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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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 쇼> 제발 내 곁에 오지마, 베키!
위태한 관계라는 것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기 전의 관계, 아직 '연(緣)'이라는 것이 맞닿아 있는 관계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오게 된 과정을 돌이킬 방법은 찾기 힘들고, 저 멀리 보이는 '나락'이라는 결말을 앞당겨 맞이하기엔 두려운 상태. 그런 위태함을 '안정'이라 자위하며 하루하루를 더해가는 사람들이 "별일 없이 산다"며 나른한 일상을 채워가는 보통의 사람들 아닐까. 그래서 베키는 가까이 하기엔 꺼림직한 존재이다. 그가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고 이성과의 사랑을 뜻대로 이뤄본 적 없으며 심지어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에도 마음대로 못 가는, 이상한 옷차림의 여자여서가 아니다. 파멸의 경험이 안겨준 직감을 가지고 당신의 위태함을 정확하게 꼬집기 때문이다. "그렇죠? 그런거죠? 다 알아요."라고. 연극 의 첫 장면은 아버지 장례를 치른 6개월 후, 여전히 애도기간을 갖고 과거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수잔나(김도영 분)와 냉철한 이성과 상황 판단력으로 집안 대소사의 해결사로 나서지만 포르노를 보지 않고는 잠에 들지 못하는 맥스(신덕호 분)의 등장에서 시작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유산 정리를 의논하고, 죽은 남편은 일찌감치 과거의 일로 마침표를 찍고 다리가 아픈 자신을 돌봐줄 만한 애인을 옆에 들인 엄마에 대한 이들의 걱정은, 성년이 된 두 남매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따뜻하게 보수하는 그림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남매라는 이름 뒤엔 부모로부터의 버림, 충격적인 아버지의 진실, 그리고 이성으로서의 사랑이 뒤엉켜 이들 스스로도 제 한 몸을 온전히 가늠하지 못할 상황이 숨어 있다. 억지로 외면하며 자신의 불안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베키는 당당하다. 비록 커튼 같아 보이는 이상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불안, 그리고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하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정상의 '비정상성'을 날카롭게 꼬집고, 베키로 인해 자신들이 지켜 온 위태로운 정상의 삶이 깨질까 봐 이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과연 누가 현실과 대면할 용기를 낼 것인가. 누가 누구에게 온전한 사랑의 손을 내밀어줄 것인가. 올해 '불신시대'를 주제로 두산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첫 작품인 는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메시지로 짐짓 무거운 무대를 예상할 수도 있으나, 톡톡 튀는 대화, 불현듯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들로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무대 위 인물들이 베키 쇼의 등장으로 정신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실소와 함께 씁쓸한 뒷맛을 느낄 것이다. 맛깔진 대사들이 리드미컬하게 살아나는 것이 무엇보다 를 펼쳐 보이는 매력일진대 베키 쇼 역을 맡은 강지은만이 순발력과 특유의 센스로 그 맛을 십분 살려내고 있다. 수잔 슬레이터 역의 이연규는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모습으로 베키와 대칭 혹은 접점으로 자리해 무대 균형을 맞추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4.04.08 / 조회 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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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이 가능한가 <베키 쇼>
30대 남녀 4명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가 개막했다. 올해 불신시대를 주제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준비 중인 ‘두산인문극장'의 첫 번째 작품인 는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탐색한다. ‘베키 쇼’라는 여성을 둘러싼 인물들간의 관계와 양면적인 감정들을 담아낸 는 미국 TV드라마 의 작가 지나 지온프리도의 2009년 작품이다. 이번 국내 초연 무대는 로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아서 호텔방과 집 안으로 나뉜 무대 공간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그려낸다.연극은 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심한 수잔나에게 양오빠 맥스가 더 이상 눈 앞의 문제를 회피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수잔나는 몇 달 후 맥스의 충고로 떠난 여행에서 앤드류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앤드류의 직장 동료 베키 쇼와 양오빠 맥스의 소개팅을 주선하게 된다. 베키 쇼의 등장으로 수잔나·맥스·앤드류의 관계는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맥스와 수잔나, 앤드류 사이를 오가며 혼란에 빠트리고 이들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인물, 베키 쇼는 강지은이 맡아 엉뚱하지만 진지한 베키 쇼를 연기하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 있으면서 맥스와 기묘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잔나 슬레이터 역에는 김도영, 수잔나의 남편으로 수잔나와 베키 사이를 오가는 앤드류 포터 역에는 박윤희, 수잔나의 양오빠로 사랑을 불신하는 인물 맥스 가렛 역에는 신덕호, 수잔나의 어머니인 수잔 슬레이터 역에 이연규가 작지만 알찬 무대를 만들어 낸다. 탄탄한 구성과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돋보이는 연극 는 오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펼쳐진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4.07 / 조회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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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멸’, 배우 정보석 신라 50대 왕 김부 변신!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네 번째 프로젝트 ‘멸’이 11월 4일(일)부터 11월 18일(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이번 공연은 ‘삼국유사’의 기이편 제2 가운데 ‘김부 대왕’을 모티브로 한다. 신라 말기 경순왕, 마의태자, 낙랑공주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김태형 작가는 익숙한 원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뒤튼다. ‘신라의 멸망’과 ‘삼국유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이 작품은 주목받는 극작가 김태형의 대본을, 연극 ‘진과 준’, ‘싸이코패스’ 등의 박상현이 연출한다. 배우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사랑받은 정보석이 김부 역으로 출연한다. 그 외에도 신덕호, 정윤경, 정나진, 송영근, 성노진, 우미화, 서동갑, 이동준, 이상홍, 최지영, 박범정, 조혜인, 서봉균, 유승락, 김민하 등이 출연한다.연극 ‘멸’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오는가를 ‘신라 멸망’에서 찾는다. 권력의 중심에서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힘과 욕망의 관계를 밀도 있게 담는다. 작품의 골격은 신라 말기를 배경으로, 생활 문화는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시공간의 고증을 벗어나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다.김부는 사촌인 경애왕을 제거하고 왕이 된다. 후백제와 고려는 계속 신라를 압박해 온다. 김부는 서서히 무너져 가는 신라의 운명을 바라보며 패배감에 빠진다. 그에게 유일한 기쁨은 고려 태조의 딸 낙랑이다. 김부는 낙랑에 대한 마음이 점점 깊어져 청혼하고자 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0.15 / 조회 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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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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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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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키워내는 이 사회의 민낯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제중학교 학생이 교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는 여러 명에게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 유서에는 한결같이 다섯 명 학급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극 는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집단 따돌림과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유서에 이름이 적힌 학생들의 부모들, ‘보고 싶다’는 ‘니 부모 얼굴’들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작품이 자살 사건 자체만을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건을 일으키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 즉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어른 괴물의 충격적인 포효를 일체의 가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데 의도가 있다. 더욱 아찔한 건 가난하고 위축된 한 학생을 왜, 어떻게 끔찍한 고통 속에 몰아 넣었는지가 가해자 부모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을 모아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면에 있는 “그런 일은 끔찍한 것”이라는, 인간으로서 부정할 수 없는 자기 고백. 하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더한 분노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분명히 이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태생에서부터, 연극이 가진 또다른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피해자의 부모로, 가해자의 부모로, 또한 명문 학교의 교장으로 서 있는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이 얼마나 스스로에게만 놀랍게 집중할 수 있는지 뛰어나게 보여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생존 본능과 법칙 자체를 스스로 뒤엎어 자멸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그 자체로 이 사건을 이루는 사회 각 요소의 대변이다. 경제 위기, 가정 폭력, 결손가정을 비롯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며 되풀이 되는 학원 폭력까지. 결국 집단 따돌림으로 시작된 어른들의 자화상에는 세상의 혼돈이 어지러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회고발에만 이 작품의 의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위의 요소들로 더욱 뚜렷하게 존재 이유가 있는 캐릭터들을 비롯, 학생들을 등장시키지 않아 배가되는 극적 효과, 촘촘히 짜여진 퍼즐 같은 구성을 잘 풀어내는 뛰어난 배우들은 극으로서의 완성도를 십분 높인다. 작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의 가능성도 남겨 놓는다. 교사로서의 신념과 신의가 무너져 내린 담임의 울음, 고개를 떨군 한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인생 선배, 그리고 가해자이지만 “착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해주는 학생주임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결론은 주어지지 않는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지러울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7.04 / 조회 1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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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버틴 25년 "무대는 거짓말 안한다" 서이숙
감초 조연, 카리스마 명연기 등 무대 위에서 25년간 서 온 그녀에게 다소 새삼스러운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던 지난 1년이다. 드라마 ‘짝패’에서 작은 년한테 서방 빼앗긴 큰 년 역을 비롯, ‘신들의 만찬’ 부주방장, ‘인수대비’의 박상궁 등 TV 드라마를 통해 배우 서이숙(44)을 만난 사람들은 거물급 신인 등장에 놀라움을 더했다. 하지만 25년 간 무대 위에서 강렬한 인상과 연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뚜렷하게 이름을 새긴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갑상선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잠시 비웠던 1년 간의 무대 공백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제 서이숙이 다시 선다. 큰 발성뿐 아니라 온 몸을 던져야 하는 무대였기에 오롯이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서기를 자중했던 그녀, 연극 (이하 )에서 누구보다 자기 자식을 생각하는 놀랄만한 엄마 역을 맡았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역할, 재밌다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대를 비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그게 참 억울한 부분이다.(웃음) 쉬면서 몸에 안정을 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마냥 사람이 쉴 수도 없고. 마침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는데, 무대처럼 목을 많이 안 쓰니까 하게 됐다. 그런데 아프다고 공연 못하겠다는 사람이 TV에 나오고, 게다가 화려한 역이나 주연도 아니니까 연극 안 하냐는 시각들이 좀 있었다. 그치만 이번 부터 올 9월까지는 연극을 하기로 해서 드라마 일정은 안 잡기로 했다. 한태숙 선생님이 를 하자고 하시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더블로 하자고도 못한다.(웃음) 그 명작을, 학생들이 하는 워크숍 공연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그 작품을 한태숙 선생님이 하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웃음) 올 하반기는 연극으로 채웠다. 이제 건강은 많이 회복된 것인가. 워낙 성격이 무딘 편이라 이 정도는 뭐 괜찮은 것 같은데, 대사 리딩 할 때나 피치를 높여야 할 때는 힘이 달리는 걸 느낀다. 목 주변이 자유롭지 않으니 스스로 목을 막더라. 어쨌건 칼을 댔고, 갑상선을 아예 떼어버렸으니까 이것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일찍일찍 집에 간다. (웃음) 지난 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건강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한 것도 그렇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다.(웃음) 작년에도 (한태숙 연출)하고 드라마 ‘짝패’를 동시에 했는데, 그래도 연극판에서 중추 배우가 드라마에서 거지 역할을 한다, 이런 단면만 보실까봐. 그런데 ‘짝패’의 호응이 좋았고, 저 배우가 누군가, 하는 관심도 많았다. 연기가 되면 괜찮은 거구나, 했다. 게다가 박정자 선생님도 배우가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으면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얘기해 주셔서 힘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연극에서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많이 하고 있다. 신분도 낮고.(웃음) 드라마에선 ‘시침뚝’ 연기를 하는 것 같고, 그걸 시청자나 어른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인수대비’에서 박상궁도 처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인데 점점 코믹으로 가고. TV 배우님들이 인상을 잘 안 쓰는 반면에 난 민망할 정도로 인상을 쓰는데, 정말 과장이 아니라, 화면이 클로즈업 되니까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드라마에선 정해진 각도 내에서만 조금씩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알아서 배우의 모습을 잡는데 난 그런 주문 없이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번에 한다. 왜? 난 철저하게 조연이니까. “다시 한번 할게요”하지 않는다. 코믹한데 존재감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그래서 날 찾게 된다고들 하신다. 그런데 이런 말을 내 입으로.(웃음) 대사의 키워드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 발성은 자신있다배우 서이숙의 분명한 장점은 발성, 정확한 발음과 대사전달력이다.트레이닝이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키워드를 명확하게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작품과 역할이 명료해지고 상대에게서 다시 반응이 온다. 그리고 감정까지 전달이 된다. 모든 걸 그저 감정으로 하려고 하면, 그건 개인의 감정 연기일 뿐 아니겠는가. 그래서 상대 배우를 의도적으로 뚫어지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것들이 연습하면서 좀 풀리면 무대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발성도 막연히 하는 게 아니라 몸통으로, 비성, 두성을 다 뚫어 써서 하게 된다. 에서 이오카스테의 죽음을 처절한 절규로 표현했는데, 경사 무대에서 퇴장하며 내 달리는 힘으로 소리를 질러도 목이 한번도 쉬지 않았다. 극단 미추 단원으로 지낸 경험들이 큰 영향이 되었겠다. 분명 있다. 보고 배운 것들이 있지 않은가. 때 마이크를 차지만 전체를 아우르며 대사를 하는 건 미추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발성 다루는 건 정말 자신 있다. 고교시절 배드민턴 선수였고, 졸업 후 잠시 코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는데 배우로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또 배우는 현대 무용, 한국 무용도 꼭 배워야 한다.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고. 과거 훈련 받았던 걸 몸이 기억한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자유롭게 몸을 쓰지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 연극에서 기품 있는 역할을 주로 맞는 것도, 나도 모르게 무대에 서면 허리가 곧게 펴지기 때문이다. 허리가 펴져야 발성도 잘 되고 시선도 바르고 동작도 나온다. 배우는 감각 훈련, 신체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처음 본 연극에 빠져 지방 극단 생활을 시작했고, 서울로 올라와 극단 미추의 단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소위 말하는 무명 시간들이 길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 무식해서.(폭소) 아무것도 몰랐으니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또 성격이 하나를 하면 좀 진득하게 가 보자는 게 있다. 외부로 나가는 걸 무서워하기도 했고. (웃음) 그때 이런 말을 들었다. 모든 예술가 중에서 연극 배우만 투자한 거 없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피아니스트나 화가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게 있는데 연극 배우들은 늦게 시작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연극영화과도 안 나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이제 연극하러 들어왔는데 뭘 얻기를 바라는가. 그게 견디는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안 들리고, 미추산방을 혼자 지키고 있어도 그게 너무 행복했다. 세월은 거짓말 안 한다. 무대는 더 거짓말 안 한다. 역할이 적다고 밖에 나가 있으면 팀웍이 흐트러진다. 연습 때 다 같이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바로 내공이고 무대다. 무대가 그렇게 무섭더라. 후회되는 부분은 없나? 미련하게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다 내 마음 같지 않았구나, 하는 점은 있다.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 지나고 나니 내가 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 내 마음 같으려니, 말 하지 않아도 알겠거니,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할까. 실컷 웃기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진 후, 진하게 울려버린다의 대본을 읽어봤는데 속에서 분노가 솟았다. 나 역시 그런 걸 느꼈다. 그런데 대본을 읽을 때마다 화나는 부분이 달라졌다. 이런 민감한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다 같이 인식해 보자는 거다. 배우들도 너무 화나고 슬퍼서 감정에 빠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들은 철저하게 냉정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 낭독공연이 좋았는데 이제 무대를 형상화해야 하는, 보이는 공연을 해야 하는 숙제가 더해졌다. 그런 부분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 냉정하게 접근해도, 어찌되었건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 부모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자기 자식을 위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 그 입장을 우리가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는 거다. 이 작품의 질문은 그거인 것 같다. 윤정 어머니 역은 학부모들 중에서 자식을 위한 마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윤정 엄마의 행동을 보고 놀라면서 속으로는 좋아한다. 왜? 대신해 주니까. 그런데 절대 악인이 있을까? 분명히 어떤 일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 때도 그렇게 접근하는 것 같다. 배우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날 보고 드라이 하다고 했다. “너~어무 예뻐”, 난 그런 게 안 된다.(웃음) 그래서 ‘난 감성이 없나?’ 상처 받기도 하고. 그런데 속은 안 그렇다. 그게 나의 성격이고 표현 방법인 것이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표현 방법이 다르고 연기 스타일도 저마다 다른 것이다. 드라마가 강한 작품과 분명 다른 특징이 에 있을 것 같다. 정말 웃긴 건, 이 작품에 드라마적인 구조가 너무 많다는 거다. 인물들 하는 행동들이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재밌다. 일본에서는 관객들이 웃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웃느냐, 하는 정서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웃는다.(웃음) 무지 웃기다. 심각할 거라고만 생각하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다 들어가 있고, 인물 캐릭터가 아주 명확하다. 이런 희곡 흔치 않다. 실컷 웃겨놓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진하게 울려버린다. 그래서 드라마가 강한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관객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도 ‘버티는’ 마음으로 가게 될까? 배우로서도 25년, 인생으로서도 중반. 다행스럽게 잘 버텨와서 이제는 잘 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속도 좀 단단해지고 사람을 대하는 데 더 여유로워졌다. 역지사지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웃음) 그런 변화가 어찌보면 세상을 더 따듯하게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간 너무 젊음만 믿고 막 살았는데(웃음) 장민호 선생님이 나에게 길을 보여주셨다. 노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 저렇게 가야하겠구나, 깨달았다. 생각으로만 ‘배우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건강 관리도 잘하고, 그러려면 일단 정신이 맑아야 하겠다. (웃음) 연극 연극 는 일본에서 발생한 이지메 자살 사건과 자살한 자의 무덤을 찾은 가해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극작가이자 고교 교사 하타사와 세이고가 ‘보도되지 않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따돌림에 못 견뎌 자살을 한 학생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 그들의 부모들의 섬뜩한 이기심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올 1월 낭독공연으로 소개될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켜 본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김광보 연출의 서울공연은 강남에 위치한 한 국제중학교를 배경으로 하며, 무대 위에서는 지목된 가해학생들의 부모들과 교사들만 등장한다. 손숙,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서은경 등 대학로의 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것도 화제. 노련한 배우들의 여유와 장면에 들어섰을 때의 날 선 집중이 교차되어, 공연을 약 3주 앞둔 연습실 풍경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6.05 / 조회 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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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괴물이 된 아이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6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에서 2008년 초연해 한국에서는 지난 1월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작품은 장애인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 사법권의 문제점을 제시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우리 사회의 감추고 싶은 이면과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회의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죽은 여학생의 편지를 은폐하려는 학부모와 유령처럼 계속 나타나는 또 다른 편지, 고립된 공간에 압박해 들어오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의 대결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교사들만 출연한다. 작품은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 은폐 하는 모습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부모들의 행동 속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캐릭터까지도 무대 위 부모들의 모습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광보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가 더 이상 누구의 책임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누구든 책임을 지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암전도, 무대전환도 없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 배우들이 출연한다. 명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09 / 조회 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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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지 않은 가해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발표회
중학교 내에서 벌어진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한 학생의 죽음, 그리고 그 사건을 둘러싼 남은 ‘가해자’들의 부모, 선생님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춰내고 있는 연극 가 오는 5월 공연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공연될 이번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고의 작품으로, 작가는 2006년 후쿠호카 현에서 일어난 이지메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중학교 1학년 생이 자살했는데 가해자로 생각되는 다섯 명의 학생이 장례식장에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는 보도를 들었다. 그 기사를 접하고 가해자의 부모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해자 쪽의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아 희곡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광보 연출(왼쪽)과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오른쪽)“한국에서도 이지메라는 단어가 그대로 사용, 이해되고 있음이 놀라웠다”는 작가는, “2008년 일본 초연 당시 ‘이런 비장한 사건이 설마 있나’와 ‘현실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고 더욱 심하다’는 두 가지의 관객반응이 있었고 이 모두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부모들에게 큰 분노를 느꼈다”고 일본 공연의 반응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 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선보여 당시 관객들 사이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낭독공연 전 대본을 읽어봤는데 우리네와 너무 똑 같은 환경이라 놀라웠다”고 말하며 “국내 학교와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작품은 분명히 공연할 이유가 있으며, 오랜만에 문제 인식이 짙은, 시사성을 가진 연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명성 대표가 “어느 작품에서도 이 정도 배우를 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이번 작품에서는, 낭독 공연에 참여했던 길해연, 박용수를 비롯, 손숙, 박지일, 이대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등 대학로의 탄탄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작품을 읽어본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던 것 중에 하나가 학교 폭력이고, 사회문제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연극만큼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더 화제가 되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숙) 출연배우 손숙, 박용수, 박지일(왼쪽부터)특히 극중 등장인물과 나이가 같은 딸을 두었다는 이대연은 “우리 사회가 타인의 아픔, 고통에 둔감한 사이코패스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짜임새, 극적 구현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발언으로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연극의 제언이 될 것 같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낭독공연 후 분장실에서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는 박용수는 “학교 폭력 뒤에 숨겨진 부모들의 욕구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고 말하면서도 “작품이 가진 사회성에 못지 않게 한 편의 연극으로서도 탄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길해연, 서이숙, 이대연(왼쪽부터)“우리 상황과 밀접해 원본 그대로 가도 충분할 것”이라는 김광보 연출은 “원본의 서사, 플록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름, 학교 등 배경만 한국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엔 이지메 가해학생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와 학교 선생님들이 등장, 이들의 이기심이 극대화가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연극 는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2.03.13 / 조회 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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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정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 <서울노트> 연습현장
가까운 현대, 세계대전을 피해 유럽 미술작품들이 한국 미술관으로 왔다. 그림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 스치고 또 만나며, 걷다 잠시 서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운 긴 이야기, 연극 가 2월 2일 막을 올린다. 일본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으로 2003년 국내 첫 선을 보인 는 특히 이 작품을 처음 연출하고 번안했던 배우이자 연출가, 고 박광정의 추모 공연이라 더욱 뜻 깊은 자리로 준비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혜화동에 위치한 한 연습실.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하는 권해효를 비롯, 정석용, 오용, 이지아 등 굵고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온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등장 인물은 12명이지만, 과거 고 박광정과 인연을 맺었던 23인의 출연 배우들은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더블 캐스팅을 자청, 바쁜 시간을 쪼개어 모았다. 배우를 비롯 전 스텝이 노 개런티로 마음도 모았다. 고 박광정이 이끌었던 극단 파크의 창립 멤버이자 를 번역하고 극단 내 독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한 성기웅이 이번 무대에서 연출을 맡았다. 극단 파크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초연 이후 국내 본격적인 ‘조용한 연극’ 붐이 일기도, 또 원작자인 히라타 오리자가 이끄는 청년단과 교류, 한국에서의 일본어 공연, 일본에서 한국어 공연 등 의미도 성과도 남다른 작품이 바로 이다. “사람 좋아하시고 정도 넘치시고, 또 보이기에 굉장히 소탈하고 사회 주변부로 살아가는 역할을 많이 맡으셨었지만, 음악과 영화 등을 이야기하고 즐기는 예술적인 취향과 감각은 굉장히 세련되고 도시적이어서 나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에도 따뜻함과 서정도 있지만,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라든지 근 미래적인 설정들이 도시적이고 세련되어서, 그런 감각도 함께 보여주고 싶지 않으셨을까, 생각해요.” 2003년 초연 후 몇 번의 재공연, 그리고 2008년 고 박광정이 자신의 마지막 연출작으로 무대화 했을 때에 비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까닭에, 가까운 미래라는 큰 틀 안에서 현대에 맞게 수정된 부분이 있으나 큰 줄기는 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성기웅 연출의 변. 초연 당시 객석을 향해 배우가 등을 돌리고 앉아 대사를 하는 등 신선하고 색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그대로 비춰냈던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성 연출은 미술관의 큰 유리창이 객석으로 나 있다는 설정을 더욱 부각시켜, 무대 위의 연극이 프레임 속 하나의 ‘그림’이 되어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는 느낌의 강조를 의도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객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은 더욱 많아져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조성되는 순간의 포즈가 또다른 영향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2월 2일부터 12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쉬는 날 없이 13회 공연 예정인 는 초대권 없는 공연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1.31 / 조회 1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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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정을 기억합니다. <서울노트> 공연
2008년 폐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연출가 고(故) 박광정을 기리는 무대, 연극 가 2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히라타 오리자가 쓴 '도쿄노트'를 원작으로 하는 는 세계 3차 대전을 피해 서울로 온 미술작품들의 전시장을 배경으로, 이곳 로비에서 만나는 가족들, 미술관 직원들의 대화를 통해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용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고 박광정이 이끄는 극단 파크에서 초연을 했으며, 2008년 다섯 번째 공연이 그의 마지막 연출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는 초연 당시 작품의 번역을 맡았던 성기웅이 연출로 나서며, 고인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던 권해효, 유연수, 민복기, 최덕문을 비롯, 정해균, 박지아, 임유영 등 선후배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2월 8일 공연 후에는 고인과 동갑으로 공연을 통해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히라타 오리자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1.16 / 조회 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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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능의 시대가 당신에게 묻는다, 연극 ‘모두 안녕하십니까’
창작그룹 ‘가족’의 제10회 공연으로 연극 ‘모두 안녕하십니까’가 막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PMC 프로덕션 무대드림 선정작으로 진행된다. 연극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소통의 부재로 외톨이가 되어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년퇴임이 가까워지면서 직장상사, 가족과 소통이 상실된 박부장과 현실에 좌절한 두 택시 운전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설픈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현실 반영적인 세 명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쓸쓸한 단면을 잔잔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작품은 소통 장애로 인해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된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코미디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 관계자는 “현대 사회의 모든 갈등은 소통의 부재로부터 출발한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부인, 직장 동료 등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소통의 부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아간다. 이 연극에서 그리는 소통장애는 우리의 슬픈 현주소다”라고 전했다. 연극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오는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대학로 PMC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10 / 조회 5,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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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만난 중국인, <코뿔소의 사랑>
중국 연극하면 떠오르는 ‘경극’은 잠시 놓아두자. 현재를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연극 이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 시리즈’에 담겨 찾아왔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같으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과 문제점을 연극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인인인 시리즈’의 중국편인 은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중국 대표작가 랴오이메이의 대표작으로 1978년 개혁개방화 정책 이후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토리 비서 밍밍을 사랑하는 코뿔소 조련사 마루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한다. 절망한 마루는 결국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코뿔소 튤라를 죽인 후 사랑의 선물로 코뿔소 심장을 꺼내 밍밍에게 선물한다. 날개형으로 펼쳐낸 객석형태로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공간을 새롭게 활용한 이번 공연에는 라이브밴드의 연주에 맞춘 배우들의 노래도 함께한다. 연극 에는 의 최광일, 의 김지성 의 황정민 등이 출연한다. 중국인의 치명적인 사랑이야기 은 5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연극 "너의 맑고 향기로운 냄새, 조금은 축축하고, 이상한 목소리"마루(최광일)"그녀한테는 복사기 냄새가 나"한 개 사면, 한 개 더 드립니다! 연애수업 들으러 가는 길연애교수, 영원함을 반대하고 순간을 지지한다!요즘 사람들은 누구도 맹세를 하지 않아 맹세는 단지 감정표현의 한 방식일 뿐 꽃을 선물하고 함께 밥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지, 밍밍(김지성)복권만 당첨되면!왜 내 마음을 모르니?사랑도 표준화, 전문화, 규격화될 필요가 있습니다감정의 남용이 야기하는 각종 폐단과 쓸데없는 낭비를 즐기는 거죠꿈일까, 생시일까?밍밍,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야튤라의 심장과 나 자신, 받아주겠어?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 (club.cyworld.com/docuherb)
2010.04.08 / 조회 1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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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인 시리즈> 한중일 3국의 오늘을 무대서 만난다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과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대의 한국, 중국, 일본인의 삶이 연극으로 펼쳐진다. 지난 해 ‘과학연극 시리즈’를 기획해 선보였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이 올해 한중일 3국의 사람들을 화두로 한 연극 ‘인인인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북아시아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이번 시리즈는 한국, 중국, 일본인 작가의 작품이 한국 연출들의 지휘로 탄생한다. 오는 4월 6일 시작하는 시리즈 첫 작품 은 중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 랴오이메이의 작품으로, 1978년 개혁개방화 정책 이후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는 “서양문화와 자본주의에 중국 전통의 정체성이 충돌되면서 나타나는 가치관의 혼란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중국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상황이 진흙탕에 비유되며 그 위에 피는 꽃이 바로 코뿔소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뿔소는 중국 전통의 가치관을 의미한다. 일종의 음악극으로 표현될 이번 작품에서 박정희 연출은 “한 시대와 나라를 대변하는 것이 음악이라 원작의 중국 음악을 편곡 없이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왼쪽부터)밍밍을 짝사랑하는 코뿔소 조련사 마루 역의 최광일서구사회를 동경하며 그 안에 속하고 싶은 밍밍, 김지성자본주의가 밀려오자 물질적 욕망을 강렬히 원하는 헤이즈, 신덕호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연애교수 역의 황정민두 번째 작품인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는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일본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이다. 이지메문화, 은퇴이민, 히키코모리 등 오늘날 일본이 안고 있는 여러 사회 현상이 일본 밖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삶과 시선을 통해 담담히 풀어진다. “차분하고 매끄러운 것이 히라타 오리자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나, 보는데 인내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박근형 연출은 “어떻게 하면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또한 “유교 문화권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 많지만, 원작의 일본적인 색 중 관객들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낼 것”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의 배우들말레이시아에 온지 가장 오래된 아키라 역의 최용민은퇴이민 2세대 이쿠코의 예수정풍선껌에 대한 아픔을 갖고 말레이시아로 온 치즈코, 서이숙죽음을 화두로 ‘한국인’의 모습을 쓰고 연출할 고선웅은 6월 공연을 앞두고 “시놉과 인물 구축 중”이라고 한다. “작품 제안 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한국인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니 겁이 났다”는 그는, “사실적으로 다루기엔 시선이 편향될 것 같고, 오히려 허무맹랑한 표현이 더욱 한국인을 잘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흔히 ‘인어’에서 ‘인어공주’를 연상하게 되는 것에서 착안, 반인반수인 인어공주의 특징이 한국 사회를 이야기 하는 은유로 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의 제목을 생각해냈다"는 고선웅은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들 곁에 오래 있어온 간호사, 호스피스들을 집중 인터뷰 하기도 했다. 시리즈를 구성한 두산아트센터의 김요안 프로듀서는 “동북아시아의 역사 속에 함께 있는 한국으로서 20세기 말부터 겪고 있는 3국의 다양한 혼란과 비판을 통해 우리가 나갈 방향을 알아가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인인인 시리즈’의 세 작품은 4월 6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이어 공연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19 / 조회 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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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삼봉뎐> 조선 최대 정치 미스터리, 또는 오늘날의 자화상
등장부터 평범하지 않다. 객석 사이를 지나 천천히 줄지어 무대로 나가는 배우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다. 무대에 들어서야 의상을 입고 나서야 그들은 왕이 되고, 신하가 된다. 그 자리에서 거칠게 회백분을 칠하는 배우들도 있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불과 몇 해 전, 조선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하고 잔혹한 피바람이 일어난다. ‘정여립 역모사건’의 주동자 ‘길삼봉’이란 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대립하던 동인과 서인의 정치적 모함과 칼부림은 계속되고, 그 사이에서 왕이란 자는 점점 광폭해진다. 이른바 기축옥사.
이 사건으로 그 당시 1000여 명의 선비가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모를 한 명을 색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하지만 길삼봉이 누구인지 중요하진 않다. 역사적으로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이 인물은 정치적 음모로 탄생한 헛개비란 추측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대 도를 넘는 당쟁 속에서 동인과 서인이 길삼봉을 이용해 조정을 쥐고 흔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선비들의 죽음, 민생의 파탄이다.
으로 잘 알려진 서인의 정철, 동인의 이산해, 선조, 최영경 등 역사 속 실제인물과 기축옥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매향, 갈윽, 임파 등 허구의 인물과 픽션이 섞였다. 목숨과 지위를 건 싸움은 피를 부르고, 그 속에서 싸움을 주도하는 권력자들뿐 아니라 이름 모를 선비와 민초들의 고통을 더욱 커져만 간다. 내분에 휩싸인 조선은 몇 년 후 임진왜란이라는 된서리를 맞는다.
연극은 ‘길삼봉’으로 모함 당해 죽어나가는 선비들의 억울함과 밑바닥까지 내려간 민초들의 울부짖음을 몸짓과 노래로 표현한다. 몸짓은 때론 과격하게, 때론 적막하게 무대를 채운다. 이름 없는 선비들과 백성들은 가면으로 표현돼 그 생명을 조롱 당한다. 답답한 현실에 백성들은 한을 담은 노래 ‘둥둥곡’을 부르며 미친 궁궐에 한탄과 한숨을 보낸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언뜻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 동작에 서린 비탄은 비단 그 당시 백성들의 고통으로만 해석하기 힘들다. ‘정치란 그리 냉혹한 것’이라고 정철은 되뇌임 또한 옛날 일이 아니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들은 왕과 신하의 옷을 벗고 떠난다. 회색분을 칠한 민초들 역시 분장을 쓱쓱 지우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퇴장한다. 극은 끝나지만 냉혹하고 비린 정치와 한숨 어린 민초들의 응어리는 40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함을 남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10.30 / 조회 1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