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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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
극단 이루의 첫 가족극
4월 2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의 공연 모습(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가 내달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과 서울시 우수 청소년 관람 권장공연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부모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를 얻고, 아이들은 ‘아이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은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싶은,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로 보여준다. 어른이 된 ‘돌단이’는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그 추억은 무대서 동화처럼 되살아난다. 손기호가 작·연출을 맡았고, 그림자 작가 나현정, 배우 홍성춘·조주현·염혜란·최정화·서미영·김하리 등이 함께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7 / 조회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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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첫 가족극 '사랑해 엄마'…8일 앙코르
연극 ‘사랑해 엄마’의 한 장면(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인 가족극 ‘사랑해 엄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으로 선정돼 8일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지난 2월 2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작품은 엄마의 눈으로도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도 바라본 연극이다. 엄마와 아빠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 받고, 아이들은 내 부모와 ‘아기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극단 측은 전했다.극단 이루 관계자는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픈,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차례 보여준다”며 “어른이 된 ‘돌단이’가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 놓으면 그것이 동화가 되어 들려지고 또 실제가 되어 무대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8 / 조회 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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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욕망으로의 초대, <맨 끝줄 소년>
지루하고 갑갑한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소년은 작문 숙제를 대신해 친구네 놀러 가서 보았던 그 집의 풍경을 글로 써내려 간다. 저녁마다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친구와 그의 아버지, 종일 집에 머무르지만 그 집에 만족하지 못하는 친구의 어머니를 보는 소년의 시선은 은밀하고 집요하다. “이게 만약 소설이라면, 갈등이 부족해.”라는 문학교사의 지적에 자극받은 소년은 더욱 글쓰기에 열중하고, 그가 만들어낸 갈등과 사건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없이 펼쳐지며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지난 10일 개막한 은 교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 클라우디오의 작문 숙제를 통해 그의 문학교사 헤르만, 헤르만의 아내 후아나, 클라우디오의 친구 라파와 그의 부모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욕망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여러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스페인 최고의 현대 극작가로 불리는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을 의 김동현 연출이 국내 첫 무대에 올렸다. 후안 마요르가는 수학 교사로 재직했을 때 한 학생이 ‘시험 공부를 못한 이유’를 답안지에 적어낸 것을 보고 이 연극을 구상했다고 한다. “연극은 철학처럼 갈등에서 출발하며 철학자들이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 후안 마요르가는 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정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예술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를 향한 욕망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독자 혹은 관객을 전율시키는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김동현 연출은 장면과 장면, 대사와 대사를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게 이어가며 작가가 묻고자 했던 그 질문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몇 개의 의자와 탁자, 은은한 조명과 투명한 막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무대는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로 가득 찬다. 특히 검은 막 뒤에서 무언가를 더듬는 듯 허공에 손을 짚으며 라파의 가족을 지켜보는 클라우디오 역 전박찬의 눈빛이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에는 갈등이 있어야 한다는 교사의 말을 새겨들은 클라우디오는 급기야 친구의 어머니 에스테르에게 직접 쓴 시를 건네고, 그녀와 키스를 한다. 이 아슬아슬한 사건은 과연 현실일까, 혹은 허구일까. 관객들로 하여금 소년의 불온한 상상과 욕망에 함께 빠져들게 만드는 은 내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2015.11.11 / 조회 8,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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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상상하는 즐거움 <맨 끝줄 소년> 연습현장
새로운 이야기의 의미와 그 너머를 상상하는 일. 소설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설 읽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인지를. 여기 학생이 써낸 작문 과제에 푹 빠진 문학교사가 있다. 그는 소년의 글에 감탄하며 읽고, 상상한다. 예술의전당 ‘SAC CUBE: Premiere’ 의 일환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연극 은 1965년 생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으로, 흥미로운 제목 그대로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 클라우디오가 주인공이다. 클라우디오가 써낸 소설 같은 작문 과제에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파 가족에 대한 수상한 관찰과 욕망이 담겨 있다. 문학교사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글에서 묘한 매력을 느끼고 소년의 재능을 점점 발전시키고자 한다.이 작품은 먼저 국내에서 프랑스와 오종 감독의 영화 란 제목으로 개봉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연출이 지휘하는 이번 공연은 그가 소개하는 후안 마요르가의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자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이는 맨 끝줄을 선택한 소년, 클라우디오는 지난해 에서 30대의 나이로 불안한 소년 알런 역을 소화해낸 전박찬이, 문학교사 헤르만 역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박윤희가, 극 중 헤르만 교사의 부인이자 큐레이터로 등장하는 후아나 역은 의 염혜란이 맡았다. 이들을 비롯하여 극단 코끼리만보와 백수광부의 대표 배우인 백익남과 김현영이 라파의 부모로 분하며, 유승락은 그들의 아들 라파로 참여한다. 기자가 참관한 지난 20일, 김동현 연출과 전체배우들은 책을 완독하는 것처럼 대본을 꼼꼼히 분석하며 장면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헤르만과 그의 아내 후아나는 클라우디오가 써낸 글의 내용을 언급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에게 글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클라우디오가 관찰하고 있는 라파 가족의 일상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연극은 시간의 흐름, 장소의 일관성 없이 허구와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펼쳐지고, 각각 장면들은 책상의 위치와 책상 위의 스탠드를 켜고 끄는 것으로 전환되어 표현이 된다. 특히 이날 빵, 뽕, 하하 등 뜻을 알 수 없는 밝고 고운 소리들이 연습실을 울렸다. 낭랑한 목소리의 끝을 따라가보니, 코러스를 맡은 배우들이 대본을 펼친 채 몸과 입으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매 공연마다 라이브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할 예정이다.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주인공 클라우디오의 글쓰기라고 설명한 김동현 연출은 “소년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나가다, 어느 순간 자기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게 되죠. 내가 글의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공연은 11월 10일부터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0.26 / 조회 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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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기는 연기는 없다” <잘자요, 엄마> 염혜란
“엄마, 나 오늘 죽으려고.” 연극 는 중년의 여성 제씨가 엄마에게 자살을 예고하며 시작된다. 이후 90분 동안 이 연극은 삶의 희망을 모두 놓아버릴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인생과 그런 딸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 엄마의 애달픈 심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알고 보면 세상 여느 모녀와 다르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고, 그 몰입을 더욱 높이는 것은 무대에 선 배우들의 열연이다. 염혜란은 이 연극에서 간질과 이혼, 아들과의 불화를 겪어온 제씨를 맡아 나문희·김용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연 전 조재현이 “괴물같은 후배”라고 소개한 바 있는 그녀는 (2012) 이후 오랜만에 오른 무대에서 조재현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극이 흘러가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는 죽음을 결심한 자의 서늘한 결의와 피로, 엄마를 향한 짙은 정과 슬픔이 동시에 스쳐가고, 어느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경계 사이사이의 오묘한 표정은 보는 이의 시선을 조용히 사로잡는다. 그 흡입력은 화려한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지난 시간에서 나온 것일까.Q 오랜만의 연극 출연이다. 제작발표회 때 조재현 대표가 “괴물같은 후배”라고 칭찬하며 “이번엔 전작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다(웃음). 예전에 했던 캐릭터들이 워낙 성격적으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었는데, 의 제씨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쉽지 않냐는 얘기를 대표님이 하셨는데, 사실은 오히려 더 접근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공연 사이사이 쉬는 기간에 자꾸 했던 공연을 되돌아보게 되고,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이게 맞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제씨라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Q 제씨가 엄마에게 자살을 예고하는 초반 장면부터가 일반적인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처음 연습하면서 제씨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나. 나도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됐고, 공연을 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엄마를 두고 떠날 수 있을까, 꼭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차라리 말을 안 하고 가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제씨로서는 그게 그래도 가장 가슴이 덜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만약 제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었다면 엄마의 상처는 더 컸을 것이다. 유서를 남긴다 해도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나. 그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거니까. 그래서 제씨는 엄마가 너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혹은 자책하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또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한 것 같다. 제씨로서는 엄마를 배려한 것이다. 배려라는 말조차 안 어울리긴 하지만. Q 그동안 창작극을 주로 했는데, 가 번역극이라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번역극처럼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안 그래도 권총이 나오고, 우리나라의 여느 모녀작품에서는 있을 수 없는 구조로 극이 시작되기 때문에 말로써까지 관객에게 거리감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 이름이 제씨고, 단번에 죽을 수 있는 방법이 권총자살이라는 것 말고는 우리나라의 여느 모녀관계와 똑같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출님도 그렇게 생각해서 2008년 공연 때보다 대사를 구어체로 더 많이 바꾸셨고, 나도 그런 시도를 했다. 그런데 대사를 구어체로 고치려다 포기한 것들도 있다. 왜냐하면 제씨는 성격상 ‘엄마, 나 이건 싫어!’라고 감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씨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말하기 쉽지 않은 대사라도 내가 그걸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듣기로는 ‘누가 저렇게 말을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씨는 깊은 고민 끝에 한 말이기 때문에 그냥 친구한테 하듯 가볍게 말하는 것보다 더 진지한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Q 이 작품을 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고. 극중 제씨가 ‘나 어렸을 때는 정말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누군가였다. 볼이 통통하고 외로움도 모르고 병도 모르는 아이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랬던 아이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많은 일들을 겪고 난 다음 변하게 된 거다. 그런 제씨를 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 생각이 나더라. 우리 엄마도 나에 대해 기대하고 예상했던 모습이 있었을 테고 아마도 내가 그 예상치에서 많이 벗어나 있을 텐데,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고. 또 엄마가 한창 많이 아프신 적이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삶이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단계가 왔던 적이 있다. 당연히 늘 옆에 있을 것 같은 엄마, 모든 걸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엄마가 그렇게 되니까 충격적이었다. 그때 제씨가 그랬듯 처음으로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시기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의미 있는 고난이었던 것 같다. 더 늦어지기 전에, 더 나쁜 일들이 생기기 전에 그런 시간을 겪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라. 제씨도 그 단계를 좀 더 일찍 지나올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연극을 보시는 분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다. 그런 단계를 밟으셨거나, 앞으로 밟으실지도 모르는 분들이 와서 미리 좀 느끼고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예전 인터뷰를 보니 아이를 낳고 나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연기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동시에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엄마가 되고 나서 무대로 돌아오니 어떤가. 처음 연습실에 왔을 땐 좀 무섭기도 했다. 여기는 일상에서와는 전혀 다른 호흡을 해야 하는 곳이니까.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애가 왜 떼를 쓸까, 왜 내 뜻대로 안 될까’가 고민거리였는데,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게 되는 거다. 반대로 애를 키우면서 ‘그게 뭐가 고민이야’했던 것들도 여기서는 큰 고민이고. 마치 선로를 바꿔 끼워야 하는 느낌이랄까. ‘아, 여기가 이런 곳이었지, 일상에서와는 좀 다른 호흡을 가져야 하는 곳이었지’ 하면서 긴장감이 바짝 생기더라. 오랜만의 연극이고 쉽지 않은 역할이라서 심리적으로는 힘들지만, 배우로서는 너무 좋은 기회고 행복한 경험이다. 예전엔 실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래서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반 농담으로 ‘제가 엄마는 아니죠?’라고 묻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오히려 아기를 낳고 처음 하는 작품에서 나와 나이가 똑같은, 그리고 예전과는 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거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정말 좋은 작품, 좋은 역할로 다시 시작하게 돼서 감사하다. Q 임신을 하고 난 후 정말 해야 할 공연과 안 해도 될 공연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다는 말도 했는데. 그 기준은 어떤 것인가. 그동안은 나와 맞는, 염혜란이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보통 쇼핑을 가면 남들이 ‘이건 너한테 맞는 옷이야’ 하는 걸 고르지 않나.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그렇게 익숙한 옷을 입어왔다면, 아기를 낳고 나니까 ‘입어본 옷을 굳이 또 왜 사’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옷장에 많이 있으니까. 이제는 나랑 좀 안 어울리더라도 새로운 옷을 사보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이제 아기 때문에 전처럼 1년 내내 연극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상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엔 일 년 내내 옷을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1년에 세 번 밖에 옷을 못 사니까 ‘가만있어보자, 그럼 무슨 옷을 살까? 늘 입던 건 말고.’ 이렇게 바뀐 거다. 아기가 있어서 그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정말 급하면 입어본 옷이든 아니든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당장 입을 옷을 사야 하니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된 것 같고, 당장 연극이 아니어도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질 수 있게 됐다.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일도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니까. Q 2000년에 데뷔해 이제 16년차 배우다.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무대에 남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꾸준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처음 연우무대에 들어가 활동했을 때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 같다. 내 얼굴이 틈새시장이다(웃음). 당시 다른 여배우들이 다들 예쁘고 날씬했다. 말하자면 주인공감이었던 거지. 그러다 보니 엄마, 아줌마 같은 조연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내가 신입단원으로 들어갔는데, 아줌마 역할을 하게 생겼으니 여러 기회가 빨리 주어졌다. 운이 좋았다. 만약 내가 예쁜 여배우였다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결혼하고 나면 아가씨 역할도 하기 어렵고, 예쁜 아줌마 역할은 적고, 여자 캐릭터가 워낙 다양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는 다행히 예쁜 여배우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이 크게 고민이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축복이었다(웃음). 그러다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이를 갖게 되어 쉴 수 있었고, 그 후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 거다. Q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했는데, 혹시 글을 쓰는데도 관심이 있었나. 글쓰기보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국문과를 갔고, 졸업 후에 선생님이 되려고 잠깐 공부를 했다. 근데 공부가 너무 하기 싫더라. 왜 이런 공부까지 해야 되지,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국어선생님과 연극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연극을 하기로 한 거다. Q 나중에 연기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사실 지금도 누구를 봐주고 있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근데 가르칠 때마다 이건 할 짓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는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완성된 연기, 완성된 배우라는 건 없지 않나. 어떤 작품에 맞춰서 완성된 연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 자체가 완벽해질 수는 없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로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심적으로 힘들더라. 그리고 그 사람이 내 공연을 보러 왔다고 생각해 봐라. ‘당신 나한테 그렇게 가르치더니 전혀 아닌데?’할 수도 있고(웃음). 나도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모니터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친한데다 같은 ‘선수’들이라 ‘저렇게 하는 게 원래 염혜란 스타일이야’하면서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기획팀의 경우에도 공연 전체를 위해 해야 될 일이 있다 보니 그런 말은 아낀다. 그러다 보니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사람이 없는 거다. ‘여기선 그런 걸 보여주는 게 독이 돼요, 이럴 땐 사투리가 안 나와야 합니다’라고 나를 정확히 보고 말해줄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외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 메릴 스트립 같은 경우엔 영화를 하나 할 때 다섯 명의 액팅 코치가 연기를 봐준다고 하더라. 워낙 잘 하는 배우지만, 괜히 잘 한 게 아니었다(웃음). Q 좋은 연기란 어떤 것일까. 10년, 16년 전과 바뀌지 않은 생각이 있다. 진심을 이기는 연기는 없다는 것이다. 신입단원이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해준 선배님이 있다. ‘앞으로 너희의 테크닉은 갈수록 늘 거야. 어떻게 하면 슬프게 보이는지,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워 보이는지에 대한 테크닉은 늘어날 거야. 그렇지만 진심은 놓치지 말아야 해’라고. 너무 소중한 가르침이었고, 그걸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의 단점들이 보이면서 그걸 상쇄할 수 있는 테크닉을 추구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진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결국 진심이더라. 어떤 배우가 남이 써준 말이 아닌 자기의 말을 하고 있을 때, 진심을 품고 있을 때 나도 그런 배우들에게 감동을 받는다. 앞으로도 그걸 놓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 바라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나문희, 김용림 선생님을 보면서 깜짝 놀랐던 게 있다.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해오신 분들인데도 첫 공연 때 무대 위에서 긴장하시는 게 보이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런 게 무대구나,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공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오랫동안 서는 것이 때로는 지겹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무대를 지켜내는 일이 되게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연극을 오래 하신 선생님들이 새삼 달리 보이더라.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마치 다른 매체에서 도태되어 하는 수 없이 남은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속상할 때가 있다. 무대 연기만이 주는 깊이가 있고, 그게 좋아서 연극을 하는 것인데 역량이 안 되고 기회를 얻지 못해서 남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속상하다. 나도 앞으로 그런 배우는 안 되고 싶다. TV나 다른 매체에 갈 수 없어서 못 가는 게 아니라, 무대만이 주는 깊이가 있어서 여기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전처럼 활발하게는 못하겠지만, 연극을 할 때 좀 더 정성껏 하고 싶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7.30 / 조회 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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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뒤 찾아오는 소중한 깨달음, <잘자요, 엄마>
어느 날 저녁, 돋보기 안경을 쓰고 TV를 보며 깔깔 웃는 노모에게 부지런히 집안을 정리하던 중년의 딸이 다가와 말한다. 오늘 자살을 하겠노라고.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딸과 그런 딸을 잡아 일으키기엔 너무 나이 든 엄마. 지난 3일 개막한 연극 는 이들이 함께 보내는 보내는 마지막 밤을 통해 진한 슬픔과 귀한 깨달음을 남긴다. 는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1987년부터 2008년까지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7년 만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는 나문희와 김용림이 엄마 델마를, 염혜란과 이지하가 자살하려는 딸 제씨를 맡았다. 지난 7일 전막공연으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나문희-염혜란과 김용림-이지하가 번갈아 무대에 올라 열연을 펼쳤다. 2시간 후 자살하겠다는 갑작스런 제씨의 예고에 델마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여유 있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그러나 차분한 얼굴로 살림을 정리하고 집안 여기저기에 꼼꼼한 메모를 남겨놓는 딸을 보며 델마의 표정도 차츰 심각해진다. 그녀는 온갖 말로 딸을 달래고 윽박지르지만, 그럴수록 깨닫는 것은 ‘내 것’이라 여겼던 딸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엄마의 속내를 잘 모르는 것은 딸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가까이 살았으나 서로를 알지 못했던 엄마와 딸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깊고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델마는 간질과 이혼 등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은 딸이 느끼는 깊은 공허감을, 제씨는 엄마가 품은 비밀과 자책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린 대화는 깊게 패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만약 이 모녀가 좀 더 일찍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이들의 삶은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무수히 변화하고 이어졌을지 모른다. 제씨는 어머니의 권유대로 강아지를 기르며 생의 소박한 기쁨을 되찾았을 수도 있고, 일찍 병세가 완화되었을 수도 있다. 이 ‘만약’이라는 안타까운 가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과 더 늦기 전에 온전히 소통해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전한다. 이 연극이 남기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려 해도, 때로 삶은 복원할 수 없을 만큼 아프게 일그러져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무대 위에서 90분간 펼쳐지는 델마와 제씨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없이 애달프고 안타까운 삶의 진실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나문희, 김용림은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로 그 진실에 다가서고 있으며, 삶에 지친 스산한 얼굴로 문득문득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염혜란의 모습은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는 8월 1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7.09 / 조회 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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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림·나문희 연기 기대…연극 <잘자요, 엄마> 제작발표회
“그간 약 50편의 작품 제작에 관여했는데, 연기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꼽겠다. 그동안 많이 봤는데도 이번 공연이 또 기대된다.” 연극 제작에 나선 배우 조재현의 말이다.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는 지난 18일 제작발표회를 열고 200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 연극의 주역을 소개했다. 는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후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자살하려는 딸, 그리고 그녀와 처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국내에서는 1987년 배우 윤여정이 번역하고 김수현 작가가 각색해 처음 무대에 올렸고, 초연멤버 김용림, 윤석화를 비롯해 나문희, 박정자, 손숙, 오지혜, 황정민 등이 거쳐가며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재현 이번 공연에서 ‘연기 보는 재미’를 십분 살려낼 배우들은 엄마 델마 역의 김용림, 나문희와 딸 제씨 역의 이지하, 염혜란이다. 연출은 등에서 섬세하고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온 문삼화가 맡았다. 네 명의 배우와 문삼화 연출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처음 조재현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더니 '언제까지 TV 드라마만 출연하실 거냐'고 하더라. 그 질문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TV드라마 촬영이나 살림에 지쳐있다가도 무대에 서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생기는 걸 보면 천상 배우 팔자인가보다.” 김용림은 오랜만에 서게 된 무대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림의 연극 출연은 약 10년 만이고, 출연은 초연 이후 28년 만이다. “딸과 엄마는 가장 가까이서 서로를 관찰하고 비판하는 사이다. 이 연극이 실제 삶에서 느끼는 모녀간의 애증과 애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좋았다.”는 그녀는 “TV에선 한복 입은 근엄한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용림, 나문희 2008년 이 연극에 출연했던 나문희는 7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공연하면서 가끔씩 상대방의 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있는데, 이번엔 딸의 소리가 지난번보다 더 잘 들린다.”며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전했다. 등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나문희는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이 필요한 일이지만 자꾸 훈련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 순간 발이 땅에 붙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이어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서 몇 번이고 앵콜을 하고 싶다.”고 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살다 보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각자 고민이 있고 살기 힘든 순간이 온다. 정상적인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요즘 이 시대에 관객 분들이 함께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공연에서는 자살이라는 소재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껴 거기 매여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설정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작품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간 것 같다.”고 말한 문삼화 연출은 김용림, 나문희의 연기에 대해 “두 배우가 가진 색깔과 아우라가 너무 다르다.”며 본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문삼화, 이지하, 염혜란딸 제씨 역을 맡은 이지하와 염혜란도 각기 출연소감을 밝혔다. “여자 선배님들과 하는 2인극은 처음인데, 선배님들 표정만 봐도 바로 바로 감정이 나오는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이지하는 “제씨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인물이다. 젊은 관객들도 고통, 좌절 때문에 너무 힘들 때 공연을 보러 오시면 위로를 받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현이 “연극하는 후배들 중에 ‘물건이다’ ‘괴물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 중 하나”라고 소개한 염혜란은 “극중 제씨가 엄마와 환하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녀가 자살을 결심하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관객들도 공연을 보시고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부모님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 조재현은 “상황을 지켜보고 고비가 안 지나가면 극장에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해 감기 증상이나 열이 있는 관객이 있는지 진단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연은 오는 7월 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5.06.19 / 조회 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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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신 작가의 신작!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연극 ‘아키니쿠 드래곤’의 정의신 작가가 신작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극단 미추와 남산예술센터가 함께한다.작가 정의신은 재일교포 연극인이다. 일본 현대 연극계에서 작가, 연출가로 입지를 굳힌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에서는 연극 ‘인어 전설’, ‘겨울 해바라기’, ‘야키니쿠 드래곤’, ‘쥐의 눈물’ 등을 선보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한일 양국에서 호응을 얻었다. 작품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베스트3’과 한국연극 선정 ‘올해의 우수공연 베스트7’, ‘아시히 무대예술상’, ‘요미우리 연극상’, ‘기노쿠니야 연극상’ 등을 수상했다.연극 ‘봄의 노래를 바다에 흐르고’는 해방 직전 1944년을 배경으로 한다. 남도의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홍길이네 이발소’ 가족과 주둔 중인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일제 강점기의 공간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소통 가능성의 ‘꿈’을 전한다.이번 공연에서는 작가 정의신과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이 함께한다. 연극 ‘아키니쿠 드래곤’의 박수영, 고수희, 김문식 등이 출연한다. 연극 ‘적도 아래의 맥베스’, ‘겨울 해바라기’로 정의신과 호흡을 맞춰온 서상원, 최근작인 연극 ‘쥐의 눈물’의 염혜란 등이 이번 작품에 함께한다.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6월 12일부터 7월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23 / 조회 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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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인연’에 대해 묻다,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
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가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무대에 오른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 ‘봄’과 맞닿은 ‘인연’이라는 화두를 풀어낸다. 작품은 가장 가깝게 지내지만 결국 타인일 수밖에 없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나와 타인의 만남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그려낸다. 이 작품은 문학적인 감성과 일상을 담아내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경주 외곽에서 50년을 해로한 노부부는 일상적인 삶을 보낸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찾아와 생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와 부모, 서면댁 부부의 삶을 지켜본다. 작품은 아들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하며 깨닫게 되는 ‘나’와 ‘인연’에 대해 질문한다.연극 ‘복사꽃지면 송화 날리고’는 2010년 명동예술극장 창작팩토리에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서울연극제 대상, 남자연기상, 여자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과 2011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이번 공연은 극단 이루의 대표인 손기호가 연출을 맡는다. 아버지 역에는 연극 ‘돈키호테’, ‘고도를 기다리며’, 영화 ‘화려한 휴가’, ‘효자동 이발사’, 드라마 ‘토지’, ‘타짜’ 등에 출연했던 박용수가 출연한다. 어머니역에는 연극 ‘날 보러와요’, ‘이’ 등에 출연했던 우미화가 맡는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는 아들 역에는 정인겸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염혜란, 조주현, 최정화 등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8 / 조회 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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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평가] 잔잔하지만 긴 여운, 연극 ‘3월의 눈’
연극 ‘3월의 눈’이 지난 3월 1일 막을 올렸다. 작품은 2011년 3월 초연 무대에 올라 큰 사랑을 받으며 연이어 5월에 앵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여하지 못한 장민호의 빈자리를 박근형이 대신한다. 장오 역에는 박근형과 함께 오영수가, 이순 역에는 백성희와 박혜진이 출연해 꾸미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진한 연극 ‘3월의 눈’, 관객은 어떻게 봤을까?연극 ‘3월의 눈’은 재개발 열풍이 몰아친 마을에 사는 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재개발 대상지가 된 마을 때문에 노부부는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 일상을 살아나간다.한 노부부의 일상을 다룬 이 작품에 대해 관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터파크의 관람후기를 통해 연극 ‘3월의 눈’을 관람한 관객의 반응을 살펴봤다.ID ‘supia5**’ 관객은 “감히 최고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감동을 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겪고, 지금의 20대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사람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 안녕과 헤어짐에 대한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이런 대본을 써주시고, 연출하시고, 연기하기고,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ID ‘cluen**’은 “프리뷰 이틀째여서 할인된 가격으로 봤는데 그게 다 죄송할 정도였다. 극 중반부터 몸이 떨릴 정도로 눈물이 나는 데, 어쩌면 그렇게 담담하게 연기하시는지…. 백번, 천 번이고 일어나 박수 쳐 드리고 싶을 만큼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ID ‘euri**’ 관객은 “휴지 두둑이 챙겨가길. 슬프다기보다는 먹먹한 감동이 밀려와서 쉴 새 없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ID ‘born**’은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인데 나이가 무색하게 하나도 흐트러짐 없는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전했다.연극 ‘3월의 눈’의 관객 후기는 노배우들의 열연과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대부분 이어졌다. 하지만 ID ‘vudqja**’ 관객처럼 “기획의도는 좋지만 지루한 감이 있다”는 관객의 의견도 있었다. 연극 ‘3월의 눈’은 어떤 작품?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이 공연은 배삼식 작가와 국립극단의 예술감독인 손진책 연출가가 함께한다. 두 사람은 ‘벽 속의 요정’, ‘3월의 눈’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 내용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존재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노배우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 압축적인 대사만을 무대 펼쳐놓는다. 노배우들은 긴 호흡의 연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전한다.연극 ‘3월의 눈’은 3월 1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10,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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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들…연극 ‘3월의 눈’, ‘모범생들’
관극만으로 인생과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3월의 눈’은 지난해 연극계를 이끌어온 배우 백성희, 장민호가 무대에 서며 화제를 모았다. 긴 호흡 속에서 펼쳐지는 노배우들의 실생활 같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를 배경으로 성적 때문에 펼쳐지는 엘리트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코미디 연극에 지친 관객이라면 짙은 여운을 남길 연극 한 편은 어떨까.3월에 속살거리는 눈꽃 같은 삶연극 ‘3월의 눈’3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지난해 국립극단 레퍼토리 선보였던 연극 ‘3월의 눈’이 다시 공연된다. 연극 ‘3월의 눈’은 존재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출연했던 장민호를 대신해 박근형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박근형은 백성희와 함께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는 박근형과 백성희를 비롯해 오랜 세월 연기 내공을 쌓아온 오영수, 박혜진 등이 출연한다.연극 ‘3월의 눈’은 자극적인 내용 없이 흘러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는다. 이순과 장오는 재개발 열풍인 곳에서 살아간다.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마을은 재개발 대상지가 되고, 두 사람은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장오와 이순은 그들의 일상을 계속해 나간다.작품은 전통 한옥을 재현한 무대와 압축적인 대사를 담는다. 배우들의 느린 움직임과 긴 호흡의 장면으로 침묵과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엘리트들의 스타일리쉬 비극연극 ‘모범생들’4월 29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연극 ‘모범생들’은 사회에서 모범생이라 지칭되는 엘리트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2007년 초연한 연극 ‘모범생들’은 고교 입시생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대본, 무대, 조명, 음악, 안무, 의상 등 전 분야에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거쳤다.연극 ‘모범생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의 외고가 배경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아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꾸미게 된다.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사건은 점점 비극으로 치달아 간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배우들과 새로운 배우가 함께한다. 김대종, 이호영, 홍우진은 지난 공연에 함께했다. 또한, 김대현, 김종구, 정문성 등이 이번 공연으로 첫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이 외에도 실력파 배우 박정표와 황지노가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3 / 조회 9,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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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다시 찾아오는 연극, <3월의 눈>
연극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이 오는 3월, 국립극단 레퍼토리 공연으로 다시 찾아온다.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어느 저물어가는 한옥. 은 이곳에 살고 있는 노부부의 잔잔한 일상과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노인의 모습을 결이 고운 긴호흡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박근형이 '장오' 역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이순’ 역의 백성희와 호흡을 맞춘다. 백성희와 박근형은 60년대 국립극단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어 40여 년만에 무대에서 다시 두 배우의 하모니도 기대할 점. 이들과 함께 오영수, 박혜진이 ‘장오’, ‘이순’ 역으로 더블 캐스팅 돼 노부부를 연기한다.
은 노배우들의 연기를 뛰어넘는 연기와 압축적인 대사, 삶을 담은 서정성으로 지난해 3월 초연해 관객의 지지를 받으며 5월 앵콜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은 3월 1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3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2.02.14 / 조회 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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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2011 서울연극제
2011 서울연극제가 지난 15일 폐막 행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연극제는 ‘연극, 우리시대의 거울-이슈!’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작돼 26일간 성황리에 진행됐다. 폐막 행사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배우 윤여성과 염혜란의 사회로 개최됐다. 이 행사에서는 관객평가단 인기 작품상, 미래야솟아라 작품상, 연기상 등 12개 부문별 총 상금 2천여 만 원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극단 이루의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가 전문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대상’과 관객평가단 ‘인기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했으며, 극단 작은신화의 ‘만선’은 우수상을 받았다. 또한 이 두 작품은 연극 ‘복사 꽃 지면 송화 날리고’의 박용수, 우미화와 연극 ‘만선’의 장용철이 연기상을, ‘만선’의 신용인이 연출상까지 수상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무대예술상’에 나한수(2g의 아킬레스건), 이윤수(사라-0), 희곡상에 김재엽 작가의 ‘여기, 사람이 있다’가 선정됐다. 쇼케이스 형식의 연극 공연 프로젝트 ‘미래야 솟아라’ 부분에서는 작품상에 극단 Theatre201 ‘가방을 던져라’, 연출상에 ‘캠벨스프’의 김은정, 연기상에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의 이준식, ‘공무도하가’의 신정원이 수상했다. 자유참가작 중 작품상은 극단 풍경의 ‘교사형’이 받았으며, 원로연극배우 김길호가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번 2011 서울연극제는 29개 극단의 31개 작품이 무대에 올라 만여 명의 유료관객과 오천여 명의 무료관객을 만났다. 공식 참가작 이외에도 ‘미래야솟아라’, ‘토론연극 핫이슈’, 어린이날 기념공연, 낙산 야외공연 등 다채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관객참여 기부운동인 미소나눔티켓과 연극인긴급구호 기금 조성을 위한 연극제 수입 3% 기부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은 “관객들이 연극을 사랑해주신 힘으로 이번 2011 서울연극제가 잘 치러질 수 있었다. 2012 서울연극제에서도 보다 수준 높은 공연으로 보답해 사회에 좀 더 공헌할 수 있는 행사로 꾸려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5.18 / 조회 1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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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3] 우리, 철들지 말자!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
13년 밴드생활에 남은 거라고는 긴 머리카락이 전부인데 그것마저 없어질 판이다. 폼생폼사,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살지만 소녀시대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이 아저씨삘 오빠들은 철이 덜 들었다. 울고 떼를 써도 소용이 없자 도살장 끌려가듯 미용실에 들어선 오빠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서는 잘리는 당사자보다 그들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야하는 미용사의 간이 더 커야할 만큼 건장한 남자들은 상상 이상의 유아적 만행을 보여준다. 세 살하고도 한 사 개월 정도 더 됐을까 싶은 이들의 나이는 자그마치 서른 넷. 눈물 나는 나이다. 서른은 넘었는데, 어느새 원치도 않은 후배들로 가득하게 됐는데, 이룬 것은 없고 남는 것도 없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초롱이가 초롱초롱하게 묻는다. 그렇게 살고 싶니? 언제 철들래? 무시무시한 이름만큼 웃기는 ‘지구멸망’은 데스메탈 공연만 하는 홍대 클럽의 이름이다. 그 안에는 더 무시무시한 이름만큼 더 웃기는 밴드 ‘지옥의 사생아들’이 있다. 머리도 흔들고 시뻘건 깃발도 흔들며 전기톱도 흔들지만 가득한 건 빈 객석뿐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지구멸망이 폐업을 하게 되면서 동시에 은퇴하게 된 지옥의 사생아들은 보스이자 클럽사장을 도와 헬스클럽 홍보 일을 하게 된다. 저당 잡힌 이 헬스클럽은 무고한 사장의 딸 초롱이 운영하고 있다. 쫙 달라붙는 가죽옷에 문신 현란한 팔뚝을 내밀고 긴 머리 휘날리며 전단지를 나눠주지만 나라도 가기 싫어질 헬스클럽의 회원 수는 당연히 줄어든다. 현실에 내던져진 네 명의 아저씨 비슷한 오빠들은 불행해 보인다. 그 비참함의 끝은 이미 알고 있던 회복 불가능의 상태를 스스로 발설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상적이고도 상식적인 어른들의 삶으로 편입하기 위해 음식점 주차안내원, 보험회사 영업원 등으로 취업한 그들은 자포자기의 상태다. 연극은 자신이 무력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지점, 더 이상 꿈으로 먹고 살 수 없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 지점에 있다. 꿈과 현실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불편한 자세로 서 있는 삼십대의 때늦은 방황은 이미 익숙한 소재다.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계속해서 연민할 수 있는 이 소재의 힘은, 그것이 서른을 넘긴 시대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동질감만으로도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상처를 논하기에는 너무 자라버린 몸을 이끌고 일종의 허무함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듯, 섣부른 희망을 말하기에 우리의 주인공들 역시 너무나 무기력하다. 세상물정 모르며 몸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내적 성숙도와 도저히 나타날 것 같지 않은 인생역전의 기회는 그들의 비현실적 일탈기간이 너무 길었음을 알린다. 이 끈덕진 고통은 매일 헬스장으로 출근해 해결되지 않는 공허함을 뛰는 것으로 달래는 순옥의 답답함과도 일맥상통한다. 언제나 올나이트인 인생에 번쩍거리는 해는 언제나 쨍하고 뜰까. 그렇다고 그들이 마시는 술의 끝 맛이 한없이 쓴 것만은 아니다. 연극에는 미화시키거나 아름답게 각색하지 않았지만, 버리는 척 했어도 완전히 버려지지 않는 꿈의 낭만이 존재한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끝까지 철들지 않을 것 같던 보스가 담배를 피우며 울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정신 차리고 세상 좀 바로 살겠거니, 라는 안도감이 아니라 더 큰 패배감이다. 그러니 마음의 청춘들이여, 우리 끝까지 철들지 말자. 한물 간 밴드들은 클라크가 슈퍼맨으로 변신하듯 기가 막힐 전환점을 얻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더 외롭고 괴로운 진통 속에서 아직 죽지 않은 열정을 피워낸다. 에어로빅 체조대회에 출전하는 이 전사들은, 웃기지만 차마 웃을 수 없도록 진지하다. 데스메탈에서 에어로빅으로의 황당한 변화만큼 연극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네 명의 오빠들처럼 완전히 철들지 않은 웃음이다. 연극에는 패기와 꿈, 어쩌지 못하는 진실함이 있으나 성숙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난다. 상황과 감정에 대한 노골적 대사와 태도는 여물지 못한 느낌이다. 아직도 뛰고 있는 삶의 맥박을 느끼게 해 줄 마지막 대회장면 또한 감질나다. 그럼에도 어설플 수 있는 연극의 요소들은 어설퍼야만 하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에 힘입어 안전한 상태로 관객을 맞이한다. 진지한 성찰과 삶에 대한 애정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2010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 ‘요람을 흔들다’ 선정작으로, 뒤를 이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연극 ‘고리끼의 어머니(임세륜 연출)’, 14일부터 16일까지 ‘사라-0(이성구 연출)’이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07 / 조회 1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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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눈물겨운 성장통,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
한물간 데스메탈 밴드의 에어로빅 도전기,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가 2011년 1월 5일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2010 차세대 연출가 인큐베이팅 사업 ‘요람을 흔들다’ 프로그램에 공모, 쇼케이스를 거쳐 선정된 작품이다. ‘요람을 흔들다’는 서울연극협회 주관 하에 가능성과 장래성 있는 젊은 연극 연출가를 선발해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연극 ‘에어로빅 보이즈’는 도시적 삶의 외로움을 특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극적 구성으로 그려냄으로써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호응을 받아 온 최원종이 극작 및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13년간 공연해 온 홍대근처의 데스메탈 클럽이 폐업을 하면서 졸지에 은퇴 하게 된 데스메탈 밴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휘트니스의 홍보를 도우며 에어로빅 체조대회에게까지 나가게 된다. 아직 심리적으로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나 홀로 설 때가 됐다며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진 30대의 불안함이 유쾌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그동안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파격적인 주제를 다뤄온 최원종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 데스메탈 멤버들의 좌충우돌 에어로빅 대회 도전기를 통해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 30대를 그리고 있다.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안절부절 하게 되는 34살, 변신의 열망으로 뜨거운 34살의 젊은 고통과 희망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극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데스메탈과 에어로빅 퍼포먼스를 통해 젊음의 끝자락에서 그들의 열정을 불태우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작품의 극작 및 연출 최원종은 열정 3부작 ‘외계인의 열정’, ‘연쇄살인범의 열정’, ‘피투성이 벌레들의 열정’을 통해 사랑을 욕망하는 자들의 참담하고도 절실한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2007년부터는 ‘청춘, 간다’, ‘청춘의 등짝을 때려라’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현대 젊은이들의 불안과 일탈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배우로는 박재운, 이우진, 송재룡, 염혜란, 박완규, 김승환, 박초롱 등이 함께하며 1월 7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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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5] 당신이 희망,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할퀴고 쓰다듬으며 살아가는 것경주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 주위로는 신비한 설화와 신화적 이야기가 떠다닌다. 많은 이들이 붉게 타오르며 복을 내리는 불을 보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는 그곳에 방사능 폐기장이 유치된다. 그 후로 만파식적의 신비한 피리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까. 무사태평을 고대하는 감포일대 사람들의 오늘은 달고 구수하며, 그리고 비루하다. 질펀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들은 순박하나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인간의 단면을 안고 있다. 그들의 셈속에는 연민과 애정도 공존한다. 시장바닥에 앉아 야채를 파는 분이, 그녀의 며느리 덕이, 아들 열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앉은뱅이, 맹인, 반편이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를 바닥으로 끌어 앉히는 것은 차마 놓지 못하는 묵직한 과거의 아픔이다. 이렇듯 상처로 인한 정신적 기형이 신체로 표현된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복을 받지 못한 것 같은 이들은 오가는 행인을 ‘복 받아 가이소’라는 인사로 맞아들인다. - 무서운 것은 사람 이 작품에는 왜 이렇게 됐는지 가늠하기가 까마득하며 알 도리 없는 인물들의 오늘이 펼쳐진다. ‘어디 죄 진데 없고, 넘한테 험한 소리 함 안했고, 손에 쥔 거 하나 없어 타고난 내 몸 놀려 부지런히 살았고, 바라볼 핏줄 하나라고 우리 복 줄여 복 빌어주고 쓰다듬고 키웠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급하게 돌아만 가는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노파, 그가 동사무소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삶의 무게에 대해 나지막이 호소한다. 떨어지는 노파의 눈물은 그 누구도 적시지 못한다. 한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노파의 치마에는 하혈 자국이 선명하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사람들의 소음 속에서 소외된 노파,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미친 판사는 상징적이며 압축적이다. 무서운 건 바다가 타도록 붉은 태양이나 세상을 잠식시킬 듯 쏟아지는 비가 아니다. 사람이다. 분이와 덕이, 열수에게도 무서운 건 사람이다. 그 가족사는 기가 막히다.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 만났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이 다시 만나 가정을 형성했다. 결핍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만나 부딪히고 할퀴며 쓰다듬고 사는 것이 인생, 분이와 덕이, 열수의 이야기는 공연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이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자도 아닌 기집이 처음 사랑이란 걸 해 아들을 낳았다. 그의 이름은 록키. 양공주 여자는 물 건너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들과 함께 사는데 세상의 선입견과 손가락질은 날카롭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록키를 놀리던 한 아이가 록키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게 했고 그는 죽었다. 엄마는 눈이 뒤집혀 그 아이의 집에 불을 질렀다. 불을 헤집고 살아 나오는 아이를 안고 록키가 죽은 곳에서 뛰어 내렸다. 그녀는 앉은뱅이가 되고 아이는 반편수가 됐다. - 그래도 희망은 사람 언급했듯 이 연극은 사투리로 진행된다. 얽히고설킨 관계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과도한 정보를 들어야하는 초반, 명확히 들리지 않는 대사는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들이 비뚤어진 세상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했듯 관객은 그들의 언어와 ‘현재’에 곧 적응하게 된다. 정돈되지 못한 것 같은 도입의 어수선함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연극이 바라보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연극은 다양한 관계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으로 구수하다. 오지랖 넓고 참견하기 좋아하나 그래도 순박한 여자 미천과 법을 공부하다 미쳐 침을 뱉고 다니는 판사, 아픈 아내를 수발하며 사는 단씨 등 이러나저러나 살아가는 인물들로 인해 극은 어색한 무거움을 벗었다. 그러나 시골 풍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편안함과 휴식, 달콤한 화해는 없다. 분이의 옛 연인이자 아들만을 기다리는 설씨는 분이를 찾아가 모든 게 ‘너 때문이다’고 외치며 그녀를 찌른다. 죽어가는 분이의 체념한 듯 평온한 표정, 그 순간 그토록 기다리던 불이 내려왔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불이 탄다. 이리저리 춤을 춘다. 넘어지기도 한다. 오호라, 그것은 불이 아니라 타는 사람이다. “연호야!” 설씨가 아들의 이름을 외친다. 예상되는 화해를 뒤엎고 연극은 잔인한 칼부림을 선사한다. 방에 놓여 있던 등이 넘어지며 분이네 집에 불이 번진다. 분이를 둘러싼 관계의 지리멸렬한 역사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그 뒤로 아이를 가진 열수와 덕이가 보인다. 그들이 수줍게 속삭이고 있다. 난자당한 인간들을 밟고 새 생명이 탄생할 것이다. 누군가가 힘없이 쓰러질지라도 삶은 계속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5.14 / 조회 1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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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축제! 연극 ‘엄마들의 수다’와 뮤지컬 ‘메노포즈’ 이야기
한때 잘나가던 퀸카였던 그녀. 그녀는 뭇 남성들의 구애를 뒤로 한 채 자신만을 향해 목매던 그와 못 이기는 척 웨딩마치를 올린다. 그런데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 같던 이 남자가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변신한다. ‘잡힌 물고기’ 신세로 추락해버린 그녀는 꿈같은 신혼의 추억에 자신의 과거를 묻어버린 채 밀려드는 가사와 육아에 매달린다. 남편이란 작자는 “술 처먹고 들어와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만행을 일삼고,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보챈다. 가끔 “내 아들이 남편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키우기 싫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녀는 말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엄마”라고 명명하는 아이를 품 속 깊이 안는다. 하지만 ‘찬란한 행복’이었던 자식들은 어느덧 장성해 저마다의 둥지를 찾아 떠난다. 남편은 일과 회식을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늦는다. 그녀는 속절없이 늘어가는 주름살과 뱃살을 바라보며 혼자 밥을 먹고 남편과 자식들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빈껍데기처럼 남겨진 그녀는 우두커니 앉아 끝없는 외로움과 마주한다.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채 홀로 남겨진 그녀는 ‘빈 둥지 증후군’을 앓으며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직면한다. 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갑작스레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낸다. 불면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확확 솟구쳐 오르는 열 때문에 땀으로 침대 시트를 흠뻑 적시기도 한다. 연극 ‘엄마들의 수다’와 뮤지컬 ‘메노포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리고 말할 이 하나 없는 그녀들의 속사정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그녀들은 누구의 아내이자 누구의 엄마로서가 아닌, 그녀 자신 그대로를 서로에게 드러내 보인다. 혼자 끙끙 앓아왔던 고민들은 대화에서 수다로 이어져 건강한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낸다. 프로작으로 향하던 손길은 서서히 줄어들고, 누구 엄마나 아내의 호칭으로 대신했던 그녀들의 이름은 길고도 긴 잠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예전의 미모와 젊음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주름살과 뱃살은 어김없이 꼬박꼬박 늘어가지만, 그녀들은 ‘아줌마들의 수다’에 위안 받으며 자신을 찾아가고 문득 자신들의 엄마를 되돌아본다. 훌쩍 늙어버린 그녀들이지만 언제까지나 엄마의 영원한 딸일 수밖에 없는 그녀들. 그녀들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폐경이라는 한바탕의 성장통을 겪어내며 엄마를, 그리고 그녀 자신을 살아낸다. 그렇기에 이들의 공연은 한없이 수다스럽고 요란하지만 아름답고 숭고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가정의 울타리를 책임져야만 했던 이들의 땀방울은 억척스럽지만 눈부시다. 이들은 가족들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오늘도 신명나는 축제 한 판을 정성껏 마련해놓는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2.18 / 조회 20,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