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상실의 시대, 마음을 채워갈 수 있는 공연" 판타지 사극 뮤지컬 ‘금악’ 개막
조선시대 궁중음악과 무용을 관장했던 ‘장악원’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사극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8일 경기아트 대극장에서 개막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원일)의 창작뮤지컬 ‘금악:禁樂’이다. 개막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작품의 주요 장면에서는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두루 버무린 음악과 금지된 악보를 뜻하는 ‘금악’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이목을 끌었다.
뮤지컬 ‘금악’은 지난해 경기도립국악단에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하며 ‘시나위’ 정신을 담은 한국적 오케스트라를 선언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이다. 경기도무용단과 경기필하모닉, 경기도극단의 단원들도 참여해 힘을 더했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음악감독을 역임한 원일 예술감독이 작품을 진두지휘하고, '니진스키'의 김정민 작가가 대본을 썼다. 음악은 원일 감독을 비롯해 '니진스키'의 성찬경 작곡가와 창극 '패왕별희'의 손다혜 작곡가, 국악과 재즈 등에서 활동 중인 한웅원 음악감독 등 4명이 함께 만들었고, 조인호 안무가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백시원 조명디자이너, 최인숙 의상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했다.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성율 역 유주혜와 고은영, 이영 역 조풍래와 황건하, 갈 역 추다혜와 윤진웅, 홍석해 역 남경주, 김조순 역 한범희, 임새 역 조수황, 금선 역 함영선 등 전 출연진이 약 한시간 가량 주요 장면을 선보였다.
극은 주인공 성율의 어린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통일신라부터 전해져 온 금단의 악보 ‘금악’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 속에서 성율의 부모는 목숨을 잃고, 성율은 자신을 거두어준 홍석해에게 소리와 운율을 배우며 자란다.
세상 모든 소리를 이해하는 천부의 재능을 타고난 성율은 어른이 되어 ‘나만의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고 여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장악원에 들어가고, ‘금악’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갈’이라는 존재를 만난다. 성율이 신비롭고 음험한 존재 ‘갈’과 이어가는 소통, 그리고 ‘금악’을 해독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세도가 김조순과 세자 이영의 대립, 성율의 죽마고우 임새 등의 이야기가 얽혀 펼쳐진다.
상실감 딛고 자기 안의 욕망 마주하는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
"마음 채워가는 공연 될 것"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일 예술감독은 "우리가 궁중장악원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에 효명 세자(극중 이영)의 시대 장악원의 모습은 어땠을까에서 시작해 이 시대 다양한 음악을 녹여내고자 했다"고 공연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주인공인 천재 성율과 '갈'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작곡가라면 곡을 쓰면서 누군가가 (선율을) 불러주는 것 같은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또 일반 사람들도 자기 안의 어떤 목소리나 욕망, 혹은 괴물의 존재를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를 음악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금악'의 무대는 넓지만 구성은 간소한 편이다. 이에 대해 "많은 예산을 쓰긴 했지만, 보통의 상업 블록버스터처럼 (예산이) 충분치는 않아서 초기부터 양식적인 무대를 기획했다. 각 장면의 조명, 소리에 따라 배우들의 움직임과 공간이 바뀌면서 지적 자극과 상상력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원일 감독은 "이런 (코로나) 시기에 우리 모두는 뭔가를 상실하고 있다. 성율은 두 날개를 모두 꺾이고 오직 소리에 의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무언가를 잃었던 자가 어떻게 다시 우뚝 서게 되는지 보시면 관객들도 마음을 채워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극에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극중 가사에 실제 효명 세자가 쓴 시를 녹여낸 김정민 작가는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져 책과 논문을 많이 봤다. 또 주인공(성율)의 심정으로 써야 하는 가사가 많아서 영감을 받기 위해 많은 소리와 음악을 들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고, 손다혜 작곡가는 “작곡가가 4명인데 특별히 튀는 음악이 없다. 그만큼 오랜 시간 협업을 통해 음악적 아이디어를 모았고, 한 명의 작곡가가 쓴 듯한 통일감을 유지하되 곡별 특색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소감을 밝혔다. 성율 역 유주혜는 "성율의 분량이 많아 보시는 분들이 피로하지 않도록 에너지 분배에도 신경을 썼고, 판타지 사극이다 보니 성율이 보고 듣고 믿는 것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전했고, 같은 역할의 고은영은 연습 과정을 돌아보며 "대본과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 순간을 잘 살아내고 잘 들으면 새롭게 찾아지는 감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예악의 완성을 통해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한 세자 이영 역의 조풍래는 "실존하는 인물을 현대에 구현해야 해서 관객 분들이 어색함 없이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 의상, 말투, 행동, 움직임을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고, JTBC '팬텀싱어3' 준우승팀 라비던스 소속으로 '금악'을 통해 뮤지컬에 처음 데뷔하는 이영 역 황건하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 중학생 때부터 꿈꿔온 자리인 만큼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소중해 잘 누려보려고 한다"는 다짐을 밝혔다.
금지된 음악 자체이자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라나는 존재 '갈'은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추다혜와 윤진웅이 연기한다. 추다혜는 갈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람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말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손짓, 발짓, 표정 등 외적인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아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전했고, 윤진웅 역시 "욕망에 의해 태어났고 갈증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사람과 다른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성율에게 소리와 운율을 알려주는 홍석해는 뮤지컬계 대표 배우 남경주가 맡았다. "타인에 대한 희생정신이 강한 홍석해를 연기하며 부모님과 스승님 세대를 많이 생각했다"는 남경주는 "기성세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세대가 오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기성세대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서 새로운 세대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홍석해가 성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최선을 다해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며 작품이 가진 또 다른 감동 지점을 짚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제공
☞ 뮤지컬 ‘금악’ 예매 ☜
2021.08.20 / 조회 5,807
-
원일 "전통음악의 변신, 동시대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
2018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으로 축제 진두지휘
대금연주자 이아람 음악감독 영입 '시너지 기대'
"남산서 도시락 먹으며 즐기는 '여우락' 꿈꿔"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여우락 페스티벌’의 원일 예술감독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은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화와 예술감독 제도 도입 덕분”이라며 “남산을 무대로 하는 명실상부한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민요 록 밴드 씽씽은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한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가 먼저 주목한 국악 록 밴드 잠비나이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출연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선보인 영상쇼 ‘하나의 봄’에 깜짝 등장해 국악과 대중음악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다.전통 음악의 새로운 변화다. 그런데 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주목한 무대가 있다. 국립극장의 ‘여우락(樂) 페스티벌’이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실험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꾸미는 국립극장의 음악 페스티벌이다. 2010년 일종의 이벤트성 축제로 시작한 행사가 이제 여름이면 빠트릴 수 없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믿을 수 있고 새롭고 신명나는 축제9회째를 맞는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7월 6~2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달오름극장)은 지난해에 이어 피리·타악 연주자이자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원일이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꾸준히 ‘여우락 페스티벌’에 참여해온 그는 올해 ‘우리 음악의 완벽한 삼박자-신(信)·신(新)·신명(神明)’을 주제로 다시 한 번 흥겨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원 예술감독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찍 축제를 준비했다”며 “국립극장 리모델링 공사로 공연장이 두 군데 줄어들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라인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지난해 15개보다 다소 줄어든 총 11개. 원 예술감독은 “올해는 신진 팀보다 바람곶,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처럼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초청했다”고 덧붙였다.음악감독도 새로 영입했다. 대금 연주자로 음악그룹 나무 대표이자 블랙스트링 멤버로 활동 중인 이아람이 음악감독을 맡는다. 국립극장은 두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 예술감독은 “이 음악감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하는 젊고 감각적인 인물”이라며 “경험도 풍부한데다 나와도 쿵짝이 잘 맞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올해는 지난해 개막 공연을 계기로 팀을 결성한 굿 앙상블 장단 DNA와 시각디자이너 안상수가 함께하는 ‘홀림’으로 막을 연다. 최근 앨범 ‘모던민요’를 발표한 에스닉 퓨전 그룹 두번째달과 소리꾼 송소희의 ‘팔도유람’, 명창 안숙선이 1994년 연강홀에서 가진 전설적인 공연을 재현하는 ‘안숙선의 지음’, 보컬리스트 젠슈·드러머 사이먼 바커·대금 연주자 차승민이 함께하는 ‘아홉 개의 문’ 등이 펼쳐진다. 잠비나이의 단독 공연, 킹스턴 루디스카와 연희컴퍼니 유희의 콜래보레이션 무대도 만날 수 있다.원 예술감독은 연주가로도 축제에 참여한다. 장단 DNA의 멤버이자 바람곶의 멤버로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을 빛낼 예정이다. 그는 “젠슈·사이먼 바커·차승민의 ‘아홉 개의 문’이나 이 음악감독이 실력파 연주자들과 함께 꾸미는 ‘애프터 산조’ 등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2018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유희스카(킹스턴 루디스카, 연희컴퍼니 유희)의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전통음악 부족한 홍보, ‘여우락’ 힘 되길”‘여우락 페스티벌’이 생명력을 갖고 9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시도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전통음악 아티스트들의 덕분이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이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선보임으로써 전통음악의 실험과 도전을 응원해왔다. 지난해 콜래보레이션 무대를 가졌던 레게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소리꾼 김율희는 성공적인 공연에 힘입어 팀을 이뤄 앨범 작업까지 하는 크고 작은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원 예술감독은 전통음악에서 다양한 실험과 변신이 이뤄지고 있는 원동력을 “동시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이라는 교육 시스템 안에 있다면 아무래도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서양음악과 달리 레퍼토리가 풍부하지 않은 국악 특성상 자연스럽게 창작을 하는 풍토가 존재하다 보니 이처럼 다양한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길은 쉽지 않다. 홍보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 예술감독은 “예전에는 아티스트의 능력과 예술성만 있으면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알릴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그런 점에서 원 예술감독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앞으로 더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우리음악 축제가 되길 바란다. 국립극장이 있는 남산 전체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도심 페스티벌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는 “남산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여우락 페스티벌’을 즐긴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음악가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원 예술감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음악도 아날로그와 전자적인 요소가 함께 만나는 변화가 일고 있다”며 “전통음악의 음향과 전자음악의 음향이 한데 어우러지는 ‘사운드 아트’로 일종의 설치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원일 예술감독은 “최근 빔 벤던스 감독의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에서 사진작가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세상의 구원을 찾기 위해 갈라파고스를 가는 장면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올 가을에는 갈라파고스를 가보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웃었다(사진=국립극장).▶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6.12 / 조회 2,288
-
신내린 듯, 전설이 된 안숙선의 '지음'…'여우樂'서 부활
2018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7월 개막
안숙선 명창의 '지음' 공연 24년 만에 재연
잠비나이·송소희·킹스턴 루디스카 등 출연
"'여우락'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 들려줄 것"명창 안숙선이 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 제작발표회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신이 내린 줄 알았다.”안숙선 명창은 1994년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에서 ‘안숙선 지음’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가졌다. ‘소리를 아는 참된 벗’이라는 뜻의 지음(知音)에서 알 수 있듯 당대 최고의 명인들이 함께한 흔치 않은 무대였다. 대금 서용석, 아쟁 윤윤석, 장고·북 김청만, 거문고 김무길, 가야금 안옥선이 출연한 이 공연은 신이 내린 듯한 연주로 국악계에 한 획을 새겼다. 공연실황을 담은 음반 ‘안숙선의 지음’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악 전공자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그 전설의 무대가 24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2018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안숙선의 지음’(7월 13·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통해서다. 당시 안숙선 명창과 함께 공연한 김청만·김무길·안옥선 명인이 함께 해 의미를 더한다. 여기에 대금 원장현, 아쟁 김일구·이태백, 해금 김성아와 국립창극단원 유수정·정미정이 가세해 전설이 된 무대를 재연할 예정이다.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숙선 명창은 “우리 음악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만든 모임이 ‘지음’이었다”며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음악 하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소리를 만들지만 생각하며 무대에 집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이번 공연에서는 공연실황 음반에 수록된 ‘구음 시나위’ ‘춘향가 중 이별가’ ‘육자배기’ ‘가야금 병창’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30년 넘게 쌓아온 대가들의 음악적 교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 우리 음악의 정수를 선보일 무대다. 안숙선 명창은 “‘여우락 페스티벌’ 덕분에 ‘지음’을 다시 공연하게 돼 무척 다행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페스티벌’ 제작발표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여우락 페스티벌’은 국립극장이 2010년 시작한 우리 음악 페스티벌이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의 줄임말로 동시대의 감각을 담은 전통음악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실험을 하는 음악가와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국립극장의 대표적인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올해는 ‘우리 음악의 완벽한 삼박자’라는 주제 아래 ‘신(信)’ ‘신(新)’ ‘신명(神明)나다’ 3개의 키워드로 17일간 11개의 공연을 펼친다. 전통을 이어오는 명인들의 믿고 보는 무대 ‘신(信)’에서는 ‘안숙선의 지음’ 외에도 지난해 ‘여우락 페스티벌’로 결성한 장단DNA와 디자이너 안상수의 ‘홀림’,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과 사운드스케이프 김창훈의 ‘카르마 DMZ’, 바람곶의 ‘바리시나위’를 만날 수 있다.우리 음악의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는 ‘신(新)’에서는 올해 음악감독을 맡은 이아람과 실력파 솔리스트들이 함께 꾸미는 ‘애프터 산조’, 국악 록 밴드 잠비나이의 ‘정형과 비정형’, 작곡가 김택수와 지휘자 최수열의 ‘소리길 비긴즈’, 젠슈·사이먼 바커·차승민 등 국경을 뛰어넘은 연주가들이 선보이는 ‘아홉 개의 문’을 공연한다. 흥겨운 무대로 꾸밀 ‘신명(神明)나다’는 두번째달과 송소희의 ‘팔도유람’, 킹스턴 루디스카와 연희컴퍼니 유희의 ‘유희스카’,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의 ‘먼 아리랑’ 등이 준비 중이다.지난해에 이어 예술감독을 맡은 국악 작곡가 겸 연주자 원일은 “이제는 아티스트들도 ‘여우락 페스티벌’에 출연하게 되면 이 축제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여우락 페스티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음악, ‘여우락 페스티벌’이기에 가능한 고유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안숙선 명창은 “‘여우락 페스티벌’은 평소 전통음악을 하면서 조금 무겁다고 생각한 부분을 가볍게 대중에게 전해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즐거움이 있었다”며 “우리 음악의 엑기스를 잘 담아 새롭게 만든다면 더 멋있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오는 7월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에서 열린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6.01 / 조회 2,307
-
연극 ‘오이디푸스’,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시 컴백!
고전의 강력한 존재감을 확인시켰던 (재)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최근 공연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전극의 편견을 깼다. 또한, 깊이 있는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이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무대에 올랐다. 11월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작품이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연출가 한태숙의 연출력과 ‘이상직, 박정자, 정동환’ 등 원로 연극인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완성된 작품은 많은 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이번 공연은 그동안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온 ‘오이디푸스’의 이미지를 벗는다. 작품은 영웅 ‘오이디푸스’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오이디푸스’를 부각해 현대적 인물해석과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현재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 질병과 사건?사고, 정치적 모순 등을 담았다. 작품은 그리스 비극에 현대를 비춰 동시적인 문제점을 짚어낸다.이번 공연은 무대와 음악, 오브제, 안무가 조화를 이룬 총체 연극을 만날 수 있다. 무대는 칠판 위에 그려진 대형 회화, 칠판이 박힌 검은 철봉 등 극적인 무대 장치가 마련됐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경사무대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표현했다. ‘김창기’는 불안하고 혼란한 도시 테베를 표현하기 위해 어둠과 빛의 조화를 살렸다. 안무는 ‘이경은’이 맡아 춤으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준다. 음악은 ‘원일’이 맡아 오이디푸스가 품은 비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종합예술 연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연극 ‘오이디푸스’는 11월 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7 / 조회 10,997
-
<오이디푸스> 이 정통한 비극성에 숨이 막힌다.
무대는 비틀어져 있고, 세트는 위태롭게 서 있다. 물체와 그림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극장 안에 들어서면 고요 속에 날카로운 기운이 아슬하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나선 국립극단의 창단작, 연극 는 2,500년 전 소포클래스가 쓴 그리스 비극이다. 신탁에 두려워하던 아비가 아들을 버리고, 버려진 아들은 훗날 아비를 죽인 후 제 어미와 결혼해 살을 섞어 자식을 낳는다.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인간사다. 고전 비극은 세상의 이치를 처절하게 비춰내는 우리 인간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은 인류와 사회가 멸망하지 않는 한 결코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습성은 달라지지만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 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 작품이 현대에 설득력을 잃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역사가 주는 무게에 지레 짓눌려 익지 않은 감상에 허우적거리거나, 섣부른 현대의 메스로 촘촘한 작품의 조직을 잘게 해체해 놓을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태숙 연출, 국립극단의 는 실로 오랜만에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짙게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무대 안은 온통 안정을 잃은 것들 뿐이다. 사방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세운 뒤틀린 무대는 단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가져 시선을 불편하게 한다. 거대한 한쪽 벽면 굳게 솟은 수 십 개의 봉들에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매달리고 또 나가 떨어진다. 결코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관찰하기도 한다. 는 대단히 충실하고 철저히 비극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가 더욱 뛰어난 건, 탄탄한 기본으로 작품의 핵을 통찰해, 설득력 있는 신선한 방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불안해 한다. 신탁, 아내의 위로, 신하의 첨언 모두에 흔들린다. 그간 왕의 신분으로 자신감에 오만이 더해져, 추락이 더없이 아득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번민에 휩싸인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비극적인 운명 속 자신의 한계를 비로소 깨달았을 때 그는 더욱 울부짖고야 만다. 이영란은 벽면을 타고 오르며 묵직한 분필을 깨 가며 백성들을 그려낸다. 공연 시작에서 끝까지 그들은 그려지고 지워지며 울음을 게워 낸다. 안무와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이경은이 온몸을 떨며 벽면을 따라 추락하며 솟은 봉들에 부딪힐 때마다 오이디푸스를 지배하고, 테베 시민을 지배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일 듯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비극성에 소름이 돋는다. 비어서 더욱 큰 울림과 찌름으로 무대 가득 파장을 낳는 음악도 빼 놓을 수 없다. 배우가 구사하는 정확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상직을 비롯,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완벽한 딕션을 구사하는 배우들과 마주하니 귀가 맑고 깨끗해진다. 열을 대신하는 하나의 오브제, 수 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하나의 움직임은 빈 무대를 더욱 가득 채운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촘촘한 밀도로, 고전은 이렇게 현대에 살아 더 먼 미래로 나아갈 힘을 가지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1.02.07 / 조회 12,147
-
<오이디푸스> 한 치 앞도 모르고 달리는 잔인한 운명이여
지난해 손진책 예술감독이 취임한 (재)국립극단의 첫 레퍼토리 작품, 가 1월 2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무대에선 등으로 절제와 폭발력이 공존하는 무대를 선보여온 한태숙 연출을 필두로 배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연극 배우들이 모여 고전신화의 새로운 해석을 펼쳐낸다. 이번 연극은 영웅성과 초인성에서 벗어나, 야망과 오만으로 운명에 저항하다 파멸을 맞는 '보통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성공과 실패,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맞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차갑게 세워진 벽만이 무대에 세워져 차가운 절제를 표현, 파멸하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표현한다.연극 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고통 신음하는 백성들 오이디푸스(이상직), 정동환(크레온) "태양신에게 세상이 도탄에 빠진 이유를 물었나이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박정자) "우물을 보시오. 저주의 원인이 보일 것이오" "예언은 믿지 마세요" 아내 요카스타(서이숙) 불길한 예감 파멸로 치닫는 운명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1.20 / 조회 9,377
-
비극적 운명 앞에 놓인 평범한 <오이디푸스>가 온다
재단법인으로 탄생한 국립극단이 운명의 장난 앞에 놓인 인간 를 창단작으로 선택했다. 2500년 전에 쓰여진 소포클레스의 비극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과 함께 기구한 운명에 휩싸인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햄릿과 더불어 서구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일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립극단 상임연출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오이디푸스를 평범한 보편적인 남자로 보는 것과 그간 남자가 맡아왔던 티레시아스 역을 여자가 맡는 것이 이제까지의 오이디푸스와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오이디푸스 역 _ 이상직‘평범한 외모’로 오이디푸스 역에 발탁된 이상직은 그간 크고 작은 연극 무대에서 선 굵고 깊은 모습을 선보인 연기파 배우. “자주 가는 시장의 죽집 아주머니도 내가 배우라는 걸 믿지 못한다”며 웃는 그는 “인간 본연의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 손잡아 주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예언자 티레시아스 역은 박정자가 맡았으며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요카스타 역엔 서이숙이, 요카스타의 오빠 크레온 역엔 정동환이 나선다. 박정자, 정동환, 서이숙(왼쪽부터)이번 공연은 ‘보고 있다’는 3자적 시선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 회화, 조각 등 시청각적 모티브를 활용한 행위예술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오브제 연출과 출연을 함께 맡은 이영란은 공연 전부터 무대 한편에 비스듬히 세워진 8미터 높이의 벽에 분필로 군중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공연 과정에서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림을 통해 무대만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영란의 설명이다. 한태숙 연출과 이영란레퍼토리 시스템 운영을 선언한 (재)국립극단은 를 시작으로 올해 오은희 작, 이병훈 연출의 , 독일 연출가가 나설 , 배삼식 작, 김동현 연출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손진책 예술감독은 레퍼토리 시스템을 위한 상설 극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앞으로 국내 대본의 외국어 작업과 신작 개발, 지역 등에 찾아가는 공연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국립극단의 신작 는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프리뷰 기간인 18, 19일은 전석 1만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1.07 / 조회 11,854
-
[리뷰Factory.35] 욕망의 집요한 발현, 연극 ‘레이디 맥베스’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오브제 눅눅하고 음침하며 불길한 어느 여성의 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그곳은 실재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다. 낮은 없다. 여인의 불면증으로 인해 밤도 찾아오지 않는다. 혼란의 공간이다. 그녀의 손에 묻은 검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 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분열을 가속화한다. 이제는 불안하고 초조한 여인의 눈동자, 그도 한때는 날카로운 광기로 번득였다. 가부장적 권위를 전복시키는 강한 남성성으로 고정화된 자연법칙을 깨뜨리기도 했다. 모든 욕망 뒤에 남은 것은 추한 기억과 잡히지 않는 공포로 말라 뒤틀려가는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이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주변화 된 레이디 맥베스를 극의 주체로 확대시킨다. 이 작품은 전의가 맥베스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병을 고치기 위해 기억을 끌어내며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사이 그녀의 범죄행위가 밝혀진다. 죄의 재현을 통해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행위와 직면하게 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시선은 확실과 불확실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다. 일상적 삶의 궤도를 이탈한 그녀는 환각의 세계에서 방황한다. 한 덩어리나 정신은 파편화돼 있다. 이 혼돈은 앙상블로 인해 극대화된다. 레이디 맥베스를 제외한 극의 인물들은 모두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마녀와 시종, 왕과 전의 등 어조와 행동을 달리하며 혼란을 준다. 이는 레이디 맥베스의 분열, 일탈과 맞물리며 극을 광란으로 이끈다. 이들은 타인인 동시에 레이디 맥베스의 내적 자아다. ‘내가 본 것은 존재라는가’라는 질문은 그들이 결국 레이디 맥베스의 보이지 않는 내면임을 확인시킨다. 여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존재하지 않는 환영으로 판단, 그녀의 죄의식이 빚어낸 악몽임을 증명한다. 형상화된 욕망은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이른바 감각의 전율을 선사한다. 물체극 창시자 이영란은 밀가루와 찰흙으로 연극성과 미술성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다. 생생하게 살아 퍼덕이는 이 오브제는 강한 운동력으로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아가 그녀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인체의 뼈대와 심장, 피의 은유로서 단순하나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끝까지 함께하는 원일의 타악 연주와 구음 역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는 배우들의 기형적 언어와 더불어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몽환적 제의에 참여하게끔 유도된다.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을, 그 내면을 목격 동시에 체험한다.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것은 연극과 오브제의 중심에 서 있는, 빙의된 듯한 배우들의 연기다. 수수한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음흉하며 잔인한 여자가 되길 마지않은 서주희는 낮고도 지적인 목소리로 살인의 섬뜩함을 전한다. 쾌감과 고통, 집요한 시선과 행동으로 무대 전체를 압도하며 그곳이 자신의 내면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 맥베스를 아이처럼 대하며 어르고 달래 자신의 욕망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머니이자 우주이며 실제 조종자로 왕 맥베스 위에 군림한다. 궁중전의 역을 맡은 정동환은 비일상적인 언어와 어조로 극의 환상성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한바탕 놀이가 끝날 즈음, 자신이 레이디 맥베스의 양심임을 고백한다. 이 회오리 같은 놀이가 끝나고 나서야 배우 서주희는 무대에서 퇴장한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고 꿈은 또 다른 인생. 한 여인의 마지막 삶을 애도하는 구슬픈 목소리가 관객을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4 / 조회 17,140
-
<레이디 맥베스> 오는 6월, 10회 공연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물체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의 표현 양식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 극단 물리의 연극 가 오는 6월 무대에 오른다. 1998년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우수공연베스트 5 등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00년, 2002년, 2008년 공연을 거듭하면서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그의 부인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작품은, 권력욕으로 남편을 부추겨 던컨 왕을 살해한 레이디 맥베스가 이후 심각한 몽유 증세를 통해 자신의 죄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공연에는 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서주희와 정동환이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와 궁정전의 역으로 다시 서며, 물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영란이 오브제 시종 역을, 작곡가이자 연주자 원일이 음악 시종, 댄스시어터 까두의 대표인 안무가이자 무용가 박호빈이 움직임 시종으로 분할 예정이다. 2010년 싱가폴 아트페스티벌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5월 29일과 30일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는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0회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5.10 / 조회 18,263
-
공연 무대에 서는 민족 영웅 안중근, 이순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족의 영웅 안중근과 이순신이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 무대에 선다. 안중근 의사는 지난 해 순국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집중을 받은 바 있고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위인 중 한 사람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던졌다는 것인데 작품은 모두 장엄한 업적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포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독과 외로움까지도 모두 그들의 몫이었던 진짜 안중근과 이순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오는 22일과 28일 그 베일이 벗겨진다.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은 ‘남한산성’의 김의경 작가,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들며 다양한 기량을 선보인 표재순 연출, 그리고 제이에스 극단(JS Theatre)이 만나 완성시켰다. 자신의 철학과 삶의 의지를 완성시키며 당당히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안중근 의사는 생전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동양평화론’은 각 민족은 반드시 독립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은 동시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웃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형 언도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집필 의지를 보였던 ‘동양평화론’은 지금 시대에도 탁월하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그의 사상은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민족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딛고 세계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가르쳐 준다. 안중근 역에는 KBS 대조영, 해신에서 활약한 이석우가,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 역에는 49년 연기생활을 해온 배우 정혜선이 각각 열연한다. 또한 기정수, 원근희, 임홍식 등 중견연기자들이 함께해 민족에 대한 소중함과 우리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고취시키고자 한다. 오는 22일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이순신’은 연희단거리패가 3년 동안 준비해 탄생했다. 남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지난 2009년 ‘이순신-임진왜란편’에 이은 ‘이순신-종합편’으로 완성됐다. 이 작품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기도 한 오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시연을 보인 후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공식초청공연, 거제 옥포대첩기념제전 개막축하공연, 부산박물관 특별공연, 마산315아트센터 공연 등 전국 순회가 예정돼있다. 극본과 연출은 ‘화성에서 꿈꾸다’, ‘원전유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이윤택이 맡았고, 드라마 음악 작곡, 전투음악과 구음 작곡에는 각각 강상구와 원일이 호흡을 맞췄다. 트러스트 무용단의 김운규 예술감독이 안무로 참여했다. 지난해 작품이 공연된 이후 각종 언론에선 “이 작품은 단순히 ‘영웅’ 이순신이나 ‘인간’ 이순신을 담고 있지 않다. 전쟁의 고통, 삶, 자유, 인간, 생명의 노래가 흐른다”, “뮤지컬 ‘이순신’은 국악과 양악의 만남으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등의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순신에 민영기, 이순신 어머니 역에 김소희,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 이승헌이 출연한다.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6 / 조회 24,290
-
창작뮤지컬 ‘이순신’ 3년 만에 완성!
2008년부터 경상남도와 연희단거리패가 남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지속해온 뮤지컬 ‘이순신’이 3년차를 맞는 2010년 ‘이순신-종합편’으로 최종 완성됐다. 2009년 충무아트홀 ‘이순신-임진왜란편’ 공연으로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탄생을 예고했던 ‘이순신’이 종합편으로 완성돼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 관객들 앞에 시연을 보인다. 공연 당일은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일이기도 하다. 종합편으로 완성된 뮤지컬 ‘이순신’은 서울 공연에 이어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공식초청공연, 거제 옥포대첩기념제전 개막축하공연, 부산박물관 특별공연, 마산315아트센터 공연 등 전국 순회가 예정돼있다. 극본과 연출은 ‘화성에서 꿈꾸다’, ‘원전유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이윤택이 맡았고, 드라마 음악 작곡, 전투음악과 구음 작곡에는 각각 강상구와 원일이 호흡을 맞췄다. 트러스트 무용단의 김운규 예술감독이 안무로 참여했다. 지난해 작품이 공연된 이후 각종 언론에선 “이 작품은 단순히 ‘영웅’ 이순신이나 ‘인간’ 이순신을 담고 있지 않다. 전쟁의 고통, 삶, 자유, 인간, 생명의 노래가 흐른다”, “뮤지컬 ‘이순신’은 국악과 양악의 만남으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등의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순신에 민영기, 이순신 어머니 역에 김소희,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 이승헌이 출연한다. 뮤지컬 ‘이순신’은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31 / 조회 21,494
-
한 명의 영웅에게서 탄생한 다양한 해석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순신을 알고 있다. 거북선의 창시자요, 전쟁 영웅인 이순신. 그는 한국인의 가슴 속에 명예로운 이름 석 자로 남은 우리들의 위대한 ‘장군님’이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작품이 연달아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와 ‘이순신’이 그것. 그러나 이 두 작품 모두는 우리가 생각하던 이순신과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다. 19세기의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순신 역시 여러 창작자들의 참신한 ‘해석’으로 인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 이순신에 대한 코믹적 고찰이 돋보이는 ‘영웅을 기다리며’는 밝혀지지 않은 이순신의 내면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욕설도 서슴지 않는 등 구체적인 픽션을 가미해 그를 코미디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한편 뮤지컬 ‘이순신’은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사람 냄새나는 영웅의 모습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웅을 기다리며 - 이순신에게 과연 무슨 일이?1996년 5월 초연 이후, 10년간 끊임없이 공연된 국민연극 ‘라이어’를 제작한 파파프로덕션이 새 뮤지컬을 내놓았다. 그 이름 하여 ‘영웅을 기다리며’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난중일기’에 기록되지 않은 3일 동안 이순신 장군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픽션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소재의 신선함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 받은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창작팩토리 우수작품 제작지원’ 최우수작에 선정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유쾌한 상상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유쾌한 할인 이벤트 역시 풍성하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보는 관객들은 티켓가격의 30%를 할인 받을 수 있고, 집에서 고구마를 가져오기만 해도 할인율이 20%다. 이밖에도 그 이름도 종류도 다양한 할인 상품들이 많다. 따라서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연인뿐 아니라 우울한 솔로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다. 이순신 - 인간적 면모 부각된 역사 영웅오는 4월 17일 막이 오르는 ‘이순신’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 이은 이윤택 연출?배우 민영기의 두 번째 결합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해 시연회를 통해 이미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확인했고 2009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도 꼽히고 있다. 뮤지컬 ‘이순신’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역사 영웅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쟁 영웅, 거북선 창시자로서의 이순신뿐 아니라 한 명의 아들이자 아버지였던, 인간적인 이순신이 새롭게 조명될 예정이다. 50여명의 출연진과 대형 거북선, 판옥선, 왜선 세키부네 3척이 무대를 누비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눈요기다. 창작역사뮤지컬 ‘이순신’은 4월 17일부터 5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17 / 조회 24,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