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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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걸으며 생각한 '타인에 대한 상상력'
연출가 이경성 신작 '워킹 홀리데이'
배우·스태프 함께 DMZ 도보 경험 바탕
7~26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연극 ‘워킹 홀리데이’의 이경선 연출(왼쪽)과 출연 배우들(사진=두산아트센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연출가 이경성의 신작 연극 ‘워킹 홀리데이’를 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워킹 홀리데이’는 어느 순간 무감각한 존재가 돼버린 ‘땅’을 인간의 본질적인 신체 활동인 ‘걷기’를 통해 읽어내는 작품이다. 지난 5월부터 9월 사이 이경성 연출과 배우, 스태프가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도보로 횡단하며 다양한 감각으로 분단의 풍경을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됐다.이 연출은 연출노트를 통해 “함께 걸었던 약 300㎞의 길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했던 여러 극적 상황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요청되는 ‘평화’에 대해 되돌아보려 한다”면서 “그것은 곧 우리가 어떻게 ‘타인에 대한 상상력’으로 이 땅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과거의 몸을 애도할 수 있는지, 현재의 ‘너’와 ‘나’, 나아가 ‘북한’을 동등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이 연출은 동시대의 사회 이슈를 찾아내 공간의 역사·미디어·몸 등으로 탐구해왔다. 극장 공간과 텍스트 위주의 연극을 넘어 연극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2015년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비포 애프터’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다.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 이 연출이 극작 또는 연출로 참여한 ‘비포 애프터’ ‘그녀를 말해요’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편’ 티켓 소지자는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두산아트센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05 / 조회 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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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을 소재로 한 신화적 상상력! 연극 ‘풍찬노숙’
2011년 남산예술센터 상주극작가로 선정된 김지훈 작가의 연극 ‘풍찬노숙’이 1월 18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이는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연극 ‘풍찬노숙’은 ‘혼혈’이라는 현재의 문제를 토대로 현실 가능한 미래를 신화적 공간으로 재현했다. 농업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외래인구가 유입되는 단계에서 비롯될 혼란을 소재로 했다. 이 작품은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 김지훈은 ‘풍찬노숙’에 대해 “작품은 농경지의 공동화로 인해 탄생된 대지주와 그 속에서 단순노동력 공급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선택된 코시안(kosian)의 불운한 삶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감상주의에 가득 찬 에피소드를 다룬 것은 아니다. 현실 비판에 머무는 근시안적 과오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화 윤리적 차별과 불이익, 그리고 혼혈 민족의 인간성에 내재된 응분의 정한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독특한 무대연출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남산예술센터 자체제작공연 ‘됴화만발’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 정승호 무대디자이너가 이번 ‘풍찬노숙’에서 또 한 번의 도전을 시도한다. 그는 작품 속 능의 경사를 표현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객석의 경사를 그대로 이용할 예정이다. 작품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과감하게 뒤바뀌도록 했다. 객석의 가변식 의자를 걷어내고 배우가 객석으로, 관객이 무대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의 숨어있는 공간을 활용한 배우들의 동선 또한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1.02 / 조회 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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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체크> 살인자가 된 이발병
국립극단과 폴란드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가 선보이는 연극 가 2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는 19세기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1821년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작품. 실업 상태에 있던 이발사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가 결혼을 생각한 여인이 보이체크의 가난을 무시하고 군인들에게 추파를 던지자 분노와 질투심에 그녀를 살해한 사건이다. 게오르그 뷔히너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절대군주제의 지배계층과 사회적 모순을 제기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발병이자 실험용 대상이기도 한 보이체크가 가장 소중한 여인을 살해한다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오늘까지 새로운 연극을 제시하는 젊은 거장들이 실험무대로 여겨지며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는 유럽과 북미에서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뛰어난 고전작품 해설가로 정평이 나 있는 연출가.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 흥행사들을 등장시켜 나래이터와 극중 인물을 소화시키며 관객과의 소통을 꾀한다. 자칫 무겁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유머코드를 넣은 것도 흥미롭다. 이호재(의사) 정상철(대위) 서상원(보이체크) 서주희(마리) 등 탄탄한 연기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는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보이체크! 인간은 말이야 도덕적이어야 해" 소장(정상철) "전 가난한 놈입니다. 소장님" 보이체크(서상원) 욕망을 안은 여인 마리(서주희) "원숭이가 모자도 쓰고 옷도 입었습니다" 고적대장과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는 마리 매일 완두콩만 먹는 실험을 진행하는 의사(이호재) "맥박이 불규칙하군 아주 좋아" 마리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걸 알고 미쳐가는 보이체크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8.24 / 조회 9,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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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기만 했던 <봄날>의 욕망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이성열 연출)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어느 봄날, 겨울을 지나 생동감 넘치고 ‘배부른’ 봄날을 희망하는 자식들. 하지만 절대권력을 가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인색함과 인내의 요구, 회춘을 향한 욕망에 자식들은 반란을 일으킨다. 은 이 속에서 아버지의 질서에 순응하는 첫째 아들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식욕’ 이상의 무언가를 고민하는 막내, 동녀설화를 함께 이야기로 버무리며 서정적이고 우화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은 이강백 작가의 희곡으로 1984년 초연(권오일 연출)해 제 8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극단 백수광부에 의해 다시 무대에 올라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세 번째 무대로 특히 1984년,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아버지 역을 배우 오현경이 맡아 주목 받고 있다. 이 작품에서 봄날은 따뜻하고 싱그럽기만 하진 않다. 오히려 “보리 서 말이 없어” 굶어 죽는 잔인한 시기다. 권력과 젊음의 욕망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와 식욕에 대한 욕망으로 아버지에 반기를 든 아들들의 이야기가 한 때의 봄날처럼 펼쳐진다. 극단 백수광부 창단 15주년 기념작인 이번 작품에서 이성열 연출은 “첫 공연에 비해 서정성을 조금 줄이고, 원작이 지난 우의성과 정치적 함의가 되살아나는 공연이 될 것”임을 빍혔다. 초연부터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은 좀 더 깊어진 주름으로 욕망과 회한을 그리고 큰 아들 역의 이대연은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우직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은 3월 31일부터 4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따뜻한 봄날, 허기져 힘없이 늘어진 아이들 "밥은 언제 먹어? 닭 잡아 먹자" "닭도 아버지 것, 쌀도 아버지 것, 이 세상 있는 건 몽땅 다 아버지 것이야?" 몸이 약한 막내 불탄 백운사에서 내려온 스님들. 그들이 데려온 사람 인색한 아버지가 억지로 먹이는 회충약 "저녁은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삶은 콩에 싹 날 때" 다시 젊어질 욕망을 큰 아들에게 넌지시 전하는 아버지 나무에서 새 잎이 자라듯, 그들에게도 소생하는 봄이 될까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4.01 / 조회 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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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가슴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간, 연극 ‘봄날’
늙은 노인을 등에 업고 미소 짓는 중년 남자의 얼굴이 푸근하다. 한눈에 그들이 부자지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들의 등에 업힌 나이든 아버지 얼굴은 힘이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웃고 있다. 따뜻한 마음 한 번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 아무 말 없이 등에 업힌 것만으로도 이미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포스터의 전체적인 느낌은 한 폭의 산수화 같다. 붓글씨로 써진 봄날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세월이 내려앉은 그들의 주름이 애틋하다. 무채색이 지배하는 포스터는 여백의 공간이 별로 없음에도 쓸쓸하다. 꽃피는 봄날이 시린 겨울을 다 보내고 맞이한 따뜻한 봄날인지, 혹독한 겨울을 끝내고 편안히 마지막을 보내기 위한 배려인지 알 수 없다. 연극 ‘봄날’은 2009년 서울연극제에 참가해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극단 백수광부가 15주년을 맞이해 무대에 다시 올린다. 한국희곡의 거장 이강백의 연극 ‘봄날’은 동녀 풍속이 환기하는 희생과 화해의 세계를 극의 배경에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세대 간의 갈등, 위계적 권력관계 내의 갈등을 설화적 시공간의 사건으로 환원시킨다. 2011년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봄날’은 시적이면서도 서사적인 공연이 될 전망이다. 봄날 타오르는 산불처럼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열정과 후회로서 참회하는 아버지의 그리움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회춘을 향한 원초적 욕망과 선(禪)적인 관용의 세계가 한데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동양적인 세계관이 펼쳐지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는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유연한 화술의 연기자 오현경, 진정성 있는 배우 이대연, 실력파 극단 백수광부 배우들의 유쾌한 에너지가 함께 한다. 배우 오현경은 1984년 초연과 2009년 서울연극제 모두 아버지 역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바 있다. 연극 ‘봄날’은 공연전체의 설화적 세계를 수렴하면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시, 그림, 소설, 영화, 편지 등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움직임과 리듬으로 극 전체의 변주를 만들어 내며 봄날의 여백을 채울 연극 ‘봄날’은 오는 3월 31일부터 4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17 / 조회 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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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온다! 연극 ‘미친극’
때로는 거울 속의 비친 내 모습이 진짜이고, 중력에 순종하며 대지 위에 교과서적으로 서있는 내가 허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것이 진짜이건 모두 나에게서 파생된 존재다. 연극 ‘미친극’에서 한 인간의 존재가 어디에서 파생돼 왔느냐는 중요치 않다. 서로가 서로를 소름끼치도록 똑같이 비추는 거울 같은 삶을 가볍게 비웃으며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들춰낼 뿐이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야한 화장을 하는 아내 장미와, 작가의 실패한 글들이 가득한 구겨진 종잇조각처럼 소파위에 쭈그리고 누운 남편 도연의 대화로 극이 시작된다. 이 장면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이유는 낯익은 슬픔에서 기인한다. 낡아빠진 듯 보이는 그 둘의 지친 삶의 단면과 닳아버린 예스러운 대화체는 박제된 천재시인 이상의 권태로운 하루와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극 ‘미친극’은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라는 기괴한 시와 닮았다. 띄어쓰기를 무시하며 논리성을 부정하고,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과 무의식 세계를 표출하듯 이 작품은 대중을 상대하는 연극임에도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연출과 대사들로 가득하다. 어떤 자신감에서 일까. 극 전체에 무거운 그림자처럼 내려앉은 그로테스크함은 무대 위를 장악하고 있는 몸통 잘린 배나무로 대변된다. 아니 사실은 감나무다. 썩어빠진 느낌의 암울한 감나무는 기괴하게 몸통의 가운데가 텅 비었다. 송두리째 공허로 뿌리 뽑힌 상실의 갭이다. 그 사이로 미친 인생과 같은 도끼에 찍혀 피를 흘리기도 하는 감나무는 도연이 안도의 오줌을 누는 화장실, 요강 따위가 되기도 한다. 안도가 낳은 증오의 산물 감나무.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온다고 외치는 극중 연출가 장성익의 포효는 무대 위를 가득 메운다. 이 작품은 거울이 거울을 비추듯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와 같다. 방학을 학수고대하는 사채업자 방학수와 연출가, 연출가의 시나리오 속에 존재하고 있는 도연과 장미, 도연과 장미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미로 같은 연극 구조 속을 헤매며 탈출구를 찾는다. 분주하게 일어나는 장면들과 흐름은 극중극 장치 같지만 연출의 의도에 따르면 이것은 트릭이다. 시나리오 속에 등장하는 줄 알았던 도연과 장미는 실재 존재하고 있고 연출가와 배우들은 이들에게 거울처럼 비춰진 또 다른 현실이다. 이 작품은 이중적 구조로 관객들에게 난해함을 던진다. 관객들은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미궁에 빠진다. 빠르게 진행된 연출에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여운은 헷갈렸던 사실들을 각성시킨다. 지루할 틈은 없다. 실수로 쏟아진 물감처럼 흘러나와 공허한 무대 위를 축축하게 적시는 슬픈 선율의 음악이 관객들의 감정을 괴로울 만큼 헤집어 놓기 때문이다. 극 전체의 분위기는 어렵지만, 매끄러운 연출로 인해 흥미진진함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연극 ‘미친극’은 말 그대로 미쳐 돌아가는 감정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욕망의 실타래를 당연한 분위기인양 끌고나간다. 최치언 작가의 거친 풍자의 독설과 촌철살인의 위트는 착한남자 방학수에 딱 맞는 옷처럼 들러붙는다. 최치언은 작가로서 자신의 존재를 극중에 환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다른 작가 등장의 암시로 끝나는 극의 마무리는 방학수의 지겹게 반복되는 삶과 같이 길고 긴 여운을 준다. 자칭 착한남자라지만 전혀 착하지 않은 방학수의 잔혹동화는 극의 제목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우리시대의 비틀어진 욕망은 결국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착한남자의 삶은 불행하다. 안도는 증오와 함께 오기 때문에.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4 / 조회 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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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배우 남명렬, “연극은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일”
우연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아, 적어도 헛걸음을 한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해도 좋다. 또, 일부러 날짜를 꼽아가며 열심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오늘 만큼은 가볍지 않은, 작품의 밀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서 선 지 올해로 16년. 코믹하거나 혹은 잔잔하거나, 또는 강하거나 진한 모습으로 서 온 그이지만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연극 의 사드로 돌아올 연극 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다. 연극 가 벌써 올해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 100회 기념 공연을 올 초에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것까지 하면 , , 까지 벌써 다섯 작품이네요. 지난 번에는 좀 무리하긴 했죠. 끝나고 4일 후에 이 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도.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하게 되면 혹여 전 작품의 캐릭터나 공연하는 유형이 뒤에 하는 작품에 스며 나온다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대사만 달리하고 똑같이 한다고 너무 쉽게 비교할 수도 있죠. 또 둘 중 하나라도 완성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리하니까 작품 망치지”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고요. 다행히 둘 다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서 작품 끝내고 두 달 간 맘 편히 쉬었습니다. 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중반기에 서울시극단에서 해서 올 해 같은 작품이 두 번 공연되는 셈이네요. 한 10여 년 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마라와 사드만 나오는, 많이 각색된 2인극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무슨 이야기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있습니다. 작품 같이 하자는 제안은 올 초에 받았고, 아르코극장 기획공연으로 작년 말에 이미 공연이 결정되어 있었죠. 서울시극단에서 그 후에 작품이 결정 되었는데 여기 연출가에게 자기네들이 먼저 해도 되겠느냐 연락이 왔었대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이 어떻게 올려지는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일본 배우와 연출가가 만든 작품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두 작품을 교토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다 연습해서 그 친구들 공연 이틀 후부터 공연하는 식으로. 그런데 일본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것과 너무 다른거죠.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 패턴, 무대도요. 관객들도 저번에 저 공연을 봤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보고 비교해 본다던가. 물론 예술행위에서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원작 그대로를 풀어낼 예정인가요? 되도록 피터 바이스란 작가가 쓴 것을 다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유럽 배경이다 보니, 프랑스 대혁명이라든지, 상징적으로 압축된 유럽 역사의 이해랄까, 알아듣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좀 차지 한 것도 있지만요. 10여 전엔 힘들었지만, 지금 ‘아, 이런 이야기구나’하고 이해하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같은 작품도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이지만 개인의 일상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는 역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삶의 문제에서 좀 삭제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는 반드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고, 그 사이 불평등이 존재하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쟁, 과연 무엇이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기 철학에 대한 주장이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거대담론은 있지만 굉장히 실제하는 어떤 것을 쉽고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닐까, 합니다. 리얼리즘 작품은 작품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동화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죠. 관객들이 이 작품과 어떻게 호흡하길 원하십니까. 브레히트 이전까진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들에서처럼 철저한 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차피 무대 위에서 하는 건 연기다, 근데 왜 실제처럼 하느냐’라고 했고 관객이 극에 몰입될 만하면, 이것이 연극이라는걸 보여줬죠. 하지만 그렇게 딱 중간에 깨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완벽히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깰 이유가 없는 거죠. 이 작품도 상당 부분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무대 위의 상황이 진짜 우리네와 똑같아’가 아니라 ‘아, 저런 게 있을 수 있구나’하고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지금 상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몰입하다 중간에 탁! 깨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악이나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 광기 등을 많은 사용하려고 합니다. 맡으신 ‘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현재 사드 후작은 가학변태성욕인 사디즘에 대한 걸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죠. 그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힌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표피적인 부분만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기도 해요. 그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볼 때 왜 허울을 가지고 보느냐, 깊이 개인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사회를 바라볼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혁명과 싸움이 거듭되는데, 실제로 민중이 행복했던 경우가 있느냐, 없다는 거죠. 마라가 사회혁명을 이야기 했다면 사드는 개인의 혁명을 이야기 한 거에요. “너 자신을 분명히 바라 봐라”고요. 진지한 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 중에 좀 골치 아픈 작품들이 많았어요(웃음). 만 해도 연습하는 내내 핵물리학 공부시간이었죠. 이전에 했던 이런 작품들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지적일 것이다’라고(웃음)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런 작품 준비할 때 연출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많이 떠올리나 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게 저의 경쟁력 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적어도 일정 부분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 책으로도 몇 번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저를 통해 3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물론 모든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면, 그건 희열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척 코믹하고 평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아요. 그 당시에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해?”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요. 연극 비 전공자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3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셨습니다. 큰 계기가 없지 않고선 힘든 일 아닌가요? 밖에서는 제가 별 충격적인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여러가지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제 자신을 들여다 보면 사소한 일은 굉장히 신경 쓰고, 좀스럽고?(웃음) 그런 편인데 큰 일을 겪으면 오히려 우왕좌왕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하고 굉장히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약회사 영업부에 한 6년간 있었는데, 그 생활 자체가 좀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성상 목표액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이건 너무 싫어, 싫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보자, 했죠. 연말 보너스가 당시 250%였는데 그건 놓칠 수가 없어서(웃음) 12월 31일에 딱 그만 뒀어요.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 연극을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깨달은 거죠. 직장 생활하면서도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연극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있고 공연도 했거든요. 여럿이 함께 창단한 극단도 있고 하니 대전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우연히 서울 공연 단체가 같이 공연 해 보자고 해서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데뷔작이 이윤택 극본, 채윤일 연출의 이었는데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뭐가 뭔지 모르고 했던 터라 스스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연습 기간, 공연기간도 차이가 났고. 좀생이라는 고백은 의외인데요.(웃음) 옛날 보다는 덜해졌지만, 좀 ‘파르르’하는 성격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할 때 아버지가 “명렬아, 넌 그 파르르한 성격을 좀 죽이고 살렴” 그런 말씀까지 하셨죠(웃음). 지금은 참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그런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웃음). 앞에 해야 될 일을 그냥 놔두고 있질 못해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 놔야 하고, 집에서 대본이나 책을 볼 땐 주변을 정리해 놔야지, 너저분하게 있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아들이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 걸 좀 머리 아파해요(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것 보다 드라마 한 편의 여파가 크긴 크죠. 영화나 TV 등의 매체는 파이 자체가 크잖아요. 큰 파이에서 한 쪽만 떼어도 그 조각이 큰데, 연극은 파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전체를 다 먹어도 큰 조각 하나보다 작을 거에요. 단지 나는 어느 매체에서 할 때 내 자체의 활용도가 있느냐, 그 차이지요. 매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잖아요. 물론 매체에 적절한 변화된 연기는 해야겠죠. 요즘은 크로스오버가 많은 시대이고 오히려 대중 매체 스타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나 연극이 내 성장의 분명한 토양이 됐고, 어쨌든 연극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연극에 잔뼈가 굵다가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도 적어도 두 달은 연극에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동환 선배 같은 경우는 TV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해도 1년에 두 편 이상씩 연극을 하잖아요. 그런 것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16년, 배우 남명렬이 가진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요. ‘가늘고 길게 살자’(웃음). 때때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데 어느 날 보면 ‘어? 있네!’(웃음).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매년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한 것이 실망스럽지 않다고 매번 인식되는 삶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나이에 걸맞는 삶의 모습을 하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계량화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50대의 얼굴, 그것이 되고 싶은 거죠.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현재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사고, 책, 삶의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난 예술가니까. 김아라 연출이 어느 자리에서 “배우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돼,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봐줘야 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래요. 도덕적이면서도 반 도덕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감성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영감을 갖게 되고 다른 개인들에게 더 큰 영감과 삶의 활력,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거든요. 또 평소의 내 삶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자신의 평소 모습이 정말 다 드러나거든요. ‘나’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루기 때문에 재료가 구축해 내는 배역은 반드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선택했던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 좋은 선택이었다, 라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은 꿈이 언제나 있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 브라운 팩토리
2009.09.28 / 조회 11,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