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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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서 만나는 4인4색 '빨간 피터'
폐관 3년 만 재개관
4명 연출가·4명 배우 함께하는 프로젝트연극 ‘빨간 피터들’(사진=서울문화재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무대이자 객석은 60개의 의자로 채워졌다. 원숭이 분장을 한 ‘빨간 피터’는 의자들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다.지난달 29일 첫선을 보인 연극 ‘빨간 피터들’의 한 장면. 폐관 3년 만에 재개관한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올리는 첫 번째 공연이다. 지난 1일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신유청 연출은 “故추송웅 배우에 대한 쓸쓸한 인상, 카프카가 유대인으로서 느꼈던 정체성의 단절, 그리고 하준호 배우의 일상에서 공통적인 부분을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당대 삼일로창고극장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빨간 피터의 고백’은 1977년 8월 20일 초연했다. 故추송웅(1941~1985) 배우가 자신의 연극인생 15년을 기념해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1917)를 각색해 제작·기획·연출·연기 등 전 과정을 직접 맡았다. 초연 당시 4개월 만에 6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기록을 세우며 한국 연극계에 모노드라마 붐을 일으켰다. 이후 8년간 482회에 거쳐 15만 여명 이상의 관객들과 만났고, 배우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라 불리는 ‘추송웅 연구’(1992)가 발간되기도 했다.‘빨간 피터들’은 ‘추송웅 연구’와 카프카의 단편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다. 4명의 연출가가 4명의 배우와 함께 4편의 모노드라마로 펼치는 프로젝트다. 극장 구조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각기 다른 특성의 1인극을 무대 위에 펼친다. ‘추ing_낯선 자’(6월 29~7월 1일)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배우가 관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원숭이와 사람 역할을 넘나든다. ‘K의 낭독회’(7월 6~8일)는 생계 문제에 부딪힌 이 시대 예술가의 현실을 드러낸다. ‘관통시팔’(7월 13~15일)은 안무가 김보람이 18가지의 춤으로 무대를 채운다. ‘러시아판소리-어느학술원에의보고’(7월 20~22일)는 연출가 적극이 배우의 연기술을 보여줄 예정이다. 매주 일요일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빨간 피터들’은 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전석 2만원이며 청소년과 대학생은 1만4000원이다.연극 ‘빨간 피터들’(사진=서울문화재단).연극 ‘빨간 피터들’(사진=서울문화재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7.04 / 조회 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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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크레인, 옥상 텃밭…그곳에 우리네 애환이 있소
재공연 오른 지난해 연극계 화제작 2편
'말뫼의 눈물' 조선소 노동자의 삶 다뤄
'옥상 밭…' 연립주택 무대 소시민 갈등극단 미인 ‘말뫼의 눈물’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높이 128m의 크레인에 노동자가 오른다. ‘사람’이 사라진 작업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연립주택에서는 옥상에 만든 작은 밭을 놓고 싸움이 붙는다. 소시민들이 재개발에 대한 욕망을 놓고 둘로 나눠 갈등을 빚는다.노동자와 소시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두 편의 연극이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극단 미인의 ‘말뫼의 눈물’(4월 2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4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다.‘말뫼의 눈물’은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 선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올해 국립극단 기획초청 작품으로 재공연에 올랐다. 초연 당시 “지역의 현실과 노동구조의 현실, 그 속의 사람들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본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보다 더 큰 무대로 장소를 옮겨 완성도를 높였다.‘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도시 말뫼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소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내놓은 높이 128m, 폭 164m의 당시 세계 최대의 크레인을 가리킨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이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다. 당시 조선소 폐업으로 3만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말뫼의 시민들은 크레인 해체를 지켜보던 눈물을 흘렸다. ‘말뫼의 눈물’이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작품은 조선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하숙집을 배경으로 조선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임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에 이어 한국에서 반복되는 조선업의 몰락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산업역군으로 한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기성세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청 노동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사람’의 가치가 사라진 노동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역설한다.극단 미인은 극작가 겸 연출가 김수희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2006년 창단한 극단이다. 이번 작품은 김수희 연출이 2014년 선보인 ‘공장’의 작가 박찬규로부터 노동현장에 대한 희곡을 직접 써보라는 권유로 집필했다. 울산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 거제도 출신인 김수희 연출은 조선업계 관련 탐방 기사와 서적을 섭렵하고 조선업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감가는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시켰다.서울시극단 ‘옥상 밭 고추는 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난해 초연 당시 연출가인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와 극작가 장우재가 11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7 올해의 공연 베스트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이번 재공연은 초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초연의 감동을 다시 전한다.작품은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된 서울의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한다. 옥상에 만든 텃밭을 놓고 벌어지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 옥상 밭 고추에서 빚어진 갈등은 재개발에 대한 욕망과 이웃 간의 단절된 의사소통 등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며 평범한 소시민을 혼돈 속에 빠트린다.장우재 작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독일 사회운동가 페트라 켈리의 말에 영감을 얻어 대본을 썼다. 장우재 작가는 “상대에게는 사소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큰 것들의 목록이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며 “다양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공간, 이 혼돈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초연에 이어 배우 이창훈, 고수희가 출연해 현태 역과 현자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유성주·이창직·백지원·한동규·최나라 등이 함께 한다. 김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광장의 촛불시위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 삶 속에 어떻게 충돌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극단 미인 ‘말뫼의 눈물’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서울시극단 ‘옥상 밭 고추는 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16 / 조회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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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화제작 '말뫼의 눈물' 앙코르…국립극단 초청 공연
극단 미인 작품…조선소 노동자 이야기
내달 6일부터 22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연극 ‘말뫼의 눈물’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극단 미인).[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단은 지난해 초연으로 호평을 받은 극단 미인의 연극 ‘말뫼의 눈물’을 초청 공연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올린다.‘말뫼의 눈물’은 조선업계 노동자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 선돌극장에서 초연해 관객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올해는 국립극단의 더 큰 무대에서 보다 완성도 높아진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작품 제목인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말뫼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소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내놓은 당시 세계 최대의 크레인이다. 한국 기업이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다. 크레인의 해체를 지켜본 말뫼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는데서 유래한 명칭으로 쇠락한 도시와 산업을 상징한다.작품은 한국에서 반복된 조선업의 몰락과 이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밝혀낸다. 거제도에 살았던 경험을 통해 조선소 현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 겸 연출가 김수희가 조선업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노동자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았다. 조선소 사람들의 ‘눈물’ 역시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고통임을 항변한다.오는 4월 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 국립극단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27 / 조회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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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는 연극 ‘양덕원이야기’ 연출 박원상
흔히 배우라 함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사람이고, 연출이라 함은 공연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며 연기, 장치, 조명, 의상, 음악 등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무극단은 배우와 연출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유기적인 관점에서 연극을 바라본다. 배우 박원상 역시 민복기 작 연극 ‘양덕원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 시선을 끌었다. “제게 연출가라는 표현은 별로 정확한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연극을 하는 배우 혹은 연극인이 약간 모양새를 바꿔서 작업했다고 보는 게 적합하죠.”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는 차이무극단의 ‘양덕원이야기’가 1차 연장공연에 이어 2차 연장공연까지 이어가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쉼표 같은 ‘양덕원이야기’는 혼자가 아닌 팀 작업 배우 박원상은 자신이 연출가라고 불리는 것을 쑥스러워 했다. 차이무극단 안에서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작업한 것이지 다른 건 없다고 말한다. “현직배우이기도 하고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연출이라고 하면 어색하고 쑥스러워요. 연극 ‘양덕원이야기’의 프로그램이나 포스터에 제 이름이 연출로 올라가 있지만요. 이 작업은 차이무라는 극단 안에서의 팀작업이고, 다만 역할분담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팀 내 작업이라고 해도 할당된 역할은 해야 할 터. 그가 이번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객석이다. “기존의 작품을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객석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연극 ‘비언소’에는 일대일이었던 객석을 3면 객석으로 만들었어요. 관객이 ‘양덕원이야기’를 볼 때 ‘시골집에 있는 길을 걸어가는데 여트막한 담 너머로 보이는 집안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객석을 꾸몄어요. 또 그런 느낌을 주려면 3면 객석이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박원상은 ‘연극에서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닌 관객과의 피드백을 먼저 생각한다. 극단 내 팀과 함께 극을 만들어 힘도 얻고 재미도 있었다는 연극 ‘양덕원 이야기’ 연출 작업,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연극 ‘행복한 가족’에 이어 극단에서 맡은 두 번째 연출입니다. ‘행복한 가족’은 첫 번째라 멋모르고 덤벼든 것도 있고 또 초연 때 참여를 한 작품이라 지금보다 부담이 덜 했어요. 그런데 ‘양덕원이야기’는 배우로도 참여해보지 못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더 부담됐어요. ‘양덕원이야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관객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과 ‘내가 이걸 해도 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번에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가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그는 상대적으로 배우가 심간이 편한 위치라고 느꼈단다. - 배우 아무개가 아닌 재밌는 이야기꾼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보노라면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마치 한 가정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배우의 연기는 농익었고 또 자연스럽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향해 쭉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가야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배우들은 중심을 잡기 어려워요. 자칫 페이스가 말릴 수도 있고, 연기도 세밀해야 하죠. 그리고 상대방과의 호흡 역시 유기적이어야 해요. 배우 입장에서 ‘양덕원이야기’는 품이 더 들고, 에너지도 더 쏟아야 하는 작품입니다.” 현직배우여서일까. 그는 유독 배우들의 힘듦과 입장을 배려했다. 또한, 더운 날 열심히 하는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마음가득 담고 있었다. 연극이 좋았던 그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배우 아무개로서 배우 박원상으로서 살아야지’하고 자신을 규정짓지 않았다. “그냥 연극이 좋았어요. 그 출발이 배우가 돼 지금까지 연기를 쭉 해오고 있어요.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다른 위치에서 연극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게 배우의 입장이든 작가의 입장이 됐든, 연출 혹은 또 다른 입장이 됐든 그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있어 배우, 작가, 연출은 파편처럼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입장이 되어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연극을 하는 한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길 바랐다. “앞으로 연극을 만날 때 그게 배우든 다른 포지션에 서든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지치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제 내면도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쑥스럽지만 전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전 배우도 작가도 연출가도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요. ‘내면이 성장하게 되면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흐르는 물과 같은 그가 이야기꾼이 되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7.28 / 조회 1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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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더욱 슬픈 것은 웃음 뒤의 눈물
연산군과 녹수, 공길 등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삶을 바탕으로 했기에, 진기한 광대들의 재주와 흥겨운 걸판진 놀이가 등장하기에, 혹은 ‘연산이 동성의 광대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발칙한 가설에서 출발하기에, 연극 가 큰 관심 속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등 위로 쉼 없이 채찍을 내리치는 사람(연산)도, 그 매를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신음 한번 내 뱉지 않는 사람(공길)도 같은 마음으로 울고 있는 것, 그 까닭을 공감도 이질감도 아닌 묘한 감정으로 가슴이 뭉클하게 변해버리는 것, 이것이 연극 를 놓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아닐까.
2000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 위를 지켜 온 연극 가 다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전국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후 뮤지컬로도 선보인 이 작품은 여전히 연극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다시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라 할 수 있다.
광기 어린 연산군, 입신을 위해 그를 감내하는 공길, 연산의 사랑을 차지하는 공길에 무한한 질투를 내뿜는 녹수, 자신의 목소리로 소리치며 놀기를 원하는 진정한 광대 장생 등이 저마다의 상처를 딛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이 풍자와 해학이 버무려진 ‘놀이’로 풀어지는 남다른 매력은 여전하다.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지니고 애정과 권력 등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 그 충돌이 작품의 특징인 만큼 역사의 소용돌이 속 인간 개인의 좌절과 번민을 느껴보는 것 역시 이 작품을 관람하는 맛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국 고유의 슬랩스틱코미디, 촌철살인의 마력이 철철 넘치는 우인들의 놀이는 여전히 대단하다. 무대 위에서 상모를 돌리며 공중에서 껑충 뛰어오르면 탄성이 절로 나고, 돈도 싫다며 한 관리가 노골적으로 원하는 ‘흥분되는 그것’을 설명할 땐 객석에선 큭큭거리며 웃음이 터지고야 만다.
하지만 대립된 인물이 내뿜는 긴장과 놀이가 가진 이완의 넘나듦은 다소 느슨해진 느낌이다. 사회의 부패함을 비꼬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개 형판의 부정부패가 심하게 괘씸하게 다가오지도, 그의 부도덕함을 고하는 공길과 죄를 묻는 연산의 모습이 통쾌함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과거 공길에서 이번 무대의 또 한 명의 연산으로 분하는 박정환의 무게감이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연산의 광기를 더욱 돋보이게 할 어둡고 무거운 기운보다는 기행과 놀이에 휩쓸린 웃음이 더욱 많은 까닭이겠다. 열심은 있으나 노련함이 덜 했던 녹수(이화정)와 공길(정원영)은 이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산이 상놈 중의 상놈인 한 광대에게 친히 ‘이’라는 극존칭을 써 가며 곁에 두고 싶어하는 심중,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외로움은 변함없이 헤아려진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공길, 장생, 연산 등 서로 닿지 못하는 길을 걷는 이들의 애틋함이 우리 삶에게도 통하기 때문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09.06.29 / 조회 1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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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4대 공길 정원영, “나만의 공길보다 모두의 ‘이’가 되는 게 목표”
연극 를 토대로 한 뮤지컬, 영화 등에서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물은 공길이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본디 여자도 아닌 것이 남자도 아닌 듯’ 오묘한 매력을 소유한 슬픈 광대 공길의 애환과 인생 역정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림과 동시에, 배우들에게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까닭이다. 첫 연극 무대에 4대 공길로 서는 스물 다섯의 배우 정원영은 이 모든 것이 “감격스럽지만 부담도 컸다”고 한다. 4대 공길,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아직 학교(서울예술대학 연기과)도 졸업 안 한 상태고, 뮤지컬도 경력이 많진 않지만 5, 6편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생각했을 때, 춤과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있었다. 작품 자체가 인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선배님들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공길이 되었다고 들었다. 오디션도 치뤘고, 연출(김태웅)님이 올 초까지 했던 뮤지컬 을 보러 오셨는데, 그 작품의 원작 연극이 연출님 작품이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면서 나를 생각해 두신 것도 같다. 2007년 뮤지컬 으로 데뷔한 후 의 주연 ‘세기’ 역을 맡기까지 앙상블의 기간이 짧은 편이다. 맞다. 이제 2년이 되었다. 어떤 분들은 “이제 너도 주조연 배역 받는 쪽으로 갔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내게 오는 기회를 하나하나 잡아갈 뿐이고,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앙상블 밖에 없다고 해도 할 마음이 있다. 배우로서 이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는 핑계를 가지고 계속 배워가면서 꿈꿨던 것들을 채워갈 예정이다. 꿈꿔왔던 작품들은 무엇인가? 남자 배우로서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 그리고 도 있다. 사실 헤드윅 오디션을 보기도 했는데 떨어졌다(웃음). 첫 연극에,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연습에 어려움은 없었나? 뮤지컬이나 서양 작품은 무게 중심이 위로 떠 있는데, 가 가진 한국적인 정서는 아래로 중심이 간다. 한의 정서를 갖고는 걸음걸이부터 가볍게 할 수 없고, 깊이 있는 호흡과 깊이 있는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또 그간에는 노래로서 감정을 표현해서 한편으로는 편하게 가는 부분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모든 것을 연기와 호흡으로서만 끝을 내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과거 연극 나, 뮤지컬, 크게 흥행한 영화가 지금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뮤지컬은 못 봤고, 연극 도 사실 영상을 통해서 봤다. 그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영화 ‘왕의 남자’를 먼저 알았다. 물론 어느 배우나 나만의 이미지, 나만의 인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 점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그 전에 있었던 좋은 것들을, 굳이 나만의 것을 만들겠다고 따라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가져가면서, 플러스 알파로 내가 더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더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다. 기존에 너무들 잘 하셔서 자신감이 떨어질랑 말랑(웃음). 하지만, 누구보다 잘 할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길과 정원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공길은 “난 권력을 택하겠어”라고 딱 부러지게 뭔가 할 것 같지만 마음은 장생에게도 흔들리고, 연산에게도 흔들린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줏대 없게 남을 더 인정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도 공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웃음). 또, 나 역시 직업이 광대이지만, 극 중 공길 보다는 장생의 길을 택할 것 같다. 광대에게는 광대의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좀 다른 것 같다. 광대 공길의 재주를 극 중에서 볼 수 있는가? 우인으로 시작했지만, 극 초반에 왕에게 권력을 하사 받고, 그간의 가난을 떨쳐내고 권력을 택하는 인물이어서 극 중에서 우인들과 노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애인, 동반자이며 또 다른 ‘나’인 장생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내 인생이 광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에 다시 광대로서의 삶을 택하면서 ‘나는 죽어도 좋으니 광대로 살겠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사설도 하고 춤도 춘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막내인 것 같다. 휴우, 막내다(웃음). 녹수 역으로 서는 친구(이화정)가 저 보다 한 살 어리긴 하다. 일단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선배님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작품에 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다. (연출님은 어떠신가?) 어휴,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데. 앞으로 방송이나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느냐? 꿈이 ‘뮤지컬배우다, 연극배우다’라는 것 보다 어느 분야에서도 쓰임 받을 수 있는 준비된 배우가 되는 것이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4대 공길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전의 작품과 같을 순 없겠지만, 내면에 담긴 감동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나 만의 공길로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내 개인의 욕심이고, 어느 공길이나 같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감정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게, 공길로서 보다는 라는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기존에 를 보셨던 분들도 또 오셔서 다시 감동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29 / 조회 1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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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영원한 광대로 걸판지게 놀아 보자꾸나~”
숨소리도 쉬이 낼 수가 없었다. 중앙으로 나가 있는 배우들을 향해, 그 주변에 둘러 앉아 있는 다른 배우들과, 북과 장구, 꽹과리 등을 쥐고 있던 이들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 이곳. 오는 6월 공연을 앞둔, 연극 의 연습실이다. 폭군 연산이 광대 공길과 동성애 관계였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연산과 공길, 공길과 장생, 그리고 연산을 사이에 둔 녹수와 공길의 힘 겨루기 등의 갈등 구조를 통해 사랑과 권력, 그리고 광대를 비롯해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삶의 희로애락을 펼치고 있다. 2000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상 우수공연 베스트 5, 희곡상,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했으며, 영화 ‘왕의 남자’, 뮤지컬 ‘이’ 등 다른 장르로 변신하기도 했다. 연산 역의 김내하를 비롯, 녹수 역의 진경, 장생 역의 이승훈 등 지난 의 무대에서 십분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배우들이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날, 연습실 한쪽에 자리한 박정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과거 공길 역으로 무대를 누볐던 그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부터 연산 역을 맡아온 김내하와 번갈아 광기 어린 연산 역으로 관객 앞에 설 예정이기 때문. 박정환을 비롯, 오만석, 김호영 등 스타 배우가 거쳐간 공길 역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원영이 맡았다. 무엇보다 광대들의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광대들일 것. 20여 명의 출연진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광대 역의 배우들은 성대모사, 흉내내기,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통해 당시 세태를 풍자하며 신명 나게 놀아나는 흥이 가득하다. 악기 연주를 비롯, 상모 돌리기, 덤블링 등 자유자제로 몸을 구사함과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옷과 탈 등의 소품으로 한껏 재미진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모습이다. 관객들은 객석으로 던지는 이들의 농지거리에 대답하는 또 다른 관람의 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이 무르익을 수록 작품 안에서 흥과 맛을 찾아가며 간간이 웃음을 내 비치던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서 쉽게 미소 짓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해 온 김태웅 뿐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과 사건을 토대로 긴장과 이완의 끈을 적절히 풀어내기 위한 집중과 섬세함이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은 지 9년 째인 지금까지도 팽팽하게 서려 있었다. 웃음을 주지면 결코 웃으며 살 수 만은 없었던 조선시대 광대들의 삶 이야기, 연극 는 아르코시티극장 개관기념공연으로 오는 6월 9일부터 약 한 달간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연습현장어찌할 수 없는 끌림으로 가학적 성희를 사이에 둔 연산과 공길.아이를 낳은 녹수의 기새는 등등하다.빠질 수 없는 광대들의 놀이.공길의 친구이자 그 이상의 감정을 나누는 장생.권력에 눈이 멀이 놀이의 본질이 변질되는 것을 질타한다.연습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연산 역의 박정환(우)과 녹수 역의 이화정(좌)."내 흉내를 내 보겠느냐?"홍내관 역을 맡은 정석용의 맛깔나는 연기.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28 / 조회 1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