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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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뜨르 봄날 연극 ‘춘향’, 21일부터 공연
예술공간 서울서 막올려[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신작 연극 ‘춘향’이 오는 21일부터 4월 1일까지 예술공간 서울에서 공연한다. ‘춘향’은 고전소설과 판소리 등으로 잘 알려진 춘향이라는 인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등장인문들의 욕망과 불안, 혼란, 슬픔 등을 연극적인 상상으로 무대에 펼쳤다. 현란하고 코믹한 대사들과 배우들의 노래, 라이브 음악으로 꿈꾸는 듯이 극화했다. 극본과 연출은 이수인 극단 떼아뜨르 봄날 대표가 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12 / 조회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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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무엇인가…셰익스피어 문제작 ‘준대로 받은대로’
국립극단, 2017년 마지막 작품
8~2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 서
"몸살 앓은 현 대한민국 돌아봐"연극 ‘준대로 받은대로’의 연습 장면(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2017년 마지막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보인다.2016년 ‘겨울이야기’, ‘실수연발’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번 공연은 12월 8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준대로 받은대로’는 그동안 ‘자에는 자로’, ‘법에는 법으로’ 등의 제목으로 번역돼왔다. 이번 공연은 권력, 법, 자비, 성(性) 등 작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들을 풍부하게 담기 위해 제목을 바꿨다. 여행을 떠난 공작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앤젤로가 해묵은 법의 잣대로 엄격한 통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작품은 희극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도 부정을 저지르는 권력자의 추악한 일면을 비춰내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권력을 가진 자와 원하는 자, 저항하려는 자와 순응하려는 자가 각 시대마다 다른 가치로 해석돼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타락을 목격하며 법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세운 대한민국 사회에 ‘권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그동안 고전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찾아내는데 빼어난 오경택 연출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맞닿아 있는 메시지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오경택은 “자비, 용서, 정의 등 원작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더해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권력과 지위, 능력이 천차만별인 다양한 인물들은 국립극단 시즌 단원 11명을 포함한 배우들이 연기한다. 중심 회전축이 돌아가는 이중 회전 무대는 인물의 권력과 사회적 위치, 권력자들의 개인적인 잣대에 따라 기울기가 계속 달라지며, 기울어진 무대 때문에 ‘다수의 피지배계층’이 ‘소수의 지배층’을 따라잡을 수 없는 장면 등을 연출한다. 관람료는 2만~5만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04 / 조회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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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역사는 산 자(者)의 것…어떻게 살 것인가?
- 심사위원 리뷰
연극 '1945'
해방 직후 민초들의 흑역사
아이 눈으로 담담하게 풀어
따뜻한 무대·배우 열연 인상적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연기전공 교수] 배삼식 작가다. 한국 연극에서 그만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무거운 소재를 일상적인 군상의 이야기로 품격 있게 풀어내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연극적이고 흥미롭다는 것이며 더불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엄중함과 글맛의 쫀존함이 함께 있으니 그가 현재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명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가 3년이라는 오랜 휴지기를 거쳐 내놓은 연극 ‘1945’(7월 5~30일 명동예술극장)는 공연 전부터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작품은 1945년 해방 직후 만주의 장춘 전재민구제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조국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는 여러 조선인 군상이 모여 있다. 힘없는 지식인, 전직 악덕포주, 사기꾼 등. 이들은 일제강점기 하에 생존을 위한 각자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방은 됐지만 민초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조국행 기차를 타는 것이다. 이 탑승이 조국의 역사적 비극은 물론 개인의 상처도 모두 치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이곳에 주인공 명자와 미즈코가 숨어든다. 이들은 강제로 위안부 생활을 하다 해방과 함께 탈출해 조선행 기차를 타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의 주범인 일본인을 버젓이 조선행 기차에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민 끝에 명자는 미즈코를 벙어리 친동생으로 위장해 같이 기차를 타려하지만 이들의 거짓은 이내 탄로가 난다. 구제소의 모든 조선인이 명자를 비난한다. “그 일본 여자만 버리면 우리는 같이 기차를 탈 수 있어!” 중요한 선택의 기로. 그러나 명자는 눈물로 호소하는 대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럽게 보는 너희들의 눈이 더러운 것”이라고. 이 지점에서 ‘1945’는 기존의 위안부를 다룬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배 작가는 비극적 역사 사건을 흑백논리나 애국 지향적 시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의 위대함과 인간 삶의 지속’인 것이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역사를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산 자(者)의 것이기 때문이다. 극의 백미는 이 모든 무거운 이야기를 철이와 숙이, 곧 극에서 지식인의 자녀로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3인층 시점으로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배 작가의 ‘관조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라는 의도는 객석에서 충분히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류주연 연출의 무대는 따뜻했고 단순했다. 지형에 따라 높낮이를 이룬 무대 바닥과 천정 버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나무틀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3인층 시점을 위한 철이와 숙이의 객석 내 주공간 배치도 유용했다. 배우들의 살아있는 캐릭터는 무대에서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배우들이 어두운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물 군상을 매력있는 캐릭터로 잘 표현해냈다. 특히 한량 장수봉역의 배우 박윤희와 악덕포주였으나 아내이고 싶은 여자 박선녀 역의 배우 김정은의 연기는 인물의 독창성에서 비즈니스의 디테일까지 단연 돋보였다.극의 마지막, 꿈에 부풀어 고국에 도착한 조선인 무리의 삶이 기대와 달리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것을 연출자는 그들에게 하얀 가루를 뒤집어 씌움으로서 표현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태로 예쁜 옷을 입고 앉아있는 명자와 미즈코.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보이는 것처럼 밝고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아프고 쓰라렸고 처연했다. 살아남은 것이 더 큰 죄인이 된 것처럼. 여전히 부끄러운 과거는 그들만의 잘못인 것처럼. 그리고 명자가 미즈코를 구해 삶의 동반자가 된 것처럼 한국은 동아시아의 번영을 위해 일본을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됐다.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8.03 / 조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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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연출의 유작 '맨 끝줄 소년' 무대 오른다
내달 4~3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15년 초연해 관객과 평단 극찬얻어
당시 드라마투르그·윤색 손원정 연출
생전 염두에 뒀던 우미화 배우 '합류'고인이 된 김동현 연출(사진=트위터 이미지).[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제 고인이 된 김동현 연출의 마지막 유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4월 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에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맨 끝줄 소년’을 공연한다.‘맨 끝줄 소년’은 김동현 연출이 지난 2015년 연출을 맡아 이번에 공연하는 같은 장소에서 초연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동현 연출을 기리며 초연에 함께 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뜻을 모아 참여한다. 초연 당시 드라마투르그 겸 윤색으로 참여했던 손원정이 연출을 맡고 김동현 연출이 생전에 염두에 두었던 우미화 배우가 합류한다. 김 연출의 작품 동반자이자 큰 조력자였던 손 연출이 초연 연출의도를 살려내 더욱 조밀해진 공연을 선보일 방침이다.합류하게 된 배우 우미화는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연극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연기파 배우다. 스페인 현대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희곡이 원작이다. ‘맨 끝줄 소년’은 연극 ‘다윈의 거북이’, ‘영원한 평화’, ‘하멜린’ 등 작품마다 기발한 소재와 이야기 구성으로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해 온 후안 마요르가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2013년 국내에선 ‘인 더 하우스’(프랑스와 오종 감독)라는 제목의 영화로 먼저 소개됐다.한편 김동현 연출은 지난해 2월 5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91년 8월 연극 ‘굿 닥터’로 연극계에 입문한 고인은 극단 작은신화에서 연극 ‘꿈,퐁텐블로’ ‘세가비백황파전’ ‘낙원에서의 낮과 밤’ 등을 연출했다. 2007년 극단 코끼리만보를 창단하고 ‘착한사람, 조양규’ 등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했으며 2008년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2009년 ‘다윈의 거북이’로 제11회 김상열연극상 등을 받았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맏사위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예종 연출과 교수로 임용됐으나 연말 연극 ‘맨 끝줄 소년’ 공연 이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졌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3.15 / 조회 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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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욕망으로의 초대, <맨 끝줄 소년>
지루하고 갑갑한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소년은 작문 숙제를 대신해 친구네 놀러 가서 보았던 그 집의 풍경을 글로 써내려 간다. 저녁마다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친구와 그의 아버지, 종일 집에 머무르지만 그 집에 만족하지 못하는 친구의 어머니를 보는 소년의 시선은 은밀하고 집요하다. “이게 만약 소설이라면, 갈등이 부족해.”라는 문학교사의 지적에 자극받은 소년은 더욱 글쓰기에 열중하고, 그가 만들어낸 갈등과 사건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없이 펼쳐지며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지난 10일 개막한 은 교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 클라우디오의 작문 숙제를 통해 그의 문학교사 헤르만,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 클라우디오의 친구 라파와 그의 부모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욕망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여러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스페인 최고의 현대 극작가로 불리는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을 의 김동현 연출이 국내 첫 무대에 올렸다. 후안 마요르가는 수학 교사로 재직했을 때 한 학생이 ‘시험 공부를 못한 이유’를 답안지에 적어낸 것을 보고 이 연극을 구상했다고 한다. “연극은 철학처럼 갈등에서 출발하며 철학자들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 후안 마요르가는 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예술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를 향한 욕망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독자 혹은 관객을 전율시키는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김동현 연출은 장면과 장면, 대사와 대사를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게 이어가며 작가가 묻고자 했던 그 질문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몇 개의 의자와 탁자, 은은한 조명과 투명한 막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무대는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로 가득 찬다. 특히 검은 막 뒤에서 무언가를 더듬는 듯 허공에 손을 짚으며 라파의 가족을 지켜보는 클라우디오 역 전박찬의 눈빛이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에는 갈등이 있어야 한다는 교사의 말을 새겨들은 클라우디오는 급기야 친구의 어머니 에스테르에게 직접 쓴 시를 건네고, 그녀와 키스를 한다. 이 아슬아슬한 사건은 과연 현실일까, 혹은 허구일까. 관객들로 하여금 소년의 불온한 상상과 욕망에 함께 빠져들게 만드는 은 내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5.11.11 / 조회 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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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상상하는 즐거움 <맨 끝줄 소년> 연습현장
새로운 이야기의 의미와 그 너머를 상상하는 일. 소설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설 읽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인지를. 여기 학생이 써낸 작문 과제에 푹 빠진 문학교사가 있다. 그는 소년의 글에 감탄하며 읽고, 상상한다. 예술의전당 ‘SAC CUBE: Premiere’ 의 일환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연극 은 1965년 생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으로, 흥미로운 제목 그대로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 클라우디오가 주인공이다. 클라우디오가 써낸 소설 같은 작문 과제에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파 가족에 대한 수상한 관찰과 욕망이 담겨 있다. 문학교사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고 소년의 재능을 점점 발전시키고자 한다.이 작품은 먼저 국내에서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영화 란 제목으로 개봉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연출이 지휘하는 이번 공연은 그가 소개하는 후안 마요르가의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자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이는 맨 끝줄을 선택한 소년, 클라우디오는 지난해 에서 30대의 나이로 불안한 소년 알런 역을 소화해낸 전박찬이, 문학교사 헤르만 역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윤희가, 극 중 헤르만 교사의 부인이자 큐레이터로 등장하는 후아나 역은 의 염혜란이 맡았다. 이들을 비롯하여 극단 코끼리만보와 백수광부의 대표 배우인 백익남과 김현영이 라파의 부모로 분하며, 유승락은 그들의 아들 라파로 참여한다. 기자가 참관한 지난 20일, 김동현 연출과 전체배우들은 책을 완독하는 것처럼 대본을 꼼꼼히 분석하며 장면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헤르만과 그의 아내 후아나는 클라우디오가 써낸 글의 내용을 언급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에게 글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클라우디오가 관찰하고 있는 라파 가족의 일상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연극은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일관성 없이 허구와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펼쳐지고, 각각 장면들은 책상의 위치와 책상 위의 스탠드를 켜고 끄는 것으로 전환되어 표현이 된다. 특히 이날 빵, 뽕, 하하 등 뜻을 알 수 없는 밝고 고운 소리들이 연습실을 울렸다. 낭랑한 목소리의 끝을 따라가보니, 코러스를 맡은 배우들이 대본을 펼친 채 몸과 입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매 공연마다 라이브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할 예정이다.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주인공 클라우디오의 글쓰기라고 설명한 김동현 연출은 “소년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나가다, 어느 순간 자기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되죠. 내가 글의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공연은 11월 10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0.26 / 조회 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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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단 내 스타일? 그럼 뭉쳐야지!
캐스팅과 스토리뿐 아니라 작품을 선보이는 단체와 극단의 개성은 꾸준히 공연을 관람해온 공연애호가들에게 관극 선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마다의 인기 레퍼토리를 시리즈로 선보이는 이들 두 곳은 '극단 팬'을 거느린 대표 단체라 할 수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극단 대표 고선웅의 개성이 가득 묻어 있는 곳이다. 기발한 상상력, 화려한 입담이 녹아 든 에너지 가득한 작품을 줄곧 선보여 왔으며, 올해 10주년을 맞아 공연하는 두 작품 역시 과거 큰 인기를 얻은 극단 대표 레퍼토리다. 8월 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는 오래전 신파극을 '화류비련극'이라는 독특한 타이틀로 구성해 냈으며, 14일부터 약 보름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주인공이 스테인레스 인간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중심은 연출가 김동현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말의 형태, 의미, 발화의 과정과 전달 등 '말'에 집중하며 밀도 높게 담담히 작품에 담아내고 있지만, 결코 담담하지만은 않은 감흥을 관객들에게 전해왔다. 극단 코끼리만보 역시 9월에 인기 레퍼토리 세 편을 3부작 시리즈로 묶어 차례로 공연한다. 1950년대 일어난 양민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 살아남은 이들의 말을 죽은 자의 말과 몸을 빌어 재연하는 과, 1960년대 베트남 전쟁 파병 실종자와 1971년 창경궁에서 도주한 홍학의 흔적을 병렬로 구성한 는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9월 2일부터 16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연이어 선보인다. 9월 18일부터 10월 4일까지 역시 게릴라극장에 서는 세 번째 작품 는 7,80넌대 중동에 파견되었던 남자와 파독 간호사를 꿈꾸던 한 여자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비춰낸 2인극이다. 지난해 초연을 통해 작가 배삼식이 제8회 차범석 희곡상을, 배우 이연규가 제5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위 작품들 모두 개별 예매 가능하지만, 이들을 모두 놓칠 수 없는 팬들을 위한 패키지 티켓도 구성되어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두 작품 모두를 관람할 수 있는 '마방진 패키지'는 4만 8천원이며, 극단 코끼리만보 3부작을 다 관람하고 공연 프로그램까지 더해진 패키지 티켓은 4만원이다. 모두 개별 관람보다 약 40%의 할인 혜택이 더해진 셈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8.04 / 조회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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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된 소년…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소년B가 사는 집> 연습현장
태어나 이십 년을 살아온 동네에서 악마 취급을 당하는 소년이 있다. 그 시선이 두려워 소년은 집 밖으로 나가길 꺼리고, 때로는 부모조차 “딸만 하나 있다”며 아들의 존재를 부인한다. 소년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린 나이에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 소년과 그 가족이 겪는 아픔을 그린 연극 이 곧 무대에 오른다. 이 연극은 2013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부문 공모에서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지난해 관객들의 호평 속에서 성공적인 초연을 마쳤고, 올해 두 번째 무대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일, 리딩이 진행되고 있는 이 작품의 연습실을 찾았다. 약 80분간 진행된 이날 리딩은 소년 대환의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어머니와 과묵한 아버지, 아버지보다도 더 말이 없는 대환의 대화가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드문드문 이어지고, 이웃집 새댁의 갑작스런 방문에 이들은 무언가를 감추는 듯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 역의 이호재, 어머니 역의 강애심을 중심으로 대환 역의 이기현, 누나 역의 이은정, 관찰관 역의 백익남, 이웃집 새댁 역의 최정화가 주고받는 대사는 순식간에 보는 이를 극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부모교육’에 참가해볼 것을 권유한 새댁이 떠난 후 대현의 어머니는 그동안 수없이 해온 것처럼 지난 일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혹시라도 생일 파티를 안 해줘서, 태권도 학원을 억지로 보내서 아들이 범죄자가 된 것은 아닌지,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괴로워하는 어머니와 아들을 향한 깊은 염려를 내비치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이 직설적인 표현 없이도 이들에게 드리워진 깊은 슬픔을 십분 전달했다. “난 변하고 싶어. 변할 수 있어.” 제목 속 ‘소년B’는 대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열 네 살 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살인을 저지른 대환은 실형 선고를 받고 5년여간 복역한 끝에 보호 관찰 처분을 받아 집에서 자동차 정비공인 아버지를 돕고 있다.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이웃 사람들의 시선도 무섭지만, 혼자 있을 때 불쑥 나타나는 소년B도 대환은 무섭다. 대환 역의 이기현은 “소년B는 열 네 살 무렵의 또 다른 대환이다. 대환이는 변화하고 싶어하는데 6년 전 사건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그 때의 기억이 자꾸만 내 안에서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불가해하며 통제할 수 없는 존재와의 싸움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를 모은다. 을 쓴 이보람 작가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고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악의 없이 악마가 되어버린 소년과 이를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가족의 모습은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그리고 삶에서 느닷없이 닥쳐오는 불행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초연에 이어 다시 어머니로 분하는 강애심은 “지난 공연 때 대환의 가족에게 공감하는 관객이 많았다. 대환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사람이 많더라.”고 전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대환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어느 순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당혹감을 주는 순간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런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에 대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강애심 등 명배우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남명렬이 연기했던 아버지를 올해는 이호재가 맡아 작품의 든든한 중심축이 될 예정이다. 김수희 연출은 “캐스팅을 하고 나서 내가 할 일은 다 끝났구나, 싶었다. 배우들이 수년간 쌓아온 깊이와 연륜으로 관객들이 자연스레 극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넘치지도 과하지도 않게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은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3.26 / 조회 6,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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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에 선 사람들, 김동현 연출가에게 묻다
제2차 대전 당시 세계적으로 독일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일었다. 나치는 유태인들을 동원하여 선전 영화를 찍어 적십자에 보냈다. 연극 ‘천국으로 가는 길’은 이러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수용소 유태인들이 각자 주어진 역할을 맡아 구성된 대본대로 광장과 벤치에서 연기하며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연극은 11월 8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현 연출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작품 소개 부탁드린다.연극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민간인 수용소를 방문했던 적십자 대표의 회상이다. 독일은 수용소에 방문하는 적십자단을 속이기 위해 유태인들을 이용해 연극을 만든다. 실제 독일 나치가 체코 테레진의 강제 수용소 일부를 수리해 선전 영화를 찍은 사실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이 작품은 규칙, 역할놀이 등 지극히 연극적인 요소들과 특성을 통해 비극을 부각시킨다. - 연극 ‘다윈의 거북이’, ‘영원한 평화’, ‘피리부는 사나이’에 이어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작품을 네 번째 연출한다.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후안 마요르가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나와 나이가 같다. 연극 ‘다윈의 거북이’를 연출할 당시 작가가 한국에 왔다. 이틀간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마요르가 작가의 가장 훌륭한 점은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을 연극이라는 장르로 잘 표현한다는 것이다. 피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부합하고 실제적으로 유용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런 면에서 마요르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다.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데, 개런티를 거의 안 받다시피 해준 적도 있을 만큼 인연이 깊다. - 작가가 철학을 전공했다. 작가의 작품 연출을 위한 철학 공부를 따로 했는지?연출가로서 철학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철학적 명제들이 적절히 도입될 수 있도록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한다. 연출가가 작품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요르가 작가는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재 철학 교수다. 작가가 깊은 사유를 가진 덕분에 삶에 대한 질문을 현실과 상황에 적절하게 던진다. 물론 어떤 관객들은 작품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반면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연극을 결합시키며 즐기는 관객도 많이 만났다. -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작가 스스로 연극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과거 작품들보다 부담이 더 컸다. 작품이 갖는 질문 자체가 무겁다. 하지만 유태인 학살이라는 주제가 우리 삶과 아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한국전쟁 때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것과 같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번갈아가며 생긴다. 무서운 것은 가해자들에게 실천의 명제가 너무나 분명해서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학대, 반감, 증오, 민간인 학살 등을 위장하는 가짜 사실이 많다. 이런 현실 위에 축적되는 질문들이 연극으로 펼쳐진다. 연극 ‘천국으로 가는 길’은 절묘한 반복을 통해 의미를 확대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 속 증기기관차의 연기와 가스실의 연기 등 단어와 상황 모두가 이중적으로 들린다. 연극과 극장이라는 요건을 통해 의미 있는 체험을 시켜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연출과 배우가 작품을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러한 과정이 힘겨운 건 맞다. 하지만 동시에 즐겁다.- 공연 시작 초반부인데,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모든 연극을 만들고 나서 ‘충분하다, 만족스럽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다. 그러나 첫 공연을 보고 나서 배우들에게 개인적인 박수를 보냈다. 좋은 진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관객이었다. 앞으로는 모든 배우들이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면서 점점 더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향후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내년도 작품을 구상 중이다. 극단에서 페이크다큐멘터리 연극 ‘착한사람, 조양규’, 연극적 다큐멘터리 ‘말들의 무덤’을 잇는 3부작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마지막 작품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모두 유효하게 이중적으로 구성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한국의 비극적인 근현대사 사건들을 표현하고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70~80년대 많은 한국인들이 노동인력으로 외국에 수출되다시피 했다. 역사는 사실만 기억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 속에 담겨있는 또 다른 진실들을 연극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한국인이라는 태도, 지킬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발견하고 구상해 갈 예정이다. 남가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코르코르디움
2013.11.12 / 조회 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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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연극 '말들의 무덤'
역사적 사건 목격자 녹취록 구성
13명 배우가 재연한 양민학살의 참상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연극 ‘말들의 무덤’의 한 장면(사진=코르코르디움).[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용한 무대 위. 한 여인이 흰색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유골 감식결과 총상과 함께 무릎뼈, 턱뼈 등에서 골절상이 발견됐다. 63년 전 한국전쟁 때 학살당한 그녀의 유골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하면서 그녀가 집어삼킨 못다 한 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적 사실과 묻힌 말들을 재구성한 연극 ‘말들의 무덤’이 1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국전쟁 중 일어난 양민학살을 목격한 증언자들의 인터뷰 자료와 실제 녹취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 서울이 아무도 없고 텅텅 비어 있었어.” “한 줄로 죽 세워놓고 총을 그냥 쏜단 말이야. 앞에서부터 하나씩 쓰러지면 나중에 다시 와서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확인을 해. 그리고 살아 있으면 쇠창살로….” “우리 어무이가 나 하나 살리겠다고 자꾸 머리를 밑으로 숙이게 했단 말이야. 잠시 기절하고 깨어났는데 우리 어무이가 피를 흘리면서 내 위에 엎드린 채 죽어 있는거야.” 작품은 포로로 잡힌 남자와 인민재판으로 처형당한 이야기 등 그동안 침묵했던 민족의 역사를 무대 위로 끌어냈다. 양민학살로 인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사람, 끔찍한 죽음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현재에서 복원해냈다. 세월의 풍파 속에 왜곡되고 사라진 진실의 파편들이다. 이 사라진 말들을 전하는 사람은 13명의 젊은 배우들이다. 배우들은 한국전쟁 중 사라져간 영혼들의 빈 몸을 바라보며 무덤 속에 유폐된 그와 그녀들의 말을 재연한다. 실제 창작의 소스가 됐던 사진과 영상은 배경으로 사용했다. 배우 전박찬(32)은 “사실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는 아니다. 6·25에 관한 것은 책으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며 “한국전쟁을 처음엔 머리로 알았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가슴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얀앵두’ ‘영원한 평화’ 등의 작품에서 견고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던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이영주·백익남·강명주·오대석·우미화 등이 출연한다. 김 연출은 “역사적 사실을 재현이 아닌 재연으로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했다”며 “역사를 체험하고 수십년 세월 동안 잊힌 존재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889-3561.▶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3.09.12 / 조회 3,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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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신이 내뱉어 놓은 농담일지 모른다’, 연극 ‘농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자체제작 첫 번째 작품 연극 ‘농담’이 4월 9일(화)부터 4월 28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이번 공연은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활동했던 정영욱 작가의 신작이다. 정영욱 작가는 19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토우’로 등단했다. 이후 200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선정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까지 총 네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연극 ‘농담’은 후미진 도시의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와 별반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정영욱 작가는 투견의 잔혹함과 경쟁, 탐욕의 특성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로 묘사한다.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낙형이 함께한다. 연출가 김낙형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 ‘농담’의 대본에 있는 인물과 대사가 손에 잡히는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작가 정영욱과의 대화, 꼼꼼한 작업으로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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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관객도 공범자가 된다”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
최근 나주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력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논의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경찰청과 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2,054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강간·강제추행범죄인 1만 9,393건의 10.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를 하루 단위로 환산하면 아동·청소년 중 매일 6명이 성범죄 피해를 입는 셈이다. 아동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각 계의 시선과 목소리는 다양하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아동이라도 사회적 무관심이나 방치 속에서 성폭력의 위험에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 시민과 민간단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공연계에서는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 아이들 희생 부른다”- 관객을 공범자로 만드는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는 후안 마요르가의 스페인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원제:하멜린 Hamelin)’를 황재헌 연출이 각색한 작품이다. 한 도시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 사건과 그림 형제의 동화로도 유명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했다. “사건의 단순한 고발이나 선동에 그치지 않고, 한국 관객에게 현실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황재헌 연출에게 작품의 특징과 사회적 의미를 물었다.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아동 성폭력을 다룬 이 작품은 어떤 관계성을 맺고 있는가?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다. 동화에서 어린아이에게 ‘쥐’는 두려운 대상이고, 두려운 대상을 없애주는 존재가 ‘피리 부는 사나이’다. 어린아이를 이용하거나 두렵게 했던 대상을 ‘쥐’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동화의 배경에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흑사병이 창궐할 당시, 그 원인을 몰랐던 사람들이 아이들이 병을 옮긴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학대했다. 수많은 아이가 어른들에 의해 화형당하거나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했다. 이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아이들을 무참히 희생시킨 일화다. 작가는 이것을 현대의 ‘아동 학대’ 문제와 연관 지어 이 작품을 썼다.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은 실화인가? 스페인에서 이런 작품이 쓰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작품 속 사건이 실화는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도 2000년대 초중반에 수백만에 이르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등 아동 학대와 아동 성폭력의 문제가 심각했다. 이 작품의 원제는 ‘하멜른’이다. 작가가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이 되는 도시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은 아동 학대가 자행되는 전 세계의 각 도시를 상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아동 성폭력 문제는 실제 사건만 본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다. 하지만 대개 가해자를 성도착증 환자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가해자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면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이 드러나지 않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둘러싼 주변의 가족들, 이웃들, 사회구조적으로 소외가 발생하는 이유를 한 꺼풀 벗겨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는 아동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는 검사 몬떼로가 주인공이다. 워커홀릭인 몬떼로는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루면서 정작 자신의 어린 아들과는 서먹하게 지낸다. 하지만 그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아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족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작품은 아동과 진심어린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는 아동을 대하는 어른들에게 진정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공연의 사회적 의미, ‘시각의 확대’다”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공연은 관객과 만남으로써 사회적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공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연의 가장 큰 사회적 기능은 ‘시각의 확대’다. 영화 ‘도가니’의 경우 실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영상이 대중이 잘 알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폭로하고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는 기능을 했다. 공연은 관객이 여러 가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표현기법을 사용한다. 당면한 이슈를 관객 스스로가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 해결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역할도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동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하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실제의 사건을 우화적으로 드러낸다. 관객 자신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작품이 전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구체화한다면 어떤 것인가? ‘우리 아이와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동성폭력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범인이겠지만 작품은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무관심과 명령조의 일방적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참혹한 범죄의 피해자로 내모는 현실은 한 명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만든 것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만든 것이다. 사회적 소외를 해결하고,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는 지난해 영화 ‘도가니’ 열풍에 이어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탈의 또 다른 고발이 될 예정이다.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뜨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무대에서 드러낼지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아동 성폭력 문제에 대한 알레고리적 질문을 던지는 연극 ‘피리 부는 사나이’는 9월 7일부터 9월 23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9.06 / 조회 6,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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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처참한 비극적 운명, 이것이 나의 존재인가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 이 올 6월 공연한다. 한국에서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을린 사랑’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그 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후 2011년 정식 개봉,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드니 뵐뇌브는 연극을 본 후 충격에 휩싸여 5년간의 준비 끝에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 와즈디 무아와드가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 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언에 따라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가 자신들의 아버지와 손위 형제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잘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거슬러 가는 남매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인 오이디푸스 모티브가 현대적으로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배삼식 작가가 한국 무대를 위해 원작 희곡을 다듬고, 등의 김동현 연출이 꼼꼼하고 치밀한 연출을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 김동현 연출제작발표회장에서 김동현 연출은 “대부분의 행동과 사건이 말로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굉장히 연극성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장소는 많지만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사보다는 침묵을 강조했던 영화와 달리 강렬한 시적 대사와 탄탄한 서사 구조가 돋보이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를 명시하지 않아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 연극에서, 14세에 연인의 아이를 가진 소녀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나왈 역을 맡는다.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통해 임신을 한 10대 나왈 역엔 이다아야가, 그 이후부터 3, 40대의 모습은 배해선이, 가혹한 운명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60대 나왈은 이연규의 몫. 나왈 역을 맡은 이연규, 이다아야, 배해선(왼쪽부터)“처음엔 한 인물을 세 명이 나눠 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는 이연규는 “나왈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도 있는 등 연극적 특징을 크게 갖고 있는 작품임을 깨달았다”면서 “작품 속 상황이 너무 버겁고 고통스러워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이 고통은 한 인간이 살아온 역사가 다 녹아 있는 크고 깊은 이야기가 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나왈의 유언에 따라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 역은 김주완과 이진희가 소화할 예정이다.쌍둥이 남매 시몽, 잔느(김주완, 이진희)와남매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권하는 공증인 르벨(백익남)그토록 찾아 헤맸던 첫째 아들과,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동일 인물임을 알고 비극적인 자신의운명을 침묵으로 감당했던 나왈,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몽과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머니의 침묵과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을 깨닫게 된다. 배우 남명렬이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등 4역에 나서는 등 1인 다역의 활용도 눈에 띈다. “한 명을 여러 명의 배우가 나눠 하거나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이 대본 자체가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작품 속 비극이 보편적이고 편재해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고 아이러니한 구조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김동현 연출의 변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비극과 의지는 윤상, 김동률, 이적 등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 정재일의 음악이 더해져 전개될 예정. 와즈디 무아와드가 고국 레바논의 내전을 배경으로 쓴 ‘피의 약속’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은 6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5.16 / 조회 1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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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시선으로 테러를 바라보다! 연극 ‘영원한 평화’
연극 ‘영원한 평화’가 2012년 1월 26일 목요일부터 2월 12일 일요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으로 전 세계 5개국에서 상연되었다. 연극 ‘영원한 평화’의 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는 스페인, 특히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극작가다. 작가는 테러와 함께 테러리스트의 폭발물을 찾는 탐색견의 눈에 비친 인간이라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연극 ‘영원한 평화’를 집필했다. 연극 ‘영원한 평화’는 인간이 아닌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화의 형식을 차용한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현실에서 폭력과 싸우기 위해 폭력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과연 목적이 모든 수단을 합리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세 마리의 개를 통해 관객에게 던진다. 이번 공연의 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는 ‘하멜린 Hamelin’(2005), ‘끝줄 소년 El chico de la u??ltima fila’(2006), ‘다윈의 거북이 La tortuga de Darwin’(2008)로 막스(Max)상을 세 번 수상했다. 막스(Max)상은 스페인 작가, 출판인협회 회원들이 당해의 가장 우수한 공연물을 뽑아 시상하는 것이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그리스어 등 21개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 공연되고 있다. 이민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01 / 조회 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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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당신의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은?
앨런 베넷의 신작 이 2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앨런 베넷은 등 특유의 익살과 통렬한 문체로 주목 받아온 영국 극작가. 은 2009년 영국 로열국립극장에서 공연돼 호평 받은 연극이다. 실존인물이었던 영국의 대시인 W. H. 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가장 만남을 극중극 형식으로 그리며 연극이 올라가기까지의 과정과 예술가의 심리상태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극중극인 은 W.H.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을 통해 예술가 이면에 숨겨진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진짜 예술가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최선의 감정들은 작품으로 가지만 실제 삶에 남은 것을 찌꺼기일 뿐”이라는 오든의 말처럼 예술가가 한계 상황에 봉착하며 업적과 개인적 삶(동성애 등)의 괴리에 대해 말한다. 한편, 의 리허설 현장. 연출이 급한 사정으로 불참하고 무대감독인 케이(오지혜)가 대신 리허설을 진행하며 일어나는 배우와 작가, 스태프들의 미묘한 갈등과 마찰이 그려진다. 배우들은 자기 역할이 축소되거나 자신이 맡은 기이한 캐릭터가 배우와 동일시 될까 우려하고 작가는 연출과 배우들이 자신의 작품을 함부로 들어내 훼손시킬까 전전긍긍, 무대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연습을 진행시키느라 애를 쓰는 장면이 그려진다. 관록있는 배우 이호재와 양재성이 각각 오든을 연기하는 피츠와 브리튼을 연기하는 헨리로 분했고, 오지혜, 민복기 등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다. 은 7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연극 리허설 현장 연출이 연습에 참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해 하는 케이(오지혜) 주인공의 캐릭터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배우 피츠(이호재)와 작가 닐(백인남) 리허설 시작 연습에 빠진 배우들은 스태프들이 대신 투입 "제 작품을 이렇게 바꿔놔도 되나요?" 민감해진 작가 극중극. 콜보이(김기범)를 부르는 오든(이호재) 오랜 친구 헨리(양재성)을 만나는 오든 "내 역할에 음악을 넣는 건 어떨까요?" 배우 도널드(민복기) 결말에 의견 차를 보이는 노배우와 작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6.22 / 조회 1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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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채우려 할수록 채워지지 않는 것들, 연극 ‘이날 이때 이즈음에’
인간은 늘 아쉽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가 아쉽고, 둘을 가지면 둘이 아쉽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아무리 겉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해보아도 인간은 공허하다. 욕망은 사람을 쉴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주검의 목구멍처럼 삼켜도 삼켜도 성에 차지 않아 욕망은 인간을 끌어내릴 뿐이다. 의자왕의 애첩, 일제시대 장돌뱅이, 전과자임을 숨기고 결혼한 남자. 시대를 넘나드는 이들을 통해 연극 ‘이날 이때 이즈음에’는 인간의 근원적 결핍과 욕망에 대해 논한다. 이 세 사람의 삶과 겉모습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만큼이나 판이하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경험한다. ‘결핍과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합치되는 그들의 모순을. 의자왕의 애첩 은고는 첫 등장부터 요망하다. 세상 권력 다 쥔 왕 옆에서 무엇이 아쉬운지 힘없는 화가를 건드린다. 백제 멸망이 다가와도 은고는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하며 왕의 행위를 농락한다. 장돌뱅이는 갈급하다. 15년째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자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우연히 다시 만난 여자는 나쁜 남자와 함께다. 하지만 그녀는 장돌뱅이와 있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다시 떠난다. 알콩달콩 신혼 부부. 한 남자는 불안하다. 살인자였던 과거를 부인이 알게 될까 염려스럽다. 지금의 행복을 뺏긴다면 남자는 끝이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식 연극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는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명확한 주제의식도 희미해지게 만든다. 이 연극은 구성이 앙칼지다.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와 깔끔한 구성은 극의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들을 압도한다. 극의 에너지는 일관되게 강하고,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진행돼 주제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이로써 극은 세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를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하고, 근원적 결핍을 만드는 이들의 불안은 작품에서 밀도 있게 다뤄지며 관객들의 마음으로 다가온다. 관객들과 마주한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무대와 조명, 음악 역시 극의 에너지를 강화시킨다. 나무와 흘러가는 물, 백색으로 무장한 무대는 배우들의 심리와 행동에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최소한의 소품으로 조명과 음악은 극적인 효과를 유도한다. 따뜻하기보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조명은 내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 마다 다양한 변화로 극의 몰입도에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연극 ‘이날 이때 이즈음에’는 곱씹을수록 마음에 다가오는 작품이다. 작품을 극장 안 공간에서 바라볼 때는 어렴풋했던 생각들이 세상에 나오니 정리가 된다. 무대 위 ‘그들의’ 욕망과 결핍이 똑같은 인간인 ‘나’에게도 있다는 사실로 정리가 귀결될 때 연극은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 이 작품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8 / 조회 15,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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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47] 소멸의 또 다른 이름은 탄생, 연극 ‘하얀앵두’
몸 안의 지층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가늠해봐야 백 년도 채 안 되는 삶일 진데 나름 여러 개의 층이 생겼다. 그 안에는 어느 날의 잊힌 사건이 화석이 돼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시간들로 가득 찬 우리 몸의 지층이 허물어지면 화석이라도 남아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될 수 있을까. 안쓰러워진 몇 십 년 앞에 5억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억’ 소리 나도록 급작스런 출현에 보잘것없는 우리의 삶은 고개를 숙이겠지만, 인자한 5억 년의 시간은 우리네 시간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가만히 그러안고 곧 우리가 그임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1년 전도 가물가물한 우리에게 5억 년은 막연한 환상과 비슷하다. 그 길고 험난했던 시간이 하나의 화석으로 축약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경이의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우리는 곧 심드렁해질 것이다. 1년 전에 죽은 우리집 똥개의 뼈가 나왔다면 차라리 오열했을 것을. 연극 ‘하얀앵두’는 그 엄청난 시간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배짱을 발휘했으며, 놀라운 것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들어와 제 자리인 것처럼 안착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 영겁의 시간이 우리의 네모난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만히 쓰다듬는다. 성급한 위로는 없다. 연극은 마음에 구멍을 갖고 사는 어느 지질학자(권오평)가 그다지 ‘유명하지 못한’ 연극배우(하영란)에게 삼엽충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삼엽충이 길고 지난했던 5억 년의 여행을 마무리 짓고 도착한 곳은 하영란의 손바닥이다. 여배우의 남편 반아산은 ‘글 안 써지는’ 작가다. 수술 후 영월에 내려온 그는 할아버지의 정원을 되살리고자 한다. 자, 눈을 감고 할머니가 우리를 반겼던 시골의 풍경을 상상해보자. 정작 고향이라 부를 만한 시골을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상상 속 시골은 대게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강아지(상상 속 시골 강아지는 진돗개일 가능성이 크다), 나무 한 그루, 꽃, 평상 정도는 갖춰져 있다. 여기 반아산의 기억 속 할아버지의 마당 역시 그렇다. 조금 더 특이하다면 하얀앵두가 있었다는 것. 진주처럼 작은 하얀앵두가 달빛을 받고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걸,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다. 하얀앵두가 그토록 반짝거리는 이유는 현재 부재하기 때문이다. 소멸되는 것일수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이렇듯 연극 ‘하얀앵두’ 속에는 여러 시간이 교차한다. 그 간극은 상당하며 5억 년이 바라보는 인간의 시간, 인간이 바라보는 개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인물과 시간이 무작위로 선택돼 엉켜버린 것 같은 와중에도 지층처럼 정갈하게 정돈되는 맛이 있다. 소멸과 탄생을 아우르는 인간에 집중한 탓에 연극은 싱싱하다. 연극의 두 시간가량은 황폐해진 정원을 가다듬고 식물을 심는 과정과 비슷하다. 흙을 정돈하고 기다림을 담보하는 씨앗을 뿌린다. 버석거리는 황토색 땅 깊숙한 곳에 곧 이슬 맞으며 몸을 내밀 어린잎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 간질거리는 생명력이 있다. 연극은 마지막까지 열매를 보이지는 않으나 열매를 기다리는 희망의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과학시리즈로 무대에 오른 ‘하얀앵두’는 과학과 인간, 자연과 소멸된 모든 것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켰다. 물처럼 흘러 서로를 쓰다듬고 바다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불가능함에도 등장하는 귀신 송도지와 분명 존재함에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강아지 원백이 역시 우주의 순환 안에서 숨 쉰다. 죽음은 소멸 대신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연극 ‘하얀앵두’는 삶의 본질과 가까운 추상적 주제를 구체적인 일상으로 제시, 그들의 거대한 시간 속에 관객이 스며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위트로 가득한 이 작품은 농익은 배우들의 연기로 보이지 않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5억 년 동안 긴 여행길을 지나 이곳에 다다른 화석 하나가 괜찮다, 괜찮다, 당신을 위로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20 / 조회 19,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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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주를 노래하다, 극작가 배삼식
연극 ‘하얀앵두’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지층이 있던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했다. 무대는 향토적인 강원도 사투리와 화석, 인물들의 이름에도 숨겨져 있는 온갖 꽃과 나무들로 채워진다. 특히 극의 제목이자 주인공 반아산(雅蒜)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 마당에서 봤다던 ‘하얀앵두’는 실제 작가 배삼식의 유년시절 기억 속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2009년 과학연극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초연됐던 연극 ‘하얀앵두’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벽 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등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주로 각색해 선보였던 작가 배삼식은 이 작품을 통해 할아버지와 ‘하얀앵두’에 대한 흐릿한 기억을 토대로 켜켜이 쌓인 지나간 시간들을 겹쳐 보인다. - 앵두가 익어가는 시간 연극 ‘하얀앵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한계와 약점을 갖고 있다. 주인공 아산은 퇴물 작가이고, 그의 아내 영란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 지질학과 교수 오평은 죽은 아내에 대한 괴로움과 상처가 남아있고, 조교 소영은 그런 오평을 짝사랑한다. 아산의 딸 지연은 일곱 살 때 입양돼 길러졌다. “누구나 다 결핍이 있죠. 상처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소리 내서 우는 자만,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자만 아픔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단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삶은 고통스럽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면서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가, 나름대로 이런 질문들을 던진 거예요. 고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각각의 사람들이 그 결핍과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고 사는지, 안으로 썩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견디고들 사는지 하는 것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극 중 인물들은 각자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려 괴로워하다가도 암전이 되고 조명이 켜지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간다.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도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작가 배삼식은 “실제 우리 삶은, 제가 보는 삶은 그런 식이 아닌가. 시간이라는 것이 해결해주는 게 있기도 하잖아요. 작품 속에 갈등이 없다기 보다는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인 거죠. 클라이매틱한 극 구조에 익숙한 분들은 너무 해결이 쉽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고의적으로 전통적인 극 구조를 비껴간 부분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날 것 그대로의 고통을 들이대는 최근 작품의 흐름과 반대로 연극 ‘하얀앵두’는 치열한 갈등과 클라이맥스가 빠진 빈자리에 반복과 대구가 자리 잡았다. 연극적인 재미가 가득하다. “작품을 쓸 때 억지웃음은 안됐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어요. 미묘한 타이밍이나 배우 개개인의 개인기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서 벌어지는 반복이나 역지사지 같은 웃음을 진지함과 함께 뒤섞어 보여주고 싶었죠. 아주 진지한 순간에도 그 사람들만 있었다면 비극이었을 거예요. 거울처럼 이 상황을 반대편에서 보는 눈들이 한 구석에 하나씩 있죠. 나름대로는 배치하면서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고, 실제로도 또 그렇고 실제 우리 삶이.” 그의 말처럼 인생은 아이러니다. 울다가도 웃고 고통스럽다가도 곧 배가 고파진다. 극 중 지질학자 권오평은 첫 장면부터 5억 년의 시간을 버텨낸 화석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원이라는 건 이처럼 무책임하다. 술에 취한 어느 날 그는 울부짖는다. “난 영원이 싫어! 싫다고! 싫단 말이야!” 작가 배삼식은 이 작품을 통해 사라짐, 소멸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멸이라는 게 사라진다는 뜻만이 아니고 타오를 ‘소’에다가 멸할 ‘멸’자를 써서 모든 게 한 순간에 확 피었다가 사라지는 걸 의미해요. 사람들은 사라질 운명들을 될 수 있으면 안 보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들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무의식중에 사라지더라도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고. 그런 것을 통해서 영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불확실하지만 가져보는 것 같아요.” 연극 ‘하얀앵두’는 그 포스터의 노란 색감만큼이나 따뜻하다. 작가 배삼식은 “작품을 쓸 때 따뜻함이라는 건 갈망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남아 있길 바랐죠. 저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함을 갈망하고 있고, 속이 쓰리고 외롭고, 스스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러고 있는가 하는 것들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 중 곽씨 영감과 반아산은 집 마당가를 둘러 탱자나무를 심는다. 가을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이 메마른 가지에서도 꽃을 틔울 것이다. “영상이었다면 마지막 장면을 에덴이다 파라다이스처럼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만 무대에서는 상상력이 필요해요. 중극장 정도의 규모가 돼서 소켓으로 한 번에 밀고 들어와 무대를 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꽃은 관객들의 상상 속에 맡겨두고 싶어요.” 연극 ‘하얀앵두’는 오는 8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글,사진_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newstage@hanmail.net)
2010.08.13 / 조회 16,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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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만난 중국인, <코뿔소의 사랑>
중국 연극하면 떠오르는 ‘경극’은 잠시 놓아두자. 현재를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연극 이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 시리즈’에 담겨 찾아왔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같으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과 문제점을 연극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인인인 시리즈’의 중국편인 은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중국 대표작가 랴오이메이의 대표작으로 1978년 개혁개방화 정책 이후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토리 비서 밍밍을 사랑하는 코뿔소 조련사 마루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한다. 절망한 마루는 결국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코뿔소 튤라를 죽인 후 사랑의 선물로 코뿔소 심장을 꺼내 밍밍에게 선물한다. 날개형으로 펼쳐낸 객석형태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공간을 새롭게 활용한 이번 공연에는 라이브밴드의 연주에 맞춘 배우들의 노래도 함께한다. 연극 에는 의 최광일, 의 김지성 의 황정민 등이 출연한다. 중국인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 은 5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연극 "너의 맑고 향기로운 냄새, 조금은 축축하고, 이상한 목소리"마루(최광일)"그녀한테는 복사기 냄새가 나"한 개 사면, 한 개 더 드립니다! 연애수업 들으러 가는 길연애교수, 영원함을 반대하고 순간을 지지한다!요즘 사람들은 누구도 맹세를 하지 않아 맹세는 단지 감정표현의 한 방식일 뿐 꽃을 선물하고 함께 밥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지, 밍밍(김지성)복권만 당첨되면!왜 내 마음을 모르니?사랑도 표준화, 전문화, 규격화될 필요가 있습니다감정의 남용이 야기하는 각종 폐단과 쓸데없는 낭비를 즐기는 거죠꿈일까, 생시일까?밍밍,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야튤라의 심장과 나 자신, 받아주겠어?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 (club.cyworld.com/docuherb)
2010.04.08 / 조회 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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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인 시리즈> 한중일 3국의 오늘을 무대서 만난다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과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대의 한국, 중국, 일본인의 삶이 연극으로 펼쳐진다. 지난 해 ‘과학연극 시리즈’를 기획해 선보였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이 올해 한중일 3국의 사람들을 화두로 한 연극 ‘인인인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이번 시리즈는 한국, 중국, 일본인 작가의 작품이 한국 연출들의 지휘로 탄생한다. 오는 4월 6일 시작하는 시리즈 첫 작품 은 중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 랴오이메이의 작품으로, 1978년 개혁개방화 정책 이후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는 “서양문화와 자본주의에 중국 전통의 정체성이 충돌되면서 나타나는 가치관의 혼란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중국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상황이 진흙탕에 비유되며 그 위에 피는 꽃이 바로 코뿔소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뿔소는 중국 전통의 가치관을 의미한다. 일종의 음악극으로 표현될 이번 작품에서 박정희 연출은 “한 시대와 나라를 대변하는 것이 음악이라 원작의 중국 음악을 편곡 없이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왼쪽부터)밍밍을 짝사랑하는 코뿔소 조련사 마루 역의 최광일서구사회를 동경하며 그 안에 속하고 싶은 밍밍, 김지성자본주의가 밀려오자 물질적 욕망을 강렬히 원하는 헤이즈, 신덕호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연애교수 역의 황정민두 번째 작품인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는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일본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이다. 이지메문화, 은퇴이민, 히키코모리 등 오늘날 일본이 안고 있는 여러 사회 현상이 일본 밖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삶과 시선을 통해 담담히 풀어진다. “차분하고 매끄러운 것이 히라타 오리자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나, 보는데 인내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박근형 연출은 “어떻게 하면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또한 “유교 문화권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 많지만, 원작의 일본적인 색 중 관객들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낼 것”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의 배우들말레이시아에 온지 가장 오래된 아키라 역의 최용민은퇴이민 2세대 이쿠코의 예수정풍선껌에 대한 아픔을 갖고 말레이시아로 온 치즈코, 서이숙죽음을 화두로 ‘한국인’의 모습을 쓰고 연출할 고선웅은 6월 공연을 앞두고 “시놉과 인물 구축 중”이라고 한다. “작품 제안 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한국인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니 겁이 났다”는 그는, “사실적으로 다루기엔 시선이 편향될 것 같고, 오히려 허무맹랑한 표현이 더욱 한국인을 잘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흔히 ‘인어’에서 ‘인어공주’를 연상하게 되는 것에서 착안, 반인반수인 인어공주의 특징이 한국 사회를 이야기 하는 은유로 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의 제목을 생각해냈다"는 고선웅은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들 곁에 오래 있어온 간호사, 호스피스들을 집중 인터뷰 하기도 했다. 시리즈를 구성한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는 “동북아시아의 역사 속에 함께 있는 한국으로서 20세기 말부터 겪고 있는 3국의 다양한 혼란과 비판을 통해 우리가 나갈 방향을 알아가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인인인 시리즈’의 세 작품은 4월 6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이어 공연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19 / 조회 9,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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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배우 남명렬, “연극은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일”
우연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아, 적어도 헛걸음을 한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해도 좋다. 또, 일부러 날짜를 꼽아가며 열심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오늘 만큼은 가볍지 않은, 작품의 밀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서 선 지 올해로 16년. 코믹하거나 혹은 잔잔하거나, 또는 강하거나 진한 모습으로 서 온 그이지만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연극 의 사드로 돌아올 연극 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다. 연극 가 벌써 올해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 100회 기념 공연을 올 초에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것까지 하면 , , 까지 벌써 다섯 작품이네요. 지난 번에는 좀 무리하긴 했죠. 끝나고 4일 후에 이 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도.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하게 되면 혹여 전 작품의 캐릭터나 공연하는 유형이 뒤에 하는 작품에 스며 나온다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대사만 달리하고 똑같이 한다고 너무 쉽게 비교할 수도 있죠. 또 둘 중 하나라도 완성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리하니까 작품 망치지”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고요. 다행히 둘 다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서 작품 끝내고 두 달 간 맘 편히 쉬었습니다. 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중반기에 서울시극단에서 해서 올 해 같은 작품이 두 번 공연되는 셈이네요. 한 10여 년 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마라와 사드만 나오는, 많이 각색된 2인극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무슨 이야기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있습니다. 작품 같이 하자는 제안은 올 초에 받았고, 아르코극장 기획공연으로 작년 말에 이미 공연이 결정되어 있었죠. 서울시극단에서 그 후에 작품이 결정 되었는데 여기 연출가에게 자기네들이 먼저 해도 되겠느냐 연락이 왔었대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이 어떻게 올려지는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일본 배우와 연출가가 만든 작품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두 작품을 교토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다 연습해서 그 친구들 공연 이틀 후부터 공연하는 식으로. 그런데 일본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것과 너무 다른거죠.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 패턴, 무대도요. 관객들도 저번에 저 공연을 봤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보고 비교해 본다던가. 물론 예술행위에서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원작 그대로를 풀어낼 예정인가요? 되도록 피터 바이스란 작가가 쓴 것을 다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유럽 배경이다 보니, 프랑스 대혁명이라든지, 상징적으로 압축된 유럽 역사의 이해랄까, 알아듣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좀 차지 한 것도 있지만요. 10여 전엔 힘들었지만, 지금 ‘아, 이런 이야기구나’하고 이해하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같은 작품도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이지만 개인의 일상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는 역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삶의 문제에서 좀 삭제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는 반드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고, 그 사이 불평등이 존재하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쟁, 과연 무엇이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기 철학에 대한 주장이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거대담론은 있지만 굉장히 실제하는 어떤 것을 쉽고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닐까, 합니다. 리얼리즘 작품은 작품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동화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죠. 관객들이 이 작품과 어떻게 호흡하길 원하십니까. 브레히트 이전까진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들에서처럼 철저한 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차피 무대 위에서 하는 건 연기다, 근데 왜 실제처럼 하느냐’라고 했고 관객이 극에 몰입될 만하면, 이것이 연극이라는걸 보여줬죠. 하지만 그렇게 딱 중간에 깨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완벽히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깰 이유가 없는 거죠. 이 작품도 상당 부분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무대 위의 상황이 진짜 우리네와 똑같아’가 아니라 ‘아, 저런 게 있을 수 있구나’하고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지금 상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몰입하다 중간에 탁! 깨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악이나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 광기 등을 많은 사용하려고 합니다. 맡으신 ‘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현재 사드 후작은 가학변태성욕인 사디즘에 대한 걸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죠. 그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힌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표피적인 부분만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기도 해요. 그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볼 때 왜 허울을 가지고 보느냐, 깊이 개인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사회를 바라볼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혁명과 싸움이 거듭되는데, 실제로 민중이 행복했던 경우가 있느냐, 없다는 거죠. 마라가 사회혁명을 이야기 했다면 사드는 개인의 혁명을 이야기 한 거에요. “너 자신을 분명히 바라 봐라”고요. 진지한 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 중에 좀 골치 아픈 작품들이 많았어요(웃음). 만 해도 연습하는 내내 핵물리학 공부시간이었죠. 이전에 했던 이런 작품들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지적일 것이다’라고(웃음)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런 작품 준비할 때 연출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많이 떠올리나 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게 저의 경쟁력 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적어도 일정 부분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 책으로도 몇 번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저를 통해 3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물론 모든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면, 그건 희열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척 코믹하고 평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아요. 그 당시에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해?”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요. 연극 비 전공자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3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셨습니다. 큰 계기가 없지 않고선 힘든 일 아닌가요? 밖에서는 제가 별 충격적인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여러가지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제 자신을 들여다 보면 사소한 일은 굉장히 신경 쓰고, 좀스럽고?(웃음) 그런 편인데 큰 일을 겪으면 오히려 우왕좌왕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하고 굉장히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약회사 영업부에 한 6년간 있었는데, 그 생활 자체가 좀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성상 목표액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이건 너무 싫어, 싫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보자, 했죠. 연말 보너스가 당시 250%였는데 그건 놓칠 수가 없어서(웃음) 12월 31일에 딱 그만 뒀어요.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 연극을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깨달은 거죠. 직장 생활하면서도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연극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있고 공연도 했거든요. 여럿이 함께 창단한 극단도 있고 하니 대전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우연히 서울 공연 단체가 같이 공연 해 보자고 해서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데뷔작이 이윤택 극본, 채윤일 연출의 이었는데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뭐가 뭔지 모르고 했던 터라 스스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연습 기간, 공연기간도 차이가 났고. 좀생이라는 고백은 의외인데요.(웃음) 옛날 보다는 덜해졌지만, 좀 ‘파르르’하는 성격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할 때 아버지가 “명렬아, 넌 그 파르르한 성격을 좀 죽이고 살렴” 그런 말씀까지 하셨죠(웃음). 지금은 참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그런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웃음). 앞에 해야 될 일을 그냥 놔두고 있질 못해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 놔야 하고, 집에서 대본이나 책을 볼 땐 주변을 정리해 놔야지, 너저분하게 있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아들이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 걸 좀 머리 아파해요(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것 보다 드라마 한 편의 여파가 크긴 크죠. 영화나 TV 등의 매체는 파이 자체가 크잖아요. 큰 파이에서 한 쪽만 떼어도 그 조각이 큰데, 연극은 파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전체를 다 먹어도 큰 조각 하나보다 작을 거에요. 단지 나는 어느 매체에서 할 때 내 자체의 활용도가 있느냐, 그 차이지요. 매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잖아요. 물론 매체에 적절한 변화된 연기는 해야겠죠. 요즘은 크로스오버가 많은 시대이고 오히려 대중 매체 스타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나 연극이 내 성장의 분명한 토양이 됐고, 어쨌든 연극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연극에 잔뼈가 굵다가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도 적어도 두 달은 연극에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동환 선배 같은 경우는 TV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해도 1년에 두 편 이상씩 연극을 하잖아요. 그런 것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16년, 배우 남명렬이 가진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요. ‘가늘고 길게 살자’(웃음). 때때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데 어느 날 보면 ‘어? 있네!’(웃음).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매년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한 것이 실망스럽지 않다고 매번 인식되는 삶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나이에 걸맞는 삶의 모습을 하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계량화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50대의 얼굴, 그것이 되고 싶은 거죠.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현재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사고, 책, 삶의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난 예술가니까. 김아라 연출이 어느 자리에서 “배우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돼,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봐줘야 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래요. 도덕적이면서도 반 도덕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감성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영감을 갖게 되고 다른 개인들에게 더 큰 영감과 삶의 활력,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거든요. 또 평소의 내 삶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자신의 평소 모습이 정말 다 드러나거든요. ‘나’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루기 때문에 재료가 구축해 내는 배역은 반드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선택했던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 좋은 선택이었다, 라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은 꿈이 언제나 있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 브라운 팩토리
2009.09.28 / 조회 1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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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앵두> “우지 마라, 꽃이 지면서 우는 거 봤나?”
형체가 있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진다. 인간이 자주 잊고 사는 이 단순한 명제를 무대는 담담하게 읊조린다. “모든 건, 사라지기 때문에 애틋하다”고.
과학연극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극 는 과학연극이라기 보단, 철학연극에 더 가까워 보인다. 5억년 전 삼엽충을 보며 그 안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을 신기해 하는 사람들. 그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보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찰나와 같은지 깨닫지만, 그래도 그들은 세상사 희로애락에 다시 푹 빠져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지지고 볶고 싸우다 화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곤 삶은, 사라지기 때문에 더 찬란하지 않냐고 묻는다.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화석채집을 위해 강원도 산골을 들른 지질학자와 조교, 잊혀져 가는 50대 작가와 그의 연극 배우 아내, 그리고 그들의 딸과 이웃집 노인의 소소한 일상이 작은 시골 마당에서 펼쳐진다.
사람 나이로는 100살쯤 되었을 15살 개의 임종과 18살 고등학교 딸의 사고 같은 임신은 이들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개의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딸을 임신시킨 도둑 같은 (앞날의) 사위에게 분통을 터트리지만 결국 변한 건 없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황량한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으며 이들의 피고 짐을 바라본다.
5만년 된 삼엽충 화석은 이들의 일상에 던져진 각성과도 같다. 몇 억만년 전 적도에서 자유롭게 떠돌던 삼엽충이 지금, 그들 앞에서 시간의 작은 흔적으로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얼마나 수많은 형체들이 나타났다, 소멸됐을까?
무대는 거창하게 삶과 죽음, 자연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고약한 술주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가 있고, 자신의 학생을 사랑하게 된 35살 노총각과 더 이상 주목 받지 못해 힘겨워 하는 작가, 곧 여생을 마무리 하는 개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수다는 소멸해 가는 생명의 기억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애틋하고 특별하다.
이 뇌, 화학, 양자물리 등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갔다면, 에서는 탄생과 소멸이라는 극히 철학적인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때론 현미경을 들이댄 듯 자세하게 묘사하며 2시간 이상 인터미션 없이 이어져 극 말미엔 관객에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의 죽음을 지켜보고, 작은 삼엽충 하나로 무한한 시간을 되돌려 보면 삶의 의미를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와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는 이 작품의 또 다른 힘이자 백미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6.18 / 조회 9,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