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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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늠해 볼 때 안되겠다 싶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3월의 눈> 신구
신구는 지금도 매니저나 코디네이터가 없다.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치고 손수 운전해 연습실과 촬영장을 오가고, 사진 촬영이 있는 인터뷰라도 할 때면 한두 벌 여분의 옷을 직접 챙겨 나온다. "올해는 약주를 좀 줄이세요."라고 말하는 후배 배우에게 빙그레 웃음을 날리며 반주의 기쁨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피력하는 귀여운 미소천사 할아버지이지만, 그 이전에 자기 관리가 누구보다 철저한 배우가 바로 신구인 것이다. 무대는 그러한 배우 신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배우로서 첫 발을 디뎠던 곳, 언제나 "의미가 깊은 곳", 신구는 2015년도 무대에서 시작한다. 연극 과 함께 말이다.다 내주고 갈 때, 아득히 내리는 연극 연습실은 고요했다. 도시화로 인해 곧 헐릴 한옥에 사는 노부부 장오와 이순이 주고 받는 담담한 대사들이 이따금씩 정적을 깨지만, 다시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이기 때문이다. "소리와 동작에 절제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하고, 기다리고. (대사) 사이사이에 있는 정서가 슬로우 모션같이 담기는 거죠." 런쓰루(실제 공연과 같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 후에 이어지던 손진책 연출의 말에서도 이 작품이 지닐 향기가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소리 없이 내어주는 존재들에 대한 경건한 목례. 올 3월에도 반갑게 관객들에게 내릴 에서 신구는 장오 역을 맡았다. "외모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안에 쌓인 내공으로 압축된 감정이 유지되고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 그래서 대사도 얼마 없고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지만 무척 힘이 들지."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로 2011년 초연한 은 그간 백성희, 故 장민호를 비롯해 오영수, 박근형, 박혜진, 변희봉 등 관록의 배우들이 함께 해왔다. 지내온 세월과 함께, 삶을 대하는 깊이가 켜켜이 쌓인 배우들이 그대로 작품 속 인물과 이야기가 되어 매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올해는 이 작품을 헌정받은 초연 배우 백성희, 고(故) 장민호가 출연하지 않는 최초의 무대이며 백성희장민호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것이라는 점도 새롭다. "장오라는 인물은 이북에서 6.25때 피난 오고, 또 공산정권 시대도 겪고, 우리나라 현대사를 다 겪은 인물이지. 민주화 투쟁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어도 자식이 거기에 휘말려서 행방불명까지 된 상태니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받는 고통이 더 크고 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난해 에 이어 다시 한번 부부 호흡을 맞추는 손숙은 과거 이순들보다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런 게 있어. 슬픔을, 괴로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더 괴롭고 슬프게 표현하면 보는 사람도 괴롭거든. 그래서 역으로 그렇게(귀엽고 밝게) 표현했을 때 그런 슬픔의 정서가 더욱 짙어지지." 은 공연을 이미 본 관객들이 다시 찾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 시절을 겪지 않았을 뿐더러 장오와 이순의 손주쯤 되는 젊은 관객들까지 숨죽여 흐느끼는 모습을 과거 객석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구는 장오를 두고 "그래도 증손주까지 봤으니 여한 없이 다 털고 가는 거지. 이순이 자꾸 와서 얼씬거려서 가는 건가?"하며 훌훌 웃었지만 이내 "그래도 장오는 해석하기 나름이야."라고 덧붙인다. "처음에는 장 선생, 이 선생님 기념 공연이 됐지만 이제 4, 5년이 지났으니까 매해마다 색깔이나 모양새가 달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누가 했느냐, 아, 누가 했구나, 하고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거지. 그러면 나이 지긋해지면서 배우들이 이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고. 몇 년도에 누가 장오 역을 어떻게 했지? 그렇다면 이번엔 색다른 형태의 장오를 만들어 보겠다, 그러면 새롭잖아. 보시는 분들도 '아,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쉰다는 것, 아직 생각해 본 적 없어 연극, 관객들이 계속 찾을 수 있게 우리들이 더 노력해야 본격적인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을 무렵 신구는 tvN 촬영 차 그리스로 떠나야 했다. 첫 대본 리딩 후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초반 연습이 아주 중요할 때인데 ( 촬영) 시간을 내야 해서 그럴 수 밖에 없었어."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신구의 모습에선 '철저함'이 기본이 된 노장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번 여행도 좋았어. 여행은 항상 좋잖아. 거기 음식이 양갈비가 많더만. 맛있더라고. 아테네도 가고 코린도라는 데도 가고. 마테오라라는 데를 갔는데 희한한 바위 위에 수도원을 세워 놨더라고. 또 산토리니. 빛이 좋으면 바다가 예쁘다고 해. 근데 우리가 갔을 땐 흐리고 비가 왔지." 1936년 생으로 올해 만 79세.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지만 집 거실 테이블에 손자 사진을 놓고 보는 속 깊은 할아버지의 모습도 신구임엔 분명하다. "집에서는 매일 구박이지.(웃음) 매일 전등을 켜 놓고 끄질 않아, 잊어버리고. 옷 갈아입고 아무데나 두고 나오고. 혼자 있다가 집에서 나오면, 나중에 할망구가 들어가 보니 테레비전이 켜 있다는 거야. (웃음) 근데 가끔 내가 보면 할망구도 마찬가지야. 아휴, 그랬수? 서로 그러지. (웃음)" 하지만 그는 여전히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시트콤, 예능 프로그램, 게임 캐릭터 속에 등장해 데뷔 53년 차 배우에게서 으레 예상할 수 있는 '근엄함'을 훌훌 던져 버리는, 그 누구보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구야형', '미소천사' 등의 별명과 함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톡톡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갖게 되는 경외심은 "난 성격이 소심해서 다른 걸 해 볼 생각을 못했지."라며 지금 젊은 세대가 지닌 용기와 놀라운 가능성에 감탄하는 솔직한 자기 고백의 모습을 마주할 때 더욱 커지곤 한다. "은퇴? 우리는 누가 뭐 시켜주지 않으면 은퇴지. 누구든지 다 소실되면, 기력이 없어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지는 거지. 하고 싶어도 사회가 불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그런데 아직 쉬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건 무슨 얘기냐 하면, (작품 섭외가 들어오면) 내가 어느 정도 해야겠다, 가늠을 해 보거든. 체력이든가 일에 대한 열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되나 스스로. 아, 이건 도저히 내 체력으로는 안되겠다, 하면 못하는 건데 아직은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그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지난번에 할 때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어. 대사가 사백 내지 오백 페이지까지 가서. 그런데 어느새 다 끝났네. (웃음)" 그런 그가 씁쓸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더하는 것은 여전히 그늘 속에 있는 연극계의 현주소에 대한 것이었다. "이젠 뮤지컬에 돈이 억수로 들어가잖아. 여기(연극)는 파도 밑에 밑이지.(웃음) 사회가 금전 위주로 되어 있으니 연극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좀 슬프고 괴롭지만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그렇게 되서 제작비의 일부라도 다시 얻고. 이런 것들이 어느 정로 이뤄지면 믿음이 생기니까, 아, 연극이 볼만 하더라, 그러면 전체적으로 좋은 거잖아."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목소리는 지금 연극을 채우고 있는, 여전히 연극을 사랑하는 스스로를 향해 있었다.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작품을 뽑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떠나서, 와서 보시는 분들이 감동을 받게 해야 해. 즐겁고 화려한 것만도 아니고, 또 인생을 고뇌하게만 하는 것도 물론 아니고 재미도 있으면서. 그러면 한번 보신 분들도 계속 연극을 찾게 되는 거지. 또 지금 대학로에 나가보면 (연극이)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거든. 연극 보시려는 분들이 무슨 연극을 봐야 할 지 헛갈리실 거 같은 생각이 들더라. 어떤 공연 봐야겠다, 하고 결정하고 나온 게 아니면 거기에서 그런 애들(호객꾼)한테 끌려가기 십상이거든. 연극인들 스스로 자정을 해야 할 일인지 국가에서 간섭해야 할 일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작품 편수가 너무 많은 느낌이고, 그런 행위는 못하게 해야 하는데." 신구는 한 번도 주례를 서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노역을 일찍부터 맡아 마흔이 되던 해부터 주례 부탁이 들어왔었다지만 당시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 수 있나" 싶어 마다했고, 이후엔 "주례사처럼 내가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거절했다. "누구는 해 주고 누군 안 해 주면 어떻게 해, 이 할아범한테 뭐 들을 이야기가 있겠어."라며 웃는 그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사람이다. 훌훌 다 내어주고 "흩어질 때 흩어지더라도 뭐라도 될테니 섭섭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는 장오의 말처럼, 신구는 무대를 향한 자신의 몫에만 전념할 뿐, 그 뿐이었다. 오늘도.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3.09 / 조회 1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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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손숙 주연의 또 다시 내리는 <3월의 눈>
국립극단이 2015년 봄을 맞이하는 첫 작품으로 를 무대에 올린다. 은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을 기념하여 2011년 첫 무대에 올랐고, 이후 매 공연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작품으로 그동안 故장민호, 백성희, 박근형, 오영수, 박혜진이 무대에 올랐다.이 작품의 배경은 재개발 열풍으로 곧 사라져버릴 한옥으로 이곳은 장오와 이순이 평생을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이다. 은 평생을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과 노부부의 일상을 특별한 반전이나 갈등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이번 시즌에는 에서 부부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구와 손숙이 각각 장오와 이순으로 캐스팅되어 누구나가 경험하는 죽음과 상실의 체험을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은 오는 3월 13일부터 3월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2.06 / 조회 5,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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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소시민들의 이야기, 정의신 작 <푸른배 이야기> 3월 공연
최근 국립극장에서 막을 내린 을 비롯 등으로 유명한 재일한국인 3세 정의신이 신작 를 무대에 선보인다.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의신이 쓰고 연출한 는 광활한 황무지와 바다 사이에 고립된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한다. 3년 간 그곳에서 머물렀던 작가가 30년 후 다시 그곳을 찾아가면서 볼품없고 남루한 동네 사람들의 삶이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진다. 소설 속 소박한 어촌마을은 현재 도쿄 디즈니랜드가 들어섰고, 정의신은 이를 착용해 송도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전형적인 현대적 도시로 변한 인천시 남촌도림동을 작품의 실제 모델로 삼았다. 산업화와 현대화로 삶의 터전과 생의 일부까지 지워진 마을 사람들이지만 충실한 생활과 꾸밈없는 본성으로 생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세를 그대로 비춰내고자 한다. 빠른 템포의 대사를 총 14명의 배우들이 주고 받으며 4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을 번갈아 표현한다. 지난 해 1월 일본 공연 당시 ‘말하는 연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기도 했다. 한국 무대에서는 서상원, 박수영, 김문식 등의 배우가 출연하며 3월 8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3.02.18 / 조회 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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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신 작가의 신작!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연극 ‘아키니쿠 드래곤’의 정의신 작가가 신작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극단 미추와 남산예술센터가 함께한다.작가 정의신은 재일교포 연극인이다. 일본 현대 연극계에서 작가, 연출가로 입지를 굳힌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연극 ‘인어 전설’, ‘겨울 해바라기’, ‘야키니쿠 드래곤’, ‘쥐의 눈물’ 등을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한일 양국에서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베스트3’과 한국연극 선정 ‘올해의 우수공연 베스트7’, ‘아시히 무대예술상’, ‘요미우리 연극상’, ‘기노쿠니야 연극상’ 등을 수상했다.연극 ‘봄의 노래를 바다에 흐르고’는 해방 직전 1944년을 배경으로 한다. 남도의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홍길이네 이발소’ 가족과 주둔 중인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일제 강점기의 공간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소통 가능성의 ‘꿈’을 전한다.이번 공연에서는 작가 정의신과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이 함께한다. 연극 ‘아키니쿠 드래곤’의 박수영, 고수희, 김문식 등이 출연한다.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 ‘겨울 해바라기’로 정의신과 호흡을 맞춰온 서상원, 최근작인 연극 ‘쥐의 눈물’의 염혜란 등이 이번 작품에 함께한다.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6월 12일부터 7월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23 / 조회 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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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의 변주곡> 예상치 못한 다른 무언가,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둣방의 가죽조각’이라며 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곡을 무려 33개의 변주곡으로 탄생시켰을까.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둔 음악학자 캐서린은 왜 베토벤의 ‘33개의 변주곡’ 탄생 배경을 알아내려 했을까.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베토벤은 점점 귀가 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 중에 악보 출판업자인 디아벨리가 부탁한 ‘변주곡 한 편’도 들어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한 편에서 머물지 않고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 서른 세 편의 변주곡을 쓰고야 만다. 21세기 뉴욕에서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음악학자 캐서린은 이제 옷의 단추조차 꿰기 힘들 정도로 관절이 굳어간다. 걸음도 쉽지 않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그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본, 베토벤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베토벤 하우스로 홀로 향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연극 은 의문에 대한 답 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베토벤과 캐서린,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것 외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 작품은 그들의 걸음이 향한 목적이 아니라 걸음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단편들에 의미를 담는다. 변주는 하나의 테마곡이 다른 느낌과 방식의 곡으로 변하는 것, 극중 디아벨리가 “베토벤이 푸가를 썼을 리가 없어!”라고 말하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창작이 변주곡이다. 베토벤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내몰며,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서른 세 개의 창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는 자신을 부수며 예술가의 혼을 따르던 베토벤의 열정이다. 베토벤의 변주곡이 차례로 무대 위에 연주될 때마다 캐서린과 그의 딸 클라라의 관계도 변한다. 재능을 꾸준히 발하지 않고 직업을 바꿔 내내 못미더웠던 딸 클라라의 진심을, 연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의 열정을, 서로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이들 관계의 변주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이해와 아름다움, 기쁨의 순간들을 창조해 낸다. 작품이 어떤 의문에 대한 정답도 주진 않지만, 극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들은 저마다 주관식 답안지를 뿌듯하게 채운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변주곡 33개 중 20여 개의 곡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된다. 음악에 따라 바뀌는 장면들에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대단히 웅장하게 자리하는 무대가 아름답다. 영상에 투영되는 베토벤의 33개 변주곡 필사본과 수 없이 찢고 버려졌을 악보들로 채워진 벽면은 작품의 무게감에 세련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박지일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형에서도 베토벤의 모습이 물씬 풍기며, 캐서린 역의 윤소정은 연륜이 뿜어내는 짙은 연기의 멋과 밀도를 유감없이 선사하고 있다. 공연 초반 보다 가지를 치고 장면을 매만진 지금, 줄어든 러닝타임을 포함해 관객들이 이해하기에 더욱 자상한 무대가 되었다. 2009년 3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신작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11.10 / 조회 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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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8]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왈츠, 연극 ‘33개의 변주곡’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음표를 오선지에서 해방시켰다. 이미 다섯 개의 줄에서 자유로운 베토벤의 음악이 19세기 오스트리아를 넘어 현재와 만나는 지점, 연극은 그 찰나적 경이의 순간을 부족함 없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작품에는 베토벤의 위대함에 대한 고리타분한 병렬식 설명과 늘 보아왔던 과장된 광기의 지루한 묘사가 없다. 때문에 그의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기대감에 함몰되는 식상한 안타까움도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오선지 위를 거닐며 19세기와 현재를, 사람과 사람을, 관계와 이해를 조심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베토벤, 음악학자 캐서린, 그녀의 딸 클라라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있다. 뒤를 돌아 모두를 외면할 수도, 한쪽으로 몸을 돌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정면을 마주하고서 모두를 담을 수도 있는 삼각구도다. 삼각형의 크기는 서로의 체취를 완벽하게 느낄 수 없지만 시야 안에 둘 수 있을 만큼의 거리다. 하나의 꼭짓점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삶이 있으며 삶 속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캐서린으로, 연극은 루게릭병에 걸린 그녀가 베토벤 말년의 삶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천장까지 솟은 보관대와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찬 캐비닛은 베토벤이 누구인지, 그를 추적하는 작은 여인 캐서린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가득한 베토벤의 스케치는 사각형 종이를 넘어 영상으로 구현되며 베토벤을 관통하던 멜로디를 소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만든다. 영상의 효과적 사용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시각적 웅장함을 선사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33개의 변주곡’이 늘어져 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의 신경을 내리친다. 그 한가운데 선 캐서린이 몸서리치게 궁금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정리방법이 아니라 베토벤이 왜 ‘33개의 변주곡’을 만드는데 집착했느냐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이라고 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에 그토록 집착했는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을 성실하게 그려내는 동안 연극은 33개의 변주곡 더불어 인간을 조명한다.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은 육체적 거리감이 아니라 정서적 동질감,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고뇌와 애정의 연결 통로다. 우리, 여배우의 눈물을 기억하다일곱 개의 점이 합일을 이루는 순간 한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곳은 문서보관소의 소품이고 베토벤의 작업 공간이며 캐서린의 병원 검사대다. 그렇게 소통이 시작된다. 얇은 속옷 차림으로 고독의 추위에 아파하는 캐서린이 베토벤의 등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어떠한 대사로도 표현될 수 없는 단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예술과 인생의 만남이 이렇게 간단한 포즈 하나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와 교차되는 시간이 빈번해지는 베토벤의 시대는 그녀와 베토벤, 나아가 관객과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린다.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하며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과정들은 캐서린과 베토벤이 시대를 넘어 불가능한 우정을 나누었을 거라는, 그러길 바라는 저릿한 감동을 전한다. 차곡차곡 쌓아진 여러 가지 물음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의 밀도로 삼각형을 채운다. 존재를 증명하는 세 개의 작은 점이 하나가 되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배우의 힘은 대단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선을 보이게 돼 벅차다며 가슴을 치던 배우 윤소정의 눈물을 기억한다. 중년 여배우의 과장된 카리스마가 아니라 연극에 진실한 배우의 농축된 눈물 한 방울은 거대한 대극장 무대를 잠식시키고도 남는다. 우리를 ‘진짜 베토벤’과 만나게 해준 배우 박지일과 아파서 차가운 딸 서은경, 묵직한 존재감으로 조연 없는 작품을 탄생시킨 이호성, 길해연, 박수영, 이승준 등 배우들의 호연은 대단한 원작보다 위대하다. 일곱 명의 배우 서로가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마지막 장면, 분명 손끝을 스치는 그들의 인사를 관객들이 느꼈을 거라 믿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1 / 조회 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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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이 밝혀진다
귀가 먹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던 베토벤의 말년, 그는 왜 평범한 왈츠곡을 33편의 변주곡으로 만드는데 열중했는가. 음악학자 캐서린의 궁금증으로 연극 은 시작된다.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가 생의 마지막 열정을 쏟아 베토벤이 작곡한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풀어가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모이시스 카우프만이 쓰고 연출해 2009년 3월 뉴욕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명배우 제인폰다가 음악학자인 캐서린 브랜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무대. 한국 초연 무대는 연극 등을 통해 섬세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인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파 배우 윤소정, 박지일, 이호성이 각각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 캐서린, 베토벤, 그리고 악보 출판업자 디아벨리 역으로 나섰다. 지난 주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개하기에 앞서 김동현 연출은 “음악에 담아 있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베토벤이 찾아낸 것임과 동시에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윤소정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공연 개막에 감격해 하는 동시에 매몰된 광산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 이야기에 빗대어 “33은 행운의 숫자”라며 인상 깊은 다짐을 보여주었다. 음악 출판업자 디아벨리가 자신의 회사 홍보를 위해 작곡한 왈츠곡을 여러 유명 작곡가들에게 보내 변주곡을 써 달라는 부탁이 사건의 발단이다. 평소 왈츠를 싫어했을 뿐더러 그 왈츠곡에 악평을 더했던 베토벤이 총 3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에 대한 비밀은 청력을 상실해 가는 베토벤과 루게릭 병으로 생의 끝을 예감하는 음악학자의 교감, 자신을 아끼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금씩 이해해 가는 딸 등의 드라마와 함께 한다. 무대 한 쪽에선 연극의 각 장 마다 디아벨리 변주곡이 연주된다. 토니상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스크린을 활용한 암시적인 무대도 독특하다. 연극 은 오는 11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탐구하는 음악학자 캐서린(윤소정)아픈 몸으로 베토벤 문서 보관소에 간다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딸(서은경)베토벤, 과연 그는 왜 맘에 들지 않았던 왈츠 변주곡 작곡에 힘쓰는가?살며 사랑하며, 그것이 행복. 엄마의 간호사(이승준)와 연인이 되는 딸천재와 광인 사이, 베토벤(박지일)베토벤 하우스에서 그녀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엄마를 이해해 가는 딸, 그런 딸을 다시 보게 되는 엄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이민옥
2010.10.19 / 조회 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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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47] 소멸의 또 다른 이름은 탄생, 연극 ‘하얀앵두’
몸 안의 지층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가늠해봐야 백 년도 채 안 되는 삶일 진데 나름 여러 개의 층이 생겼다. 그 안에는 어느 날의 잊힌 사건이 화석이 돼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시간들로 가득 찬 우리 몸의 지층이 허물어지면 화석이라도 남아 다른 누군가에게 발견될 수 있을까. 안쓰러워진 몇 십 년 앞에 5억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억’ 소리 나도록 급작스런 출현에 보잘것없는 우리의 삶은 고개를 숙이겠지만, 인자한 5억 년의 시간은 우리네 시간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가만히 그러안고 곧 우리가 그임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1년 전도 가물가물한 우리에게 5억 년은 막연한 환상과 비슷하다. 그 길고 험난했던 시간이 하나의 화석으로 축약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경이의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우리는 곧 심드렁해질 것이다. 1년 전에 죽은 우리집 똥개의 뼈가 나왔다면 차라리 오열했을 것을. 연극 ‘하얀앵두’는 그 엄청난 시간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배짱을 발휘했으며, 놀라운 것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들어와 제 자리인 것처럼 안착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 영겁의 시간이 우리의 네모난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만히 쓰다듬는다. 성급한 위로는 없다. 연극은 마음에 구멍을 갖고 사는 어느 지질학자(권오평)가 그다지 ‘유명하지 못한’ 연극배우(하영란)에게 삼엽충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삼엽충이 길고 지난했던 5억 년의 여행을 마무리 짓고 도착한 곳은 하영란의 손바닥이다. 여배우의 남편 반아산은 ‘글 안 써지는’ 작가다. 수술 후 영월에 내려온 그는 할아버지의 정원을 되살리고자 한다. 자, 눈을 감고 할머니가 우리를 반겼던 시골의 풍경을 상상해보자. 정작 고향이라 부를 만한 시골을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상상 속 시골은 대게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강아지(상상 속 시골 강아지는 진돗개일 가능성이 크다), 나무 한 그루, 꽃, 평상 정도는 갖춰져 있다. 여기 반아산의 기억 속 할아버지의 마당 역시 그렇다. 조금 더 특이하다면 하얀앵두가 있었다는 것. 진주처럼 작은 하얀앵두가 달빛을 받고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걸,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다. 하얀앵두가 그토록 반짝거리는 이유는 현재 부재하기 때문이다. 소멸되는 것일수록 아름답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이렇듯 연극 ‘하얀앵두’ 속에는 여러 시간이 교차한다. 그 간극은 상당하며 5억 년이 바라보는 인간의 시간, 인간이 바라보는 개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 인물과 시간이 무작위로 선택돼 엉켜버린 것 같은 와중에도 지층처럼 정갈하게 정돈되는 맛이 있다. 소멸과 탄생을 아우르는 인간에 집중한 탓에 연극은 싱싱하다. 연극의 두 시간가량은 황폐해진 정원을 가다듬고 식물을 심는 과정과 비슷하다. 흙을 정돈하고 기다림을 담보하는 씨앗을 뿌린다. 버석거리는 황토색 땅 깊숙한 곳에 곧 이슬 맞으며 몸을 내밀 어린잎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 간질거리는 생명력이 있다. 연극은 마지막까지 열매를 보이지는 않으나 열매를 기다리는 희망의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과학시리즈로 무대에 오른 ‘하얀앵두’는 과학과 인간, 자연과 소멸된 모든 것을 하나의 끈으로 연결시켰다. 물처럼 흘러 서로를 쓰다듬고 바다로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불가능함에도 등장하는 귀신 송도지와 분명 존재함에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강아지 원백이 역시 우주의 순환 안에서 숨 쉰다. 죽음은 소멸 대신 새로운 탄생을 예고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연극 ‘하얀앵두’는 삶의 본질과 가까운 추상적 주제를 구체적인 일상으로 제시, 그들의 거대한 시간 속에 관객이 스며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위트로 가득한 이 작품은 농익은 배우들의 연기로 보이지 않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5억 년 동안 긴 여행길을 지나 이곳에 다다른 화석 하나가 괜찮다, 괜찮다, 당신을 위로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20 / 조회 19,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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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주를 노래하다, 극작가 배삼식
연극 ‘하얀앵두’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5억 년 전 캄브리아기 지층이 있던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했다. 무대는 향토적인 강원도 사투리와 화석, 인물들의 이름에도 숨겨져 있는 온갖 꽃과 나무들로 채워진다. 특히 극의 제목이자 주인공 반아산(雅蒜)이 어린 시절 할아버지 마당에서 봤다던 ‘하얀앵두’는 실제 작가 배삼식의 유년시절 기억 속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2009년 과학연극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초연됐던 연극 ‘하얀앵두’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벽 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등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주로 각색해 선보였던 작가 배삼식은 이 작품을 통해 할아버지와 ‘하얀앵두’에 대한 흐릿한 기억을 토대로 켜켜이 쌓인 지나간 시간들을 겹쳐 보인다. - 앵두가 익어가는 시간 연극 ‘하얀앵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한계와 약점을 갖고 있다. 주인공 아산은 퇴물 작가이고, 그의 아내 영란은 아이를 낳지 못한다. 지질학과 교수 오평은 죽은 아내에 대한 괴로움과 상처가 남아있고, 조교 소영은 그런 오평을 짝사랑한다. 아산의 딸 지연은 일곱 살 때 입양돼 길러졌다. “누구나 다 결핍이 있죠. 상처 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소리 내서 우는 자만,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자만 아픔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단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삶은 고통스럽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바라보면서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가, 나름대로 이런 질문들을 던진 거예요. 고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각각의 사람들이 그 결핍과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고 사는지, 안으로 썩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견디고들 사는지 하는 것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극 중 인물들은 각자 심각한 상황을 맞닥뜨려 괴로워하다가도 암전이 되고 조명이 켜지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간다.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도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작가 배삼식은 “실제 우리 삶은, 제가 보는 삶은 그런 식이 아닌가. 시간이라는 것이 해결해주는 게 있기도 하잖아요. 작품 속에 갈등이 없다기 보다는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인 거죠. 클라이매틱한 극 구조에 익숙한 분들은 너무 해결이 쉽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고의적으로 전통적인 극 구조를 비껴간 부분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날 것 그대로의 고통을 들이대는 최근 작품의 흐름과 반대로 연극 ‘하얀앵두’는 치열한 갈등과 클라이맥스가 빠진 빈자리에 반복과 대구가 자리 잡았다. 연극적인 재미가 가득하다. “작품을 쓸 때 억지웃음은 안됐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어요. 미묘한 타이밍이나 배우 개개인의 개인기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에서 벌어지는 반복이나 역지사지 같은 웃음을 진지함과 함께 뒤섞어 보여주고 싶었죠. 아주 진지한 순간에도 그 사람들만 있었다면 비극이었을 거예요. 거울처럼 이 상황을 반대편에서 보는 눈들이 한 구석에 하나씩 있죠. 나름대로는 배치하면서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고, 실제로도 또 그렇고 실제 우리 삶이.” 그의 말처럼 인생은 아이러니다. 울다가도 웃고 고통스럽다가도 곧 배가 고파진다. 극 중 지질학자 권오평은 첫 장면부터 5억 년의 시간을 버텨낸 화석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원이라는 건 이처럼 무책임하다. 술에 취한 어느 날 그는 울부짖는다. “난 영원이 싫어! 싫다고! 싫단 말이야!” 작가 배삼식은 이 작품을 통해 사라짐, 소멸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멸이라는 게 사라진다는 뜻만이 아니고 타오를 ‘소’에다가 멸할 ‘멸’자를 써서 모든 게 한 순간에 확 피었다가 사라지는 걸 의미해요. 사람들은 사라질 운명들을 될 수 있으면 안 보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들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무의식중에 사라지더라도 어떤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고. 그런 것을 통해서 영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불확실하지만 가져보는 것 같아요.” 연극 ‘하얀앵두’는 그 포스터의 노란 색감만큼이나 따뜻하다. 작가 배삼식은 “작품을 쓸 때 따뜻함이라는 건 갈망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남아 있길 바랐죠. 저 사람들이 얼마나 따뜻함을 갈망하고 있고, 속이 쓰리고 외롭고, 스스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러고 있는가 하는 것들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 중 곽씨 영감과 반아산은 집 마당가를 둘러 탱자나무를 심는다. 가을과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이 메마른 가지에서도 꽃을 틔울 것이다. “영상이었다면 마지막 장면을 에덴이다 파라다이스처럼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만 무대에서는 상상력이 필요해요. 중극장 정도의 규모가 돼서 소켓으로 한 번에 밀고 들어와 무대를 채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꽃은 관객들의 상상 속에 맡겨두고 싶어요.” 연극 ‘하얀앵두’는 오는 8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글,사진_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newstage@hanmail.net)
2010.08.13 / 조회 16,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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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브라더스 “김창완, 김기범의 달콤한 <낮잠>”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 시 한 구절이 떠오르는 생경한 만남이다. ‘고고장과 홍대클럽’, ‘턴테이블과 아이팟’ 사이, 그 만큼의 간극을 가진 1954년 생 김창완과 1987년 생 김기범이 서른 세 살의 나이차를 넘어 예순 살, 열 여덟 살 ‘한영진’으로 한 무대에 섰다. “우리 기범이 참 잘 생겼지?” 의자에 앉기도 전에 ‘소년 영진’ 김기범의 꽃미모를 자랑하는 ‘노년 영진’ 김창완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내 소년시절 역할로 기범이가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애가 많이 놀라겠다’고 생각했어. 기범이가 내 얼굴을 보고 ‘헉, 나이 들면 내가 저렇게 된단 말인가?’라고 생각 할까봐(웃음).” 여유가 넘치는 김창완의 농담에 순수청년 김기범이 손사래를 치며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선배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아요. 음…. 선배님이 나오신다는 자체로 우리 연극에 빛이 난다고 할까요? (웃음).”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대표하는 두 남자의 대면에는 ‘첫 연극 무대’라는 풋풋함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에서 여문 허진호 감독의 세밀한 감성이 함께 서려있다. “연극을 통해서 새로운 만남이 많았어요. 기범이도 가수지만,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었고. 허진호 감독을 만난 건 저한테는 큰 배움이에요. 연출은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작업이라 자칫 예민해지기 쉬운데, 허진호 감독은 그걸 극복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큰 그릇을 가지고 있죠. 영화감독이 연극을 연출한다는 것에 대해 뭐라고 비교할 수 없지만, 함께 작업한 배우로서 아주 좋은 연출자라고 생각해요.” (김창완) “사실 그 동안 연극을 많이 보진 못했어요. 저에게는 낯선 장르였는데, 허진호 감독님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감독님도 첫 연극 연출이셔서 그런지, 배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고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김기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하얀거탑’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김창완은 모든 대사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허진호 감독을 200% 만족시키고 있다. ‘악역’ 소화율 300%를 뽐내는 그를 ‘황혼의 로맨스’ 배역에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는 (허진호)감독한테 들은 게 없네. 그냥 짐작만 할 뿐인데. 기범이는 걸출한 용모 때문 일거고(웃음). 에서는 화려한 액션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워낙 서정성이 강한 작품이니까 그 감정을 담아낼 배우들을 선택한 거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반올림’, ‘레인보우 로망스’에 출연한 김기범 역시 소설 ‘소나기’의 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한 '소년 영진'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첫 공연 날 많이 떨 줄 알았는데 무대에 서니까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가수로 무대에 섰던 경험이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연극무대는 두 남자에게 ‘산울림, 김창완 밴드’ 그리고 ‘슈퍼주니어’에서 만났던 설렘과는 또 다른 짜릿함을 안겨줬다. “연극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느낌이 덜해요. 콘서트 무대보다 더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해요. 콘서트 무대보다 좀 더 내밀한 소통이 일어나는 걸 경험할 수 있지만, 무대에 선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압박이 더 크기도 해요. 기범이도 잘 알겠지만, 가수는 정서적인 훈련을 계속 해야 하잖아요. 알게 모르게 연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거에요. 큰 무대에 많이 서는 기범이도, 그리고 저도 귀한 경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첫 연극무대에 선 김기범이 꼽는 최고의 시간은 조명이 켜진 관객석과 마주하는 커튼콜 순간이다. “와, 이건 뭐. 감격이죠. 제가 슈퍼주니어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에요. 이 차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한 감동이에요.” 연극 속 ‘소년 영진’이 튀어나온 듯, 수줍은 미소에 담긴 김기범의 반듯한 대답에 김창완이 “됨됨이가 훌륭한 친구”라는 말을 덧붙인다. “됨됨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됨됨이. 인격이 훌륭해요. 다양한 활동 경험도 가지고 있고, 인격적으로도 성숙되어 있어서 제가 조언을 하거나 주문할 게 없는 친구에요.” 첫 연극무대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김기범이 “선배님이 계속 술을….” 이라며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선배님은 길게 말씀 안 하시고, 그냥 딱 한마디 하세요. “끝나고 남아라”(웃음). 제가 한번은 도망간 적이 있는데 바로 전화를 하셔서 “와라, 20분 안에” 그래서 바로 뛰어갔다니까요. 연극을 하면서 막걸리 마시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에이, 나도 힘들었어. 요리조리 빼는 친구들 잡느라(웃음).” (김창완) 김창완과 김기범은 ‘영진’ 역할을 맡고 나이 듦에 대해 생각했다. 요실금에 걸려 기저귀를 차고 고향의 요양원에 살게 된 ‘노년 영진’을 연기해야 하는 오십 대의 김창완과, 자신의 노년을 바라보는 소년을 연기하고 있는 이십 대의 김기범은 어떤 기분일까? “저한테 계속 그 질문을 던졌어요. “환갑이 된 김기범이 저 모습을 하고 있다. 저 모습과 마주했을 때 어떤 말을 할까?”하고 상상해보니까, 처음에는 우울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나이에도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계기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다시 긍정적이 됐어요.” (김기범) “우리 연극에 나오는 모습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잖아요. 청춘에 대한 상실감은 청춘들에게는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경험이 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창완) ‘소년 영진’은 ‘이선’에게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릴까 함께 우산을 쓰고 걷자는 말도 못하고 홀로 비를 맞고 걷는다. 환갑이 넘어 요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 ‘이선’에게 ‘노년 영진’은 여전히 수줍은 미소만 보내는 ‘뼈 속부터 숙맥 순정남’이다. “‘소년 영진’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죠. 김기범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본리딩 작업을 거치고 역할 분석을 하면서 점점 ‘소년 영진’ 속으로 찾아갈 수 있었어요. 제 앞에 한 눈에 반할 ‘이선’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요? 글쎄요, 그건 생각 못해봤어요(웃음).” (김기범)“제가 ‘노년 영진’ 이었다면요? 음…. ‘이선’은 별 같은 존재에요. 어떻게 감히 별을 잡으려고 하겠습니까. 마지막에 신혼여행 이랍시고, ‘노년 영진’이 요양원에서 허락을 받고 ‘이선’과 함께 외출을 나가요. 그리고 “당신은 오드리 헵번이고, 나는 그레고리 펙이 되어 봅니다. 짬뽕을 먹습니다. 코스모스 길을 걷습니다.” 라는 말을 해요. 이게 영진의 마지막 유언이고, 소망이고, 희망이에요. 딱 이 정도의 마음, 제 마음도 똑같아요.” (김창완)연극을 보러 온 아내에게 “눈물 잘 흘리네”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김창완은 이번 연극 작업을 하면서 ‘연출가’로의 꿈을 하나 더 추가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연극배우’의 이력을 더한 김기범은 “연극작업만으로도 벅차서, 다른 일은 생각 못하고 있다”며 두 눈을 반짝인다. ‘두사람은참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 삼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두 남자가 한 무대에 서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2.11 / 조회 1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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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낮잠> “사랑, 그 처음과 끝”
“감독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의 세밀한 감성이 스크린을 넘어 고스란히 연극무대로 넘어왔다. 지난 1월 26일 무대에 오른 연극 에서는 소설, 영화, TV에서 만났던 감동의 요소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진호 감독의 첫 연극 연출 데뷔작인 연극 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 단편소설 ‘낮잠’을 원작으로 황혼의 나이에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과의 대면, 다시 살아난 사랑의 감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향의 요양원에서 순탄히 않은 황혼의 로맨스와 맞닥뜨리게 되는 중후한 노신사 한영진 역에는 이영하, 김창완, 오광록이 트리플 캐스팅으로 출연하고, 수줍은 소년 영진 역에는 슈퍼주니어 김기범과 이주승이 출연한다. 지난 9일 열린 프레스콜 현장에서 허진호 감독은 연극 첫 연출 소감에 대해 “연극을 접한 경험도 적고, 공부를 한 적도 없는 초짜라서 부담감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밝히며 "하지만 배우, 스태프들과 대화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가면서 전우애도 들고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하씨 아드님이 이십 대 중반인데, 우리 작품이 정말 재미있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은 노년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연극 은 연극 '낮잠'은 3월28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영하, 김창완, 오광록, 김기범 - STORY 이영하 “을 연습 하면서 첫사랑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첫사랑을 찾아봐야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다들 말리더라고요(웃음).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면서 ‘아, 나이가 들어도 사랑에 대해 설렘을 간직한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 역할이 들어왔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선택했습니다.” 김창완 “전 첫사랑을 떠올릴 만큼 여유롭진 않았어요. 의 서정성을 통해서, 최근에 경험하지 못했던 감성을 만났어요. 3~4달에 걸쳐서 좋은 책 한 권을 읽어낸 기분입니다.” 오광록 "이름은 밝힐 순 없는데(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첫사랑인 한복집 딸이 생각났어요. 풋풋했던 설렘은 나이가 들어도 지워지지 않네요.” 김기범 “생애 첫 연극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이 컸어요. 대본을 보면서 ‘내가 정말 이 작품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하지만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감독님, 선배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연극 프레스콜다시 만난 고교시절 첫 사랑! 그녀는 치매에 걸렸다. (영진: 김창완, 이선: 이항나)차마 잡지 못했던 그녀의 손(영진: 오광록, 이선: 서지영)우리, 이제는 같은 방향입니다. 사랑의 훼방꾼, 똥피리 정동필(김기천)과의 대결 내 사랑, 김이선!"너희 엄마는 내가 지킬게" (이선 딸: 이세나, 영진: 이영하)"멋지게 늙어줘서 고마워" (자아 영진: 이주승)가슴 설레는 첫사랑, 그녀를 안고(영진: 이영하, 이선: 이항나)블록버스터 캐스팅!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2.10 / 조회 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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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젊음, 내게도 젊음은 있었다
첫사랑이었다. 30년 만에 만난 첫사랑과 재회한 곳은 노인전문 치료기관인 요양원이다. 남자는 당뇨, 심근경색, 요실금으로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 치매를 앓는 남자의 첫사랑은 남자를 기억하지 못한다. 되살아난 첫사랑의 기억. 추억은 세월을 곱씹게 만들고, 환갑을 넘긴 남자를 꿈꾸게 만든다. 연극 에서는 원작소설 ‘낮잠’에 담긴 작가 박민규의 숨쉬는 문체와 연출로 나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살아있다. 환갑을 넘긴 한영진(이영하, 김창완, 오광록)과 소년 한영진(김기범, 이주승)의 대면 장면, 치매에 걸린 첫사랑을 감싸주는 장면에서 허진호 감독의 세심함과 아릿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도 속에 보증금을 노리는 첫사랑 사위의 등장, 사랑의 훼방꾼으로 등장하는 고교동창과의 대결 등 곁가지를 친 이야기들은 김기천, 김도연 등 감초 배우들이 실어준 힘을 받아 자칫 진부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에 두둑한 웃음과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무대를 통해 첫 연극무대에 오른 김기범은 풋풋한 소년의 모습과 노년의 ‘나’와의 대결장면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중, 장년층 관객들 틈에서 소년 한영진의 등장에 술렁이는 10대 관객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첫사랑을 바탕으로 한 중년 로맨스를 강조 했기에, 김기범의 분량에 기대를 하고 온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소설 ‘소나기’를 닮은 첫사랑, 노년의 촌스러운 사랑,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안에는 인생을 압축한 명대사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봄볕의 노곤함을 선사하는 연극 에는 온 몸을 쓰다듬는 여운을 담고 있다. 장면 전환 지점, 무대 전환 사이의 긴 암전, 음악소리를 웃도는 넘치는 소음은 이 풀어야 할 숙제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로맨스, '감독 무대로 오다 두번째 시리즈 2탄' 연극 은 3월 28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관람 캐스트이영하(한영진), 서지영(이선), 김기천(안동필), 김기범(소년 영진)박하선(소녀 이선), 김도연(멀티)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엠뮤지컬컴퍼니 제공
2010.02.03 / 조회 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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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김창완,오광록,김기범, 허진호 감독과 연극으로 만나다!
충무로 대표 영화감독 4인(허진호, 류장하, 장항준, 김태용)의 연극 무대 진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감독, 무대로 오다’의 두 번째 작품이 공개됐다. 연극 데뷔에 성공한 류장하 감독의 ‘엄마, 여행갈래요’에 이어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두 번째 주자는 바로 허진호 감독.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그리고 최근 개봉작 ‘호우시절’ 등 매 작품마다 사랑에 관한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 온 허진호 감독이 연극 ‘낮잠’을 통해 데뷔 무대를 갖는다.
연극 ‘낮잠’은 제32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단편소설 ‘낮잠’을 원작으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소감에 대해 허진호 감독은 “충무로의 감독으로서 연극 무대 도전이 기존 열심히 작업해 오신 연극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닌, 새로운 장르와의 만남을 통해 향후 영화작업에서의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고 밝혔다.
허진호 감독의 연극 ‘낮잠’에는 최고의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황혼의 로맨스를 보여주게 될 중후한 노신사 한영진 역에 탤런트 이영하와 산울림의 김창환, 그리고 개성파 배우 오광록이 캐스팅 된 것. 1977년 데뷔 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 원조 꽃미남 이영하는 30여 년의 연기 생활 동안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 역을 도맡아 왔다. 대중들과 친숙한 매체가 아닌 무대 위에서 펼쳐질 그만의 로맨스가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연기자로, 음악 전문 방송의 진행자로, 소설가로 활약 중인 만능 엔터테이너 김창환 또한 이번 연극 ‘낮잠’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오른다. 현실에 피터팬이 있다면 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년 소년 같은 그가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서 노년의 로맨스 연기에 도전한다. 1982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데뷔 후, 드라마 ‘태왕사신기’, 영화 ‘올드보이’ 등을 통해 충무로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로 활동하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오광록 또한 이번 공연에 함께한다.
최고 인기 그룹인 슈퍼주니어의 멤버이자 여러 편의 드라마에서 호연을 펼치며 연기자로 활약 중인 김기범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 무대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기범이 맡은 역할은 또 한 사람의 한영진. 이영하와 김창완 그리고 오광록이 연기하게 될 한영진의 과거 소년의 모습과 현실에서 자아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할이다. 김기범의 상대역으로는 최근 개봉작 영화 ‘부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신예 이세나가 캐스팅 됐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하는 허진호 감독의 연극 ‘낮잠’은 2010년 1월 26일부터 3월 28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12.30 / 조회 22,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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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앵두> “우지 마라, 꽃이 지면서 우는 거 봤나?”
형체가 있는 것들은 언젠가 사라진다. 인간이 자주 잊고 사는 이 단순한 명제를 무대는 담담하게 읊조린다. “모든 건, 사라지기 때문에 애틋하다”고.
과학연극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극 는 과학연극이라기 보단, 철학연극에 더 가까워 보인다. 5억년 전 삼엽충을 보며 그 안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을 신기해 하는 사람들. 그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보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찰나와 같은지 깨닫지만, 그래도 그들은 세상사 희로애락에 다시 푹 빠져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지지고 볶고 싸우다 화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곤 삶은, 사라지기 때문에 더 찬란하지 않냐고 묻는다.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화석채집을 위해 강원도 산골을 들른 지질학자와 조교, 잊혀져 가는 50대 작가와 그의 연극 배우 아내, 그리고 그들의 딸과 이웃집 노인의 소소한 일상이 작은 시골 마당에서 펼쳐진다.
사람 나이로는 100살쯤 되었을 15살 개의 임종과 18살 고등학교 딸의 사고 같은 임신은 이들에게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개의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딸을 임신시킨 도둑 같은 (앞날의) 사위에게 분통을 터트리지만 결국 변한 건 없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황량한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으며 이들의 피고 짐을 바라본다.
5만년 된 삼엽충 화석은 이들의 일상에 던져진 각성과도 같다. 몇 억만년 전 적도에서 자유롭게 떠돌던 삼엽충이 지금, 그들 앞에서 시간의 작은 흔적으로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얼마나 수많은 형체들이 나타났다, 소멸됐을까?
무대는 거창하게 삶과 죽음, 자연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고약한 술주정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가 있고, 자신의 학생을 사랑하게 된 35살 노총각과 더 이상 주목 받지 못해 힘겨워 하는 작가, 곧 여생을 마무리 하는 개 한 마리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수다는 소멸해 가는 생명의 기억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애틋하고 특별하다.
이 뇌, 화학, 양자물리 등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해나갔다면, 에서는 탄생과 소멸이라는 극히 철학적인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때론 현미경을 들이댄 듯 자세하게 묘사하며 2시간 이상 인터미션 없이 이어져 극 말미엔 관객에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의 죽음을 지켜보고, 작은 삼엽충 하나로 무한한 시간을 되돌려 보면 삶의 의미를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와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는 이 작품의 또 다른 힘이자 백미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6.18 / 조회 9,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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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퐁모단걸] “이게 사람 목소리를 뽑는 기계란 거야?”
[다리퐁모단걸]. 우선, 아리송한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자. 다리퐁이란 처음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들어왔을 당시, 텔레폰 즉 전화기를 지칭한 말이다. 모단걸은 모던걸을 말한단다. 서구 문화을 받아들인 신여성 말이다. 전화와 신여성…[다리퐁모단걸] 처음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연극이다.
지금이야 화상 전화까지 가능한 시대지만 서신이나 봉화 이외에는 상상도 못했던 100년 전 전화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마주보지 않고도 대화를 하다니! 전화기를 처음 들여온 한 양반집에서도 이만 저만 신기한 게 아니다. 멀리 계신 친척댁에 앉아서 안부도 전할 수 있고, 유학 가는 큰 아들 소식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신통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다리퐁모단걸]은 신기한 이 신식 물건을 사이에 두고 생기는 로맨스 혹은 좌충우돌 사건을 맛깔나게 보여준다.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강해 우리 나라 최초로 여성 교환원이 된 외출이. 이런 외출이의 남모르는 사랑을 받는 전화기 너머의 군악대장. 그리고 군악대장과 그의 다리퐁을 애써 외면하는 신여성 서연…. 이들의 애틋한 로맨스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게 한다. 웃음을 터트리는 에피소드도 별미다. 목소리만 들린다는 점을 악용(?)한 에피소드도 있는가 하면 고종황제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해 여러 날 다리퐁 앞에서 근신하는 내무대신 이야기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100년 전 처음 전화기가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라는 신선한 발상이 이 작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양반으로 구성된 다리퐁 교환원의 권위적이고 제 멋대로인 태도로 여성으로 바뀐다던가, 까만 물인 ‘코피’ 못지않게 지탄과 호기심을 자아낸 다리퐁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00년이 지난 현재도 보도 듣도 못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디 쉬운가. 충격적이라 할 만한 신식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좌중우돌 에피소드는 공감을 자아낼 만 하다.
하지만 너무 잦은 장면 전환과 암전, 약간 줄여도 되지 않나 싶은 에피소드 구성은 아쉽다. 한 작품에 4~5개의 에피소드가 병렬로 구성되다 보니 극 중간 즈음에 가서는 약간 산만하다. 다행인 것은 외출이의 사랑 이야기가 정점에 이르면 어느새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는 기척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는 흡인력을 높인다.
100년 전 선조들이 다리퐁과 처음 마주쳤을 때가 엿보고 싶다면 [다리퐁모단걸]을 찾아가보자.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애환과 기쁨, 슬픔과 희망이 오가고 있는 현장을 느낄 수 있다. 오지 않는 전화를 노심초사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제발 전화를 받기 바라는 마음이 그곳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2007.04.26 / 조회 1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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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오달수 “연극? 소극장에 인쇄물 배달하다 자연스럽게 시작했죠”
예상했던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 동안 등에서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관객 1000만을 가뿐히 돌파한 영화 에서 괴물 목소리연기를 했던 오달수. 영화에서의 인상만큼 외향적이고 적극적인(혹은 거친) 성격일 것이라는 편견은 처음 인사하자 마자 깨져버렸다. 약간은 쑥쓰러워 하는 듯한 표정과 침착하고 조용한 말투. 대학로 근처 공원에서 만난터라, 가끔 그의 목소리가 외부의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다. 1년 반만에 연극 으로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는 오달수는, 압도적으로 많은 대사 때문에 살이 4킬로가 빠졌다고 한다. 막 인터뷰가 시작할 때 한무리이 젊은이들이 오달수와 반갑게 인사한다. 같은 연극단원 후배들이 새로 나온 포스터가 나왔다며 선배인 오달수에게 보여주자 그는 “수고들 했다”라면서 친근하게 후배들을 챙겼다. 오달수와의 대화는 후배들과 인사를 마치고 시작됐다. 극단 소속인가. 후배들과 친해 보인다. 현재 ‘신기루만화경’이라는 극단 단원 대표다. 모두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라 기특한 건 사실이다. 이 친구들하고도 꾸준히 만나왔고, 사실 모두들 오랜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동안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면서 연극에 대한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연극 으로 무대에 다시 서는데, 어떤 역할인가. 은 총 4막으로 구성되는 옴니버스 이야기다. 나는 그 중 2막과 4막에 등장하는데, 2막에서는 택시기사, 4장에서는 개로 나온다. 택시기사는 자신의 애환을 털어놓는 역할이고, 4막은, 수몰지구에서 마을을 떠나지 않아 함께 수몰된 개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4막은 환상적인 이야기지만, 극히 연극적이고 탄탄한 이야기라고 느낀다.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각 장마다의 특색이 강하다.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매력이다. 오랜만의 연극인데 어렵지 않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연극은 참 어렵다. 한번에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NG라는 게 없이 직접 관객앞에 서는 분야 아닌가. 특히 이번 은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해서 힘든 점도 있다. 말을 오래하면 배고프고 진빠진다(웃음). 연극은 연기의 기본이지만 해도 해도 어려운 게 연극이라고 본다. 영화에서의 모습보다 조금 살이 빠져 보인다. 한번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연극을 하면서 살이 4킬로가 빠졌다. 지금 내 목표는 관객들 앞에서 실수하지 말자는 거다(웃음). 연극은 배역에 대한 중압감이 다른 장르보다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올라가 관객들과 만나면 신난다. 영화에 진출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연극 생활과의 차이점을 느꼈다면. 공연계는 버티기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89년부터 15년 넘게 무명을 버텨왔다. 그 세월을 말이다(웃음). 영화는 출연하진 불과 4년 정도이지만,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또 옛날처럼 라면만 끓여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조금 달라졌달까. 자신이 연극계에서 잘 버텼다고 생각을 하나. 무식하게 버텼다(웃음). 연기자로서 성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 성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나. 단순히 줄을 잘 타서 성공할 수도 있고…. 하지만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상 바라면 연기 못한다. 나는 궁극적으로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 연극은 언제 시작했나.우연히 시작했다. 21살 때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소극장이 주 거래처였다. 소극장으로 배달하러 자주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돼 있더라(웃음). 그 뒤부터 계속 공연계에서 버텼다(웃음). 연극과 영화 중 좀 더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아무래도 영화는 2002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4년이다. 연극은 훨씬 이전부터 했다. 연극은 나에게 마치 집과 같다. 편하고 친근하다. 영화는 가정에서 일을 하러 나가는 일터 같은 느낌이다. 쌀 팔러 나가는 기분이랄까(웃음). 앞으로도 연극과 영화를 병행하면서 모든 연기를 계속할 생각이고, 하고 싶다. 연극은 내년 9월에도 [코끼리와 나]라는 작품이 잡혀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epark.com)사진 : 강유경(9895prettygirl@daum.net)
2006.09.07 / 조회 13,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