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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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손숙 “이제는 식구이자 함께 늙어가는 좋은 동지”
죽음을 앞둔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어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오는 14일 다시 관객들 곁을 찾아온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이 간암 말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리 시대 아버지들에 대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자전적 이야기로,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2013년 초연되어 이번 시즌 네 번째 무대로 돌아온 이 작품은 지난달 31일 연습 장면을 공개했다.
이재은 연출은 “대본 자체가 작가님이 겪은 일을 그대로 엮은 거다. 그래서 작품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려고 애썼다. 관객들도 누군가의 아들(자식), 누군가의 부모, 혹은 앞으로 부모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이 ‘내가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하고 봐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또한 이 연출은 “이번 시즌에서 며느리 캐릭터를 바꿨다. 대본상에 못생기고 뚱뚱한 며느리로 나와 예쁜 우리 은경 배우가 그동안 분장을 하느라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눈치 없는 며느리로 바꿨다. 또 아버지와 아들이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걸 잘 푸는 걸 보고 싶다”고 이번 시즌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40분 동안 펼쳐진 시연에서는 병든 아버지와 아내와 둘째 아들 내외, 옆집에 사는 장 씨까지 초대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장면과 저녁 식사 후 불거진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장면이 이어졌다. 아버지의 마지막 생에 매달린 가족들은 아버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와 보내는 짧은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신구는 “네 번째 시즌이지만 초연 때와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공연에서 놓쳤던 걸 이번에 발견할 수도 있다"고 겸손해했고,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몰입도를 보여준 손숙은 “대사가 불안하면 감정이 안 나온다. 입 벌리면 대사가 줄줄 나와야 한다. 그래서 여러 번 했더라도 언제나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객과 직접 만나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전한 손숙은 "이 작품은 2013년 시작해서 그때 관객들을 만났지만 지금 무대에 올려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고, 십 년 후에 무대에 오른다면 또 새로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 새 작품도 나와야 하지만 좋은 작품은 레퍼토리로 계속 가져가 다음 배우들이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시즌 새롭게 둘째 아들 역으로 합류한 조달환은 “저는 중간에 합류해서 최대한 팀워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신구 선생님과는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하면서 술친구가 됐다. 술자리에서 대본 분석이나 캐릭터 등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저는 작품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십 대나 이십 대는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생긴 집에서 이런 가족이 살았구나’, ‘가족끼리 이런 낭만도 있고, 이런 애틋함도 있구나’라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관객들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어떻게 보고 느끼면 좋을까?
신구는 “요즘은 웰다잉도 중요한 시대다. 생명 연장 없이 가족의 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 달라. 관객마다 우리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차이가 있을 거다. 우리가 진정을 다해서 쏟아내면 그 물결이 관객에게 안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손숙도 “배우가 먼저 작품에 공감이 안 가면 안 된다. 이 작품은 대사 하나하나까지 배우들이 모두 공감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관객도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명경은 “어머니 아버지가 두 선생님 연배와 비슷하다. 그래서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편하게 공연 보시고 아버지 어머니 손 한번 잡아드리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신구와 손숙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신구는 “손숙과는 젊을 때 국립극단 시절부터 함께 공연해 식구 같다”고 했으며, 손숙은 “신구 선생님과는 좋은 동지다. 제가 술을 못해서 술자리에 한 번도 참석을 못 한 것이 의견 충돌 없이 꾸준하게 작품 할 수 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신구는 “술”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술은 나에게 활력소다”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술을 좋아해서 젊을 때부터 마시고 있는데, 술을 즐기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현장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니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라고 전했고, 손숙도 “배우는 몸이 재산이다”라고 강조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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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20.02.03 / 조회 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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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 말고 '국민 아빠'도 있다! 진한 부성애로 마음 울리는 공연 속 아버지들 BEST5
글/구성: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DB
2016.05.04 / 조회 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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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10주기 '신구·손숙' 추모극 무대 선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무대 올려
내달 9~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13년 초연 두 거장 배우의 귀환차범석 타계 10주기 추모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을 확정한 배우 신구(오른쪽)와 손숙(사진=신시컴퍼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한국 연극사에 큰 획을 그은 고(故)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돌아온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차범석 선생의 10주기를 추모하고자 ‘제 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오는 4월 9일부터 24일까지 단 2주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신구·손숙 연극계 두 거장과 함께 2013년 초연한 작품은 두 노장의 인생을 담은 연기로 전회 매진,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서도 객석 점유율 84%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추모 공연에서도 배우 신구와 손숙이 열연한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 역에 배우 신구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어머니 역을 손숙이 맡아 관객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 초연부터 함께 해온 연기파 배우 정승길과 서은경도 변함없이 아들과 며느리 역으로 자리를 지킨다. 정씨 역으로는 배우 최명경이 새롭게 합류한다.2016년 버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TV 드라마 ‘토지’ ‘연개소문’, 연극 ‘황금연못’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애를 보여준 연출 이종한이 맡는다. 작품은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 이야기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가 고통으로 인한 간성혼수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말한 것에 대한 충격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부모 자식 간 사건과 가족 기억의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면서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더불어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무엇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7 / 조회 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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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거장의 귀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4월 9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2013년 초연했다. 초연 당시 전회 매진과 함께 객석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작품은 ‘故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신구’와 ‘손숙’이 출연한다. 두 사람은 초연 무대에도 오른 바 있다. 배우 ‘신구’는 간암 말기의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배우 ‘손숙’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역을 연기한다. 연출은 ‘이종한’이 맡았다. 연출 ‘이종한’은 TV 드라마 ‘토지’, ‘연개소문’등을 연출했다. 작품 관계자는 “이종한의 섬세한 터치가 더해져 더 깊은 향기를 머금은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4월 9일부터 4월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저_신시컴퍼니 이기원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25 / 조회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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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의 54년 연기 투혼 빛나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3년 첫 공연에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이듬해 앵콜공연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연극 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이 연극은 작가 김광탁이 자신이 실제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간암 말기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냈다. 올해는 드라마 , 연극 의 이종한PD가 연출에 나서 기대를 모은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이 연극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 가지 이유는 작품의 깊이다. 작가 김광탁은 고통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가 ‘굿을 해달라’고 청했던 것에 충격을 받아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육체적인 아픔도, 고향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도 그저 마음속에 묻어두고만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위로의 굿으로 이 작품을 쓴 것이다. 이같은 작가의 진심은 무덤덤한 듯 하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 잔잔한 울림을 주는 대사로 작품에 녹아들었다. 아버지: 달이 떴나? 아들: 예? 아버지: 달이 떴나? 아들: 예. 달 떴어요. 아버지: 고향에도 달이 떴다. 아들: 예. 아버지: … - 연극 중똑똑하고 잘난 첫째 아들과 달리 그저 착하기만 한 둘째를 걱정하는 부모, 눈치도 맵시도 없지만 정 많고 살가운 며느리, 옆집 일을 제 일처럼 걱정하는 이웃 정씨 등의 캐릭터는 마치 지금도 어느 시골 마을에 생생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듯 생생하고 정감이 넘친다. 이러한 작품의 매력을 십분 살려낸 것은 배우들일 것이다. 신구와 손숙은 초연부터 아버지, 어머니를 맡아 작품에 깊이를 더했고, 정승길, 서은경, 이호섭 등의 연기파 중견 배우들의 활약도 컸다. 무엇보다 흥행의 중심에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꽃할배’라는 애칭을 얻은 신구의 존재가 있었다. 2013년, 2015년 두 차례 방영됐던 에서 그는 노년으로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풍경에 설레어 하고 낯선 것에 기꺼이 마음을 열고 체험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수를 해봐야 고쳐지고 선택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등의 말은 ‘신구 어록’으로도 회자되며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의 말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오랜 무명시절을 거치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던 삶이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2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인생 54년째를 맞은 그는 지금도 매니저나 코디네이터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연극 연습실이나 드라마 촬영장을 분주히 오가고, 매일 아침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한다. 그는 플레이디비와의 인터뷰에서도 열정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로 감동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명시절을 거쳐 두각을 나타낸 후배 배우 이희준을 독려하며 했던 말이다. “무지 고생하고 또 서운한 일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게 다 재산으로 남는다고. 지금 고생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거야, 분명.”“내가 사는 인생이고 하나밖에 없는 건데, 하다가 완성은 안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산다는 게 의미가 있지. 스스로 인생을 디자인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내 인생 내가 즐겁게 사는 게 제일이야, 지금 내가 돌이켜 보면.”(2014년 3월)배우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최소 10년을 몸을 던져서 썩혀야 새롭게 싹이 나든가 하죠. 배우뿐 아니라 어느 직종이라도 10년은 해야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기고 프로정신이 생길 것 같아요. 그 10년도 혼신의 힘을 다 해서 노력해야지, 얼렁뚱땅 보내면 10년 20년을 해도 안 되죠.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투자해서 열심히 10년을 버티면 나름대로 사회가 인정해주는 배우가 될 수 있어요. 요즘 연극하다 TV에 나오는 배우들도 보통 10년은 하다 오는 것 같던데. 그러면 사회도 외면하지 않는다고.”(2013년 8월)특히 인터뷰 때마다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연극을 향한 노배우의 각별한 애정이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던 그는 방송으로 진출한 후에도 무대와의 인연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연극에 출연했다. 연극을 할 때는 최대한 다른 일정과 겹치지 않게 조율해 연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그의 철칙. 그가 꼽는 연극의 매력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살아 호흡하는 관객이 바로 앞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무대에서 이뤄지는 것들이 바로 저쪽으로 전달돼서 그 호흡이 되돌아와요. 그 교감 때문에 우리 배우들이 희열을 느끼는 거죠. 자기가 생각하고 개발한 표현이나 동작이 저쪽에서 반응이 있으면 너무 좋다고.”(위와 동일) 관객과 눈앞에서 교감하는 희열을 잊지 못하는 그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더라”고 평했던 의 무대에 세 번째로 다시 오른다. 올해는 신구·손숙과 함께 아들 역의 정승길, 며느리 역의 서은경, 그리고 정씨 역의 새 멤버 최명경이 무대에 선다. “대본을 읽어보니까 구체적이고 세밀한 감정표현, 가슴에 탁 와 닿는 부분이 곳곳에 많아서 사람 마음을 움직이더라고. 스케일이 크고 장대한 작품이 있는 반면에 물이 고여있는 것 같은데도 내면에선 뭔가 소용돌이치는 작품이 있잖아요. 가 그런 작품이에요.”(위와 동일) 는 오는 4월 9일부터 24일까지 단2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DB
2016.03.25 / 조회 8,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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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들...신구, 손숙 가슴 뭉클 무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간암 말기의 아버지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가누기 힘든 몸을 뒤척이고, 이를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는 아버지 뿐 아니라 남은 식구들을 품에 안고, 아버지는 평생 무뚝뚝했지만 이런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헤아린다. 죽음을 앞둔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내어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던 연극 가 다시 관객들 곁을 찾아온다. 는 작가 김광탁이 간암 말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리시대 아버지들에 대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자전적 이야기로,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차범석은 한국의 색이 담긴 다수의 사실주의 희곡을 발표했던 작가로, 올해는 그가 타계한 지 10주년을 맞아 더욱 공연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홍매'로 분해 섬세하고 인상적인 부모의 인생을 무대에 담아내 2013년 초연 때부터 전회 매진 기록을 세웠던 주역들도 다시 만날 수 있다. 간암 말기 아버지 역의 신구와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역의 손숙이 다시 한 번 부부의 호흡을 맞추며, 무뚝뚝하지만 심성 깊은 아들 역에 정승길과 푼수 같지만 순수한 며느리 서은경도 빠지지 않았다. 노부부의 옆집에 살며 잔일을 도와주는 잔정 많은 정씨 아저씨 역은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온 최명경이 맡았다. 2013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남녀노소 고른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서도 84%에 이르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입소문을 더한 는 오는 4월 9일부터 24일까지 단 2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6.03.24 / 조회 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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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년 거장이 연출한 베르히만의 작품, <가을소나타>
연극 가 지난 22일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산울림 대표이자 원로연출가인 임영웅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공연에 앞서 22일 낮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는 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1978년 선보였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성취욕이 강한 피아니스트 샬롯과 그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딸 에바가 7년 만에 재회한 후 일어나는 일들을 치밀한 심리극으로 담아냈다.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작품을 위해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비롯해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 한명구, 서은경 등이 모였다. 최근 에 함께 출연했던 손숙과 서은경이 샬롯과 에바 모녀를 연기하고, 의 한명구가 에바의 남편 빅토르로 분한다. 이날 제작진과 배우들은 시연에 앞서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1955년 으로 데뷔해 최근 공연했던 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임영웅 연출은 연출을 오래 했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60년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극을 계속 봐주신 관객들과 함께 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는 소회를 전했다. 평생을 매진해온 연극에 대해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면서 나도 인생에 대해 배웠고, 또 관객들에게도 삶의 지혜와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내 연극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임 연출은 60주년 기념작으로 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 “6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작품을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자는 뜻이 있었다. 스웨덴의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모녀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임영웅 연출, 박명성 대표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도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까지 다섯 번째로 임 연출과 함께 하게 된 그는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공연할 때마다 연극에 대해 하나하나 다시 깨우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연극을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나도 연극에 입문한지 30년 됐지만, 임영웅 선생님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연극을 지켜오시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영광이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이자 데뷔작부터 임영웅 연출과 함께 해온 손숙 역시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남다른 감상에 잠겼다. 손숙은 “연극계에서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돌아가신 이해랑 선생님과 임영웅 선생님이다. 얼마 전 임영웅 선생님이 크게 아프셨는데, 그 때 ‘다시 연극 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다. 이후 다시 일어나시더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셨고, 연극 연습을 할수록 건강이 좋아지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대체 선생님의 인생에서 연극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숙, 한명구,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손숙은 또한 “99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연극을 하자고 하시더라.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커서 이런 마음으로는 무대에 오를 수 없다고 답했더니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뭐가 필요하냐고 하셨다. 그래서 한 달 만에 다시 무대에 섰고, 그 이후로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를 밝히며 “선생님은 모든 위기 상황에서 나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분이다. 아마 저 세상에 가더라도 같이 연극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임영웅 연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에 이어 까지 연달아 임 연출과 함께 작업하게 된 한명구는 “선생님이 그간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하셨고 열악한 와중에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해내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1987년 임 연출의 을 통해 데뷔한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선생님과 28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앞으로 40, 50년째 계속 하고 싶다. 선생님을 통해 연극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전막 시연이 펼쳐졌다. 한적한 교외의 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에바는 7년간 보지 못한 엄마 샬롯에게 편지를 보내 집으로 초대하고, 여러 도시로 순회공연을 다니는 피아니스트 샬롯은 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쉼 없이 떠들어댄다. 에바는 여전히 자기 중심적인 샬롯에게 실망하고, 이후 모녀의 깊은 갈등과 가족사가 차례로 드러나게 된다. 자식보다 자신이 소중한 엄마, 그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켜켜이 쌓고 자란 딸의 갈등은 이들이 한밤중 거실에서 마주하면서 폭발한다. 술에 취해 과거의 상처를 들춰내는 에바 역의 서은경과 고집스레 자신을 방어하는 샬롯 역의 손숙은 치열한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택 창 밖으로 훤칠한 나무들이 낙엽을 흔드는 무대 풍경도 아름답다. 공연은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4.08.26 / 조회 7,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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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사랑하는 두 배우의 밤 깊은 대화, 신구&이희준
올해로 배우 인생 52년. 평소 말수가 많지 않기로, 특히나 인터뷰에서 더욱 그러하기로 유명한 신구였지만 이날은 "내가 너무 말이 많니?" 하며 고유의 '구야형' 웃음과 함께 가장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영화 촬영 직후 쉼 없이 연극 에 서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인터뷰를 고사했지만 대선배와의 만남에 신구가 죽음을 앞둔 간암 말기 아버지로 출연 중인 연극 를 보고 프로그램을 공부하듯 읽었으며, 여러 곳에 선생님을 뵈러 간다고 자랑 반 긴장 반을 이야기했다는 이희준이다.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등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신구와 이희준은 43년의 나이 차가 무색하게 여전히 '치열하게 노력 중'인 배우의 삶에 대해 정다운 선후배,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동료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신구가 먼저 "나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하니 이희준은 "좋은 무대, 좋은 배우만 보고 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무대를 놓지 않고 있는 두 배우의 진짜 이야기. 기자도 어느새 준비해 간 질문지를 손에서 놓게 되었다. '컷'이 아닌 전체로 살고 싶은 마음 무대에서 십 년이면 어디서든 부딪혀도 일어날 수 있어 플레이디비(이하 플디): 오늘 아침부터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공연도 하셨는데 이렇게 늦은 술자리가 피곤하시진 않으세요? 신구: 난 술이 일종의 에피타이저야. (웃음) 식욕증진제고 기쁨조지. 오늘 일정이 아주 지옥 같았는데 이제 풀리는 거야. (웃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촬영 의상 한 벌 더 챙겨왔어. 나 할 땐 이렇게 열심히 한다. (웃음) 이희준(이하 희준): 를 이번에 처음 봤는데, 많이 울었어요. 선생님 몸 쓰시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화장실 가시는 장면에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신구: 작가가 자기 아버지가 아파서 누워 계실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가감 없이 쓴 거니까 말 그대로 리얼이지. 희준: 제가 공연하고 있는 도 연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에요. 거기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과거의 누군가를 찾아가는 손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신구: 아, 그런 작품은 믿을 수 있지. 대개 작품 연습을 6주 정도 하잖아. 그런데 마지막 3주간은 실제 공연처럼 해. 그렇게 연습을 공연처럼 하면 진짜 공연에선 연습 때 하던 것처럼 하면 되니까. 난 평생 더블(캐스트)을 해 본적이 없어. 요즘엔 그렇게 많이 하는데 그거 맘에 안 들어. 플디: 드라마나 영화 활동이 많아지면 연극 무대에 서는 게 여러가지 여건 상 쉽지 않다고들 해요. 신구: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한 작품이 끝날 쯤에 다른 방송 피디가 와서 같이 하자고 이야길 한다고. 그럼 또 그렇게 하게 되는 거지. 나 젊었을 땐 돈도 없고, 결혼도 해야겠고. 집사람하고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아이를 낳았으니까 살림도 살아야 하는데 연극만 하면 누가 어디서 돈을 주나. 그래서 그땐 (연극) 공백이 좀 있었지. 시간이 들쑥날쑥인데 어떻게 (공연) 연습을 해? 플디: 희준씨는 드라마, 영화로 큰 인기를 얻었고 작품 러브콜도 많아서 당분간 연극을 하기엔 여건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있어요. 신구: 그러니까 얘가 심지가 있는거지. 이런 친구들은 연극 못 버려, 평생. 다른 거 하다가도 마음이 (연극에) 와 있으니까. 내가 살았던 과정과 똑같진 않겠지만, 상황마다 뭐가 선(先)이고 뭐가 후(後)인지 잘 판단해서 선택하고. 그렇지만 연극 무대는 놓지 않고 잘 하면서 최후에는 연극 배우로 남는 게 좋지. 희준: 얼마 전에 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6개월 간 마산, 통영, 부산을 왔다 갔다 하는데 계속 바다 위에 떠 있으니까 배 멀미까지 해서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그 어려운 상황에서 선배님들의 정신력이나, 체력적으로 힘들 때 집중력을 발휘하시는 모습들도요. 신구: 무지 고생하고 또 서운한 일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게 다 재산으로 남는다고. 지금 고생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될 거야, 분명. 희준: 그런데 반년 동안 바다에서 있으니까 연극이 너무 하고 싶은거에요. 그래서 끝나자마자 연극을 시작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끝나고 4월 중순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이상우 선생님이 번역하신 작품도 해요. 라고, 제목이 좀 긴데 (웃음). 약간 영화 같은 느낌이에요. 신구: 그게 현명한 거야.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연극에서 잘 하던 애들도 방송 쪽에선 그렇게 장수하지 못하더라고. 마스크나 신체 조건, 이런 면에서 혜택 받는 친구들도 많지만, 무대에서 한 십여 년 한 사람들은 어딜 가서 부딪히고 바람이 불어도 잘 일어나더라고. 조급해 하면 안돼, 길게 봐야지. 희준: 영화나 드라마는 컷(장면)으로 나누면서 촬영하다 보니까 전체로 살고 싶은, 그런 호흡 있잖아요. 그게 굉장히 그리운 거에요. 신구: 우리가 하는 것도 미술이라든지 조명, 책(대본), 이런 것들이 다 종합되어있지만 그래도 결국 예술이라는 건 배우지, 감독들도 배우예술이라고 그러잖아. 선배의 무대로 꿈을 키운 후배배우는 주어진 역에 최선 다할 운명 뿐플디: 두 분이 만나신 건 오늘이 처음이지요? 희준: 전 공연으로 선생님 많이 뵈었죠. 2000년에 제가 지방에서 연극하고 있을 때 서울에 올라와서 선생님 하신 도 봤었어요. 그 때 선생님이 마법사(프로스페로) 역이셨는데 딱 나오셔서 "태풍아, 불어라~" 그러시니까 갑자기 나뭇잎이 날리면서 무대가 확 돌아가는 거에요. 그때 울었어요. 그렇게 큰 스케일의 무대를 본 적도 없었는데 막 무대가 돌아가기도 하고. (웃음) 그때 남경주 선배님이 부르시던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 곡을 연습해서 연극원(한국예술종합학교) 시험 볼 때 불러서 들어갔어요. 플디: 젊으셨을 땐 악역을 많이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의 다이사트 역이나 의 메피스토 역으로 강렬했던 선생님 모습은 여전히 많은 분들이 최고의 배역으로 꼽고 있고요. 신구: 초반에 드라마 할 때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역을 더러 했지. 악역이라 해도 속속들이 새까만 놈은 아니고 약간 웃음이 섞인 그런 역들이었어. (웃음) 는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연극이지. 그 때 (최)민식이가 군대 갔다 와서 백수였을 때 앨런 역을 했었고.(웃음) 는 이윤택 연출로 故 장(민호) 선생이 파우스트 역을 했어. 나도 그 연극이 인상에 남는 몇 작품 중에 하나지. 플디: 희준 씨도 영화 데뷔 초반엔 깡패, 건달 같은 역을 종종 맡았어요. 신구: 너(희준) 처음 보면서 KBS에 윤승원이라는 배우가 있는데, 그 얼굴하고 비슷하다 생각했어. 약간 불량끼가 있는 얼굴인데. (일동 웃음) 그것도 좋은 재능이야, 그런 역 맡으면 연기에서 다 나오지. 또 그런 사람들이 (연기, 배역의) 폭이 넓지. 희준: 예전에 깡패 역을 맡아서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합을 제대로 안 짜고 즉흥으로 맞으면서 찍다 보니까 한 40대를 맞았어요.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그래도 우는 건 들키기 싫어서 숨어서 막 울다가 거울을 보는데, '내가 이걸 왜 하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든 적이 있어요. 플디: 그럴 땐 '나중에 두고 보자'하는 마음이 생기진 않나요? 또 다음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역할을 맡고 싶기도 할 것 같고요. 희준: 그런 마음은 없었어요. 일단 배역이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죠. 신구: 배우가 주어지는 역할을 하는 거지. 내가 제작하거나 작품을 쓰지 않는 이상 남의 작품 들어가서 "나 이 역 하겠소" 할 수 있나. 탐이 나고 안 나고를 떠나서 가슴에 묻고 사는 거지. 희준: 제가 선생님 뵙기로 했다니까 이상우 선생님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본인 어렸을 때도 선생님 작품을 봤었는데 너무 잘하셨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때도 대사 하시는 억양이 독특하셨다고요. 신구: 그래서인가 고향이 이북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시다고. 난 서울에서 태어났고 집이 왕십리였거든? 근데 당시엔 서울 외곽은 같은 서울이라도 조금씩 지역마다 사투리 같은 게 있었어. 너 고향이 대구라면서 사투리 많이 안 쓴다. 희준: 연기할 때는 많이 씁니다. 흥분하면 다 나오더라고요. (웃음) 신구: 사투리 쓰는 게 흠은 아니지만 우리 때 연극배우들은 표준어를 써야 된다고 그랬어. 그게 기본이야.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각지에서 올라와서 섞이면 배우들이 표준어 배우느라 무진 애를 썼지. 그걸 뛰어 넘은 게 추송웅이야. 추송웅이 쓰는 말투는 아무도 못 따라 해.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되니까 아예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 트레이드 마크가 된 거지. 그거 참 대단해. 하나밖에 없는 인생, 스스로 디자인하며 살아야 희준: 저희 부모님은 제가 배우 하는 거 많이 반대하셨었어요. 신구: 그럴 수 있지. 당신들이 생각하는 내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으니까. 내 애는 어떤 반열에 올려 놓고 싶고 기대하는 욕심이 있잖아. 그런데 딴따라? 대본? 아, 이놈이! 그렇게 되는 거지. 희준: 공대 화공과에 들어갔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에요. 그러다 대구에서 우연히 극단 공고를 보고 부모님 몰래 학교 안가고 극단 생활을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낮잠 주무시다 TV를 틀었는데 지역 케이블 방송에 제가 출연한 아동극이 나온 거에요. (웃음) 당장 불려가서 뭐냐? 그러셔서 "연기 해 보고 싶습니다, 연영과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꿈을 찾아가냐고 막 그러셨죠. 그때가 스물 한 살 때였는데 뺨 맞고 집 나와서 30만원 들고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어요. 그 때부터 연극 꿈 꾸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신구: 네가 대단하다. 그 나이에 뭔가 결심하고 뛰쳐나왔다는 거, 그게 용기야. 그 용기를 어린 나이에 갖기가 힘들거든. 대충은 부모가 뭐라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자기 꿈 이루자고 고생하면서 살기가 쉽지 않은 거거든. 희준: 그렇게 스물 다섯 살 때 다시 대학 연기과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웃음) 신구: 잘했어! (웃음) 내가 사는 인생이고 하나밖에 없는 건데, 하다가 완성은 안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산다는 게 의미가 있지. 스스로 인생을 디자인하면서 하나밖에 없는 내 인생 내가 즐겁게 사는 게 제일이야, 지금 내가 돌이켜 보면. 희준: 갑자기 그렇게 재미있었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아동극이었지만 바보 왕자 역이었는데 코 밑에 콧물 칠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웃음) 거울 보면서 내가 내 얼굴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날 보고 웃고,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났던 거죠. 신구: 고생도 그런 재미나 힘 때문에 덮을 수 있는 거야, 이겨나갈 수 있는 거고. 참 예쁘고 똑똑한 요즘 젊은이들, 그들 덕분에 세상 좋아질 것언제나 감각을 새롭게, 나이와 감각 같이 가면 안돼희준: 스페인 여행 재미있으셨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신구: 이번에도 너무 즐거웠지. 스페인이 참 정감 있더라. 날씨도 괜찮았고. 이 나이에 여행 시켜준다는데 좋잖아. (웃음) 그것도 동료들과 같이 가니까 너무 즐거웠지. 나한테 프로포즈 왔을 때 난 무조건 간다, 오케이, 그랬어. 희준: 연극하면서 모은 돈 80만원으로 서른 한 살에 친한 형이랑 대만에 갔었어요. 그게 처음 해외 가본 거였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신구: 나보다 빠르다. (웃음) 어딜 가든 한국인들이 참 많은데 놀라운 건 열 아홉, 스무 살 먹은 애들이 배낭 여행하는 모습이야. 난 그게 앞으로 우리나라 국력이 되고 나라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 요즘 젊은이들 참 예쁘고 똑똑하고 좋아. 난 젊은이들한테 기대가 많아. 그들 덕분에 세상이 더 좋아질 것 같아. 후배 배우들한테도 난 기대가 많아. 플디: 모든 배우들이 선생님처럼 되길 꿈꾸지만 그 꿈을 모두 이룰 수는 없지 않나요? 신구: 내가 뭐 어쨌길래? 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을 안 해. 요즘 젊은이들이 나와 견줄 수 있고 나보다 월등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지. 예술 하는 데 나이가 무슨,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나? 노(No)! 재능이나 그런 게 될 수는 있지만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희준: 저 역시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신구: 좋으니까 하는 건데, 자기가 얼만큼 쏟아부으며 노력하고 성실하게 임하는가가 문제겠지. 그 결과를 관객이건 시청자들이건 보는 분들이 반가워해 주는가, 그렇게 되기 위해선 나이 들면서도 감각을 새롭게 해야 해. 나이와 감각을 똑같이 가면 안 돼. 새로운 물결에 동조할 수 있고, 감각을 늘 지금과 같이 갈 수 있도록 해야지. 희준: 아직 어리고 연예계 경험도 4, 5년 밖에 안 됐지만 인기라는 게 너무 쉽게 변하는 걸 보니까, 그때는 그게 전부인 것 같지만 굉장히 가볍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하루가 불안해요. (웃음) 그래서 그런 걸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연극팀, 상대 배우, 좋은 연출님, 관객,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하고 있죠. 인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주어지면 감사한 것이지만 정말 겉잡을 수 없는 것 같아서 가능한 한 흘려 보내려고 해요. 신구: 작품을 잘 선택해야 하지만 선택해서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죽어라, 하고 해야 해. 그런 모습이 두꺼워지면 그게 그 사람의 신용이야.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려면 뭘 봐야 하나, 그걸로 봐야지. 희준: 저도 지금 공연하고, 또 다른 연극 연습 들어가고, 너무 좋아요. 그렇게 연극을 한 후에 드라마 들어가면 좀 더 편해지고요. 무대를 통해서 전체를 살아보지 않으면 재미도 없고 연기도 더 얕아지는 것 같거든요. 저희 부모님 모시고 또 보러 가겠습니다. (웃음) 신구: 그래, 넌 아주 현명하니까 잘 할거야. 오늘 네 이야기, 아주 고맙다. (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디자인: 권미정(yuu@interpark.com)
2014.03.10 / 조회 5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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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손숙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앵콜 공연
지난해 9월 초연한 연극 가 오는 3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앵콜 공연을 갖는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는 신구, 손숙 두 명의 백전노장과 이호성, 정승길, 서은경 등 실력파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며 매진행렬을 이어간 화제작이다. 둘째 아들의 회상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한 시선으로 펼쳐내는 이 작품은, 생과 사를 받아들이는 가족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전 세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앵콜 공연에서는 간암 말기 아버지 역의 신구, 무심한 듯하나 남편의 수발을 살뜰히 드는 아내 홍매 역의 손숙을 비롯 둘째 아들 동하 역의 정승길, 이웃집 정씨 이호성, 며느리 서은경 등 초연 배우들이 다시 한번 밀도 높은 호흡을 주고 받을 예정이다. 연극 는 3월 2일부터 3월 3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4.01.29 / 조회 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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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 연기 50년 특별공연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
극단 산울림이 배우 손숙의 연기 50주년을 맞이해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 특별기념무대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를 선보인다.배우 손숙은 이번 무대에서 80세 노인 윤금숙으로 분한다. 연기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서 치매 환자 역을 연륜이 묻어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외에도 딸 역에 서은경, 목소리 역에 박윤석, 간병인 역에 김지은이 무대에 오른다.작품은 작가 오증자가 대본을 썼다.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오증자의 첫 번째 창작극이다. 그는 번역극으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산울림 무대의 대다수 작품을 무대화했다. 이번 공연은 치매환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침잠된 사랑과 고독, 가족 문제 등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연출가로는 임영웅이 참여한다. 반세기 넘게 창작 작업을 해오며 고전부터 현대극까지 선보이고 있는 한국 연극계 거장이다.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오늘날의 사회 문제인 고령화 문제를 심도 있는 성찰로 진지하게 접근할 예정이다.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는 4월 12일(금)부터 5월 12일(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의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산울림극장
2013.03.27 / 조회 8,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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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키워내는 이 사회의 민낯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제중학교 학생이 교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는 여러 명에게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 유서에는 한결같이 다섯 명 학급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극 는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집단 따돌림과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유서에 이름이 적힌 학생들의 부모들, ‘보고 싶다’는 ‘니 부모 얼굴’들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작품이 자살 사건 자체만을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건을 일으키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 즉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어른 괴물의 충격적인 포효를 일체의 가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데 의도가 있다. 더욱 아찔한 건 가난하고 위축된 한 학생을 왜, 어떻게 끔찍한 고통 속에 몰아 넣었는지가 가해자 부모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을 모아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면에 있는 “그런 일은 끔찍한 것”이라는, 인간으로서 부정할 수 없는 자기 고백. 하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더한 분노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분명히 이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태생에서부터, 연극이 가진 또다른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피해자의 부모로, 가해자의 부모로, 또한 명문 학교의 교장으로 서 있는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이 얼마나 스스로에게만 놀랍게 집중할 수 있는지 뛰어나게 보여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생존 본능과 법칙 자체를 스스로 뒤엎어 자멸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그 자체로 이 사건을 이루는 사회 각 요소의 대변이다. 경제 위기, 가정 폭력, 결손가정을 비롯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며 되풀이 되는 학원 폭력까지. 결국 집단 따돌림으로 시작된 어른들의 자화상에는 세상의 혼돈이 어지러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회고발에만 이 작품의 의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위의 요소들로 더욱 뚜렷하게 존재 이유가 있는 캐릭터들을 비롯, 학생들을 등장시키지 않아 배가되는 극적 효과, 촘촘히 짜여진 퍼즐 같은 구성을 잘 풀어내는 뛰어난 배우들은 극으로서의 완성도를 십분 높인다. 작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의 가능성도 남겨 놓는다. 교사로서의 신념과 신의가 무너져 내린 담임의 울음, 고개를 떨군 한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인생 선배, 그리고 가해자이지만 “착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해주는 학생주임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결론은 주어지지 않는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지러울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7.04 / 조회 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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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버틴 25년 "무대는 거짓말 안한다" 서이숙
감초 조연, 카리스마 명연기 등 무대 위에서 25년간 서 온 그녀에게 다소 새삼스러운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던 지난 1년이다. 드라마 ‘짝패’에서 작은 년한테 서방 빼앗긴 큰 년 역을 비롯, ‘신들의 만찬’ 부주방장, ‘인수대비’의 박상궁 등 TV 드라마를 통해 배우 서이숙(44)을 만난 사람들은 거물급 신인 등장에 놀라움을 더했다. 하지만 25년 간 무대 위에서 강렬한 인상과 연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뚜렷하게 이름을 새긴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갑상선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잠시 비웠던 1년 간의 무대 공백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제 서이숙이 다시 선다. 큰 발성뿐 아니라 온 몸을 던져야 하는 무대였기에 오롯이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서기를 자중했던 그녀, 연극 (이하 )에서 누구보다 자기 자식을 생각하는 놀랄만한 엄마 역을 맡았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역할, 재밌다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대를 비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그게 참 억울한 부분이다.(웃음) 쉬면서 몸에 안정을 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마냥 사람이 쉴 수도 없고. 마침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는데, 무대처럼 목을 많이 안 쓰니까 하게 됐다. 그런데 아프다고 공연 못하겠다는 사람이 TV에 나오고, 게다가 화려한 역이나 주연도 아니니까 연극 안 하냐는 시각들이 좀 있었다. 그치만 이번 부터 올 9월까지는 연극을 하기로 해서 드라마 일정은 안 잡기로 했다. 한태숙 선생님이 를 하자고 하시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더블로 하자고도 못한다.(웃음) 그 명작을, 학생들이 하는 워크숍 공연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그 작품을 한태숙 선생님이 하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웃음) 올 하반기는 연극으로 채웠다. 이제 건강은 많이 회복된 것인가. 워낙 성격이 무딘 편이라 이 정도는 뭐 괜찮은 것 같은데, 대사 리딩 할 때나 피치를 높여야 할 때는 힘이 달리는 걸 느낀다. 목 주변이 자유롭지 않으니 스스로 목을 막더라. 어쨌건 칼을 댔고, 갑상선을 아예 떼어버렸으니까 이것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일찍일찍 집에 간다. (웃음) 지난 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건강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한 것도 그렇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다.(웃음) 작년에도 (한태숙 연출)하고 드라마 ‘짝패’를 동시에 했는데, 그래도 연극판에서 중추 배우가 드라마에서 거지 역할을 한다, 이런 단면만 보실까봐. 그런데 ‘짝패’의 호응이 좋았고, 저 배우가 누군가, 하는 관심도 많았다. 연기가 되면 괜찮은 거구나, 했다. 게다가 박정자 선생님도 배우가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으면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얘기해 주셔서 힘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연극에서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많이 하고 있다. 신분도 낮고.(웃음) 드라마에선 ‘시침뚝’ 연기를 하는 것 같고, 그걸 시청자나 어른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인수대비’에서 박상궁도 처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인데 점점 코믹으로 가고. TV 배우님들이 인상을 잘 안 쓰는 반면에 난 민망할 정도로 인상을 쓰는데, 정말 과장이 아니라, 화면이 클로즈업 되니까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드라마에선 정해진 각도 내에서만 조금씩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알아서 배우의 모습을 잡는데 난 그런 주문 없이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번에 한다. 왜? 난 철저하게 조연이니까. “다시 한번 할게요”하지 않는다. 코믹한데 존재감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그래서 날 찾게 된다고들 하신다. 그런데 이런 말을 내 입으로.(웃음) 대사의 키워드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 발성은 자신있다배우 서이숙의 분명한 장점은 발성, 정확한 발음과 대사전달력이다.트레이닝이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키워드를 명확하게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작품과 역할이 명료해지고 상대에게서 다시 반응이 온다. 그리고 감정까지 전달이 된다. 모든 걸 그저 감정으로 하려고 하면, 그건 개인의 감정 연기일 뿐 아니겠는가. 그래서 상대 배우를 의도적으로 뚫어지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것들이 연습하면서 좀 풀리면 무대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발성도 막연히 하는 게 아니라 몸통으로, 비성, 두성을 다 뚫어 써서 하게 된다. 에서 이오카스테의 죽음을 처절한 절규로 표현했는데, 경사 무대에서 퇴장하며 내 달리는 힘으로 소리를 질러도 목이 한번도 쉬지 않았다. 극단 미추 단원으로 지낸 경험들이 큰 영향이 되었겠다. 분명 있다. 보고 배운 것들이 있지 않은가. 때 마이크를 차지만 전체를 아우르며 대사를 하는 건 미추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발성 다루는 건 정말 자신 있다. 고교시절 배드민턴 선수였고, 졸업 후 잠시 코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는데 배우로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또 배우는 현대 무용, 한국 무용도 꼭 배워야 한다.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고. 과거 훈련 받았던 걸 몸이 기억한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자유롭게 몸을 쓰지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 연극에서 기품 있는 역할을 주로 맞는 것도, 나도 모르게 무대에 서면 허리가 곧게 펴지기 때문이다. 허리가 펴져야 발성도 잘 되고 시선도 바르고 동작도 나온다. 배우는 감각 훈련, 신체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처음 본 연극에 빠져 지방 극단 생활을 시작했고, 서울로 올라와 극단 미추의 단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소위 말하는 무명 시간들이 길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 무식해서.(폭소) 아무것도 몰랐으니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또 성격이 하나를 하면 좀 진득하게 가 보자는 게 있다. 외부로 나가는 걸 무서워하기도 했고. (웃음) 그때 이런 말을 들었다. 모든 예술가 중에서 연극 배우만 투자한 거 없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피아니스트나 화가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게 있는데 연극 배우들은 늦게 시작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연극영화과도 안 나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이제 연극하러 들어왔는데 뭘 얻기를 바라는가. 그게 견디는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안 들리고, 미추산방을 혼자 지키고 있어도 그게 너무 행복했다. 세월은 거짓말 안 한다. 무대는 더 거짓말 안 한다. 역할이 적다고 밖에 나가 있으면 팀웍이 흐트러진다. 연습 때 다 같이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바로 내공이고 무대다. 무대가 그렇게 무섭더라. 후회되는 부분은 없나? 미련하게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다 내 마음 같지 않았구나, 하는 점은 있다.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 지나고 나니 내가 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 내 마음 같으려니, 말 하지 않아도 알겠거니,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할까. 실컷 웃기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진 후, 진하게 울려버린다의 대본을 읽어봤는데 속에서 분노가 솟았다. 나 역시 그런 걸 느꼈다. 그런데 대본을 읽을 때마다 화나는 부분이 달라졌다. 이런 민감한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다 같이 인식해 보자는 거다. 배우들도 너무 화나고 슬퍼서 감정에 빠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들은 철저하게 냉정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 낭독공연이 좋았는데 이제 무대를 형상화해야 하는, 보이는 공연을 해야 하는 숙제가 더해졌다. 그런 부분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 냉정하게 접근해도, 어찌되었건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 부모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자기 자식을 위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 그 입장을 우리가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는 거다. 이 작품의 질문은 그거인 것 같다. 윤정 어머니 역은 학부모들 중에서 자식을 위한 마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윤정 엄마의 행동을 보고 놀라면서 속으로는 좋아한다. 왜? 대신해 주니까. 그런데 절대 악인이 있을까? 분명히 어떤 일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 때도 그렇게 접근하는 것 같다. 배우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날 보고 드라이 하다고 했다. “너~어무 예뻐”, 난 그런 게 안 된다.(웃음) 그래서 ‘난 감성이 없나?’ 상처 받기도 하고. 그런데 속은 안 그렇다. 그게 나의 성격이고 표현 방법인 것이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표현 방법이 다르고 연기 스타일도 저마다 다른 것이다. 드라마가 강한 작품과 분명 다른 특징이 에 있을 것 같다. 정말 웃긴 건, 이 작품에 드라마적인 구조가 너무 많다는 거다. 인물들 하는 행동들이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재밌다. 일본에서는 관객들이 웃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웃느냐, 하는 정서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웃는다.(웃음) 무지 웃기다. 심각할 거라고만 생각하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다 들어가 있고, 인물 캐릭터가 아주 명확하다. 이런 희곡 흔치 않다. 실컷 웃겨놓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진하게 울려버린다. 그래서 드라마가 강한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관객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도 ‘버티는’ 마음으로 가게 될까? 배우로서도 25년, 인생으로서도 중반. 다행스럽게 잘 버텨와서 이제는 잘 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속도 좀 단단해지고 사람을 대하는 데 더 여유로워졌다. 역지사지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웃음) 그런 변화가 어찌보면 세상을 더 따듯하게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간 너무 젊음만 믿고 막 살았는데(웃음) 장민호 선생님이 나에게 길을 보여주셨다. 노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 저렇게 가야하겠구나, 깨달았다. 생각으로만 ‘배우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건강 관리도 잘하고, 그러려면 일단 정신이 맑아야 하겠다. (웃음) 연극 연극 는 일본에서 발생한 이지메 자살 사건과 자살한 자의 무덤을 찾은 가해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극작가이자 고교 교사 하타사와 세이고가 ‘보도되지 않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따돌림에 못 견뎌 자살을 한 학생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 그들의 부모들의 섬뜩한 이기심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올 1월 낭독공연으로 소개될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켜 본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김광보 연출의 서울공연은 강남에 위치한 한 국제중학교를 배경으로 하며, 무대 위에서는 지목된 가해학생들의 부모들과 교사들만 등장한다. 손숙,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서은경 등 대학로의 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것도 화제. 노련한 배우들의 여유와 장면에 들어섰을 때의 날 선 집중이 교차되어, 공연을 약 3주 앞둔 연습실 풍경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6.05 / 조회 1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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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괴물이 된 아이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6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에서 2008년 초연해 한국에서는 지난 1월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작품은 장애인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 사법권의 문제점을 제시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우리 사회의 감추고 싶은 이면과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회의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죽은 여학생의 편지를 은폐하려는 학부모와 유령처럼 계속 나타나는 또 다른 편지, 고립된 공간에 압박해 들어오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의 대결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교사들만 출연한다. 작품은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 은폐 하는 모습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부모들의 행동 속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캐릭터까지도 무대 위 부모들의 모습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광보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가 더 이상 누구의 책임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누구든 책임을 지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암전도, 무대전환도 없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 배우들이 출연한다. 명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09 / 조회 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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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지 않은 가해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발표회
중학교 내에서 벌어진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한 학생의 죽음, 그리고 그 사건을 둘러싼 남은 ‘가해자’들의 부모, 선생님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춰내고 있는 연극 가 오는 5월 공연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공연될 이번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고의 작품으로, 작가는 2006년 후쿠호카 현에서 일어난 이지메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중학교 1학년 생이 자살했는데 가해자로 생각되는 다섯 명의 학생이 장례식장에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는 보도를 들었다. 그 기사를 접하고 가해자의 부모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해자 쪽의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아 희곡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광보 연출(왼쪽)과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오른쪽)“한국에서도 이지메라는 단어가 그대로 사용, 이해되고 있음이 놀라웠다”는 작가는, “2008년 일본 초연 당시 ‘이런 비장한 사건이 설마 있나’와 ‘현실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고 더욱 심하다’는 두 가지의 관객반응이 있었고 이 모두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부모들에게 큰 분노를 느꼈다”고 일본 공연의 반응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 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선보여 당시 관객들 사이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낭독공연 전 대본을 읽어봤는데 우리네와 너무 똑 같은 환경이라 놀라웠다”고 말하며 “국내 학교와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작품은 분명히 공연할 이유가 있으며, 오랜만에 문제 인식이 짙은, 시사성을 가진 연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명성 대표가 “어느 작품에서도 이 정도 배우를 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이번 작품에서는, 낭독 공연에 참여했던 길해연, 박용수를 비롯, 손숙, 박지일, 이대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등 대학로의 탄탄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작품을 읽어본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던 것 중에 하나가 학교 폭력이고, 사회문제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연극만큼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더 화제가 되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숙) 출연배우 손숙, 박용수, 박지일(왼쪽부터)특히 극중 등장인물과 나이가 같은 딸을 두었다는 이대연은 “우리 사회가 타인의 아픔, 고통에 둔감한 사이코패스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짜임새, 극적 구현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발언으로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연극의 제언이 될 것 같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낭독공연 후 분장실에서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는 박용수는 “학교 폭력 뒤에 숨겨진 부모들의 욕구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고 말하면서도 “작품이 가진 사회성에 못지 않게 한 편의 연극으로서도 탄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길해연, 서이숙, 이대연(왼쪽부터)“우리 상황과 밀접해 원본 그대로 가도 충분할 것”이라는 김광보 연출은 “원본의 서사, 플록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름, 학교 등 배경만 한국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엔 이지메 가해학생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와 학교 선생님들이 등장, 이들의 이기심이 극대화가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연극 는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2.03.13 / 조회 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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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전쟁 속 인간 욕망의 세밀한 포착
전쟁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공포 속에 갇힌 인간들의 심리 변화 때문이다. 불안 속에서 이성은 날뛰는 본능에 눌리고 생존과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참혹한 폭력은 묵인되거나 수용된다. 연극 (연출 임영웅)은 6.25 전쟁을 배경으로 깊은 산골에서 자행된 비극을 그린다. 전쟁의 피해가 별로 미치지 않을 것 같은 이 산 속 마을은, 사실 남자라곤 노망난 늙은이 한 사람만 있는 과부촌. 남편이나 아들, 아버지는 모두 전쟁으로 끌려가거나 죽어 한 명도 없다. 여자들은 밤이면 산에서 내려온 공비들에게 식량을 빼앗기고 남자들을 대신 야경 나가야 하는 통에 심리적 피로와 공포가 쌓여가는 상황이다. 남자가 없는 이 마을에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숨어들어 오며 사건은 복잡 미묘해진다. 마을의 두 명의 과부가 한 남자를 나눠 갖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 은 전쟁 상황 속에서 거리낌 없이 내놓는 인간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마을에서 가장 학식 있고 아름다운 과부 점례는 마을에 숨어들어온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또 다른 과부 사월 역시 이 남자를 공유하고자 한다. 1962년 차범석이 집필한 작품이 2011년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는 탄탄한 이야기와 대사, 캐릭터 구성 때문만은 아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관찰한 묘사가 오늘 관객들에게도 통할만큼 보편성을 지녔기 때문. 故 차범석 5주기를 맞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올라간 이 작품은 대극장에 걸 맞는 공들인 무대를 선보인다. 최씨와 양씨의 초가집과 그 뒤로 보이는 배경은 세심하게 신경을 써 구현했고, 특히 마지막 산불이 나는 장면은 조명과 음향을 통해 생동감이 느껴진다. 무대와 장면 전환마다 선보이는 피아노와 허밍 소리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불안하고 미묘한 감정을 피아노 선율에 담았지만 무대를 향한 시선을 분산 시킬 수도 있기 때문. 강부자 조민기 권복순 장영남 서은경 이인철 등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도 이번 무대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전쟁 통에 억척스러운 생존본능과 애욕을 노련하게 그려내고 풀어낸다. 오랜만에 만나는 묵직한 정통 연극, 배우들의 열연, 혹은 타계한 작가의 대표 작품을 만나는 감회...이 작품의 의의와 즐거움은 관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 녹아있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 각기 다르지만 어쩌면 똑 같은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느껴보는 것, 이것이 을 가장 진하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1.06.10 / 조회 1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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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지닌 진정한 맛 느낄 수 있을 것”
“연극 은 원래부터 대형 무대를 위한 연극이었다, 이번 대극장 공연을 통해서 리얼리즘 연극의 진수인 이 가진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주의 연극 연출 일인자’로 불리는 임영웅 연출가의 목소리에도 기대감과 긴장감이 묻어났다. 차범석 작가 타계 만 5년이 됐던 지난 6월 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의 첫 무대가 시작됐다. 이번 공연에는 임영웅 연출과 함께 민경수 조명 디자이너,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강부자, 권복순, 조민기, 장영남 등 대표 배우들이 참여했다. 임영울 연출가는 개막을 앞두고 지난 3일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제작비는 얼마가 들어도 좋다고 밝혀 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대극장 공연을 가능하게 했다”며 “눈 오는 장면, 산불장면 등 무대 메커니즘을 총동원하는 장면들을 돈을 아끼지 않고 최대한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쟁 후 피폐해진 소백산맥의 부락과 대나무 숲, 불타는 산 등 희곡 ‘산불’이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들을 사실적인 무대 메커니즘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1962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바 있는 은 한국전쟁 이후, 과부들만 모여 사는 과부마을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과부마을에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과부들의 욕망과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더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 과부팔자, 왜 이렇게 힘드나?양씨(강부자)와 며느리 점례(서은경)"이번 겨울은 왜 이렇게 춥나"사월(장영남), "점례, 요즘 수상하다?!"최씨(권복순), 최씨만 세 번째!과부마을에 내려온 남자, 규복(조민기)연극 은 6월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6.07 / 조회 1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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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함께 늙어갈 수 있다면”, <산불> 조민기
연극무대를 향한 조민기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대중들에게는 ‘에덴의 동쪽’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신태환으로, ‘욕망의 불꽃’ 대서양 그룹 셋째 아들로 익숙한 탤런트 조민기이지만 ‘연극배우’를 꿈꿨던 유년 시절을 가졌던 그이기에, 무대를 향한 발걸음은 묵직하기만 하다. 2006년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연극무대. 오랜만에 무대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유는 ‘좋은 작품, 좋은 시간, 좋은 의미’,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5년 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것뿐, 다른 이유는 없다. 무대에 오르지 않을 때에는 객석에 앉아 무대와 함께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연극, 영화, TV 매체만 다를 뿐 ‘연기’라는 본질은 같다고 말하는 배우 조민기의 오늘이 에서 빛을 내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불이 났었던 2006년 12월, 바로 옆에서 연극 를 공연하고 있었다. 그 때 이후로 5년 만이다. ‘같이 공연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해오던 배우들이 있었는데 에서 만나게 됐다. 장영남, 서은경 배우는 특히나 더 그렇고. 장영남 배우하고는 인사처럼 “언제 한번 같이 공연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나눴던 사이인데 이 좋은 배우 분들을 모아주셔서, 덕분에 같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계 거장 임영웅 선생님과 함께 준비 중이다.” 안톤 체호프의 , 최형인 연출 , 임영웅 연출, 차범석 작가의 까지. 연극 속 배우 조민기의 전적에는 ‘고전’과 ‘연극스러움’의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 체호프의 작품에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극적 흥미를 유발하고 상황을 대입하게 하는 본질이 있다. 대한민국의 고전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차범석 선생님의 이다. 전쟁 속에 벌어지는 그 당시의 그들만의 리그 이야기에서 암투, 정의, 사랑 등 지금 우리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관객들에게 우리에게도 이런 고전이 있다”라는 걸 확인하게 해주고 싶다” 대한민국 최고의 희곡으로 꼽히는 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이야기다. 희곡 ‘산불’은 배우들에게 ‘친절한 대본’이요,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대사가 별로 없는데 흐름을 따라갈 수 없어서 잘 외워지지 않는 대본이 있는 반면에 아무리 빽빽해도 읽으면 바로 외워지는 그런 대본이 있다. 김수현 선생님 대본이 그렇다. 아무리 대사가 많아도 힘들지가 않다. 차범석 선생님의 ‘산불’은 친절한 대본이다. 대사가 입에 착착 붙는다. 고전이라고 설명해서 ‘고루한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연습을 거듭 할수록 느끼고 있는 게 이 정말 웃음코드를 가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거다. 우리에게 이렇게나 훌륭한 작가가 있었다는 거지.” 연극 을 시작하면서 한 장씩 넘겨보고 있는 낡은 노트들. 청주대학교 연극과 재학시절, 차범석 선생님이 강의했던 연극개론 수업 당시의 노트들이다. “연극을 사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보다, 캠퍼스의 열정과 파란 잔디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간이었다. “차범석 선생님에게 연극개론, 희곡론 수업을 들었다. 왜 그 때는 훌륭한 선생님, 큰 가르침이라는 걸 알지 못했던 걸까. 졸업을 하고, 현장에 나와서 그 분들의 족적을 마주하면서 ‘내가 역사책에 나올법한 분들과 호흡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훌륭한 가르침을 왜 그땐 몰랐지라는 후회도 들고. 차범석 선생님 수업 때 필기했던 노트들을 다시 보면서 채우려는 복습이 아니라 후회의 복습을 하고 있다. 제작사 대표님이 “ 공연을 하는데 뭐든 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뭐든 하겠는데 뭘 해야 하나요?”라고 했더니 규복이를 하라고 하더라. 규복이는 ‘젊고 싱싱한 남성의 심볼’로 잠자는 과부들의 본능을 일깨워줘야 하는 인물인데! 남성성을 잃어가는 연식에 들어온 제의라 걱정이 많았다(웃음).” 은 6.25 전쟁의 여파로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은 과부마을에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일어나게 되는 과부 여인들의 심리와 욕망을 생생한 대사와 캐릭터로 뽑아낸 작품이다. “요즘 여자배우들에게 기 빨리고 있다(웃음). 강부자 선생님부터 1990년대 배우까지 각 연대별로 배우들이 포진되어 있다. 예전에 이라는 작품에서 혼자서 여배우 일곱 명과 함께 작업을 한적도 있었는데 그 때는 ‘기 빨린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은데 정말 별로 한 것도 없이 쇠잔해지는 기분이다. 아줌마들 특유의 직언직설들이 많이 나온다. 속내는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것들. 사람 사는 세상의 단편이 보인다. 사실주의 작품에서 가장 큰 재미는 무대 위에서 내 모습이 재현되는 걸 구경하는데 있다. 은 그 재미를 갖고 있다.” 배우 조민기의 연기관에는 ‘서비스맨 정신’, 그리고 ‘연기의 본질은 하나’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화, TV, 연극 어느 분야에서든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하는 배우 조민기를 만든 가장 큰 덕목들이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익숙한 얼굴이 연극무대에 서 있다면 관객들이 느끼는 생경함은 훨씬 줄겠지. 하지만 그것만 까불 수 없는 곳이 무대다. 배우는 감동이 되었던, 재미가 되었던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서비스맨 정신으로 기대치 이상의 것을 채워줘야 한다. 강의를 하다가 학생들에게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 아이들은 고민하지. 그럼 난 둘 다 되라고 그런다. 어느 마켓에 있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본질이 두드러질 뿐이지 연기의 본질은 한 가지라고. 경계를 오갈 수 있는 배우가 되라는 거다. “난 이 길을 걸어왔으니까, 이 마켓은 아닌 것 같아. 가지 말아야지”라고 외면한다면 그곳이 자신의 한계가 되는 거지. 학생들에게 상황에 맞는 배우다움을 갖춘 배우가 되라고 말한다. 영화면 영화, TV면 TV, 연극이면 연극.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배우.” 고등학교 1학년, 극단 ‘신협’에 들어가면서 부터 그의 배우 인생은 시작됐다. 연극배우가 꿈이었지만 가난한 예술가, 가난한 배우가 되기는 싫었다. “어릴 때부터 “최소한의 기본 생활유지를 할 수 있어야 예술도 할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 때는 시커먼 야전잠바를 입고, 안 씻고 그래야 연극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티 내면서 예술을 하는 거지. 나는 그게 싫었다. 배우다운 모습은 정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거지가 아닌데 왜 예술을 거지처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극단에 (유)동근이 형이 같이 있었는데 TV 활동을 시작하니까 선배들이 “저 갈보 같은 자식” 이라고 욕을 하더라. 나는 연기의 본질은 하나지, 매체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연극만 하신 분들이 따갑게 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눈에 보인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공감은 할 수 없는 거지. 각자의 한계를 만들다 보면 작은 사람으로 남게 되니까.” 가감 없는 스타일. 뒤 끝없고 솔직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내 DNA는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보고 마음고생까지 한다면 얼마나 복잡하겠나.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지(웃음). 솔직하게 말하고 터는 O형 스타일인데, 요즘 가끔 뒤끝 있는 Q형일 때가 생기더라.(웃음)” 사진 찍는 배우, 커피 만드는 배우로도 유명한 그는 “취미는 절대 직업으로 삼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취미는 취미로”라는 새로운 생각을 더했다. “좋아하는 일들이 업이 되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더라. 커피, 사진이 그랬다. 커피를 정말 좋아해서 ‘매일 아침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공짜로 마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카페를 차렸다. 와, 손님에게 받는 만원이 그렇게 귀한 돈인지 몰랐다. 까페를 그만둘 때까지 커피는 쳐다보기도 싫더라. ‘웨딩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이 공간을 내 작업실로 사용하면 되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스튜디오를 차렸는데 다 내 마음 같진 않더라. 웬만한 사진기, 조명, 포토샵으로 사진을 만든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렇게 4년 정도 하다 보니 ‘아, 내가 좋아하는 걸로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순수하게 내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아, 연기는 좋아하는 일이고 업이다. 이건 소중하다. 정말.(웃음)” 멋있는 것들을 느끼면서 늙어가는 것. ‘멋지게 늙자’를 생각하는 그의 바람이다. “하늘이 멋있는데 하늘 한번 올려다보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저렇게 큰 한강이 있는데, 그게 멋있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멋있는 것들을 멋있다고 느끼면서 싶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바람과 낭만이 배우 조민기의 얼굴을 감싸고 있다. “연극무대에 있어서 소원이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 분장을 하나도 하지 않고 피르샤 노인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거다. “다 가버렸나”라는 대사를 말하면서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짙은 여운을 가진 배우, 조민기의 무대가 시작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5.30 / 조회 1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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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무대 메커니즘 선보일 것”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으뜸으로 꼽히는 故 차범석의 대표작 이 다시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故 차범석 5주기를 맞아 2007년 공연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에는 임영웅 연출, 강부자(양씨), 조민기(규복), 장영남(사월), 서은경(점례) 등이 한국 대표 배우와 연출가가 뭉친다. 임영웅 연출은 “한국 연극계를 통틀어 적역이라고 생각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며 “특히 조민기, 장영남 씨와는 처음으로 연극을 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 6월 5일부터 6월 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은 1962년 이진순 연출, 박상익, 백성희 등 국립극단 배우들이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작품. 이후 연극은 물론 영화, TV, 오페라, 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소개되고 있다. 임영웅 연출임영웅 연출은 故차범석과의 인연을 말했다. 그는 “1962년 초연했을 당시 극장 유리가 깨질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고 한다”며 “1970년 다시 공연하며 차범석 선생님이 젊은 연출가가 해보라며 나에게 연출을 제의하셨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양씨 역을 맡은 배우 강부자 역시 차범석과의 깊은 인연을 밝혔다. 그는 “1962년 갓 데뷔한 내가 그 해 10월 차범석 선생님의 극단 산하의 에 캐스팅돼 깜짝 놀라고 행복했다”면서 “이후 극단 산하의 여러 작품을 하며 여러 지방을 버스 타고 다니며 공연했다”고 추억했다. 이어 “은 나에게 연극을 시작하게 한 작품이라 내 눈에는 무대와 대사가 훤하지만 좀 더 다른 양씨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부자조민기는 청주대학교 시절 교수로서의 차범석을 기억하며 “학생들에게 연극은 ‘약속’이라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교육이 그때는 구시대의 푸념으로 받아들인 게 후회된다”며 “어느새 학생 앞에 선 나에게서 선생님의 말씀이 나오고 있어, 살아계실 때 더 많이 배우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임영웅 연출은 이번 무대에서 주목할만한 점에 대해 ‘무대’를 꼽았다. 산불의 배경이 되는 소백산맥 자락의 대숲과 마지막 등장하는 산불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 임연출은 “은 대극장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며 “무대 메커니즘이 발달하면서 대숲과 산불을 리얼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기, 장영남 서은경, 권복순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대극장 연극이 없어진 지 오래인 우리 공연계에 대극장 연극의 재건에 앞장서고자 기획했다”고 말하며 “뮤지컬로 중장년층 고급 관객을 창출했듯이 대극장 연극에서도 고급 관객을 개발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무대 메커니즘으로 채워야 할 게 많아 제작비가 8억에 가깝게 든다”며 “대형 뮤지컬에 경험이 있는 스탭들로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5.13 / 조회 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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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의 변주곡> 예상치 못한 다른 무언가,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둣방의 가죽조각’이라며 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곡을 무려 33개의 변주곡으로 탄생시켰을까.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둔 음악학자 캐서린은 왜 베토벤의 ‘33개의 변주곡’ 탄생 배경을 알아내려 했을까.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베토벤은 점점 귀가 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 중에 악보 출판업자인 디아벨리가 부탁한 ‘변주곡 한 편’도 들어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한 편에서 머물지 않고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 서른 세 편의 변주곡을 쓰고야 만다. 21세기 뉴욕에서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음악학자 캐서린은 이제 옷의 단추조차 꿰기 힘들 정도로 관절이 굳어간다. 걸음도 쉽지 않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그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본, 베토벤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베토벤 하우스로 홀로 향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연극 은 의문에 대한 답 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베토벤과 캐서린,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것 외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 작품은 그들의 걸음이 향한 목적이 아니라 걸음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단편들에 의미를 담는다. 변주는 하나의 테마곡이 다른 느낌과 방식의 곡으로 변하는 것, 극중 디아벨리가 “베토벤이 푸가를 썼을 리가 없어!”라고 말하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창작이 변주곡이다. 베토벤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내몰며,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서른 세 개의 창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는 자신을 부수며 예술가의 혼을 따르던 베토벤의 열정이다. 베토벤의 변주곡이 차례로 무대 위에 연주될 때마다 캐서린과 그의 딸 클라라의 관계도 변한다. 재능을 꾸준히 발하지 않고 직업을 바꿔 내내 못미더웠던 딸 클라라의 진심을, 연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의 열정을, 서로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이들 관계의 변주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이해와 아름다움, 기쁨의 순간들을 창조해 낸다. 작품이 어떤 의문에 대한 정답도 주진 않지만, 극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들은 저마다 주관식 답안지를 뿌듯하게 채운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변주곡 33개 중 20여 개의 곡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된다. 음악에 따라 바뀌는 장면들에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대단히 웅장하게 자리하는 무대가 아름답다. 영상에 투영되는 베토벤의 33개 변주곡 필사본과 수 없이 찢고 버려졌을 악보들로 채워진 벽면은 작품의 무게감에 세련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박지일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형에서도 베토벤의 모습이 물씬 풍기며, 캐서린 역의 윤소정은 연륜이 뿜어내는 짙은 연기의 멋과 밀도를 유감없이 선사하고 있다. 공연 초반 보다 가지를 치고 장면을 매만진 지금, 줄어든 러닝타임을 포함해 관객들이 이해하기에 더욱 자상한 무대가 되었다. 2009년 3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신작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11.10 / 조회 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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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8]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왈츠, 연극 ‘33개의 변주곡’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음표를 오선지에서 해방시켰다. 이미 다섯 개의 줄에서 자유로운 베토벤의 음악이 19세기 오스트리아를 넘어 현재와 만나는 지점, 연극은 그 찰나적 경이의 순간을 부족함 없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작품에는 베토벤의 위대함에 대한 고리타분한 병렬식 설명과 늘 보아왔던 과장된 광기의 지루한 묘사가 없다. 때문에 그의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기대감에 함몰되는 식상한 안타까움도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오선지 위를 거닐며 19세기와 현재를, 사람과 사람을, 관계와 이해를 조심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베토벤, 음악학자 캐서린, 그녀의 딸 클라라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있다. 뒤를 돌아 모두를 외면할 수도, 한쪽으로 몸을 돌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정면을 마주하고서 모두를 담을 수도 있는 삼각구도다. 삼각형의 크기는 서로의 체취를 완벽하게 느낄 수 없지만 시야 안에 둘 수 있을 만큼의 거리다. 하나의 꼭짓점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삶이 있으며 삶 속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캐서린으로, 연극은 루게릭병에 걸린 그녀가 베토벤 말년의 삶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천장까지 솟은 보관대와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찬 캐비닛은 베토벤이 누구인지, 그를 추적하는 작은 여인 캐서린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가득한 베토벤의 스케치는 사각형 종이를 넘어 영상으로 구현되며 베토벤을 관통하던 멜로디를 소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만든다. 영상의 효과적 사용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시각적 웅장함을 선사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33개의 변주곡’이 늘어져 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의 신경을 내리친다. 그 한가운데 선 캐서린이 몸서리치게 궁금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정리방법이 아니라 베토벤이 왜 ‘33개의 변주곡’을 만드는데 집착했느냐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이라고 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에 그토록 집착했는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을 성실하게 그려내는 동안 연극은 33개의 변주곡 더불어 인간을 조명한다.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은 육체적 거리감이 아니라 정서적 동질감,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고뇌와 애정의 연결 통로다. 우리, 여배우의 눈물을 기억하다일곱 개의 점이 합일을 이루는 순간 한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곳은 문서보관소의 소품이고 베토벤의 작업 공간이며 캐서린의 병원 검사대다. 그렇게 소통이 시작된다. 얇은 속옷 차림으로 고독의 추위에 아파하는 캐서린이 베토벤의 등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어떠한 대사로도 표현될 수 없는 단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예술과 인생의 만남이 이렇게 간단한 포즈 하나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와 교차되는 시간이 빈번해지는 베토벤의 시대는 그녀와 베토벤, 나아가 관객과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린다.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하며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과정들은 캐서린과 베토벤이 시대를 넘어 불가능한 우정을 나누었을 거라는, 그러길 바라는 저릿한 감동을 전한다. 차곡차곡 쌓아진 여러 가지 물음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의 밀도로 삼각형을 채운다. 존재를 증명하는 세 개의 작은 점이 하나가 되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배우의 힘은 대단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선을 보이게 돼 벅차다며 가슴을 치던 배우 윤소정의 눈물을 기억한다. 중년 여배우의 과장된 카리스마가 아니라 연극에 진실한 배우의 농축된 눈물 한 방울은 거대한 대극장 무대를 잠식시키고도 남는다. 우리를 ‘진짜 베토벤’과 만나게 해준 배우 박지일과 아파서 차가운 딸 서은경, 묵직한 존재감으로 조연 없는 작품을 탄생시킨 이호성, 길해연, 박수영, 이승준 등 배우들의 호연은 대단한 원작보다 위대하다. 일곱 명의 배우 서로가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마지막 장면, 분명 손끝을 스치는 그들의 인사를 관객들이 느꼈을 거라 믿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1 / 조회 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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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이 밝혀진다
귀가 먹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던 베토벤의 말년, 그는 왜 평범한 왈츠곡을 33편의 변주곡으로 만드는데 열중했는가. 음악학자 캐서린의 궁금증으로 연극 은 시작된다.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가 생의 마지막 열정을 쏟아 베토벤이 작곡한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풀어가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모이시스 카우프만이 쓰고 연출해 2009년 3월 뉴욕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명배우 제인폰다가 음악학자인 캐서린 브랜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무대. 한국 초연 무대는 연극 등을 통해 섬세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인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파 배우 윤소정, 박지일, 이호성이 각각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 캐서린, 베토벤, 그리고 악보 출판업자 디아벨리 역으로 나섰다. 지난 주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개하기에 앞서 김동현 연출은 “음악에 담아 있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베토벤이 찾아낸 것임과 동시에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윤소정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공연 개막에 감격해 하는 동시에 매몰된 광산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 이야기에 빗대어 “33은 행운의 숫자”라며 인상 깊은 다짐을 보여주었다. 음악 출판업자 디아벨리가 자신의 회사 홍보를 위해 작곡한 왈츠곡을 여러 유명 작곡가들에게 보내 변주곡을 써 달라는 부탁이 사건의 발단이다. 평소 왈츠를 싫어했을 뿐더러 그 왈츠곡에 악평을 더했던 베토벤이 총 3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에 대한 비밀은 청력을 상실해 가는 베토벤과 루게릭 병으로 생의 끝을 예감하는 음악학자의 교감, 자신을 아끼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금씩 이해해 가는 딸 등의 드라마와 함께 한다. 무대 한 쪽에선 연극의 각 장 마다 디아벨리 변주곡이 연주된다. 토니상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스크린을 활용한 암시적인 무대도 독특하다. 연극 은 오는 11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탐구하는 음악학자 캐서린(윤소정)아픈 몸으로 베토벤 문서 보관소에 간다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딸(서은경)베토벤, 과연 그는 왜 맘에 들지 않았던 왈츠 변주곡 작곡에 힘쓰는가?살며 사랑하며, 그것이 행복. 엄마의 간호사(이승준)와 연인이 되는 딸천재와 광인 사이, 베토벤(박지일)베토벤 하우스에서 그녀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엄마를 이해해 가는 딸, 그런 딸을 다시 보게 되는 엄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이민옥
2010.10.19 / 조회 9,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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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뭐 볼까?] 가족밖에 없다! 훈훈한 가족 연극 Best!
다가오는 어버이날 공연 선물 네 편 누군가는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은 우리보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들의 말이니 틀린 얘긴 아닌 듯싶다. 옛말에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엄청난 청개구리들이다. 부모님 말이라면 무조건 거역하고 봐야 직성이 풀렸다. 자나 깨나 자식 걱정뿐인 부모들의 마음을 어찌 새파란 자식들이 이해해줄까.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연극계는 더욱 ‘엄마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가족들을 위한 훈훈한 연극들도 많이 선보인다. 죽어라 말 안 듣는 우리들은 멍석 깔아 줄 때가 기회다. 슬그머니 부모님 모시고 연극 한 편(봄바람, 햇살, 나들이는 덤) 보러가는 건 어떨까? ◎ 연극 ‘레인맨’ ▶ 2010년 5월 1일부터 6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따뜻한 감동을 원하는 5월, 당신에게 ‘외롭습니까?’라고 질문하는 연극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근본적인 외로움을 갖고 태어났다. 따라서 그 외로움을 위로해줄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누군가는 친구, 누군가는 애완동물, 누군가는 쇼핑이 그 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때론 아무 조건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생명이 없는 강아지나 신상 악어빽은 그 순간의 기쁨일 뿐이다. 연극 ‘레인맨’은 그 해답을 가족에게서 찾는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잘나가는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트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먼 바비트 사이의 갈등과 따뜻한 형제애를 그렸다. 형 레이먼 역에는 박상원, 남경읍, 손종학이 출연하고, 동생 찰리 역에는 남경주, 고영빈, 강필석이 캐스팅됐다. ◎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2010년 4월 23일부터 7월 1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결국 이별을 인정하는 시간을 뜻한다. 이 작품 안에서 엄마 인희는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족들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이 가족에겐 암이라는 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극열전3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4부작 드라마로 방영된 이후 대본집과 소설로도 출간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가 노희경은 10년이라는 시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자식들이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미안함, 안쓰러움, 무한한 감사와 사랑은 10년이 흐르든 20년이 흐르든 변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브라운관을 통해 익숙한 정애리, 송옥숙, 박철민 등이 출연하고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이재규 PD가 연출을 맡았다. ◎ 연극 ‘양덕원이야기’ ▶ 2010년 5월 7일부터 7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극장 연극 ‘양덕원이야기’는 ‘차이무 생연극 2010’이라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방금 막 따라 낸 생맥주처럼, 알싸하게 코끝을 울리는 생막걸리처럼 그 자체로 톡톡 튀고 살아 숨 쉬는 생공연의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이 작품은 ‘나’의 또 다른 이름인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준다. 임종을 3시간 앞둔 아버지로 인해 모두 모인 어떤 가족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3일, 3주가 지나도 돌아가시지 않는다. 아버지의 임종이 연장되는 동안 가족들은 지난 이야기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질 재산배분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또 자신의 아이와 아내를 변호하기도 한다. 연극은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와 우리 가족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드라마 ‘파스타’에 이성민, ‘추노’에 최덕문 등 극단 차이무의 막강 주력배우들이 뭉쳤다. ◎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 2010년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산울림 소극장 1991년부터 19년 동안 계속된 감동적인 ‘엄마 연극’의 원조,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가 산울림 소극장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선정됐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소극장 산울림은 지속적으로 창작무대 개발에 힘쓰면서, 고전부터 현대극을 아우르며 세계의 다양한 연극을 한국 연극에 접목시켜왔다.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뿐만 아니라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담배피우는 여자’, ‘엄마, 안녕...’ 등 여성의 삶을 무대로 끌어들여 그동안 극장을 외면했던 여성관객과 중장년층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가난하고 순박한 엄마와 이러한 엄마의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는 딸.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모녀의 갈등과 고뇌를 다룬다. 1991년 서울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주연상, 연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박정자 주연, 임영웅 연출.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7 / 조회 1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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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나를 뒤흔드는 위태로운 관계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말해, 엄마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엄마가 딸에게 하는 이 이야기에는 불편한 의미가 더해져 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그 일을 엄마의 의지대로 처리하겠다는, 평생 자신을 무겁게 짓눌렀던 그 의미를 딸 에이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눈에 반해버린, 좀처럼 넘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잡기 위해 딸은 저항한다. 보이지 않는 싸움을 엄마와 시작한 것이다. 속 사랑은 위태하기 그지 없다. 자신만만함 속에 불안함이 쉬지 않고 도사린다. 뱉어버린 말과 행동 속에는 언제나 후회가 머뭇거린다. 잘 생겼지만 고아이며,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은 야망을 가진 자신만만한 청년에게 딸이 푹 빠졌다는 사실에 만세를 외칠 만한 엄마는 없을 것이다. 에스메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딸이 그 놈팽이(?)가 원하지도 않는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게다가 방송과 영화의 힘을 내다 본 그 청년은 에스메가 일생 동안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거룩하게 지켜온 연극 무대를 두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로써 는 뜻이 다른 모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신구의 대립,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의 흐름에 시선을 두며 이야기의 너비를 확장하고 있다. 연극 배우인 에스메의 고집, 허영, 그리고 현실 회피와 동반되는 자기 확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무대에 서개 한 원동력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보란 듯이 이뤄내는 사위의 모습에 어리석은 노배우의 단면을 비추는게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아니 세 사람은 서로에게 늘 상처를 내게 했던 불편한 논쟁 속에 깔려 있던, 근원의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해결은 아니다. 머뭇거리던 악수의 손이 이제 막 나가게 될 지 기대를 해 봐도 좋을 단계. 이름만으로 작품을 믿게 만드는 배우들이 모였다.(하지만 작품 역시 배우들을 살리고 있다.) 윤소정은 여전히 뜨겁게 매력적이었으며, 김영민과 서은경은 인정 받는 젊은 배우의 열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극 배우나 연극을 더욱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심히 동감할 구절들이 많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감탄은, 거룩한 세례 의식과 같았던 마지막 장면에서 절정을 이룰 것이다. 연극이 여전히 무대와 관객을 정화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이곳에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여유 작 제공
2010.02.16 / 조회 9,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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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정통연극에서 만난 위험한 가족
이른 아침 가족의 건강과 재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 건장한 두 아들이 합세한 가정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불안하기만 하다.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고 의심하며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에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수수께끼를 내는 듯한 대화가 느리게 흐른다. 정적이지만, 동적인 불안함으로 둘러싼 가족. 이 집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작가 유진오닐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밤으로의 긴 여로’가 짙은 안개를 깔고 명동예술극장에 올랐다. ‘왕년에 잘 나갔는데’를 읊조리며 과거에 빠져 사는 메어리(손숙)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옛날에는 정말 예뻤는데, 누가 알겠어”, “내 머리가 이상하지? 눈이 정말 나빠졌어,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야”라고 말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에 빠져 산다. 불안한 눈빛과 떨리는 손동작이 마약을 통해 과거로 가는 열쇠를 진 그녀의 피폐함을 설명한다. 마약을 하는 엄마를 애써 외면하는 구두쇠 남편 타이런(김명수) 때문에 폐병에 걸린 작은 아들, 에드먼드(김석훈)의 병은 점점 위독해지고 큰 아들 제이미(최광일)는 아버지와 충돌 하며 모든 일을 술을 통해 잊고자 한다. 어머니 메어리가 다시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던 그들은 “희망을 갖다니, 우린 모두 바보야”라는 대화를 나누고 홀로 남은 메어리는 “조용해졌네, 여긴 쓸쓸해”라는 독백으로 마약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변명한다. 가족에 대한 불만, 증오가 가득한 듯 보이지만 결국 애증이었고 연민이었다. 네 명의 구성원들은 결국 어두운 기운이 서린 가정의 울타리 속으로 점점 파고들 뿐이다. 안개는 알게 모르게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안개는 끊임없이 무대 중앙에 피어 오르고 메어리는 “안개처럼 사라지기를 원했는데”라고 이야기한다. 고적 소리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서로를 숨기고, 세상에 당당할 수 없는 이들은 안개를 자신들을 숨겨주는 고마운 존재로 여기는 듯 하다. 아버지 타이런 역할의 김명수와 큰 아들 제이미 최광일는 극의 무게감을 잡아주면서 웃음을 던져준 빛나는 호연을 펼쳤다. 돈에 대해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두 부자가 집안의 전등을 켜는 문제에 대해 “그래, 불을 켜서 돈을 태우자”등의 대화를 나눴던 장면은 유진 오닐 작품 특유의 맛이 살아난 대목이었다. 손숙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메어리의 불안함에 잠식되기는 어려웠다. 안개 속을 거닐고 온 여운은 꽤 길었다. 몽롱한 기운, 몽환적인 기분을 남겨주는 는 짧고도 긴 여행길 같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9.28 / 조회 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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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고품격 연극, 고품격 배우
손숙, 김명수, 김석훈이 출연하고 임영웅이 연출하는 연극 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명동예술극장 개관공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이번 공연은 이해랑 연출 서거 20주기 추모공연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이해랑 연출은 1962년, 유진 오닐 작품 를 처음국내에 선보이며 한국 신극사의 핵심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2009년 의 연출을 맡은 임영웅 연출은 “이해랑 선생님께서 술자리에 갈 때마다 나를 데리고 다니실 정도로 귀여워해주셨다”며 “선생님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분이 바로 이해랑 선생님” 이라며 “선생님이 표현하셨던 부분과 비교해서 많은 것이 부족하겠지만 이번 연극을 통해 이해랑 선생님의 연극정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극인생의 두 스승인 이해랑, 임영웅 선생님과 연을 맺은 에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힌 배우 손숙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해랑 선생님이 연출하신 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었다”며 “공연이 끝나고 1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두 달 여간의 연습기간 동안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을 정도로 긴장되는 나날을 보냈다고 밝힌 손숙은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대본을 보고, 꿈에서도 대본을 외울 정도”였다며 “이 작품을 보고 배우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처럼, 이번 공연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인생을 살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를 통해 손숙의 아들로 출연하는 배우 김석훈은 “연극 작품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연습실에 갈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다”며 “이해랑 선생님께서 연출했던 작품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기할 수 있는 자체가 영광” 이라고 오랜만에 돌아온 연극무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고품격 정통연극을 표방하는 연극 는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9.08 / 조회 2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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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숫자 밑에 어린 사람 이야기
인생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사투일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사회에게, 자신이 맞닿아 있는 이들에게 존재하는 ‘내’ 모습이, 그대로 나에게 투영되기 때문이다. 연극 에서는 아버지와 딸, 연인이 서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투영해 나간다. 천재수학자이지만 중년에 정신분열로 힘든 삶을 보내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곁에 있는 딸. 한 겨울 정신이 나간 채 문밖에서 뜻 모를 이야기를 써나가는 아버지, 그를 감싸 안을 수 밖에 없는 딸의 심정이 마음을 두드리고 적신다. 가장 존경했던 수학자 아버지가 정신분열증으로 갑자기 낯선 사람이 될 때의 충격과 서글픔은 이 작품의 주인공 캐서린이 겪어야 고통의 중심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 밀려오는 허무함과 자신도 미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녀를 예민하고 신경질 적으로 만들었다. 그녀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대하지만 오래된 집 안에서 단지 아버지와의 교감만으로 살아오던 그걸 대신할 그 무엇이 절실해 보인다. 김지호는 연극 이후 두 번째 서는 이번 무대를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지치고 예민해진 캐서린을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가 다시 상태가 안 좋아 진 걸 알고 절망하는 표정에서 그녀가 이제 연기파 배우 대열에 합류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천재 수학자이지만 정신분열증을 앓는 로버트 역의 남명렬의 연기는 강한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유머감각 많은 자상한 아버지에서 정신분열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할 때면 놀람보다는 서글픔을 먼저 건넨다. 또한 정원조는 엉뚱하지만 순수한 로버트의 제자로 나와 그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며 특히 여성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특히 캐서린과 로버트가 갈구하는 건 애정과 신뢰다. 이들은 수학천재라는 다른 사람들이 갈구하면서도 그들을 외부인으로 몰아가는 요소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정신분열증, 혹은 정신분열증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해결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수학문제를 붙잡고 있듯 끝이 보이지 않은 인내에서 아버지와 딸, 언니와 동생, 여자와 남자, 이들이 얻는 것 역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다. 제목에서도 느끼듯, 이 작품에서 수학은 재미있는 양념이 된다. 허수, 소수 등이 등장하며 맛깔난 유머의 소스로 쓰이기도 하고, 등장 인물들의 자아를 찾아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본 ‘천재 수학자’ 이야기가 또 다시 나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진짜 이야기 하는 건 수 아래에 숨어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쉽게 쉽게 넘어가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관객을 이끈다. 코믹 연극에 지쳤다면 한 수학자의 남다른 인생을 엿보는 건 어떨까.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2008.08.08 / 조회 1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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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알기도, 믿기도, 풀기도 어려운 인간관계의 함수
실존 인물인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연극 가 오는 7월 공연을 앞두고 지난 26일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200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과 퓰리처상 등 수 많은 연극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연극 는 2003년 국내 초연과 2005년 공연에서 추상미, 장영남, 최용민, 장현성 등 연기파 배우들의 인상적인 열연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2년 전 연극 이후 두 번째로 연극 무대에 서는 김지호가 배우 서은경과 함께 천재수학자의 딸인 캐서린 역할을 맡아 화제를 낳고 있다. 또한 수학자 로버트 역은 오랫동안 선이 굵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배우 남명렬이, 수학자의 제자 할 역에는 , 등을 통해 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정원조가 맡았다. 또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캐서린의 언니 역으로 이경선이 분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연습 장면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더욱 예민해진 캐서린의 모습과 교수를 진정으로 존경했던 제자 할, 그리고 불신에서 시작되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는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습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지호는 “하면 할 수록 어려운 작품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먼저 극단에 전화해 연극 하고 싶다고 졸랐다”며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또한 “드라마를 촬영할 땐 놓치는 부분, 안 되는 부분, 알고 싶은 부분을 미처 해결하기도 전에 극이 진행 되어서 답답함이 생기고, 그래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며 연극 무대를 계속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 에 이어 의 연출을 맡으며 배우 뿐 아니라 연출가로도 활약 하고 있는 유연수는 “수학에서 모티브를 따 왔지만, 인간의 함수 관계가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한 후, “사랑과 일, 믿음 등의 관계를 신선하고 탄탄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하는 배우 정원조에 대해서는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라고 칭하며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더욱 큰 사람이라고 평하는 모습이었다. 연습장면 아버지의 죽음 후 더욱 예민해진 캐서린, 그녀를 찾아온 할믿음은 오해를 떨쳐내야 얻어지는 법둘 사이, 사랑이 싹튼다.연습을 지켜보고 있는 스텝들(우측이 유연수 연출)천재수학자 로버트 역의 남명렬캐서린의 언니 역의 이경선할 역의 정원조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06.27 / 조회 1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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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무대로 돌아온 국민엄마 고두심
‘아들과 딸’ ‘꽃보다 아름다워’ 등 드라마를 통해 우리 시대 어머니 상으로 자리잡은 고두심이 7년만에 연극 [친정엄마]로 돌아온다. [친정엄마]는 지난 2004년 초판돼 20만부가 팔려나간 동명의 베스트셀러 수필집으로 만든 작품. 고두심은 친정엄마 역으로 딸에 대한 절절한 모정을 연기한다. 고두심은 “배우로서 나의 이름을 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바람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가정의 달 즈음이 되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레퍼토리공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스토리가 제주도 고향을 두고 서울에서 생활한 자신의 실제 경험담과도 비슷해 “친정엄마만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친정엄마]는 특히 한국 정서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친정엄마와 딸에 대하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 구태환 연출은 “마치 공기와도 같은 ‘우리 엄마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이기에 섬세하고 가공하지 않은 우리들 생활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 작품이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억지스럽지 않게 감동과 웃음을 준다는 것. 또한 고혜정 작가는 “연극 무대에 맞게 각색했기 때문에 원작의 재미와 감동이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극 [친정엄마]에는 고두심 이외에도 최근 ‘늙은 부부이야기’와 모노드라마 ‘발칙한 미망인’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성병숙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딸 역으로는 지난 해 [버자이너 모놀로그] 에서의 열연한 장영남과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철]의 서은경이 나란히 선다.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CJ엔터테인먼트와 아웃리치코리아 측은 “앞으로 매년 가정의 달이 되면 모녀가 함께 보러 가는 시즌 레퍼토리 대표 공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친정엄마] 제작발표회 중
2007.03.07 / 조회 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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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연출가 한태숙 “관객을 충동질하고 싶었다”
인간의 음습하고 강렬한 내면을 예리하게 표현해 내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연출가로 꼽히는 한태숙. 그가 올해 [이아고와 오셀로]에 이어 [강철]로 관객을 찾아왔다. 여전히 깊숙이 내면을 찌르는 메시지와 여운이 살아 숨쉬어 정통연극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원래 ‘작품 자랑만 할 거 같아서’ 인터뷰는 잘 응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번 연극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해석을 조금이나마 무대 밖에서 내보였다. 그에게선 연출가로서의 고집과 완벽주의가 흘러 나왔다. 제목이 독특하다. ‘강철’은 무슨 뜻인가. 강철은 감옥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연극의 원제는 [Iron]이다. 사실 그대로 직역하자면 ‘무쇠’라고 해야 하지만 무쇠는 강하고 부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강철은 탄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강철로 택했다. 좀 더 면밀히 말하면 강철과 무쇠를 합친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연극은 인물이 만들어 내는 긴장이 크긴 하지만 서릿발처럼 바짝 서기만 한 것도 아니고, 감성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강철]은 국내 초연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봤다. 직접 본 건 아니고 번역만을 봤을 뿐이지만 상당히 끌렸다. 우리나라에도 모녀 드라마가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멜로드라마가 주종을 이루지 않나. 결국은 서로 용서하고, 결말이 안 날 것 같은 싸움에도 화해하고, 그것을 눈물로 감싸는 연극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았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엄마를 딸이 찾아오자 관객은 기대한다. 저 여자, 사실은 그럴 여자가 아닐 것이라는, 그래서 딸이 그것을 풀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게 이 작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사회 정치적인 부분이 연극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기존의 모성이 아닌 새로운 신종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우리가 떠올리는 모정이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이 작품 안에도 모정이 있다. 따뜻한 모녀간의 정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무한한 모정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울고 불고 용서하고, 이런 엄마가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근본적인 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철]는 아가멤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을 떠오르게도 하고 다른 그리스 신화를 떠오르게도 한다. 앞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룰 때는 이런 시각이 더해져야지 지금의 관객들이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배우 네 분이 모두 나랑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다. 딸 역으로 나오는 서은경씨는 정말 저 친구가 연습 중에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윤소정씨는 연습 중에 이 친구가 무섭다고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배우에게 불을 지르는 게 대단하다. 여자 교도관으로 나오는 서이숙씨는 [고양이 늪]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다. 이분은 이 작품을 위해서 20년 동안 길러오던 머리를 짧게 잘라 이미지 변신을 했다. 남자교도관인 손진환씨는 우리가 몰랐던 교도관의 세계와 교도관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윤소정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웃음). 윤소정씨는…사실 나는 이 작품을 윤소정씨와 하려고 2년을 기다렸다. 윤소정이란 배우는 정형화되지 않은 배우다. 배우는 나이가 들면 안정이 되고, 자기 틀을 갖는다. 그것은 색깔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윤소정씨는 이 틀이란 굴레가 없다. [강철]에서 엄마란 인물은 참 불량하다. 17살 먹은 애, 80살 먹은 음흉한 노인, 아니면 반 미치광이, 혹은 성적 매력이 가득한 사람을 오가는, 꿈틀 꿈틀한 요소가 살아있는 캐릭터다. 윤소정이라는 배우는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15년을 감옥에 갇힌 자폐적인 인물을, 살아 숨쉬듯 표현한다. 배우 본인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집중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배우 윤소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연출 스타일은 어떻다고 보는가. 배우들을 많이 의심하는 편이다. 잘하고 있는데도. 배우들이 그런다. 나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매너 있게 말하지만 사실 굉장히 마음을 후벼파서, 그 날 설사를 하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거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힘들게 하니까(웃음). 아마 연습량도 다른 작품의 3배 정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연출자처럼 강행군을 하곤 한다. 완벽주의인가. 완벽을 지향하지만 작품이 완벽하진 않다. 관객을 충동질하고, 관람 후 망치를 얻어 맞은 것과 같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강철]은 특별한 오브제를 쓰거나 탐미적인 방법을 쓰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을 만들었다. 내가 이런 연극을 참 보고 싶었다. 조용히 이야기 하는데 파장이 긴 연극 말이다. 강철은 묵직하지만 어둡고 침침한 작품은 아니다. 아주 날렵하고 획이 잘 그어진 연극이다. [강철]은 어떤 관객에게 권하고 싶나. 이 작품은 어둡고 깊은 맛이 있지만, 그만큼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맛도 있다. 이러한 점과 배우 윤소정을 보기 위해 주부팬들이 많이 찾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들과 딸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과연 딸로서, 아들로서, 나라면 어떨까,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반성 같은, 그런 취지가 아닌 본질적인 생각으로. 항상 무게 있는 작품만 맡고 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다음 작품은 난생처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 그런데 불안하다. 사람자체가 유머도 없고, 어둡지 않나(웃음).
2007.01.02 / 조회 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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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분간의 연애 > 서은경
‘배우’라는 꿈을
소중히 키우는 연기자 서은경
서은경은 연기가 좋아 연기를 하는 연기자이다. 연기가 왜 좋아졌는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들에 의해서 그녀를 무대 위에 서게 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짧은 기억 속에 연기자로서 그 끼를 보여주는 것 보다는 숫기가 없어 내성적인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유치원 생일잔치 때 나가서 노래 하나 하지 못하고 울다가 들어와서 유치원도 그만 두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도 발표력이 부족하다거나 숫기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녀가 연기자의 길을 들어서게 되는 것도 왠지 석연치 않다. 중학교 3학년 때 예고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3일 동안 시험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던 그녀는 이틀만 시험을 보고 하루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기뻤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를 쉬었다고 한다. 옷도 한 벌 생기겠다, 하루 쉬겠다 하는 생각으로 기뻤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당당히 합격이 되었다고 한다. 우연일 수도 있고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녀와 연기는 그렇게 만났다.
“어릴 때 동네 사진관에 가서 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오빠와 사촌언니와 함께 사진관에 가서 포즈를 취하면 사진사 아저씨가 과자를 주곤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특별히 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사진관에서 사진 찍었던 기억밖에.”
그랬던 그녀가 계원예고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그녀도 모르는 변화.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었던 모든 상황이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에서는 그녀에게 많은 영양분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제가 연극을 하는 것을 보시고 놀라셨어요. 숫기도 발표력도 없던 당신 딸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니까요. 그런데 저에게는 무대가 제가 가장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무대에서 수업을 하다가 제가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누구를 원망하는 듯 해도 미친 듯이 웃어도, 그 어떤 것을 해도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 거니?’, ‘무슨 일이 있니?’ 라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가장 편안하게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곳이 무대였어요.”
연극을 평생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에 부모님이 재판으로 이혼을 하셨던 그 때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죽도록 싫었고 미웠다고 한다. 그녀의 막혔던 구멍을 모두 뚫어준 것이 바로 무대였던 것이다.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더 이상 원망하지 않고 마음으로 끌어 안을 수 있게 해 준 공간이 무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서은경에게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없이 자신이 당연히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인지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한테는 신성하고 특별한 곳이예요. 제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아직까지는 저를 위해서 연기를 해요.” 욕심이 많은 그녀.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꼭 가야만 하는 길에 서 있었고, 지금도 그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는 중이다. 수도승의 길처럼 말이다.
‘배우’와 ‘연기자’
서은경의 배우관은 여타의 배우들과는 다르다. 욕심이 많은 여자이다. 그러나 그 욕심이 명예나 물질에 있지 않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 하지만 그 욕심은 자신의 고행의 길에 수단에 불과하지 다른 길로 튀어 오르려는 모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무대 위에서 사랑스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단계를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그럼 배우는 언제 서은경씨 이름 앞에 붙일 거냐고 묻자 조용히 이야기해 준다.
“저는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못하고요. 굳이 붙이라고 한다면 연기자가 맞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알고 있는 ‘배우’라는 말의 뜻은 ‘제 3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데요. 그리고 ‘배우’는 말 뜻 그대로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데 그에 비해 제가 그 정도로 연기를 잘 하는지 모르겠고, 배우라고 불려지는 것이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워요. 배우라고 불려지는 것은 제가 제 이름 앞에 배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과 배우에 대하여 제대로 된 뜻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위한 호칭인 것 같고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 죽기 전에 혹은 죽고 나서 어떤 누군가가 서은경은 배우였다. 또는 서은경은 좋은 배우였다라고 한다면 그 때서야 제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저의 마지막 꿈이죠.”
서은경은 그렇게 무대에 서고 있다. 무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다면 그것을 보는 관객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에게는 있는 듯 하다. 어린 아이를 보는 것처럼 솔직하고 진실된 연기를 하는 것이 그녀의 몫처럼 보인다. 솔직할 수 있을 만큼 연기를 해나가는 그녀가 어쩌면 더디지만 그녀답게 배우의 길을 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연기자로서 그녀는 무대 위에서 연기자로 자신에게 만족하지는 않는 것이다. 철저한 분석과 연습에 의해 서로 약속되는 부분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그 범위 안에서 무당처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녀는 2002년 를 시작으로, , , , , , 을 거쳐 에서 여자를 연기하고 있다. 2인극이라는 것과 대본을 본 뒤의 서정성이 짙은 작품의 내음에 욕심을 내게 되었다는 그녀는 무대 위에서 ‘우리 이렇게 사랑해요’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교과서적인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뻔한 스토리에 그녀만의 아팠던 기억과 그 아픔을 알면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에 다시 빠지게 되는 것을 좁거나 혹은 넓거나 한 무대에서 풀어 놓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객으로서는 사랑에 대한 옛 추억을 되살려주곤 한다.
“어떤 분들 또는 어떤 마음으로 를 보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두렵잖아요. 그러면서도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랑이잖아요. 작품을 분석해서 보시는 것보다는 ‘저들은 저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시면서 가슴 속 어딘가에 접어 두었던 기억의 파편들, 설레임 등을 같이 공감하고 다시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연기자 서은경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랑초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초는 처음 싹을 틔울 때부터 열매를 맺기까지 강력한 향기를 내 뿜는다. 그 향기는 주변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빠르게 마비시킨다고 한다. 햇빛을 받고 낮에 피었다가 해가 지면 하트모양 나비의 날개를 접어버리는 사랑초는 모든 양분을 차곡차곡 다 빨아들여 사랑이 식지 않는 한 위의 모든 활동을 끊임없이 볼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서은경은 자신에게 끊임없는 솔직함으로 관객들의 양분을 먹고, 무대라는 양질의 햇빛을 받고, 배우라는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정성을 다하게 하는 사랑초와도 같아 보인다.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오랫동안 이야기해도 3박 4일을 보낼 수 있을 연기자 서은경이 배우라고 불리는 날까지 그녀가 즐겁고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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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2005.10.28 / 조회 1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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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분간의 연애 >
흔해빠진 연애 방정식
70분간의 연애는 뭔가 다르다
는 질릴 만도 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흔해빠진 연애 방정식으로 풀어낸다. 점으로 시작된 두 남녀는 선을 지나 공간에서 완성된 사랑을 이야기한다. 도를 넘어선 사랑은 구속으로 치닫고 서로에게 상처를 낸다. 상처를 내기 시작한 두 남녀는 그 속에서 지쳐간다.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 외로움, 그리움, 상처, 갈증 속에서 다시 점이 되어 간다.
처음 이 극을 대할 때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싶었다. 팜플렛을 뒤져보지 않은 죄로 점과 선 그리고 공간으로 막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작품을 대한다.
남녀간의 연애란 무엇일까? 연애의 단계를 점, 선, 공간으로 표현한 연극 는 2000년, 2003년 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던 작품을 일부 수정하고 내용을 보강해서 재 탄생한 작품이다.
두 배우의 연기력으로 버티게 되는 작품.
사랑을 전재로 연애를 하게 되는 두 남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이야기.
너무도 상투적이어서 ‘이 다음엔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의 줄거리는 평이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랑하기 위해서 아니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물고 서로에게 물리는 과정에서 연애라는 과정을 보게 된다.
1막은 무대 중앙에 앞만 보고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남녀가 음악이나 다른 도움 없이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로 목소리만 듣고 보고 싶어지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가 연애의 첫 단계를 ‘점’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2막은 선으로 연결된다.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모습을 보여준다.
3막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다가 나주에는 서로를 구속하면서 지쳐가기만 한다. 그러면서 배운 그리움, 상처, 갈증 속에서 다시 처음과 같이 ‘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카리스마의 배우 하성광과 2005 관객모독에서 모습을 보여준 서은경이 무대에 올랐다. 건강한 남자와 건강한 여자가 전전한 대화로 시작하여 서로를 할퀴고 상처주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들은 또 다른 점을 기다리고 있다. 계속되는 사랑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성광과 서은경은 한 호흡으로 이인극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다. 그 둘은 그렇게 무대에서 그들만의 사랑에서 이별까지 준비하는 데에 집중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숨죽이면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정말 흔한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특별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반면, 사랑이 갖는 궁극적인 외로움을 코믹하게,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가벼우면 가벼웁게 ‘사랑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있다면 주저없이 소개할 작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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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2005.09.23 / 조회 9,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