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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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진수 보여줄 ‘라스트 세션’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의 각오
'국민 배우'라 불리는 신구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화제를 모은 오영수가 참여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이 내달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신구, 오영수는 지난 8일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 대해 "관객이 즐겁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 고 각별한 기대를 밝히며, 완벽한 공연을 예고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을 무대로 구현했다. 지난해 국내 초연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내년 1월 앵콜 무대로 돌아오는 이 작품에서 신구와 오영수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으로 분하며, 이상윤과 전박찬이 C.S. 루이스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또한 초연에 이어 연출가 오경택이 연출을 맡았다.
연극은 인생의 지침서
오영수 배우 참여해서 작품이 더욱 풍성해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구 배우는 오영수 배우의 합류에 대해서 "국립극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오영수 배우가 참여해서 극이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오영수 선생은 화려하게 주목받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제 몫을 해내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셨다. 자기 몫을 충실히 하면 언제가는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신구는 프로이드 역에 대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고 문학평론가이다. 나와는 전혀 다르다. 배우는 무슨 역이든지 최대한 그 캐릭터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데, 어떻게 가깝게 갈 수 있는지가 고민이다. 아무리 가끼이 가도 그 양반과는 똑같이 될 수는 없다.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연극을 관객들이 즐겁게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프로이드처럼 나도 교회나 절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런 점은 같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밝힌 신구는 "요즘은 내 나이 계산을 안 한다. 몇 살인지 개의치 않는다. 연극에 집착을 하는 게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은 인생의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있는 한 무대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극과 함께할 거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극 무대가 삶의 목적이고 의미
자제력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연극 '라스트 세션' 만나
드라마로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다른 제안을 물리치고 연극 무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영수 배우는 "지금까지 오십 년 넘게 조용한 모습으로 연기자 생활을 해왔다. '오징어 게임'이란 작품으로 갑자기 부상이 돼서 내 이름이 여기저기 불리게 되니 정신적으로 현란했다. 자제력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연극 의뢰가 들어왔다. 자제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는 그는 "프로이드의 대사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고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 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신구 선배님이 이 역을 하셨다고 하길래 저도 용기를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오영수 배우는 "배우로서 연극 무대가 삶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생각하면서 연극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를 덜 먹었을 때는 연극이 관객이 뭔가를 알려주는 존재로 생각하면서 연극을 해왔다. 관객들이 주는 눈빛에 환희도 느꼈다. 지금은 나이를 먹다 보니까 '과연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삶이 뭘까' 생각하게 된다. 무대라는 가상 현실을 통해서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고 싶다. 연극하면서 생각은 늘 이렇게 해오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인생이 녹아져 있는 노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를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재연 무대에 대한 궁금증 커
오영수 선생님, 전박찬 배우와의 새로운 호흡 기대
초연에 어이 신구와 함께 재연 무대에 오르는 이상윤은 "다시 재연에 참여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신구 선생님이 하신다고 해서다"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말한 이상윤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작년에 한 사람도 저고 내년에 할 사람도 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담보다는 궁금함이 크다. 작년에는 첫 도전한 연극 무대에 대한 호기심이 컸는데, 이번에는 이미 했던 작품을 다시 시간과 노력을 쏟아 연습하고 다시 무대에 오른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오영수 선생님, 전박찬 배우랑 새롭게 호흡을 맞춰보는 것도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이상윤은 루이스에 대해 "대표적인 유신론자이고, 우리에게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문학이나 논릭학에서 뛰어난 분이었다. 그런 걸 활용해서 신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하셨던 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극은 동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일
신구, 오영수 선생님을 모시고 연기할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오영수와 함께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게 된 루이스 역의 전박찬은 "재공연이라 마음의 갈등이 컸다. 왜냐하면 이미 관객들은 멋진 루이스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고민이 됐다. 그런데 오영수 선생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구, 오영수 선생님을 모시고 내가 연기할 수 있는 날이 또 올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즐거움 속에 연습하고 있다고 전한 전박찬은 "연극은 동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일인 것 같다. 그동안 동시대의 소수자와 약자를 소개하는 작품을 해왔는데 이 작품에도 나치, 스페인 독감, 유대인, 인종차별 등 당시 여러 문제들이 다 들어가 있다. 이 작품 또한 제가 계속 해오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는 "루이스처럼 저도 어머니의 기도로 커온 어린 양인데 이 작품을 하게 되면 어머니가 굉장히 기뻐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관객들이 작품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봐주셔서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다
끝으로 오경택 연출은 "지난해 초연의 연출을 맡게 됐을 때 대사를 보고 다루고 있는 언어들이 전문적이고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다. 또 번역극이라서 본래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다. 배우들과 공부하고 분석하고 의견 나누면서 최대한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자고 뜻을 모았고 초연 당시 관객들이 저희가 우려했던 것보다 이 작품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봐주셔서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재연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덧붙여 오 연출은 "이 작품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지적인 논쟁이 뇌를 재미있게 만들고, 자극하는 엄청난 힘이 있다. 또한 지적 논쟁이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적논리가 대화의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들, 인간적인 면모가 보여지는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연출은 "이 작품은 제 2차세계대전이 본격적으로 발발하는 날이 배경이다. 작품의 배경처럼 인간들이 일으킨 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도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하길 인간이 만들어 낸 인재일 수 있다.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고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훼손해서 다함께 고통받는 이런 재앙들을 초래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은 단지 신의 유무를 논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신의 유무를 떠나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이 년 여 넘게 코로나라는 불가항력적인 제약 속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구나를 느꼈다. 나만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나와 연계된 세상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내년 1월 7일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개막한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파크컴퍼니 제공
2021.12.09 / 조회 19,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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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오영수·이상윤·전박찬 출연…연극 ‘라스트 세션’ 2022년 1월 7일 개막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두 명의 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의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이 2022년 1월 7일 개막한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Mark St. Germain)이 아맨드 M. 니콜라이(Armand M. Nicholi, Jr.)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에 대한 도발적인 토론을 야기한다. 20세기의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작품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년 간 총 775회의 롱런 공연을 기록, 2011년 오프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신작연극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바 있다. 2020년 파크컴퍼니에서 한국 초연으로 선보였었다. 이번 공연에는 신구 • 오영수가 ‘프로이트’ 역을, 이상윤 • 전박찬이 ‘루이스’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은 초연에도 출연하며 범접할 수 없는 연기력으로 프로이트 그 자체를 연기했던 신구가 출연한다. 그는 “내 생애 도전하는 다시 없을 마지막 작품이라 할 만큼 애정이 큰 작품이었다. 열심히 했음에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비쳤다.
또한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대체 불가 연기력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오영수는 “‘오징어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전하며 작품에 임하는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한편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C.S. 루이스’ 역에는 드라마 ‘원더우먼’을 성황리에 마치고 다시금 연극 무대로 돌아온 이상윤이 “‘라스트 세션’은 내게 첫사랑과 같다. 내 인생의 첫 연극이라 그런지 의미가 남다르다”고 애정을 표하며 “다시 만난 루이스를 더욱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에 루이스의 새 얼굴로는 다양한 무대에서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전박찬이 참여한다. 그는 “운명 같은 타이밍에 좋은 대본을 만났다”고 하며 “관객들이 이미 멋진 루이스를 만났지만 또 다른 루이스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오는 1월 7일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며 오는 11월 23일(화) 오전 11시 인터파크를 통해 1차 티켓오픈을 한다.
☞ 연극 '라스트 세션' 티켓 오픈 안내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주)파크컴퍼니 제공
2021.11.17 / 조회 1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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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손숙·오영수·정영숙 '3월의 눈'으로 무대에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내달 7일 명동예술극장 개막연극 ‘3월의 눈’에 출연하는 배우 오현경, 손숙, 정영숙, 오영수(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인 배우 오현경, 손숙, 오영수, 정영숙이 국립극단 2018년 첫 작품 ‘3월의 눈’으로 뭉친다. 국립극단은 대표 레퍼토리인 ‘3월의 눈’을 오는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3월의 눈’은 ‘한국 희곡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극작가 배삼식의 대본을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손진책이 연출한 작품이다. 손자를 위해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는 장오와 그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를 그린다.내릴 때는 찬란하지만 닿으면 금세 사라지는 ‘3월의 눈’과 같은 인생의 레퍼토리를 담고 있다. 손진책 연출은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라면서 “삶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해 처음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거쳐 올해는 명동예술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과 다시 만난다. 그동안 장민호, 백성희, 박혜진, 박근형, 변희봉, 신구 등 대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현경과 손숙, 오영수와 정영숙이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하성광, 김정은, 유병훈, 이종무, 박지아 등도 출연한다.티켓 가격은 2만~5만원.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1.18 / 조회 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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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마음을 밝히고 싶은 당신에게…연극 <불역쾌재>
조금은 낯선 제목의 연극이 찾아왔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을 지닌 .
정약용 선생의 시 ‘불역쾌재행’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만들었다는 이 연극, 과연 작품의 제목처럼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장우재의 신작 의 프레스콜이 지난 26일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 행사에서는 주요장면 시연과 장우재 연출을 비롯한 주연배우 이호재, 오영수, 이명행, 윤상화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연극 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상상 속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13년 , 2014년 , 2015년 등을 통해 최근 3년 간 연극계의 주요 상을 휩쓴 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가 집필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극은 왕을 비판하는 책을 쓴 ‘태보’가 조정에 끌려오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태보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대부인 ‘경숙’과 ‘기지’는 이로 인해 파직을 당하고, '태보'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한편 '왕'은 '태보'의 죽음으로 갈라질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경숙'과 '기지', 둘 중 한 사람을 택해 책임을 묻고 처단하고자 한다. 각자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찾아 자신에게 고하라는 명을 내린다. 즉, '왕'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실 속 양극화 현상에 빠진 우리 사회를 보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세대갈등, 빈부격차, 좌우이념 등의 대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우리 시대의 화두 말이다. 뿐만 아니라 “백주대낮에 배에 빠져 죽은 일곱 명의 젊은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까?”라는 대사 등은 직접적으로 특정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에 대해 장우재 연출은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가 따라온 것 뿐 의도적인 현실비판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현실을 비판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작품을 쓰려고 했던 이유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넣고자 했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연극인데, 답을 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의 문제가 들어온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다.”
하지만, 장우재 연출은 이러한 메시지를 결코 무겁게 다루지 않았다. 전작에서 우리 사회를 냉혹하게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한 편의 우화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둠을 뒤집어 밝음을 보는 이야기’라고 말한 만큼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며 관조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여정을 기록하는 ‘사관’이란 캐릭터는 그런 의미에서 장우재에게 적절한 장치였다.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건들은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단지 팩트를 전달하겠다는 이유라기 보단, 어떤 사실을 두고 각자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관'이란 인물을 전달자로 설정했고,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시각 차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가는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경숙' 역의 이호재(좌)와 '기지' 역의 오영수(우)
▶ '왕' 역의 이명행과 '늙은 사관', '태보' 역의 윤상화
한편,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호재, 오영수, 이명행, 최광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이다. 특히 ‘경숙’ 역의 이호재와 ‘기지’ 역의 오영수, 두 사람의 연기 경력을 합하면 무려 100년, 1세기가 될 정도다. 서로 갈등을 하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야하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는 캐릭터에 대해 오영수는 “기지라는 인물은 정체되어 있는 사회에서 뚫고 나와야 하는 국민의 의식과 열망을 지향한다. ‘경숙’ 역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고 설명하며 “양극화로 나타난 사회정치적 현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결국 어떤 통합의 메시지가 있다. 요즘 사회가 너무 어지러운데, 연극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대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왕’역의 이명행은 “왕은 기준직과 기준호로 대변되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가고 싶은 이상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다. 상황이나 인물관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햄릿’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 고민의 값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는 다음 달 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6.10.27 / 조회 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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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장우재 신작 '불역쾌재' 26일 막오른다
이호재·오영수·이명행 연기파 출동
11월6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 올라
"질문들 여유럽게 바라보자는 의도"연극 ‘불역쾌재’(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LG아트센터는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장우재와 함께 제작한 신작 ‘불역쾌재’를 오는 26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장우재는 한국 연그계 대표적인 이야기꾼이다. 2013년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희곡상을, 2014년 ‘환도열차’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공연과 이론 작품상’을, 지난해 ‘햇빛샤워’로 ‘차범석 희곡상’과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최근 3년간 굵직한 연극상을 휩쓸며 주목 받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다. 이번 신작 ‘불역쾌재’(不亦快哉)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제목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란 뜻으로, 다산 정약용의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중국 문인 김성탄(金聖歎)의 ‘불역쾌재삼십삼척’(不亦快哉三十三則) 등 옛 선비들이 세상을 달랬던 시에서 따왔다. 두 주역 ‘경숙’과 ‘기지’ 역에는 50년 넘게 연극 무대를 지키며 100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해 온 관록의 배우 이호재와 오영수가 출연한다. 두 대감 중 한 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젊은 ‘왕’ 역에는 ‘푸르른 날에’, ‘칼로막베스’, ‘히스토리보이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명행이, 두 대감을 호위하는 순수무사 ‘회옹’ 역에는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시련’ 등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최광일이 연기한다.작품의 화자로 두 대감의 금강산 여정을 기록하는 두 명의 ‘사관’ 역에는 장우재 연출의 주요 작품에 모두 출연하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윤상화와 김정민이 맡는다.이외에도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사회의 기둥들’ 등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 유성주와 극단 이와삼의 조판수, 마두영, 김동규, 이동혁, 황설하, 전영서, 고광준, 라소영, 손은경 등 총 16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장우재는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절박한 상황에 처한 두 대감이 문제를 풀기보다는 뜬금없이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며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들을 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삶에는 어두움과 밝음이 같이 있음에도 우리는 종종 밝음을 잊는다.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서 밝게 보려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0.16 / 조회 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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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연출 장우재 신작 '불역쾌재' LG아트센터 오른다
이호재·오영수 등 연기파 '총출동'
조선 배경 어둠 뒤집어 밝음 보다
10월26일~11월6일 완벽호흡 선봬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 극단 이와삼 대표(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타연출가이자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별칭이 붙는 장우재 극단 이와삼 대표가 오는 10월 신작을 들고 돌아온다. 관록의 배우 이호재·오영수 등과 함께 다.최근 3년 간 ‘여기가 집이다’, ‘환도열차’, ‘햇빛샤워’ 등의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연극대상·동아연극상·차범석희곡상·김상열연극상 등 굵직한 연극상을 휩쓴 그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역쾌재’다.‘불역쾌재’(不亦快哉)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關東漫遊)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두 대감 ‘기지’와 ‘경숙’이 왕의 질문을 품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제목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으로, 다산 정약용(丁若鏞)의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 중국 문인 김성탄(金聖歎)의 ‘불역쾌재삼십삼척’(不亦快哉三十三則) 등 옛 선비들이 세상을 달랬던 시에서 따왔다. 기지와 경숙은 왕의 스승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존경 받는 인물이지만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돼 하루 아침에 파직당한다. 다음 날 궁궐 앞에서 만난 두 대감은 ‘금강산 외팔담 아래에 동굴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언쟁을 벌이고, 이에 대한 내기로 함께 금강산으로 떠난다. 둘은 여행길에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기묘한 경험을 하는데 사사건건 대립을 거듭한다.장우재는 “사람들이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세상이 어둡기 때문”이라며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 밝게 보려는 마음에 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경숙과 기지 역에는 관록의 배우 이호재(왼쪽부터)와 오영수가 캐스팅됐다.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경숙과 기지 역에는 관록의 배우 이호재와 오영수가 캐스팅돼 화제를 모은다. 50년 이상 연극 무대를 지켜 온 두 배우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연극계 거장이다. 작품에서 이호재는 풍류를 즐기는 호인 경숙역을, 오영수는 실용학문의 대가 기지 역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친다.두 대감 중 한 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왕 역에는 ‘푸르른 날에’, ‘히스토리 보이즈’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명행이 출연한다. 두 대감을 호위하는 순수무사 회옹 역에는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시련’의 배우 최광일이 맡았다. 작품 화자로 등장해 금강산 여정을 기록하는 두 명의 사관 역은 ‘환도열차’에서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 윤상화와 김정민이 연기한다. 김정민은 2015년 ‘햇빛샤워’의 주인공 광자 역으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사회의 기둥들’의 베테랑 배우 유성주, 장우재가 이끄는 극단 이와삼의 김동규, 황설하 등 연기파 16명의 배우들이 무대를 채운다. ‘불역쾌재’는 10월 26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9.09 / 조회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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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까지나는 곧 이혜영"…네번 고사 끝 수락한 무대
국립극단 '갈매기' 출연
4년 만에 연극 복귀 "때가 된 듯하다"
안톤 체호프 대표작이자 스테디셀러
1994년 희곡 읽고 '니나'에 빠졌으나
이제는 아르까지나 역할에 몰입
"잘하는거 해라 조언 듣기 잘했다 싶어"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로 4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배우 이혜영. 그는 “아르까지나 역은 오랜 숙제였다. 이 역을 맡아 기존의 익숙한 나를 깨고 파괴하며 해체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번 아르까지나는 예술에 도전했다가 좌절과 실패를 맛본 한 여자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네 번을 고사했다. 별로 내키지 않았다. 마냥 낡고 고루할 것 같은,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다.” 제안받은 역할보다 다른 배역에 눈길이 간 것도 선뜻 결정을 못 내린 이유였다. 그래도 결국 배우 이혜영(54)은 무대로 돌아왔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연극 ‘갈매기’에서 이혜영은 이미 수차례 거절했던 유명여배우의 역할 ‘아르까지나’를 연기한다. 이번 작품은 2012년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후 4년 만의 복귀작이다. ‘갈매기’는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연인인 소설가 뜨리고린, 아르까지나의 아들 뜨레쁠레프와 연인 니나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풀어놓는다. 이들의 사각관계를 축으로 예술과 인생, 인간의 욕망·갈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데 120년 전 희곡이지만 요즘도 자주 공연하는 현대 고전 중 하나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혜영은 “오랜 숙제를 풀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연극배우로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꽤 많은 연극에 출연했고 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나를 연극배우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때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극배우로 자리매김하려면 잘하는 거를 해야 한다며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를 연기해보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희곡을 다시 읽어보니 이번에는 니나가 아닌 아르까지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태생적 아르까지나 이혜영의 ‘갈매기’ 한 장면(사진=국립극단).◇태생적 아르까지나 ‘이혜영’“마샤가 젊어 보여요, 내가 젊어 보여요”라는 대사를 할 땐 영락없이 한물간 여배우였다가 아들의 전위극을 보고 난 뒤 “예술계에 대한 반항, 패배주의”라 비꼬는 대목에선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로 돌변한다. “항상 긴장하고 있다”는 외침에선 예민한 배우의 집념도 비친다. 명동예술극장 무대 위에는 한물간 여배우로 치부했던 아르까지나가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지루하거나 내면화한 갈등 속 관념적이던 체호프의 대사가 뾰족하게 가슴을 후볐다. 쌩 고개를 돌리거나 도도한 손짓·표정만으로도 캐릭터의 화려하면서도 불안한 고뇌를 뿜어냈다. “이혜영은 자연인인 배우와 극중 등장인물이 일치하는 태생적 아르까지나”라는 김윤철 감독의 말이 이해가 되는 무대였다. 이혜영이 ‘갈매기’를 처음 접한 건 연출가 김광림 덕분이었다. “희곡을 읽은 게 1994년 김광림 연출의 연극 ‘집’이란 작품에 출연할 때였다. 김 연출이 갈매기 4막의 니나 독백을 내 대사로 극에 집어넣었다. 당시 읽었던 희곡 중 최고였다. 읽자마자 펑펑 울었다. 그때는 니나밖에 안보였다.”이후 수차례 ‘갈매기’ 출연 제안이 들어왔지만 니나가 아닌 역할이라 매번 거절했다고 했다. “이번에 다시 제안을 받고 희곡을 읽는데 엄마이자 여배우인 아르까지나의 처지에 더 몰입하게 됐다.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패션 70’s’(2005) 등. 이혜영은 TV와 스크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배우로 알려졌지만 무대가 고향이다.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한 35년차 배우다. 1996년 ‘문제적 인간, 연산’으로 각종 연기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줄곧 영화계에서 활동했으나 13년 만인 2012년 ‘헤다 가블러’의 타이틀 롤을 맡아 연극상을 두루 수상했다. 이번 역할은 그녀의 연기내공을 입증하는 무대다. “니나처럼 어린시절에 배우가 되고자 갈매기처럼 산 여자다. 실패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여자다. 한물갔다니. 천만에. 모든 캐릭터와 관계하고 평등하며 아직도 왕성히 활동하는 성공적인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외롭고 고독하다. 한 인물로서 그처럼 멋진 인격도 없다.” ◇음악·오필리어 대사 삽입…지루하단 편견 날려 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보통 중산층 시민이 평범한 공간 속에서 특별한 사건도 없이 살아가는 체호프의 전형적인 소재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아무런 어색함 없이 겹친다. 그 순간 체호프는 곧 삶이란 언어로 읽힌다. 바로 ‘고전의 힘’이다.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출신 펠릭스 알렉사가 이 같은 체호프의 대작을 영리하게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뜨레쁠레프가 작가가 된 순간 종이 수백장이 쏟아져 무대를 뒤덮는 장면이나, 실패한 여배우 니나가 ‘목이 마르다’고 외치자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장면은 삶은 연극과 구분되지 않는 인생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막 시작에 원작에 없던 오필리어 독백을 추가한 것은 백미. 더욱 적극적으로 인물관계의 균열을 일으키도록 아르까지나 연기에 연극성을 더한 것이다. 음악효과는 ‘신의 한수’였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나 뜨레쁠레프의 극중극에 흐르던 곡 ‘카르미나 부라나’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인물과 객석, 극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알렉사 연출은 “이혜영 배우는 굉장히 예민하고 감각적이다. 좋은 직감을 갖고 있다. 캐릭터와 배우가 너무 잘 맞으면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완벽하게 소화하려고 매번 열심히 노력하더라. 새로운 아르까지나를 만났다”고 칭찬했다. 이혜영 외에도 뜨리고린 역을 맡은 이명행을 비롯해 오영수·이창직·박완규 등 중견 배우들이 나서 안정된 발성과 단단한 연기내공으로 극을 이끈다. 반면 뜨레쁠레프(김기수), 니나(강주희)의 무게는 신인이 이끌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극 전반에서는 이상을 품은 청년을 잘 표현하는가 싶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세밀한 심연은 들여다볼 수 없고 절규로만 흘러 아쉬움을 남긴다. 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갈매기’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09 / 조회 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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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노경식 50年 헌정 무대…연극 '두 영웅'
2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원로예술인재조명사업 일환 열려
오영수·남일우 등 '노배우' 출연해극작가 노경식(사진=노경식 공식 홈페이지).[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작가 노경식(78)의 50년 희곡인생을 기념하는 ‘역사극’ 한 편이 개막했다. 연극 ‘두 영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스튜디오 반, 극단동양레파토리의 원로예술인재조명 사업 일환으로 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창작극 ‘두영웅’은 조선왕조의 사명당 유정(1544-1610) 큰 스님과 이웃나라 일본국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대장군을 그린 역사극이다. 유정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승병대장으로서 큰 전과를 올린 인물이다. 가토 기요마사의 적진에 4차례나 찾아가 3번 회담하고, 왜군 침공의 부당성을 설파하며 무리한 요구를 물리친 공로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1604년 8월 대일강화사신의 사명을 띠고 8개월간 머무르며 도쿠가와를 설득해 수많은 포로 동포들과 함께 귀국하는 대업을 이뤘다. 2년 뒤에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지난 19일부터 총 11회 공연하며 노경식 선생 50년과 더불어 지난해 한·일수교 50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노경식·김도훈이 예술감독을, 김성노 동양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사명대사 역에는 연극배우 오영수(72), 이수광 역엔 배우 남일우(78),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는 이인철(65),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에는 김종구(61) 등이 연기하며 총 3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한다.극작가 노경식은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철새’로 등단했다. 197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극단 산울림 등지에서 올려진 ‘달집’, ‘징비록’, ‘흑하(黑河)’, ‘천년의 바람’, ‘반민특위(反民特委)’ 등의 희곡작품을 쓴 주인공이다. 주요저작물로는 총 7권의 ‘노경식 희곡집’과 역사소설인 ‘무학대사’와 ‘사명대사’ 등이 있다. 예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www.koreapac.kr)과 인터파크(www.ticket.interpark.com)를 통해 가능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1+1 공연티켓지원사업 선정작이다. 02-3668-0007.▶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22 / 조회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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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연극 '그 여자 사람잡네'
2016년 1월 15~2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연극 ‘그 여자 사람잡네’(사진=극단 자유).[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미스터리 코미디극 ‘그 여자 사람잡네’가 2016년 1월 15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결혼 3개월차 신혼부부인 다니엘과 프로랑스는 알프스산이 바라다 보이는 친구의 산장으로 휴가를 왔지만, 아내 프로랑스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날 마을에 새로 부임한 막시먼 신부가 프로랑스를 대동하고 나타나고, 다니엘은 그 여인이 자신의 부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형사부장이 사건을 맡게되면서 새로운 반전이 드러난다.극단 자유 대표인 최치림이 연출을 맡았다. 형사 부장 역에 오영수, 떠돌이 화가 역에 권병길, 미스 벨톤 역은 채진희가 열연한다. 이외에도 고인배, 곽명화, 최규환, 남국현, 박윤병 등이 출연한다. 02-3668-0007.▶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5.12.31 / 조회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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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아버지와 아들’…혼재하는 오늘을 담다
연극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 연극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기 위한 제의에서 파생된 노래와 춤에서 찾을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생명력과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이다. 따라서 그는 풍요와 삶을 상징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신이라 일컬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신 뒤 느끼는 감정인 ‘도취’의 정서가 제의에서 행해지는 춤과 노래에서도 반영되었다고 기록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의 연극은 오늘날의 것과는 상이한 모습 일 것이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제의가 인간 삶의 영위를 위해 신에게 청탁을 드리는 범국가적인 행사였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도취의 정서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단면을 연극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현실을 ‘재현’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 많은 연극이 인간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인간은 당대의 이야기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을 다시 관람하고, 전 세계의 수 많은 연출가들이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두고 고민을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연극에서 나오는 인간 군상은 비슷한 패턴으로 범주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현장의 미쟝센만이 다를 뿐 인간이 겪는 갈등과 화합의 구도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리처럼 존재한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좋은 작품의 판단기준은 역시나 시의성 따라서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자면 다른 배경, 다른 표현 안에서도 ‘시의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만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군상을 내포하는 작품이 널리 표현되는 진리로써 인류에게 유의미한 작품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서울에서 공연된 연극 ‘아버지와 아들’은 분명 1895년 농노 해방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오늘의 관객에게 가치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과거를 중첩시켜 시의성의여지를 주는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인물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연극은 상당히 많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 세 자매의 경우만 봐도 근대에서 현대로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세 자매라는 개인들로 치환하여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논쟁, 거기에서 생겨난 담론에 대한 치열함 속에서 관객은 연극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봉착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이 여타의 러시아 작품보다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더 큰 시의성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시대 담론에 대한 여러 접근 보통 시대의식에 대해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한다면 사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희곡에서 묘사하는 그대로 무대 위에 작품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데 급급하다. 지나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번역극들의 경우 표현의 방식이 ‘재현’에 그치는 경우 타 문화, 타 지역에 대해 몰이해한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도 소위 ‘사실적인’ 재현이 무대 곳곳에 등장한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무대 중앙 공중에 달린 샹들리에, 파티에서 남녀가 사교춤을 추는 장면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극적 몰입을 이끌 수 있었던 요소는 대사의 처리이다. 번역투 대사를 그대로 차용할 경우 가진 ‘동화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인물의 말을 구어체와 문어체를 혼재하도록 작업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의상이나 대도구 등으로 시대성을 살리면서도 관객의 이해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시대 담론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접근으로 대체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설득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상징적인 미쟝센의 대비를 통한 주제의식의 강화 그런가 하면 상징적인 미쟝센을 활용하여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부각한 지점도 있다. 하얀색과 초록색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무대 세트가 바로 그 부분이다. 무대 양 옆으로는 하얗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져있고, 무대 전면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져 있다. 그런데 푸른 잔디 위에서는 아르까지와 바자로프를 포함한 신세대로 대변되는 인물들이 주로 말과 행동을 하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진 무대 중심부에는 구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연기를 한다. 이는 배우들의 동선을 통해 세대의 갈등과 그 경계를 상징적으로 언급하기 위해 이러한 무대 미쟝센을 연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구세대와 신세대의 경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사실적인 구현과 상징의 혼합적 표현을 활용한다. 이러한 맥락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두드러지는데 메시지의 중심에는 ‘세대교체’문제가 대두된다. 유산계급으로 치환되는 아르까디의 집안과 무산계급으로 대변되는 바자로프의 집안을 번갈아 조명하는 형식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견해 자체에 대한 언급 뿐 만아니라 세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급 간 견해 차이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낸다.아르까디의 집안은 자본가의 집으로써 구세대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를 중심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이념에 대한 강제력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적 움직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자로프는 신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큰 아버지와 대립한다. 반면에 무산계급으로 그려지는 바자로프의 집안은 ‘아들을 숭배한다’는 표현을 쓰는 바자로프의 부모들을 통해 구세대가 신세대와 화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드러낸다. 구세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산계급 또한 갈등을 겪는데 사회 모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구세대의 긍정성을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바자로프의 견해 때문이다. 신세대의 사회를 대하는 방식과 무산계급 구세대의 이념 또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아버지 세대가 계급 간에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아들 세대에서도 다른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아르까디와 바자로프는 공통적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미 없음’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니힐리즘을 신봉한다. 하지만 자본가의 아들 아르까디는 바자로프와 달리 구세대가 쌓아놓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정은 한다. 구세대의 전형으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불어를 읊조리며 책상에 앉아 늘 지나간 이론들과 씨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그를 비웃지만 아르까디는 그의 과거 업적에 대해는 부정도, 비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자로프는 그런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 상류 집안은 ‘신사적임, 점잖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이 두 청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아르까디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유산계급의 발랄한 여자 까쟈와 결혼하고, 무산계급이었다가 남편에 의해 자본가가 된 안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자로프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사상적 공통분모를 찾고나서 그녀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실에 놓인 벽을 스스로 더 높이 쌓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폭로 결론만 보면 극단적 진보주의 청년 바자로프의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비극적이고 모순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작품의 현 주소이다.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보면 바자로프의 죽음은 개혁가의 죽음으로 결론지을 수 있으므로 희망이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바자로프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열린 아르까디 부자의 결혼식에서 피로연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그의 뜻을 받들겠다는 유산계급 아르까디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식 도중에 바자로프를 대신해 니힐리즘을 계승하겠다고 부르짖는 아르까디의 말이 신빙성 있는가 이다. 수 많은 아르까디가 오늘날까지 존재했겠지만 과연 문제 해결을 할 수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날에 결혼하는 비논리적인 세상에 대한 단면,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를 시끌벅적한 축제로 무마하려는 부패적 삶의 모습, 진실을 마주했을 때 도망가려는 현상에 대한 단면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드러난 부분이 결혼식 장면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가장 강렬하게 쏟아내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가장 큰 동요와 심정적 자극을 받을 것이다.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5.09.14 / 조회 5,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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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과 사랑 그린 <아버지와 아들> 개막
어느 누구보다 가깝지만 또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연극 이 가을의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일 프레스 리허설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연극 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성열 연출의 지휘로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김호정, 윤정섭, 이명행 등 배우들의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농지경영에는 속수무책인 아버지 니꼴라이와 큰아버지 빠벨이 사는 고향 농장에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 아르까디가 혁명을 꿈꾸는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일은 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큰아버지 빠벨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바자로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치고, 아르까디와 바자로프의 환영 파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사업가 안나가 방문하면서 평범하고 조용했던 러시아 농가는 시끌벅적해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는 각각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보여줬으며, 윤정섭, 이명행은 아들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힘 있고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17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 동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을 얻어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9.04 / 조회 8,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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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과 화해, 다른 경지로 보여줘…<아버지와 아들>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그린 소설 으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연극 무대로 소개된다. '아일랜드의 체홉'이라 불리며 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 작품의 국내 연출을 맡은 이성열을 비롯해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이명행, 윤정섭 등 출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 1862년 발표된 소설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급진적 지식인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수식하며, 환멸에 젖은 청년 지식인의 허무주의 특성을 수면 위로 떠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관념과 이상의 세대인 아버지들과 행동과 혁명의 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으며, 아일랜드의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희곡으로 재창조해 1987년 연극이 런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바실리 역의 오영수, 나꼴라이 역의 유연수, 빠벨 역의 남명렬(왼쪽부터)이성열 연출은 한국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정치상황 등의 부분은 낮추는 대신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갈등, 화해, 용서, 이해 등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극적인 소설 속 장면들이 희곡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고 목가적으로 표현될 것을 예고하며, "브라이언 프리엘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어 보이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체홉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가진 불안함, 꿈이 사라진 세상의 들뜬 표정이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한 "그간 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부자 간의 갈등을 담거나 이들의 화해까지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이 가진 남다른 위치를 강조하며, "극중에서 바자로프가 죽음으로서 모든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희생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다른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경지"라고 강조했다. 아들 세대 - 아르까디 역의 이명행, 바자로프 역의 윤정섭(왼쪽부터)제목처럼 극의 중심에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있다. 촌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큰 바실리는 오영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지식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또 한 명의 아버지 니꼴라이는 유연수가 맡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역은 윤정섭이, 그의 친구이자 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나 결국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는 아르까디 역은 이명행이 나선다. 아버지 세대이나 일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이상주의자로, 니꼴라이의 형인 빠벨은 남명렬이 분한다. 자신이 부르짖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괴리와 모순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5.08.20 / 조회 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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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토록 고통스러운 한의 윤회
생과 사의 영역을 막론하고, 그 어디에서건 정신과 육신의 안식을 얻고자 그토록 갈망했건만 나의 원한인지, 나로 인한 그들의 분노인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와 하염없이 구천을 떠도는 비극적인 운명. 온전히 소멸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연산을 옥죄고 있는 이처럼 괴로운 윤회가 또 어디 있을까.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은 그간 폭군, 광인으로 수식되었던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을 조금 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무대다. 어미의 망령에 시달리는 그는, 그 혼을 달래는 굿을 통해 사약을 받아 죽은 어미의 한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어미 잃은 작지만 매서운 새의 날갯짓으로 궁에 피바람을 몰고 온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두발 딛고 서기 힘든 바닥, 쓰러진 채 어지러이 떼를 지어 숲을 이룬 대나무들, 이곳저곳 주저 앉은 서까래와 위태롭게 서 있는 대들보, 기둥. 무대를 마주하자마자 스산하고 불안한 기운에 금세 사로잡힌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극장에 들어가길 권한다. 곳곳에서 안개처럼 등장해 자리하는 이들로 극은 이미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패잔병인지 저 세상의 망자인지 알 수가 없는 이들은 기어코 불안하게 떨고 있는 광기 어린 눈동자, 연산을 어미의 품(물)에서 억지로 끌어내어 결국 저승의 강(물)으로 실려 보내고야 만다. 극의 마지막, 연산의 안식처이자 또 다른 감옥, 녹수의 구슬픈 노래만이 그의 혼과 함께 울고 있다. 1995년 초연 후 20년이 지났지만 압도적인 힘은 여전하다. 이윤택은 향후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초연 때보다 크기를 작게 했다지만, 여전히 이런 무게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무대디자인에 한국 전통 연희가 어우러져 극대화된 연극성은 이윤택 스타일의 극대화이기도 하지만 공연 보는 재미의 극대화를 낳기도 한다. 연산 역을 맡은 백석광은 앞으로 그의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폐비 윤씨와 녹수 등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이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이자람의 재주도 놓치면 아쉽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등 중견, 원로 배우들임을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7.14 / 조회 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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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윤택,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연산이 뒷걸음질 친다. 죽은 어미에게로 향해가는 듯 하더니 이내 곧 쓰러져 저 깊은 나락으로 빠진다. 경사로 된 바닥에 누워 미끄러지며 침몰하는 연산, 그 주변을 에워싸는 귀신들의 눈빛이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그가 찾는 것은 단 한 명의 여인. 자신의 어미 폐비 윤씨이기도, 또 애첩 녹수이기도 한 그녀를 향해 연산은 말하고 그녀는 답한다. "청산 가자, 우리.", "가요, 우리가 가는 길 누가 막소." 공연의 일부 장면을 시연하는 중이나, 배우들의 몰입은 극에 달하고 지켜보는 이들은 숨이 멎는 듯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연산군의 광기, 이에 가시 돋친 얼굴로 그를 둘러싸는 대신들. 구슬픈 녹수의 가락이 허공을 가르는 이곳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가 한창인 연극 의 연습 현장이다. 한때 조선의 왕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왕에게 붙는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가 붙여진 비운의 왕, 연산군의 삶을 담은 이 12년 만에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해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고자 한다. 왕이 된 후 죽은 어미를 위한 제의를 펼치려는 연산과, 폐비 윤씨의 혼을 입은 녹수. 이들이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자들을 대상으로 피의 학살을 시작하는 강렬한 서사가 진혼굿과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이 자주 되진 못했다. 초연 8년 후인 2003년 공연엔 이상직, 신구 등이 출연했으며 이후 12년 만에 공연이 바로 올해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이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나에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떼었다. 작,연출의 이윤택"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반 극단에서는 공연 할 엄두를 못 낸다. 내 스타일로만 하면 내가 죽은 후엔 이 작품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작품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공연은 대본 빼고 다 바꾸었다. 희곡은 영원히 남으니 그대로 두고 음악, 무대, 의상 등 새로운 스텝들의 스타일을 다 수용했다. 다음 공연부턴 내가 연출 안 하고 싶다." 무대, 의상 등 곳곳에서 한국 전통을 강조했던 부분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변주 속에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궁궐의 기둥과 언덕, 대나무숲 등으로 웅장하게 구성되었던 무대는 아크릴 판으로 된 단순한 경사 구조로 변신해 인물들의 위태한 심리를 나타내고자 했다. 신구로 조합된 배우진도 눈길이 간다. 2003년 공연에서도 활약한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등을 비롯해 국립극단의 역사를 만들어온 원로 배우들도 가세했다. 여기에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극에 활기를 더한다. 연산 역의 백석광은 무용에서 연극으로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연산 역을 맡아 연인 이자람과 무대 위 호흡을 맞춘다. "작년에 를 하는데 이자람이 떡을 해 왔더라. 왜인가 싶었는데 백석광 군이 애인이라 애인 응원한다고 온 거였다. (웃음) 그때 이미 을 하기로 했던 터라 녹수가 원래 소리꾼 기생이니 이자람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이윤택) 연산 역의 백석광과 녹수/폐비 윤씨 역의 이자람실제 연인과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백석광과 이자람은 입을 모은다. "같이 일을 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윤택 선생님은 전통 분야까지 섭렵하신 분이라 이번 아니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백석광)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작창과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로도 분해 폐비 윤씨와 녹수, 두 여인 역을 동시에 맡는다. "평소 나와 '팜므' 키워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녹수 제안에 의아했었는데, (이윤택) 선생님이 녹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천민에서 기생 시험에 합격해서 왕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연산의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지이자 노래하는 가인이 녹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하고 배우도 하려니 지금은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웃음)"(이자람) 은 7월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월요일 공연이 있는 대신 화요일 공연이 없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19 / 조회 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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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평가] 잔잔하지만 긴 여운, 연극 ‘3월의 눈’
연극 ‘3월의 눈’이 지난 3월 1일 막을 올렸다. 작품은 2011년 3월 초연 무대에 올라 큰 사랑을 받으며 연이어 5월에 앵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장민호의 빈자리를 박근형이 대신한다. 장오 역에는 박근형과 함께 오영수가, 이순 역에는 백성희와 박혜진이 출연해 꾸미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진한 연극 ‘3월의 눈’, 관객은 어떻게 봤을까?연극 ‘3월의 눈’은 재개발 열풍이 몰아친 마을에 사는 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재개발 대상지가 된 마을 때문에 노부부는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 일상을 살아나간다.한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이 작품에 대해 관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파크의 관람후기를 통해 연극 ‘3월의 눈’을 관람한 관객의 반응을 살펴봤다.ID ‘supia5**’ 관객은 “감히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감동을 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겪고, 지금의 20대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사람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 안녕과 헤어짐에 대한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이런 대본을 써주시고, 연출하시고, 연기하기고,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ID ‘cluen**’은 “프리뷰 이틀째여서 할인된 가격으로 봤는데 그게 다 죄송할 정도였다. 극 중반부터 몸이 떨릴 정도로 눈물이 나는 데, 어쩌면 그렇게 담담하게 연기하시는지…. 백번, 천 번이고 일어나 박수 쳐 드리고 싶을 만큼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ID ‘euri**’ 관객은 “휴지 두둑이 챙겨가길. 슬프다기보다는 먹먹한 감동이 밀려와서 쉴 새 없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ID ‘born**’은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인데 나이가 무색하게 하나도 흐트러짐 없는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전했다.연극 ‘3월의 눈’의 관객 후기는 노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 이어졌다. 하지만 ID ‘vudqja**’ 관객처럼 “기획의도는 좋지만 지루한 감이 있다”는 관객의 의견도 있었다. 연극 ‘3월의 눈’은 어떤 작품?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이 공연은 배삼식 작가와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인 손진책 연출가가 함께한다. 두 사람은 ‘벽 속의 요정’, ‘3월의 눈’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존재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노배우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 압축적인 대사만을 무대 펼쳐놓는다. 노배우들은 긴 호흡의 연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전한다.연극 ‘3월의 눈’은 3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10,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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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들…연극 ‘3월의 눈’, ‘모범생들’
관극만으로 인생과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연극계를 이끌어온 배우 백성희, 장민호가 무대에 서며 화제를 모았다. 긴 호흡 속에서 펼쳐지는 노배우들의 실생활 같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를 배경으로 성적 때문에 펼쳐지는 엘리트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코미디 연극에 지친 관객이라면 짙은 여운을 남길 연극 한 편은 어떨까.3월에 속살거리는 눈꽃 같은 삶연극 ‘3월의 눈’3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지난해 국립극단 레퍼토리 선보였던 연극 ‘3월의 눈’이 다시 공연된다. 연극 ‘3월의 눈’은 존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출연했던 장민호를 대신해 박근형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백성희와 함께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박근형과 백성희를 비롯해 오랜 세월 연기 내공을 쌓아온 오영수, 박혜진 등이 출연한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인 내용 없이 흘러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는다. 이순과 장오는 재개발 열풍인 곳에서 살아간다.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마을은 재개발 대상지가 되고, 두 사람은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장오와 이순은 그들의 일상을 계속해 나간다.작품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와 압축적인 대사를 담는다. 배우들의 느린 움직임과 긴 호흡의 장면으로 침묵과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엘리트들의 스타일리쉬 비극연극 ‘모범생들’4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연극 ‘모범생들’은 사회에서 모범생이라 지칭되는 엘리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2007년 초연한 연극 ‘모범생들’은 고교 입시생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대본, 무대, 조명, 음악, 안무, 의상 등 전 분야에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쳤다.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의 외고가 배경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아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꾸미게 된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사건은 점점 비극으로 치달아 간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가 함께한다. 김대종, 이호영, 홍우진은 지난 공연에 함께했다. 또한, 김대현, 김종구, 정문성 등이 이번 공연으로 첫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이 외에도 실력파 배우 박정표와 황지노가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3 / 조회 9,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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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다시 찾아오는 연극, <3월의 눈>
연극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이 오는 3월, 국립극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다시 찾아온다.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어느 저물어가는 한옥. 은 이곳에 살고 있는 노부부의 잔잔한 일상과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을 결이 고운 긴호흡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박근형이 '장오' 역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이순’ 역의 백성희와 호흡을 맞춘다. 백성희와 박근형은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어 40여 년만에 무대에서 다시 두 배우의 하모니도 기대할 점. 이들과 함께 오영수, 박혜진이 ‘장오’, ‘이순’ 역으로 더블 캐스팅 돼 노부부를 연기한다.
은 노배우들의 연기를 뛰어넘는 연기와 압축적인 대사, 삶을 담은 서정성으로 지난해 3월 초연해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5월 앵콜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은 3월 1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2.02.14 / 조회 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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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연극의 향기,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대한민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거장으로 통하는 김정옥 연출의 50주년, 100번째 연출작 이 지난 23일 무대에 올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와 알베르 까뮈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한 수녀를 위한 진혼곡’을 각색한 은 함께 사창가에 몸담았던 과거를 가진 상류사회의 여인 백인여자 템플과 그녀의 딸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하고 교수형을 선고 받은 하녀 낸시에 관한 이야기를 추리극 형식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극단 자유 예술감독,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창설, 한국 문화예술진흥원장 등을 역임하며 여든의 나이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옥 연출은 “희랍극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연극을 통해 인간 비극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100번째 연출작으로 선택했다”며 “50년 연출 작업을 통해 “그래도 막은 오른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이어“지루하지 않게, 긴장감을 가진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성숙한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검증보다는 고백을 해야 하는 지금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점을 덧붙였다. 템플 역의 김성녀 배우는 “정통 클래식 연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 이라는 출연 소감을 밝혔다. 상류사회로 합류한 그녀, 템플 (김성녀)잊고 싶은 과거, 흑인 하녀 낸시(전국향)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파국의 길로. 고완(이호성)우리 아이가!진실을 말해요! 스티븐스(오영수)"이 불의에 맞설 수 있는 건 진실 뿐"인간의 원초적 심리를 심도 있게 파고든 연극 은 12월 1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11.25 / 조회 1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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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관록으로 선보이는 ‘인간 비극’
김정옥 연출 50주년 기념작품이자 100번째 연출 작품 이 오는 11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한다.
은 과거에 얽매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백인여성 템플과 그녀의 딸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하고 교수형 선고를 받는 하녀 낸시에 관한 이야기가 추리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연극.
윌리엄 포크너 원작 알베르까뮈 각색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인 문호인 두 작가의 공동작업으로 주목받으며 1956년 프랑스 초연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선 1969년 김정옥 연출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 김정옥 연출은 그의 100번 째 연출작으로 이 무대를 선택하며 “희랍극의 전통을 이어받은 이 정통연극으로 인간 비극의 본질을 파헤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성녀가 주인공 ‘템플’ 역을 연기하고 오영수, 권병길 등 극단 자유 출신 연기자들과 이호성, 전국향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은 오는 11월 23일부터 12월 1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1.10.31 / 조회 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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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아우르는 감동, 연극 ‘3월의 눈’ 앙코르공연
지난 3월, 매진행렬과 기립박수 속에서 막을 내린 (재)국립극단의 연극 ‘3월의 눈(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이 앙코르공연을 갖는다.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기념공연으로 초연된 ‘3월의 눈’ 앙코르공연에는 배우 장민호 더불어 오영수, 박혜진 외 정진각, 박경근, 박성준, 조주경, 성노진 등이 함께한다. 연극 ‘3월의 눈’은 오래된 집에 살던 장오가 집을 떠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그려낸다. 조용하던 골목은 일종의 관광지가 됐고 집의 새로운 소유주는 삼층 건물을 올려 카페와 액세서리 가게, 음식점을 들일 계획이다. 인테리어업자, 고목재상들이 집을 찾아와 문짝과 마루, 기둥으로 다시 쓰일만한 목재들을 사가고 마지막에는 뼈대만 남는다. 장오와 장오 추억 속 아내 이순은 모든 일이 꿈인 듯 일상을 지속한다. 작가 배삼식은 배우 장민호와 백성희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영감을 바탕으로 1주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작가의 말처럼 연극 ‘3월의 눈’은 장민호, 백성희를 위한 오마주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내용도 없이 모든 움직임과 호흡이 느려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느림과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침묵은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건함과 경외심을 일으킨다”며 “관객들에게 정서적 휴식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일명 웰빙 연극”이라고 전했다. 이번 앙코르공연에서 배우 장민호는 주 8회 공연 중 5회 공연(화, 금 8시, 수, 토, 일 3시)에 출연하며 그 외 3회는 배우 오영수가 출연, 깊이 있는 연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3월의 눈’은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 위치한 한정식 전문점 ‘산천(02-365-4833)’과 함께 ‘공연식사패키지’를 준비, 공연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연극 ‘3월의 눈’ 앙코르공연은 5월 7일부터 6월 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4.19 / 조회 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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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의 전설 백성희, 장민호 <3월의 눈>으로 뭉쳤다
60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두 배우를 향한 경의의 연극이 곧 막을 올린다. 국립극단의 새 작품 은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백성희(86), 장민호(87)를 위한 무대로, 그들의 이름을 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이기도 하다. 22일 서계동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연극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백성희, 장민호는 “감격스럽고도 떨린다”며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연극 역사에서 개인 이름으로 된 극장이 처음 탄생하는 거라 ‘꿈이 아닌가’하고 놀랐다. 그런 극장에서 공연한다니 60년 넘게 연극을 해왔지만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백성희) “내 이름으로 된 극장에서 내 이름을 단 공연이라는 게 너무나 감격스럽다. 마음의 끈을 바짝 조이고 이 영광을 돌려주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믿어주시길 바란다.”(장민호) 백성희는 1942년 가극 의 뺑덕어멈 역으로 데뷔, 현대극장, 극단 낙랑극회, 신협, 여인극장 등에서 왕성한 공연을 해 왔다. 황해도 출신인 장민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월남 후 1946년 공연으로 데뷔했으며, 라디오 성우를 거쳐 신협, 국립극단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 모두 국립극단 단장을 두 차례씩 역임하기도 했다. 한옥을 지키며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함께 겪는 ‘장오’와 ‘이순’으로 두 배우가 부부 호흡을 맞추는 이번 작품은 배삼식 작가가 일주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대본이 살아있는 말이 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글 쓰는 행운이 쉽게 찾아오지 않지만, 이 작품 쓸 때는 두 분이 그대로 글 속에 들어와 그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쓰기만 하면 되었다”는 그는 “연극이 배우예술이라는 걸 이번 작품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장민호 선생이 동선 연습 첫날 모든 배우들 중 가장 먼저 대사를 다 외워 대본을 손에서 놓았다”고 말하며 “두 배우의 삶의 역사가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려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말 서계동에 문을 연 백성희장민호극장은 200~400석까지 운용 가능한 실험적 극장이다. 개관작 연극 은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공연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1.02.23 / 조회 1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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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인생 끝자락에서 만난 사랑
‘늙어서 주책’이란 말이 빈번이 쓰이는 우리네에서 일흔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야말로 주책 같은 이야기일까.
강풀 만화 원작, 연극 는 절대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인생 끝자락, 삶에 대한 열정보다 고요한 여생을 보낼 것이라 여겨지곤 하는 노인들의 사랑이 젊은이들 못지 않게 정열적이고 순수하다.
새벽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욕쟁이 할아버지가 평생 이름조차 갖지 못하고 파지를 주우며 사는 송씨 할머니에게 한 눈에 반하는 과정은 여느 젊은이들의 그것 다를 바 없다. 소위 ‘까칠남’으로 말머리에 ‘제기랄’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이지만, 우연히 마주친 송씨 할머니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괜히 화난 척 큰소리도 쳐보지만 앉으나 서나 송씨 할머니 생각뿐. 파지를 모으는 그녀를 위해 우유곽을 모아 주고 차디찬 그녀의 방에 연탄불을 넣어준다. 할머니가 새벽 우유배달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선물한 장갑은 날씨가 풀려도 착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치매에 위암까지 걸려 곧 이 세상에서의 인연을 마쳐야 하는 노부부도 있다. 매일 주차장 관리 일을 마치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늙은 남편은 반 백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자신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아내이지만, 지금 옆에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할아버지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훨씬 긴 두 쌍의 연인들의 이야기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로운 사람들끼리 등 기대고 손 맞잡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건 나이나 성별에 상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보다 5년은 더 살게, 약속할게” 따뜻한 추억만 가지고 떠나려는 할머니를 잡는 할아버지의 맹세는 그 어떤 프로포즈보다 절절하다. 육체는 나이 들어도 감정은 박제 당하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2007년 초연 이후 꾸준하게 사랑 받아온 이 작품의 관객 연령층이 중년 이후일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20대 초반 연인들부터 흰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 막바지,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함께 온 동반자의 손을 꼭 잡게 하는 건, 이 작품만이 가진 힘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0.05.24 / 조회 9,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