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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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열전···우리네 인생과 닮은 <고도를 기다리며> 막바지 연습현장
산울림 소극장이 뜨겁다. 올해 바로 초연 45주년과 소극장 산울림 개관 30주년, 여기에 임영웅 연출가의 연출인생 6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무엘 베케트가 1953년 발표한 희곡 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50년 동안이나 오지 않는 고도를 계속 기다린다. 기다림을 통한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1969년 극단 산울림의 창단 공연으로 국내 초연됐으며, 1985년 산울림 소극장 개관작도 이 작품이 차지했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타내듯이 는 더블린·아비뇽·폴란드·일본 등의 수많은 해외 초청공연과 함께 평단과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최근까지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이를 기념하기 위해 산울림 소극장에 작은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를 통해 단단히 연기의 뿌리를 내리고 이제는 TV와 영화,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동환·송영창·한명구·안석환·정재진·이호성·김명국 등 13명의 명배우들이 뭉쳐 를 무대에 올린다.이런 뜻깊은 자리에 배우들이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막바지 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산울림 소극장의 연습실을 지난 4일 찾았다. 연습실 문 앞에 서자 배우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무대만큼 작은 연습실은 평균연령 50세의 배우들이 내뿜는 에너지로 뜨거웠다. 에스트라공은 길가에 앉아 열심히 구두를 벗으려 애쓰고 블라디미르와 함께 실없는 수작을 부리며 '고도'를 기다린다. 여기에 포조와 짐꾼 럭키가 등장해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다 사라진다. 실제 무대를 방불케 할 만큼 팽팽한 긴장감 속에 배우들은 대사의 리듬을 살리며 탁구 경기의 랠리처럼 뜨거운 명승부를 펼쳐내고 있었다. 이날 연습실에서 만난 임영웅 연출은 “처음에 를 연출하기로 하고 작품을 읽는데 사흘쯤 걸렸다. 속으로 ‘이거 큰일 났구나’싶었지만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어서 그때부터 작품과 피 튀기는 싸움을 했다(웃음). 연습을 한참 하고 있는데 그 해에 이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탔다. 사람들이 상을 탔다고 해서 책을 사서 읽는데 막상 읽어보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몰라서 어려워했는데 마침 연극을 한다고 하니까 많이들 보러 왔다.”고 웃으며 감회에 젖었다. 임영웅 연출 (위) 지난 포스터들 (아래) 등 꾸준하게 무대에 오르며 연극을 놓치지 않는 정동환은 25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한 때는 다들 청춘이었는데 이제는 노(老)배우들이 됐다. 다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25년 전에 40살이었는데 그 때 내가 뭘 안다고 이 작품을 했을까? 그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농을 치며, “베케트 선생님이 나이가 칠십은 되야 이 작품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극을 쓰셨는데 임영웅 연출 또한 대사나 움직임의 양을 사십 대가 아니면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이 작품이 부조리극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부터 부조리가 있는 거다.”라고 말하자, 주위 배우들이 모두 공감하듯 웃음을 터트린다.이에 가만히 지켜보던 임영웅 연출은 “명배우들은 칠십이 되어도 팔십이 되어도 무대에서는 펄펄 나는 거야.”라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1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안석환은 “첫 무대가 1994년도였다. 연기자로서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긴장이 됐다. 대사 길이는 짧지만 양은 많고 그걸 타이밍과 리듬감을 살려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번 무대에 대해 “시간이 흐른 만큼 연륜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무대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했다.또한 이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두 바보가 고도를 50년 동안 기다리는 바보짓을 한다. 그런 유희성이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서는 ‘저렇게 바보 같은 게 내 모습이 아닐까’라고 한 번쯤 생각해준다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명국, 정동환, 임영웅 연출, 안석환, 이영석 (왼쪽부터)포조 역으로 무대에 다시 서는 김명국은 캐스팅에 얽힌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 놓는다. “93년에도 포스트극장에서 이란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노부부가 객석에 앉아 있었다. 이 연극은 노인들이 보실 연극은 아닌데 누군가 했더니 임영웅 연출님이랑 오증자 선생님 부부셨다. 다음 날 산울림 극단 단원이 누런 봉투에 산울림 직인이 찍힌 대본을 가져왔다."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또한 그는 “관객들에게 특별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배우들 또한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오래한 것이 자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작품을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날 배우들의 연습을 끝까지 지켜본 임영웅 연출은 “를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초연 때부터 그 시대의 명배우들과 작업을 했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어려워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배우들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다. 공연은 오는 3월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3.09 / 조회 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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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금기가 사라지는 순간을 그렸다” 연극 ‘사라지다’
연극 ‘사라지다’가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등장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등장인물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의 성찰을 이끈다.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 연극 ‘사라지다’의 연출가 이해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하기 애매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하자면, 우리 삶의 단면을 통해 드러나는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는 누구인가. 사는 것이 뭔가. 여기는 어딘가’ 이에 더해 연극 ‘사라지다’는 경계와 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 일반과 이반, 삶과 죽음에는 경계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경계를 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금기에서 불행과 행복이 파생된다. 과연 그 경계와 금기가 온당한 것인가. 보편에 속하는 이들이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난과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묻고 싶다. 무대에는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이혼녀 등의 ‘보편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등장해 서로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객들이 진정한 ‘삶’과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연출가가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행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서로의 행복을 인정하고 바라봐 주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말하고 싶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바라고 지키다가는 서로 피폐해지고 불행해진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너의 행복을 내 것인 듯 바란다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정상’의 범주는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정상이 무엇인가’이다. 내가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정상이라는 것이 타당한가. 과연 그 경계를 구분 지을만한 기준이 있는가.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들인데 왜 한쪽은 정상이라 구분 짓고 다른 쪽을 차별하며 사회적 폭력을 행하는가. 이 모두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 여성에 대해 다룬 계기가 있나? 이 작품의 초고 작업을 2007년에 했다. 그 시기는 세상의 반쪽인 ‘여성’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시기였다. 전형적인 남성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가, 여성성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 사유의 범위가 인간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 연출할 때 주력한 점은? 가장 주력한 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지만 연극 ‘사라지다’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살아있었으면 했다.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도록 배우들과 많은 소통을 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작품의 주제가 어렵게 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배우들도 대사에서 드러나는 철학적 성찰에 쉽게 다가서진 못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우들은 주제를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배우들이 완전히 받아들였기에 무대에서 어렵게 표현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오히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교감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이야기해 달라. 트렌스젠더인 말복이 신정에게 ‘왜 여자를 사랑하니?’라고 묻는다. 신정은 말복에게 ‘너는 왜 여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한다. 서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둘은 상대를 이해한다. 이 장면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벽을 허물어 소통과 교감을 이루는 순간이다. 나는 이 교감의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누군가와 진정 교감되는 순간이 행복하지 않은가. - “마음을 열고 만나고 싶다” 공연에 오셔서 마음을 열고 편하게 보시는 게 좋다. 재밌으면 웃고, 눈물도 흘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라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보다는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에 대한 애정과 시선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함께 빌어주길 바란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3.01.09 / 조회 9,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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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it] 경계의 모호함, 연극 ‘사라지다’
낡은 듯한 해묵은 종이 위에 빨간 입술 같기도 하고,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이 남겨져 있다. 몇 개의 글자만이 서성이는 빈 여백과, 낙엽 같은 입술을 머금은 종이의 낯빛이 쓸쓸해 보인다. 붉고 검은 자욱들이 어울려 농도 짙은 이음새로 만들어낸 ‘사라지다’라는 글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작품은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세상의 다양한 경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연극은 경계에 서 있는 다섯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회가 만들어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오가는 트렌스젠더 말복,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신정,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서 있는 상강,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동지, 행복과 우울의 경계에 선 청명, 삶과 죽음 사이에 선 윤주까지 성격과 사연도 모두 다양하다. 포스터의 입술 같기도, 낙엽 같기도 한 문양은 그 형상의 ‘모호함’으로 연극 ‘사라지다’의 상징성을 잘 드러낸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 안에서 그 경계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경계들은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서로 충돌하며 생기는 갈등 때문에 실제로는 모호한 것들이 많다. 작품은 세상이 ‘비정상적’이라고 불러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경계가 ‘낙엽과 입술 사이’에 선 문양처럼 모호한 것임을 보여준다.연출가 이해성은 “가장 쉽게 사유와 성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은 정서를 통한 감동이다. 어떤 이야기가 내 정서를 울릴 때, 그것이 가슴으로 툭 떨어지면서 깊이 있는 사유까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유는 머리에서만 맴돌다 끝이 난다. 정서를 통해 들어가야 오래 내 안에 머물게 된다. 연극 ‘사라지다’는 의도적으로 감상적인 코드, 감정의 흐름을 많이 넣었다. 연극계가 감성적인 이야기를 폄하하는 면이 있는데, 그 편견도 깨보고 싶었다. 정서를 동반하지 않은 철학보다 마음을 울리면서 이끌어내는 철학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질, 연극 ‘사라지다’연극 ‘사라지다’는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의 2012 시즌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 ‘고래’, ‘살’, ‘빨간 시’ 등의 이해성이 쓰고 연출한다. 이해성은 이번 공연을 통해 30대 중반 여성들의 성과 사랑, 아픔과 치유에 대해 담는다. 다섯 명의 여자가 펼치는 솔직한 수다 뒤로 진한 감동을 담는다.이번 공연은 50: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다섯 명의 여배우가 출연한다. ‘여자’ 역으로는 관록의 연기를 선보일 중견 배우 강애심이 함께한다. ‘동지’ 역은 황세원이, ‘신정’ 역은 박윤정이 맡는다. ‘청명’ 역은 우수정이, ‘상강’ 역은 김원정이 출연한다. ‘윤주’ 역으로는 황은후가 출연한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오르는 만큼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연극 ‘사라지다’는 중년의 트렌스젠더가 등장한다. 이 역은 연기 인생 35년 최초로 여장 연기에 도전하는 박용수가 함께한다. 박용수는 이번 공연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정서를 열연할 계획이다. 여자들의 수다에 들어서는 남자 역은 김동완이 출연한다.연극 ‘사라지다’는 12월 29일부터 2013년 1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2.17 / 조회 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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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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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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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키워내는 이 사회의 민낯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제중학교 학생이 교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는 여러 명에게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 유서에는 한결같이 다섯 명 학급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극 는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집단 따돌림과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유서에 이름이 적힌 학생들의 부모들, ‘보고 싶다’는 ‘니 부모 얼굴’들만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작품이 자살 사건 자체만을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건을 일으키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 즉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어른 괴물의 충격적인 포효를 일체의 가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데 의도가 있다. 더욱 아찔한 건 가난하고 위축된 한 학생을 왜, 어떻게 끔찍한 고통 속에 몰아 넣었는지가 가해자 부모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을 모아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면에 있는 “그런 일은 끔찍한 것”이라는, 인간으로서 부정할 수 없는 자기 고백. 하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더한 분노를 불러 일으킬 뿐이다. 분명히 이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태생에서부터, 연극이 가진 또다른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피해자의 부모로, 가해자의 부모로, 또한 명문 학교의 교장으로 서 있는 자신의 위치에서 인간이 얼마나 스스로에게만 놀랍게 집중할 수 있는지 뛰어나게 보여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생존 본능과 법칙 자체를 스스로 뒤엎어 자멸하는 충격적인 현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그 자체로 이 사건을 이루는 사회 각 요소의 대변이다. 경제 위기, 가정 폭력, 결손가정을 비롯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며 되풀이 되는 학원 폭력까지. 결국 집단 따돌림으로 시작된 어른들의 자화상에는 세상의 혼돈이 어지러이 담겨 있는 셈이다. 사회고발에만 이 작품의 의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위의 요소들로 더욱 뚜렷하게 존재 이유가 있는 캐릭터들을 비롯, 학생들을 등장시키지 않아 배가되는 극적 효과, 촘촘히 짜여진 퍼즐 같은 구성을 잘 풀어내는 뛰어난 배우들은 극으로서의 완성도를 십분 높인다. 작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의 가능성도 남겨 놓는다. 교사로서의 신념과 신의가 무너져 내린 담임의 울음, 고개를 떨군 한 아버지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인생 선배, 그리고 가해자이지만 “착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해주는 학생주임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결론은 주어지지 않는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지러울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7.04 / 조회 1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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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버틴 25년 "무대는 거짓말 안한다" 서이숙
감초 조연, 카리스마 명연기 등 무대 위에서 25년간 서 온 그녀에게 다소 새삼스러운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던 지난 1년이다. 드라마 ‘짝패’에서 작은 년한테 서방 빼앗긴 큰 년 역을 비롯, ‘신들의 만찬’ 부주방장, ‘인수대비’의 박상궁 등 TV 드라마를 통해 배우 서이숙(44)을 만난 사람들은 거물급 신인 등장에 놀라움을 더했다. 하지만 25년 간 무대 위에서 강렬한 인상과 연기로 많은 관객들에게 뚜렷하게 이름을 새긴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갑상선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잠시 비웠던 1년 간의 무대 공백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제 서이숙이 다시 선다. 큰 발성뿐 아니라 온 몸을 던져야 하는 무대였기에 오롯이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서기를 자중했던 그녀, 연극 (이하 )에서 누구보다 자기 자식을 생각하는 놀랄만한 엄마 역을 맡았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역할, 재밌다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대를 비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다. 그게 참 억울한 부분이다.(웃음) 쉬면서 몸에 안정을 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마냥 사람이 쉴 수도 없고. 마침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는데, 무대처럼 목을 많이 안 쓰니까 하게 됐다. 그런데 아프다고 공연 못하겠다는 사람이 TV에 나오고, 게다가 화려한 역이나 주연도 아니니까 연극 안 하냐는 시각들이 좀 있었다. 그치만 이번 부터 올 9월까지는 연극을 하기로 해서 드라마 일정은 안 잡기로 했다. 한태숙 선생님이 를 하자고 하시는데, 안 할 수도 없고, 더블로 하자고도 못한다.(웃음) 그 명작을, 학생들이 하는 워크숍 공연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그 작품을 한태숙 선생님이 하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웃음) 올 하반기는 연극으로 채웠다. 이제 건강은 많이 회복된 것인가. 워낙 성격이 무딘 편이라 이 정도는 뭐 괜찮은 것 같은데, 대사 리딩 할 때나 피치를 높여야 할 때는 힘이 달리는 걸 느낀다. 목 주변이 자유롭지 않으니 스스로 목을 막더라. 어쨌건 칼을 댔고, 갑상선을 아예 떼어버렸으니까 이것에 대한 회복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일찍일찍 집에 간다. (웃음) 지난 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건강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한 것도 그렇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다.(웃음) 작년에도 (한태숙 연출)하고 드라마 ‘짝패’를 동시에 했는데, 그래도 연극판에서 중추 배우가 드라마에서 거지 역할을 한다, 이런 단면만 보실까봐. 그런데 ‘짝패’의 호응이 좋았고, 저 배우가 누군가, 하는 관심도 많았다. 연기가 되면 괜찮은 거구나, 했다. 게다가 박정자 선생님도 배우가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으면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얘기해 주셔서 힘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연극에서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많이 하고 있다. 신분도 낮고.(웃음) 드라마에선 ‘시침뚝’ 연기를 하는 것 같고, 그걸 시청자나 어른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인수대비’에서 박상궁도 처음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인데 점점 코믹으로 가고. TV 배우님들이 인상을 잘 안 쓰는 반면에 난 민망할 정도로 인상을 쓰는데, 정말 과장이 아니라, 화면이 클로즈업 되니까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드라마에선 정해진 각도 내에서만 조금씩 움직이거나, 카메라가 알아서 배우의 모습을 잡는데 난 그런 주문 없이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번에 한다. 왜? 난 철저하게 조연이니까. “다시 한번 할게요”하지 않는다. 코믹한데 존재감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고, 그래서 날 찾게 된다고들 하신다. 그런데 이런 말을 내 입으로.(웃음) 대사의 키워드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것, 발성은 자신있다배우 서이숙의 분명한 장점은 발성, 정확한 발음과 대사전달력이다.트레이닝이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키워드를 명확하게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작품과 역할이 명료해지고 상대에게서 다시 반응이 온다. 그리고 감정까지 전달이 된다. 모든 걸 그저 감정으로 하려고 하면, 그건 개인의 감정 연기일 뿐 아니겠는가. 그래서 상대 배우를 의도적으로 뚫어지게 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것들이 연습하면서 좀 풀리면 무대 위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발성도 막연히 하는 게 아니라 몸통으로, 비성, 두성을 다 뚫어 써서 하게 된다. 에서 이오카스테의 죽음을 처절한 절규로 표현했는데, 경사 무대에서 퇴장하며 내 달리는 힘으로 소리를 질러도 목이 한번도 쉬지 않았다. 극단 미추 단원으로 지낸 경험들이 큰 영향이 되었겠다. 분명 있다. 보고 배운 것들이 있지 않은가. 때 마이크를 차지만 전체를 아우르며 대사를 하는 건 미추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발성 다루는 건 정말 자신 있다. 고교시절 배드민턴 선수였고, 졸업 후 잠시 코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는데 배우로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또 배우는 현대 무용, 한국 무용도 꼭 배워야 한다.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고. 과거 훈련 받았던 걸 몸이 기억한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자유롭게 몸을 쓰지 못하면 안되지 않느냐. 연극에서 기품 있는 역할을 주로 맞는 것도, 나도 모르게 무대에 서면 허리가 곧게 펴지기 때문이다. 허리가 펴져야 발성도 잘 되고 시선도 바르고 동작도 나온다. 배우는 감각 훈련, 신체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처음 본 연극에 빠져 지방 극단 생활을 시작했고, 서울로 올라와 극단 미추의 단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소위 말하는 무명 시간들이 길었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 무식해서.(폭소) 아무것도 몰랐으니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또 성격이 하나를 하면 좀 진득하게 가 보자는 게 있다. 외부로 나가는 걸 무서워하기도 했고. (웃음) 그때 이런 말을 들었다. 모든 예술가 중에서 연극 배우만 투자한 거 없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피아니스트나 화가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게 있는데 연극 배우들은 늦게 시작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연극영화과도 안 나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이제 연극하러 들어왔는데 뭘 얻기를 바라는가. 그게 견디는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안 들리고, 미추산방을 혼자 지키고 있어도 그게 너무 행복했다. 세월은 거짓말 안 한다. 무대는 더 거짓말 안 한다. 역할이 적다고 밖에 나가 있으면 팀웍이 흐트러진다. 연습 때 다 같이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바로 내공이고 무대다. 무대가 그렇게 무섭더라. 후회되는 부분은 없나? 미련하게 어떤 마음으로 무슨 일을 했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다 내 마음 같지 않았구나, 하는 점은 있다.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고. 지나고 나니 내가 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 내 마음 같으려니, 말 하지 않아도 알겠거니, 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할까. 실컷 웃기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진 후, 진하게 울려버린다의 대본을 읽어봤는데 속에서 분노가 솟았다. 나 역시 그런 걸 느꼈다. 그런데 대본을 읽을 때마다 화나는 부분이 달라졌다. 이런 민감한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다 같이 인식해 보자는 거다. 배우들도 너무 화나고 슬퍼서 감정에 빠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어쨌든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들은 철저하게 냉정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 낭독공연이 좋았는데 이제 무대를 형상화해야 하는, 보이는 공연을 해야 하는 숙제가 더해졌다. 그런 부분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 냉정하게 접근해도, 어찌되었건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 부모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자기 자식을 위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 그 입장을 우리가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는 거다. 이 작품의 질문은 그거인 것 같다. 윤정 어머니 역은 학부모들 중에서 자식을 위한 마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윤정 엄마의 행동을 보고 놀라면서 속으로는 좋아한다. 왜? 대신해 주니까. 그런데 절대 악인이 있을까? 분명히 어떤 일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하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 때도 그렇게 접근하는 것 같다. 배우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날 보고 드라이 하다고 했다. “너~어무 예뻐”, 난 그런 게 안 된다.(웃음) 그래서 ‘난 감성이 없나?’ 상처 받기도 하고. 그런데 속은 안 그렇다. 그게 나의 성격이고 표현 방법인 것이다.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표현 방법이 다르고 연기 스타일도 저마다 다른 것이다. 드라마가 강한 작품과 분명 다른 특징이 에 있을 것 같다. 정말 웃긴 건, 이 작품에 드라마적인 구조가 너무 많다는 거다. 인물들 하는 행동들이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재밌다. 일본에서는 관객들이 웃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떻게 웃느냐, 하는 정서 차이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웃는다.(웃음) 무지 웃기다. 심각할 거라고만 생각하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다 들어가 있고, 인물 캐릭터가 아주 명확하다. 이런 희곡 흔치 않다. 실컷 웃겨놓고, 아주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진하게 울려버린다. 그래서 드라마가 강한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관객들이 흥미로워 할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도 ‘버티는’ 마음으로 가게 될까? 배우로서도 25년, 인생으로서도 중반. 다행스럽게 잘 버텨와서 이제는 잘 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속도 좀 단단해지고 사람을 대하는 데 더 여유로워졌다. 역지사지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음도 편해지고,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웃음) 그런 변화가 어찌보면 세상을 더 따듯하게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간 너무 젊음만 믿고 막 살았는데(웃음) 장민호 선생님이 나에게 길을 보여주셨다. 노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 저렇게 가야하겠구나, 깨달았다. 생각으로만 ‘배우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건강 관리도 잘하고, 그러려면 일단 정신이 맑아야 하겠다. (웃음) 연극 연극 는 일본에서 발생한 이지메 자살 사건과 자살한 자의 무덤을 찾은 가해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극작가이자 고교 교사 하타사와 세이고가 ‘보도되지 않은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따돌림에 못 견뎌 자살을 한 학생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들, 그들의 부모들의 섬뜩한 이기심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올 1월 낭독공연으로 소개될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켜 본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김광보 연출의 서울공연은 강남에 위치한 한 국제중학교를 배경으로 하며, 무대 위에서는 지목된 가해학생들의 부모들과 교사들만 등장한다. 손숙,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서은경 등 대학로의 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것도 화제. 노련한 배우들의 여유와 장면에 들어섰을 때의 날 선 집중이 교차되어, 공연을 약 3주 앞둔 연습실 풍경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6.05 / 조회 1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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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괴물이 된 아이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6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일본에서 2008년 초연해 한국에서는 지난 1월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 작품은 장애인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 사법권의 문제점을 제시한 ‘부러진 화살’에 이어 우리 사회의 감추고 싶은 이면과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회의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도로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죽은 여학생의 편지를 은폐하려는 학부모와 유령처럼 계속 나타나는 또 다른 편지, 고립된 공간에 압박해 들어오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의 대결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교사들만 출연한다. 작품은 가해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 은폐 하는 모습을 통해 진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부모들의 행동 속에 아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의 캐릭터까지도 무대 위 부모들의 모습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광보 연출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심각해지는 왕따 문제가 더 이상 누구의 책임으로 미룰 것이 아니라 누구든 책임을 지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암전도, 무대전환도 없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는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 배우들이 출연한다. 명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09 / 조회 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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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지 않은 가해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발표회
중학교 내에서 벌어진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한 학생의 죽음, 그리고 그 사건을 둘러싼 남은 ‘가해자’들의 부모, 선생님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춰내고 있는 연극 가 오는 5월 공연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신시컴퍼니 제작으로 공연될 이번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고의 작품으로, 작가는 2006년 후쿠호카 현에서 일어난 이지메 자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중학교 1학년 생이 자살했는데 가해자로 생각되는 다섯 명의 학생이 장례식장에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는 보도를 들었다. 그 기사를 접하고 가해자의 부모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해자 쪽의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아 희곡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김광보 연출(왼쪽)과 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오른쪽)“한국에서도 이지메라는 단어가 그대로 사용, 이해되고 있음이 놀라웠다”는 작가는, “2008년 일본 초연 당시 ‘이런 비장한 사건이 설마 있나’와 ‘현실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고 더욱 심하다’는 두 가지의 관객반응이 있었고 이 모두가 가슴 깊이 다가왔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부모들에게 큰 분노를 느꼈다”고 일본 공연의 반응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 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으로 선보여 당시 관객들 사이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낭독공연 전 대본을 읽어봤는데 우리네와 너무 똑 같은 환경이라 놀라웠다”고 말하며 “국내 학교와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작품은 분명히 공연할 이유가 있으며, 오랜만에 문제 인식이 짙은, 시사성을 가진 연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명성 대표가 “어느 작품에서도 이 정도 배우를 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이번 작품에서는, 낭독 공연에 참여했던 길해연, 박용수를 비롯, 손숙, 박지일, 이대연, 서이숙, 장영남, 서은경 등 대학로의 탄탄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작품을 읽어본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던 것 중에 하나가 학교 폭력이고, 사회문제 중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연극만큼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더 화제가 되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숙) 출연배우 손숙, 박용수, 박지일(왼쪽부터)특히 극중 등장인물과 나이가 같은 딸을 두었다는 이대연은 “우리 사회가 타인의 아픔, 고통에 둔감한 사이코패스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짜임새, 극적 구현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발언으로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연극의 제언이 될 것 같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낭독공연 후 분장실에서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는 박용수는 “학교 폭력 뒤에 숨겨진 부모들의 욕구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라고 말하면서도 “작품이 가진 사회성에 못지 않게 한 편의 연극으로서도 탄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길해연, 서이숙, 이대연(왼쪽부터)“우리 상황과 밀접해 원본 그대로 가도 충분할 것”이라는 김광보 연출은 “원본의 서사, 플록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름, 학교 등 배경만 한국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엔 이지메 가해학생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와 학교 선생님들이 등장, 이들의 이기심이 극대화가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연극 는 5월 18일부터 7월 2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스페이스신도림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2012.03.13 / 조회 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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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인연’에 대해 묻다,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가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오른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 ‘봄’과 맞닿은 ‘인연’이라는 화두를 풀어낸다. 작품은 가장 가깝게 지내지만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나와 타인의 만남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그려낸다. 이 작품은 문학적인 감성과 일상을 담아내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경주 외곽에서 50년을 해로한 노부부는 일상적인 삶을 보낸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찾아와 생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와 부모, 서면댁 부부의 삶을 지켜본다. 작품은 아들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하며 깨닫게 되는 ‘나’와 ‘인연’에 대해 질문한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0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에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서울연극제 대상, 남자연기상, 여자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과 2011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이번 공연은 극단 이루의 대표인 손기호가 연출을 맡는다. 아버지 역에는 연극 ‘돈키호테’, ‘고도를 기다리며’, 영화 ‘화려한 휴가’, ‘효자동 이발사’, 드라마 ‘토지’, ‘타짜’ 등에 출연했던 박용수가 출연한다. 어머니역에는 연극 ‘날 보러와요’, ‘이’ 등에 출연했던 우미화가 맡는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아들 역에는 정인겸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염혜란, 조주현, 최정화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8 / 조회 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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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공연 한 편으로 세상 깨닫기 ‘풍찬노숙’, ‘돈키호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1월, 세상에 대한 여러 시각을 담은 작품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풍찬노숙’은 사회적 이슈인 혼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민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신화적 공간으로 불러들여 새롭게 재현한다. 연극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상과 꿈을 놓치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을 담는다. 1월의 둘째 주 세상과 삶을 돌아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극장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시대에 대한 화두를 던지다!연극 ‘풍찬노숙’ 1월 18일부터 2월 12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 ‘풍찬노숙’은 남산예술센터가 선보이는 2012년 시즌 첫 번째 공연이다. 현시대가 직면한 ‘혼혈’이라는 문제를 신화의 공간을 끌어들여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외래 인구 유입의 분열 단계에서의 혼란을 그린다. 여기에 신화적 공간을 더해 이름 없는 혼혈족이 민족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역사적 출발선을 찾는 과정과 차별, 불이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연극 ‘풍찬노숙’은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다룬다. 한국 사회와 맞닿아 있는 빈부격차, 외국인 노동자 차별, 다문화 가정 등의 문제를 색다른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허를 찌르는 풍자와 재치도 선보일 예정이다.작가 김지훈은 ‘풍찬노숙’에 대해 “작품은 농경지의 공동화로 인해 탄생된 대지주와 그 속에서 단순노동력 공급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선택된 코시안(kosian)의 불운한 삶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상주의에 가득 찬 에피소드를 다룬 것은 아니다. 현실 비판에 머무는 근시안적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혼혈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5관왕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괴물 작가’ 김지훈의 신작이다. 여기에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 ‘여기 사람이 있다’ 등을 맡았던 연출가 김재엽의 시선이 더해져 색다른 매력의 작품을 탄생을 예고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나아가는 행동가 돈키호테연극 ‘돈키호테’1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명저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한 노인의 용기 있는 모험과 도전 꿈과 희망을 전한다. 2010년 공연 당시 유료 객석 점유율 80%를 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연극 ‘돈키호테’는 원작에 보다 충실해 세밀한 줄거리 전개와 다양한 무대 기법들로 표현된다. 묘한 사각관계에 빠진 네 남녀가 돈키호테 일행과 우연히 마주치면서 사건은 해결점을 찾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 소설은 4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서양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이번 공연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작가 빅토리앵 사루드의 작품이다. 빅토리앵 사르두의 희곡은 소설의 핵심내용과 소설에 삽입된 젊은 네 남녀 ‘카르데니오와 루신다, 돈 페르난도와 도로테아’ 이야기가 등장시켜 압축된 ‘돈키호테’를 보여준다. 연극 ‘돈키호테’의 연출을 맡은 양정웅은 빅토리앵 사르두의 희곡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돈키호테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는다.2012년 연극 ‘돈키호테’에는 배우 이순재가 함께해 화제를 모은다. 이순재는 지난해에도 돈키호테 역을 맡아 77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열정과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는 2011년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한명구가 이순재와 함께 돈키호테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 외에도 박용수, 정규수, 최광일, 한윤춘, 이해성, 박호석, 유수미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1.11 / 조회 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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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2011 서울연극제
2011 서울연극제가 지난 15일 폐막 행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연극제는 ‘연극, 우리시대의 거울-이슈!’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작돼 26일간 성황리에 진행됐다. 폐막 행사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배우 윤여성과 염혜란의 사회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는 관객평가단 인기 작품상, 미래야솟아라 작품상, 연기상 등 12개 부문별 총 상금 2천여 만 원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극단 이루의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가 전문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대상’과 관객평가단 ‘인기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극단 작은신화의 ‘만선’은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이 두 작품은 연극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의 박용수, 우미화와 연극 ‘만선’의 장용철이 연기상을, ‘만선’의 신용인이 연출상까지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무대예술상’에 나한수(2g의 아킬레스건), 이윤수(사라-0), 희곡상에 김재엽 작가의 ‘여기, 사람이 있다’가 선정됐다. 쇼케이스 형식의 연극 공연 프로젝트 ‘미래야 솟아라’ 부분에서는 작품상에 극단 Theatre201 ‘가방을 던져라’, 연출상에 ‘캠벨스프’의 김은정, 연기상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이준식, ‘공무도하가’의 신정원이 수상했다. 자유참가작 중 작품상은 극단 풍경의 ‘교사형’이 받았으며, 원로연극배우 김길호가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번 2011 서울연극제는 29개 극단의 31개 작품이 무대에 올라 만여 명의 유료관객과 오천여 명의 무료관객을 만났다. 공식 참가작 이외에도 ‘미래야솟아라’, ‘토론연극 핫이슈’, 어린이날 기념공연, 낙산 야외공연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관객참여 기부운동인 미소나눔티켓과 연극인긴급구호 기금 조성을 위한 연극제 수입 3% 기부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관객들이 연극을 사랑해주신 힘으로 이번 2011 서울연극제가 잘 치러질 수 있었다. 2012 서울연극제에서도 보다 수준 높은 공연으로 보답해 사회에 좀 더 공헌할 수 있는 행사로 꾸려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5.18 / 조회 1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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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길들이기] 지식인이 되고픈 그녀, 술주정뱅이 교수 찾아가다
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이 가득한 교수실. 권태로운 얼굴을 한 중년의 문학교수가 서성인다. 무언가 고심을 하던 그가 생각 났다는 듯 방긋 웃으며 향한 곳은 수 많은 책이 나란히 정렬한 책장, 아니 그 뒤에 숨겨놓은 술병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프랭크. 문학교수이지만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 진력이 났으며, 결혼에도 실패했고, 시를 쓰는 것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권태로운 인생의 지식인이다. 어느 날, 그 앞에 리타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26살의 미용사. 결혼도 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을 주체 못해 개방대학(Open University)에 등록하고 프랭크 교수를 찾아간다. 미용사와 교수의 밀고 당기는 수업, "지식인이 되고 싶다고요!" 연극 [리타길들이기]는 술주정뱅이이자 권태로움에 휩싸인 프랭크 교수와 배우지 못해 무식하지만 지적인 욕망이 강한 리타가 만나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드라마. 이 작품의 묘미는 단연 리타다. 첫 등장부터 “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짜증나요”로 시작해 엄청난 수다를 떨기 시작한 그녀는 천박하다 할만한 말투와 옷차림으로 프랭크 교수를 당황시킨다. 하지만 씬이 바뀔 때마다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변모해간다. 처음에는 발음도 제대로 못했던 영국 소설가 포스터(E.M. Foster)의 작품을 비평해 내고, 뿐만 아니라 페르귄트(Peer Gynt), 헨리 입센(Hemrik Ibsen), 윌리엄 블레이크(W. Blake)에 대해 교수와 설전을 벌일 정도다. 그녀의 의상과 말투의 변화는 점점 선망하던 ‘진짜 대학생’ 내지는 ‘지식인’들의 그것과 비슷해지지만, 프랭크 교수는 점점 그녀의 진짜 모습을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 물론 리타에 대한 이성적인 끌림과, 그녀가 점점 다른 사람들과 교류 하는 데에 대한 불만과 질투도 한 몫 한다. 이젠 그녀가 그리도 좋아하던 통속소설 ‘욕망의 도시’를 문학이 아니라며 외면하는 리타와, ‘읽어보니 끝내주던데’하는 프랭크. 그들 사이에서 나오는 답은 무엇일까. 이승비 최화정, 각각 다른 버전 대본으로 열연 [리타길들이기]는 1980년 런던에서 초연해 영화로도 제작되며 인기를 끈 작품. 2002년에는 현대 흐름에 맞추어 개작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1991년 최화정, 윤주상, 이승철 주연으로 초연, 1997년, 2004년에도 공연되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멤버인 최화정, 윤주상 커플과 이승비 박용수 커플이 열연한다. 독특한 것은, 이 두 팀의 공연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다. 이야기 줄기는 같지만 의상, 동선은 마치 다른 공연처럼 각기 개성있고 다르다. 게다가 최화정 윤주상은 초연 대본으로 공연하고 이승비 박용수 팀은 개작 대본으로 공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사도 다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두 팀의 공연은 각각 다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승비, 박용수 팀의 [리타 길들이기]는 정석을 보는 듯한 착실한 공연 전개와 감정 얼개로 단단한 감정 몰입을 유도한다. 유들한듯한 박용수(프랭크)의 연기와 엉뚱하고 깜찍하지만 지식에 대한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이승비(리타)의 연기는 잘 차린 밥상을 배부르게 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서서히 변해가는 리타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 이승비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최화정, 윤주상 커플의 [리타 길들이기]는 좀 더 코믹해 객석의 웃음을 유도한다. 28살의 나이로 설정됐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화정은 털털하고 삐딱한 한 리타로 등장해 주목을 끈다. 윤주상의 프랭크는 좀 더 엄격하지만 그만큼 정도 더 많은 캐릭터로 그려졌다. 연극 [리타 길들이기]는 1980년 거대 노동계층이 존재했었을 때 쓰여졌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의 관객에게도 통하고 있다. 배움의 어려움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은 지금, 여기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 헤어진 리타가 눈물을 흘리며 “내 맥베스 리포트 어땠나요?” 물을 때, 웃음이 피식 나오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글: 송지혜(인터파크ENT song@interpaek.com)
2008.03.28 / 조회 1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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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길들이기] 최화정, 17년 만에 무대로
연극열전2의 세 번째 작품인 [리타 길들이기](연출 최우진) 기자 간담회가 지난 14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작품에서는 17년 전 국내 초연 멤버였던 배우 윤주상과 최화정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예정이며 개성파 연기자 이승비와 TV와 연극 무대를 종횡하는 박용수가 또 다른 리타와 프랭크 교수로 짝을 이뤘다. 오랜만에 무대로 복귀한 최화정은 “그간 연기 생각을 하지 못했고, 무대에 겁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며 “17년 전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초연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26살의 리타를 연기하기에 현재의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연극열전2를 통해 공연 프로그래머로 변신한 조재현이 “초연 당시 공연 팜플렛을 보았는데, 그 때 보다 지금의 최화정이 훨씬 더 낫다”며 “시간을 거스르는 배우가 여기 있다”고 최화정을 지목했다. 이에 최화정은 외국에서는 4,50대 배우가 줄리엣 역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연극무대에서 배우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음을 강조하며 모든 것은 연기로 보여주겠다며 열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프랑크 역을 맡은 배우 윤주상은 “공연은 매번 다르고 새로운 것”이라며 “[리타 길들이기]를 다시 만난 지금 매우 흥분되고 들떠 있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더욱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모습으로 명품 작품을 만드는 배우의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우 캐스팅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조재현은 “처음에는 원년 배우들을 구성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닿아 기꺼이 참여해준 윤주상, 최화정과 더불어 박용수와 이승비의 조화에도 힘을 실었다. 또한 이승비의 캐스팅에 대해선 몇 년 전 관람한 극단 유의 [홀스또메르] 출연 배우 40여명 중 가장 돋보였었다고 말하며 독특한 이승비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또 다른 프랭크 교수인 박용수는 배우와 스텝이 모두 “막이 오르고 내릴 때까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이 연극"이라며 “배우로서 포만감이 큰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두 팀이 선보이는 한 작품의 연출가로서 최우진은 “배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 배우가 가진 최대 장점을 끌어내는 것이 이번 연출의 목표라고 밝혔다. [리타 길들이기]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26살의 열정적인 주부 미용사 리타와 그녀를 가르치는 문학교수 프랭크를 통해 인간의 갈등, 진정한 가치, 교육의 효용성 등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는 3월 14일부터 5월 18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황선아(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02.15 / 조회 2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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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2] 3월, 두 편의 영국연극이 상륙한다
연장공연 중인 [늘근도둑 이야기]와 [서툰 사람들]이 끝나는 3월 초, 연극열전2의 바통터치 작품은 모두 영국에서 건너왔다. 먼저 오는 3월 14일 막이 오르는 [리타 길들이기](연출 최우진)는 [블러드 브라더스], [셜리 발렌타인]의 작가로도 유명한 윌리 러셀(Willy Russell)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관객을 만나오고 있는 명작 중 하나. 또 3월 21일 국내 처음 선보이는 [블랙 버드](연출 김광보)는 개성강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에딘버러 태생의 젊은 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의 2005년 작품으로 현대 영국 연극의 한 흐름을 볼 수 있는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연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리타 길들이기]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인 ‘자아 실현’의 이야기가 26살 주부 미용사 리타를 통해 펼쳐진다. 예쁜 옷과 남자친구가 관심의 전부였던 그녀는 문학교수 프랭크를 통해 교육을 받으며 날로 그 면모가 달라지지만, 여느 자아 발견 드라마와 같은 ‘배운 여성 성공기’식 결말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 교육을 통해 행복해 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1980년 6월 런던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의해 초연된 후 1984년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2002년 영국 리버풀 플레이하우스에서 현대에 맞게 개작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연극열전2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은 2002년 버전으로 어색한 대사와 설정 등이 수정, 삭제되었다. 1991년 국내 초연 멤버인 최화정, 윤주상이 다시 리타와 프랭크로 만나며 이승비, 박용수 등 대학로 연기파 배우들이 또 다른 한 쌍을 이룬다. 5월 18일까지. 12살 소녀와 40살 사내의 관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블랙 버드] 1971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한 [블랙 버드]는 성관계를 갖은 12살 소녀 우나와 마흔살의 사내 레이의 예측하기 힘든 관계를 보여준다. 과거의 일까지 모두 ‘현재형’으로 펼쳐보이는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미묘하고 대담한 대사와 감정표현 등은 사실이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 보든 이들을 헛갈리게 만든다. 2005년 에딘버러 인터네셔녈 페스티벌 오프닝작으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06년도 웨스트엔드 장기공연에 이어 2007년 올리비에상 베스트 희곡상을 수상했다. 2005년 [프루프] 이후 3년 만에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추상미, 연기생활 20년이 넘는 베테랑 배우 최정우가 선보이는 불안과 우울, 욕망과 연약함 사이를 오가는 심리상태가 관람 포인트. [에쿠우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등과 작년 서울연극제 연출상 및 대본상 수상작인 [발자국 안에서]의 연출가 김광보가 지휘를 맡는다. 5월 25일까지. 글: 황선아(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una1@interpark.com)
2008.02.12 / 조회 2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