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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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자들의 'SOS' 사회의 고통 꿰뚫다
극단 고래 신작 연극 '비명자들2'
비명자 통해 사회의 고통 이야기
"사회적 의제 거리감 두고 표현"
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많은 소식 중 중 뼈저린 아픔에 공명을 느낀 사건을 하나둘 모아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아픔이 왜 계속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출가 이해성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고래와 함께 신작 연극 ‘비명자들 2’(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존재가 돼버린 ‘비명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와 흡사한 비명자들을 통해 장르영화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진다. 비명은 고통의 은유다. 고통은 곧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다. 이 연출은 “고통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감이 하나씩 붙어 ‘비명자’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비명은 SOS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자신의 고통을 도와달라고 타인에게 알리는 비명을 통해 사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명자들은 죽음 직전 자신이 고통에 빠진 이유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학교폭력문제 등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지는 않는다. 이 연출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게 된다”면서 “미학적인 방법으로 고통과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음악의 활용이 눈에 띈다. 안무가 박이표가 배우들과 함께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며 몸짓을 만들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박석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성배 등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다. 남명렬·강애심·박완규 등 연륜 있는 배우들과 극단 고래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연출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았다. 광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2017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선보인다. 극단 고래는 지난해부터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출은 “상주예술단체로 한 해 적어도 2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작품에 보다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1년인데 기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안정적인 작품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에 ‘2’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이 3부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부작 중 2편이 먼저 무대화됐다. 이 연출이 극본을 직접 썼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편으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3부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현재 1편의 초고까지 나온 상태이며 3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자들 2’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연출은 “모든 이야기는 3편에서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고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맺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획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편과 3편을 올린 뒤 이를 묶어서 7시간의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비명자들 2’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7 / 조회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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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호텔 503호 '실존인물 피터 현 아들' 韓 찾는다
오는 14일 연극 ‘에어콘 없는 방’ 막 올라
23일 ‘관객과의 대화’서 주인공아들 참여
피터 현(1906~1993) 자기분열적 생 다뤄
1975년 단 하룻밤 방에 갇힌 광염소나타1948년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현순 가족사진(사진=돌베개ⓒ David Hyun).[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상하이·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의 아들이 한국을 찾는다.아버지 피터 현의 삶을 다룬 연극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연출 이성열)의 공연 참관 차 남산예술센터를 직접 방문한다. 오는 23일 오후 3시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대담에서 주인공의 아들인 더글라스 현은 고영범 극작가와 이성열 연출가, 조만수 드라마터그와 함께 피터 현의 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연극 ‘에어콘 없는 방’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오는 9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지난해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유신호텔 503호’가 바탕이다. 피터 현은 1919년 3·1 운동기 한국 독립운동을 상하이와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1880~1968)의 아들이다.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평양에서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1903~1956)의 동생이기도 하다.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더글라스 현은 “아버지의 생애와 그가 남긴 두 권의 자서전 ‘만세!’(1986)와 ‘신세계에서’(1991)가 연극 작업에 창조적인 영감을 준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담은 극중 배경인 1975년을 중심으로 피터 현의 생의 자취를 되짚어보며 한국 근현대의 격변에 대해 폭넓게 사유하는 자리다. 현재 미국서 활동중인 재미 극작가 고영범이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한 고 작가는 ‘이인실’, ‘방문’을 발표한 바 있다. 7년 간 미국에서 활동했던 연극 연출가 ‘피터 현’을 다루고 있는 것은 조국을 떠나 이민자로서 연극 작업을 해온 고 작가의 정체성과도 맞닿아있다. 연출은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가 맡았다. 2014년 ‘즐거운 복희’ 이후 3년 만에 남산예술센터로 돌아온 이성열은 1930년대 피터 현이 연출한 인형극 ‘황소 페르디난드’와 아동극 ‘비버들의 봉기’ 일부를 극중극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진은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이다.작품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하룻밤이 배경이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되어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해방 3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70살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 머물면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13 / 조회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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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유신호텔 503호…그곳에서 무슨 일이?
남산예술센터 신작 '에어콘 없는 방'
실존 인물 피터 현 이야기 연극으로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14일 개막연극 ‘에어콘 없는 방’ 포스터(사진=서울문화재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중국 상하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신작 ‘에어콘 없는 방’을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해 오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공연한다.2016년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은 1919년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의 아들이자 ‘한국판 마타하리’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의 동생 피터 현을 주인공으로 한다. 한국 근현대사가 경험한 파국이 낳은 다면적이고 경계적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룬다.작품 속 배경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하룻밤이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돼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고자 해방 이후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70세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어컨조차 없이 답답한 열기로 가득한 좁은 방에 갇힌 피터 현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 대한 사유를 전한다.극본을 집필한 고영범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미 극작가다.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해 ‘이인실’ ‘방문’ 등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했던 피터 현의 인형극 ‘황소 페르디난드’와 상영하지 못한 아동극 ‘비버들의 봉기’ 일부를 극중극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김옥란 연극평론가는 고 작가에 대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인 극작가로 데뷔했으나 오랫동안 훈련된 유연한 글쓰기와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현대사에 대한 예민한 촉수와 그것을 영상감각을 바탕으로 한 해체적인 장면과 날선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 ‘즐거운 복희’를 연출했던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가 연출한다. 연극 ‘만선’ ‘레드’ 등에 출연한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이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 청소년과 대학생은 1만8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관객참여 프로그램 ‘남산여담’의 일환으로 극장을 투어하는 ‘어바웃스테이지’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예매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06 / 조회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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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위안부·여배우 성상납 사건의 '아픔과 상처'
극단 고래 창단 작품 '빨간시'
폭력과 상처의 악순환 고민 담아
12월 6일 나루아트센터 개막
게릴라극장으로 공연 이어가연극 ‘빨간시’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과 몇 년 전 일어난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다루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극단 고래의 창단작 ‘빨간시’다. 성상납 논란으로 자살한 여배우 사건 이후 두문불출하던 유력 일간지 기자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위안부 할머니 대신 저승에 먼저 가면서 깨닫는 이야기로 사회의 폭력·욕망·침묵에 대해 다룬다.작품은 위안부 사건과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 사이에서 거대한 힘과 권력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여성의 모습을 바라본다. 역사 속에서 돌고 도는 폭력과 상처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마음을 담았다.제7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희곡상·작품상·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오는 12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광진구 자양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어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1.13 / 조회 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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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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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금기가 사라지는 순간을 그렸다” 연극 ‘사라지다’
연극 ‘사라지다’가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등장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의 성찰을 이끈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 연극 ‘사라지다’의 연출가 이해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하기 애매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하자면, 우리 삶의 단면을 통해 드러나는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사는 것이 뭔가. 여기는 어딘가’ 이에 더해 연극 ‘사라지다’는 경계와 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일반과 이반, 삶과 죽음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경계를 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금기에서 불행과 행복이 파생된다. 과연 그 경계와 금기가 온당한 것인가. 보편에 속하는 이들이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묻고 싶다. 무대에는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이혼녀 등의 ‘보편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등장해 서로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들이 진정한 ‘삶’과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연출가가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행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서로의 행복을 인정하고 바라봐 주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말하고 싶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바라고 지키다가는 서로 피폐해지고 불행해진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너의 행복을 내 것인 듯 바란다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정상’의 범주는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정상이 무엇인가’이다. 내가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정상이라는 것이 타당한가. 과연 그 경계를 구분 지을만한 기준이 있는가.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들인데 왜 한쪽은 정상이라 구분 짓고 다른 쪽을 차별하며 사회적 폭력을 행하는가. 이 모두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 여성에 대해 다룬 계기가 있나? 이 작품의 초고 작업을 2007년에 했다. 그 시기는 세상의 반쪽인 ‘여성’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시기였다. 전형적인 남성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가, 여성성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 사유의 범위가 인간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 연출할 때 주력한 점은? 가장 주력한 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지만 연극 ‘사라지다’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살아있었으면 했다.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도록 배우들과 많은 소통을 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작품의 주제가 어렵게 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배우들도 대사에서 드러나는 철학적 성찰에 쉽게 다가서진 못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들은 주제를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배우들이 완전히 받아들였기에 무대에서 어렵게 표현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교감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해 달라. 트렌스젠더인 말복이 신정에게 ‘왜 여자를 사랑하니?’라고 묻는다. 신정은 말복에게 ‘너는 왜 여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한다. 서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둘은 상대를 이해한다. 이 장면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벽을 허물어 소통과 교감을 이루는 순간이다. 나는 이 교감의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누군가와 진정 교감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은가. - “마음을 열고 만나고 싶다” 공연에 오셔서 마음을 열고 편하게 보시는 게 좋다. 재밌으면 웃고, 눈물도 흘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보다는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시선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함께 빌어주길 바란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1.09 / 조회 9,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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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경계의 모호함, 연극 ‘사라지다’
낡은 듯한 해묵은 종이 위에 빨간 입술 같기도 하고,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이 남겨져 있다. 몇 개의 글자만이 서성이는 빈 여백과, 낙엽 같은 입술을 머금은 종이의 낯빛이 쓸쓸해 보인다. 붉고 검은 자욱들이 어울려 농도 짙은 이음새로 만들어낸 ‘사라지다’라는 글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작품은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세상의 다양한 경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연극은 경계에 서 있는 다섯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오가는 트렌스젠더 말복,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신정,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서 있는 상강,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동지, 행복과 우울의 경계에 선 청명,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윤주까지 성격과 사연도 모두 다양하다. 포스터의 입술 같기도,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은 그 형상의 ‘모호함’으로 연극 ‘사라지다’의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 안에서 그 경계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경계들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서로 충돌하며 생기는 갈등 때문에 실제로는 모호한 것들이 많다. 작품은 세상이 ‘비정상적’이라고 불러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경계가 ‘낙엽과 입술 사이’에 선 문양처럼 모호한 것임을 보여준다.연출가 이해성은 “가장 쉽게 사유와 성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은 정서를 통한 감동이다. 어떤 이야기가 내 정서를 울릴 때, 그것이 가슴으로 툭 떨어지면서 깊이 있는 사유까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유는 머리에서만 맴돌다 끝이 난다. 정서를 통해 들어가야 오래 내 안에 머물게 된다. 연극 ‘사라지다’는 의도적으로 감상적인 코드, 감정의 흐름을 많이 넣었다. 연극계가 감성적인 이야기를 폄하하는 면이 있는데, 그 편견도 깨보고 싶었다. 정서를 동반하지 않은 철학보다 마음을 울리면서 이끌어내는 철학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질, 연극 ‘사라지다’연극 ‘사라지다’는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의 2012 시즌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 ‘고래’, ‘살’, ‘빨간 시’ 등의 이해성이 쓰고 연출한다. 이해성은 이번 공연을 통해 30대 중반 여성들의 성과 사랑, 아픔과 치유에 대해 담는다. 다섯 명의 여자가 펼치는 솔직한 수다 뒤로 진한 감동을 담는다.이번 공연은 50: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다섯 명의 여배우가 출연한다. ‘여자’ 역으로는 관록의 연기를 선보일 중견 배우 강애심이 함께한다. ‘동지’ 역은 황세원이, ‘신정’ 역은 박윤정이 맡는다. ‘청명’ 역은 우수정이, ‘상강’ 역은 김원정이 출연한다. ‘윤주’ 역으로는 황은후가 출연한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오르는 만큼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연극 ‘사라지다’는 중년의 트렌스젠더가 등장한다. 이 역은 연기 인생 35년 최초로 여장 연기에 도전하는 박용수가 함께한다. 박용수는 이번 공연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열연할 계획이다. 여자들의 수다에 들어서는 남자 역은 김동완이 출연한다.연극 ‘사라지다’는 12월 29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2.17 / 조회 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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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막장 인생에도 봄은 올까? 연극 ‘878미터의 봄’
‘제1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으로 선정된 ‘878미터의 봄’이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의 2012년 시즌 두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878미터의 봄’의 작가 한현주는 2011년 시작된 ‘벽산희곡상’의 첫 번째 수상작가이다. 2010년 ‘우릴 봤을까’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작품을 올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878미터의 봄’은 작가가 그간 보여주었던 내면적 성찰에서 비롯된 글쓰기에서 벗어나 ‘내’가 아닌 ‘사회’로 확장되는 시선의 변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류주연 연출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2007)’, ‘기묘여행(2010)’, ‘바람이 분다(2011)’ 등의 작품에서 단단한 감성과 조용한 카리스마를 보여줬으며, 2010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디자이너를 맡은 여신동 무대디자이너는 상반된 시공간의 대비와 디테일을 살린 오브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로 2010년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수상, 뮤지컬 ‘모비딕’으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연극 ‘878미터의 봄’은 탄광과 카지노,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광산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십칠 년 전, 탄광에서 일어난 가스 폭발 사고로 준기의 아버지 용만이 죽고 준기는 동네를 떠난다. 폐광촌에는 카지노가 들어서고, 준기를 좋아했던 우영은 딜러가 그들의 동창인 동구는 형사가 된다. 한편, 피디가 된 준기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서 다시 동네를 찾지만 동네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탄광의 관리주임이었던 우영의 아버지 근석은 치매에 걸렸고 용만의 동료였던 기철은 카지노에서 게임 중독으로 폐인이 돼 있다. 연극 ‘878미터의 봄’에는 ‘안티고네’, ‘벌’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박윤정, 대한민국 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애심을 비롯해 김동완, 김종태, 박상종, 이종윤, 이주원, 신용숙 등이 참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9 / 조회 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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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욕망과 결핍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이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쉼 없이 먹으며, 그렇게 찐 살을 빼기 위해 줄기차게 돈을 쓰며 달린다. 결핍, 허기, 욕망이 뒤섞인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연극 이 지난 4월 1일 공연을 시작했다. 배우이자 연극 의 작가 이해성이 쓰고, 등의 안경모가 연출한 은 고액연봉자 외환딜러인 주인공 신우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는 결핍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천재적인 감각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지만, 폭식을 즐기는 고도 비만자이자 타국에 가족을 둔 기러기 아빠인 신우는 신체적, 정신적 삶의 균형을 잃어 가던 중 어머니가 간암 말기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간은 이미 비만으로 망가져 이식이 불가하고, 그 가운데 인터넷 논객 ‘프로메테우스’ 혐의, 또 새로운 헤지펀드로부터의 유혹 등이 신우를 뒤흔든다. TV에서 진흙쿠키를 먹고 있는 아이티 아이들을 본 후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이해성 작가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습과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광경이 지구 아래 동시에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무대 위에 펼치고 있다. 주인공 신우 역의 김동완은 고도비만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으며, 의 이소영, 에서 막베스 역할의 호산, 인상 깊은 막베스 부인 역을 선보인 이명행 등이 출연한다. 배우의 노출이 있어 19세 이상 관람 가능하지만 노출 연극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010년 창작팩토리 대본 공모 선정작이자, 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인 연극 은 오는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1초에 수억이 왔다 갔다-매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외환 딜러들먹고 또 먹자. 우리는 꽃등심 쯤이야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는 사람들"난 선배가 찾는 세상이 어떨까 궁금했어""담배 한 대 줘 봐요. 펴도 된다니까""러브 핸들 아니에요! 끔찍한 타이어지!"이기는 자가 살아남는다."당신이 프로메테우스죠?""한 번도 남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서야!"같은 시간, 우리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4.04 / 조회 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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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결핍, 허기진 욕망! 연극 ‘살’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안호상)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가 2011 시즌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연극 ‘살’을 4월 1일부터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올린다. 연극 ‘살’은 2010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선정작으로,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작 ‘고래’에서 탁월한 심리묘사로 주목받은 배우이자 작가 이해성과 ‘해무’, ‘길삼봉뎐’ 등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연출가 안경모가 손을 잡고 무대화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새로운 양식 발굴과 여러 시도를 통해 동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을 제작 및 발표해오고 있다. 지난해 ‘집’이라는 소재와 무대에 직접 집을 짓는 실험적 연출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비롯해, ‘공동연작 프로젝트’, ‘내 심장을 쏴라’ 등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올해 개관 3년차를 맞이한 남산예술센터의 2011 시즌개막작 연극 ‘살’은 물질만능과 속도경쟁, 실물경제를 대체한 금융자본주의, 승자독식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극은 고도비만자이자 고액연봉자인 외환딜러 주인공 신우의 삶을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불안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한다. 연극 ‘살’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삶에 대한 총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계자는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 폭식과 비만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식욕과 성욕, 탐욕을 부추기는 광고이미지 과잉과 대비되는 배우들의 벗은 몸의 생짜 ‘살’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동시대의 공동체 삶에 대한 인간과 몸의 화두로 접근하는 일은 연극 본연의 기능”이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23 / 조회 6,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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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의 상대에게 말을 주고 받는다. 때론 관객과 등을 지고 앉아 한참이고 무언가를 하는 배우도 있다. ‘연극적’이라는 말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는 이 일상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의 작가 히라타 오리자(47)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이른바 ‘조용한 연극’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도 (원작 도쿄노트) 등을 통해 기존 사실주의 연극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을 선보여 왔다. 특히 대학의 한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3부작은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의 공연이 한창인 두산아트센터에서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작품에 ‘과학’이라는 부분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과 장소 등을 찾게 된다. 과학자들은 굉장히 개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 연구자는 원숭이 중심으로, 기생충 연구자는 기생충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집에 가면 밥도 먹고 부부싸움도 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생활의 큰 차이가 없다. 연극의 구조라는 것은 어찌 보면 오래 전부터 동일한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에서 리어왕은 굉장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족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현대의 과학자들도 왕처럼 엄청난 신분의 사람이 아닐 뿐 이들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연애 문제, 취직 문제 등 굉장히 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1920년대부터 일본에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표어 같은 표현이 있었다. 과학자의 연구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생활은 그들이 연구하는 과학 만큼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과학하는 마음’으로 붙인 까닭은, 과학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과학자들의 생활을 그리려는 의미에서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살기 쉬지 않은 인간의 약함, 어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중 한 장면지난 해 일본에서 초연한 연극 에서는 실제 로봇이 배우로 등장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일에 끌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질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간은 오사카 대학 주체로 하고 잇는 로봇 등장 연극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고들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기쁘다. 로봇 연극을 만드는 동안, 배우란 어떤 존재이고 인물인지, 연출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이런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상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조용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작품에서 보여주기 위한 일상과, 우리 일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언제나 배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 5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어긋난 현실을 연극으로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일상에서 평범한 눈으로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과 예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그대로 보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마치 현미경으로 현실을 들여다 보는 리얼리즘일 것이다. 현미경으로 세밀히 보면 흔들리고 뒤틀리는 모습이 있다. 굉장히 리얼한 듯 하지만 전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조용한 연극’을 하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80년대 일본의 경제는 굉장히 풍요로웠고, 연극도 그 영향으로 무척 화려했다. 그런 것에 좀 질렸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말에 관한 것인데, 왜 연극에서 배우들은 그렇게 이상하게 말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연극이라고 하면 과장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연극 교과서에 나오는 예 중 하나를 들자면, “이 책을 책상에 놔 주세요”에서 책을 강조하기 위해서 ‘책’이라는 말에 힘을 넣고, ‘책상’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 힘을 주어 말하라고 나온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는 유럽어와 달리 강약의 악센트로 강조하는 구조가 아니다. 책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를 어두로 끌고 와서 몇 번이고 말하는 식으로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책, 책, 그 책 좀 거기 책상에 놔 줘”와 같이 말이다 그래서 대사를 극단적으로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끌어와서 배우들의 과장을 없애보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탄생한 근대 연극을 일본어를 통해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방법론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또 84년도부터 1년간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일본어를 상대화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또 하나는 일본에는 하나의 주제로 몇 십 분간 토론하는 문화가 없다. 그런데 가치관의 대립 없이 근대 연극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게 토의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조금씩 이야기 하는 것을 모아 한 편의 연극이 되는 것을 생각했다. ‘조용한 연극’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통해서 관객은 일상의 모습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연극을 통해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 보통 일반적인 연극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또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작품에 거리를 두고 보길 원했다. 내 경우는 동화도 이화도 추구하지 않는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 무대 위 의자가 여러 개 있는데, 관객이 이 의자 중 어느 한 곳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의 인물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작품, 여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연극을 추구한다. 현재 일본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 소속이 되어 있다.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여러가지 수업을 하고 있다. 과학, 예술, 의료, 재난대책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현장에 모이고,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 현장에 가서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이를 가르치는 학자들에게 그 방법론을 조언해 주는 것이다. 오사카 시내 전철역 안에 커뮤니케이션 스페이스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그곳에 오사카 대학에 있는 철학자, 과학자, 의사 등의 교수들이 매일 밤 일반 시민들과 대화를 한다. 철학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과학자들은 광우병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 하는 식이다.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는 많이 일반화 된 형식이고 일본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성공을 한다면 수년 후에 일본 거의 모든 곳에서 과학자들이 예술을 배우고 비슷한 활동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그룹 지어 연극을 만드는 일도 하고, 초,중등학교에서 어떻게 과학 수업을 재미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 및 개발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작업도 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n/docuherb)
2009.04.01 / 조회 1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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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극, 릴레이로 감상한다
연출 성기웅, 배우 백현주, 김보영과학, 그리고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룬 과학연극 네 편이 찾아온다. 그 동안 소극장에서 조용히 무대에 올랐던 과학연극들을 모아 4개월간 연달아 선보이는 '과학연극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 ‘과학 연극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지난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바 있는 (3월 24일~4월 12일).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자칫 어렵고 무겁게 다가오기 쉬운 생명윤리, 뇌 과학 등의 현대과학 주제들이 한 대학교의 생물학 실험실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국내 초연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성기웅 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광정씨가 연출했던 의 번역 일을 통해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에 빠져 과학하는마음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 고 말하며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연출 윤우영, 배우 남명렬, 이상직, 김호정지난 2003년 초연되면서 국내에 ‘과학연극 열풍’을 이끈바 있는 (4월 21일∼5월 10일)가 의 뒤를 잇는다. 는 과학자들의 욕망, 음모, 암투 등을 다루는 과학자 버전 ‘하얀거탑’.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을 선정한다면 누가 주인공이 됐을까?’ 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의 시발점이다. 산소의 발견 관련된 셀레(스웨덴), 프리스톨(영국), 라부아지(프랑스) 등 세 화학자와 부인들, 노벨상을 자기 나라에서 수상하기를 원하는 각국의 심사위원들간의 음모와 암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두 작품 외에도 영화 ‘나비’의 히로인 김호정이 주인공으로 나선 (5월 19일~6월 7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일한 초연작품인 가 지질학, 원예학을 바탕으로 삶의 원형성과 시간의 순환성에 대해 (6월 16일~7월 5일)이야기하며 ‘과학연극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3월 24일부터 릴레이에 들어가는‘과학연극 시리즈'는 두산아트센타 Space111 에서 7월 5일까지 두 달 간 계속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3.24 / 조회 26,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