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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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메리포핀스-안나의 방’ 내년 1월 개막…송상은, 문진아, 강연정, 안은진, 전경수 특별 출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오는 2021년 1월, '블랙메리포핀스-안나의 방'을 무대에 올리며 작품의 대미를 완성할 예정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2012년 초연부터 재연, 삼연, 사연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심리 추리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을 연 작품으로,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유모와 네 남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일한 사건과 기억을 각 캐릭터들의 심리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매 시즌을 이어간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내년 1월
'블랙메리포핀스-안나의 방'에서는 안나가 2명 출연하며 최면 밖 안나와 최면 속 안나가 기억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기존 요나스 버전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송상은, 문진아, 강연정, 안은진, 전경수가 특별 출연한다. 이들은 2012, 2013, 2014, 2016 전시즌에 캐스팅 된 안나들로, 현 시즌 안나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번갈아 출연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함께 작품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의 기관람자들을 염두해두고 기획되어 “기억”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극중 인물들은 작품에서 줄곧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으며 마지막 책장에 마침표를 찍고 삶으로 나아간다.
요나스 버전과 동일한 무대를 사용하지만 5일간의 셋업과 리허설을 마치고 2021년 1월 6일 개막하는 '블랙메리포핀스-안나의 방'은 내년 1월 6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공연된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주)컴인컴퍼니 제공
2020.11.20 / 조회 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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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키스' 조동혁 "사랑 갈구하는 장정은 순수한 인물"
조광화 연출 대표작 7년 만에 무대에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하는 남자 장정 역
드라마·영화보다도 감정소모 심한 작품
"카메라 앵글 벗어난 자유로운 연기 매력적"연극 ‘미친키스’에 출연하는 배우 조동혁(사진=프로스랩).[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릴 때는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집착도 했다.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으니까. 물론 지금은 집착만이 연애의 전부가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래선지 사랑에 집착하는 인물을 연기하려니 힘이 든다.”연극 ‘미친키스’(5월 2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1관)의 주인공 장정은 사랑에 목마른 남자다. 이별을 선언한 연인을 잊지 못하고 자꾸만 연인을 쫓아다니며 사랑을 갈구한다. 또 다른 여인에게도 매달려보지만 장정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제 누구에게 키스할까! 누가 나를 열렬하게 만들 수나 있나”라는 마지막 외침마저도 공허하다.배우 조동혁(40)이 장정을 연기한다. 2010년 연극 ‘풀 포 러브’ 이후 7년 만의 연극 무대다. 당시 함께 작업했던 연출가 조광화의 작품이라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티오엠에서 만난 조동혁은 “좋은 연극이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조광화 연출에게서 연락이 왔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풀 포 러브’ 당시 조 연출과의 작업은 조동혁에게 ‘무대 연기’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했다. 그는 “조 연출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너무나 잘 알아챈다”고 털어놨다. 연기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디테일하면서도 집요하게 잡아주는 연출가린 뜻이다. 조동혁은 “(조 연출의 디렉션)은 배우로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 잘 따라가려고 한다”고 했다.작품 속 장정은 ‘찌질한’ 남자다.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기 위해 헤어진 연인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그렇다. 그러나 조동혁은 장정을 “순수한 인물”로 받아들였다. “장정은 순수하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이 자신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상대방이 멀어져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하는 이유다.” 장정의 삶이 비극으로 치닫는 것도 그가 워낙 착하기 때문이라는 게 조동혁의 설명이다.1998년에 초연한 작품이다. 당시 수위 높은 애정 신과 극단적인 감정 표현으로 화제가 됐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배우에게는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이다. 조동혁은 “지금까지 출연한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감정 소모가 가장 심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장정이 처한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그 상황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나라면 장정처럼 말하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 많다. 지금 당장이라도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것도 힘들다. 이제야 조금씩 장정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개막 전 연습기간이었던 지난 3월 한 달간 조동혁은 여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쉽지 않은 작품을 준비하느라 컨디션이 나빠졌다. 그는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안 좋아져 병원을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몸 관리를 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 전까지 아무 사고 없이 작품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지금 조동혁의 바람이다.“감정 소모가 심한 작품이지만 그만큼 시원할 때도 있다.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관객들도 생각보다 많이 웃어주더라.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무대 연기’의 매력이다.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돌아왔으니 그 매력을 조금 더 깊이 느끼고 싶다.”연극 ‘미친키스’의 한 장면(사진=프로스랩).▶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21 / 조회 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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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미친키스' 출연…7년만에 무대 선다
‘조광화展’ 두 번째 연극 4월 11일 개막
'장정' 역에 조동혁과 이상이가 캐스팅‘남자충동’에 이어 조광화전의 두 번재 연극 ‘미친키스’ 포스터. 주연을 맡은 조동혁(왼쪽)과 이상이(사진=프로스랩).[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류승범·박해수 주연의 연극 ‘남자충동’의 매진 행렬을 잇고 있는 ‘조광화 전(展)’이 연극 ‘미친키스’로 열기를 이어간다. 공연제작사 프로스랩은 올해 연출 데뷔 20주년을 맞은 조광화의 ‘미친키스’를 오는 4월11일부터 5월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한다. 조광화가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은 1998년 초연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그렸다. 20017년과 2008년 재공연 뒤 9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과감한 설정으로 육체적 사랑과 폭력성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세밀한 감정표현이 주를 이룬다. 쓸쓸하지만 열정 넘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다룬다. 그동안 엄기준, 김소현, 김무열, 박호산 등이 거쳤다.허무함과 무력함으로 가득하지만 누구보다 큰 열정을 갖고 있는 ‘장정’ 역에는 TV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조동혁이 7년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배우인 이상이가 같은 역으로 캐스팅됐다. 장정과 얽히게 되는 두 여인 ‘영애’와 ‘신희’ 역에는 10년 전 이 연극에 출연한 베테랑 정수영과 전경수가 각각 연기한다. 김로사와 김두희도 영애와 신희 역으로 이번에 합류한다. 이밖에 영애의 남편인 대학교수 인호 역은 오상원, 장정의 여동생으로 무기력함으로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은정’은 신예 이나경이 맡았다. 황강록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자 김미미가 맡아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 안무가 겸 배우인 심새인이 인물들의 관계에 갈등을 불어넣는 ‘히스’다.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티켓예매를 시작했다. 4월 11일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막을 올린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3.09 / 조회 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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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이레니아’ 마지막 무대 앞두고 '50% 굿바이 할인'
연극 ‘사이레니아’가 총 132회의 국내 초연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영국 연극계의 천재 창작자 ‘제스로 컴튼’의 작품이다. 원작은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등대지기와 폭풍우에 떠내려온 의문의 여인이 등장하는 단막극이다. 이번 무대는 국내 초연으로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한 시간의 일을 그려냈다. 작품은 무대와 객석의 사이를 좁히고 음향과 조명 등의 효과를 통해 천둥·번개와 거센 폭풍우를 실현했다. 관객들은 주인공과 함께 오래된 등대에 갇힌 몰입과 긴장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남은 기간 ‘굿바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는 8월 15일까지 공연 예매 시 잔여석에 한하여, 전석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극 ‘사이레니아’ 제작진은 “연습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리얼리티 가득한 공연장으로 바꾸고, 단 30명의 관객만 입장할 수 있는 작품을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다는데 의의가 남다르다.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마다 묵묵히 박수를 보내주는 관객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오는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_(주)아이엠컬처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8.11 / 조회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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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이레니아' 등대 내부 궁금했다면
관객 위한 '오프 에어' 이벤트
7월 30·31일 공연 종료 후 10분간 진행연극 ‘사이레니아’의 한 장면(사진=스토리피).[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연극 ‘사이레니아’가 국내 초연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30일과 31일 양일간 ‘오프 에어(Off-Air)’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후 3시·5시·7시 공연 종료 후 약 10분 동안 관객들이 사면구조로 만들어진 무대세트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경을 할 수 있는 이벤트다. 또한 평소에 더 자세하게 보고 싶었던 소품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렸다. 원작은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등대지기와 폭풍우에 떠내려온 의문의 여인이 등장하는 단막극 형태다. 국내 공연은 두 인물의 관계가 더 돋보일 수 있게 각색했다. 또한 무대는 사방이 모두 벽으로 막힌 등대 내부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쓸쓸하고 음습한 기운으로 가득한 블랙록 등대에 거센 폭풍우가 밀려 들어오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며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극 중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실제로 사용했을 법한 철제 테이블부터 밧줄, 의자, 소파, 무전기, 라디오 등 100여 개에 달하는 무대 소품도 디테일을 살렸다.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한다. 02-541-2929.▶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7.29 / 조회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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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사이레니아’, 밀폐된 공간으로부터의 연대감
이 숨막힘과 긴장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배우의 숨소리가 뺨에 닿을 만큼 가깝고, 젖은 몸으로부터 빗물이 튀는 듯하다. 여배우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바로 눈앞에서 일렁인다. 이렇게나 생생한 감정이라니.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편안함을 무시하고 두 배우의 호흡과 감정이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의 것과 그대로 서로 얽혀든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무대에 관객은 무방비로 ‘놓여’ 있고, 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항해하기 시작한다. 밀폐된 공간이 가져온 아이러니 극에서 관객의 위치를 객석으로 한정짓는 것은 관객을 감상자로서 국한하고 무대를 관객이 있는 곳으로부터 확연히 구분지음으로써 극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적으로 작용해왔다. 객석과 무대를 ‘구분짓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환상세계를 구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실제로 관객 입장에서도 무대와의 적당한 거리감은 ‘지켜본다’ 혹은 ‘목격한다’는 느낌으로 객관적인 감상과 주관적인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처럼 여겨져 왔다. 반면, 연극 ‘사이레니아’는 객석과 무대의 구분을 과감히 없애고, 객석을 무대에 포함한 채 10평 남짓의 밀폐된 공간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막상 객석에 앉으면 생각보다 더 좁고, 더 가깝다. 이는 단순히 구분을 없앴다기보다는 아예 ‘무대로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다. 배우는 코앞에 닿을 듯이 스쳐가고 손 내밀면 닿는 곳에 소품이 놓여 있다. 관객이 살아있는 무대 위 소품이 된 것과도 같다. 밀폐된 공간이 주는 의미는 감금, 혹은 고립, 보호 등 누가 어떤 목적으로 통로를 닫았는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놓인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탈출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외부세계에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묘한 안도감과 함께 갇힌 이들 간의 연대감을 낳는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 또한, 망망대해 좁은 등대에 갇혀있는 것 같은 불안을 느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극에 몰입하는 후반에 갈수록 같은 공간에 있는 배우와 관객들에게 묘한 일체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를 등대에 가둔 남자,누구도 무기력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극의 초반에서 이미 주인공의 죽음을 암시하면서, 극의 흐름은 결말 그 자체보다는 ‘왜’와 ‘어떻게’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에 집중된다. 바다에서 실종되고 마는 주인공의 21시간 전, 과연 등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블랙록의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는 관객의 호기심을 받으며 마치 유령처럼 등장한다. 여주인공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는 대사는 거의 없이 무기력하고 의미 없는 동작들을 반복하며 등대를 부유하는데, 그 어떤 삶의 의욕도 느낄 수 없는 그에게서 관객은 ‘이유 있는 절망’을 감지한다. 누구도 무기력을 목적으로 살아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품이 2인극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가는 관객들은 여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린다. 여인은 ‘아이작 다이어’에 의해 폭풍 속에서 무방비하고 또한 무기력한 채로 구조당한다. 두 배우의 대화 역시 서로를 완벽한 타인으로 믿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주변에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 남겨진 두 남녀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조금씩 둘은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맞이한다. 울부짖는 듯한 파도소리와 음산한 푸른조명이 일순 멈추고, 고요하고 따뜻한 조명이 태양빛처럼 흐르면 관객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아이작’의 과거를 만나게 된다. 삶의 목적이 있고, 미래를 꿈꾸었던 그 젊은 시절로, 무대의 전환 없이 ‘아이작’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꾼다.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 열린 결말이 갖는 함의 전혀 다른 얼굴로 빛나는 젊은 날을 보여주던 ‘아이작’은 행복의 목전에서 사고를 당해 삶 자체가 표류하게 된다. 그가 왜 스스로를 8년씩이나 등대에 가두었는지에 대한 해답도 곧 풀린다. 그러나 관객은 그의 절망에 공감할 때쯤 또 다른 반전을 맞이한다. 우연히 구조된 줄 알았던 여인에게서 있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한 조각이 발견되면서 그녀를 둘러싼 진실이 또 한 꺼풀 벗겨진다. 이로써 작품의 후반 전혀 다른 두 세계인 줄 알았던 ‘과거’와 ‘현재’가 다시 만난다. 관객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극의 결말, 혹은 여인의 정체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든, 열린 결말로 여인의 정체를 남겨둠으로써 ‘아이작’의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인상과 그로 인한 쓸쓸함은 더욱 강렬해진다. 다만, 작품의 시작이 조난 사건을 알리는 보도였던 만큼 보다 사건의 결말에서 죽음에의 개연성을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조금 더 제시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밀도 높은 2인극을 매우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70분이라는 공연 시간은 관객이 몰입을 끝까지 잃지 않게 하는 데 적절하다. 바로 앞에 관객이 숨소리까지 들리는 곳에 있다는 것은 관객은 물론이거니와, 배우에게도 크나큰 용기이자 자신감이 필요한 일이다. 사소한 표정 변화나 손의 떨림까지 전해지는 무대에서 흔들림 없이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해 낸 두 배우의 명연기야말로 이 작품의 든든한 기반이라 할 만하다. 특히, 소녀 같은 순수함부터 서늘하게 돌변하는 여인의 모습까지 다양한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배우 전경수의 표정연기는 가까이서 본 만큼 인상적이었다. 밀폐된 공간에 허락된 30명의 관객만 함께할 수 있는 연극 ‘사이레니아’는 6월 14일 개막해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처_Story P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15 / 조회 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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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이레니아' 국내 초연, 관계자 호평 이어져
연극 ‘사이레니아’ 리허설을 관람한 연출 및 배우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 ‘사이레니아’가 6월 14일 개막을 앞두고 지난 10일 리허설 무대를 가졌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앉는 순간 우리도 등대 안에서 ‘아이작’과 함께 파도와 폭풍을 겪었고, 마지막에는 무언가에 홀리듯이 극장을 빠져나왔다. 매혹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배우들은 무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배우 이석준, 배수빈, 윤나무, 신성민, 임강희, 김지현 등이 작품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정연은 “‘카포네 트릴로지’ 공연을 하면서도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이레니아’는 이렇게까지 가까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가까워서 거리감에 대한 압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관람하는 관객들도 서로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작품인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 연극 ‘사이레니아’는 1987년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가 배경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국내 초연작으로 30명의 관객이 입장할 수 있다. 무대와 관객의 거리는 50cm로 극한의 몰입을 요구한다. 작품은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밀폐된 공간과 훌륭한 드라마의 조화가 만들어낸 미니 마스터클래스”(thereviewshurb), “극적인 리얼한 체험이 선사하는 스릴”(BroadwayBaby)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변기연 미술감독을 비롯해 김은영 연출, 이오진 각색, 김경육 음악감독, 이현규 조명디자이너, 권지휘 음향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티브 팀이 총출동했다. 배우 홍우진, 전경수, 이형훈, 김보정 등이 출연해 70분 내내 완성도 높은 2인 극을 끌어갈 예정이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6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_(주)아이엠컬처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15 / 조회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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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만 느끼는 극한의 전율…'사이레니아' 14일 개막
"매혹적인 작품 탄생할 것"
6월 14~8월 15일 TOM 연습실A연극 ‘사이레니아’(사진=스토리피).[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단 30명의 관객에게 신선한 전율을 선사하는 연극 ‘사이레니아’가 14일 개막한다. 작품은 블랙록 등대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는 단 50cm에 불과하다. 김태형 연출은 “객석에 앉는 순간 우리도 등대 안에서 ‘아이작’과 함께 파도와 폭풍을 겪었고, 마지막에는 무언가에 홀리듯이 극장을 빠져 나왔다”며 “매혹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배우 정연은 “‘카포네 트릴로지’ 공연을 하면서도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이레니아’는 ‘이렇게까지 가까워도 되나’ 싶을 정도”라며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이미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극적인 리얼한 체험이 선사하는 스릴’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번 공연엔 배우 홍우진, 전경수, 이형훈, 김보정 등이 출연한다. 6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541-2929.▶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14 / 조회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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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이레니아’ 연습현장 공개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도 최강”
연극 ‘사이레니아’가 국내 초연 개막을 앞두고 연습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연습현장 사진은 배우 홍우진과 이형훈, 전경수, 김보정의 막바지 연습 모습을 담고있다. 작품관계자는 “배우들은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연습 중이다”라고 전했다. 등대지기 ‘아이작’ 역의 배우 홍우진과 이영훈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품인 것 같다. 기존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무대 형식이라, 배우로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어려운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해 있는 듯한 리얼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문의 여인 ‘모보렌’ 역의 배우 전경수와 김보정은 “극 중 ‘모보렌’은 ‘아이작’의 과거를 뒤흔들며 아픈 상처를 헤집는 캐릭터다. 계속해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배우뿐만 아니라, 사면에 앉아 있을 관객들과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겠다”며 공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관객 30명만이 관람 가능한 공연이다. 작품은 영국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의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6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처_(주)아이엠컬처 제공 허윤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13 / 조회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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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긴장감 '미리보기'…'사이레니아' 연습현장 공개
긴장감 유지하며 막바지 연습
"두 인물 관계 돋보이도록 각색"
6월 14~8월 15일 대학로 TOM 연습실A연극 ‘사이레니아’의 연습 모습(사진=아이엠컬처).[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연극 ‘사이레니아’가 10일 긴장감 가득한 연습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이미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밀폐된 공간과 훌륭한 드라마의 조화가 만들어낸 미니 마스터클래스’, ‘극적인 리얼한 체험이 선사하는 스릴’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국내 공연에선 오로지 30명의 관객만이 허용되는 무대로 신선한 전율을 선사한다. 홍우진·이형훈·전경수·김보정 등 네 배우는 70분 동안 ‘아이작’과 ‘모보렌’이 서로 쌓아가며 완성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아이작 다이어’ 역의 홍우진과 이형훈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작품인 것 같다”며 “관객들 또한 ‘아이작’과 함께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해 있는 듯한 리얼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폭풍우에 떠내려 온 의문의 여인 ‘모보렌’ 역의 전경수와 김보정은 “‘모보렌’은 ‘아이작’의 과거를 뒤흔들며 아픈 상처를 헤집는 캐릭터인 만큼 계속해서 긴장감을 부여한다”며 “상대배우뿐만 아니라 사면에 앉아 있을 관객과도 호흡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은영 연출은 “지난해 ‘카포네 트릴로지’를 경험했던 관객이라면 단 2명의 배우와 30명의 관객만 입장할 수 있는 밀폐된 공간을 통해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초연은 원작을 최대한 살리되 두 인물의 관계가 돋보일 수 있도록 각색을 거쳤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매력적인 드라마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사이레니아’는 오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541-2929.▶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10 / 조회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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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이레니아’ 무대 도면 공개 “밀폐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전율”
연극 ‘사이레니아’가 초연 개막을 앞두고 무대디자인 도면을 공개했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오직 30명만의 관객만이 관람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무대는 사방이 모두 벽으로 막힌 등대의 내부를 표현한다. 작품 관계자는 “무대를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자 했다”고 전했다. 작품은 1987년 영국 남서쪽 콘월의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에 구조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21시간의 일을 그린다. 작품은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밀폐된 공간과 훌륭한 드라마의 조화가 만들어낸 미니 마스터클래스”, “극적이고 리얼한 체험이 선사하는 스릴” 등의 평을 받은 바 있다. 작품 관계자는 “30명의 관객들은 연극 ‘사이레니아’를 통해 실종된 등대지기와 함께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돼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생존게임을 벌이듯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6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초연된다. 사진출처_(주)아이엠컬처 제공 허윤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03 / 조회 4,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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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0명 관객…연극 '사이레니아' 극한 70분
객석압도 무대도면 전격 공개
14일 대학로 TOM서 국내 초연
신선 전율…몰입감 선사할 것연극 ‘사이레니아’ 무대 도면(사진=아이엠컬처).[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로지 30명의 관객만이 허용된다. 밀폐된 무대는 극한의 몰입감과 동시에 신선한 전율을 선사한다. 연극 ‘사이레니아’가 오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국내 초연을 앞두고 무대디자인 도면을 전격 공개했다. 작품은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스물 한 시간의 일을 그린다. 이미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밀폐된 공간과 훌륭한 드라마의 조화가 만들어낸 미니 마스터클래스”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아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블랙록 등대의 일부를 잘라낸 듯한 ‘사이레니아’ 무대는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던 장춘섭 미술감독의 파트너인 변기연 미술감독이 맡았다. 제작사 측은 “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들이 극한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협소한 공간을 찾던 중에 TOM 연습실 A를 만나면서 시너지를 한층 더했다”고 말했다.진짜 영국 콘월 해역에 실존하는 등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무대는 사방이 모두 벽으로 막힌 등대 내부를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30명의 관객이 실종된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와 함께 망망대해 한가운데 표류해 있는 듯한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제작사 측은 예상했다.변기연 미술감독은 “배경이 등대이다 보니 그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수백장 넘게 찾아봤었다. 보통 등대는 7~8층 높이에 달하지만, 블랙록 등대는 4층 정도 높이의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등대로 추측하고 세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등대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목재 위주로 바닥재질을 골랐고 벽돌 벽면에는 콘크리트로 빈 공간을 메우는 등 실제 건물공사에 가까운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연극 ‘사이레니아’는 변기연 미술감독을 비롯해 김은영 연출, 이오진 각색, 김경육 음악감독, 이현규 조명디자이너 등이 의기투합했으며 홍우진, 전경수, 이형훈, 김보정 등이 출연해 70분 내내 팽팽한 드라마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오는 8월 15일까지 공연한다. 02-541-2929.▶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02 / 조회 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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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만이 체험하는 스릴과 전율, 연극 ‘사이레니아’
연극 ‘사이레니아’가 국내 초연을 앞두고 5월 4일 프리뷰 티켓 오픈을 진행한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1987년 영국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블랙록 등대의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의 구조요청과 실종을 둘러싼 사건을 그린다. 작품의 연출은 ‘제스로 컴튼’이 맡았다. 그는 2015년 국내 초연된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2015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밀폐된 공간과 훌륭한 드라마의 조화”, “극적이고 리얼한 체험이 선사하는 스릴”이라는 평을 받았다. 작품에는 2명의 배우만이 출연한다. 이들은 30명의 관객만이 착석 가능한 공간 안에서 극을 이끈다.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 역은 배우 홍우진과 이형훈이 연기한다. 폭풍에 떠내려온 의문의 여인 ‘모보렌’ 역은 배우 전경수와 김보정이 열연한다. 연극 ‘사이레니아’는 6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만나볼 수 있다. 프리뷰 티켓 오픈은 5월 4일부터 진행된다. 사진출처_(주)아이엠컬처 제공 허윤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5.02 / 조회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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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중견 연출가들이 2016년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2016년도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해도 한국 사회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봄에는 연극 무대를 주목해보자.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해온 중견 연출가들이 이달 나란히 무대로 돌아온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그들이다. 세 연출가들은 그간 꾸준히 극작 및 연출 작업을 해오면서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대에 눈이 쏠릴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다. 그들이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어릴 적 다방구를 하며 놀던 정겨운 마당과 가족을 뒤로 하고 ‘자살 특공대’라 불리는 카미카제 대원이 되어 출전하는 소년, 제대 이후의 삶이 막막해 탈영한 병장,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식품을 배급하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민간인,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해군…박근형 연출이 작/연출해 선보이는 신작 는 1945년 일본과 2015년 한국, 2004년 이라크와 2010년 한국의 서해를 오가며 다양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에서 소시민들의 삶의 음영을 선명히 드러냈던 박근형 연출이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군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형 연출은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통과 폭력에 노출된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 또한 언제든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우리의 삶이 그들의 고통과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름 없이 어딘가에서 스러졌을 군인들의 추억과 웃음, 눈물을 진지한 성찰 끝에 복원해낸 박근형 연출의 무대는 그 자체로 타인의 삶과 고통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 하다. 한번쯤 삶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이 무대를 놓치지 말자. 지난해 국립극단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공연했던 으로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고선웅 연출은 다시 한번 국립극단과 선보이는 에서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초상을 그린다. 연출과 배우들의 공동창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연극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열 두 명의 배우들이 살아오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가공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고민도 제각기 다른 한국인들의 에피소드 27개가 펼쳐진다. “온 몸이 회색 빛 우울증으로 둘러싸인, 손대면 터질 것 같은” 10대, 그들에게 훈계하다가 얻어맞는 중년의 남성,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상사, 취직과 결혼 등으로 경제계급이 달라지면서 멀어지는 친구 등의 모습이 고선웅 연출 특유의 과장과 해학이 어울린 몸짓으로 펼쳐지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말이 자주 쓰이는 요즘, 이 연극이 한국인의 암울한 초상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선웅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좌절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다.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쳐다보고, 그렇다면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웃음과 외침으로 절묘하게 엮인 27개의 에피소드는 극이 진행될수록 차차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희망을 향해 간다. 2016년, 과연 우리가 나아갈 희망의 방향은 어디인지 무대에서 만나보자. 오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무대에 올라가는 는 김광보 연출이 2002년 공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썼던 사극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연극으로도 꼽힌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헨리 4세의 아들 헨리 왕자, 그리고 그의 친구인 폴스타프다. 헨리 왕자는 허풍쟁이 폴스타프와 어울려 거리에서 온갖 기행을 벌이며 권력을 조롱하지만, 내심으로는 권력을 향한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결국 아버지를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옛 친구였던 폴스타프를 비정하게 외면한다. 극의 초반부, 주위의 간언을 물리치고 자신의 경쟁자였던 신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는 헨리 4세의 모습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대를 이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최근 등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매섭고도 유쾌하게 꼬집었던 김광보 연출은 가 “매우 시의적절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권력을 차지한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고, 권력을 찬탈하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들이 현 시대와 잘 맞고, 또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오늘날의 시대를 반영하는 대사들이 좀 더 추가되었다고 하니, 오늘날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무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보자.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6.03.14 / 조회 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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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더 멍청해진다” 고선웅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엿보다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에피소드, 불편하지만 거울처럼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 몇 년 전인가, 엘지아트센터의 그 해 차년도 라인업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유일하게 공연명도 없는 공연이 올라왔다. 아주 단출한 설명과 그저 “고선웅 연출의 신작”이라는 말이 공연명을 대신할 뿐이었다. ‘누군가의 신작’이 모두 어떤 기다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고선웅의 신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만으로 기다림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다. 그 외 다른 표현은 필요 없었다. 이제 공연계에서 고선웅 연출은 그런 존재가 되었다. 지난 2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의 연습실 특별공개가 있었다. 바로 그 ‘고선웅 연출의 신작’인데다 이번 작품 직전에 그가 각색 겸 연출한 이 2015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비롯해 연극평론가협회에서 꼽은 최고의 연극으로 꼽혔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던 터다. 도입부는 이게 뭔가 싶다. 연극이 아니라 현대무용이었나 싶을 만큼 배우들이 과하게 몸을 많이 썼고, (아마도) 10분 가량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시작됐다. 물론 그 다음은 지루할 틈 없이 달리는 씬들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국립극단 연극 은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공동창작 한 작품으로 신문기사에 나왔던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극화한 총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에피소드가 마치 테트리스처럼 서로 다른 모양인데 아귀가 딱딱 맞게 이어진다) 비정규직, 생명경시, 일베, 성적 콤플렉스, 불륜 등 한국 사회의 사건 사고, 병폐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웃다가 어이없다 분노하다.. 복잡한 감정들을 유발하는 에피소드에 힘을 더하는 건 음악이다. Sade의 Smooth Operator, 랩퍼 루피 등 절묘한 선곡의 음악은 자칫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들어갈뻔한 관객들의 옷자락을 잡는 듯 했다. 연극 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 떠올려 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이 적재의 씬과 어울려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은 순간, 고선웅 연출이 ‘여기까지’를 외치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략 10여개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며 (전체 연극의 절반이 채 안되는 분량) 리그에 올라간 투수와 감독이 사인을 주고 받듯 무대 위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이 소리 없이 디렉팅 사인을 주고 받았다. 은 연출과 배우가 공동창작 작업을 1월 18일 시작했고, 2월 15일 첫 대본이 나왔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본 나온 후 2주가 지난 시점이었기에 이 정도 몰입도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시연 후 사전신청을 통해 초대된 소수의 관객들과 고선웅 연출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열명정도 되는 관객들은 모두 20대로 보였다.) 주름(살도)없는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스무개의 눈동자가 고선웅 연출을 바라봤고 고선웅 연출 역시 젊음은 아무 우환이 없어 보인다고 화답하며 오고 간 대화들이다. Q. 포스터에서 마이크 얼굴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핫핑크는 또 뭔가 고선웅 연출 (이하 고) 제목이 한국인의 초상인데, 초상이면 얼굴이 나와야 할텐데..,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넣었는데, 이런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았다. Q. 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 세상은 이렇게 지옥 같은데,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은 더 스마트해졌는데 나는 더 멍청해졌다” 끊임없는 정보로 가득하고 세상은 정말 더 스마트해졌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는지는 모르겠다. Q.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글쎄. 없다. 있어야 하나 Q. 근데 당신은 이런 시대에 연극을 왜 하는가(연극을 하는게) 재미있다. 연극은 짧은 시간 농축해서 어떤 사람들, 어떤 인생을 보여준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생,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귀결되는 과정의, 농축된 상황에서 지혜를 배운다. 지혜와 통찰력을 배운다. (연극 속) 인물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슬퍼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는 견뎌낼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연극을 한다는 건 우물 안에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우주를 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사람이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은 미담보다는 추악한 얼굴들로 가득하다. 문제의식과 사회문제로 가득하다. 어떤 에피소드는 소름끼칠 정도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절반 가량 보았지만 확신한다. 미담은 단 한편도 없을거라고) 하지만 곧 수긍하리라. 싫지만 그게 우리의 민낯이니까. 정색하고 보지 않는다면 즐거울 수 있다. 그리고 극장 밖에서 생각하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 이날 시연에 보인 장면은 본 공연에서 바뀌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정도 진행되었으며 녹취가 아닌 인상 기록이라 고선웅 연출이 이날 사용한 어휘와 차이가 있습니다. 글: 김선경(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2.29 / 조회 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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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배우’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민, <멜로드라마> 최대훈
최근 에서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결혼 10년 차 찬일 역으로 나오고 있는 최대훈은 '연기가 놀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간 등에서 개성 강한 역으로 무대에 올라 인상을 남긴 그이지만 사실 연기는 그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명함을 받고 우연히 찾아간 잡지사에서 그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땅을 쳤다. ‘그동안 난 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라는 억울함에 건축에서 연기로 진로를 바꿔 대학에 들어갔다. 창작수업 중 무대에 가로등이 필요하다는 하늘 같은 선배의 말에 후배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출동해 실제 가로등을 뽑아와 무대에 세우는 등 대학 생활 4년은 무대에 미쳐 빠르게 지나갔다.무대뿐만 아니라 영역을 넓여 드라마, 영화라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연기가 놀이라는 그의 다짐은 변함없다. 다만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진정한 배우 최대훈으로 불리기를 갈망하고 있는 그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Q 오늘부터 처음으로 캐스팅이 바뀐다고. (인터뷰는 1월 13일에 진행됐다.)연습부터 어제 공연까지 계속 고정으로 갔는데 오늘부터 처음으로 김소이 역이 박민정에서 김나미로 바뀐다. 그래서 오늘 공연이 더 설렌다. 배우가 바뀌는 것에 따라 묘한 분위기가 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배우들마다 다른 결과 색을 지니고 있어서 매 공연마다 느낌이 다르고 긴장된다.Q 이번 작품에서 결혼 10년 차 김찬일 역을 맡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장유정 연출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함께하는 배우들도 너무 좋아서 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조금 감이 안 잡힌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미혼인지라 결혼 생활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극이고 일상적인 연기여서 대사도 빨리 외워서 일단 시작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주변의 결혼하신 선배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고,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남녀 사이의 소통은 연애할 때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Q 제작발표회 때 장유정 연출이 연습실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을 엄청 하더라. 출연하는 선후배들이 다들 의욕적이고 열심이라 연습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 다 밝고 즐겁고 순한 사람들인데 극이 끝으로 갈수록 어두운 분위기라 연습할 때나 무대에서는 집중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럴 필요 없는 분장실에서는 잘 놀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Q 이 작품은 흔히 통속극이라 이야기하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따르고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불륜은 하나의 소재일 뿐 우리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작품에서는 악인이 없다. 그래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할 뿐이지 누구라도 그 상황에 놓이고 그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힘들고 어려운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사람들도 무슨 큰 일을 겪고 나면 흔히 이런 말들을 하지 않나. “이거는 내 이야기야. 내가 그랬어. 안 믿기지. 처음에는 나도 그랬어.”라고. 찬일이 놓인 상황과 그 인물을 있는 그대로 내 안에 받아들이려고 애썼다.Q 미현 역을 맡은 전경수 배우와는 불륜 사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잘 어울리더라. 연습하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연습할 때부터 미현과의 장면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단순히 불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먼저 보이길 바랬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현을 사랑해야 되니까 일단 연습에 들어갈 때 마음 속으로 ‘오늘부터 이 친구를 사랑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야기하고, (전)경수에게는 장난을 많이 쳤다(웃음). 상대방 마음이 열려야 이야기도 하고 연습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다행히 경수도 내 손을 잡아줬다. 관객들도 미현이 침대 밑에서 발각되는 것에서부터 ‘아 얘네들이 불륜이었지’라고 그제야 인지를 하시더라. Q 전작인 에서는 1인 3역의 멀티맨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동연 연출님이 저랑 (김)종구 배우에게 이름만 바꿔서 똑같은 메일을 보내셨다. (웃음) ‘이런 작품이 있는데 작은 역할이라고 서운해하지 말고 임팩트 있으니까 날 믿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짧지만 힘이 느껴지는 메일이었다(웃음). 멀티맨 역은 멀티맨 사관학교인 를 졸업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웃음). 다만 3역 모두 짧지만 강한 역이라 연습할 때 고민이 많았다. 사실 연습할 때는 이 작품이 과연 잘 될까? 걱정이 많았다. 종구와 연습실 한 쪽에서 앉아 발 밑에는 간식 쌓아 놓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그랬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엄청 헤맸는데, 막상 작품이 무대에 올라가니까 신이 나더라. 하지만 러닝 타임은 장장 3시간에 내가 나오는 신은 짧아서 무대 뒤에서 엄청난 외로움과 고독과의 싸움을 했다(웃음). 나치 코스튬플레이어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그 남자가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슬픔이 있는 친구인 걸 알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 한편이 경건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작품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오랜만에 연극다운 연극을 만난 것 같아 행복한 추억이 됐다. 의 한 장면Q 지난 연말에는 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고.친하게 지내는 (최)성원 배우한테 지난 여름에 전화가 왔다. “형 시간 돼요? 하루만 같이 자요(웃음).”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배우들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신체수업, 연기수업, 노래수업의 일환으로 온갖 게임을 섭렵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성원이와 상윤이 빼고는 안면만 있는 배우들이었는데 다들 착하고 서로 궁합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왔다. 성내는 캐릭터, 꼬투리 잡는 캐릭터, 당하는 캐릭터, 엉뚱한 캐릭터 등 각자마다 색깔이 있다. 놀리고 괴롭히고 장난치는 건 나와 성원이 담당이고(웃음).Q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은 편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장난을 많이 치지만 신조가 있다. ‘까불지는 말자’다(웃음). 장난을 칠 때도 생각을 하고 친다. 그냥 막 던지는 건 안 좋아한다. Q 그동안 작품을 보면 희극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다. 외모는 상남자 스타일인데 의외다.대학 때부터 외모는 선이 굵고 상남자 스타일임에도 핍박 받고 망가지고 우스꽝스러운 희극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이 쪽 업계가 좁다 보니 계속 그런 역할만 주더라. 예전에는 목소리도 굉장히 얇았고 말투도 정확하지 않고 흐려서 선배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인상이 점점 변하더라. 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 안의 남성성을 발견했다. 예전 나의 전사를 모르는 분들은 겉모습만 보고 남자인가 보다 했다가 시켜봤는데 막상 남자답지 않고 여리여리한 면도 있으니, ‘웃긴 놈이네’ 하고 다시 웃긴 역을 주기도 하고 남자다운 역을 줄 때도 있다(웃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아직 나를 잘 모르니 남성성을 필요로 하는 역을 맡기시고.겉모습, 말투 같은 것은 쉽게 안 바뀌지만 생각이나 기운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니까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둡게 봤다. 어느 날 여권 사진 3장을 나란히 모아두고 본 적이 있는데 노예 얼굴부터, 범죄자형 얼굴까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사진은 괜찮았다(웃음). 마지막에는 “너, 성형했냐.”라는 소리도 들었다. 물론 발전한 사진 기술도 한 몫 했겠지만 그건 다 좋은 기운 덕분인 것 같다. Q 본인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 직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행동에 책임져야 할 나이도 됐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반된 면이 나만의 무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하고 있다. 잘생긴 꽃미남은 아니지만 남자다운 외모와 감성적인 성향, 양쪽을 잘 키워 보고 싶다. 또 하나 하고 있는 고민은 배우는 활자 안에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 온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라면 항상 예민한 상태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어제 잘 자고 아침에 기분이 너무 좋아 미소를 머금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일터에 가서는 슬픈 감정을 표현해야 되는 사람이 돼야 하고. 물론 그 반대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어느 순간 힘들어졌다. 남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빨리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점점 힘이 든다. 역시 배우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직업도 마찬가지로 좋은 면도 있고 힘든 면도 있고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욕심나는 캐릭터를 만났거나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내가 하고 싶다’라는 결정적인 한 방이 아직도 날 붙들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최종 꿈은 무엇인가?‘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최대훈 이름 앞에 있을 때 어색하지 않게. 그렇게 불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정말 온전하게 '배우'로 불리고 싶다. 배우인데 배우라는 소리를 못 듣는다면 정말 슬픈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배고파도 좋은 결을 지닌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옛날에는 무슨 작품이든 작품만 하면 좋았는데 지금은 정말 마음이 동하는,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애정을 쏟아서 자연스럽게 신나서 할 수 있는 작품들 말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19 / 조회 1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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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내밀한 정서를 찾아서' <멜로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
장유정 연출의 연극 데뷔작인 가 이달 말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는 2007년 이다의 무대발견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처음 관객들을 만났고, 2008년 재공연을 이어가며 남녀간의 색다른 사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10년차 부부인 서경, 찬일 부부와 오누이인 재현과 미현 등 다섯 남녀를 통해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넘어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는 인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2014년 는 우아하고 지적이며 자기 통제가 완벽한 큐레이터 서경 역은 홍은희와 배해선, 서경의 남편 찬일 역은 박원상과 최대훈이 맡았다. 이외에도 미현의 동생인 재현은 조강현과 박성훈이, 재현의 약혼녀 안소이는 박민정과 김나미가, 재현의 누나인 미현은 전경수가 맡아 출연한다.지난 9일 이 작품의 제작을 맡은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제작발표회는 분장실에서 들려오는 배우들의 유쾌한 수다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손상원 대표는 오랜만에 를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예술의전당의 도움이 컸다. 먼저 제안을 줘서 흔쾌히 공연을 성사시킬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장유정 연출장유정 연출은 “사랑이 과연 의무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본 다섯 남녀의 얼키고 설킨 사랑이야기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통속적이고 대중적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들 남녀의 내밀한 정서를 찾을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한 이번 작업에 대해 “그동안 대형시스템 안에서 밀도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 더 넓게 접근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소극장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집중도가 훨씬 더 높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보자’라는 생각에 오로지 배우와 텍스트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었다.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덧붙여 “2007년과 다르게 하기 보다는 2014년의 지금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포인트를 뒀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보면 우연적인 만남, 음악, 선과 악이 분명하며 통속적이다. 이 작품은 거기서 선악을 제외하고 멜로드라마 장르를 그대로 차용한다.”라고 강조했다.10년차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찬일 역 박원상, 서경 역 홍은희 극단 차이무의 단원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박원상은 “처음 만나는 후배들과 함께 어릴 적부터 서 오고 싶던 자유소극장에서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떨린다.”고 말했다.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홍은희는 “다시 무대에 돌아오기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 두려움과 시간이 주는 압박이 컸지만 연기 선배이자 남편인 유준상이 용기를 많이 줬다.”고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완벽주의자를 지향하는 서경의 모습은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는 홍은희는 연극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연기를 할 수 있고, 관객과 소통하는 장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습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연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연습하는 장면이 더 머릿속에 남아있다. 연기에 대해 연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연기자이면 무엇보다 필요한데,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연극이란 장르의 특성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두려움과 떨림은 크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무대에 서는 내 몫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기기도 했다.전경수다른 배역과 달리 단일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전경수는 미현이라는 역할에 대해 “미현은 몸은 29살이지만 정신연령은 낮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에너지가 많으며 반응도 즉각적인 친구다. 그동안 한스런 연기나 미치거나 죽거나 하는 슬픈 연기를 많이 했는데 미현이는 햇살처럼 밝고 사랑스런 여인이다. 평소의 나는 말도 느리고 정적이며 반응도 크지 않아서 미현과 차이가 난다. 그런 점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장유정 연출은 “연극 자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내용이 아님에도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연습한 지 이 주 밖에 안됐는데 벌써 런쓰루를 돌고 있다. 그만큼 연습의 템포가 빠르다.”고 전하며, "특히 이번 작품은 캐스팅이 무척 만족스럽다. 배우들에게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부족하다.”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공연은 오는 31일부터 2015년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2.11 / 조회 7,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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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애잔한 무대, <프랑켄슈타인>의 새로운 모습
원작인 동명 소설이나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들을 익숙하게 봐왔던 사람이라면, 또 2011년 영국에서 화제 속에 공연되었던 작품의 라이선스 무대라는 것을 알고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을 보고 다소 놀랄 수도 있겠다. 과거 그 어떤 '프랑켄슈타인' 작품의 느낌과도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극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온통 하얀 무대는 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말해주는 첫 번째 단서이다. 하얗고 투명한 비닐과 그 밖의 것들로 누더기처럼 겹쳐지고 덧입혀진 무대와 구조물. 마치 태아가 숨 쉬는 자궁을 초음파로 보거나, 새끼를 품은 알을 마주할 때와 같은 느낌. 얇고 섬세해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 반 투명의 막과 같은 구조물 안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꿈틀대던 존재가 갑자기 무대 가운데로 튀어 나오는데 그렇게 은 시작된다. 즉,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인간으로서 '신의 영역'으로 구획된 생명 창조에 도전을 결심하고 고뇌를 거듭하며 성공하는 모습보다는 생명 탄생 그 이후, 피조물과 창조자가 마주하고 부딪히는 과정과 이들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이번 일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벌거숭이 피조물이 인간 사회 속에서 걷고 말을 배우고 생각을 키워나가는 등의 과정을 세밀하게 목격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진화 과정 속에 피조물이 인간들에게 어떻게 처절한 배신과 상처를 받는지, 가학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인지도 역시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피조물의 모습은 어미이자 아비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한 생명의 발버둥이며 타인과 어우러져 감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생명체의 본능이라는 것을 객석에서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눈 쌓인 황량한 벌판과도 같은 무대가 종종 따뜻한 솜털이 뒤덮인 온기 넘치는 공간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로서 서로에게 애처롭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처절한 최후는 날카롭고 차갑기 보다 오히려 뜨겁고 애잔하다. 피조물을 연기하는 박해수는 걸음걸이, 손짓, 표정과 음성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응축하여 놀랍게 발산한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출연한 전작에서도 만난 적이 있으나, 을 통해서 배우로서 박해수의 존재감을 분명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으리라. 출연 배우들은 자신들의 출연 장면이 아니더라도 줄곧 무대 양 옆에 자리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들이 자신들과 똑같은 작품의 목격자 입장과 극중 배역 사이를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이는 우리들이 작품 속 어느 캐릭터 하나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인물들간의 관계, 그들이 그려내는 장면과 의미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피조물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그를 날카롭게 자극하는 존재들, 그와 팽팽히 대립하는 감정들이 다소 약하게 다가온다는 아쉬움은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4.10.17 / 조회 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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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를 찌르는 피조물의 절규, 연극 <프랑켄슈타인> 개막
상반기 뮤지컬 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라 큰 반향을 낳은 데 이어 이번에는 연극 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일 개막한 연극 의 제작진은 개막 당일 공연에 앞서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 은 영국 소설가 메리 셸리가 1818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국 극작가 닉 디어가 극본을 썼다. 2011년 영국에서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 드라마 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해 첫 무대에 오른 이 연극은 당시 관객들의 큰 호평을 이끌어냈고, 국내에서도 개막 전부터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이번 공연은 의 조광화가 연출을 맡고 의 박해수가 피조물을, 의 이율이 피조물을 창조해낸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맡았다. 이와 함께 의 정영주가 피조물에게 글과 말을 가르치는 드 라쎄와 프랑켄슈타인의 어머니 마담 프랑켄슈타인 등 1인 2역을 소화한다. 공연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오랜 실험 끝에 피조물을 창조해내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피조물의 흉측한 형상에 놀란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을 버려둔 채 가버리고, 혼자 남은 피조물은 사람들에게 온갖 박대와 괴롭힘을 당하며 낯선 세상을 헤맨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내뱉은 욕설을 더듬더듬 따라 하던 프랑켄슈타인은 앞을 못 보는 노인 드 라쎄를 만나 조금씩 글과 언어를 배워나간다. 글을 익힌 다음에는 책을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나가고, 밀턴의 을 외워서 낭송할 만큼 뛰어난 감성과 암기력을 발휘한다. 갓 태어난 천둥벌거숭이에서 이성과 감성을 모두 지닌 한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피조물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둔하고 뻣뻣한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지고 어눌한 발음이 정확해지는 과정 등 피조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박해수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지 다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드 라쎄의 아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괴물이라 부르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분노한 피조물은 결국 그곳을 떠나 자신의 창조주를 찾아간다.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그는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외로움을 절절히 부르짖으며 함께 살아갈 여자를 창조해달라고 말한다. “왜 날 만들었냐”는 피조물의 절규는 신을 향한 인간의 물음과 닮아있고, “완벽한 인간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는 프랑켄슈타인의 대답은 인간 혹은 신의 불완전함을 곱씹어보게 한다. 무대는 랩으로 둘러 쌓여 있고, 그 위로 해독할 수 없는 각종 기호와 문자가 사방에 쓰여있다. 의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가 만든 이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와 어울려 서늘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프랑켄슈타인의 약혼녀 엘리자베스로 분한 전경수와 프랑켄슈타인의 여동생 아가사 및 여성 피조물로 분한 황선화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무대를 탄탄히 뒷받침한다. 공연은 11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0.14 / 조회 9,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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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쓸쓸하고 지독한 구애 <프랑켄슈타인> 박해수 이율
우리에게 영국드라마 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스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명배우 조니 리 밀러 주연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2011년 영국 국립극장 제작의 연극 이 곧 한국에서 막을 올린다. 런던에서 온 무대이지만 작품에 접근하고 있는 시선과 정서, 화법은 한국 무대만의 것으로 탈바꿈했다는 이번 공연은, 그래서 '새로운' 작품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무엇보다 동물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박해수와 그윽하고 미스터리한 기운이 가득한 이율이 무대의 중심을 지탱한다는 사실은 작품에 대한 믿음을 더욱 배가시킨다. 여기,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밀도 높게 응축시키고 있는 두 젊은 배우, 박해수와 이율의 놀라운 시너지를 미리 예견해 볼 수 있는 대화가 시작된다. Q. 올 여름부터 연습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기존 공연들보다 연습 기간이 긴 셈이다. 이율(이하 율): 7월 1일부터 시작했다. 박해수(이하 해수): (조)광화 선생님이 주요 배역들과 미리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자, 하셔서 대본 리딩하고 기본적인 연기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Q. 이율은 조광화 연출과 이번이 첫 작업이다. 율 : (조광화 연출이) 명장이시다. 작품을 꿰고 계시고 굉장히 지략가적인 면모도 있으시다. 굳이 따지자면 (김)달중 선생님을 가장 오래 뵈었고 나를 제일 잘 아시는 연출님이신건 맞지만 광화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신세계를 경험시켜주시니까 너무 좋다. Q. 의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creature)로 변신하는 소감이 어떤가? 율: 대단한 도전이 되고 있다. 연극을 너무 하고 싶었던 터에 타이밍도 잘 맞았고, 기존에 했던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보다 도전의식이 더 컸다. 아직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연습할 때나 개인 시간일 때나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 해수: 과거에는 '견디는' 역할을 많이 했었다. 몇 천 년을 견디고, 아픔을 견디고, 상처를 내딛고 백성들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역할들이 많았는데, 피조물은 정반대다. 견디지 않고 몸으로 바로 반응한다. 기존에 했던 역들과는 달라서 사실 내게 참 어렵다. Q. '프랑켄슈타인'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속에 등장하고 있는 작품이자 캐릭터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 인물이라는 점이 매번 프랑켄슈타인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해수: 작품이 워낙 다양하게 변환되어 왔고, 그렇게 변해도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예를 들어 영화 (AI)에서도 그 아이가 사실 프랑켄슈타인이고, 또 에서도 괴물이 나온다.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형태, 어떤 방식으로 나와도 되는 거다. 이번 작품에서도 대본 안에 분명한 힌트들이 있다. 그 힌트들을 잡아서 신체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힘이 세기 때문에 팔에 굉장한 근육이 있고, 그러면 몸이 무거울 수 있고, 그렇게 몸이 뒤틀어지거나 하는 힌트들을 잡아 신체를 디자인하고 체화하는 거다. 내면적으로는 아주 어리고 순수한 인물 같기도 하다. (조광화) 선생님과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선생님도 기존의 나의 성향이나 과거 모습들을 좀 버리고 탈피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괴물이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괴물이 아니라, 좀 더 발랄하고 순수해 보이는, 어떤 사춘기적인 모습 쪽으로 가면서 캐릭터가 정해지고 있다. 그런 다음에 상대방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 난관이 쉽지 않더라. 계속 고민하고 있는데 오히려 고민이 시작되니까 마음이 편하다.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해봤고, 조금씩 신체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안에 분명한 디자인을 갖고 심리적인 표현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Q. 빅터와 피조물이 되기 위한 특별한 준비과정이 있었는가? 율 : 형님(박해수)은 권투를 좀 하셨다. 해수: 연출님이 권하셔서. 공격성이 좀 있어야 하는데, 남자들은 권투 같은 거 배우면 나가서 막 싸우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상하게 주먹 쥐고 다니고 다 이길 것 같고. 진짜 많이 배우신 분들은 안 그러시는데, 약간 맛만 본 사람들이 원투원투 하고 다닌다. (웃음) 율: 승마를 배우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셔서 7월 연습 들어가면서 잠깐 배웠다. 승마는 동물을 위에서 부리는 거 아닌가. 자만심, 교만함을 가진 귀족의 느낌을 좀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체에 힘을 꽉 주고 긴장하고 있어야 해서 한번에 오래 못 탄다. 연출님이 펜싱도 한번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그건 하는 학원이 없다. 태릉 들어가야 되고. (웃음) Q. 2011년 영국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니 리 밀러 주연으로 공연되어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해수: 전체적으로 차이가 많이 생겼다. 같은 작품이라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국이 유럽 문화와 정서적으로 다르기도 하고. 선생님(조광화 연출)이 이야기 하신걸 보면, 영국에선 빅터나 피조물에게 약간 떨어져서 방관자처럼 만드는 면이 있는데, 우리나라 정서로서는 조금 더 본성으로 들어가고, 조금 더 연민과 감성을 잡아야 한다. 둘이 이야기하는 신이 있는데 영국에선 논쟁하고 그걸 통해 판단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논쟁만 되어서는 안 된다. 분명히 우리가 우리의 상처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작품 군데군데 넣었다. 구성 자체도 많이 다르고, 그러기에 영국 공연보다 좀 더 치열하다. 나중에 (배네딕트 컴버)배치 형이나 (조니 리) 밀러 형이랑 브런치하면서 묻고 싶었던 건 (웃음) 왜 그때 감정이 그렇게까지 밖에 안 나왔는가, 하는 거다. Q. 겉으로 드러내는 표현 강도가 좀 더 높아졌다는 의미인가? 해수: 그렇다. 훨씬 더 서로에게 원하고 요구하는, 직접적인 액션들이 보여질 것이다. Q. 피조물이 인간들에게 처음으로 외면당하는 이유가 흉측한 외모 때문이다. 생명 존엄성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 발단이 다소 일편적이라는 것이 새삼 낯설게 다가왔다. 해수: 이해한다. 내 대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내가 이렇게 생겨서 날 버렸어.' 그 다음 대사가 더 중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아마 그거 아닐까, 생긴 게 흉측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아서, 같은 종족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내 얼굴 나빠?'라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중요한 대사다. 우리가 느끼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달라'이다. 단지 못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과 다르고 그걸 자신이 알게 되고. 그것이 (피조물의) 서글픔의 시발점 아닐까. Q. 빅터가 피조물을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율: 지금의 많은 과학자, 의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를 위한 거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선의, 빅터도 거기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이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성공한다면 사람들이 윤택하게 살지 않을까, 하는 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거기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그의 행동들이 자신의 욕심으로 나온다. 오만이나 자만일 수도 있고, 신에 대한 도전일 수도 있다. Q. 극중에서 빅터보다 피조물이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율: 빅터는 온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어머니나 약혼녀, 모두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이들 각자가 다른 것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고, 나 역시 상처가 있기 때문에 서로 교류조차 잘 못하고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다. 굉장히 잔인한 관계인 것 같다. 해수: (빅터와 피조물) 둘만 서로 바라보고 있는 거다. 비극이다, 정말. Q. 영국에서는 두 주연 배우가 서로 역할을 바꿔서 공연하기도 했는데 두 인물은 곧 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빅터와 피조물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율: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주종관계, 그렇게 느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나와 같은, 나의 분신이 아닐까? 연민, 사랑, 미안함 등등이 뒤섞인. 두렵기도 하고. 해수: 빅터는 피조물의 엄마이자 아빠, 창조자이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사랑이다. 동질감 속에서 '날 사랑해줘, 인정해줘' 때를 쓰는 거지. Q. 드 라쎄, 마담 프랑켄슈타인 역을 동시에 하는 정영주 배우도 화제다. 해수: 굉장히 멋있으시다. 7월에 우리들이 연습 시작할 때부터 먹을 거 잔뜩 사 들고 오셨다. 처음부터 연습실에 들어오시는, 그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웃음) 배터리 용량이 일반인들과 다른 것 같다. 지금도 열정적인 에너지와 긍정적인 마인드는 여전하시다. 후배들 챙기는 마음도 뛰어나시고. 그런 면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작품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리프레쉬(refresh)하시려는 마음이 참 존경스럽다. 율: 삶이 에너지로 꽉 차 있는 분은 처음 뵈었다. 삶 자체가 에너지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여리시다. 이면에 풍부한 감수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좋은 배우이신 것 같다. 워쇼스키 감독 드라마에 캐스팅되셨는데 이제 국제적인 여배우로 발돋음하시는 거다. Q. 일상에서 두 사람의 배터리 용량은 얼마나 되나? 율: 형은 거의, 일상에서도 풀(full).(웃음) 해수: 무대에서 율이 스태미나 진짜 좋은데 일상에서는 계속 충전을 하고 있다. (웃음) 장난으로 이야기하는데, 율이 집에 가면 관이 있을 것 같다. (웃음) 충전기 있는 관에 들어가서 누워서 충전하고 딱 일어나고. 기본적으로 굉장히 신비롭고 매력 있다. Q. 배우로서 서로에 대한 느낌도 궁금하다. 율: 형님에게는 중심이 꽉 잡혀 있는, 탄탄해 보이는 느낌이 있다. 무대 장악력이라고 하는데 박해수라는 배우, 해수 선배의 그 묵직함을 닮고 싶다. 해수: 7월부터 같이 부딪히고 연습해서 이젠 서로가 걱정할 게 없다. 무대에서 만나면 본능적으로 부딪히려고 하고, 이상한 게 있으면 서로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Q. 을 통해 서로가 더욱 애틋해지겠다. 해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우리 둘이 연애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서로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거니까. 단지 그게 굉장히 과격하고 파괴적인 느낌이 드는 싸움이 되는 거다. 무조건 기대하셔도 될 것 같다. 그간 한 것이 있어서 허투루 나오진 않을 것 같다. 작품성 있는, 각자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나 역시 한 명의 배우로서 기대하고 있다. 율: 마찬가지다. 작품성과 대중성이 같이 있는, 오랜만에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다. 준비 기간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상당히 길었는데 그 안에서 실수도, 착오도 많았고 그래서 얻는 것들도 많았다. 안정감 있게 갈 수 있는, 그런 또 하나의 작품이 될 것 같다. Q. 두 사람도 서로의 배역으로 바꿔 무대에 서 보면 어떨까? 해수: 해보고 싶다. 근데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안되고. (웃음) 그런데 나보다 잘생긴 피조물이야, 그래서 질투하고. 율: 그래서 죽이려고 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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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영상: 김혜진
2014.10.06 / 조회 18,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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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 달군 <프랑켄슈타인> 한국 초연 '피조물 박해수, 프랑켄슈타인 이율'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을 맡은 2011년 영국 국립극장 제작의 화제 연극 이 오는 10월 한국 무대에 오른다. 영국의 극작가 닉 디어가 메리 셸리의 원작소설을 각색해 선보인 연극 은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창조물의 내적 고뇌, 갈등을 부각시켜 원작을 뛰어넘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국 드라마 의 인기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영화 , 미국 드라마 의 스타 조니 리 밀러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또한 그해 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최고 무대디자인상을 비롯해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와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주연을 맡은 두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는 등 평단의 대대적인 호평도 잇따랐다. 올 10월 개막하는 한국 초연에서는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박해수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피조물로 분한다. 과학 기술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찬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으로 등에서 다양하게 연기 변신을 해온 이율이 캐스팅되었다. 원작에서 남성으로 등장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여성으로 바뀌어 등장하는 드 라쎄와 한국 무대에서만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의 어머니 마담 프랑켄슈타인 역은 최근 에서 영매 오다메 역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정영주가 동시에 맡아 1인 2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은 원작 연극을 충실히 담아낼 예정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사랑받길 원하는 간절함'이 더욱 부각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예고된다. 등의 연출가 조광화와, 그와 오랜 시간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그리고 채송화 분장디자이너, 원미솔 음악감독 등이 스텝으로 참여한다. 연극열전과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연극 은 오는 10월 1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07.21 / 조회 9,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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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5,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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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키스] 김소현 "이미지 변신, 처음엔 팬들이 말렸어요"
한 없이 사랑스러울 것 같던 그녀가 변했다. 자신 없이는 못살겠다는 남자에게서 미련 없이 돌아서 버리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그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며 냉정하게 내뱉는다. 뮤지컬 스타 김소현이 연극 [미친키스]에서 약혼자의 집착을 거부하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신희를 연기하고 있다. 기존 그가 가지고 있던 사랑스럽고 참한 이미지와는 달라, 파격적인 변신이라고 할만 하다. 게다가 뮤지컬 무대를 벗어나 첫 연극 도전이라는 점도 주목하게 만드는 점. 최근 한 방송사의 사극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 그녀의 팬들을 놀라게 했다. 김소현은 “언제까지나 청춘, 얌전한 역할만을 할 순 없다”라며 이번 도전들을 즐기고 있었다.뮤지컬에만 출연하다 [미친키스]로 처음 연극에 도전했다. 계기가 있었다면.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센 연극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웃음). [미친키스는]는 우연히 사무실에 갔을 때 대본을 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찜질방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한번에 끝까지 다 읽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실 아, 난 못하겠구나 하면서 덮어놨었다(웃음). 감정선이 너무 세서 자신이 없었다. 못할 거 같다고도 말씀 드렸다. 하지만 인연이 강했는지 도전하게 됐다. 하나를 해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강한데 너무 큰 도전이라 망설였던 거 같다. 막상 해보니까 많은 걸 배우고 있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팬들은 어디서 대본을 찾아보시고는 안 하면 안 되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더라.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분들이 응원해준다. 괜히 걱정한 거 같다고도 말해준다(웃음). 연극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보인다. 무척 바쁠 거 같다. 지금은 그래도 한 숨 돌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장금 무대와 미친키스 연습, 드라마 촬영을 한꺼번에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미친키스는 12월에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스케줄이 바뀌는 바람에 첫 주에는 출연을 못했다. 연극에 출연하니 힘든 점은 무엇 인가. 모든 장르를 통틀어 연극이 가장 힘든 거 같다(웃음). 뮤지컬은 그 동안 해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낀다. 한 순간이라도 집중이 흐려지면 무너지는 느낌이 온다. 소극장 연극은 상대방의 컨디션과 리액션에 따라 내 연기도 달라져야 한다. 긴장의 연속이다.이 연극은 키스신 등 농도 있는 스킨십이 나온다. 그 동안의 이미지와는 달라 부담스러웠을거 같은데.작품을 하면서 부담스러웠던 건 스킨십이 아니었다. 보여지는 건 그렇지만 사실 심리적인 부분이 더 어렵다. 무대에서 누가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 무대가 달라진다. 한 배우가 평소 하던 거에 비해 약하게 하면 그만큼 다른 배우들이 채워줘야 하고 틈이 조금만 생겨도 티가 많이 난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라 거짓으로 연기하면 금방 눈에 보인다. 배우로서 그게 무서웠다. 이번에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닌, 매정하거나 독한 역할을 맡았다 기존에 관객들이 가진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로 변화를 시도했다. 뮤지컬에서 나를 본 분들이 싸이월드에 오셔서 그 김소현 맞냐고 묻곤 했다. 깜짝 놀랐다고(웃음). 특히 연극에서는 등장인물간의 감정 흐름이 격하고 충격적이어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면 나는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신희가 연인인 장정에게 이별을 고할 때 매정하고 독하게 소리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래도 오래 사귀었고, 나 때문에 울고 있는 남자인데 단칼에 자르듯이 소리치는 게 어려웠다. 지금도 캐릭터와 나와의 간극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신희는 연인의 집착을 거부하고, 유부남을 선택한다. 좀 난해한 캐릭터이지만 그래도 이해한다면.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는 부분은 있다. 신희는 대학과 대학원까지 간 여자다. 기껏해야 자기 용돈만 벌면 될 정도로 어찌 보면 평탄한 생활을 해왔을 거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서 취직도 안 되고…되는 일이 없는 거다. 그런데 결혼할 남자도 변변찮은 직업 없이 사랑만 외치고 있다. 어느 여자가 좋겠는가, 솔직히. 이런 면에서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사귄 남자를 너무 매정하게 버리는 건 연기하기 힘들다. 교수와 장정 중 한 남자를 택해야 한다면 난 둘 다 싫다(웃음). 엄기준과 연극 무대에서 만나니 색다를 거 같다. 엄기준씨와는 원래 친해서 잘 알고 있는데, 굉장히 열정적인 배우다. 이번에도 걱정이될 정도로 폭발적인 에너지로 장정을 표현하고 있다.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낼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배우로서 부럽기도 하다. 여성 배우에게 그런 역할을 흔하지 않다. 내가 남자였으면 저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앞으로 다른 연극 무대에도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이 작품만큼 센 건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서 연기폭을 넓히고 싶기도 하다. 이번 [미친키스]는 특히 소극장이고 마이크가 없다는 게 새삼스레 색다른 느낌이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대극장에서 오페라를 할 땐 어떻게 했더라? 그때는 생으로 오케스트라를 뚫고 노래를 했었는데, 소극장에서 이렇게 힘들다니…뮤지컬을 시작한지 5~6년이 됐는데 그 사이에 마이크에 익숙해졌나..그런 생각도 든다.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거 같아 소중한 경험이 될 거 같다. 글: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10.02 / 조회 2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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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키스]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한 독백
연극 [미친키스]가 7년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천사의 발톱] 조광화 작/연출인 이 작품은 도시인들의 집착과 허무,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해 독백하듯, 소리치듯 진행된다. 극에는 5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흥신소에서 불륜을 캐는 남자와 그의 약혼녀,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떠는 여자와 그녀의 교수 남편, 그리고 몸을 팔아서라도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하는 아직 어린 여자. 이들은 모두 누군가와의 충만한 관계를 갈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등만을 바라본다. 인물들은 육체적인 접촉으로 외로움을 지우려 한다. 키스는 그 중 가장 주요한 수단.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키스에 대해 내내 집착한다. 헤어지자는 약혼녀에게 “키스해줘”라는 요구를 하고, 결혼한 여자는 자신의 발에 키스해 주는 남자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키스하고 누군가를 얻으려 발버둥을 쳐도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만 처절하게 깨달을 뿐이다. [미친키스]는 19세 이상 관람 연극인만큼 인물들간의 과감한 행위가 수위를 조절하며 오간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허무와 슬픔이 강렬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스킨십이 야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이번 [미친키스]가 화제에 오른 건 뮤지컬 스타들의 출연도 한 몫했다. [헤드윅]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등에서 활약, 이젠 브라운관에도 진출한 스타 엄기준과 역시 뮤지컬에서 브라운관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김소현이 그들. 특히 9월 11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김소현은 첫 연극 출연이라 팬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엄기준은 신경질적인데다 애정부족인 주인공 장정을 소화해낸다. 약혼녀에게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애인에게 버림받자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이 항상 불안한 주인공 역할이라 그런지 연기에서 감정과잉을 느끼지만 그가 무대에서 보여준 열정과 에너지는 대단하다. 무대가 끝난 뒤 상당한 에너지 소모로 땀을 비오듯 흘리는 그에게서 다시 한번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의 힘을 느낀다. 이외에도 쇼핑 중독에 지독한 외로움을 지닌 장정의 여동생을 연기한 유하나와 바람피는 남편을 둔 여인을 소화해낸 정수영의 연기도 주목할만 하다. 키스로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고 안심하는 장정이 결국 스스로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싸해진다. 모두 누군가를 원하지만 결국 모두 혼자 있기를 택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고독함이 보여서다. 글: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09.06 / 조회 1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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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키스] 집착과 외로움의 탐닉…엄기준, 김소현 캐스팅
연극 [미친키스]가 오는 9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네 남녀의 집착과 같은 사랑과 지독한 외로움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1998년 초연과 2000년 공연 이후 7년만에 무대에 오르는 것.
연극 [미친키스]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흥신소 직원인 장정과 그의 약혼녀 신희, 그리고 신희의 지도교수 인호와 장정의 동생 은정이 각자 사랑과 열정에 대해 갈망하지만 집착과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의 연출은 극/작을 맡을 조광화가 책임진다. 올해 창작 뮤지컬 [천사의 발톱]으로 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의 이번 작품에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친키스]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벽을 뚫는 남자] [김종욱 찾기] 등으로 뮤지컬계에서 톱스타 자리를 굳힌 엄기준과 [오페라의 유령]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스] [대장금]으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김소현이 주인공 장정과 신희로 출연하는 것. 특히 김소현은 이번 작품이 첫 연극 출연이라는 점에서 노래가 빠진 그의 연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신예 장효진과 [클로져] [졸업]에서 주목 받은 전경수가 각각 장정과 신희로 더블캐스팅 됐다. 이외데도 신희의 대학교수 인호 역에는 탤런트 김정균과 이얼이 더블 캐스팅됐고 인호의 부인 역에는 정수영이 맡는다.
글: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07.10 / 조회 1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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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조정석 “사랑하는 여자를 뺏기는 역할..미칠 거 같다”
뮤지컬 [첫사랑]이 올라가는 대학로 극장. 평일 오후 공연이지만 빈자리가 많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 요즘 주목 받고 있다. [첫사랑]은 연인 해수와 선이의 사랑, 그리고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인물들의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 하지만 극이 끝나갈 즘 되면 연인 해수와 선이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내뱉어진다. 특히 해수가 눈물을 글썽이며 간신히 이성을 붙잡을 때마다 관객의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극 전반부 장난끼 있는 모습으로 폭소를 안겨준 모습과 너무 달라 더욱 안쓰럽다.관객들을 이렇게 극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주역은 해수 역을 맡은 조정석이다. 그는 [헤드윅] [올슉업] 등 굵직한 작품을 연기하며 부쩍 성숙해진 연기로 [첫사랑]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특히 [헤드윅] 당시 뽀드윅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뽀얗고 귀염성 있는 그의 외모는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창력과 연기력이 배우로서 조정석의 무기. 그는 [첫사랑]을 통해 또 하나의 성공적인 이력을 추가하고 있다. 3시 공연을 마치고 만난 조정석은 아직 해수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직 눈시울이 붉다. 그에게 ‘해수’로서의 심정부터 물었다. 작품의 여운이 긴만큼 해수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건 당연할지도. 극중 해수 역할에 많이 몰입한 듯 하다. 사실 무대에서 많이 힘들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기를 뺏긴다는 게 미칠 거 같다. 정말 무대에서 돌거 같아서 진짜로 울게 된다. 참으려 해도 어쩔 수 없다. 해수는 바다와 사랑하는 여자 중 바다를 선택했다. 해수가 아닌 조정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바다와 사랑하는 여자 둘 다 잡을 거다.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이라고 묻자) 그래도 둘 다 잡을 거다. 이 질문 여러 번 받았는데 그때마다 둘 다 잡을 거라고 말한다(웃음). 시나리오도 다 짰다. 우선 바다에 나간 뒤 다시 돌아와 선이와 재회한다. 너무 간단한가(웃음). [올슉업] 뒤에 바로 [첫사랑]에 출연했다. 느끼한 채드와 순수한 해수로 오가는데, 어느 캐릭터가 더 본인과 가깝다고 생각하나.해수와 더 가까운 거 같다. 일편단심 민들레 같은데 나도 그런 편이다. 해수가 가지고 있는 위트와 내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 많이 닮아서 연기하기 편하다. 하지만 해수처럼 소심하진 않다(웃음). 창작뮤지컬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다. 창작뮤지컬이 처음은 아니다. 앙상블로도 했었고 [바람의 나라]도 했으니까. 하지만 주인공으로 나선 창작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래서 더 애착이 깊다. 물론 욕심이 다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이 작품 2년전부터 크리에이티브팀이 생겨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과감한 수정과 보완도 했다. 개막 일주일 전에 긴 대사 분량을 잘라내 극에 탄력을 주기도 했고 하루 전에 수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구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작품에 내가 들어와서 누가 되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애착도 크지만 부담도 크다. 연기를 하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첫사랑]의 줄거리 자체는 신파다. 진부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집중이 잘 된 극이라 코미디가 살아난다면 이 작품이 가진 슬픔이 더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연출선생님이 시작할 때부터 강조하신 거다. 첫 모임 때 우리 작품은 뮤지컬 코미디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광호가 공연할 때 보니 우리 작품을 보면 1막은 쉴 새 없이 웃긴다. 그래서 2막에서는 첫사랑의 슬픔이 더 두드러지더라. 조정석의 ‘첫사랑’은 어땠나. 고등학교 때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와 사귀었었다. 1년 정도 사귀었는데, 헤어지는 날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순수하고 풋풋했다. 다른 단어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지금은 그 때보다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다. [헤드윅] 이후 배우 조정석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이번 [첫사랑] 때에는 배우로써의 기량을 마음껏 나타내는 거 같다. 그런가. 나는 작품 복이 많은 배우다. 운이 좋은 배우 같다. [헤드윅]도 그 작품을 함으로써 많이 기대를 받아서 좋지만, 그냥 그와 같은 무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처음 무대에 앙상블로 섰을 때는 정말 무섭고 떨렸다. [넌센스]할 때는 각본대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그리스]는 원캐스팅으로 로저를 7개월 동안 했는데 이때 무대가 재미있음을 느꼈다. 생각하고 숨쉬고 사람들과 눈도 마주칠 수 있었다. 놀 줄 안다고 느꼈다. [뮤지컬 배우들의 방송이나 영화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도전할 생각이 있나. 기회가 닿으면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하고 싶다. 액션이든 코미디든 나와 맞는다고 판단되면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 맡고 싶은 배역은.하고 싶은 거 굉장히 많다. 창작뮤지컬도 더 많이 하고 싶고. 번역작도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잘 매치가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느 특정 배역을 원하지는 않는다. 학창시절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올해는 연말까지 두 작품 정도 계획이 돼있다. 그 중 하나는 [벽을 뚫는 남자] 앵콜이다. 이때도 기대해주시길(웃음).
2007.04.17 / 조회 2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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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 창작 뮤지컬 두 편
최근 초연 공연이 시작된 두 편의 창작 뮤지컬에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처음 사랑에 대한 아릿한 추억을 이야기 하는 뮤지컬 [첫사랑], 그리고 가수에 이어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는 유진이 도전해 눈길을 모은 뮤지컬 [댄서의 순정].
[첫사랑]은 현대 프랑스 극예술의 고전이라 불리는 마르셀 빠뇰의 ‘화니 삼부작(The Fanny Trilogy)’ 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멜로드라마이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친구 같은 연인, 해수와 선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이웃들이 만들어가는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로 잔잔하지만 아릿한 창작뮤지컬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해수역에는 최근 [헤드윅]과 [올슉업]으로 부상하는 배우 조정석과 [미스 사이공] 홍광호가 맡았다. 특히 조정석은 [헤드윅]에서 카리스마와 퇴폐적인 캐릭터를, [올슉업]에서는 건들거리지만 코믹하고 귀여운 바람둥이를 소화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에 아파하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맡아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연극배우 출신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이정섭, 전경수, 김인수, 홍성경이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대에 무게감을 준다는. 또한 가수 해이가 [벽을 뚫는 남자] 이후로 출연, 가슴 아픈 첫사랑을 치뤄내는 여인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첫사랑]이 가슴 시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면 [댄서의 순정]은 발랄하고 상큼한 사랑이야기를 선보인다. 문근영, 박건형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는 연기자로 폭을 넓히고 있는 유진과 [드라큘라] [사랑은 비를 타고]의 양소민이 여주인공으로 더블 캐스팅됐으며, 최성원과 최원철이 남자주인공으로 낙점됐다.
특히 [댄서의 순정]은 최근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를 대표하는 2007년 첫 작품이라 주목받고 있다. 영화속 스포츠댄스와 남녀주인공의 티격태격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무대위에서 펼쳐질지 뮤지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7.04.03 / 조회 1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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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창작뮤지컬, [첫사랑]이 온다
아스라한 사랑에 관한 창작 뮤지컬 [첫사랑]이 3월말 관객을 찾아간다. [첫사랑]은 이루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멜로드라마로 사랑의 아픔을 경험하는 두 젊은 주인공과 이들을 둘러싼 부모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 작품은 신세대 떠오르는 배우와 베테랑 배우들이 고루 참여를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 해신 역에는 [올슉업] [헤드윅] 등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조정석, 뛰어난 가창력으로 [미스 사이공]크리스와 투이의 1st 커버를 맡고 있는 홍광호가 더블 캐스팅 됐다. 또한 해신과 첫사랑을 공유하는 선이 역에는 ‘쥬 뗌므(Je t’aime)’를 부른 가수 해이와 연극 [클로저] [졸업]을 통해 순수함과 그로테스크함의 이중적인 마스크를 지닌 배우 전경수가 더블캐스팅 됐다. 특히 전수경은 뮤지컬에는 첫도전인 실력파 연기자라 주목 받고 있다.
딸 뻘의 선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 붓는 홀아비역에는 8년만에 무대에 서는 이정섭과 [맨 오브 라만차(돈키호테)], [벽을 뚫는 남자],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김성기가 더블 캐스팅 됐다. 이외에도 김인수, 홍성경, 임철형 등 실력파 배우들이 포진했다.
이희준(극작/작사), 이지혜(작곡/편곡), 김운기(연출), 변희석(음악감독) 등 차세대 주자들로 라인업 된 뮤지컬 [첫사랑]은 1년 반전부터 사전 제작에 들어가 달라진 창작 뮤지컬 풍토를 보여줬다.
김운기 연출은 “첫사랑은 남에게는 평범하지만 본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다”라며 “뮤지컬 [첫사랑]은 짜릿한 첫사랑의 추억을 일깨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은 2007년 3월 27일~6월 17일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된다.
2007.03.07 / 조회 1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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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져] 김지호
연극무대에서 만난 김지호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이전 CF나 드라마에서 보던 청순 발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지적이고 차가운 여인이 무대에 서 있었다. 그는 처음 도전한 연극 [클로져]를 통해 한 꺼풀 껍질을 벗겨내듯 연기의 새로운 맛을 알아가고 있는 듯했고 그만큼 진지하게 ‘태희’를 연기해 내고 있었다. 무대에 서는 맛을 알아가고 있는 배우 김지호를 만났다.
"관객 반응 신경 쓰여"
미시 탤런트 김지호의 연극 도전기는 여전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증거로 인터뷰가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는 연이은 여러 인터뷰로 잠겨있었고 그로 인해 약간은 피로한 기색이었다. “곧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걱정이다”라며 목소리를 한 톤 내린다.
지난해 영화와 연극으로 주목을 받은 [클로져]는 이번 김지호의 출연으로 다시금 화제가 됐다. 그만큼 그는 이번 공연에서 전면으로 부각됐다. 포스터에는 그녀의 코믹한 모습이 클로즈업 됐고, 문구도 ‘김지호의 무대 나들이’다. 처음 도전하는 만큼 이와 같은 현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첫날은 너무 떨려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어요. 두번째부터는 한결 나아졌지만 이제는 관객의 반응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그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내가 잘못해서 그런건가’하면서 고민도 했어요. 그때 민복기 감독님이 관객들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너무 민감해 하는 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도움이 됐죠.”
네 남녀가 벌이는 게임같은 사랑에 푹
그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아무래도 영화 [클로져]였다. 할리웃의 최고 스타들이 모여 만든 영화 [클로져]는 김지호 본인도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이번 연극을 한국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 이었다”며 “처음 만나서 키스하고, 이혼하고도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보단 그쪽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한국적 표현이 나오자, 태희라는 ‘다소 사랑에 있어 자유로운’ 캐릭터로 화재가 옮겨졌다. 사실 [클로져]에서 보이는 네 남녀의 사랑은 아프고 지독하고 공허하다. 특히 태희는 상처를 주고 받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다.
김지호는 “태희의 행동과 심리가 이해간다”라고 말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태희라는 인물은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에요. 하지만 좀 더 그녀를 좀 더 살펴보면 남자들로 인해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종래에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불쌍한 여자에요. 전남편, 대현, 운학 같은 남자들이 그녀를 몰아세운 거죠. 그래서 태희 또한 상대방을 공격하고 상처줄 수밖에 없었고요.”
만약, 대현과 운학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굴 택하겠냐고 하자 “둘 다 싫다”라며 깔깔 웃는다. 그는 [클로져]가 ‘네 사람이 벌이는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 남녀가 벌이는 게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감독님은 ‘사람은 내가 상처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남을 상처준다’라고 강조하면서, 감정을 절제하고 툭툭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라고 요구하셨어요. 감정은 50%만 보이고 나머지는 관객에게 맡기는 거죠.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감정을 50%만 보이기는 쉽지 않아요. 불안하거든요. 이건 계속 노력 중이에요.”
“연극,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말을 이을 때 그는 진지하고 신중하다. 연극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싶다. 김지호는 “이번이 처음 무대 경험이지만 이제라고 접하게 되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마다하지 않고 연극이나 뮤지컬에 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 작품은 신나고 떠들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하지만 [클로져]가 끝나면 당분간은 쉴 계획이다. 그는 “요즘 아기와 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아쉬워한다. 그러고 보니 김지호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은 그녀의 연기에 깊이를 더해줬음이 분명하다. 앞으로 그의 변신하는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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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5.11 / 조회 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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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져] 이명호
낯선 사랑에 방황하는 영혼
네 남녀의 범상치 않은, 그러나 충분히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아프고 묘한 사랑을 담은 연극 [클로져]의 개막을 앞두고 남자 주인공 이명호를 만났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은 사랑에 방황하고 갈등하는 대현 역. 한창 때 뭇 여성들의 시선을 받았을 만한 섬세한 이목구비는 대현이라는 여린 감성의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적격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블랙 햄릿], [로미와 줄리엣],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수많은 연극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해온 그도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명호 표 캐릭터로 승부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클로져] 연습실 근처 아담한 공원에서 이루어졌다. 연기자들이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기 위해 달빛 아래서 열심히 뛰어다녔던 한 공원이기도 하다. 한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사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운을 뗀다.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가 된 듯 설레고 기다려 집니다. 관객의 평가를 생각하면 긴장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연습기간 동안 보인 팀워크를 보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클로져]는 네 남녀의 복잡하고 미묘하며 아픈 사랑이야기, 혹은 연애이야기다. 연극은 물론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극본상으로도 ‘검증된’ 작품.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품이지만 정작 이명호는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이명호 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줄리아 로버츠 등이 출연한 영화는 보지 못했고 국내에서 이 작품이 공연될 때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놓쳤었죠. 캐스팅 된 뒤에는 일부로 작품을 보지 않았어요. 비디오라도 볼 수 있었지만 워낙 잘 알려진 인물들이 연기해서 무의식적으로 모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했습니다.”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며 담담하게 풀어낸다.
“제가 맡은 배역이 바랑둥이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인물의 선택과 방황이 볼만할 겁니다. 물론 윤리적으로는 어긋날 수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남녀의 사랑이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명호는 가장 늦게 [클로져]팀에 합류했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이 화제로 떠오르자 선배로써 애정 어린 칭찬이 이어진다. 처음 출연하는 연극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미씨 탤런트 김지호에 대해서 우선 언급했다.
“지호씨는 오랜 연기자 생활을 통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기 캐릭터에 푹 빠지는 타입인데 마치 배 한 척이 바닷속에 빨려 들어가 버리는 듯이 역할에 동화되죠.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어 또 다른 태희 역인 박수민에 대해서는 선이 굵은 연기를 지목한다.
“수민씨 연기는 선이 굵어요. 마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하게 연기에 있어서 자신을 잘 나타내지 않는 편이에요. 뭔가 있어 보이는 타입이죠. 순간순간 상황을 받아 칠 때 나타나는 폭발력이 훌륭하죠.”
그렇다면 자신의 연기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난 특정한 컬러가 없는 배우”라고 말한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상관없이 모두 소화 흡수가 가능하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게 아니다”라고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특정한 컬러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때론 배우에게 장애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나 인상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역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의외의 모습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게 연기의 매력이죠.”
“관객을 생각하니 연극이 그립던데요”
소위 배고픈 연극인의 길을 걸으면서 흔들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명호도 한때 흔들렸고 그래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연극판을 떠났다.
“서른쯤에 연극을 그만둔 적이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어려움과 염증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 1년이 넘는 시간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죠. 배우로써 길을 걸어야겠다고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시기의 방황이 없었다면 연극인으로써의 나를 아직도 찾아 헤매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를 다시 연극 무대로 불러온 ‘것’은 무엇일까. 그는 “관객”이라고 명료하게 답한다.
“그 전까지 연극의 중심은 ‘나’였어요. 그래서 불평하고 방황했던 거죠. 하지만 연극을 하는 건 내 만족을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찾아와서 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거죠. 시선을 나에서 관객으로 돌리니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한번 연극을 보는데 그들이 쓰는 시간과 돈을요. 이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고 오는 거죠. 이들의 공감을 얻고 호응을 받는 건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이명호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역할을 묻자 [서안화차]에서의 악역을 꼽으며 “제 안에 못된 면이 있어 보이나요?”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가끔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해요. 하지만 성격상 왜 나한테 이 역할을 맡겼냐고 묻지 않아요. 서안화차에서는 동성애자로 후에 연인에서 죽임을 당하는 역할인데, 사실 사악한 역할이었죠. 그런데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고 연기 폭을 넓힌 역할이었어요. 사실 관객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죠. 보는 사람들이 납득하고 공감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92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한해 2~4편을 출연하며 연극인으로 자리를 굳힌 이명호는 이제부터 ‘뭔가를 해야 할 시기라고’라고 말한다.
“서른 이전은 계속 배우는 시기였죠. 직접 필드에서 연출하시는 분과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갈고 닦은 시기에요. 그 때 선배에게 ‘연기를 왜 이렇게 못하냐’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죠. 이제는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써 획을 그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죠. 바로 욕심내지도 않고 완성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시도를 하고 싶어요”
탐나는 배역에 대해서는 [리어왕]을 꼽는다. 남자 배우들이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하는 광기 어린 캐릭터로 이명호 특유의 캐릭터 창조로 도전하고 싶다는 것.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지난해에는 햄릿을 해봤으니 40대에 들어서는 리어왕, 늙으면 리처드 3세역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극은 즐거운 일터, 가정은 오롯한 생활
결혼해서 부인과 아들이 있는 가정은 그의 기본이고 생활이다. 특히 그에게 아들은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딱 다섯 살 짜리죠. 귀엽고 개구쟁이고 고집도 있는 아이에요. 말썽을 많이 부리지만 아이를 보고 있으면 배우는 점도 많아요.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순순하게 솔직하죠. 주위 조건이나 환경에 구애 받으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행동을 시도해요. 그래서 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행동을 하니까요.”
현재 [클로져] 연습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말해 달라고 하자 쿡쿡 웃으며 “너무 많다”라고 말한다.
“특히 연출하시는 민복기 감독과 조연출 사이의 상이한 성격이 웃음을 유발해요. 민 감독님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신 없이 배우들에게 쏟아내는 타입이세요. 조연출을 하시는 분은 절묘하게 요약해서 의사전달을 하는 성격이고요. 감독님이 빠르게 쏟아낸 말의 의미를 배우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조연출이 한 마디로 차분히 정리해 주는 모습이, 찰떡궁합이 따로 없어요.”
그에게서 한창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무대 위로 오르기만을 기대하는 배우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배우는 관객을 위해 있다는 일념은 이번 역할에서도 적용된다. 그는 “캐릭터를 확정 지어 그대로 나아가기 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 관객의 공감을 얻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를 통해 재창조된 [클로져]의 방황하는 영혼 ‘대현’을 기대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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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4.14 / 조회 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