 하면서 공연을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프로덕션이 나를 믿어주느냐에요. 그런 나만의 두 가지 기준이 이 작품에도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믿음과 사랑이 살면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하면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김다현과 김수용은 에 대해 ‘그저 순수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한 남자가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멋진 일 같아요. 그것이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보이첵의 경우는 마리와 아들이고요.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인간이 어느 한계에 미쳐 있을 때 느껴지는 매력도 있겠지만 거기에 따르는 처절함과 거기에서 오는 부작용도 있을꺼에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인생의 굴레 안에 들어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김다현)“공연 기간이 짧아요. 역시 알려진 라이선스가 아닌데다가, 연극을 뮤지컬로 바꾼다는 자체가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죠. 좋은 크리에이티브 팀과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작업을 해보자고 뭉쳤어요. 관객 분들을 위해서 이런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가는, 이런 순기능이 계속 이어지기를 원하신다면 공연장으로 찾아와 주세요. 그래야 은 물론,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이런 과정과 작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수용)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9.22 / 조회 17,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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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겨냥한 창작뮤지컬, <보이첵> 제작발표회
그간 등을 성공시킨 윤호진 연출이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야심차게 기획한 창작뮤지컬 의 면면이 공개됐다. 오는 10월 개막을 앞둔 의 제작진은 지난 21일 LG아트센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이 작품의 대표적인 넘버와 주연배우들을 소개했다. 은 윤호진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에이콤인터내셔널과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한 뮤지컬로,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879년 발표된 이 희곡은 그간 세계 각국에서 오페라·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만들어졌지만,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용독일 문학사에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으로도 꼽히는 은 1820년대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부조리한 계급사회에서 존엄을 잃고 스스로 파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보이첵은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하고, 군의관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으며 살아가던 중 마리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의 김다현과 의 김수용이 비극의 주인공 보이첵 역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하다 최근 를 통해 국내 무대로 돌아온 김소향이 그의 아내 마리 역을 맡았다.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미끼로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 역에는 의 김법래가 캐스팅됐다. 김수용·김소향·김법래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어떻게 말을 할까?’ ‘뭐 어때’ 등 의 대표적인 넘버 다섯 곡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위) 김법래, 김소향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진 연출은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등을 공연하면서 한국적 소재로 만든 뮤지컬로는 해외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좀 더 보편적인 소재를 찾던 중 을 떠올리게 됐다는 것. 윤호진 연출은 “그동안 을 연극으로 볼 때마다 그 처절한 아픔이 대사로만 표현되는 게 아쉬워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한국에서 시작해 장차 이 작품이 영어·독일어 버전 등으로 확산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호진 연출은 다소 난해한 작품으로 알려진 을 뮤지컬화하기 위해 8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영국의 스텝들과 토론하며 세 차례에 걸쳐 작품을 재구성했고, 2008년과 2012년 런던에서 1, 2차 워크숍 공연을 진행해 현지의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작품성을 검증받았다. (위) 윤호진 연출, 김다현(아래) 장소영 음악감독,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정창훈 LG아트센터 대표 창작단계에서 의 음악과 대본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하던 윤호진 연출은 유명 창작자를 지명하는 대신 공개 모집을 통해 작가와 작곡가를 선정했다. 공개 모집은 2007년 영국 그리니치 극장 주최로 진행됐고, 응모한 50여 팀 중 영국의 인디밴드 ‘싱잉 로인스(Singing Loins)’가 최종 선정됐다. 싱잉 로인스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작은 펍에서 노래를 부르는 노동자 계층의 밴드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악보도 그리지 못한다고. 이 같은 무명밴드를 작곡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윤호진 대표는 “그들은 삶 자체가 정말로 보이첵 같은 사람들이어서 보이첵의 심성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의 음악에서는 일반 뮤지컬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멜로디가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초연에서는 장소영 음악감독이 싱잉 로인스가 만든 음악을 대형 공연장에 맞게 편곡한다. 장소영 음악감독은 의 음악에 대해 “사랑하는 여인을 죽일 만큼 커지는 보이첵의 광기를 표현해야 하다 보니 음악적 다양성은 조금 포기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가깝게 느끼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치 궁정 악사들이 연주하는 듯한 느낌, 어쿠스틱하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LG아트센터 정창훈 대표는 “그간 이렇게 좋은 작품의 공동제작을 제안받은 적이 없었다.”며 “뛰어난 작품성, 그리고 굉장히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점이 돋보여 공동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장차 해외로 뻗어나갈 창작뮤지컬 은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22 / 조회 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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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안중근의 무대 어떨까…7번째 무대 오른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사건을 담은 뮤지컬 이 일곱 번째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은 지난 7일 JK김동욱·강태을·김승대 등 새로운 주연배우들의 참여 아래 작품의 1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은 의 윤호진이 연출을 맡고 한아름·오상준이 각각 대본과 음악을 만든 창작뮤지컬로, 지난 2009년 초연 후 거의 매년 무대에 올랐다. 제 4회 더 뮤지컬 어워즈 6관왕,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정성화·신성록·양준모 등의 인기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기도 하다. 강태을2012년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른 올해 에서는 JK김동욱과 김승대·강태을이 안중근 역을 맡았다. 2004년 에 출연했던 JK김동욱은 10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다. 등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활동해온 김승대와 에 출연 중인 강태을의 변신도 미리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날 강태을·김승대는 1막의 초반부에서, JK김동욱은 1막의 나머지 장면에서 등장해 열연했다. 막이 오르자 안중군과 열한 명의 청년들이 손가락을 잘라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는 단지동맹 장면이 펼쳐졌고, 게이샤들이 이토 히로부미 앞에서 화려한 여흥을 펼치는 장면과 일본군과 독립운동가들이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 등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JK김동욱은 중후한 성량으로 무리없이 감동을 전했다. (위) 김승대 (아래) 이희정노회한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는 초연멤버 이희정과 의 김도형이 맡았다. 이희정이 나름의 고뇌를 품은 정치인을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면, 김도형은 야심차고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조선 초대통감에서 물러나 도쿄로 돌아간 이토 히로부미는 한반도에 이어 만주 정복의 야욕을 품고 하얼빈으로 떠나고, 이 소식을 들은 안중근도 하얼빈으로 향한다. 의 스토리를 보다 다채롭게 꾸미는 것은 설희·링링 등 가상의 여성캐릭터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서 살아남은 궁녀 설희 역에는 의 오진영과 다비치의 이해리가 캐스팅됐다. 국모 살해의 참상을 목격한 설희는 독립운동에 투신할 것을 결심하고 일본에 건너가 '나미다'라는 이름의 게이샤로 변신해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한다. 안중근을 짝사랑하는 중국 소녀 링링은 이수빈·이하나가 맡았다. 이외에도 황만익·박송권이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했던 독립운동가 우덕순과 조도선으로 각각 분했고, 김영철과 노을의 나성호가 어린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든 소년 유동하를 맡아 연기했다. JK김동욱·강태을·김승대 등 새로운 세 명의 안중근을 만날 수 있는 은 오는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위) 오진영 (아래 왼쪽부터) 황만익, 이수빈, JK김동욱, 나성호, 박송권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1.08 / 조회 1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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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영웅> 강태을
1천 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 3인 중 한 명으로 선발되어 뮤지컬 의 주역으로 서게 되었을 2009년 당시, 강태을은 "한국에 오기 전 '괜찮다, 괜찮을 거다'라는 자기 주문을 많이 되뇌었다"고 말했었다. 일본에서 극단 사계의 주역으로 활동하던 실력파 배우였지만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이 본격적인 한국 활동은 전무했던 그는 새로운 세상 앞에서 긴장과 두려움, 그것을 이겨 내고 당당히 서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던 때였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쉼 없는 공연과 나름의 굴곡으로 4년의 시간을 보낸 지금, 배우 데뷔 후 10년을 넘기고 나서야 그는 "이제 삶과 무대에서의 여유와 재미를 느낀다"며 진정한 발전을 이야기한다. 2013년 창작 뮤지컬 을 비롯 에 이어 새해 안중근 역을 준비하는 그는 날이 선 비장함 보다는, 세상을 깊고 넓게 포용하려는 섣부르지 않은 눈빛을 발하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 선 굵은 외모에 스스로도 인정하듯 "몸 쓰는 걸 좋아하는" 배우 강태을이지만, 이것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면 결코 안될 이유가 한 가지씩 늘어나는 때임은 분명하다. 비로소 외유내강, 강인하나 자유로운 의지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쁨과 기대를 온 몸으로 이야기 하던 그. 은 그에게, 우리에게 분명 또 다른 작품이 될 듯하다. 2013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인터뷰는 12월 30일 진행되었다) 올 한 해를 되돌아 본다면? 생각하고 그렸던 모습대로 움직인 해가 올해 같다. 2012년에는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작품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하나, 둘 씩 퍼즐 맞춰지듯 풀리는 것 같았다.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 공연을 하면서 생각했던 화두도 많이 정리가 되고 스스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있구나, 다독거려줄 수 있는 해인 것 같다. 공연이 배우 강태을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이후로 이렇게 올인 해 본 작품이 없었다. 장유정 연출님이 언젠가 "예전에 어떤 작품의 오디션을 보는데 엄기준이 정말 그 작품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아 너무 좋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 네가 두 번째야"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너무나 기뻤다. 자신이 쓴 정학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 줬다고 해 주셔서 자신감도 생기고 그 이후로 좀 더 나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 같다. 과거엔 외국 배우가 했던 것을 표방하거나 어떤 것이 맞다고 정해지면 그대로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의 정학은 나를 많이 보여주면서 표현했던 것 같고, 그게 재미있었다. 디테일도 많이 생기고 하루하루가 새로운 공연 같았다. 또 (유)준상이 형님, (오)만석이 형님과 같이 한 것도 정말 좋았다. 준상이 형님은 활동도 많이 하시는데 항상 에너지가 넘치신다. 힘들다고 하면 "힘든 게 뭐야? 먹는 거야? 야, 야, 야, 화이팅!" 그렇게 본인 최면을 거는데 그게 주변에 전달이 된다. 하루에 화이팅을 열 번은 하는 것 같다. (웃음) 만석이 형은 항상 웃고 위트를 놓지 않으면서도 다른 배우들을 인정하고 안아 주신다. 그게 바로 덕(德)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너무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하시는데, 그런 두 형님을 같이 보면서 작품을 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거다. 창작과 라이선스 공연의 차이가 아닌, 개인 안에서 느껴지는 변화 같다. 그렇다. 준상이 형님, 만석이 형님이 같은 캐릭터인데도 너무나 다르게 표현하시는 걸 보면서 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또 를 하는데 네 배우가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무대 위에 캐릭터가 없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게 참 재미있더라. 예전에 학교 졸업할 즈음에 선생님이 "사는 게 연기다"라고 하셨는데,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무대 위의 연기가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도 즐겁게,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 사는 게 재미있다. (웃음) 웃음도 많아졌고 평소 생활도, 무대 위에서도 편해졌다. 이제 좀 즐거운 30대가 시작되지 않을까? (웃음) 과거 강렬한 느낌의 작품들을 많이 했지만, 속 강태을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진짜 사람 같은 느낌이 컸다. 나에게도 그랬다. 이나 은 스스로 상상하며 그렸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었다. 은 정말 제일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긴 한데, 그 때는 작품도 강렬했고 그 깊이를 느끼지 못할 나이에 내 나름으로 투영하려고 하다 보니 답답하고 뭔가 잘 안 나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주 많이 깊어지진 않았어도 내 나름으로 투영이 되니까 좀 더 자연스럽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은 올해(2013년) 했던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공연이 끝나갈 즈음에 제의가 들어왔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 배우라면 의 안중근이라는 캐릭터는 욕심이 날 것이다. 연습을 해보니 넘버들도 굉장히 좋고 구성도 탄탄해서 여러가지로 날 자극한다. 어머니의 모습, 조국, 친구 등 날 자극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존 인물, 사실을 바탕으로 둔 작품이라 준비과정도 남다를 수 있겠다. 연출님의 디렉션을 충실하게 듣고 있다. 안중근의 나이가 서른 한 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도 저마다 생각하는 안중근의 모습이 다를 것이다. 누구는 거사를 일으켰을 때의 나이가 30대라고 알고 올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나이가 더 많은 줄 알고 공연장을 찾을 수도 있다. 그 부분에서 힌트를 얻었다. 각자 생각하는 안중근의 모습이 다 다르니, 중요한 건 나 스스로 창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안중근, 바로 그 모습이겠구나,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연극과 교수이시다 보니 예전부터 "그 사람을 만나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그 뜻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안중근이 될 수는 없으니 그가 했던 생각을 해 보고, 느껴보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무대 위의 안중근, 강태을이 있는 거 아닐까.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무대 위에 섰을 때, 그가 하는 이야기, 그가 하는 생각, 그의 마음가짐에 우리가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지 않는가. 한일관계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나라를 빼앗으려고 하니 조국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같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라는 큰 사상은 전쟁 뿐 아니라 지금 일상 생활 속에서도 모두가 평화롭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인정하는 삶, 우리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가진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는 것이 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강만홍 현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가 배우 선배님이시다. 작품 할 때마다 매번 보시는데, 첫 공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셔서 거의 첫 날 오신다. 아들에게 표현을 굉장히 깊게 하시는데, 상 받았을 때도 지긋이 한 번 안아주시는 식이다. 예전에 내게 해 주셨던 이야기들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해서 솔직히 지금 아버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부럽다. 아버지에게 인정 받는다는 건 아들에게 굉장한 의미 아닌가. 어렸을 땐 아버지가 뉴욕에 계셨고, 나중엔 내가 일본에 있어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 하면 어려운 분이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아버지와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 같이 살기 시작한 후부터 나도 아버지를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고 아버지도 그러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만나면 꼭 당구를 한 게임씩 치고 (웃음) 막걸리도 한잔 하고 영화도 본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웃음) 언젠가는 "배우는 정말 재밌는 거야"라면서, 현실에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무대 위에서 잔인한 역은 잔인할 수록, 나쁜 역할은 나쁘게 할 수록 잘 한다고 박수 받지 않느냐고, 그러면서 그 안에 아픔도 있고,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고 연기를 하는 것, 그게 바로 즐기는 거라는 말씀을 하신 게 기억이 난다. 최근 tvN 음악 예능프로그램인 에도 출연했다. 가수의 꿈은 언제나 있다. 그 꿈을 펼칠 단계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준상이 형님도 이번에 본인이 곡을 써서 앨범을 내셨는데, 내가 그리는 그림도 그러하다. 제주도 마지막 공연을 하기 전에 "형이 지금 나이가 마흔 넷인데 형도 하고 있다, 태을이 너도 10년 후에 네가 내는 소리 그대로 내고 할 수 있는 일 그대로 해라", 이렇게 이야기 하시는데 너무나 멋있었다. 강태을이 그리는 2014년은 어떤 모습인가? 2014년이면 뮤지컬을 한 지 11년이 되는 해인데, 성장하는 한 해로 보고 싶다. 성장이 또 필요하다. 양적인 성장은 아니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단순히 연기와 노래를 잘하는 것 이외의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출연했던 작품들의 레퍼토리를 만들고 싶은데 첫 번째가 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하는 작품이 잘 되어야 한다. 언젠가는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은데 그게 뮤지컬이 될 수도, 영화나 드라마, 연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1.03 / 조회 1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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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 긍정의 힘! 트레이시가 돌아왔다
위풍당당한, 슈퍼 헤비급 10대 소녀의 유쾌한 반란을 그린 뮤지컬 가 돌아왔다. 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뚱뚱한 소녀가 TV댄스경연대회를 통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신나는 노래와 춤과 함께 펼쳐지는 뮤지컬. 조연이나 감초 역으로 머물렀던 비주류 캐릭터들이 전면에 나와 공연을 끌고 가며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디스코와 스윙, 솔 등 흑인음악과 컨트리 등 신나는 음악과 복고풍 스타일, 컬러풀한 색감의 향연에도 주목할 만 할 것. 1988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200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초연 이후 세 번째 무대다. 뚱뚱한 몸매에 부풀린 머리, 낙천적인 성격의 트레시시 역에는 오소연과 김민영이 맡았다. 오소연은 과 을 통해 떠오르는 배우. 김민영은 영화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왼쪽부터 공형진(에드나) 오소연(트레이시)김민영(트레이시) 안지환(에드나)트레이시보다 더 큰 몸집을 자랑하는 엄마, 에드나 역엔 배우 공형진과 성우 안지환이 활약한다. 트레이시의 친구 페니 역은 김자경, 페니의 흑인 남자친구 씨위드 역엔 정원영과 오승준이 연기한다. 는 6월 13일부터 8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연 장면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6.15 / 조회 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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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큼 꿈도, 웃음도 큰 <헤어스프레이>가 나가신다!
감동만큼 유쾌함이 가득한 원조 오디션 성공 스토리, 사랑스러운 뚱뚱보가 활개 치는 뮤지컬 가 다시 왔다. 6월 1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의 개막을 앞두고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의 온도는 1도씩 올라간다. 지난 주말 ‘공형진 잠자리 제공, 안지환 먹거리 제공’으로 ‘나름 초호화’ 엠티를 다녀온 것이 공연직전 날선 긴장감 보다는 화기 애애, 넉넉한 웃음이 넘치는 이유일까? 아니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유쾌한 바이러스 때문일까. 슈퍼 헤비급 10대 소녀 트레이시가 TV댄스경연대회에 도전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신나고 경쾌한 춤과 음악으로 펼쳐지는 는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후 2002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선보여 큰 박수를 받은 작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로 꼽기도 했으며, 즐겨 듣는 뮤지컬 노래로 트레이시가 부르는 ‘굿모닝 볼티모어’를 말해 화제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이 200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날 참이다. 특히 방송과 영화, 라디오 DJ 등 종횡무진 활약하는 연예계 마당발 공형진과 팔색조 매력을 펼치는 성우 안지환이 트레이시보다 더 큰 몸집을 가진 엄마, 에드나 역에 새롭게 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역할보다도 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같이 하는 것”을 큰 매력으로 꼽은 공형진은 뮤지컬 , 연극 에 이어 2년 반 만의 무대. “빨리 마음을 열어야 공동체 작업의 의미가 있는 거고, 그 의미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그의 신념대로 이날 “이 장면 멋지게 끝내면 내가 아이스크림 쏜다”고 외치며 분위기 메이커로서 활약은 빛이 났고, 그의 매니저는 하뿅다즈 아이스크림 수 십 개를 공수하는 훈훈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심지어 버스 광고에 내 얼굴이 나와도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말 보다 더욱 의외였던 것은 “내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는 뮤지컬이었다”라는 안지환의 고백. “초등학교 6학년 때 대한민국 청소년 연극제에 나가서 최우수 연기상도 타고, 중학생 때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나가서 연기상도 탔어요. 어린 마음에도 무대에 서는 그 과정들, 그리고 마지막에 무대에 서서 조명을 받았을 때의 그 느낌들, 와, 내가 가야 할 길이다, 라고 생각했었죠.” 직업을 구하기 위해 처음 시험을 본 게 방송국 성우였는데, 덜컥 붙어, 목소리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는 온몸 연기자로 도약하고자 한다. “공형진씨가 연습실 분위기 이끌어내는 건 정말 최고에요. 대사도 애드립도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따라가려는 마음도 접었습니다.(웃음)”(안지환) “큰 무대에서 보이는 것 만큼 들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지환씨는 목소리가 일단 좋으니까 집중이 잘 되고. 부자연스럽다는 게 없어요. 서로 다른 장르에 있다 해도 연기를 했다는 건 같으니까. 아마 이번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안지환씨가 되지 않을까요?”(공형진) 꿈 많은 명랑 소녀 트레이시의 김민영은 2009년에도 만났던 친근한 귀여움이, 뉴페이스 뚱뚱보 오소연은 통통 튀는 상큼함이 매력이다. 카리스마 정영주의 흑인 마마 변신도 빼 놓을 수 없다. 흑인 필 충만한 원조 씨위드 오승준과 에너지 폭발 정원영의 활약도 기대가 충만한 부분. 씨위드의 여동생이자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끼가 넘치는 소녀 리틀 이네즈 역의 문은수, 김지민은 오전 반 수업을 마치고 연습에 합류하는 초등학생이라니. 깜찍함에 놀라고 가창력과 춤 솜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 같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2.05.25 / 조회 1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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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이런 만남 또 없습니다”, 배우 최정원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이라는 질문에 두둥실 떠오르는 얼굴, 뮤지컬 대표 여배우 최정원.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녀의 시원한 미소와 마스크는 누구나 기억한다. 를 보고 그녀에게 빠졌다는 20대 관객, 최정원을 만나 뜨거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모녀, 만 세 번째 관람이라는 열혈 정원사랑 관객 등 그녀를 사랑하는 여성 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뮤지컬, 연극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정원과 함께한 플디팬미팅, “뮤지컬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최정원 풀 스토리를 공개한다. 플디회원과 한 자리에~좋다, 좋다!최정원, FULL STORY “이 정도면 ‘모태배우’ 아닐까요?” 5~6세부터 윤시내, 심수봉 등 가수들 노래를 똑같이 불렀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래가 끝나면 10원 20원씩 주셨거든요. 그걸로 사탕 사먹고(웃음). 나중에는 다섯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이따가 사람들 조금 더 모이면 부를게요”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쳐주는 박수가 정말 좋았어요. 거울 보면서 혼자 연기도 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청소년 연극제에도 나갔었어요. 아버님 반대에 부딪혀서 잠시 꿈을 접었다가 웅변대회에 나가면서 다시 그 박수로 인한 희열을 맛봤어요. 고등학교 때 트럼펫을 전공하면서 다시 이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어요. 에너지의 원천은?그녀의 매력에 푹~“나는 혈기과다 배우?”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 선배, 후배들은 저를 에너지 넘치는 배우, 항상 밝은 배우로 기억해요. 저도 힘들죠. 연습 때에는 힘들어서 ‘확 죽어버릴까’라는 생각도 할 정도로 슬럼프가 와요.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 그런데, 공연 때 박수를 받으면 힘을 얻어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가장 소중한 악기가 목소리라고 하지만 진심이 담긴 박수소리에서 전 에너지를 얻거든요. 정말로, 관객들이 제 힘이에요. 그래서 전 초상권이 없어요(웃음).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잠깐만요, 식사 좀 하고 해드릴게요”라고 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저 사람이 사인을 받을까 말까 얼마나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면 “나중에요”라는 말이 안 나오게 되거든요. 사인 해드리면서 “저 공연해요”라고 말하고, 저랑 대화를 하고 나서 제 팬이 된 분들도 많아요(웃음). 박수, 그리고 사람. 이 두 가지가 바로 에너지 넘치는 최정원을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언제나 준비자세!” 신인 때부터 항상, 언제나, 어떤 역할이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조연이면서 주인공 대사를 모두 외웠어요. 에서도 록시를 하면서 벨마 대사를 다 외웠었는데, 결국 록시, 벨마 두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었잖아요.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게 아주 큰 자산이 되거든요. 저랑 비슷한 혈기과다 후배들을 보면 “넌 내 언더스터디야”라고 하면서 제 역할의 대사를 외우게 해요. “언젠가는 쓰일 것이다, 습득한 만큼 발휘할 수 있다”라고. 자신이 가진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대에요. “요즘, 작은 참새로 살아요” 요즘은 작은 참새, 피아프로 살고 있어요(웃음). 누가 저를 작은 참새라고 생각하겠어요. “무대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작아 보였어”라는 남편의 응원을 듣고 힘을 얻으면서 초연을 해낸 공연이에요. 몰입을 했더니, 어느 순간 쪼그라들었나 봐요(웃음). 노래를 사랑하는 피아프의 마음과, 무대를 사랑하는 제 마음과 닮았어요. , ‘사랑의 찬가’ 노래 배워보실래요(웃음)? 이런 강의 또 없습니다!, ‘최정원 노래교실’ 최정원의 명강의. '박자는 이렇게~'노래는 '사랑의 찬가'"오디션 보실래요?"팬들과 함께라면!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5.30 / 조회 1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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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슬픔과 행복이 <피아프> 속에
2009년 한국 초연 당시 2주 공연 동안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가 2년 만인 지난 4월 30일 공연을 시작했다. ‘작은 참새’라는 뜻이기도 한 에디트 피아프는 47세로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랑과 상처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노래한 것으로도 유명한 20세기 전설의 샹송 가수. 피아프의 일대기를 담은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팜 젬스가 써서 1979년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이 첫 선을 보였으며 1981년, 1993년에 이어 2008년에도 영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데뷔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되어서 울기도 많이 울고 더욱 긴장을 했던 작품”이라는 최정원은 2009년에 이어 올해도 피아프 역으로 나선다. 피아프의 친구 뜨완 역은 이경미가 맡았으며, 그 밖의 배우들은 다수의 인물들로 변신한다. 오경택 연출은 “피아프의 전 생애를 담으려다 보니 전개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하며, “드라마틱하고 굴곡이 많은 그녀의 삶을 통해 고통, 아픔, 사랑 등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이 있는 무대 는 6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뜨완! 드디어 내가 '안에서' 노래하게 됐어!""전쟁이 끝났다고?"남자 없이, 사랑 없이 어찌 사나요일생, 진실된 단 하나의 사랑, 마르셀노래만이 나의 탈출구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여인들"난 노래 할 수 있어! 공연을 잡아!"이브몽땅, 그녀가 찾아낸 가수이자 사랑최정원, 그녀의 매력을 다시 한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5.06 / 조회 9,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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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프>처럼, 뮤지컬배우 최정원
#. 뜨거운 그녀, 피아프처럼 화이트 프렌치로 완성된 손톱을 내밀며 “피아프는 손톱을 항상 이렇게 하고 다녔어요”라고 말하는 최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 보였다.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블랙 원피스, 웨이브 머리, 옅은 미소. 그 평범한 것들이 요즘의 최정원에게는 지독히도 뜨거운 것들이다. 진한 여운을 남기고 떠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로 살고 있는 요즘, 최정원은 빛나고 있다. 피아프처럼. “2009년 초연 때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제가 일기장에 써놨던, 인터뷰 때 했던 말들과 비슷했거든요. 무대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무대에 대한 제 생각들을 피아프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어서,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어요. 초연 때 보다 이번 공연에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내가 더 성숙해졌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생각도 더 많아졌고, 좋아진 걸 느껴요. 초연 때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 강(强)이 많았던 것 같은데 강약이 조절되면서 조화가 생긴 것 같아요. 며칠전에 연습을 지켜보시던 박명성 대표님이 “최정원씨 힘이 빠지니까 홈런 칠 준비가 된 것 같네, 어린 강부자 같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뮤지컬배우한테는 나오기 힘든 연기를 보셨다면서. 와, 기분 좋았어요. 정말로.” “맹인의 삶을 살기도 했고, 모르핀, 알코올 중독 등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았던 피아프는 아름다운 삶을 살진 못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항상 사랑했고, 한 시도 쉬지 않고 노래했어요. 진흙탕에서 노래를 부르고, 자동차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해서 큰 목소리를 내는 법을 터득하면서 나이를 먹고, 아파하고, 사랑하면서 살았죠. 처음엔 ‘참, 우울한 사람이었겠다’고 생각했는데 피아프를 알아갈수록 그녀가 저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낀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녀의 노래를 전 세계 사람들이 기억하고, 부르고 있잖아요.” #. 뜨거웠던 그녀, 피아프처럼 무대를 향한 최정원의 열망은 노래를 향한 피아프의 열망과 꼭 닮아있다. 최정원이 를 가장 몰입이 잘되는 작품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그 공통점 때문이다. 한 길을 향한 고집. 피아프와 최정원이 세계적인 샹송가수,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배우로 꼽히는 이유 역시 바로 그 공통점에 있다. “피아프는 미국공연에서 실패를 경험해요. 슬픈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불어를 모르는 미국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노래를 듣는 걸 보고 좌절감을 느낀 거죠. “넌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가수야, 실망하지마”라고 위로하는 친구들에게 피아프는 “돈은 중요하지 않아, 무대에서 느끼는 환희를 돈으로 보상받는 건 불가능해”라고 말해요. 저에게 드라마, 영화섭외가 들어오면 ‘오늘밤 내가 공연하면서 느꼈던 환희와 비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물론, 개런티는 무대에 설 때보다 더 많죠. 하지만 무대에서 느낀 행복의 가치, 환희를 돈과 비교할 수는 없잖아요. “최정원 배우는 항상 젊게 사네요, 활기가 넘쳐요, 아우라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무대 덕분이에요. 저에게는 돈, 명예를 위해서 다른 일을 선택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행복을 주는 무대가 있어요. 워낙 물을 좋아해서 수중분만도 하고, 하루에 7리터씩 물을 마시는데요. 무대는 저에게 물 같은 존재에요. 꼭 필요해요. 저에게 공연이 없었다면 아팠을 것 같아요, 굉장히 히스테릭한 성격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고등학교 때, 브로드웨이 선생님들에게 2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처음으로 섰던 무대가 이었어요. 그 땐 정말 춤을 추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와, 내가 이런 무대에 서다니!’.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을 언제나처럼”을 되새기며 살아요. 무대는 ‘언제나’가 통하지 않는 곳이잖아요. 매일 다른 관객 분들 앞에 서야 하니까. 초심을 잃지 않고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바로 무대에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소할 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개척자의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 늘 똑같아요. 더 힘들어지거나, 편해지는 것 없이 저는 그냥 꾸준히 걸어요. 주변에서 물도 주시고, 비료도 주시고, 덕분에 열매도 맺고, 꽃도 피우는 것 같아요.” “는 9년 만에 했던 작품이었어요. 성악발성을 한번도 내본 적이 없던 저에게는 관문 같은 작품이었죠. 브로드웨이 선생님들이 “정원아, 넌 진성보다 두성이 좋아. 두성을 연습해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지만 워낙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춤을 추는 캐릭터라 에서는 샌디 보다 리조, 에서는 엠마보다는 루시에 근접했거든요. 한 번도 두성을 쓸 기회가 없었어요. 두성을 많이 써야 하는 를 위해서 개인레슨까지 받았어요. 김문정 음악감독님도 음을 내리자고 말했는데, 제가 해보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하이피치 가는 것까지 해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9년 만에 여우주연상까지 받고. 상을 원했던 건 아닌데, 김무열 배우가 “최정원 선배님”하는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동료배우들이 기립을 해주는데, 정말 오랜만에 큰 떨림을 느꼈어요. 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봐요. 그녀는 이 세상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리워하잖아요. 나중에, 제가 세상에 없을 때. 뮤지컬 후배들이 최정원이 어떻게 배우가 됐고, 어떻게 인생을 살았다라는 걸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잘 살고 있어야겠다(웃음).” “지난 일 년 동안 로 224회 공연을 했어요. 원래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으면서 관리를 하는 스타일인데, 원 캐스트인 를 하면서 정말 체계적으로 관리를 했던 것 같아요. 다칠 까봐 그 좋아하는 스키도 안타고, 먹고 싶은 술도 안 마시고(웃음). 제 신랑이 정말 독하다고 했을 정도로 했으니까요.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요. 는 커튼콜 때 그 감정이 싹 풀려요. 공연을 통해서 제가 건강해지는 거죠.” #. “후회하지 않아, 사랑하고 노래했으므로”, 피아프처럼 최정원은 에서는 비앙카에서 릴리로, 에서는 록시에서 벨마로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여배우’와 ‘나이’. 어울릴 수 없는 상충구도에서 최정원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자신만의 저력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지금 다시 비앙카, 록시를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로 무대에 오른 수 있다는 건 아주 건강하게, 나이를 잘 먹고 있다는 증거잖아요(웃음). “나이를 먹는 게 두렵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진심으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열심히 사는 하루하루가 모여서 제 60살이 결정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평하지도 않고. 후배들이 “선배님은 왜 화를 안 내세요?”라고 물어요. 내 안의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거잖아요. 남들이 칭찬했다고 행복한 게 아니고, 질타한다고 불행한 게 아니고 내가 웃고 있으니까 행복한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지금을 감사하게 살아요. 어릴 땐 투정도 많고, 욕심도 많았는데 좋은 신랑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면서 변했어요. 배우로만 집중하면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게 되면서,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그런 사람이 된 거죠.” “저는 배우를 하기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한 사람이에요. 아이를 돌보는 일,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일은 직업이 됐고 무대가 제 삶이 됐어요. 가족들에게 굉장히 미안하지만 가족들에게 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해요. 저를 “세계 최고의 뮤지컬배우”라고 불러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온전히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딸 수아는 저에게 가장 객관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어요. 가끔 소피 대사를 시켜보면 잘해요. 7년 뒤에는 수아가 소피를 하고 제가 도나를 하는 공연을 꿈꿔봐요. 이런 멋진 페어가 또 있을까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4.25 / 조회 2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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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랑도 점지해 주나요?
점(占)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이 충무아트홀에서 프레스콜을 열고 주요 장면을 공개했다. 은 일기예보가 항상 틀려 ‘점’에 의지하는 맹신비와 운명이라 점지해준 남자 오묘한, 훈훈한 남자 고민수가 좌충우돌 사랑을 찾아가는 뮤지컬. 이후 오랜만에 신작에 참여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오나라와 성두섭, 정상훈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한다. 주인공 맹신비 역의 오나라는 “점을 맹신하고 속이 여린 여자 역할”이라며 “모든 배우가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님이 갑자기 연습실에 물이 들어차는 꿈을 꿨다고 한다. 길몽이라고 생각한다”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행덕 연출은 “운명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해 스스로가 개척한다는 주제를 가졌다”며 “연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은 11월 25일부터 2010년 2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보살님이 오늘의 행운색은 노란색이라 그랬어요! 맹신비(오나라) 당신 일기예보는 꽝이야! 오묘한(정상훈) 취직 좀 하게 부적 써주세요 오늘도 일기예보가 틀렸거든요. 할부로 계산해서인가? 외계인을 만나야만 해 당신이 왜 여기 있는거야! 맹신비(박민정), 오묘한(정상훈) 이 남자 참 좋다. 훈남 고민수(성두섭) 우리 어떻게 되는 거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11.25 / 조회 9,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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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습격사건> 해프닝으로 포장한 한바탕 웃음
맛깔 나는 OST, 볼 맛 나는 캐릭터, 빵빵 터지는 코미디, 주유소라는 제한적 공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1998년 작)은 무비컬 전성시대를 예견한 듯 음악, 스토리, 무대 등 뮤지컬 삼박자를 야무지게 갖춘 원작으로 평가됐고, 10년이 지난 후 뮤지컬로 돌아왔다. “그냥, 한 번 털어볼까?” 강산은 변했지만, 뮤지컬 속 꼴통들은 10년 전 꼴통들과 똑같은 말을 내뱉으며 똑같은 꼴통짓을 시작한다. 얘네들 왜 이러는거야?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부터 없었다. 다만, 복층 무대를 둘러싼 4면의 스크린에서 뿜어지는 흔들리는 도시 영상이 4인방의 불안한 내면이 사건의 시작이라는 대답을 한다. 강한 비트의 록음악으로 시작하는 무대는 동시다발적이다. 한 명이 뛰면 두 명이 뛰고, 두 명은 쫓고 쫓기는 싸움을 벌이며 관객석과 무대 위를 헤집고 다닌다. 관객 속으로 뛰어든 배우는 관객에게 ‘실제상황’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50여명 정도 되는 해프닝석에 앉은 관객들은 무대상황으로 풍덩 빠져든다. 빼인트(이신성)의 카메라에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주유소 사장(한성식)의 물음에 답하기도 한다. 해프닝석과 무대의 장벽은 허물었지만, 그 뒤에 앉은 관객들은 해프닝석의 시야에 막혀 요리조리 고개를 피해야 한다. 무대와 관객석, 그 보다 먼 어딘가에 동떨어진 기분을 들게하며 관객들을 뻘쭘하게 하는 순간도 있다. 4명의 꼴통들은 뒤집어진 권력관계를 만들며 무자비한 공권력에 달콤한 복수를 해준다. 2009년에 필요한 풍자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노마크 (최재웅), 딴따라 (이율), 무대포 (문종원), 빼인트 (이신성)가 의 F4로 불린다지만, 진정한 구준표는 멀티맨 이었다. 사방을 뛰어다니며 열연한 멀티맨과, 쫄깃한 욕설을 거부감 없이 보여준 주유소 사장, 홍일점인 거칠녀(김영옥)의 엽기적인 취중연기는 참으로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주역 4인방은, 오프닝과 엔딩 넘버를 제외하고 솔로 넘버 한 곡씩을 부른다. 각각의 솔로무대에도 계속 무대 위에 서있는 주역들이지만, 2층과 1층으로 흩어져 움직이는 그들은 무대 위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토리 보다 캐릭터 자체로 흥했던 영화처럼, 배우들의 비중보다는 각 캐릭터들의 한 방의 활약으로 꼴통의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노마크(최재웅)는 툭툭 던지는 말투와 움직임을 통해 영화 속 이성재보다 더 까칠하게, 무식한 시니컬함을 보여준다. 빼인트(이신성)의 쉼 없는 카메라 셔터, 완성에 집착하는 그림 그리기, 무대포의 거침없음 까지 고집 있는 캐릭터의 재미는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손무현이 진두지휘 한 넘버는 관객들을 들썩이게 한다. 영화 OST를 포함한 귀에 익숙한 넘버들은 사소한 사건을 거대한 해프닝으로 만들며 흥을 돋군다. 영상을 이용한 전개는 작품의 고향인 영화를 충분히 존중했고 (배우들의 연습장면이 담긴 엔딩 크레딧 까지), 복층 무대를 이용한 동시다발적 사건 전개는 연극의 맛을 살렸다. 의 영상이 극의 전개를 보조하는 도우미였다면, 에서의 영상은 현재 일어나는 사건을 무대와 동시에 펼쳐내는 주인공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와 동시에 쏟아지는 메시지들을 다 잡아낼 수 없었다. 영상을 봐야 하는 건지, 배우를 봐야 하는지 난감한 순간들이 드문드문 스쳐간다. 하지만 관객들의 이런 정신 없음을 만들어낸 의도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창작뮤지컬의 겸손한 자세답게 에는 많은 장치들이 있다. 쉽게 가지 않고 무대와 영화의 장점을 뽑아내려 한 의 시도는 무비컬이라는 장르의 편의에 빠져, 손대지 않고 코를 풀어보려는 기존의 몇몇 작품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충분히 즐겼다, 배우가 된 기분이었다는 관객후기가 줄을 잇는 것 보면 ‘해프닝 뮤지컬’ 이라는 본연의 몫은 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냥’ 한 번 즐겨보자.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4.25 / 조회 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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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습격사건> 최재웅
“심심한데 주유소나 털까?”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다 문득 내뱉은 말이 발단이 되어, 소위 꼴통 4인방이 진짜로 주유소를 점거하며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 을 무대로 옮긴 동명의 창작 뮤지컬이 초연을 앞두고 있다.뮤지컬 이후 1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최재웅은 이 작품에서 전직 야구선수답게 늘 야구공을 가지고 다니는 꼴통 4인방의 리더로 등장한다. 2003년 데뷔 이후 등으로 쌓아 올린 연기 내공으로 그는 이제 뮤지컬 관객에게 탄탄한 신뢰를 주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해에는 으로 영화에도 출연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 묵묵히, 뚝심있게 무대를 장악해가는 배우 최재웅을 만난다.인터뷰 사진을 찍으면서 쑥스러워 하더라. 쑥스럽다. 다른 매체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굉장히 많이 찍어서야 겨우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낙천적인 성격인데, 낯을 가리는 편이다. 친한 사람한테는 까불지만(웃음). 뮤지컬 이후 1년간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다. 그 동안 너무 달린 것 같아서 좀 쉬었다. 그간 영화를 찍지 않았나. 이란 영화를 찍었다. 아주 쪼금 나온다(웃음). 이번 작품은 김달중 연출과 다시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다. 을 함께 했고 은 네 번째 작품이다. 김달중 연출과 최재웅은 계원예고 연극과 선생님과 학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친하지만 배울 게 너무 많아서 여전히 무서워 하며 존경한다”라며 여전히 제자로서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최재웅이 뮤지컬 배우로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간 작품 역시 김달중 연출의 였다. 로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 계기가 됐다.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이었으니까. 지금이야 그 작품이 유명해졌지만…난 주로 그런 걸 많이 했다. 남들이 보기에 될까? 하는 작품들. 이란 작품도 손드하임 작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었고 도 그랬다. 사실 우리 나라 뮤지컬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면 다른 장르를 찾기 어렵지 않나. 로맨틱 코미디가 나쁜 건 아니지만 다양성에 있어 많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실험적인 작품들이 유독 최재웅씨에게 몰린 것인가. 사실 변명일지 모른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도 시작 전에는 다 우려하니까. 하지만 이왕이면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시즌 2였으면 안 했을지 모른다. 배우의 자존심인가. 배우의 자존심? 그런 건 전혀 없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면 새로운 걸 도전하겠단 것이다. 그런데 선택할 거리가 없다면 하겠지.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으로 데뷔했다. 왜 뮤지컬이었나. 그냥 뮤지컬이 좋았다. 우리 학교에만 유독 뮤지컬 관련 수업이 하나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워낙 뮤지컬을 많이 보고 좋아했었는데 대학에선 그러지 못하니까 더 그리워졌다. 뮤지컬의 어떤 점에 매료됐었나. 매료, 그런 건 아니다. 솔직히 남들처럼 난 죽어도 뮤지컬을 할거야, 이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 뮤지컬, 영화를 많이 봤는데, 세 개 중 뮤지컬이 가장 재미있어서 관심을 조금 더 가졌다. 예고에 다닐 때 뮤지컬을 많이 봤고 그 당시 봤던 건 다 기억이 날 정도다. 데뷔 이후 꾸준하게 작품을 해왔다. 배우로서 어떤 그림을 그리며 작품에 임하나. 난 먼 미래의 꿈을 펼치고 상상하는 타입은 아니다. 마흔 넘어서의 최재웅은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다. 멀리 계획하는 스타일도 아닌 눈 앞에 닥치는 걸 집중하는 편이다. 오늘 공연, 내일 공연을 잘 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노래나 연기를 엄청나게 잘 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고 싶어도 못하는 배우들이 많다. 30대에 들어서 다른 목표가 생겼다면. 20대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배우로서 무대에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생긴다. 이번 을 보고 관객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건? 다양한 해프닝에서 관객들이 가져갈 만큼 가져가시면 된다. 내 역할에서는..글쎄. 어떤 분들은 연기, 어떤 분들은 노래, 어떤 분들은 캐릭터에서 뭔가를 가져가실 수 있겠지만, 바라는 건 없다. 그저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낯선 이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는 넉살도 없고, 배우로서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 하지도 못하지만 늘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길 주저 하지 않는 그다. 뮤지컬에 매료됐다기 보단, 다른 장르보다 더 재미있어서 시작했다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진가는 사실 강렬한 눈빛을 뿜어내는 무대 위에서 확인할 수 밖에 없을지 모른다.연습 시간이 임박해 인터뷰는 마무리 해야 했다. 말을 잘 못한 것 같다며 미안해 했지만, 담담하고 꾸밈없는 말 속에 예리하고 뚜렷한 배우의 뚝심이 은연 중 나타난다. 서둘러 무대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무대를 지킬 배우의 모습이 보인 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3.09 / 조회 23,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