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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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30스튜디오 다시 오른다
연희단거리패 2006년 초연 대표작
올해 SPAF서 10년 만에 재공연
김미숙·윤정섭·오동식 등 출연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포스터(사진=연희단거리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희단거리패는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10년 만에 다시 무대화한 연극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30스튜디오에서 정기공연으로 선보인다.‘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2006년 연희단거리패가 창단 20주년을 기념하고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을 기리는 공연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한국연극협회,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 공연’에 선정된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이다.지난 9월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라 10년 전의 감동을 관객에게 다시 전했다. 초연에 출연했던 김미숙을 비롯해 윤정섭, 오동식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출연해 물오른 연기로 무게감을 더했다.작품은 브레히트의 원작을 이원양이 번역과 드라마투르그를 맡고 이윤택이 번안·연출해 완성됐다. 원작의 구성과 작가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한국의 역사 현실과 공연양식으로 수용해 해외극의 한국적 수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오는 23일부터 12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에서 공연한다. 전석 3만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17 / 조회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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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게릴라극장 문연다...연희단거리패 <갈매기> 1월 개막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가 내년 1월 12일 대학로 게릴라 극장에서 개막한다. 지난 2015년 초연된 연희단거리패의 이 작품은 개막 당시 전회 매진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는 1896년 발표된 체호프의 희곡으로, 작가를 꿈꾸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유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연희단 거리패의 대표 김소희가 연출에 참여했으며, , 의 윤정섭이 트레플레프로 출연한다. 또한 의 황혜림이 아르까디나로, 이원희가 트리고린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한편 가 공연될 게릴라극장은 2016년 재정적인 문제로 폐관을 계획했으나, 매각 지연 등의 문제로 2017년에도 공연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2017년 게릴라극장의 첫 작품 는 내년 1월 12일부터 2월 5일까지 계속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연희단거리패 제공
2016.12.21 / 조회 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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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이 결코 노벨상을 허하지 말라했던 작가?
노벨이 유언장에 "스트린드베리와 같은 성향의 작가는 노벨상 수상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썼다. 바로 연극 의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다.
노벨과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작가 스트린드베리는 사회 관습에 반기를 들고 기성 문단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던 극작가이자 소설가. 반전주의자였던 스트린드베리는 '전쟁 상인'이라 불리는 노벨에 대해서도 크게 비판했다. 이후 스트린드베리의 60세 생일인 1909년, 스웨덴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안티 노벨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가 그 대표적인 자연주의 희곡이다.
는 1888년 발표된 희곡으로 전통적인 성 역할을 파격적으로 전복한 인물 설정과 계급차를 넘어선 정사 장면으로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스웨덴에서 16년간 상연을 금지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 담긴 문제의식과 사회비판은 1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는 북유럽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연극학도가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작품이자 현대 연극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만에 이 작품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의 연출은 루마니아의 펠릭스 알렉사가 맡았다. 펠릭스 알렉사 연출의 는 2012년 3월 루마니아에서 초연되었으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프랑스, 영국 투어를 거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인공 줄리역은 최근 에서 쥬코를 사랑하는 소녀 역을 맡았던 황선화와 계급의 상승을 꿈꾸는 하인 장은 연희단거리패의 간판 배우이자 최근 에서 이중섭 역을 맡았던 윤정섭이, 줄리의 요리사인 크리스틴은 김정은이 캐스팅 되었다.
연극 는 11월 25일부터 12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며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글: 김선경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사진제공 : 국립극단
2016.11.16 / 조회 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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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탄생 100주년, 연극으로 만난다
"당신이 살아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역사가 됩니다. 오늘날 역시 예술이 예술답게 존재하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오늘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과 함께 이 세상을 견뎌내고자 합니다." (이윤택)
삶이 곧 연극이고, 연극이 곧 삶이라 했던가. 10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연극 의 프레스 콜이 지난 6일 열렸다. 이 날은 1956년 9월 6일 타계한 이중섭 화백의 기일을 맞아 특별히 추모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
연극 은 1991년 처음 선보인 창작극으로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희단거리패가 윤정섭 배우를 비롯한 단원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일찌감치 지난 3월 콜롬비아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 페스티벌, 7월 밀양 연극제에서는 이미 공연을 펼쳐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연극 은 식민시대와 조국분단 등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순수한 마음으로 작품만을 위해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일본 여인과의 결혼, 1.4 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의 죽음까지 예술가를 억압하는 시대에서 경제적인 빈곤과 고독 속에서도 꿋꿋이 예술혼을 이어가는 모습을 시간 순서에 따라 가감없이 그려내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이중섭의 그림 속 아이, 새, 나무 등을 형상화 한 오브제 소품들과 극 중에서 이중섭 역할을 맡은 배우가 그림을 온전히 무대에서 그려내는 모습들을 통해 이중섭의 미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중섭의 삶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국제 연극제 초청을 받았음에도 항공료 지원이 되지 않아 연극제에 불참할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대극장 대관에 어려움을 겪어 서울 공연도 무산될 뻔 했다고.
“이중섭 선생님의 진한 삶만큼이나 저희 공연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콜롬비아를 갈 때도 항공료 지원이 안 돼 취소를 할 뻔 했다가 어렵게 싼 티켓을 구해 힘들게 다녀왔고요. 서울 공연도 잡으려고 했는데 대극장 대관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어요. 밀양연극제에서 저희 공연을 보신 윤호진 선생님께서 지금 공연장을 바로 주선해 주셨어요. 진짜 하는구나 싶네요.” (김소희)
연극 은 2014년 명동예술극장 공연 이후 2년 만에 연희단거리패가 준비한 작품. 합숙생활을 하는 극단 성격에 맞게 2년 전의 작품보다 동적인 부분을 살렸다. 이전에는 없던 길 모양의 세트를 무대 중앙에 설치해, 조금 더 실험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이중섭을 그리는 방향도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그리고자 했다.
“2014년 작품 같은 경우는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선발했습니다. 소속감이 다른 배우들이 모이다 보니 앙상블을 크게 기대할 수가 없었어요. 개인기 위주로 진행을 했었죠. 하지만 연희단거리패 공연으로 이전되고, 또 보고타 국제연극제에도 나가다 보니 서사중심보다는 전체적인 앙상블, 문학성에서 벗어난 연극 고유의 연극성을 강화했습니다. 또 합숙생활을 하는 배우들이다 보니, 움직임이나 이런 것들이 조직화되는 등 대폭 수정을 했어요. 그래서 명동예술극장에서 보신 게 더 대중적이고 좀 더 전통극 적 분위기였다면, 여기는 좀 더 민간극단 적, 실험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또 예전하고 지금하고 극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요. 예전에는 축제적인 분위기였죠. 이중섭이 많이 울었어요. 세상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우는 낭만적인 연극이었죠. 하지만 예술가의 삶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중섭도 굶어 죽었어요. 화가가 굶어 죽어야 하는 이러한 세상 속에,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고, 윤정섭에게도 울지 말고 심도 있게 연기하라고 연출을 했죠. 지난 번 작품보다 조용하고 심화된 분위기로 연출했어요.” (이윤택)
이중섭을 연기하는 윤정섭은 이번 작품에서 넓은 감정의 폭을 보여준다. 소년시절의 천진난만한 예술에 대한 열정부터, 고독과 생활고에 찌들어 점점 피폐해지고 타락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친다.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직접 이중섭의 ‘황소’를 그림으로 그리는 등 화가로서의 삶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윤정섭 역시 거장을 연기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저라는 사람이 이중섭 선생님을 연기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일단 그 분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안 어울리지 않나, 이걸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그런 부담이 많았습니다. 얼굴도 닮지 않았습니다.(웃음) 근데 어느 순간 제가 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연희단거리패 극단 소속 배우라 하는 구나 생각하니까 그런 부담이 사라지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외롭고 불안했죠. 그런데도 저의 불안함이 인물의 불안함과 만나서 잘 작용이 됐던 것 같아요” (윤정섭)
극중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주는 일등 공신은 음악이었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들려주는 동양 악기들의 연주, 그리고 한이 서린 판소리는 파란만장한 이중섭의 삶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피아노와 여러 가지 국악을 활용해, 최대한 배우들의 호흡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연출가의 구체적인 디렉션도 있었고요. 제가 음악감독으로 연희단거리패와 그동안 쌓아온 호흡을 바탕으로 연기에 방해되지 않고, 도움될 수 있는 방향성으로 준비를 했어요. 특히 배우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처음 이중섭이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제가 퍼커션 흔들면서 같이 쓰러지는 등 여러 노력을 했습니다.” (김시율)
“한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의 의미가 뭔가..” 라는 얘기를 하며 연출가 이윤택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힘들다는 것, 버려진다는 것”이라며 이중섭의 마음을 대변하듯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곤 이중섭은 사회적 요인으로 피해를 본 희생자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60년, 그의 삶을 그린 작품을 통해 이중섭도 하늘에서나마 힘들었던 삶을 위로 받진 않았을까?
연극 은 이중섭이 가족을 만나 비로소 출상하게 된 9월 10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글 : 이우진(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9.07 / 조회 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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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탄생 100年·김의경 추모 '길 떠나는 가족' 무대 오른다
연희단거리패, 30년 기념공연 무대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 삶과 예술
이윤택 연출·윤정섭 주연 재현해내
"진심 전달 관건, 내면 표현에 집중"
10~25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화가 이중섭(왼쪽)과 극작가 김의경(사진=이데일DB·뉴시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비운의 천재화가 이중섭(1916~195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그의 일대기를 대본으로 옮긴 고(故) 김의경(1936~2016) 극작가를 추모하는 무대가 마련된다.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의 하나로 오는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무대에 올린다. 이윤택의 연출로 1991년 초연한 작품은 지난 4월 별세한 극작가 김의경의 대표작이다. 김의경은 극단 실험극장 창립 동인으로 1960년부터 1976년까지 대표를 지냈으며, 1976년에는 극단 현대극장을 창설한 연극계 산증인이다.작품은 일제강점기와 조국 분단이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궁극의 작품을 그리고자 했던 이중섭의 일생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연극 제목은 이중섭이 1954년에 그린 작품에서 따왔다. 식민치하 일본여인과의 결혼, 1.4 후퇴로 인한 남하, 정신병원에서의 죽음 등 시대적 상황과 경제적 빈곤이란 극한상황 속에서도 치열한 예술혼으로 맞선 삶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꾸며낼 예정이다. 이윤택 연출은 “이 공연의 승패는 관객에게 진심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단순히 평면적인 스토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지난 3월 밀양을 시작으로 4월 콜롬비아, 5월 대전, 대구, 제주도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7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후 홍익대학교 윤호진 교수의 소개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와 공동기획해 이달 서울 무대를 올린다.이중섭 역에는 연희단거리패의 윤정섭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김소희, 오동식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의 한 장면(사진=연희단거리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9.01 / 조회 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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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아버지와 아들’…혼재하는 오늘을 담다
연극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 연극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기 위한 제의에서 파생된 노래와 춤에서 찾을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생명력과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이다. 따라서 그는 풍요와 삶을 상징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신이라 일컬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신 뒤 느끼는 감정인 ‘도취’의 정서가 제의에서 행해지는 춤과 노래에서도 반영되었다고 기록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의 연극은 오늘날의 것과는 상이한 모습 일 것이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제의가 인간 삶의 영위를 위해 신에게 청탁을 드리는 범국가적인 행사였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도취의 정서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단면을 연극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현실을 ‘재현’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 많은 연극이 인간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인간은 당대의 이야기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을 다시 관람하고, 전 세계의 수 많은 연출가들이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두고 고민을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연극에서 나오는 인간 군상은 비슷한 패턴으로 범주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현장의 미쟝센만이 다를 뿐 인간이 겪는 갈등과 화합의 구도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리처럼 존재한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좋은 작품의 판단기준은 역시나 시의성 따라서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자면 다른 배경, 다른 표현 안에서도 ‘시의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만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군상을 내포하는 작품이 널리 표현되는 진리로써 인류에게 유의미한 작품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서울에서 공연된 연극 ‘아버지와 아들’은 분명 1895년 농노 해방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오늘의 관객에게 가치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과거를 중첩시켜 시의성의여지를 주는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인물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연극은 상당히 많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 세 자매의 경우만 봐도 근대에서 현대로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세 자매라는 개인들로 치환하여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논쟁, 거기에서 생겨난 담론에 대한 치열함 속에서 관객은 연극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봉착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이 여타의 러시아 작품보다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더 큰 시의성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시대 담론에 대한 여러 접근 보통 시대의식에 대해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한다면 사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희곡에서 묘사하는 그대로 무대 위에 작품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데 급급하다. 지나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번역극들의 경우 표현의 방식이 ‘재현’에 그치는 경우 타 문화, 타 지역에 대해 몰이해한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도 소위 ‘사실적인’ 재현이 무대 곳곳에 등장한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무대 중앙 공중에 달린 샹들리에, 파티에서 남녀가 사교춤을 추는 장면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극적 몰입을 이끌 수 있었던 요소는 대사의 처리이다. 번역투 대사를 그대로 차용할 경우 가진 ‘동화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인물의 말을 구어체와 문어체를 혼재하도록 작업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의상이나 대도구 등으로 시대성을 살리면서도 관객의 이해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시대 담론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접근으로 대체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설득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상징적인 미쟝센의 대비를 통한 주제의식의 강화 그런가 하면 상징적인 미쟝센을 활용하여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부각한 지점도 있다. 하얀색과 초록색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무대 세트가 바로 그 부분이다. 무대 양 옆으로는 하얗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져있고, 무대 전면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져 있다. 그런데 푸른 잔디 위에서는 아르까지와 바자로프를 포함한 신세대로 대변되는 인물들이 주로 말과 행동을 하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진 무대 중심부에는 구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연기를 한다. 이는 배우들의 동선을 통해 세대의 갈등과 그 경계를 상징적으로 언급하기 위해 이러한 무대 미쟝센을 연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구세대와 신세대의 경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사실적인 구현과 상징의 혼합적 표현을 활용한다. 이러한 맥락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두드러지는데 메시지의 중심에는 ‘세대교체’문제가 대두된다. 유산계급으로 치환되는 아르까디의 집안과 무산계급으로 대변되는 바자로프의 집안을 번갈아 조명하는 형식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견해 자체에 대한 언급 뿐 만아니라 세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급 간 견해 차이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낸다.아르까디의 집안은 자본가의 집으로써 구세대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를 중심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이념에 대한 강제력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적 움직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자로프는 신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큰 아버지와 대립한다. 반면에 무산계급으로 그려지는 바자로프의 집안은 ‘아들을 숭배한다’는 표현을 쓰는 바자로프의 부모들을 통해 구세대가 신세대와 화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드러낸다. 구세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산계급 또한 갈등을 겪는데 사회 모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구세대의 긍정성을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바자로프의 견해 때문이다. 신세대의 사회를 대하는 방식과 무산계급 구세대의 이념 또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아버지 세대가 계급 간에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아들 세대에서도 다른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아르까디와 바자로프는 공통적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미 없음’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니힐리즘을 신봉한다. 하지만 자본가의 아들 아르까디는 바자로프와 달리 구세대가 쌓아놓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정은 한다. 구세대의 전형으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불어를 읊조리며 책상에 앉아 늘 지나간 이론들과 씨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그를 비웃지만 아르까디는 그의 과거 업적에 대해는 부정도, 비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자로프는 그런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 상류 집안은 ‘신사적임, 점잖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이 두 청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아르까디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유산계급의 발랄한 여자 까쟈와 결혼하고, 무산계급이었다가 남편에 의해 자본가가 된 안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자로프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사상적 공통분모를 찾고나서 그녀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실에 놓인 벽을 스스로 더 높이 쌓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폭로 결론만 보면 극단적 진보주의 청년 바자로프의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비극적이고 모순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작품의 현 주소이다.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보면 바자로프의 죽음은 개혁가의 죽음으로 결론지을 수 있으므로 희망이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바자로프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열린 아르까디 부자의 결혼식에서 피로연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그의 뜻을 받들겠다는 유산계급 아르까디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식 도중에 바자로프를 대신해 니힐리즘을 계승하겠다고 부르짖는 아르까디의 말이 신빙성 있는가 이다. 수 많은 아르까디가 오늘날까지 존재했겠지만 과연 문제 해결을 할 수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날에 결혼하는 비논리적인 세상에 대한 단면,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를 시끌벅적한 축제로 무마하려는 부패적 삶의 모습, 진실을 마주했을 때 도망가려는 현상에 대한 단면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드러난 부분이 결혼식 장면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가장 강렬하게 쏟아내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가장 큰 동요와 심정적 자극을 받을 것이다.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5.09.14 / 조회 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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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과 사랑 그린 <아버지와 아들> 개막
어느 누구보다 가깝지만 또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연극 이 가을의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일 프레스 리허설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연극 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성열 연출의 지휘로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김호정, 윤정섭, 이명행 등 배우들의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농지경영에는 속수무책인 아버지 니꼴라이와 큰아버지 빠벨이 사는 고향 농장에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 아르까디가 혁명을 꿈꾸는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일은 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큰아버지 빠벨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바자로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치고, 아르까디와 바자로프의 환영 파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사업가 안나가 방문하면서 평범하고 조용했던 러시아 농가는 시끌벅적해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는 각각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보여줬으며, 윤정섭, 이명행은 아들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힘 있고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17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 동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을 얻어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9.04 / 조회 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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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과 화해, 다른 경지로 보여줘…<아버지와 아들>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그린 소설 으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연극 무대로 소개된다. '아일랜드의 체홉'이라 불리며 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 작품의 국내 연출을 맡은 이성열을 비롯해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이명행, 윤정섭 등 출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 1862년 발표된 소설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급진적 지식인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수식하며, 환멸에 젖은 청년 지식인의 허무주의 특성을 수면 위로 떠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관념과 이상의 세대인 아버지들과 행동과 혁명의 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으며, 아일랜드의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희곡으로 재창조해 1987년 연극이 런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바실리 역의 오영수, 나꼴라이 역의 유연수, 빠벨 역의 남명렬(왼쪽부터)이성열 연출은 한국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정치상황 등의 부분은 낮추는 대신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갈등, 화해, 용서, 이해 등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극적인 소설 속 장면들이 희곡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고 목가적으로 표현될 것을 예고하며, "브라이언 프리엘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어 보이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체홉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가진 불안함, 꿈이 사라진 세상의 들뜬 표정이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한 "그간 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부자 간의 갈등을 담거나 이들의 화해까지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이 가진 남다른 위치를 강조하며, "극중에서 바자로프가 죽음으로서 모든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희생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다른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경지"라고 강조했다. 아들 세대 - 아르까디 역의 이명행, 바자로프 역의 윤정섭(왼쪽부터)제목처럼 극의 중심에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있다. 촌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큰 바실리는 오영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지식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또 한 명의 아버지 니꼴라이는 유연수가 맡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역은 윤정섭이, 그의 친구이자 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나 결국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는 아르까디 역은 이명행이 나선다. 아버지 세대이나 일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이상주의자로, 니꼴라이의 형인 빠벨은 남명렬이 분한다. 자신이 부르짖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괴리와 모순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5.08.20 / 조회 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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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피의 결혼' 통해 연극의 축제성 회복"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의 만남
"연극의 연희적인 느낌 최대한 살리려"
국악퓨전그룹 반의 라이브 연주로 오프닝
중남미 연극제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 초청 받아지난 18일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극 ‘피의 결혼’의 이윤택 연출(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연극은 특별한 것이다. 연극의 축제성을 회복하는 의미에서 볼거리가 많은 축제극으로 만들어봤다.” 스페인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이 만나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의 무대를 펼친다.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피의 결혼’을 통해서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윤택 연출은 “최근 말이나 특정 배우 중심의 연극이 지속되다 보니 연극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축제성이 소실되고 있다”며 “‘피의 결혼’을 통해 연극의 놀이성과 제의성을 회복하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피의 결혼’은 ‘스페인의 심장’이라 불리는 시인이자 국민 희곡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작품. 진정한 휴먼드라마와 심장의 요동으로 가득찬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있다. 결혼식날 다른 남자와 도주한 신부와 그들을 뒤쫓는 신랑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사랑, 본능이 지배하는 세계를 시적으로 그려냈다. 이 연출은 “플라멩코를 보면서 정교한 기타소리와 노래를 듣다가 문득 우리 설장고 장단을 떠올렸다”며 “그냥 섬광처럼 정수리를 스쳐 지나간 직감이었다”고 말했다. 광장의 연극으로 일컬어지는 ‘피의 결혼’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관습적·이성적인 질서를 거부하고 연극의 원형과 본능에 충실한 무대로 꾸려진다. 공연시작 20분 전에는 국악 퓨전 음악그룹인 ‘반’(VANN)이 라이브 연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함께 즐기고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연극의 축제성이다. 대사 중심의 연극으로 가다 보면 이러한 정서가 개인적인 정서로 매몰될 수 있다. 연극의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고 말하는 연극을 만들어봤다. 일반 연극을 만드는 것보다 3~4배는 힘들었다. 배우들이 춤 연습을 하느라 80일간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였다.” 작품은 남미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콜롬비아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에도 초대됐다.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로 세계 각지의 작품 400여편이 공연된다. ‘피의 결혼’은 내달 초 약 70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총 8회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이 연출은 “페스티벌 참석에 앞서 국내 관객들에게 먼저 공연을 선보인다”며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의 대표시인 로르카의 작품을 한국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연희단거리패의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 연기파 배우 김미숙이 어머니 역을 맡았고 아들 역에 이승헌, 신부 역에 신하영, 레오나르도 역에 윤정섭이 출연한다. 1644-2003.▶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4.03.21 / 조회 2,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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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감성을 무대에서 만나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역작 ‘해변의 카프카’를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3월 27일 첫 티켓을 오픈한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5월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작품은 브로드웨이의 실력파 감독 프랭크 갈라티에 의해 연극으로 재탄생돼 2008년 시카고 스테판울프 극장에서 초연됐다. 2012년에는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됐다. 작품은 칸느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야기라 유야를 주연으로 공연해 좋은 평을 받았다. 꿈과 현실을 교차하며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감성과 유머,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어우러진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다. 작품은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거장 임영웅이 예술 감독을 맡고, 김미혜가 연출을 맡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탄탄한 스토리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감각적인 무대로 탄생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28 / 조회 17,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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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을 소재로 한 신화적 상상력! 연극 ‘풍찬노숙’
2011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김지훈 작가의 연극 ‘풍찬노숙’이 1월 18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이는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연극 ‘풍찬노숙’은 ‘혼혈’이라는 현재의 문제를 토대로 현실 가능한 미래를 신화적 공간으로 재현했다.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외래인구가 유입되는 단계에서 비롯될 혼란을 소재로 했다. 이 작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 김지훈은 ‘풍찬노숙’에 대해 “작품은 농경지의 공동화로 인해 탄생된 대지주와 그 속에서 단순노동력 공급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선택된 코시안(kosian)의 불운한 삶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상주의에 가득 찬 에피소드를 다룬 것은 아니다. 현실 비판에 머무는 근시안적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혼혈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특한 무대연출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남산예술센터 자체제작공연 ‘됴화만발’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이번 ‘풍찬노숙’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한다. 그는 작품 속 능의 경사를 표현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객석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할 예정이다. 작품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과감하게 뒤바뀌도록 했다. 객석의 가변식 의자를 걷어내고 배우가 객석으로, 관객이 무대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의 숨어있는 공간을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 또한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1.02 / 조회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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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짧은 시간에 담아낸 선 굵은 연극사, 연극 ‘경성스타’
1930년대의 시대적 배경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한복저고리를 입고 커피를 마신다. 두 가지 이상의 다른 것이 혼재해 충돌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변화가 크면 충돌도 큰 것일까? 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예술로서의 연극만을 하고자 했던 연극인들이 있다. 하지만 벗어나려 해도 그 큰 흐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연극과 영화, 쇼가 하나였던 시대, 연극 ‘경성스타’는 일제강점기 초창기 극장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관객이 객석에 앉기 위해 들어간 공연장에선 이미 복고풍의 배우가 공연 중이다. 관객의 얼굴에는 일찍 공연이 시작했나 싶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사내아이가 “과자 사압쇼! 라무네 사압쇼!” 객석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동양극장에 들어온 듯하다. 이 작품은 우리 연극의 암흑기라 불렸던 1920~1940년대 연극 상황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작가적 상상력은 극작가 임선규와 최초의 근대극 여배우 이월화를 만나게 했다. 이들은 동시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함께 작품을 해본 일이 없다. 작가가 정해놓은 가설에 배우들의 귀신같은 연기가 더해져 극에 몰입을 높인다. 극중극 형식인 연극 ‘경성스타’는 이월화와 월북한 당대 최고의 극작가 임선규의 작품을 중심으로 손질해 보여준다. 임선규는 비운의 작가임에 틀림없다. 남한에선 친일작가라는 굴레가 씌어져 아내 문예봉을 따라 월북을 한다. 극작가 임선규는 남한에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북한에선 공산주의를 씹어댄 작품으로 그의 행적은 월북 이후 찾을 수가 없다. “연극인은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없어. 내가 북으로 가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하기 위하여 가는 것이고, 네가 남쪽을 선택하는 것은 남쪽이 너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우리, 서로 헤어지더라도 서러워 말자. 연극 만세다” 연출가 이윤택, 그의 연극적 페르소나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이들의 이름은 작품성의 척도처럼 연출력과 연기력이 밀리지 않는다. 신들린 듯한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는 배우 김소희는 극 중 ‘월희’ 역으로 분했다. 그녀가 내뱉는 대사 “조선의 여배우들은 연극을 하기 위해 모두 집을 나갔어 그래서 조선의 여배우들은 노라야, 그러니까 집나간 노라가 어디로 갔겠어, 바로 극장이야” 여지없이 관객은 그녀가 내뿜는 아우라에 압도된다. 그녀가 분하는 ‘월희’는 극중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부활’, '운명‘, ‘빙화’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김용래, 오동식, 변진호, 윤정섭, 배보람 등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들이 출연한다. 극에는 당시 조선의 연극계를 거쳐 간 많은 연극인들이 등장한다. 홍해성, 박진, 유치진, 이해랑 등 이들의 삶과 선택, 그리고 이들의 연극적 지향점을 일일이 분별하여 이해를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연극인과 여배우들이 비참한 시대를 통과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꼭 지나가야 했던 길, 어두운 터널이 지난 끝에는 찬란한 영광이 있을지니 그것을 지금의 연극후배님들이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6 / 조회 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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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7] 집나간 조선의 ‘노라’들, 연극 ‘경성스타’
역사의 인물과 시대적 상황을 현대 관객들에게 펼쳐 보일 때는 이 순간 과거를 여는 목적과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만 연극으로서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재현이라 할지라도 연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작가나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특정 사실이 부각되며 삭제되고 추가, 재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극적, 혹은 감정적 긴장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작품의 공연시간으로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1920~1930년 대중극 시대부터 1940년대 친일연극 시대까지, 한국 연극의 암울했던 시기를 그려내기에 두 시간 반 남짓은 결코 충분한 러닝타임이 아니다. 이 거대하고도 어려운 작업은 스케일이 큰 연출가 이윤택이라는 이름하에 모든 의심의 여지를 묵살시킨다. 그가 선보인 연극 ‘경성스타(김윤미 작, 이윤택 재구성연출)’는 사실과 허구를 버무렸음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처럼 노골적인 연극 사랑의 표현이라니. 한국 연극과 관객에 대한 연출진의 이 감탄할만한 애정은 취향이나 성향, 삐딱하게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모든 태도를 무시하며 시대보다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 동시에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시대를 읽고 오늘을 읽는 연출가 이윤택의 연극 ‘경성스타’는 아랑, 고협, 청춘좌, 현대극장 등 1940년대 전반기를 대표하는 극단들의 등장과 언급만으로 일제 통제 하에 있었던 연극의 암울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임선규, 박진, 차홍녀 등 일제강점기의 배우, 연출가, 극작가는 당시의 신파, 역사극, 만담, 육자배기, 마임 등을 재현한다. 그 첫 문을 여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감상적이고 통속적인 신파로 불리기도 한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다. 연극 ‘경성스타’에는 이 외에도 ‘빙화’, ‘동학당’, ‘부활’ 등의 공연장면을 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극중극 형식은 극적 환상을 의도적으로 파괴, 무대 위의 상황 또한 실재를 가장한 연극임을 알린다. 더불어 제작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그에 따른 고뇌와 이념, 아픔 등을 그려낸다. 이 작품에는 시대를 웃기고 울렸던 연극들이 묵직한 비중으로 존재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연극을 이끌어간 사람들이다. 퇴물 여배우 월희는 무대 뒤 대기실에서 말한다. “조선의 여배우들은 연극을 하기 위해 모두 집을 나갔어. 그래서 조선의 여배우들은 모두 노라야. 집나간 노라가 어디로 갔겠어? 바로 극장이야.” 국내 연극의 이면사를 다루기 위해 억, 소리 나도록 변하는 입체적 무대와 수많은 배우들의 등장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연극 그 자체를 바라보게 한다. 친일과 월북에 대한 직접적 언급 또한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연극에 대한 문제다. 시간이 흐르고 인물들은 하나씩 시야에서 사라지며 그들을 비추던 조명이 꺼진다. 연극을 했지만 죽거나 떠난 많은 사람들, 그들이 살아있는 연극 ‘경성스타’는 예술에 밥 말아 먹던, 오로지 연극에만 안착했던 시대의 연극인들을 통해 표면적인 억압과 환멸, 표출되는 이념과 사상을 주장하는 대신 내면의 고뇌와 저항, 동기를 부각시킨다. 겁탈당하는 우리네 여자들을 보면서도 딴전을 피우며 퉁소나 부는 조선 남자들의 입장, 분노한들 그게 조선의 현실이 아니던가. 연극에서 환상을 걷어내고 이제 우리 정직해지자는 임선규의 주장은 ‘연극에 이데올로기는 없다’는 직접적 발설보다 절실하다. 많은 담론을 제기하고 실행했던 이윤택이 판단하는 연극의 여러 가지 미덕은 그동안 그의 작품을 통해 증명돼왔다. 연극 ‘경성스타’ 또한 그런 맥락에서 매우 명쾌한 작품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경성의 스타들, 그 슬픈 이름들처럼 연극의 역사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연극인들도 충실하다 사라질 것이며 후에 누군가가 이 작품을 이야기하며 한국 역사를 논할 것이다. ‘우리 연극 하자’고 말하는 누군가의 희망, ‘연극 만세!’라고 말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의지가 문장보다 긴 여운으로 남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6 / 조회 1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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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연극인에게도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가, 연극 ‘경성스타’
핏빛과도 같은 강렬한 붉은색의 지배로 포스터는 전체적으로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붉은색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다. 빨간 줄, 빨간 상놈, 빨간 거짓말 등의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포스터 안에 작게 나열된 사진들 속에는 암울했던 시절 경성에 살았던 사람들이 무수하다. 경성이라 하면 일제 침략기의 서울 명칭으로 대변된다. 그 어두웠던 시대, 과도기에 놓여있었고 핏빛으로 얼룩졌던 억압의 일제 강점기에도 뜨거운 열정과 꿈, 사랑과 희망은 존재했다. 고난과 압박 속에서 삶의 의욕은 더 불타오른다. 흑백사진을 물들인 붉은색이라 음울함이 더해지지만 어쩌면 이것은 타오르는 열정과 연극에 대한 당시 희극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연극 ‘경성스타’는 대중연극에서 친일연극까지 고난과 괴로움 속에서의 변방연극사를 재조명한다. 이 작품은 한국 연극 100년의 흔적에서 가장 어두인 시기였던 1920-1930년 대중극시대부터 1940년대 친일연극 시대를 관통한다. 친일연극의 실타래를 벗겨내면서 검열의 시대 속에서도 연극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불우한 연극인들의 삶과 작업이 무대화 된다. 연극 ‘경성스타’에서 재미있는 점은 서로 만난 적이 없던 대중극작가 임선규와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가 만났다는 가설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월희란 가상 여배우는 이월화에서 전옥에 이르기 까지 식민지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연극인은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없어. 그들에게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바로 연극일 뿐이야...(중략) 그러니까 우리 서로 헤어지더라도 서러워 말자. 연극만세다.” 이 대사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인배우 전민이 여동생 혜옥에게 던지는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분단 상황을 푸는 연극적 단서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한국 근대 연극사의 뒷모습을 보여줄 연극 ‘경성스타’는 11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2 / 조회 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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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햄릿> 루마니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초청
2010년 4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 셰익스피어 폐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연희단거리패의 이 초청되었다. 각국의 ‘햄릿’만을 초청하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로버트 윌슨, 샤우뷔네의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그리고 2008년 한국에서 를 연출한 러시아의 유리 부투소프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의 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축제의 주공연장인 부카레스트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연희단거리패의 은 1996년 초연 당시 8천여 명의 관객 기록을 세우며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전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아든(Arden)판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뮤지컬 의 영국 초연 공연 안무자 케이트 플랫의 연기안무워크숍도 거쳤다. 햄릿은 연희단거리패 3대 햄릿 지현준이, 포틴브라스 역엔 4대 햄릿이었던 윤정섭이 맡으며, 10년 넘게 을 채우고 있는 김소희(거트루드)와 2대 햄릿 이승현(클로디어스), 김미숙(호레이쇼) 등도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은 루마니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참가에 앞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3.23 / 조회 2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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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고난 연기력! 연극 ‘고아 뮤즈들’의 배우 윤정섭
불어권에서 날아온 희곡 한 편이 있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네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고아 뮤즈들’이 그것이다. 상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네 남매의 모습은 때론 상처 때문에 아파하고 비틀어진 우리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남매 중 유일하게 남자 뤽 땅게 역을 연기하는 배우 윤정섭을 지난 2월 18일 첫 공연이 끝난 무대 뒤에서 만나봤다. 핀 조명이 아닌 형광등 불빛이 내리쬐는 아늑한 다락, 뤽 땅게로 펄펄 날뛰던 에너지는 어느새 배우 윤정섭의 호흡으로 변해 있었다. “난 이게 더 어려워”라는 말로 수줍어하며 인터뷰 첫 대면을 장식한 그는 ‘원전유서’의 남전, ‘햄릿’의 햄릿을 연기했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생경했다. 반면 그가 무대 위에 등장하면 관객들을 숨죽이고 그를 주목한다. 그에겐 배우로서의 어떤 폭발적인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엄마에게 버림 받은 상처 때문에 엄마의 스페인 드레스를 꺼내 입고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는 뤽 땅게는 지금까지 배우 윤정섭이 보여줬던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뤽이라는 인물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그는 “아 참 이상했어요(수줍) 대본을 읽으면 너무 재밌는데 막상 하려니까 싹싹 변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모래 있잖아요? 모래 구덩이 속에 빠지면 기어 나오려고 해도 계속 빠져나올 수 없고 더 깊이 빠져들고 마는.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어요”라고 말했다. 엄마를 흉내 내는 것도 발버둥. 뤽이 마을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발버둥이다. 하지만 그는 “전 행복하게 살아왔으니까…”라며 세상을 별 탈 없이, 큰 무리 없이 살아 온 자신의 이력을 내비쳤다. 자신이 겪어 본 적 없는 인물을 연기해야 할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는 바로 ‘상상력’이라고 대답한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자라면서 꿈을 꾸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만약에 갑자기 부자가 된다면?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하는 식으로요. 그런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냥 상상해 보는 건 재밌잖아요. 물론 그 상상을 연기로 표현해보려고 하면 잘 안됐지만요.” 뮤지컬 ‘헤드윅’의 이츠학과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의 여장하는 남자 패트릭 키튼이 뤽을 연기하는데 모티브가 됐다. “처음에는 되게 닭살 돋고 이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더라고요. 저는 여성스러운 사람이 아닌데…이런 연기하려니까 쑥스럽고 창피해서 ‘내일 하지 뭐’란 생각으로 있었어요. 어느 순간 ‘아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 그렇게 해버렸죠. (웃음)” 그는 배우란 “상대방을 위해서 살아가야 되는 것”이란 표현을 썼다. 그것이 누군가를 가르치려거나 알은체를 하려는 게 아닌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뱉는 식이었다. 자신이 졸업한 용인대 교수였고 지금은 극단 대표이기도 한 배우 김소희에게 많은 것들을 배운다고. “김소희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 마치 미인을 보고 첫 눈에 반하듯 반했어요. ‘아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선생님은 항상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 상대방, 또는 그 역할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극중극의 재미”를 들었다. “평범하게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배우들이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잖아요? 관객들도 같이 그 장면에서 기억 속으로 싹- 빠져드는 맛. 작품을 만들면서 그런 순간이 일어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02 / 조회 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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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뮤즈들> 엄마 없는 20년을 지배한 뮤즈들의 환상
이들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마자 집안을 습격하는 모진 바람에는 날카로운 모래들이 엉켜있었다. “빨리 문 닫아” 큰 언니 까뜨린느(김소희)는 외치고 또 외친다. 하지만 몰아치는 바람을 이길 수는 없다. 사랑 없는 결혼을 외면하고 가족 대신 자유를 택한 엄마의 자식들이라는 멍에는 바람이 되어, 모래가 되어 그들의 숨통을 편히 두지 않는다. 연극 의 네 남매는 차를 타고 나가야지만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외딴 집에 실로 오랜만에 모였다. 지난 20년간 엄마가 부재한 사이, 삶을 채워왔던 이들의 ‘바람과 맞서 싸우는 저마다의 방법’은 대단히 위험했다. 실체가 없는 수 많은 상상과 망상, 이상과 공상의 결과를 실행해 현실로 만드는 것. 그들이 딛고 사는 곳은 현실이나, 그 현실을 낳는 것이 비현실인 위태한 흐름이 네 남매들을 지배해 온 것이다. 큰 언니 까뜨린느는 “가족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려고 열 두 명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막내 이자벨(강영해)을 붙들고 엄마 노릇 하는 것으로 엄마를 향한 분노의 욕망을 대리충족 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딸 마르틴느(함수연)는 좁은 마을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주어진 신부를 맞이하고, 그것에 순응했던 군인 아빠를 재현하고,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뤽(윤정섭)은, ‘엄마를 끊임없이 긍정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한 없는 피해자로 명명하며 애원하고 구원받고자 발버둥치는’ 누나들에 영감을 비추며 허망한 소설을 써 댄다. 어두운 굴 속 같은 집과 두 다리를 묶어 놓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막내 이자벨에게 있다. 언니와 오빠가 현실을 왜곡한 망상을 굳은 믿음과 사실로 치부하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있게 “나는 덜떨어졌어”를 외치며 섬뜩한 영리함을 발휘한다. 관객들의 손발까지 절절하게 만드는 결말의 아찔함은, 바로 이자벨의 머리 속에 담겨 있다. 죽은 예수가 다시 눈을 뜨는 부활절, 서걱거리는 건조한 모래와 굴 속과 같은 집 등은 작품을 이야기하는 생생한 기호이다. 1965년 퀘백의 한 외딴 마을을 간결한 무대로 표현한 이 작품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토록 명확하고 강렬하게 대사가 들리는 무대는 굉장히 드물다. 영국에서 가장 정확한 영어 발음을 듣고 싶으면 국립극장(내셔널씨어터)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면, 가장 정확한 한국의 표준어 발음을 원한다면 게릴라 극장으로 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딱 떨어지는 앙상블 속에서도 개개의 배우가 돋보인다. 지난 해 국내 초연한 퀘백 출신의 작가 미셀 마크 부샤르의 작품인 이 올해 공연으로 이어진 것에 작품 자체의 힘이 컸다면, 올해 공연에 보내는 큰 박수는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게릴라 극장 제공
2010.02.25 / 조회 8,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