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어쩌면 인간은 신이 내뱉어 놓은 농담일지 모른다’, 연극 ‘농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2013년 시즌 자체제작 첫 번째 작품 연극 ‘농담’이 4월 9일(화)부터 4월 28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이번 공연은 2012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활동했던 정영욱 작가의 신작이다. 정영욱 작가는 199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토우’로 등단했다. 이후 2004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버들개지’, 2007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수혜작 선정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남은 집’까지 총 네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남은 집’ 이후 5년여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연극 ‘농담’은 후미진 도시의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견’이라는 소재를 통해 ‘개와 별반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정영욱 작가는 투견의 잔혹함과 경쟁, 탐욕의 특성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로 묘사한다.이번 작품은 연출가 김낙형이 함께한다. 연출가 김낙형은 이번 공연에서 연극 ‘농담’의 대본에 있는 인물과 대사가 손에 잡히는 형상과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작가 정영욱과의 대화, 꼼꼼한 작업으로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3.18 / 조회 4,364
-
현대 일본의 자화상,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일본 작가 히라타 오리자 원작의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가 12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에서 공연된다.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2010년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작품상과 신인상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0 공연 베스트7’, 동아연극상 ‘유인촌 신인상’,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수상했다.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말레이시아 리조트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은퇴 후 이민 온 중장년 부부들은 골프, 테니스, 수영을 원주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은퇴이민’, ‘이지메’, ‘히키코모리’ 등 오늘날 일본의 자화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원작 작가인 히라타 오리자는 1990년대 일본 현대연극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낸 극작가다. 그는 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상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번 공연은 신구 연극인의 앙상블이 조화를 이룬다. 박근형은 연출을 맡아 빠른 전개와 구어체 대사로 작품에 입체감을 입힌다. 배우는 정재진, 최용민, 예수정, 이영숙, 김학수, 정희정, 김도균, 정세라, 이호열, 박완규, 유나미, 주인영, 김주현, 김동희, 이성자가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2.02 / 조회 10,799
-
<지하생활자들> 세상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사람들
고연옥 작가, 김광보 연출의 12번째 작품 가 10월 7일 개막을 앞두고 리허설 현장을 공개했다. 극의 일부를 선보인 이날 리허설 현장에선 배우들이 꽹과리, 장구 등 타악기와 함께 등장해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불연속적인 장면을 시연해 보였다. 은 ‘뱀신랑 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 뱀신랑 설화는 뱀신랑을 찾아 지하세계로 간 여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잊은 그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함께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는 이 설화에 고연옥 작가만의 현대적 시선과 김광보 연출의 실험이 더해져 독특한 무대를 형상화 하고 있다. 고연옥 작가는 “설화에선 뱀으로 태어난 존재가 엄마나 아내를 데로고 지하세계로 데려간다”며 “지하세계란 어떤 곳일까, 그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해전 강호순 사건 역시 이 작품의 동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며 “연쇄살인, 뱀신랑 설화, 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뱀신랑 설화처럼 는 한 여인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녀는 죽기 직전, 늘 꾸던 꿈을 꾸며 한 남자를 찾아 헤맨다. 열린 연극의 형식을 빌어 불연속적인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 버스, 골목길에서의 사람들은 개연성 없이 진행되지만 하나의 맥락을 아우른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김광보 연출은 “고연옥 작가와 작업을 해가면서 점점 무대는 미니멀해졌고,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깊어졌다. 그런 작업의 정점은 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의 대본을 보는 순간 열린 연극의 형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이와같은 형식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새로운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고연옥 작가의 대본은 유독 난해하기 때문에 매번 쉽게 써달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하기도. 작가는 “매번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에는 신화성을 가지고 있다”며 “작품에 등장하는 뱀비늘 남자는 이 세상의 수렁을 지탱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쁜 사람이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더 안심하고 추락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남자의 구원을 바란다면 우리도 구원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은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9.30 / 조회 9,108
-
현실을 반추하는 국립극단 단막극연작 ‘새 판에서 다시 놀다’
지난 해 말 서계동에 새 둥지를 튼 국립극단은 두 개의 공연장(백성희장민호 극장, 소극장 판)과 두 개의 연습실(스튜디오 하나, 스튜디오 둘)을 갖추었다. 한국 연극사 중심에 서 온 두 원로 배우를 기리는 ‘3월의 눈’으로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을 알린 국립극단이, 이번에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단막극으로 소극장 판의 문을 열었다. 소극장 판의 개관작인 우리단막극 연작 ‘새 판에서 다시 놀다’는 이강백, 박조열, 신명순이 쓴 세 편의 단막극을 한 자리에서 연이어 선보인다. 6, 70년대 쓰여진 이들 작품은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통찰을 다양한 형태의 시선으로 객석에 비춰낸다. 이강백이 쓴 1974년 작 은 집단을 위해 개인의 가치가 말살되는 모습을 이야기 한다. 윤한솔 연출은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빨간 드레스의 여인과 망루 위에 설치된 카메라로 비추는 ‘파수꾼 다’의 모습을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 투영하는 등 현대의 영상 기법을 도입해 색다른 시선을 더하고 있다. 공연 후반 객석에 불이 켜지며 관객이 배심원 내지 동조자가 되는 순간, 더욱 아찔한 탄식이 나오게 된다. "이리가 나타나면 꼭 알려주셔야 해요.""이리가 나타났다! 북소리 중지?""왜 파수꾼이 있어야 하는 지 아니?"은 한 부부와 걸어다니는 개 ‘흰둥이’가 출연한다. 한 부부의 집에 갑자기 흰둥이가 방문하고, 그의 신세타령이 그저 ‘짖는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등의 젊은 연출가 김한내가 맡았다. 한 부부의 일상 속에말하는 개, 흰둥이가 방문했다."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것이오!"연극인들이 역사극 연습을 하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는 작가 신명순의 1962년 작이다. 단종을 몰아낸 세조, 이에 격분하는 집현전 학사들의 반란과 성산문, 신숙주의 논쟁 등 연극의 한 장면이 작품의 내용과 관통한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밀도는 더해간다. 중간에 대사를 잊는 배우, 호흡을 다시 맞춰보는 장면 등 연극 연습 중인 설정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숨 쉴 틈을 마련해 준다. 등의 김승철이 연출한다. 연극 연습하러 모인 배우들"아무리 역할이지만 신숙주를 이해 못하겠어요"세조로 변신!무대를 중심으로 삼면을 객석으로 배치, 더욱 자유롭고 실험적인 시선의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국립극단 연작시리즈 ‘새 판에서 다시 놀다’는 3월 22일부터 30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3.23 / 조회 9,855
-
[연극 리뷰]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온다! 연극 ‘미친극’
때로는 거울 속의 비친 내 모습이 진짜이고, 중력에 순종하며 대지 위에 교과서적으로 서있는 내가 허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것이 진짜이건 모두 나에게서 파생된 존재다. 연극 ‘미친극’에서 한 인간의 존재가 어디에서 파생돼 왔느냐는 중요치 않다. 서로가 서로를 소름끼치도록 똑같이 비추는 거울 같은 삶을 가볍게 비웃으며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들춰낼 뿐이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야한 화장을 하는 아내 장미와, 작가의 실패한 글들이 가득한 구겨진 종잇조각처럼 소파위에 쭈그리고 누운 남편 도연의 대화로 극이 시작된다. 이 장면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이유는 낯익은 슬픔에서 기인한다. 낡아빠진 듯 보이는 그 둘의 지친 삶의 단면과 닳아버린 예스러운 대화체는 박제된 천재시인 이상의 권태로운 하루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극 ‘미친극’은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라는 기괴한 시와 닮았다. 띄어쓰기를 무시하며 논리성을 부정하고,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무의식 세계를 표출하듯 이 작품은 대중을 상대하는 연극임에도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연출과 대사들로 가득하다. 어떤 자신감에서 일까. 극 전체에 무거운 그림자처럼 내려앉은 그로테스크함은 무대 위를 장악하고 있는 몸통 잘린 배나무로 대변된다. 아니 사실은 감나무다. 썩어빠진 느낌의 암울한 감나무는 기괴하게 몸통의 가운데가 텅 비었다. 송두리째 공허로 뿌리 뽑힌 상실의 갭이다. 그 사이로 미친 인생과 같은 도끼에 찍혀 피를 흘리기도 하는 감나무는 도연이 안도의 오줌을 누는 화장실, 요강 따위가 되기도 한다. 안도가 낳은 증오의 산물 감나무.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온다고 외치는 극중 연출가 장성익의 포효는 무대 위를 가득 메운다. 이 작품은 거울이 거울을 비추듯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와 같다. 방학을 학수고대하는 사채업자 방학수와 연출가, 연출가의 시나리오 속에 존재하고 있는 도연과 장미, 도연과 장미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미로 같은 연극 구조 속을 헤매며 탈출구를 찾는다. 분주하게 일어나는 장면들과 흐름은 극중극 장치 같지만 연출의 의도에 따르면 이것은 트릭이다. 시나리오 속에 등장하는 줄 알았던 도연과 장미는 실재 존재하고 있고 연출가와 배우들은 이들에게 거울처럼 비춰진 또 다른 현실이다. 이 작품은 이중적 구조로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던진다. 관객들은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미궁에 빠진다. 빠르게 진행된 연출에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여운은 헷갈렸던 사실들을 각성시킨다. 지루할 틈은 없다. 실수로 쏟아진 물감처럼 흘러나와 공허한 무대 위를 축축하게 적시는 슬픈 선율의 음악이 관객들의 감정을 괴로울 만큼 헤집어 놓기 때문이다. 극 전체의 분위기는 어렵지만, 매끄러운 연출로 인해 흥미진진함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연극 ‘미친극’은 말 그대로 미쳐 돌아가는 감정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욕망의 실타래를 당연한 분위기인양 끌고나간다. 최치언 작가의 거친 풍자의 독설과 촌철살인의 위트는 착한남자 방학수에 딱 맞는 옷처럼 들러붙는다. 최치언은 작가로서 자신의 존재를 극중에 환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다른 작가 등장의 암시로 끝나는 극의 마무리는 방학수의 지겹게 반복되는 삶과 같이 길고 긴 여운을 준다. 자칭 착한남자라지만 전혀 착하지 않은 방학수의 잔혹동화는 극의 제목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우리시대의 비틀어진 욕망은 결국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착한남자의 삶은 불행하다.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오기 때문에.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4 / 조회 5,897
-
<잠 못드는 밤은 없다> 일본에서 살지 못하는 일본인 이야기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 연극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 지난 11일 막이 올랐다.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켰으며, 국내에 3부작과 로 공연된 ‘도쿄노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히라타 오리자의 2008년 작, 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말레이시아의 한 리조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의 중, 장년층의 일상을 통해 은퇴이민, 히키코모리, 집단 따돌림 등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잔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 다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일본을 일군 중,장년층이 바라보는 그들 사회에 대한 시각이 비춰진다. 가장 오랜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아키라 역의 최용민을 비롯하여, 예수정, 서이숙, 주인영 등이 호흡을 맞춘다. 한국 사회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 는 6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은퇴 이민으로 말레이시아에 사는 부부.반가운 딸들이 방문했다.이들이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 부부의 선물, 풍선껌. 나만 기억하고 있는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참 이상하죠? 꼭 일본 술만 찾게 된다니까요.""꿈 속에서 남을 죽이지 못하는 것 보다 더 괴로운건,내가 죽지 않는 거에요. 어떻게 해도 난 죽지 않아요"애정이 넘치는(?) 이들 부부의 정체는?상처는 상처를 알아본다.혼자 사는 아버지 곁에 있고픈 딸.다 큰 딸을 어서 내보내려 하는 아버지.속 앓이 하는 부부들, 속 앓이 하는 부인들, 많습니다.석양이 진다. 황혼의 이들이 사는 오늘은 어떤 모습인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5.12 / 조회 10,117
-
서럽고 서러운 오장군의 발톱
전쟁의 야만성은, 이 비정한 싸움에 이유 없이 희생 당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을 때 극대화 된다. 연극 은 전쟁과, 순진한 농부의 잔혹한 관계를 풀어놓는 작품이다. 평화롭고 조용한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 ‘오장군’.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자신이 키우는 소 ‘먹쇠’와도 교감을 나누는 어수룩하지만 착하디 착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징집 영장이 날아오고, 그는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간다. 자연을 벗삼아 농사를 짓던 그에게 전쟁터는 적응하기 힘든 위협적인 장소일 뿐이다. 꿈 속에서나 홀어머니와 동네처녀 꽃분이, 먹쇠를 볼 수 있는 이해 못할 곳이다. 연극은 초반 그림처럼 평화로운 논밭의 풍경과 총격과 포탄 소리가 난무하는 어두운 전쟁터를 대비시키며 전쟁의 실체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극은 심각하고 무겁게 접근하진 않는다. 오히려 군인들의 모습을 희화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이지만 동화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분위기는 이 작품만의 독특함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전쟁의 두 주축 또한 알 수 없는 ‘동군’과 ‘서군’이며 오장군의 고향 마을 역시 이 세상 어딘지 모를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비정한 전쟁의 속성과 인간의 잔혹함은 동화 같은 진행 속에서 더 섬뜩하게 드러난다. 오장군이,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미리 깎아둔 손톱과 발톱이 고향집으로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은 차갑고 리얼하다. 관객은 누구 때문에 희생당하는지도 모르는 오장군과,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몸 떨리는 서러움을 공유할 뿐이다. 1974년 극작가 박조열이 발표한 은 1975년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개막 전 공연불가 판정으로 결국 막을 올리지 못했다. 그 후 14만 만인 1988년에 극단 미추에 의서 첫 선을 보여 그 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고 이후 여러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은 오는 4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4.15 / 조회 9,600
-
<오장군의 발톱> 전쟁터로 끌려간 오장군의 최후는?
오장군은 소 몰아 밭 갈며 꽃분이와 함께 살 날을 손 꼽아 기다린다. 어머니는 큰 인물이 되라 이름을 ‘장군’이라 지었지만, 그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순수한 시골뜨기다. 그런 장군에게 어느 날 징집 영장이 배달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4월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연극 연습실이 지난 주 공개되었다. 1974년 발표된 이 작품은 극작가 박조열이 한국전쟁에 복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발표 이듬해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 초연을 며칠 앞두고 공연 불가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이 작품이 36년 만에 초연이 될 뻔한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왜,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 지도 모른 채 냉혹한 전쟁터에서 총구를 겨누며 변해가는 오장군의 모습을 통해 반전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 작가의 뜻이다. 과거 공연에서 건장한 체격의 사내로 표현되던 주인공 오장군을 이번 무대에선 왜소하고 맑은 이미지의 김주완이 맡았다. “모계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엄마와 왜소한 아들로 설정했다”는 이성열 연출은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전쟁으로 인해 마모되는 섬세한 심리 묘사를 표현하기 위해 김주완은 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쪽나라와 서쪽나라의 전쟁터에서 각 국의 사령관으로 이호재와 권병길이 나선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이호재는 에 이어 이번 작품이 벌써 올 해 두 번째 무대. “사령관으로서 난 후퇴한 적이 없으니 2개 사단을 다 죽여버리라고 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처럼 잔인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전쟁과 인물의 잔인성을 역설하는 그는 여전히 연습실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덧붙인다. 그간 TV와 영화에서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서쪽나라 사령관 역의 권병길은 “3년 만에 무대에 서려니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연극을 준비하는 진지한 자세를 통해, 이것이 예술이구나, 하는 감동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오장군의 어머니 역은 고수희가, 꽃분이 역은 주인영이 맡았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꽃과 나무, 소와 개 등의 모습은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고향마을과 군대 등을 비롯, 상황과 장소, 배역의 대비를 통해 웃음과 비극의 아이러니함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연출의 바람이다. 연극 연습현장 소 몰아 밭 갈고 맛난 밥 배불리 먹는 것이 좋은, 오장군(김주완)집배원이 들고 온 징집 영장"장군아, 너 군대에 가야겠다"(어머니_고수희)"꽃분아 이것 봐라~""아이 만들고 군대 가~"여러모로 능동적인 꽃분이(주인영)군대는 쉬운 곳이 아니지.상대방에게 거짓 전술을 흘려주는 것, 어떨까?괜히 오장군에게 어깨를 주무르라고 하는 건 아니다. 숨겨진 계략은 무엇?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26 / 조회 9,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