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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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왔수다> 당신, 당신 땜에 공연 봅니다!
나에게 공연은 두 가지다. 커튼콜이 기다려지는 공연과 커튼콜 순간이 민망해지는 공연. 진공청소기급 흡입력을 보여준 배우들에게는 손이 발이 되도록,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최고였어요!’라는 눈빛을 쏴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오글거리는 발연기로 일관하는 무대 위 배우에게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눈을 마주치자니 민망하고, 박수를 치자니 이건 가식이다. 진심으로, 커튼콜이 기다려지는 그런 배우들을 만나고 나면 참으로 상쾌하다. 커튼콜이 기다려지는 두 배우 “생활연기_서현철, 김선영” 배우 서현철, 김선영의 매력은 애드리브인지, 대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생활 연기’다. 본인들의 안방인 듯, 무대 위 그들은 아주 그냥 끝내주게 자연스럽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2006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서현철은, 연극열전이 달아준 날개를 달고 비상 중이다. 에 이어 요즘은 에서 ‘잠옷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웃음은 건강식이고, 마음의 독소를 녹여주는 해독제”라고 외치는 서현철의 코믹연기는 일품이다. 무대 위, 배우 서현철의 위대한 존재감은 을 본 전문가들의 후기를 통해 팍팍 알 수 있다. 충분히 재미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현철의 독무대_김일송 (플레이빌 편집장) 특급 웃음폭탄 서현철을 무대에서 보호해야한다. 방송,영화 겸업금지_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웃음을 참다 기침 나오는 코미디. 배우 서현철의 연극이다_박돈규 (조선일보) 딱 한번의 드라마 출연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에서 이미숙의 내연남 ‘털보 장씨’(이름도 없었다)로 출연한 서현철은 “저 술주정뱅이 배우는 누구에요?”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찰진 연기. 그를 향한 연출가, 드라마 PD들의 뜨거운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연극 연출가들이 서현철 배우에게 띄우는 노래를 대신 전해본다. 2AM이 부릅니다, “죽어도 못 보내~.” 배우 김선영. 에서 “우와~”를 연발하게 했던 그녀는 베일 속에 싸인 배우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으하. 무엇이든 알려준다는 포탈사이트에서도 그녀의 인물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공연의 모든 것, 플레이디비에는 아주 자세하게 나왔다. 음하하!) 지독한 모녀스토리 부터 처절한 부부스토리 까지. 무대 위 그녀는 “상대방의 연기를 돋보이게 해주는” 아주 귀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의 홍경연, 이주원 배우 모두 찰진 연기를 자랑하는 배우들이지만. 배우 김선영은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더욱 활활 불태우게 하고, 그 열기를 받아낼 줄 아는 현명한 배우다.2008년 시작된 은 경상도 출신 배우 ‘김선영-이주원’ 두 배우의 찰진 사투리와 연기의 힘으로 일궈진 작품이다. 2010년 무대에 오른 두 배우는 한층 더 촘촘해진 호흡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극은 출산, 육아, 돈에 대한 실랑이 끝에 “아이를 향한 희망”으로 마무리된다. 의 커튼콜 순간. 그렁그렁, 눈물 가득한 배우 김선영의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다. 실제로 임신 5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오는 9월 19일, 공연을 끝으로 출산의 길로 달려간다고 한다. 화끈한 연기로 일관해온 그녀이기에 출산도 화끈하게, 순풍!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산을 앞둔 그녀에게,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송주오빠 권상우 배우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전해본다. 배우님, “무대는 돌아오는 거야!”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10.08.31 / 조회 1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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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라면> 우리 정말 웃기지 않나요?
. 순정만화같은 제목과 포스터에 속지말자. “스물 아홉 처녀와 일흔 살 노인이 결혼하겠다고 나섰다”는 설정도, 막장으로 치닫는 의 스포일러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어떤 독한 설정에도 ‘막장’, ‘황당’이라는 단어를 앞세우기 어려울 만큼, 막장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은 거짓말이라는 멍석 위에 황당하고 엉뚱한 설정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막장설정의 끝’을 보여준다.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까’를 고민한다. 인간이 인간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그것이 바로 나의 테마다”라고 말한 작가 미타니 코우키의 ‘말장난’ 기술의 정점을 에서 만날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 전개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조성하며 배우, 관객들의 반응을 최고조로 올린다. “이 남자는 옆집 남자야”, “이 남자는 옆집 국수집 남자야”, “이 남자는 옆집 국수집 남자인데 게이야”처럼 점점 부풀어오르는 거짓말에 관객들은 폭소하고 배우들은 새로운 설정으로 돌입한다. 이 작품 최고의 묘미는 배우들의 재빠른 리액션이다. ‘생활연기’로 유명한 서현철(코이소 쿠니타로 역)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아버지와 결혼할 여자를 만나러 온 아들, 박준서(기무라 겐야 역)의 반전연기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의 어두운 기운을 걷고 말괄량이 둘째로 돌아온 김유영의 연기도 반갑다. 무대 위에서 재현한 나가시 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어먹는 일본전통풍습)행사, 일본인 특유의 양면적인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종일관 조성되는 긴장감속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용은 를, 콩가루 집안이 빚어낸 유쾌한 기운은 를 생각나게 한다. 관객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배우들의 다음 대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흠이라면 흠이다. , 한바탕 진하게 웃을 수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10.08.03 / 조회 1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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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웃음 융단폭격, <너와 함께라면>
연극 의 미타니 코우키 작가가 펼쳐내는 ‘거짓말과 말장난의 기술’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이 지난 23일, 국내 첫 무대에 올랐다. 은 연극 의 거짓말로 묶인 연속강타 해프닝과 에서 맛본 엉뚱한 콩가루 가족들이 쏟아내는 한 바탕 소동이 종합선물세트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과 가짜가 진짜가 되는 기묘한 순간에 객석에서는 유쾌한 웃음이 빵빵 터진다. 마흔 살 차이가 나는 남자친구를 숨기기 위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과 남자친구의 애칭 ‘케니’를 순식간에 고양으로 둔갑시키는 말장난이 120분 내내 객석으로 몰아친다 의 가장 큰 무기는 미타니 코우키 특유의 캐릭터, 대사를 자신들만의 웃음코드로 소화한 일곱 명의 배우들의 열연. 자신의 어머니와 동갑인 남자친구를 데려온 딸 앞에서 가장으로의 권력을 잃고 사는 무기력한 아빠 서현철, 의 묵직한 기운을 벗고 뻥처녀, 철부지 둘째 딸로 완벽 변신한 김유영, 아버지의 애인을 만나기 위해 아유미의 집으로 찾아온 아들 박준서의 능청맞은 연기가 포복절도 코미디를 완성한다. 터져버린 관객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연기자들의 다음 대사를 듣기 위해서는 귀를 쫑긋 세워야 한다는 게 이 작품의 흠이라면 흠이다. ‘지친 날, 많이 웃고 싶은 날 보면 좋은 연극’,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는 관객후기가 줄을 잇고 있는 연극 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공연한다. 공연장면스물 아홉 아유미(이세은), 그녀의 일흔살 남자친구 켄야(송영창) 당신이 청년 사업가 케니~? 켄야의 아들(박준서)을 딸 아유미의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는 엄마(추귀정)사실을 알게되면, 엄마가 망치를 들고 나타날거야!아유미의 엄마가 자신의 새어머니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겐야잠옷을 사랑하는 아빠, 쿠니타로(서현철)엄마, 맞아~우리 사귀는 거 맞아!이분은, 옆집사는 국수집 아저씨인데, 게이에요! 뻥처녀 후지미(김유영)점점 부풀어오르는 뻥, 뻥!야, 왜 때려!코이소네 연례행사나가시 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어먹는 일본 풍습)덩크슛을 한 사연은?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2010.07.29 / 조회 1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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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라면><트라이앵글> “우리 같이 있으면 요상해요?”
함께 하자니 황당한 사람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가족들에게 마흔 한 살 연상의 남자친구를 소개시키면서 좌충우돌 소동이 벌어지는 연극 과 스토커인지 일편단심인지 모를 한 노처녀와 두 남자의 동거 이야기, 뮤지컬 이 오는 7월 말 공연을 앞두고 나란히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연극 은 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미타니 코우키 작가의 작품으로, 스물 아홉 딸이 일흔 살 남자친구와 함께 등장하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한 가족들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해프닝의 연속 속에 웃음과 사람에 대한 진심을 담고 있다는 이 작품에는 의 검열관으로 활약해 오고 있는 송영창이 사랑에 빠진 70세 기무라 켄야 역을 맡았으며, 그의 연인 스물 아홉 코이소 아유미 역에는 1999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후 드라마 ‘야인시대’, ‘대장금’, ‘그 해 여름’ 등에서 활약해 온 이세은이 맡아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연극 출연 배우들우리는 코이소 자매~코이소 자매를 둔 부부“공연 경험이 없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는 이세은은 “그간 공연의 문을 많이 두드렸지만 잘 안 되었는데, 이번엔 정말 절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마흔 한 살의 나이차를 둔 연인의 관계가 다소 걱정스럽긴 한데, 일본에서 벌어진 ‘남의 일’로 보시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송영창은 “보통의 코미디가 갖지 못한 진한 페이소스, 고급스러운 희극 맛이 미타니 코우키의 작품에 있다”고 덧붙였다. 마흔 한 살 연하와 사랑에 빠진 기무라 켄야와 그의 아들(오른쪽부터 송영창, 박준서, 최정헌(아들 역은 더블))지난 해 뮤지컬 의 벤들러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유영은 코이소 아유미의 동생 코이소 후지미 역을, “언제나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맡았고 이번에도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좌중에 웃음을 낳은 서현철은 두 딸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김유영은 “뮤지컬을 하면서도 연기적인 면에 부족함을 느꼈고, 지난 장기공연으로 배우가 아닌 배역으로만 관객들이 기억해 주는 것 같았다”고 말하면서 전작과 정 반대의 인물로 서는 이번 무대에 큰 기대를 나타내었다. 코이소 아유미를 짝사랑하는 이발소 남자(조지환)한 여자와 두 남자의 황당 동거 이야기 뮤지컬 7월 23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이 개막하고 4일 후, 뮤지컬 이 같은 극장 2관에서 관객들을 찾아간다. 역시 연극열전3의 참가작이자, 이번 시즌의 유일한 뮤지컬인 은 우연히 한 집에 살게 된 세 청춘 남녀의 꿈과 사랑을 발랄하게 풀고 있다. 1988년 초연한 일본 창작 뮤지컬로 공연 종류 후 10년 만인 2009년 재공연, 큰 사랑을 받은 은 이번 한국 무대에선 ‘Video Killed the radio star’, ‘My sharona’ 등 7,80년대 팝 가수들의 히트곡과 한국의 가요 등이 어울린 주크박스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한다. 소심한 소설가 지망생 도연(강지후, 최재웅)“대학로에서 팩스 보낼 곳을 찾아 홍기유 연출님을 우연히 만나 오디션을 보게 됐다”며 남다른 길거리 캐스팅 비화를 밝히기도 한 강지후는 이번이 첫 뮤지컬. 소심한 소설가 지망생 도연 역을 맡아 “하고 싶단 생각 밖에 안들었지만, 연출과 음악 감독님에겐 위기일 수 있겠다”며 “팀에 누가 되지 않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강지후와 함께 도연 역에 나서는 최재웅은 “스타일이 굉장히 다른 일본 코미디여서 한국 무대에 맞게 잘 고치려고 노력중”이라며 “후반부의 세 남녀의 진솔한 면모도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물 일곱 살 때부터 노처녀 역 전담이었다는 안유진은 이번에도 ‘평범한 노처녀 영이’를 맡았다. “여자 관객들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숨겨진 아픈 비밀들이 있다”는 영이는 극 중 도연의 첫 사랑 상대이기도 하다. 영이(안유진)와 경민(김승대)좋아하는 남자를 직접 찾아나서는 영이의 레이더망에 걸린 남자, 록가수를 꿈꾸는 경민 역엔 김승대가 나선다. 제작발표회 무대에서 시원한 샤우팅 창법과 건들거리며 던지는 인상적인 유머를 선보였던 그는 “빈대 같이 뻔뻔한 록커가 바로 경민”이라며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발산하는 모습이었다. 연극열전 시리즈의 프로그래머이자 이번 작품으로 첫 연출을 맡은 홍기유 연출과 원미솔 음악감독이 함께 하는 뮤지컬 은 7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쇼케이스 현장"저는 왜 하는 일 마다 안 되는거죠?""떨지마, 그녀가 바로 저기에 있어!""나는 록커! 한번 가 볼까아~~~!!!!"한 여자와 두 남자의 한집 살이, 어떨까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0.07.14 / 조회 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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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데이 5PM> 복서가 된 배우 오달수
왜소한 몸, 그에 비해 너무 커다란 머리가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부풀리지 않는 연기에 천성적인 코믹 요소를 가진 주시할 만한 배우. 언젠가 그가 출연한 연극을 보고 난 후 쓴 메모를 들춰본다. 꼭 이 작품만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에서, 스크린에서 오달수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장면에 출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 한 장면이라도 ‘오달수의 힘’으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7년 전 그 작품에 다시 오달수가 선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놓아 버리기에도 어정쩡한 시간, 그런 어정쩡한 인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연극 연습에 한창인 오달수를 만났다. 역시 새로운 영화도 찍고 있다는 그와 어울리게, 무얼 시작해도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을 수요일 한 낮에 말이다. 지워지지 않는 ‘내 향기’ 있을 것 명품조연, 감초배우, 연기파 배우, 오달수를 수식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코믹, 이쪽으로도 많이 부르기도 하고, 다작 배우?(웃음). 일이니까, 제 업이니까, 일단 그것에 대해 말들이 많으면, 이슈가 되는 건 좋죠. 참 기분이 좋았던 적은 예전에 라는 연극에서 50대 경비원 역을 90대로 바꿔서 해 봤어요. 다른 분들은 거의 퇴장 없이 2시간을 무대에서 하셨는데 전 딱 한 장면 나왔거든요. 근데 많이 기억해 주시고, 커튼콜 때 박수도 제일 많이 받고, 분장실에서 구박 많이 받기도 했죠(웃음). 악역을 하실 때도 보면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만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악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떤 악한이라도 자기 연민이든, 남들이 봤을 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든 연민이 있는 거죠. 또 연기라는 게 연기의 질도 중요하고 다 좋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향기, 그 사람이 버리지 못하는, 지워지지 않는 향기라는 게 있거든요. 그 사람만의 향기, 독특함. 뭐, 그런 것들이 좀 풍겨지지 않았을까. 악역을 해도 감독님들이 “뭐, 됐다, 그러면 됐다, 그러시고”(웃음) 물론 제 안에 악한 모습도 있고 선한 모습도 있겠죠. 그러나 선한 모습이 더 많지 않나?(웃음) 제가 함부로 농담 안하고, 말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그래서 아마 그런 이미지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말을 쉽게 하는 편은 아니시라고요.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1년이 넘었는데, 제가 30대 중반쯤인가, 세배를 드렸는데 그 때 “말을 더듬어라” 그런 덕담을 해 주시더라고요.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정치인들만 봐도 “아, 그, 저, 또..” 그 한마디 한마디에 정말 엄청난 생각이 깔리잖아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그 때 말씀을 가슴에 새겼었죠. 을 비롯해 연극 등 작가들이 오달수를 배역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쓴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작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웃음). 같이 생활해 봐서인지 딱히 연기 안 해도 되게끔 써 주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가령 미친 역할도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다는 그런 신뢰?(웃음) 3류라도 좋다, 주변부 인생의 행복에 대해 7년 만에 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올해 극단(오달수가 상임 대표로 있는 신기루 만화경) 운영위원회에서 뭘 할까, 얘기를 하다가 이해제씨가 이 작품에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초연(2002년) 때 연출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하기로 했죠. 어떤 면에서 욕심이 났던 걸까요? 초연 당시에는 밑바닥, 주변부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 막차 격이 이 작품이었죠. 해제씨는 그런 느낌을 좀 더 지금에 맞게 세련되게 구성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연극적으로, 좀 더 미학적으로. 또 해제씨가 글을 쓰니까, 각색한 부분이나 독백 부분을 보면 좋은 대사들이 참 많습니다. 결말이나 큰 변화는 없지만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해석 할 때 행복이라는 부분을 놓치고 갔거든요. 구질구질한 우리 일상, 그런 것에 빠졌다고나 할까요? ‘인생이 왜 이렇지?’하고 가는 때와 ‘가장 행복한 한 순간에 죽는 구나’ 이런 마음으로 가는 것과 분명히 다르고, 그런 면에서 울림이 좀 더 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은 같을지라도 행복이라는 부분을 인식하고 했을 때 묻어나는 늬앙스는 다르거든요. 좀 더 뭉클하다,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이 더블 캐스트네요. ‘스타’가 되셔서 인가요?(웃음) 그건 전혀 아니고(웃음) 좀 버글버글하게, 극단 식구들이 총 출동해서 축제 형식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더블 개념이 아니라 두 개로 팀을 꾸려서 하자, 그런 거죠. 그냥 합니다, 그냥 버티는 거죠.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많아졌습니다. 생활의 변화가 있나요? 물질적인 부분 외에는 큰 변화는 아마 없을 겁니다. 연기자는 연기자니까. 연극을 하든 영화를 하든 뭘 하든지 연기자는 연기만 하면 되니까요. 열정으로 시작해도 물질적인 부분 때문에 일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가 그네들의 밥을 책임져 주지 못하면서 그 사람들이 꼭 필요한 양식을 얻겠다는 데에 비난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고, 그들의 선택과 자유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을 때에는 잠깐 와서, 연극을 위해서라도, 연극무대에 와 주면 좋죠, 감사한 거죠. 그래서 연극 배우들이 대중에게 자꾸만 알려져야 된다는 거에요. 참 이런 부분이 조심스런 부분이긴 해요. 1989년에 연극을 시작하고 2000년대 영화를 찍기 전까지 약 10년을 두고 “버티는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버팀에 가장 컸던 힘과 장애물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힘은 중독성이죠. 나이 서른 먹어서도 엄마한테 만원 짜리 한 장 받더라도, 그 (연기, 무대의) 중독성은 버리지 못할 것 같고. 그게 제가 살아가는 현실이다, 생활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두겠다는 생각을 왜 안 해 봤겠습니까.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으니까,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아르바이트 식으로 하다 바로 연극을 했으니 20대, 30대를 고스란히 바쳤고, 다른 걸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나는 거죠. 그냥 연극을 하는 게 가장 안전빵이었어요,안전빵(웃음). 장애라는 것은, 버티지 못하게 하는, 자기 고민이 가장 큰 유혹입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은 ‘아, 내가 배우를 계속해서 되겠다, 안 되겠다’를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이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감이 턱 생길 때가 있거든요. 거만이나 자만이 아닌, 스스로 배우라는 자긍심을 가질 때가 옵니다. 그런 순간이 분명히 오는 데 그걸 못 버티는 거죠. 배우를 해야겠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그냥 하는 거에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게 진짜 무서운 말이거든요. 어마어마한 말이죠.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도 이건 설명할 수 없어요. 나이 지긋하신 선배들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했을 때, “그냥 해라” 그 말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될랑 말랑해요. 신뢰, 철저히 신뢰. 올해로 마흔 둘(1968년 생), 인생의 반을 배우로 살아오셨네요. 아, 그렇네요. 저는 아직까지 감히 배우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못하거든요. 근데 언젠가 이윤택 선생님이 희곡 전집을 내신 후에 저희 집으로 보내주셨어요. 그 앞에 싸인 해 주시고 ‘배우 오달수에게’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이윤택 선생님이야 말로, 대한민국에서 배우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가장 까다로우신 분인데. 그 글을 보고, ‘아, 내가 배우인가?’ 기분이 묘했어요. 물론 어디 화환 보낼 때는 배우라고 하지만(웃음). 스스로는,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죠. 제가 콤플렉스 많죠, 사투리도 못 고쳤죠, 발음도 안 좋거든요. 이렇게 문제 많은 배우도 아마 드물 겁니다(웃음). ‘신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 작품에 대한 신뢰,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시나요? 사람이죠. 철저하게 사람이죠.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그 사람하고 며칠만 지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없거든요. 관객들만 봐도 그렇죠. 또 작가가 배우를 믿듯, 배우들도 연출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작품이 됩니다, 내 스타일이든 아니든 간에. 무조건 일단 믿고 따라가보는 거죠. 어느 인터뷰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잘 안 되는 부분인데. 이제는 제가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니라 걔가 좋은 딸이 되어주고 있다는 거죠. 아들이라면 좀 빗나가도 전 때려서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빗나가면 도리여 반갑고(웃음). 왜냐면 세상을 좀 더 남자답게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좀 엇나가도 반드시 돌아오거든요. 그런 부분이 젤 두렵습니다. 지금은 참 착한 딸이고 좋은 데 사춘기나 이런 것들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참 고민입니다.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이번 작품은, 주변부를 맴도는 3류 복서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노래방 도우미를 나가는 여자와 군대에서 소대장한테 열 받아서 나오는 인간이지만, 어떻게 보면 바닥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가족이 있고, 내가 사모하는 여자가 있고, 형제애도 있고 추억도 있고, 또 복싱하는 행복도 있고, 잔잔한 감동을 받아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작품은 어떤 작품이든 감동이 있어야 하거든요. 웃기든 뭘 하든 감동이 없으면 그 작품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09.11.06 / 조회 1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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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 관람팁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또 다시 가을 문턱을 공연의 향기로 채우고 있다. 지난해 (독일, 루크퍼시발 연출)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 (프랑스, 카롤린 칼송 안무), (라트비아, 알비스 헤르마니스 연출) 등이 큰 호평을 받았던 바, 올해의 기대작이 무엇인지 공연관계자와 관객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중. 13개국, 39단체의 38작품이 32일간 펼치는 진한 무대 향기, 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면모를 살펴보자. 체홉, 한번 만나볼까?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작품 중에는 유난히 체홉의 작품의 많다. 체홉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에서부터, ‘바냐아저씨’를 아르헨티나식으로 재해석한 , 그리고 한국의 , 체홉의 아내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창작극으로 만든 칠레 연극 가 그 작품들. 각 나라별로 만나는 체홉의 향기는 어떨지 기대를 얻기에 충분하다. 러시아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홉의 작품을 작가의 고향인 러시아가 원전에 바탕을 두고 해석한 연극. 리투아니아 출신의 젊은 연출가 민다우가스 카르바우스키스와 타바코프 극단의 여배우 이리나 페도바가 그려낼 무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5년 러시아 황금마스크 페스티벌 초정작이며 최우수 여배우상 수상작이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출신 연출가 다니엘 베로네세의 작품은 1990년대 아르헨티나 드라마의 결정체라고 불린다. 그가 체홉의 작품 ‘바냐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로 한국을 찾았다. 체홉의 인물들을 백여년전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아르헨티나 조상들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해석했다. 한국 올해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구태환 연출과 뮤지컬 배우 강효성, 국립극단 단장을 지낸 연기파 배우 정상철, 원로배우 류순철, 연기자 변신에 성공한 데니 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칠레 체홉 작품은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 배우이자 체홉의 아내였던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다룬다. 1905년 당시 러시아 거리에서 일어났던 ‘피의 일요일’ 학살사건과 실재 인물에 기초한 작품으로 올가와 그녀의 동료배우인의 삶과 연극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대에에는 전기스토브와 의자 하나뿐이며, 전기 스토브는 단 하나의 조명 역할을 한다. 퓨전이란 이런 것. 해외 공동 작품 올해 작품에는 우리나라와 해외의 공동 작품이 특히 눈에 띈다. 일본, 호주, 아일랜드, 독일 등 세계 곳곳의 나라 사람들과 만든 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일본 지난 2007년 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극단 골목길과 아오모리현 일한연극교류실행위원회와의 공동 작품 가 선보인다. 박극형 작, 연출, 극단 골목길 배우들과 일본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8월 말 아오모리에서 초연 이후 서울을 찾는다. 아오모리에서 홋카이도로 가는 페리 선착장 대합실. 이곳에서 출항을 기다리는 4쌍의 가족들과 폭풍우 속에서 드러나는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호주 호주의 연출가 데이빗 플레저가 사무엘 베케트의 단편소설 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 2006년 12월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으로 초연됐고, 이번 공연은 호주와 한국 배우가 한국이라는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대사는 거의 없고 신체 표현으로 이뤄지는 복합장르 공연이다. 한국+아일랜드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한국과 아일랜드 공동 프로젝트로 NOW 무용단과 댄스씨어터오브아일랜드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양국의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동서양의 음악과 춤이 충돌하는 크로스오버 무대로 양국의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현대적인 리듬, 건축가들이 참여한 무대미술,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영상 작업, 의상 디자이너들의 의상 등은 동서양의 문화와 접목돼 새로운 감흥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일본 세계적인 연출가 스즈키 타다시와 25: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국내배우 16인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아온 연극이다. 지난 1월 스즈키 타다시가 직접 내한해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 16을 선발했고, 배우들은 일본 토가 예술촌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성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스즈키 타다시의 연기 훈련법인 ‘스즈키 메소드’로 한국 배우들과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독특한 무대로 승부한다 텅 빈 무대 정통적인 무대가 있는가 하면,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앞서 언급된 무대엔 작은 전기스토브와 의자 하나가 전부. 공연 내내 3명의 인물들은 전기 스토브 앞에서 모든 상황은 이끌어 간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또한 무대 위에는 작은 의자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이야기는 자크브르고 배우 한 명의 목소리와 제스처, 마임으로만 이뤄진다. 그랜드 피아노 독일의 와 영국의 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등장한다. 의 무대 정중앙에는 하얀색 그랜드피아노가 거꾸로 뒤집혀 있고, 검은색 피아노는 흰색 피아노 위에 올라가 있다. 2부로 구성된 영국의 무용작품 은 두번째 무대에 스트라빈스키의 ‘봄의제전’이 피아노 듀엣곡으로 편곡돼 직접 연주된다. 무용무대에서는 주로 MR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시도는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 영상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따라,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무용작품 과 국내 작품 에서도 무대에서 영상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일찍이 무용이라는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현대음악, 연극 등 타 장르와 활발한 교류를 해왔던 안애순은 신작 에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이용한 실험적인 무대를 구현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에 이어 다시 찾는 창작자들2007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의 큰 호응으로 다시 한국을 찾는 창작자들도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으로 언론과 공연계에서 호평을 받은 연출자 루크퍼시발은 유럽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셰익스피어의 로 다시 서울을 찾는다. 또한 지난해 초청되어 전회 매진을 기록한 쟈크 부르고의 가 다시 서울을 방문에 초정되어 고양아람누리, 의정부예술의전당, 상주동화나라축제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도 벌써부터 매진 되었으나 수많은 요청에 의해 추가 공연을 마련했을 정도. 이외에도 라는 작품으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올리비에 뒤부아는 2008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서 니진스키의 안무 를 중심으로 4개의 작품을 다시 창작, 조합해 만든 를 선보인다. 본 공연 못지 않은, 부대행사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올해 부대행사로 를 마련했다. 크로토프스키는 스타니슬라브스키와 더불어 세계 공연예술계의 명성높은 연출가이자 이론가로 수 많은 연출가에게 영향을 준 인물. 그의 작품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이외에도 2007년에 이어 올해도 ‘댄스컬렉션’을 개최한다. 예선을 통과한 국내 8팀뿐만 아니라 해외 2팀이 본선에 진출해 실력을 겨룰 예정. 또한 무용공연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 에릭부데의 사진 워크숍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2008서울국제공연예술제 부대행사인 ‘사진워크숍’(9.25~10.5)의 강사로 초빙되어 사진과 관련된 장비와 소프트웨어, 기술적 노하우에 대한 강의뿐만 아니라, 워크숍 수강생들과 이번 무용공연들을 직접 촬영하고 사진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2008.09.12 / 조회 1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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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퐁모단걸] “이게 사람 목소리를 뽑는 기계란 거야?”
[다리퐁모단걸]. 우선, 아리송한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자. 다리퐁이란 처음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들어왔을 당시, 텔레폰 즉 전화기를 지칭한 말이다. 모단걸은 모던걸을 말한단다. 서구 문화을 받아들인 신여성 말이다. 전화와 신여성…[다리퐁모단걸] 처음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연극이다.
지금이야 화상 전화까지 가능한 시대지만 서신이나 봉화 이외에는 상상도 못했던 100년 전 전화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마주보지 않고도 대화를 하다니! 전화기를 처음 들여온 한 양반집에서도 이만 저만 신기한 게 아니다. 멀리 계신 친척댁에 앉아서 안부도 전할 수 있고, 유학 가는 큰 아들 소식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신통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다리퐁모단걸]은 신기한 이 신식 물건을 사이에 두고 생기는 로맨스 혹은 좌충우돌 사건을 맛깔나게 보여준다.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강해 우리 나라 최초로 여성 교환원이 된 외출이. 이런 외출이의 남모르는 사랑을 받는 전화기 너머의 군악대장. 그리고 군악대장과 그의 다리퐁을 애써 외면하는 신여성 서연…. 이들의 애틋한 로맨스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게 한다. 웃음을 터트리는 에피소드도 별미다. 목소리만 들린다는 점을 악용(?)한 에피소드도 있는가 하면 고종황제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해 여러 날 다리퐁 앞에서 근신하는 내무대신 이야기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100년 전 처음 전화기가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라는 신선한 발상이 이 작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양반으로 구성된 다리퐁 교환원의 권위적이고 제 멋대로인 태도로 여성으로 바뀐다던가, 까만 물인 ‘코피’ 못지않게 지탄과 호기심을 자아낸 다리퐁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00년이 지난 현재도 보도 듣도 못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디 쉬운가. 충격적이라 할 만한 신식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좌중우돌 에피소드는 공감을 자아낼 만 하다.
하지만 너무 잦은 장면 전환과 암전, 약간 줄여도 되지 않나 싶은 에피소드 구성은 아쉽다. 한 작품에 4~5개의 에피소드가 병렬로 구성되다 보니 극 중간 즈음에 가서는 약간 산만하다. 다행인 것은 외출이의 사랑 이야기가 정점에 이르면 어느새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는 기척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는 흡인력을 높인다.
100년 전 선조들이 다리퐁과 처음 마주쳤을 때가 엿보고 싶다면 [다리퐁모단걸]을 찾아가보자.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애환과 기쁨, 슬픔과 희망이 오가고 있는 현장을 느낄 수 있다. 오지 않는 전화를 노심초사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제발 전화를 받기 바라는 마음이 그곳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2007.04.26 / 조회 11,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