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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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호텔 503호 '실존인물 피터 현 아들' 韓 찾는다
오는 14일 연극 ‘에어콘 없는 방’ 막 올라
23일 ‘관객과의 대화’서 주인공아들 참여
피터 현(1906~1993) 자기분열적 생 다뤄
1975년 단 하룻밤 방에 갇힌 광염소나타1948년 로스앤젤레스에서의 현순 가족사진(사진=돌베개ⓒ David Hyun).[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06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상하이·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의 아들이 한국을 찾는다.아버지 피터 현의 삶을 다룬 연극 ‘에어콘 없는 방’(작 고영범·연출 이성열)의 공연 참관 차 남산예술센터를 직접 방문한다. 오는 23일 오후 3시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대담에서 주인공의 아들인 더글라스 현은 고영범 극작가와 이성열 연출가, 조만수 드라마터그와 함께 피터 현의 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연극 ‘에어콘 없는 방’은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오는 9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지난해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유신호텔 503호’가 바탕이다. 피터 현은 1919년 3·1 운동기 한국 독립운동을 상하이와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1880~1968)의 아들이다.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평양에서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1903~1956)의 동생이기도 하다.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더글라스 현은 “아버지의 생애와 그가 남긴 두 권의 자서전 ‘만세!’(1986)와 ‘신세계에서’(1991)가 연극 작업에 창조적인 영감을 준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대담은 극중 배경인 1975년을 중심으로 피터 현의 생의 자취를 되짚어보며 한국 근현대의 격변에 대해 폭넓게 사유하는 자리다. 현재 미국서 활동중인 재미 극작가 고영범이 쓴 희곡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한 고 작가는 ‘이인실’, ‘방문’을 발표한 바 있다. 7년 간 미국에서 활동했던 연극 연출가 ‘피터 현’을 다루고 있는 것은 조국을 떠나 이민자로서 연극 작업을 해온 고 작가의 정체성과도 맞닿아있다. 연출은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가 맡았다. 2014년 ‘즐거운 복희’ 이후 3년 만에 남산예술센터로 돌아온 이성열은 1930년대 피터 현이 연출한 인형극 ‘황소 페르디난드’와 아동극 ‘비버들의 봉기’ 일부를 극중극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진은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이다.작품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하룻밤이 배경이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되어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기 위해 해방 30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70살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 머물면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13 / 조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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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유신호텔 503호…그곳에서 무슨 일이?
남산예술센터 신작 '에어콘 없는 방'
실존 인물 피터 현 이야기 연극으로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14일 개막연극 ‘에어콘 없는 방’ 포스터(사진=서울문화재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중국 상하이, 미국을 떠돌며 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실존 인물 피터 현(1906~1993)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신작 ‘에어콘 없는 방’을 극단 백수광부와 공동제작해 오는 14일부터 10월 1일까지 공연한다.2016년 제6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한 ‘에어콘 없는 방’(원제: 유신호텔 503호)은 1919년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현순 목사의 아들이자 ‘한국판 마타하리’로 구설에 오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박헌영과 함께 처형된 앨리스 현의 동생 피터 현을 주인공으로 한다. 한국 근현대사가 경험한 파국이 낳은 다면적이고 경계적인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룬다.작품 속 배경은 1975년 8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하룻밤이다. 아버지 현순 목사가 건국공로자로 추서돼 국립묘지 안장행사를 치르고자 해방 이후 30년 만에 한국을 찾은 70세의 피터 현이 유신호텔 503호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에어컨조차 없이 답답한 열기로 가득한 좁은 방에 갇힌 피터 현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 대한 사유를 전한다.극본을 집필한 고영범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미 극작가다. ‘태수는 왜?’로 정식 데뷔해 ‘이인실’ ‘방문’ 등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했던 피터 현의 인형극 ‘황소 페르디난드’와 상영하지 못한 아동극 ‘비버들의 봉기’ 일부를 극중극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김옥란 연극평론가는 고 작가에 대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인 극작가로 데뷔했으나 오랫동안 훈련된 유연한 글쓰기와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현대사에 대한 예민한 촉수와 그것을 영상감각을 바탕으로 한 해체적인 장면과 날선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 ‘즐거운 복희’를 연출했던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가 연출한다. 연극 ‘만선’ ‘레드’ 등에 출연한 배우 한명구를 비롯해 홍원기, 민병욱, 김동완, 김현중, 최원정 등이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 청소년과 대학생은 1만8000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오는 23일에는 관객참여 프로그램 ‘남산여담’의 일환으로 극장을 투어하는 ‘어바웃스테이지’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예매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9.06 / 조회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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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해롤드 & 모드> 강하늘, 박정자와 함께한 낭독이라는 연극의 새로운 발견
“80이요? 80년 산 사람은 처음 만나봐요.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이번 토요일이면 80살 생일을 맞이한다는 모드의 이야기에 해롤드가 놀란 토끼 눈이 된다. 지난 1월 20일, 강하늘·박정자와 함께한 낭독회에 참가한 관객들은 숨죽여 해롤드와 모드의 대화에 빠져 들었다. 낭독회는 오로지 배우들의 목소리만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색다른 시간이다. 오늘의 주인공 박정자는 시작에 앞서 드레스서클로 입장하며 꽉 찬 객석을 향해 “다 강하늘 팬들이지, 오늘 하늘이 혼자 있으면 되잖아.”라며 관객들에게 농을 친다. 물론 그의 오래된 팬들도 객석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 “젊은 친구들이나 오는 덴데, 어떻게 이런 데를 알고 왔냐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꽃이 만발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강하늘도 드라마 이 끝나고 밀려드는 인터뷰와 공연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특유의 밝은 미소로 씩씩하게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연습 들어가기 전 리딩할 때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되면 좋겠다."극 중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박정자는 “강하늘과 라이벌 관계인 모드 역이다(웃음). 연극에서 해롤드가 썬사인과 키스할 때는 그렇게 아우성을 치더니 나하고 키스할 때는 왜 그렇게 조용한 거지.”라고 서두를 떼며 인사를 대신한다.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곧바로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할머니 모드가 되어 별다른 동작과 이동 없이도 인물과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바다 표범을 풀어주러 바다로 간 해롤드와 모드가 되었다가, 모드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해롤드, 해롤드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는 모드가 되기도 했다. 관객들에게는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 되었다. 준비한 세 장면의 낭독을 마친 후 강하늘은 “무대와는 또 다른 자리이기 때문에 느낌이 색다르다. 오늘 공연이 아주 좋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극 는 콜린 히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장례식장 가는 것이 취미로 늘 죽음을 꿈꾸는 해롤드가 유쾌한 할머니 모드를 만나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롤드 역으로 출연하는 강하늘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박정자 선생님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이번 공연이 2003년부터 시작해서 여섯 번째 공연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해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알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또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흔히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산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 ‘우리’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아주 고마운 공연이다. 해롤드와 모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큰 깨달음이 있다. 해롤드 역을 맡고 있는 건 강하늘이지만, 객석에 있는 모두가 해롤드가 되는 것 같다.”고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해 전했다.관객들이 강하늘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강하늘 팬들을 자신의 팬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큰 야심을 밝히기도 한 박정자는 “개인적으로 멋진 총각을 내 파트너로 삼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하며, (강)하늘이는 내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분장실 밖 어두운 복도에서 하늘이를 기다라는 팬들을 위해 극장에 조명을 달아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일화를 전해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에 강하늘은 “정말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조명이 생겼다.”며 극중 파트너이자 대선배인 박정자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또한 덧붙여 “지인들이 저를 보러 공연을 보러 왔다가 선생님께 반하고 갔다고 이야기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작품 속 해롤드와 모드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았다.“모드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데 왜 80이란 나이를 정했냐.”라는 질문에 대해 박정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 고맙다고 서두를 떼며 “팔십이란 숫자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콜린 하긴스 작가가 정하긴 했지만 80살이란 숫자는 인생에서 볼 때 꽉 찬 나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가장 성숙한 나이다. 2003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 80살까지 더 가야한다. 80살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삶의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는 바람을 밝혀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강하늘은 “대본을 보고 해롤드가 모드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해롤드의 나이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예로 들려주며 “19세는 조그만 호의에 대해서도 굉장히 마음이 끌리고 이것저것 재지 않는 시기다. 모드가 해롤드한테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해롤드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된다. 그 이후에 사랑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보시기에 그 사이가 어떻게 보면 점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9세니까 가능한 것이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모드의 마지막 선택이 죽음이 아니었다면 해롤드가 반지를 들고와 프로포즈를 했을텐데 모드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는 관객의 재치 어린 질문에 박정자는 “아마 해롤드를 설득시켜서 더 넓은 세상으로 보냈겠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박정자는 "연극은 아름다움은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나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연극의 진정한 힘은 그 안에서 나온다. 배우들끼리 '오늘 공연 참 좋았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 관객 참 좋았지'라는 말과 같다."며 "관객은 연극을 완성시켜주는 절대요소이다. 관객으로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유쾌한 모드 할머니의 에너지가 이곳에도 전달된 것일까? 드레스서클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와 관객 모두 로 하나가 된 미니 낭독회는 긴 여운을 남기며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1.23 / 조회 1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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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지혜, <해롤드&모드>가 알려주는 것들
“이제 나가서 사랑해줘. 이 세상을.” 생의 마지막 순간 여든 살의 할머니가 열 아홉 살의 소년에게 유언을 남긴다. 소년은 그 말을 귀담아 들을 새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이 할머니는 소년이 설레는 마음으로 약혼반지를 선물한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여든 살의 할머니는 어떻게 열 아홉 소년의 첫사랑이 되었을까. 연극 에 등장하는 할머니 모드는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쓰던 은식기를 선뜻 남에게 주기도 하고, 죽어가는 나무나 동물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트럭을 훔쳐 타는 것도 거리끼지 않는다. 네 것, 내 것을 가리는 소유의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녀에게 의미있는 것은 오직 살아있는 생명을 가꾸고 소중히 여기는 것,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생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죽음을 즐기기로” 결심하고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뒷걸음질치던 소년은 우연히 만난 이 엉뚱한 할머니를 보며 비로소 자기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깨닫는다. 몸은 늙었어도 여전히 씩씩하게 삶을 향해 전진하는 모드의 모습이 소년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사람은 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야.” 등 모드가 해롤드에게 건네는 말들은 갓 돋아난 싹 위로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와 같다. 그러니 어찌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해롤드는 모드와의 결혼을 꿈꾸고,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키스한다. 그러나 이미 삶과 작별할 채비를 마친 모드는 따스한 미소로 화답하며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한다. 가서 삶과 세상을 사랑하라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원래 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부터 연극·뮤지컬 무대에 오르다 올해 원제목 그대로의 연극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모드 역의 박정자와 최근 드라마 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강하늘이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지난 다섯 차례 공연에서 빠짐없이 모드를 연기해온 박정자는 속삭이는 대사를 할 때조차도 분명한 발성으로 귀를 잡아 끌었다. 52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140여분간의 공연 내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하늘은 열 아홉 소년의 생기와 발랄함, 슬픔과 외로움을 부족함 없이 잘 표현해냈다. 여기에 멀티녀를 맡은 이화정 등이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고, 저물녘 호젓한 바닷가를 담은 영상과 파도소리, 잔잔한 음악은 작품의 메시지와 어울려 마음에 두터운 온기를 전했다. 삶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담은 이 연극은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5.01.20 / 조회 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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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모드> 강하늘, 소년 해롤드를 만나다
보기 드물게 진중한 청년인 줄은 진즉 알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 당시 배우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치며 아직은 배우라 불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던, ‘순진’과 ‘순수’의 차이를 한참이나 역설하며 끝까지 순수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강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2년 반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강하늘에게서는 그때보다 더 두터운 깊이가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하다. 그 사이 다른 장르로 발을 넓힌 그는 연이은 영화 촬영에 이어 드라마 출연까지, 누구보다 많은 변화와 성장을 거쳤으니 말이다. 이제 뮤지컬 배우가 아닌 드라마·영화 배우로 대중들에게 친숙해진 강하늘은 훌쩍 커진 인기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과연 무엇이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을까.Q 뮤지컬은 여러 번 출연했지만 연극은 처음인데 어떤가. 사실 연극과 뮤지컬은 같은 장르로 봐야 한다. 물론 넘버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대에서의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연극과 뮤지컬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관객들에게 보여지면서 내가 표현해야 할 것들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호흡들은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와 무대 사이에 있는데,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무대 연기는 오버스럽다, 오글거린다고. 나는 그런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다. 연기라는 것은 매체와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똑같은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한 인물을 표현해내는 것이고,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연기자의 역할이니까. 물론 어느 정도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연기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Q 의 해롤드는 매일 죽음을 상상하는 소년이다. 해롤드처럼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되게 많이 하면서 산다. 사람들은 나를 되게 긍정적인 아이로 보고, 웃음도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예전에 이준익 감독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제일 많이 아파 본 사람이 제일 환하게 웃을 수 있다’고. 내가 제일 아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을 수 있는 웃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 마음의 슬픔도 커지는 것 같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연기에 대한 고민이다. 연기라는 것은 정말 하면 할수록 너무 힘든 것 같다. 제일 힘든 것은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것을 표현하되 관객들이 마치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한테는 정말 큰 부담이고,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진짜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힘들 때가 많다. Q 해롤드가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가. 해롤드처럼 소통의 부재에 대한 괴로움을 느껴본 적은 없다. 외로움도 그만큼 크지는 않았고. 하지만 해롤드만큼은 아니라도 내가 나름대로 느끼고 있는 외로움도 있고, 소통의 부재로 인해 혼자서만 안고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기는 하다. 아마 해롤드가 안고 있는 외로움은 나 외에도 이 공연을 보는 모든 분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해롤드에게서 찾은 것은 이 아이의 순수함이다. 어쩌면 순수하기 때문에 죽음을 동경할 수 있고, 순수하기 때문에 외로울 수도 있는 것 같다. ‘순진’과 ‘순수’는 다른 것인데, 이 아이는 순수하고 자기만의 줏대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동화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또 배우기도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순수를 지키고 싶고, 변질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 Q 극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꼽는다면. 해롤드의 대사 중에 ‘죽이는 칼이지’라는 말이 있다. 이 대사 자체가 흥미로운 게 아니라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인상 깊었다. ‘이건 날 죽일 수 있는 칼이지’라는 뜻인데, 그걸 남에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용기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대사를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좀 묘하다. Q 모드는 해롤드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무척 매력적인 할머니이기도 한데, 모드의 대사 중에서는 어떤 말이 와 닿았나. 모드의 대사 중에서 가장 공감됐던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주인이 어디 있어. 잠시 들렀다 가는 것들인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마음에 되게 와 닿았다.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 소유욕이라는 게 굉장히 큰 것 같다. 참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인데, 아마 법정 스님의 라는 책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이 세상은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인데 그렇게 욕심부리고 소유하려 하지 말자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 말이 와 닿았다. Q 이후 해롤드는 어떻게 살았을까. 모드처럼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해롤드는 자기만의 벽을 굉장히 높게 쌓고 그 안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다. 자기만의 우물을 파고 있는 거다. 그러지 말고 우물 밖에 나가서 다른 곳에 또 좋은 수원지가 있나 찾아보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Q 대선배인 박정자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선생님께서는 극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나는 공연을 할 때 아직까지 나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 작품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을 갖고 계시더라. 그래서 ‘아, 이래서 박정자 선생님이구나’하면서 그런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 Q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들을 겪었다. 그 중 자신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한동안 영화 촬영을 계속 했다. 2월과 2월 말에 하나씩 개봉되고, 3월에 또 하나가 개봉된다. 한동안은 영화만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촬영을 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연극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게 된 곳이 여기다. 방송매체만 해온 지난 날들이 나를 다시 흔들었다. 연극으로 돌아오도록. 영화만 하다 보니 다시 무대 위에서 숨쉬고 싶고 다시 배우고 싶어지더라. Q 은 어떤 경험이었나. 행복했다. 그런데 무작정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다른 고민들을 너무 많이 안겨줬다. 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시는데, 사람이 달콤한 것에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나. 그래서 항상 고민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면 안 되는데, 싶어서 더 긴장하게 되고 더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것들이 나를 마냥 편하게 지낼 수만 없게 한다. 은 그런 어려움과 또 다른 숙제들을 안겨줬다. Q 방목형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완벽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방목에서 나온 거다. 부모님이 방목을 하면 할수록 내가 내 자신을 돌봐야 하지 않나.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내가 더 나를 돌이켜 봐야 하고. 그래서 더 완벽주의가 생긴 것 같다.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방목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나처럼 자신에게 엄격해지거나. 일찍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에게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Q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연습실에서 슬리퍼나 재떨이가 날아오기도 했다고. 당시의 강하늘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더 혼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때 혼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때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책상 다 엎어버리고 ‘나 못하겠어!’하고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정말 참고 참았다. 근데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참는 게 맞는 것 같다. 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이 혼나봐야 한다. 그 때 그렇게 혼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성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Q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황정민이 자신의 소속사로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황정민이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한 것 같나. 그건 모르겠다. 아마 혼내기 쉽게 생겨서?(웃음). 정민 선배한테 고마운 것은 연극과 뮤지컬을 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당시 많은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미팅을 했지만, 모두 연극과 뮤지컬은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공연을 계속하게 해줬고, 그래서 함께 하게 된 거다. Q “바쁠수록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는 말을 했다. 스스로를 비우는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 방법만 쓴다면 그건 사람이 멈춰 있고 고여 있다는 뜻이니까. 나도 성장을 하고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가니까 비우는 방법도 계속 변한다.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하는 것 같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여행을 가고, 노래를 하고 싶으면 노래를 하고. 그 순간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나를 비워내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인 것 같다. Q 예전에도 ‘순수’와 ‘순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변질되지 않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최후까지 잃고 싶지 않은 것 하나를 꼽는다면. 내 연기관. 항상 생각하는 좌우명이 세 가지 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 ‘배우고 배우고 배우면 그 때 배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좀 민망하지만(웃음) ‘두 배 유명해지면 여섯 배 겸손해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좌우명이 내가 갖고 있는 연기관이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뼈대와도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잃고 싶지 않다. Q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확고해진 계기가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많은 분들을 보면서 ‘난 저러면 안 되겠다’ 하는 것을 배웠다. ‘저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나중에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갖고 가야 할 것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해보니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겸손이더라. Q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큰데,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을 것 같다. 아직도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꿈이 있다. 어릴 때 꿈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빠’였다(웃음). 다큐멘터리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고, 요즘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나 연극을 볼 때는 울지 않는데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울게 되더라. 이제는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한 지루함이 생겨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물론 다큐멘터리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아무리 편집을 잘 해도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가는 것 같고 되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Q 혹시 일기를 쓰나. 일기는 아니고 시를 쓴다. 자기 전에 한 편씩 쓰고 잔다. 시 노트가 따로 있다. Q 워낙 말을 잘 해서,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든 무엇으로든 꾸준히 정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평소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자기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잘 쌓여있고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내공’이 아닐까. 얼마나 깊이까지 쌓여있는 지가 말이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깊이 내려가려고 하는 중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1.12 / 조회 19,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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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할머니의 꿈같은 입맞춤, 강하늘&박정자의 <해롤드&모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나의 해롤드,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는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 어느새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조용히 입을 맞춘다. “라이트 아웃-” 양정웅 연출의 말에 배우들은 꿈에서 깬 듯 천천히 일어나 눈물을 닦고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오는 1월 공연을 앞둔 연극 의 연습현장이다. 개막을 10일 앞두고 런쓰루에 돌입한 배우들은 이미 작품 속에 푹 빠져든 듯 보였다. 연극 는 죽음을 꿈꾸던 19살 소년 해롤드가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으며, 그간 이종혁·김영민 등이 해롤드 역을 맡아 박정자와 호흡을 맞춰왔다. 2년 만에 라는 제목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오는 이번 공연에서는 최근 드라마 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강하늘이 해롤드 역을 맡았다. “사람은 다 혼자에요. 그리고 혼자 죽어요. 자기만의 껍질 속에서.” 강하늘이 맡은 해롤드는 세속적인 가치에 물든 어른들에게 회의를 느끼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어머니는 물론 의사와 신부조차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소년의 엉뚱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몰이해에 갑갑함을 느낀 소년은 죽음을 꿈꾼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 달라. 이 꽃들처럼.” 해롤드가 남의 장례식을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80세 할머니 모드는 유일하게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인물이다. 그녀 자신이 여전히 바래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과 근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매일 새로운 만남과 감동을 찾아 나서는 그녀를 보며 해롤드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플레이디비가 연습실을 방문한 날은 지난 달 31일. 들뜬 연말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배우들은 차분히 극에 몰입해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초연부터 수십 수백 번 모드를 연기해온 박정자는 물론, 등 세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하늘도 바쁜 스케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연히 극 속으로 녹아 들어 있었다. 데뷔 52년을 맞은 대배우 박정자와 올해의 유망주 강하늘이 본 무대에서 보여줄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해롤드의 어머니 역의 우현주와 신부 역의 홍원기, 1인 3역을 맡은 이화정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공연은 오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02 / 조회 1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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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의 첫 연극 도전, <해롤드 & 모드> 포스터 촬영 현장
총과 가솔린 통, 굵은 밧줄과 한 쪽에는 나무 한 그루와 삽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범상치 않은 소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이곳은 내년 1월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의 포스터와 프로필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 는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라이징 스타로 불리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강하늘의 첫 연극 도전작이다. 이 작품은 유쾌한 80세 할머니 모드와 엉뚱한 19살 청년 해롤드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콜 히긴스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하며 그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 2004년, 2006년, 2012년에 공연되었고, 2008년에는 뮤지컬로도 무대에 올랐다. 모드 역의 박정자는 “바다는 아는데, (강)하늘이는 이번에 처음 본다.”며 유쾌하게 농담을 던진다. 시종일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촬영 현장에서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극 중 모든 것에 심드렁한 해롤드는 장례식장에서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모드를 만난다. 사랑에 빠진 해롤드와 모드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날 촬영은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한 무공해의 매력을 지닌 모드와 자극적인 것을 찾아 다니는 해롤드의 캐릭터에 맞게 각종 소품을 활용하며 유쾌하게 진행됐다. 특유의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촬영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던 강하늘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촬영에 임했다. 촬영을 마치고 하늘 같은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는 알콩달콩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강하늘은 요즘 드라마 촬영과 영화 후반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초에 개봉할 영화만 해도 3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박정자는 최근 연극 을 마쳤고 곧 개막하는 연습과 이천과 부산 등지에서 열린 낭독 연극까지… 아이돌 스케줄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은 모드의 연극이라기 보다는 해롤드의 연극이다. 모드의 죽음을 통해 해롤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숙해 가는지가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까마득한 후배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며 “무대에 오를 때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이 배우 인생에서 네게 많은 도움을 줄 거다.”라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포스터 촬영 이후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는 는 오는 27일부터 온라인에서 티켓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2015년 1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하늘 미니 인터뷰 "무대에 서는 것이 꼭 목욕하러 가는 기분"Q 2년 만에 연극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소감은?처음 드라마를 시작하게 되면서 ‘무대는 잊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바빠지면서 공연을 못했던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없었기 때문에 더 빨리 공연에 못 돌아온 것도 있다.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라는 욕심은 많은데 그 욕심 때문에 아무 작품이나 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좋은 작품 만나기를 계속 기다렸는데 그래서 이번 를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쌓이고 몸과 마음이 삐걱거릴 때가 많은데,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 꼭 목욕하러 가는 기분이다. 공연이 어떻게 올라갈 지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Q 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정자 선생님 때문이다. 선생님이 상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계속해서 이 공연을 해오신 이유가 있을 텐데 함께 작업하면서 그 이유를 알아가고 싶다. Q 요즘 화제의 드라마 에 장백기 역으로 출연 중이다.사실 은 영화 스케줄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감독님이 장백기 역을 계속 추천해주셔서 어렵게 합류하게 됐다. 에는 공연계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촬영 틈틈이 연극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그래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난다. 원작과는 다르게 조금씩 비틀긴 했지만 장백기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서 스펙을 쌓고 회사에 입사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직장인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대한민국을 정말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됐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25 / 조회 1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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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다시 잃지 않으리 내 사람, 연극 ‘이제는 애처가’
“몰랐네… 나를 이렇게 사랑했는지” 라는 한 문장으로도 곁에 있는 그 사람이 떠오른다. 열정적이었던 사랑, 시간이 흘러 무덤덤해지고 그는 일상이 돼버렸다. 항상 곁에 있어 얼마나 소중한지,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일인지 잊고 살아간다. 그렇게 잃은 사랑은 가슴을 파고든다. ‘이제는 애처가’라는 제목은 그렇게 잃었던 사랑을 다시 찾아감을 의미한다. 낱장으로 붙어있는 스냅사진들은 추억들을 하나하나 아로새긴다. 각 커플들은 모두 다른 모양의, 색깔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후회를 하며 사랑을 다시 찾아갈까. 결혼이라는 틀의 무게가 짓누르는 사랑의 이야기는 부부들, 그리고 연인들에게 어떻게 다가설까. 연극 ‘이제는 애처가’는? 이 작품은 ‘워터보이즈’, ‘뷰티풀 선데이’로 잘 알려진 일본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의 희곡 ‘좋은 남편’을 번역한 작품이다. ‘나카타니 미키’는 일상적인 소재에서 웃음과 따뜻함을 그려내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 ‘이제는 애처가’는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연출 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먼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출가 이기도는 연극 ‘뿌리 깊은 나무’, ‘한중록’, ‘파행’ 등 묵직한 작품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적 상상력에 기반해 일상적 대화에서 묻어나오는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오히려 결혼이라는 틀 속에 갇혀 서로에게 지쳐버린 한 부부의 이야기를 잔잔한 감동으로 보여준다.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한 걸 몰랐기에 잃어버렸던 안타까운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잃지 않도록 모든 부부와 연인들에게 바치는 힐링 연극이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탄탄한 실력으로 관객을 만나 왔던 배우들의 합류로 눈길을 끈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쁜 활동 중인 김응수가 ‘게이’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이명호, 배성우, 이지하, 진경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연극 ‘이제는 애처가’는 3월 20일부터 4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무대에 오른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08 / 조회 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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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인간 존재의 고독, 연극 ‘됴화만발’의 무사 ‘케이’
연극 ‘됴화만발’의 ‘케이’는 이 천 년이라는 세월을 짊어지고 살아온 고독한 남자다. 그는 강인한 어깨와 흙투성이의 험상궂은 얼굴,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서늘한 그늘 아래 오로지 혼자다. ‘케이’는 혼자가 아니기 위해 혹은 혼자이기 위해 끊임없이 죽이고 죽이는 삶을 산다. 사랑에 빠진 모습, 싸우는 모습, 불안한 모습에서조차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무사 ‘케이’는 어떤 인물일까. 칼날 같은 외로움, 무사 ‘케이’ ‘칼’은 양날을 번뜩거리며 차갑게 빛나고 있다. 누군가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냉정함과 누군가를 위해 단단해지고 달궈지는 뜨거움을 동시에 지닌 채 말이다. 연극 ‘됴화만발’ 속의 ‘케이’는 칼날 같은 인간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지만, 사랑하는 여자 ‘단이’를 자신의 것으로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케이’는 외롭다. 사랑하는 이가 있어도, 자신의 곁을 말없이 지키는 이가 있어도 외롭다. 연극 ‘됴화만발’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담은 연극이다. 극작가이자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무사 ‘케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본질적 외로움을 담아냈다. 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검객, 괴담, 설화, SF’ 등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이용해 스타일리시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무사 ‘케이’의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김으로써 더욱 확장된다. ‘케이’는 두려움과 공포따위는 없는 강렬한 여자 ‘단이’에게 매료된다. ‘케이’는 ‘단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산에서 큰 도시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그녀가 원하는 사람의 머리를 구해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는 행복하지 않다. ‘단이’를 통해 가득 채워졌던 가슴은 세월을 따라 사라졌다. 오히려 불안함과 알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았다. 그는 ‘단이’와 함께 복숭아 숲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는 결국 혼자 남는다. 축복이 되어야 할 영생의 삶은 그에게 영겁의 외로움을 주었다. ‘케이’는 그간 겪어온 고통과 고뇌와 외로움을 다시 마주쳐야 한다. 또 다른 ‘단이’를 기다리면서, 외롭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다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지만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하지만 ‘케이’는 죽을 수 없다. 그는 영원히 그렇게 칼날 같은 세월을 끌어안고 온몸을 베이며 끝없이 살아야만 한다. 고독과 순수의 경계에 그가 있다, 무사 ‘케이’를 맡은 배우 박해수 배우 박해수는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8년 한국 창작뮤지컬 ‘사춘기’에서 고교생을 연기했다. 1년 뒤인 2009년에는 연극 ‘39계단’에서는 서른일곱 독신남을 연기했다. 그는 나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최근 공연계의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극 ‘됴화만발’에서 ‘박해수’는 순수하면서도 잔혹한 무사 ‘케이’를 맡았다. 그는 이천 년이 넘는 세월을 넘나드는 ‘케이’ 역을 감각적인 해석으로 담아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파워풀한 액션과 격렬한 연기를 펼치며 여성 관객뿐 아니라 남성관객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 연극 ‘됴화만발’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19 / 조회 1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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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진하다" 박해수
열 일곱 고등학생부터 50대 독립운동가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른의 고개를 갓 넘긴 한 남자배우가 비춰낸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게 번지고 있다. 가늘고 여리고 섬세한 것이 더 이상 여배우만의 수식어가 아닌 지금, 개성이 탈락된 꽃미남과는 구별되는 굵고 진한 향기를 무대 위에 깊게 심어가는 이 사람. 박해수에게 빼앗긴 시선을 거두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안 된다, 그냥 그 안에 들어가라 검객 케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정신을 놓는, 대적할 이 없는 무사. 수 많은 사람들의 피가 그의 손을 적시나, 까닭 없이 허망한 그의 가슴을 적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천 년을 그렇게 살아온 의 무사 케이를 박해수는 “그 무엇도 모르나,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외로움, 고독함, 스스로는 그런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냥 행복하게 살려는, 어쩌면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다가오는 대로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요. 그런 과정에서 죽음이라는 걸 깨닫지만 아예 기본 바탕이 아무것도 없는, 본능으로 살아가는 인간이죠. 처음에는 극의 흐름과 역할을 어떻게 접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그런데 연출님이 그런 건 논리로 되는 게 아니니까 감각으로 집중해라, 하셨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특이하고 순수하며 공상만화 같기도 한, 더욱이 남자 배우로서 검객 이야기가 탐이 나 두 손 맞잡은 작품.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이 사내를 만나고 나서 박해수는 부쩍 수척해졌다. 건장한 사내들이 상의 탈의로 무대를 휘젓는 까닭에 연습기간 중 배우들의 몸 만들기가 유독 가열찼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나, 그건 멋진 근육을 빚어내는 것 보다 2시간의 ‘됴화만발’ 한 무대를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의미가 더더욱 큰 것이었다. “런(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을 진행하는 것)을 굉장히 일찍부터 시작했어요. 너무 달리다 보니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죠. 아스피린을 먹으면 푹 잘 수 있다는 말에 한 알을 먹었는데 다음 날 눈이 너무 부어서 마시멜로우가 되고.(웃음) 연출님이 ‘내가 널 쉬게 해야 하는데, 아스피린이 알고서 쉬게 만들어 주는구나’ 하고 문자를 보내셨어요. 그날 집에서 제대로 대본을 정독했는데 그 때 많은 걸 깨달았어요.” 고전적 스타일, 그만의 매력 조광화 연출의 주인공 무사 케이를 비롯, 전작인 서재형 연출의 에서 오이디푸스 역까지 올해 박해수는 고뇌와 번민에 쌓여 묵직한 인생의 무게를 감내해 나가야만 하는 인물을 투영해 내었다. 파고드는 작품을 좋아하는 성향과 그런 성향과 잘 맞는 그의 이미지, 모두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고전을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클래식한 작품이요. 앞으로 그런 식의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좀 많이 깊이 파고드는. 어린 나이에 그런 걸 많이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요. 연출님들도 제 외모가 고전적인 스타일이라서 제 나이 때 배우들 중에서도 운이 좋고 감사한 거라고 말씀해 주시고요.” 와 중2008년 뮤지컬 에서 시니컬 한 고등학생 영민 역으로 설 때에도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을 또래의 배우들보다 강렬한 무게감으로 소화, 관객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가 첫 발이었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죠. 그때 함께 했던 (임)철수나 (전)미도, 그 외 많은 친구들이 그 때부터 같이 고생하면서 함께 했던 친구들이에요. 욕심 없이 단지 그 작품을 위해서 뛰어들었고, 노력하니까 좋았고, 그런데 너무 잘 됐고. 고향 같은 작품이라 제일 생각이 많이 나요.” 연극 에서 이석준과 함께 다니엘 헤니 역을 맡아 쉼 없이 움직였던 경험도 빼 놓을 수 없다. “운이 좋게 절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정말 신인이었고, 학교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윤호진 선생님께서 저의 학교 때 모습만 보시고 밀어붙이셨죠. 그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학교) 밖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성숙해져야겠다,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걸요. 이석준 선배님은 정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했고. 그 후에 까지 절 끌어주셨는데, 본인 공연일까지 정기적으로 빼서 절 무대에 세워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분이에요.” 뮤지컬 에서는 실제보다 너무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역을 맡아 선배 배우들에게 존대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 분에 대한 책을 엄청나게 읽으면서 스스로 더 깊어져야겠구나 생각했다”는 그는 오히려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지만 젊은 배역을 맡은 지금이 편하다”는 고백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쓰러져보고 싶어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시절, ‘학교일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연극만 죽자 사자 하는 언더그라운드 동아리’ RDP에서 1년 동안 열 작품, 연극만 스무 편을 공연하며 다작과 다량의 대사 습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신 없이 나아갔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넘치는, 젊은, 학생 시절의 박해수이다. “만 세 번을 공연했어요. 짧게 줄여서 한 번, 배역 바꿔가며 또 한번, 있는 전체대로 또 한 번. 대학로에서 공연한 나 도 다 그 때 연습하고 공연했던 거에요. 등 연극 뮤지컬, 안 가리고 했던 것 같아요.” 고교시절, 선배였던 이수영의 동아리 소개에 홀딱 빠져 연극부에 들어갔다지만, 그 전에도 영화 비트의 대사를 다 외워 친구와 주고 받으며 놀았던, 중학생 시절 예고 진학을 꿈꾸기도 하는 등 배우는 그에게 오래되고도 간절한 꿈이었다. “중학생 때도 뮤지컬, 연극,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예고에 가고 싶었는데 그런 건 다 접었었죠. 당시엔 무대 맛을 잘 몰랐었고, 화려한 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배우가 그저 멋있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던 것 고등학교 연극반 공연 때였어요. 굉장히 허름한 시사실에서 했는데, 너무 감격해서 공연 끝나고 커튼콜 때 무릎 꿇고 펑펑 울었죠.” 자신에게 준 배우의 이름이 훗날 다른 이들의 심적 치유나 선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는, 지금은 조금 더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작품을 만나 더욱 단단하게 여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깊이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좀 많이 힘든 작품,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많이 쓰러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렇게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걸어서,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후에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어요.” 최근 부쩍 늘어난 인터뷰 요청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그는 많은 관심과 팬들의 사랑이 불안하기도 하단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자신도 모르는 이 때, 팬 들의 바람과 다른 선택을 할 때 그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또 많은 관심들로 인하여 스스로의 욕심이 다른 곳으로 엇나갈까 봐 걱정이라는 그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라지만 그 누구보다 꽉 찬 배우의 일면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9.13 / 조회 2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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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됴화만발’, 칼날처럼 고독한 무사 ‘케이’의 일대기
연극 ‘됴화만발’은 진시황 시기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시간의 격차가 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극작과 연출에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온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는 창작 연극인 만큼 관객의 기대도 크다. 이번 공연에서 조광화는 기존의 작품에서 드러내 왔던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란 주제를 검객, 괴담, 설화 등 독특한 요소로 풀어낸다. 스타일리시한 장면 연출과 세련된 음악, 안무, 무대로 찾아온 새로운 연극 ‘됴화만발’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 진시황 시절의 의원은 영생불사의 약을 찾는다는 이유로 동남동녀 삼 천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을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케이’는 의원을 지키는 무사다. 의원은 아끼던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동이의 몸을 케이에게 이식한다. 케이는 이로서 영생을 얻게 된다. ▲ 케이는 복숭아나무 숲에 혼자 살면서 산적 질을 한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복이’를 아내로 삼는다. 이후로 케이는 지나가는 남자 행인을 무자비하게 죽여 짐을 빼앗고 여자들은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 ▲ 케이는 ‘단이’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케이는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단이는 아름답지만 잔혹한 여자다. ‘단이’는 케이에게 사람들을 죽여 머리를 잘라오게 한다. ▲ 단이를 사랑하지만 오랜 살생에 지친 케이는 우연히 마주친 이들의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을 보고서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에 휩싸인다. 무사의 눈물을 통해 케이는 위안을 얻고 복숭아나무 숲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복이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 케이는 단이를 설득해 복숭아나무 숲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단이는 복숭아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마귀처럼 변해 그를 해하려 한다. 케이는 단이를 구해보려 하는데….검객괴담 연극 ‘됴화만발’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8 / 조회 1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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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움직임, <됴화만발>
다이내믹한 액션, 스타일리시한 무대를 선보이는 연극 이 지난 9월 6일 첫 무대를 시작했다. 거대한 상여로 바뀐 무대, 온몸에 흙칠을 한 검객들의 결투장면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긴장감을 떠오르게 하는 정교한 움직임 등 ‘이미지’로 무장한 장면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야수 같은 고독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검객 케이로 변신한 박해수, 액션의 묘미를 더해주는 음악, 안무가 의 특색을 더해준다. 작가와 연출을 넘나드는 조광화 연출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연극 은 일본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1947년 단편 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2003년 첫 구상을 시작한 이후 8년 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작품이다. ‘만화가게 아들 출신’ 조광화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특유의 도발적 상상력을 발휘, ‘검객, SF, 무협, 만화, 괴담, 설화’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은 진시황이 영생불사의 약을 얻기 위해 삼천의 동남동녀를 동쪽으로 보냈던 까마득한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아우르며 죽은 자들의 지하 세계 등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초월적 공간을 ‘흙’을 핵심적인 컨셉트로 사용해 설명한다. 여긴 어디, 난 누구?진시황 시절, 영생불사 약을 찾는 의원"동이야, 내가 너를 살려주마"나는 케이의 첫 번째 부인!근육만발!나는 고수다, 눈빛을 읽을 수 없는 고수!또 죽였네!매혹적인 단이~ 단이를 위해서!우리집에 가서 같이 살자!내 부인들을 소개합니다!우리 이제 셋이 사는거야~단이의 하녀가 된 소녀~복숭아나무를 보면 기분이 이상해~단이야!고독의 끝, 그 곳에는?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명품액션을 만날 수 있는 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1.09.07 / 조회 1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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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됴화만발’, 프레스 시사회 현장스케치
연극 ‘됴화만발’이 9월 5일 월요일 오후 8시 프레스 시사회를 열었다. 이번 프레스 시사회에서는 연극 ‘됴화만발’의 전막을 공개했다. 이번 시사회는 본 공연에 앞서 관객과 각종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극 ‘됴화만발’은 남산예술센터의 2011 하반기 시즌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편제’ 등으로 알려진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은 창작 연극이다. 조광화 연출은 파격적인 무대 스타일과 스타일리시한 안무와 음악으로 무대를 꾸민다. 연극 ‘됴화만발’은 일본 작가 ‘시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조광화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존재의 외로움’이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에 옮긴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을, 안무가 심새인은 스타일리시한 검객의 몸동작을 구현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6 / 조회 1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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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됴화만발한 연습실에서, 조광화 연출&배우들과의 만남
짧게 자른 머리카락, 매서운 눈빛, 온 몸에 진흙을 바른 강렬한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긴 칼 옆에 차고 영겁의 외로움을 자욱하게 서려놓는 이곳은 연극 연습실. 개막을 11일 앞둔 지난 8월 26일 연습실에는 본무대에 대한 호기심과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궁금함이 팽팽하게 맞닿아 있다. 10년 만에 창작연극무대를 준비하는 조광화 연출이 그 사이에 등장했다. 복숭아 꽃이 만발한 그곳에 무슨 일이? “의상도 오늘 처음 입어보고, 분장도 몇 명만 했지만, 잘 보시고 나서 솔직한 평 부탁드립니다.” 1947년 발표된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와 프랑켄슈타인 모티브로 창작된 은 검객괴담을 부제로, 무협, 만화, 괴담, 설화 등이 복합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 주인공 검객 케이의 박해수를 비롯, 진흙에 굴러 생과 사를 떠도는 듯한 무리의 거친 사내들이 관객들의 코 앞에 들이 닥친다. 빈틈 없는 적막, 그 장면들을 미리 공개한다. 약 2시간의 쉼 없는 질주 후 모인 자리. 쓰고 연출한 조광화와 케이 역의 박해수, 의원 역의 홍원기, 안무가 심새인을 포함, 배우와 스텝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관객들의 질문은 쉬이 끝날 줄 몰랐다. 조광화 연출의 설명이 더해진다. Q. 이번 작품의 컨셉이 무엇인가요? 만화 ‘다세포소녀’에 보면 가난, 고통, 그런 것들을 힘겹게 짊어지고 다니잖아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쌓아왔던 걸 갖고 사는 거죠, 힘겹게. 이 작품의 케이도 무사로서 본능적으로 칼이 자신에게로 들어오면 그 상대를 죽이는데, 그게 너무나 권태로운 겁니다. 생사가 갈리는 대결들 속에서도 그게 반복되는 권태로운 삶, 외로움, 이런 느낌이 들도록 표현이 되어야 하는데 아닌가요? (웃음) Q. 삶에 대한 비관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부터 생각했던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겁지만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대중적인 장르를 활용해 보자, 하는 것이었어요. 외로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겁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만화를 보면 멋있는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예쁜 여자가 등장하면 앙탈 부리는 표정으로 다리가 수십 개 그려져 있잖아요. 그런 표현들에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현대는 쇼 적인 것에 익숙해져서 너무 무겁기만 하면 관객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아 은근한 유머를 지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끝 부분에서는 끊임없는 허망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킬링 타임 용 쇼는 볼 때는 즐겁지만 극장에서 나올 때 다소 허망한 반면, 희랍극의 비극적 영웅을 묘사할 때 생의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그런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복숭아 꽃의 의미는? 원작 소설에서는 ‘벚꽃’이에요. 벚꽃은 확 폈다 확 사라지고, 생과 사가 분명하지요. 소설의 출발점인 설화가 시체들을 먹고 자라는 나무가 바탕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벚꽃의 정서보다는 무릉도원, 영생을 얻는 복숭아의 이미지가 더욱 친숙하죠. 복숭아가 섹시함, 생명력, 동시에 영원한 삶의 의미를 갖고 있는 동시에, 다른 꽃이 피기 전에 먼저 확 피었다가 지는 건 벚꽃과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안무가 인상적이에요. 배우들도 멋있고요.(웃음) 무술 감독님을 모실까 하다가, 액션이 들어가면 부상 위험도 크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스타일리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춤이라고 생각하고 안무가를 섭외했죠. 심새인 안무가는 때 솔로로 춤을 추기도 했던 배우입니다. 배우들이 몸만들기에 열심이에요.(웃음) 한 배우가 헬스 트레이너이기도 한데 가수들 트레이닝도 하고 있어요. Q. 케이 몸에 그려진 문신의 의미가 궁금해요. 경혈도를 그려 넣을 예정인데 아직 다 못 그렸어요.(웃음) 작품 중에 등장하는 종이 인형에도 경혈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의원에게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될 수 있겠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쓰려고 하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르겠지만, 이 그 전초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9.01 / 조회 16,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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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를 건 남자의 사투,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우어파우스트’
인간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연극 두 편이 공연된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연출가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은 창작연극이다. 검객들의 섬세한 몸짓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깊이 있는 연기, 인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독일 연출가 ‘다비드 뵈쉬’가 참여한 초연 작품이다. 고독한 한 인간의 고뇌를 중견 연기파 배우들이 깊이 있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가오는 가을,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공연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 무사 케이,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말하다9월 6일부터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이 시대 가장 도발적인 작가로 꼽히는 조광화의 신작이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작업에 집중해 있던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는 창작연극이다. 작품은 주인공 케이와 많은 검객을 등장시킨다. 중국 진시황 시절의 의원 하나가 약을 찾는다는 핑계로 동남동녀 3,000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은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의원은 그 중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무사 케이에서 동이의 시신조각을 합성하라고 한다. 그 일로 케이는 영생을 얻는다. 복숭아 숲에서 산적으로 살아가던 케이는 단이를 만나 매료되고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산 생활에 무료해진 단이는 케이를 설득해 도시로 가서 사람들의 죽여 머리를 자르게 한다. 세월이 흘러 현대까지 생명을 이어온 케이는 살인을 반복하다 문득 복숭아 숲이 그리워진다. 케이는 다시 단이를 설득해 복숭아 숲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새롭고 파격적인 무대, 스타일리시한 안무와 음악으로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조광화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검객, 무협, 만화, 괴담, 설화 등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에 펼쳐낸다. 음악감독 원미솔은 해금의 선율을 살려 테마음악을 만들었고, 안무가 심새인이 검객의 움직임과 동작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은 조광화 연출이 작품마다 담아내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잘 나타난다. 그가 만들어 낸 무사 케이는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구상을 시작한 이후 재창작됐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속의 고독한 무사 케이 역은 넓은 연기 폭을 선보인 박해수가 열연한다. 케이를 영생으로 이끄는 의원 역에는 홍원기가, 단이 역으로는 장희정이 함께한다. 소녀 역에는 황선화와 염혜주가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연극 ‘우어파우스트’- 악마에게 영혼을 판 한 남자의 절규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의 초고다. 소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품이다. 소설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천재적 감성이 빛나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 작용하는 연관관계보다 ‘학자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절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첸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이번 공연은 명동예술극장이 독일 문학의 정수로 불리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독일 연출가를 초청해 제작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의 50인의 연출자에게 ‘파우스트’의 연출을 의뢰했고, 몇몇의 연출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명동예술회관은 연출가들의 기존 작품 활동 등을 고려해 ‘다비드 뵈쉬’와의 작업을 최종 결정했다.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해외작품을 국내로 들여와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이 아니라 국내배우와 함께 만드는 초연작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연극 ‘우어파우스트’의 출연진도 화려하다.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좋은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정보석이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한다. 신에게 버림받은 악마 ‘메피스토’ 역에는 이남희가, 파우스트의 제자인 바그너 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규수가 출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19 / 조회 1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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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배우 남명렬, “연극은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일”
우연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아, 적어도 헛걸음을 한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해도 좋다. 또, 일부러 날짜를 꼽아가며 열심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오늘 만큼은 가볍지 않은, 작품의 밀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서 선 지 올해로 16년. 코믹하거나 혹은 잔잔하거나, 또는 강하거나 진한 모습으로 서 온 그이지만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연극 의 사드로 돌아올 연극 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다. 연극 가 벌써 올해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 100회 기념 공연을 올 초에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것까지 하면 , , 까지 벌써 다섯 작품이네요. 지난 번에는 좀 무리하긴 했죠. 끝나고 4일 후에 이 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도.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하게 되면 혹여 전 작품의 캐릭터나 공연하는 유형이 뒤에 하는 작품에 스며 나온다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대사만 달리하고 똑같이 한다고 너무 쉽게 비교할 수도 있죠. 또 둘 중 하나라도 완성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리하니까 작품 망치지”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고요. 다행히 둘 다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서 작품 끝내고 두 달 간 맘 편히 쉬었습니다. 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중반기에 서울시극단에서 해서 올 해 같은 작품이 두 번 공연되는 셈이네요. 한 10여 년 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마라와 사드만 나오는, 많이 각색된 2인극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무슨 이야기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있습니다. 작품 같이 하자는 제안은 올 초에 받았고, 아르코극장 기획공연으로 작년 말에 이미 공연이 결정되어 있었죠. 서울시극단에서 그 후에 작품이 결정 되었는데 여기 연출가에게 자기네들이 먼저 해도 되겠느냐 연락이 왔었대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이 어떻게 올려지는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일본 배우와 연출가가 만든 작품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두 작품을 교토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다 연습해서 그 친구들 공연 이틀 후부터 공연하는 식으로. 그런데 일본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것과 너무 다른거죠.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 패턴, 무대도요. 관객들도 저번에 저 공연을 봤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보고 비교해 본다던가. 물론 예술행위에서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원작 그대로를 풀어낼 예정인가요? 되도록 피터 바이스란 작가가 쓴 것을 다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유럽 배경이다 보니, 프랑스 대혁명이라든지, 상징적으로 압축된 유럽 역사의 이해랄까, 알아듣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좀 차지 한 것도 있지만요. 10여 전엔 힘들었지만, 지금 ‘아, 이런 이야기구나’하고 이해하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같은 작품도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이지만 개인의 일상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는 역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삶의 문제에서 좀 삭제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는 반드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고, 그 사이 불평등이 존재하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쟁, 과연 무엇이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기 철학에 대한 주장이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거대담론은 있지만 굉장히 실제하는 어떤 것을 쉽고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닐까, 합니다. 리얼리즘 작품은 작품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동화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죠. 관객들이 이 작품과 어떻게 호흡하길 원하십니까. 브레히트 이전까진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들에서처럼 철저한 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차피 무대 위에서 하는 건 연기다, 근데 왜 실제처럼 하느냐’라고 했고 관객이 극에 몰입될 만하면, 이것이 연극이라는걸 보여줬죠. 하지만 그렇게 딱 중간에 깨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완벽히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깰 이유가 없는 거죠. 이 작품도 상당 부분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무대 위의 상황이 진짜 우리네와 똑같아’가 아니라 ‘아, 저런 게 있을 수 있구나’하고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지금 상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몰입하다 중간에 탁! 깨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악이나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 광기 등을 많은 사용하려고 합니다. 맡으신 ‘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현재 사드 후작은 가학변태성욕인 사디즘에 대한 걸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죠. 그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힌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표피적인 부분만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기도 해요. 그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볼 때 왜 허울을 가지고 보느냐, 깊이 개인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사회를 바라볼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혁명과 싸움이 거듭되는데, 실제로 민중이 행복했던 경우가 있느냐, 없다는 거죠. 마라가 사회혁명을 이야기 했다면 사드는 개인의 혁명을 이야기 한 거에요. “너 자신을 분명히 바라 봐라”고요. 진지한 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 중에 좀 골치 아픈 작품들이 많았어요(웃음). 만 해도 연습하는 내내 핵물리학 공부시간이었죠. 이전에 했던 이런 작품들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지적일 것이다’라고(웃음)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런 작품 준비할 때 연출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많이 떠올리나 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게 저의 경쟁력 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적어도 일정 부분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 책으로도 몇 번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저를 통해 3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물론 모든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면, 그건 희열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척 코믹하고 평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아요. 그 당시에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해?”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요. 연극 비 전공자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3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셨습니다. 큰 계기가 없지 않고선 힘든 일 아닌가요? 밖에서는 제가 별 충격적인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여러가지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제 자신을 들여다 보면 사소한 일은 굉장히 신경 쓰고, 좀스럽고?(웃음) 그런 편인데 큰 일을 겪으면 오히려 우왕좌왕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하고 굉장히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약회사 영업부에 한 6년간 있었는데, 그 생활 자체가 좀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성상 목표액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이건 너무 싫어, 싫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보자, 했죠. 연말 보너스가 당시 250%였는데 그건 놓칠 수가 없어서(웃음) 12월 31일에 딱 그만 뒀어요.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 연극을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깨달은 거죠. 직장 생활하면서도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연극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있고 공연도 했거든요. 여럿이 함께 창단한 극단도 있고 하니 대전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우연히 서울 공연 단체가 같이 공연 해 보자고 해서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데뷔작이 이윤택 극본, 채윤일 연출의 이었는데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뭐가 뭔지 모르고 했던 터라 스스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연습 기간, 공연기간도 차이가 났고. 좀생이라는 고백은 의외인데요.(웃음) 옛날 보다는 덜해졌지만, 좀 ‘파르르’하는 성격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할 때 아버지가 “명렬아, 넌 그 파르르한 성격을 좀 죽이고 살렴” 그런 말씀까지 하셨죠(웃음). 지금은 참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그런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웃음). 앞에 해야 될 일을 그냥 놔두고 있질 못해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 놔야 하고, 집에서 대본이나 책을 볼 땐 주변을 정리해 놔야지, 너저분하게 있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아들이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 걸 좀 머리 아파해요(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것 보다 드라마 한 편의 여파가 크긴 크죠. 영화나 TV 등의 매체는 파이 자체가 크잖아요. 큰 파이에서 한 쪽만 떼어도 그 조각이 큰데, 연극은 파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전체를 다 먹어도 큰 조각 하나보다 작을 거에요. 단지 나는 어느 매체에서 할 때 내 자체의 활용도가 있느냐, 그 차이지요. 매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잖아요. 물론 매체에 적절한 변화된 연기는 해야겠죠. 요즘은 크로스오버가 많은 시대이고 오히려 대중 매체 스타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나 연극이 내 성장의 분명한 토양이 됐고, 어쨌든 연극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연극에 잔뼈가 굵다가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도 적어도 두 달은 연극에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동환 선배 같은 경우는 TV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해도 1년에 두 편 이상씩 연극을 하잖아요. 그런 것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16년, 배우 남명렬이 가진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요. ‘가늘고 길게 살자’(웃음). 때때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데 어느 날 보면 ‘어? 있네!’(웃음).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매년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한 것이 실망스럽지 않다고 매번 인식되는 삶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나이에 걸맞는 삶의 모습을 하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계량화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50대의 얼굴, 그것이 되고 싶은 거죠.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현재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사고, 책, 삶의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난 예술가니까. 김아라 연출이 어느 자리에서 “배우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돼,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봐줘야 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래요. 도덕적이면서도 반 도덕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감성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영감을 갖게 되고 다른 개인들에게 더 큰 영감과 삶의 활력,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거든요. 또 평소의 내 삶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자신의 평소 모습이 정말 다 드러나거든요. ‘나’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루기 때문에 재료가 구축해 내는 배역은 반드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선택했던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 좋은 선택이었다, 라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은 꿈이 언제나 있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 브라운 팩토리
2009.09.28 / 조회 1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