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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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린 배우 신은정 '킬 미 나우' 무대 선다
'로빈' 역으로 관객 사로잡을 예정
25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블랙 공연배우 신은정이 ‘킬 미 나우’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사진은 연습의 한 장면(사진=연극열전).[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배우 신은정이 ‘킬 미 나우’에 합류해연극 무대에 첫 도전한다. 연극 ‘킬 미 나우’(작가 브래드 프레이저·연출 오경택·각색 지이선)믄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전 회차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작품성을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선천적인 지체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린다.배우 신은정은 ‘로빈’ 역을 맡았다. 한 때 촉망 받는 젊은 작가였으나 ‘제이크’(이석준·이승준 분)의 연인이자 아마추어 작가로 제이크를 글쓰기 수업에서 만나 12년간 남몰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주요 인물이다.로빈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유하고 안정적인 가정 속에 사는 인물 같지만,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을 가진 인물이다. 25일부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신은정은 오는 5월 방송 예정인 MBC 주말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 출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25 / 조회 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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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 캐스팅 공개
연극 ‘킬 미 나우’가 1년 만에 재연 무대를 올린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초연 당시 섬세한 신체 연기와 감정표현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공연은 초연 흥행을 이끌었던 배우들과 뉴 캐스트들의 합류로 기대를 높였다. 배우 이석준과 윤나무,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막돼먹은 영애씨’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준이 제이크 역에 캐스팅됐다. 배우 신성민은 조이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또한, ‘미생’, ‘역적’ 등 다수의 드라마로 친숙한 배우 신은정이 로빈 역으로 첫 연극무대에 도전한다. 배우 정운선과 오정택은 각각 트와일라와 라우디 역으로 합류한다. 연극 ‘킬 미 나우’는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Brad Fraser)가 2013년 캐나다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캐나다 초연 이후 미국 뉴욕, 영국, 한국에 이어 체코까지 무대를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공연은 한국 초연 당시, 인터파크 랭킹 1위, 관객 평점 9.7점, 평균 객석점유율 92% 기록을 남겼다. 공연을 접한 관객들은 “모든 가족과 관계 또는 근본적인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극”, “시작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공연”,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시선, 묵직한 여운” 등 찬사를 남겼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선천적인 지체 장애로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린다. 작품은 고통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과 존엄, 그리고 진정한 이해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연극 ‘킬 미 나우’는 4월 25일부터 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공연된다. 사진제공_연극열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3.06 / 조회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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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 5월 재연...이석준, 윤나무, 신성민 등 합류
연극 가 오는 4월,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선천적인 지체장애를 가진 17세 소년 조이와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그리고 있는 는 장애와 안락사 등 민감한 소재를 다뤄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재연에는 지난 시즌에서 섬세한 신체연기를 선보였던 윤나무와 함께 신성민이 조이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아버지 제이크 역에는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중인 이승준이 초연 멤버 이석준과 함께 더블캐스팅 됐다.
이어 , 등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 신은정이 이지현과 함께 로빈 역으로 첫 연극무대에 도전하며, 연기파 배우 정운선은 원년 멤버 이진희와 트와일라를 번갈아 연기할 예정이다.
조이의 친구 라우디 역에는 문성일과 오정택이 함께 캐스팅됐다.
연극 는 오는 4월 25일부터 7월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며, 3월 7일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연극열전 제공
2017.02.27 / 조회 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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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고 엇갈리는 남녀의 처절한 방언들, <스피킹 인 텅스>
행과 불행, 사랑과 미움을 구분하는 것은 얼핏 단순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 꺼풀 외피를 벗겨보면 행복으로 보였던 것에 지독한 불안이 스며 있기도, 사랑으로 보였던 것에 타성 혹은 무심, 증오가 배어있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 1일 개막해 국내 초연 무대에 오른 연극 는 이처럼 한없이 모순된, 그래서 때로는 그 자신조차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불륜을 저지른 여자, 오래 전 떠나버린 여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남자, 끝없이 타인의 사랑을 의심하는 여자 등 다양한 남녀들의 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사랑 아래 증오가, 또 그 아래 다시 사랑이 쌓인 복잡한 인간 감정의 층위가 드러난다. 호주의 극작가 앤드루 보벨이 쓴 는 1996년 초연 이래 미국, 유럽에서 꾸준히 공연된 인기작으로, 의 김동연 연출과 강필석, 이승준, 김종구, 정문성 등의 참여 아래 국내 관객들을 만났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극은 먼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독립돼 있으면서도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서로 맞물리는 정교한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인간 심리의 내밀한 곳을 샅샅이 훑고 드러내는 섬세한 시선으로 여운을 남긴다. 극은 레온-제인, 피트-쏘냐가 싸구려 모텔방에서 만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술집에서 처음 상대를 만나 불륜을 저지르기로 결심한 이들은 결정적 순간 망설이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이 하룻밤의 사건은 레온-쏘냐, 피트-제인 부부의 결혼생활을 위기로 이끌고, 이들이 위기 속에서 스쳐간 또 다른 남녀들의 이야기가 2, 3막에서 펼쳐진다. 레온-쏘냐, 피트-제인의 관계는 단지 하룻밤의 불륜 때문에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다. 극중 모든 남녀들은 배우자에게,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고, 그 감정은 ‘방언’을 뜻하는 제목 ‘스피킹 인 텅스’처럼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서로 절묘하게 겹치고 끊어지는 대사들은 “사랑해.”라는 말이 정말로 사랑한다는 뜻만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 미묘한 상황을 드러낸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그 자체의 미묘함뿐 만이 아니다. 탄탄한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쌓은 중산층 부부 레온-쏘냐가 화해하는 반면 변변한 재산도 아이도 없는 피트-제인의 갈등은 끝내 봉합되지 못하는 모습은 돈과 현실, 편리라는 불순물이 섞여 한층 더 모호해지는 남녀관계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한 작가는 그 예리한 시선을 우리 각자의 속마음으로 돌리며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 듯 보인다. 네 명의 배우가 아홉 명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만큼, 는 배우들의 연기도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27일 무대에서는 전익령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전익령은 삶에서 자신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 긍지를 느끼면서도 깊은 공허감으로 괴로워하는 쏘냐와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를 정확한 발성과 매력적인 모습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강필석, 김종구, 정운선 등의 무대도 궁금하다. 공연은 오는 7월 19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3층 수현재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수현재컴퍼니 제공
2015.05.28 / 조회 8,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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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스피킹 인 텅스> 김종구
출산을 앞둔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끝내고 오느라 인터뷰에 늦었다는 이 남자, 이야기를 나눌수록 참 건전하다. 생각해보면 그가 에서 연기했던 능청스런 국군 대위 한영범도, 에서 맡은 냉철한 인민군 로기진도,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곧고 깨끗한 단심을 품고 있을 듯한 인물들이었다. 지나친 겸손도, 자만도 없이 꾸준히 무대에 서며 내면의 ‘예쁜 방’들을 차곡차곡 만들고 있다는 11년차 배우 김종구에 대한 이야기다. 근래 들어 1년에 서너 작품을 소화하며 부지런히 공연계를 활보하고 있는 김종구는 얼마 전 개막한 에서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는 다양한 갈등에 처한 남녀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상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극중 3막에 걸쳐 각기 다른 인물로 분하는 배우들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개막을 앞두고 지난 달 28일 만난 김종구는 이번 작품에 대해 얘기하다 “아내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Q 는 어떤 작품인가. 독특한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주요 인물들이 1인 다역으로 구성돼 있다는 거다. 보통 1인 다역이 도구적인 역할, 재미 위주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는 장면을 끌어가는 주요 인물 자체가 1인 다역이고 그들이 모여서 하나의 극을 형성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이 극의 양식이다. 한 무대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서 각각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대사를 하는데, 굉장히 독특하다. 초반부터 그런 부분이 30분부터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Q 대본을 보니 정말 겹치는 대사가 많더라. 외울 때 헷갈리지는 않았나. 외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걸 동시에 말하는 게 어려웠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쳐야 하는데 서로 그 템포가 다르니까. 지금까지도 서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상대방이 얘기할 때 집중해야 된다. Q 극중 피트와 닐, 존 등 세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각각의 인물을 소개한다면. 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화려하거나 그럴싸하게 포장된 인물들은 아니다. 평범한데, 각자에게 굉장히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버려서 그 때문에 아파하거나 혼란스러워하거나 미쳐가는 인물들이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고, 일단 이 작품은 어떤 여자의 실종으로 인한 그 주위 사람들의 반응, 서로 얽혀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 피트라는 인물은 진짜 솔직하고 평범한 남편이다. 세 사람 중 김종구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도 하다. Q 어떤 점이 닮았나. 이런 이야기를 하니 민망하지만(웃음), 아내를 엄청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피트가 여자를 만나 하룻밤 자고 싶어하는 마음도,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더라. 또 피트는 바보같이 그 일을 아내한테 곧이곧대로 이야기한다. 얼마나 착한가. 어떻게든 아내와 잘 해보려고 하는데 정작 여자의 진짜 마음은 잘 모른다. 그런 면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피트가 좋고 사랑스럽다. Q 닐과 존의 경우는 어떤가. 닐은 쉽게 이야기하면 ‘진상’이다. 여자 때문에 너무너무 아파서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픔을 즐기는 것 같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닐을 통해서는 미친 슬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꼭 표현하고 싶다.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운다고들 하는데, 남자가 작정하고 울면 여자보다 더 많이 운다. 정말 엉엉 대성통곡을 한다. 그 정도의 아픔을 닐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 존은 조금 다르다. 피트가 가장 일반적인 사람, 닐이 가장 감성적인 사람이라면 존은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식인인 것 같다. 나와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나는 지식인도 아니고 이성적이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이 사람의 아내가 아프다. 아내는 모든 남자를 불신하고, 길을 가다 누가 조금만 시비를 걸어도 착란증세를 일으키며 화를 내는 여자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나.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와의 소통을 잃어버린, 그래서 아내를 향한 사랑이 증오로 바뀌어버린 인물이다. 그 혼란과 증오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Q 각 인물 별로 외적인 특징을 따로 설정해둔 것이 있나. 고민을 해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각 인물의 감정 자체가 워낙 다르고 강하니까. 닐의 경우 등장할 때부터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이라 특별히 다른 표현이 필요 없다. 피트를 연기할 때는 두 커플이 무대에서 동시에 대화를 이어가는 극의 양식에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 거기에 더 집중했다. 존의 경우에는 표정을 많이 짓지 않고 사람의 눈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든가 하는 모습으로 최대한 냉정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Q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낼 것인가?” 여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 내 생각에 이 작품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 사랑, 아내, 믿음과 같은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 또는 그런 소중한 것들이 일상적인 것이 돼서 지치거나 소위 말하는 ‘쇼윈도 부부’가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질문이 좀 묵직하긴 하지만, 난 그냥 이런 생각을 했다. 아내한테 잘 해야겠다고. 관객들도 이 작품을 보고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 배우자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특히 오래돼서 색 바랜 관계들, 그게 사실은 예쁜 건데 헌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지 말고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하자는 것, 그게 이 작품의 메시지 같다. Q 만약 결혼 전에 이 작품에 출연했다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지금과 달랐을까. 달랐을 것 같다. 특히 피트의 경우에는 결혼 후에 연기하게 돼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적당한 상상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훅훅 들어와버린다. 닐의 경우엔 결혼했든 아니든 상관 없을 것 같고. 존의 경우 결혼하고 한 10년 정도 지나서 하면 잘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아직까지는 존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내가 죽길 바라는 그 아픔이나 중오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상상해서 연기한다. 근데 나와 같은 역할을 맡은 (정)문성이는 나보다 훨씬 더 잘 하더라(웃음). 공연장면(수현재컴퍼니 제공)Q 건전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주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잡지 . 1999년~2000년도 즈음에 1년 정도 꾸준히 봤던 것 같다. 원래 어렸을 땐 되게 안 착했다. 날라리였고 철도 없었는데, 그 즈음 을 잃고 가치관이 많이 형성됐다(웃음). 나는 1년에 한 번씩 를 읽는다. 그렇게 한 지 10년쯤 됐는데, 볼 때마다 꽂히는 내용이 다르다. 예전에는 사랑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면, 최근엔 다른 게 눈에 들어오더라. 어린 왕자가 어느 행성에서 술 취한 아저씨를 만나 “아저씨는 왜 그렇게 취해있어요?”라고 묻는데, 아저씨가 “내가 술 취한 모습을 잊고 싶어서 술을 마신다.”고 대답한다. 그 전까진 한 번도 눈에 안 들어오던 부분인데, 최근 읽었을 땐 그 부분에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일이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문득 돌아보니 내가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더라. 잘 쉬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역설적으로 그 일에 파묻혀서 쉬질 못하고 있는 거다. 그 경험 때문인지 그 얘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Q 화가 날 때는 어떻게 하나. 그게 배우로서 되게 힘들다. 작년인가 재작년쯤 의 솔롱고와 의 수환과 의 리를 동시에 했던 시기가 있다. 세 인물 모두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다. 그 때 길을 가다 어떤 사람과 부딪혔는데, 너무 아픈데도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화를 내야 할지, 사과를 해야 할지, 원래의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김종구라는 자아가 없어진 거지. 그 때 되게 우울했다. Q 어떻게 그 우울함에서 벗어났나. 과 로?(웃음) 솔롱고나 리, 수환이 아니라 원래 김종구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찾으면서 벗어난 것 같다. 그때 그때 끌리는 게 다른데, 그땐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서 오토바이를 사서 혼자 가평에 다녀왔다. 자연을 보면서 그렇게 다녀오니 힐링이 되더라. 그 때 이런 생각도 했다. 나는 평생 배우를 할 테니 내가 연기하는 인물에게서 너무 많이 영향을 받기보다 내 안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놓고 각각의 인물들을 잘 갈무리해서 넣어두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지금은 그런 방을 늘려가는 시기인 것 같다. 처음엔 그게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지만,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은 많이 지혜로워졌다. Q 아역시절을 빼면 2005년에 데뷔해서 이제 데뷔 11년차 배우다. 스스로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나. 자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인터뷰라서 사탕발림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난 원래 가진 달란트가 별로 없다. 그래서 한 인물을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되게 많이 걸린다. 물론 병신은 아니다. 진중하고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고, 진심으로 그 인물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진짜 그 사람으로 보이는 게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고, 그런 연기를 지향하고 있다. 예전에 최대훈 배우와 같이 를 한 적이 있다. 대훈이가 연기를 진짜 잘 한다. 테크닉 같은 것들도 훌륭하고 머리도 좋아서 짧은 시간 안에 에너지를 금방 내서 표현을 한다. 그래서 난 대훈이가 연기의 신인 줄 알았다. 그러다 작년에 를 같이 했는데, 별반 차이가 없는 거다. 깜짝 놀랐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왔는데 ‘아, 내가 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전까지는 내가 얼만큼 늘었는지 몰랐다. 아내한테도 그 얘기를 했더니 ‘그렇게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럼 안 늘겠어’ 하더라(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했다. 연출과 몇몇 배우들이 다 중앙대를 나왔고, 문성이랑 나만 순천향대학교를 나왔다. 예전에는 중앙대학교를 가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 연기천재들만 있을 줄 알았다. 대훈이도 중앙대학교를 나왔으니 그렇게 머리에 각인이 된 거다. 근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보니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차이가 없는 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성장한 거였다. Q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같다. 계속 발전할 테니까. 실력이 는다고 해서 무림의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또 다른 작품을 하면 또 처음부터 해나가야 한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내 안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서 각 인물들을 잘 갈무리해 놓았다가 또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나가야지. Q 곧 아빠가 된다고 들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누가 아기한테 “누가 제일 좋아?”하고 물으면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대답하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잘 놀아줘야 되는데 내가 힘이 없어서(웃음). Q 만약 아들이 나중에 커서 연기자가 된다고 하면? 아빠보다 잘 할 자신 있으면 하라고 하고, 자신 없으면 하지 말라고 할 거다. Q 앞으로 40~50대의 인생에서 바라는 것, 그리고 있는 모습이 있다면. 가평이나 그 비슷한 교외에서 큰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내가 쉰 여섯이 되면 아기가 스무 살이 됐을 테니 아기는 나가라고 하고, 마당에서 큰 개를 키우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아내랑 같이 등산도 하면서. 그 때는 1년에 한 편 정도 연기를 하면서 살면 좋겠다. 얘기만 해도 행복하다. 예전엔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좋은 배우가 되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건 꿈이 아니라 계속 훈련해가야 할 목표이고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원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은 이미 이뤘다. 그러면 앞으로는 배우로서 내 안에 계속 예쁜 방을 만들고 내공을 쌓고 몸을 더 많이 열어서 무언가를 멋지게 표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훈련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이제 꿈은 없고 계획만 있더라. 꿈만 같은 계획.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와 계획이 있으니까 그걸 향해 달려가는 거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5.07 / 조회 1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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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킹 인 텅스> "특이한 형식, 어렵지만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 될 것"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부분은 '독특한 구조'에 대한 것이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구조의 작품이지만 "새로운 극작법이 주제로까지 연결되는 부분이 그간 호평을 받아온 이유인 것 같다."는 것이 김동연 연출의 의견이다. 아시아 초연으로 오는 5월 한국 무대에 오를 연극 의 제작발표회가 지난 1일 열렸다. 제목인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는 방언, 즉 '무의식이나 종교적 황홀 상태에서 터져 나오는 뜻을 알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을 가진 숙어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하는 말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남다른 형식을 통해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김 연출은 설명했다. 김동연 연출"총 3막의 작품으로, 동시에 불륜을 벌이는 두 쌍의 부부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야기하는가에 따라 다른 결론에 이르는 모습이 펼쳐진다. 또 다른 인물들의 상황들도 부부들 이야기와 퍼즐처럼 맞춰지며 실종사건이라는 이야기가 구성된다. 이런 파편화된 이야기들이 3막에서 전체적으로 모아지는, 굉장히 실험적 구조의 대본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한국 공연에는 '잃어버린 자들의 독백'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미 어떤 상처를 갖고 있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홉 명의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대에서는 단 네 명의 배우들이 저마다 두, 세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맡아 선보이는 것도 독특하다. 이승준, 강필석전익령, 강지원"배우라면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강필석은 레온과 닉 역을 동시에 맡는다. "겉으로 볼 땐 상남자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연습해보니 그렇지 않아 점점 어려워진다."는 그는 극중 긴 독백 부분을 어떻게 소화할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강필석과 더블 캐스트로 나선 이승준 역시 "연극의 매력은 연습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연습과정이 어느 때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들 뿐 아니라 피트, 닐, 존 등 세 캐릭터로 분할 김종구, 정문성과 쏘냐, 발레리 역에 더블캐스팅 된 전익령, 강지원, 그리고 제인과 사라로 변신할 김지현과 정운선 등 출연 배우들은 "부부나 특정 사람이 아닌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운선, 김지현정문성, 김종구는 1996년 시드니에서 초연 후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2001년 영화 로 만들어져 호주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 개봉하기도 했다. 같은 해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이 올라간 후 영국, 캐나다 등 영미권에서 공연을 이어갔으며 2009년 웨스트엔드 공연에는 영국드라마 의 인기 배우 존 심이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5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4.02 / 조회 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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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의 변주곡> 예상치 못한 다른 무언가,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었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둣방의 가죽조각’이라며 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곡을 무려 33개의 변주곡으로 탄생시켰을까.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앞에 둔 음악학자 캐서린은 왜 베토벤의 ‘33개의 변주곡’ 탄생 배경을 알아내려 했을까.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베토벤은 점점 귀가 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 중에 악보 출판업자인 디아벨리가 부탁한 ‘변주곡 한 편’도 들어있다. 하지만 베토벤은 한 편에서 머물지 않고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 서른 세 편의 변주곡을 쓰고야 만다. 21세기 뉴욕에서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음악학자 캐서린은 이제 옷의 단추조차 꿰기 힘들 정도로 관절이 굳어간다. 걸음도 쉽지 않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그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본, 베토벤의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베토벤 하우스로 홀로 향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연극 은 의문에 대한 답 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베토벤과 캐서린,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것 외에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 작품은 그들의 걸음이 향한 목적이 아니라 걸음 속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단편들에 의미를 담는다. 변주는 하나의 테마곡이 다른 느낌과 방식의 곡으로 변하는 것, 극중 디아벨리가 “베토벤이 푸가를 썼을 리가 없어!”라고 말하듯,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창작이 변주곡이다. 베토벤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고통으로 스스로를 내몰며,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서른 세 개의 창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는 자신을 부수며 예술가의 혼을 따르던 베토벤의 열정이다. 베토벤의 변주곡이 차례로 무대 위에 연주될 때마다 캐서린과 그의 딸 클라라의 관계도 변한다. 재능을 꾸준히 발하지 않고 직업을 바꿔 내내 못미더웠던 딸 클라라의 진심을, 연구를 위해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의 열정을, 서로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이들 관계의 변주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이해와 아름다움, 기쁨의 순간들을 창조해 낸다. 작품이 어떤 의문에 대한 정답도 주진 않지만, 극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들은 저마다 주관식 답안지를 뿌듯하게 채운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변주곡 33개 중 20여 개의 곡이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된다. 음악에 따라 바뀌는 장면들에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대단히 웅장하게 자리하는 무대가 아름답다. 영상에 투영되는 베토벤의 33개 변주곡 필사본과 수 없이 찢고 버려졌을 악보들로 채워진 벽면은 작품의 무게감에 세련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박지일은 연기 뿐 아니라 그 외형에서도 베토벤의 모습이 물씬 풍기며, 캐서린 역의 윤소정은 연륜이 뿜어내는 짙은 연기의 멋과 밀도를 유감없이 선사하고 있다. 공연 초반 보다 가지를 치고 장면을 매만진 지금, 줄어든 러닝타임을 포함해 관객들이 이해하기에 더욱 자상한 무대가 되었다. 2009년 3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신작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11.10 / 조회 1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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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58]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왈츠, 연극 ‘33개의 변주곡’
연극 ‘33개의 변주곡’은 음표를 오선지에서 해방시켰다. 이미 다섯 개의 줄에서 자유로운 베토벤의 음악이 19세기 오스트리아를 넘어 현재와 만나는 지점, 연극은 그 찰나적 경이의 순간을 부족함 없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작품에는 베토벤의 위대함에 대한 고리타분한 병렬식 설명과 늘 보아왔던 과장된 광기의 지루한 묘사가 없다. 때문에 그의 이름이 주는 위압감과 기대감에 함몰되는 식상한 안타까움도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오선지 위를 거닐며 19세기와 현재를, 사람과 사람을, 관계와 이해를 조심스럽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베토벤, 음악학자 캐서린, 그녀의 딸 클라라라는 세 개의 꼭짓점이 있다. 뒤를 돌아 모두를 외면할 수도, 한쪽으로 몸을 돌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도, 정면을 마주하고서 모두를 담을 수도 있는 삼각구도다. 삼각형의 크기는 서로의 체취를 완벽하게 느낄 수 없지만 시야 안에 둘 수 있을 만큼의 거리다. 하나의 꼭짓점에는 개인에게 부여된 삶이 있으며 삶 속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캐서린으로, 연극은 루게릭병에 걸린 그녀가 베토벤 말년의 삶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천장까지 솟은 보관대와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찬 캐비닛은 베토벤이 누구인지, 그를 추적하는 작은 여인 캐서린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가득한 베토벤의 스케치는 사각형 종이를 넘어 영상으로 구현되며 베토벤을 관통하던 멜로디를 소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만든다. 영상의 효과적 사용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시각적 웅장함을 선사한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33개의 변주곡’이 늘어져 있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의 신경을 내리친다. 그 한가운데 선 캐서린이 몸서리치게 궁금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정리방법이 아니라 베토벤이 왜 ‘33개의 변주곡’을 만드는데 집착했느냐다. 베토벤은 왜 자신이 ‘구두 수선공의 헝겊조각’이라고 폄하했던 디아벨리의 왈츠에 그토록 집착했는가.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을 성실하게 그려내는 동안 연극은 33개의 변주곡 더불어 인간을 조명한다. 세 개의 점을 잇는 선은 육체적 거리감이 아니라 정서적 동질감,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고뇌와 애정의 연결 통로다. 우리, 여배우의 눈물을 기억하다일곱 개의 점이 합일을 이루는 순간 한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곳은 문서보관소의 소품이고 베토벤의 작업 공간이며 캐서린의 병원 검사대다. 그렇게 소통이 시작된다. 얇은 속옷 차림으로 고독의 추위에 아파하는 캐서린이 베토벤의 등에 기대는 순간, 우리는 어떠한 대사로도 표현될 수 없는 단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예술과 인생의 만남이 이렇게 간단한 포즈 하나로 표현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이다. 현재와 교차되는 시간이 빈번해지는 베토벤의 시대는 그녀와 베토벤, 나아가 관객과 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린다. 한 무대에 동시 등장하며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과정들은 캐서린과 베토벤이 시대를 넘어 불가능한 우정을 나누었을 거라는, 그러길 바라는 저릿한 감동을 전한다. 차곡차곡 쌓아진 여러 가지 물음은 노력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의 밀도로 삼각형을 채운다. 존재를 증명하는 세 개의 작은 점이 하나가 되기까지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배우의 힘은 대단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 선을 보이게 돼 벅차다며 가슴을 치던 배우 윤소정의 눈물을 기억한다. 중년 여배우의 과장된 카리스마가 아니라 연극에 진실한 배우의 농축된 눈물 한 방울은 거대한 대극장 무대를 잠식시키고도 남는다. 우리를 ‘진짜 베토벤’과 만나게 해준 배우 박지일과 아파서 차가운 딸 서은경, 묵직한 존재감으로 조연 없는 작품을 탄생시킨 이호성, 길해연, 박수영, 이승준 등 배우들의 호연은 대단한 원작보다 위대하다. 일곱 명의 배우 서로가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마지막 장면, 분명 손끝을 스치는 그들의 인사를 관객들이 느꼈을 거라 믿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1 / 조회 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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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이 밝혀진다
귀가 먹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던 베토벤의 말년, 그는 왜 평범한 왈츠곡을 33편의 변주곡으로 만드는데 열중했는가. 음악학자 캐서린의 궁금증으로 연극 은 시작된다.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가 생의 마지막 열정을 쏟아 베토벤이 작곡한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풀어가는 연극 의 막이 올랐다. 영화감독이자 연극 연출가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모이시스 카우프만이 쓰고 연출해 2009년 3월 뉴욕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명배우 제인폰다가 음악학자인 캐서린 브랜트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무대. 한국 초연 무대는 연극 등을 통해 섬세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선보인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으며, 연기파 배우 윤소정, 박지일, 이호성이 각각 루게릭 병에 걸린 음악학자 캐서린, 베토벤, 그리고 악보 출판업자 디아벨리 역으로 나섰다. 지난 주 작품의 주요 장면을 공개하기에 앞서 김동현 연출은 “음악에 담아 있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베토벤이 찾아낸 것임과 동시에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윤소정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공연 개막에 감격해 하는 동시에 매몰된 광산에 갇혀 있다 극적으로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 이야기에 빗대어 “33은 행운의 숫자”라며 인상 깊은 다짐을 보여주었다. 음악 출판업자 디아벨리가 자신의 회사 홍보를 위해 작곡한 왈츠곡을 여러 유명 작곡가들에게 보내 변주곡을 써 달라는 부탁이 사건의 발단이다. 평소 왈츠를 싫어했을 뿐더러 그 왈츠곡에 악평을 더했던 베토벤이 총 33개의 변주곡을 작곡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작품에 대한 비밀은 청력을 상실해 가는 베토벤과 루게릭 병으로 생의 끝을 예감하는 음악학자의 교감, 자신을 아끼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금씩 이해해 가는 딸 등의 드라마와 함께 한다. 무대 한 쪽에선 연극의 각 장 마다 디아벨리 변주곡이 연주된다. 토니상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스크린을 활용한 암시적인 무대도 독특하다. 연극 은 오는 11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33개의 변주곡'의 비밀을 탐구하는 음악학자 캐서린(윤소정)아픈 몸으로 베토벤 문서 보관소에 간다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딸(서은경)베토벤, 과연 그는 왜 맘에 들지 않았던 왈츠 변주곡 작곡에 힘쓰는가?살며 사랑하며, 그것이 행복. 엄마의 간호사(이승준)와 연인이 되는 딸천재와 광인 사이, 베토벤(박지일)베토벤 하우스에서 그녀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엄마를 이해해 가는 딸, 그런 딸을 다시 보게 되는 엄마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이민옥
2010.10.19 / 조회 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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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은 없다> 일본에서 살지 못하는 일본인 이야기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 연극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가 지난 11일 막이 올랐다. ‘조용한 연극’ 붐을 일으켰으며, 국내에 3부작과 로 공연된 ‘도쿄노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히라타 오리자의 2008년 작, 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말레이시아의 한 리조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의 중, 장년층의 일상을 통해 은퇴이민, 히키코모리, 집단 따돌림 등 현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잔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 다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일상의 대화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일본을 일군 중,장년층이 바라보는 그들 사회에 대한 시각이 비춰진다. 가장 오랜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아키라 역의 최용민을 비롯하여, 예수정, 서이숙, 주인영 등이 호흡을 맞춘다. 한국 사회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일본인들의 이야기 는 6월 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연극 공연장면 은퇴 이민으로 말레이시아에 사는 부부.반가운 딸들이 방문했다.이들이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 부부의 선물, 풍선껌. 나만 기억하고 있는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참 이상하죠? 꼭 일본 술만 찾게 된다니까요.""꿈 속에서 남을 죽이지 못하는 것 보다 더 괴로운건,내가 죽지 않는 거에요. 어떻게 해도 난 죽지 않아요"애정이 넘치는(?) 이들 부부의 정체는?상처는 상처를 알아본다.혼자 사는 아버지 곁에 있고픈 딸.다 큰 딸을 어서 내보내려 하는 아버지.속 앓이 하는 부부들, 속 앓이 하는 부인들, 많습니다.석양이 진다. 황혼의 이들이 사는 오늘은 어떤 모습인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5.12 / 조회 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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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 되어> 그리움을 안고 “여보, 잘 지냈어....? ”
세월이 흐르며 점점 늙어 가는 남편과, 젊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아내는 묘한 서글픔을 자아낸다. 연극 는 부부에 대해, 인생에 대해 평범한 언어로, 조금은 특별한 형식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보, 오랜만이야” 하며 남자가 여자를 찾아온다. 서로 진한 그리움을 풀어놓으며 반기지만 어딘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엇박자가 감지된다. 여자는 남자를 향해 말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는 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은 더 독특하게 풀어낸다. 젊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내와, 그런 아내의 묘소를 찾는 남편의 이야기를 때론 소소하게, 때론 아픔을 담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편의 기억 속 아름다운 아내. 그 아내는 항상 그 모습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은 아내를 찾아와 자신의 재혼을 전하고 딸 아이의 성장과정을 이야기 한다. 그런 남편을 여전히 걱정하는 아내와 아내를 보지 못하는 남편과의 엇갈린 대화에는 이들의 말하지 못한 비밀과 아픔, 그리고 사랑한 아내를 떠나 보낸 남자의 외로움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대화 아닌 대화 속에서 그들의 오해와 상처는 가끔 실체를 드러낸다. 상처를 꺼내놓기도 전에 헤어져야 했던 부부. ‘당신이 사랑한 게 나였을까’란, 살아 있었던들 물어보지 못할 남자의 아픈 물음표에 여자는 흐느낄 수밖에 없다. 연극열전2의 마지막 작품인 연극 는 로 데뷔한 박춘근 작가가 섬세한 감성으로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창작 연극. 지난 1년간 연극열전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배우 조재현이 직접 무대에 서 주목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을 뜬 부인과 부인의 묘를 찾아오는 남편과의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삶과 죽음, 남편과 아내에 대해 잔잔하게 풀어내는 이 작품에서 조재현은 30대 젊은 청년에서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연기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부인으로 연기하는 이지하의 순수한 내면연기도 극을 편안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부부 이외에도 노부부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감초연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세상만사 영 무심한 듯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할머니와 평생 바람둥이로 살았던 할아버지의 귀여운 애증이 없었다면 영 심심한 극이 됐을지도 모른다. 는 스토리의 촘촘함은 2% 부족하지만 한편의 연극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부부의 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이 흐를수록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한다. 극 중 말대로 “민들레가 지랄 맞게 핀”곳에 보여주는 한 부부의 사연이, 홀로 남은 남편의 삶이, 우리네 마음을 건드리는 건 틀림없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11.21 / 조회 16,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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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 되어> 조재현, 평범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 한다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해 온 조재현이 연극열전2의 마지막 작품 에서 배우로 무대에 선다. 소녀 같은 아내를 만나 일생 그녀를 사랑하지만 뜻밖의 비밀과 마주하는 평범한 은행원 이야기인 에서 조재현은 연극배우 이승준과 함께 주인공 안중기 역을 맡는다. 그의 비밀스런 아내 오지영 역으로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 에서 세상이 만든 ‘억울한 여자’ 역을 뛰어나게 소화한 이지하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극열전2의 작품들 중 이후 2번째 창작 초연작인 이번 무대는 를 쓴 작가 박춘근의 작품으로, 조재현은 “내용은 보편적이며 형식과 무대에서 보여지는 연극성은 뛰어나 매우 신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의 독백으로 극의 상당부분이 진행되는 이번 작품을 두고 “한 남자의 인생이 압축적인 시간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말한 이낙형 연출은 “10년, 20년, 30년 시공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일상적인 언어와 배우의 색깔이 묻어나는 연극적인 언어로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매력만점 감초역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한휘와 연극 의 꺾꺾이로 다시금 주목 받은 연기파 배우 김상규는 부인의 죽음을 앞두고 바람기를 버리고 아내에게 헌신하는 노인 역으로 선다. 잘 생긴 남편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젊은 날을 보낸 노부인 역은 극단 골목길의 배우이자 이한휘와 함께 현재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 중인 황영희가 맡아 웃음과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에서 조재현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한휘는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산자와 죽은자의 대화를 통해 가슴 깊은 애틋함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라고 진지하게 운을 띈 후 “아이돌 그룹 못지 않은 살인적인 스케줄이지만 조재현이 벌려준 판에 가볍게 승차만 하면 되어서 매우 감사하고 즐겁다”라고 특유의 유머를 선사하기도 했다. "2009년 12월 부터 13개월간 진행될 연극열전3을 이미 준비중에 있다"는 조재현은 창작 초연작인 이번 작품을 두고, “신인작가 발굴 역시 연극열전이 할 일 중에 하나”라고 말하며 “아무런 지원 없이 장기 공연하는 만큼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연극 는 오는 11월 7일부터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10.29 / 조회 3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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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마지막 작품 <민들레 바람 되어>, 조재현, 이한위 등 캐스팅
지난 2007년 12월 을 시작으로 긴 장정에 들어간 연극열전2의 마지막 작품 (연출 김낙형)가 오는 11월 7일 개막한다. 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편, 아버지로서의 ‘남자’ 안중기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노부부의 이야기. 해를 거듭하며 나이가 들어가는 남편과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내의 엇갈린 대화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그들의 만남과 사랑, 오해의 사건들이 인생의 단편처럼 펼쳐져 감성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신예 작가 박춘근이 연극 로 등단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극이자, 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연극열전2의 창작 초연 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작품에는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연극에 오르는 조재현이 남자 주인공 ‘안중기’를 연기하며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연극계의 연기파 배우 이지하가 조재현의 서툰 사랑을 받으며 한 남자의 인생을 보듬는 아내 ‘오지영’역으로 출연한다. 또한 2007 에서 연기력과 앙상블을 보여줬던 이한위, 김상규, 황영희가 다시 뭉쳐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는 오는 11월 7일부터 2009년 1월 1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2008.10.06 / 조회 19,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