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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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뭐볼까]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라!”…3월 찾아오는 추리 연극 두 편
추리는 예로부터 다양한 명작을 낳았다. 애거사 크리스티부터 스티븐킹의 이르기까지 추리의 명맥은 여전히 굳건하다. 추리 소설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공연계에도 이어졌다. 특유의 긴장감까지 생생히 전달하는 추리극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추리극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도 어김없이 추리극이 관객을 만난다. 추리 마니아라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연극 두 편을 소개한다. 시나리오에 숨겨진 진실, 연극 ‘도둑맞은 책’2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 연극 ‘도둑맞은 책’은 ‘2011대학민국스토리공모대전’ 수상작인 ‘도둑맞은 책’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로 알려진 유선동이 집필해 화제를 모았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호평을 받은 원작은 뮤지컬 ‘러브레터’, ‘지킬 앤 하이드’의 변정주가 각색을 맡아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2014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흥행에 성공한 시나리오작가 ‘서동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시나리오 작가로 재기한다. ‘서동윤’이 내놓은 작품은 천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의 성공으로 그는 대한민국 영화대상시상식에 초대받는다. 시상식 당일 ‘서동윤’은 리셉션 장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작품은 ‘서동윤’이 자신을 납치한 자가 보조작가 ‘조영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실력파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데스트랩’, ‘줄리어스시저’의 박호산은 ‘서동윤’ 역을 연기한다. 연극 ‘필로우맨’, ‘환상동화’, ‘날 보러와요’의 이현철도 ‘서동윤’ 역으로 출연한다. ‘조영락’ 역은 연극 ‘임대아파트’, ‘오셀로’의 김강현과 연극 ‘날 보러와요’, ‘쉬어매드니스’의 김철진이 함께한다. 연출은 각색을 맡은 변정주가 맡는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3월 12일부터 3월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창작공동체 아르케와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상상두목 대표인 최지언이 집필했다. 그는 지난해 연극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은 최지언의 2015년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공연 리허설 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인물들은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에 출연하는 배우다. 그들은 초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준비한다. 그들은 리허설 중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역을 맡은 배우의 시체를 발견한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혼란에 빠진다. 경찰인 ‘수사관 K’는 사건이 극 중 살인방법을 모방한 타살임을 밝혀낸다. 그는 수사를 진행하며 범인이 주인공을 맡은 ‘황백호’임을 짐작한다. 이번 공연에서 ‘수사관K’ 역으로 김수현이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김관장, 김성일, 민병욱, 박시내, 박완규, 신현종, 이준혁, 마귀량, 한보람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김관장이 무대에 오른다. ‘반장’ 역은 김성일이, ‘수사관A’ 역은 민병욱이 맡는다. 김수현은 ‘수사관K’ 역을 연기한다. 이외에도 박시내, 박완규, 신현종, 이준혁, 마귀량, 한보람이 출연한다. 연출은 연극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 '경복궁에서 만난 빨간 여자' 등의 김승철이 맡는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스토리피/서울문화재단
2015.03.05 / 조회 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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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더 발랄해졌다
2015년 라인업…올해 콘셉트도 '젊음·참신'
창작 초연작·레퍼토리 등 7편 선보여
연극 '햇빛샤워' '푸르른 날에' 등
세월호 1주기 추모공연 '델루즈' 마련
9월 1일 한중일 페스티벌도 진행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사진=남산예술센터).[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젊고 참신하다.’ 동시대 창작극을 지향하는 남산예술센터가 2015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올해도 실험성 강한 다채로운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창작 초연작 4편과 레퍼토리 1편, 외국 극단과 공동 제작 2편 등 총 7개 작품을 선보인다. 2009년 재개관한 남산예술센터는 동시대 창작 초연극을 공동 제작하며 ‘한국 현대연극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창작 초연’이라는 것 자체가 모험이고 도전적”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 라인업 역시 재기발랄하다. 공공극장이 여러 군데 있지만 남산예술센터처럼 창작 초연을 원칙으로 하는 극장은 없어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첫 무대는 코믹액션무협판타지를 표방한 창작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12~29일). 3중 액자 구조로 허상을 좇는 현대인을 실감 나게 표현한 작품. 김승철 연출은 “현실과 무대를 넘나들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작가의 의도대로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5년째 공연하는 대표 레퍼토리 ‘푸르른 날에’(4월 29일~5월 31일)도 주목할 만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시선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지난해 평균 객석점유율 98%를 기록했다. 고선웅 연출은 “다섯 번 하다 보니 덜 신선할 수 있다”면서도 “유종의 미를 잘 거둬서 남산예술센터에 좋은 미덕으로 남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남산희곡페스티벌-네 번째’ 낭독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장우재 연출의 ‘햇빛샤워’(7월 9~26일)와 카프카의 원작을 해체·재구성한 ‘변신’(10월 7~18일, 김현탁 창안·연출), 불륜의 이면에 숨어 있는 권력관계를 파고드는 ‘치정’(11월 19일~12월 6일)을 차례로 공연한다. 세월호 1주기 추모공연이자 호주예술가와의 협력작인 ‘델루즈: 물의 기억’(4월16~25일)과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역사 속에서 재생하는 한·일 합작극 ‘태풍기담’(10월 24일~11월 8일)도 마련했다.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며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하는 ‘베세토 페스티벌’(9월 1~24일)도 진행한다.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연극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그린다. 02-758-2150.▶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5.03.01 / 조회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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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몸부림치는 인간, 연극 ‘전하의 봄’
2012 한팩 공공지원시리즈 선정작이자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작인 연극 ‘전하의 봄’이 7월 5일(목)부터 7월 15일(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작품은 작가 신명순의 ‘전하’를 원작으로 이해성이 각색을, 창작공동체 아르케 대표인 김승철이 연출을 맡는다. 창작공동체 아르케는 그리스어로 최초라는 의미다. 아르케는 인간 존재, 창조 행위, 사회 현상들의 ‘최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창작공동체 아르케는 본질적 물음에 대한 연극적 사유를 무대에 표현한다.원작 ‘전하’는 변화하려는 자와 변화하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식인의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올해는 원작 ‘전하’의 탄생 50주년으로 작가 신명순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는다.작품은 극중극으로 꾸며진다. 세조와 사육신에 대한 연극을 연습하던 배우들은 권력의 역학관계와 인간적 고민을 껴안은 인물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세조는 계유정난으로 왕좌에 오른다. 단종의 복위를 꾀하는 상황을 알고 사육신을 처형하기 시작한다. 신숙주는 다른 신념으로 인해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다. 배우들은 극중극 안팎으로 동시에 벌어지는 권력 쟁취의 욕망과 폭력, 이상과 현실 간의 갈등과 고뇌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6.19 / 조회 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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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가 대세? 연극 ‘보잉보잉’ VS ‘룸넘버13’
까도남, 차도남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두 단어는 나쁜 남자를 지칭한다. 까칠하고 차가운 남자가 여심을 울리며 나쁜 남자의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나쁜 남자 왜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걸까?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늘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바람둥이 역시 나쁜 남자 캐릭터 중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밀당의 고수이자 여서들의 심리를 간파해 자신의 곁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매어둔다. 과연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극 속 캐릭터에서도 속속 등장하는 바람둥이 캐릭터를 살펴보자. 가공할만한 바람둥이 성기, 연극 ‘보잉보잉’ 탄탄한 몸매에 매끈한 얼굴, 그런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드러운 미소까지 성기의 외모는 출중하다. 게다가 배려심까지 갖췄다. 성기의 이력을 먼저 살펴보자면 미모의 스튜어디스 세 명과 만나고 있다. 성기는 자신의 바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마음이 여리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 많은 여성과 사랑을 나눌 뿐이다. 성기의 생각이 그렇다 한들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성기의 바람에 여성은 속이 타고, 그 역시 자신의 바람을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가 세 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그녀들의 직업 덕분이다. 그녀들은 모두 스튜어디스로 장기간 비행을 나가야 한다. 한 명이 비행을 나가면 성기는 다른 여자를 만나는 식으로 세 명의 여자와 알콩달콩한 연애감정을 주고받는다. 바람둥이 성기에게는 든든한 조력자 순성이 있다. 성기의 친구 순성은 그와 다른 사랑관을 가졌으나 성기의 바람이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그를 돕는다. 눈치빠르고 매너좋은 성기는 세 명의 스튜어디스를 오가며 사랑놀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바람은 은밀하게 리차드, 연극 ‘룸넘버13’ 리차드는 성기에 비하면 초짜 바람둥이다. 성기는 세 명의 여인과 사랑을 하지만 리차드는 제인이라는 여성과 바람이 났다. 그렇지만 리차드도 성기 못지않다. 리차드는 바람을 넘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리차드는 유부남으로서 국회에 들락날락 거리는 여당 국회의원이다. 리차드와 바람이 난 제인은 야당 총재의 비서다. 여당과 야당의 만남만으로 껄끄러운데 불륜까지 더해져 이 둘의 관계는 복잡하다. 리차드는 제인과의 관계를 불륜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둘의 관계가 불륜이든 로맨스든 이들을 가로막는 장벽은 하나둘이 아니다. 먼저 드센 리차드의 아내와 돈만 밝히는 웨이터, 탐정, 제인의 남편 토니까지 그들에게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둘은 날쌘 행동과 순발력 있는 거짓말로 위기를 가뿐히 넘긴다. 거짓말에 치여 숨이 턱 막힐 지경이라도 둘은 호텔방을 떠날 줄 모른다. 리차드가 아내에게는 바람둥이지만 제인에게는 순정을 바치는 남자고, 제인 역시 남편에게는 더없이 나쁜 아내지만 리처드에게는 오직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두 선수가 늘어놓는 거짓말과 배우들의 임기응변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거짓말에 있다. 연극 ‘룸넘버13’에도 ‘보잉보잉’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갖가지 거짓말이 무대를 잠식한다. 관객은 이 거짓말에 동참할 수 없지만 그 거짓으로 인해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객석은 거짓말로 질식할 것 같지만 관객에게 그 무게를 가중시키지 않는 것이 두 작품의 매력이다. 연극 ‘보잉보잉’과 ‘룸넘버13’에 등장하는 바람둥이는 밉지만 인간미가 넘쳐 결국에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연극 ‘보잉보잉’은 압구정 윤당아트홀(관장, 고학찬) 2관에서 5월 1일까지 공연되며, 연극 ‘룸넘버13’은 대학로 극장 가자에서 오는 2월 28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2.10 / 조회 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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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in] 상우, 귀신과 친구되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
해가 쨍쨍한 대낮인데 술에 절어 있는 이 친구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 따위는 없다. 오히려 술 한잔 더 하자며 목 놓아 친구를 불러댄다. 머리에는 까치집을 하고 발은 슬리퍼에 아무렇게나 꿰어 신었다. 단정치 못한 그의 자태가 한심스럽다. 하지만 그런 인상과 달리 상우는 인사성도 밝고 나름 바른 생활하고 있다. 다만 고시생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하루 14시간을 잔다는 점과 깨어 있는 10시간마저 공부에 공을 들이는 비중이 희박하다는 게 문제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우는 올해에는 ‘고시에 합격할 것’이라며 자신감이 넘친다. 상우는 좋게 말해서 긍정적이고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대책 없는 청춘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말만 고시생일 뿐 고시생다운 면모는 전혀 없다. 그냥 백수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상우는 늘 당당하고 즐겁다. 여기에 알콩달콩 혼자만의 로맨스도 하고 있는 중이다. 책방 아가씨 정윤은 상우의 로망이자 삶의 활력소다.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상우도 정윤을 만날 때면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짚이는 대로 걸쳐입은 옷매무새도 한번 정리한다. 정윤은 마을에서도 소문난 행실이 바른 여인이다. 거기다 얼굴도 예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상우가 두근두근 설레 일만 하다. 정윤을 만날 때 상우는 수줍은 소년으로 돌아간다. 정윤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려 하고 손만 스쳐도 우물쭈물 어쩔 줄 모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순수하고 귀엽다. 게으른 고시생이긴 하지만 상우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바른 청년이다. 순수하다 못해 살짝 어리바리한 상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귀신을 보는 능력이 그의 삶을 바꾸게 된다. 소심하고 겁 많을 것 같은 상우지만 귀신을 대처하는 자세만은 도도, 당당, 의젓하다. 꺅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겁먹는 법이 없다. 그저 ‘또 왔냐’며 짜증을 내거나 아예 무시하고 쓱 지나쳐 버린다.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상우는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자 흥신소를 열게 된다. 물론 흥신소를 개업한 게 귀신만을 위한 것이겠느냐마는 고시생보다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차라리 어울린다. 흥신소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상우의 우유부단함이 은근히 드러난다. 귀신의 ‘사장님’이라는 한마디에 팔랑해진 상우는 당장 흥신소를 뚝딱 차려버린다. 상우는 귀가 얇고 마음이 여린 순한 성격이다. 남에게 상처주는 걸 싫어하고 상처를 입힐 바에 상처를 입는 쪽을 택한다. 축 늘어난 트레이닝 차림에 까치집을 한 한심스러운 상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때깔 나는 말끔한 청년으로 변모한다. 살짝 어리바리하지만 사람내음 폴폴 나는 상우와 그의 친구 귀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오는 2월 27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된다.
2011.01.27 / 조회 2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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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귀신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
턱을 괸 채 행복한 듯 미소 짓는 남자와 그런 그의 곁에 꼭 붙어서서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여자가 눈에 띈다. 둘의 분위기는 온화하며 잔잔한 일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의 머리 뒤로 수상한 흥신소라는 제목이 자리하고 있다. 두 남녀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소’자 밑에는 작/연출 임길호라는 이름표를 슬며시 매달아 놓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포스터다. 해맑은 두 남녀 밑에는 파일이 하나 놓여 있다. 파일에는 세 명의 인물 사진이 놓여 있다. 붉은 옷을 입은 남자는 뭔가 억울한 표정이다. 두 손을 턱밑에 받친 여자는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귀여운 느낌을 배가시킨다. 다소 머리가 헝클어진 남자는 볼에 잔뜩 바람을 넣은 채 한 곳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개연성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세 사람은 무슨 연유로 파일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다. 파일 주위에는 갖가지 자료가 늘어져 있고 공간에 공연 정보를 은근슬쩍 흘려 놓았다. 정갈한 포스터는 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캐릭터의 이미지만 살짝 엿볼 수 있도록 했다. ‘2011! 대학로가 선택한 웰메이드 창작극!’으로 극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지난여름 초연돼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은 오랜 고시생활 탓에 백수나 다름없는 상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상우에게는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특이한 특기가 있다. 그는 자신이 그리던 만화를 공모전에 제출해 달라고 찾아온 귀신 오덕희와의 만남을 계기로 기발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정체불명의 흥신소를 만들어 영업에 나서는 상우. 과연 그는 귀신을 상대로 사업을 번창할 수 있을까? 인기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를 연극으로 옮긴 ‘수상한 흥신소’는 임길호 대표의 작품으로 연출부터 극작, 제작 조명까지 1인 4역을 도맡았다. 이 작품은 오는 1월 4일부터 2월 27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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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연극 ‘룸넘버 13’
정치, 여자, 섹스 스캔들. 세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쉽게 장식된다. 죽마고우처럼 붙어 다니는 이 자극적인 단어들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쉬운 단골손님이다. 이보다 더 흥분될 수 없다. 자극 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연극 ‘룸넘버 13’은 이미 관객들의 호기심과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한때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때의 그 사건과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미국의 전대미문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극 ‘룸넘버 13’의 스캔들 주인공은 여당 국회의원 리차드와 야당 총재 비서 제인이라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스캔들이라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사항은 세상 밖으로 커밍아웃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뜨거운 감자이다 못해 불타버려 재가 될지 모르는 사건. 이는 사람들의 관심에 힘입어 커다란 파장과 함께 폭발할 것이 뻔하다. 이놈의 ‘부적절한 관계’를 여당의 국회의원 리차드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태연한 그의 행동은 얄궂다 못해 능글맞다. 인간은 금지된 모든 것에 열광한다고 했던가. 스릴있는 모험의 두근거림은 격해진 감정의 이유를 헷갈리게 한다.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 불장난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그 위험한 불장난에 발을 들인 리차드와 제인은 호텔 룸넘버 13호에서 만난다. 왜 하필 재수 없게 불길한 숫자 13인가. 룸넘버와 같이 재수 없는 일들이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그들 앞으로 쓰러져 밀려온다. -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섹스 스캔들을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미친개’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리차드는 이 더러운 스캔들로 정치생명의 말로를 장식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유는 정체모를 시체(?)의 출연! 하필 제인과 뜨거운 밤을 보내려는 그때, 룸 베란다에서 창문에 끼어있는 시체를 발견하다니! 사건은 이제부터 소용돌이처럼 복잡하게, 회오리보다 빠르게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리차드는 전전긍긍한다. 시체가 들통 나면 여당과 야당의 섹스 스캔들은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그 끔찍한 꼴을 막기 위해 리차드는 목숨도 걸 기세다. 자신의 비서 조지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려 하는 그는 얄밉다 못해 어이가 없다. 서비스 하나 죽여주는 이 호텔은 지배인과 웨이터도 뻔질나게 룸에 드나든다. 서비스 따위 필요 없다. 불청객일 뿐이다. 극의 빠른 전개는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상황의 긴장감은 더욱더 부각된다. 암전은 없고 배우들은 룸 13호에 바쁘게 드나든다. -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모면하려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다가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오해는 오해를 낳지만, 그 오해들이 꽤나 황당해서 관객들은 웃음을 멈출 수 없다. 죽어있던 그 정체불명의 시체(?)는 단지 기절을 했을 뿐이었다는 사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시체는 리차드와 제인의 스캔들을 눈치 채고, 제인의 남편 로니가 보낸 탐정이었다. 그들을 염탐하다가 베란다 창문에 끼어 기절을 한 그 시체는, 아니 기절한 탐정은 깨어난다. 하지만 결정적 단서를 내뱉어야 할 그가 기억을 상실한다. 황당한 상황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로니는 제인의 스캔들 상대가 리차드인지 꿈에도 모른다. 그는 리차드와 애정 어린 스킨십을 하다가 지배인에게 게이로 오해도 받는다. 팁만 주면 뭐든지 하는 웨이터는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 리차드를 성가시게 군다. 돈만 주면 모든 것이 암묵적으로 해결된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끝없이 등장하고, 리차드의 부인 파멜라까지 등장하면서 극은 절정을 이룬다. 황당한 거짓말과 말도 안 돼는 상황에 스캔들은 들통 날 것도 같은데, 거짓된 상황은 눈덩이 불듯 부풀어지며 끝이 날줄 모른다. 끝없는 거짓말은 리차드를 파멸로 몰아넣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진다. 쑥대밭이 되었던 룸넘버 13호실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억상실을 걸린 탐정의 기억만 돌아오면 되는데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행운의 여신은 리차드의 편이다. 가슴 졸이고 보던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긴박한 구성에 안도와 탄식을 번갈아 해야 하는 탓이다. 연극 ‘룸넘버 13’은 관객들에게 이런 상상을 선물한다. ‘여당과 야당은 오늘도 싸운다. 미친개 국회의원 리차드를 내세워. 치고 박고 싸우고 무릎도 헐어가면서.’ 멘탈을 쏙 빼놓게 했던 룸넘버 13호에서 있었던 일은 그저 악몽일 뿐이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9.03 / 조회 21,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