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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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S씨어터 개관기념작, 서울시극단 ‘사막 속의 흰개미’ 오는 11월 개막
서울시극단이 창작극 '사막 속의 흰개미'를 오는 11월 세종S씨어터 개관작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지난 11월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창작극이다. 황 작가는 2017년 연극 '오리온'을 시작으로 2017년 음악극 '멘탈 트래블러', 연극 '미녀와 야수'의 각색과 2017년 연극 '생각보다 괜찮은',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를 집필한 바 있다.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는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버린 100년 된 고택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에 의해 무너져가는 집의 실체와 이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팽팽한 긴장감을 파고드는 작품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고택의 주인이자 대형교회 목사인 석필은 이 집의 미스터리한 현상이 흰개미 떼의 페어리 서클(fairy-circle,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둥근 원)이라며 집안을 살피는 곤충 연구원 에밀리아를 만난다. 죽은 아버지 공태식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석필에게 묘령의 여인 지한이 찾아오고, 되돌릴 수 없는 15년 전 그날의 이야기가 밝혀진다.
서울시극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광보가 연출로 나서며, '옥상 밭 고추는 왜'로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부문을 수상한 박상봉 디자이너가 무대를 맡아 무너져가는 고택의 공간과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만들어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고택의 주인 공석필 역은 뛰어난 김주완, 이를 파헤치는 에밀리아 피셔 역은 최나라. 석필의 아버지 공태식 역은 강신구가, 어머니 윤현숙 역은 백지원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묘령의 여인 임지한 역은 황선화가, 문화재연구소의 총괄 관리감독 팀장 노윤재 역에는 한동규가, 그리고 문화재연구소 인턴사원은 신예 배우 경지은이 맡았다.
'사막 속의 흰개미'는 오는 11월 9일부터 25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에 개관하는 세종S씨어터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다양한 예술작품의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연장으로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18.10.11 / 조회 3,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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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고발극” 연극 ‘보도지침’ 6월 12일 폐막
제5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연극 ‘보도지침’이 6월 12일 폐막한다. 연극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대한민국 언론계의 흑역사 보도지침사건을 다루고 있다.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들에게 은밀하게 시달된 가이드라인이다. 연극 ‘보도지침’은 기자와 잡지발행인, 변호사, 검사의 치열한 재판과정을 그린다. 배우 송용진과 김준원은 보도지침 사건을 폭로한 정의롭고 강단있는 기자 ‘김주혁’역을 맡았다. 배우 김대현과 안재영은 보도지침을 보도한 잡지발행인 ‘김정배’역으로, 배우 이명행과 이시후, 김주완은 기자와 잡지발행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황승욱’역으로, 배우 최대훈과 에녹은 검사 ‘최돈결’역으로 분한다.연극 ‘보도지침’은 6월 12일까지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 된다.사진_벨라뮤즈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13 / 조회 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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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후, 연극 '보도지침' 합류
이명행·김주완과 황승욱 역 열연
6월 19일까지 수현재씨어터배우 이시후(사진=벨라뮤즈).[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실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언론의 흑역사를 조명한 연극 ‘보도지침’의 추가 캐스팅이 공개됐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레베카’에서 잭 파벨 역으로 열연한 것을 비롯해 서울예술단 소속 당시 ‘바람의 나라’ ‘윤동주 달을 쏘다’ ‘뿌리깊은 나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이시후가 주인공이다. 이시후는 이번 공연에서 이명행, 김주완과 함께 황승욱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보도지침’은 언론계에서 자행되던 권력의 하부구조와 소통, 투쟁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 작품. 제 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들에게 은밀하게 시달됐던 가이드라인 ‘보도지침’과 이를 폭로한 기자와 잡지 발행인 그리고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반대의 입장에서 그들과 팽팽히 맞서는 검사의 치열한 재판 과정을 그렸다.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오세혁과 변정주 연출, 배우 송용진, 에녹, 최대훈, 강기둥 등이 출연한다. 6월 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티켓은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와 예스24(ticket.yes24.com)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4.21 / 조회 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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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용진 “연극 ‘보도지침’ 작품 참여, 기쁘고 자랑스러워”
배우 송용진이 연극 ‘보도지침’에서 김주혁 기자 역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송용진은 연극 ‘보도지침’ 출연에 대하여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어두운 우리나라의 사건을 통해 현재의 우리 사회를 돌아 볼 수 있는 이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자랑스럽다.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제5공화국 시절을 배경으로 정부의 언론통제에 대응하는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실제 사건과 실제 인물을 소재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연극 ‘보도지침’의 내용은 제5공화국 시절 언론사들에게 은밀히 시달됐던 보도지침과 이를 폭로한 기자, 잡지 발행인,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그들과 팽팽히 맞서는 검사의 치열한 재판 과정을 그린다. 연극 ‘보도지침’은 6월 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출처_클럽서비스 김나연 인턴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31 / 조회 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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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송용진 "이 시대 꼭 필요한 작품"
1986년 제5공화국 언론투쟁 이야기 담아
6월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서 공연
"대사에 담긴 의미 정확, 재미 전달할 것"연극 ‘보도지침’에서 김주혁 기자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사진=알앤디웍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송용진이 지난 26일 개막한 연극 ‘보도지침’에서 김주혁 기자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치고 있다 .송용진은 보도지침 사건을 폭로하는 정의롭고 강단 있는 ‘김주혁 기자’ 역을 맡아 1980년대 언론 소통과 투쟁 과정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할 계획이다. 작품은 1986년 제5공화국 시절이 배경으로 정부의 언론통제에 대응하는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제작 단계부터 제5공화국 시절 언론사에 은밀히 시달됐던 보도지침과 이를 폭로한 기자 , 잡지 발행인,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팽팽히 맞서는 치열한 재판 과정을 그린다.송용진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기 보다 대본의 대사에 충실하고 , 대사에 담긴 의미들을 정확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표현하려 했다”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어두운 우리나라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를 돌아 볼 수 있는 이 작품에 작품에 참여하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연극 ‘보도지침’은 6월 19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송용진은 ‘보도지침’ 이후 6월부터는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에서 출연할 예정이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30 / 조회 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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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에녹 '보도지침'으로 4년만에 연극무대 선다
냉철한 검사 역으로 29일 첫 공연
진실 제압하는 검사 '최돈결' 역 맡아
6월19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배우 에녹(사진=EA&C).[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에녹이 29일 연극 ‘보도치침’에서 검사 ‘최돈결’ 역으로 첫 공연을 시작한다. 뮤지컬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던 그의 4년만에 연극 복귀작이다. 그동안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팬텀’, ‘쓰릴미’, ‘보니앤클라이드’, ‘로미오 앤 줄리엣’ 등 대형 뮤지컬 작품에 주·조연을 맡아왔다. 에녹은 부유한 기득권 층의 아들로 태어난 냉철한 검사 ‘최돈결’ 역을 맡았다. 습관처럼 받아들인 어른들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 때는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려 노력하지만, 다시 틀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인물이다.에녹은 “승소가 이미 정해진 재판 반대편에서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검사의 말이지만 관객을 진심으로 설득하고, 충분한 명분과 논리가 있는 인물로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말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연극 ‘보도지침’은 진실을 폭로한 기자, 잡지 발행인 그리고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반대 입장에서 그들과 팽팽히 맞서는 검사의 치열한 재판을 그린 법정 드라마다. 오세혁 작가, 변정주 연출이 의기투합했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 송용진, 김준원, 김대현, 안재영, 이명행, 김주완, 에녹, 최대훈, 장용철, 이승기, 김대곤, 강기둥, 이봉련, 박민정 등이 연기를 맡았다. 6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9 / 조회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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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 첫 호흡 변정주·오세혁 "말의 힘 믿는다"
연극 '보도지침'으로 뭉친 연출가·극작가
정부가 기사위치까지 정해주던
제5공화국 '언론통제 사건' 다뤄
26일부터 수현재씨어터서 공연
"탄탄한 대본과 실력파 배우 시너지
'나를 움직이는 지침' 질문 계기되길"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변정주(41·오른쪽) 연출과 오세혁(35) 극작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은 2년여간의 기획기간을 거쳐 제작에 돌입한 연극 ‘보도지침’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 연극을 통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지침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페이스북 친구였을 뿐 교류는 없었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변정주 연출의 글이 좋아 챙겨 읽은 게 전부다”(오세혁). “오세혁 작가에 대한 소문만 듣다가 작업한 연극 두 편을 봤다. 표현이 기발하더라. 작품 제안을 받고 바로 그가 떠올랐다”(변정주). 최근 공연계서 주목받는 ‘핫’한 두 남자가 만났다. 연출가 변정주(41)와 연출 겸 극작가 오세혁(35·극단 걸판 대표)이다. 두 사람은 오는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초연하는 연극 ‘보도지침’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연극 ‘보도지침’은 내용만 보면 민감하다. 1986년 제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에 은밀하게 전달된 언론통제 ‘보도지침’의 실제 사건을 법정드라마로 재구성했다. 당시 정권은 언론사에 ‘어떤 내용을 어느 면 어느 위치에 몇단으로 실을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는데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지 ‘말’에 문건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자칫 지난해 공연계 불었던 ‘검열논란’과 겹쳐지면서 무거운 ‘정치연극’으로 오해할 수 있다. 변 연출은 그래서 오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이었다. 사회고발이든 역사극이든 평범하지 않은 극이 나왔으면 했다. 함께 작업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술김에 ‘오케이’ 했다더라. 하하.” 듣고 있던 오 작가는 “이런 사건인 줄은 다음날 검색한 뒤에 알았다. 알고 난 뒤에 더 하고 싶어졌다. 인연이지 싶더라”며 웃었다. 연출 겸 극작가 오세혁◇이명행·에녹 등 핫한 배우도 합류오 작가는 요즘 가장 바쁜 극작가다. 기발한 소재와 유려한 대사, 따뜻한 웃음이 장기인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린다. 이달에만 ‘보도지침’을 포함해 연희단거리패 게릴라극장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 서울시극단의 ‘헨리 4세: 왕자와 폴스타프’ 등 그가 쓰거나 각색한 작품 3편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변 연출도 유쾌하고 날선 연출력으로 배우들 사이에선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연출 1순위에 꼽힌다. 올초에만 뮤지컬 ‘아랑가’와 ‘넥스트 투 노멀’, 연극 ‘날보러와요’ 등을 작업했다. 변 연출은 여기에 “지성미를 갖춘 배우들이 뭉쳤다”고 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만큼 캐스팅은 지성미를 갖춘 배우로 추렸다”며 “이 시대에 필요한 연극이라고 생각해 먼저 일정을 빼놓고 기다린 배우도 있는 반면 소재만 보고 못하겠다는 친구도 더러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연습을 수십번 반복하고 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을 놓고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있다. 그 고민이 분명히 무대 위에 드러날 것이란 데에 어떤 의심도 없다”고 했다. 작품에는 실존인물인 김주언 기자 역에 송용진·김준원, 검사 역에 최대훈·에녹, 변호사 역에 이명행·김주완 등이 번갈아 연기를 한다. 오 작가도 “연극만 해온 장용철·김주완 같은 배우부터 이명행·송용진 등 흥행 배우들의 시너지가 더해져 균형이 잘 잡힌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지침 ‘말’에 주목하다연출 변정주오 작가는 대본 작업 당시 ‘말’에 주목했다고 했다. “처음 사건만 접했을 때는 웃기게 비틀어서 재미있게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재판기록과 자료를 보니 접근이 다르더라. 피고가 검사보다 더 당당했다. 죄가 없으니까. 실제 독백도 훌륭하더라. 재판기록의 말을 반드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아가서 연극을 하는 우리는 말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면의 독백은 아닌가. 두 축의 말을 잘 다듬어 구성하고자 했다.” 웃기기 위한 코미디극도 심각한 정치극도 아니다. 말과 말이 팽팽히 맞서는 치열한 재판 과정을 그린다. 연출은 “보도지침 사건이 폭로된 후 폭로한 자가 구속된 자체가 이미 코미디다. 누구는 옛날 얘기로만 느낄 거고 누구는 지금 우리 모습과 닮았다고 할 거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다만 무겁지 않게 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대사 한줄 때문에 하루종일 토론하고 싸운다. 셰익스피어 연극이 무수한 세월을 넘어 왜 아직까지 강력한지 더듬어보니 결국 ‘말’이더라. 배우의 말, 우리의 말이 고루 섞여 말이 단단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확실한 건 배우가 무대 위에서 너무 멋지다는 거다. 그냥 서서 자신의 말을 하는데 빛이 난다. 많은 관객이 배우들을 보러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변 연출도 “연습실을 들여다보니 모두 치열하게 말에 대한 철학을 내뱉고 있더라. 하고 싶은 날 선 말이 오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거들었다. “장소는 법정이 되기도 하고, 말과 말이 오가는 광장, 연극 무대가 되기도 한다”고 오 작가가 말하자 변 연출도 “어떤 재판이나 토론은 굉장히 연극적이고, 또 어떤 연극은 굉장히 치열한 토론장이 되어야 하는데 연습실을 들여다보니 치열하게 말에 대한 철학을 내뱉고 있더라. 하고 싶은 날선 말들이 오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예매 상위권 랭크…공연계 황금 콤비 예고 초연에도 불구하고 ‘보도지침’은 지난 9일 티켓예매를 시작하며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1~3위에 랭크돼 주목받았다. 변 연출은 “배우의 티켓파워에다가 역사적 사건을 다루다 보니 연극 마니아는 아니지만 사회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표를 사더라. 그런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목표는 흥행”이라고 웃으며 “다음에도 함께 작업하려고 한다”며 입을 모았다.“내가 어느 지점까지 스토리를 끌고 가면 연출이 잘 다듬어준다. 협업의 시너지가 생긴다”(오세혁). “작업하면서 굉장히 좋았다. 비슷한 가치관을 그리는 작가더라. 특히 작품의 완성을 텍스트가 아닌 공연으로 본다는 면에서 다른 극작가와는 다르다. 함께 작업하기에 좋은 희곡작가라기보다 연극작가다”(변정주). 오 작가가 마음속에 둔 작품의 부제는 ‘나를 움직이는 지침은 어디에서 오는가’다. 오 작가는 “지금도 외부지침에 따르거나 거스르는 사람, 또 균형을 세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를 움직이는 지침이 어디서 나오는가다. 내 안의 목소리와 자신의 지침을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연출도 “연극을 보고 난뒤 관객 스스로 나를 움직이는 지침은 무언인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4 / 조회 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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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주·오세혁 콤비 만났다…연극 '보도지침'
사실적·치밀한 심리묘사 눈길
9일 1차 티켓오픈·수현재씨어터 무대
송용진·이명행·강기둥 등 캐스팅연극 ‘보도지침’ 프로필(사진=벨라뮤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연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출 변정주와 극작가 오세혁이 만났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정평이 난 변정주 연출과 재치 넘치는 필력의 연출 겸 극작가 오세혁이 연극 ‘보도지침’을 통해 조우한다.연극 ‘보도지침’은 기존 연극에서 보기 힘든 ‘법정 드라마’라는 소재와 설정을 다루고 있다. 1986년 보도지침의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약 2년간의 기획 기간을 거쳐 제작에 돌입했다.보도지침 폭로 과정과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대학 동창들 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같은 시절을 공유했으나 시간이 흘러 서로의 신념이 다른 이유로 빚어지는 갈등과 해소를 통해 관객은 뜨거운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제작사 엘에스엠컴퍼니 측은 전했다. 배우 송용진, 에녹, 이명행, 최대훈, 김대현, 안재영, 강기둥, 박민정 등이 출연한다.엘에스엠컴퍼니 관계자는 “최고 캐스팅, 연출 변정주와 작가 오세혁의 조합으로 창작 연극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본인들이 가장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 완성도를 높였다”고 귀띔했다. 오는 26일부터 6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인터파크와 예스24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1544-1555.▶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9 / 조회 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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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남자들은 섹시하다? 뜨거운 네 남자들의 <보도지침>
아주 정직하고 사실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연극 한 편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바로 연극 이 그것. 실제 ‘보도지침’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지난 2일 배우들의 프로필 촬영 현장으로 플레이디비가 찾아갔다.‘보도지침’ 사건은 제5공화국 당시 문화공보부가 신문사와 방송사에 은밀히 하달한 보도에 대한 지시사항으로, 1985년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이를 잡지 지에 폭로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연극 은 이 사건을 다룬 법정드라마로, 실제 사건들과 인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실제 같은 허구, 허구 같은 실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는 캐릭터들의 대립을 통해 보여지는 상황이 작품의 주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플레이디비가 찾아간 촬영 시간에는 송용진, 이명행, 에녹, 김대현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이 맡은 역할은 각각 보도지침 사건을 일으킨 사건의 장본인 기자 김주혁, 변호사 황승욱, 월간지 ‘독백’의 발행인 김정배, 검사 최돈결이다.“연습은 이미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많이 안 친한 것 같아요.”라는 포토그래퍼의 짖궃은 농담에 자진해서 더 망가지며, 서로를 배려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네 명의 캐릭터가 보이는 듯 했다.블랙 의상으로 소매를 걷어 붙인 이들은 일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공식에 부합할 만큼 열정적인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 뜨거운 네 남자들은 극중 치열하게 신념 대결을 펼치며, 법정 드라마로서 진중한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지만,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유쾌 발랄한 모습도 보일 예정이다. 보도지침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주혁 기자를 연기하게 된 송용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절대 무겁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라고 당부하며,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배꼽 잡고 드러눕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업극으로서 작품의 재미 또한 놓고 있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동안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에녹은 “예전에 연극을 한번 했었는데, 늘 기회가 닿으면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다. 이번에 그 생각이 백 퍼센트 찼을 때 우연치 않게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전하며, “대본과 다른 배우들, 스텝들을 보고 그 안에서 함께 섞여서 뮤지컬과는 또 다른 재미를 찾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전작에 비해 평범한 한국 일반 남자를 연기하게 돼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는 이명행은 “예전 사건이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많이 겹쳐지는 부분들 때문에, 지금 이 공연을 올리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고, 김대현 또한 “대본을 처음 보고 가슴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적인 제목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재미있고,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믿고 공연장에 와달라"는 송용진은 “저희와 함께 이 시대를 돌아보고,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고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작품의 제작자인 엘에스엠 컴퍼니의 이성모 대표가 원안을 쓰고 오세혁 작가가 각색한 은 변정주 연출의 지휘 아래, 이달 26일 개막하여 6월 19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3.04 / 조회 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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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흑역사를 만나다…연극 '보도지침' 초연
언론 재판 과정 다룬 법정드라마
3월 26~6월 19일 수현재씨어터[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실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연극 ‘보도지침’이 오는 26일부터 6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보도지침이란 제 5공화국 시절 매일 아침 언론사에 은밀하게 전달됐던 가이드라인으로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방식 중 하나였다. 기사 작성시 어떤 내용으로 어느 면 위치에 싣고 심지어 제목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언론사의 기사들이 일괄적인 내용과 표지로 도배되기도 했던 대한민국 언론계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이를 견디다 못한 몇몇 언론인들은 뜻을 같이해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하게 되고, 이 중심에는 당시 한국일보에 재직 중이던 김주언 기자가 있었다. 김 기자는 이 폭로 사건으로 인해 재판에 서게 되고 실형을 구형받았다. 연극 ‘보도지침’은 바로 이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드라마다. 당시 재판에 연루된 김 기자, 김종배 편집장, 한승헌 변호사 등 실제 인물간의 관계·설정을 새롭게 각색했다. 언론계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던 권력의 하부구조와 소통, 성장의 과정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강단있는 기자 김주혁 역에 송용진·김준원, 검사 최돈결 역에 최대훈·에녹, 월간 ‘독백’의 발행인 김정배 역에 김대현·안재영, 변호사 황승욱 역에 이명행·김주완이 열연한다. 이외에도 강기둥, 이승기, 김대곤, 박민정 등이 출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4 / 조회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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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초월하는 <터미널>,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나?
짧고 간결하여 그 맛과 색을 느끼기에 군더더기가 없다. 단막극의 매력은 이것이다. 또한 그 짧은 길이로 대부분 2~3편의 작품이 한 번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남녀노소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단막극만의 장점일 것이다. 작지만 알찬, 잘 차려진 성찬의 무대 이 반가운 이유다. '터미널'이라는 공통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엮은 이 2013년 화제 속에 초연한 데 이어, 올해 2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극작가 9명으로 구성된 '창작집단 독'이 '터미널'을 소재로 쓴 단막극 모음 무대인 이 공연은, 초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3편과 올해 공연을 위해 새로 창작한 6편의 작품을 더해 총 9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공연 준비를 하는데, 작가분들이 지난 공연에서 좀 부족했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나 봐요. 그리고 처음 터미널 작품을 썼을 때랑 지금이 시간도 제법 지났고요. 그래서 터미널이라는 공간을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다고 제안을 하셨어요." 초연에 이어 올해도 등의 작품을 지휘한 전인철이 총 9편의 단편 연출을 맡았다. "아홉 편의 작품이 갖고 있는 색, 그 색을 통해 작가가 하려고 했던 것, 표현하려고 했던 것을 잘 드러내려고 하려는 과정이 바로 이 작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초연에 이어 올해 무대에도 오르는 재연작 세 편은 이다. 여기에 150년 후 미래 우주선착장 대합실에서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두 남녀가 자신들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 갓 출소한 남자와 감옥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베트남 처녀의 이야기 , 잘 살 때는 각자 바빠서 못 만났던 가족이 부도로 인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 남극기지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 가정이 있는 한 남녀가 헤어지는 이야기 , 그리고 한 공간에서 여럿의 '나'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 한 지방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가 새로운 신작으로 관객들을 만날 참이다. 지난 16일 찾은 연습실에서는 와 의 연습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무대 한 켠에서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는 여자, 그런 누나에게 거침 없이 행동하는 철부지 남동생. 이들은 한 평생 자식 속을 썩여온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이다. 한없이 아버지와 남동생의 뒷바라지만 해온 여자는 이제는 자신의 행복과 삶을 찾으려 하는 중이다. "귀찮아서 아버지 화장했어, 다시 찾아오기 싫어서."라고 담담히 말하는 누나에게 폭언을 퍼붓는 남동생과,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동생을 위해 최선의 준비까지 차분히 마쳐내는 한 여자의 모습, 에서는 밝고 맑고 착한 이 여자의 눈빛이 더욱 관객을 먹먹하게 만들 것 같다. 연습장면는 한 세계 속에 '나'가 여럿 존재할 수 있다는 다중이론을 작품 안으로 끌고 왔다. 버스 터미널에 앉아있는 20대 여자, 그에게 남자친구 만나러 가지 말라고 말리는 의문의 부인, 그들 앞에 나타난 백발의 할머니까지, 이들이 서로를 잡고 말리고, 도망가며 벌이는 한판 소동은 보는 이의 배꼽을 잡게 할 정도로 웃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들 존재가 미래의 '나'가 보내는 경고인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나'인지 무대 위 인물들도, 무대 아래 관객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 듯하다. 의 서정연, 김주완이나 의 정수영 등 이번 공연에서는 극단 맨씨어터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정연, 정수영, 정재은, 우현주 등 극단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배우분들이 연습할 때마다 다 던져서 하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히 열심히 임하시는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배우기도 하고요. 연습에 임하는 그분들의 태도에 배움이 있어요." 공연장면전인철 연출은 배우들에 대한 인상에 더해 더욱 독특해질 무대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공연장(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이 길고 기존에 객석이 없어요. 객석을 쌓는다면, 천정이 너무 낮아서 객석 단차도 낮아지죠. 그래서 여러 번 회의 끝에 무대를 가운데 두고 객석을 양쪽으로 놓는 형태로 하기로 했어요. 양면이나 사면, 원형 무대의 장점은 무대에 올려진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삶을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배우들에게는 아무래도 자기 등 뒤에도 관객들이 있으니까 일반적인 한 면으로 된 프로시니엄 형태보다는 좀 더 힘들 거에요." 여러 편의 작품에서 각기 다른 배역으로 변신하는 배우들을 만나는 재미도 클 것이다. 하루에 최대 5편을 공연하기 때문에 9편을 모두 보기 위해선 최소한 이틀 관람을 해야 한다.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1.23 / 조회 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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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기울기가 우리와 닮았다, <사회의 기둥들>
지난 19일 개막한 연극 은 무엇보다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한 쪽으로 기우는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얀 액자처럼 꾸며진 이 무대는 마치 한 척의 배처럼 등장인물을 태운 채 위태롭게 기울어지고, 그 아찔한 기울기를 느끼지 못한 채 서있는 인물들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 위태로운 모습이 꼭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은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이 1877년 발표한 희곡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고상한 명분 뒤에 이기심을 감춘 인간들의 본심을 낱낱이 드러내는 이 연극은 의 김광보 연출과 박지일, 정재은, 이석준 등 쟁쟁한 배우들의 참여 아래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노르웨이의 한 소도시,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영사 베르니크(박지일)의 저택 거실에서 펼쳐진다.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베르니크는 높은 도덕성으로 ‘사회의 기둥’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공익을 가장한 철도사업을 벌여 자신의 재산을 늘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처남 요한(이석준)과 옛 연인 로나(우현주)가 갑작스레 미국에서 돌아오고, 궁지에 몰린 베로니크는 제대로 수리되지 않은 배에 요한을 태워 출항시키려 한다. 헨릭 입센이 130여년 전 쓴 이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저마다 양심을 가진 인간들이 어떻게 탐욕에 휩쓸려 자신을 잃게 되는지, 사회적 권위를 가진 자가 어떻게 제 욕심을 그럴듯한 가치로 포장해 타인의 삶을 지배하는지 등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극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더해져 베르니크가 무리하게 배를 출항시키는 4막에 이르러서는 잔뜩 기울어진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입센의 날카로운 통찰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배의 출항을 앞두고 갈팡질팡하며 무너져 내리는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은 선과 악을 오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부인들에게 도덕적인 삶을 살라고 종용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집으로 똘똘 뭉친 뢰를룬 역의 이승주는 틈틈이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무게를 던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가 저마다의 목소리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 극의 4막은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담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말이지만, 이 반전을 통해 입센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이달 말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4.11.25 / 조회 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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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한국 모습과 너무 닮아 놀라워” <사회의 기둥들> 낭독회 현장
"작품 속 이야기가 지금 한국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었는데, 어떤 각색도 하지 않았다니 더 충격적이다." 낭독회 후 쏟아진 반응은 하나같았다. 이 작품이 무려 137년 전 노르웨이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이 더욱 참가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듯 했다. 우리에게 등으로 유명한 작가 헨릭 입센의 또 다른 작품인 이 개막을 한 달 여 앞둔 10월 18일, 40여 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작품 낭독회를 가졌다. 노르웨이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곳의 영주이자 선박회사를 운명하며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회의 기둥' 카르스텐 베르니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역민을 위한 여러가지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그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사건과 추악한 비밀,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많은 '정직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것이 묘미인 작품이다. 총 4막으로 이뤄진 작품 중 이날 낭독회에서는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결말을 맞게 되는지 핵심 열쇠가 담긴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1막부터 3막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은 박지일이, 그의 아내 베티 베르니크 역은 정재은이 맡았으며 이미 한차례 화제를 일으켰던 화려한 캐스팅의 주인공들인 이석준, 우현주, 정수영, 김주완, 유연수, 이승주 등의 배우들이 의 생생한 캐릭터들로 변신하여 치열한 낭독을 펼쳤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던 낭독회는 탄탄하고 견고한 대사와 별다른 동작과 이동 없이도 인물과 장면을 실감나게 구현했던 배우들의 열연으로 채워져 한시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낭독 모습을 내내 서서 지켜봤던 김광보 연출은 "무엇보다 관객들의 의견이 궁금하고 오늘의 의견을 통해 앞으로 작품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을 더할 것"이라며 여느 본 공연 때보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영사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가장 먼저 객석에서 나온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였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열심히 찾아 본다는 한 관객은 "사회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면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더불어 세월호 사건도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맡은 김미혜의 제안으로 지난해 11월 작품 제목을 처음 들었다는 김광보 연출은, 올 3월 말 대본을 받았다고 한다. 대사에 매끄러움을 더하고자 윤색 작업은 거쳤지만, 작품의 소재나 흐름에 변화를 주는 각색 작업은 조금도 없었다는 연출의 설명에 객석 반응은 더욱 커졌다. "작품은 당시 시대 상황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작품을 만난 것은 내게도 참 운이 좋은 일"이라는 것이 김광보 연출의 소감이다. 남편의 도덕적 명성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 베티 베르니크, 누명을 쓰고 고향을 떠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불쑥 돌아온 요한 퇴네센, 죄의식에 사로잡혀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며 지냈던 마르타 베르니크 등 캐릭터들에 대한 많은 질문들도 쏟아져 나왔지만, "4막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빈번히 등장해 배우들과 객석 사이에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오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공연을 연습하며 평화, 자유의지, 정의, 이런 단어들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의 박지일은 "위선과 거짓, 가식들로 똘똘 뭉쳐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또 그런 사람들을 조롱하는 재미로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을 이야기했다. 등 자주 한국 무대에 섰던 입센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은 이번이 한국 초연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등 올해에도 탄탄한 무대를 선보였던 김광보 연출의 은 오는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4막까지 다 지켜볼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14.10.20 / 조회 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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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연출 신작 <사회의 기둥들> 박지일, 이석준, 이승주 등 캐스팅 발표
올 11월 막을 올릴 LG아트센터 제작 연극 의 출연 배우들이 확정되었다. 은 등 올해에도 역시 큰 화제를 모은 무대들을 이끈 김광보 연출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등을 쓴 노르웨이 작가 헨릭 입센의 1877년 작이다. 노르웨이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품은, 높은 도덕성으로 시민들에게 '사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칭송 받는 시의 영주 카르스텐 베르니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선박회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그는 도시 개발을 통한 이익을 개인의 것으로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누명을 쓰고 떠났던 처남 요한과 옛 연인 로라가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추악한 비밀이 밝혀질 위험에 처하게 되고, 베르니크는 이를 막기 위해 무리한 일들을 벌인다. 주인공 카르스텐 베르니크 역은 박지일이, 그의 아내 베티 역은 정재은이 맡으며, 누이동생 마르타 역에는 정수영이, 베티의 남동생 요한 퇴네센 역에는 이석준이 낙점되었다. 또한 우현주, 김주완, 이승주, 손진환, 유연수 등 그간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 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약 140년 전 작품이지만 현 사회의 실상을 매우 적나라하게 비춰내어 매우 시의적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은 오는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08.29 / 조회 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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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일어나는 아홉 개의 만남과 이별
터미널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릴레이로 감상할 수 있는 연극 이 오는 10월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막을 올린다. 올 6월 공연한 과 같이 단편극이 옴니버스로 펼쳐지는 프로젝트박스 시야 기획 연극 은 자신을 길러준 사람의 유골을 뿌린 후 공항 앞에 서 있는 여자, 은하철도999를 기다리며 혁명의 노래를 부르는 노숙자, 연착된 시간표 앞에서 지난 날을 이야기하는 남녀 등 터미널을 배경으로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김현우, 김태형, 유희경, 천정완, 조인숙, 임상미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창작집단 독’ 소속 아홉 명의 젊은 작가들이 각자 단편을 썼으며, 등의 전인철이 연출을 맡았다. 매일 다섯 편의 단편들을 릴레이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공연에서는 등의 이명행을 비롯, 김주완, 우현주, 서정연, 이창훈, 이은, 유동훈, 황은후 등의 배우가 출연 예정이다. 하나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홉 개의 시선을 담은 연극 은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10일까지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3.10.01 / 조회 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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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고양의 역사를 담다, 박근형 연출의 신작 ‘사람, 꽃으로 피다’
박근형 연출의 신작 ‘사람, 꽃으로 피다’가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열린다. 공연은 국악, 무용, 태권도 퍼포먼스, 연극의 장르가 연극과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 예술을 시도한다. 장르별 공연예술들이 극의 흐름에 맞는 표현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태권도 퍼포먼스와 같은 생생하고 역동적인 장면들로 구성된다. 무대는 조선 태종 13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강 신(神) 은한(銀漢)의 자손인 구슬이는 북방국의 왕자 흥안태자와 사랑에 빠진다. 은한(銀漢)과 북방국은 고양 땅을 서로 차지하고자 전쟁 중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이한다. 고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600년 고양의 역사’를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근형은 연극 ‘쥐’, ‘유령소나타’ 등 대표작들과 더불어 최근 청소년극 ‘빨간 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2.03 / 조회 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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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처참한 비극적 운명, 이것이 나의 존재인가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 이 올 6월 공연한다. 한국에서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을린 사랑’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그 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후 2011년 정식 개봉,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드니 뵐뇌브는 연극을 본 후 충격에 휩싸여 5년간의 준비 끝에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 와즈디 무아와드가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 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언에 따라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가 자신들의 아버지와 손위 형제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잘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거슬러 가는 남매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인 오이디푸스 모티브가 현대적으로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배삼식 작가가 한국 무대를 위해 원작 희곡을 다듬고, 등의 김동현 연출이 꼼꼼하고 치밀한 연출을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 김동현 연출제작발표회장에서 김동현 연출은 “대부분의 행동과 사건이 말로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굉장히 연극성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장소는 많지만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사보다는 침묵을 강조했던 영화와 달리 강렬한 시적 대사와 탄탄한 서사 구조가 돋보이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를 명시하지 않아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 연극에서, 14세에 연인의 아이를 가진 소녀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나왈 역을 맡는다.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통해 임신을 한 10대 나왈 역엔 이다아야가, 그 이후부터 3, 40대의 모습은 배해선이, 가혹한 운명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60대 나왈은 이연규의 몫. 나왈 역을 맡은 이연규, 이다아야, 배해선(왼쪽부터)“처음엔 한 인물을 세 명이 나눠 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는 이연규는 “나왈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도 있는 등 연극적 특징을 크게 갖고 있는 작품임을 깨달았다”면서 “작품 속 상황이 너무 버겁고 고통스러워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이 고통은 한 인간이 살아온 역사가 다 녹아 있는 크고 깊은 이야기가 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나왈의 유언에 따라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 역은 김주완과 이진희가 소화할 예정이다.쌍둥이 남매 시몽, 잔느(김주완, 이진희)와남매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권하는 공증인 르벨(백익남)그토록 찾아 헤맸던 첫째 아들과,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동일 인물임을 알고 비극적인 자신의운명을 침묵으로 감당했던 나왈,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몽과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머니의 침묵과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을 깨닫게 된다. 배우 남명렬이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등 4역에 나서는 등 1인 다역의 활용도 눈에 띈다. “한 명을 여러 명의 배우가 나눠 하거나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이 대본 자체가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작품 속 비극이 보편적이고 편재해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고 아이러니한 구조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김동현 연출의 변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비극과 의지는 윤상, 김동률, 이적 등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 정재일의 음악이 더해져 전개될 예정. 와즈디 무아와드가 고국 레바논의 내전을 배경으로 쓴 ‘피의 약속’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은 6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5.16 / 조회 1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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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듯 모를 듯, 오묘한 마력의 눈동자 <디 오써> 김영필
의 스물 두 살 고등학생 청년은 간질을 앓고 있는 연상의 다방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고 의 버스기사는 능글맞고 처세술에 강하다. 의 아비는 처자식은 안중에도 없이 바람 따라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의 남편은 허황된 영화 제작에만 골몰하고 있다. 평범하나 결코 보통의 존재는 아닌 이들을 투영해 내는 건 김영필이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화가 났는지, 외로움을 느끼는지 도통 한 단어로 명명할 수 없는 그의 표정이 무대 위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빚어낸다. 충무로에서는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주목 받고 있으나, 대학로에서는 이미 자신만의 색으로 존재감을 심어놓은 배우. 김영필은 지금 연극 로 또 하나의 도전을 준비 중이다. 불편함을 통한 저마다의 생각, 색다른 친밀감 ‘불편함은 우리가 의도한 것’이라 (The Author)는 말한다. 2009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하며 출연까지 한 팀 크라우치는 “오로지 ‘말’이라는 수단만 사용하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청중을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오는 4월 26일 국내 공연을 앞두고 열린 관객 리허설 현장을 지켜보니, 객석 사이에 앉아 있는 배우들, 쉼 없이 주고 받는 말들의 관계는 듣고 보는 이들을 결코 편안하게 하지 않았다. 여가로 공연장을 찾는 이들에겐 인고의 시간이 될 수도, 새 형식의 작품을 탐하는 사람에겐 색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 “작품 안에서 또 다른 공연 이야기를 해요. 그 작품을 공연한 배우, 극작가, 관객이 저마다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요. 요즘은 말을 위주로 하는 작품이 거의 없잖아요. 말에 대해 깊게 파고 들어가는 연출도 거의 없는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 같아요.” 작가, 관객, 그리고 두 명의 배우 등 총 네 인물이 등장하는 에서 김영필은 배우 역을 맡았다. 배역 이름도 ‘영필’이다. “헐리우드 배우들은 영화 할 때 8, 9개월 동안 맡은 인물에 몰입하다 보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심리치료를 받는다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잖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배우라면 왜 그런 게 없겠어요. 팀 크라우치 라는 작가가 배우의 그런 마음이나 상태를 표현했다는 것이 독특한 발상이고,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대화, 이야기로 풀어지는 극이니 말하는 배우의 모습 또한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배우가 말을 잘 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지금의 연습 과정 역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덧붙인다. “배우로서 말을 잘한다는 건,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죠. 작가가 쓴 글을 배우의 입을 통해서, 글 보다 더 힘있게 표현하는 게 배우가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에는 말을 잘하는 배우가 드문 것 같아요. 말에 대해서 습관이 되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크게 파고들어가지 않고 하게 된 달까요? 그럴 즈음에 말에 중요성에 대해 아주 충분히 폭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소중한 작업이에요. 마지막 공연까지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자유로운 영혼? 난 그렇게 살았으니까 중 “그간 냉정하고 야비한 역을 주로 맡았다”는 영필의 대사가 나온다. 배우에 맞게 수정된 부분이다. 꾸준히 김영필을 무대 위에서 봐 왔던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겠다. “건실하면 재미 없잖아요.(웃음) 변명 같이 보일 수 있겠는데, 그런 것들을 경험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비슷한 역할을 맡았을 때 전혀 다를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박)근형 선배님이 제게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신 거겠죠.”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김영필은 ‘경험해 본 사람’ 쪽이다.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거거든요. 누가 그러고 싶어해요. 적당히 감추고,다 표현을 하려 해도 잘 안되고요. 그런데 근형 선배님은 배우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자유로운 것이다, 라고 계속 이야기 해 주셔서 그렇게 좀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무대에서 보여 주면서 그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도 할 수 있고, 반대로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가라 앉는다고 할까요? 그치만 그런 정서를 계속 갖는다는 거 자체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에요. 저도 다른 역할 잘 할 수 있어요. 까불고(웃음). 얼마 전엔 시크콤도 한 번 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도 들고.(웃음)” 극단 골목길의 배우로서, 그는 박근형 연출을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꼽았다. “집 보다는 밖에, 보통 한 곳에 머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타고난 역마살을 인정하고 또 잡아준 것 역시 박근형 연출이었다. (위)와 (아래) 중“20대 때는 참 잘 도망 다녔던 것 같아요. 공연하다가, 연습하다가 사라져버린 적도 있고, 연습실이 숨이 꽉꽉 막혔으니까. 그런 걸 이해해 주는 사람이 근형 선배님이었어요. 선배 만나고 한 6개월 있다가 대전에 내려가서 1년 2개월을 있다가 온 적도 있죠. 마음이 정리가 되었는지, 아님 다시 연극이 하고 싶어졌는지. 그 때 다시 올라와서는 ‘이젠 도망다니지 말자’ 생각을 했어요. 그 때부터 외부작품 할 때는 어찌나 시간도 열심히 지키는지.(웃음) 지금도 미리 오는 건 아니지만, 어설프게 어설픈 분위기 속에 있는 것 보단 어디가서 내 시간을 갖고 생각도 하다가 제 시간에 들어와 같이 하는 게 효율적인 것 같고, 전 그러네요.(웃음)” 김영필은 의 청년 역을 통해 “배우로서 처음으로 뭘 보여줬던 것 같”고, 박근형은 그런 그에게서 “거기 무대 위에 서 있어보라”며 에서 없었던 역할을 김영필에게서 뽑아내었다. “ 할 때 공연 기획사 대표님부터 해서 저를 너무 잘 봐주셨죠.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배우가 있다, 소개도 해 주시고, 그 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던 것 같아요. 이후 했던 까지 쭉 작업을 해서 대학로에 알려지기도 했고요. 배우로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봐 주는 것, 아주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가장 오랜 시간 나를 사로잡고 있는 연극 & 새로운 즐거움의 영화 늘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었던, 대단히 주관적으로 내 생각에 푹 빠져 있던 고등학생 김영필은 교회에서 성극을 접한 뒤 친구가 있던 YMCA의 청소년 극단에 들어가게 된다. “주말마다 모였지만, 친구들은 맨날 연애만 하고(웃음) 뭔가 내 성에 차지 않았다”는 그는 대전에 유일하게 소극장을 갖고 있던 극단에서 본격적으로 연극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 본 작품이 인데 너무 재미있게 봐서 푹 빠졌죠. 자율학습 안 하고 와서 노니까 얼마나 좋기도 하겠어요.(웃음) 연영과 시험을 봤는데 떨어져서(웃음) 일반 대학가서 연극반이라도 하자, 했죠.” 큰 키와 말끔한 이목구비, 알 듯 모를 듯 대상을 응시하는 호소력 짙은 눈빛은 그만의 매력이다. “워크숍 같은 거 하면 선배들이 같이 하자, 이런 이야기는 나왔죠. 자질 보다는, 제가 흔히 ‘니마이’ 같이 생겼잖아요.(웃음) 지금은 많이 망가졌지만, 그땐 아주 반듯하고 곱상하게 생기고 키도 180cm은 되겠다, 주인공 하나 생겼구나, 그랬던 거죠.(웃음)” 자라고 연극을 시작했던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2003년 극단 골목길에 입단한 그는, 이제 TV드라마, 영화로 그 무대를 좀 더 넓히고 있다. 2010년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그의 첫 주연작이기도 하다.“감독님이 와 를 첫 공연 때 보셨어요. 상업적인 걸 배제할 수 없는데 그걸 관철시키고 저로 갔다는 게, 정말 제 운이 좋은거죠. 그런데 불행히도, 그때가 근형 선배가 1년쯤 쉬어라, 할 정도로 제가 상태가 안 좋을 때라서.(웃음) 그때 감독님을 만나서 많은 훈련을 받았고, 정말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감독님께 “날 질질 끌고 갔으면 좋겠다, 절대 나를 방임하면 안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 정말 엄청 깨지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힘들게, 또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로드무비는 배우가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려울 거라고. 그런 면에서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죠. 영화, 참, 너무 재미있어요.” 연극 가 끝나면 제목부터 독특한 의 ‘조’ 역으로 새로운 스크린에 나설 참이다. 배우 김영필에게 서른 아홉의 지금은, 가장 좋은 때이다. “늦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남들은 한 물 간 거 아니냐, 그때 기회를 놓쳤다고(웃음) 그러는데, 작년에 임 감독님도 만나고. 절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때가 오면 가서 재미있게, 잘 하는 거 아닐까요?” 의 객석에 들어서면 내 옆 자리에 그가 앉아 있다 해도, 맞은편의 그와 눈이 마주쳐도 너무 놀라지 마라. 객석을 잘 안보는 그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얼만큼 관객과 눈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지” 그대와 친밀해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대를 즐기며 생각하는 김영필처럼, 무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kr)
2011.04.18 / 조회 16,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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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규정하는 건 변방” <경계인 시리즈>를 주목하라
‘과학연극 시리즈’, ‘인인인 시리즈’ 등 공연장의 참신한 기획력을 통해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두산아트센터에서 2011년 기획연극으로 ‘경계인 시리즈’를 선보인다. 지난 15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열린 '경계인 시리즈' 제작발표회에서 김요안 프로듀서는 “사회를 규정해 온 건 결국 변방이었다”고 말하며 “경계에 선 인간을 조망해 더욱 풍부한 특징과 사회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한계를 넘어 예술과 사회, 역사와 민족에 대한 성찰을 꾀하고자 함이다. 두산아트센터 김요안 프로듀서내년까지 이어질 ‘경계인 시리즈’ 중 올해 선보이는 작품은 총 세 편. 먼저 공개 된 두 편 중 팀 크라우치 작의 (The Author)는 2009년 영국 로열코트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예술과 현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고 관객 속에서 공연하는 독창적인 형식을 취한다. 등을 연출한 김동현이 연출가로 나서며 서상원, 김영필, 김주완, 전미도가 배우로 분한다. 의 김동현 연출과 서상원, 김영필(왼쪽부터)“무대 없이 객석만 존재하는 연극”으로 작품을 특징을 설명한 김동현 연출은 “배우들이 관객들과 함께 앉아 자신들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이야기 하며 관객들을 그 여정으로 초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텍스트 상에서는 관객 참여가 이뤄지지만, 근본적으로 이미 철저히 구조가 짜여진 작품”으로 관객 참여의 범주와 형태가 무엇보다 구현에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했다. 두 번째 작품 은 신주쿠양산박 김수진 연출의 신작이다. 일본과 한국의 경계인으로 살아온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재일 음악가 조박의 노래 ‘백년 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박은 이 작품의 주연으로 서며 나머지 배역은 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한국 배우들이 맡는다. 김수진 연출“재일교포로 3세대가 살며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가 없는 이들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한국과 일본의 다리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민요, 트로트, 대중가요 등을 부르며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김수진) 연극 는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28일까지, 은 6월 7일부터 7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3.16 / 조회 9,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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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 우리네 세상 보다 막장인 게 또 있을까?
가죽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똑똑한 대학생 딸이 이룬 평범한 가족. 어느 날 가족 공장에 불이 나고, 빚 독촉에 시달린 아버지는 쓰레기 차에 치여 세상을 뜬다. 파출부가 된 어머니와 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딸. 그러다 백화점 사장 아들은 딸에게 반하고,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한다. 그 후 임신한 딸은 눈이 셋 달린 아들을 낳고 그제서야 며느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곧 불륜의 문제가 시작되는데. 이 즈음이면 아침 드라마에서 시청률 제법 보장 받는 막장 중의 막장 스토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어떻게 저런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에게, “이봐, 세상은 그 보다 더 막장이지 않아?”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작품, 연극 가 그것이다. 지난 4일 늦은 저녁 게릴라 극장. 박근형 작, 연출로 극단 골목길 배우들이 펼쳐내는 연극 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닥을 치는 한 가족의 치닫는 비극적인 모습을 통해, 이것이 삶의 한 단편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기인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는 제목부터 남다르다. 위에 풀어 놓았던 막장 스토리는 도입부에 불과하다. 장면 별로 이어진 리허설에서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극중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연습 중인 박근형 연출과 배우들공연 전날까지 대본이 추가, 수정되고 장면이 바뀌는 박근형 특유의 스타일을 익히 아는 배우들은, 총 공연 중 50여 분만이 확정되어 진행되어 이어지는 리허설에도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이숙, 박완규, 김주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진한 앙상블도 관객들에겐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해설자와 아내 역. 서이숙"내 이름이 창식이라고? 아니야! "부부로 나오는 서이숙과 박완규. 이들의 기억은 타인과 부딪힌다."선 임신, 후 결혼. 아들아 어쩌겠니...""거봐요, 아들이죠? 축하합니다, 예쁜 공주님이 태어나겠어요"CEO의 아들과 가난한 아르바이트생.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얽힌 기억과 사건들 속의 최후는?지난 5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연극 는 오는 28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0.11.09 / 조회 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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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고 서러운 오장군의 발톱
전쟁의 야만성은, 이 비정한 싸움에 이유 없이 희생 당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을 때 극대화 된다. 연극 은 전쟁과, 순진한 농부의 잔혹한 관계를 풀어놓는 작품이다. 평화롭고 조용한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 ‘오장군’.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자신이 키우는 소 ‘먹쇠’와도 교감을 나누는 어수룩하지만 착하디 착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징집 영장이 날아오고, 그는 그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전쟁터로 끌려간다. 자연을 벗삼아 농사를 짓던 그에게 전쟁터는 적응하기 힘든 위협적인 장소일 뿐이다. 꿈 속에서나 홀어머니와 동네처녀 꽃분이, 먹쇠를 볼 수 있는 이해 못할 곳이다. 연극은 초반 그림처럼 평화로운 논밭의 풍경과 총격과 포탄 소리가 난무하는 어두운 전쟁터를 대비시키며 전쟁의 실체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극은 심각하고 무겁게 접근하진 않는다. 오히려 군인들의 모습을 희화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이지만 동화적이면서도 희극적인 분위기는 이 작품만의 독특함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전쟁의 두 주축 또한 알 수 없는 ‘동군’과 ‘서군’이며 오장군의 고향 마을 역시 이 세상 어딘지 모를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비정한 전쟁의 속성과 인간의 잔혹함은 동화 같은 진행 속에서 더 섬뜩하게 드러난다. 오장군이, 그리고 수많은 병사들이 미리 깎아둔 손톱과 발톱이 고향집으로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은 차갑고 리얼하다. 관객은 누구 때문에 희생당하는지도 모르는 오장군과,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몸 떨리는 서러움을 공유할 뿐이다. 1974년 극작가 박조열이 발표한 은 1975년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개막 전 공연불가 판정으로 결국 막을 올리지 못했다. 그 후 14만 만인 1988년에 극단 미추에 의서 첫 선을 보여 그 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고 이후 여러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은 오는 4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10.04.15 / 조회 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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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군의 발톱> 전쟁터로 끌려간 오장군의 최후는?
오장군은 소 몰아 밭 갈며 꽃분이와 함께 살 날을 손 꼽아 기다린다. 어머니는 큰 인물이 되라 이름을 ‘장군’이라 지었지만, 그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순수한 시골뜨기다. 그런 장군에게 어느 날 징집 영장이 배달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4월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연극 연습실이 지난 주 공개되었다. 1974년 발표된 이 작품은 극작가 박조열이 한국전쟁에 복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발표 이듬해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 초연을 며칠 앞두고 공연 불가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이 작품이 36년 만에 초연이 될 뻔한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왜,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 지도 모른 채 냉혹한 전쟁터에서 총구를 겨누며 변해가는 오장군의 모습을 통해 반전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는 것이 작가의 뜻이다. 과거 공연에서 건장한 체격의 사내로 표현되던 주인공 오장군을 이번 무대에선 왜소하고 맑은 이미지의 김주완이 맡았다. “모계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엄마와 왜소한 아들로 설정했다”는 이성열 연출은 “극의 후반부로 가면서 전쟁으로 인해 마모되는 섬세한 심리 묘사를 표현하기 위해 김주완은 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쪽나라와 서쪽나라의 전쟁터에서 각 국의 사령관으로 이호재와 권병길이 나선다.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는 이호재는 에 이어 이번 작품이 벌써 올 해 두 번째 무대. “사령관으로서 난 후퇴한 적이 없으니 2개 사단을 다 죽여버리라고 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처럼 잔인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전쟁과 인물의 잔인성을 역설하는 그는 여전히 연습실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덧붙인다. 그간 TV와 영화에서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서쪽나라 사령관 역의 권병길은 “3년 만에 무대에 서려니 고향에 온 기분”이라며 “연극을 준비하는 진지한 자세를 통해, 이것이 예술이구나, 하는 감동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오장군의 어머니 역은 고수희가, 꽃분이 역은 주인영이 맡았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꽃과 나무, 소와 개 등의 모습은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고향마을과 군대 등을 비롯, 상황과 장소, 배역의 대비를 통해 웃음과 비극의 아이러니함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게 연출의 바람이다. 연극 연습현장 소 몰아 밭 갈고 맛난 밥 배불리 먹는 것이 좋은, 오장군(김주완)집배원이 들고 온 징집 영장"장군아, 너 군대에 가야겠다"(어머니_고수희)"꽃분아 이것 봐라~""아이 만들고 군대 가~"여러모로 능동적인 꽃분이(주인영)군대는 쉬운 곳이 아니지.상대방에게 거짓 전술을 흘려주는 것, 어떨까?괜히 오장군에게 어깨를 주무르라고 하는 건 아니다. 숨겨진 계략은 무엇?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26 / 조회 9,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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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꿈꾸니 더 비루해지는 인생이여
꿈꾸어 괴로운 이들이 한대 모였다. 행복은 꿈의 포기에서 올 때가 적잖다. 아이러니지만 그대들이 한 없이 비통한 것은 쥐고 있는 바람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근형 연출은 또 한번, 소망이 있어 훨훨 날지 못하고 두 발을 무던히도 땅에 부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저 쓴 웃음만 어둡게 뱉을 수 밖에 없는 이 작품을 두고 체홉 자신이 ‘코미디’라 명명한 까닭을 알겠다. 여전히 결핍된 애정, 그리하여 더욱 비루한 삶 속의 우리들은 연극 에도 있었다. 젊은 열정으로 작가의 꿈을 키워내는 꼬스챠, 그의 연인이자 여배우가 되고픈 니나, 그리고 아들의 무대에 조소를 보내는, ‘엄마’보다 ‘여’ ‘배우’의 길을 택한 아르까지나와 그의 연인 소설가 뜨리고린도 여전하다. 하지만 더욱 또렷해졌다. 호수를 무대 위에 재현하느냐, 안 하느냐가 회자될 때도 있는 이 대형 작품이 150석이 조금 넘는 작은 무대로 구현, 관객과 거리가 더욱 좁혀 졌다. 호숫가의 안개처럼 관객들 눈 앞에 몽환적으로 펼쳐졌던 세트가 먼저 물리적으로 또렷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 꼬스챠, 니나,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의 교차가 ‘애정’을 근거로 더욱 확실해졌다. 여배우의 꿈과 유명 작가에 대한 판타지가 니나를 뜨리고린에게 향하게 했지만, 그에게 니나는 잠시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줄 한 마리 귀엽고 작은 인형에 불과할 뿐. 물 위를 휘휘 날던 갈매기가 저 하늘 끝을 동경하더라도 결코 물 곁을 떠날 수 없음을 알기에 아르까지나는 당당하고, 니나는 비루하며, 꼬스챠는 절망스럽다. 켜켜이 쌓인 감정과 상황의 오묘함은 원작보단 덜하나, 또렷하고 더욱 극적으로 이들의 비극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게릴라 소극장에 들어서면 ‘꽉 찼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워낙 극장이 작아서”라며 말 끝을 흐렸던 박근형 연출 말마따나 애초에 공간이 작기도 하지만 보조석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연극 를 찾고 있다. 꽉 찬 것은 무대 위도 마찬가지다. 서이숙, 김영필, 이대연, 김주완, 장영남, 박원상 등 ‘원톱’으로 나서도 묵직할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각기 발하는 성격은 훌륭한 조화로 그림을 만들어 낸다. 때론 웃음이 실실 나오기도 하나 허투루 흘리는 대사는 없다. 연극 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아마도 가장 편하고 쉽게, 그렇지만 대단히 진하게 아름답지만 박제된 갈매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골목길 제공
2009.08.13 / 조회 1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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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실력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잠깐, 영남씨. 관객모독 같으니까(웃음) 약간 힘을 빼주세요.” 박근형 연출의 지시가 이어지자 잠시 연습실의 긴장이 이완된다. 이곳은 극단 골목길의 신작으로 선보이는 안톱 체홉의 연습실. 박근형 연출을 비롯해, 박정순, 이대연, 서이숙, 김주완 등 배우들의 연습이 한창이다. 작가지망생 ‘뜨레쁠레쁘’(김주완) 의 첫 작품을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 니나(장영남)의 난해한 독백대사가 이어지자, 아르까지나(서이숙)가 모욕을 주고, 그의 아들 뜨레쁠레쁘는 연극을 중단시켜 버린다. 니나가 아르까지나의 정부 뜨리고린에게 반하는 장면이 이어지며 복잡한 삼각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무대에선 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서이숙이 은퇴한 여배우 아르까지나를, 로 주목받은 김주완이 작가지망생 뜨레쁠레쁘를, 브라운관과 무대를 활발하게 오가는 장영남이 니나를 맡아 환상의 호홉을 맞춰가고 있는 중. 이외에도 김영필, 이대연, 박정순, 박선욱, 박원상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체홉의 걸작을 무대 위에 형상화 하고 있다. 박근형 연출은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볼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 연극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봐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한다. 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이 쓴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허무함과 무의미함, 그리고 실현되지 않는 희망을 일관성 있게 그려내며 과 함께 체홉의 4대 희곡으로 꼽힌다. 는 오는 8월 1일부터 한달간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꼬스챠(김주완)의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꼬스챠를 사랑하는 마샤(정세라)와 꼬스챠의 연인 니나(장영남). 어머니 아르까지나(서이숙)에게 모욕받고 극을 중단하는 아들. 아르까지나의 애인 뜨리고린(김영필)을 보고 한눈에 반하는 니나. 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는 박근형 연출. 비련의 여인과 그녀를 사랑해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는 남자. 에서 주목받은 배우 김주완.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서이숙. "후배들 연기가 흐뭇해~"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24 / 조회 18,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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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빚어내는 놀라운 얼굴, 배우 김주완
김주완(32)이 공연하는 그간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에게서 무대 밖에서도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또래 배우들을 훨씬 뛰어넘는 진지함일 수도, 과묵하고 어눌한 말투일수도, 그리고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일 수도 있다. 연극 의 운동권 노동자 이경훈 역을 비롯 연극 의 마라, 그리고 올 1월 초연한 연극 의 시동생 역 등 그가 올 한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이 관객들을 ‘너무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 재공연을 앞두고 만난 그는 “그런 거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자신임을 묵묵히 겸연쩍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재공연 연습 중입니다. 한결 여유가 생기셨나요? 더 어려워요. 초연 때 못했던 거 생각도 해야 하고. 했던 거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을 제 자신이 잘 아니까, 그런 부분 채우려는 게 훨씬 어렵죠. 초연 때 객석과 평단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관객분들이 많이 오셔서 ‘아, 나쁘지 않구나’ 했죠. 관객 수로 알았어요(웃음). 극중에서 제가 화장실에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냄새가 나는 것 같다”(웃음) 그런 이야기도 하시고, 반대로 암울하다, 답답하다, 그런 느낌들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입고 나오신 ‘늘어진 내복’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로 출연하는 이규회 배우님의 아버지 것이에요. 낡은 장롱 속에 있는 걸 꺼내서 빌려주셨는데 지금 많이 헤졌죠. 꿰매기도 하고. 딱 한 벌이에요. (장)영남이 누나가 다른 한 벌을 사주셨는데, 너무 새것이라서 그건 나중에 급할 때 만 입어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아직 김주완씨 작품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어요. 한번도 못 보셨죠. 지금은 예전보다는 반대가 심하진 않은데 그 전에는 많이 심하셨어요. 아무래도 나이도 있는데 안정적이지 못하고 또 “집안에 그런 사람이 없는데 네가 바람이 들어가서 그런 거 아니냐” 그렇게 말씀하셨죠. 요즘에도 열심히 해보란 말씀은 안 하시지만 많이 유연해지신 편이에요. 배우가 되고자 가출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를 전주에서 나왔는데, 2학년 때 지방 순회 공연하러 온 연극 을 봤어요. 정말 되게 신기했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 손 잡고 아동극은 더러 보러 갔던 것 같은데, 그냥 사람들 나오는구나, 이 정도였지, 제대로 커서 연극을 본 적은 없었거든요. ‘아,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든 때가 그 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출을 했죠. 10년 정도 혼자 살다가 극단 골목길에 들어갈 때 다시 집에 들어갔어요. 한 2년 됐죠. 외아들이라 부모님의 기대도 컸을 것 같은데요. 그 전까지 착하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말썽도 피우고, 노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어떻게 놀았냐 물으니) 그땐 놀거리가 없었어요. 학교가 남녀공학이었는데 소풍 끝나고 사복 입고 노래방 가면 다들 선생님한테 걸려서 몇 십 명 씩 학생부에 끌려가고, 그 정도였죠. 극장 가거나 여행을 간다던가. 가출하고 10년 정도 혼자 살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 집이나 작은아버지 댁에서 살기도 하고. 그러면서 세상이 내 생각대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 녹록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김주완씨에게 박근형 선생님은 남다른 의미일 것 같습니다. 데뷔작인 (2002)가 골목길 작품은 아니었지만, 당시 외부 연출가로 선생님이 하셨어요. 저는 그때 연극을 시작하려고 오디션을 봤고요. 선생님은 많이 자유로우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다른 연출분들은 공연을 무대에 형상화 시킬 때 그 작품에 대한 것만 거의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이나 잘못된 행동들 많이 지적해 주시고, “왜 대사를 이렇게 해!”라고 하기 보다는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주시죠. 여러가지 책을 많이 읽어라, 신문 매일 봐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배우로서, ‘아,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요. 길잡이를 많이 해 주시죠. 박근형 선생님의 작업 스타일을 힘들어 하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경우는 연습할 때 배우들이 스스로 찾게 만들어 주시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에 익숙해진 배우들은 선생님의 스타일을 힘들어 하죠. 연습하면서 스스로 생각해 와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말씀도 없으시고, 거의 공연 때 와서 뭐가 안 되어있으면 그 때 말씀하시고. 본인은 그런 작업 방식에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저는 좋아요. 작품적으로 계속 보시면서 풍성해 지고. 나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좋아요. 에서 맡은 은둔형 외토리 시동생 역을 비롯해 그간 극단 골목길에서 보여준 배역들이 가볍거나 경쾌하지 않습니다. 배역의 분위기가 일상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일상은 아주 즐겁게 지내요. 아주 평범하게요(웃음). 여러가지 배우 유형이 있겠지만, 저는 배역에 깊이 빠져들어 살아가는 것이 과연 좋을까, 생각해요. 관객들 앞에서 한 인물을 100% 표현한다고 하면, 정작 보는 관객들은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배역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제가 60%만 줬을 때 나머지 40%는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부분. 그래서 배역에 빠져들어서 생각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거기에 관련된 자료 등으로 객관적인 부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한 쪽으로만 너무 치우치지 않게. 배우로서 스스로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자평은 어렵고요(웃음).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어떻게 보면 좀 힘을 주는? 그런 역할을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또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저의 단점이 발견되죠. 단단하지만 딱딱해지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유연한 부분들이 저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연극은 여럿이 같이 하잖아요. 제가 살갑고 애교 있게 다가가지는 못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너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딱딱하고 얘기할 때 조금 진지하게 하는 편이고, 너무 내 것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생활에서도 조금 유연함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쪽에서도 김주완이라는 배우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하고 하면서 가끔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중요한 건, 아직 제가 느끼기에 많이 부족하고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을 하면서 좀 더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내적으로 많이 쌓아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연극을 하고 싶어요. 사회적으로는 제가 좀 나이가 있지만, 연극하는 쪽에서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연극쪽에서 조금 더 쌓고 가는 게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신가요? 대학 다닐 때 에쿠우스의 알런을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사회에 나와서도 다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선생님(박근형)은 안하시겠죠. 김광보 연출님이 많이 하셨으니까. 근데 이제 선생님이 를 곧 하시거든요. 그 작품도 아주 많이 공연이 된 작품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것도?(웃음) 극단 골목길에서 주로 선보이는 작품도 그렇지만, 서사성이 강한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네. 고전도 상당히 좋아하고요. 옛날 이야기지만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게 고전의 중요성인 것 같아요. 선생님 작품처럼 드라마 색체가 강한, 사회적이고, 또 우리 일상을 담은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중요시 여기는 것은 관객에게 뭘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생각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우린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물음을 주고 싶죠. 배우 김주완으로서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일까요. 계속 끝까지 연극을 하고 싶다는 것, 선생님들처럼요. 지금 활동하시는 선생님들도 예전에 저 같은 때가 있으셨겠죠, 그분들이 지금도 하고 계시잖아요. 참 멋있어요. 제가 그렇게 나이가 들었을 때 후배들이 또 있을 거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계속 연극이 이어졌으면 하는 욕구가 있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7.07 / 조회 1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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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사드> 연출가 박근형
눈먼 전 처에게 용돈을 타 쓰는 하는 일 없는 아비와, 스물 두 살 고등학생 아들의 어두운 동거(청춘예찬), 구름 따라 떠돌기만 한 아버지의 운명(경숙이, 경숙아버지), 자살한 시아버지의 시신을 화장실에 방치한 채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계속하는 며느리와 영화 촬영에 바쁜 아들(너무 놀라지 마라) 등. 누구라도 거부하고픈, 하지만 존재함이 분명한 지금 이 시대의 가족 이야기를 더욱 강렬한 무대 위에 올렸던 극작가 이자 연출가 박근형이 로 다시 찾아온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 얘기를 하고자 한다’는 그에게 박근형이 바라보는 세상과 무대 풍경을 물었다. 마라, 사드_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들과의 만남 연극 와 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작품이다. 고양에서 공연 예정인 과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정보연극전 첫 작품 등 재공연 작까지 포함하면 2009년 상반기가 채워지기도 전에 그의 작품 다섯 편이 무대에 서는 셈이다. “는 작년에 생각했던 것을 올해 정리해서 공연했던 거고, 야 워낙 텍스트가 좋아서 거의 배우들이 알아서 해주셨지, 연출이 할 게 별로 없었어요. 이 작품은 작년부터 이야기가 되었고, 올 초부터 준비가 들어갔죠.” 국내 첫 라이선스 작으로 설 연극 연습에 한창인 연출가 박근형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화가이자, 영화감독, 극작가인 페터 바이스의 대표작인 에서는 프랑스 혁명기를 산 극단적 혁명가 장 폴 마라의 암살을, 한 요양병원의 환자들이 재현하고 있다. 1964년 세계 초연 이후 독일 연극의 결정적 순간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작품이 워낙 어렵고 등장인물도 많고, 또 제작비도 그렇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는데 저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작품이었죠.” 프랑스 혁명 전후의 흐름과 사드 후작 등 우리에게 낯선 인물과 배경은 조금 정리를 했다지만, 총 40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큰 무대를 만듦에, 성급한 가감 보다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들’이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음을 강조한다. “2009년 한국이 맞이한 혼란스러운 상황.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인 과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의가 있을 것 같아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충분할 것 같아, 감히 도전했죠.” 가족, 세상의 축소판 “혁명이란 무엇이냐, 사는 것은 무엇이냐. 뭐랄까, 의미심장한 논쟁 장면들이 많긴 하죠.” ‘이 작품도 무겁다’는 것이 서두였다. 밝고 흥겨운 작품 보다는 사회의 어둡고 뒤틀린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의 작품을 두고 ‘불편하다’는 관객들도 더러 있다. 지난 작인 의 경우, ‘막장 오브 더 막장 가족’이라는 수식어가 ‘탄탄하게 관객을 탄식케 하는 작품’이라는 말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일부러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지, 가족 이야기를 해야지, 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연극을 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미는데 제게 가장 잘 어울리고 소박한, 최소한의 장치가 가족인 것 같아요. 어떤 한 가족만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그들이 담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또 사회의 축소판이었으면 좋고요.” 실향민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 물으니 “크게 부유하진 않았지만, 제법 넉넉히 자랐다”고 웃는다. “부모님과 나이차가 많아 자라면서 대화가 없긴 했었다”는 그는 다 자란 후 듣게 된 부모님 삶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욱 가슴에 콕콕 박혀져 작품에 들어오기도 한단다. 자기의 옷을 입고, 자기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1999년 박근형이 극작가이자 연출가로서 과 함께 연극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후 그는 (2000), (2004), (2005), (2006), (2007), (2008) 등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자신의 색으로 세워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당시 장충동에 있던 연극촌에 배우로 들어간 후 극단 76으로 이어지는 그의 연극 생활을 이유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본능적이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극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글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그것을 표현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요. 이제는 학교에 다니면서(그는 지금 서울산업대학 대학원 휴학중이다) 글쓰기의 질서라든가, 막연히 알았던 것들의 체계를 알게 되었지만 극작에 있어 차이는 없어요. 저는 문학을 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 연극을 하기 위해서 말을 썼던 거죠. 말과 상황을 쓴 것이지, 정제된 글을 희곡에 옮기고 싶진 않아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걸러진 말을 안 쓰거든요.” 배우 박해일을 아들 역으로 두고 쓴 을 비롯해 실제 배우의 화술을 십분 고려한 대처법으로 ‘꺽꺽이’라는 기발한 캐릭터를 낳은 등 있는 그대로의 배우들 모습을 담으려는 그의 특기는 본 공연 직전까지 대본에 ‘완성’이라는 도장을 찍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배우든, 그 배우가 제일 편한 상태에서 잘하길 원해요. 물론 과정의 고통도 있고,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남의 옷 속에 들어가는 것 보다, 자기 옷을 입길 원하죠. 특히 제가 쓴 작품일 때에는 미리 써 둔 글 보다 배우들의 말이 맞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자기 호흡으로 자기 말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박근형이기에 박해일, 김영필, 고수희, 주인영 등 그가 이끄는 극단 골목길에 몸 담았던 배우들은 거칠고도 호소력이 크다. “이번 작품에도 나오는, 우리 극단에 다리를 저는 친구가 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대사도잘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개성 있는 친구죠. “너, 연극해라, 배우 해라” 제가 그랬어요.” 누군가를 흔드는, 달콤하지 않은 이야기 힘든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한 환상의 장소가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정신 없이 웃고 즐기는 약 두 시간이 고통을 잊게 하는 순간진통제가 되는 것이 사실. 그렇기에 오히려 감추고픈, 치부를 드러내는 듯한 그의 전편들을 두고 그 자신은 ‘소수가 보는 작품’이라고 했다. “관객은 다양하죠. 코미디든 뮤지컬이든, 혹은 어떤 배우든, 좋아하는 것을 보러 가면 됩니다. 근데 달콤하게, 데이트도 하고, 맥주도 한잔 하면서 “정말 예쁘지 않니?”하는 연극은 많다는 거죠. 그래서 그 반대되는 연극도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관한. 물론 사람들이 싫어할 정도로 직설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풍자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자본의 논리를 큰 기준으로 돌아가는 현 연극의 흐름에도 그는 역력한 안타까움을 표한다. “어떤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느냐, 어떤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냐고 관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그렇게 만드는 작품도 있잖아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결산도 하고요. 세상이 지금 산업과 자본의 논리로 가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좀 작품이 실패하더라도 막 해 봐야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창조적인 무언가가 나오는 거 아닐까요.” 자신의 작품과 연극 작업을 통해 스스로와 모두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또 한가지는 연극의 사회적 역할이다. “옛날에는 연극이 가진 사회적인 파급력이 굉장히 강했는데 지금은 반신반의에요. 하나의 작품이 세상을 바꾸기에는 연극 자체가 너무 미약해졌지요. 우리 세상살이의 문화 중에서도 너무 외소해졌거든요. 연극이 사회를 직접 흔들 수는 없지만, 그 연극을 보는 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연극을 본 몇몇 사람들을 변화시키면 그들이 꼭 연극이 아니라 차후 어떤 작업을 통해서도 세상을 바꾸는 밀알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온순하고 부드럽게 말한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와 뜻은 곧고도 강했다. 그는 분명 투철한 사회혁명가는 아니다. “, 정말로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게으르거나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지는 않겠죠, 짝사랑이라도 하든가 그 사람 생각을 계속 하게 되잖아요. 진짜로 좋아한다면 무엇이 되었든 그걸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본연의 목소리로 표하며 ‘그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하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한 정직한 사람으로 인터뷰를 마친 후 뒤돌아 섰다. 조용한 그의 발걸음은 변함없이 수십 명의 배우들이 뒤엉켜 말하고 노래하며 움직이는 연습실로 향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18 / 조회 1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