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시공간을 뛰어넘는 판타스틱 사랑이야기! 연극 ‘연’, 뮤지컬 ‘피맛골 연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를 담은 공연 두 편이 있다. 연극 ‘연’은 ‘광화문’이라는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한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조선 시대와 경성을 넘나들며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는 두 편의 공연을 소개한다.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한 여자의 이야기연극 ‘연’9월 16일부터 10월 16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2관에서 연극 ‘연’은 대학로 대표 극단 차이무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번 공연은 차이무의 대표단원인 민복기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민복기는 ‘양덕원 이야기’, ‘슬픈 연극’ 등을 통해서 잔잔하지만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담는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 ‘연’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한다. 작품 속 신재순은 역사학도다. 그는 친구와 광화문에 간다. 그곳에서 신재순은 1895년과 1979년의 자신으로 돌아가 역사적 사건을 겪게 된다. 연극 ‘연’은 미래가 과거의 뒤에, 과거가 현재 앞에 있는 독특한 연극 구조를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연극 ‘연’을 위해 뭉쳤다. 김왕근, 성노진, 구자승, 한동규, 우지순 등 대학로에서 인정받는 배우들이 작품에 힘을 싣는다. 신재순 역으로는 ‘퀵’, ‘체포왕’, ‘초능력자’ 등에 출연했던 김소진이 맡았다. 그 외에도 이관훈, 공상아, 서재필, 곽자형, 박상우 등이 출연한다. 조선과 경성을 오가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야기뮤지컬 ‘피맛골 연가’9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조선과 경성을 넘나드는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작사상(장소영 음악감독, 배삼식 작가), 조명상(민경수 조명감독), 음향상(권도경 음향감독)을 수상한 작품이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현대, 조선 시대, 경성 등 시대를 넘나든다. 서민들의 터전인 피맛골에서 피어나는 서출 김생과 사대부 여식 홍랑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신분의 벽의 엄격하던 조선 시대에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을 잃은 김생은 300년이 지난 경성에서 눈을 뜬다. 그는 홍랑을 찾기 위해 살구나무 정령인 행매의 도움을 받아 쥐들의 세계로 찾아간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초연 당시 한국 최고의 스텝들이 참여한 웰메이드 뮤지컬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2010년 초연 때 참여했던 유희성이 다시 연출을 맡았다.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배삼식 작가와 ‘제5회 뮤지컬어워즈’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장소영 음악감독, 스타안무가 이란영 등 최고의 스텝들이 함께 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 때 남녀주인공을 맡았던 박은태와 조정은이 다시 출연한다. 또다른 김생과 홍랑으로는 박성환과 선영이 새로 합류했다. 이들은 초연과는 또 다른 느낌의 ‘피맛골 연가’를 전해 줄 예정이다. 지난해 행매 역으로 참여했던 배우 양희경도 재공연에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1 / 조회 6,091
-
<나쁜 자석> 9살, 19살, 그리고 29살의 은밀한 보고서
네 명의 남자가 겪어온 삶을 9살, 19살, 29살의 세 단면을 통해 보여주는 연극 프레스콜이 지난 6일 열렸다. 영국의 주목 받는 젊은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의 ‘우리의 나쁜 자석’을 원작으로 한 은 지난 2005년 국내초연 이후 세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플래쉬 백 기법, 액자식 구성 등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통해 우정으로 포장된 인간관계의 한계를 보여주며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행덕 연출은 "각색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 되고 관객들이 이전 무대보다 알기 쉽게 풀어냈다”며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9살 꼬마에서 29살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4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캐릭터 대결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에는, 중견배우 박근형의 아들인 배우 박상훈(원석 역, 사진 왼쪽), '만수 아빠’ 최주봉의 아들 배우 최규환(은철 역, 사진 가운데)등 중견배우의 2세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최규환은 9살의 꼬마 이야기가 펼쳐질 때에는 재미있는 웃음코드가 많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유행어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숨겨있다”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버지인 최주봉씨에 대한 질문에는 “무대에 설 때마다 공연장을 찾아주신다”며 “그 자체가 큰 가르침이고 항상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05년 초연 때도 민호 역을 선보인 바 있는 배우 정우준(사진 오른쪽)은 “5년 만에 같은 작품, 같은 역할로 다시 설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히며 “5년이 지난 지금에야 작품이 원하는 농도 짙은 민호를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일 개막한 연극 은 8월 2일까지 대학로 악어극장에서 공연된다.연극 프레스콜 현장 "너, 진짜 왕자 맞아?"아홉살 인생, 고달프다~껌 좀 씹는 아이들! "너희들은 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니?"" 원식이는 독창적인 천재로 기억될 거야! "" 오늘이 떠나기 좋은 날 인 것 같다. 기억하기도 쉽고..."" 캬~ 소주는, 역시 깡소주야!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07 / 조회 10,864
-
네 친구가 그리는 동화, 2년만에 컴백한 연극 ‘나쁜 자석’
지난 5월 1일(금) 앙코르 공연을 시작한 연극 ‘나쁜 자석’이 오늘(5월 6일) 악어극장(구 허밍스 아트홀)에서 하이라이트 장면 공개 및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하늘정원’ ‘절벽, 세 친구’ ‘폐교, 갈등’으로 구성된 일부 장면이 공개됐다. 연극 ‘나쁜 자석’은 원석, 민호, 은철, 봉구 등 네 친구의 우정과 반목을 통해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는 인간관계를 그린 작품이다.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의 공연을 올린 연극 ‘나쁜 자석’은 좋은 작품과 배우뿐 아니라 무대효과 역시 탁월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2009년 연극 ‘나쁜 자석’에는 2세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박근형의 막내아들 박상훈과 최주봉의 차남 최규환이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 또한 음향전문가 김벌래의 장남 김태근 역시 이 작품의 작곡 및 음향감독을 맡았다. 또한 2005년 연극 ‘우리 나쁜 자석’에서 민호 역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 정우준이 다시 캐스팅 됐으며, 드라마, CF, 패션쇼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선호, 개성파 배우 곽자형 등 탄탄한 배우진이 연극 ‘나쁜 자석’의 무대를 채운다.연극 ‘나쁜 자석’은 2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재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을 만큼 연극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강력한 마니아층을 구성하고 있는 수작이다.한편 이날 간담회를 통해 연극 ‘나쁜 자석’의 연출 이종훈은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쳐 마니아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연극 ‘나쁜 자석’은 오는 8월 2일까지 대학로 악어극장(구 허밍스 아트홀)에서 공연되며 전석 2만 5천원이다. (문의 02-764-8760)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5.07 / 조회 26,558
-
[나쁜자석] 가슴 먹먹해지는 연극 한 편
세상을 살면서 타인과 섞이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인에 포함되기 위해 자신을 누르는 방법을 택한다. 연극 [나쁜자석]은 ‘타인(친구)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앤’ 한 아이와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다. 바닷가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9살 배기 악동들. 이들 앞에 보통 9살 같지 않은 아이 원석이 나타난다. 복화술사인 아버지 밑에서 기가 죽어 자란 그는 보통 그 나이 때 아이보다 깊은 감수성과 글쓰기 감각을 지녔다. 원석은 무리의 대장 격인 민호의 호의로 이들 무리에 끼게 된다. 어느새 세월은 흘러 이들 넷은 고등학생이 되어 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워낙 ‘다른’ 감성을 지닌 원석에 대해 불만을 품은 나머지 아이들은 그가 밴드에서 빠져주길 원하고, 원석은 폐교에 불을 지르고 사라진다. 그리고 또 십년 뒤, 각자 흩어졌던 세 명의 친구들이 다시 모인다. 원석이 남긴 동화를 출판하게 되면서 다시 만난 그들은 각각 다르게 원석을 기억한다. 연극은 성인이 돼서 다시 만난 친구들에 이어 바로 그들의 어린 시절을 비춰준다. 타임캡슐에 소중한 물건을 묻던 9살의 그들은 그저 아이였다. 하교길에 바닷가에서 놀며 만화영화에 열광하는 악동. 19살의 그들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자신과 다른 한 아이를 무리에서 빼고 싶어했고, 자신만의 비밀이 생겼으며 ‘한 사건’으로 인해 영영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리고 29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서로 많이 다른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아킬레스건과 다름없는 오래 전 친구를 다시 화두에 올린다. 그리고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원석은 왜 자신의 몸을 절벽 아래로 떠밀었을까. 그는 단순히 사회부적응자였을까, 아님 천재 동화작가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그들의 어렸을 적 친구였을까. [나쁜자석]은 쉬운 연극은 아니다. 집중해서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야 하고, 자주 과거와 현재를 오가기 때문에 방심하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대중을 배려하지 않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연극도 아니다. ‘우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더 넓게는 인간과 인간의 거리와 외로움, 기억에 대해 진지하게 말을 거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작품의 생명이다. 배우들은 9살 어린아이부터, 혈기가 넘치다 못해 과격한 19살 고등학생, 그리고 사회인이 된 29살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을 비롯해 정원조, 김동현, 곽자형 등 출연진들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극 몰입도를 높여준다. 극 중 원석이 나래이션 하는 두 편의 동화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동화 속에 원석의 자아와 세계가 녹아있으니 눈 여겨 보는 것도 팁일 것.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요즘, 진중한 연극 한 편으로 추천되는 연극이다.글 : 송지혜(song@interpark.com)
2007.11.06 / 조회 10,792
-
가을을 접수할 감성별 연극 리스트
기간 : 오픈런 장소 : 대학로틴틴홀, 샘터파랑새 극장 등 특징 : 정신 없이 웃기는 힘. 대학로의 연극의 베스트셀러. 대학로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 받는 연극 중 하나다. 마치 미국의 시트콤을 보는 듯, ‘다다다’ 쏟아지는 대사와 엽기 시츄에이션, 거기에 꼬이고 꼬인 관계와 오해가 이 작품을 연극 최고의 스테디 셀러로 만들어 놓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스크린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제한된 공간에서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 재연에는 스크린보다는 무대가 제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1탄의 인기에 힘입어, 2탄과 3탄도 만들어졌다. 서울 대학로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아직도 저력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이다. 기간 : 9월 25일~ 11월 11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특징 : 2층 세트가 돌아가며 무대 앞 뒤 면을 볼 수 있다. 처절하지만 웃긴 무대 뒤 실황. [노이즈 오프]는 소위 말하는 액자구성을 취하고 있다. 연극 속에 또 다른 연극 ‘낫씽온’을 등장시켜 관객들은 한 번에 두 개의 연극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짜는 낫씽온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이 무대 뒤에서 벌이는 죄충우돌, 엽기 행각이다. 연극 낫씽온 공연을 하루 앞둔 날. 연출, 조연출, 무대감독, 출연배우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테크니컬 리허설은 생략, 곧장 드레스 리허설에 들어간 상태다. 연극 낫씽온의 동선은 유난히 복잡해 배우들이 허둥대는 상태는 이미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고 있다. 연출자는 한탄하듯 한 소리 내뱉는다. “나도 이 연극 왜 하는지 모르겠다구…”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막은 연극 낫씽온의 전체를 감상할 수 있고, 2막은 뒤얽힌 무대 뒤 상황, 3막은 이젠 막나가는 낫씽온 공연 장면을 볼 수 있다. 상황극의 최고봉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간 : 10월 18일~ 1월 3일 장소 : 상상화이트소극장 특징 : 엽기 정신병원 의사와 간호가가 벌이는 코믹시츄에이션. 소설을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폭소만발.일본 ‘최고의 이야기꾼’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 ‘인터풀’을 원작을 한 코믹 연극이다. 정신병원 의사인 닥터 이라부와 간호사 마유미. 이들의 공통점은 둘 다 엽기적이라는 것. 이들에게 뾰족한 것을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선단 공포증 환자이자 야쿠자의 중간 보스, 공주병에 도끼병 도우미 모델, 음경강위증에 걸려 항상 민망한 무역회사 직원이 찾아오는데… 천진난만하지만 엽기적인 의사와 이들은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될 것인가. 탄탄하고 기발한 스토리가 밑바탕이 되니만큼 폭소는 장담할 수 있다. 기간 : 9월 5일~10월 21일 장소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특징 : 외로운 이들의 격한 사랑 이야기. 가슴 한 켠이 시려진다. [미친키스]가 7년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천사의 발톱] 조광화 작/연출인 이 작품은 도시인들의 집착과 허무, 치명적인 외로움에 대해 독백하듯, 소리치듯 진행된다. 극에는 5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흥신소에서 불륜을 캐는 남자와 그의 약혼녀,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떠는 여자와 그녀의 교수 남편, 그리고 몸을 팔아서라도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하는 아직 어린 여자. 이들은 모두 누군가와의 충만한 관계를 갈구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등만을 바라볼 뿐이다.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김소현이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엄기준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불안한 장정이란 인물을 몸을 던져 열연해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기간 : 9월 6일 ~11월 4일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특징 : 불륜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와 장유정 작가의 감성 대사가 가슴에 꽂힌다. [멜로드라마]는 결혼 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어찌 보면 말초적인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말초적이지 않다. 불륜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어느새 객석 군데 군데에서는 관객들이 눈물을 닦아내는 부스럭거림이 들린다. 단순하고 말초적인 불륜이야기를 벗어나 감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장유정 작가의 감성적이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대사와 배우들의 힘이 크다. 장영남은 [멜로드라마]의 극의 중심을 잡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지난해 [버자이너모놀로그]로 연기력의 절정에 올라선 그는 이 작품에서 완벽주의자이지만 속은 여리고 여린 유경을 소화한다. 남편의 외도와 자신에게도 찾아온 사랑으로 혼란스러운 그녀가 어떤 길을 선택하지는 직접 확인하자. 기간 : 10월 20일 ~12월 25일 장소 : 두산아트센터 특징 : 네 남자를 통해 바라본 우정을 섬세하고도 판타지적으로 그려낸다. 올 하반기 기대작. 서로 가까워지려 하면 할수록 밀어내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자석’. 연극 [나쁜자석]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애려고 벼랑 끝에서 자신을 내던진 한 ‘나쁜’ 자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플래시백 기법, 극 중 극 두 편의 동화를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관계의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 특히 지난 2004년 [19 그리고 80] [햄릿] [썬데이 서울] 등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영민이 2년만에 [나쁜 자석] 민호로 등장한다. 우리’가 될 수 없기에 애틋하고 감동적인, 슬픈 판타지인 연극 [나쁜자석]. 올해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 중 하나다. 기간 : 10월 31일 ~11월 3일 장소 : LG아트센터 특징 : 셰익스피어와 영국 대표 연출가 데클란 도넬란, 러시아 남성 배우들이 뭉친 세계적인 화제작. 2003년 러시아 체홉 페스티벌이 데클란 도넬란을 초청해서 제작한 이 작품은 연출가의 명성과 무대, TV, 영화를 누비는 러시아 스타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런던 바비칸 센터, 뉴욕 BAM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등 세계 전역에서 초청받으며 극찬 받고 있는 연극. [십이야]는 풍랑으로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 중 여동생이 공작을 사랑하여 ‘남장’을 하고 벌어지는 사랑의 소동을 다루는데 개성 있는 인물들과 스토리가 주는 희극적 묘미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에서도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도넬란은 여기에 모두 남성 배우들만을 기용해서 등장 인물들의 성적 정체성을 한 번 더 뒤트는 기지를 발휘한다. 또한 도넬란 특유의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펼치는 러시아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리듬감 넘치는 보사노바풍의 라이브 연주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자아낸다. 기간 : 9월 4일 ~11월 30일 장소 : 아츠플레이씨어터 특징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대한 이야기. 알콩 달콩 잔잔한 재미가 쏠쏠하다. 남 : 이번 크리스마스 때 뭐 하세요?여 : 저…..성당가요. 연극 [그남자 그여자] 중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의 대화다.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다. 뭔가 복잡미묘 하지 않은가. 남자는 생각한다. ‘당연히 나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 성당이라니?’ 그런데 여자도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스케줄 다 짜놓고 어디서 보자 해야지 그날 뭐 하냐니? 그럼 약속 없다고 대답할까?’'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왜 불티나게 팔려나갔는지 이해가 간다.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을 하려 하니 오해나 서운함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연애 파노라마를 두 쌍을 커플로 요목조목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여자와 남자가 처음 서로를 발견하고 호감을 느낄 때의 설레임, 첫 데이트, 그 이후 이어지는 거침없는 닭살 행동들, 그리고 권태기와 결혼 문제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펼쳐진다. 이제 막 사랑을 키워나가는 연인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작품. 기간 : 8월 31일 ~11월 30일 장소 : 인아소극장 특징 :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때 묻지 않은 사랑 이야기. 인기 만화 인터넷 만화 원작으로 등장인물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크다. 인터넷 만화 ‘순정만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연극, 한번쯤 볼만한 작품일 것이다. 원작자 강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며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스토리가 펼쳐진다. 만화나 책이 원작인 경우, 상상만 하던 주인공들의 실물이 연극 무대에서 직접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31살의 연우와 고등학생 수연, 옛 사랑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하경과 그녀를 사랑하는 강숙의 순수한 러브스토리가 따뜻하게 이어져 훈훈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기간 : 8월 28일~ 11월 25일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특징 : 검은 옷을 입을 여인이 주는 스산함. 2007년 하반기를 채우는 공포 연극.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 수년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중년의 아서 킵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보여주기로 한다. 이를 위해 젊은 연극 배우를 고용하고 그와 연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우먼인블랙]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현재까지 18년째 공연돼고 있으며, 6000회 이상 공연, 3백만 관객을 돌파한 스테디셀러다. 2명의 배우가 극 중 극 형식으로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펼쳐 논다. 검은 옷을 입은 창백한 여인과 저택, 그리고 패기 넘치는 젊은 변호사.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것일까? 두 배우의 숨막히는 연기와 조명, 음향이 스산한 가을을 더욱 민감하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 기간 : 9월 1일~ 11월 11일 장소 :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특징 :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쳐라. 긴장감과 스릴, 코믹이 어우러진 대학로 대표 수작.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으로 더 잘 알려진 연극 [날보러 와요]. 하지만 영화와는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이 넘치는 연극으로 대학로 관객들을 발길을 끌어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는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그 스산함은 좀 더 무겁고 축축하다.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한 여록 악화와 상부의 압박, 언제 다시 살인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무대는 긴장감에 휩싸이곤 한다. 하지만 생각치 못한 곳에서 유머가 터져 공연 내내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2007.10.05 / 조회 12,678
-
[클로져] 송민지, 2007년 ‘지현’을 만나다
스트립댄서, 속을 알 수 없지만 슬픔을 안고 있는 여자. 연극 [클로져]에서 지현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는 캐릭터다.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동시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이 캐릭터는 누가 연기 하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확연히 달라진다. [2007 클로져]에서는 신인배우 송민지가 지현을 연기하고 있다. 아직 세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사랑의 아픔과 배신을 겪는 이 역할에 송민지는 원숙하진 않지만 신선하게 지현을 표현해내고 있다. 공연에 들어간지 이제 한달이 넘었지만 아직 지현을 찾아가고 있다는 송민지를 만났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지현이는 캐릭터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 당하는데도 아픔을 잘 표현하지 못해요. 오히려 겉으로는 밝고 당당해 보이기까지 하니까…그래서 연습할 때는 구석에서 자우림 노래를 자주 들었어요. 왠지 자우림 노래와 지현이 비슷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는 지현에게 동화되기 어려웠는지 어려움부터 토로한다. 처음 대면한 송민지는 25살의 모습 그대로다. 자신을 멋지게 꾸며서 보이기를 어색해하는, 하지만 의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의 모습. 그런 그가 연기에 대한 욕심은 보통이 아닌 거 같다. 달변은 아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막힘이 없다.
“[클로져]는 무대에서 내려올 때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요.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계속 생각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설수록 어려워지더군요. 지금도 지현이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사실 연습 때는 연출 선생님에게 매일 혼났어요. 이틀에 한 번 꼴은 울 정도로(웃음). 하지만 첫 공연 때 ‘잘했다’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송민지는 대중에게 낯설기만 한 배우는 아니다.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함께보조 MC로 방송을 시작했고, 이후 연예방송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인기 시트콤에서 남자 주인공 사촌동생 연기를 하고, 케이블방송의 MC로 활약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연극 [안녕하세요 수녀님]에 출연했다. 강선진, 박상면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다. 그는 “연극 은 내 인생을 바꾼 매개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때 원래는 간호학과를 진학할 예정이었어요. 합격도 해 논 상태였고요.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연극 한편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작정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운 좋게 합격했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제가 연기를 할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해요. 제가 들이대는 성격이 못되거든요(웃음).”
주위사람들이 연기를 한다는 사실에 놀란다는 말에는 수긍하기가 어렵다. 오목조목 예쁜 얼굴로 학창시절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몇 번은 받았을 법하다. 데뷔 초에는 유명한 가수를 닮았다 해서 주목도 받았다. 그는 “솔직히 닮은 건 잘 모르겠다”라며 웃어버린다. “누구 누구를 닮았다는 건 장단점이 있더군요. 단점은 닮은 연예인 분들의 이미지가 저에게 적용되는 정도(웃음). 그래서 더 제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인터뷰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얼굴이 항상 동그랐게 나온다’며 깔깔대는 모습은 아직 학생같을 정도로 맑아 보인다.
송민지에게 2007년은 특별하다. 올해 새롭게 연예기획사에 합류했고 1월 초부터 [클로져]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가 황금돼지띠라잖아요. 제가 돼지띠거든요. 그래서 좋은 일만 있을 거 같아요(웃음).”
영화 [황진이]에서는 황진이(송혜교)의 라이벌 매향이로 출연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클로져]에서 신선한 연기를 펼치고 있으니 분명 올해는 그에게 의미 있는 해가 분명해 보인다.
2007.04.10 / 조회 18,551
-
[그녀석의 아트] 남자들 수다는 더하다
90분 동안 남자들 수다를 들을 자신이 없으면 연극 [그녀석의 아트] 관람은 포기하는 게 나을 지 모른다. 작품 내내 세 남자의 쉴 새 없는 수다가 티격태격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 국내에서 2001년 초연돼 송승환, 오달수, 권해효, 김석훈 등 내노라 하는 배우들이 참여했고 여성배우 버전도 나온바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에 전용관을 오픈해 꾸준히 사랑 받아 오고 있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줄거리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우정을 지켜온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성형외과 의사 상진, 조그마한 건축설계사 사장 현태, 문방구 사장 시구. 어느 날 상진이 1억 5천 만원짜리 미술품을 샀다. 그런데 그 그림이라는 게 하얀 바탕에 (자세히 보면)하얀 선이 그려졌다는 난감한 작품이다.
이 난해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웬만한 전세 값을 웃도는 하얀 그림 하나가 이 세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현태는 이 판떼기 하나를 1억 5천만원에 산 상진이 마음에 안들고, 상진은 자신의 모더니즘 예술관에 대해 규태가 이전부터 무시해왔다고 생각한다. 시구는 이 둘 사이에서 갈팡지팡, 나름의 고민이 있는 사나이.
이들이 사소한 오해, 혹은 해묵은 서운함들을 풀어낼 때, 보는 사람에게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힘이다.
“언제부터인가 걘 나를 보면 웃지도 않는다” “걘 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아냥부터 하지” 등 일상에서의 서운함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관객은 자신의 우정을 어떤가에 대해 돌아보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위트 있는 대사와 반전은 [그녀석의 아트]가 갖고 있는 미학이다. 언제부터인가 서로 견제 아닌 견제를 해온 수현과 규태가 아슬아슬 속마음을 드러낼 때나 친구들끼리의 미묘한 경쟁심리가 위트 있는 대사로 살아나 폭소를 유발한다. 결국 우정을 시험대에 오르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나치게 모던한, 값비싼 그림은 이들이 뜨끈한 우정을 되찾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 역시 재미있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남녀사이의 사랑이 득세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동성간의 우정은 지켜내고 키우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과제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겨난 가치관이 점점 벌어질 때면 어렵게 쌓은 우정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
[그녀석의 아트]는 이러한 우정에 대해 세세한 심리를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는 수작. 우정에 대한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2006.11.21 / 조회 10,047
-
[클로져] 김지호
연극무대에서 만난 김지호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이전 CF나 드라마에서 보던 청순 발랄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지적이고 차가운 여인이 무대에 서 있었다. 그는 처음 도전한 연극 [클로져]를 통해 한 꺼풀 껍질을 벗겨내듯 연기의 새로운 맛을 알아가고 있는 듯했고 그만큼 진지하게 ‘태희’를 연기해 내고 있었다. 무대에 서는 맛을 알아가고 있는 배우 김지호를 만났다.
"관객 반응 신경 쓰여"
미시 탤런트 김지호의 연극 도전기는 여전히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증거로 인터뷰가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는 연이은 여러 인터뷰로 잠겨있었고 그로 인해 약간은 피로한 기색이었다. “곧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걱정이다”라며 목소리를 한 톤 내린다.
지난해 영화와 연극으로 주목을 받은 [클로져]는 이번 김지호의 출연으로 다시금 화제가 됐다. 그만큼 그는 이번 공연에서 전면으로 부각됐다. 포스터에는 그녀의 코믹한 모습이 클로즈업 됐고, 문구도 ‘김지호의 무대 나들이’다. 처음 도전하는 만큼 이와 같은 현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부담이 되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첫날은 너무 떨려서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어요. 두번째부터는 한결 나아졌지만 이제는 관객의 반응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그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내가 잘못해서 그런건가’하면서 고민도 했어요. 그때 민복기 감독님이 관객들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부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너무 민감해 하는 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도움이 됐죠.”
네 남녀가 벌이는 게임같은 사랑에 푹
그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아무래도 영화 [클로져]였다. 할리웃의 최고 스타들이 모여 만든 영화 [클로져]는 김지호 본인도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이번 연극을 한국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 이었다”며 “처음 만나서 키스하고, 이혼하고도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보단 그쪽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한국적 표현이 나오자, 태희라는 ‘다소 사랑에 있어 자유로운’ 캐릭터로 화재가 옮겨졌다. 사실 [클로져]에서 보이는 네 남녀의 사랑은 아프고 지독하고 공허하다. 특히 태희는 상처를 주고 받는 데 있어 중심에 서 있다.
김지호는 “태희의 행동과 심리가 이해간다”라고 말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태희라는 인물은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에요. 하지만 좀 더 그녀를 좀 더 살펴보면 남자들로 인해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종래에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불쌍한 여자에요. 전남편, 대현, 운학 같은 남자들이 그녀를 몰아세운 거죠. 그래서 태희 또한 상대방을 공격하고 상처줄 수밖에 없었고요.”
만약, 대현과 운학 중 하나를 고르라면 누굴 택하겠냐고 하자 “둘 다 싫다”라며 깔깔 웃는다. 그는 [클로져]가 ‘네 사람이 벌이는 게임’이라고 정의한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네 남녀가 벌이는 게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감독님은 ‘사람은 내가 상처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남을 상처준다’라고 강조하면서, 감정을 절제하고 툭툭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라고 요구하셨어요. 감정은 50%만 보이고 나머지는 관객에게 맡기는 거죠.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감정을 50%만 보이기는 쉽지 않아요. 불안하거든요. 이건 계속 노력 중이에요.”
“연극,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말을 이을 때 그는 진지하고 신중하다. 연극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도 싶다. 김지호는 “이번이 처음 무대 경험이지만 이제라고 접하게 되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마다하지 않고 연극이나 뮤지컬에 도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 작품은 신나고 떠들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인다.
하지만 [클로져]가 끝나면 당분간은 쉴 계획이다. 그는 “요즘 아기와 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아쉬워한다. 그러고 보니 김지호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은 그녀의 연기에 깊이를 더해줬음이 분명하다. 앞으로 그의 변신하는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5.11 / 조회 11,572
-
[클로져] 이명호
낯선 사랑에 방황하는 영혼
네 남녀의 범상치 않은, 그러나 충분히 세상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아프고 묘한 사랑을 담은 연극 [클로져]의 개막을 앞두고 남자 주인공 이명호를 만났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역은 사랑에 방황하고 갈등하는 대현 역. 한창 때 뭇 여성들의 시선을 받았을 만한 섬세한 이목구비는 대현이라는 여린 감성의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적격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블랙 햄릿], [로미와 줄리엣],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수많은 연극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해온 그도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명호 표 캐릭터로 승부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클로져] 연습실 근처 아담한 공원에서 이루어졌다. 연기자들이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기 위해 달빛 아래서 열심히 뛰어다녔던 한 공원이기도 하다. 한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사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운을 뗀다.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가 된 듯 설레고 기다려 집니다. 관객의 평가를 생각하면 긴장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연습기간 동안 보인 팀워크를 보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클로져]는 네 남녀의 복잡하고 미묘하며 아픈 사랑이야기, 혹은 연애이야기다. 연극은 물론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극본상으로도 ‘검증된’ 작품.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품이지만 정작 이명호는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이명호 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줄리아 로버츠 등이 출연한 영화는 보지 못했고 국내에서 이 작품이 공연될 때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놓쳤었죠. 캐스팅 된 뒤에는 일부로 작품을 보지 않았어요. 비디오라도 볼 수 있었지만 워낙 잘 알려진 인물들이 연기해서 무의식적으로 모방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했습니다.”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며 담담하게 풀어낸다.
“제가 맡은 배역이 바랑둥이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사랑도 그렇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인물의 선택과 방황이 볼만할 겁니다. 물론 윤리적으로는 어긋날 수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남녀의 사랑이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명호는 가장 늦게 [클로져]팀에 합류했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이 화제로 떠오르자 선배로써 애정 어린 칭찬이 이어진다. 처음 출연하는 연극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미씨 탤런트 김지호에 대해서 우선 언급했다.
“지호씨는 오랜 연기자 생활을 통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기 캐릭터에 푹 빠지는 타입인데 마치 배 한 척이 바닷속에 빨려 들어가 버리는 듯이 역할에 동화되죠.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어 또 다른 태희 역인 박수민에 대해서는 선이 굵은 연기를 지목한다.
“수민씨 연기는 선이 굵어요. 마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와 비슷하게 연기에 있어서 자신을 잘 나타내지 않는 편이에요. 뭔가 있어 보이는 타입이죠. 순간순간 상황을 받아 칠 때 나타나는 폭발력이 훌륭하죠.”
그렇다면 자신의 연기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 “난 특정한 컬러가 없는 배우”라고 말한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상관없이 모두 소화 흡수가 가능하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게 아니다”라고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특정한 컬러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때론 배우에게 장애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나 인상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역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의외의 모습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게 연기의 매력이죠.”
“관객을 생각하니 연극이 그립던데요”
소위 배고픈 연극인의 길을 걸으면서 흔들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명호도 한때 흔들렸고 그래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연극판을 떠났다.
“서른쯤에 연극을 그만둔 적이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어려움과 염증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 1년이 넘는 시간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죠. 배우로써 길을 걸어야겠다고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시기의 방황이 없었다면 연극인으로써의 나를 아직도 찾아 헤매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를 다시 연극 무대로 불러온 ‘것’은 무엇일까. 그는 “관객”이라고 명료하게 답한다.
“그 전까지 연극의 중심은 ‘나’였어요. 그래서 불평하고 방황했던 거죠. 하지만 연극을 하는 건 내 만족을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찾아와서 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거죠. 시선을 나에서 관객으로 돌리니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한번 연극을 보는데 그들이 쓰는 시간과 돈을요. 이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고 오는 거죠. 이들의 공감을 얻고 호응을 받는 건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이명호 특유의 익살스러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역할을 묻자 [서안화차]에서의 악역을 꼽으며 “제 안에 못된 면이 있어 보이나요?”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가끔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해요. 하지만 성격상 왜 나한테 이 역할을 맡겼냐고 묻지 않아요. 서안화차에서는 동성애자로 후에 연인에서 죽임을 당하는 역할인데, 사실 사악한 역할이었죠. 그런데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고 연기 폭을 넓힌 역할이었어요. 사실 관객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죠. 보는 사람들이 납득하고 공감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92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한해 2~4편을 출연하며 연극인으로 자리를 굳힌 이명호는 이제부터 ‘뭔가를 해야 할 시기라고’라고 말한다.
“서른 이전은 계속 배우는 시기였죠. 직접 필드에서 연출하시는 분과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갈고 닦은 시기에요. 그 때 선배에게 ‘연기를 왜 이렇게 못하냐’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죠. 이제는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써 획을 그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죠. 바로 욕심내지도 않고 완성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시도를 하고 싶어요”
탐나는 배역에 대해서는 [리어왕]을 꼽는다. 남자 배우들이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하는 광기 어린 캐릭터로 이명호 특유의 캐릭터 창조로 도전하고 싶다는 것.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지난해에는 햄릿을 해봤으니 40대에 들어서는 리어왕, 늙으면 리처드 3세역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극은 즐거운 일터, 가정은 오롯한 생활
결혼해서 부인과 아들이 있는 가정은 그의 기본이고 생활이다. 특히 그에게 아들은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딱 다섯 살 짜리죠. 귀엽고 개구쟁이고 고집도 있는 아이에요. 말썽을 많이 부리지만 아이를 보고 있으면 배우는 점도 많아요.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순순하게 솔직하죠. 주위 조건이나 환경에 구애 받으려 하지 않고 하고 싶은 행동을 시도해요. 그래서 아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행동을 하니까요.”
현재 [클로져] 연습 중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말해 달라고 하자 쿡쿡 웃으며 “너무 많다”라고 말한다.
“특히 연출하시는 민복기 감독과 조연출 사이의 상이한 성격이 웃음을 유발해요. 민 감독님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신 없이 배우들에게 쏟아내는 타입이세요. 조연출을 하시는 분은 절묘하게 요약해서 의사전달을 하는 성격이고요. 감독님이 빠르게 쏟아낸 말의 의미를 배우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조연출이 한 마디로 차분히 정리해 주는 모습이, 찰떡궁합이 따로 없어요.”
그에게서 한창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무대 위로 오르기만을 기대하는 배우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배우는 관객을 위해 있다는 일념은 이번 역할에서도 적용된다. 그는 “캐릭터를 확정 지어 그대로 나아가기 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 관객의 공감을 얻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를 통해 재창조된 [클로져]의 방황하는 영혼 ‘대현’을 기대해 볼만 하다.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2006.04.14 / 조회 10,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