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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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엘렉트라’ 리뷰, 배우 장영남·서이숙의 강렬한 연기 대결
장영남, 서이숙. 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 ‘엘렉트라’가 지난 26일 개막했다. 공연 제목이자 주인공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증오하는 오이디푸스와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다. 아가멤논 왕의 딸인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향해 증오를 드러내며,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원작으로 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함께 작업한 한태숙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다시 한번 이번 무대를 위해 뭉쳤다.
■ 현대로 넘어온 그리스 비극
이 작품은 원작과 달리 배경을 고대 그리스가 아닌 종교분쟁으로 참혹한 내전을 겪는 현대 그리스로 가져왔다. 엘렉트라는 어머니를 납치한 게릴라 전사로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게릴라 군과 함께 정부에 대항하며,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지하 성전으로 납치한다. 엘렉트라의 동생 오레스테스는 원작에서는 타고난 영웅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복수에 갈등하며, 복수의 정당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나온다. 엘렉트라를 비롯하여 새롭게 부여된 의미를 가지는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고 행동한다.
■ 연기력 만렙 배우들의 호흡, 좋았어!
그간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동하던 장영남이 연극 '산불' 이후 7년 만에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어머니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딸 엘렉트라로 분해 그녀의 최종 목표인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눈다. 장영남은 거친 몸짓과 말투로 무장하며 강한 엘렉트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로 분한 서이숙은 자신을 증오하는 딸에게 저주의 말을 뱉으며 무대에 등장한다. 그녀는 “나의 죄는 신에게 이미 용서 받았다”며 자신만의 논리로 딸에게 당당히 맞선다. 서이숙의 강렬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좌중을 압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으로 익숙한 예수정은 폭탄 전문 게릴라 역 맡아 색다른 변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 섬세한 캐릭터의 심리를 원한다면, 아쉬워!
공연은 비극적인 대사와 배우들의 격정적인 연기를 통해 ‘어머니를 죽이려는 엘렉트라의 정의는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하다 보니, 시종일관 어둡다. 캐릭터들의 섬세한 심리와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작품이 다소 무거울 수 있다.
또한 복수를 다짐하는 엘렉트라를 따르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게릴라 군들의 목소리는 엘렉트라의 이야기에 비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해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는 어머니를 도우며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가 현재의 왕 아이기스토스에게 굴복 당하는 모습은 그 표현 방법이 거칠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가 “9.11 테러에 무너진 빌딩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라는 무대는 폐허가 된 신전 지하의 모습으로 표현됐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배우들은 기울어진 경사 무대 한 쪽에서만 주로 연기를 한다.
공연은 5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8.04.30 / 조회 6,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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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폭발, 장영남 X 서이숙의 연극 ´엘렉트라´
“내 딸이 나를 죽이려 합니다. 저년의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트려 주소서” 딸에게 분노가 가득 찬 저주의 말을 쏟아내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입을 다물라”라고 소리치는 딸. 그녀는 “내 손으로 어머니를 죽일 거예요”라며 포효를 내뿜는다..
첫 장면부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어머니와 딸은 배우 서이숙과, 장영남에 의해 강렬한 캐릭터로 새롭게 변신했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연극 '엘렉트라'에서다. 지난 18일, 언론에 일부 공개된 '엘렉트라' 연습실에서는 서이숙과 장영남의 팽팽한 카리스마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작가 소포클레스의 동명 고전이 원작으로, 현대의 벙커를 배경으로 각색됐다.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이 어머니의 의해 죽은 다음에 복수를 위해 게릴라 군을 조직한다. 성전을 파괴해서 그 지하를 게릴라 군의 본거지로 삼아,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납치한다.
그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선보인 한태숙이 연출을 맡아, 이 작품으로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을 짓게 됐다. 이와 함께 한 연출과 '단테의 신곡', '1984'를 작업한 고연옥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난해한 고전을 현대 무대 언어로 살려낸다. 여기에 장영남과 서이숙을 비롯해 박완규, 예수정, 백성철 등이 출연한다.
18일 공개된 연습실에서는 딸 엘렉트라와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의 논쟁이 펼쳐졌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이려 하고, 클리탐네스트라는 자신만의 논리로 딸의 주장에 맞선다. 백성철이 분한 엘렉트라의 동생 오레스테스는 누나 엘렉트라의 반정부 군에 가담하라는 권유에 망설이고, 박수진이 연기하는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는 어머니의 시중을 들며, 엘렉트라의 복수를 말린다. 또한 게릴라 군의 일원으로 나오는 폭탄 제조자 디아나 역의 예수정 등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본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장영남은 “연습하면서 내내 행복했다. 그동안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려온 것 같다”라고 서두를 뗐다. 그녀는 “엘렉트라는 어렸을 때 많은 학대를 당했고 애정 결핍 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뚤어진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사적인 복수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라고 말했다.
서이숙은 “여자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오히려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은 없다. 한태숙 연출님과는 두 번째 함께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고전극은 정말 하기 싫다. 그런데 연출님은 항상 “너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하신다. 거부하고 싶은데, 이 역할을 맡은 것이 운명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의 각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이 작품은 복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의 가치가 가장 중요했다”면서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질문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고 작가는 “엘렉트라 안에 있는 여성성을 탐구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목표가 됐다. 기존의 고전에서는 엘렉트라가 클리탐네스트라 집의 하녀처럼 사는 약한 존재였다면, 이번 극에서는 원작을 전복해서 맨 처음부터 엘렉트라가 클리탐네스트라를 가둔 강한 존재로 각색했다. 단지 그 강한 존재가 남성적인 것인지, 정의에 힘입어 강해지는 것인지는 모호하게 했다. 이를 통해 여성성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고연옥 작가, 한태숙 연출,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
정의와 복수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 작품에 대해 한태숙 연출은 “나는 고전에 빠져들까 봐 경계하는 쪽이다. 원작이 갖고 있는 단단함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복수, 클리탐네스트라는 딸에 대한 저주, 오레스테스는 운명을 거부하고 싶은 생각, 아이기스토스는 열등감과 뻔뻔함이 자기 동력이 되는 인물”이라면서 “각자 인물들이 가진 추동력을 현대적 인물로 구현한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는 무대에 대해 "빌딩이 무너져서 시멘트 잔해가 널려 있는 모습으로 무대를 디자인을 했다. 9.11 테러 당시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것에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극 '엘렉트라'는 오는 26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여 5월 5일까지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8.04.20 / 조회 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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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를 죽인 딸.. 현대로 온 ‘엘렉트라’의 비극
현대로 온 소포클레스 3대 비극
'정의란 무엇인가' 강한 메시지
26일부터 LG아트센터 공연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연출 한태숙과 고연옥 작가, 배우 서이숙, 장영남 등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이들이 모였다.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엘렉트라’의 주역이다. 공통점은 여성이지만 ‘여성성’이 드러나진 않는다. 오히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추구하고 상대를 심판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돋보인다.한태숙 연출은 18일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남산창작센터에서 ‘엘렉트라’의 연습 장면을 공개한 후 “고전 ‘엘렉트라’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어떻게 현대로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재해석을 통해 명작의 대열에 오른 ‘엘렉트라’에서 한 발짝 나아갔으면 한다”고 새 연극을 소개했다. 이어 “센 여자들의 조합으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엘렉트라’는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와 더불어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꼽힌다. 한태숙 연출은 이번 작으로 소포클래스 3부작을 완성한다. 원작은 엘렉트라가 아버지 아가멤논의 복수를 위해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와 어머니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내용이다. 본래 고대 그리스가 배경이나 현대로 가져와 엘렉트라를 총을 들고 정부군에 저항하는 게릴라 여전사로 그렸다.배우 장영남이 엘렉트라를 연기하며 서이숙은 클리타네스로 출연해 정의를 놓고 갈등한다. 장영남은 어린 시절부터 희롱 및 추행당하는 등 상처받은 엘레그라의 내면에 주목했다. 그는 “엘렉트라에게는 정의의 실현인 동시에 사적인 복수”라며 “사랑이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엘렉트라의 비틀린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고연옥 작가는 “‘엘렉트라’는 복수는 정당한 것인가와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 연극”이라며 “복수와 정의, 용서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 던지는 방식으로 ‘엘렉트라’를 현재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이숙은 “여성이 많다고 해서 여성성을 강조한 것은 아니”라며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태숙 연출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았다. 여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극을 연출해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한 공을 인정받았다. 한 연출은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상을 받은 듯하다”며 “이번 ‘엘렉트라’도 되풀이되는 기존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더 그로테스크하게 다가가서 우리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다”고 소개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19 / 조회 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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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여전사 '엘렉트라'…한태숙 연출 신작 내달 개막
'소포클레스 3부작' 완결판
고선옥 작가 각색…복수·정의·용서 질문
장영남·서이숙 출연, LG아트센터 무대연극 ‘엘렉트라’에서 엘렉트라 역을 맡은 배우 장영남(왼쪽), 클리탐네스트라 역의 배우 서이숙(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가 게릴라 여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연극연출가 한태숙은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 될 연극 ‘엘렉트라’를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한태숙 연출은 그동안 ‘맥베스’ ‘리처드 3세’ ‘세일즈맨의 죽음’ ‘유리동물원’ 등 영미 희곡의 정수와 같은 작품들부터 ‘단테의 신곡’ ‘1984’처럼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 세계를 보여 왔다.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내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 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연출가다.‘엘렉트라’는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한 연출은 소포클레스의 또 다른 비극인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를 앞서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손님들’로 온갖 연극상을 휩쓴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는다.소포클레스 비극 속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리스 시대의 인물이 아닌 동시대의 총을 든 게릴라 여전사로 설정해 새로운 재해석을 선보인다.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 엘렉트라가 벙커에서 벌이는 복수극을 통해 복수와 정의, 용서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배우 장영남, 서이숙이 각각 엘렉트라와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 역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활약해온 장영남은 이 작품으로 2011년 ‘산불’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박완규, 백성철, 박수진, 예수정,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원종 등이 함께 출연한다. 티켓 가격은 R석 5만5000원, S석 3만5000원.연극연출가 한태숙(사진=LG아트센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29 / 조회 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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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엘렉트라> 4월 개막, 장영남·서이숙 등 출연
연출가 한태숙이 LG아트센터와 함께 연극 를 선보인다.
는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이미 (2011년)와 (2013년)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의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작품은 벙커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엘렉트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공연의 대본은 2017년 공연된 로 희곡상을 수상한 고연옥 작가가 맡았다. 고 작가는 그간 한태숙 연출과 , 등 난해한 고전을 무대 언어로 살려내며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작품의 엘렉트라는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로 분하며,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인질로 붙잡아 벙커에 가둔다.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하는 장영남이 엘렉트라로,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 역으로 서이숙이 출연한다. 또한 박완규가 클리탐네스트라의 남편 아이기스토스 역,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테스는 백성철이,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는 박수진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엘렉트라를 돕는 게릴라 중 한 명으로 2017년 이해랑 연극상으로 수상한 예수정이 나오며,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원종이 함께 게릴라로 나선다.
공연은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8.03.28 / 조회 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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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와 한국사회의 민낯” 연극 ‘하나코’ 2월 개막
연극 ‘하나코’가 2월 개막한다. 작품은 위안부에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한분이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소원인 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동생으로 추정되는 렌할머니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난다. 관련 연구를 하는 여성학자 서인경과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방송사 PD 홍창현도 함께 간다. 등장인물들은 위안부 피해자와 그들을 둘러싼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작품은 2014년 연극 창작산실 대본 공모 당선,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시범공연 지원 선정,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한분이 역은 예수정, 렌 역은 전국향, 서인경 역은 우미화, 홍창현 역은 신안진이 분한다. 작은 김민정,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연극평론가 김태희는 “죄 많은 이 땅에 대한 기록이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연극임과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하나코는 2월 7일부터 2월 1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_Lim-AMC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01 / 조회 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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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다룬 한태숙 연출 '하나코' 앙코르공연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위안부 문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다시 생각해봐야"
2월 7일부터 대학로 공간아울 무대에연극 ‘하나코’의 한 장면(사진=극단 물리).[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물리가 오는 2월 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앙코르공연으로 선보이는 ‘하나코’다.작품은 위안부 생활을 함께 하다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나는 한분이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학자, 이를 취재하는 방송사 PD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각적인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차가운 현실을 이야기한다.작가 김민정이 각본을 맡고 연출가 한태숙이 연출한다. 김민정 작가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문제의 안팎에서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한태숙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온 기존 작품과 달리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내면과 갈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며 “일본이 전격적으로 해치워버린 합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민으로 산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최근 영화 ‘터널’ ‘부산행’과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출연한 배우 예수정이 초연에 이어 출연해 주인공 한분이 역을 맡는다. 인간의 죄의식이 어떻게 발현되고 치유돼 가는지를 정제된 감정 연기로 보여준다.참혹한 역사의 현장인 캄보디아에서 피해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렌 할머니는 배우 전국향이 연기한다. 배우 우미화, 신안진은 여성학자와 방송사 PD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31 / 조회 5,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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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와 닮은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실직당한 현대인의 소외 다뤄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으로
중견연출가 한태숙 힘 보태
주인공 불안한 심리상태 시각화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괜히 돈 때문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어.” 8.4m의 거대한 벽면 위에서 형 벤 로먼이 아버지 윌리 로먼을 자극한다. 벽면은 점점 무대 중앙으로 움직이며 윌리의 작고 허름한 집을 압박하고 로먼은 불안한 듯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싸 안는다. 현대 영미희곡의 정수로 평가받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내달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 공연브랜드인 SAC 큐브의 일환이다. 예술의전당은 2014년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메피스토’와 2015년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 시기 미국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30여년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이 대공황으로 가혹한 현실에 내몰리면서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도피하고 평생 헌신해온 회사에서 무자비하게 해고당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급격한 사회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작품은 1949년 초연 당시 충격과 화제를 낳으며 그해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쓸었다. 지금까지도 세계서 자주 공연하는 고전이다. 인간 내면의 어둡고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연출기법으로 이름난 중견연출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한 연출은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장화홍련’ 등 다양한 동서양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화한 바 있다. “욕망에 의해 분열하는 주인공 로먼이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한 연출은 “무거운 연극을 더 무겁고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분열을 시청각적으로 강조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한 무대다. 로먼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9m에 육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등장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영상을 투영하기도 한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콘크리트 벽이 밀고 들어오는 땅 한가운데 고립된 작은 집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외된 로먼의 상태를 대변한다”며 “원작의 배경인 미국의 느낌보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 역은 배우 손진환이 맡았다. 윌리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 큰아들 비프는 이승주, 둘째 아들 해피는 신예 박용우가 소화한다. 손진환은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로먼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고, 이승주는 “왜곡되고 비틀린 가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4.28 / 조회 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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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한태숙이 연출하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 이 오는 14일 무대에 오른다. 그간 등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관계, 그 안에서 극도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드러냈던 한태숙 연출이 이 작품을 어떤 무대로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여전히 유효한 의 이야기 은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이라 불리는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던 윌리 로먼이 경제 대공황으로 직장에서 내쫓겨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등을 휩쓸며 미국 전역에서 화제를 낳았다. 사회가 부추기는 꿈을 쫒던 한 가장이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고 그와 함께 온 가족이 희망을 잃고 난파하는 의 이야기는 비단 대공황기뿐 아니라 돈과 성공을 둘러싼 온갖 허상과 낙망이 교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시의성을 갖고 공연되어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도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외와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공연에서 작품의 윤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에 대해 “대단히 치밀한 작품이다. 주인공과 가족들과의 관계, 세일즈맨의 일상을 굉장히 전형적으로 그렸으면서도 우리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사실 별다른 각색이 없이도 현대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태숙 연출이 만드는 은…이번 공연이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태숙 연출은 와 같은 고전뿐 아니라 등의 현대 영미 희곡 역시 깊고 치밀한 시선으로 다뤄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위) (2013) (아래) (2012)드라마터그를 맡은 강태경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는 “한태숙 연출은 어떤 작품을 하든 ‘왜 오늘날 이 작품을 하는가, 왜 이 작품으로 오늘날의 관객들과 소통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 ‘가족비극’을 다뤘다는 점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공연되어왔는데, 이번에는 인물의 내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고 이번 공연이 향하는 방향을 예고했다. (왼쪽부터) 한태숙 연출, 강태경 교수, 고연옥 작가강태경 교수의 설명처럼, 한태숙 연출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윌리 로먼의 내면, 그리고 그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다 극대화해서 드러낼 계획이다. “작품을 봤을 때 출구가 없는데도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인물들의 의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한태숙 연출은 “병든 가장을 방치한 가족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윌리 로먼의 아들과 아내는 윌리의 정신분열을 걱정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실행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각각 예리하게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내 작품이 무겁고 찢어발기는 듯한 게 많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위트도 있고 위로도 있는, 극과 극을 다 가진 연극"이라는 한태숙 연출은 “학자는 원론적인 것을 고수하고, 나는 반칙을 좋아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태경 교수와) 서로 많은 반론을 주고받았다. 강태경 교수와 고연옥 작가는 아직도 조금 불안해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반칙을 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인간 내면을 샅샅이 파고들어 조명했던 한태숙 연출이 이번에는 어떤 '반칙'으로 인물들을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이날 연습실에서는 공중 높이 매달린 거대한 오브제와 실제 무대와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된 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양쪽에서 8.4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점차 윌리 로먼의 집을 압박해오고, 윌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6m 에 달하는 대형 오브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해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연습 세트에 대해 “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연습 세트를 만든 건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시대가 변화하며 종내의 가치관을 새로운 가치관으로 바꾸지 못한 이들이 그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은 우리도 많이 겪어왔다. 그래서 이 작품이 미국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의 손진환과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 박용우는 아직 공연계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이에 대해 한태숙 연출은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극계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배우를 택했다. 그리고 조연들이 이들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이, 첫째 아들 비프 로먼은 이승주가 맡았다.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손진환은 "주인공을 처음 맡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큰 프로덕션에서 엄청난 배역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며 "윌리를 노쇠한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는 않다.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은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4.08 / 조회 8,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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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손진환 이승주 등 최종 캐스팅 공개
여전히 현대인에게 '괴로운 거울'과 같은 작품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서 밀러의 명작 . 오는 4월 한태숙이 연출하고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의 전 캐스트가 공개됐다. 일생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왔으나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믿어왔던 아들들과의 갈등 등으로 죽음이라는 종말을 맞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세일즈맨 윌리 로먼 역에 등 다수의 연극 무대를 누벼온 손진환이 낙점되었다.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지만, 그 기대에 어긋나는 삶을 살며 시종일관 대립하는 첫째 아들 비프 로먼 역에는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승주가 나선다. 또한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 로먼 역에는 최근 를 통해 한태숙 연출과 호흡을 맞춰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예수정이,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박용우가 맡을 예정이다. 지난 1월 26일 캐스팅 미공개 상태에서 '블라인드 티켓'을 오픈한 은 오는 16일 정식 티켓 오픈 한다. 공연은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2016.02.05 / 조회 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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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은 수작 다시 무대에, <과부들> <알리바이 연대기>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쓸며 평단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연극 두 편이 올 봄,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먼저 2012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이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인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으로, 와 함께 저항 3부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은 칠레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어난 실종, 고문 등의 폭력에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다룬다. 2012 동아연극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2012년 주요 연극상을 휩쓴 바 있다. 강건하고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여인 쏘피아 역의 예수정,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면이 강한 대위 역의 한명구를 비롯하여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초연 배우들 대부분이 다시 참여한다. 3월 14일부터 3월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초연한 는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 연출이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김씨 가족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에 파고든 한국 현대사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 2013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을 거머쥐었으며, 이 작품에서 주인공 김태용 역을 소화한 남명렬은 동아연극상 연기상, 2013년 제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수상하는 등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불러 일으키며 2013년 주요 연극 상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는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월 24일부터 5월 11일까지는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국립극단 제공
2014.03.11 / 조회 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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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국가를 넘은 불편한 진실, 연극 ‘과부들’
극단 백수광부의 제47회 정기공연 연극 ‘과부들’이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세계적 작가인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으로 칠레 군부독재 치하의 비극을 고대 그리스 서사극 형식으로 그린다. 권력으로부터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입을 빌려 신화적 상상력을 더한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극이면서도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는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한다. 리얼리티와 환상을 동시에 이루어내며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연극 ‘과부들’은 2012년 초연 후 2년 만에 재연된다. 초연 당시 저항과 의지의 메시지가 담긴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이끌었다. 같은 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꼽혔다. 이번 공연은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 연출가가 지휘봉을 잡는다. 초연보다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더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우 예수정, 한명구, 전국향, 이지하, 김현영, 박완규, 박윤정, 김민선 등이 출연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코르코르디움
2014.02.06 / 조회 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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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위태로운 한 가족의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
2012 국립극단 해외연출가 초청공연 ‘밤으로의 긴 여로’가 10월 19일부터 11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1956년 스웨덴에서 초연돼 한국 무대에는 1962년에 처음 올려졌다.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쿠리야먀 타미야는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일본의 공연계를 이끄는 간판 연출가다. 그는 2000년에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이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는 작가 유진오닐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느 여름, 위태로운 한 가족이 지방 별장에서 보내는 하루의 이야기를 담는다. 극사실주의 형식을 통해 인간의 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가족 간의 애정과 용서, 화해를 그린다. 티론가의 가장이며 무너져 가는 가족을 지키려 애쓰는 제임스 티론 역은 연극계를 대표하는 이호재가 맡았다. 모르핀 중독으로 가족을 위태롭게 하는 메리 역은 예수정이, 술과 여자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장남 제이미 역은 최원석이 출연한다. 연약한 유진 오닐 자신을 투영한 에드먼드 역에는 서상원, 빈둥대고 눈치 없는 하녀 역은 장지아가 맡아 연기한다. 현재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하모니를 통해 농밀하게 묘사된 비극적인 가족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극단은 국제교류 사업을 통해 해외 연출가들과의 작업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밤으로의 긴 여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이 공연될 예정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중국의 젊은 연출가 티엔친신이 중국 문화혁명 속에서 피어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재해석돼 12월 18일부터 12월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이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9.21 / 조회 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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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눈을 뜬 여인, 연극 ‘몰리 스위니’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작 ‘몰리 스위니(Molly Sweeney)’가 9월 3일(월)부터 9월 9일(일)까지 미마지 아트센터 눈빛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몰리 스위니’는 40년 간 앞을 보지 못하던 한 여인의 개안 수술과 관련된 회고적 진술을 37개의 독백으로 구성한 독특한 희곡이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거나 소통하는 일 없이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관객들은 사건의 전개나 인물 간의 갈등, 해결 과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 각자가 내면에 담아두었던 독백을 들으면서 그들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은 타인에 의해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잃게 되는 한 여인의 비극에 아일랜드의 비극을 투영했다. 작품 속 남편 프랭크와 안과의사 라이스는 영국 식민지배 세력을, 두 사람에 의해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잃어버린 몰리는 탈식민주의 아일랜드의 현 상황을 반영한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솔한 성찰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작품 속 몰리는 두 남자에 의해 시력을 회복하지만 결국 ‘보이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보이는 세계’에서도 추방당한 몰리는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 사이를 유랑한다. 2012년 극단 유랑선의 ‘몰리 스위니’는 초연과 달리 등장인물의 행동과 그들의 진술을 면밀히 기록하는 공간으로 극장을 꾸밀 예정이다. 스태프들이 무대 안에 직접 출연해 세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필름으로 담아내며, 관객은 일정 거리를 두고 그 과정을 관찰하게 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30 / 조회 9,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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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여인들,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과부들’
극단 백수광부의 제41회 공연 ‘과부들’이 2012년 6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HanPAC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과부들’은 HanPAC 한국공연예술센터 공공지원시리즈의 하나로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극 ‘과부들’은 시와 소설, 희곡으로 다양하게 변주해 온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과부들’을 원작으로 한다.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넘어’와 함께 저항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하는 원작은 남미의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어난 실종과 의문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 ‘과부들’은 마을의 여인들이 강가에 떠내려온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군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실종되고 시골 마을에는 여자들만이 남아있다. 여자들은 군대에 의해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남자들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던 중 강을 따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시체 한 구가 떠내려오고, 군대에 의해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잃은 쏘피아는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며 소유권을 주장한다. 작품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더해 보편적 가치와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70년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실주의 극인 동시에 모든 시대와 국가의 문제적 사건들을 환기한다. 과거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현재의 ‘나’와 ‘나의 나라’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섬세하고 깊은 내면연기를 펼쳐온 예수정이 8년 만에 극단 백수광부와 만나 ‘과부들’의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여인 쏘피아를 연기한다. 배우 한명구는 현실적인 성격의 대위로 분하여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여기에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 배우 27여 명이 함께 깊이 있는 서사극의 무대를 채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30 / 조회 1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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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의 자화상,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가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에서 공연된다.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2010년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작품상과 신인상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0 공연 베스트7’, 동아연극상 ‘유인촌 신인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수상했다.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말레이시아 리조트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은퇴 후 이민 온 중장년 부부들은 골프, 테니스, 수영을 원주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은퇴이민’, ‘이지메’, ‘히키코모리’ 등 오늘날 일본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원작 작가인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일본 현대연극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낸 극작가다. 그는 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상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번 공연은 신구 연극인의 앙상블이 조화를 이룬다. 박근형은 연출을 맡아 빠른 전개와 구어체 대사로 작품에 입체감을 입힌다. 배우는 정재진, 최용민, 예수정, 이영숙, 김학수, 정희정, 김도균, 정세라, 이호열, 박완규, 유나미, 주인영, 김주현, 김동희, 이성자가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2.02 / 조회 10,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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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46] 암흑도 아름다운 그곳, 연극 ‘메카로 가는 길’
우리의 내면을 글, 그림, 음악 등, 여하튼 무엇이라도 좋으니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그것참 난감하다. 우리 자신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지킬박사 속 하이드는 가소로울 따름이다. 수만 개의 ‘나’가 존재하며 결국 그것들이 모여 다시 ‘나’가 된다. 연극 ‘메카로 가는 길’에는 한 여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가 있다. 모호함, 몽환, 신비로움, 어두움, 촛불 등 갖가지 단어 모두를 흡수하는 그녀의 공간을 굳이 조합해 정의하자면 매혹의 단어들은 휘발되고 ‘기괴함’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기괴함’ 역시 썩 내키지 않는다. 우리가 그녀의 방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닌 열정과 순수함을 안다면 그때서야 우리는 그녀만의 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은 오로지 그녀의 방이다. 무대는 한정돼 있지만 연극은 두 시간 가량 꽤 먼 길을 지나온다. 한 번도 시각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동쪽의 사원 역시 연극 어딘가에 분명해 존재한다. 여인은 그곳을 ‘메카’라고 불렀다. 연극은 메카로 가는 길을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저 방향을 제시하므로 힌트만을 남긴다. ‘메카로 가는 길’은 책처럼 읽으며 음미할 수 있는 연극이다. 대화와 공간, 인물들 심리 사이사이 여백은 무수한 의미를 생산해내며 가장 단순한 공백이 되기도 한다. 헬렌이 메카에 다다른 정신적 체험을 이성으로 해석,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징적으로 드러난 무대를 통해 우리는 헬렌의 ‘메카’를 공유할 수 있다. 칠십을 향해가는 이 고립된 여인의 삶은 그렇게 시가 되고 그림이 되며 또 연극이 된다. 사라지려는 찰나 더 찬란해진 촛불이 밝힌 그녀의 얼굴은 기적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작은 마술사 그녀의 방, 그곳은 ‘메카’너무 다른 세 개의 음이 이뤄낸 완벽한 조화 남아프리카 카루 사막지대의 뉴 베데스다라는 조용한 곳에 전에 없던 색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홀연히 나타났다고 할 만하다. 그 ‘출현’에 마을 사람들은 당황한다. 핵심은 남편이 죽자 그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던 헬렌이 교회에 성실한 과부가 되기를 거부했다는 데 있다. ‘감히 남들과 다르고자’ 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조각들과 침묵으로 일관한 헬렌의 반란은 그녀를 마을의 괴물로 만들었다. 어쩌면 헬렌의 공간은 바싹 마른 사막마을의 붉은 호수와 같을지도 모른다. 물은 분명 유용할진데 불길한 붉음으로 인해 외면된다. 마을은 애초에 호수를 이해하려하지 않았다. 그것이 조금 더 풍성한 즐거움을 위해 신이 선물한 포도주일지, 혹은 홍차일지 알 수가 없다. 여기 헬렌의 메카를 조롱하지 않는 젊은 여성 엘사가 구원처럼 등장한다.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이다. 두 여인의 교감은 성장물로 보일만큼 순진하며 치열하다. 언제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충실하면서도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본다. 엘사로 인해 헬렌의 세계는 풍화되지 않고 더욱 단단히 존재한다. 헬렌으로 인해 엘사는 삶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그들의 우정은 두 세계가 마음을 열고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빚어낸, 새로운 조각상이다. 그리고 아직 완전한 형체를 드러내지 못한 마리우스와의 우정도 있다. 헬렌을 양로원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목사 마리우스는 단언컨대 악역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너무 멀리 가버린 헬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표현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가엾은 마리우스는 헬렌이 있는 곳을 직시한 동시에 그녀를 잃었다. 서로 다른 성격과 크기의 음이 예상치 못했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메카로 가는 길’이다. 엘사의 음은 명확하며 강하다. 마리우스의 소리는 낮고 진중하다. 헬렌의 음표는 오선지 어디에도 완전히 걸쳐지지 않고 서로 다른 두 음의 불화를 조절하며 자유롭게 움직인다. 모든 논쟁이 작고 허약하나 자유가 넘치는 헬렌의 방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연극은 노인복지문제 외에도 인권, 종교, 여성, 빈민 등 각종 사회문제를 아우른다. 그 속에서 암흑을 몰아낸 촛불처럼 빛을 발하는 ‘메카’는 관객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꿈을 자극한다. 깊고 건강한 호수를 만나게 한 배우들의 탐구는 관객들로 하여금 ‘메카’를 찾아갈 용기를 심어줬다. 이어 촛불 끄는 법을, 그 의미를 여운으로 남겼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12 / 조회 1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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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은 없다> 일본에서 살지 못하는 일본인 이야기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 연극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 지난 11일 막이 올랐다.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켰으며, 국내에 3부작과 로 공연된 ‘도쿄노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히라타 오리자의 2008년 작, 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말레이시아의 한 리조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의 중, 장년층의 일상을 통해 은퇴이민, 히키코모리, 집단 따돌림 등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잔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 다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일본을 일군 중,장년층이 바라보는 그들 사회에 대한 시각이 비춰진다. 가장 오랜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아키라 역의 최용민을 비롯하여, 예수정, 서이숙, 주인영 등이 호흡을 맞춘다. 한국 사회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 는 6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은퇴 이민으로 말레이시아에 사는 부부.반가운 딸들이 방문했다.이들이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 부부의 선물, 풍선껌. 나만 기억하고 있는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참 이상하죠? 꼭 일본 술만 찾게 된다니까요.""꿈 속에서 남을 죽이지 못하는 것 보다 더 괴로운건,내가 죽지 않는 거에요. 어떻게 해도 난 죽지 않아요"애정이 넘치는(?) 이들 부부의 정체는?상처는 상처를 알아본다.혼자 사는 아버지 곁에 있고픈 딸.다 큰 딸을 어서 내보내려 하는 아버지.속 앓이 하는 부부들, 속 앓이 하는 부인들, 많습니다.석양이 진다. 황혼의 이들이 사는 오늘은 어떤 모습인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5.12 / 조회 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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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 따위’가 이뤄낸 행복,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애정의 시선 몇 년 전, 그녀는 일본의 어느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방문한 곳이다. 눈에 띄는 한 권의 책을 샀다. 일본어도 잘 모르고 맡길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조금씩 번역을 한 후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의 서류합격을 거쳐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합격했다.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기묘여행’이 그것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 부모의 만남을 시작으로 한다. 연극은 이들이 만나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해자를 면회하러 가는 과정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수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함께 여행을 간다, 이 한 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고 고통이 전해지죠.”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이 말한다. “그 한 줄이 주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신파로 빠지기 쉽다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취향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신파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더욱 담담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 작은 거인의 조용한 외침이 크게 울린다 이 기묘한 여행 속에는 아픔과 슬픔을 감싸고 있는 위트가 있다. “원작의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외의 유머나 위트는 원작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고 했겠죠. 고통을 고통으로만 풀어낸 작품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 관점에서는 합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게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거죠.” 사형제도 여부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가 논쟁하며 호소해왔다. 류주연은 사람과 생명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하는 많은 사람들, 생각해보면 그들이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남의 이야기니까. 관객들이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으면 좋겠어요.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 연극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재치와 몽환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면 아릿한 안타까움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연극의 소재는 인간과 인간을 다루는 것,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것, 사회와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고 연극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을 되돌아보니 ‘아, 나는 인간과 사회에 관심이 많구나’ 알게 된 거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랬어요. 그것이 아마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깨닫고 있는 중이예요.” 비극이 내포하는 희극, 희극이 담고 있는 비극. 지금 시대는 너무나 고단하고 피곤하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 여유가 없다. 그것 때문일까, 관객들은 코미디에 집중하고 대학로에는 코미디 포스터로 가득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피곤하니까 연극마저도 피곤하게 관람해야하나 생각이 들겠죠. 이해가 되기 때문에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한다면 웃겨줘야죠. 다만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도 생각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만약 사람들이 울고 싶어 한다면 연극은 울려줘야 해요. 역시 무작정 감성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집에 가서 울도록, 내내 울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울게 만들어야죠.” - 연극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스물여섯.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연극판에 뛰어들 당시 그녀는 어렸고 또 늦기도 했다. 연극 전공생도 아니었고 직간접적인 연극적 경험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연극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에 대한 애정은 항상 있었는데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하면 그 존재가 커 보이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나 따위가 어떻게 라는 생각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 따위더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경제적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버티기 힘든 나이가 20대 말에서 30대까지인 것 같아요. 한 10년에서 15년? 주머니에 몇 백 원 넣고 살아야하는 시간이 길죠. 그게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절대 부유해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잘 살려고 아등바등 하잖아요. 그렇지만 일정의 수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죠.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30대 초중반에는 연극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었어요. 순수하게 경제적인 문제로.” 그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후배를 필사적으로 말린 적도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께도 폭탄선언을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제가 뜯어말렸어요. 지금은 사회생활 하고 있는데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냥 하라고 할 걸.” 그녀는 이제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걸 해라, 그리고 하면서 행복해라.” 그녀는 당부한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엊그제가 스무 살 같은데 벌써 나이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너무 짧아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 그것이 마치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문화가 건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구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문화가 살아야 한다,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다소 걱정되는 문화적 현실을 인식하는 가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삶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애쓰고 몸부림치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2 / 조회 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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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8] 모든 아픔은 타당하다, 연극 ‘기묘여행’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의 기묘한 전달 당신의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여기 기묘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가방이 있다. 가방 속에 익숙한 것은 없다. 그것이 가방 주인의 철학이다. 남자는 ‘여행은 비일상, 가방 속에서 익숙한 것들이 나오면 비일상의 즐거움이 깨져버리기에 새로운 물건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가방에는 낯선 것들로 가득하다. 청테이프, 식칼, 밧줄, 염산, 전기톱, 그리고 직접 만든 인형까지. 남자는 이것들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제 남자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 곁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딸이 동행한다. - 침묵으로 더욱 극대화되는, 그 슬픔 동반여행. 설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일말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법. 그러나 동반여행을 떠나는 두 부부사이에는 숨통을 조이는 불편함만이 식은땀과 침묵으로 일관돼 드러난다. 이들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부모들로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에게 가는 길이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 부모와 살인자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담담한 묘사들은 3년 전의 살인임을 알리나 표면적으로만 과거일 뿐, 침묵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그것이 절대 과거일 수 없는 현재임을 호소한다. 어색한 상황과 형식적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 상처들은 꿈틀대며 점차 선명해진다. 침묵하는 슬픔은 오열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살의로 가득 찬 피해자 아버지와 어떻게든 아들의 목숨만을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당황하기만을 반복한다. 연극이 주목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남은 자들의 삶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어느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결이나 치유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남은 자들의 삶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할 뿐이다. 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게 만든다. 입장은 다르지만 고통은 같다. ‘그 때’를 위해 3년을 30년처럼 견디어 온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파리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극도의 불안 상태 속에서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가해자의 부모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주장 모두가 타당하며 모두가 충분히 아프다. -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그 슬픔 이들 사이에는 만남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을 집행했던 교도관으로 단 한 번의 집행 경험이 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는 과거,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그럼에도 연극 ‘기묘여행’은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의 슬픔은 침묵 외에도 무대와 음악 등으로 ‘기묘하게’ 전달된다. 비사실적 무대와 사실적 소품의 대비, 살아서 고통 받는 사람과 죽은 딸의 등장, 연극의 흐름을 신선하게 바꿔놓는 음악 등이 조화돼 낯선 화음의 성공적 소통을 알린다. 고통이 유발하는 희극적 상황은 유머가 된다.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롭다. 밀도 있는 날카로움 끝에 찔린 관객들은 연극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살인자 앞에서 식은땀만 흘려대던 남편과 달리 감정의 균형을 잘 잡아가던 아내는 어느 순간 폭발하며 딸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극은 절정을 찍었고 화해는 없다. 남자는 고백한다. “지금까지 꽤 긴 걸음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제 마음 속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향한 인간의 연민과 순수함이 남았다. “그러나 죽일 순 없습니다. 아빠로서는 실격이겠죠. 그렇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엄청난 살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난데없는 노래방에서의 대면을 시작으로, 서로가 만들어온 인형을 안고 찌르기를 지나 살인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기묘한 여행. 연극 ‘기묘여행’은 사형 제도를 밑거름삼아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뚝심 있는 연극 철학으로 신뢰감을 주는 연출가 류주연과 남명렬, 예수정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만남은 기묘여행에 동참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행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1 / 조회 1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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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탈을 쓴 생명 이야기, 연극 ‘기묘여행’
사형제도는 인간의 본질적 인권 침해인가 연극 ‘기묘여행’이 4월 17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기묘여행’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쿄죠우가 쓴 작품으로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의도에 대해 공연관계자는 “인간의 생명이 법이나 제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문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창하고자 한다”며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간과됐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라는 2차 재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쉽게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인간 양심의 순수한 근원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품 속에는 딸의 살해범인 사형수를 직접 죽이겠다는 아버지,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을 받아들인 살해범, 교도관으로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코디네이터 등이 등장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복수를 생각하며 가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항소해서 어떻게든 살기를 바란다. 한편 과거의 교도관은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알선하는 코디네이터가 돼 있다. 연극 ‘기묘여행’은 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이야기한다. 연출의도에 대해 연출가 류주연은 “사형 제도의 찬반 논쟁을 화두로 삼기보다는 인간 생명의 숭고함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고자 한다. 이는 심지어 사형제도가 완전 폐지된 나라일지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피해자 어머니 역은 연극 ‘바다와 양산’, ‘그린벤치’, ‘신의 아그네스’, ‘다우트’ 등에서 열연했던 예수정이, 피해자 아버지 역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 리어’, ‘보이첵’, ‘에쿠우스’, ‘한스와 그레텔’ 등의 남명렬이 맡는다. 이 외에도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신용진, 신용숙, 김원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22 / 조회 8,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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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행갈래요?> 김상경
영화 드라마 등 화려한 필모그라피 속 김상경의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스크린을 빠져나온 그는 반듯하고 의로운 이미지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석 이미지를 가진 배우이기도 하다. 연극 연습에 한창인 그를 백암아트홀에서 만났다. 반듯함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거리감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사라지고 이것 저것 재려 하지 않는 대화에서 인간적인 깊이가 묻어 나온다. 반듯함에 인간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더한 김상경을 만난다. 살가운 아들, '엄마' 이야기에 감동받다 대학 시절 이후 연극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어떤가. 마지막으로 연극을 올린 게 97년이니 12년 만이다. 요즘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라 사람들 앞에서 리허설 식으로 해보고 있는데 옛날 연극하면서 느끼던 매력을 다시 느끼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관객을 앞에 두고 있지 않아 현장감은 없다. 지금은 이 현장감이 좋고 설렌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인데 이번 작품에 출연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간 연극과 출신이라 연극 섭외가 들어왔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작품은 없었다. 우연찮게 기획적인 작품을 하게 됐는데 사실 그럴 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받아본 대본 자체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보면서 많이 울었다. 엄마를 위해서라도 하고 싶고.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기 때문이다. 크게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엄마에게 표현을 잘 못하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표현을 하는 타입이지만 무뚝뚝한 스타일의 아들들에게는 엄마에게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암에 걸린 엄마와 조금은 이기적인 아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아들들은 대부분 이기적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기 살기 바빠서 엄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쓰는 시간강사 아들이 등장한다. 그러다 엄마가 암에 걸리자 그제서야 깨닫고 후회한다. 연극 중에 모녀의 정을 그린 작품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는데.그러니까, 그렇다고 들었다. 참 재미있는 게 우연찮게 그런가 보다. 이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실제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가 있다. 물론 암이란 설정은 아니다. 감독님이 실제로 엄마로 여행을 갔고, 거기서 히치하이커도 만나봤다고 한다. 그 전에 ‘꽃피는 봄이오면’에서 나온 관계를 확장한 것이기도 하고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뜨거운 모정과 뒤늦게 후회하는 아들의 이야기면, 신파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기준이 다양하고 관객층도 다양하다. ‘분석’을 하면 신파다, 아니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소재자체가 슬픔이다. 난 홍감독님의 감정이 배제된 영화를 찍다가도 화려한 휴가처럼 어쩌면 신파적인 부분이 있는 작품도 찍었다. 화려한 휴가에서 광주도 자체가 슬펐다. 이번 작품은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는 철없는 아들이니 어찌됐던 눈물샘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극의 앞부분은 평범한 엄마와 아들의 모습인데 객관화가 되니까 ‘저렇게 사는구나’ 하는 모습들이 있다. 약간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김상경씨는 어떤 아들인가. 난 엄마하고 친한 쪽이다. 좀 의외라고 할 수 있나? 묻고 싶은데 사람들이 보는 내 이미지는 어떤가. 글쎄…반듯하고, 정의롭고, 별 말씀이 없을 것 같고.. 난 말이 많다(웃음). 그게 실제하고 다르다. 5남매 중 막내인데 엄마하고도 말을 많이 하고, 친한 사람들과도 굉장히 많이 한다.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김상경씨는 다르단 말인가. 작품에서 진득하고 말 없고…실제 그런 면도 있을 거다. 내 몸을 가지고 하는 것이니.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사람들하고 잘 지낸다. 기자분들하고 인터뷰할 때 ‘저 사람 되게 말없고 어려울 것 같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더라. 나에게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걸 남을 통해 알게 되는 거다. 가끔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그런 이미지 아닌가. 그래서 더 여성 팬이 많지 않나(웃음) 하하하, 그런가. 잘 모르겠다. 다행히 모나게 날 싫어하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쟤 뭐야, 안 봐 안 봐”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 다행인 거다. 그런데 5남매 중 막내라면 사랑을 많이 받았겠다. 그렇다. 형이나 누나들이 양보를 많이 해주고 부모님도 ‘상경이 줘라’ 이런 식이었으니까. 복이 많게 태어난 거다. 앞서서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했는데.난 어머니에게 굉장히 많은 걸 배웠다. 제일 존경하는 사람 중에 어머니가 일등이다. 비뚤어진다던가, 그런 일이 이었을 때도 어머니 생각해서 그러지를 못했다. 모든 걸 자식을 위해 다 희생하는 분이다. 그 사랑을 받으면 잘못되기 힘들다. 어머니가 이번 공연을 보러 오시겠다. 날짜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못 앉으신다. 옛날 대학교 때 연극보러 오시더니 불안해서 힘들다고 하셨다(웃음). "계획? 좋은 작품이 내게 오길 바랄 뿐" 류장하 감독과는 첫 작업인가. 대본을 받을 때도 ‘꽃 피는 봄이 오면’ 감독이라는 걸 몰랐다. 우연히 그 영화를 TV에서 봤는데 정말 괜찮게 봤다. 남들이 다 하는 재주를 따라 한다거나 하지 않고 영화 속에 그 분의 감성이 보였다. 는 대본이 좋아서 선택을 한 건데, 그 감독님이라고 하니까 대본이 가지고 있는 색깔도 이해가 됐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확대해서 영화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와 연극 연출은 다르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재미있는 건데, 가령 연극에서는 시작을 할 때와 끝낼 때 ‘페이드 인(fade in)’ ‘페이드 아웃(fade out)’ 이라고 한다. 그런데 감독님은 ‘액션’ ‘컷’. 이렇게 한다(웃음). 연극 경험이 없다는 건 장단점이 있겠지만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나오고 있어 좋은 것 같다. 연습실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집 근처에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는 너무 힘들다. 그래서 몇 일 만에 그만두고 대신 걸어 다녔다. 평소에도 차 막히는 게 싫어서 지하철을 많이 탄다. 지하철 타면 좋다. 출근시간만 아니면 한가하고 늘 앉아 다닌다. 사람들은 알아보지 않냐고 물어보던데, 서로 잘 쳐다보지 않던데. 다들 책보고 DMB 보고 음악 듣는다. 어쩌다 졸고 있는 아주머니가 깨서 눈 한 번 마주치는 것 이외에는(웃음). 요즘 드라마, 영화처럼 타 장르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무대진출이 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난 유행을 좇아 다니는 사람은 아니다. 이러는 게 대단한 일도 아니다. 사실 연극 출연이 늦어진 게, 요즘 이런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 작품 이외, 다른 무대도 생각하는가. 연극은 당연히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데뷔할 땐 영화나 드라마가 굉장히 힘들었다. 연극만 하고 카메라 앞에 서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젠 익숙해 졌지만 나에겐 연극이 더 편하다. 출연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유행처럼 온 것도 아니다. 올 여름에 홍상수 감독의 작품 ‘하하하’에 노개런티로 참여했다. 홍감독님과 처음 일 할 때는 10분의 1인가 받았다. 그런데 영화 찍고 나니까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받은 돈보다 술을 더 먹어서. 그 다음부터는 어차피 받으나 안 받으나 똑같이 마이너스여서 안 받은 것이다. 홍감독님은 자기 연출료도 깍는다. 저예산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가 고른 것이다. 작품마다 예산이 다르지 않나. 예산이 큰 상업영화에는 그만큼 받는 것이다. 언론에 노개런티라고 말 한 적이 없는데 기사화가 된다. 이건 안타깝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데뷔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계획은. 배우가 깨어있어야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확실한 자아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 작품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우연찮게 본 대본이 너무 좋았고, 올해에는 이 작품을 꼭 하자라고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항상 바람만 갖고 있다. 좋은 작품 오게 해달라고. 이번 연극을 보시는 관객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3~40대 남자분들이 꼭 보셨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마흔이 가까워오니까 부모님이 예전같지 않다. 공연 보러 모시러 나가려고 해도 몸이 아파 못 나간다. 우리 아버지도 못 오실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전에 부모님 손 잡고 오셔서 마음을 전달했으면 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11.12 / 조회 1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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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열심히 떠드는 텔레비전 토크쇼를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며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던 델마는 큰 소리로 딸을 부른다. “제시! 제시! 빨리 매니큐어 칠해줘, 나 손 씻고 올게.” 돌아오는 딸의 대답이 또렷하다. “엄마, 나 두 시간 안에 자살 할거야.” 연극 는 극과 극은 통하는 아이러니한 세상의 이치를 보여주며, 양 극의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충격들을 밀도 있게 선보인다. 어지러운 테이블이 놓여있는 거실에, 컵과 냄비들이 쓰기 좋게 들어있는 부엌, 이 아무렇지도 않은 공간 속에서 특이할 것 하나 없는 엄마와 딸이 온 몸으로 발산하는 것은, 생을 괴롭힌 가혹했던 것들과의 사투에서 얻은 너무나도 살벌한 체념과 가장들이다. 야식으로 즐겨먹는 도너츠를 사 둔다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집으로 배달 시키는 일, 약이 어디 있는지, 카라멜은 어디 있는지 엄마인 델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를 챙기고 다독이는 딸 제시가 간질을 앓아온 이혼녀에 도둑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해도 엄마는 쉼 없이 묻고 또 요구하며 제시의 삶을 한정한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늘 해오던 일인 ‘매니큐어 칠하기’는 소통 부재로 얼룩진 이들 사이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메타포다. 창피함의 요소로 가득한 딸을 낳고 엄마는 ‘사랑’의 이름으로 딸과 스스로의 눈을 보기 좋게 가려버렸다. 특별한 외출도, 유별난 감각도 없는 늙은 엄마가 부지런히 칠하고자 하는 매니큐어는 여성으로서의 미의 추구라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그것을 덮어 감추려는 습성의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마저 혼자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내가 기다려온 때”라며 묵묵히 자살을 강행하려는 딸을 피눈물로 막아서고 “너는 내 아가니까”를 말하는 델마. 뭉클한 어미의 사랑에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무너지려는 찰라, 그녀는 머릿속을 멍하게 만드는 한 마디를 토로한다. “미안해, 니가 내 건 줄 알았어.” 마샤 노먼이 쓴 는 이렇듯 일상 소재가 안은 충격적인 사연들,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로 인해 1982년 초연 이후 끊이지 않는 화제가 되는 작품이다. 특히 엄마와 딸, 애증이 가득한 둘의 대화만으로 이들의 삶, 한계선을 넘어버린 딸의 위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그간 박정자, 윤석화, 윤소정, 오지혜 등 내공 쌓인 여배우들의 힘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이번 에서 나문희는 '브라운관의 국민 어머니'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번지는 눈물이 얼굴 위 세월의 굴곡을 굽이굽이 흐를 때면 객석 이곳 저곳에서 참다 못한 흐느낌이 즐비해 진다. 1시간 20여 분의 흐름을 한번에 밀고 가는 힘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지만, 문득문득 터트리는 그녀의 절규는 허구의 배우와 실제의 엄마 사이의 분간을 힘들게 한다. 손숙, 서주희, 황정민까지 이번에도 역시 여배우에 기대를 건다. 저마다의 화려함이 응어리 진 침묵에 잔잔한 잡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잘자요, 엄마’하고 남기는 딸의 마지막 인사에 미치지 않을 엄마가 없듯이 우린 또 다시 이들의 목숨 건 선택에 깊게 흔들릴 것이다.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9.19 / 조회 12,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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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연기 아닌 ‘나’를 보여줄 무대
자살을 결심한 딸과, 그런 딸을 이해해 가는 엄마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연극 가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2의 여덟 번째 작품인 가 오는 8월 29일 공연을 앞두고 동숭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해 매번 화제를 낳고 있는 연극열전2의 상반기 작품들에 이어 이번에는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나문희가 엄마인 델마 역을 맡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나문희와 함께 델마 역을 맡은 손숙, 딸 제시 역의 서주희와 황정민, 그리고 연출가 문삼화가 참여한 가운데,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인 조재현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엄마 델마 역을 맡은 나문희는 “연습하면서 그냥 델마에 빠져들었다”며 시종 일관 연기가 아닌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무대가 될 것을 이야기 했다. 10년 전 같은 역을 맡아 이번이 두 번째 델마로 분하는 손숙은 “지난 10년 세월동안 스스로도 겪은 일이 많았고, 엄마로서의 가슴앓이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소감을 말했다. 나문희와 손숙은 모두 딸 셋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또한 손숙은 “굉장히 힘든 작품이어서 다시는 안 한다고 생각했지만 작품 제의가 왔을 때 거절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하며 “올해 가장 좋은 작품이 될 거라 확신한다”며 작품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마샤 노먼의 데뷔작 [Getting Out]을 연출하기도 한 문삼화 연출은 “제시의 자살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에서 작품이 출발한다”며 “번안극으로서 낯선 소재와 단어들이 있지만 우리의 심장을 찌르는 작가의 치열함이 통하는 작품”으로 를 설명했다.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서주희는 “개성 강한 제시가 아닌 나, 일상 속 딸의 모습이 보여질거라 생각한다”고 했으며, 같은 역을 맡은 황정민 역시 “간질을 앓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제시가 평범한 모습은 아니지만, 딸로서 엄마에게 갖는 생각이 표현될 것이다”라고 세상을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이 제시임을 강조했다. 소통 부재 상황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엄마와 간질병을 앓고 있는 딸, 결국 이들 삶이 딸의 죽음으로 귀결되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는 1983년 뉴욕에서 초연된 마샤 노먼의 명작. 퓰리처 상 등을 수상하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198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윤석화, 손숙, 박정자, 윤소정,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선보인 바 있다. 기자간담회 모습 의 배우들. 서주희, 나문희, 손숙, 황정민.(왼쪽부터)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 조재현.글/사진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8.08 / 조회 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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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치열한 심리극 "당신은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연극 [다우트]는 이와 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흔들리다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의심’이라는 것은 잡초처럼 질기고 강해서, 사그라 들었다가도 다시 뻣뻣이 살아나 활개를 친다. 사람을 옭아매고 괴롭히지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우트(Doubt)’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은 슬슬 살아나는 의심을 매개체로 인간의 본성과 나약함을 펼쳐놓는다. 의심은 카톨릭 사관학교 교장수녀로부터 시작된다. 깐깐하고 엄격한 엘로이셔스 원장수녀는 제임스 수녀의 말 한마디에 의심에 사로잡히고 만다. 플린신부가 어린 흑인 남학생을 ‘건드렸다’는 것. 의심에 의심을 거듭한 끝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신부를 추궁하지만, 그는 격렬하게 부인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 연극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조차 엘로이셔스 원장수녀의 의심이 정당한지, 아니면 괜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여러 정황을 끼어 맞춰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연극에서 헷갈리지 않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플린 신부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부인한다. 억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엘로이셔스 수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고, 갈팡질팡하는 제임스 수녀와 관객들은 과연 누가 억울한지 판단이 안 선다.
이 연극에서 확신이란 없다. 오히려 확신을 경멸하고 비웃는다. 그래서 연극이 끝날 때 까지고 결말은 열려 있고 판단은 관객이 알아서 해야 한다. 불친절하지만 여운이 오래갈 수 밖에 없다.
연극 [다우트]는 2005년 플리쳐상, 토니 상, 비평가 상 등을 휩쓸고 지금까지 뉴욕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앵콜 공연에 들어가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벗어 내버릴 수 없는 의심을 매개체로 심리드라마가 짜임새 있게 엮여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특히 배우 김혜자가 표현하는 엘로이셔스 수녀가 인상 깊다. 그녀는 따뜻한 이미지를 버리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는 엄격하고 깐깐한 수녀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게다가 마지막 ‘나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의심을 또 다시 의심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갈등과 혼란을 담아낸다. 또한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제임스 수녀와 뭔가 석연치 않지만 억울할지도 모르는 플린신부 역할을 맡은 윤다경과 남명렬도 제 색깔을 찾아 표현한다.
의심은 확신보다 불편하고 어렵다. 이 편치 않은 갈등과 심리전이 연극 [다우트]에 녹아있다. 사실, 이 세상에 100% 확신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에 수긍하고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2007.03.13 / 조회 10,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