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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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통한 웃음'…체홉 단막극의 숨은 매력 만난다
극단 맨씨어터 '14人(in)체홉'
2013년 초연해 전회 매진 기록
창단 10주년 기념 다시 무대에극단 맨씨어터 창단 10주년 기념 연극 ‘14인체홉’의 출연 배우들(사진=극단 맨씨어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희곡 작가 안톤 체홉의 단막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맨씨어터는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14인(人, in)체홉’을 오는 12월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한다.극단 맨씨어터는 그동안 ‘갈매기’ ‘벚꽃동산’ 등 체홉의 대표작을 쉽고 재미있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14인체홉’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체홉의 단막극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기획됐다.2013년 우란문화재단과의 공동제작으로 초연한 작품은 프로젝트박스 시야에 이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해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백조의 노래’를 제외하고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 총 4편을 새로 엮어 무대에 올린다.극단 맨씨어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우 우현주가 연출 겸 배우를 맡아 작품을 이끈다. 서정연·이석준·정수영·이창훈·박기덕·구도균·이은 등 극단 맨씨어터 소속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과 영화에서 활동 중인 배우 김태훈·최덕문·남문철·권지숙, 신예 배우 이갑선·하현지 등도 함께한다.공연 관계자는 “체홉의 작품이 그러하듯 일상적이고 사소한 인간의 삶을 통해 ‘일상의 슬픈 희극성’과 ‘눈물을 통한 웃음’을 극대화함으로써 우리의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은 전석 4만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16 / 조회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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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공연 사진 공개!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가 공연 실황 사진을 공개 했다. 공연관계자는 “공개된 공연 사진 속 배우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병을 가지고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각 캐릭터로 분한 아홉 명의 배우들은 내면의 깊은 감정의 골을 세밀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연백희’는 죽음을 앞두고 차가운 눈빛과 냉소로 일관하면서도 1%의 살 확률을 붙잡고 싶어 한다. 그녀를 통해 삶을 대하는 우리의 진솔한 모습을 대변해 보여 준다”고 말했다.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4월 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됐다. 이 작품은 100만 안티를 거느린 개그맨 ‘진흑철’과 희귀병에 걸린 ‘연백희’의 이야기이다.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진흑철’과 ‘연백희’의 만남을 통해 죽음과 생명, 비극과 희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4월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맨씨어터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4.19 / 조회 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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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문, 이창훈, 우현주, 진미도 출연!…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개막
연극 ‘흑흑흑 희희희’가 4월 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했다. 연극 ‘흑흑흑 희희희’는 100만 안티를 거느린 개그맨 ‘진흑철’과 우주비행사로 3년 만에 지구로 돌아왔지만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연백희’의 이야기다. 연극은 보도자료를 통해 “연극 ‘흑흑흑 희희희’를 이루는 거대 줄기는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이다”라며 “극중의 죽음은 아이러니하지만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나누면서 의미를 갖게 되는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봉민이 극작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이 밖에 조명감독 이동진, 무대감독 이은석, 음악감독 강희수, 성현구가 참여했다. 이번 공연에서 ‘진흑철’ 역은 배우 최덕삼과 이창훈이 맡는다. ‘연백희’ 역은 배우 우현주와 전미도가 연기한다. 배우 최덕삼은 최근 1,0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암살’에서 폭탄 설치 전문가 ‘황덕삼’을 연기해 화제가 됐다. 배우 전미도는 2015년 마니아층을 형성한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우대표’역을 맡아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연극 ‘흑흑흑 희희희’는 4월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처_맨씨어터최태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4.15 / 조회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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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최덕문 존재감…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극단 맨씨어터, 15일 공연 사진 공개
B급 유머, 만담 더해 배우 열연 돋보여
죽음생명·비극희극 사이 인생 들여봐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의 한 장면(사진=극단 맨씨어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 이른 바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가 공연 사진을 공개했다. 연극 ‘흑흑흑 희희희’는 세상을 화끈하게 웃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100만 안티를 거느리고 있는 개그맨 진흑철과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환자 연백희의 만남을 통해 죽음과 생명, 비극과 희극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은 키치적 전개와 B급 유머의 만담을 차용해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개된 사진 속 배우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병을 가지고 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들로 탈바꿈했다. 각 캐릭터로 분한 아홉 명의 배우들은 내면의 깊은 감정의 골을 세밀하게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고 극단 측은 전했다. 또 죽음을 앞두고 차가운 눈빛과 냉소로 일관하면서도 1%의 살 확률을 붙잡고 싶어하는 우주비행사 ‘연백희’를 통해 삶을 대하는 우리의 진솔한 모습을 대변해 보여준다. 배우 최덕문과 우현주, 날 것 감성의 이창훈과 전미도가 페어를 나눠 ‘진흑철’과 ‘연백희’를 연기한다. 김대종과 이은이 B급 만담의 흐름을 이끌며 불치병과 난치병에 걸린 17세 소년소녀로 분한다. 배우 권지숙, 권귀빈, 오범석은 탄탄한 극에 존재감을 더한다.오는 24일까지 공연하며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ticket.interpark.com)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www.koreapac.kr)를 통해 구매 가능하다. 오는 19일까지 예매 시 개막기념 30% 할인혜택을 받는다. 실황 사진은 극단 맨씨어터 공식페이스북(www.facebook.com/mantheatre)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02-3443-2327.▶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4.15 / 조회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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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연습현장 사진공개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가 4월 8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극단 맨씨어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장편 창작극이다. 연극 ‘형제의 밤’을 쓰고 연출한 김봉민을 영입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00만 안티만 거느린 개그맨 진흑철과 우주에서 3년간 머물다 돌아왔지만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환자 연백희의 만남을 통해 죽음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연극이다. 출연진으로는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정재은, 우현주, 정수영, 이창훈이 있다. 극단 맨씨어터는 대표 우현주와 배우 정재은, 정수영이 설립한 회사다. 작품으로는 연극 ‘썸걸’, ‘울다가 웃으면’, ‘디너’, ‘갈매기’, ‘벚꽃동산’, ‘14人 체홉’, ‘프로즌’이 있다.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4월 8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출처_맨씨어터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30 / 조회 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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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연습현장 보니…
극단 맨씨어터, 첫 장편 창작극
내달 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미도·최덕문·이창훈 등 출연연극 ‘흑흑흑 희희희’의 연습현장(사진=극단 맨씨어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오는 4월 8일 개막을 앞둔 극단 맨씨어터의 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가 막바지 연습 현장을 28일 공개했다.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는 극단 맨씨어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장편 창작극이다. 연극 ‘형제의 밤’을 쓰고 연출한 김봉민을 영입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개한 사진 속 연습 현장은 연기에 한껏 몰입한 배우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배우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병을 갖고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한다. 죽음과 생명, 비극과 희극 사이를 오가는 내면의 감정을 표출, 치밀하게 캐릭터를 토론하고 분석하고 있다.연극계 공인된 절친 최덕문, 우현주가 ‘큐티 페어’로, 환상적 호흡을 자랑하는 이창훈, 전미도가 ‘엘레강스 페어’로 팀을 이뤄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뮤지컬계 블루칩 김대종과 권지숙, 맨씨어터의 여배우 이은, 권귀빈, 그리고 대사 없는 오범석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작품은 세상을 화끈하게 웃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100만 안티만 거느린 개그맨 진흑철과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환자 연백희의 만남을 통해 울음과 웃음, 죽음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키치적 전개와 B급 유머의 만담을 차용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연출 김봉민식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조울신파극 ‘흑흑흑 희희희’ 4월 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공식페이스북 (www.facebook.com/mantheatre)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2-3443-2327.▶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8 / 조회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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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가 예쁜 이유는 따로 있다. “화장 안 해도 남학생들이 좋아했어요.”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전미도는 키가 커 보였다. 옆에 서면 160센티미터 초반대의 느낌이었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작은 얼굴과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 그리고 어디 하나 구부정한 곳 없이 바른 자세 덕분에 5센티미터 정도 더 커 보였다. 어쩐지 그녀의 내면도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남짓 인터뷰하는 동안 전미도는 곧은 자세만큼 당당하게 말했고, 긴 팔다리처럼 시원시원한 성격을 내비쳤다. 그녀가 배우, 스탭, 관객들에게 고루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매력1. 질릴 틈 없는 새로움. 전미도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리여리한 아가씨 ‘롯데’(베르테르)에서 악마(메피스토)로 변신하더니 이번에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우주비행사가 되어 연극 로 돌아왔다. 종합병원 놀이터에서 만난 시한부 인생의 남녀가 서로에게 생애 마지막 친구가 되어준다는 줄거리다. 신파가 예상되지만 코미디물이다. 그것도 비속어와 B급 유머가 난무하는.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로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본다고 하셨었죠. 도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킨 작품인가요? 네 맞아요. 항상 코미디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사실 코미디 연기가 되게 어려운 거잖아요. 전 희귀병 때문에 앞으로 한 달 밖에 살지 못하는 전직 우주비행사 ‘연백희’역인데, 제가 언제 그런 과학자 역할을 맡아 보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여러모로 도전 의욕이 샘솟았죠. Q. ‘연백희’는 상대역 ‘진흑철’에게 시도 때도 없이 꺼지라고 소리치고 욕하고, 다소 터프한 성격의 캐릭터더라구요. 보는 사람들한테는 재밌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껄끄러웠을 법도 한데요. 아뇨 전혀요.(웃음) 사실 연백희와 진흑철은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감정으로 시작하는 관계에요. 둘 다 시한부 인생이다보니 뭐 체면 차리는 거 없이 편하고 거칠게 감정을 표출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서로 속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 거에요. 어릴 때 떠올려보면 서로 칭찬만 해주던 친구보다는 티격태격했던 친구랑 더 잘 통하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경우랑 비슷한 거겠죠. Q. ‘연백희’는 힘들게 우주에서 임무를 마치고 왔지만, 희귀병에 걸려 한 달 밖에 살지 못하는 여자잖아요. 이런 특수한 상황설정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주에 갔다 왔다는 건 백희가 굉장히 외롭게 살아왔다는 상징이에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며 20대를 보냈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우주인이 됐지만 우주는 혼잣말이 일상이 되는 외로운 공간이었죠. 지구로 복귀한 이후에도 친구 하나 없고요. 이런 외로움의 감정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우주비행사라는 직업의 디테일도 잘 살리면 좋겠지만 ‘연백희’가 보여주는 정서의 흐름이 더 중요한 거니까, 그냥 뻔뻔하게 하려고요. ‘내가 우주 비행사라는데 뭐!’ 이런 마음으로요.(웃음) Q. 악기연주, 안무, 복잡한 동선 때문에 힘들었던 나 목소리를 아예 바꿔야 했던 에 비하면 는 수월한 작품 아닌가요? 그래도 연기에 어려운 점이 있나요? 그럼요. 한 달 뒤에 죽는다는 명확한 상황설정이 깔린 상태에서 극을 시작해요. 인물의 감정이 극의 흐름에 맞춰서 서서히 고조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감정을 꽉 채운 상태로 시작해야 하는 거죠. 그게 힘들어요. ‘내가 얼마 후에 죽는다’는 상황을 막연히 상상할 수는 있어도 감정의 결을 명확하게 짚어내기는 어렵잖아요. 그 결을 잡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에요. 매력2. 화장보다 예쁜 열정 전미도와 연기를 했던 상대 배우들은 입이 마르게 그녀를 칭찬한다. ‘덕분에 편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배우도 있었고 후배지만 존경한다고 표현한 배우도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주위 사람들이 그녀에게 푹 빠졌는지 궁금했다. 힌트는 대학시절 에피소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Q.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셨죠? 제가 아는 부산여자들은 억양 때문인지 말투에 애교가 배어 있는데 내면은 뭐랄까, 당당한 기운이 있더라구요. 배우 전미도도 부산여자 맞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부산여자는 그래요. 내면에 있는 당당함을 ‘드세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드센 거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자님 표현 너무 마음에 드네요. (웃음) Q.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으셨나요? 음, 고등학교 때까지는 별로였어요. 여고이기도 했고요. 교내 밴드 활동을 하긴 했지만 저 말고 예쁜 애들이 많았어요. (웃음) 대학생 때는 드러나지 않게 인기 있는 타입이었어요. 왜 얼굴 예쁜 애들은 가만히 있어도 남자들이 선물 가져다 주고 ‘만인의 연인’처럼 살잖아요. 전 그런 사람은 아니었어요. 대신 저한테는 충성스런 마니아 층이 있었어요. 지금 공연계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마니아들만 저 좋아하지 않나요? Q. 그런 마니아 층을 만들어 낸 전미도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대학생활에 되게 열정적이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연기를 배우니까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밤새서 연습하고 무대작업하고……. 지금 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왔나 싶을 정도로 학교 생활에 미쳐 있었어요. 근데 저랑 비슷하게 열정을 불살랐던 남학생들의 눈에는 제가 멋있어 보인 거죠. 봄날이라고 여리여리하게 볼터치하고 학교에 가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새벽까지 작업하고 머리도 감은 둥 마는 둥 하고 온 게 더 예뻐 보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매력을 아는 남자들만 저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매력3. 솔직담백 그녀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녀의 표현방식에 ‘예쁜 척’, ‘있는 척’은 찾아 볼 수 없었다. Q. 전미도하면 ‘러블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처음 프레스콜 영상으로 외모와 목소리만 접했을 때는 청순하고 해맑은 공주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 동안의 작품활동을 보면 이런 이미지를 깨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극단적인 역할들에 도전해왔던 것 같아요. 청순가련 같은 거 싫으세요? 저 되게 아줌마스러운 성격에 가까운데.(웃음)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외적인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그건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대에 맞게 만들어 낸 거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배역을 통해서 ‘내 안에 이런 다양한 면들이 있다’고 관객들에게 내보이려는 거에요. 그리고 전 청순가련에 매력을 못 느껴요. 세상에 100퍼센트 착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선과 악이 믹스되고 그 사이에서 갈등해야 인간적이죠. 제가 하고 싶은 연기는 이런 거에요. 악인인데도 연민이 가고, 착한 사람 같지만 복합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이요. Q. 의 ‘롯데’와 의 ’알돈자’ 모두 예전부터 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배역들이었고, 실제로 하게 됐잖아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의 좋은 예 같아요. 이 참에 새로운 ‘말의 씨’ 하나 심어보세요. 그냥 늘 변화를 꿈꾸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좋은 역할은 다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렇다고 지금 콕 집어서 어떤 배역이 하고 싶다고 떠오르는 건 없어요. 그냥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저를 자극하는 배역이 딱 나타나거든요. 그래도 이제는 ‘아그네스’나 ‘메피스토’처럼 극단적인 역할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스며드는’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뭐 별다른 연기도 안 하는 것 같은데 관객의 가슴을 훅 치는, 그런 역할요. 그런 배역에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꼭 뮤지컬이나 연극이 아니라 영화 쪽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Q. 연기 잘한다. 노래 잘한다. 이런 칭찬 자주 들으시잖아요. ‘좀 다른 칭찬 없나?’하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 받아 보고 싶은 칭찬 있어요? ‘전미도 연기를 보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칭찬 들어보고 싶어요. 극단 ‘간다’에 진선규라는 배우 아세요? 어떤 공연에서든지 그 오빠 연기를 보면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져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미도를 만나기 전, 그녀가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응했던 인터뷰 내용들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토대로 질문을 던졌다. 전미도는 종종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자님 그런 건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반문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의 답변에서 과거의 인터뷰와 모순되는 부분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작품 선택의 기준부터 학창시절 에피소드, 고기를 잘 못 먹는 체질까지 그녀는 모든 인터뷰에서 꾸밈없이 답변해 온 것이다. 전미도는 겉이든 속이든 꾸미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꾸미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3.28 / 조회 2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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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 경숙아버지> 황영희, "욕심에서 자유로워져야 좋은 배우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에서 황영희는 어긋난 모정으로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연민정의 친모 도혜옥 역을 맡아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이 "거품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다고 한다. 채워지지 않는 배우로서의 욕심은 있지만 그것이 타인의 시선으로 좌우될까 걱정스럽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즘. 두 편의 드라마 촬영과 함께 2006년 초연부터 '자야'로 분했던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는 우문을 던지자 "내가 좋으면 좋은 거 아니냐."며 환한 현답이 돌아온다. 수줍은 미소,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 무대 위의 요란하고 구성진 모습과는 또다른 무대 아래 모습이 배우로서, 인간 황영희로서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까. Q. 인터뷰를 많이 안 하시는 것 같다. 아직 연기자로서 채워지지 않는 게 있어서 인터뷰하고 예능 프로그램 나오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인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거품이 아닌가 싶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쁘진 않겠지. (웃음) 그런데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전히 조심스럽고 '샤이' 하다. (웃음) Q. 배우들이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때 자신을 더욱 어필할 수 있는 대외 활동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황영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내가 욕심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자꾸 욕심을 내는 내 자신이 두렵기도 하고, 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불안하고. 그만큼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잘난 척 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 (웃음) 잘 모르겠다, 요즘. 시기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머릿속으로 '뭐가 맞지?' 하다가도 나이가 들고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주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예를 보면서 '저래야 하는데' 하니까 그 안에서도 계속 혼란이 오는 것 같다. 또 두려운 건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혼란스러우면 어떡하지?' 싶은 거. (웃음) 정서적으로 좀 편안히 살고 싶고, 이 일 자체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최근에 같은 배우이자 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가 동공이 풀려 있고 넋이 나가있는 것 같다고, 힘드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힘든 건 아니지만 생각하지 않았던 인생의 기회가 오면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Q. 욕심이 많다고 했는데, 어떤 욕심인가?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다. (웃음) 칭찬받고 싶고 잘 한다는 소리 듣고 싶고. 그게 결국 욕심이고 남의 눈치 보는 거다. 그런 것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좋은 연기가 나오고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주변에 좋은 배우들, 좋은 사람들 많지 않나. 그들은 진심으로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더라. Q. 드라마 이후에도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서고 있다.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다. 도 이전에 했던 작품이고. 그리고 분장실에 와 있으면 그렇게 좋다. 한 20년 동안 익숙했던 장소고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재미있다. 몸은 힘든가? 그래도 좋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니까. Q. 를 초연(2006년)부터 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라 생각하는가. 이 공연이 왜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 하냐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한국 근대사를 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현재 우리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는 건 어렵다. 배우들은 오히려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난장 까고 (웃음) 재밌게 놀고 그러는 걸 관객들이 저마다 보는 것 같다. 내가 내 몫을 하고, 다른 배우가 또 그 몫을 하고, 이게 합쳐졌을 때 관객들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 한 장면Q. 초기엔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다. 아마도 극중 경숙 아버지 캐릭터 때문일 것 같은데, 자기 희생적인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와 정반대 아닌가. 맞다. (관객들이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불편한 거다. 박근형 선배 연극 대부분들이 좀 부조리 하지 않나. 이 연극을 리얼리티로만 본다면 굉장히 불편해지고 재미가 없을 거다. 그런데 어쩌면 경숙 아버지가 나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안에는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평소 절제하고 숨기는 그런 모습들이 있지 않나.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철학이 사실 별거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람 살아가는 모습, 삶의 방법,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내 안의 모습,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해 보는 것, 그런 게 철학 아닐까. 한 번쯤 나를 돌이켜 보면서 이 연극을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예전에 라는 영화에 잠깐 나왔었는데 난 그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분명 그 작품이 리얼리티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모성의 다른 측면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이기적으로 내 자식에게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투영시켜 결국 또 다른 '나'로 자식을 보는 거니까. 그런데 관객들이 남긴 글을 보니까 굉장히 불편해 하더라.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이 더 많아져서 다양한 시선들에 대해 사람들이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인간이 이런 면도 있지, 이렇지' 하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재미있어질 수도 있는데. Q. 박근형 연출은 공연 전날까지 완성된 대본을 배우들에게 주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공연 중에 장면이 달라지기도 하고. 근형 선배님이 되도록 거짓말을 안 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만약 거짓말로 드라마를 만들고 대본을 쓴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올 수도 있겠지. 항상 근형 선배님이 '내가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런 고민에 빠지는 것 같다. 그런 고민이 결국 좋은 작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신뢰가 확실하고 그래서 우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또 대략 저 사람(박근형 연출)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우린 너무 잘 아니까 대본을 못 외우면 즉흥으로 맞춰서 하기도 하고. (웃음) 언제나 그림은 그려져 있는데 어떻게 거짓말 안 하고 잘 얘길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배우와 연출이 같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오히려 꽉 짜여진 그림 안에 나를 맞추려고 하는 연출들이 힘들기도 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싶은데, 연습 때 아니면 시도해 볼 시간이 없으니까. 언젠가는 너무 뻔하게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걸 전혀 다른 방법, 정말 이상한 걸로 한번 했더니 연출이 "당신 같은 배우 정말 싫다."고 대놓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웃음) 진짜 친한 후배이기도 해서 "나도 너 같은 연출 싫어."(웃음) 그러고 풀긴 했는데. 그때 나도 느꼈다. 내가 밥 먹고 살려면 이러면 안되겠구나. (웃음) 내가 사회성이 없었던 거다. (극단 골목길) 식구들끼리만 너무 편하게 있다 보니까. 이후에는 "이렇게 해 보고 싶은데 괜찮은가요?"라고 연습 때도 물어본다. (웃음) Q. 에서 경숙아버지의 애인 '자야'도 연출과 배우가 함께 살을 붙여간 캐릭터겠다. 그렇기도 하고, 이 작품은 공연을 많이 하지 않았나. 공연이 진행되고 상대 배우들도 여러 번 바뀌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에너지를 받았던 것 같다. '어, 이 사람은 이렇게 하네, 저 사람은 또 저렇게 하네. 그럼 내가 이렇게 해봐야겠다', 이런 것들. 대부분 잘하는 배우들하고 많이 했던 것 같아서, 난 그런 운도 좋고 또 굉장히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요즘엔 정말 어린 배우들도 너무 놀라운 것 같다. 하나도 떨지도 않고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할까, 싶다. 또 그들은 보고 듣는 것도 많고. 오히려 후배들한테 배우는 것 같다. 난 시골에 살아서 산 많이 보고 새, 풀, 바다도 많이 봤다.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내 장점은 그거다. 목포에서 무슨 전시회를 보겠나.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 배철수의 음악캠프, 이종환의 디스크쇼, 라디오, 텔레비전이 다였다. 감수성은 풍부하달까? (웃음) 눈물 많고 되게 유치하다. Q. 드라마를 통해 '장보리 엄마 도혜옥'이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얻었다. 출연했던 연극에서 이처럼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아본다면? 하나하나 다 내 살 같은데. 박상률의 (2009년, 박정석 연출)가 나에게 되게 묘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류의 작품을 좋아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할머니 역이었는데 처음으로 노역을 해 보기도 했고, 한 시간 반 동안 단 두 명이 나오는 거라 운동량도 많고 힘든 액션도 많았다.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되게 강렬했고,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처음으로 연극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해봤던 것 같다. 과연 배우는 뭘까, 배우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당시엔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근형 선배님 처음 만나서 작품 했을 때 선배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 작품 하고 나서는 근형 선배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아, 저 사람은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Q. 이번 연극을 포함해서 의 황마담, 의 조대자 등 관객들이 배우 황영희를 더욱 뚜렷하게 기억하는 건 흥 많은 화류계 여자 등의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서다. 이건 겸손이 아니고, 내 연기력이 좋아진 지 얼마 안 됐다. 어디서 배운 적도 없고. 옛날엔 욕도 많이 먹었다. (웃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했다. 그래서 출연 섭외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늘 목말랐다. 사람들이 가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묻는데 난 진짜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작가나 연출들한테 혼자 영업도 하고 그랬다. "연출가님, 저는 시켜주면 다 할 수 있어요, 작은 역할 쓰기 힘드시면 내가 내 대사 써 갈게요." 이런 식으로. (웃음) 그래서 역할이 주어지면 어떻게 해야 연출이, 작가가 흡족해 할까, 그걸 신경 쓰면서 그 순간에 최선에 다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한 3년 쉬고 다시 연극을 시작했을 때 (2002년, 윤우영 연출)를 하게 됐는데, 연습 때 어색해서 정말 걷지도 못했다. 그 정도로 연습시간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대사가 있든 없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있다. Q. 3년간 왜 연극을 쉬었나? 생활고도 있었고, 당시 있던 극단에서 배려도 많이 해 줬는데 나와 색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고 일단 돈을 벌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됐다. 페이도 세고 직장도 즐겁고 하니까 당분간 돈을 벌면서 안정된 생활을 좀 해야겠다, 한 게 3년이 간 거다. 한 3년 하다 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그만 두고 나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움을 주실만한 분들을 만나서 사정 이야기하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그 때 만난 분이 윤우영 선배님, 엄효섭 선배님, 박근형 선배님 등이다. Q. 그때 들어간 곳이 극단 골목길이다. 이후 지금까지 골목길에 변화가 크다. 박근형 연출은 유명 작가이자 연출가로 주목 받고 있고 스타 배우들도 많아졌다. 흥행, 유명 레퍼토리가 생긴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난 밥 걱정을 안하고 사는 거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대신 다들 바빠져서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진 것들이 좀 아쉽지. 그거 빼고는 분위기도 똑같고 하는 짓거리도 똑같다. (웃음) Q. 무명 시절 고생도 많이 했다고. 지금까지도 힘들게 아르바이트 하는 동료들이 많은데 난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오래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마음이 되게 많이 불편하다. 다만 먹고 살기 위해서 잠깐씩 한 건데 그게 너무 부풀려져서 많이 고생한 것처럼. 난 재능이 없고 여러가지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운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없는 와중에 사치하고 살았다. (웃음) 명품을 사고 그런 게 아니라, 전기가 끊겨도 "에이, 몰라, 화장품 사." 이런 거? (웃음) 어쩔 땐, 이렇게 힘들고 돈도 없고 괴롭다고 생각하다가도 가끔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보면, '그래, 저 사람들은 저렇게 매일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들을 돌보면서 그에 따른 것을 누리는 거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하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런 생각도 든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어쨌건 내가 선택했던 것이기 때문에 힘들기 보다는 견딜 만 했다. 그리고 '에이, 안 된다 싶으면 죽지 뭐' (웃음) 그러고. Q. 고교시절부터 연극을 했다고 들었다. 왜 어린 나이에 연극이 그토록 좋았나? 외로웠던 것 같다. 동네에서도 약간 왕따였고, 사람들하고 잘 지내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또 자라던 곳이 좀 거칠기도 했고. 보통 또래 자기 편이 있는데 형제가 많긴 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아서 난 혼자였고 수줍음도 많았다. 그리고 항상 뭘 못했다. 게임 같은 거 하면 머뭇거리고 못해서 항상 민폐 끼치는 스타일. (웃음) 그래서 되게 외로웠던 것 같다. 내가 접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라디오, 텔레비전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배우로서 재능이 없어 보이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너는 작가를 해봐라." 그런 이야기 듣고. (웃음) 그런데 그냥 하고 싶었다. Q.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도 주변 여건이 힘들면 지속되기 힘든 거 아닌가. 부끄럽고 낯설어하는 것만 극복하면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는 있었다. 연기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용감하고 뻔뻔하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거였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자아도취이기도 한데. (웃음) 내가 왜 연기를 못하는지 내 자신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 더 뻔뻔해지고 용감해지려면 뭐가 좋을까, 생각했더니 술을 먹으면 그렇게 되더라. 그래서 술도 많이 마셨다. 알콜로 극복했다. (웃음) 지금은 술 많이 안 먹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4.03 / 조회 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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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이 말하는 “정말 좋은 작품”, <경숙이, 경숙아버지>
2006년 첫 무대에 올라 수 년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연극 가 2010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제작진은 25일 공연장인 수현재씨어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을 소개했다. 의 박근형이 작/연출한 는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에 나선 경숙 아배와 그를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2006년 초연 당시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동아 연극상 등을 수상하며 화제에 오른 이 연극은 올해 수현재씨어터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극단 골목길과 함께 이번 공연의 제작에 나선 배우 조재현(수현재컴퍼니 대표)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연극을 공연하게 돼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6년도에 이 연극을 게릴라소극장에서 봤는데 너무 좋아서 박근형 연출에게 같이 공연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도 많이 즐거워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게 자극을 줬거나 머리에 남는 연극을 꼽는다면 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정말 좋은 연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는 정말 연극적이면서도 젊은 관객부터 나이든 관객들까지 모두 편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박근형 연출은 가 오랫동안 사랑 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배우들간의 호흡이 좋아 연습과 공연기간 동안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는 것. 박근형 연출은 또한 “우리가 주위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말썽꾸러기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시대의 정취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작품의 인기 요인을 꼽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경숙 아배를 맡은 김영필 역시 경숙 아배를 가리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영필은 “경숙 아배는 전쟁 속에서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을 겪고 그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방황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하며 “잘 살아보려 하지만 잘 살아지지 못하는 모습에 연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를 통해 주목받은 황영희의 출연도 기대를 모은다. 경숙 아배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화류계 여인 자야 역을 맡은 황영희는 “이 역할은 나이가 들수록 연기하기가 재미있다. 내가 어느덧 마흔 한 살인데 젊은 인물을 연기해야 하니 마사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농을 던졌다. 초연부터 계속 에 경숙 어매 역을 맡아 출연해온 고수희는 “내가 실제로 경숙 엄마 나이가 됐는데, 예전과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같아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세 번째 출연 소감을 밝혔고, 에서 괴물 연기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주인영은 이번에 맡은 역에 대해 “아이를 연기하는 것이 부담돼서 처음엔 출연을 망설였다. 굳이 아이같이 하려고 하기보다 그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한다.”며 “배우들 모두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도 더 깊어진 것 같다.”는 말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과거 선배들이 빚을 져가며 무리하게 연극을 올리는 모습을 봤는데, 그 개인을 위해서나 관객들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내 개인 돈을 쓰지 않고 공연 수익과 제작비가 선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수현재컴퍼니를 만들었다.”고 수현재씨어터 설립 취지를 밝힌 조재현은 “시스템만 잘 가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 지난 해 공연했던 와 같은 좋은 작품을 올릴 때 만족감이 든다.”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연극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영필, 고수희, 황영희, 주인영을 비롯해 권지숙, 강말금, 김상규, 서동갑, 이호열, 이시훈, 신사랑 등이 출연하는 연극 는 3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서울 수현재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수현재컴퍼니 제공
2015.02.26 / 조회 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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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오는 극단 골목길 화제작 <경숙이, 경숙아버지>
박근형이 쓰고 연출한 극단 골목길의 화제작, 연극 가 2010년 공연 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50, 60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혼자 남쪽으로 피난길에 오르고 수용소에서 탈출한 뒤에 새 애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등 가족은 안중에도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경숙아베를 중심으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경숙어메, 아버지가 밉고도 그리운 경숙이 등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06년 초연 당시 흥행과 함께 그해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희곡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고수희, 주인영 등 출연 배우들도 크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어지는 재연에서는 조재현, 이한휘, 박철민, 장영남, 황영희 등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하는 인기 배우들이 연이어 출연하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KBS 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영필과 고수희, 주인영이 각각 경숙아베, 경숙어메, 경숙이로 나서 한 가족을 꾸리며 새로운 경숙어메 권지숙이 합류한다. 또한 경숙아베의 애인인 화류게 여인 자야 역에는 김남진과 함께, 최근 드라마 에서 장보리의 엄마 역으로 크게 주목 받은 황영희가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변신 예정이다. 연극 는 오는 3월 6일부터 4월 26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하며 2월 2일부터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01.29 / 조회 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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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이석준, 박호산 "서로 달라도 추구하는 건 같죠"
안톤 체홉은 을 코미디라 정의 했고, 이 작품을 초연한 연출자 스타니슬랍스키는 비극으로 해석했다한다. 비극이 될 수도, 희극이 될 수 있는 희곡. 분명한 건, 아름다운 대지 벚꽃동산을 둘러싼 가지각색 인간군상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날카롭게 통한다는 것이다. 동갑내기 배우 이석준과 박호산이 이 광활한 벚꽃동산 앞에 섰다. 그리고 농노였지만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해 신흥부자 로파힌으로 분해,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줄 태세다. “같은 산을 오르는데 서로 정 반대 길로 오르는 느낌” 두 분을 한 작품에서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네요. 더 반가웠어요. 이석준 (이하 석준) 잊혀진 거 같은데 (웃음) 라고 함께 한 작품이 있어요. 박호산 (이하 호산) 그런데 그때도 더블 캐스팅이라 무대에서 만난 적은 없죠. 이번에도 그렇지만. 할 때 제 와이프를 상대역으로 만났죠. (웃음) 석준 맞아, 그 다음에 둘이 또 를 같이 하더라고요. 그 때 눈이 맞았어요. 작품 안 하고 딴 짓 하고 말이야. (일동 웃음) 로파힌 역을 맡았는데, 두 분 이미지가 많이 달라서 캐릭터를 공유하기 힘들지 않나요.호산 달라서 좋다고 생각해요. 석준이 하고도 이야기 한 적 있는데, 같은 산을 오르는데 다른 길로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목표는 같고요. 역할이 내야 하는 지향점은 같지만 그걸 찾아가는 방법이 많이 다르죠. 석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번엔 연습초반에 참여하지 못해서 호산이에게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전에 같이 작품 할 때도 호산이와 더블인 것 자체가 굉장히 도움이 됐거든요. 전 저만의 방식이 있고, 그게 옳다고 걸어왔는데 호산이는 굉장히 다른, 옳은 방식을 걸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놓치는 부분을 하나씩 채워주는 스타일이라 의지가 많이 됐고. 이번엔 특히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거든요. 호산 잘 하면서 (웃음) 석준 아니, 초반부터 작품 분석에 디테일하게 붙어왔어야 했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못했죠. 지금은 진짜 미치겠어요. (웃음) 만약 다른 더블 캐스트였으면 불안했을지도 몰라요. 에서 로파힌은, 지금 관객의 눈으로 보면 가장 이성적이고 노멀한 캐릭터가 아닐까요?연기자에겐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호산 전 오히려 튀는 인물 같아요. 등장 인물들과는 약간 벗어난. 나머지 인물들이 벚꽃동산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면, 로파힌은 밖에 접근하는 인물이거든요. 석준 저는 말씀하신 대로 접근하기 쉽지 않아요. 체홉의 작품이 명작인 이유는 모든 게 열려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누가 작품을 올려도 그들만의 해석을 가지고 올리잖아요. 우리만의, 나만의 해석이 꼭 필요한데, 그 해석을 찾아가는 시간이 고통이죠. 대신 짜릿함이 있어요. 이거 잘 나올 수도 있겠는데? 이런 기대감. 은 희곡으로만 읽으면 그 재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대신 연출과 배우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데요.호산 맞아요. 체홉의 작품은 글로 보면 재미 없다는 게 석준씨 말대로 의미가 열려 있거든요. 친절하지 않아요. 은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제일 그래요. 보통 한 가지 말을 하면 한 가지 감정을 가지잖아요. 하지만 여기 인물들은 보통 2~3개에요. 연인과 다툴 때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기는 것처럼. 굉장히 어렵죠. 석준 체홉의 번역본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다 보면 아예 의미가 달라요. 대사 하나를 가지고도 의미가 다르게 써 있죠. 어미만 다르다든가, 그게 아니라 의미를 뒤집어 놓아도 말이 되게 만들어 놓은 거에요. 호산 번역한 사람 생각대로 써 놓은 거지. 예를 들면 가예프 대사가 “뭐라고?”라고 써놨는데, 원본을 보면 “누구?”에요. 가예프는 로파힌이 말 할 때마다 “누구?”라면서 장난을 치는데 번역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렇게 하기가 애매한 거죠. 그래서 우린 아예 러시아 대본을 갖다 놓고 해요. 다행히 러시아 어를 할 줄 아시는 우리 태훈 형님(김태훈)이 계셔서 가능하죠.100년 전 작품임에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놀라운 것 같아요.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까 편견도 있을 거고요. 호산 이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붙여놔도 이 이야기가 다가와요. (체홉이) 깊은 성찰에 의해 쓰셨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고전의 힘이죠. 석준 전 이 팀이 작년에 한 를 봤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충격을 받았죠. 를 변형한 게 아니라 숨어있는 텍스트를 전부 끌어 올렸더라고요. 은 열려있는 텍스트잖아요. 채워 넣을게 너무 많아요. 이 팀은 무대의 변형이나 의상이 아니라 흐름 안에서 그들만의 화법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팀 같아요. 호산 오경택 연출의 힘이 커요. 체홉은 이 작품을 코미디라고 했거든요. 급이 떨어지는 코미디가 아니라 일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웃기냐는 거죠. 그걸 잘 끄집어 낼 수 있는 연출이죠. 도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임에도 몇 번 본 관객들이 계세요.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어요. 원래 가지고 있는 대사 그대로. 이번 도 비슷한 색깔의 재미가 있을 겁니다. 정동환 선생님 같은,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시죠. 호산 아휴… 정동환 선생님이 이번에 일단 승낙해 주신 게 너무 감사 드려요. 피르스 역이 정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씬 숫자와 대사량은 많지 않거든요. 선생님들이 어떤 ‘깊이’로 승부하시는 거라서 ‘기피’를 하세요. 정 선생님은 옛날에 가예프 역을 하셨대요. 이번 역할도 말씀 드리자 마자 ‘오케이’. 저희 입장에선 뭐…만세죠. 정동환 선생님이 아버지라면 최용민 선생님은 어머니 같으세요. 벽이 없어요. 저희들이 술 한잔 하자고 하면 항상 ‘오케이’ (웃음) “지금 나를 사로 잡는 건…” 에는 여러 인간군상이 등장합니다. 두 분은 어느 타입에 속하는 것 같으세요? 호산 전 가예프에 가까워요. 내 인생이 그렇지, 뭐. 열심히 해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고. 저도 당구 좋아하고요. (웃음) 석준 전 빼차(트로피모프)에 가까운 것 같아요. (호산: 아, 동감!) 연습할 때 그 캐릭터가 눈에 확 들어오고 이해가 되는 거 보니까. 저도 어떻게 해야겠다 말은 많고 생각은 많은데 움직이진 않고…(웃음) 이석준씨는 이야기쇼 진행자로서 오랫동안 활약 하셔서 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석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토크쇼를 진행하다 보니 여러 생각도 하고, 제 가치관이 정립되는 건 사실이에요. 최근 이야기쇼에 대한 일들이 있었는데 되게 가슴이 아팠어요. 이야기쇼를 시작한 것도 관객 때문에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는 게 가슴 아팠죠. 하지만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덕목 중 하나가 선도라도 생각해요. 일제시대에도 문화가 살아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풀어내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에요. 앞서가는 생각을 제시하는 것도 문화예술가가 하는 일이죠. 괴롭겠지만. 호산 얼마 전 추적자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때 박근형 선생님이 팬이 됐어요.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연기자도 작가 정신을 가지고 대본을 봐야 한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인상 깊었어요. 문화계 사람으로서 위로하는 것도 있겠지만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죠. 두 분 다 데뷔 17년 정도 되시죠. 소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나오시는데요. 연기자로선 지금 어떠세요. 석준 고통스럽긴 해요. 행복한 일을 해서 좋잖아요, 하시는데. 맞아요. 결론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니까. 하지만 저는 묻죠. 당신 같으면 3개월 마다 직장에 새로 취업하는데 괜찮겠냐고. (일동 웃음) 재미있는 건 예전엔 무조건 좋아서 무대에 섰다면 요즘엔 이 나이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즐거워요. 만약 나에게 20대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하면 죽어도 싫은, 지금 알고 있는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정동환 선생님이 막연하게 부러워요. 연기자로서 배운 이론을 다 부수면서 나오는 열정. 그 깊이를 알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행복한 거죠. 호산 같은 연기자고 지향점도 같은데, 재미있죠? 방향이 다르니까. 저 같은 경우는 재미있어요. 괴롭지 않아요. 제 친구들이 넌 연기해서 좋겠다, 그러면 전 이렇게 답할 거에요. 그럼 너도 해 인마. (일동 웃음) 무대에 서서 좋은 건 오늘 잘못 했으면 내일 더 잘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번 작품에 안 되면 다른 작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누구는 커튼콜 박수가 좋다는데 전 그건 안 해도 좋아요. 이게 훨씬 재미있죠. 서로 정말 다른 모습인데, 이번에도 더블 캐스트죠. (웃음) 호산 만일 석준이와 다시 하게 되면 이번에 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 둘 다 출연한 적이 있지만 같은 무대에 선 적은 없는데, 그 연극 둘이 같이 서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석준 를 예로 든 이유를 알겠어요. (웃음) 등장인물들이 절친한 친구 사이인데 아예 서로 생각이 달라. 상대역으로 붙으며 아마 극이 휘몰아치지 않을까. (웃음) 향후 장기적으로. 계획 있으세요? 배우로서 가고 싶은 길이나, 목표 같이. 호산 전 거창하지 않아요. 이 일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는 연극배우가 꿈이었고, 연극배우가 된 다음엔 제발 작품 좀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작품이 안 끊기니까 이제 다른 아르바이트 안 하고 이걸로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했죠. 그래서 다 됐어요. 이제 재미있어요. 여기서 더 욕심 가지지 않을 거에요. 좋은 연출자, 그런 건 꿈도 안 꾸고. 정동환, 박근형 선생님처럼 연기를 즐기면서 예쁘게 늙고 싶어요. 석준 비슷하네요. 저도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았죠. 대형 뮤지컬 많이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난 이 다음에 조승우 될 거야, 라는 농담도 하고.(웃음)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하나씩 버리게 되더라고요. 대형 뮤지컬, 위치, 다 버리니 배우 하나가 남더군요.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고 그래서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가요. 이 작품을 만들면 내가 길을 낸 것이니까 다른 배우들이 길을 넓혀주지 않을까? 기대되죠. 지금 두 분을 사로 잡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호산 우리 와이프. 석준 오로지 아기. 아들이에요. 거의 전부가 된 것 같아요. 호산 저도 가족이에요. 어려서는 제가 이기적이라 그랬는지 가족이라는 굴레가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대학 생활 하면서 혼자 살았고 이혼도 한 번…(웃음) 마흔 넘어가니 정말 반성이 됐어요. 너무 창피하게 살았구나. 이름도 바꾸고. 이젠 가족이 굉장히 소중해요. 이제야. 연극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전해주세요. 석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다른 전설의 배우들이 나오는 연극을 많이 봤는데 그에 못지 않은 완벽한 팀이 된 것 같아요. 저 빼고. (웃음) 어디선가 봤는데 영국기자가 극장 앞에다 꽃다발을 놓으면서 연극은 죽었다고 했대요. 그런데 요즘은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간만에 최근에 못 느꼈던 설렘과 공포를 느끼고 있거든요. 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호산 어느 연극에서 ‘철학은 죽었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요즘은 자극적인 걸 찾아가면서 뭔가를 생각하지 않는 추세잖아요. 옛날에는 어려운 말 좀 쓰면 ‘대단하다’ 했는데 요즘엔 냉소를 듣고요. 생각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결론은, 투표합니다. (일동 웃음) 석준 투표, 투표 꼭 합시다! (일동 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9.14 / 조회 19,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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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1! 12월 마지막 날 볼만한 추천공연은?
공연장마다 한 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송년 공연들이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아듀! 2011’를 준비했다.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도 2011년 마지막 날, 제야음악회 ‘프로포즈 2012’를 선보인다. 이색적인 공연을 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유명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장르의 송년 공연들로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마무리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의정부예술의전당, ‘송년음악회-아듀! 2011’ 12월 31일 2011년의 마지막 밤, 지휘자 하성호가 이끄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아듀! 2011’가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팝스오케스트라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함께하는 열린음악회(Crossover)를 선보이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바리톤 정경과 소프라노 성혜진의 협연으로 함께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비발디 ‘사계’ 중 ‘겨울’,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푸치니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등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를 들을 수 있다. 또한, ‘Hey Jude’, ‘Love me tender’, ‘All I ask of you’ 등 추억의 팝송도 선보인다. 세종문화예술회관, 제야음악회 ‘프로포즈 2012’ 2011년 마지막 밤을 위해 세종문화예술회관도 특별한 공연을 마련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열리는 제야음악회 ‘프로포즈 2012’는 매년 열리는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레퍼토리 프로그램이다. 세종문화예술회관의 제야음악회는 클래식, 오페라, 재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왔다. 이번 공연에는 소프라노 신영옥, 팝페라 가수 카이 등이 ‘프로포즈’를 주제로 스토리를 엮어 전개한다. 특히 12월 31일의 오후 10시 30분 공연은 보신각 타종소리 생중계를 통해 특별한 새해맞이를 할 수 있다. 또한, 올해에는 늦은 저녁 공연 관람이 어려운 관객을 위해 12월 31일 오후 5시 공연이 추가된다. 대학로 예술극장, 연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아가서 크리스티의 연극이 2011년 마지막을 장식한다. 지난 22일부터 공연된 연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세계 3대 추리극 중의 하나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 작품이다. 연극은 초면의 남녀 10인이 초대받은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충격적인 범인의 정체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기발한 착상과 얽히고설킨 복선 등이 추리극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작품의 원작인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1억 부라는 높은 판매율을 기록한 대표작이다. 신호 연출이 맡은 이번 공연은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으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2.29 / 조회 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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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찾아온 추리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바위섬으로 초대받은 10명의 남녀, 그들의 범죄를 폭로하는 목소리, ‘열 꼬마 병정’의 노래에 따라 하나씩 죽어나가는 사람들과 살인마의 정체.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아가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가 무대에 올랐다. 아가사 크리스티 특유의 촘촘한 구성의 매력과 서현철, 최원석, 주성환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열 명의 남녀가 바위섬으로 초대되면서 시작되는 는 병정 인형과 함께 목숨을 잃기 시작하는 손님들의 이야기, 정체로 전개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추리극의 재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는 서울시극단이 청소년 연극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자 준비한 청소년 연극 시리즈의 일환으로 에 이어 지난 22일 첫 공연을 시작했다. 공포감속에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심리와 신호 연출가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살인게임을 무대에 올렸다”고 밝히며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평온한 휴식, 섬으로의 달콤한 초대"당신은 그 때, 그 사람을 죽였어요"우리 모두가 살인자라고?"우린 아니야!"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초대장을 받았어요""이건 청산가리 입니다, 이 남자는 죽었어요"하나씩, 없어지는 병정들한명씩, 죽는 사람들"이 곳을 나가는 배는 없습니다"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그 앞에 대처하는 우리,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는 오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12.26 / 조회 1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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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이런 만남 또 없습니다”, 배우 최정원
“뮤지컬배우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이라는 질문에 두둥실 떠오르는 얼굴, 뮤지컬 대표 여배우 최정원.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녀의 시원한 미소와 마스크는 누구나 기억한다. 를 보고 그녀에게 빠졌다는 20대 관객, 최정원을 만나 뜨거운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모녀, 만 세 번째 관람이라는 열혈 정원사랑 관객 등 그녀를 사랑하는 여성 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뮤지컬, 연극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정원과 함께한 플디팬미팅, “뮤지컬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최정원 풀 스토리를 공개한다. 플디회원과 한 자리에~좋다, 좋다!최정원, FULL STORY “이 정도면 ‘모태배우’ 아닐까요?” 5~6세부터 윤시내, 심수봉 등 가수들 노래를 똑같이 불렀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래가 끝나면 10원 20원씩 주셨거든요. 그걸로 사탕 사먹고(웃음). 나중에는 다섯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이따가 사람들 조금 더 모이면 부를게요”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쳐주는 박수가 정말 좋았어요. 거울 보면서 혼자 연기도 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청소년 연극제에도 나갔었어요. 아버님 반대에 부딪혀서 잠시 꿈을 접었다가 웅변대회에 나가면서 다시 그 박수로 인한 희열을 맛봤어요. 고등학교 때 트럼펫을 전공하면서 다시 이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어요. 에너지의 원천은?그녀의 매력에 푹~“나는 혈기과다 배우?”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 선배, 후배들은 저를 에너지 넘치는 배우, 항상 밝은 배우로 기억해요. 저도 힘들죠. 연습 때에는 힘들어서 ‘확 죽어버릴까’라는 생각도 할 정도로 슬럼프가 와요.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 그런데, 공연 때 박수를 받으면 힘을 얻어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가장 소중한 악기가 목소리라고 하지만 진심이 담긴 박수소리에서 전 에너지를 얻거든요. 정말로, 관객들이 제 힘이에요. 그래서 전 초상권이 없어요(웃음).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잠깐만요, 식사 좀 하고 해드릴게요”라고 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저 사람이 사인을 받을까 말까 얼마나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면 “나중에요”라는 말이 안 나오게 되거든요. 사인 해드리면서 “저 공연해요”라고 말하고, 저랑 대화를 하고 나서 제 팬이 된 분들도 많아요(웃음). 박수, 그리고 사람. 이 두 가지가 바로 에너지 넘치는 최정원을 만드는 원동력이에요. “언제나 준비자세!” 신인 때부터 항상, 언제나, 어떤 역할이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조연이면서 주인공 대사를 모두 외웠어요. 에서도 록시를 하면서 벨마 대사를 다 외웠었는데, 결국 록시, 벨마 두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었잖아요. 당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게 아주 큰 자산이 되거든요. 저랑 비슷한 혈기과다 후배들을 보면 “넌 내 언더스터디야”라고 하면서 제 역할의 대사를 외우게 해요. “언젠가는 쓰일 것이다, 습득한 만큼 발휘할 수 있다”라고. 자신이 가진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무대에요. “요즘, 작은 참새로 살아요” 요즘은 작은 참새, 피아프로 살고 있어요(웃음). 누가 저를 작은 참새라고 생각하겠어요. “무대에서 처음으로 당신이 작아 보였어”라는 남편의 응원을 듣고 힘을 얻으면서 초연을 해낸 공연이에요. 몰입을 했더니, 어느 순간 쪼그라들었나 봐요(웃음). 노래를 사랑하는 피아프의 마음과, 무대를 사랑하는 제 마음과 닮았어요. , ‘사랑의 찬가’ 노래 배워보실래요(웃음)? 이런 강의 또 없습니다!, ‘최정원 노래교실’ 최정원의 명강의. '박자는 이렇게~'노래는 '사랑의 찬가'"오디션 보실래요?"팬들과 함께라면!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5.30 / 조회 1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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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슬픔과 행복이 <피아프> 속에
2009년 한국 초연 당시 2주 공연 동안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가 2년 만인 지난 4월 30일 공연을 시작했다. ‘작은 참새’라는 뜻이기도 한 에디트 피아프는 47세로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랑과 상처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노래한 것으로도 유명한 20세기 전설의 샹송 가수. 피아프의 일대기를 담은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팜 젬스가 써서 1979년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이 첫 선을 보였으며 1981년, 1993년에 이어 2008년에도 영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데뷔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되어서 울기도 많이 울고 더욱 긴장을 했던 작품”이라는 최정원은 2009년에 이어 올해도 피아프 역으로 나선다. 피아프의 친구 뜨완 역은 이경미가 맡았으며, 그 밖의 배우들은 다수의 인물들로 변신한다. 오경택 연출은 “피아프의 전 생애를 담으려다 보니 전개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하며, “드라마틱하고 굴곡이 많은 그녀의 삶을 통해 고통, 아픔, 사랑 등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이 있는 무대 는 6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뜨완! 드디어 내가 '안에서' 노래하게 됐어!""전쟁이 끝났다고?"남자 없이, 사랑 없이 어찌 사나요일생, 진실된 단 하나의 사랑, 마르셀노래만이 나의 탈출구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여인들"난 노래 할 수 있어! 공연을 잡아!"이브몽땅, 그녀가 찾아낸 가수이자 사랑최정원, 그녀의 매력을 다시 한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5.06 / 조회 9,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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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프>처럼, 뮤지컬배우 최정원
#. 뜨거운 그녀, 피아프처럼 화이트 프렌치로 완성된 손톱을 내밀며 “피아프는 손톱을 항상 이렇게 하고 다녔어요”라고 말하는 최정원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 보였다.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블랙 원피스, 웨이브 머리, 옅은 미소. 그 평범한 것들이 요즘의 최정원에게는 지독히도 뜨거운 것들이다. 진한 여운을 남기고 떠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로 살고 있는 요즘, 최정원은 빛나고 있다. 피아프처럼. “2009년 초연 때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제가 일기장에 써놨던, 인터뷰 때 했던 말들과 비슷했거든요. 무대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무대에 대한 제 생각들을 피아프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어서,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어요. 초연 때 보다 이번 공연에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 ‘내가 더 성숙해졌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생각도 더 많아졌고, 좋아진 걸 느껴요. 초연 때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 강(强)이 많았던 것 같은데 강약이 조절되면서 조화가 생긴 것 같아요. 며칠전에 연습을 지켜보시던 박명성 대표님이 “최정원씨 힘이 빠지니까 홈런 칠 준비가 된 것 같네, 어린 강부자 같아”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뮤지컬배우한테는 나오기 힘든 연기를 보셨다면서. 와, 기분 좋았어요. 정말로.” “맹인의 삶을 살기도 했고, 모르핀, 알코올 중독 등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았던 피아프는 아름다운 삶을 살진 못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항상 사랑했고, 한 시도 쉬지 않고 노래했어요. 진흙탕에서 노래를 부르고, 자동차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해서 큰 목소리를 내는 법을 터득하면서 나이를 먹고, 아파하고, 사랑하면서 살았죠. 처음엔 ‘참, 우울한 사람이었겠다’고 생각했는데 피아프를 알아갈수록 그녀가 저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낀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녀의 노래를 전 세계 사람들이 기억하고, 부르고 있잖아요.” #. 뜨거웠던 그녀, 피아프처럼 무대를 향한 최정원의 열망은 노래를 향한 피아프의 열망과 꼭 닮아있다. 최정원이 를 가장 몰입이 잘되는 작품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그 공통점 때문이다. 한 길을 향한 고집. 피아프와 최정원이 세계적인 샹송가수,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배우로 꼽히는 이유 역시 바로 그 공통점에 있다. “피아프는 미국공연에서 실패를 경험해요. 슬픈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불어를 모르는 미국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노래를 듣는 걸 보고 좌절감을 느낀 거죠. “넌 최고의 개런티를 받는 가수야, 실망하지마”라고 위로하는 친구들에게 피아프는 “돈은 중요하지 않아, 무대에서 느끼는 환희를 돈으로 보상받는 건 불가능해”라고 말해요. 저에게 드라마, 영화섭외가 들어오면 ‘오늘밤 내가 공연하면서 느꼈던 환희와 비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물론, 개런티는 무대에 설 때보다 더 많죠. 하지만 무대에서 느낀 행복의 가치, 환희를 돈과 비교할 수는 없잖아요. “최정원 배우는 항상 젊게 사네요, 활기가 넘쳐요, 아우라가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무대 덕분이에요. 저에게는 돈, 명예를 위해서 다른 일을 선택하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행복을 주는 무대가 있어요. 워낙 물을 좋아해서 수중분만도 하고, 하루에 7리터씩 물을 마시는데요. 무대는 저에게 물 같은 존재에요. 꼭 필요해요. 저에게 공연이 없었다면 아팠을 것 같아요, 굉장히 히스테릭한 성격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고등학교 때, 브로드웨이 선생님들에게 2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처음으로 섰던 무대가 이었어요. 그 땐 정말 춤을 추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와, 내가 이런 무대에 서다니!’.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을 언제나처럼”을 되새기며 살아요. 무대는 ‘언제나’가 통하지 않는 곳이잖아요. 매일 다른 관객 분들 앞에 서야 하니까. 초심을 잃지 않고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바로 무대에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생소할 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서 개척자의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데, 늘 똑같아요. 더 힘들어지거나, 편해지는 것 없이 저는 그냥 꾸준히 걸어요. 주변에서 물도 주시고, 비료도 주시고, 덕분에 열매도 맺고, 꽃도 피우는 것 같아요.” “는 9년 만에 했던 작품이었어요. 성악발성을 한번도 내본 적이 없던 저에게는 관문 같은 작품이었죠. 브로드웨이 선생님들이 “정원아, 넌 진성보다 두성이 좋아. 두성을 연습해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지만 워낙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춤을 추는 캐릭터라 에서는 샌디 보다 리조, 에서는 엠마보다는 루시에 근접했거든요. 한 번도 두성을 쓸 기회가 없었어요. 두성을 많이 써야 하는 를 위해서 개인레슨까지 받았어요. 김문정 음악감독님도 음을 내리자고 말했는데, 제가 해보겠다고 고집해서 결국 하이피치 가는 것까지 해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9년 만에 여우주연상까지 받고. 상을 원했던 건 아닌데, 김무열 배우가 “최정원 선배님”하는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동료배우들이 기립을 해주는데, 정말 오랜만에 큰 떨림을 느꼈어요. 를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봐요. 그녀는 이 세상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리워하잖아요. 나중에, 제가 세상에 없을 때. 뮤지컬 후배들이 최정원이 어떻게 배우가 됐고, 어떻게 인생을 살았다라는 걸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잘 살고 있어야겠다(웃음).” “지난 일 년 동안 로 224회 공연을 했어요. 원래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으면서 관리를 하는 스타일인데, 원 캐스트인 를 하면서 정말 체계적으로 관리를 했던 것 같아요. 다칠 까봐 그 좋아하는 스키도 안타고, 먹고 싶은 술도 안 마시고(웃음). 제 신랑이 정말 독하다고 했을 정도로 했으니까요.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요. 는 커튼콜 때 그 감정이 싹 풀려요. 공연을 통해서 제가 건강해지는 거죠.” #. “후회하지 않아, 사랑하고 노래했으므로”, 피아프처럼 최정원은 에서는 비앙카에서 릴리로, 에서는 록시에서 벨마로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여배우’와 ‘나이’. 어울릴 수 없는 상충구도에서 최정원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자신만의 저력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지금 다시 비앙카, 록시를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로 무대에 오른 수 있다는 건 아주 건강하게, 나이를 잘 먹고 있다는 증거잖아요(웃음). “나이를 먹는 게 두렵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진심으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요. 열심히 사는 하루하루가 모여서 제 60살이 결정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살아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불평하지도 않고. 후배들이 “선배님은 왜 화를 안 내세요?”라고 물어요. 내 안의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거잖아요. 남들이 칭찬했다고 행복한 게 아니고, 질타한다고 불행한 게 아니고 내가 웃고 있으니까 행복한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지금을 감사하게 살아요. 어릴 땐 투정도 많고, 욕심도 많았는데 좋은 신랑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면서 변했어요. 배우로만 집중하면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게 되면서,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그런 사람이 된 거죠.” “저는 배우를 하기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한 사람이에요. 아이를 돌보는 일,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일은 직업이 됐고 무대가 제 삶이 됐어요. 가족들에게 굉장히 미안하지만 가족들에게 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해요. 저를 “세계 최고의 뮤지컬배우”라고 불러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온전히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딸 수아는 저에게 가장 객관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어요. 가끔 소피 대사를 시켜보면 잘해요. 7년 뒤에는 수아가 소피를 하고 제가 도나를 하는 공연을 꿈꿔봐요. 이런 멋진 페어가 또 있을까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4.25 / 조회 2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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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 따위’가 이뤄낸 행복,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애정의 시선 몇 년 전, 그녀는 일본의 어느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방문한 곳이다. 눈에 띄는 한 권의 책을 샀다. 일본어도 잘 모르고 맡길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조금씩 번역을 한 후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의 서류합격을 거쳐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합격했다.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기묘여행’이 그것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 부모의 만남을 시작으로 한다. 연극은 이들이 만나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해자를 면회하러 가는 과정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수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함께 여행을 간다, 이 한 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고 고통이 전해지죠.”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이 말한다. “그 한 줄이 주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신파로 빠지기 쉽다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취향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신파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더욱 담담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 작은 거인의 조용한 외침이 크게 울린다 이 기묘한 여행 속에는 아픔과 슬픔을 감싸고 있는 위트가 있다. “원작의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외의 유머나 위트는 원작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고 했겠죠. 고통을 고통으로만 풀어낸 작품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 관점에서는 합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게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거죠.” 사형제도 여부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가 논쟁하며 호소해왔다. 류주연은 사람과 생명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하는 많은 사람들, 생각해보면 그들이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남의 이야기니까. 관객들이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으면 좋겠어요.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 연극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재치와 몽환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면 아릿한 안타까움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연극의 소재는 인간과 인간을 다루는 것,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것, 사회와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고 연극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을 되돌아보니 ‘아, 나는 인간과 사회에 관심이 많구나’ 알게 된 거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랬어요. 그것이 아마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깨닫고 있는 중이예요.” 비극이 내포하는 희극, 희극이 담고 있는 비극. 지금 시대는 너무나 고단하고 피곤하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 여유가 없다. 그것 때문일까, 관객들은 코미디에 집중하고 대학로에는 코미디 포스터로 가득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피곤하니까 연극마저도 피곤하게 관람해야하나 생각이 들겠죠. 이해가 되기 때문에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한다면 웃겨줘야죠. 다만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도 생각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만약 사람들이 울고 싶어 한다면 연극은 울려줘야 해요. 역시 무작정 감성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집에 가서 울도록, 내내 울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울게 만들어야죠.” - 연극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스물여섯.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연극판에 뛰어들 당시 그녀는 어렸고 또 늦기도 했다. 연극 전공생도 아니었고 직간접적인 연극적 경험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연극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에 대한 애정은 항상 있었는데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하면 그 존재가 커 보이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나 따위가 어떻게 라는 생각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 따위더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경제적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버티기 힘든 나이가 20대 말에서 30대까지인 것 같아요. 한 10년에서 15년? 주머니에 몇 백 원 넣고 살아야하는 시간이 길죠. 그게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절대 부유해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잘 살려고 아등바등 하잖아요. 그렇지만 일정의 수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죠.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30대 초중반에는 연극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었어요. 순수하게 경제적인 문제로.” 그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후배를 필사적으로 말린 적도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께도 폭탄선언을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제가 뜯어말렸어요. 지금은 사회생활 하고 있는데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냥 하라고 할 걸.” 그녀는 이제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걸 해라, 그리고 하면서 행복해라.” 그녀는 당부한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엊그제가 스무 살 같은데 벌써 나이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너무 짧아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 그것이 마치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문화가 건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구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문화가 살아야 한다,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다소 걱정되는 문화적 현실을 인식하는 가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삶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애쓰고 몸부림치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2 / 조회 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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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8] 모든 아픔은 타당하다, 연극 ‘기묘여행’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의 기묘한 전달 당신의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여기 기묘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가방이 있다. 가방 속에 익숙한 것은 없다. 그것이 가방 주인의 철학이다. 남자는 ‘여행은 비일상, 가방 속에서 익숙한 것들이 나오면 비일상의 즐거움이 깨져버리기에 새로운 물건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가방에는 낯선 것들로 가득하다. 청테이프, 식칼, 밧줄, 염산, 전기톱, 그리고 직접 만든 인형까지. 남자는 이것들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제 남자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 곁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딸이 동행한다. - 침묵으로 더욱 극대화되는, 그 슬픔 동반여행. 설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일말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법. 그러나 동반여행을 떠나는 두 부부사이에는 숨통을 조이는 불편함만이 식은땀과 침묵으로 일관돼 드러난다. 이들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부모들로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에게 가는 길이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 부모와 살인자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담담한 묘사들은 3년 전의 살인임을 알리나 표면적으로만 과거일 뿐, 침묵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그것이 절대 과거일 수 없는 현재임을 호소한다. 어색한 상황과 형식적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 상처들은 꿈틀대며 점차 선명해진다. 침묵하는 슬픔은 오열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살의로 가득 찬 피해자 아버지와 어떻게든 아들의 목숨만을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당황하기만을 반복한다. 연극이 주목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남은 자들의 삶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어느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결이나 치유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남은 자들의 삶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할 뿐이다. 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게 만든다. 입장은 다르지만 고통은 같다. ‘그 때’를 위해 3년을 30년처럼 견디어 온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파리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극도의 불안 상태 속에서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가해자의 부모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주장 모두가 타당하며 모두가 충분히 아프다. -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그 슬픔 이들 사이에는 만남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을 집행했던 교도관으로 단 한 번의 집행 경험이 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는 과거,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그럼에도 연극 ‘기묘여행’은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의 슬픔은 침묵 외에도 무대와 음악 등으로 ‘기묘하게’ 전달된다. 비사실적 무대와 사실적 소품의 대비, 살아서 고통 받는 사람과 죽은 딸의 등장, 연극의 흐름을 신선하게 바꿔놓는 음악 등이 조화돼 낯선 화음의 성공적 소통을 알린다. 고통이 유발하는 희극적 상황은 유머가 된다.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롭다. 밀도 있는 날카로움 끝에 찔린 관객들은 연극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살인자 앞에서 식은땀만 흘려대던 남편과 달리 감정의 균형을 잘 잡아가던 아내는 어느 순간 폭발하며 딸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극은 절정을 찍었고 화해는 없다. 남자는 고백한다. “지금까지 꽤 긴 걸음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제 마음 속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향한 인간의 연민과 순수함이 남았다. “그러나 죽일 순 없습니다. 아빠로서는 실격이겠죠. 그렇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엄청난 살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난데없는 노래방에서의 대면을 시작으로, 서로가 만들어온 인형을 안고 찌르기를 지나 살인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기묘한 여행. 연극 ‘기묘여행’은 사형 제도를 밑거름삼아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뚝심 있는 연극 철학으로 신뢰감을 주는 연출가 류주연과 남명렬, 예수정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만남은 기묘여행에 동참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행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1 / 조회 18,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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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탈을 쓴 생명 이야기, 연극 ‘기묘여행’
사형제도는 인간의 본질적 인권 침해인가 연극 ‘기묘여행’이 4월 17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기묘여행’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쿄죠우가 쓴 작품으로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의도에 대해 공연관계자는 “인간의 생명이 법이나 제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문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창하고자 한다”며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간과됐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라는 2차 재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쉽게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인간 양심의 순수한 근원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품 속에는 딸의 살해범인 사형수를 직접 죽이겠다는 아버지,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을 받아들인 살해범, 교도관으로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코디네이터 등이 등장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복수를 생각하며 가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항소해서 어떻게든 살기를 바란다. 한편 과거의 교도관은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알선하는 코디네이터가 돼 있다. 연극 ‘기묘여행’은 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이야기한다. 연출의도에 대해 연출가 류주연은 “사형 제도의 찬반 논쟁을 화두로 삼기보다는 인간 생명의 숭고함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고자 한다. 이는 심지어 사형제도가 완전 폐지된 나라일지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피해자 어머니 역은 연극 ‘바다와 양산’, ‘그린벤치’, ‘신의 아그네스’, ‘다우트’ 등에서 열연했던 예수정이, 피해자 아버지 역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 리어’, ‘보이첵’, ‘에쿠우스’, ‘한스와 그레텔’ 등의 남명렬이 맡는다. 이 외에도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신용진, 신용숙, 김원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22 / 조회 8,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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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의 상대에게 말을 주고 받는다. 때론 관객과 등을 지고 앉아 한참이고 무언가를 하는 배우도 있다. ‘연극적’이라는 말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는 이 일상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의 작가 히라타 오리자(47)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이른바 ‘조용한 연극’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도 (원작 도쿄노트) 등을 통해 기존 사실주의 연극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을 선보여 왔다. 특히 대학의 한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3부작은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의 공연이 한창인 두산아트센터에서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작품에 ‘과학’이라는 부분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과 장소 등을 찾게 된다. 과학자들은 굉장히 개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 연구자는 원숭이 중심으로, 기생충 연구자는 기생충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집에 가면 밥도 먹고 부부싸움도 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생활의 큰 차이가 없다. 연극의 구조라는 것은 어찌 보면 오래 전부터 동일한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에서 리어왕은 굉장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족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현대의 과학자들도 왕처럼 엄청난 신분의 사람이 아닐 뿐 이들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연애 문제, 취직 문제 등 굉장히 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1920년대부터 일본에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표어 같은 표현이 있었다. 과학자의 연구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생활은 그들이 연구하는 과학 만큼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과학하는 마음’으로 붙인 까닭은, 과학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과학자들의 생활을 그리려는 의미에서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살기 쉬지 않은 인간의 약함, 어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중 한 장면지난 해 일본에서 초연한 연극 에서는 실제 로봇이 배우로 등장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일에 끌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질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간은 오사카 대학 주체로 하고 잇는 로봇 등장 연극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고들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기쁘다. 로봇 연극을 만드는 동안, 배우란 어떤 존재이고 인물인지, 연출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이런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상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조용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작품에서 보여주기 위한 일상과, 우리 일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언제나 배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 5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어긋난 현실을 연극으로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일상에서 평범한 눈으로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과 예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그대로 보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마치 현미경으로 현실을 들여다 보는 리얼리즘일 것이다. 현미경으로 세밀히 보면 흔들리고 뒤틀리는 모습이 있다. 굉장히 리얼한 듯 하지만 전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조용한 연극’을 하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80년대 일본의 경제는 굉장히 풍요로웠고, 연극도 그 영향으로 무척 화려했다. 그런 것에 좀 질렸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말에 관한 것인데, 왜 연극에서 배우들은 그렇게 이상하게 말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연극이라고 하면 과장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연극 교과서에 나오는 예 중 하나를 들자면, “이 책을 책상에 놔 주세요”에서 책을 강조하기 위해서 ‘책’이라는 말에 힘을 넣고, ‘책상’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 힘을 주어 말하라고 나온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는 유럽어와 달리 강약의 악센트로 강조하는 구조가 아니다. 책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를 어두로 끌고 와서 몇 번이고 말하는 식으로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책, 책, 그 책 좀 거기 책상에 놔 줘”와 같이 말이다 그래서 대사를 극단적으로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끌어와서 배우들의 과장을 없애보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탄생한 근대 연극을 일본어를 통해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방법론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또 84년도부터 1년간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일본어를 상대화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또 하나는 일본에는 하나의 주제로 몇 십 분간 토론하는 문화가 없다. 그런데 가치관의 대립 없이 근대 연극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게 토의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조금씩 이야기 하는 것을 모아 한 편의 연극이 되는 것을 생각했다. ‘조용한 연극’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통해서 관객은 일상의 모습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연극을 통해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 보통 일반적인 연극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또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작품에 거리를 두고 보길 원했다. 내 경우는 동화도 이화도 추구하지 않는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 무대 위 의자가 여러 개 있는데, 관객이 이 의자 중 어느 한 곳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의 인물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작품, 여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연극을 추구한다. 현재 일본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 소속이 되어 있다.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여러가지 수업을 하고 있다. 과학, 예술, 의료, 재난대책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현장에 모이고,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 현장에 가서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이를 가르치는 학자들에게 그 방법론을 조언해 주는 것이다. 오사카 시내 전철역 안에 커뮤니케이션 스페이스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그곳에 오사카 대학에 있는 철학자, 과학자, 의사 등의 교수들이 매일 밤 일반 시민들과 대화를 한다. 철학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과학자들은 광우병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 하는 식이다.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는 많이 일반화 된 형식이고 일본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성공을 한다면 수년 후에 일본 거의 모든 곳에서 과학자들이 예술을 배우고 비슷한 활동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그룹 지어 연극을 만드는 일도 하고, 초,중등학교에서 어떻게 과학 수업을 재미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 및 개발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작업도 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n/docuherb)
2009.04.01 / 조회 1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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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극, 릴레이로 감상한다
연출 성기웅, 배우 백현주, 김보영과학, 그리고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룬 과학연극 네 편이 찾아온다. 그 동안 소극장에서 조용히 무대에 올랐던 과학연극들을 모아 4개월간 연달아 선보이는 '과학연극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 ‘과학 연극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지난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바 있는 (3월 24일~4월 12일).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자칫 어렵고 무겁게 다가오기 쉬운 생명윤리, 뇌 과학 등의 현대과학 주제들이 한 대학교의 생물학 실험실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국내 초연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성기웅 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광정씨가 연출했던 의 번역 일을 통해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에 빠져 과학하는마음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 고 말하며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연출 윤우영, 배우 남명렬, 이상직, 김호정지난 2003년 초연되면서 국내에 ‘과학연극 열풍’을 이끈바 있는 (4월 21일∼5월 10일)가 의 뒤를 잇는다. 는 과학자들의 욕망, 음모, 암투 등을 다루는 과학자 버전 ‘하얀거탑’.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을 선정한다면 누가 주인공이 됐을까?’ 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의 시발점이다. 산소의 발견 관련된 셀레(스웨덴), 프리스톨(영국), 라부아지(프랑스) 등 세 화학자와 부인들, 노벨상을 자기 나라에서 수상하기를 원하는 각국의 심사위원들간의 음모와 암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두 작품 외에도 영화 ‘나비’의 히로인 김호정이 주인공으로 나선 (5월 19일~6월 7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일한 초연작품인 가 지질학, 원예학을 바탕으로 삶의 원형성과 시간의 순환성에 대해 (6월 16일~7월 5일)이야기하며 ‘과학연극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3월 24일부터 릴레이에 들어가는‘과학연극 시리즈'는 두산아트센타 Space111 에서 7월 5일까지 두 달 간 계속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3.24 / 조회 26,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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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조재현 “바람 같은 아버지, 날 닮았다”
여기 바람 같은 아버지가 있다. 전쟁이 났다며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리고 몇 년 후 다시 돌아왔을 땐, 낯선 남자를 남겨버리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새어머니라며 데리고 오기도 한다. 몹쓸 사람이고 아버지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미워하지 못한다. 그가 타고난 운명이고 천성임을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연극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는 정착 못하는 아버지와, 항상 가장의 존재에 대해 갈망하는 아내와 딸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 조재현은 경숙이 아버지로 3년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무책임하고 한량끼 가득한 아버지이지만, 한편으로는 바람 같은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한다. 경숙이 아버지 역에 대해 설명해달라. 배경은 6.25 전쟁 이후 배경이다. 경숙이 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자기 밖에 모르고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고, 한량기도 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그를 찾을만한 인간적인 면모도 있는 캐릭터다.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 연극을 작년에 두 번봤다. 정말 재미있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런 연극에 내가 참여할 수 있으면 해서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봤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경숙이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상당히 무책임한 캐릭터다. 조재현씨 본인도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데 어떤 생각이 드나.경숙이 아버지는 계속 집에 정착하지 못한다. 평생을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숙이는 너무나 아버지의 존재를 갈망한다. 나는 이런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정시에 출퇴근하고,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고, 주말이면 함께 보내는 모범적인 아버지도 아니다. 정숙이 아버지가 끊임없이 자기를 사랑하고 가족을 등한시 하듯이, 나도 가족을 등한시 하지는 않지만 연기를 더 사랑하고, 가족을 뒤로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한다. 순서를 따지면 가족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더 이 작품에 애정이 간다. 3년만에 출연하는 연극, 어떤가. 그 동안 틈만나면 대학로에 와서 후배들과 동료들의 작품의 봐왔다. 그래서 낯설거나 적응하기 힘들진 않았다. 연극 출연은 몇 년에 한번씩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한다. 연극은 배우로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무대에 서면 도망갈 데가 없으니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배우로서 나를 단련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연습실 풍경
2007.01.26 / 조회 17,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