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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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날 보러와요' 21일 막 내려…20년 저력 과시
개막 이후 연일 매진행렬
21일까지 '굿바이 할인'연극 ‘날 보러와요’의 출연진(사진=프로스랩).[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22일 개막이후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간 연극 ‘날 보러와요’가 2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막을 내린다.‘날 보러와요’는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1996년 역사적인 초연 이래 총 15번의 공연을 거듭하며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다. 초연 직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같은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과 신인상을 받았고, 서울연극제에서는 작품상·연기상·인기상을 수상했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바 있다. 올해는 20주년을 기념해 10년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작가 김광림을 비롯해 배우 권해효,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 등 초연 멤버가 다시 한 번 참여하며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개막 이후에는 공연 비수기인 1·2월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파크 연극 예매 순위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공연 마지막 주에 ‘굿바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굿바이 할인’은 OB팀 30%, YB팀 50%의 할인율로 마지막 공연인 2월 21일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3월 26·27일 청주(CJB 미디어센터), 4월 2·3일 경주(예술의 전당) 등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02-391-8223.▶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8 / 조회 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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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리얼리티와 유머, 작품의 저력 아닐까?"<날 보러와요> 연습현장
국립극단에 있는 두 개의 연습실은 모두 팀이 점령했다. 한쪽은 작품을 쓰고 오랜만에 연출로 돌아온 김광림을 중심으로 초연 및 과거 를 화제 속에 몰아넣은 저력의 OB팀이, 또 다른 한 곳은 김광림 연출 이후 를 지휘하며 젊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알려온 변정주 연출의 YB팀이 자리했다. "서로 굉장히 잘해야 된다는 (웃음) 압박감이 있어요. 선의의 경쟁이죠."라며 웃는 김광림 연출은, 자신의 제자이자 오랜 시간 조연출로 활동했던 변 연출을 두고 "감각도 좋고 잘한다."며 동등한 연출가로서 개성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의 작/연출자 김광림공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작품, 연출 뿐 아니라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의 중심이 된 연극 .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자가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1996년 2월 초연 당시 탄탄한 완성도와 극적 묘미가 압권으로 꼽히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나갔다.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 도 제작돼 큰 주목을 받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지 않았던 김광림은 2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다시 만난 작품과 배우들을 두고 "기분이 되게 좋다."며 허허 웃는 모습이다. "이후 극단 우투리에서 한국 전통, 실험극 등을 주로 했기 때문에 배우들 대부분과 같이 작업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만나보니까 배우들이 너무 좋아진 거에요. 역시 나이가 드니까 원숙해지고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이번 OB팀은 초연 때 출연했던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를 비롯, 유연수, 권해효, 이항나, 황석정, 공상아, 차순배 등의 멤버들로 꾸려졌다. YB팀은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우미화, 이현철, 이봉련, 임소라, 양택호가 채우고 있다. "또 사건이 터졌데요."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반장(이대연)"난 짤리지도, 그만 두지도 않을 거요. 우리 꼭 범인 잡읍시다!""범인이 잡혔다고? 축배를 들자고~!""사건의 공소시효도 이미 다 끝났고, 사건의 희생자들, 그리고 피해자 주변 사람들, 어떤 면에서는 형사들도 피해자죠. 이런 희생이 국가 시스템 문제로 생기는 거라는, 그런 면을 강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장관이 일주일 안에 범인 잡아오라고 난리 치고, 그게 잡히나요. 안 잡히니까 경찰 수뇌부들이 현장에 가서 담당 형사들 못 오게 하고 자기들이 현장 수사하고. 시스템이 잘못된 거죠. 그런 데서 온 희생 같은 것들이 있는 거죠." 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맡은 형사팀를 중심으로 한다. 서울 동대문에서 새로 부임해 온 김반장과 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당시 치안본부에서 자원해 화성으로 온 김형사, 지역 토박이 출신 박형사와 무술 유단자 조형사가 저마다의 논리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한다. 경기일보 박기자 역시 특종을 잡기 위해 경찰서에서 살다시피 하는, 누구보다 범인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다. 지난 7일 찾은 연습실에서는 공연의 첫 장면부터 만날 수 있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훗날의 김반장. 새로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안타깝고 끔찍하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범인 찾기가 한창인 형사팀. 이미 몇 차례 허탕을 친 김형사는 이성복 시인의 '남해금산'을 읊으며 자기 신세를 한탄한다. 시구처럼 피해자들은 비 많이 오는 날 울면서 떠났고, 사건의 범인은 푸른 바닷속으로, 또는 하늘로 잠기었나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용의자의 진술은 "꿈에 그랬어요."용의자의 친구도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유.""그때는 DNA검사를 여기(한국)서 못했어요. 작품 안에서는 한 것처럼 나오는데, 일본에 보내면 한 달 후에나 결과가 나오고. 소위 말하는 과학수사에 어려움이 많았고. 이 사건 뿐 아니라 형사들이 감으로 하고, 자백 받아서 무고한 사람들 집어 넣고.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게 없어져야 하는데. 또, 작품 안에서도 인권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수사 방법은 그때 보다 과학적으로 발전했다 해도, 그런 인권 문제는 진전되지 않은 것 같아요." 초연 당시 4명의 용의자 역을 혼자 맡아내며 서울연극제 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던 류태호는 이번에도 용의자로 나서고 있다. 동선을 계산하고 합을 맞춰보며 서로 웃다가도,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어수룩한 정신이상자로 그날 자신의 행동을 진술하는 류태호와, 그를 지켜보는 형사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금새 연습실을 점령한다. 이것이 작품의, 배우들의 저력 아닐까. 단서를 찾는 박기자(이항나)용의자 아내 남씨부인 역의 황석정(왼쪽), 다방 미스김 역의 공상아"작품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당시 연우무대 단원들과 같이 했죠. 그 기초가 굉장히 튼튼해서 리얼리티 같은 게 잘 표현이 된 것 같고. 또 하나는 되게 웃기거든요. 소극장에선 관객들이 막 웃다가 떨어지기도 했고. (웃음) 유머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사들 뿐 아니라 용의자, 다방 미스김, 용의자의 가족 등장은 작품에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자들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0주년 공연은 오는 22일 OB팀의 첫 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려 한 달간 진행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1.08 / 조회 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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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미제 살인사건 다룬 <날 보러와요> 20주년 특별 공연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연극으로, 영화 의 원작이기도 한 가 초연 20주년을 맞아 초호화 캐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1986년부터 5년간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되었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사건을 바탕으로 한 는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팽팽한 수사과정과 이중적 상황 전개 등으로 무대 위 강렬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996년 2월 초연 당시 작가 겸 연출은 맡은 김광림이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배우 이대연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06년까지 공연을 이어오면서 손종학, 송새벽, 진경, 최재웅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흥행을 이어갔다.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막을 올릴 이번 무대에서는 김광림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으며, 세 형사로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가 나서는데 더해 용의자 역에 류태호, 남씨부인 역에 황석정, 김반장 역에 이대연 등 그간 공연계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는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12월 14일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12.14 / 조회 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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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무표 연극 '원파인데이'…최덕문·박해준 총집합
스무살 차이무, 창단 20주년 갈무리
민복기 신작 12월4~내년 1월3일 공연
대학로 예술마당 2관 무대 오른다차이무 20주년 기념작 네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민복기 대표의 신작 연극 ‘원파인데이’ 출연진(사진=차이무)[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차이무가 2015년 창단 20 주년을 맞아 성년 잔치 중인 가운데 신작 ‘원파인데이’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차이무는 올 1월 첫 뮤지컬 ‘달빛 요정과 소녀’에 이어 8 월 연극 ‘거기’를 무대에 올렸으며,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두 편의 신작(꼬리솜 이야기·원파인데이)과 한 편의 재공연작(양덕원이야기)을 끝으로 20주년을 갈무리할 예정이다. 이상우 예술감독의 창작 신작 ‘꼬리솜 이야기’의 29일 마지막 공연 이후 12월 4일부터는 민복기 연출의 신작 ‘원파인데이’를 선보인다.20년 기념작 네 번째 공연인 ‘원파인 데이’는 민복기(작·연출) 차이무 대표의 신작이다.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단 하루의 사건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느 날 키우던 개가 동네 아주머니를 심하게 물어 병원에 갔다가 취객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며 기막힌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동극이다. 차이무 측은 “작가가 살던 양평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스운 소동에 관한 얘기다. 등장 인물들은 어디선가 꼭 본 것 같고 마치 내가 겪은 적이 있는 것 같은 우리 고향의 이야기”라며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내는 것이 민복기 대표의 특기다. 사람 사는 냄새를 고스란히 전할 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가면서도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진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풀어낸다”고 말했다.최덕문 박해준 오용 송재룡 민성욱 이중옥 등 차이무의 코미디 전공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차이무의 맏언니 신혜경·박명신·김정영과 공상아가 동네 아주머니 역할을 맡아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김소진과 오유진은 각각 진경으로 분한다. 진경과 헤어진 연인인 정훈 역에는 영화와 TV드라마를 오가는 배우 박해준과 민성욱이 열연한다. 감초 역인 취객 역에는 최덕문과 오용이, 개장수 역할은 송재룡, 경찰 역에는 이중옥이 연기한다. 오는 12월4일부터 2016년 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공연한다. 02-747-1010.▶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5.11.29 / 조회 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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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아버지와 아들’…혼재하는 오늘을 담다
연극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 연극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기 위한 제의에서 파생된 노래와 춤에서 찾을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생명력과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이다. 따라서 그는 풍요와 삶을 상징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신이라 일컬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신 뒤 느끼는 감정인 ‘도취’의 정서가 제의에서 행해지는 춤과 노래에서도 반영되었다고 기록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의 연극은 오늘날의 것과는 상이한 모습 일 것이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제의가 인간 삶의 영위를 위해 신에게 청탁을 드리는 범국가적인 행사였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도취의 정서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단면을 연극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현실을 ‘재현’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 많은 연극이 인간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인간은 당대의 이야기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을 다시 관람하고, 전 세계의 수 많은 연출가들이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두고 고민을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연극에서 나오는 인간 군상은 비슷한 패턴으로 범주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현장의 미쟝센만이 다를 뿐 인간이 겪는 갈등과 화합의 구도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리처럼 존재한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좋은 작품의 판단기준은 역시나 시의성 따라서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자면 다른 배경, 다른 표현 안에서도 ‘시의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만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군상을 내포하는 작품이 널리 표현되는 진리로써 인류에게 유의미한 작품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서울에서 공연된 연극 ‘아버지와 아들’은 분명 1895년 농노 해방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오늘의 관객에게 가치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과거를 중첩시켜 시의성의여지를 주는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인물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연극은 상당히 많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 세 자매의 경우만 봐도 근대에서 현대로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세 자매라는 개인들로 치환하여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논쟁, 거기에서 생겨난 담론에 대한 치열함 속에서 관객은 연극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봉착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이 여타의 러시아 작품보다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더 큰 시의성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시대 담론에 대한 여러 접근 보통 시대의식에 대해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한다면 사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희곡에서 묘사하는 그대로 무대 위에 작품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데 급급하다. 지나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번역극들의 경우 표현의 방식이 ‘재현’에 그치는 경우 타 문화, 타 지역에 대해 몰이해한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도 소위 ‘사실적인’ 재현이 무대 곳곳에 등장한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무대 중앙 공중에 달린 샹들리에, 파티에서 남녀가 사교춤을 추는 장면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극적 몰입을 이끌 수 있었던 요소는 대사의 처리이다. 번역투 대사를 그대로 차용할 경우 가진 ‘동화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인물의 말을 구어체와 문어체를 혼재하도록 작업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의상이나 대도구 등으로 시대성을 살리면서도 관객의 이해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시대 담론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접근으로 대체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설득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상징적인 미쟝센의 대비를 통한 주제의식의 강화 그런가 하면 상징적인 미쟝센을 활용하여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부각한 지점도 있다. 하얀색과 초록색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무대 세트가 바로 그 부분이다. 무대 양 옆으로는 하얗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져있고, 무대 전면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져 있다. 그런데 푸른 잔디 위에서는 아르까지와 바자로프를 포함한 신세대로 대변되는 인물들이 주로 말과 행동을 하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진 무대 중심부에는 구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연기를 한다. 이는 배우들의 동선을 통해 세대의 갈등과 그 경계를 상징적으로 언급하기 위해 이러한 무대 미쟝센을 연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구세대와 신세대의 경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사실적인 구현과 상징의 혼합적 표현을 활용한다. 이러한 맥락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두드러지는데 메시지의 중심에는 ‘세대교체’문제가 대두된다. 유산계급으로 치환되는 아르까디의 집안과 무산계급으로 대변되는 바자로프의 집안을 번갈아 조명하는 형식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견해 자체에 대한 언급 뿐 만아니라 세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급 간 견해 차이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낸다.아르까디의 집안은 자본가의 집으로써 구세대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를 중심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이념에 대한 강제력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적 움직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자로프는 신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큰 아버지와 대립한다. 반면에 무산계급으로 그려지는 바자로프의 집안은 ‘아들을 숭배한다’는 표현을 쓰는 바자로프의 부모들을 통해 구세대가 신세대와 화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드러낸다. 구세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산계급 또한 갈등을 겪는데 사회 모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구세대의 긍정성을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바자로프의 견해 때문이다. 신세대의 사회를 대하는 방식과 무산계급 구세대의 이념 또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아버지 세대가 계급 간에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아들 세대에서도 다른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아르까디와 바자로프는 공통적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미 없음’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니힐리즘을 신봉한다. 하지만 자본가의 아들 아르까디는 바자로프와 달리 구세대가 쌓아놓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정은 한다. 구세대의 전형으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불어를 읊조리며 책상에 앉아 늘 지나간 이론들과 씨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그를 비웃지만 아르까디는 그의 과거 업적에 대해는 부정도, 비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자로프는 그런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 상류 집안은 ‘신사적임, 점잖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이 두 청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아르까디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유산계급의 발랄한 여자 까쟈와 결혼하고, 무산계급이었다가 남편에 의해 자본가가 된 안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자로프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사상적 공통분모를 찾고나서 그녀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실에 놓인 벽을 스스로 더 높이 쌓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폭로 결론만 보면 극단적 진보주의 청년 바자로프의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비극적이고 모순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작품의 현 주소이다.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보면 바자로프의 죽음은 개혁가의 죽음으로 결론지을 수 있으므로 희망이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바자로프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열린 아르까디 부자의 결혼식에서 피로연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그의 뜻을 받들겠다는 유산계급 아르까디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식 도중에 바자로프를 대신해 니힐리즘을 계승하겠다고 부르짖는 아르까디의 말이 신빙성 있는가 이다. 수 많은 아르까디가 오늘날까지 존재했겠지만 과연 문제 해결을 할 수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날에 결혼하는 비논리적인 세상에 대한 단면,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를 시끌벅적한 축제로 무마하려는 부패적 삶의 모습, 진실을 마주했을 때 도망가려는 현상에 대한 단면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드러난 부분이 결혼식 장면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가장 강렬하게 쏟아내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가장 큰 동요와 심정적 자극을 받을 것이다.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5.09.14 / 조회 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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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과 사랑 그린 <아버지와 아들> 개막
어느 누구보다 가깝지만 또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연극 이 가을의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일 프레스 리허설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연극 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성열 연출의 지휘로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김호정, 윤정섭, 이명행 등 배우들의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농지경영에는 속수무책인 아버지 니꼴라이와 큰아버지 빠벨이 사는 고향 농장에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 아르까디가 혁명을 꿈꾸는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일은 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큰아버지 빠벨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바자로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치고, 아르까디와 바자로프의 환영 파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사업가 안나가 방문하면서 평범하고 조용했던 러시아 농가는 시끌벅적해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는 각각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보여줬으며, 윤정섭, 이명행은 아들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힘 있고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17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 동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을 얻어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9.04 / 조회 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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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과 화해, 다른 경지로 보여줘…<아버지와 아들>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그린 소설 으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연극 무대로 소개된다. '아일랜드의 체홉'이라 불리며 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 작품의 국내 연출을 맡은 이성열을 비롯해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이명행, 윤정섭 등 출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 1862년 발표된 소설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급진적 지식인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수식하며, 환멸에 젖은 청년 지식인의 허무주의 특성을 수면 위로 떠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관념과 이상의 세대인 아버지들과 행동과 혁명의 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으며, 아일랜드의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희곡으로 재창조해 1987년 연극이 런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바실리 역의 오영수, 나꼴라이 역의 유연수, 빠벨 역의 남명렬(왼쪽부터)이성열 연출은 한국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정치상황 등의 부분은 낮추는 대신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갈등, 화해, 용서, 이해 등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극적인 소설 속 장면들이 희곡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고 목가적으로 표현될 것을 예고하며, "브라이언 프리엘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어 보이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체홉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가진 불안함, 꿈이 사라진 세상의 들뜬 표정이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한 "그간 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부자 간의 갈등을 담거나 이들의 화해까지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이 가진 남다른 위치를 강조하며, "극중에서 바자로프가 죽음으로서 모든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희생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다른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경지"라고 강조했다. 아들 세대 - 아르까디 역의 이명행, 바자로프 역의 윤정섭(왼쪽부터)제목처럼 극의 중심에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있다. 촌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큰 바실리는 오영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지식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또 한 명의 아버지 니꼴라이는 유연수가 맡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역은 윤정섭이, 그의 친구이자 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나 결국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는 아르까디 역은 이명행이 나선다. 아버지 세대이나 일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이상주의자로, 니꼴라이의 형인 빠벨은 남명렬이 분한다. 자신이 부르짖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괴리와 모순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5.08.20 / 조회 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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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신호는 누군가에겐 꼭 가 닿는다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임무 수행을 위해 비밀리에 쏘아진 구소련의 우주 비행기. 그 안에는 12년 동안 지구와 교신이 끊겨 우주 미아가 된 두 명의 우주 비행사가 있다. 비행사 한 명은 끊임없이 지구에 신호를 보내지만 다른 한 명은 체념한 듯 우주선 밖 멀리 보이는 지구의 반짝임만 응시할 뿐이다. 그 시선을 따라 내려가보자. "우리 아빠는 저 하늘 위에 있어. 내가 여섯 살 때 우주로 갔어"라고 두 발을 땅에 딛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한 여자의 눈동자를 만날 지 모른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여섯 살 꼬마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딸이 12년 전 우주로 향했던 아빠를 쳐다보고 있는지, 이제 딸의 얼굴도 가물거리는 아빠가 여전히 집을 그리워하며 지구를 내려다 보고 있는지. 에서는 지구와 우주를 오가며 그곳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진다. 중력과 무중력을 오가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동하는 등 극 전개에 어떤 경계도, 한계도 없다. 각기 다른 장소, 다른 순간 속에서 공통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건, 함께 있어도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고 겉도는 자들의 모습이다.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으나 그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고 있는 듯한 어색한 분위기. 오히려 또다른 장면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혹은 언어 장애를 가진 이와의 대화가 더욱 순조롭게 보이기도 한다. 최후에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과연 우리는 소통하고 있습니까, 혹은 소통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가 될 것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많은 말들과 행동,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현대인들이 왜 그토록 외로움에 치를 떠는 것일까. 이토록 많은 신호들이 공기 중에 떠돌아 증발되는 허무한 과정 속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희망이 있다면, 어제까지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도 차지하고 있지 않았던, 예시에도 없었던 사람이 오늘 가장 간절한 존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혹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의 미묘한 움직임이 바다를 건너 나에게 다가와 또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오묘한 이치를 마주할 때다. 허공을 떠도는 나의 진실한 '신호'는 어디, 누군가에게는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의 반짝임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영상 사용이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돋보인다. LED화면으로 구성한 무대 뒷면은 우주와 각 장면의 배경이 되는 도시를 구현하는데, 그 자체로 아름답고 황홀한 기분을 갖게 해준다. 서서히 유영하는 우주선의 시각에서 접하는 광활한 우주, 그 아래 푸른 별 지구, 그리고 수없이 흩뿌려진 별들까지 관객들은 잠시나마 또다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 지금 당장 외롭더라도, 지금 당장 혼자인 것 같더라도 어디선가 반짝, 나를 바라보고 있는 별이 있다는 것을, 나로 인해 빛이 날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더해본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4.23 / 조회 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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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여우들] “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 <바람난 삼대> 공상아
남.자.들.만 나오는 작품이 많아졌다. 요즘 대학로 무대는 어디를 봐도 남자 배우들뿐이다. 그렇다면 여배우들은 대체 어디간 걸까? 꽁꽁 숨어 있던 여배우들을 찾아 나섰다. 무대를 위해 묵묵히 내공을 쌓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배우들를 앞으로 3주동안 매주 한 번씩 소개한다. 첫 번째는 배우 공상아다. 공상아는 잘 논다. 연극 에서 놀고, 상대 배우와 주거니 받거니 놀고, 관객들과도 신나게 논다. 지금까지 이렇게 무대에서 잘 노는 여배우가 있었던가? 플레이디비는 그녀가 궁금해졌다.연극 송재룡, 공상아 페어 공연 마지막 날. 극중 정여사의 가발이 유난히 제자리에 안 맞아 공상아의 검은 머리가 자꾸 보인다. 뿌염뿌염이라고 소심하게 외치는 배우 공상아의 애드리브가 빛이 난다. 전력을 다해 관객들을 웃기고 망가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십 년 차 여배우. 지금 공상아를 만난다.나는 보수주의자, 성은 역 맡고서 울었다 지난 3월 27일에 영화 이 개봉했다. 차이무 극단의 대표 여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원래 2012년에 동명 연극으로 나왔던 작품이다. 연극 끝나고 두 달 정도 있다가 촬영을 했다. 지금 보니 그때 내 모습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 그때 치아교정을 막 시작했던 터라, 입이 부자연스럽고 너무 못 생기게 나왔다. (웃음) 사실 영화를 찍긴 찍었지만 이렇게 개봉까지 할 줄은 몰랐다. 영화제 출품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민복기 연출님이 “여배우들을 위한 작품을 한번 써 보자”해서 연극이 먼저 나왔다.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영화 크래딧에서 보면 생략남이라고 나오는 이중욱 배우가 있는데, 기억남 송재룡 배우의 전화 상대가 바로 이중욱 배우다. 사실은 과거 연인이 남자였던 거지...(웃음) 둘의 회상씬도 찍었는데 딥키스 장면이라 아무래도 영화 흐름상 생략된 것 같다. 자유연애주의자 성은 역인데,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울었다고 들었다.이 작품은 처음부터 역할을 정해놓고 캐스팅 한 게 아니다. 연출자님이 세 배우들을 모아 놓고 리딩을 해보다가 어느 날 내게 성은 역을 주신 거다. 그 역할만은 안 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느낌이 그런 면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은이란 인물이 남자만 밝히고 작품 내내 그런 면만 부각 되는 것처럼 보여서. 영도 깊이가 있고 하진도 깊이가 있는데 성은만 깊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 생각들이 겹쳐져 성은에 대해 오해를 했다. 그때는 성은이 가벼워 보이고 내면이 없어 보이는 게 서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도 아픔이 있고 깊이가 있다는 걸 작업을 하면서 깊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보수적인 면이 좀 있다. 그래서 자유연애주의자인 성은이 의외였던거다. 는 정통 체력극이라는 콘셉트답게, 시작부터 앵콜까지 끝까지 쉼 없이 달려간다. 홍삼과 각종 약물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 (웃음) 대사도 많고, 극 중간에 다른 역으로 변신도 해야 해서 힘들다. 초연도 하고 작년에도 했다. 작년에는 심지어 여자배우는 나 혼자였다. 평일은 물론 주말 2회 공연까지 여자 배우는 나 혼자였던 것이다. 남자배우는 더블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어떻게 했나 싶다. 지금은 하루 걸러, 일주일에 2-3번 하는데도 힘들다. 초연과 재연 그리고 올해 공연까지 세 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느낌은 어떤가?새로운 배우를 만나고 호흡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상대 배우들이 아무리 똑같은 대본을 가지고 그 역할을 표현하더라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느낌이 다 다르다. 사람이 다르니깐 각 페어마다 재미있다. 재룡 오빠랑 나는 알고 지낸 지 워낙 오래됐고, 초연부터 같이 작업한 터라 서로 많이 능글맞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박훈, 정순원 배우도 느낌이 다 다르다. 사적으로도 전혀 친분이 없고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배우들이라 새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재미있고 생경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송재룡 배우와의 호흡이 남 다르던데.차이무라는 극단에서 만났는데 그전에 말고 다른 작업들을 같이 많이 했다. 오랜 기간 함께 하다 보니 몸에 익은 농담들이 많다. 재룡 오빠는 내 눈빛만 봐도 아 하면 어 하고 바로 나온다. (웃음) 연습하면서 알게 모르게 서로 캐릭터가 구축이 됐다. 1인 3역이라 공연 중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무대 뒤에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 옷이 안 입혀져서 걸치고만 나간 적도 많았고, 가발이 벗겨진 적은 수 도 없이 많았다. 뒤로 들어가자마자 옷을 갈아입으면서 다른 역할의 목소리가 나와야 되는데.. 영감님 해야 하는 부분에 부장님을 하기도 하고. (웃음) 실수에서 애드리브로 대사 한 적도 많고. 너무 힘드니깐 정신을 놔버린 적도 많았다. 배우들을 도와주는 무대 뒤 헬퍼들이 배우들 정신 차리라고 때리고 소품 쥐어 주면서 내 보낸 적도 많았다. (웃음)소극장의 빨간 카펫에 반해… 배우의 길로 배우가 된 계기는?초등학교 5학년 때 TV에 스타가 모교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남희석씨가 나와서 안양예고에 찾아갔다. 남희석씨가 안양예고 안에 있는 소극장에 앉아서 여기가 내 모교고 여기서 연극을 했었다고 소개를 하는데 그땐 저기가 뭐 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빨간 카펫이 깔려 있는 소극장에 한 눈에 반해버렸다. 그때부터 아마 배우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배우의 꿈이 생기고 그 꿈을 구체화시켰다. 학교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을 위해 워크샵 공연을 올렸는데 눈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걸 처음 봤다. 아주 이상하고 신기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양예고 시절에 놀기도 엄청 열심히 놀았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한편으로 은근히 보수적인 성격이라 선생님이 시키는 것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그래도 또래 친구들은 입시전쟁 때문에 공부에 매여 있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여름에는 물싸움,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면서 정말 잘 놀았다. (웃음)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도 있도록 도움을 준 것 같다 첫 데뷔 무대는 어떤 작품이었는지?한예종 연극원 연기과를 나온 것이 배우로서 큰 힘이 되었다. 배우고자 하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환경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대학 4학년 초에 미스 김 역으로 데뷔했는데 입봉이 빨라서 학교 선배들도 대학로에 많이 없을 시기였다. 그래서 자연히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예종 연극원 배우들에 대한 확인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감시의 눈초리가 많았다. 그래서 더욱 잘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가 되면 안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청소도 하고, 뭐든지 열심히 했다. 권해효, 최용민 등 대 선배님들이랑 작업이라 부담감이 엄청 났는데도 다들 많이 예뻐해 주셨다. 특별히 기억 남는 작품은?극단 차이무로 오면서 무대 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노력을 했는데 그게 진짜 어떤 의미였는지 잘 몰랐다. 그 의미가 몸으로 많이 와 닿았던 것이 바로 이었다. 무대 위의 배우로서 관객 하나 하나가 다 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통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차이무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나?굳이 말하자면 규정짓지 않은 걸 규정 하는 거? (웃음)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는다. 약속을 하는 순간 약속이 깨져 버린다. 관객과의 약속을 많이 강조한다. 관객들이 연극을 본다는 건 지금 살아있는 걸 보러 오는 거다. 왜 영화는 9천원인데 연극은 3만원 내고 봐야 하는 지 물어보면 "살아있는걸 보러 오기 때문에 비싸다"라고 대답해주어야 한다. 배우들이 바로 눈앞에서 살아있는걸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걸 보러 오는 관객들을 위해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살아있는걸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게 무엇이냐고 한다면 눈앞에 있는 관객들하고 같이 가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걸 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할 때 대본 외우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리액션하는 그 순간순간 살아있는 리액션을 훈련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작품도 만들어 질 수 있었고 정말 매일 매일이 다르다. 힘들지만 매번 다른 공연이 되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극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연극 한 편을 한다고 하면, 여기에 2~3달을 여기 메여 있어야 하고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하면 1년에 4편 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인생이 쉽지만은 않다. 이걸로 먹고 살긴 힘들다. 중간에 영화도 가끔 찍고. 드라마도 하고. 다른 부수적인 작업들을 한다. 든든한 부모님도 계시고. (웃음) 부모님과 동생들이 많이 희생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무대 위에서 직접 관객들을 만나는 것. 피드백이 직접 온다. 직접적으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희열을 느낀다. 사실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땐 소주 한 잔을 한다.(웃음) 관객이 없거나 적을 때도 힘들면 소주 한 잔 하면서 푼다.(웃음) 연극도 좋고 영화도 좋다. 연극만이 최고라고 규정짓고 싶진 않다. 영화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작업이다. 내 연기가 감독의 눈으로 새롭게 편집되는 걸 보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면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그 역활이 주어지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런 것들이 매 스트레스로 온다. 그래서 재작년에 혼자 처음으로 여행을 해봤다. 제주도로 무계획 일정으로 떠났다. 무언가를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얻고 싶었던 것도 없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순간 순간 얻는 행복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조금 비웠다고 해야 하나. 늘 질투도 나고 욕심도 생기지만 조금씩 비워가고 있다. 요즘 나에게 던지는 화두가 ‘혼자 살고 있지 않다’이다. 배우로써 무대에 서는 내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에 나가서 촛불도 들고 책도 읽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 게 내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질투, 스트레스를 다른 행복감에서 찾는다.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행복감. 거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대를 하면서 느끼는 어떤 행복. 그런 걸로 메꾸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다른 삶이 있지. 예를 들어 오늘처럼 햇살 비치는 카페에서 맥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삶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작아지는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왜 없었겠나. 매 순간이 슬럼프다. 특히 스물 아홉 살 때 직업을 바꾸고 싶었다. 어느 순간 회의가 들더라. 비록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고등학교부터 이 길로 왔는데 ‘그동안 내가 뭘 하면서 살았지’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연극 빼고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고. 진심으로 그땐 학교를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걸 하고 싶어서. 지금은 많이 여유로와졌다. 좀 천천히 가면 어때, 이게 아니면 어때.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어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어렸을 때부터 셰익스피어의 중에서 레이디 멕베스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어떤 연출가냐를 떠나서 그 작품에서 레이디 맥베스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존재감이 있는데, 여성으로써 그걸 표현해 보고 싶다. 요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작품이 많다. 상업 연극을 하고 있는데 예술만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관객이 보러와야 한다. 관객 분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많고 그럴려면 아무래도 멋있는 남자분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여배우로써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도 글을 쓰는 극작가들이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들을 쓴다. 여자들이 나오는 건 노출을 한다거나 섹스어필 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 것 말고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아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는 글을 써주시는 작가 분이 많으면 좋겠다. 롤 모델이 있다면?수잔 서랜드. 그 배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 물론 연기도 잘하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신념을 가지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배우. 일단 그런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이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이고 싶다. 예술을 한다고 예술가로써 특권을 가지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누가 그랬는데, 예술가라면 민중에 한발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 공상아의 장점은?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거 빼면 시체다. (웃음) 지금 연습하고 있는 작품이 인데 이 작품과 맡은 역할에 대해서 소개해준다면오랜만에 이상우 선생님이 연출하는 작품을 하게 됐다. 우주비행사가 등장하고, 지구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윤회 사상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영국에 사는 어떤 인물이 스코트랜드의 어떤 인물일 수도 있고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맡은 역할은 히드로 공항의 카페 주인과 임신 8개월의 경찰 역을 맡았다. 어디선가 봤던 사람이 또 이 사람 인가 질문을 하게끔 이 삶이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아주 작은 역할이지만, 많이 보러 와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며칠 전에 대학교 동기랑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서 그 친구가 나에게 뜬금없이 “넌 그대로여서 좋아”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울컥했다.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변하지 않아서 좋은, 항상 그대로여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4.04 / 조회 1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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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하고 계십니까?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제작발표회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지구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에서 올려다본 깜깜한 밤 하늘에는 무엇이 있을까. 광활한 세상에서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기나 한 것일까. 비밀리에 발사된 이후 12년간 지구와 교신이 끊겨 우주 속에 떠돌게 된 우주선 안 두 명의 우주인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연극 가 오는 4월 12일 한국 초연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로 영국 현대연극의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데이빗 그레이그가 쓴 이번 작품은 우주미아가 되어 떠돌고 있는 두 명의 우주비행사를 비롯, 지구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간들이 보내는 수많은 소통의 신호들, 그리고 이것들의 접촉과 소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엇갈리는 인간 자화상을 담아내고 있다. 번역과 연출을 맡은 이상우 연출은 "지난 9월 대본을 읽고 희한한 작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미지로 내러티브를 구사하는 작품"이라고 이번 무대를 설명했다. "최근 작업한 많은 영국, 미국의 젊은 작가들 작품을 보면, 전통적인 극작술인 충돌, 갈등, 분노 등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을 버리고 보통 사람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장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서로 관계없는 장소와 사람들이 결국 다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 한다. 고대 마야문명 인사말이 "나는 당신입니다"이며, 상대방은 이에 "당신은 나입니다"라고 화답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바 같다."(이상우) "저 밑에 사람들, 아무래도 우릴 잊어버린 것 같아"라는 대사로 시작되는 이번 작품은 에딘버러, 런던, 파리, 오슬로 등 다양한 공간, 그리고 카페, 공항, 술집 등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반적인 장소 등 16개 공간에서 만나는 13명의 인물들 이야기가 이어진다. 국내에서는 7명의 출연 배우 중 6명이 1인 2역을 맡아 두 인물 사이 관련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최근 연극 에 출연 중인 이희준은 이번 작품에서 세계은행에 다니는 성공한 인물 에릭과 하일랜드 술집 주인 역을 맡았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멋진 수트를 입고 나타나 "캐릭터에 맞게 힘을 준 의상인데 너무 혼자 튀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던 이희준은 "에릭이라는 인물이 평소 본 적도, 스쳐본 적도 없는 사람이고 또 과거 맡아본 적 없는 역할이라 신나고 재미있다"고 새로운 캐릭터로의 변신에 설레어 하면서도 "처음엔 고통스럽고 어려웠지만 인물의 본질, 이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에릭이 마음에 들어온다"고 연습 과정을 이야기 했다. 특히 7년 전부터 연극 등 이상우 연출과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는 그는 "이번에도 연극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먼저 전화를 드렸다"면서 "배우로서 창조하는 재미를 선생님이 많이 느끼게 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연극 자체가 퍼즐 같기도 한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지만 장면의 연관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최덕문은 부부관계에 위기를 맞은 중년 남편 이언과 비행물체와 통신을 시도하는 베르나르 역을 동시에 맡는다. 김소진은 이언의 아내 비비안과 또다른 인물 실비아로 분하며, 공상아는 클레어와 공항 카페 주인, 이창수는 올레그, 뇌졸중환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홍진일은 우주비행사 카시미르와 술집 주인 역을 함께 선보인다. 배우들 중 유일하게 한 명의 인물로 분하는 김지현은 런던 밤무대 댄서 나스타샤로 변신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땐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같이 느껴졌다"는 그녀는 "연출님이 작품의 생명과도 같은 역할이라 말하셨는데 18세 소녀로서 만개한 꽃과 같은 기운을 갖는 인물 같다"고 설명했다. 이상우 연출이상우 연출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공연장에 와서 실컷 별을 보고 가게 하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 공연에서는 영상 활용을 주목해봐도 좋을 듯 하다. 약 140여 분(쉬는 시간 제외)의 공연 시간 동안 120분이나 등장하는 영상은 드라마 를 비롯 영화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가 맡았다. 제작발표회에 함께 자리한 장성호 대표는 "영상이 주인공 혹은 배경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무대 뒤 LED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영화 스크린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며 지구와 우주의 공간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표현하려 노력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공간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사실적인 공간 표현이 목적이 아니라 기본 정보를 유지한 채 '결국 어디든 같은 곳일 수 있고, 한 우주'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가 계획하고 있는 이번 영상 활용의 목표이다. 우주와 지구의 어느 공간을 오가며 이어지는 장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소통을 꿈꾸지만 아주 가끔씩만 접속이 이뤄지는 모습을 담은 연극 는 오는 4월 16일부터 5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4.04.03 / 조회 10,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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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바람난 삼대>가 배꼽잡네!
‘집이 빈다고?’ 의뭉스러운 웃음 안에 숨겨진 외로운 솔로 3대의 의도는 무엇인가? 실컷 웃다 눈물까지 흘리고야 말았다. 쫀쫀하게 짜인 2인극 안에서 1인 3역을 맡아 정신 없이 변신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일품이다. 사랑 앞에선 나이도, 체면도 벗어 던진 이들의 모습이 폭소와 공감을 터트린다. 병으로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할아버지, 이혼으로 혼자가 된 아들, 그리고 취업 준비 중인 손자까지,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며 한 집에 살고 있는 이들 3대는 공식적으로 모두가 ‘솔로’. 하지만 할아버지는 꽃놀이 간다고, 아들은 출장 간다고, 그리고 손자는 취직 시험 보러 간다고 각자의 길을 떠난 후 집이 비게 되자, 만천하에 스멀스멀 이들 삼대의 바람기가 드러난다. 텅텅 빈 집에 몰래 각자의 연인을 초대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건 나만의 계획이 아니었나. 의뭉스러운 이들의 계획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서로를 쫓고(?) 쫓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삼대는 숨이 가쁘다. 연극 는 말 그대로 사랑에 마음이 들떠 좌충우돌하는 삼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가 생겨 두근두근 거리는 바람, 그 바람이 삼대의 가슴을 차지한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결혼을 해 봤건 그렇지 않건, 사랑은 하는데 여전히 표현은 서툰 세 남자의 모습과 때론 과감이 들이대는(?) 여자의 모습이 배꼽을 잡게 한다. 세대는 달라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음이 통하는 모습에 웃음과 함께 마음 한 켠이 흐뭇해진다. 등을 통해 씁쓸한 현실의 단면을 풍자 섞인 유쾌한 웃음으로 비춰내고 있는 극단 차이무의 특기 또한 이 작품에서 잘 발휘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어 ‘공무원이 짱’을 외치는 아들 세대나, ‘늙인이에게도 사랑은 있다’며 새로운 로맨스에 행복한 할아버지 얼굴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극단 차이무의 대표이자 배우, 극작, 연출가로 활동하는 민복기가 이번에도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지난해 11월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2인극 페스티벌’에서 초연 당시 인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객석의 배꼽을 휘어잡는 배우들의 넉살스런 연기가 일품이다. 송재룡, 이중옥은 더블 캐스트로 남자 역을 맡으며 공상아가 원 캐스트로 여자 역을 맡는다. 이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것도, 이처럼 실컷 웃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그리고 이처럼 공연 후 상쾌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서게 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2013.05.28 / 조회 9,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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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연극의 등장? '이것이 차이다' 1탄 <슬픈대호>
극단 차이무와 제작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합작프로젝트 '이것이 차이다'의 첫 번째 작품 가 지난 1일 무대에 올랐다. '이것이 차이다' 제작 및 출연진은 1일 개막에 앞서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를 비롯한 '이것이 차이다'의 세 작품을 소개했다. 는 대통령을 테러하려 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한 노숙자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대선 후보를 테러하고 경찰에 쫓기다 시계방으로 들어간 심대호와 시계방 주인 강대호의 만남을 유머러스하게 펼치는 연극이다. 시계방 주인 강대호(위, 문천식)와 테러 용의자 심대호(아래, 이중옥)의 작/연출을 맡은 민복기는 "원래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가장이 청부업자를 사서 자기 다리를 자르려고 하는 이야기를 썼다. 그러다가 2006년 박근혜 테러 사건으로 화제에 오른 노숙자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심대호라는 인물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뜻 거칠어 보이지만 의외로 순정파인 심대호는 의 이중옥 배우가 맡았고, 심약하고 엉뚱한 인질 강대호는 개그맨 문천식이 맡았다. 여기에 공상아 배우가 기자·경찰서장·순희 등 여러 인물들을 연기한다. 2006년 에 이어 두 번째로 연극에 출연하는 문천식은 "요즘 돈벌이만 하는 것 같아 예술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 작품에 도전하면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인의 추천에 함께 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그는 "연극은 어려움이 매력인 것 같다. 코미디나 영화를 할 때보다 연극을 할 때가 가장 어렵다. 연극이 예술이고, 배우가 숭고한 사람이어서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창 밖의 동태를 살피는 심대호 인질로 잡힌 시계방 주인 강대호 심대호의 거친 태도에 잔뜩 겁을 먹은 강대호 강대호에게 옛사랑 순희(공사랑)와의 사연을 들려주는 심대호'이것이 차이다'의 또 다른 연극 에 이어서 펼쳐지는 '이것이 차이다'의 또 다른 작품은 와 다. 지난 2002년 연극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됐던 는 2002년, 200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강원도 해수욕장 마을의 한 작은 카페에 모인 동네 노총각들이 서울에서 온 예쁜 여인의 환심을 얻기 위해 자신이 아는 귀신이야기를 펼쳐낸다는 내용이다. 이상우 예술감독은 "는 연출가가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그만큼 배우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의 매력을 느끼기에 좋은 작품"이라며 "재공연을 하면 게을러지고 하기 싫어질 때도 있는데, 이 작품을 할 때는 늘 두근거린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이 연극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김승욱, '추적자'의 강신일, '무신'의 진선규와 이성민·원창연·김중기·민복기·송재룡·오용·김소진·오유진·김훈만 등이 출연한다. 1989년 초연 이후 수차례 공연됐던 는 감옥에서 출소한 지 이틀만에 '그 분'의 미술관에 침입한 두 도둑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편 이날 제작발표회는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출연중인 이희준 배우의 사회로 진행됐다. 극단 차이무는 이희준 외에도 문성근·명계남·송강호·문소리·유오성 등 연기파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차이무와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계획한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는 "대학로의 150개 공연장 중 약 50개에서 오픈런 공연을 하고 있고, 그 중 대다수가 획일화된 코미디 작품들이다. 세상을 풍자하고, 우리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차이무의 코미디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는 9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볼 수 있다. 는 9월 7일부터 11월 23일까지, 는 11월 30일부터 2013년 2월 3일까지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극단 차이무의 제작진과 배우들'이것이 차이다'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이희준연극 에 출연하는 김승욱에 출연하는 진선규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8.02 / 조회 9,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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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뛰어넘는 판타스틱 사랑이야기! 연극 ‘연’, 뮤지컬 ‘피맛골 연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를 담은 공연 두 편이 있다. 연극 ‘연’은 ‘광화문’이라는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한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조선 시대와 경성을 넘나들며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한 연인의 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환상적인 이야기를 선보이는 두 편의 공연을 소개한다.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한 여자의 이야기연극 ‘연’9월 16일부터 10월 16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2관에서 연극 ‘연’은 대학로 대표 극단 차이무가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번 공연은 차이무의 대표단원인 민복기가 직접 쓰고 연출했다. 민복기는 ‘양덕원 이야기’, ‘슬픈 연극’ 등을 통해서 잔잔하지만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담는 연출가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 ‘연’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시도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한다. 작품 속 신재순은 역사학도다. 그는 친구와 광화문에 간다. 그곳에서 신재순은 1895년과 1979년의 자신으로 돌아가 역사적 사건을 겪게 된다. 연극 ‘연’은 미래가 과거의 뒤에, 과거가 현재 앞에 있는 독특한 연극 구조를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연극 ‘연’을 위해 뭉쳤다. 김왕근, 성노진, 구자승, 한동규, 우지순 등 대학로에서 인정받는 배우들이 작품에 힘을 싣는다. 신재순 역으로는 ‘퀵’, ‘체포왕’, ‘초능력자’ 등에 출연했던 김소진이 맡았다. 그 외에도 이관훈, 공상아, 서재필, 곽자형, 박상우 등이 출연한다. 조선과 경성을 오가는 우리 모두의 사랑이야기뮤지컬 ‘피맛골 연가’9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조선과 경성을 넘나드는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작사상(장소영 음악감독, 배삼식 작가), 조명상(민경수 조명감독), 음향상(권도경 음향감독)을 수상한 작품이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현대, 조선 시대, 경성 등 시대를 넘나든다. 서민들의 터전인 피맛골에서 피어나는 서출 김생과 사대부 여식 홍랑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신분의 벽의 엄격하던 조선 시대에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을 잃은 김생은 300년이 지난 경성에서 눈을 뜬다. 그는 홍랑을 찾기 위해 살구나무 정령인 행매의 도움을 받아 쥐들의 세계로 찾아간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초연 당시 한국 최고의 스텝들이 참여한 웰메이드 뮤지컬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2010년 초연 때 참여했던 유희성이 다시 연출을 맡았다.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배삼식 작가와 ‘제5회 뮤지컬어워즈’ 작곡/작사상을 수상한 장소영 음악감독, 스타안무가 이란영 등 최고의 스텝들이 함께 했다. 이번 공연은 초연 때 남녀주인공을 맡았던 박은태와 조정은이 다시 출연한다. 또다른 김생과 홍랑으로는 박성환과 선영이 새로 합류했다. 이들은 초연과는 또 다른 느낌의 ‘피맛골 연가’를 전해 줄 예정이다. 지난해 행매 역으로 참여했던 배우 양희경도 재공연에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1 / 조회 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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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사랑은 마법이다, ‘올모스트, 메인’
보랏빛이 드리운 말간 무대는 조용히 관객을 응시한다. 세트는 애초에 없었다. 배우가 무대요, 그들 간의 호흡이 배경이다. 단출한 무대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눈을 팔 곳이 없다. 관객은 오로지 배우의 움직임만을 뒤좇는다. 몽롱한 보랏빛이 관객을 감싸자, 서서히 불이 꺼지고 조용한 틈새로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대 한켠에서 비춰오는 보랏빛은 다양한 사랑의 자태를 관객에게 여실히 전달한다. 사람의 감정이 여럿이듯 사랑의 모습도 여럿이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맹맹한 사랑, 달콤한 사랑, 쌉싸래한 사랑, 매콤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맛’을 선보인다. - 마법 한 스푼, 오로라 한 입 갖가지 사랑의 감정이 극장 내를 둥실 떠다닌다. 입을 열어 그 맛을 보면 새콤함, 씁쓸함, 외로움, 그리움 등 로맨틱하면서도 아픈 맛이 입안을 감돈다. 편안히 자리 잡고 앉은 관객은 기어코 그 다양한 맛에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는 채 온갖 사랑을 맛본다. 사랑은 몸서리치게 달콤하기도 하고 그 행복함 속에 괴로움과 눈물 나게 매운맛이 들어 있기도 하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다양한 등장인물을 내세워 다채로운 사랑의 ‘맛’을 느끼게끔 한다. 잔잔히 펼쳐지는 연극은 물 흐르듯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총 9개의 ‘사랑의 향’이 들어 있는 이 작품에서 나와 비슷한 사랑을 하는 인물 한 명쯤은 만날 수 있다. -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모든 것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어 있지만 관객과 배우의 마음은 한 공간에서 숨 쉰다. 배우의 땀은 관객을 적시며, 그들의 한숨은 관객의 마음에 내려와 앉는다. 관객과 배우를 하나로 엮는 것은 공감에 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에 배우의 한숨은 나의 한숨이 되고, 나의 눈물이 배우의 두 뺨에서 흐른다. 늘 지켜만 볼 뿐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한 끙끙이의 마음도,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못해 슬픈 이의 마음도, 타인과는 다른 사랑을 하는 사람의 마음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따스히 품는다. 이 따뜻함에 기대어 관객은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위로받는다. - 달콤함과 담담함 사이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기로 치장했음에도 달달함에 질리지 않는 건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하나의 감정만 느끼지 않듯이 사람이 하는 사랑에도 새로운 관점이 존재함을 넌지시 보여준다. 조각난 심장을 손에 쥐고 다니는 그녀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오로라가 뜨는 곳에서 그를 배웅해주고자 먼 길을 떠나온 그녀는 급작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훔쳐간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주고자 떠나온 길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잡으러 손을 내민다. 이렇듯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신선한 시각과 해석에 있다. 관객은 그녀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보다 되레 돌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뛰길 바란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내가 이해 못 할 사랑도 많다는 것을 슬며시 알려준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묵묵함을 자랑한다. 연극은 이렇다저렇다 떠드는 법이 없다. 조용히 자신의 사랑을 담담한 마음으로 보여줄 뿐이다. 배우들의 열정 역시 뜨겁지만 그 뜨거움을 관객에게 인위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관객을 울린다. 사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한 곳에 버무려 놓은 이 작품은 다양한 사랑의 관점을 보여주며 은근슬쩍 사랑에 빠지게 한다. 사랑의 갖가지 감정을 맛보게 해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0 / 조회 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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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마법 같은 사랑, 연극 ‘올모스트, 메인’
해질녘을 떠오르게 하는 포스터 전반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다. 포스터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남녀의 그림은 뭔가 우스꽝스럽다. 연필로 쓱쓱 그려낸 듯한 두 사람은 손과 발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스케치마저 귀찮았나 보다. 아름다움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이 그림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상대방을 바라본다. 입을 쩍 벌린 두 남녀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다. 그들은 뭔가에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추상적인 둘의 모습에서 표정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남녀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고서 조심스레 이 작품이 ‘사랑이야기’일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극단이 차이무다. 좀처럼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은 극단 차이무의 작품이다 보니 사랑이야기일 거라는 추측에 힘이 쭉 빠진다. 예상과는 달리 ‘올모스트, 메인’은 극단 차이무에서 선보이는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다. 주로 세상에 대한 풍자, 가족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차이무에서 사랑과 삶에 관해 입을 열었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랑과 삶에 대한 마법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극단 차이무의 사랑에 대한 유쾌한 해석이 돋보인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2004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초연된 후 2005년과 200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되며 관객과 평론가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 2004년과 2005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하는 지역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말이 필요없는 연출가 이상우가 맡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마술 같은 사랑을 선보일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2011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9 / 조회 6,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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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소> 이상한 변소의 이상한 이야기
도대체 B언소가 무엇이냐? 누구는 ‘변소’를 느리게 말한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유언비어’에서 파생됐다고 하며, 또 누구는 말(言)이 날아가(蜚) 사라진 장소(所)라고 했다. 황희 정승 말마따라 “너도 맞고 너도 맞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1996년 초연 당시를 비롯, 2003년 공연에서도 125%에 육박하는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흥행 기록을 세웠던 가 2010년 대학로에 위치한 아트원씨어터 3관을 장기 임대한 차이무전용극장의 개관적으로 공연 중이다. 이번 작품에는 극단 차이무의 단원이자 연기파 배우로 국내 무대를 종횡무진 하고 있는 문성근, 강신일, 최덕문 등의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지난 5일 언론에 공연을 공개 한 후 자리한 문성근은 “정부의 지원이 마약처럼 작용해, 지원이 끊기면 공연을 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하며 “우리 극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극단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전용극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과 직접 부딪혀 보고자 한다”며 차이무전용극장의 설립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공공 화장실을 배경으로 27개의 작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는 올해 공연을 위해 쓰고 연출한 이상우가 14개 장면을 새롭게 수정, 보완하였다. 그는 “매번 할 때마다 당시의 논란을 주제로 장면이 바뀌곤 한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12장 Foreigner나 17장 Quiz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연을 연출한 고 박광정을 추모하기 위한 뜻도 모인 연극 는 극단 차이무가 올 한해 진행할 ‘생연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며, , , 가 차례로 이어질 예정이다. 연극 공연장면 "여기서 뭐하는 거에요?" "이...이빨 닦는데요..""도대체 어디로 줄을 서신 거에요?" "먼저 나는 쪽으로...""저는 뭐 큰 욕심 없습니다. 평양에 서울 만 한 땅이 좀 있고, 차도, 집도...다들 있는거잖아요""내가 뭐가 어디가 어때서?""개구리 구슬피 울던 그 날 밤...""타향살이가...바로 이런거군요.""똑바로 안해? 벗어! 벗어! 빨리 벗어!""대화를 하란 말야, 대화를""제 이름만 부르시면, 여기 이렇게 머리카락이 납니다, 예, 그럼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0 / 조회 1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