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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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lashback.24] 당신이 기억하는 진실은 무엇입니까, 연극 ‘퍼즐’
모든 경계가 모호하다. 과거와 현실 사이의 벽은 무너지고, 기억과 진실 사이는 황량하다. 긴급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지옥문 앞에서 살아온 남자 ‘사이먼’. 그가 기억하는 시간은 트랙터 사고로 세인트 주드 병원에 실려 온 2000년이다. 하지만 의사는 그가 독극물 때문에 병원으로 실려 왔으며, 지금이 2002년이라고 말한다. 그가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질서한 기억을 헤매는 동안, ‘형의 죽음’이라는 또 다른 진실의 장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소거된 그의 기억,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관객,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다연극 ‘퍼즐’은 마이클 쿠니의 ‘포인트 오브 데스’가 원작이다. 영화 ‘아이덴티티’로 잘 알려진 마이클 쿠니는 사람의 이상 심리 상태나 최면, 환생 등 초자연 현상을 통해 긴밀한 스릴러를 선보여 왔다. 연극 ‘퍼즐’은 마이클 쿠니의 가장 큰 장기인 ‘무너진 경계의 혼효’가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2013년 한국 무대에 오른 연극 ‘퍼즐’은 아시아 초연이다. 작품은 현실과 과거의 몽롱한 경계를 통해 주인공 사이먼의 사라진 2년을 찾는 과정을 담는다. 연극 ‘퍼즐’은 ‘우먼 인 블랙’(2012), ‘공포의 대저택’(1961) 등에서 드러나는 영국식 공포와 스릴러가 짙은 작품이다. 연출가 이현규는 한국 관객에게 이질적인 영국식 공포에서 비켜나 조금 더 대중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다.이야기는 주인공 ‘사이먼’이 기억을 잃은 채 병원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난 2년간의 기억을 잃은 ‘사이먼’은 혼란스러워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내 ‘안나’, 형의 여자였던 ‘클레어’가 등장해 그의 기억을 헝클기 시작한다. 중반부를 지나면 ‘사이먼’의 기억은 빛의 산란처럼 사방으로 재방출된다. 진실의 파편들은 기억인지 상상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주변은 ‘정신 착란’ 즘으로 치부하며 그의 혼란을 박해한다. 무너진 경계 위로 폐허처럼 드러난 이슥한 과거는 자꾸만 분산되고, 그 길에서 무너지는 ‘사이먼’의 절규는 스릴러의 서슬한 힘줄을 돋워낸다. 작품은 ‘사망시점’을 의미하는 원제를 ‘퍼즐’로 바꿨다. ‘퍼즐’의 상징성을 입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적’ 성격과 상징적 의미가 더욱 단단해졌다. 작품 곳곳에는 이 무대 자체가 하나의 ‘퍼즐’임을 암시하는 대사가 속속 등장한다. 예로, “퍼즐 같은 거예요. 맞추면 됩니다”라는 식이다. 여기에 청각적, 시각적, 공간적 단서들이 작품 곳곳에 산재해 있다. 관객은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은 단서를 따라 천천히 진실을 향해 움직인다. 숨겨진 단서는 관객을 객체가 아닌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주제로 만든다. 관객은 수많은 단서와 기억의 편린 사이에서 스스로 ‘사이먼’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연극 ‘퍼즐’이 여타 스릴러물과 다른 점은 결말은 있지만 결론은 없다는 점이다. 작품은 분명히 나름대로의 결말을 맺고 있다. 그 결말은 꽤 선명하다. 하지만 결말은 앞선 사건들을 관객들이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으로 귀납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연극 ‘퍼즐’은 관객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는 셈이다.몰입에는 배우의 영향력도 매우 크다.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만큼 배우가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작품의 긴장감도 무딘 칼날처럼 뭉툭해진다. ‘사이먼’ 역을 맡은 홍우진은 진실을 찾아가는 ‘사이먼’을 극사실주의적인 연기로 풀어냈다. 그는 ‘여기가 어디죠?’라고 묻는 첫 대사부터 ‘사이먼’의 불안과 긴장을 담아 관객을 극 속으로 부지불식간에 흡입시켰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연극열전
2013.10.15 / 조회 9,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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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진·강성 주연 연극 <퍼즐>, 9월 초연
영화 '아이덴티티'의 작가 마이클 쿠니(Michael Cooney)가 쓴 희곡 이 오는 9월 국내 첫 무대에 오른다. 의 원제는 '포인트 오브 데스(Point of Death)'로, 2003년 '아이 인사이드(The I Inside)'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며, 충격적인 반전이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의 홍우진과 의 강성이 주인공 사이먼을 맡았다. 사이먼은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려내던 중 형의 죽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사이먼을 진단하는 의사 모리스는 의 원종환과 의 전병욱이, 남자 간호사 트레비스는 의 박기덕과 의 윤석현이 번갈아 맡는다. 이 밖에 연극 의 정보름이 미스테리한 여인 클레어를, 의 박민정이 사이먼의 아내 안나를, 의 김은주가 여자 간호사를 각각 연기할 예정이다. 연극 은 오는 9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 대학로 해피 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연극열전 제공
2013.08.14 / 조회 19,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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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눈동자를 사랑한 고독한 환자들, 연극 ‘드레싱’
연극 ‘드레싱’은 2008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에서 우수작으로 당선된 작품을 극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0년 ‘리얼러브’라는 제목으로 공연돼 매력적인 운율의 대사와 짜임새 있는 극 구성으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파파프로덕션은 ‘리얼러브’의 극적 완성도를 보강해 연극 ‘드레싱’을 새롭게 무대에 올렸다. 연극 ‘드레싱’은 상처만 주는 인간관계에 지쳐 끝내 관계 맺기를 포기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리콘과 유리로 만들어진 단백질 인형 ‘리얼돌’이 두 남녀에게 배달된다. 두 남녀는 리얼돌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게 된다. “연극 ‘드레싱’의 두 남녀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연극 ‘드레싱’은 연극 ‘달고나’, ‘라이어’, ‘미스터마우스’ 등 굵직한 히트작으로 넓은 팬층을 확보한 연출가 이현규가 연출을 맡았다. ‘라이어’의 홍석덕과 ‘나쁜자석’의 강기영, ‘레인맨’의 정보름이 출연한다. 만 1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쓸쓸한 당신의 어깨를 어루만지다 초점 없는 눈빛, 감정 없는 얼굴 위에 주홍빛 볼 터치가 선명하다. 반쯤 벌린 입에 귀를 대어보아도 숨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말랑한 입술, 매끈한 피부는 손끝에 닿으면 차갑다. 메마른 표정을 가리려는 듯 색색의 천은 그녀를 휘감고, 가슴에선 보랏빛 꽃이 피어난다. 그녀는 단백질 인형이다. 산산이 조각난 가슴을 드레싱 하는 인형이다. 어떤 말로 상처 주지도, 상대를 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곁에서 묵묵히 들어주고, 우윳빛 살결은 나만을 만진다. 혼자만의 공간은 그가 아닌 누군가로 영롱하게 채워지고, 그는 가슴 속 따스함을 그녀에게 풀어낸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나는 듯 사뿐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만 영원히 곁에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사랑은 오로라처럼 남자의 주위를 내려앉고 환상 속에서 그는 꿈을 꾼다. 인형의 단백질이 녹아 물이 되며 그는 환상에서 깨어난다. 현실은 차가운 유리조각이 되어 그의 몸을 파고든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4.18 / 조회 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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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들은 미친 사람일까, 연극 ‘드레싱’
누군가에게 헌신적으로 애정을 쏟아 부어 본 일이 있는가. 한쪽만 주는 사랑은 균형이 비틀어져 깨지기 쉽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의 경험이 없이 서툰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이다. 서툴기에 풋풋했고, 풋풋했기에 아련하다. 시행착오를 통해 관계를 이해하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면 우리는 결혼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른다. 현대인들은 더 쉽게 상처받는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정’과 같은 다른 관계가 필요하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만큼 깊은 관계는 쉽지 않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굳어 흉터로 남고, 흉터를 감추고자 마음의 벽을 쌓는다. 외로움을 쌓고 고독을 쌓아 점점 자기 속으로 숨는다.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 상처를 쓰다듬다 연극 ‘드레싱’은 관계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극도로 마음의 벽을 쌓은 두 남녀의 내면을 사회자가 의사 가운을 입고 나타나 찰 지게 설명한다. 바텐더가 되어 술 한 잔 따라주며 둘을 위로하기도 하고, 감정의 극에 치달은 남녀를 뜯어말리기도 한다. 작은 찰과상이라도 입을까 온몸을 웅크리며 사는 관객에게 사회자의 등장은 관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는 ‘내가 네 인생의 사회자가 돼 줄게’라고 속삭인다. 자신도 모르는 나의 내면을 청량하게 설명해 줄 내 인생의 사회자는 없을까.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외로움이 아니다.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함께 자고 싶은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그린다. 고독한 남녀는 단백질 인형 ‘리얼돌’에게 사랑을 요구한다. 인형에게서 받은 육체적인 애정은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 달라’는 병적인 집착으로 망울진다.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그들은 ‘병적’이다. 사회자는 이들을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그들은 미쳤을까. ‘정신병’인지 아닌지의 기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 이론적인 문장을 하나 두고 ‘그렇다’, ‘좀 더 그렇다’로 점수를 매긴다. 많은 문장이 모여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점수가 탄생한다. 과연 그들은 미친 걸까. 최근 SNS에서 떠다니는 영상 중 애완동물을 키우는 중년 남녀들의 인터뷰가 있었다. 밤늦게 술을 먹고 들어가도 항상 엉덩이 박차고 현관까지 나와 반겨주는 이는 강아지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자식보다 아내보다 나은 것이 애완동물이란 주장이다. 단백질 인형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것과 다른 맥락이라 할 수 있는가. 고독과 상처를 더욱 붉게 물들이는 ‘無’의 무대 연극 ‘드레싱’이 보여주는 고독과 상처, 그리고 본능적인 욕망은 ‘無’의 무대에서 오롯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대장치도, 소품도, 색깔도 없다. 무대, 배경, 의상, 신발, 단 하나 등장하는 작은 소품 하나까지 모두 희다. 심지어 배우의 메이크업조차 없다. 그래서 관객은 배우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고, 그들의 진한 내면연기에 눈길을 내리꽂는다. 이를 인도해주는 것은 사회자의 몫이다. 연극 ‘드레싱’의 무대는 배우의 힘이 강렬했다. 작품에서 배우는 어떤 무대에서보다 자신의 속 깊은 곳까지 까발려야 한다. 마임을 하듯 물을 마시고, 채팅하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인형을 상대로 사랑을 나눈다. 배우는 등장인물 남녀와 인형의 1인 2역을 한다. 상대배우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순식간에 감정이 없는 인형이 돼야 한다. 인형과 사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순간, 관객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외로움과 상처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유는 ‘리얼돌’이라는 소재 때문이다. ‘리얼돌’은 감정도, 표현도 없다. 남녀와 인형 사이에는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통되지 않는 ‘無’의 관계에서 혼자 울고 웃고 소리 지르고 애무한다. 그래서 남녀의 아픔은 더 선명하고, 공허함은 팽창한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무대 주변 사방의 거울은 공허함을 무한히 팽창시킨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4.08 / 조회 9,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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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소재로 인간의 외로움 그린 힐링 연극 ‘드레싱’
연극 ‘드레싱’은 2008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에서 우수작으로 당선된 작품을 극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극 ‘라이어’, ‘우먼인블랙’의 파파프로덕션이 제작한다. 이 작품은 2010년 ‘리얼러브’라는 제목으로 공연되며 매력적인 운율의 대사와 짜임새 있는 극 구성으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파파프로덕션은 ‘리얼러브’의 극적 완성도를 보강해 연극 ‘드레싱’을 새롭게 무대에 올린다. 연극 ‘드레싱’은 상처만 주는 인간관계에 지쳐 끝내 관계 맺기를 포기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남녀에게 실리콘과 유리로 만들어진 단백질 인형 ‘리얼돌’이 배달되고, 두 남녀는 리얼돌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게 된다. “두 남녀의 이야기는 곧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극을 보는 관객은 깊이 몰입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연극 ‘드레싱’은 연극 ‘달고나’, ‘라이어’, ‘미스터마우스’ 등 굵직한 히트작으로 넓은 팬층을 확보한 연출가 이현규가 연출을 맡았다. ‘라이어’의 홍석덕과 ‘나쁜자석’의 강기영, ‘레인맨’의 정보름이 연기한다. 만 18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25 / 조회 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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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 미리보기] 빛과 어둠으로 그리는 ‘나’의 공간, 연극 ‘드레싱’
득과 실을 계산하는 인간관계에 지쳐있는가. 친구를 만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 한구석은 뻥하니 뚫려있다. 연애도 스펙을 따져야 하는 ‘평가주의’ 세상은 외면하고만 싶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연극 ‘드레싱’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그린다. 주인공들은 그들에게 점수 매기려 하는 사람들보다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인형과 함께한다. 관계가 깊지 않기에 감정소모도 없다. 작품은 마음 한편에 고독을 안고 사는 관객들에게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어루만진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 줄 연극 ‘드레싱’은 어떤 작품일까.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우수작 수상작 연극 ‘드레싱’은 2008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공모 우수작 수상작 연극 ‘리얼러브’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연극 ‘리얼러브’는 매력적인 운율의 대사,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09년 ‘파파프로덕션 스테이지워크샵(시범공연)’에서 공연 관계자와 마니아 관객들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연극 ‘리얼러브’는 2010년 초연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연극 ‘드레싱’은 2010년 연극 ‘리얼러브’를 연출한 파파프로덕션의 대표 이현규가 연출을 맡았다. 빛과 어둠의 대비만으로 상상을 자극하는 무대 연출 연극 ‘드레싱’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조명의 빛과 무대의 어둠이 대립하며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작품은 오로지 빛과 공간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그린다. 연극 ‘드레싱’은 단순한 연출로 관객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선사한다. 연극의 참 묘미인 공간의 예술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연극은 빛과 어둠을 이용해 집 앞 골목길, 카페 등의 공간을 구분해 인물들의 고독과 고립을 표현한다. 남자와 여자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빛의 공간에 갇혀버린다. 인간의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하는 힐링연극 ‘드레싱’ 흔히 위무 용품이라고 불리는 ‘리얼돌’이 연극에 등장한다. 이 인형은 여성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 작품의 ‘리얼돌’은 인간관계에 지쳐 자신만의 방으로 숨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소재다. ‘리얼돌’은 주인공 남자 씨와 여자 씨가 원하는 최적의 상대다. 자존심을 죽이고 상대에게 맞출 필요도 없다. ‘리얼돌’은 항상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존재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리얼돌’이 주인공의 삶을 바꾸려 들지도 않고, 토닥여 안아주지도 않는다. 관계가 깊어질 위험이 없다. 이 이야기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리얼돌’을 사랑한다고 믿는 주인공들은 깊은 외로움을 수면으로 끌어 올려 이야기한다. 이들이 사랑하는 ‘리얼돌’은 어떤 모습일까.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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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신을 위한 개념찬 멘탈케어 시스템, 연극 ‘닥터 이라부’ 연출 이종훈
정신과의사 이라부,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려면 냄새나고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아야 한다. 한 칸씩 아래로 향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의구심이 든다. 대체 왜 이런 곳에 신경 정신과가 존재하는가. 도착한 곳에서 만난 의사 이라부를 만나면 한 번 더 놀란다. 모든 상식을 깨부수고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극중 이라부에 대해 연출 이종훈은 말한다. “책속에 있는 이라부의 모습이 느껴지셨나요? 이라부 역에 ‘구도균’이란 배우가 꼭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하얀 하마, 백돼지에 딱 어울리죠 하하.” 연극 ‘닥터 이라부’는 유명한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그만큼 연출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하다. “원작에 대한 부담이 있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매우 재미있었거든요. 책에서 글로 읽었을 때 상상하면서 살아나는 재미있는 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을 살리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작은 공간에서 세트전환을 하고, 움직이며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배우들이 고생했습니다. 배우들이 극을 많이 살렸습니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지난 2007년 초연부터 개성 있는 캐릭터와 한국 실정에 맞는 각색으로 큰 사랑을 받은 코믹극이다. 이종훈 연출은 ‘닥터 이라부’의 초연 연출은 아니다. 원작을 읽고, ‘이라부 이양반, 참 재밌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해서 꼭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스트레스를 떠안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이 강박증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말라는 충고와 큰 웃음을 담아 마음의 해방도 안겨준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말 못할 강박증을 앓고 산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그런 모든 이에게 작은 치료제다. 연출 이종훈은 “저도 고3때쯤 약간의 강박증 비슷한게 있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선들을 못밟았습니다. 밟으면 큰일이 나는거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항상 피해다녔습니다. 나중에는 금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게 됐습니다”며 농담을 던지듯 웃었다. ‘버라이어티 메디컬쇼’를 표방한 연극 ‘닥터 이라부’는 뮤지컬이니 연극이니 하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연출 이종훈은 연극 ‘닥터 이라부’가 단순한 연극이 아닌 다함께 즐기는 쇼가 되길 바랬다. “이 작품은 세 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때문에 에피소드 별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제가 어떤 연출관을 더해서 하기보다 그 메시지를 최대한 잘 전달하자는 것이 주 목표였습니다. 극의 전환 등이 다른 공연들이랑 다릅니다. 색다른 쇼의 개념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쇼에 충실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그러나 애드리브 같은 쇼맨십은 다 약속된 것들이다. 검증되고 합의된 것만을 거쳐 보여준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이 작품 속에서 그는 단연 카리스마 절정인 간호사 ‘마유미’를 최고로 꼽았다. “모든 캐릭터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유미’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원래는 마유미가 펑크정신으로 무장된 간호사입니다. 펑크에 대한 정의를 아세요? 일반인들은 잘 모릅니다. 단순히 대중적으로 봤을때 ‘락!’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원작 그대로 가지고 오기 보다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다 보니 ‘락!’ 이런 쪽으로 갔습니다. 락커처럼. 그런데 요즘 ‘이라부’가 물이 올라서 치고 오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하” 연출 이종훈이란 이름보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연출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연출을 잘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잘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나쁜 자석’이나 작년 연말에 했던 연극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 같은 경우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연출플랜을 제출해 경합을 벌인 뒤 제가 하게 됐습니다. ‘닥터 이라부’ 같은 경우는 경쟁 없이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잘 될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잘됐으면 하고, 잘 만들고 싶은 작품입니다” 연출 이종훈은 관객들이 ‘닥터 이라부’를 보고 이 공연은 이런 공연이었구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겠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는 아주 이상한 병에 걸린 특이한 케이스의 직업을 가진 사람 조폭 강철근, 여성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자뻑증상을 가진 여자 이혜리, 마인드 컨트롤 하며 ‘참자, 참자’ 하고 살아가는 억눌린 샐러리맨 김선남이 등장합니다. 모두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을 보며 나도 남들처럼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연인끼리 와서 웃으며 스킨쉽을 하며 친해지는 효과가 있고, 어르신들도 오셔서 ‘젊은 친구들이 하는 연극인데도 재밌다’고 느끼면 그것이 그에게는 연출하는 의미이자 행복이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은 이라부의 정신과 환자가 되어 웃고 운다. 그러면서 모두는 치유 당한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감동의 치료제이자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따듯한 손이다. 글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9.27 / 조회 7,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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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형제로 만난 김성기, 김영민
날씨와 야구, 심지어 두꺼운 전화번호책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천재이자 자폐아 레이몬드, 형 못지 않게 타인과의 소통이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냉정한 주식트레이너 동생 찰리. 까칠한 이들이 만나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연극 이 대학로 한 켠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임원희, 이종혁의 바통을 이어받아 형제로 분한 김성기와 김영민은 초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소극장 안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뮤지컬 속에서 코믹 연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을 배우 김성기의 자폐연기는 웃음기와 노래를 걷어낸 첫 무대이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기 생활 20년만에 첫 연극 도전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크다. "무척 떨렸으나 지금은 행복합니다"“일부로 뮤지컬만 고집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진짜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배님들이나 연극 무대에 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덧 제가 여기 서게 됐네요.” 그는 “이렇게 대사가 많은 줄을 모르고 출연했다”며 웃는다. “막연히 스텝들에게 원주율을 외워야 한다고만 들었어요. 전 대본을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지 않거든요. 그거야 쉽겠다 이랬는데…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웃음). 약속을 했으니까 어떻게 합니까…해내야죠. 연습 동안엔 긴장을 해서 하루 4시간 이상을 못잤어요” 첫 연극 무대이지만 어마어마한 대사량이 우선 그를 압박했다. 끝도 없는 원주율과 전화번호, 각종 도표를 머리 속 책을 읽는 듯 줄줄 읊어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 까”라는 궁금증에서부터 ‘레이몬드’를 익혀나갔다. “무척 떨렸어요. 임원희, 이종혁씨의 무대를 세 번 봤는데,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떨리더군요. 제가 아이큐가 안 좋거든요(웃음). 그런데 그걸 다 외웠다는 게 대견스럽기도 해요. 동료 배우들에겐 자꾸 반복시켜서 미안했지만. 특히 영민이에게 미안해요. 그래도 계속 반복 했어요. 지금은 정말 기분 좋고, 꿈꾸는 것 같고 그래요.” 노래와 웃음을 뺀 그의 연기, 스스로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했다."초반에는 무척 (노래에)의지하고 싶었고..(웃음). 없으니까 허전했었어요. 그런데 회가 거듭할수록 노래는 없지만 마음으로 노래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결국 음표만 빠졌지 난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그들의 교감, 객석까지 등으로 타고난 배우라는 평을 받는 김영민은 냉철한 주식트레이너와 변신했다. 냉철하지만 내면은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지닌 캐릭터를 그만의 아우라로 녹여내고 있다. 언뜻 레이몬드만 대사의 압박이 있어 보이지만, 찰리 역시 보통 연극에 비해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혼자만의 독백이 많은 레이몬드라면, 찰리는 끊임없이 연인과 형에게 불만이나 상황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이 베테랑 배우 역시 무대에 오르기 전 쉬지 않고 대사를 읊조린다. 그는 작은 소극장안에서 관객과의 교감이 느껴질 때가 뿌듯하다. “찰리와 레이몬드가 왜 변해 가는가를 눈 여겨 보시면 좋을 거에요. 객석과 소통이 있을 때 감동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 눈치 빠른 관객들은 공연 중반부터 울먹이고 계시더군요.” 초연 무대를 보고 감동을 받은데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는 “형님이 힘드셨을 텐데 전혀 티를 안내고 오히려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며 웃어 보인다. 레이몬드와 찰리, 두 캐릭터 모두 대사가 방대해 자잘한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땐 진지한 무대이기에 웃음을 참는 게 쉽지 않다고. 특히 자폐 연기를 해야 하는 김성기는 조마조마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긴 대사를 하다 ‘수잔나’를 ‘수잔나 박사’라고 한 적도 있어요. 배우들은 알기 때문에 표정들이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 보이더라고요(웃음). 수잔나가 ‘로스앤젤레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를 ‘로스레제렐…’로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웃음)”“ 배우들을 긴장케 하는 또 하나 장면은 형제의 ‘축구씬’이다. 레이몬드와 찰리가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리로 주고 받는 이 장면은 ‘성공할 때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뿐 아니라 관객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곤 한다. 지난 초연에선 15분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김성기는 “영민씨가 공을 잘 차서 무리 없이 넘어가곤 하지만, 너무 일찍 성공해 버리면 싱겁다”고. 김영민은 “공 10번 주고 받기를 한번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공연을 2주 남짓 남겨두고 이들의 호흡은 한층 안정적이고 탄탄해졌다. 자기 속에 갇힌 레이몬드와 상처 많은 찰리의 교감은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객석에 전해진다. 그들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비슷하고도 달랐다.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저에 대한 글을 봤어요. 등 제가 출연한 작품을 거의 보셨더군요. ‘김성기라는 배우는 크게 변하지 않지만 그 안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저를 평했는데 전 뭔가 변하지 않는 배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요즘은 을 통해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김성기) “은 장마철에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에요. 좀 우울한 면도 있고, 감동도 있거든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같이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김영민)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16 / 조회 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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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김성기, 임원희 바통 이어 자폐연기
이 6월 연장 공연에 돌입하며, 임원희, 이종혁에 이어 김성기, 김영민이 각각‘레이몬드’와 ‘찰리'로 호흡을 맞춘다.
연극 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유산을 목적으로 고향으로 간 교만한 주식 트레이너 찰리와 자폐증이 있는 그의 형 레이몬드가 형제애를 찾아가는 이야기. 1988년 개봉해 더스틴 호프만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 한 작품이다.
지난 4월 국내에서 초연한 이번 작품에는 배우 임원희가 자폐이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레이몬드로 열연, 화제를 모았다. 6월 연장공연부터는 뮤지컬계의 연기파 배우 김성기가 임원희의 바통을 이어 받을 예정.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20년 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깎아 주목 받고 있다.
김성기와 호흡을 맞추며 찰리 역을 맡은 배우는 연극계의 블루칩 김영민. 지난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천하일색 박정금’ 등 드라마와 ‘경축! 우리사랑’ 등 영화에서 활약한 그가 올해 도전한 첫 연극무대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이기적이었으나 형으로 인해 가족간의 정을 깨닫는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다.
연극 은 6월 30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글 :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5.19 / 조회 26,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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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잊거나 잃었던 무언가를 찾아가는 두사람
한 때 멋진 실적을 올리고 큰 돈을 손에 쥐며 ‘잘 나갔던’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찰리는 지금 파산 직전이다. 애인과의 여행 중에도 한 시도 컴퓨터를 놓지 못하던 그에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소식 보다 유산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이제 퇴물이 되어버린 자동차 한 대와 장미 정원 뿐. 문명의 이기가 충만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보다 영민한 머리로 살아가고 있는 찰리에게 이것이 성에 찰 리 없다. 여기에 그가 짐작 하고 있는 상당한 액수의 돈이 유일한 자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갔다는 말이 더해지니, 그는 ‘다른 누군가’와 그와 얽혀있을 ‘사건’이 궁금할 수 밖에. 연극 은 인물이 이미 알고 있거나, 또는 모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가는 여정이다. 공연 시작부터 찰리와 그의 연인 수잔나는 휴가 여행 중이었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시간 찾지 않았던 ‘집으로’ 가며, 그곳에서 존재를 모르던 친형 레이몬드를 만나 또 다시 길고 긴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물리적인 여행 뿐만이 아니다. 찰리는 고향으로 향하고, 또, 현재 살고 있는 도시로 돌아오며 오해로 얼룩졌던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다.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외우지만 대중들의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외된 천재 형 레이몬드는 여전히 사랑하는 동생의 손을 다시 잡는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는 동생과, 정해진 식사, 정해진 잠자리를 단번에 바꿀 결심을 하는 형의 모습에서 관객 역시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야 만다. 연극 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폐증 형과 세상에 영리한 동생의 뜨거운 우애의 감동 스토리는 여전하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소극장 무대 쓰임에는 제법 경제적이나, 작품의 여정이나 로드 무비의 느낌을 싣고자 했다면, 회전 무대는 그리 효과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무대의 거친 회전음은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고, 암전 사이 회전을 마친 빈 무대에 조명으로 포커스를 주는 것은 여전히 이해 되지 않는다. 장면 사이를 채워주는 비틀즈의 곡들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매우 어울리지만, 긴장과 위기로 고조된 몇몇 장면 후에 너무나 경쾌한 기타 소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꺼이 이 작품을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으로 이야기 하는 중요한 까닭은 배우 임원희가 있기 때문이다. 형 레이몬드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임원희는 작품 속 인물처럼 실로 놀랍고 정확하게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한다.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지고 뜨거운 가슴으로 동생을 배려하는 ‘레이몬드’가 되어 생각하고 듣고 말하며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이 배우에게 갖는 믿음은 배가 된다.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살이에 영리한 동생, 찰리 역의 이종혁도 반갑다. 건조하고 날카롭게 쏘아대는 그의 말투는 곧 적응이 된다. “이번 작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둘 다 스스로에게 실망할 것”이라고 한 두 배우의 열정을 쉬이 알아차릴 수 있다. 뮤지컬 , 연극 에 이어 세 번째 작품으로 연출가의 길을 열고 있는 임철형은 ‘효과적’에 십분 다다르고 있진 않지만, 매 작품 마다 소재, 형식, 무대화 등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연극 에서 두 형제가 ‘둘이 같이 스무 번’ 공을 주고 받는 다던가, 귀엽게 자신을 자랑하는 형의 모습 등을 통해 작품 속으로 편안하게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재치가 빛이 난다. 그래서 이 작품의 내일 무대가, 연출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14 / 조회 9,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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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임원희, 이종혁 "헬로우, 마이 레인맨!"
영화 ‘레인맨’의 감동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레인맨’ 은 자기중심적인 찰리(톰 크루즈)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에게 상속된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형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느끼게 되는 가족애를 다룬 내용이다. 국내 초연되는 에는, 자폐증 환자 형 레이몬드역에 임원희가,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동생 찰리역에는 이종혁이 캐스팅됐다. 을 통해 동시에 6년 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한 이종혁과 임원희는 지난 24일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 “무대가 이렇게 떨린 곳인 줄 몰랐다” 고 입을 모았다. 임원희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진 인물이라, 대사가 많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며 “원주율표를 외워야 해서 중학교 1학년 때 이후로 접었던 수학책을 다시 펼쳤다”고 웃어 보였다. “6년 만에 서는 무대라 많이 떨리지만, 이 긴장감을 마지막 공연 날 까지 가지고 가겠다. 연기자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이 돼주는 고마운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혁은 “저 역시 6년 만에 서는 무대인데,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설레고 떨린다” 며 “요즘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대본을 보고, 다시 잠들면 일어나서 대본을 보는 걸 반복한다”고 말했다. 극 중, 두 사람의 공통점을 표현하는 표현방식 중 하나인 리프팅(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차는 것) 장면을 위해 매일 공차기 연습을 한다는 두 사람은 “공을 차다가 관객석으로 튀어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애드리브로 넘어가야 간다. 매일 다른 버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며 진한 감동 뿐 아니라 다양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를 통해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임철형은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임원희와 이종혁을 캐스팅하려고 물밑 작업을 했다” 고 밝히며 “서울예대 선배인 임원희는 대학 때부터 신비한 배우의 향기가 났었고, 동기였던 이종혁씨는 열정적으로 연기 하는 걸로 유명했다. 두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믿음이 갔다” 며 두 배우의 열연으로 200% 만족하는 작품이 나왔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예술대학 선후배 사이기도 두 배우와 연출가는 대학교 때부터 이어진 인연 때문에 최고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가족애, 형제애가 주제인 만큼 가슴 따뜻하게 웃고, 울고 나갈 수 있는 연극을 준비했다. 놓치지 말아 달라” 고 강조했다. 더스틴 호프만을 연기파 배우로 업그레이드 시킨 원동력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99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과 함께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조쉬하트넷이 연극 무대에서 열연했던 영국버전 은 연일 매진을 이루며 영국의 흥행 연극으로 선정되는 사례를 남기며 연극으로도 이미 그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임원희, 이종혁의 은 4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대학로 SM 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 죽지않아~ 냉철한 눈빛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찰리 (이종혁) 뭐든지 외운다 - 암기의 제왕, 레이몬드 (임원희)" 맙소사, 저 인간이 내 형이라고? ""저 둘은 왜 야밤에 씨름을 하는걸까?" 유산은 모두 제가 상속받아야 합니다! 찰리, 지금은 계산 중. 쉘~ 위 댄스?! 레이몬드와 수잔나의 댄스타임. 나 이 닦는다~ 히트예감, 레이몬드의 "자랑해도 될까?" 사랑해, 형아예측 불가! 매 공연 때 마다 달라지는 공차기 장면! 스무 번 성공 할 때까지 공차기는 계속된다! 쭈우욱-.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4.27 / 조회 1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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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영화 vs 연극, 명작 영화 ‘레인맨’ 무대 위로 다시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원작 깊이보기 : 영화 1988년 발표된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이듬해 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과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수상한 웰메이드 히트작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남아있는 명작. 특히 더스틴 호프만의 자폐증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기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80년대 전형적인 아메리칸 찰리를 연기한 탐크루즈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형 레이몬드 역의 더스틴 호프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사랑과 형제애, 가족애, 나아가 더 넓은 의미의 사랑과 삶을 느낄 수 있었다. ◎ 원작 뒷이야기 : 이제는 말할 수 있다영화 제작을 앞두고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캐스팅은 미리 결정된 상태였지만, 감독이 누가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미정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브레스트, 시드니 폴락이 차례로 지명됐지만 결국 메가폰을 잡은 것은 베리 레빈슨. 그러나 감독 결정 후 영화 ‘레인맨’에게 남겨진 제작기간은 불과 2개월 이었다고 한다. 결국 오늘날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영화 ‘레인맨’은 고작 2개월 만에 ‘급속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 제작기간과 작품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원작자와 안면트기 : 영화 베리 레빈슨 감독1942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출생했고 아버지는 카페트 세일즈맨이다. 워싱턴의 아메리카대학에서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7년이나 학교를 다녔다. 6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옥스퍼드 극장에서 연기 수업을 쌓은 뒤 텔레비전의 코미디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멜 브룩스와의 만남을 계기로 ‘사일런트 무비(76)’, ‘속 싸이코(78)’의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져스티스’와 ‘결혼하지 않는 커플(82)’은 부인인 발레리 커틴과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1982년에는 고향 볼티모어의 청춘 군상을 그린 반자전적 작품 ‘다이너’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 1988년에는 월남전 당시 미군 방송의 DJ 이야기를 그린 ‘굿모닝 베트남’과 ‘레인맨’을 만들었는데, ‘레인맨’은 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게 하는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베리 레빈슨의 최근 작품으로는 ‘꿀벌 대소동(07)’, ‘왓 저스트 해펀드?(08)’가 있다.◎ 연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연극 MGM사의 유명 영화 ‘레인맨’은 연극으로 각색돼 이미 영국과 일본 관객들에게 검증 받은 바 있는 수작이다. 영국에서는 유명 헐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과 연기파 배우 아담 고들리가 각각 동생과 형으로 열연한 바 있다. 일본 버전의 ‘레인맨’ 또한 일본 열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일본의 인기배우 키이나 시페이가 동생 ‘찰리 바비트’ 역을 맡아 많은 여성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것. 오는 4월 24일부터 한국에서 초연되는 연극 ‘레인맨’ 역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버전의 캐스팅은 형 역에 영화배우 임원희가, 동생 역에 배우 이종혁이 낙점됐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무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14 / 조회 27,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