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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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즐겁게, 그렇게 우리는 "극단 차이무의 이성민, 최덕문입니다"
등을 통해 때론 웃기게, 때론 날카롭게, 때론 가슴 따뜻하게 세상을 비춰오던 극단 차이무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탄탄한 작품성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사랑 또한 놓치지 않았던 작품 뿐 아니라, 차이무는 연기 잘하는 배우, 개성 넘치는 배우가 많아 대한민국의 대표 스타 배우 산실이라는 수식어 또한 언제나 함께 했다. 하지만 소위 '떴다'하는 배우들이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는 모습 또한 차이무가 여느 극단과 다른 모습을 띠는 부분이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세 편 중 신작 두 편인 , 에 각각 출연하는 이성민, 최덕문도 마찬가지다. 각각 드라마 이나 영화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훨씬 전부터 차이무를 지탱해 온 극단 터줏대감인 이들은 연극을 하는 이유를 "그냥", "배우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로 고민 없이 정의하고 있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때론 괴롭고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는 연극이라는 마성의 존재. 이들의 순수하고, 그래서 강렬한 무대에 대한 끌림이 아마도 이들을, 차이무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 같다.차이무 창작자들의 매력이 각각, Q. 연습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성민(이하 성민) : 아, 죽겠다, 힘들어서. 허허허. 연습 끝나면 자괴감이 든다. 최덕문(이하 덕문) : 그 팀 배우들이 다 죽으려고 하던데. 성민: 이상우 선생님 연극은 원래 힘들다. 근데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Q. 부조리극 형식을 띠는 것 같더라. 성민: 조리에는 안 맞는 것 같다. (웃음) 여자 두 명이 각각 하는 독백이 있는데, 한 여자는 입양 간 딸에게 여태까지 쓴 편지를 바닷가에서 이야기해주고, 또 한 명은 기생충 전문가인데 끊임 없이 기생충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계속 테이블 앞에 앉아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몇 명 남았어?' 사고 난 얘기만 하고. Q. 작품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있다고 들었다. 성민: 스케일이 엄청 큰 작품이다. 가상의 나라 '꼬리솜'이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2천 명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나라에 고위 귀족들, 부자들이 똥돼지생고기, 이런 생식을 주로 하다가 그 안의 기생충이 변형되어 사람들의 뇌를 조종하고, 그래서 꼬리솜이 멸종하는 이야기다. 나는 꼬리솜의 비서실장이고 국무부장, 경찰부장, 군사부장도 등장한다. 그 계급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끊임없이 뭘 먹으며 먹는 얘기만 하다 보면 사고가 나고, 누가 죽었다고 그런다. 그러면 계속 "몇 명 남았어?" 그렇게 카운트만 하고. 그런데 그 카운터도 잘 못해. 그런 얘기다. 어마어마하다. (웃음) 이상우 선생님이 '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만한,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인가, 하고 질문하는 연극'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주제를 참 어렵게 하고 있다. (웃음) Q. 과거 차이무의 창작극과는 형태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성민: 우리끼리도 이상우 선생님이 같은 작품을 생각하시는 걸까? 그런다. 덕문: 이번 작품 자체가 다 선생님이 늘 하셨던 얘기 같다. '너희들 생고기 먹지 마라, 기생충 있다.' 그거 같은데? (웃음) 성민: 누가 봐도 이 시대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다 알게 될 거다. 이 세상이 도대체 이렇게 되가는 이유가 뭔가. 기생충 감염 아닌가, 뭔가 사람들 뇌가 다 이상해지고 있다는 거고. Q. 최덕문 배우가 출연할 는 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같다. 덕문: 전형적인 소동극이다. (민)복기 형이 살던 양평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는데, 누군가 개에 물리고 아주머니들끼리 툭탁거리다 개를 팔고 다시 찾아오고 그 와중에 난동꾼이 나와서 잡혀가고, 그러다 다 같이 여행가고, 말 그대로 '원 파인 데이'로 끝난다. 소동극 치고는 좀 제목이 컨츄리한 것 같은데(웃음) 재미있다. 개가 주인공인데 어떻게 등장시킬지 고민하는 중이다. 천만 배우? 그저 '즐거운 일' 하다 보니 부모님 뿌듯해하셔Q. 최근 최덕문은 영화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덕문 : 아까 형도 천만 배우, 그랬는데. (플디: 은 관객수가 천 이백 만이 넘었다.) 성민: 정말? 흥행은 문제가 없겠구나. (웃음) 덕문: 남들은 '물 들어왔으니 노 저어라' 그렇게 농담 삼아 말하는데 물 들어온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사람들이 이거 하자고 하면 "그래"하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하고. 대학로에서 술 먹고 공연 보러 다니고, 변한 게 없다. 식당 아줌마가 조금 알아본다는 거 말고는. 저번 주에 지방을 많이 다녔는데 가는 데마다 아주머니들이 다 알아보시더라. 많이들 봤구나, 그 정도 생각만 한다. 성민: 두 달 지나면 잊혀진다. (웃음) Q. 오래 공연계에 있던 배우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을 때,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가장 뿌듯해 하더라. 성민: 그렇다. 안 그래도 집사람이 "여보, 드라마 좀 해, 엄마가 당신 나오는 거 보는 게 유일한 낙인데." (웃음) 어른들은 드라마를 보시니까. 덕문: 이전까지 영화 시사회에 부모님을 한 번도 안 불렀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오시라고 얘길 못하겠더라. 그런데 할 때 "이번에도 안 부르냐?"하시길래 오시라고 했다. 무대 인사하는데 막 뒤에서 손 흔드시고.(웃음) 부끄럽기도 하고 좀 기쁘기도 하고. 영화 다 보시고 가실 때 전화 했더니 아버지가 "아, 우리 아들 참 자랑스럽다." 그러셨는데 기분은 좋더라. 성민: (덕문이) 나이가 있으니까 뭐. 또 어느 날 갑자기 된 것도 아니고. 도 천만 넘지 않았나? 덕문: 얼마 전에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천만 영화를 찍은 남자배우들 중 관객 동원수를 따졌는데 달수 형이 1위고, 거의 1억? 내가 2위더라. 5천 2백만 명 정도 된대서 깜짝 놀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Q. 차이무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참 많다. 과거 그들을 보며 조바심이 나진 않았나? 성민: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에도 난 그런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이미 (송)강호 형님이 스타셨고 (김)승욱이 형, (박)원상이는 영화나 이쪽을 좀 빨리 시작했고. 나는 나이도 있고 형이라 동생들이 그쪽 일 하는 거 보면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었는데 그냥 연극 했던 것 같다. 영화 하러 가면 아르바이트 간다고 생각을 했었고. 심지어 섭외 온 드라마를 연극 때문에 못 한다고 한 적도 있다. 단역이었는데, 나중에 스케줄 맞춰준다고 해서 그래서 했고. 물론 돈이 궁할 때였지만 연극을 한다는 프라이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덕문: 그냥 하는 거다, 그냥. 다른 이유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연극과 졸업했으니 당연히 대학로 나가는 줄 알았고, 당연히 오디션 봐서 으로 연극을 시작했고. 뭐가 돼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다. 그렇게 영화나 드라마도 한 두 편씩 하게 되고. 성민: 우리 덕문이는 진짜 심하게 그냥 했다. (웃음) 영화나 다른 분야 껄떡대지도 않고. 덕문: 재밌고 즐거우면 하는 건데. (성민: 아, 이 자신감!(웃음)) 물론 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다. 요즘 와서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있다. 류승룡이랑 되게 친한데 승룡이 되는 거 보고, '어허, 가만있어 봐라' (웃음) 승룡이는 대학 때도 너무 친했던 놈이고 지금도 친하니까, 승룡이도 되는데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성민: 옛날에 정동극장에서 할 때 얘가 나한테 승룡이 걱정을 했었다. 그때 승룡이가 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 친구 중에 10년 째 만 하고 있는 얘가 있다고. 그렇게 걱정을 하던 애가. (웃음) 덕문: 잠깐 그런 생각이 든 거지. 연극은 진짜 좋아서 그냥 하는 거다. 조급함? 그런 건 없다. 성민 : 거기서 휘달리면 지치지. 누가 봐도 잘하는 형 &차이무 공식 '몸 잘 쓰는' 비주얼 배우Q. 차이무에서는 최덕문이 선배 아닌가? 덕문: 맞다. (웃음) 학전에 1년 있었다. 하고 까지 했는데 노래에 자신도 없고. (웃음) 은 드라마가 세서 좋았는데 는 록 뮤지컬이니까,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때 (유)오성이 형이 차이무라는 데가 있다고 해서 (박)원상이랑 같이 갔다. 그때가 차이무 생긴지 1년(1996년) 됐을 때다. Q. 이성민은 2002년에 차이무에 들어왔다. 성민: 이상우 선생님을 알고 이 친구들을 다 만났던 건 1998년도다. 그 전에 비공식으로 공연에 대타로 지방에 있다 올라와서 일주일 공연한 적도 있었고. 덕문: 이상우 선생님이 대구 내려가서 하실 때 그때 형을 만난 거지? 우리가 그 공연 연습 때도 가고 공연도 보러 갔었는데 '저 사람 누구야? 너무 잘하는데?' 그런 형이었다. 언젠가 형한테 그런 얘기 한 적이 있다. 형 잘 되고 나서 "난 옛날부터 형이 잘한다고 생각했다. 너무 잘 될 줄도 알았고". 진짜 너무 잘하니까. 성민: 할 때 덕문이를 처음 봤었는데, 차이무 공식 몸을 잘 쓰는 배우, 몸 좋은 배우. 벗는 배우, 다역 전문 배우. (웃음) 차이무의 비주얼 배우다. 몸 좋고 무대 서면 뽀대나고. (웃음) 덕문이가 극단 막내라도 일찍 무대에 섰는데 얘기 들어보면 원래 잘 하는 애였다. 그러니까 무대에 세웠지. Q. 몸을 잘 쓴다는 건 의외의 소식이다. 덕문: 중,고등학생 때 꿈이 백댄서였다. 그래서 대학로에 춤 추러 다녔다, 카세트 들고. (웃음) 그때 브레이크 댄스 추는 애들 있지 않았냐. 부모님이 진짜 걱정 많이 하셨지, ‘저거 뭐가 되려고 그러나’, 하고. (웃음) 성민: 그러니까 그렇게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시지. (웃음) 난 그런 끼가 없다. Q. 끼가 없어도 배우를 하고 있지 않나. 덕문: 끼로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끼가 재료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음식은 아니니까. Q. 차이무의 작품들 중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유머, 풍자, 해학 등으로 친근하게 말하는 작품이 많다. 극단원으로 자신의 생각도 이와 같이 하는가. 성민: 차이무는 경쾌한 연극을 하는 단체 같다. 대표 작가가 두 명 있는데 차이무를 이상우 작가의 색으로 규정할 수도, 민복기 작가의 색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 두 가지 색이 모두 있는데, 공통점은 두 사람 작품 다 경쾌하다는 거. 이제 20년이 지나서 그렇게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90년대 무렵 차이무 연극은 굉장히 빠르고 형식도 과감했었고 좀 독특했다. 신선했고. 그런 연극이 나 이었다면 20년이 흐른 지금의 연극이 다. 여전히 경쾌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형식은 바뀌었고. 차이무의 모토가 '생각은 진지하게, 표현은 경쾌하게'인데 그걸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차이무 배우들은 옛날도 그랬지만 여전히 무대 위에서 눈치 빠르고 귀가 밝고, 미덕이 많다. 어떤 상황이든 그걸 수용해 내는 앙상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차이무 배우들이 곳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 않을까.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뭘 하지 말라고 안하고 계속 뭔가 하라고 하고, 그걸 또 후배들도 수용하고, 우리 선배들도 후배들을 그렇게 잘 받아줬고. 그래서 여전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 같다. 덕문: 너무 자연스럽게 차이무에 스며들어서 이젠 떼려야 뗄 수도 없다. 오늘날 를 보면서, 선생님은 정말 선생님의 길을 하고 싶은 말씀 하시면서 가시는구나, 형식도 파괴하시는구나, 싶다. 역시 (민)복기 형은 자기 얘기를 썼을 때 작품이 가슴에 와 닿는구나, 싶고. 작품 첫 대본 리딩을 하다 보면 어색하고 그런 게 원래 있는데 차이무는 그런 게 없다. 첫 리딩부터 편안하게 읽고, 이상한 거 해도 웃어줄 수 있고. 내가 어디 가서 이런 건 못 느끼겠구나, 할 정도로 이미 내가 차이무화 된 것 같다. 지금도 대학로에서 처음 만나는 후배들하고 인사하면 "차이무의 최덕문입니다." 그 얘기부터 한다. 행복하고 즐겁게,조바심 내면 휘달리고 지칠 뿐Q. 지금 차이무 내의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성민: 잘 해야지. 어렸을 땐 잘해야 한다는 생각 안하고 닥치는 대로 했는데, 이젠 그런 책임이 좀 따르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옛날보단 많이 받고. 잘 해서 후배들한테 좀 넘겨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덕문: 이번 20주년 공연만 우리들이 하고 나중엔 후배들이 공연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상우 선생님이 차이무를 만든 게 아마 지금 내 나이일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10년 지났을 때 선생님이 "새로운 극단을 만드는 것도 건강한 세포분열"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원상이랑 항상 농담으로 하는 말이 '자이무' 만든다, '저이무' 만든다. (웃음) 후배들한테 많은 작품들 하라고 하고 우리는 따로 극단이나 모임을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선생님이나 복기 형이 그걸 나쁘게 생각할 일도 절대 없고. 그것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있다. Q. 두 사람처럼 대중적 인지도와 탄탄한 연기력 모두를 갈망하는 후배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혹은 차이무 후배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성민: 그냥 하는 거지 뭐. 자기들 인생인데 알아서 살아야지. (웃음) 하지만 즐겁게 해야지. 우리 행복하자. 돌이켜보면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 예전엔 7시 반 공연이었는데 3시면 극장에 나와서 괜히 컵차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수다도 떨고. 지금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들 많은지, 어후, 진짜 잠을 안 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웃음) 덕문: 형은 술도 안 마시는데 늘 술자리에 끝까지 있는다. 그리고 커피 마시자고 하고. (웃음)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것도 아니다. 세 시간을 계속 얘기하고, 한 잔 더 시키고, 리필해서 마시고. (웃음) 굉장히 내성적이신데 좀 친해지면 커피 마시러 가자고. (웃음) 후배들도 그냥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즐겁게. 뭐가 되든 다 되니까. 컵차기 하고 사발면 먹고 동년배들끼리 싸우고 또 어울리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래도 행복하게. 지치면 힘드니까. Q. 바보 같은 질문이 될 것 같지만, 만약 지금, 대중적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해도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을 것 같나? 덕문: 그냥 하는 거라니까. (웃음) 성민: 그럼. 배우니까 하는 거다. 배우라는 사람은 연기라는 밥을 먹고 사니까. 언젠가 왜 연기를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이만큼 왔으니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건데,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생각해 보니,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다. 사회 나와서 처음 선택한 직업이 이거였고, 쉽지 않고 부대끼는 것도 많은데, 하나를 가면 또 앞에 길이 보이는 거지. 만족이 안 되는 것과 비슷한데, 그런 부족함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에 좀 쪽팔렸으니까 다음에 좀 덜 쪽팔려야지, 그게 지금까지 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연극은 늘 먹는 밥 같은 것 같다. 내가 유명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고 있을 거고,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거고, 다른 매체 일을 그만 두게 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극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하고 같이 안 하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웃음)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이상우 선생님과 오랜만에 작업하는데, 선생님은 연극도 연극이지만 우리가 다 같이 연습하고, 밥 먹고, 하는 걸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 형제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한 이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그런 향수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연습은 힘들지만 그런 게 요즘 즐거운 지점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 영상: 김혜진의상: PAL ZILERI /신발: D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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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 조회 1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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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유오성 등 밥 먹을 돈 없는 배우 무대 올리려 만든 극단' 차이무 20주년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극을 창작하는 좋은 배우, 좋은 창작자들이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만 있다면 가는 것이고, 그 힘이 다 소진된다면 계속될 필요가 없지 않나." 극단 차이무를 만들고 이끌어온 이상우 연출은 힘주어 말했다. "재고품 팔아먹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심이 솔직히 있어서 이번엔 신작을 가지고 나왔다."는 65세 거장의 변다웠다.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박원상, 최덕문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로 탄탄한 연기와 개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누비고 있는 배우들이 모인 곳. 극단 차이무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두 편의 신작과 한 편의 인기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스물스물 차이무-어느덧 20년'을 마련했다. 스무 살 차이무 "우리 삶, 우리 이야기 고민이 차별화 지점" 10월 29일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기념 공연에 대한 설명과 20주년을 맞이한 단원들의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극단을 만들고 초기 8년간 대표로 있었으며, 현재까지 연출과 극작 작업을 펼치고 있는 이상우는 "지금까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업했다."며 20년을 이어온 힘을 '사람'에게 돌렸다. 이상우 연출과 민복기 대표(왼쪽부터)"극단 연우무대에서 나와 1995년, 밥벌이를 위해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었다. 송강호, 유오성, 류태호 등이 당시에는 정말 밥 먹을 돈이 없어 매일 내 사무실에 와서 버티고 있었는데 한 달 정도 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 정말 안되겠다 싶었고, 극단을 만들어서 이 친구들을 무대에 서게 하자는 생각으로 차이무를 만든 것이다." 이상우와 함께 당시 이미 스타였던 문성근이 각각 사비 1천 만원씩을 내놓아 올린 첫 공연 로 차이무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등 연달아 화제의 작품을 선보이며 차이무의 색과 명성은 이어져갔다. "번역극이 한창 성행했을 때 연우무대가 생겨났고 거기서 어떤 연극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었다. 그 고민이 차이무에도 이어지고 우리의 삶,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면서 당시 다른 극단 작품과 연기나 형태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우리의 것에 대한 고민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강신일) 연극 에서 지씨 역할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차이무와 함께 한 강신일을 비롯하여 1998년 배우 시작을 차이무에서 한 정석용, 1997년 입단해 올해로 18년 단원 생활을 하고 있는 전혜진, 2002년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나 깜짝 놀라며 를 봤고, 지금 한 자리에 같이 있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는 박해준 등 현재 차이무를 채우고 있는 배우들이 쟁쟁하다. '이 시대 왜 연극하는지 알아야 해' 이번 20주년 기념 공연의 첫 무대인 에 출연하는 이성민 역시 "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데 차이무가 큰 바탕이 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차이무에 있은 지 16, 7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모이면 할 말들이 많아 밤새 술을 마셔도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차이무에 있으면 여전히 극단에 들어왔던 30대인 것 같아 그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극단 차이무의 배우들이상우 작, 연출로 오는 11월 6일 첫 선을 보이는 는 가상의 나라 꼬리솜의 역사와 멸망을 보여주는 가상역사극이다. 세 개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성민, 정석용, 오용, 전혜진, 김소진 등이 두 팀으로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당대 사회의 모순을 무대를 통해 풍자와 해학으로 꼬집어낸 작품을 선보여온 이상우 연출은 이번 작품 역시 "우리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나 극단에서나 '이 시대에 내가 왜 연극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알게 되면 태도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가. 예술이란 권력에 봉사할 수도, 복종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게 예술을 하는 사람의 태도 아닐까. 기본적으로 우리 팀이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상우) 두 번째 작품은 2003년부터 차이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민복기의 신작 다. 그가 살고 있는 양평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동네 개에 물린 아주머니를 시작으로 하루 간의 소동을 유쾌하게 펼쳐내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하도 악다구니를 쳐서 엄청 시끄러운 연극이 될 것 같다."고 민 연출이 말한 이 작품은 최덕문, 송재룡, 박해준, 김소진, 공상아 등이 동네 주민들 뿐 아니라 개, 참새 등의 독특한 배역으로 등장한다. 마지막 작품은 내년 1월 공연 예정인 차이무의 인기 레퍼토리 다. 민복기 작, 이상우 연출로 가족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따뜻한 무대로, 강신일, 박원상, 정석용, 박지아 등이 출연한다. "앞으로 극단이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이상우 연출은 "각자 자기 힘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복기 대표는 "오래 같이한 배우들의 평균 연령이 40대가 되었는데 나중엔 경로당에 모이듯 연극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차이무를 그려보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는 차이무의 오랜 단원들 뿐 아니라 데뷔 무대를 갖게 될 신인 배우들도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극단 차이무 제공
2015.10.30 / 조회 1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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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ove, Love> 이선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작품,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국의 젊은 작가 마이크 바틀렛 작, 이상우 번역, 연출의<Love, Love, Love>가 지난 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Love, Love, Lov>는 1967년에 만나 결혼한 케네스와 산드라의 삶을 소위 88만원 세대 딸이 바라보며 겪는 갈등과 충돌, 사랑을 그리는 연극. 이선균, 전혜진이 캐스팅 돼 19세부터 42세, 60대 노년으로 분하고, 딸 로지 역에 노수산나, 형 헨리 역에 김훈만, 아들 제이미 역을 노기용이 연기한다.특히 이번 작품은 ‘골든타임’ 이후 차기작을 앞둔 이선균과 두 아이를 출산하고 3년만에 연극 무대에 컴백하는 전혜진 부부가 극 중 산드라, 케네스 부부로 분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선균은 “아내와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을 작품이기에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Love, Love, Love>연출을 맡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상우 연출 : 70년 대 중반 이후, 80년 대 초까지. 그 시기에 태어난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들이 지금 새로운 연극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굉장히 많이 다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억지를 부리면서 숙명, 운명을 외치는 게 아니라 관조 하듯이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생명, 관계를 읽어낸다. 그래서 더욱 하고 싶었다. -이선균, 전혜진 씨가 출연하게 된 계기는.이상우 연출 : 작년에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산드라 역으로 전혜진 배우가 떠올랐다. 그리고 전혜진씨를 캐스팅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선균 배우가 딸려 왔다. (일동 웃음) 이 두 사람을 좀 아는 편이다. 어떻게 싸우는지, 술 취하면 어떤 지를 안다. 이 작품의 산드라, 케네스가 주고받는 특별한 사랑 방법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혜진 :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욕심이 났다. 무조건 해야겠단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 자체가 연극 같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있는 것이 저에게는 환희다. 제 인생에 어떤 점을 찍을 듯한 느낌이 온다. 이선균 : 혜진씨는 집에 있기엔 아까운 배우라고 항상 생각했다. 이제 아이들도 걸어 다니니 다시 연기를 하면 좋겠고, 그게 이상우 선생님이 연출하는 공연으로 시작하길 바라고 있었다. 제 입장에선 막상 하려니까 주저했던 부분도 있었다. 부부 역할이란 것도 부담이었다. 하지만좋은 작품을 망설이다 놓치는 경우가 많아 용기를 냈다. 막상 하니까 마음이 편하고, 우려가 기우였구나 싶다. 왼쪽부터 이상우 연출, 전혜진, 노기용, 노수산나, 이선균, 김훈만-실제 부부가 부부 역할을 맡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심한 계기와 실제로 연습에 들어가니 어떤지 말해달라. 전혜진 : 제가 대본을 보고 선생님이 말씀 하시기도 전에 좋은 대본이 있다고 추천했다. 그때 (이선균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굉장히 앞만 보고 잘 달려왔지만, 그런 거 말고, 우리의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연극이면 더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집에서) 대본을 보더라. 저는 애를 봐야 해서 못 본다. 굉장히 질투가 났다. (일동 웃음) 이선균 : 출연 결심은 연출 선생님, 아내의 영향이 컸다. 물론 시기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하던 대로라면 작년 골든타임 끝나고 이제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야 할 시기였다. 그래도 고민하다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연습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번 주부터 동선과 함께 연습을 하는데, 저희도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었다. 어제 대본에 형광펜 줄을 긋기 시작했는데 ‘나는 애를 보는데 뭐하는 거냐, 불끄라’고 하더라. 견제가 심하다(일동 웃음). 연습실에 갈 땐 따로 나오고 있다. 저는 운동 겸 걸어서 오고 혜진씨는 차를 타고 온다. 연습실에서 다른 상대배우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인사하고 집에 갈 땐 같이 간다.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 -배우로서,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를 이야기 한다면. 이선균 : 배우 전혜진에 대해선 원래부터 팬이었다. 좋아하는 배우고 훌륭한 배우다. 녹슬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산드라 역은 대한민국에서 전혜진만큼 잘 할 배우가 있을까 싶다. 아내로서 전혜진은, 꼭 대답해야 하나? (일동 웃음) 음..훌륭하다.전혜진 : 이선균 배우는 예전엔 굉장히 즐기면서 연기를 했는데 지금은 파고들더라. 배우로서 굉장히 성실한 면을 많이 보고, 옆에서 열심히 하니까 조급해 지는 것도 있다. 집에서 연습실까지 2시간을 걷는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와서 너무 에너지가 빠져서 힘들어 한다. (웃음) 그런 성실한 면들을 보면 배우로서 자극이 된다. 저 정도 위치에 있는 배우들은 다른 부분이 있구나, 생각도 들고. 남편으로선 훌륭하다. 훌륭해야 하고. (일동 웃음) 시간이 더 지나서 지켜봐야 할 문제 같다. (일동 웃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03.05 / 조회 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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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사랑은 마법이다, ‘올모스트, 메인’
보랏빛이 드리운 말간 무대는 조용히 관객을 응시한다. 세트는 애초에 없었다. 배우가 무대요, 그들 간의 호흡이 배경이다. 단출한 무대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눈을 팔 곳이 없다. 관객은 오로지 배우의 움직임만을 뒤좇는다. 몽롱한 보랏빛이 관객을 감싸자, 서서히 불이 꺼지고 조용한 틈새로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대 한켠에서 비춰오는 보랏빛은 다양한 사랑의 자태를 관객에게 여실히 전달한다. 사람의 감정이 여럿이듯 사랑의 모습도 여럿이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맹맹한 사랑, 달콤한 사랑, 쌉싸래한 사랑, 매콤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맛’을 선보인다. - 마법 한 스푼, 오로라 한 입 갖가지 사랑의 감정이 극장 내를 둥실 떠다닌다. 입을 열어 그 맛을 보면 새콤함, 씁쓸함, 외로움, 그리움 등 로맨틱하면서도 아픈 맛이 입안을 감돈다. 편안히 자리 잡고 앉은 관객은 기어코 그 다양한 맛에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는 채 온갖 사랑을 맛본다. 사랑은 몸서리치게 달콤하기도 하고 그 행복함 속에 괴로움과 눈물 나게 매운맛이 들어 있기도 하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다양한 등장인물을 내세워 다채로운 사랑의 ‘맛’을 느끼게끔 한다. 잔잔히 펼쳐지는 연극은 물 흐르듯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총 9개의 ‘사랑의 향’이 들어 있는 이 작품에서 나와 비슷한 사랑을 하는 인물 한 명쯤은 만날 수 있다. -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모든 것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어 있지만 관객과 배우의 마음은 한 공간에서 숨 쉰다. 배우의 땀은 관객을 적시며, 그들의 한숨은 관객의 마음에 내려와 앉는다. 관객과 배우를 하나로 엮는 것은 공감에 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이기에 배우의 한숨은 나의 한숨이 되고, 나의 눈물이 배우의 두 뺨에서 흐른다. 늘 지켜만 볼 뿐 사랑한다 고백하지 못한 끙끙이의 마음도,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못해 슬픈 이의 마음도, 타인과는 다른 사랑을 하는 사람의 마음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따스히 품는다. 이 따뜻함에 기대어 관객은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사랑을 위로받는다. - 달콤함과 담담함 사이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기로 치장했음에도 달달함에 질리지 않는 건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하나의 감정만 느끼지 않듯이 사람이 하는 사랑에도 새로운 관점이 존재함을 넌지시 보여준다. 조각난 심장을 손에 쥐고 다니는 그녀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오로라가 뜨는 곳에서 그를 배웅해주고자 먼 길을 떠나온 그녀는 급작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훔쳐간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주고자 떠나온 길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잡으러 손을 내민다. 이렇듯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 미워 보이지 않는 것은 신선한 시각과 해석에 있다. 관객은 그녀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보다 되레 돌처럼 굳어버린 그녀의 심장이 다시금 뛰길 바란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내가 이해 못 할 사랑도 많다는 것을 슬며시 알려준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묵묵함을 자랑한다. 연극은 이렇다저렇다 떠드는 법이 없다. 조용히 자신의 사랑을 담담한 마음으로 보여줄 뿐이다. 배우들의 열정 역시 뜨겁지만 그 뜨거움을 관객에게 인위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관객을 울린다. 사랑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한 곳에 버무려 놓은 이 작품은 다양한 사랑의 관점을 보여주며 은근슬쩍 사랑에 빠지게 한다. 사랑의 갖가지 감정을 맛보게 해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0 / 조회 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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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마법 같은 사랑, 연극 ‘올모스트, 메인’
해질녘을 떠오르게 하는 포스터 전반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다. 포스터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남녀의 그림은 뭔가 우스꽝스럽다. 연필로 쓱쓱 그려낸 듯한 두 사람은 손과 발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스케치마저 귀찮았나 보다. 아름다움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이 그림은 자신 앞에 서 있는 상대방을 바라본다. 입을 쩍 벌린 두 남녀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다. 그들은 뭔가에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추상적인 둘의 모습에서 표정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남녀가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고서 조심스레 이 작품이 ‘사랑이야기’일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극단이 차이무다. 좀처럼 사랑이야기를 하지 않은 극단 차이무의 작품이다 보니 사랑이야기일 거라는 추측에 힘이 쭉 빠진다. 예상과는 달리 ‘올모스트, 메인’은 극단 차이무에서 선보이는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다. 주로 세상에 대한 풍자, 가족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차이무에서 사랑과 삶에 관해 입을 열었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랑과 삶에 대한 마법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극단 차이무의 사랑에 대한 유쾌한 해석이 돋보인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2004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초연된 후 2005년과 200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되며 관객과 평론가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 2004년과 2005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하는 지역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말이 필요없는 연출가 이상우가 맡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마술 같은 사랑을 선보일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2011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9 / 조회 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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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프> 외모에 대한 도발적인 실험
어떤 이는 말한다. 사람의 생김새는 그 사람의 행동양식을 결정한다고.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외모는 단지,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연극 는 이 외모에 대해 노골적이고, 단순한 질문을 던진다. ‘형편없는 외모에서 킹카로 거듭나니 뭐가 달라져?’라고. 이 작품에서 이를 주관하고 진행하는 이가 여자이고, 그 대상이 남자라는 사실은 독특한 재미를 안긴다. 시작은 한 여자와 남자의 연애에서 출발한다. 어리숙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의 대학생 양우와 화려한 화술과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미학과 대학원생 세경의 연애는, 여자의 일방적인 리드 속에서 꽤나 알콩달콩 진행된다. 그리고 세경의 은근한 부추김, 도움의 손길로 남자는 촌스러운 외모를 벗고 세련된 킹카로 태어난다. 멋진 남자로 탈바꿈한 남자에겐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남자가 어리숙한 외모였을 때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첫사랑에게 대쉬를 받고 친구의 약혼녀인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는 등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고 만 것. 그리고 그는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숨긴다. 는 인물들 간의 재치있는 대화와 남자 주인공이 차츰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묘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교류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내 맴도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지?'란,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이 연극은 남자의 외모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날, 남자의 덥수룩한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됐고, 운동으로 뱃살이 빠진 그의 몸매는 여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 이후 센스 있는 옷으로 갈아 입고 코 성형수술까지 하며 그는 급격하게 개과천선한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까지다. 남자가 매력적인 외모를 갖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짝사랑했던 여자의 유혹에 순간적으로 넘어가지만, 외모 변화 때문에 그가 흔들린 것으로 보긴 힘들다. 게다가 세경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일편단심 민들레로 눈물겹기까지 하다.미스터리한 여성 세경에 초점을 맞추면, 조금 납득은 간다. 그녀는 양우보다 무엇이든 한 수 위를 점령했고, 그를 능숙한 방법으로 변화시킨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는 치명적인 팜므 파탈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또 다시 의문이 생긴다.이 위험한 도전에서 그녀가 얻은 게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이 우연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은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세경은 외모와 예술에 대해 논리를 늘어놓으며 그가 타락했다고 결론 짓지만, 정작 타락한 건 남자가 아닌 그녀 스스로가 아닐까. 에서 여자들을 황망하게 하는 찌질한 바람둥이 남자를 무대에 등장시킨 바 있는 작가 닐 라뮤트는 이번에는 팜므 파탈 캐릭터를 무대에 세운다.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 현란한 언변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 조각상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치기 어린 시도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무엇을 얻고 잃었으며 남자는 또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계산을 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 진다. 발칙하고 쌉쌀한 로맨스로 바라보면 가장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임은 틀림없다.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
2008.09.05 / 조회 10,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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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연극 <쉐이프> 제작발표회
소심하고 볼품없는 외모의 남자가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와 주변이 변화한다. 연극열전2의 하반기 첫 작품인 는 매력적인 외모와 열정을 갖고 있는 여자 세경과 그녀를 만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남자 양우의 18주 연애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8월 22일 공연 오픈을 앞두고 열린 연극 기자간담회에서 남자주인공 세경 역을 맡은 전병욱은 “남자판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의 작가, 닐 라뷰트의 한국 초연작인 는 2001년 영국에서 첫 공연 후 세련되고 유머러스한 대사와 놀랄만한 반전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의 이해제 연출은 “원작의 배경과 사건 등이 우리나라의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며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질문에 중점을 맞고 있으며, 분명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가득 담겨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닐 라뷰트의 작품 무대에 서고 있는 전병욱은 “썸걸즈의 캐릭터는 나의 본 모습과 굉장히 다르다”며 웃으며 말한 뒤 “쉐이프의 양우는 썸걸즈의 모습과 반대되는 역할이지만 둘 다 내 안에 있는 모습”이라고 배역을 설명했다. 양우를 변화시키는 매력적이며 자기 예술관이 뚜렷한 대학원생 세경 역에는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유선과 극단 차이무의 배우이자, 에서 소지섭의 쌍둥이 누나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전혜진이 맡을 예정이다. 유선은 “연기 욕심이 많아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있지만, 한가지로 정리되는 나만의 이미지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의 연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찾아갈 것이라 덧붙였다. 또한 “그간 어두운 캐릭터만 해서 밝은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과 오랜만의 연극 무대가 만나서 즐기면서 편안하게 하고 있다”고 작품에 임하는 마음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이 밖에 앙우의 오랜 친구이자 돈 많은 마초 캐릭터 태주에 민성욱이, 태주의 약혼녀이자 양우와 하룻밤 로맨스를 벌이게 되는 지은 역에는 송유현이 출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2008.07.30 / 조회 32,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