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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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박상현 작·연출 연극 ‘고발자들’
22일 대학로 나온씨어터서 개막연극 ‘고발자들’의 연습 장면(사진=K아트플래닛).[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 그들의 마음의 길을 좇는 연극 ‘고발자들’이 오는 22일부터 10월 15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박상현은 “내부고발을 한 사람의 삼중고에 주목했다”고 했다. 박상현은 “내부고발자들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영웅이 되지만 그것도 잠시”라며 “조직의 책임자들은 사실을 부정하고 고발자들을 음해한다. 동료들은 배신자를 보듯 그들을 멀리하고,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압박은 물론 도리어 조직으로부터 고발되고 결국 홀로 남겨진다. 그래도 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질문하는 연극”이라고 덧붙였다.연극은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분노와 불안, 긴장, 공포, 배신감, 자책감, 울화 등을 육체적 고통으로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에 특정인물을 특정 배우가 전담하지 않는다. 다수의 내부고발자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을 13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여러 인물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관계와 상황, 사건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를 드러내는 구조적 글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 정나진, 최지연, 양동탁, 이동영, 김태훈, 황미영, 정양아, 김철진, 이장환, 박근영, 박하늘, 김청순, 최지현 등이 출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18 / 조회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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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인어, 신작 '인어를 사랑하다' 내달 선보인다
11월 8~30일 대학로 예술공간서 개막
극단 인어 '변태' 이은 아홉번 째 신작
세 인물 중심으로 인간적 가치 묻는다연극 ‘인어를 사랑하다’ 포스터(사진=극단 인어).[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인어가 오는 11월 8일 신작연극 ‘인어를 사랑하다’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에서 막을 올린다. 극단 인어는 연극 ‘변태’로 2014년 ‘제 1회 서울연극인 대상’에서 대상과 연기상, 극작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극단이다. 연극 ‘인어를 사랑하다’는 극단 인어의 아홉 번째 신작으로 ‘연오’, ‘소진’, ‘한기’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한기’는 아내 ‘소진’과 친구 ‘연오’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의 관계를 받아들이는 대신 셋이 서로 공존할 것, 생명이 위독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연오’의 장기를 이식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변화하는 세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작품은 인간탐욕의 기생적인 모습을 들여다본다. 권력과 자본에게 사육된 지식과 예술, 정복당한 인간적 가치, 대물림된 탐욕의 지배자의 승계 속 어떻게 인가의 정신을 서서히 먹어 치우는지를 보여준다. 극단 인어 특유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양동탁, 한규남, 송인성 배우가 열연한다. 연극 ‘나는 꽃이 싫다’, ‘그녀들의 집’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오유경 연출이 이번 공연을 함께 한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극 ‘인어를 사랑하다’는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에서 10일부터 예매가 가능하다.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공연 프리뷰 예매시 1만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1566-5588.▶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0.07 / 조회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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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연극 ‘빛의 제국’ 마무리! “프랑스 공연까지 잘 마무리 하겠다” 소감 전해
배우 문소리가 연극 ‘빛의 제국’ 마지막 공연을 마무리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 27일 배우 문소리가 출연하는 연극 ‘빛의 제국’이 막을 내렸다. 연극 ‘빛의 제국’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의 국립극단과 프랑스의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배우 문소리는 마지막 공연을 마친 후 “오랫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는데, 나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 볼 수 있었고 또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빛의 제국’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에너지를 주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린다. 프랑스 공연까지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연극 ‘빛의 제국’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친 후 5월 17일부터 5월 21일까지 4일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사진출처_씨제스컬쳐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31 / 조회 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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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당신이, 혹은 당신의 가족이 북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연작 '빛의 제국'을 좋아하는 이, 많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1954년 작을 보자. 은은한 가로등 빛이 호수를 비추고 집 문 앞을 밝히는 고즈넉한 밤의 기운을 느끼며 시선을 올리면, 너무나도 하얀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밤과 낮, 한 때 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두 것의 조화가 이질적이기는커녕 눈부시게 아름답다. 단지 하늘과 땅, 그 전체를 감싸는 쓸쓸한 기운이 그림에서 시선을 거둔 이후에도 오랜 시간 머리와 가슴을 잡아 끌 뿐이다. 이와 제목이 같고 그림을 책의 표지로 한 김영하의 소설이 연극으로 태어났다.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해 프랑스의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고 한국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다. 대학 동창과 결혼해 영화수입업자로 살고 있는 평범한 중년 김기영에게 어느 날 '24시간 내로 돌아오라'는 전갈이 온다. 사실 그는 북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었으나 지난 10년 간 북의 관심 밖에서 그저 평범한 남한 남자로 살아오던 터다. 지난 생활을 단 하루 사이에 정리해야 하는 그. 그 정리에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아내에게 밝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무대 왼편에 놓인 긴 테이블과 의자. 의자 수에 맞게 준비된 마이크들. 공연이 시작되면 이곳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던 배우들이 장면 전개에 따라 무대 오른편 '가상'의 공간으로 나와 극 속으로 흡수된다. 무대 왼쪽 테이블 공간에서는 극의 해설자, 혹은 극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객이 되었다가 오른쪽 가상의 공간에선 극중 인물로 분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처럼 작품은 가상과 현실, 극과 극 밖으로 자유롭게 오고 간다. 무대 오른쪽 '극의 공간'에 놓여진 긴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배우들이 저마다 개인으로서 느껴왔던 '분단'과 '북한'에 대한 단상을 펼쳐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작품은 눈치채지 못하게, 하지만 쉼 없이 '분단'에 대한 오늘날 당신들의 생각이 어떤지 극에서 빠져 나와 묻고 또 묻는다. 프랑스 제작진들이 이 작품의 연출 및 각색을 맡았다는 것도 작품 의도에 힘을 싣는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지 않은 제3의 시선을 통해 분단은 현재 우리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일깨워 보는 것. 우리는 여기서 깜짝 놀랄만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분단은 이제 외국인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도 '낯선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6.25를 겪은 세대들의 수는 점점 줄고, 젊은이들은 책에서, TV에서 그저 '남의 나라'로 북한을 듣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생활에 익숙해진 김기영도, 무심한 남편에게 지쳐 연하의 남자와 외도를 즐겼던 아내 장마리도 '간첩', '북으로의 복귀'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 개인으로서의 외로움만 더욱 터트리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남의 나라'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단의 자장 안에 그 누구보다 자리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수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지금도 북한과의 경계선을 지키고,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종북'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시선을 싣는 지금, 이곳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래서 무대 위에 자리한 커다란 두 개의 스크린에 비친 반공 애니메이션 '똘이 장군'이나 배우들이 거론하는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북한의 피바다 발언 등이 오히려 우리에겐 거리감이 느껴진다. 객관성을 위한 시선의 거리 두기는 대상과의 먼 거리로 '근시안적' 결과를 낳았고, 일부의 단상으로 전체를 설득력 있게 대변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의 핵심이자 흡입력은 김기영과 장마리의 섬세한 감정변화에 있다. 스크린과 무대 위에 등장하는 김기영 역의 지현준과 기영의 부인 장마리 역의 문소리는 각 인물들의 고뇌와 방황을 절제미 안에서 극대화시킨다. 불안한 눈빛,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곧 북으로 떠날 것을 앞두고 들어간 길거리 점집에서 자신의 말년 운을 듣고 허탈하게 웃는 모습 등 흔들리는 이들은 고요하지만 처절하다. 때때로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영상, 이들의 발걸음을 불안하게 쫓는 앵글 등이 그 효과를 더한다. 이들의 모습을 살피는 데에 더욱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이 어느 곳에서도 큰 이곳 한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닥친 사건. 왜 이들은 공존할 수 없는가. 그렇게 공존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자신의 길로 향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이 작품의 존재 이유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영상과 극이 동시에 펼쳐내는 효과는 관극의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영상과 무대를 오가는 이질감도 크지 않아 쉼 없는 130분의 고요한 질주가 지루하지 않다. 한국 공연 후 5월 프랑스 무대에도 설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6.03.11 / 조회 7,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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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온 문소리…연극 ‘빛의 제국’ 첫 공연 성공적 마무리
배우 문소리가 3월 4일 개막한 연극 ‘빛의 제국’의 첫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다. 문소리는 연극 ‘빛의 제국’에서 간첩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문소리의 연극 복귀는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 이후 6년 만이다. 관객들은 그녀의 첫 무대에 대해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였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연극 ‘빛의 제국’은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연극은 국립극단과 오를레랑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했다. 연출은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노지시엘이 맡았다. 연극팀은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 출신의 아르튀르노지시엘이 연출을 맡아 분단국가를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을 이방인의 관점으로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연 배우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녹이는 등 원작을 각색한 부분이 많다”며 “서울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삽입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소리의 복귀 작품인 연극 ‘빛의 제국’은 3월 2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내 공연 이후에는 5월 17일부터 4일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사진출처_씨제스컬쳐최태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08 / 조회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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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그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주목받는 이유
오늘은 연극 원작 소설가인 ‘김영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다 나열하기도 힘든 숱한 문학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문학 소설가로 자리매김해온 그 김영하에 대해서. 1995년 데뷔한 김영하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강렬한 충격을 던지는 이야기들을 창조해왔어. 스토리텔러로서 그가 아우르는 이야기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고 다양해서, 그의 작품들은 뮤지컬,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재탄생됐지. 특히 이번에는 국립극단이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김영하의 소설 을 연극으로 선보여 지난 4일 막을 올렸어. 연기파 배우 문소리가 이 작품을 통해 6년 만에 연극에 출연한다는 소식으로도 화제에 올랐지. 은 20년간 서울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온 북한 간첩이 갑작스런 귀환 명령을 받고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24시간을 담았는데, 독특한 소재와 시대성에 주목해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의 예술감독인 아르튀르 노지시엘 등 프랑스의 제작진도 작품에 참여했지. 원작에서는 귀환 명령을 받은 김기영이 24시간 동안 자신의 흔적을 없애며 일어나는 사건 사고와 남편과의 소통을 포기한 그의 아내 장마리의 이야기를 시간대별로 풀었는데,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노지시엘이 “현실과 허구, 과거와 미래, 연극과 영상, 진실과 거짓말을 오가는 소설과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혀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지. 히레사케와 초밥, 하이네켄 맥주와 해물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남파 간첩이 갑작스레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과연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어. 하지만 공연계와 충무로가 애정해온 김영하의 소설은 이뿐만이 아냐! 김영하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생각보다 많지?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야. 단편 는 드라마 단막극으로 만들어졌고,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아련아련한 로맨스 영화 는 김영하 작가가 시나리오 각색을 했지. 게다가 2013년 출간된 은 설경구, 김남길, 그리고 설현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개봉할 예정이야.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글쓰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온 김영하의 활동도 돌아보자. 스스로 ‘비관적 현실주의자’라고 얘기하는 김영하 작가는 힐링캠프에서 “자기만의 감성근육을 키우라”는 말로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조언을 했지. 그저 ‘잘될 거야’라는 뻔한 위로가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는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어. 이밖에도 김영하 작가는 토크콘서트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통해 다양한 책과 책읽기의 방법을 제시해왔어. 2010년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Ted 강연도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줬지. 최근에는 19대 비례 국회의원인 장하나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나서 주목받기도 했어. 창작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시대의 힐러’이자 이야기꾼 김영하, 그가 창조한 이야기를 갓 개막한 따끈따끈한 무대, 연극 에서 만나보자.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6.03.08 / 조회 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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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연극판 문소리 "빛의제국, 새로 태어난 기분"
지난 4일 개막 첫 공연 성료
탄탄한 연기력 무대 장악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올라연극 ‘빛의 제국’ 첫 공연을 마친 문소리(사진=씨제스컬쳐).[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6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배우 문소리가 연극 ‘빛의 제국’의 첫 공연을 마무리하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일 개막한 연극 ‘빛의 제국’에서 문소리는 간첩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아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문소리는 2010년 ‘광부화가들’ 이후 6년 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과 함께 탄탄한 연기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국립극단과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했다.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아 분단국가를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의 인식을 이방인의 관점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출연 배우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녹아내 원작에 비해 많은 부분 각색, 서울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삽입했다.첫 공연을 마친 문소리는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작업 과정이 너무나 좋았고 큰 공부가 됐다”며 “빛의 제국을 통해 무대를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 공연 마지막 날까지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은 예감”이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한편 연극 ‘빛의 제국’은 2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후 5월 17일부터 4일간 프랑스 현지 오를레앙극장 무대에 오른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7 / 조회 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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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빛의 제국' 연극으로…이방인 본 '분단현실'
韓·佛합작연극, 佛 노지시엘 연출
문소리, 6년만에 연극 무대 복귀
오는 3월4~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연극 ‘빛의 제국’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문소리(왼쪽부터)와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 배우 지현준이 1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05년 어느 날 아침. 기영이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24시간 내에 귀환하라.’ 끈 떨어진 간첩 기영은 잊힌 존재였다. 남파된 후 20년간 대한민국 서울시민으로 결혼까지 해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귀환명령을 받는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서울에서의 인생을 통째로 청산해야 한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빛의 제국’(2006)이 연극무대에 옮겨진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국립연극센터는 불어로 번역출간한 한국소설 중 ‘빛의 제국’을 최종 선택하고 공동제작하기로 했다.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의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출을 맡고 극작가 발레리 므레장과 공동 각색했다. 노지시엘 연출노지시엘 연출은 1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번역한 작품 중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와 ‘빛의 제국’을 두고 고민하다가 분단 현실이 개인에게 미치는 부분이 흥미로워 최종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분단이란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세대를 건너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죽음’과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지시엘 연출은 400쪽이 넘는 긴 원작을 두 시간으로 압축하기 위해 기본 줄거리에 공감하는 부분을 추렸다고 했다. 이어 “첫 리딩 때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배우의 개인사를 작품 속에 삽입했다. 극중 주인공들은 진실과 거짓, 꿈과 무의식, 현실과 허구의 희미한 경계선을 탐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분단국가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관점에 주목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한국의 불행한 분단현실을 우리 내부가 아닌 이방인의 시각에서 좀 더 객관적·보편적·현재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간첩’ 김기영 역은 지현준, 인생의 한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기영의 부인 장마리 역은 문소리가 연기한다. 한국영화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을 흥미롭게 봤다는 노지시엘 연출이 문소리와의 작업을 제안했다. 지현준 역시 지난해 명동에서 공연한 연극 ‘시련’을 본 연출이 지목했다. 2010년 ‘광부화가들’ 이후 6년 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문소리는 “한국의 역사와 지금의 사회가 연결된 쉽지 않은 역이지만 좋은 연출가와 동료가 함께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며 “무대 위에 돌아와서 보니 다친 줄 알게 됐다.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극 ‘빛의 제국’은 다음 달 4~2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뒤 5월 17~21일 프랑스로 건너가 오를레앙국립연극센터에서 현지 관객을 만난다. 한불합작 연극 ‘빛의제국’(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9 / 조회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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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각에서 분단을 바라보다. 연극 <빛의 제국>
"우리는 예술가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판사가 아니다."화려한 미장센의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연극 을 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노지시엘 연출은 17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감히 한국역사에 대해 알려준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고, 역사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싶지도 않다. 인간적이고 진실된 시각을 찾아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작품이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서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은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한불 공동제작으로 진행된다. 이 작품은 20년 전 남파됐지만 10년째 잊혀진 스파이 기영이 급작스러운 귀환 명령을 받으며 펼쳐지는 하루를 다룬다. 좌: 연출가 노지시엘 / 우: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윤철국립극단은 작품성 있는 한국 소설을 희곡화 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다양한 후보군 중에서 소설 ‘빛의 제국’을 그 시작으로 삼았다. ‘빛의 제국’이 불어로 번역되어 많은 프랑스인에게 소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남북 분단을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이에 대해 “분단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우리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되려 너무 익숙해서 새롭게, 그리고 통찰력 있게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분단의 문제를 우리 내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이방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없을까’ 싶어 이 작품을 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희곡화 할 소설을 선택하는 과정도 함께 했던 노지시엘 연출은 출연할 배우들도 직접 골랐다. 기영 역을 맡은 지현준 배우는 2014년 화가 이중섭 역을 맡았던 연극 으로, 마리 역의 문소리 배우는 , 등의 영화를 통해 접한 후 함께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2010년 연극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 “다친 줄도, 아픈 줄도 몰랐는데 무대에 와서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느낌이다. 내가 인간 자체에 대해 이만큼 차가워져 있었구나, 라는 걸 느끼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는 것 같다.”며 영화와는 다른 무대만의 매력을 밝혔다. 지현준 역시 “중년이 시작됐다. 몸도 변하고 정신도 변하는 이 때 시엘이 형을 만나서 진심으로 좋다. 노지시엘 연출님이라 배우들끼리 시엘이 형이라 부른다. 내가 잊고 있었던 연극과 연기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어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연극 은 오는 3월 4일부터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후 5월에는 노지시엘 연출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 오른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2.18 / 조회 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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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괴물 같은 연극이라니, 놀라운 상상력 <반신>
괴물 같은 연극이 등장했다. 지난 19일에 개막한 일본의 세계적인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은 한국 배우들과 한일 양국의 제작진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으로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은 일본 만화의 대가 하기오 모토의 동명의 단편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공연시작 전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미 무대에는 배우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있고, 이내 연출의 고함으로 연극 연습이 시작된다.극중극에서는 옆구리는 서로 붙어있고, 심장은 하나인 샴쌍둥이로 태어난 수라와 마리아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니 수라는 똑똑하지만 외모는 못났고, 동생 마리아는 이쁘지만 아기처럼 웃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리아를 보살피는 것은 수라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언제나 마리아다. “언니라 참아야지”라는 말을 늘상 듣고 사는 수라는 동생이 귀찮고 밉기만 하다. 개막 하루 전 극중 수라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주인영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개막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던 이번 작품은 주인영을 비롯한 12명의 전체 배우들이 선보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개성 있는 발성이 무대 곳곳에 펼쳐진다. “한국 배우들의 신체를 활용하는 능력을 높이 산다”는 노다 히데키 연출의 말처럼 한국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일본 제작진의 창의력이 합쳐져 새로운 연극이 탄생했다.번역극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난 말장난, 만화적 표현력, 연출의 재기 발랄함이 더해져 2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다. 무대는 DNA 구조로 나선형으로 천장까지 이어지는 계단과 바닥은 소용돌이처럼 돌아가는 세트로 구성되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여기에 샴쌍둥이들의 상상 안에 존재하는 벤젠 세계의 요괴들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배우들의 연습장면, 그들이 연기하는 극중극, 요괴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고 여기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들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수라가 그토록 원하던 고독과 자유는 상대방이 존재할 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 장면의 수라(혹은 마리아)가 터트리는 울음 소리을 듣고서야 깨닫을 수 있다. 명동예술극장과 도쿄예술극장의 공동 제작으로 선보이는 은 오는 10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9.23 / 조회 9,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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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고 싶은 샴쌍둥이 <반신>"만화적 상상력 가득한 작품 될 것"
지난해 유쾌한 상상력이 더해진 블랙코미디 로 큰 호응을 얻었던 일본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하는 연극 으로 명동예술극장을 다시 찾는다. 오는 9월 12일 개막 예정인 은 몸이 하나로 붙어 심장을 공유하는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이야기로 30여 년 전 발표된 일본 만화가 하기오 모토의 12쪽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86년 노다 히데키의 극단 '꿈의 유민사'를 통해 일본 초연 후 1988년, 1990년, 1999년 재연으로 이어졌으며, 1990년에는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몸의 한쪽이 붙어서 태어난 샴쌍둥이 중 언니 슈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심장과 장기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살아가는 동생 마리아가 미운 슈라는, 언제나 "언니니까 양보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까닭에 더욱 혼자만의 삶을 갈망하게 된다. 노다 히데키 연출연출가 노다 히데키는 26일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품 속 샴쌍둥이들은 열 살이 되기도 전에 자아와 타자의 관계, 존재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하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속에서 혼자이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순성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현재에도 여전하다. 인간의 단면을 들추는 유쾌한 감동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원작 만화에 더하여, 연극은 평행 우주이론을 접목해 썀쌍둥이 모두가 어떻게 될지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결말로 바뀌었다. 하나의 심장을 온전히 얻게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관객들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샴쌍둥이 중 언니 슈라 역을 맡은 주인영은 "한 사람이며 동시에 두 사람인 까닭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에 해 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라고 연습 소감을 전했다. 또 한 명의 쌍둥이 마리아 역의 전성민 역시 "심장이 하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서로 떨어지는 운명을 지닌 인물로, 누가 살아남을지 그 과정을 극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샴쌍둥이 역을 맡은 전성민, 주인영(왼쪽부터)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노다 히데키 역시 유쾌함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내는 연출로 유명한 까닭에 이번 작품에서도 기발한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듯 하다. 은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는 장면과 함께 샴쌍둥이들의 이야기가 극중극으로 펼쳐지며, 시공간을 초월한 쌍둥이들의 상상 속 인물들이 등장해 작품에 독특한 재미와 색채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다 히데키 역시 "만화가 가진 오락성을 충분히 도입한 '즐거운 혼란'을 접하게 될 것이며, 다양한 시각 효과와 배우들의 신체 활용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인어로 등장하는 서주희도 "25년 간 해온 연극 작업 중 가장 즐거운 작업이 되고 있다."고 말하며 "한 명의 연출자로 인해 작품의 깊이, 배우의 상상력이 이토록 놀랍게 열리는 경험은 처음이다."라고 즐겁고 색다른 연습 과정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배우들이 특히 신체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노다 히데키 연출의 말처럼 에서는 김정호, 양동탁, 정홍섭 등의 배우들이 고대 신화 속 전설의 새 하피와 흘러 넘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유니콘, 한 쪽은 인간, 다른 한 쪽은 뱀인 게리온 등 상상 속 요괴들로 등장한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 한일 관계를 두고 노다 히데키 연출은 "10년 전 한국 공연을 앞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지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며, "연극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연극은 정치보다 훨씬 강하다고 생각하며, 강하기 때문에 살아남는다."라고 연극인으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한 후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도쿄에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08.27 / 조회 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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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새 지평을 열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5주 동안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원작은 구보 박태원이 자신의 하루를 담은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이다. 이 작품은 소설을 그대로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형식과 영상기법이라는 실험적 시도를 했다. 이를 통해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관객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연출가 성기웅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매진이 되어 기자가 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마무리를 지어가는 시점에서의 소감을 말해 달라. 좋다(웃음). 초연할 때는 새로운 연극의 형식과 기술을 시도하는 것이라 모험이었다. 두 번째로 올리면서 작품이 자리를 잡아 관객들이 많이 와 주었다. 이 작품은 시간을 두고 완성했다. 그만큼 애착도 많이 갖고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흐뭇하다. - 기술,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연출시의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스텝들이 잘 해줘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어려웠던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이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말과 행동과 마음을 분리해서 연기해야 한다. 이 분리작업이 완전히 적응되기 전에는 배우가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기가 안정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두 번째로 올리는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초연과 무엇이 달라졌나. 초연 때는 영상 사용에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번 공연을 하면서 영상사용에 완전히 적응이 됐다. 영상에는 이전보다 풍미성을 더했다. 또한 1부, 2부에서 영상들이 일관적인 양으로 노출되도록 정리했다.스토리상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주인공은 ‘현실 속의 인물인 박태원’과 박태원의 분신인 ‘소설 속 인물 구보’ 둘로 나뉘어 있다. 역할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었다. 이 부분의 연극적 논리를 보강했다. 또 한 가지는 ‘이상’의 내면을 더 잘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스토리를 조정하여 이상의 내면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문학이 주는 여백의 공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나의 베이스는 책이다. 미술, 무용 등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연극을 책에서부터 시작했다. 현재 희곡 낭독 공연 연출을 하면서 소설 낭독 공연을 하고 있다. 소설 낭독 공연의 경험이 소설을 토대로 한 공연을 연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의 특징은 글로 전달함으로써 독자에게 풍부한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대에서 글을 읽어주면서 관객들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여백의 미로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 1930년대를 살아가던 지식인과 예술가의 모습이 현재의 예술가와 닮은 점이 있다면?1930년대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고 도시문화를 자리를 잡은 시기이다. 지금의 서울이 형성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때의 예술가는 현대 예술가의 원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소설가 등의 특별게스트 낭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 있나.연극의 마지막에 낭독공연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은 전체 공연 중의 가장 심플한 낭독이다. 그 부분에 소설가와 유족 특별 초청을 해 이벤트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으로 구보시리즈를 3편 연출했다. 이 시리즈의 연작으로 네 번째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한 이미 2회를 진행한 바 있는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2.28 / 조회 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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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모던 소설가의 경성 라이프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자유연애, 무성영화, 다방, 전차 등 1930년대 서울의 모습과 예술가들의 초상이 영상과 문학의 결합으로 펼쳐지는 연극 이 11월 다시 관객들을 찾아 온다. 1934년 젊은 소설가 구보 박태원이 집을 나서 경성을 배회하는 하루의 광경을 담은 이 작품은, 벗과 예술을 논하는 찻집, 거리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극중 주인공인 소설가가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와 교차해 펼쳐진다. 소설가 박태원의 중편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바탕으로 성기웅 연출이 영상, 음악, 조명 등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소설 속 문장을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2010년 초연 당시 미술, 무대를 담당한 여신동이 제 48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대석, 이윤재, 이화룡, 강정임 등 초연의 호평을 이끌어 냈던 배우들이 다시 한번 뭉치는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11.16 / 조회 10,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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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도 병인 양하여> 성기웅의 다중연애 ‘실제인지 허구인지’
이 작품을 보기에 앞서, ‘왜 작가는 이런 작품을 만들었으며, 우리가 왜 이 연극을 봐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일단 접어두기를 권한다. 공연을 보는 이유 중에 하나인 ‘색다른 경험을 접하고 그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에서 기꺼이 의 매력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극 는 한 남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여러 남자와 공개 ‘다중 연애’를 하는 여인 ‘다정’과 그의 세 번째 남자였던 ‘성기웅’의 연애 관계를 풀어낸 작품이다. 일대일 연애에 회의를 느끼는 극중 성기웅은 일대 다수의 연애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쓰고 싶지만 충분한 경험이 없어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마침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다중 연애 중인 여인 ‘다정’은 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성기웅은 그녀의 세 번째 남자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공연은 실제 성기웅이 무대 위에 등장하여 “작품을 쓰고 연출한 성기웅입니다”라는 담백한 인사로 시작된다. 이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에 이어 실제 자신과 극중 ‘성기웅’역을 맡은 배우(이화룡)가 자유롭게 작품에 번갈아 드나들며 ‘다정’과 ‘나’의 연애과정과 감정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펼쳐내면 관객들의 관음증은 점차 증가한다. 연극의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느 부분이 허구인지 가늠할 수 없다. 쿨한 사랑을 할 것 같았던 다정은 좀처럼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가 없고, 세 번째 남자친구로 그 영역에 만족했던 성기웅 자신도 조금씩 첫 번째 자리를 욕망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은 어떤 것이라는 정의도 없고,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제시도 없으며, 다중 연애는 나쁜 것이라는 결론도 없다.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이 작품은 치열하고 예민하게 방황하는 두 남녀와 그들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연애, 관계에 대한 물음 자체를 던지고 있다. 앞에서 접어두었던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를 다시 꺼내도 좋을 시점은 이렇게 작품을 관통한 후다. 메시지 전달보다 어쩌면 더욱 도드라지는 발견은 그 내용을 담아내는 연극적인 시도와 도전에 있다. 그간 연극인 성기웅이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한 구성이나 히라타 오리자 작품을 중심으로 조용한 일상의 단면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일련의 작업을 해왔다면, 이제 색다른 경험을 끌어내어 이색적인 연극적 시도를 통해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해 내고 있다. 그가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스스로 내어 확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면면이 채워진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다중연애 ‘위키피디아’ 검색 결과와 기타 자료들을 증빙하여 정의하고 분석하는 극중 전개 모습은 성기웅의 작업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작품에서 더욱 즐길 수 있는 부분이다. 창작자로서의 욕심과 성기웅의 캐릭터가 맞닿아 벌어지는 행동들과 사건들은 사실인지 거짓인지 논할 필요 없는 의외의 재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남녀가 짝을 찾아 몸을 맞춰 춤을 추다, 다시 새로운 짝을 찾아 나서는 탱고도 연애 특성을 비춰내는 흥미로운 활용이다. 타이머를 6분에 맞춰놓고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육각수나 마이크를 들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노래하듯 대사하는 현 피디, 후반부에 나타나는 첫 번째 남자 친구 등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법한 등장과 모습일 수 있겠으나, 개인의 애정담이나 인위적인 연극구성, 그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한 치밀한 구성에 아주 적합하게 자리하고 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먹물 먹은 이미지’의 ‘대단히 예민한’ 연극인 성기웅을 보며 실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하게, 대범한 시도로 작품을 그려놓았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2.06.14 / 조회 10,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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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출가 시리즈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가 6월 9일(토)부터 6월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젊은 연출가 시리즈’의 일환이다. ‘젊은 연출가 시리즈’는 30~40대 연출가들의 새로운 감각과 시선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다중연애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심리 양상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제목은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에서 따 왔다. 작품은 다중연애를 하는 ‘다정’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가인 ‘나’는 일부일처제 결혼 제도에 회의를 품는다. 그러던 중 그는 다중연애를 즐기는 ‘다정’의 세 번째 애인이 된다. ‘다정’과 만나는 동안 ‘나’는 그녀의 유일한 애인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연출가인 ‘나’는 자신의 경험을 연극으로 옮기기로 하지만 대본을 읽은 실제 ‘다정’이 이의를 제기해 공연은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된다. 작품은 끊임없이 관객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배우들은 공연 속 인물과 실제 자신을 넘나들며 무대에 등장한다. 연출은 토론, PT, 증거자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이 극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전개되는 사건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이 성찰과 비판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연극 ‘삼등병’,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을 작, 연출한 성기웅이 맡는다. 이번 공연에는 오용, 이화룡, 양동탁, 마두영, 이안나, 연보라, 김희연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6.05 / 조회 1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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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사람인가, 그저 <백년, 바람의 동료들>이지
일본에서 소외 받고 한국에서도 외면 받으며 한국과 일본 사이 어디쯤에 경계인으로 살아온 재일교포들의 이야기, 연극 이 개막을 하루 앞둔 7일 총 리허설을 공개했다. 연극 은 일본에서 태어난 음악가이자 배우인 조박이 쓰고 등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온 신주쿠 양산박 대표 김수진이 연출한 신작. 오사카 이카이노에 위치한 술집 ‘바람따라 사람따라’의 개업 20주년이자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이기도 한 2010년. ‘바람따라 사람따라’에 모인 재일교포들과 이곳의 단골 손님이자 유명 가수 영태의 노래가 이들 삶의 역사와 어우러진다. 공연이 시작됩니다. 흥겨운 노래가 빠질 수 없지요.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서로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민족과 국적에 대한 논쟁은 커지고 억눌려 있던 경계인으로서의 슬픔과 울분이 폭발한다. 대대손손 3대가 살아 왔지만 타향살이의 근심은 줄어들 기색이 없고, 조국을 갈망하는 허무함은 커져만 간다. 작품을 쓰고 출연하는 조박 역시 한국 성인 ‘조’와 일본식 이름 ‘박’을 사용하는 경계인이다. “그저 바람 따라서 사람 따라서 동료로 어울려 슬픔도 기쁨도 웃어 넘기고 어울려 살면 어떻겠냐”는 해탈의 웃음이 실린다. 이영석, 류창우, 서경화, 이윤재 등 한국의 배우들이 무대를 채운다. 에 이어 두산아트센터 경계인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은 7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바람따라 사람따라, 술집도 되었다가 배움의 터전도 되었다가.너무 외향적인 동생 인터뷰 중인 유명가수 영태 "오늘 신곡 '백년절'을 발표합니다"진심은 깊고 조용하지조국을 알고 싶어 온 몸으로 부딪히지만그곳에서도 날 이방인이라 부르네노래 한 자락 싣고 건배- 치열했던 재일교포 100년사, 앞으로의 100년은 어떨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6.08 / 조회 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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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2] 그의 산책이 쓴 문장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한 명의 소설가가 산책을 나선다. 그의 경쾌한 발걸음에는 애써 노력했으나 은폐되지 않은 무기력함이 씹다 뱉은 껌처럼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다. 꾸며진 웃음에서도 갈 곳 없는 소외감이 미처 위장되지 못한 채 입술 언저리에 걸쳐있다. 간간히 찾아오는 두통과 피로, 신경쇠약이 그의 방황과 함께한다. 그러나 소설가 구보의 사색과 사유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지식인의 조그만 유희와 소시민의 소심한 자존심이 있다. 나아가 시대를 대변하고 상징하는 예술의 위대함도 있다. 그러니 우리 명랑하게, 유쾌하게, 그리고 고독하게 웃자.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의 주인공 구보는 특정한 목적 없이 집을 나와 서울 중심가를 배회한다. 서사적 사건보다는 그의 내면세계, 의식 흐름에 집중하는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장소를 옮기며 끊임없이 사색하고 타인을 관찰할 뿐 뚜렷한 플롯이 없다. 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며 명확한 공간, 시간을 제시하지만 이러한 외적 요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극적 사건이 없는 이 소설을 대중과 직접 대면하는 연극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탐구가 요구된다. 다양한 공간 변화와 시간의 중첩 역시 또 다른 효과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실타래의 무게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대사로의 각색 대신 독특한 원작 문체를 그대로 낭독하는 실험을 꾀한다. 배우가 반복해 읽는 단어 사이의 콤마, 피리오드가 어떠한 리듬감을 형성해 구보 산책길 보폭의 또 다른 멜로디가 될 때, 그리하여 완벽한 합일을 이뤄낸 연출진의 뚝심이 경이로이 느껴질 즈음에, 관객들은 시대의 모던보이가 돼 1930년대 경성을 걷게 된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단순히 읽는 연극에 그치지 않는다. 배우들이 소화하는 언어의 감각적 발화와 다양한 장치 등을 통해 소설의 이미지화를 시도한다. 효과적으로 삽입된 영상, 일러스트, 활자, 조명, 음악 등은 입체적 무대의 사실적 구현을 이뤄낸다. 구보가 발설하는 다양한 기호와 수많은 단어들까지 보이게끔 만드는 연극의 시각화는 탁월하다. 외부와 내부, 객관과 주관, 풍경과 내면, 현재와 과거 모두를 담고 있는 무대는 두 구보의 정서적, 육체적 거리감까지 아우른다. 시점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원작 소설에는 이야기 밖에 위치한 서술자와 작품 속 구보의 내적 독백, 삼인칭과 일인칭, 자기연민과 자기비판, 객관적 관찰과 주관적 사유가 공존한다. 따라서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는 두 명의 구보가 등장한다. 박태원과 소설 속 구보는 종종 서로를 응시한다. 이 미묘하고도 위트 있는 관계의 형상화는 소설가 자신과 소설 속 구보의 내적 고뇌를 극대화시킨다. 경성의 화려한 중심가에서 행복을 보며 고독을 취하는 구보가 날이 저물기까지 보고 듣고 만나는 모든 것들,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은 바로 구보 자신이다.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을 비롯해 그의 생에 바치는, 더 나아가 그 시대를 함께 했던 창작자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라 할 만큼 연극은 모든 것에 충실했다. 대단한 고집이다. 집요하리만치 물고 늘어지며 수집했을 것이 분명한 갖가지 자료 제시는 연극의 과도한 친절과 설명을 대책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얼핏 학습의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당대 예술가들과의 새로운 방식의 만남이라는 즐거움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그곳에는 이상과 김기림 등을 더불어 제임스 조이스도 있다. 우리를 그들의 시대로 안내하며 익숙하고도 낯선 방식으로 함께 길을 걸었던, 걸어주었던 구보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30 / 조회 1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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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모던보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따라가기
연극 이 지난 3일 프레스콜을 갖고 무대를 공개했다. 은 구보 박태원의 동명 소설 텍스트를 배우들의 대사로 거의 그대로 구현하며, 여기에 일러스트, 동영상, 활자로 무대를 이미지화해 주목받고 있다. 구보의 산책길, 다이나믹 한 전차의 움직임, 경성거리 등이 배우의 움직임과 함께 영상으로 구현돼 소설 속 문장이 그대로 무대에서 살아나곤 한다.특히 박태원이 느즈막이 집을 나서 경성을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1930년대 풍물과 분위기를 엿보인다. 청계천변 집을 나와 광교로, 종로 네거리, 동대문행 전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다시 소공동과 경성역 등을 다니며 당시 사람들과 풍문들을 자유자재로 포착한다. 동그란 안경테, 노트와 단장을 든 댄디 보이 구보는 1934년 당시 26살 청년 박태원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소설가 박태원과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인물 구보씨와의 만남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 왼쪽부터 성기웅 연출, 윤민철 기술감독, 이윤재, 오대석전작 에서 천재작가 이상과 1930년대의 풍물을 선보인 성기웅은 이번에도 소설가 박태원과 1930년대 경성거리를 색다른 시도로 무대에 옮겼다. 그가 유독 이 시대와 작가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에 “1930년대가 지금 감각으로 손에 잡히는 역사인 것 같다”며 “지금 우리의 도시생활이 30년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고, 그때 재미있는 소설이 가장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대에서 박태원과 구보를 따로 등장시킨 이유를 “소설 속에서 박태원이 왜 구보를 내세웠는가를 생각했다”며 “생활 속, 소설 속, 예술가로서의 자기를 나눠보았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영상과 음향을 입힌 윤민철 기술감독은 “전막에 나오는 큐만 400개가 넘는다”며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구속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연극 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소설가 박태원과 그의 집에 누워 있는 친구 이상 박태원과 그의 어머니, 이상이 소설의 텍스트를 나눠 전달한다 공책을 들고 경성 산책에 나선 박태원 화신 백화점에서 만난 행복한 가족 전차에서 우연히 만난 선본 여인 '그녀가 나를 보았을까' 다방에 도착한 박태원. 한쪽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다방에서 본 일본 군인과 모던 보이, 모던 걸 구보의 산책길을 표현하는 각종 영상들이 독특하다 산책길에 만난 전당포집 둘째 아들차를 마시자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용기가 없는 박태원.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0.12.06 / 조회 1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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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성의 낭만을 이미지화하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연출 성기웅
오는 12월 2일부터 31일까지 Space111에서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네 번째 작품인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공연한다.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에서 1930년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던 성기웅 작, 연출의 초연작으로 구보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들려준다. 1930년대에 푹 빠진 연출 성기웅을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Q. 주로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다른 것이 섞일 때 흥미롭다. 고정돼있고 변화가 없을 때보다 다른 게 충돌해서 섞일 때가 재미있다. 그 때 들어왔던 근대적 현대적 혹은 도시적인 문화라는 것은 사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외국음식을 먹으면서 커피를 즐기는 생활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던 것이 1930년대이다. 역사, 지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때나 전근대적인 문화에서 근대적 현대적 문화로 바뀔 때가 흥미롭다. 의상의 변화도 시작되고 다양한 언어도 같이 쓰이는 상황이 흥미롭다. Q. 공연한 작품들 중엔 서울방언이 많이 사용된다. 단어들의 자료 혹은 수집은 어떻게 하는가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문장을 말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없다. 박태원의 소설이 서울말의 보고다. 염상섭의 소설도 마찬가지다. 서울 토박이 작가의 소설들을 주로 본다. 그리고 국어학 쪽에서 나온 방언자료, 아쉽지만 자료는 별로 없다. 당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음성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료라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을 통해 더듬어 간다.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서울방언은 억양인데, 억양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방언이라 하기가 어렵다. 발음 차원에서 안경을 ‘앵경’으로 하지만 억양을 살린다는 건 어렵다. Q. 시대적 배경과 마찬가지로 작품에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등장한다. 창작에 있어 두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예술가 캐릭터, 나도 예술가니까.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박태원과 이상이 가장 발랄한 모던보이들이라 생각한다. 소설에 나오듯이 유쾌, 명랑하고 발랄한, 우리는 식민지시대의 지식인들을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로 많이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발랄하고 장난끼 많은 청춘이었을 뿐이다. 정치적인 예술을 반대하고 시대의식, 역사의식, 반일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이게 가장 비정치적인 예술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상은 당시 일본의 파시즘 속에서 불온한 조선인이란 이름으로 체포돼 유치장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죽고, 구보 박태원도 한국전쟁 때 월북해서 북한에서 대접받은 작가가 됐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역사, 정치라는 것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과 예술가의 문제적 삶을 살았던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둘이 짝패처럼 늘 붙어다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구보 박태원에 관심이 있었다. 월북 작가이기에 우리나라에 소개가 잘 안됐다. 당시엔 이상의 친한 친구면서 더 잘 나가던 작가였는데. 처음엔 관객에게 어필하려고 이상을 끌어드린 것도 있다. 작업을 하다보니 불운한 천재이미지가 아닌 이상의 인간적인 면, 잘나가지 못하는 나쁜 남자, 무책임하고 치기어리고 귀여운 면이 있는 인물로 다가온다. Q. 1930년대 경성의 낭만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모던하고 도시적인 것이 당시 사람들의 지향점인데 조선은 가난하고 외국의 것이 쉽게 들어올 수 없었다. 연애에 있어서도 전근대적인 속박으로 자유연애를 마냥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고 서양을 마음에 품지만 갈수는 없고, 그뿐만이 아니다. 서양문물이 들어와 있는 이미 모던한 동경에도 갈 돈이 없었다. 작품 속에 50리 거리의 지방도 여행할 돈이 없다고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뭔가 꿈이 있고 동경하는 바는 있지만 거기에 다다를 수 없고 그것을 충족할 만한 돈이나 환경이 안됐다. 제한되는 게 많았으니까 그만큼 꿈이 커져서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을까싶다. Q. 원작을 무대화하는데 있어서 어려웠던 점이 있는가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말하기 때문에 어렵다. 또 문장을 말하면서 낭독하는게 아니라 연기하면서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실험적이다. 배우들도 같은 생각이다. 대사를 할 때 그 인물의 감정을 찾는다면 조금은 쉽게 대사 전달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화해서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감정을 걸러서한다. 감정과 말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단지 배우가 구보가 되서 ‘지금 이곳은 1934년의 경성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건 관객도 만드는 이도 의문을 품게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할 수 없는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하나 걱정인 것은 3년전 공연된 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의 재공연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지난 공연은 원작 ‘구보씨의 일일’에서 모티브만 따온 것이고 이번에 공연하는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초연작이다. 관객들이 혼돈할까봐 걱정이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6 / 조회 1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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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구보씨와 함께 배회하는 경성의 하루,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언뜻 지루해 보이는 하얀 백지 위에 담담한 듯 그려진 크로키는 우리가 문학책 속에서 한번쯤은 본 ‘그’가 맞다. 트레이드마크처럼 정직하게 동그란 안경을 걸치고 심심한 표정을 지은 남자는 구보 박태원이다. 1930년대를 대표하는 젊은 예술가 박태원은 모던보이였다. 갖춰 입은 정장과 입에 물고 있는 담배, 멋스럽게 짚고 있는 지팡이며 날이 뾰족한 구두코를 보라. 찐빵모자와도 같은 바가지 머리가 거슬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옆에 낀 책으로 보아 그는 문학에 심취된 모더니스트일 테다.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속에서 예술가들의 삶은 진정 고달팠을 것이다. 우울한 식민시대에 조금 안다하는 지식인들은 무기력하게 그저 다방에 앉아 혁명을 논하는 것이 다였을 것이다. 포스터의 하얀 백지위에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저절로 그려보게 된다. 소설가라면 늘 작품구상에 골머리를 앓을법 하다. 그러나 구보씨는 무미건조하며 권태로워 보인다. 사실 안경에 가려져 정확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고뇌에 차거나, 과다 스트레스를 짊어진 심난함은 없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1930년대 경성은 어떨까. 벗과 예술을 논하는 찻집의 안 모던하게 흘러나오는 LP로 돌아가는 재즈는 어느 정도의 습기에 젖어있을까. 치열했던 삶으로 인해 시장바닥과도 같을 경성의 길거리는 얼마나 혼잡할지 궁금하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깃븐우리절믄날’에서 1930년대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그렸던 성기웅 작, 연출의 초연작이다. 원작인 박태원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근대 초기 서울의 모습과 예술가들의 초상을 담아낸 대표적 모더니즘 소설이다. 자유연애, 무성영화, 카페 등 당대 풍습과 언어가 이를 대변한다. 성기웅 연출은 이 작품에서 영상(일러스트, 동영상, 활자이미지), 음악, 조명 등을 이용해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원작소설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다. 당시의 풍경과 풍속,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지식인과 예술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또한 소설 텍스트의 다성적 해체를 통해 연극성을 확장,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기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젊은 소설가 구보씨와 함께 1930년대의 경성을 배회하고 싶다면 오는 12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로 가면 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4 / 조회 1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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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의 상대에게 말을 주고 받는다. 때론 관객과 등을 지고 앉아 한참이고 무언가를 하는 배우도 있다. ‘연극적’이라는 말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는 이 일상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의 작가 히라타 오리자(47)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이른바 ‘조용한 연극’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도 (원작 도쿄노트) 등을 통해 기존 사실주의 연극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을 선보여 왔다. 특히 대학의 한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3부작은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의 공연이 한창인 두산아트센터에서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작품에 ‘과학’이라는 부분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과 장소 등을 찾게 된다. 과학자들은 굉장히 개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 연구자는 원숭이 중심으로, 기생충 연구자는 기생충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집에 가면 밥도 먹고 부부싸움도 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생활의 큰 차이가 없다. 연극의 구조라는 것은 어찌 보면 오래 전부터 동일한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에서 리어왕은 굉장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족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현대의 과학자들도 왕처럼 엄청난 신분의 사람이 아닐 뿐 이들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연애 문제, 취직 문제 등 굉장히 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1920년대부터 일본에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표어 같은 표현이 있었다. 과학자의 연구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생활은 그들이 연구하는 과학 만큼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과학하는 마음’으로 붙인 까닭은, 과학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과학자들의 생활을 그리려는 의미에서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살기 쉬지 않은 인간의 약함, 어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중 한 장면지난 해 일본에서 초연한 연극 에서는 실제 로봇이 배우로 등장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일에 끌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질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간은 오사카 대학 주체로 하고 잇는 로봇 등장 연극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고들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기쁘다. 로봇 연극을 만드는 동안, 배우란 어떤 존재이고 인물인지, 연출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이런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상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조용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작품에서 보여주기 위한 일상과, 우리 일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언제나 배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 5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어긋난 현실을 연극으로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일상에서 평범한 눈으로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과 예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그대로 보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마치 현미경으로 현실을 들여다 보는 리얼리즘일 것이다. 현미경으로 세밀히 보면 흔들리고 뒤틀리는 모습이 있다. 굉장히 리얼한 듯 하지만 전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조용한 연극’을 하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80년대 일본의 경제는 굉장히 풍요로웠고, 연극도 그 영향으로 무척 화려했다. 그런 것에 좀 질렸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말에 관한 것인데, 왜 연극에서 배우들은 그렇게 이상하게 말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연극이라고 하면 과장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연극 교과서에 나오는 예 중 하나를 들자면, “이 책을 책상에 놔 주세요”에서 책을 강조하기 위해서 ‘책’이라는 말에 힘을 넣고, ‘책상’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 힘을 주어 말하라고 나온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는 유럽어와 달리 강약의 악센트로 강조하는 구조가 아니다. 책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를 어두로 끌고 와서 몇 번이고 말하는 식으로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책, 책, 그 책 좀 거기 책상에 놔 줘”와 같이 말이다 그래서 대사를 극단적으로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끌어와서 배우들의 과장을 없애보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탄생한 근대 연극을 일본어를 통해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방법론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또 84년도부터 1년간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일본어를 상대화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또 하나는 일본에는 하나의 주제로 몇 십 분간 토론하는 문화가 없다. 그런데 가치관의 대립 없이 근대 연극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게 토의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조금씩 이야기 하는 것을 모아 한 편의 연극이 되는 것을 생각했다. ‘조용한 연극’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통해서 관객은 일상의 모습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연극을 통해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 보통 일반적인 연극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또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작품에 거리를 두고 보길 원했다. 내 경우는 동화도 이화도 추구하지 않는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 무대 위 의자가 여러 개 있는데, 관객이 이 의자 중 어느 한 곳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의 인물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작품, 여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연극을 추구한다. 현재 일본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 소속이 되어 있다.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여러가지 수업을 하고 있다. 과학, 예술, 의료, 재난대책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현장에 모이고,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 현장에 가서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이를 가르치는 학자들에게 그 방법론을 조언해 주는 것이다. 오사카 시내 전철역 안에 커뮤니케이션 스페이스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그곳에 오사카 대학에 있는 철학자, 과학자, 의사 등의 교수들이 매일 밤 일반 시민들과 대화를 한다. 철학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과학자들은 광우병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 하는 식이다.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는 많이 일반화 된 형식이고 일본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성공을 한다면 수년 후에 일본 거의 모든 곳에서 과학자들이 예술을 배우고 비슷한 활동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그룹 지어 연극을 만드는 일도 하고, 초,중등학교에서 어떻게 과학 수업을 재미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 및 개발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작업도 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n/docuherb)
2009.04.01 / 조회 1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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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극, 릴레이로 감상한다
연출 성기웅, 배우 백현주, 김보영과학, 그리고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룬 과학연극 네 편이 찾아온다. 그 동안 소극장에서 조용히 무대에 올랐던 과학연극들을 모아 4개월간 연달아 선보이는 '과학연극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 ‘과학 연극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지난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바 있는 (3월 24일~4월 12일).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자칫 어렵고 무겁게 다가오기 쉬운 생명윤리, 뇌 과학 등의 현대과학 주제들이 한 대학교의 생물학 실험실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국내 초연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성기웅 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광정씨가 연출했던 의 번역 일을 통해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에 빠져 과학하는마음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 고 말하며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연출 윤우영, 배우 남명렬, 이상직, 김호정지난 2003년 초연되면서 국내에 ‘과학연극 열풍’을 이끈바 있는 (4월 21일∼5월 10일)가 의 뒤를 잇는다. 는 과학자들의 욕망, 음모, 암투 등을 다루는 과학자 버전 ‘하얀거탑’.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을 선정한다면 누가 주인공이 됐을까?’ 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의 시발점이다. 산소의 발견 관련된 셀레(스웨덴), 프리스톨(영국), 라부아지(프랑스) 등 세 화학자와 부인들, 노벨상을 자기 나라에서 수상하기를 원하는 각국의 심사위원들간의 음모와 암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두 작품 외에도 영화 ‘나비’의 히로인 김호정이 주인공으로 나선 (5월 19일~6월 7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일한 초연작품인 가 지질학, 원예학을 바탕으로 삶의 원형성과 시간의 순환성에 대해 (6월 16일~7월 5일)이야기하며 ‘과학연극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3월 24일부터 릴레이에 들어가는‘과학연극 시리즈'는 두산아트센타 Space111 에서 7월 5일까지 두 달 간 계속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3.24 / 조회 26,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