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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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심 술리만푸어 "공연할 배우들은 인터뷰 읽지 마세요"
최근 공연계 화제작 연극 '낫심' 작가
대본·리허설 없는 즉흥극으로 유명세
문소리·유준상·진선규 등 단번에 수락
"우리의 삶 자체가 리허설 없는 즉흥극"연극 ‘낫심’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입이 바짝 마르네요. 시상식에서 상 받았을 때보다,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떨립니다.” (지난 11일 연극 ‘낫심’에 출연한 배우 진선규)공연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배우는 긴장한 나머지 진땀을 흘린다. 무대에 섰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다. 흔한 리허설도 없다.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무대에서 처음 받은 대본을 들고 지시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다.최근 공연계 화제작인 연극 ‘낫심’(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의 한 장면이다. 문소리·유준상·한예리·진선규·고수희·이자람·고수희·전박찬 등 연극·영화·드라마를 불문하고 내로라하는 배우 21명이 매회 대본도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오른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데다 작품의 독특한 설정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대부분의 회차가 이미 매진을 기록한 상황이다.제목은 작품을 쓴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37)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직접 작품에 출연해 매번 새로운 배우와 극을 함께 만들어간다. 최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술리만푸어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생소한 문자를 가진 나라에서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최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난 연극 ‘낫심’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사진=두산아트센터).◇‘언어’ ‘어머니’로 전 세계와 교감술리만푸어의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가 겪어온 특별한 삶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1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연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를 통해서다. 징병제 거부로 여권 발급을 거부당한 술리만푸어가 전 세계 배우와 관객들을 만나겠다는 바람으로 쓴 즉흥극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현재는 이란을 떠나 베를린에서 독일어로 생활하면서 영어로 작품을 쓰고 있다. 최신작인 ‘낫심’ 또한 전작처럼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년 반. 술리만푸어는 “‘하얀 토끼 빨간 토끼’가 사전 연출이 전혀 없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라면 ‘낫심’은 전형적인 연극 형식과 새로운 형식이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는 사전에 준비할 수 없는 즉흥적인 상황에서 공연하지만 나와 연출가는 연습을 충분히 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덧붙였다.매회 출연 배우가 바뀌는 만큼 공연 분위기와 색깔도 매번 달라진다. 그러나 이를 관통하는 공통된 테마는 있다. ‘언어’와 ‘어머니’다. ‘언어’는 술리만푸어가 연출가인 오마르 엘레리안과의 공통점에서 착안했다. 두 사람 모두 모국어 이외의 언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작품 속에서 술리만푸어는 한글을 배우고 출연 배우는 이란어를 배운다. 어려운 단어부터 욕까지 한글로 술술 쓰는 술리만푸어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술리만푸어는 “언어의 아름다움은 씨앗과도 같다”며 “한국공연을 통해 내 마음에 심어진 한글이라는 씨앗이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작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교감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술리만푸어가 ‘낫심’을 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술리만푸어는 “이 작품을 여러 국가에서 공연을 해왔지만 나라마다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어머니’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연극 ‘낫심’ 배우 한예리의 공연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배우들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배우들도 이 독특한 형식의 작품을 즐기고 있다. 특히 김선영·진선규·박해수·문소리·유준상은 출연 제안을 단번에 수락해 작품에 참여했다. 20일 공연을 마친 문소리는 “술리만푸어의 교감이 좋았다”며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즉흥극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우들을 후보로 섭외를 진행했다”며 “리허설 없이 관객 앞에 선다는 두려움 때문에 출연을 고사한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번에 승낙했다”고 말했다.술리만푸어가 즉흥극의 형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 자체가 리허설이 불가능한 즉흥극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인터뷰도 대화를 문서로 만들어 2주 동안 연습을 거쳐 다시 공연으로 올린다면 지금처럼 흥미롭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 인터뷰는 공연 시간과 비슷한 약 70분간 이어졌다. 인터뷰가 끝나면서 술리만푸어가 유쾌한 한 마디를 남겼다.“‘낫심’을 공연할 배우들은 작품 내용을 알면 안 되니까 이 인터뷰를 읽지 마세요.”연극 ‘낫심’ 배우 문소리(왼쪽),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4 / 조회 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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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이란 연극 '낫심' 성료..즉흥극으로 공감 끌어내
연극 ‘낫심’ 출연 중인 배우 문소리.(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배우 문소리가 즉흥극으로 연기력을 과시했다. 문소리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어제(20일) 배우 문소리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이란 즉흥극 ‘낫심’을 성료했다. 사전 연습이나 리허설 없이 무대에 서는 독특한 형태의 연극에서 문소리가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는 공감을 끌어냈다”고 밝혔다.연극 ‘낫심’(제작 부시씨어터, Bush Theatre)은 두산아트센터의 통합 기획이자 강연 8회, 전시 1편, 공연 3편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타주의를 탐구하는 프로그램인 ‘두산인문극장2018:이타주의자’의 첫 번째 연극이다.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Nassim Soleimanpiur) 의 최신작이며 낯선 이란어를 소재로 작가, 배우, 관객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국경, 문화, 언어의 경계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와 인류의 보편적인 언어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문소리는 러닝타임 100분동안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며 객석과 무대가 하나되는 공연을 만들었다. 이란 언어를 초월해 관객의 소통을 끌어내는 데 노력해 극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소속사의 전언이다. 문소리는 “사전 준비없이 진행되는 즉흥극이라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00분이 짧게 느껴졌고, 작가인 낫심 술리만푸어와의 교감이 좋았다.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함께 해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소리는 영화 ‘여배우는오늘도’로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 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에 초청돼 22일 출국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1 / 조회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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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돌아온 김선영 '경남 창녕군 길곡면'서 열연
결혼 3년차 부부의 현실적 이야기 그린 작품
초연·재공연 이어 아내 역 맡아 농익은 연기
드라마-영화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 출연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출연 중인 배우 김선영(왼쪽), 이주원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극단 산수유).[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배우 김선영이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와 열연을 펼치고 있다.‘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비정규직 배달 운전수와 판매 직원으로 일하는 결혼 3년차 부부의 일상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룬 작품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가 임신을 경험하면서 어긋나고 삐꺽거리는 과정을 통해 현실이 주는 인생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김선영은 2008년 초연과 2010년 재공연에서 아내 선미 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에서도 같은 역할로 돌아와 한층 더 농익은 연기 내공을 펼쳐내고 있다. 특유의 덤덤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캐릭터가 지닌 내면의 아픔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쏟아내며 관객과 소통 중이다.특히 남편의 만류에도 아이를 지키고 싶은 예비 엄마의 처절한 목소리와 아이를 낳기 위해 온갖 생활비를 줄이는 모습에서 고단한 현실이 주는 씁쓸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초연 때부터 활약해온 김선영의 깊이 있는 연기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김선영은 극단 나베 대표로 연극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모럴패밀리’를 제작해 후배 배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연극 사랑을 실천해 이번 작품 출연이 더욱 뜻 깊다.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독일 극작가 겸 연출가 프란츠 크사버 그뢰츠의 ‘오버외스터라이히’가 원작으로 극단 산수유의 연출가 류주연이 연출을 맡았다. 내년 1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29 / 조회 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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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갑! 김선영 "10년 간 바뀐 게 없는 사회가 비극"
tvN 의 선우 엄마 김선영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어린 딸 진주와 듬직한 아들 선우를 홀로 키우며 흥도 눈물도 많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녀를 보고 많은 이들이 웃고 또 함께 울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절절함 가득, 절실함 넘실대는 깊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그녀의 진면목이 폭발하는 곳은 당연, 연극이다.
그녀가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는 소식이 반갑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로 배우로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굵은 가지를 뻗어오던 그는,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의 선미가 다시 될 참이다.
은 마트 계산원과 운전수로 일하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던 한 부부가 예상치 못한 임신을 통해 그간 '제법 괜찮다'고 자위하던 자신들 삶의 처참함과 마주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 깊은 공감과 탄식, 때론 분노로 객석과 소통해온 이 작품을 10년 전 초연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놓지 않은 이유, 그리고 더더욱 삶이 힘겨워지는 우리들의, 노동자들의 퍽퍽한 삶을 반추하는 이 작품의 힘을 그녀는 또박또박, 열렬히 이야기했다.
3년 만의 연극 무대, 조바심과 믿음 사이에서
3년 만에 다시 서는 연극 무대에요.
계속 드라마, 영화를 했는데 제가 좀 알려졌을 때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은 것도 있었고 경제적인 것도 키워야 했고. 예수정 선생님,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인데, 전화를 드렸어요. “선생님, 저 1년에 한 편은 연극 할 거에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괜찮아, 선영아. 연극이 너를 기다려줄 거야. 나도 예전에 (방송, 영화 등의) 섭외 다 컷트했는데 오히려 더 기회가 줄어들고. 지나 보니 그렇게 조급해 할 문제가 아니더라. 네가 연극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처음엔 저도 꼭 1년에 한 번은 해야겠다, 막연히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그 통화 후에 좀 기다리게 됐죠. 좋은 작품으로 서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그 좋은 작품이 이었군요. 2008년 초연부터 꾸준히 서고 계세요.
내년이 초연한 지 10년이죠. 워낙에 좋은 작품이고. 이건 나이 들면 할 수가 없어요. (극 중에서) 임신해야 하고 하니까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어요.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이제 다른 사람에게 물려 줘야죠.
연극 연습장면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세요?
우리가 여러 작품들을 보고 골랐는데 딱 오는 건 없었지만 그 중에 괜찮겠다, 싶은 작품이었어요. (원작 배경인) 독일이 워낙 건조하니까. 그런데 막상 한국 사람들이 사는 걸로 각색하는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돈 계산이라든지, 삶의 저변적인 것들이요. 그러면서 되게 치밀하게 세상에 대해서, 부부들이 살아가는 현실, 마트에서 일하는 둘의 삶에 대해 계속 얘기했어요. 당시엔 그들의 삶 보다 제가 더 가난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선택한 가난이고. 그들은 그들의 최대한의 노동력을 제공하는데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아이를 낳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공부하고 체화하면서, 아, 이런 질문은 (세상에) 던져 놔야 하는 거구나, 깨달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걸 다시 하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에요. 초연 한 지 10년인데, 10년 동안 집 값은 더 올랐고 임금은 오르지 않았어요. 더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극 중에서 이들의 월급을 가지고 돈 계산 하는 장면이 나와요. 몇 만원은 공과금 내고, 몇 만원은 기저귀 사고, 그러고 얼마 돈이 남아야 하는데, 돈이 안 남아. 마이너스에요. 완전 비극인거죠.
50년 전 독일, 10년 전 한국, 그리고 지금
노동자의 삶 달라지지 않아 비극적
원작인 는 1972년 독일에서 초연했어요. 45년 후인 지금, 그리고 배경도 다른 한국에서도 여전히 설득력 있는 작품이 되고 있고요.
50년 전 독일의 상황과 지금의 우리가 다를 바 없다는 게 완전히 비극이죠. 정체도 아름다운 정체면 문제가 아니에요. 노동이라는 것은 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 필수요소, 어쩌면 전부일 수 있어요. 1%를 제외하곤 다 노동을 하잖아요. 복지나 사회보장제도나, 사회가 얼만큼 노동자들의 삶에 기반이 되고 있느냐를 볼 때 50년 전 보다 더 나아져야 하잖아요. 제가 계속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차관이라도 와서 (이 공연을) 봐야 한다고, 어떻게 좀 해 보라고 해요. 입법부가 봐야 하지 않는가. 감정적으로 싸울 게 아니라 법의 문제니까요. 법을 바꿔야죠.
관람의 즐거움 외에 연극이 갖는 기능이 있지요.
무엇을 ‘안다’라는 것, 아픈 것을 아는 것도 기쁨이죠. 아픈 곳을 꺼내서 창으로 찌르자는 게 아니라, 무엇이 진실인지 알자는 거잖아요. 그걸 알면 너무 좌절하게 되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게 되고, 그게 아니라 진실을 기성세대가 직시하는 모습이 희망인 거에요. 그것이 기쁨이고 창조죠.
맡으신 ‘박선미’는 어떤 인물인가요.
1막 내내, 아이가 생기기 전에 보여주는 건 선미와 종철의 삶, 노동자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거에요. 선미와 종철의 너의 꿈, 나의 꿈, 너의 성향, 나의 성향에 대해 나오지만, 그 바탕에는 그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비춰지는 거죠. 선미는 비가 오는 창밖을 보기 좋아하고, 그런 좀 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지만, 결국 선미는 누구여도 상관 없어요. 선미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선미들의 얘기가 바로 이 작품이에요.
남편 이종철 역의 배우 이주원도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우리 남편(이승원 감독)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그 영화에서 3년 만에 저랑 붙는 장면이 있었어요. 리딩 한 두 번 하고 리허설 한 번 하고 붙어봤는데 파바박! 뭔가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거에요. 와, 그 때 느꼈죠. 외국에선 어떤 역을 맡으면 평생 그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하는게 꿈이 됐어요. 나와 신뢰가 있는, 호흡을 읽을 수 있는 배우와 하는 게 엄청난 매력이 있구나, 느꼈죠.
주원이는 안 지 10년이 넘었으니까. 그렇게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배우와 같이 작품을 한다는 건 영광이고 나에게도 엄청난 시너지죠. 그런 배우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한 열 다섯 명 정도. (웃음)
이번 연극에서 임신한 예비 엄마로 등장하지만,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엄마’ 역을 유독 많이 맡으셨어요.
응팔(응답하라 1998) 했으니까? (웃음) 드라마는 아무래도 급박하게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고, 그래서 만들어진 이미지로 가는 게 편하죠. 그런데 그게 나중에는 독이 되죠. 저 배우 똑같은 거 하네. 제가 김혜자 선생님이 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소모가 될 거고. 그래도 나름 소속사나 제 입장에서는 뭔가 탈피하는 걸 많이 했어요.
그래도 고민이 많아요. 그 고민의 방향이 하루하루 다르죠. 어떤 날은 시켜줄 때 열심히 하자, 그러다 어느 날은 ‘난 엄마만 하게 되는 건가’,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두려워하진 않아요.
나누고 베푸는 극단 운영하기도
정우성, 내년 공연 지원 나서
나누고 베푸는, 극단 ‘나베’의 대표이기도 하시죠.
제가 지었어요, 유치하지만. (웃음) 여건이 되니까 하는 건데, 그 여건이라는 것이 여러가지가 있겠죠.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유, 그리고 삶의 철학도요.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월세를 살 것인가 집을 살 것인가, 내가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그 여건이라는 것은 계속 변하는데, 저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겠다, 하는 거죠. 글을 쓰고 만드는 사람이 내 남편이니까, 사람에 대한 인프라가 가능하니까 극단을 꾸리는 것도 있어요. 남편도 연극을 10년 가까이 했으니 자기 배우들이 있고 저도 같이 했던 배우들이 있고요.
극단 나베 관람 후 인증샷을 남긴 정우성 (출처:정우성 인스타그램)
정우성 선배가 우리 극단 공연을 너무 잘 봤어요. 그래서 내년 3월에 드림시어터에서 다시 공연하는데 100% 스폰 대관을 해 주기로 했어요. 이런 활동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어떤 문화운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아마도 그 활동의 첫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극 중 부부의 재미있고 찰진 대사, 경상도 사투리는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같아요. 오랜 팬도 있지만 이 작품의 첫 관객이 될 분들께 한 마디 남긴다면요.
원본 독일 희곡에 그게 있어요, ‘반드시 사투리를 써야 한다’. 독일 수도에 살고 있지만 반드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 된 거고, 우리 둘 다 (이주원, 김선영) 경상도 사람이니까. (웃음)
무엇보다 한 부부의 삶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신혼부부의 삶을 몰래, 그렇지만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죠. (웃음) 연극이 갖고 있는 선한 영향력이 이 작품에 정확히 있고, 저 뿐 아니라 주인영이라는 배우도 연극계에서는 저보다 훨씬 수려한 작품을 해온, 정말 좋은 배우잖아요. 무대는 배우 예술이에요. 좋은 배우들이 연극의 가치를 확실히 구현해 내는 작품이니 오셔서 보시고 생각하시고 우리와 함께 손 잡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삶 안에 예술은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요. 반드시, 공기처럼.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7.12.13 / 조회 6,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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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전명출, 한국 격동기를 버텨내다! 연극 ‘전명출 평전’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7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백하룡 작, 박근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다섯 번째 작품으로 경남 합천의 전명출이라는 소시민을 통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정치 한국의 사회 변화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살아내고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지를 그려 낸다. 첫 작품 ‘파행’으로 2004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한 백하룡 작가는 이번 ‘전명출 평전’으로 첫 현대극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경상도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가 자신의 주변인들을 합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 특유의 ‘말맛’이 녹아 있다. 경상도 사투리 속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말맛’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감 있게 드러낸다. 1979년 가을, 영농후계자를 꿈꾸던 전명출은 마늘을 훔치다 들킨다. 결국 매를 맞고 고향을 등진 명출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합천출신이라는 이유로 십장자리에 발탁된다. 하지만 소장은 명출을 사기행각에 이용하고 결국 명출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이후 80년대 호황기에 부실공사 사업으로 큰돈을 벌지만 90년대 초 다시 명출은 야반도주해 합천으로 돌아온다. 지역유지 행세를 하며 흥청망청 지내는 명출에 비해 그의 아내 순님은 예전 모습을 잃은 합천과 순박함을 잃은 남편이 안타깝다. 과연 명출은 순박했던 옛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총 12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전명출은 ‘디너’와 ‘푸르른 날에’에 출연한 정승길이 맡았다. 전명출의 현모양처 아내 순님 역은 ‘경남창녕군길곡면’, ‘뷰티퀸’ 등에 출연한 김선영이, 건설사 소장 역은 ‘대학살의 신’과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한 김세동이 맡아 연기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6.21 / 조회 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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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길곡면> 유쾌하게 풀어내는 비정한 현실
굳이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아니어도 된다. 서울이어도 되고, 제주도도 괜찮다. 제목과 작품이 큰 관계가 없는 동시에 대단히 밀접한 건, 연극 이 우리 사는 지구면 다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 운전 배달수인 남편 종철(이주원 분)과 같은 곳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선미(김선영 분)는 결혼 3년 차 부부이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좋아하고, TV에 나오는 싱가포르 한번 가 보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맘에 드는 앤틱 서랍을 할부로 용기 내여 사기도 하는 평범한 오늘의 남편과 아내이다.
170만원의 월급, 집에서 별식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을 때 아스파라거스 대신 ‘돈도 안 들고 맛도 비슷한’ 파를 곁들이는 것, 그리고 저축해 둔 120만원이 있어 뭐든 짐짓 여유를 부릴 수 모습 등을 보니 이들의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애교 만점의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은 쿵짝이 아주 잘 맞는다.
하지만 상황은 아내의 임신 이후 엇나가기 시작한다. 모성이 현실을 앞서기 시작한 부인과 부성이 현실을 뒤덮지 못하는 남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그만큼의 돈이 있는지 의문에서 이야기가 내달린다.
도시 하층민들의 리얼한 일상을 통해 현실이 내포한 무서운 극단성을 이야기 해 온 독일 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작품이다. 독일의 작은 도시명 ‘오버외스터라이히’가 원제로, 번안작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삶의 모습과 주고 받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착착 달라 붙는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끊이지 않고 주고 받는 대사들, 그 사이의 잠깐의 정적, 그리고 시작되는 구시렁거림 모두가 아무것도 아닌 듯하게 개개의 의미로 극장을 가득 채운다. 잘 짜여진 작품의 모습은 이러하다.
2007년 초연 때부터 함께 해 온 이주원, 김선영 두 배우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아내 역의 김선영은 실제로도 생명을 품고 있는 중이라니, 배역과 배우의 접점을 또 하나 가진 셈이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난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다 키웠어도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공감에 이르고야 말 것이다. 코리아나, 헤라 같은데 안 가고도 아무 립스틱 하나 바르면 처녀 같단 소릴 듣는 선미와 소리는 잘 안 나지만 색소폰 부는 멋있는 아빠는 드물거라며 씨익 웃는 종철의 모습이 오랫동안 그리워진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8.12 / 조회 10,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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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길곡면> 돈 없어 애 못 낳는 리얼한 부부이야기
결혼 3년차 부부의 리얼한 일상이 공개된다. 돈이 없어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오늘을 살아가는 부분의 이야기, 연극 이 2007년 국내 초연 후 4년 연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열전3의 여덟 번째 작품인 은 독일 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국 상황에 맞게 옮긴 것. 실제로 존재하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대한민국 어딘가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부인 선미 역의 김선영과 남편 종철 역의 이주원마트 운전 배달을 하는 남편과 같은 곳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아내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는 결혼 3년 차 부부.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이들은 각자가 가진 꿈과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애교가 넘치는 주부 선미 역에는 올 초 연극 의 딸 모린 역으로 열연한 김선영이,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종철 역에는 이주원이 맡았다. 초연부터 함께 한 이들의 호흡으로 ‘실제 부부가 아닌가’하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연극 은 오는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필리핀 한번 갈까? 엄청 좋다던데""까짓, 말만 해, 그거 인천에서 두 시간 밖에 안 걸린데""부부가 결혼기념일은 축하해야 한다고 봐.""이렇게 챙기는 남편 없지?""나 임신했다""......""한번 계산 해 볼까? 우리 한 달에 얼마 쓰는지!""이렇게 날 수가 없어""이것은요, 분명한 윗도리입니다, 자기꺼는 나중에""안 가""예약금 걸어 놨다고"세상은 '왓 어 원더풀 월드'일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8.03 / 조회 1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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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포토] 이 세상의 진짜 이야기,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연극열전3’의 여덟 번째 작품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7월 30일부터 공연된다. 이 연극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극작가로 손꼽히는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대표작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결혼 3년 차 부부가 계획에 없던 아이를 갖게 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제목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독일 뮌헨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의 이름을 지칭하는 ‘오버외스터라이히’를 한국 특성에 맞게 번안한 것이다. 구체적인 지명을 일컫기보다는 ‘서울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어딘가’를 지칭하는 이 제목은 선미와 종철 부부의 이야기가 그 누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부인 종철과 선미는 밤에 TV를 보면서, 또는 함께 식사하면서 잡담을 즐기고 휴일을 즐기는 평범하고 소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지적인 것도, 부유한 것도 아닌 이들은 같은 마트에서 각각 배달 운전수와 판매직원으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선미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들에게 불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극단 백수광부’ 워크숍을 통해 발굴돼 2007년 첫 선을 보인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이후 ‘2인극 페스티벌’ 초청, ‘2009 아르코 극장 초이스’로 선정돼 3년 연속 공연됐다. 특히 진짜 부부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선영과 이주원의 열연은 공연 마니아와 언론 관계자들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초연부터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이끌어 온 류주연 연출의 감각적인 번안과 리얼한 캐릭터 해석은 2010년 현재의 한국 관객들의 소통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바닥의 선과 커튼만으로 구획하여 설정한 미니멀한 무대의 공간 전환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7월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02 / 조회 2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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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잠든 사이, 연극이 움직인다
지난 해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약진에 힘찬 엔진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었다. TV, 영화 등에서 활약하던 스타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선 것과 동시에 연극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탄탄한 작품성의 공연들이 등장했으니 양과 질, 깊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2010년이 두 달 즈음 지난 한국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시아준수의 티켓 파워를 위시한 뮤지컬 의 흥행을 제외하고선 이렇다 할 만한 화제 뮤지컬이 없는 이 때, 공연계를 영양 만점 담백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연극이다.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올 하반기 까지 “이것을 능가할 만한 강렬한 작품은 드물 것이다”라는 평이 오가고 있는 연극 은 지난 1월 막이 올라 두 달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 을 쓴 마틴 맥도너의 작품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무대보다 먼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잡을 스타배우의 이름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요소도 없었던 이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홍경연, 김선영이라는 두 배우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며 입소문을 통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현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역시 연극을 통해 현실을 들여보고자 하는 영국 출신의 작가 데이비드 헤어의 다각적이며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텍스트를 기반으로 윤소정, 김영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격년제로 열리는 연극열전 3이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되어 등 현재 공연 중인 2편을 비롯하여 연중 8편의 연극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연극열전을 탄생하게 만든 선례라고 볼 수 있는 극단 차이무의 ‘생연극시리즈’가 2004년 이후 6년 만에 부활했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을 장기 임대한 차이무전용극장에서 한창 공연 중인 에 이어 가 1년 간 공연된다. 문성근, 이대연, 최덕문, 강신일 등 연기파 차이무 단원들이 총출동 한다. 2, 30대 주 공연 관객층을 4, 50대로 끌어올리고 있는 동명 소설 원작의 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지난 해 국내 초연한 은 오는 19일 공연 시작을 앞두고 감동적인 가족애를 담은 이야기에 더하여 남경읍, 남경주 형제의 동반 출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도 초대 공길 오만석을 비롯해 김내하, 이승훈 등 초연멤버들이 뭉쳐 연극 팬들의 기대를 낳으며 올해 연극 바람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2.17 / 조회 2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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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퀸> 섬뜩한 애증의 모녀, 홍경연 김선영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다. 시간이 더할수록 무대를 향한 두 눈은 또렷해졌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충격적인 나날들을 살고 있는 이 모녀의 이야기에 소름이 돋고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다시금 고개가 떨린다. 2010년 신년 연극 무대에 큰 이슈를 몰고 오고 있는 연극 에서 홍경연과 김선영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강한 연극성으로 찾아온 마틴 맥도너의 첫 희곡 연극 의 작가로 더욱 유명한 마틴 맥도너의 첫 희곡인 은 아일랜드 린낸에 살고 있는 칠순 노모 매그와 한 때 ‘린낸의 뷰티퀸’을 차지했지만 지금까지 연애 한번 못 해보고 엄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마흔의 딸 모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무대에 불고 있는 모녀 이야기가, 또는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보고 쉬이 떠올릴 수 있는 로망스가 아닌, 지독히도 전투적이며 필사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모녀, 홍경연과 김선영을 마주했다. 공연 후엔 작품 속 인물로서의 여파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하여, 공연을 앞둔 넉넉한 시간에 말이다. 첫 희곡을 접했을 때, 그리고 연습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홍 : 작품 자체에서 나오는 연극적 에너지가 무척 강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대해서 배우로서 너무나 설레고 흥분 되었다. 강한 느낌의 소재여서가 아니라, 극 구성 자체가 가진 에너지가 크다. 김 : 원작에서 모린의 행동이나 해석을 좀 틀었다. 그래서 인물에 대한 서브 텍스트가 달라지고, 어떻게 인물을 풀어야 할지 연습할 때 충돌이 있었다. 평범한 모녀 관계는 아니다. 각자 맡은 역을 캐릭터로서, 인간으로서 이해하는가? 홍 : 평범하진 않지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심한 말투, 심한 몸싸움을 하진 않지만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을만한 신경전들 아닌가. 나 역시 엄마를 모시고 극과 똑같은 상황에서 살고 있다. 강한 모티브이긴 하지만, 일상의 사람 사는 이야기,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풀고 싶다. 모녀 이야기가 다 슬프고 나중엔 화해하고 그런 게 아니지 않느냐. 매그가 충분히 이해됨에도 불구하고 극중 일흔이라는 나이 때문에 표현의 어려움은 여전히 있다. 김 : 인물을 사랑해야 이해도 할 수 있는 거라서, 모린을 이해하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본을 읽고 나서 이 여자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까지 했다. 그랬더니 연출이 “맞다,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도 사랑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라고 좋아하더라(웃음). 홍 : 원작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일상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풀어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마 입장에서는 무덤 같은 집안에서 딸이 유일한 삶의 끈이다. 그런 애착 때문에 딸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또 둘은 지식 수준도 높지 않을 뿐더러 도회에서 떨어진 농가에서 살고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이렇게 격한 표현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처음엔 우리도 굉장히 버겁고 생소했지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런 것 때문에 표현을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걸 느낀다. 매그가 입은 화상의 원인을 다르게 기억하는 모녀, 파토를 향한 모린의 사랑이 진정 ‘사랑’인지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해방구일 뿐인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김 : 원작에서 딸은 스스로의 행동을 모두 기억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좀 다르다. 핵심인데 노출해도 될까?(웃음) 극의 첫 대사가 모든 걸 다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는데, 모린이 집에 들어오자 매그가 “비 맞았니?” 하면 딸이 “말이라고”라고 한다. 그냥 “응” 그러면 될 것을, 싸움은 딸이 건다. 처음엔 둘의 싸움이 커질수록 이들의 애증이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출은 화를 더 속으로 누르고 참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모린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해석하기론, 모린은 파토를 너무나 사랑한다.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나를 정말 사랑해 주는 걸까, 하는 두려움은 있지만. 이런 것들을 관객에게 분명하게 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어찌 보면 연출의 의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가 연기를 모호하게 할 수는 없다. 그게 바로 우리 네 배우들의 매일의 과제다. 완벽주의자 연출가와 평화주의자 배우들, 우리는 환상의 짝꿍 4주간 런쓰루(실제 공연처럼 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연습)를 했다고 한다. 1주, 많아야 2주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느냐. 김 : 그게 한국 연극의 문화인데(웃음) 이현정 연출은 다 그렇게 길게 한다. 연습 시작 전부터 철저하게 계획이 쫙 나와있다. 늦거나 하루 이틀 달라지면 난리가 난다.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떤가? 김 : 네 명의 배우들 중 내 성격이 가장 세다.(웃음) 세 분은 내가 만난 어떤 배우들 중에 가장 평화롭고 퍼펙트한 팀이다. 완벽하게 평화주의자다. 난 파이터인데 얼마나 힘들었겠는가(웃음). 작업을 하다 보면 저마다의 철학과 연기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적인 교류나 바탕이 잘 다져져야 팀이 잘 진행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여기 배우들이 너무나 훌륭하다. 우리 연출님은 복 받은 거다.(웃음) 홍 : 다 처음 만난 후배들이지만, 누구 하나 모 난 것 없이 다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선영씨가 파이터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런 기질 때문에 오히려 문제에 있어 바로 깨고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난 겉으로 웃고 있어도 안에서는 피고름이 흐르는 전형적인 A형 스타일이라서 선영씨 같은 성격을 굉장히 부러워했다. 오감이 살아 있는 배우다. 고향이 경상도라 그냥 얘기하는 걸 보고 싸우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웃음) 김 : 정말 억울한 경우가 많다. 가만히 있는데 화났냐고 물어보고. 하긴 신랑도 아직까지 왜 화났냐고 하니 오죽하겠는가.(웃음)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나. 경력이 상당하다. 김 : 흔히 영덕 대게라고 하는데, 영덕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강구 항이 있어 실은 ‘강구 대게’다. 집이 바로 그 강구다. 학생 때 EBS 문화 프로그램에서 연극 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전에 연극이라는 걸 아예 몰랐으니 그 충격이 장난 아니더라. 연영과는 특별한 사람만이 가는 줄 알고 전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대학 극회에서 처음 연극을 시작했고 그 후 공연예술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홍 : 고등학생 때 을 단체관람 했다. 그러고 나서 연극 을 단관 했는데 ‘저건 내가 할 거다’(웃음) 했다. 그래서 학력고사 끝나자 마자 을 했던 시민극장을 찾아갔더니 내일부터 프로그램하고 표 팔라고 해서 교복 입고 머리 땋고 표 팔았다.(웃음) 다음해 서울예대에 들어갔는데 학교보단 극장에 있었다. 3월 워크숍 공연 때 주인공을 시켜줘서 계속 열심히 했는데 어느 순간 연극 하는 사람들에 좀 치여서 스물 아홉 살 땐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그런데 떠나보니 어디나 다 똑같더라.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람들과 더 싸워보자, 해서 서른 한 살에 다시 돌아왔다. 최근 몇 년간은 나를 좀 깨보고 싶어서 연극보단 영화 쪽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은 너무 좋아서 죽어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명, 스타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은 없는가. 김 : 없을 수가 없다. “아, 나 떠야 해” 그러기도 한다.(웃음) 배우는 늘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 참 불쌍한 존재이다. 내 작품을 봤던 조연출의 추천으로 영화 에 잠깐 나온 적이 있는데 그전에 연락도 없던 친구들한테 전화가 오더라.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땐 어린 마음에 기분이 되게 나쁘더라. 뭐지? 그렇다면 연극은 인정을 안 해주는 건가? 하고.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연극 배우 하기 힘들 것이다. 신념과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될 것 같다. 또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막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열렬히) 이렇게 박수 치는 걸 보면 그게 뭔지 모르지만 너무 감사하다.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겠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연극으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연극이 분명 힘이 있다는 것이다. 홍 : 내가 연극을 시작할 때는 스타의 개념이 아예 없었다. 지금은 흔하게 배우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때만 해도 로비에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배우가 밖에 나가면 안 됐다. 분장한 상태로 누가 찾아왔다고 해서 나가면 어디선가 선배의 슬리퍼가 날아왔다.(웃음) 그래서 난 스타 시스템이나 스타에 대한 꿈이 없다. 좋은 작품에서 정말 잘 한다, 하는 말과, 저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꿈이다. 사람이 싫으면 연극 절대 못하고 그게 연극의 매력인 것 같다. 어느 정도만 떴으면 좋겠다.(웃음) 이 전해 주는 이야기 개막과 동시에 좋은 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 아직 직접적으로 칭찬은 못 들었는데, 남편이 잘한다고 해 줬다.(웃음) 홍: 지인들이 보고 나서도 선영씨가 참 잘한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 워낙 예민한 친구라 이렇게 끌고 오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확 가는 미친 역할들이 함정이 있어서 정말 미친여자로 끝나버리기 십상인데 이성을 갖고 제어하면서 가는 것, 김선영과 모린이 싸우며 고민하는 것이 다 보인다.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김 :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너무나 좋아했는데 ‘어둠 속의 댄서’를 보고는 정말 싫어하게 되었다. “주인공 미친 여자 아니야?”하면서 분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출이 그 이야기를 듣더니 “그 작품 너무 좋아한다, 그걸 원하는 것이다”라고 하더라. 아, 연출이 가고 싶은 곳이 바로 그곳까지구나, 여기까지 내려가고 싶은 거구나, 하고 희한하게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공연을 하면서 내가 점점 이렇게 눈이 넓어지고, 그걸 단 한 명의 관객에게 전달돼서 나처럼 생각이 변한다면 이건 성공한 거다. 작품이 나를 계도하고 있다.(웃음) 홍 : 특히 한국 정서는 사랑 표현에 서툴지 않느냐. 모린, 매그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만 삶에 찌들다 보니 너무나 익숙한 것들에 그것이 덮여있는 것 뿐이다. 사랑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당신들도 사랑이 있으니 표현을 해 봐라, 하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매그가 모린과 싸우다가도 문득 애처로운 눈길로 볼 때가 있다. 그건 말은 안 했을 뿐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걸 관객들이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1차원적으로 나쁘게 보일 순 있어도 절대 악인이 아닌 모습으로 그려갈 수 있게 우리들 모두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1.26 / 조회 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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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 쳐도 사랑 받을 수 없는가, 연극 <뷰티퀸>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 “난 절대 안 죽어. 일흔 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 걸."모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섬뜩한 말들이다.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 없이 늙어가는 노처녀 모린과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 황량한 아일랜드 언덕배기에 사는 이 두 모녀는 사랑 받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사랑할 수도, 사랑 받을 수도 없다. 연극 의 작가 마틴 맥도나의의 처녀작 이 초연 무대에 올랐다. 실력파 연극 배우들 홍경연, 김선영, 신안진, 김준원이 모여 마음이 황량한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을 펼쳐 보인다. 지난 13일 연극 프레스콜에서 뮤지컬 해븐 박용호 프로듀서는 “에서 마틴 맥도어의 글 솜씨에 반했던터라, 그의 작품 중 우리 관객들이 호응할 수 있는 작품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번역을 맡은 이문원은 “마틴 맥도어는 원초적 인간관계를 탄탄한 스토리로 보여주는 희대의 천재 작가”라고 말했다. 연극 은 1996년 마틴 맥도나가 25살 되던 해 8일만에 쓴 그의 처녀작. 작품 발표 후 비평가 협회 극장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에서 최고 연극상을 수상했고,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 연극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더 이상 나아질 것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잔인한 현실을 탄탄한 이야기가 황량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은 1월 14일부터 2월 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연극 공연장면 "12년 동안 엄마만 돌보면서 살았어" 마흔살의 딸 모린(김선영) "넌 내 죽을 끓여 줘야해" 딸에게 집작하는 노인 매그(홍경연) "모린한테 파티에 참석하라고 전해줘요" 아일랜드의 방황하는 젊은이 레이(김준원) 레이가 남긴 쪽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매그 "엄마 나한테 뭐 숨긴 것 없어" "니가 날 돌보지 않으면 누가 날 돌보니" 오랜만의 데이트 "넌 뷰티퀸이었어" 어색한 두 사람 "기차역에서 그를 만났어!!"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1.15 / 조회 1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