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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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손숙·오영수·정영숙 '3월의 눈'으로 무대에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내달 7일 명동예술극장 개막연극 ‘3월의 눈’에 출연하는 배우 오현경, 손숙, 정영숙, 오영수(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인 배우 오현경, 손숙, 오영수, 정영숙이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3월의 눈’으로 뭉친다. 국립극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3월의 눈’을 오는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3월의 눈’은 ‘한국 희곡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극작가 배삼식의 대본을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출한 작품이다. 손자를 위해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는 장오와 그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를 그린다.내릴 때는 찬란하지만 닿으면 금세 사라지는 ‘3월의 눈’과 같은 인생의 레퍼토리를 담고 있다. 손진책 연출은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라면서 “삶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해 처음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거쳐 올해는 명동예술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과 다시 만난다. 그동안 장민호, 백성희, 박혜진, 박근형, 변희봉, 신구 등 대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현경과 손숙, 오영수와 정영숙이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하성광, 김정은, 유병훈, 이종무, 박지아 등도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2만~5만원.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1.18 / 조회 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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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무엇인가…셰익스피어 문제작 ‘준대로 받은대로’
국립극단, 2017년 마지막 작품
8~2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 서
"몸살 앓은 현 대한민국 돌아봐"연극 ‘준대로 받은대로’의 연습 장면(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2017년 마지막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보인다.2016년 ‘겨울이야기’, ‘실수연발’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번 공연은 12월 8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준대로 받은대로’는 그동안 ‘자에는 자로’, ‘법에는 법으로’ 등의 제목으로 번역돼왔다. 이번 공연은 권력, 법, 자비, 성(性) 등 작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들을 풍부하게 담기 위해 제목을 바꿨다. 여행을 떠난 공작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앤젤로가 해묵은 법의 잣대로 엄격한 통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작품은 희극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도 부정을 저지르는 권력자의 추악한 일면을 비춰내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권력을 가진 자와 원하는 자, 저항하려는 자와 순응하려는 자가 각 시대마다 다른 가치로 해석돼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타락을 목격하며 법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세운 대한민국 사회에 ‘권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그동안 고전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찾아내는데 빼어난 오경택 연출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맞닿아 있는 메시지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오경택은 “자비, 용서, 정의 등 원작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더해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권력과 지위, 능력이 천차만별인 다양한 인물들은 국립극단 시즌 단원 11명을 포함한 배우들이 연기한다. 중심 회전축이 돌아가는 이중 회전 무대는 인물의 권력과 사회적 위치, 권력자들의 개인적인 잣대에 따라 기울기가 계속 달라지며, 기울어진 무대 때문에 ‘다수의 피지배계층’이 ‘소수의 지배층’을 따라잡을 수 없는 장면 등을 연출한다. 관람료는 2만~5만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04 / 조회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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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역사는 산 자(者)의 것…어떻게 살 것인가?
- 심사위원 리뷰
연극 '1945'
해방 직후 민초들의 흑역사
아이 눈으로 담담하게 풀어
따뜻한 무대·배우 열연 인상적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연기전공 교수] 배삼식 작가다. 한국 연극에서 그만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무거운 소재를 일상적인 군상의 이야기로 품격 있게 풀어내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연극적이고 흥미롭다는 것이며 더불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엄중함과 글맛의 쫀존함이 함께 있으니 그가 현재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중 한명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가 3년이라는 오랜 휴지기를 거쳐 내놓은 연극 ‘1945’(7월 5~30일 명동예술극장)는 공연 전부터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작품은 1945년 해방 직후 만주의 장춘 전재민구제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조국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는 여러 조선인 군상이 모여 있다. 힘없는 지식인, 전직 악덕포주, 사기꾼 등. 이들은 일제강점기 하에 생존을 위한 각자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방은 됐지만 민초들의 삶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조국행 기차를 타는 것이다. 이 탑승이 조국의 역사적 비극은 물론 개인의 상처도 모두 치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이곳에 주인공 명자와 미즈코가 숨어든다. 이들은 강제로 위안부 생활을 하다 해방과 함께 탈출해 조선행 기차를 타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의 주범인 일본인을 버젓이 조선행 기차에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민 끝에 명자는 미즈코를 벙어리 친동생으로 위장해 같이 기차를 타려하지만 이들의 거짓은 이내 탄로가 난다. 구제소의 모든 조선인이 명자를 비난한다. “그 일본 여자만 버리면 우리는 같이 기차를 탈 수 있어!” 중요한 선택의 기로. 그러나 명자는 눈물로 호소하는 대신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럽게 보는 너희들의 눈이 더러운 것”이라고. 이 지점에서 ‘1945’는 기존의 위안부를 다룬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배 작가는 비극적 역사 사건을 흑백논리나 애국 지향적 시각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의 위대함과 인간 삶의 지속’인 것이다. 살아야 한다. 살아야 역사를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산 자(者)의 것이기 때문이다. 극의 백미는 이 모든 무거운 이야기를 철이와 숙이, 곧 극에서 지식인의 자녀로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3인층 시점으로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배 작가의 ‘관조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라는 의도는 객석에서 충분히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류주연 연출의 무대는 따뜻했고 단순했다. 지형에 따라 높낮이를 이룬 무대 바닥과 천정 버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나무틀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3인층 시점을 위한 철이와 숙이의 객석 내 주공간 배치도 유용했다. 배우들의 살아있는 캐릭터는 무대에서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배우들이 어두운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물 군상을 매력있는 캐릭터로 잘 표현해냈다. 특히 한량 장수봉역의 배우 박윤희와 악덕포주였으나 아내이고 싶은 여자 박선녀 역의 배우 김정은의 연기는 인물의 독창성에서 비즈니스의 디테일까지 단연 돋보였다.극의 마지막, 꿈에 부풀어 고국에 도착한 조선인 무리의 삶이 기대와 달리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것을 연출자는 그들에게 하얀 가루를 뒤집어 씌움으로서 표현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자태로 예쁜 옷을 입고 앉아있는 명자와 미즈코.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보이는 것처럼 밝고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아프고 쓰라렸고 처연했다. 살아남은 것이 더 큰 죄인이 된 것처럼. 여전히 부끄러운 과거는 그들만의 잘못인 것처럼. 그리고 명자가 미즈코를 구해 삶의 동반자가 된 것처럼 한국은 동아시아의 번영을 위해 일본을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됐다.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1945’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8.03 / 조회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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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세계 3대 비극의 현대적 무대
국립극단이 연극 ‘메디아’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연극 ‘메디아’는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그리스 고전이다. 연극 ‘메디아’는 작가 에우리피데스의의 작품으로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린다. 작품은 주인공 메디아가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과 욕망이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이 고전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며 현대성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고 밝히며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메디아 역은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여배우들에게 도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고립되고 절망적인 심경의 여자를 과감하게 그릴 예정이다. 배우 남명렬은 메디아의 조력자격인 아이게우스 역을 맡았다. 배우 박완규는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으로 분하고, 손상규는 참혹한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 역을 열연한다. 배우 하동준은 이아손 역을 맡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메디아를 배신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무대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진태옥이 처음 연극 의상에 입문한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와 조명 디자이너 김창기는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메디아’는 믿었던 사랑에는 배신당하고 이방인으로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메디아가 복수심에 가득 차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국립극단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15 / 조회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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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혜영 "연기 거저 했더라, 메디아 일생일대 도전"
1년만에 국립극단 제작 '메디아'로 복귀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재해석
“낯선 신화 속 메디아 아니야”
패션계 진태옥 무대의상 첫 도전배우 이혜영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연극 ‘메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신화 속 메디아가 동시대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천만의 말씀. 전혀 낯설지 않아요. 정말 재미있고요. 낯선 신화 속 ‘메디아’가 아닙니다.” 배우 이혜영(54)이 ‘갈매기’ 이후 1년 만에 국립극단 제작 연극 ‘메디아’로 돌아온다. 오는 24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에서 타이틀롤을 맡는다. 2012년 ‘헤다 가블러’, 2016년 ‘갈매기’를 통해 연극배우로서 각인시킨 이혜영은 이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버린 한 여자의 절망적 심경을 풀어낼 방침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다. 13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혜영은 “인간이 살면서 누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면 배우로서 ‘메디아’란 역할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여자, 엄마, 인간, 배우로서 내 인생자체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다. 기쁘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뒀다.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주인공 ‘메디아’가 공주로서 살아온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 속 결국 파국을 맞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이혜영은 “무엇보다 연기를 이렇게 세련되게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본 것은 처음”이라며 연출을 맡은 헝가리의 배우 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대해 극찬했다. “알폴디는 놀라운 연기자이다. 그에게 한수 배웠다. 그동안 연기를 거저 해왔더라. 메디아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연기) 좋아질 것 같다.”복귀작으로 ‘메디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화로만 알고 있던 메디아 대본을 받고 도대체 이 끔직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작업하면서 그녀가 너무 이해되더라. 하나도 이해 안 되는 게 없었다. 사랑, 고통, 복수, 그녀의 모든 것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관객은 굉장히 열광하거나, 좋아할 것”이라고 웃었다.알폴디도 “이혜영은 머리를 잘 쓰는 배우다. 그에게서 용기를 얻는다”며 “메디아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면서 동시에 욕망과 열정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모우 안에 존재한다. 연출도 배우도 모두 아주 솔직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패션 1세대 진태옥이 이번 연극을 통해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한다. 진태옥은 “사실 작업참여를 결단하기까지 어려웠는데 연출이 멋있더라”며 농을 던지며 “이혜영 배우에 대해서도 항상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극, 사랑도 있고 다방면을 가진 좋아하는 캐릭터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태옥은 “런웨이나 연극과 동일한 부분이 있더라. 컬렉션할 때는 나를 표현하지만 연극에선 배우와 연출, 작품의 성격을 배치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많다. 메디아성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디아의 여성적인 부분은 검정 벨벳, 실크 망토로 표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미지는 붉은색 저지로 표현해 캐릭터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했다.이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디아’에서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하는 패션계 1세대 진태옥 의상 디자이너(왼쪽부터)와 연출을 맡은 로버트 알폴디를 비롯해 메디아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2.13 / 조회 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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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무대에서 태어나는 두 개의 이야기!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
국립극단이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시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는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작품이다. 플로리앙 젤레르는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다. 두 작품은 노령화, 치매, 빈 둥지 증후군 등 현대사회의 병인들을 다룬다. 연극 ‘아버지’에서 박근형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 역을 맡았다. 연극 ‘어머니’에서 윤소정은 빈 중지 증후근을 앓는 어머니 ‘안느’ 역에 캐스팅 됐다.국립극단의 2016년 기획주제는 ‘도전’이다. 국립극단은 다른 해에 발표 된 두 작품이 그 형식과 주제에 있어 닮은꼴인 점에 착안하여 두 작품을 하나의 무대에서 날마다 번갈아 공연한다. 주말에는 두 작품을 연이어 상연한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이 두 작품은 감상의 연극이 아닌 체험의 연극이다. 관객은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고령화 시대에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관람하여 극 중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는 고통, 외로움, 존재적 위기를 그들과 함께 체험함으로써 스스로의 미래를 정신적, 심리적으로 대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는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국립극단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30 / 조회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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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 두 개의 이야기…박근형 '아버지'·윤소정 '어머니'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 대표작
김윤철 예술감독 "두 작품 비교할 때 의미 더 강렬"
"배우 박근형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
윤소정 "행복할 거리 사라진 '안느' 간절함 와닿아"
7월 13~8월 14일 명동예술극장연극 ‘어머니’에서 안느 역을 맡은 배우 윤소정(왼쪽)과 ‘아버지’에서 앙드레 역으로 열연하는 박근형(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무대서 두 개의 서로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관객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선으로 현실과 인간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국립극단은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 ‘아버지’(2012)와 ‘어머니’(2010)를 동시에 선보인다. 평일에는 하루씩 번갈아서 공연하며 주말에는 한꺼번에 두 작품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이다. 젤레르는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희곡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성애와 모성애라는 측면에서 나란히 쓰여진 작품”이라며 “교차해서 혹은 연달아 보면서 두 작품을 비교할 때 작품이 가진 의미가 강력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두 작품 모두 90분 내외의 짧은 희곡이지만 노령화·치매·빈둥지 증후군·우울증 등 현대사회의 사회·심리적 병인들을 다룬다. 작품의 연출가들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이들 내면의 시선을 표현한다. ‘아버지’를 연출하는 박정희 극단 풍경 대표는 “작가가 대본을 1인칭 화법으로 썼는데 시간을 퍼즐처럼 맞춰야 한다”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처럼 많이 쪼개놓았는데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를 연출하는 이병훈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프랑스에서 공연 당시 한 관객이 ‘어머니에게 전화해줘야지’라고 했을 정도로 어머니의 심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며 “어머니의 고독함, 절망감 등을 그렸지만 그 안에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 문제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연극 ‘아버지’(사진=국립극단).‘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 ‘앙드레’의 관점에서 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치밀하면서도 재치있게 묘사했다. 한 인간의 기억과 현실이 맞부딪치면서 개인이 소멸해가는 과정을 치매 환자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원로배우 박근형이 ‘앙드레’ 역을 맡았다. 2012년 ‘3월의 눈’ 이후 4년 만의 연극 출연으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형은 “연극은 배우인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이자 모태”라며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그 역할에 성공했다, 실패했다’로 평가받아야 한다. 배우 박근형으로서 이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연극 ‘어머니’(사진=국립극단).‘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한 어머니 ‘안느’가 남편과 아들이 모두 멀어져가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어머니는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아들마저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을 떠나는 상황에 처한다. 윤소정이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어머니 ‘안느’를 연기한다. 윤소정은 “극 중 안느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즐거움이었다”며 “그런 남편과 아들이 자신을 떠나자 행복할 거리가 사라진 ‘안느’의 간절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김윤철(왼쪽부터)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배우 윤소정, 박근형, 박정희·이병훈 연출이 27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29 / 조회 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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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중견 연출가들이 2016년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2016년도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해도 한국 사회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봄에는 연극 무대를 주목해보자.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해온 중견 연출가들이 이달 나란히 무대로 돌아온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그들이다. 세 연출가들은 그간 꾸준히 극작 및 연출 작업을 해오면서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대에 눈이 쏠릴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다. 그들이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어릴 적 다방구를 하며 놀던 정겨운 마당과 가족을 뒤로 하고 ‘자살 특공대’라 불리는 카미카제 대원이 되어 출전하는 소년, 제대 이후의 삶이 막막해 탈영한 병장,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식품을 배급하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민간인,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해군…박근형 연출이 작/연출해 선보이는 신작 는 1945년 일본과 2015년 한국, 2004년 이라크와 2010년 한국의 서해를 오가며 다양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에서 소시민들의 삶의 음영을 선명히 드러냈던 박근형 연출이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군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형 연출은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통과 폭력에 노출된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 또한 언제든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우리의 삶이 그들의 고통과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름 없이 어딘가에서 스러졌을 군인들의 추억과 웃음, 눈물을 진지한 성찰 끝에 복원해낸 박근형 연출의 무대는 그 자체로 타인의 삶과 고통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 하다. 한번쯤 삶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이 무대를 놓치지 말자. 지난해 국립극단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공연했던 으로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고선웅 연출은 다시 한번 국립극단과 선보이는 에서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초상을 그린다. 연출과 배우들의 공동창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연극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열 두 명의 배우들이 살아오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가공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고민도 제각기 다른 한국인들의 에피소드 27개가 펼쳐진다. “온 몸이 회색 빛 우울증으로 둘러싸인, 손대면 터질 것 같은” 10대, 그들에게 훈계하다가 얻어맞는 중년의 남성,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상사, 취직과 결혼 등으로 경제계급이 달라지면서 멀어지는 친구 등의 모습이 고선웅 연출 특유의 과장과 해학이 어울린 몸짓으로 펼쳐지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말이 자주 쓰이는 요즘, 이 연극이 한국인의 암울한 초상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선웅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좌절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다.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쳐다보고, 그렇다면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웃음과 외침으로 절묘하게 엮인 27개의 에피소드는 극이 진행될수록 차차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희망을 향해 간다. 2016년, 과연 우리가 나아갈 희망의 방향은 어디인지 무대에서 만나보자. 오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무대에 올라가는 는 김광보 연출이 2002년 공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썼던 사극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연극으로도 꼽힌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헨리 4세의 아들 헨리 왕자, 그리고 그의 친구인 폴스타프다. 헨리 왕자는 허풍쟁이 폴스타프와 어울려 거리에서 온갖 기행을 벌이며 권력을 조롱하지만, 내심으로는 권력을 향한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결국 아버지를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옛 친구였던 폴스타프를 비정하게 외면한다. 극의 초반부, 주위의 간언을 물리치고 자신의 경쟁자였던 신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는 헨리 4세의 모습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대를 이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최근 등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매섭고도 유쾌하게 꼬집었던 김광보 연출은 가 “매우 시의적절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권력을 차지한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고, 권력을 찬탈하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들이 현 시대와 잘 맞고, 또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오늘날의 시대를 반영하는 대사들이 좀 더 추가되었다고 하니, 오늘날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무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보자.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6.03.14 / 조회 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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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더 멍청해진다” 고선웅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엿보다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에피소드, 불편하지만 거울처럼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 몇 년 전인가, 엘지아트센터의 그 해 차년도 라인업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유일하게 공연명도 없는 공연이 올라왔다. 아주 단출한 설명과 그저 “고선웅 연출의 신작”이라는 말이 공연명을 대신할 뿐이었다. ‘누군가의 신작’이 모두 어떤 기다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고선웅의 신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만으로 기다림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다. 그 외 다른 표현은 필요 없었다. 이제 공연계에서 고선웅 연출은 그런 존재가 되었다. 지난 2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의 연습실 특별공개가 있었다. 바로 그 ‘고선웅 연출의 신작’인데다 이번 작품 직전에 그가 각색 겸 연출한 이 2015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비롯해 연극평론가협회에서 꼽은 최고의 연극으로 꼽혔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던 터다. 도입부는 이게 뭔가 싶다. 연극이 아니라 현대무용이었나 싶을 만큼 배우들이 과하게 몸을 많이 썼고, (아마도) 10분 가량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시작됐다. 물론 그 다음은 지루할 틈 없이 달리는 씬들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국립극단 연극 은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공동창작 한 작품으로 신문기사에 나왔던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극화한 총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에피소드가 마치 테트리스처럼 서로 다른 모양인데 아귀가 딱딱 맞게 이어진다) 비정규직, 생명경시, 일베, 성적 콤플렉스, 불륜 등 한국 사회의 사건 사고, 병폐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웃다가 어이없다 분노하다.. 복잡한 감정들을 유발하는 에피소드에 힘을 더하는 건 음악이다. Sade의 Smooth Operator, 랩퍼 루피 등 절묘한 선곡의 음악은 자칫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들어갈뻔한 관객들의 옷자락을 잡는 듯 했다. 연극 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 떠올려 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이 적재의 씬과 어울려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은 순간, 고선웅 연출이 ‘여기까지’를 외치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략 10여개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며 (전체 연극의 절반이 채 안되는 분량) 리그에 올라간 투수와 감독이 사인을 주고 받듯 무대 위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이 소리 없이 디렉팅 사인을 주고 받았다. 은 연출과 배우가 공동창작 작업을 1월 18일 시작했고, 2월 15일 첫 대본이 나왔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본 나온 후 2주가 지난 시점이었기에 이 정도 몰입도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시연 후 사전신청을 통해 초대된 소수의 관객들과 고선웅 연출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열명정도 되는 관객들은 모두 20대로 보였다.) 주름(살도)없는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스무개의 눈동자가 고선웅 연출을 바라봤고 고선웅 연출 역시 젊음은 아무 우환이 없어 보인다고 화답하며 오고 간 대화들이다. Q. 포스터에서 마이크 얼굴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핫핑크는 또 뭔가 고선웅 연출 (이하 고) 제목이 한국인의 초상인데, 초상이면 얼굴이 나와야 할텐데..,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넣었는데, 이런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았다. Q. 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 세상은 이렇게 지옥 같은데,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은 더 스마트해졌는데 나는 더 멍청해졌다” 끊임없는 정보로 가득하고 세상은 정말 더 스마트해졌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는지는 모르겠다. Q.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글쎄. 없다. 있어야 하나 Q. 근데 당신은 이런 시대에 연극을 왜 하는가(연극을 하는게) 재미있다. 연극은 짧은 시간 농축해서 어떤 사람들, 어떤 인생을 보여준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생,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귀결되는 과정의, 농축된 상황에서 지혜를 배운다. 지혜와 통찰력을 배운다. (연극 속) 인물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슬퍼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는 견뎌낼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연극을 한다는 건 우물 안에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우주를 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사람이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은 미담보다는 추악한 얼굴들로 가득하다. 문제의식과 사회문제로 가득하다. 어떤 에피소드는 소름끼칠 정도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절반 가량 보았지만 확신한다. 미담은 단 한편도 없을거라고) 하지만 곧 수긍하리라. 싫지만 그게 우리의 민낯이니까. 정색하고 보지 않는다면 즐거울 수 있다. 그리고 극장 밖에서 생각하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 이날 시연에 보인 장면은 본 공연에서 바뀌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정도 진행되었으며 녹취가 아닌 인상 기록이라 고선웅 연출이 이날 사용한 어휘와 차이가 있습니다. 글: 김선경(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2.29 / 조회 5,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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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유치진 처녀작 <토막(土幕)> 무대로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유치진의 처녀작 을 무대에 올린다. 현대 한국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첫 사실주의 희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들의 비극적인 삶과 질긴 생명력을 생생히 담아냈다.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새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의 김철리가 연출을 맡고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김정호 등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대거 출연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 오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같은 기간 동안 공연장 로비에서 이라는 테마 아래 근대극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25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에 대한 심포지엄이, 31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과 주요 연극인들을 돌아보는 강연이 진행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10.14 / 조회 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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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토록 고통스러운 한의 윤회
생과 사의 영역을 막론하고, 그 어디에서건 정신과 육신의 안식을 얻고자 그토록 갈망했건만 나의 원한인지, 나로 인한 그들의 분노인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와 하염없이 구천을 떠도는 비극적인 운명. 온전히 소멸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연산을 옥죄고 있는 이처럼 괴로운 윤회가 또 어디 있을까.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은 그간 폭군, 광인으로 수식되었던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을 조금 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무대다. 어미의 망령에 시달리는 그는, 그 혼을 달래는 굿을 통해 사약을 받아 죽은 어미의 한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어미 잃은 작지만 매서운 새의 날갯짓으로 궁에 피바람을 몰고 온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두발 딛고 서기 힘든 바닥, 쓰러진 채 어지러이 떼를 지어 숲을 이룬 대나무들, 이곳저곳 주저 앉은 서까래와 위태롭게 서 있는 대들보, 기둥. 무대를 마주하자마자 스산하고 불안한 기운에 금세 사로잡힌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극장에 들어가길 권한다. 곳곳에서 안개처럼 등장해 자리하는 이들로 극은 이미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패잔병인지 저 세상의 망자인지 알 수가 없는 이들은 기어코 불안하게 떨고 있는 광기 어린 눈동자, 연산을 어미의 품(물)에서 억지로 끌어내어 결국 저승의 강(물)으로 실려 보내고야 만다. 극의 마지막, 연산의 안식처이자 또 다른 감옥, 녹수의 구슬픈 노래만이 그의 혼과 함께 울고 있다. 1995년 초연 후 20년이 지났지만 압도적인 힘은 여전하다. 이윤택은 향후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초연 때보다 크기를 작게 했다지만, 여전히 이런 무게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무대디자인에 한국 전통 연희가 어우러져 극대화된 연극성은 이윤택 스타일의 극대화이기도 하지만 공연 보는 재미의 극대화를 낳기도 한다. 연산 역을 맡은 백석광은 앞으로 그의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폐비 윤씨와 녹수 등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이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이자람의 재주도 놓치면 아쉽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등 중견, 원로 배우들임을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7.14 / 조회 8,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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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윤택,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연산이 뒷걸음질 친다. 죽은 어미에게로 향해가는 듯 하더니 이내 곧 쓰러져 저 깊은 나락으로 빠진다. 경사로 된 바닥에 누워 미끄러지며 침몰하는 연산, 그 주변을 에워싸는 귀신들의 눈빛이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그가 찾는 것은 단 한 명의 여인. 자신의 어미 폐비 윤씨이기도, 또 애첩 녹수이기도 한 그녀를 향해 연산은 말하고 그녀는 답한다. "청산 가자, 우리.", "가요, 우리가 가는 길 누가 막소." 공연의 일부 장면을 시연하는 중이나, 배우들의 몰입은 극에 달하고 지켜보는 이들은 숨이 멎는 듯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연산군의 광기, 이에 가시 돋친 얼굴로 그를 둘러싸는 대신들. 구슬픈 녹수의 가락이 허공을 가르는 이곳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가 한창인 연극 의 연습 현장이다. 한때 조선의 왕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왕에게 붙는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가 붙여진 비운의 왕, 연산군의 삶을 담은 이 12년 만에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해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고자 한다. 왕이 된 후 죽은 어미를 위한 제의를 펼치려는 연산과, 폐비 윤씨의 혼을 입은 녹수. 이들이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자들을 대상으로 피의 학살을 시작하는 강렬한 서사가 진혼굿과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이 자주 되진 못했다. 초연 8년 후인 2003년 공연엔 이상직, 신구 등이 출연했으며 이후 12년 만에 공연이 바로 올해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이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나에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떼었다. 작,연출의 이윤택"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반 극단에서는 공연 할 엄두를 못 낸다. 내 스타일로만 하면 내가 죽은 후엔 이 작품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작품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공연은 대본 빼고 다 바꾸었다. 희곡은 영원히 남으니 그대로 두고 음악, 무대, 의상 등 새로운 스텝들의 스타일을 다 수용했다. 다음 공연부턴 내가 연출 안 하고 싶다." 무대, 의상 등 곳곳에서 한국 전통을 강조했던 부분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변주 속에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궁궐의 기둥과 언덕, 대나무숲 등으로 웅장하게 구성되었던 무대는 아크릴 판으로 된 단순한 경사 구조로 변신해 인물들의 위태한 심리를 나타내고자 했다. 신구로 조합된 배우진도 눈길이 간다. 2003년 공연에서도 활약한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등을 비롯해 국립극단의 역사를 만들어온 원로 배우들도 가세했다. 여기에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극에 활기를 더한다. 연산 역의 백석광은 무용에서 연극으로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연산 역을 맡아 연인 이자람과 무대 위 호흡을 맞춘다. "작년에 를 하는데 이자람이 떡을 해 왔더라. 왜인가 싶었는데 백석광 군이 애인이라 애인 응원한다고 온 거였다. (웃음) 그때 이미 을 하기로 했던 터라 녹수가 원래 소리꾼 기생이니 이자람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이윤택) 연산 역의 백석광과 녹수/폐비 윤씨 역의 이자람실제 연인과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백석광과 이자람은 입을 모은다. "같이 일을 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윤택 선생님은 전통 분야까지 섭렵하신 분이라 이번 아니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백석광)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작창과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로도 분해 폐비 윤씨와 녹수, 두 여인 역을 동시에 맡는다. "평소 나와 '팜므' 키워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녹수 제안에 의아했었는데, (이윤택) 선생님이 녹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천민에서 기생 시험에 합격해서 왕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연산의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지이자 노래하는 가인이 녹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하고 배우도 하려니 지금은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웃음)"(이자람) 은 7월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월요일 공연이 있는 대신 화요일 공연이 없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19 / 조회 1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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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늠해 볼 때 안되겠다 싶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3월의 눈> 신구
신구는 지금도 매니저나 코디네이터가 없다.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치고 손수 운전해 연습실과 촬영장을 오가고, 사진 촬영이 있는 인터뷰라도 할 때면 한두 벌 여분의 옷을 직접 챙겨 나온다. "올해는 약주를 좀 줄이세요."라고 말하는 후배 배우에게 빙그레 웃음을 날리며 반주의 기쁨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피력하는 귀여운 미소천사 할아버지이지만, 그 이전에 자기 관리가 누구보다 철저한 배우가 바로 신구인 것이다. 무대는 그러한 배우 신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배우로서 첫 발을 디뎠던 곳, 언제나 "의미가 깊은 곳", 신구는 2015년도 무대에서 시작한다. 연극 과 함께 말이다.다 내주고 갈 때, 아득히 내리는 연극 연습실은 고요했다. 도시화로 인해 곧 헐릴 한옥에 사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이 주고 받는 담담한 대사들이 이따금씩 정적을 깨지만, 다시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이기 때문이다. "소리와 동작에 절제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하고, 기다리고. (대사) 사이사이에 있는 정서가 슬로우 모션같이 담기는 거죠." 런쓰루(실제 공연과 같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 후에 이어지던 손진책 연출의 말에서도 이 작품이 지닐 향기가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소리 없이 내어주는 존재들에 대한 경건한 목례. 올 3월에도 반갑게 관객들에게 내릴 에서 신구는 장오 역을 맡았다. "외모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안에 쌓인 내공으로 압축된 감정이 유지되고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 그래서 대사도 얼마 없고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지만 무척 힘이 들지."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로 2011년 초연한 은 그간 백성희, 故 장민호를 비롯해 오영수, 박근형, 박혜진, 변희봉 등 관록의 배우들이 함께 해왔다. 지내온 세월과 함께, 삶을 대하는 깊이가 켜켜이 쌓인 배우들이 그대로 작품 속 인물과 이야기가 되어 매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올해는 이 작품을 헌정받은 초연 배우 백성희, 고(故) 장민호가 출연하지 않는 최초의 무대이며 백성희장민호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것이라는 점도 새롭다. "장오라는 인물은 이북에서 6.25때 피난 오고, 또 공산정권 시대도 겪고,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 겪은 인물이지. 민주화 투쟁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어도 자식이 거기에 휘말려서 행방불명까지 된 상태니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받는 고통이 더 크고 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난해 에 이어 다시 한번 부부 호흡을 맞추는 손숙은 과거 이순들보다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런 게 있어. 슬픔을, 괴로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더 괴롭고 슬프게 표현하면 보는 사람도 괴롭거든. 그래서 역으로 그렇게(귀엽고 밝게) 표현했을 때 그런 슬픔의 정서가 더욱 짙어지지." 은 공연을 이미 본 관객들이 다시 찾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 시절을 겪지 않았을 뿐더러 장오와 이순의 손주쯤 되는 젊은 관객들까지 숨죽여 흐느끼는 모습을 과거 객석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구는 장오를 두고 "그래도 증손주까지 봤으니 여한 없이 다 털고 가는 거지. 이순이 자꾸 와서 얼씬거려서 가는 건가?"하며 훌훌 웃었지만 이내 "그래도 장오는 해석하기 나름이야."라고 덧붙인다. "처음에는 장 선생, 이 선생님 기념 공연이 됐지만 이제 4, 5년이 지났으니까 매해마다 색깔이나 모양새가 달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누가 했느냐, 아, 누가 했구나, 하고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거지. 그러면 나이 지긋해지면서 배우들이 이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고. 몇 년도에 누가 장오 역을 어떻게 했지? 그렇다면 이번엔 색다른 형태의 장오를 만들어 보겠다, 그러면 새롭잖아. 보시는 분들도 '아,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쉰다는 것,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 연극, 관객들이 계속 찾을 수 있게 우리들이 더 노력해야 본격적인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을 무렵 신구는 tvN 촬영 차 그리스로 떠나야 했다. 첫 대본 리딩 후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초반 연습이 아주 중요할 때인데 ( 촬영) 시간을 내야 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신구의 모습에선 '철저함'이 기본이 된 노장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번 여행도 좋았어. 여행은 항상 좋잖아. 거기 음식이 양갈비가 많더만. 맛있더라고. 아테네도 가고 코린도라는 데도 가고. 마테오라라는 데를 갔는데 희한한 바위 위에 수도원을 세워 놨더라고. 또 산토리니. 빛이 좋으면 바다가 예쁘다고 해. 근데 우리가 갔을 땐 흐리고 비가 왔지." 1936년 생으로 올해 만 79세.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지만 집 거실 테이블에 손자 사진을 놓고 보는 속 깊은 할아버지의 모습도 신구임엔 분명하다. "집에서는 매일 구박이지.(웃음) 매일 전등을 켜 놓고 끄질 않아, 잊어버리고. 옷 갈아입고 아무데나 두고 나오고. 혼자 있다가 집에서 나오면, 나중에 할망구가 들어가 보니 테레비전이 켜 있다는 거야. (웃음) 근데 가끔 내가 보면 할망구도 마찬가지야. 아휴, 그랬수? 서로 그러지. (웃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시트콤, 예능 프로그램, 게임 캐릭터 속에 등장해 데뷔 53년 차 배우에게서 으레 예상할 수 있는 '근엄함'을 훌훌 던져 버리는, 그 누구보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구야형', '미소천사' 등의 별명과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톡톡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갖게 되는 경외심은 "난 성격이 소심해서 다른 걸 해 볼 생각을 못했지."라며 지금 젊은 세대가 지닌 용기와 놀라운 가능성에 감탄하는 솔직한 자기 고백의 모습을 마주할 때 더욱 커지곤 한다. "은퇴? 우리는 누가 뭐 시켜주지 않으면 은퇴지. 누구든지 다 소실되면, 기력이 없어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지는 거지. 하고 싶어도 사회가 불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그런데 아직 쉬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건 무슨 얘기냐 하면,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내가 어느 정도 해야겠다, 가늠을 해 보거든. 체력이든가 일에 대한 열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되나 스스로. 아, 이건 도저히 내 체력으로는 안되겠다, 하면 못하는 건데 아직은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지난번에 할 때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어. 대사가 사백 내지 오백 페이지까지 가서. 그런데 어느새 다 끝났네. (웃음)" 그런 그가 씁쓸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더하는 것은 여전히 그늘 속에 있는 연극계의 현주소에 대한 것이었다. "이젠 뮤지컬에 돈이 억수로 들어가잖아. 여기(연극)는 파도 밑에 밑이지.(웃음) 사회가 금전 위주로 되어 있으니 연극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좀 슬프고 괴롭지만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그렇게 되서 제작비의 일부라도 다시 얻고. 이런 것들이 어느 정로 이뤄지면 믿음이 생기니까, 아, 연극이 볼만 하더라, 그러면 전체적으로 좋은 거잖아."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목소리는 지금 연극을 채우고 있는,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는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작품을 뽑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떠나서, 와서 보시는 분들이 감동을 받게 해야 해. 즐겁고 화려한 것만도 아니고, 또 인생을 고뇌하게만 하는 것도 물론 아니고 재미도 있으면서. 그러면 한번 보신 분들도 계속 연극을 찾게 되는 거지. 또 지금 대학로에 나가보면 (연극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거든. 연극 보시려는 분들이 무슨 연극을 봐야 할 지 헛갈리실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 어떤 공연 봐야겠다, 하고 결정하고 나온 게 아니면 거기에서 그런 애들(호객꾼)한테 끌려가기 십상이거든. 연극인들 스스로 자정을 해야 할 일인지 국가에서 간섭해야 할 일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작품 편수가 너무 많은 느낌이고, 그런 행위는 못하게 해야 하는데." 신구는 한 번도 주례를 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노역을 일찍부터 맡아 마흔이 되던 해부터 주례 부탁이 들어왔었다지만 당시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 수 있나" 싶어 마다했고, 이후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거절했다. "누구는 해 주고 누군 안 해 주면 어떻게 해, 이 할아범한테 뭐 들을 이야기가 있겠어."라며 웃는 그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사람이다. 훌훌 다 내어주고 "흩어질 때 흩어지더라도 뭐라도 될테니 섭섭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는 장오의 말처럼, 신구는 무대를 향한 자신의 몫에만 전념할 뿐, 그 뿐이었다. 오늘도.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3.09 / 조회 1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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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손숙 주연의 또 다시 내리는 <3월의 눈>
국립극단이 2015년 봄을 맞이하는 첫 작품으로 를 무대에 올린다. 은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하여 2011년 첫 무대에 올랐고, 이후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작품으로 그동안 故장민호, 백성희, 박근형, 오영수, 박혜진이 무대에 올랐다.이 작품의 배경은 재개발 열풍으로 곧 사라져버릴 한옥으로 이곳은 장오와 이순이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이다. 은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과 노부부의 일상을 특별한 반전이나 갈등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이번 시즌에는 에서 부부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구와 손숙이 각각 장오와 이순으로 캐스팅되어 누구나가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은 오는 3월 13일부터 3월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2.06 / 조회 5,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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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이 4월 5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기념 기획공연 ‘450년만의 3색 만남’의 두 번째 작품이다. 원작의 각색과 연출은 정의신 연출가가 맡는다. 그는 원작을 크게 변형하지 않으면서도 상세한 인물 구축과 맛깔나는 대사, 재치있는 상황을 통해 셰익스피어 희극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포인트를 두루 담아낸다. ‘헛소동’의 사랑, ‘한 여름 밤의 꿈’의 낭만, ‘뜻대로 하세요’의 풍자, ‘베니스의 상인’의 깊이가 모두 담겨 있다. 작품은 원작에서 상징처럼 등장하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사를 노래로 부르는 등 흥겨운 무대를 꾸민다. 재일교포 3세 극작가 겸 연출가인 정의신은 가난한 재일 조선인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의 경험을 여러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대표작인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푸른 배 이야기’ 등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아 왔다. 이번 공연 역시 그의 작품 세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공연에는 박기륭, 윤부진, 김정은, 이윤재 등 14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은 ‘450년만의 3색 만남’은 첫 번째 작품으로 연극 ‘맥베스’를 공연 중이며,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 뒤에는 연극 ‘템페스트’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국립극단
2014.03.12 / 조회 7,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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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프랑스 연극을 만나다!
동시대 프랑스 연극을 만날 수 있는 공연 두 편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이하 ‘난 집에 있었지’)는 상징성과 함축적인 시어로 현대 프랑스 연극의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연극 ‘게이 결혼식’은 프랑스 최신 코미디 연극이다. 프랑스 특유의 얽히고설킨 관계 설정으로 관객에게 프랑스식 유머를 전할 예정이다.정통 연극의 본질 그대로‘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3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게릴라극장연극 ‘난 집에 있었지’는 2009년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가 선보이는 프랑스 연극이다. 2009년에 창단한 극단 프랑코포니는 꾸준히 프랑스 연극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 원작은 작가 장-뤽 라갸르스가 1994년 집필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외국어대학교 불어과 교수인 까띠 라뺑이 연출을 맡는다. 연출가, 번역가, 시인으로 활동 중인 까띠 라뺑은 그동안 연극 ‘유리알 눈’, ‘고아 뮤즈들’, ‘왕은 죽어가다’ 등을 연출했다. 연극 ‘난 집에 있었지’는 함축적인 시어와 상징성 강한 무대 연출, 문학성과 연극성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1997년 스위스 비디 로잔느 극단에 의해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한 작품은 그해 비평가 협회에서 불어창작극 중 최고작으로 선정됐다.연극 ‘난 집에 있었지’는 세 자매와 그녀들의 어머니, 가장 나이 많은 여자까지 다섯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들은 아버지가 쫓아낸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은 몇 년째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 날, 아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집 문턱에 쓰러져 버리고 다섯 여자는 온갖 추측의 말을 늘어놓는다. 작품은 깨어진 기다림으로 드러나는 개인의 고통과 기억을 보여준다.최신 프랑스 코미디 연극은 어떨까?연극 ‘게이 결혼식’7월 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연극 ‘게이 결혼식’은 최신 프랑스 연극이다. 2011년 1월 프랑스 초연한 작품은 관객과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연극 ‘게이 결혼식’은 프랑스 작가 제라드 비통과 미셀 뮌즈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다. 이들은 각각 프랑스의 청소년 시리즈물과 텔레비전 영화로 이름을 알린 인기 작가다. 이들은 ‘아! 만약 내가 부자라면’, ‘선인장’, ‘당신이 인정한 은행의 실수’ 등을 함께 제작해 흥행을 거뒀다. 작품은 바람둥이 주인공이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동성 결혼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는다. 이번 공연은 연극 ‘너와 함께라면’,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을 연출했던 민준호가 연출을 맡는다. 아버지 에드몽 역에는 서현철과 남문철이, 바람둥이 앙리 역에는 최덕문과 이희준, 최대훈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앙리와 억지 결혼을 해야 하는 도도 역에는 노진원과 김늘메가 출연한다. 그 외에도 우지순, 민성욱, 박민정, 송유현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8,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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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프랑스어권 세계의 현대극을 맛보라, 연극 ‘유리알 눈’
선명한 윤곽, 높은 채도, 잔뜩 올린 밝기의 인물 사진은 어지럽다. 사진에 인물을 부각하고 싶었다면 배경이 조금 단순해도 좋았으련만. 화분, 책상, 조명, 양초 등 어지러이 놓인 물건들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구도 배치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형적인 가족사진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런데 저들이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씁쓸할 만큼 친해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닮은 사람도 없고, 나이 차도 가늠할 수 없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몇 가지 사실이 포착된다. 모두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 몸은 한 곳을 향해 있지만 표정과 시선은 다른 곳에 다다른다. 한 사람은 옆을 흘겨보고 있고 한 사람은 미심쩍은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다. 남자 옆에 쓸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인의 포즈도 의문을 남긴다. 팔을 반쯤 구부려 힘없이 남자에게 들려있다. 마네킹, 혹은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지만 사람만한 인형이라니 꿈에 나올까 무섭다. 뒤로 보이는 여자 역시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3세에서 6세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하얀 드레스 인형을 꼭 쥐고 있다. 아니, 머리채를 잡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상한 행동, 이상한 표정, 안 어울리는 4인방!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독특한 글씨체의 제목과 얇은 글씨체의 프랑스어는 포스터의 어수선함을 가중시키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연극 ‘유리알 눈’은 인형을 만드는 아틀리에에서 하루 반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퀘백의 유명 작가 미셀 마크 부샤르의 신작으로 작가의 문학성과 연극성에 한국 베테랑 배우들이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프랑코포니’에는 불문학자인 임혜경, 까띠 라뺑 두 교수가 중심이 돼 프랑스어권 희곡을 소개하고 무대화하는 단체다. 지난 2009년에 공연된 연극 ‘고아 뮤즈들’을 시작으로 프랑스어권 세계의 현대극을 찾아 번역하고 문화상호적인 만남의 장을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프랑스인 까띠 라뺑 교수가 연출을, 임혜경 교수가 번역과 드라마투르그를 맡은 이번 연극 ‘유리알 눈’은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13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27 / 조회 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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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작에 연극적 볼거리와 재미를 더한 연극 ‘비계덩어리’
모파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비계덩어리’가 이달 4일부터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연극은 탄탄한 소설 원작을 뼈대로 한국적 상황과 연극적 볼거리가 맞물려 새롭게 번안된 작품이다. 소설 ‘여자의 일생’ 등의 세계적인 작품을 남긴 모파상은 일생동안 매독과 편두통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불행한 내면을 반영한다. 특히 염세적인 인물 설정에 있어서 더 그렇다. 그는 그러한 인물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 인물의 이중성과 추악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연극 ‘비계덩어리’ 또한 이를 바탕으로 인간내면의 뿌리 깊은 이중성과 탐욕, 위선을 꼬집는다. 다소 어둡고 심각해 질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연극은 구태환 번안으로 부드럽고 매끄럽게 다져졌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 중간 위치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연극적 재미를 더했다. 배경은 6.25 남북전쟁이 한참인 한반도다. 서울의 유력자, 창녀 수향을 포함한 7명이 부산으로의 피난을 위해 마차에 승차했다. 대전에 이른 일행은 국군대위의 검문을 받고 잠깐 머물게 됐다. 그들은 모두 통행증을 소지하고 있지만 국군대위는 보내줄 생각을 않는다. 7명의 승객은 발을 동동 구른다. 군군대위의 요구는 창녀 수향, ‘비계덩어리’와의 잠자리였다. 연극은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만나려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한데 뭉쳐 놨다. 잡지사를 운영하던 배부장 부부와 민주주의자 오병구, 막걸리 장사로 돈을 번 이춘삼 부부와 수녀, 젊은 창녀 수향이 그렇다. 그들은 권위와 신분을 일단 접고, 머리를 하나로 모아 창녀 수향을 설득해 탈출할 궁리를 한다. 그들이 굶주릴 때 그들과 떡을 나누며 친절을 베풀던 창녀 수향이다. 그들의 관심은 일단 자신의 생존 자체에만 있다. 자신들에게 피해가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은 탈출이란 목적달성을 위해 희생의 참의미와 삶의 참된 원리까지 거론하며 창녀의 희생을 은근 강요한다. 관객들은 그들의 노골적인 모습을 보며 현 사회의 뿌리 깊은 비양심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그나마 수녀가 그 중립의 자세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그야말로 수향이 장교에게 몸을 내어주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양심과 원칙이 극한점을 만나 무너지고, 그 자취마저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서 수향의 불행은 이미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듯 씁쓸함을 더한다. 무대는 7개의 방이 둘러져 당시 한옥 마당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소박하고 차분한 무대와 집 주인은 그들의 난잡하고 추한 내면,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부조리와 대조적이다. 한편 극중 이춘삼은 신분을 감추고 지키려는 인물들 사이에서 감초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감칠맛 나는 사투리, 실감나는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춘삼을 되짚어보면 그는 먼저 기본적인 양심과 원칙을 저버리는 비열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높은 사람에게 비비고, 낮은 사람들을 유인해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입장을 몇 번이고 바꾼다. 결국 수향은 다수를 위한 희생을 자처한다. 목표를 달성한 두 부부커플은 어깨춤을 추며 모두는 목적지로 떠날 채비를 한다. 그들에게 수향은 다시 ‘부끄럽고 천한 여자’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차에 몸을 실은 그들의 모습이다. 무표정의 그들은 유쾌한 음향과 함께 관객들에게 씁쓸한 미소를 남긴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0 / 조회 18,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