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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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무표 연극 '원파인데이'…최덕문·박해준 총집합
스무살 차이무, 창단 20주년 갈무리
민복기 신작 12월4~내년 1월3일 공연
대학로 예술마당 2관 무대 오른다차이무 20주년 기념작 네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민복기 대표의 신작 연극 ‘원파인데이’ 출연진(사진=차이무)[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차이무가 2015년 창단 20 주년을 맞아 성년 잔치 중인 가운데 신작 ‘원파인데이’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차이무는 올 1월 첫 뮤지컬 ‘달빛 요정과 소녀’에 이어 8 월 연극 ‘거기’를 무대에 올렸으며,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두 편의 신작(꼬리솜 이야기·원파인데이)과 한 편의 재공연작(양덕원이야기)을 끝으로 20주년을 갈무리할 예정이다. 이상우 예술감독의 창작 신작 ‘꼬리솜 이야기’의 29일 마지막 공연 이후 12월 4일부터는 민복기 연출의 신작 ‘원파인데이’를 선보인다.20년 기념작 네 번째 공연인 ‘원파인 데이’는 민복기(작·연출) 차이무 대표의 신작이다.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단 하루의 사건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키우던 개가 동네 아주머니를 심하게 물어 병원에 갔다가 취객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며 기막힌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동극이다. 차이무 측은 “작가가 살던 양평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소동에 관한 얘기다. 등장 인물들은 어디선가 꼭 본 것 같고 마치 내가 겪은 적이 있는 것 같은 우리 고향의 이야기”라며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내는 것이 민복기 대표의 특기다. 사람 사는 냄새를 고스란히 전할 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면서도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고 말했다.최덕문 박해준 오용 송재룡 민성욱 이중옥 등 차이무의 코미디 전공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차이무의 맏언니 신혜경·박명신·김정영과 공상아가 동네 아주머니 역할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김소진과 오유진은 각각 진경으로 분한다. 진경과 헤어진 연인인 정훈 역에는 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는 배우 박해준과 민성욱이 열연한다. 감초 역인 취객 역에는 최덕문과 오용이, 개장수 역할은 송재룡, 경찰 역에는 이중옥이 연기한다. 오는 12월4일부터 2016년 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공연한다. 02-747-1010.▶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5.11.29 / 조회 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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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즐겁게, 그렇게 우리는 "극단 차이무의 이성민, 최덕문입니다"
등을 통해 때론 웃기게, 때론 날카롭게, 때론 가슴 따뜻하게 세상을 비춰오던 극단 차이무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사랑 또한 놓치지 않았던 작품 뿐 아니라, 차이무는 연기 잘하는 배우, 개성 넘치는 배우가 많아 대한민국의 대표 스타 배우 산실이라는 수식어 또한 언제나 함께 했다. 하지만 소위 '떴다'하는 배우들이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는 모습 또한 차이무가 여느 극단과 다른 모습을 띠는 부분이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세 편 중 신작 두 편인 , 에 각각 출연하는 이성민, 최덕문도 마찬가지다. 각각 드라마 이나 영화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훨씬 전부터 차이무를 지탱해 온 극단 터줏대감인 이들은 연극을 하는 이유를 "그냥", "배우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로 고민 없이 정의하고 있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때론 괴롭고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연극이라는 마성의 존재. 이들의 순수하고, 그래서 강렬한 무대에 대한 끌림이 아마도 이들을, 차이무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 같다.차이무 창작자들의 매력이 각각, Q. 연습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성민(이하 성민) : 아, 죽겠다, 힘들어서. 허허허. 연습 끝나면 자괴감이 든다. 최덕문(이하 덕문) : 그 팀 배우들이 다 죽으려고 하던데. 성민: 이상우 선생님 연극은 원래 힘들다. 근데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Q. 부조리극 형식을 띠는 것 같더라. 성민: 조리에는 안 맞는 것 같다. (웃음) 여자 두 명이 각각 하는 독백이 있는데, 한 여자는 입양 간 딸에게 여태까지 쓴 편지를 바닷가에서 이야기해주고, 또 한 명은 기생충 전문가인데 끊임 없이 기생충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계속 테이블 앞에 앉아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몇 명 남았어?' 사고 난 얘기만 하고. Q. 작품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있다고 들었다. 성민: 스케일이 엄청 큰 작품이다. 가상의 나라 '꼬리솜'이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2천 명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나라에 고위 귀족들, 부자들이 똥돼지생고기, 이런 생식을 주로 하다가 그 안의 기생충이 변형되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하고, 그래서 꼬리솜이 멸종하는 이야기다. 나는 꼬리솜의 비서실장이고 국무부장, 경찰부장, 군사부장도 등장한다. 그 계급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끊임없이 뭘 먹으며 먹는 얘기만 하다 보면 사고가 나고, 누가 죽었다고 그런다. 그러면 계속 "몇 명 남았어?" 그렇게 카운트만 하고. 그런데 그 카운터도 잘 못해. 그런 얘기다. 어마어마하다. (웃음) 이상우 선생님이 '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만한,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인가, 하고 질문하는 연극'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주제를 참 어렵게 하고 있다. (웃음) Q. 과거 차이무의 창작극과는 형태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성민: 우리끼리도 이상우 선생님이 같은 작품을 생각하시는 걸까? 그런다. 덕문: 이번 작품 자체가 다 선생님이 늘 하셨던 얘기 같다. '너희들 생고기 먹지 마라, 기생충 있다.' 그거 같은데? (웃음) 성민: 누가 봐도 이 시대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다 알게 될 거다. 이 세상이 도대체 이렇게 되가는 이유가 뭔가. 기생충 감염 아닌가, 뭔가 사람들 뇌가 다 이상해지고 있다는 거고. Q. 최덕문 배우가 출연할 는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같다. 덕문: 전형적인 소동극이다. (민)복기 형이 살던 양평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는데, 누군가 개에 물리고 아주머니들끼리 툭탁거리다 개를 팔고 다시 찾아오고 그 와중에 난동꾼이 나와서 잡혀가고, 그러다 다 같이 여행가고, 말 그대로 '원 파인 데이'로 끝난다. 소동극 치고는 좀 제목이 컨츄리한 것 같은데(웃음) 재미있다. 개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등장시킬지 고민하는 중이다. 천만 배우? 그저 '즐거운 일' 하다 보니 부모님 뿌듯해하셔Q. 최근 최덕문은 영화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덕문 : 아까 형도 천만 배우, 그랬는데. (플디: 은 관객수가 천 이백 만이 넘었다.) 성민: 정말? 흥행은 문제가 없겠구나. (웃음) 덕문: 남들은 '물 들어왔으니 노 저어라' 그렇게 농담 삼아 말하는데 물 들어온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사람들이 이거 하자고 하면 "그래"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하고. 대학로에서 술 먹고 공연 보러 다니고, 변한 게 없다. 식당 아줌마가 조금 알아본다는 거 말고는. 저번 주에 지방을 많이 다녔는데 가는 데마다 아주머니들이 다 알아보시더라. 많이들 봤구나, 그 정도 생각만 한다. 성민: 두 달 지나면 잊혀진다. (웃음) Q. 오래 공연계에 있던 배우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을 때,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가장 뿌듯해 하더라. 성민: 그렇다. 안 그래도 집사람이 "여보, 드라마 좀 해, 엄마가 당신 나오는 거 보는 게 유일한 낙인데." (웃음) 어른들은 드라마를 보시니까. 덕문: 이전까지 영화 시사회에 부모님을 한 번도 안 불렀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오시라고 얘길 못하겠더라. 그런데 할 때 "이번에도 안 부르냐?"하시길래 오시라고 했다. 무대 인사하는데 막 뒤에서 손 흔드시고.(웃음) 부끄럽기도 하고 좀 기쁘기도 하고. 영화 다 보시고 가실 때 전화 했더니 아버지가 "아, 우리 아들 참 자랑스럽다." 그러셨는데 기분은 좋더라. 성민: (덕문이) 나이가 있으니까 뭐. 또 어느 날 갑자기 된 것도 아니고. 도 천만 넘지 않았나? 덕문: 얼마 전에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천만 영화를 찍은 남자배우들 중 관객 동원수를 따졌는데 달수 형이 1위고, 거의 1억? 내가 2위더라. 5천 2백만 명 정도 된대서 깜짝 놀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Q. 차이무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참 많다. 과거 그들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았나? 성민: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에도 난 그런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이미 (송)강호 형님이 스타셨고 (김)승욱이 형, (박)원상이는 영화나 이쪽을 좀 빨리 시작했고. 나는 나이도 있고 형이라 동생들이 그쪽 일 하는 거 보면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었는데 그냥 연극 했던 것 같다. 영화 하러 가면 아르바이트 간다고 생각을 했었고. 심지어 섭외 온 드라마를 연극 때문에 못 한다고 한 적도 있다. 단역이었는데, 나중에 스케줄 맞춰준다고 해서 그래서 했고. 물론 돈이 궁할 때였지만 연극을 한다는 프라이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덕문: 그냥 하는 거다, 그냥. 다른 이유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연극과 졸업했으니 당연히 대학로 나가는 줄 알았고, 당연히 오디션 봐서 으로 연극을 시작했고. 뭐가 돼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다. 그렇게 영화나 드라마도 한 두 편씩 하게 되고. 성민: 우리 덕문이는 진짜 심하게 그냥 했다. (웃음) 영화나 다른 분야 껄떡대지도 않고. 덕문: 재밌고 즐거우면 하는 건데. (성민: 아, 이 자신감!(웃음)) 물론 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다. 요즘 와서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있다. 류승룡이랑 되게 친한데 승룡이 되는 거 보고, '어허, 가만있어 봐라' (웃음) 승룡이는 대학 때도 너무 친했던 놈이고 지금도 친하니까, 승룡이도 되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성민: 옛날에 정동극장에서 할 때 얘가 나한테 승룡이 걱정을 했었다. 그때 승룡이가 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 친구 중에 10년 째 만 하고 있는 얘가 있다고. 그렇게 걱정을 하던 애가. (웃음) 덕문: 잠깐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연극은 진짜 좋아서 그냥 하는 거다. 조급함? 그런 건 없다. 성민 : 거기서 휘달리면 지치지. 누가 봐도 잘하는 형 &차이무 공식 '몸 잘 쓰는' 비주얼 배우Q. 차이무에서는 최덕문이 선배 아닌가? 덕문: 맞다. (웃음) 학전에 1년 있었다. 하고 까지 했는데 노래에 자신도 없고. (웃음) 은 드라마가 세서 좋았는데 는 록 뮤지컬이니까,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때 (유)오성이 형이 차이무라는 데가 있다고 해서 (박)원상이랑 같이 갔다. 그때가 차이무 생긴지 1년(1996년) 됐을 때다. Q. 이성민은 2002년에 차이무에 들어왔다. 성민: 이상우 선생님을 알고 이 친구들을 다 만났던 건 1998년도다. 그 전에 비공식으로 공연에 대타로 지방에 있다 올라와서 일주일 공연한 적도 있었고. 덕문: 이상우 선생님이 대구 내려가서 하실 때 그때 형을 만난 거지? 우리가 그 공연 연습 때도 가고 공연도 보러 갔었는데 '저 사람 누구야? 너무 잘하는데?' 그런 형이었다. 언젠가 형한테 그런 얘기 한 적이 있다. 형 잘 되고 나서 "난 옛날부터 형이 잘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잘 될 줄도 알았고". 진짜 너무 잘하니까. 성민: 할 때 덕문이를 처음 봤었는데, 차이무 공식 몸을 잘 쓰는 배우, 몸 좋은 배우. 벗는 배우, 다역 전문 배우. (웃음) 차이무의 비주얼 배우다. 몸 좋고 무대 서면 뽀대나고. (웃음) 덕문이가 극단 막내라도 일찍 무대에 섰는데 얘기 들어보면 원래 잘 하는 애였다. 그러니까 무대에 세웠지. Q. 몸을 잘 쓴다는 건 의외의 소식이다. 덕문: 중,고등학생 때 꿈이 백댄서였다. 그래서 대학로에 춤 추러 다녔다, 카세트 들고. (웃음) 그때 브레이크 댄스 추는 애들 있지 않았냐. 부모님이 진짜 걱정 많이 하셨지, ‘저거 뭐가 되려고 그러나’, 하고. (웃음) 성민: 그러니까 그렇게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시지. (웃음) 난 그런 끼가 없다. Q. 끼가 없어도 배우를 하고 있지 않나. 덕문: 끼로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끼가 재료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음식은 아니니까. Q. 차이무의 작품들 중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유머, 풍자, 해학 등으로 친근하게 말하는 작품이 많다. 극단원으로 자신의 생각도 이와 같이 하는가. 성민: 차이무는 경쾌한 연극을 하는 단체 같다. 대표 작가가 두 명 있는데 차이무를 이상우 작가의 색으로 규정할 수도, 민복기 작가의 색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 두 가지 색이 모두 있는데, 공통점은 두 사람 작품 다 경쾌하다는 거. 이제 20년이 지나서 그렇게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90년대 무렵 차이무 연극은 굉장히 빠르고 형식도 과감했었고 좀 독특했다. 신선했고. 그런 연극이 나 이었다면 20년이 흐른 지금의 연극이 다. 여전히 경쾌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형식은 바뀌었고. 차이무의 모토가 '생각은 진지하게, 표현은 경쾌하게'인데 그걸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차이무 배우들은 옛날도 그랬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 눈치 빠르고 귀가 밝고, 미덕이 많다. 어떤 상황이든 그걸 수용해 내는 앙상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차이무 배우들이 곳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 않을까.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뭘 하지 말라고 안하고 계속 뭔가 하라고 하고, 그걸 또 후배들도 수용하고, 우리 선배들도 후배들을 그렇게 잘 받아줬고. 그래서 여전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 같다. 덕문: 너무 자연스럽게 차이무에 스며들어서 이젠 떼려야 뗄 수도 없다. 오늘날 를 보면서, 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의 길을 하고 싶은 말씀 하시면서 가시는구나, 형식도 파괴하시는구나, 싶다. 역시 (민)복기 형은 자기 얘기를 썼을 때 작품이 가슴에 와 닿는구나, 싶고. 작품 첫 대본 리딩을 하다 보면 어색하고 그런 게 원래 있는데 차이무는 그런 게 없다. 첫 리딩부터 편안하게 읽고, 이상한 거 해도 웃어줄 수 있고. 내가 어디 가서 이런 건 못 느끼겠구나, 할 정도로 이미 내가 차이무화 된 것 같다. 지금도 대학로에서 처음 만나는 후배들하고 인사하면 "차이무의 최덕문입니다." 그 얘기부터 한다. 행복하고 즐겁게,조바심 내면 휘달리고 지칠 뿐Q. 지금 차이무 내의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성민: 잘 해야지. 어렸을 땐 잘해야 한다는 생각 안하고 닥치는 대로 했는데, 이젠 그런 책임이 좀 따르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옛날보단 많이 받고. 잘 해서 후배들한테 좀 넘겨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덕문: 이번 20주년 공연만 우리들이 하고 나중엔 후배들이 공연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우 선생님이 차이무를 만든 게 아마 지금 내 나이일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10년 지났을 때 선생님이 "새로운 극단을 만드는 것도 건강한 세포분열"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원상이랑 항상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자이무' 만든다, '저이무' 만든다. (웃음) 후배들한테 많은 작품들 하라고 하고 우리는 따로 극단이나 모임을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이나 복기 형이 그걸 나쁘게 생각할 일도 절대 없고. 그것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있다. Q. 두 사람처럼 대중적 인지도와 탄탄한 연기력 모두를 갈망하는 후배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혹은 차이무 후배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성민: 그냥 하는 거지 뭐. 자기들 인생인데 알아서 살아야지. (웃음) 하지만 즐겁게 해야지. 우리 행복하자. 돌이켜보면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 예전엔 7시 반 공연이었는데 3시면 극장에 나와서 괜히 컵차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수다도 떨고. 지금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들 많은지, 어후, 진짜 잠을 안 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웃음) 덕문: 형은 술도 안 마시는데 늘 술자리에 끝까지 있는다. 그리고 커피 마시자고 하고. (웃음)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것도 아니다. 세 시간을 계속 얘기하고, 한 잔 더 시키고, 리필해서 마시고. (웃음) 굉장히 내성적이신데 좀 친해지면 커피 마시러 가자고. (웃음) 후배들도 그냥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즐겁게. 뭐가 되든 다 되니까. 컵차기 하고 사발면 먹고 동년배들끼리 싸우고 또 어울리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래도 행복하게. 지치면 힘드니까. Q. 바보 같은 질문이 될 것 같지만, 만약 지금, 대중적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해도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을 것 같나? 덕문: 그냥 하는 거라니까. (웃음) 성민: 그럼. 배우니까 하는 거다. 배우라는 사람은 연기라는 밥을 먹고 사니까. 언젠가 왜 연기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이만큼 왔으니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건데,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생각해 보니,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다. 사회 나와서 처음 선택한 직업이 이거였고, 쉽지 않고 부대끼는 것도 많은데, 하나를 가면 또 앞에 길이 보이는 거지. 만족이 안 되는 것과 비슷한데, 그런 부족함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에 좀 쪽팔렸으니까 다음에 좀 덜 쪽팔려야지, 그게 지금까지 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연극은 늘 먹는 밥 같은 것 같다. 내가 유명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고 있을 거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거고, 다른 매체 일을 그만 두게 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극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하고 같이 안 하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웃음)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이상우 선생님과 오랜만에 작업하는데, 선생님은 연극도 연극이지만 우리가 다 같이 연습하고, 밥 먹고, 하는 걸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 형제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한 이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그런 향수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연습은 힘들지만 그런 게 요즘 즐거운 지점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영상: 김혜진의상: PAL ZILERI /신발: D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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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 조회 1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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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유오성 등 밥 먹을 돈 없는 배우 무대 올리려 만든 극단' 차이무 20주년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극을 창작하는 좋은 배우, 좋은 창작자들이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만 있다면 가는 것이고, 그 힘이 다 소진된다면 계속될 필요가 없지 않나." 극단 차이무를 만들고 이끌어온 이상우 연출은 힘주어 말했다. "재고품 팔아먹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심이 솔직히 있어서 이번엔 신작을 가지고 나왔다."는 65세 거장의 변다웠다.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박원상, 최덕문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탄탄한 연기와 개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누비고 있는 배우들이 모인 곳. 극단 차이무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두 편의 신작과 한 편의 인기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스물스물 차이무-어느덧 20년'을 마련했다. 스무 살 차이무 "우리 삶, 우리 이야기 고민이 차별화 지점" 10월 29일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기념 공연에 대한 설명과 20주년을 맞이한 단원들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극단을 만들고 초기 8년간 대표로 있었으며, 현재까지 연출과 극작 작업을 펼치고 있는 이상우는 "지금까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했다."며 20년을 이어온 힘을 '사람'에게 돌렸다. 이상우 연출과 민복기 대표(왼쪽부터)"극단 연우무대에서 나와 1995년, 밥벌이를 위해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었다. 송강호, 유오성, 류태호 등이 당시에는 정말 밥 먹을 돈이 없어 매일 내 사무실에 와서 버티고 있었는데 한 달 정도 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 정말 안되겠다 싶었고, 극단을 만들어서 이 친구들을 무대에 서게 하자는 생각으로 차이무를 만든 것이다." 이상우와 함께 당시 이미 스타였던 문성근이 각각 사비 1천 만원씩을 내놓아 올린 첫 공연 로 차이무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등 연달아 화제의 작품을 선보이며 차이무의 색과 명성은 이어져갔다. "번역극이 한창 성행했을 때 연우무대가 생겨났고 거기서 어떤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었다. 그 고민이 차이무에도 이어지고 우리의 삶,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면서 당시 다른 극단 작품과 연기나 형태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우리의 것에 대한 고민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강신일) 연극 에서 지씨 역할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차이무와 함께 한 강신일을 비롯하여 1998년 배우 시작을 차이무에서 한 정석용, 1997년 입단해 올해로 18년 단원 생활을 하고 있는 전혜진, 2002년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나 깜짝 놀라며 를 봤고, 지금 한 자리에 같이 있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는 박해준 등 현재 차이무를 채우고 있는 배우들이 쟁쟁하다. '이 시대 왜 연극하는지 알아야 해' 이번 20주년 기념 공연의 첫 무대인 에 출연하는 이성민 역시 "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데 차이무가 큰 바탕이 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차이무에 있은 지 16, 7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모이면 할 말들이 많아 밤새 술을 마셔도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차이무에 있으면 여전히 극단에 들어왔던 30대인 것 같아 그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극단 차이무의 배우들이상우 작, 연출로 오는 11월 6일 첫 선을 보이는 는 가상의 나라 꼬리솜의 역사와 멸망을 보여주는 가상역사극이다. 세 개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성민, 정석용, 오용, 전혜진, 김소진 등이 두 팀으로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당대 사회의 모순을 무대를 통해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어낸 작품을 선보여온 이상우 연출은 이번 작품 역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나 극단에서나 '이 시대에 내가 왜 연극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알게 되면 태도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가. 예술이란 권력에 봉사할 수도, 복종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예술을 하는 사람의 태도 아닐까. 기본적으로 우리 팀이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상우) 두 번째 작품은 2003년부터 차이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민복기의 신작 다. 그가 살고 있는 양평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동네 개에 물린 아주머니를 시작으로 하루 간의 소동을 유쾌하게 펼쳐내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하도 악다구니를 쳐서 엄청 시끄러운 연극이 될 것 같다."고 민 연출이 말한 이 작품은 최덕문, 송재룡, 박해준, 김소진, 공상아 등이 동네 주민들 뿐 아니라 개, 참새 등의 독특한 배역으로 등장한다. 마지막 작품은 내년 1월 공연 예정인 차이무의 인기 레퍼토리 다. 민복기 작, 이상우 연출로 가족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따뜻한 무대로, 강신일, 박원상, 정석용, 박지아 등이 출연한다. "앞으로 극단이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이상우 연출은 "각자 자기 힘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복기 대표는 "오래 같이한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40대가 되었는데 나중엔 경로당에 모이듯 연극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차이무를 그려보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는 차이무의 오랜 단원들 뿐 아니라 데뷔 무대를 갖게 될 신인 배우들도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2015.10.30 / 조회 1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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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 20주년 맞아, <거기> 다시 돌아온다
아일랜드 작가 코너 맥퍼슨의 를 원작으로 하는, 극단 차이무의 가 201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연극 는 원작의 무대인 아일랜드 서해안의 작은 시골 마을을 강원도 바닷가 작은 마을로 이동시켜 2002년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났다. 강원도 시골 마을의 한 카페에 모인 동네 총각들이 서울에서 온 예쁜 여인의 환심을 사려고 자신들이 아는 귀신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내용으로, 초연 당시 강원도 사투리를 공연에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극경험을 선사하며 연장의 연장을 거듭, 5개월간 장기공연 되었다. 이번 2015년 공연에서는 극단 차이무의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장우 역에 김승욱, 김중기가, 춘발 역에 이대연, 오용이 출연하며, 진수 역에 정석용, 송재룡이, 병도 역에 류제승, 김훈만이, 정 역에 김소진과 오유진 참여한다.그동안 등을 통해 주로 사회성을 담은 세련된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며 사회문제에 대해 예리한 감수성과 비판의식을 놓치 않았던 차이무는 올해 20주년 맞아, 이후에도 다양한 라인업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민복기 대표가 연출을 맡은 는 8월 18일부터 8월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진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2015.07.28 / 조회 5,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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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여우들]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 <바람난 삼대> 공상아
남.자.들.만 나오는 작품이 많아졌다. 요즘 대학로 무대는 어디를 봐도 남자 배우들뿐이다. 그렇다면 여배우들은 대체 어디간 걸까? 꽁꽁 숨어 있던 여배우들을 찾아 나섰다. 무대를 위해 묵묵히 내공을 쌓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배우들를 앞으로 3주동안 매주 한 번씩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배우 공상아다. 공상아는 잘 논다. 연극 에서 놀고, 상대 배우와 주거니 받거니 놀고, 관객들과도 신나게 논다. 지금까지 이렇게 무대에서 잘 노는 여배우가 있었던가? 플레이디비는 그녀가 궁금해졌다.연극 송재룡, 공상아 페어 공연 마지막 날. 극중 정여사의 가발이 유난히 제자리에 안 맞아 공상아의 검은 머리가 자꾸 보인다. 뿌염뿌염이라고 소심하게 외치는 배우 공상아의 애드리브가 빛이 난다. 전력을 다해 관객들을 웃기고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십 년 차 여배우. 지금 공상아를 만난다.나는 보수주의자, 성은 역 맡고서 울었다 지난 3월 27일에 영화 이 개봉했다. 차이무 극단의 대표 여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원래 2012년에 동명 연극으로 나왔던 작품이다. 연극 끝나고 두 달 정도 있다가 촬영을 했다. 지금 보니 그때 내 모습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 그때 치아교정을 막 시작했던 터라, 입이 부자연스럽고 너무 못 생기게 나왔다. (웃음) 사실 영화를 찍긴 찍었지만 이렇게 개봉까지 할 줄은 몰랐다. 영화제 출품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민복기 연출님이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을 한번 써 보자”해서 연극이 먼저 나왔다.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영화 크래딧에서 보면 생략남이라고 나오는 이중욱 배우가 있는데, 기억남 송재룡 배우의 전화 상대가 바로 이중욱 배우다. 사실은 과거 연인이 남자였던 거지...(웃음) 둘의 회상씬도 찍었는데 딥키스 장면이라 아무래도 영화 흐름상 생략된 것 같다. 자유연애주의자 성은 역인데,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울었다고 들었다.이 작품은 처음부터 역할을 정해놓고 캐스팅 한 게 아니다. 연출자님이 세 배우들을 모아 놓고 리딩을 해보다가 어느 날 내게 성은 역을 주신 거다. 그 역할만은 안 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느낌이 그런 면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은이란 인물이 남자만 밝히고 작품 내내 그런 면만 부각 되는 것처럼 보여서. 영도 깊이가 있고 하진도 깊이가 있는데 성은만 깊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 생각들이 겹쳐져 성은에 대해 오해를 했다. 그때는 성은이 가벼워 보이고 내면이 없어 보이는 게 서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도 아픔이 있고 깊이가 있다는 걸 작업을 하면서 깊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보수적인 면이 좀 있다. 그래서 자유연애주의자인 성은이 의외였던거다. 는 정통 체력극이라는 콘셉트답게, 시작부터 앵콜까지 끝까지 쉼 없이 달려간다. 홍삼과 각종 약물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 (웃음) 대사도 많고, 극 중간에 다른 역으로 변신도 해야 해서 힘들다. 초연도 하고 작년에도 했다. 작년에는 심지어 여자배우는 나 혼자였다. 평일은 물론 주말 2회 공연까지 여자 배우는 나 혼자였던 것이다. 남자배우는 더블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어떻게 했나 싶다. 지금은 하루 걸러, 일주일에 2-3번 하는데도 힘들다. 초연과 재연 그리고 올해 공연까지 세 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느낌은 어떤가?새로운 배우를 만나고 호흡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상대 배우들이 아무리 똑같은 대본을 가지고 그 역할을 표현하더라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이 다 다르다. 사람이 다르니깐 각 페어마다 재미있다. 재룡 오빠랑 나는 알고 지낸 지 워낙 오래됐고, 초연부터 같이 작업한 터라 서로 많이 능글맞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박훈, 정순원 배우도 느낌이 다 다르다. 사적으로도 전혀 친분이 없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배우들이라 새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재미있고 생경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송재룡 배우와의 호흡이 남 다르던데.차이무라는 극단에서 만났는데 그전에 말고 다른 작업들을 같이 많이 했다. 오랜 기간 함께 하다 보니 몸에 익은 농담들이 많다. 재룡 오빠는 내 눈빛만 봐도 아 하면 어 하고 바로 나온다. (웃음) 연습하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 캐릭터가 구축이 됐다. 1인 3역이라 공연 중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무대 뒤에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 옷이 안 입혀져서 걸치고만 나간 적도 많았고, 가발이 벗겨진 적은 수 도 없이 많았다. 뒤로 들어가자마자 옷을 갈아입으면서 다른 역할의 목소리가 나와야 되는데.. 영감님 해야 하는 부분에 부장님을 하기도 하고. (웃음) 실수에서 애드리브로 대사 한 적도 많고. 너무 힘드니깐 정신을 놔버린 적도 많았다. 배우들을 도와주는 무대 뒤 헬퍼들이 배우들 정신 차리라고 때리고 소품 쥐어 주면서 내 보낸 적도 많았다. (웃음)소극장의 빨간 카펫에 반해… 배우의 길로 배우가 된 계기는?초등학교 5학년 때 TV에 스타가 모교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남희석씨가 나와서 안양예고에 찾아갔다. 남희석씨가 안양예고 안에 있는 소극장에 앉아서 여기가 내 모교고 여기서 연극을 했었다고 소개를 하는데 그땐 저기가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빨간 카펫이 깔려 있는 소극장에 한 눈에 반해버렸다. 그때부터 아마 배우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배우의 꿈이 생기고 그 꿈을 구체화시켰다. 학교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위해 워크샵 공연을 올렸는데 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걸 처음 봤다. 아주 이상하고 신기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양예고 시절에 놀기도 엄청 열심히 놀았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한편으로 은근히 보수적인 성격이라 선생님이 시키는 것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그래도 또래 친구들은 입시전쟁 때문에 공부에 매여 있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여름에는 물싸움,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면서 정말 잘 놀았다. (웃음)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도 있도록 도움을 준 것 같다 첫 데뷔 무대는 어떤 작품이었는지?한예종 연극원 연기과를 나온 것이 배우로서 큰 힘이 되었다. 배우고자 하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환경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대학 4학년 초에 미스 김 역으로 데뷔했는데 입봉이 빨라서 학교 선배들도 대학로에 많이 없을 시기였다. 그래서 자연히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예종 연극원 배우들에 대한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감시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래서 더욱 잘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가 되면 안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청소도 하고, 뭐든지 열심히 했다. 권해효, 최용민 등 대 선배님들이랑 작업이라 부담감이 엄청 났는데도 다들 많이 예뻐해 주셨다. 특별히 기억 남는 작품은?극단 차이무로 오면서 무대 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노력을 했는데 그게 진짜 어떤 의미였는지 잘 몰랐다. 그 의미가 몸으로 많이 와 닿았던 것이 바로 이었다. 무대 위의 배우로서 관객 하나 하나가 다 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통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차이무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나?굳이 말하자면 규정짓지 않은 걸 규정 하는 거? (웃음)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는다. 약속을 하는 순간 약속이 깨져 버린다. 관객과의 약속을 많이 강조한다. 관객들이 연극을 본다는 건 지금 살아있는 걸 보러 오는 거다. 왜 영화는 9천원인데 연극은 3만원 내고 봐야 하는 지 물어보면 "살아있는걸 보러 오기 때문에 비싸다"라고 대답해주어야 한다. 배우들이 바로 눈앞에서 살아있는걸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걸 보러 오는 관객들을 위해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살아있는걸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게 무엇이냐고 한다면 눈앞에 있는 관객들하고 같이 가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걸 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할 때 대본 외우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리액션하는 그 순간순간 살아있는 리액션을 훈련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품도 만들어 질 수 있었고 정말 매일 매일이 다르다. 힘들지만 매번 다른 공연이 되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연극 한 편을 한다고 하면, 여기에 2~3달을 여기 메여 있어야 하고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하면 1년에 4편 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인생이 쉽지만은 않다. 이걸로 먹고 살긴 힘들다. 중간에 영화도 가끔 찍고. 드라마도 하고. 다른 부수적인 작업들을 한다. 든든한 부모님도 계시고. (웃음) 부모님과 동생들이 많이 희생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무대 위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는 것. 피드백이 직접 온다. 직접적으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희열을 느낀다. 사실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땐 소주 한 잔을 한다.(웃음) 관객이 없거나 적을 때도 힘들면 소주 한 잔 하면서 푼다.(웃음) 연극도 좋고 영화도 좋다. 연극만이 최고라고 규정짓고 싶진 않다. 영화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작업이다. 내 연기가 감독의 눈으로 새롭게 편집되는 걸 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그 역활이 주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런 것들이 매 스트레스로 온다. 그래서 재작년에 혼자 처음으로 여행을 해봤다. 제주도로 무계획 일정으로 떠났다. 무언가를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얻고 싶었던 것도 없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순간 순간 얻는 행복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 비웠다고 해야 하나. 늘 질투도 나고 욕심도 생기지만 조금씩 비워가고 있다. 요즘 나에게 던지는 화두가 ‘혼자 살고 있지 않다’이다. 배우로써 무대에 서는 내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에 나가서 촛불도 들고 책도 읽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 게 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질투, 스트레스를 다른 행복감에서 찾는다.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행복감. 거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대를 하면서 느끼는 어떤 행복. 그런 걸로 메꾸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다른 삶이 있지. 예를 들어 오늘처럼 햇살 비치는 카페에서 맥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삶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작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왜 없었겠나. 매 순간이 슬럼프다. 특히 스물 아홉 살 때 직업을 바꾸고 싶었다. 어느 순간 회의가 들더라. 비록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고등학교부터 이 길로 왔는데 ‘그동안 내가 뭘 하면서 살았지’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연극 빼고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고. 진심으로 그땐 학교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걸 하고 싶어서. 지금은 많이 여유로와졌다. 좀 천천히 가면 어때, 이게 아니면 어때.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어렸을 때부터 셰익스피어의 중에서 레이디 멕베스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어떤 연출가냐를 떠나서 그 작품에서 레이디 맥베스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존재감이 있는데, 여성으로써 그걸 표현해 보고 싶다. 요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작품이 많다. 상업 연극을 하고 있는데 예술만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관객이 보러와야 한다. 관객 분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많고 그럴려면 아무래도 멋있는 남자분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여배우로써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도 글을 쓰는 극작가들이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들을 쓴다. 여자들이 나오는 건 노출을 한다거나 섹스어필 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 것 말고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아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는 글을 써주시는 작가 분이 많으면 좋겠다. 롤 모델이 있다면?수잔 서랜드. 그 배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 물론 연기도 잘하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신념을 가지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배우. 일단 그런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이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이고 싶다. 예술을 한다고 예술가로써 특권을 가지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누가 그랬는데, 예술가라면 민중에 한발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 공상아의 장점은?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거 빼면 시체다. (웃음) 지금 연습하고 있는 작품이 인데 이 작품과 맡은 역할에 대해서 소개해준다면오랜만에 이상우 선생님이 연출하는 작품을 하게 됐다. 우주비행사가 등장하고, 지구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윤회 사상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영국에 사는 어떤 인물이 스코트랜드의 어떤 인물일 수도 있고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맡은 역할은 히드로 공항의 카페 주인과 임신 8개월의 경찰 역을 맡았다. 어디선가 봤던 사람이 또 이 사람 인가 질문을 하게끔 이 삶이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아주 작은 역할이지만, 많이 보러 와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며칠 전에 대학교 동기랑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서 그 친구가 나에게 뜬금없이 “넌 그대로여서 좋아”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울컥했다.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변하지 않아서 좋은, 항상 그대로여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4.04 / 조회 1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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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들, 예술에 대해 말하다
연극 '광부화가들' 앙코르
2010년 초연 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수상
강신일·김중기·채국희 등 새 배우 합류
"더 따뜻하고, 유머스럽게 만들려 노력"2013 연극 ‘광부화가들’의 출연진. 배우 민복기(왼쪽부터)·김승욱·강신일, 이상우 연출, 배우 채국희·김중기(사진=명동예술극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예술은 나 자신이에요. 예술은 나 자신을 아는 거에요.” 최저임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탄광촌에 예술꽃이 피어났다. 탄광촌의 화가들 이야기를 다룬 연극 ‘광부화가들’이 9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앙코르 공연된다. 2010년 초연 이후 같은 해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2010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는 등 찬사를 받았다. 27일 공연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상우 연출은 “원작의 이야기는 그대로 끌고 가면서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좀더 유쾌하게 연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부화가들’은 193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의 광부화가공동체인 애싱턴그룹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우연히 미술을 접하게 되면서 인생 자체가 변하게 된 광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누고 즐기는 것’임을 전한다. “이게 바로 르네상스입니다.” “뭐요?” “르네상스. 모르세요?” 애싱턴 노동자교육협회에서 마련한 미술 감상수업을 진행하던 라이언이 미술사를 가르치려 하지만 미술관에 가본 적도 없는 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다. 하지만 광부들은 이내 그림을 한 장씩 그리면서 창작의 즐거움을 깨닫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몸이 떨렸어. 부들부들부들…. 처음이야. 내가 무언가 해낸 거야. 그림 그리던 몇시간 동안은 정말 내가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올해 재공연은 배우 김승욱을 제외한 모든 캐스팅이 바뀌었다. 배우 강신일이 광부들 중 그림에 가장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광부와 화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올리버 역을 맡았고, 라이언 역에 김중기, 헬렌 역에 채국희, 해리 역에 민복기가 출연한다. 강신일은 “예술을 알아가고, 예술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질문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됐다”며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반성해보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극의 전개는 부드럽고 유머스럽게 다듬었다. 초연부터 이어온, 원작의 색깔과 의미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따뜻한 인간미와 웃음이 있는 연출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연출은 “초연에선 원작에서 놓치는 게 있지는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 이번에는 작품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많았다”며 “새로운 배우들과 더 쉽고, 더 따뜻하고, 더 친절한 작품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1644-2003. 2010년 초연 모습(사진=명동예술극장)▶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고객상담센터 1666-2200 | 종목진단/추천 신규오픈<ⓒ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3.08.30 / 조회 8,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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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바람난 삼대>가 배꼽잡네!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웃음 안에 숨겨진 외로운 솔로 3대의 의도는 무엇인가? 실컷 웃다 눈물까지 흘리고야 말았다. 쫀쫀하게 짜인 2인극 안에서 1인 3역을 맡아 정신 없이 변신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사랑 앞에선 나이도, 체면도 벗어 던진 이들의 모습이 폭소와 공감을 터트린다. 병으로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할아버지, 이혼으로 혼자가 된 아들, 그리고 취업 준비 중인 손자까지,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며 한 집에 살고 있는 이들 3대는 공식적으로 모두가 ‘솔로’. 하지만 할아버지는 꽃놀이 간다고, 아들은 출장 간다고, 그리고 손자는 취직 시험 보러 간다고 각자의 길을 떠난 후 집이 비게 되자, 만천하에 스멀스멀 이들 삼대의 바람기가 드러난다. 텅텅 빈 집에 몰래 각자의 연인을 초대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건 나만의 계획이 아니었나. 의뭉스러운 이들의 계획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서로를 쫓고(?) 쫓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삼대는 숨이 가쁘다. 연극 는 말 그대로 사랑에 마음이 들떠 좌충우돌하는 삼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가 생겨 두근두근 거리는 바람, 그 바람이 삼대의 가슴을 차지한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결혼을 해 봤건 그렇지 않건, 사랑은 하는데 여전히 표현은 서툰 세 남자의 모습과 때론 과감이 들이대는(?) 여자의 모습이 배꼽을 잡게 한다. 세대는 달라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이 통하는 모습에 웃음과 함께 마음 한 켠이 흐뭇해진다. 등을 통해 씁쓸한 현실의 단면을 풍자 섞인 유쾌한 웃음으로 비춰내고 있는 극단 차이무의 특기 또한 이 작품에서 잘 발휘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어 ‘공무원이 짱’을 외치는 아들 세대나, ‘늙인이에게도 사랑은 있다’며 새로운 로맨스에 행복한 할아버지 얼굴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배우, 극작, 연출가로 활동하는 민복기가 이번에도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지난해 11월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2인극 페스티벌’에서 초연 당시 인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객석의 배꼽을 휘어잡는 배우들의 넉살스런 연기가 일품이다. 송재룡, 이중옥은 더블 캐스트로 남자 역을 맡으며 공상아가 원 캐스트로 여자 역을 맡는다. 이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것도, 이처럼 실컷 웃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이처럼 공연 후 상쾌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서게 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2013.05.28 / 조회 9,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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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예술·전쟁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10주년 맞은 연극 <환상동화>
연극 가 공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 언론에 공개된 무대는 사랑과 예술, 전쟁이 인간의 삶에 드리우는 환희와 슬픔을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 보였다. 춤추는 마리(김보근)과 전쟁광대(김태근)의 김동연이 연출을 맡고 대본을 쓴 는 지난 2003년 변방연극제에서 처음 선을 보인 후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작품이다. 김동연 연출은 이 작품의 영감을 다다이즘이 탄생한 취리히의 카페 볼테르에 대해 생각하다가 얻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그곳에 모여들었던 예술가들을 생각하며 사랑과 전쟁,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것. 이러한 구상 끝에 만들어진 에는 세 명의 광대가 먼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예술광대와 전쟁광대, 사랑광대가 그들이다. 이 세 사람은 무대 위에서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다투다가 사랑·전쟁·예술이 모두 들어간 이야기를 하기로 뜻을 모으고, 이윽고 무대의 휘장이 젖혀지며 두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광대(이원), 예술광대(성종완), 전쟁광대(김태근)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음악가 한스는 홀로 적지에 남아 헤메다 마주친 적군과 친구가 된다. 두 군인은 잠시 전쟁을 잊고 아름다운 음악과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따뜻한 카페를 상상한다. 그러나 폭격으로 한스는 청력을 잃고, 죽은 적군의 편지에 적힌 주소를 쫓아 한 카페에 도착하게 된다. 카페에서 마주친 한스(김호진)와 마리(김보근)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느끼고 가까워진다 카페에서는 공습 중 시력을 잃은 마리가 애처로운 모습으로 전쟁에 나간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한스와 앞을 보지 못하는 마리는 서로 사랑을 느끼고, 잠시 잊고 있었던 춤과 음악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전쟁 속에서 다시 위기를 맞는다. 한스를 만난 후 다시 춤을 추는 마리 두 사람의 사랑은 전쟁으로 다시 위기를 맞는다1시간 40분 가량 펼쳐지는 이 연극에는 영상과 무용, 마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소박하고도 짜임새 있게 담겨있다. 긴박한 전장상황을 담은 영상과 잔잔한 피리 연주,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동화 속 마임 등이 배우들의 대사와 어울려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사랑과 예술, 전쟁에 대한 성찰을 담은 몇몇 대사도 긴 여운을 남긴다. 다양한 장르를 담은 만큼, 공연에 이르기까지의 준비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동연 연출은 “실제로 무용과 피아노 연주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해서 캐스팅이 힘들었다. 광대역을 맡은 배우들도 오랜 연습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2010년 공연 후 3년만에 펼쳐지는 에서는 의 이현철과 의 이원이 마음 여린 사랑광대로, 의 송재룡과 의 성종완이 발랄한 예술광대로, 의 김태근과 의 황지노가 카리스마 있는 전쟁광대로 분한다. 섬세한 음악가 한스 역은 의 김호진과 의 신성민이 맡았고, 의 김보근과 발레리나 출신의 양잉꼬가 춤을 사랑하는 여인 마리를 연기한다. 연극 는 오는 5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볼 수 있다.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또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연극 영상
2013.03.06 / 조회 1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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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는 연극 <환상동화> , 대학로 공연
연극 가 3년만에 대학로로 돌아온다.
2003년 김동연 작/연출로 처음 선보여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 연극은 세 광대가 전쟁, 사랑, 예술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의 무대. 마임, 마술, 피아노,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선 ‘광대’ 역에 이현철, 송재룡, 성종완, 김태근, 황지노 등이 캐스팅 됐고 공연의 홍일점 ‘마리’ 역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 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에 몸 담았던 양잉꼬와 새로운 마리 김보근이 참여한다. 또한 2013년 새로운 '한스' 역엔 김호진과 신성민이 낙점됐다.
는 3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3.02.06 / 조회 10,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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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괜찮아요, 우리 다 그래요”
성수기 관광객도 빠져 호프집에 생맥주도 채워두지 않는, 어느 한가롭거나 조용하거나 지루하거나 뻔한 강원도의 한 바닷가 부채끝 마을. 여기, 손님이 없어도 부지런히 바닥을 닦고 매일 보는 동네 형님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노총각 카페 주인 병도가 있고, 생맥주가 없다니 병맥주 아무거나로 목 축이는 자동차 정비소 주인 장우도 있으며, 늙고 병든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순박한 진수도 있다. 가장 어린 카페 사장 병도는 30대 중반이요, 진한 사랑의 기억에 아직도 가슴 한 켠이 아린 장우는 50대 초반, 그 사이 진수는 40대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총각. 부채끝 마을 노총각 셋의 대화는 뻔해서 한 달 전에도 봤던 사람, 석 달 전에도 하던 일의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비 잘 만난 덕에 호텔 사장님 소리 들어가며 부동산 개발에 앞장서는 춘발이 묘령의 아름다운 서울 여인과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상우 연출의 연극 는 강원도 부채끝 마을 호프집의 한 때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왁자지껄하다가도 이내 고즈넉한 여운을 남기는 강원도 사투리가 난무하고 아리따운 여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총각의 속내가 피실피실 삐져 나온다. 하지만 ‘거기’는 꼭 여기만이 아니다. 네가 서 있는 거기, 그 사람이 사는 그곳, 우리가 사는 여기, 즉 사람이 사는 그 모든 곳을 가리킨다. 그렇다고 ‘아무데나’는 아니다. 애들이나 믿는 귀신 이야기를 다 크고도 남은 어른 넷이 귀를 털고 듣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한번 깜짝 놀라는 곳,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지 여자가 왈칵 마음의 짐을 쏟아내게 만드는 곳, 따뜻한 곳, 떠나면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 에서는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듯 하지만 그 어떤 절정보다 더 거대한 마음의 동요가 고요하게 일어난다. 바로 귀신 이야기에서다. 애들의 치기 어린 꾸밈이나 허약한 사람의 헛된 망상이 아니라 “우리도 다 그래”하고 처지가 다른 네 남자와 한 여자의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맞닿는 기적, 바로 에서는 맥주 한잔 앞에 둔 이들의 두서 없는 수다 속 귀신 이야기를 통해 이런 포근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원작자 코너 맥퍼슨이 를 통해 단숨에 유수의 상을 휩쓴 것도, 한국에서 2002년 초연 이후 10년 간 진심 어린 뜨거운 박수를 받아 온 것도 바로 이 같은 요란하지 않은, 따뜻함이 힘이 크다. 거기에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극단 차이무 배우들의 호연도 단단히 한 몫 한다. 강신일, 김승욱, 이대연, 정석용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익숙한 명 연기의 배우들은 차이무의 자랑이자 힘이다. 최근 드라마 ‘골든 타임’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이성민과 송선미의 합류 소식에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지만, 다른 출연진들도 저마다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으니 캐스팅을 결코 염려할 필요가 없다. 특히 진수 역의 송재룡은 배우 이외의 직업은 떠올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연기를 선사하고 있어 누구라도 그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연극 는 극단 차이무와 이다 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여 차례로 선사하는 ‘이것이 차이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를 보면, 극단 차이무의 작품이 가진 남다를 ‘차이’를 깨닫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주)이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2.10.11 / 조회 13,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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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이성민·송선미·정석용, 연극 <거기> 출연!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의 주역 이성민·송선미·정석용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세 배우는 오는 10월 초순부터 차례로 연극 에 합류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는 극단 차이무와 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합작 프로젝트 '이것이 차이다'의 두번째 작품. 강원도 시골 마을의 한 카페에 모인 동네 총각들이 서울에서 온 예쁜 여인의 환심을 사려고 자신들이 아는 귀신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이성민은 이 연극에서 온천호텔 주인이자 부동산 개발업자 춘발 역을, 정석용은 설비보수용품 가게 주인 진수 역을 맡았다. 송선미는 남모를 사연을 가진 서울 여자 정으로 분한다. 이들이 소극장 무대에서 보여줄 연기변신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는 오는 11얼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볼 수 있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 이다엔터테인먼트
2012.09.17 / 조회 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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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기’, 합작 연극 프로젝트 ‘이것이 차이다’의 두 번째 공연
연극 ‘거기’가 2012년 9월 7일(금)부터 11월 25일(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연극 ‘거기’는 극단 ‘차이무’와 엔터테인먼트 ‘이다’가 만든 합작 연극 프로젝트 ‘이것이 차이다’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작품은 사회성을 담은 시사코미디인 동시에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힐링연극이다.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낸다.작품은 동해 해수욕장의 작은 카페에 네 명의 사내와 한명의 여자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낯선 여자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돌며 카페인 ‘거기’에서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사내들의 귀신 이야기를 한다. 이 작품은 ‘코너 맥퍼슨(Conor McPherson)’의 ‘The Weir’를 원작으로 했으며, 2002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와 ‘우수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의 배우로는 ‘추적자’의 강신일, ‘더킹투하츠’의 이성민이 출연하고, 연출은 이상우가 맡았다. 최정인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1 / 조회 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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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늘근도둑과의 포켓볼 한 판!
연극 의 늘근도둑 이성민, 덜 늘근도둑 송재룡, 수사관 최덕문. 이번 플디팬미팅의 주인공은 연기가 특기이자 인생의 목적이면서, 당구를 취미로 즐기는 세 남자다. 당구실력 300을 자랑하는 송재룡이 공연관람 후 준비된 ‘포켓볼 내기’를 위해 팬미팅 당일에 특별 게스트로 합류했다. 이번 플디 팬미팅에는 “극단 차이무 대표 꽃중년 배우 이성민을 만나게 해달라”, “드라마 ‘추노’ 조선비 최덕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신청자들 가운데 뽑힌 총 여섯 명의 여인들(동반 1인)이 의 얼굴이자, 극단 차이무 대표 배우들과 함께 활기 넘치는 데이트 시간을 보냈다. 이번 팬미팅은 공연관람, 공연장 내에서의 배우와의 대화, 포켓볼 내기로 이어졌다. , 이게 바로 生연극 Q. , 오늘 공연 배우 분들 에드립이 장난 아니던데요?! 오늘 정말 두 늘근도둑(이성민, 송재룡)들이 빵빵 터졌어요. 전 원래 이대연, 김뢰하 페어와 공연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변경되면서 합류한 거거든요. 저도 재미있게 하긴 했는데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대책이 없던데요(웃음). (송)재룡이 같은 경우는 때부터 재기 발랄함을 막을 수 없는 친구에요. Q. 배우님은 이번 공연을 “고통스러운 만남” 이라고 표현하신 걸 봤어요. 힘들었어요. 다른 촬영과 겹치면서 연습 시간 자체가 빠듯하기도 했지만, 연출님이 4페어 가운데 우리 팀을 잘 안 봐주시는 거에요(웃음). 거의 홍길동처럼 구석에서 연습하고, 신발장 있는 곳에서 연습하고. 이중욱이라는 배우하고 2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연습을 했어요, 정말 밥 먹으러 걸어가는 시간에도 연습을 했는데 이중욱 배우가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첫 공연도 같이 못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송재룡 배우와 하고 있습니다(웃음). Q. 송재룡 배우님은 계속 노인 역할을 맡고 계시잖아요. 애환은 없으세요? 아, 걱정됩니다. ‘차이무 노인전문 배우’로 불리고 있어요. (이렇게 젊고 귀여우신지 몰랐어요)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극단 차이무 대표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세 남자는 “차이무 신작에 대해 뼈저리게 고민하고 있다”며 “극단 차이무다운 신작으로 곧 무대에 오르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2009 연극부문 골든티켓어워즈 티켓파워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흥행 홈런을 날린 연극 는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시사연극으로 1989년 초연 이후 문성근, 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등 걸쭉한 개성파 배우들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즐거운 포켓볼 한 판!편을 뽑자!이것이 바로 '뒤짚어라, 엎어라!'대결 시작!고수1고수2고수3공은 어디로?아슬아슬~이것이 바로 탄식~내 공은 어디로?이걸 왜 못해요, 왜~!그걸 왜 못 넣어요, 왜~!그냥 손으로 하세요~그냥 손으로~승리는 우리의 것!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3.16 / 조회 19,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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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3] 우리, 철들지 말자!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
13년 밴드생활에 남은 거라고는 긴 머리카락이 전부인데 그것마저 없어질 판이다. 폼생폼사,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살지만 소녀시대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이 아저씨삘 오빠들은 철이 덜 들었다. 울고 떼를 써도 소용이 없자 도살장 끌려가듯 미용실에 들어선 오빠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서는 잘리는 당사자보다 그들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야하는 미용사의 간이 더 커야할 만큼 건장한 남자들은 상상 이상의 유아적 만행을 보여준다. 세 살하고도 한 사 개월 정도 더 됐을까 싶은 이들의 나이는 자그마치 서른 넷. 눈물 나는 나이다. 서른은 넘었는데, 어느새 원치도 않은 후배들로 가득하게 됐는데, 이룬 것은 없고 남는 것도 없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초롱이가 초롱초롱하게 묻는다. 그렇게 살고 싶니? 언제 철들래? 무시무시한 이름만큼 웃기는 ‘지구멸망’은 데스메탈 공연만 하는 홍대 클럽의 이름이다. 그 안에는 더 무시무시한 이름만큼 더 웃기는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이 있다. 머리도 흔들고 시뻘건 깃발도 흔들며 전기톱도 흔들지만 가득한 건 빈 객석뿐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지구멸망이 폐업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은퇴하게 된 지옥의 사생아들은 보스이자 클럽사장을 도와 헬스클럽 홍보 일을 하게 된다. 저당 잡힌 이 헬스클럽은 무고한 사장의 딸 초롱이 운영하고 있다. 쫙 달라붙는 가죽옷에 문신 현란한 팔뚝을 내밀고 긴 머리 휘날리며 전단지를 나눠주지만 나라도 가기 싫어질 헬스클럽의 회원 수는 당연히 줄어든다. 현실에 내던져진 네 명의 아저씨 비슷한 오빠들은 불행해 보인다. 그 비참함의 끝은 이미 알고 있던 회복 불가능의 상태를 스스로 발설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상적이고도 상식적인 어른들의 삶으로 편입하기 위해 음식점 주차안내원, 보험회사 영업원 등으로 취업한 그들은 자포자기의 상태다. 연극은 자신이 무력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점, 더 이상 꿈으로 먹고 살 수 없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 지점에 있다. 꿈과 현실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불편한 자세로 서 있는 삼십대의 때늦은 방황은 이미 익숙한 소재다.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계속해서 연민할 수 있는 이 소재의 힘은, 그것이 서른을 넘긴 시대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동질감만으로도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상처를 논하기에는 너무 자라버린 몸을 이끌고 일종의 허무함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듯,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에 우리의 주인공들 역시 너무나 무기력하다. 세상물정 모르며 몸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내적 성숙도와 도저히 나타날 것 같지 않은 인생역전의 기회는 그들의 비현실적 일탈기간이 너무 길었음을 알린다. 이 끈덕진 고통은 매일 헬스장으로 출근해 해결되지 않는 공허함을 뛰는 것으로 달래는 순옥의 답답함과도 일맥상통한다. 언제나 올나이트인 인생에 번쩍거리는 해는 언제나 쨍하고 뜰까. 그렇다고 그들이 마시는 술의 끝 맛이 한없이 쓴 것만은 아니다. 연극에는 미화시키거나 아름답게 각색하지 않았지만, 버리는 척 했어도 완전히 버려지지 않는 꿈의 낭만이 존재한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끝까지 철들지 않을 것 같던 보스가 담배를 피우며 울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정신 차리고 세상 좀 바로 살겠거니, 라는 안도감이 아니라 더 큰 패배감이다. 그러니 마음의 청춘들이여, 우리 끝까지 철들지 말자. 한물 간 밴드들은 클라크가 슈퍼맨으로 변신하듯 기가 막힐 전환점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더 외롭고 괴로운 진통 속에서 아직 죽지 않은 열정을 피워낸다. 에어로빅 체조대회에 출전하는 이 전사들은, 웃기지만 차마 웃을 수 없도록 진지하다. 데스메탈에서 에어로빅으로의 황당한 변화만큼 연극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네 명의 오빠들처럼 완전히 철들지 않은 웃음이다. 연극에는 패기와 꿈, 어쩌지 못하는 진실함이 있으나 성숙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난다. 상황과 감정에 대한 노골적 대사와 태도는 여물지 못한 느낌이다. 아직도 뛰고 있는 삶의 맥박을 느끼게 해 줄 마지막 대회장면 또한 감질나다. 그럼에도 어설플 수 있는 연극의 요소들은 어설퍼야만 하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에 힘입어 안전한 상태로 관객을 맞이한다. 진지한 성찰과 삶에 대한 애정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2010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 ‘요람을 흔들다’ 선정작으로, 뒤를 이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연극 ‘고리끼의 어머니(임세륜 연출)’, 14일부터 16일까지 ‘사라-0(이성구 연출)’이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07 / 조회 1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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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눈물겨운 성장통,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
한물간 데스메탈 밴드의 에어로빅 도전기,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가 2011년 1월 5일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2010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사업 ‘요람을 흔들다’ 프로그램에 공모, 쇼케이스를 거쳐 선정된 작품이다. ‘요람을 흔들다’는 서울연극협회 주관 하에 가능성과 장래성 있는 젊은 연극 연출가를 선발해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도시적 삶의 외로움을 특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극적 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받아 온 최원종이 극작 및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13년간 공연해 온 홍대근처의 데스메탈 클럽이 폐업을 하면서 졸지에 은퇴 하게 된 데스메탈 밴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휘트니스의 홍보를 도우며 에어로빅 체조대회에게까지 나가게 된다. 아직 심리적으로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나 홀로 설 때가 됐다며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30대의 불안함이 유쾌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그동안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파격적인 주제를 다뤄온 최원종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 데스메탈 멤버들의 좌충우돌 에어로빅 대회 도전기를 통해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 30대를 그리고 있다.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안절부절 하게 되는 34살, 변신의 열망으로 뜨거운 34살의 젊은 고통과 희망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극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데스메탈과 에어로빅 퍼포먼스를 통해 젊음의 끝자락에서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의 극작 및 연출 최원종은 열정 3부작 ‘외계인의 열정’, ‘연쇄살인범의 열정’, ‘피투성이 벌레들의 열정’을 통해 사랑을 욕망하는 자들의 참담하고도 절실한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2007년부터는 ‘청춘, 간다’,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현대 젊은이들의 불안과 일탈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배우로는 박재운, 이우진, 송재룡, 염혜란, 박완규, 김승환, 박초롱 등이 함께하며 1월 7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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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이야기꾼이고 싶다는 연극 ‘양덕원이야기’ 연출 박원상
흔히 배우라 함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사람이고, 연출이라 함은 공연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며 연기, 장치, 조명, 의상, 음악 등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무극단은 배우와 연출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유기적인 관점에서 연극을 바라본다. 배우 박원상 역시 민복기 작 연극 ‘양덕원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 시선을 끌었다. “제게 연출가라는 표현은 별로 정확한 것 같지 않아요. 그냥 연극을 하는 배우 혹은 연극인이 약간 모양새를 바꿔서 작업했다고 보는 게 적합하죠.”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는 차이무극단의 ‘양덕원이야기’가 1차 연장공연에 이어 2차 연장공연까지 이어가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쉼표 같은 ‘양덕원이야기’는 혼자가 아닌 팀 작업 배우 박원상은 자신이 연출가라고 불리는 것을 쑥스러워 했다. 차이무극단 안에서 식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작업한 것이지 다른 건 없다고 말한다. “현직배우이기도 하고 배우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 연출이라고 하면 어색하고 쑥스러워요. 연극 ‘양덕원이야기’의 프로그램이나 포스터에 제 이름이 연출로 올라가 있지만요. 이 작업은 차이무라는 극단 안에서의 팀작업이고, 다만 역할분담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팀 내 작업이라고 해도 할당된 역할은 해야 할 터. 그가 이번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객석이다. “기존의 작품을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다만 객석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연극 ‘비언소’에는 일대일이었던 객석을 3면 객석으로 만들었어요. 관객이 ‘양덕원이야기’를 볼 때 ‘시골집에 있는 길을 걸어가는데 여트막한 담 너머로 보이는 집안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객석을 꾸몄어요. 또 그런 느낌을 주려면 3면 객석이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박원상은 ‘연극에서 무엇을 보여줄까’가 아닌 관객과의 피드백을 먼저 생각한다. 극단 내 팀과 함께 극을 만들어 힘도 얻고 재미도 있었다는 연극 ‘양덕원 이야기’ 연출 작업,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연극 ‘행복한 가족’에 이어 극단에서 맡은 두 번째 연출입니다. ‘행복한 가족’은 첫 번째라 멋모르고 덤벼든 것도 있고 또 초연 때 참여를 한 작품이라 지금보다 부담이 덜 했어요. 그런데 ‘양덕원이야기’는 배우로도 참여해보지 못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더 부담됐어요. ‘양덕원이야기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관객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과 ‘내가 이걸 해도 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번에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가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그는 상대적으로 배우가 심간이 편한 위치라고 느꼈단다. - 배우 아무개가 아닌 재밌는 이야기꾼 연극 ‘양덕원이야기’를 보노라면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마치 한 가정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배우의 연기는 농익었고 또 자연스럽다.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향해 쭉 흘러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배우의 연기 역시 물 흐르듯 흘러가야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에서 배우들은 중심을 잡기 어려워요. 자칫 페이스가 말릴 수도 있고, 연기도 세밀해야 하죠. 그리고 상대방과의 호흡 역시 유기적이어야 해요. 배우 입장에서 ‘양덕원이야기’는 품이 더 들고, 에너지도 더 쏟아야 하는 작품입니다.” 현직배우여서일까. 그는 유독 배우들의 힘듦과 입장을 배려했다. 또한, 더운 날 열심히 하는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마음가득 담고 있었다. 연극이 좋았던 그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 ‘배우 아무개로서 배우 박원상으로서 살아야지’하고 자신을 규정짓지 않았다. “그냥 연극이 좋았어요. 그 출발이 배우가 돼 지금까지 연기를 쭉 해오고 있어요. 앞으로 경험이 더 쌓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다른 위치에서 연극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게 배우의 입장이든 작가의 입장이 됐든, 연출 혹은 또 다른 입장이 됐든 그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있어 배우, 작가, 연출은 파편처럼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입장이 되어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연극을 하는 한 즐겁고 재밌게 작업하길 바랐다. “앞으로 연극을 만날 때 그게 배우든 다른 포지션에 서든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그리고 지치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제 내면도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쑥스럽지만 전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전 배우도 작가도 연출가도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해요. ‘내면이 성장하게 되면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요. 흐르는 물과 같은 그가 이야기꾼이 되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7.28 / 조회 1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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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소> 이상한 변소의 이상한 이야기
도대체 B언소가 무엇이냐? 누구는 ‘변소’를 느리게 말한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유언비어’에서 파생됐다고 하며, 또 누구는 말(言)이 날아가(蜚) 사라진 장소(所)라고 했다. 황희 정승 말마따라 “너도 맞고 너도 맞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1996년 초연 당시를 비롯, 2003년 공연에서도 125%에 육박하는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흥행 기록을 세웠던 가 2010년 대학로에 위치한 아트원씨어터 3관을 장기 임대한 차이무전용극장의 개관적으로 공연 중이다. 이번 작품에는 극단 차이무의 단원이자 연기파 배우로 국내 무대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문성근, 강신일, 최덕문 등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지난 5일 언론에 공연을 공개 한 후 자리한 문성근은 “정부의 지원이 마약처럼 작용해, 지원이 끊기면 공연을 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하며 “우리 극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극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용극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과 직접 부딪혀 보고자 한다”며 차이무전용극장의 설립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공공 화장실을 배경으로 27개의 작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는 올해 공연을 위해 쓰고 연출한 이상우가 14개 장면을 새롭게 수정, 보완하였다. 그는 “매번 할 때마다 당시의 논란을 주제로 장면이 바뀌곤 한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12장 Foreigner나 17장 Quiz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연을 연출한 고 박광정을 추모하기 위한 뜻도 모인 연극 는 극단 차이무가 올 한해 진행할 ‘생연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며, , , 가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연극 공연장면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이...이빨 닦는데요..""도대체 어디로 줄을 서신 거에요?" "먼저 나는 쪽으로...""저는 뭐 큰 욕심 없습니다. 평양에 서울 만 한 땅이 좀 있고, 차도, 집도...다들 있는거잖아요""내가 뭐가 어디가 어때서?""개구리 구슬피 울던 그 날 밤...""타향살이가...바로 이런거군요.""똑바로 안해? 벗어! 벗어! 빨리 벗어!""대화를 하란 말야, 대화를""제 이름만 부르시면, 여기 이렇게 머리카락이 납니다, 예, 그럼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0 / 조회 1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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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동화] 어른을 위한 동화, 연인을 위한 러브스토리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도 이미 단단해져 버린 ‘어른’을 감동시키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플롯이 단단하고 주제가 철학적이면서 속 깊으면 좀 더 효과적이겠지만, 용이하진 않다. 상상의 나라로 인도했던 동화도 이제 어른들에겐 유치하고 진부할 뿐이다.
그런데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연극이 요즘 대학로에서 뜨겁게 사랑 받고 있다. 대놓고 ‘동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줄거리를 나레이션을 해준다. 이 이야기를 만나면 관객들은 크게 박장대소하고, 어느새 멜랑콜리한 감성에 빠져드니 기특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연극 [환상동화]는 환상적인 러브스토리가 한 편의 동화처럼 진행된다. 동화 속에서 ‘옛날 옛적에’를 읊어주던 역할은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맡는다. 사랑과 전쟁, 예술에 관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치열한 전쟁 중, 그리고 한 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묘하게도 피아니스트인 남자는 전쟁 중 소리를 잃고, 춤을 추는 여자는 눈을 잃는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할 수 있는 신체부위에 장애를 가지고 각자의 절망에 빠져있다. 그러던 그들이 한 아름다운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다. 남자는 듣지 못하고, 여자는 보지 못하지만 둘은 사랑에 빠진다. 차갑고 힘겨운 전쟁 속에서 말이다.
이 작품은 제목대로 ‘동화’다. 동화같이 진행되고, 동화처럼 막이 내린다. 하지만 마냥 환상속을 걷지는 않는 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쟁과 아름다운 카페가 공존하고, 차디찬 현실과 따뜻한 환상이 교차된다.
사랑, 전쟁, 예술, 세 명의 광대들은 이야기를 진행하다 때로는 극중 인물이 돼서 개입하거나 때로는 관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두 남녀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스럽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릴 때는 백이면 아홉이 이들 덕택이다.
남녀 주인공들은 액자 속의 인물처럼 피상적이지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야기 자체는 너무 단순하다 싶을 정도지만,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일어날 때 밀려드는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귀를 듣지 못하는 피아니스트와 눈이 안 보이는 발레리나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니... 이 작품이 연인들에게 선사하는 사랑의 환상은 후한 덤이다.
2007.05.28 / 조회 9,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