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관객리뷰] 대형뮤지컬의 대표주자, 뮤지컬 ‘레베카’
인기와 실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의 대거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은 뮤지컬 ‘레베카’는 이번에 삼연을 맞이했다. 객석이 4층까지 있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점유율 91%를 달성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막심과 결혼해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이히(나)가 죽은 전부인 레베카가 아직도 살아 숨쉬는듯한 맨덜리 저택으로 들어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극적인 이야기와 반전, 멋진 무대, 시원한 노래와, 안정을 넘어선 연기로 대형 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화려한 무대세트와 활용’ 뮤지컬 ‘레베카’의 웅장한 무대세트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2층의 높이와 무대 뒷면을 꽉 채우는 세트면적의 거대함, 어두운 보라색 메인컬러의 음산함, 프로세니움 아치 속 의자와 시계소품의 섬세함에 압도된다. 특히 맨덜리 저택은 커다란 나선형 계단과 액자, 비를 내려주는 장치로 ‘레베카’만의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 시켰다. 또한 넓은 무대에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사이드까지 영리하게 다 사용했다. 무대 중앙은 대체로 맨덜리 저택과 부둣가와 같이 넓은 장소의 배경으로 사용됐다.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은 사이드에서 등장했는데, 오른쪽은 프랭크의 방으로 왼쪽은 이히의 호텔방, 보트보관소, 베아트리체의 방으로 활용됐다. ‘베테랑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 뮤지컬 ‘레베카’는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이히는 초반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막심과 헤어지기 싫은 소녀감성, 순수함에서 후반 ‘미세스 드윈터는 나야’에서는 당찬 강한 여성의 면모가 나타난다. 막심은 ‘놀라운 평범함’에서는 부드러운 음색의 사랑에 빠져 마냥 행복한 남자인데, ‘칼날 같은 그 미소’에서는 풍부한 성량의 기억하기 싫은 과거에 대한 두려움, 처절함, 광기를 가진 남자가 된다. 댄버스 부인은 주인에 대한 집착의 ‘영원한 생명’, 엄청난 고음으로 등장인물 모두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레베카’에서 보여준다. 뮤지컬 ‘레베카’는 자체로도 작품성이 좋지만, 배우들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진심으로 몰입한 감정연기를 보여줌으로써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뮤지컬 ‘레베카’는 4월 2일과 3일 울산공연을 앞두고 있다. 사진_EMK뮤지컬컴퍼니리뷰가 김승현 newstage@hanmail.net
2016.04.04 / 조회 4,086
-
뮤지컬 ‘루나틱’ 2016 소극장 라이브 컴백
뮤지컬 ‘루나틱’이 2016년 소극장 라이브로 돌아온다. 뮤지컬 ‘루나틱’은 2004년 소극장 뮤지컬로 시작했다. 작품은 이후 세종문화회관, 새천년홀, 패션 아트센터 등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작품은 2005년, 2006년 예매순위 1순위를 차지했다. 작품의 원작은 미국 희극작가 ‘닐 사이먼’의 ‘굿 닥터’다. 뮤지컬 ‘루나틱’은 ‘굿 닥터’ 중 3개의 에피소드를 각색해 만들었다. 뮤지컬 ‘루나틱’은 그간 다양한 배우들을 배출했다. 홍지민, 진이한, 신다은, 김선경, 김범래, 주원성, 임춘길, 정영주 등 배우와 소찬휘, 김숙, VOS김경록, 제국의 아이들 정희철 등이다. 작품의 작가는 황선영이다. 작곡은 권오섭, 연출은 대학로도깨비가 맡았다. 관람등급은 만 13세 이상이다. 2016년 뮤지컬 ‘루나틱’은 4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대학로 이엘프러스가든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_(주)이엘플러스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25 / 조회 4,848
-
“송창의 아닌 막심 그 자체” 뮤지컬 ‘레베카’ 서울 공연 성료
배우 송창의가 뮤지컬 ‘레베카’ 서울 공연을 호평 속에 마쳤다. 배우 송창의는 3월 5일 뮤지컬 ‘레베카’ 서울 마지막 공연을 치렀다. 그는 ‘막심’으로 분했다. ‘막심’은 트라우마를 지닌 영국 신사로 젠틀함과 히스테릭함을 오가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송창의’가 아닌 ‘막심’ 그 자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창의는 “뮤지컬 ‘레베카’는 제게 잊지 못 할 강렬한 기억이었다. ‘막심’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관객분들께 닿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함께 호흡해주시고 같이 울고 웃어주셨던 배우, 스태프, 모든 관객분들 덕분에 무대에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남은 지방 공연도 최선을 다 할 테니 마지막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막심을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배우 송창의는 3월 12일부터 전주, 울산, 성남을 투어하며 뮤지컬 ‘레베카’ 지방공연을 한다. 3월 29일부터는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아르망’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사진_EMK뮤지컬컴퍼니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3.10 / 조회 3,202
-
뮤지컬 ‘레베카’ 문화소외시민 1천900명과 만남
뮤지컬 ‘레베카’가 지난 2월 18일 1천 900명의 문화소외시민과 만났다. 뮤지컬 ‘레베카’는 ‘문화예술 나들이’ 프로그램의 공연풀(pool)로 선정됐다. ‘문화예술 나들이’는 저소득시민을 대상으로 한 2015년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시가 주최한다. 주관은 서울문화재단이 한다. 이 사업은 맞춤형 급여수급자를 비롯해 기초·차상위계층의 시민에게 문화예술관람 및 국내 여행, 스포츠 관람을 제공하는 문화복지사업이다.‘문화예술 나들이’는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자발적 관람이 어려운 시민들을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 및 전시장으로 초대해 문화 예술 관람 및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연, 전시 관람의 기회제공뿐 아니라 이동차량, 인솔자 등의 관람 편의 서비스를 함께 지원하고 있다.뮤지컬 ‘레베카’는 맨덜리 저택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전 부인인 레베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막심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다. 출연진은 류정한, 민영기, 엄기준, 송창의, 신영숙, 차지연, 장은아, 김보경, 송상은, 최민철, 이시후, 김희원, 한지연, 이정화, 정수한, 윤선용, 김순택, 이종문, 허정규 등이다.뮤지컬 ‘레베카’는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EMK홍보팀허윤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2.22 / 조회 2,382
-
뮤지컬 ‘레베카’ 송창의, ‘막심’ 역 몰입도 최고
배우 송창의가 뮤지컬 ‘레베카’에서 ‘막심’ 역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송창의는 “의상을 갈아입거나 마이크를 체크하는 시간에도 마음을 다스리며 캐릭터에 깊게 몰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막심’은 억눌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 그의 성격을 ‘양면성’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젠틀하면서도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여주고 분노를 터뜨릴 때도 이 부분들을 염두했었다. 한편으론 일관적으로 사람냄새가 나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칼날송’은 ‘막심’이 줄곧 억눌러왔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사랑을 통해 치유받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중요한 장면이다. 가장 애착이 가면서도 그만큼 부담감이 컸다. 이 넘버에는 ‘막심’의 이야기와 여러 가지 감정들이 녹아 있다. 이 감정들을 찾아가고 회수하면서 씬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공연 관계자는 “송창의는 ‘막심 앤 하이드’라는 별명이 탄생할 정도로 급격한 감정변화를 겪는 ‘막심’의 면면들을 흡입력 있게 담아낸다. 그는 젠틀함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막심’의 분노를 곳곳에서 내비쳐 극을 흥미롭게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WS엔터테인먼트 허윤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2.22 / 조회 2,743
-
”이제는 댄버스 부인이라는 복면을 쓸 차례” <레베카> 차지연
맨덜리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저택이며, 막심이 전처 레베카와 함께 살았던 곳이다. 이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은 무표정으로 저택 곳곳을 활보하며 어두운 기운을 드리운다. 올해 세 번째 공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의 새로운 집사, 차지연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한다. 그녀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이하 )에서 당당히 5연승을 차지하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제는 속시원히 가면을 벗게 된 차지연을 만나 소감을 물었다. 무대 밖의 그녀는 카리스마보다 털털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Q MBC 예능프로그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웃음) 10주 동안의 긴 여정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이젠 속시원히 말할 수 있게 됐다. (웃음) 원래 처음에 섭외 들어왔을 때는 안 하겠다고 했다.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방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한 번쯤은 나가봐도 좋지 않겠냐"고 권유를 많이 했다. 그래서 정말 마음을 비우고 나갔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사랑 받을 줄 상상도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고 웃긴 캐릭터로 하고 싶어서, 치킨녀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닭 분장의 가면을 쓰고, 손에는 닭발 장갑 끼고 말이다. (웃음) 그런데 작가들이 사전 인터뷰를 하고 나서 나에게서 전사 같은 이미지를 보셨나 보다. 그래서 여전사 캣츠걸로 나오게 됐다. Q 첫 녹화가 방송된 후,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렸다.네티즌들이 너무 빨리 알아차리셔서 속으로 뜨끔했다. 댓글에 목 아래 점을 보고 나인 줄 알겠다고 하신 분을 보고는 그 수사력에 깜짝 놀랐다. 나도 목 아래에 점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웃음)Q 복면을 쓰고 방송 무대를 누볐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얼굴이 가려져 있다는 자체가 정말 희한하게도 큰 힘이 됐다. 사실 카메라 앞에서 노래하는 것에 울렁증이 있는 사람인데, 복면이 이상한 힘을 발휘하더라. 그래서 좋아하는 곡들로 준비하려고 했고, 또 신나는 곡들을 많이 했다. 그리고 가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마음껏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욕심을 가지고 했다면 더 잘 하려고 무언가 많이 준비를 했을 텐데, 일단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어서, 무대에서 잘 놀 수 있었다. 또 뮤지컬은 작품 안에서 맡은 역할로서 노래하기 때문에 다른 곡들을 내 스타일대로 불러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까 그래서 더 신났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맡은 댄버스 부인 역 또한 마치 복면을 쓴 것과 같다. 뮤지컬배우들은 본인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느 댄버스 부인, 송화, 명성황후 등 자신이 맡은 역할로 불린다. 그 역할 자체가 복면인 거지. 그렇게 무대에서 늘 캐릭터라는 복면을 쓰니 방송에서도 자유롭게 놀 수 있었고 ‘복면을 쓰는 것을 부담 없어했구나’싶다.Q 이야기를 해보자면, 댄버스 부인과 잘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전에도 종종 들었을 것 같다.초연 때부터 이따금씩 들었다. 댄버스 부인은 소위 말하는 예쁜 공주과나 섹시한 캐릭터도 아니고, 나 또한 그런 역할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 워낙에 강인하고 극적인 역할을 많이 해서 댄버스 부인에게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 캐릭터는 저음뿐 아니라 고음도 잘 내야 하는 역할인데, 나는 소프라노 음역대가 아니라 탁성의 허스키하고 중저음대가 메인 음역대라서 한계를 극복하고 부딪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래서 는 나에게 있어 도전인 작품이다. 공연 장면Q 1막 시작하고 30분 후에나 등장하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대단하다.무대 뒤에서 반 호 퍼 부인의 익살과 막심과 나의 핑크빛 무드를 지켜본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심어줘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대기하고 있다. 2층에서 처음 등장할 때 객석의 어느 관객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객석 끝 어디쯤을 찍어 놓고, 객석의 공기를 내 기운으로 촘촘히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다. 사실 그때 노래에는 그렇게 힘을 주고 부르진 않는다. 오히려 기운을 퍼트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운을 흘러 보내고자 노력한다. Q ‘레베카’라는 곡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넘버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1막에서 부르는 ‘레베카’는 그리움에 대한 찬양이다. 레베카가 아침에 잠깐 어디 볼일을 보러 나간 사람처럼 정말 그녀가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하고 부른다. 두 번째는 2막 발코니신이다. 1막에서 지금까지 억눌러있던 그리움, 분노, 원망, 등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해서 터져 나오는 광기의 느낌이라면 마지막으로 부르는 ‘레베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댄버스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곡이다. 그래서 그 부분은 굉장히 많이 비워내려고 노력한다. Q 댄버스 부인은 막심의 새로운 부인 ‘나’를 어떻게든 저택에서 쫓아내려 한다. 2막 첫 장면인 발코니 신에서 댄버스의 마음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댄버스 부인의 입장에서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순간이기 때문에 ‘이때다’싶은 거다. '우주의 모든 기운이 나를 돕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경보가 울리는 순간 돌아버리는 거다. 댄버스 부인이 내는 그 극도의 화는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다.Q 도대체 댄버스 부인은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레베카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모성애적인 사랑이다.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하면서, 엄마처럼 그녀가 자라는 모습도 지켜보면서 한없이 주고 싶은 거다. 두 번째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 곁에 있는 이성들에게 질투를 느낀다. 남자로서 그녀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하고 보호하고 싶어 한다. 세 번째는 같은 동성으로서 대리만족과 질투심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다. 그녀는 댄버스 부인에게는 없는 모든 걸 완벽하게 가진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많은 것을 내포하는 그녀에 대한 많은 것들이 올바르지 않는 방향으로 가면서 그녀에게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광적인 짝사랑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나만의 댄버스 부인은 '쓸쓸하고 처연한 느낌의 댄버스 부인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Q 지난 11월에는 결혼 소식으로도 화제가 됐다. 결혼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쉽게 말해서 결혼 전에는 비극, 부정적인 시각, 어두움, 그늘, 눈물 같은 단어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행복, 밝음, 감사함 같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요즘 되게 행복하고, 너무 감사하다. 신혼이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거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혼자 있는 걸 무섭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혼자 있어도 마음 한 켠에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든든하다.Q 여배우라면 아무래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오히려 일을 한다는 핑계로 지금 이 사람을 놓치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이”라고 했다. 지금은 욕심도 조바심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서 욕심을 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어졌다. Q 2016년 시작이 좋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나 또한 앞으로 만날 작품들이 기대가 많이 된다. 그런데 먼저 신혼 여행부터 가고 싶다. (웃음)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알앤디윅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6.02.04 / 조회 15,383
-
댄버스 부인 차지연의 <레베카>인테리어 따라잡기
글/구성: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2016.02.01 / 조회 11,514
-
[우리가 몰랐던 공연 이야기 ①] 거대한 무대, 어디까지 봤니?
글/구성: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6.01.15 / 조회 8,846
-
[이주의 추천공연] <레베카> <인디아 블로그> <빈센트 반 고흐>
소설,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영화, 그리고 웰메이드 뮤지컬로 계보를 잇고 있는 가 다시 돌아왔다. 2013년 한국 초연 당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이후 재연을 이어왔던 가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지방 공연을 마치고 서울 관객을 맞는다.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미모 뿐 아니라 모든 것이 완벽했던 여인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그녀를 맹신하는 집사, 그리고 전 부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한 남자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당당하게 찾아나가며 성장하는 '나' 등 인물들의 교차 속에서 오싹한 비밀들이 펼쳐지는 묘미가 상당하다. 심장을 강하게, 때론 아찔하게 울리는 넘버들과 거대한 무대 역시 '스펙타클'한 뮤지컬의 맛을 제대로 선사한다. 류정한, 엄기준, 송창의, 신영숙 등 과거 호연을 펼친 배우들에 더해 차지연, 장은아 등 새로운 인물들의 합류 역시 기대해도 좋을 만하다. 1.5~3.6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데 여행을 가고 싶다면? 바로 연극 가 답이다. 2011년 초연된 이 작품은 연출, 배우, 스텝이 함께한 인도여행에서 만났던 다양한 상황과 사람, 풍경을 담은 로드물 형식의 공연이다. 마치 인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여행에 대한 로망과 추억을 일으키며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소통한다. 이번 공연은 시즌1 '인도, 청춘을 말하다'와 시즌2 '인도, 사랑을 노래하다'가 동시에 함께 공연되며 지난해 인기리에 종연된 드라마 에서 하대리 역으로 화제를 모은 전석호가 시즌1에 다시 출연하며, 이뿐 아니라 시즌1, 2의 박동욱, 김다흰, 임승범 등 원년멤버들이 모두 참여한다. 1.8~2.28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화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실제로 주고 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한 창작 뮤지컬. 예술과 인생, 형제애에 대한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3D영상기술로 구현된 고흐의 명작 재연 등 서정적인 배경 또한 관객들을 또 다른 실제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재정비를 위한 휴식기에 들어가기에 앞선 마지막 공연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도록. 1.5~30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글: 매거진 플레이디비 편집부
2016.01.04 / 조회 6,735
-
<레베카> 새로운 댄버스 부인, 장은아 발탁
내년 1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에서 장은아가 새로운 댄버스 부인 역에 낙점되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시즌 1에 출연해 두각을 나타낸 그는, 현재 밴드 더블류 앤 자스(W&JAS)의 보컬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등의 뮤지컬을 통해 탄탄한 가창력, 선 굵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본격 합류에 앞서 그는 "댄버스 부인은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이라며, "최선을 다해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댄버스 부인과, 순수하고 강인한 여자로 나아가는 '나', 그리고 전 부인 레베카에게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막심 등의 인물들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다룬 작품이다. 신영숙, 차지연이 장은아와 함께 댄버스 부인 역을 맡으며 막심 역에 류정한, 민영기, 엄기준, 송창의 등이 출연한다. 지난 12월 2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방 투어를 시작한 는 광주, 대전을 거쳐 2016년 1월 5일부터 3월 6일까지 서울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5.12.22 / 조회 11,038
-
다시 돌아오는 <레베카> 송창의, 김윤아, 차지연 등 새로운 캐스팅 공개
뮤지컬 가 2016년 출연진을 전격 공개했다.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만든 는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레이문드 극장(Raimund Theater)에서 첫 독일어 프리미어를 올렸고 이후 일본, 러시아, 헝가리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첫 선을 보인 후, 로맨스와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감정의 변화를 담아낸 강렬한 선율,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화려한 무대 등으로 관객과 평단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이야기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가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어두운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를 순수한 나와의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는 막심 역에는 2014년 무대를 빛내던 민영기, 엄기준과 함께 새롭게 송창의가 캐스팅됐다. 레베카에 대한 집착으로 맨덜리 저택의 새로운 안주인이 된 나를 위협하는 댄버스 부인 역에는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로 활동 중인 김윤아와 차지연이 새롭게 캐스팅됐으며, 신영숙은 초연이래 세 번째 무대에 오르게 된다. 막심과 운명적인 사랑을 통해 성장해가는 순수한 여인 나 역에는 김보경과 송상은이 캐스팅됐다. 이외에도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무기로 막심과 나를 협박하는 잭 파벨 역에 2013년 초연에서 같은 역할로 열연했던 최민철과 이시후가 출연한다. 미국 부유층 여성으로 나의 이전 고용주인 반 호퍼 부인 역에는 2014년 공연에서 활약했던 김희원과 한지연이 참여하며, 베아트리체 역으로 이정화가 나선다. 베아트리체의 남편으로 나의 사랑을 응원하는 가일스 역에 정수한, 막심의 친구인 프랭크 크롤리 역에 윤선용, 레베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벤 역에 김순택, 맨덜리 저택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줄리앙 대령 역에 이종문, 허정규가 참여한다.오는 12월 2일 부산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대전 투어를 거친 후, 2016년 1월 6일부터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5.09.24 / 조회 17,783
-
EMK뮤지컬컴퍼니, <마타하리> 등 2016년 라인업 공개
올해 을 선보인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2016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2016년 를 시작으로 을 차례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2016년 첫 포문을 여는 는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을 비롯해 무대상, 조명상, 음향상 등 수상의 영예를 가져갔던 작품으로,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와 강렬한 선율의 음악,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화려한 세트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어 EMK뮤지컬컴퍼니가 세계 무대를 겨냥해 선보이는 첫 창작뮤지컬 가 내년 3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연된다. 는 제 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되어 총살 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과 프랭크 와일드혼의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 20세기 초 화려한 파리를 재현한 무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타하리 역에는 일찍이 옥주현이 낙점된 상태이다.2016년 6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는 2002년 일본 초연 당시 연출과 각색 및 가사 변역을 맡았던 코이케 슈이치로가 연출을 맡았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 캐릭터를 구체화해 모차르트의 내적 갈등을 표현했던 그이기에 어떤 작품으로 재탄생할지 이목을 끈다. 2016년 11월에는 가 3년 만에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1845년 소설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사랑과 음모, 복수와 용서 등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절묘하게 녹여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0년 초연에 이어 2011년, 2013년 공연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2015년 화제작이었던 이 2016년 11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뮤지컬배우, 소프라노, 발레리나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있던 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다.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의 뮤지컬 과는 달리 팬텀의 유년기 시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내 차별화를 두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5.09.22 / 조회 12,241
-
<데스노트> 펼쳐보니...빛나지 못한 매력들
매력적인 소재와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가 일본 공연을 마치고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는 죽게 되는 미스터리한 '데스노트'를 손에 쥔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라이토가 얽힌 범죄자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천재 수사관 엘의 팽팽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를 마주하자니 다소 김이 빠진다. 극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에 배우들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더욱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스타일'이라고 말하기엔 근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품 속 여러 요소와 설정들의 아쉬움이 배우들의 매력만으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의 주요 장면들로 점핑하는 이야기는 서서히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원작의 숨막히는 아찔한 매력을 덜어냈고, 예열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과 성격 변화는 강렬하기보단 보는 이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책'을 '뮤지컬'로 담아내는 과정에서의 이야기 전개 효율성이나 장르적 특징을 그 이유로 들기엔, 뮤지컬 자체로의 이음새는 헐겁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미니멀한 무대는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설정이나 효과적으로 구현되진 못한 듯하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품은 돌출무대는 사신들의 등퇴장에 효과적이나 그 밖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의지할 곳 없이 빈 무대 위에 무리 지어 서 있는 경찰들과 앙상블의 모습은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에 어울리지 않는다. 회전무대는 단순하지만 라이토와 엘의 테니스 장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배우들이다. 엘 역의 김준수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매력을 십분 살려 극을 빛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 구부정한 자세, 독특한 걸음걸이, 그리고 그만의 날카로운 창법이 엘 뿐 아니라 의 맛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두 사신 류크와 렘에게서도 시선을 쉽게 거둘 수 없다. 강홍석은 데스노트를 일부러 인간계에 떨어트린 류크 캐릭터에 맞게 엉뚱한 매력을 리드미컬하게 펼쳐내고 있다. 렘 역을 맡은 박혜나처럼 자신의 에너지를 과시하지 않으면서 중심을 단단히 잡고 극과 하나가 되어 섬세하게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내는 젊은 여배우는 분명 드물다. 홍광호의 가창력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다지만, 그의 성량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음향상태는 종종 스피커를 통해 파열음을 내보냈다. 때론 가사 전달도 잘 되지 않는다. 엘과 라이토가 부르는 강렬한 넘버들 사이에서 미사나 렘의 솔로, 듀엣곡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감미로운 리듬은 의 귀한 수확이다. 는 개막 전 대부분의 티켓이 팔렸고 최근 5회 공연 연장을 발표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컬쳐 제공
2015.06.25 / 조회 38,094
-
뮤지컬 <데스노트>, 1주일 연장공연 결정
뮤지컬 가 8월 15일까지 일주일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은 뮤지컬 측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부응해 당초 8월 9일까지였던 공연 일정을 같은 달 15일까지 총 5회 연장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고교생 라이토와 명탐정 엘의 두뇌싸움을 그린다. 홍광호가 법관을 꿈꾸는 천재 대학생 라이토로, 김준수가 라이토에 맞서 한판 승부를 펼치는 명탐정 엘로 분해 열연 중이다. 연장 공연 티켓을 포함한 의 마지막 티켓 오픈은 오는 29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씨제스컬쳐 제공
2015.06.22 / 조회 11,241
-
홍광호, 김준수의 케미 지수는? <데스노트> 기자간담회 현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뮤지컬 관객 및 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뮤지컬 가 지난 1일 반포 플로팅 아일랜드 가빛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강홍석, 박혜나가 참석한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이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었다. 주연 배우들 모두 원작 ‘데스노트’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많은 팬을 보유한 ‘데스노트’는 2003년부터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된 만화이다.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고교생 라이토와 그런 라이토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두뇌싸움이 펼쳐지는 내용으로 전세계 누적 발행 3000만부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는 1차 티켓 오픈과 함께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공연 개막 전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히스토리와 프로필 촬영 세트, 미공개 영상과 사진을 만나 볼 수 있는 팝업 전시와 쇼케이스 생중계를 진행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며 호흡을 맞추게 된 홍광호와 김준수는 이날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먼저 한국인 최초로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여 출연 후, 1년 6개월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홍광호는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부담도 되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는 이어 “(김)준수는 정말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준비를 열심히 해온다. 공연으로 준수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사실 를 보기 전에는 준수에게 나도 모르게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서 ‘저 친구가 보통이 아니구나’, ‘괜히 많은 팬 분들이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생각해보게 됐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같이 할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고 기대가 많이 된다.”고 덧붙였다.이번이 여섯 번째 작품으로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뮤지컬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김준수는 “(홍)광호 형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고, 함께 연습을 하면서 ‘탑이라는 자리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구나’, 형과 함께 듀엣을 하면서 정말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또한 한 무대에 있는 것이 낯설지 않는 배우들이 있으니, 바로 정선아와 박혜나다. 이후로 다시 한 무대에 서게 된 여배우들은 서로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애정을 마음껏 이야기했다. 박혜나는 “(정)선아는 너무 좋은 배우다. 에너지도 좋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에너지 자체가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 혼자 있어도 빛이 나는 배우다. 내가 맡은 사신 렘은 역할상 미사의 사랑을 위하여 희생하는 역할이라 왠지 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선아와 더 좋은 기억,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고, 이번에 맡은 렘이 또한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배역이어서 기쁘다.”고 말했다.이에 정선아는 “이미 를 통해서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서로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친구 이상의 사랑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배우 박혜나이다.”라고 말하며 “박혜나 사랑해.”라고 고백해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었다.남자사신 류크 역에 캐스팅된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로 불리는 강홍석은 “때는 여장을 하면서 스스로를 깨는 작업이었고, 에서는 공연하면서 처음으로 분장을 안하고 무대에 올랐고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류크라는 사신 역이다. 인간이 아닌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을 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지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으싸으싸 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또한 는 전체 배우들이 모두 원캐스트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특별히 각자 캐릭터를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쓰고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먼저 박혜나는 “사신이기 때문에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하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신 또한 역사가 있고 장소가 있고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사신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김준수는 “엘은 원작 만화를 보면 너무 독특한 자세와 걸음걸이가 특징이고 단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그런 점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런 기본이 전혀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을 편하게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그런 특징들을 배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똑같이 하면 코스프레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중간 접점을 찾아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엘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홍광호는 “런던에서 공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9시 뉴스를 봤는데 처음 나왔던 뉴스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관련 뉴스였다. 뉴스를 보면서 ‘그분들은 왜 부정부패를 저지르게 됐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그 분들도 처음에는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도 나라를 위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권력의 자리에 앉게 되면서 부패를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이토도 정치인들처럼 정의를 찾는 인물이다. 세상은 썩었고, 법은 정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범생인데, 그가 과연 절대권력을 손에 쥐게 됐을 때, 과연 어떻게 어떤 과정에 의해 자기도 모르게 악으로 치닫게 되느냐를 설득력 있게 무대 위에서 구현할 수 있을 지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선아는 “내적 아픔을 가지고 있는 미사를 표현하고 싶다. 미사의 성숙한 점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강홍석은 “캐릭터의 출발은 나라는 사람이 류크를 만났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배우들 모두 ‘나’라는 모습에서 캐릭터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쿠리야마 타미야 연출의 지휘로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를 는 오는 6월 20일 개막하여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02 / 조회 18,697
-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씨제스컬쳐 백창주 대표
인터뷰에 잘 나서지 않는 걸로 유명하지만 "한 번은 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한 씨제스컬쳐 백창주 대표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함이 가득했다. 조용한 목소리에, 때론 이야기 말미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수줍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지만, 목표하는 바는 뚜렷했고 그 점들에 대해서는 여러 번 반복하며 강조했다. 지난해 말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출발한 씨제스컬쳐는 신생 공연 제작사가 분명하지만, 첫 제작 작품이 2015년 상반기 최고의 관심작으로 꼽히는 라는 점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로 뮤지컬을 바라보고 더욱 그 분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현 한국 공연계를 향해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Q. 1차로 오픈한 티켓이 전석매진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웃음) 분명히 좋은 건데 그런 걸 생각하거나 그러지 않아서. Q. 개막을 약 한 달 여 앞두고 있다. 제작 중간 점검을 해 본다면.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계획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고 홍보라든지, 우리만의 스타일로 하는 것에 있어서 잘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가 처음 시도하고 좀 다르게 했던 게 있는데 배우들도 잘 따라와줬다. Q. 다르게 했던 시도에는 무엇이 있나. 약간 영화나 (다른 콘텐츠 제작 방식을) 빗대서 했다. 인터뷰 영상도 주인공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인물 각자에 맞추고. 영상에 좀 더 힘을 준 부분도 있다. 뮤지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는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고 요소들을 조합했다고 생각한다. Q. 곧 플로팅 아일랜드에서 '데스노트' 전시회를 연다. (원작 만화 피규어, 공연 준비 과정 사진 등 '데스노트' 콘텐츠에 관련된 여러가지가 전시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전시회다. 공연 전에 관심 있는 분들이 와서 보는 거다. Q. 전시 콘텐츠들의 저작권 등 전시회 준비 과정이 복잡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라이선스 문제 등이 어려워서 못할 부분은 전혀 아닌 것 같다. Q. 제작 작품으로 '투톱' 구조를 찾았다고 들었다. 부끄럽지만 뮤지컬에 대해 내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에 그런 (투톱) 뮤지컬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플디: 중소극장 뮤지컬 중에 몇 편이 있다.) 그런가.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과 비교하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영화나 뭐든 투톱 작품이 있었다. 또 작은 공연이 아니라 큰 공연을 생각했었는데, 거기에 순서대로 1번 캐스팅, 2번 캐스팅이 아니라, 진짜 뮤지컬에서 일등인 사람 두 명을 데리고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 Q. 공동제작사인 일본의 호리프로와는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는가.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뮤지컬 제작은 처음이라 하더라도 씨제스를 호리프로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런 정보가 있다 보니 처음에 이야기하기가 편했다. (플디: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런 부분으로 좀 더 믿음이라든지 확신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쪽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래서 윗분들과 얘기가 빨리 될 수 있었다. 진행이 빨리 되었다. Q. 전 배역이 원캐스트고, 일요일 공연이 없는 대신 월요일에 공연을 한다. 원래 원캐스트를 생각했었다. 장기 공연보다는 실력있는 배우들과 굵고 짧게. 원캐스트이기 때문에 주 7회 공연이 나온 거다. 배우들의 몸 상태나 컨디션, 이런 부분들 때문에 좀 더 쉬게 해 주고 싶었다. 다들 일요일에 쉰 적이 없다고 해서. (웃음) (일요일 공연이 없으면 다음 공연이) 월요일 저녁이니까 거의 이틀을 쉬는 개념이라 배우들이 좋아할 거라 믿었다. Q. 일본 공연을 본 소감은. 우리나라 공연이 무대가 워낙 화려하다 보니 그런 부분을 일본과 비교할 수는 없겠다. 최대한 원작을 많이 넣었다는 생각을 했고, 연기가 정말 중요한 작품이라는 걸 실제 보고 많이 느꼈다. 그런 부분들을 위해 (만드는 과정에서) 진짜 많이 노력했구나, 싶다. 뮤지컬 한국 공연 포스터Q. 쿠리야마 연출은 '관객들에게 맞춰 작품을 만들지 않는'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일본 무대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면 한국 공연에 앞서 의견을 낼 용의가 있나? 그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얘기를 한다 해도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봤을 때 (아쉽게 느껴지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연기나 노래들, 짜임새들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씨제스컬쳐 설립 계기가 궁금하다. 전체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당연히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있다 보니 그들이 하고 싶은 걸 이야기해서 같이 하고 싶었다. 시작은 거기다. 들어오는 걸(작품) 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차라리 초기 단계부터 배우들과 얘기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직접 우리가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Q.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투자 등의 방식으로 뮤지컬 제작 참여를 시작했다. 그때 마주했던 뮤지컬계는 어떠했는가. 그런 거창한 생각은 없었다. (웃음) 물론 (김)준수를 통해서 뮤지컬을 하게 됐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제작이라든지 다른 면에서 (영화, 드라마 등과 뮤지컬이)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또 콘서트, 공연 등도 다 했었고. 점점 (시장도) 커지고 있고 충분히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예전에는 뮤지컬이 약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엔터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Q. 엔터테인먼트에 포함할 수 있는 다른 장르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공연 시장은 굉장히 작다. 최근에는 소위 말해 '돈 버는 제작사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큰 부침들을 곳곳에서 겪고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계에 진입하는 신규 제작사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엔터 안에서 (공연계를) 바라보는 건 분명히 (일반적인 공연 제작사와) 시작이 다르다고 본다. 가수 등이 (공연계에) 들어와서 시장은 엄연히 달라졌고, 앞으로 그런 형식이 발전된다면 거기서 더 많은 것이 파생되고 더 많은 걸 변화시킬 거다. 예전에야 뮤지컬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보고 상업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는데, 기존에 뮤지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 친구들(가수 등)을 통해서 뮤지컬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뮤지컬을 보게 되고, 분명히 그런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뮤지컬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지 않나. 메인 기사에 거의 올라오지도 않고. 그런데 이 친구들로 인해서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알려지면 더욱 좋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부정적으로 애기하는 건 정말 갇힌 생각 같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기존 것(방식 등)들이 좀 파괴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식도 좀 바뀌어야 하고 변화를 줘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래야만 뮤지컬 시장이 발전된다고 생각한다. 항상 같은 분들, 원래 했던 분들 안에서만 돌아간다면 그 시장이 그 시장이 되는 거다. 우리나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면 (원래 했던) 그분들도 더 노력할 것이고, 경쟁하면서 그 안에 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쟁들이 관객이나 팬들에게 어떤 것으로든 돌아가지 않을까. 홍보 같은 것도 기존에 해오던 틀이 있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 많이 있는데 시도를 안 하고 그 안에서만 쭉 가려는 게 있다. 거창한 시도가 아니다. 작은 부분부터 해보는 거다. Q. 새로운 시도를 상당히 추구하는 스타일 같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걸 풀어서 이야기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라고 하지만, 나는 (엔터테인먼트 영역 안에서) 당연하게 해 왔던 것들이다. 그리고 배우들을 생각하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한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새로운 시도라고 하는 것 같다. Q. 씨제스컬쳐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다만 추구하는 게, 뭐든지 다르게. 틀을 깨고 싶다. 이쪽(엔터)으로 공연을 많이 끌고 오고 싶다. 우리가 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거라고 할 수 없지만 변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연극 제작의 꿈도 드러낸 바 있다. 연극을 하고 싶은 건 내 소망이다. 그런 분들(설경구, 최민식 등)이 연극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볼 수 있게끔 좋은 틀을 만들고 싶다. 지금의 형태로는 그런 분들을 절대 데려올 수 없다. 제작 환경이라든지 무대라든지, 그런 것들이 좀 더 갖춰져야 배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니까. 내 단순한 생각으로 뮤지컬에서 노래를 빼면 연극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연극은 왜 큰 무대에서 못할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 작품이 좋고 배우가 좋으면 얼마든지 (큰) 극장과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연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생각이 있다. Q. 곧 를 만날 관객들에게 걱정이 되는 게 하나 있다. 기대. (웃음) 원작과 너무 비교하지 말고 뮤지컬로 는 어떻게 나올까, 라는 걸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런 궁금증을 갖고 보시면 정말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씨제스컬쳐 제공
2015.05.18 / 조회 23,016
-
“어디서든 관객이 원하는 배우가 되겠다” <마리 앙투아네트> 이훈진
뮤지컬 에서의 이훈진은 분명 새로운 발견이다. 그간 의 산초를 비롯해 의 베데베르, 의 지니 등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 연기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왕이지만 왕이 되기를 원치 않았던, 혁명에 휩쓸려 가족과 목숨을 모두 빼앗기는 루이 16세를 연기한다. 무기력한 몸짓으로 “난 왜 나다운 삶을 살 수 없나”라 노래하는 이훈진의 모습에서 그가 그간 연기해온 코믹한 캐릭터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진 한 남자의 참담하고 황망한 심경이 느껴질 뿐이다. 그 자신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토로하지만, 올해 첫 한국무대에 올라 순항중인 호의 우수 항해사를 꼽자면 이훈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 활약의 밑바탕에는 “어디서든 관객이 원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확고한 배우관이 깔려 있었다.Q 는 유독 연습기간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커튼콜 때 우는 배우도 많더라. 다른 작품에 비해 힘들었던 것이,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후에 원작자 분들이 와서 보기로 했었다. 그 안에 공연을 다 만들어서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텐투텐으로 연습을 한 거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만들어놨는데 원작자 분들이 전체 작업을 뒤집어서, 다들 ‘멘붕’이 왔다(웃음). 다시 만들어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지. 우는 배우도 많았다. Q 그렇게 힘들었는데, 첫 공연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어땠나. 벅찬 감동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멍했다. 앙상블들은 거의 다 울었는데, 아마 다들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연습 안 해도 되는구나. 공연에만 집중하면 되는구나’하는 기쁨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웃음). 그리고 내 경우엔 그냥 멍했다. 사실 루이가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인물과 좀 달라져 있었거든. 나는 좀 더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마리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주면서 ‘허허허’ 웃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당시 사람들이 루이를 ‘왕관을 쓴 산초’라고 불렀다고 하더라.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데 내가 너무 착한 사람으로 비춰지면 마리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 순진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제지가 들어왔다. 그게 내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다. 그리고 원래는 루이의 캐릭터를 좀 더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노래들이 더 많이 있었는데, 시간사정상 그 곡이 잘렸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루이를 표현하자니 힘들더라(웃음). Q 쉽지 않겠다. 그래도 그 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루이의 모습은 무엇인가. 내가 연습하면서 만나게 된 루이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다. 그가 단두대를 만든 이유도 사형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였고, 여자들이 성으로 쳐들어오면 총을 쏘지 못하게 했을 만큼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만큼 어리석은 사람이기도 하다. 나중에 잡히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마차에 와인이며 음식, 옷 같은 것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실어서다. 그래서 말이 빨리 달리질 못한 거다. 잡히면 설마 죽을까? 내가 국민을 사랑하면 국민도 나를 사랑해 주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어리석다기보다 순진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Q 마리에 대한 감정은. 루이가 바라보는 마리는 여신 같은 존재다. 그녀가 누굴 사랑하든 내 아내이기만 하면 돼,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인 거다. 또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고증된 바에 의하면 마리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7년간 몸에 이상이 있어서 누구와도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그걸 치료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난관에 처해 있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 그래서 그 이후에 아이도 갖게 된 거다. 7년간 아이도 낳을 수 없었던 왕비의 심정을 우리는 다 상상할 수 없지 않나. 그 당시 마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몸을 치장해서 자신이 아직 건재한 여성이라는 것을 외적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었던 거다. 루이는 그런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니 그녀를 더 잘 이해했던 거다. Q 김소현 배우가 마리에 대해 죽기 직전에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고 했다. 루이의 경우는 어떨까. 그 전에는 백성 위주의 왕이었다면, 마지막엔 가족 위주의 왕이 되고 싶어한다. 그는 죽기 전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정말 죄스럽게 생각하고, 내가 내 가족도 못 지키면서 무슨 백성들을 지키겠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건 어마어마한 심경의 변화인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 왕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다, 대장장이면 족하다, 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백성을 위하고자 했던 사람이 마지막엔 가족을 위한 남자가 되려고 했던 거다. Q 원작자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모두 이훈진 배우가 표현하는 루이 16세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노래를 아리아처럼 부르면 안 되고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데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그 분들은 좋아하는데 사실 난 힘들다(웃음). 아리아로 안 부르면 가성으로 속삭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거든. 지를 수도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도 아니니까. 남이 봤을 땐 ‘왜 그걸 그렇게 불러?’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아리아를 조금 섞었다. 마음대로 편하게 지르라고 하면 지를 수 있는데 아마 이번 생애에선 할 수 없을 것 같다(웃음). Q 김소현과 옥주현, 두 마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두 배우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소현 누나는 자신이 진짜 엄마라서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더 잘 표현한다기보다, 마리를 표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한다. 그에 비해 주현이는 배우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좀 더 가진 것 같다. 노력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족족 다 드러난다는 얘기다. 소현 누나는 엄청난 노력파고. 마그리드 아르노의 경우도 똑같다. 윤공주는 시끄러울 정도로 노래를 계속 부른다.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한다. 그에 비해 좀 더 빨리 재능이 드러나는 배우가 차지연이다. 아무튼 루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마리는 둘 다 너무나 예쁘고 매력적이다. 소현 누나는 아이 엄마인데도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모를 만큼 너무 예쁘고 귀엽고, 주현이는 원체 본인이 갔고 있는 무게감이 있는데 그게 한번씩 땅, 하고 깨지면 그 모습이 또 참 예쁘다. Q 원래 신학을 공부하다가 배우가 됐다고. 특이한 경우다. 모태신앙이어서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더라. 어릴 때는 재미있게 공부한 것 같은데, 커서 하려니 복잡한 게 많더라. 내 길이 아니었던 거지(웃음). 그래서 둘째 형을 따라서 서울예대 연극과 시험을 봤다. 둘째 형이 먼저 연기를 하고 있었거든. 지금도 남매가 다 이쪽에 있다. 둘째 형은 한예종에서 연출을 배워서 영화도 하고, 큰 형과 공동대표 형식으로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동생도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Q 연기를 해보니 내 길이다 싶었나. 그랬다. 즐거웠다. 그 전에도 열 아홉 살 무렵부터 교회에서 직접 공연을 만들어 올려봤는데 재미있더라. 둘째 형이 하는 극단에서 일도 좀 해봤고. 그 기억을 갖고 있다가 연극과 시험을 보고 운 좋게 합격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워보니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러다가 무용 하시는 분들을 알게 돼서 한국무용도 3년간 배웠다. 합숙하다시피 하면서 공연도 하고. Q 그 경험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겠다.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무용에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 외에도 무언가가 있다. 어머니가 판소리를 하셔서 판소리를 많이 듣다 보니 한국무용을 빠르게 흡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무용이 갖고 있는 한 서린 느낌이랄까, 그런 표정이나 몸짓을 예민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한번은 를 보다가 이자람 배우의 호흡 하나에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호흡 한 번 빠지는 소리일 뿐이지만, 판소리 하는 사람들은 그 호흡 한 번에 담긴 의미를 알거든. 한국무용을 배우지 않았다면 내 연기의 30%는 늦어졌을 것 같다. Q 공연을 직접 만드는 것에는 지금도 관심이 있나. 둘째 형이 글을 굉장히 잘 쓰는데, 형의 영향을 받아서 써놓은 작품들이 있긴 있다. 지금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연습을 많이 해야 해서 정말 마음 맞는 배우들이 모였을 때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내가 노래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팀의 이창완 배우한테 소리를 배워서 대학 성악과에 시험을 볼까 생각 중이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웃음). Q 이훈진, 하면 를 빼놓을 수 없다.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작품이다 싶을 정도니까. 난 굉장히 낙천적이어서 웬만하면 다 잊어버리는 성격인데, 2007년 를 공연했을 때는 좀 힘들었다. 쉬면서 군대도 다녀오고 영화 촬영을 하다가 오랜만에 출연하게 된 공연인데, 갑자기 그 전까지 했던 걸 다 잊고 까막눈이 된 느낌이었다. 오만석 형부터 시작해서 엄기준, 김소현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잔뜩 있다 보니 기가 눌려서 지금 돌아보면 참 바보같다 싶을 정도로 못했다. 그러다가 를 하면서부터 다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지. 당시 김재만 형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보통 오디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고 가서 딱 ‘좋으니까’ 앞 부분만 불렀다.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이게 다에요?’했을 정도였다(웃음). 그런데 안무 오디션을 할 때 회사 측에 내가 많이 각인된 것 같다. 데이비드 스완에게 가서 막 장난을 쳤거든. 다른 지원자들은 경직돼 있는데 내가 놀러 간 사람처럼 ‘커몬 데이비드~’하면서 즐겁게 춤을 췄더니 다들 빵 터지더라. 당시 영화 을 찍고 있었는데, 김재만 형님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계속 영화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일단은 관객이 원하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관객이 원하는 배우가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없는 배우가 아닐까. 재미있는 것 밖에 못하거나 멋있는 것 밖에 못 하는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정성화 선배의 경우 굉장히 진지한 것부터 코믹한 것까지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정말 넓지 않나. 그걸 못하는 배우들도 분명 있긴 하거든. 내가 못하는 것을 노력으로 계속 키워서 모든 관객이 ‘저 배우는 어디에 갔다 놔도 다 소화할 수 있어’하는 사람이 되는 게 최종 목표다. 자만하는 순간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늘 겸손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2.19 / 조회 15,543
-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 “무대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이달 개막한 뮤지컬 의 프랑스 루이 16세의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우리에게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 비운의 왕비로 알려졌다. 또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 라는 말로 무개념 발언과, 프랑스를 말아먹은 것은 다 그녀 때문이라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킨 왕비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껏 오해하고 있던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우리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을 적잖이 오해하고 있었다. 데뷔 때부터 지금껏 그녀는 여성스러움의 대표적인 캐릭터, 공주 혹은 왕비였거나 남자 주인공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청순한 여인만을 도맡아 무대에 섰을 것 같지만 그런 작품이 유독 잘 되었던 것일 뿐. 그녀는 쾌활하고 당당한 여인(), 운명에 굴하지 않고 끈기와 노력으로 의녀가 되었고(), 사랑에 적극적인 선택을 하는 대학원생(), 순수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고등학생(), 활발하고 발랄하지만 실수투성이인 이벤트 회사 직원() 등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줄곧 무대에 올랐다.또한 김소현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을 뮤지컬 배우로, 아내, 엄마, 며느리, 딸로 다양한 역할을 오가며 바쁘게 살고 있다. 비극적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연기하다 보니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고 푸념도 하지만, 그녀는 힘든 것들을 다 뛰어 넘을 만큼 뮤지컬을, 그리고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무대로 불러 내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행복한 비명을 들어보자.Q 공연 2주 째가 지나고 있다. 커튼콜 때 엄청 울더라. (인터뷰는 11월 17일에 진행되었다.)2주 밖에 안됐지만, 벌써 100회 공연을 한 것 같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버겁고 마음이 무겁다. 일상에서 지내기 힘들 정도다. 특히 커튼콜 때는 만감이 교차한다. 무대도 워낙 가까우니, 관객분들도 한 마음이 되어 마음 아파해 주시는 것을 느낀다. 너무 울어서 코가 빨개지는 것까지 객석에서 다 보인다고 들었다. 이번 공연만큼은 눈물이 주체가 안 된다.Q 원작자들(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이 연습 기간에 방문해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개막 날에 맞춰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데뷔한 이래 많은 작품을 해 왔지만 이렇게 원작자가 다 와서 직접 지도해 준 건 처음이다. 이번 작품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도 세계 초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정에 수정을 계속하면서 만들었다. 같이 의견을 나누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갔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애틋하다. 하루 종일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생각하고 만든 대사와 가사라 하나라도 허투루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연습하면서 우리끼리 우스갯 소리로 “오늘은 몇 일 몇 시 버전으로 연습하냐.”고 묻기도 했다.Q 마리 앙투아네트의 등장이 엄청 깜찍하다. (웃음)원래 “봉주아.” 대사가 개막 전까지도 없었다. 그런데 첫 공연 날 쿤체씨가 그 대사를 한번 해보라는 거다. 그런데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진짜 못하겠더라. (웃음) 봉주르면 또 모르겠는데 봉주아는 너무 생소하다. 그런데 밤에 하는 파티니까 봉주르는 쓸 수가 없고.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 순간 그걸 왜 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 마리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 대사다. 요즘에는 너무 즐겁게 하고 있다. (웃음)Q 타이틀롤이자 실존 인물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해야 하는데 특별히 신경을 쓴 점이 있다면은?타이틀롤인 작품에 들어갈 때는 정말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작품에 대한 책임감도 더 크게 생긴다. 이 작품의 원작에는 사실 마그리드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걸 다 뒤집어엎고 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됐다. 인간 마리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기는 했지만 가상의 인물인 마그리드와 대척점에 있는 역할이라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최대한 주어진 것 안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연기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닌 것 같다. 마리가 ‘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이 상황을 겪은 것처럼 정말 진실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진실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게 되는 순간, “뭐야.” 이렇게 말이 나오게 되는 게 너무 쉬운 공연이어서 무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까지 그 끝까지 마리가 되어 몰입하는 수 밖에 없었다. Q 그렇다면 마리는 어떤 인물인가?내가 생각한 마리는 정말 귀엽고 여성스럽고 착한 사람이다. 사실 왕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으니 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주이기 때문에 교육은 받았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천방지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의 틀 안에 있는 사람인 거다. 하지만 공연에서는 마리가 죽기 7년 전의 상황이 그려지고 그 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마리에 대해서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저 마리는 철없는 사람으로만 볼 수 있겠다싶어 캐릭터 잡기가 어려웠다. 적국에 시집와서 7년 동안 아이가 없었고 그 나라 말도 잘 못했으니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도 없었을 거다. 마리의 삶이 배우로서도, 아내로서, 엄마로서도 너무 안타까워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울었다. Q 그 시대의 패셔니스타답게 무대 의상과 가발이 화려하다.물론 너무 예쁘다. 그런데 너무 무겁다. 처음 입었을 때는 잘 걷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하이힐에 경사 무대라 힘들었다. 무게를 줄여달라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옷이 팔랑거려서 속이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최선의 선택으로 지금의 드레스가 나왔다. 가발도 엄청 무거워서 고개도 가누기 어렵다. (옥)주현이랑 연습하면서 “옛날 사람들은 왜 이러고 산 거야.”라면서 투덜거리기도 했다. 마리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드레스와 가발 갈아 입기로 무척 바쁘다. 무대 밖은 전쟁터다. 옷 갈아 입을 때는 항상 스태프 두 분이 도와주신다. 이번 공연은 무대에 귀족과 천민들의 대립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장치들이 많다. 대도구 사용이 많고 경사에 회전무대라 무대팀들이 제일 고생이 크다. 회전 무대는 사실 사람이 돌리는 거다. 그분들은 정말 박수 받아야 한다. 정말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Q 2막에서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2막에서는 모든 사건이 한번에 휘몰아쳐 온다. 루이도 죽고, 아들도 빼앗기고, 재판까지 받고 결국은 단두대에서 사라진다.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애써 현실을 부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막 죽기 직전에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찾는 것 같다. 죽기 직전에 가장 왕비다웠던 여자. 자기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행동을 해야 될 지 전혀 모르고 살다가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점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인 지 알게 된다. 속은 정말 연약하고 천상 여자이지만 처절한 나락의 고통에 빠져서야 뒤늦게 현실을 깨닫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마음이 아팠다. 배우로서 그렇고 한 여자로서, 아내로서, 아이들의 어머니로서도 그랬다. 여러 가지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Q 남편 루이 16세를 연기하는 이훈진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원작자들의 칭찬이 대단하더라.루이 캐릭터는 진짜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어눌하고 모자란 듯 하지만 왕으로서의 위엄을 나타내야 한다. 복잡 미묘한 캐릭터라 훈진이가 참 힘들었을 거다. 연습실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요즘 느끼고 있다. 루이가 마지막 죽기 전에 부르는 솔로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사랑을, 그의 진심을 깨닫게 됐다. 연습 때까지는 다른 것 생각하기에 너무 바빠서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았는데 공연을 하면서 한 나라의 왕으로, 내 아이들의 아빠로 얼마나 아팠을까. 그 장면에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너무 뒤늦게 루이의 사랑을 깨달았다.패션쇼 장면에서 루이가 마리를 찾으러 온다. 자세히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루이는 눈이 나빠 마리를 이리저리 찾는다. 그때 마리는 부채를 살짝 들어서 ‘나 여기 있다고’ 표시를 해준다. 또 신발을 바꿔 신었다고 알려줄 때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왕의 위엄을 생각해서 얌전하게 말을 해주고. 그런 부분들이 작지만 마리의 심성을 표현해준다고 생각했다. Q 그렇다면 페르젠과의 관계는?페르젠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다. 유일하게 그와는 자신의 속 마음을 드러내고 얘기할 수 있다. 그녀가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앞에서만 유일하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페르젠과의 사랑도 아름답게 표현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불륜이질 않나. 대사나 노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굉장히 조심스럽다.Q 매번 단두대에 오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단두대 신은 연습 때는 정말 못하겠다고 했다. 차마 단두대에 머리를 넣을 용기가 안 나더라. 위에서 떨어지는 무게가 어머어마하다. 처음에는 진짜 악 소리가 절로 나더라. 어젯밤에도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악몽을 꿨다.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평상시에 굉장히 밝은 성격인데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공연 끝나고 혼자 운전해서 집에 갈 때는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서 남편이 너무 걱정이 많다. “왜 그렇게 빠져있어. 일이잖아 즐겁게 해.”라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공연 자체도 그렇지만 고된 연습과 창작 과정을 겪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유독 심하다.Q 배우로도 그렇겠지만 엄마 입장에서 아들 떠나는 보내는 장면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가장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미 주변 사람들을 다 죽였다. 끝내는 나도 죽일 걸 알고 있고. 그렇지만 아들이 내 눈 앞에 있으면 안심이 되니까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거다. 그 장면을 하고 나면 숨이 정말 멎을 것 같다. 그 장면만은 연기를 못하겠다. 연기를 정말 잘하면 연기적으로 어떻게든 더 표현해 내고 싶은데, 그 장면만은 연기로 커버가 안 된다. 그 순간은 ‘진짜’로 해야 한다. Q 마그리드와의 관계도 빼 놓을 수가 없다. 1막 첫 파티 장면에서 마그리드를 용서해준다. 연습할 때 “피 땡겨서 그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웃음) 그 장면도 수정이 몇 번이나 됐는지 모르겠다. 마리가 마그리드에게 샴페인을 뿌리기도 하고, 그 장면이 없는 채로 연습하기도 하고, 대사도 바꿔보고 여러 가지로 해 봤다. 왕비에게 천한 신분의 여자가 술을 뿌렸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마리의 입장에서 볼 때 마그리드의 삶이 너무 안 됐다. 마리는 궁 밖에서의 생활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먹지 못한다는 건 마리한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마리가 왕비긴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아무리 천민이지만 막되게 하는 사람은 아닌, 기본적인 소양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Q 이번 작품이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터닝포인트까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준비과정을 지나 이제 막 무대에 올려 출발을 했다. 마리의 삶을 온전히 보내고 나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이 될 것 같다. 공연을 하면서 정말 가슴에서 깊은 곳에서 사랑과 아픔을 깨닫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배우 인생에 있어 참 소중한 경험이다.Q 요즘 아들 주안 군과 남편인 손준호 배우와도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무대 위에서는 완전 철저히 다른 사람이 되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잘 모를수록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생활이 노출되면 신비한 모습들이 사라지니까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SNS에 아이 사진도 안 올렸었는데 남편이 좋은 추억으로 가져가자며 권했다. 그리고 그 전에 이란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그게 부모님과 너무 좋은 추억이 됐다.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잠깐만 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길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 영상들로 남으니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이제는 그 프로그램이 삶의 일부가 됐다. (웃음)Q 결혼과 출산 후 일에 대한 조바심 같은 건 없었나.결혼하기 전이나 아이를 낳기 전에 오히려 욕심과 조바심이 많았다. 일이 너무 좋아서 결혼 생각이 별로 안 들었으니까. 하지만 든든한 남편이 생기니 일단 마음이 너무 편하고 안정적이 됐다. 그리고 욕심과 조바심이 없어지니 더 많은 것이 보이더라.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역할들이 많기 때문에 더 시간을 쪼개야 한다. 순간순간 더 집중하게 되고, 무엇이든 감사하게 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래서 사실 아쉽다. 그 전에도 이런 마음이 들었다면 결과적으로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도 해본다. 결혼과 출산 후 혼자일 때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일이 하나씩 주어질 때마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이 들고, 24시간이 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을 때랑 지금은 조각조각 나뉘었기 때문에 열심히 안 하면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Q 워낙 밝은 이미지라 무대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을까 싶다. 힘들거나 슬럼프는 없었나.힘든 게 없다면 이상한 거다. 오히려 이제는 힘든 걸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즐거워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걸 해내고 이뤄내면서 성취감, 일체감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 맛을 보면 절대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무대에서 있을 때 만큼은 온전한 내 자신으로 평가받고 사랑받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을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Q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이 길을 가고자 하는 제자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무대에 서는 일은 마라톤과 같다. 무대 위의 화려함은 백 분의 일이나 될까. 당연히 책임감과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하다.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의 화려함만을 본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무대에서 조연, 주연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카메라가 보여주는, 연출자가 편집한 화면만을 본다. 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어디로 눈을 둘 곳이 없다. 카메라가 잡힌 곳만을 보는 거니까. 하지만 공연은 그날 그날 그 자리에 온 관객이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주인공인 거다. 그래서 내가 어떤 배역을 맡든 어느 자리에 있든 대충하면 안 된다. 어디서든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대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공연은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거라, 한 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던지 진짜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Q 아직 를 못 보신 분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마리나 마그리드 모두 다 상처받은 사람이다. 이 공연에서 그 상처들을 같이 느끼고 그 상처가 끝까지 치유가 되진 않지만 그들의 감정에 젖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같이 코가 빨개지도록 펑펑 울어보면 좋겠다. 우리도 결국은 다 상처받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신분 귀천을 막론하고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은 상처받고 산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그렇게 그 상처를 이겨내며 살고 있다. 그런 것들을 같이 느끼고 슬퍼하면서 지금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굉장히 아름다운 건지 알았으면 좋겠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24 / 조회 20,727
-
“뮤지컬은 항상 살아 숨쉬어야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원작자 미하엘 쿤체 & 실베스터 르베이
프랑스의 실존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담은 뮤지컬 가 지난 주 막을 올렸다. 김소현, 옥주현, 윤공주, 차지연 등 화려한 캐스팅 뿐만 아니라 등 국내 관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흥행작의 창작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이라는 점도 를 하반기 기대작에 올리는 큰 요소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라이선스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이례적으로 지난 3주간 한국에 머물며 직접 작품 수정과정에 참여했던 원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꾸준히 르베이를 비롯해 한국 프로덕션과 교류하며 이야기의 틀을 다시 세운 작가 미하엘 쿤체를 첫 공연을 올린 후 마주했다. 이들은 2006년 일본에서 초연했지만 이번 한국 공연을 '완전한 신작', '월드 프리미어'라고 불렀다. Q. 한국 초연을 어떻게 보았나? 미하엘 쿤체(이하 쿤체) : 이번 형태의 공연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간 4개의 프로덕션을 거쳐오면서 공연이 많이 개발된 것 같다. 이 작품은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다. 그래서 항상 역사에 진실 되려고 노력하는데, 관객들이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잘 몰라도 작품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이 되고자 노력했다. 실베스터 르베이(이하 르베이) : 관객 반응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이 굉장히 집중하고 있었고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반응을 하며 따뜻하게 박수도 보내줬다. 커튼콜 때 다들 기립해줘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이 크게 느껴졌다. Q. 공연 후 극장 로비에서 관객들의 사인 요청을 다 받아주고 함께 사진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르베이 : 쿤체 씨와 내가 몇 년간 계속 그렇게 해오고 있다. 우리는 관객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들과 교류하는 것이 정말 좋다. 관객들이 주는 신뢰가 우리의 책임감을 더욱 크게 만들고 항상 긴장시킨다. 참 좋은 거다. (웃음) Q. 첫 공연 후 제작진들이 무대 위에 올라 관객인사를 할 때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업 과정이 무척 힘들었던 것으로 짐작이 된다. 쿤체 : 작품 안에 너무나 많은 장면과 복잡한 이야기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작업을 해야만 한다. 요한슨 연출이 하루 14시간 씩 일했다고 들었다. 연출 뿐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준비했다. 르베이 씨도 3주 동안 한국에 와서 악보를 수정했고 나 역시 9월에 한국에 한번 들어와서 수정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를 완전히 새로운 공연이라고 말하는 거다. 월드 프리미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미하엘 쿤체Q. 작품을 수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쿤체 : 스토리가 좀 더 명확해지길 바랐다. 초연 때 객석에서 관객들과 같이 공연을 봤는데 그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다. 그때부터 무엇이 문제일까 계속 생각했다. 혁명의 움직임 뿐 아니라 마리가 아주 어린 소녀에서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좀 더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르베이 : 스토리가 바뀌면 음악도 테마에 맞춰 장면, 음악간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흐름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쿤체 씨와 매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수정했다. 또 오케스트라나 배우에게도 수시로 수정된 걸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첫 공연 끝나고도 말했듯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한 팀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돕게 된다. (웃음) Q. 해외 대작의 경우 라이선스 계약 조건에 '수정 불가' 항목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원작의 의도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할 것이다. 쿤체 : 우리는 각 나라의 문화,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조항을 주장해 본 적이 없다. 또한 연기적인 면도 문화나 전통에 따라 다르다. 사실 브로드웨이 공연이라면 원작 그대로 무대에 올려도 사람들이 박물관의 유명 그림이나 또는 유명 인사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이 성취해 내야 하는 것은 무대와 객석의 교류이다. 뮤지컬은 항상 살아 숨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 숨쉬는 뮤지컬과 미술관에 걸려진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작품은 굉장히 다르다. 또 여러 나라 프로덕션의 수정과정을 통해서 우리 역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Q. 2006년 일본 초연과 가장 다른 부분은 마리와 마그리드, 두 여인이 작품 중심에 나란히 서고 있다는 것이겠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두 인물의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걸 볼 수 있다. 쿤체 : 맞다. 그게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이다. 보통 드라마 구조에선 주인공과 그에 대적하는 악역 캐릭터가 있는데 대부분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는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교육을 얻는 전개는 굉장히 드물다. 의 특별한 점은, 끝으로 가서는 결국 두 사람 모두 처음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성은 우리 작업에서도 처음이었다. 또한 모든 캐릭터들은 완벽한 인물들이 아니다. 어두운 면도, 결점도 있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르베이 : 대부분의 한국 뮤지컬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많다고 프레스콜 때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작품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성 캐릭터를 사랑한다. (웃음) Q. 뿐 아니라 에서도 등장 인물들이 천재, 로열 패밀리 등 비범한 사람이나 지극히 평범한 삶, 인간적인 삶을 꿈꾸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인간의 모습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쿤체 : 이 인물들이 관객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교훈을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극중 인물들이 실패를 해도 그것을 통해 '저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를 생각할 수도 있다. 마리는 굉장히 버릇없는 아이 같은 캐릭터인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남편과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영웅적인 면이 모든 여자 안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남편이나 아이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비록 공연에 천재나 왕족이 등장하지만 결국 일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뮤지컬 중 마그리드와 시민들(위), 마리와 그의 남편 루이 16세(아래)Q.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마그리드가 등장할 때가 많다. 마리와 마그리드의 듀엣곡 '헤이트 인 유어 아이즈'(Hate in your eyes)를 비롯해서 군중과 함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르베이 : 두 여자의 대립 장면은 쿤체 씨의 아이디어였다. 젊은 관객들도 굉장히 그 장면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여왕도 우리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쿤체 : 이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현대성을 띄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군중 장면이다. 현대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이 맞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운다. 종교나 사회 변화를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행동들도 많이 일어나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마그리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정의를 요구하지만 사실 마리처럼 부유하게 살고 싶은 거다. 그런데 공연이 진행될 수록 마리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또 정의와 더 나은 세상을 부르짖었던 사람들이 타인을 죽이는 행동 또한 정의롭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이 우리가 매일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는 문제점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회가 안고 있는 부분이다. Q. 나 등 전작에서는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음악 장르가 느껴진 반면, 에서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느껴진다. 르베이 : 그렇다. 마리의 감정 변화에 따라,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음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가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복잡한 이야기들, 감정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리가 왕비가 되고 아이를 낳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등의 이야기와 분위기를 다 담아야 했다. 또 마그리드와 앙상블들은 왕족들의 옷차림과는 달리 좀 더 현대적이라 그들의 시각적인 이미지들을 염두에 두고 장면 분위기에 맞는 변화를 음악에 담아야 했다. 오페라와는 달리 뮤지컬에서는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내겐 다행이고 또 행복한 부분이다. 로즈나 레오나르 캐릭터는 매 순간 중요한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관객들을 기쁘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매우 유머러스한 음악을 적용했다. Q.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캐릭터나 장면이 있나? 쿤체 : 물론 있다. (웃음) 재판 장면인데 이 장면은 음악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정말 마스터피스 같은 장면이라 생각한다. 르베이 : 장면 자체가 작은 뮤지컬 같다. 쿤체 : 그 장면에서 굉장히 많은 대사를 주고 받아야 하는데 그걸 음악적으로 표현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을 거다. 대사를 음악처럼 전달해야 하니까. 르베이 씨의 마스터피스라고 볼 수 있다. 르베이 : 나 역시 그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또 2막 첫 곡, 마리가 페르젠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도 좋다. 음악만 들었을 때도 굉장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사와 함께 들었을 때 감동이 정말 확 와 닿는 것 같다. 또 하나는 루이의 곡 '난 왜 나다운 삶을 살 수 없나'(Why Can't I Just Be A Smith)인데, 그의 감성과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난다. Q. 의 산초 등 위트 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배우 이훈진의 루이 16세 변신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쿤체 : 정말 너무나 만족스러운 캐스트다. 루이 역을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연기를 펼칠 수 없을 것 같다. 르베이 : 루이가 노래를 할 때, 절대 아리아처럼 부르면 안 된다. 한 문장 안에도 굉장히 많은 감정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목소리 톤이나 방식을 크게 불렀다가 작게 불러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훈진 배우가 그걸 굉장히 잘 하고 있다. 실베스터 르베이Q. 70대에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쿤체 : 작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웃음) 우리에겐 일이라기 보다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서 음악적이나 어떤 형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의욕이 크다. 뭔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에 희열이 큰 거다. 그래서 관객들의 반응이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르베이 : 우리가 작품을 쓸 때도 다 쓰고 나서 그냥 두었다가 며칠 지난 후에 다시 보고 듣는다. 쿤체 씨도 항상 "관객들이 좋아할까?"라고 묻는데, 그런 느낌이 들어야만 작품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삭제한다. 뮤지컬은 우리를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위해 쓰는 거다. 와서 사인해 달라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시는 분들을 위한 것이다. (웃음) Q. 좋은 뮤지컬을 쓰고자 하는 한국의 예비 창작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쿤체 : 물론 재능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은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 역시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의 작품을 굉장히 많이 공부했다. 우리가 만든 작품을 통해서도 배우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 를 봤으니까 이번 주 주말에 나도 그런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작품의 구성, 구조를 공부해야 한다. 구성을 잡아두면 다른 것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치 건물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건축가처럼 글쓰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짓는' 과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특별히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공연을 보면서 공부하면 된다. 르베이 : 음악도 마찬가지다. 만약 재능이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건 공부하는 것이다. 나 역시 작곡을 전공하지 않았고, 영화음악으로 시작해서 다른 작곡가들이 어떻게 훌륭한 뮤지컬들을 창작했는지 많이 공부했다. 또 뮤지컬 작곡가가 되기 위해 4, 5곡의 좋은 곡만 쓰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곡을 써야 하고 가사에 담긴 의미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뮤지컬의 음악은 반드시 스토리를 받쳐줘야 하고, 스토리와 관객들을 생각하는 음악을 써야 한다. 또, 자신이 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관객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굉장히 힘든 경우다. 나 역시 '더 이상은 못하겠어, 집에 갈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2주만 지나면 '다음 작품 언제 시작하나' 생각하게 된다. 작곡가들도 힘들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는데, 그런 감정을 여유롭게 즐겼으면 좋겠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게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반드시 다시 빛이 나오지 않는가. 뮤지컬을 쓴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창작자로서 느끼는 행복감은 정말 믿기 힘들만큼 크고 좋다. Q. 관람을 앞둔 한국 관객들에게 쿤체 : 어떠한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 프랑스 혁명이나 마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도 좋다. 열린 마음, 그것이 유일하게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다. 르베이 : 만약 여유가 있다면 두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배우가 다르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같은 이야기를 해도 굉장히 다른 느낌을 줄 거다. 틀리고 맞다는 개념이 아니라 정말 다른 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볼수록 발견할 것이 많은 것이 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05 / 조회 17,419
-
'인간 마리에 집중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개막
올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뮤지컬 가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는 루이 16세와 정략 결혼으로 어린 나이에 왕비가 되었지만 18세기 시민혁명으로 인해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실존인물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인공으로 한다. 우리에게 등으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으로 2006년 일본 토호의 의뢰로 제작되어 초연한 바 있다. 이후 일본, 독일 등지에서 공연을 이어왔으나, 올 한국 무대를 앞두고 "세계 초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날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페르센 백작이 비운의 삶을 살다 간 마리를 가슴 아프게 회상하는 1막 1장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베르사유궁의 모습과 그곳에서 열리는 파티와 무도회 장면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이어가는 마리와 페르센 백작과의 관계, 야욕을 숨기고 있는 오를레앙 공작과 굶주림에 지쳐 자유와 정의를 외치고 나선 마그리드 아르망 등의 모습에서 작품을 통해 펼쳐질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개막 3주 전부터 한국에 머물며 작품의 수정과 연습을 함께 진행한 원작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이날 "공연될 나라에 따라 작품을 새롭게 바꾸는 건 무척이나 재미있는 작업"이라며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을 값지게 회상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마리의 삶을 중심으로 그녀와 연결된 사람들의 관계를 다루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나라의 왕비였던 마리가 어떠한 이유로 몰락을 맞이하는지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고 르베이의 설명에 힘을 실은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마리와 더불어 마그리드 아르망을 통해 두 여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입국하자마자 프레스콜 현장에 합류한 작가 미하엘 쿤체 역시 "마리는 역사에 갇혀진 아이콘이 아닌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공연을 위한 수정 작업 역시 "언제나 뮤지컬을 생동감 있게 살리고자하는 노력이며 많은 부분들을 관객들에게서 배운다."고 겸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는 김소현과 옥주현이 번갈아 나선다. "실존인물이다 보니 표현에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다."는 옥주현은 연출자가 추천해준 마리의 일대기 소설과 프랑스 현지 답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고, 김소현은 "2막에서 아들을 빼앗긴 후 딸에게 노래하는 장면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면서 개인적인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작품 속 유일한 허구 인물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대립되는 관계에 있지만 묘한 공통점으로 작품 전개에 힘을 싣는 마그리드 아르노 역은 윤공주와 차지연의 몫으로 열연을 예고하고 있다. 남자 캐릭터가 강세하는 현 한국 뮤지컬 무대에서 마그리드 역을 맡아 더욱 영광이라는 윤공주는 "여성관객의 공감이 무엇보다 클 것 같고, 실존 인물이 아니기에 창조할 것이 많아서 더욱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더했다. "체력단련을 위해 집에서부터 극장까지 걸어서 온다."는 차지연은 "견과류로 공복을 달래고 있지만 길에서 사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배부르면 안 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또한 "마그리드가 마리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정의에 대한 그간의 생각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그런 과정을 직접 공연을 통해 만나면 더욱 감동이 더할 것"이라며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관람을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이 밖에 마리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페르젠 백작 역에 카이, 윤형렬, 전동석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오를레앙 공작 역에 민영기, 김준현도 만나볼 수 있다. 과거 귀엽고 발랄한 역할에서 두각을 보여왔던 이훈진이 기품있고 소박한 꿈을 꾸는 루이 16세로 등장하는 것 역시 관객들의 이목을 주목시킬 듯 하다. 그간 알려진 왕비 마리의 또다른 면을 주목하고 있는 뮤지컬 는 11월 1일 개막, 내년 2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03 / 조회 16,332
-
“한국 초연,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게 준비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미리 보기
“왕비에게 인사한 다음에는 항상 세 걸음 걷고 나서 뒤돌아서세요. 그게 왕궁의 예의범절입니다.” 지난 15일, 뮤지컬 연습실에서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이 앙상블들의 표정과 몸짓, 표정까지 다시금 확인하며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미 일본과 독일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는 는 3년간의 치밀한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쳐 더욱 정교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다룬 이 뮤지컬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운명, 역사적 진실을 담아냈다. 미하일 쿤체, 실버스터 르베이 등 세계적인 창작진이 손을 맞잡고 준비 중인 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무대 위에 펼쳐질지, 연습실 취재 및 로버트 요한슨 연출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전모를 미리 그려봤다. 스토리 & 캐릭터 ①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진실 일본 토호주식회사가 2006년 자국 무대에 처음 올린 는 2년간의 공연 후 2009년 독일 브레멘에서, 2012년 테클렌부르크에서 무대에 올랐다. 일본공연을 기반으로 수정작업을 거쳐 무대에 오른 독일공연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닌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빈민 계층의 여성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증오로 혁명의 선두에 나서는 인물이다. 반면 이번 한국공연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전면에 그리는 한편 그녀와 마그리드 아르노의 운명이 서로 긴밀하게 얽히고 변해가는 과정에도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로고인 ‘M.A’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를 둘 다 상징한다고. 이에 대해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의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두 여자주인공이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뮤지컬은 흔히 철없는 왕비로 언급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짜 모습을 재조명한다. 열 네 살의 어린 나이에 루이 16세와 결혼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애초 자신이 왕비가 될 줄도 몰랐다고 한다. 선왕인 루이 15세의 대를 이을 후계자가 루이 16세 외에도 세 명이 있었던 것. 그러나 그들이 모두 차례로 숨을 거두면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갑작스레 왕위에 오르게 됐다. 이후 어리고 순수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직위에 걸맞은 지혜와 위엄을 갖춘 여인으로 변모해간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치스러운 여인이었다는 세간의 풍문도 사실과는 다르며, 이러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실,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도 어머니로서의 품위와 사랑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이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 스토리 & 캐릭터 ② 아름답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의 등장인물은 마그리드 아르노 외에는 모두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루이 16세, 페르센, 마리 앙투아네트의 머리와 의상을 담당했던 주변인물들까지 모두 이전 공연보다 더욱 역사적 사실에 가깝게 그려진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부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결혼 후 7년간 성적 관계를 갖지 않았고, 서로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품기보다는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이러한 부부관계를 그대로 그리는 것도 관객들이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인물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관객들이 진짜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기 바란다. 그녀와 남편 루이 16세, 그리고 페르센 백작과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녀에 대한 동정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르센 백작은 극중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중요인물이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하는 매력적인 스웨덴 귀족으로, 공연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페르센이 마리와의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미국 독립혁명에 참전했다가 프랑스로 돌아온 페르센은 파리에서도 곧 혁명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마리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생전 비밀로 감춰져 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 서로 주고받은 연애편지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밝혀졌다고 한다. 친구에서 출발해 연인으로 발전한 후 비극을 맞게 되는 이들의 러브스토리 역시 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스토리 & 캐릭터 ③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다 는 인물들 외에도 ‘목걸이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널리 알려진 역사적인 사건을 재조명해 극에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특히 목걸이 사건은 이 공연의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이다. 1785년 일어난 이 사건은 누군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참칭해 보석상으로부터 20만 달러에 달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횡령한 사건이다. 이 일로 화가 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이름을 대고 목걸이를 산 사람을 재판장에 세우지만, 그는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결국 이 사건은 마리에 대한 민중들의 증오를 조장해 마리의 인생이 비극으로 치닫는 계기가 된다. 뮤지컬 에서는 민영기와 김준현이 연기하는 오를레앙 공작이 목걸이 사건에 개입해 마리 앙투아네트를 궁지로 모는 인물로 등장한다. 왕이 되려는 야심을 품은 오를레앙은 이 밖에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사람들이 왕비에 대해 실제와는 다른 편견을 갖고 미워하도록 부추긴다. 그의 행동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극에 빠뜨리면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음악 & 안무 음악적으로는 를 비롯해 의 음악을 만들어온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강점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될 예정이다. 원작자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는 이번 공연을 위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솔로곡 2곡을 비롯해 신곡 9곡을 추가했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의 대립구도를 부각하기 위해 ‘이너프 이즈 이너프(Enough is Enough)’를 리프라이즈한 ‘헤이트 인 유어 아이즈(Hate In your Eyes)’ 등을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음악에 대해 “실버스터 르베이의 악보는 굉장히 다양하고 풍성하다. 신나는 노래도 있고, 재미있는 노래도 있고, 로맨틱한 노래도 있다. 만족스러운 음악작업 끝에 처음 공연보다 훨씬 다양한 음악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내면이 드러나는 솔로곡을 비롯해 그녀와 페르센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 마그리드 아르노의 강한 혁명의지를 담은 노래, 헤어드레서와 드레스메이커 등 주변인물들의 비극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는 노래 등 각 인물들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음악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왈츠 등 각 음악과 어울리면서도 모던한 느낌이 가미된 안무가 장면마다 다채롭게 펼쳐진다. 무대 등의 무대를 작업해온 마이클 슈바이크하트(Michael Schweikardt)은 이번 공연을 위해 경사진 회전무대를 활용, 프랑스 절대 왕정의 상징이었던 베르샤유 궁을 비롯해 아름다운 왕비의 정원, 귀족들의 무도회가 열리는 거대한 홀 등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당시 빈민들이 모여 살았던 마레 지구를 재현해 사치와 향락에 물든 귀족들의 삶과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대조적으로 펼쳐 보인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다양한 장소를 구현하되, 공연 전체가 페르센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만큼 어두운 동화처럼 다소 추상적이고 영화 같은 무대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상 제작진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18세기 프랑스의 호화로운 궁중 생활을 재현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수십 벌의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을 제작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공들여 치장된 로코코 풍의 우아한 의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대의 패션리더로서 유행을 선도하는 인물이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 디자이너 요시코 이케자와는 드레스 한 벌 한 벌마다 수많은 장미와 보석을 붙이는 작업을 거쳐 여러 겹의 풍성한 주름 장식과 화려한 보석으로 꾸며진 우아한 복식을 완성했다고.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이 의상들은 특히 혁명이 시작되기 전, 1막 패션쇼 장면에서 가장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0.20 / 조회 25,605
-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에 관한 모든 것!
11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의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로 우리에게 화려하고 호화로운 삶을 산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불과 14살의 나이에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프랑스 땅에 정착하였고, 19살의 나이에 왕비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늘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지루한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화려한 궁중 생활의 이면으로 지독한 외로움과 향수병을 달래야 했던 것. '그녀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앞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그녀의 삶을 가상의 마리에게 묻고 답하는 10문 10답과 왕비의 하루를 통해 재구성해 본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디자인: 정혜린(hyelin@interpark.com)
2014.10.10 / 조회 14,549
-
국내 초연 <마리 앙투아네트> 옥주현·김소현·윤공주·차지연 등 캐스팅 공개
오는 11월 국내 첫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의 캐스팅이 공개됐다. 를 만든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최신작 는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궁을 배경으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2006년 쿠리야마 타미야의 연출로 일본에서 초연한 이후, 독일 브레멘 등에서 공연을 가지며 유럽과 아시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 역에는 의 옥주현과 의 김소현, 마리 앙투아네트와 상반된 캐릭터인 마그리드 아르노 역에는 의 윤공주와 의 차지연이 캐스팅됐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곁에 머물며 항상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매력적인 스웨덴 귀족 악셀 페르센 백작 역에는 의 윤형렬, 의 카이, 의 전동석이 캐스팅됐다. 또한 민영기, 김준현이 타고난 지략가로 프랑스의 왕좌를 호시탐탐 노리는 오를레앙으로, 이훈진이 프랑스의 국왕이면서 소박한 대장장이를 꿈꿨던 루이 16세 역으로 출연하며,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유일한 친구인 마담 랑발 역에 임강희가 분한다. 이밖에도 부도덕한 정치 운동가 자크 에베르 역에 박선우, 궁정 헤어드레서로 허영심이 가득한 인물인 레오나르 역에 문성혁, 궁정 디자이너로 프랑스 최고의 고급 오뜨 꾸뛰르 부티크를 여는 로즈 베르텡 역에 김영주가 참여한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을 비롯해, 김문정 음악감독, 이란영 안무가가 참여하는 는 오는 16일부터 온라인 티켓 예매가 가능하며, 11월 1일부터 2015년 2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2014.09.12 / 조회 13,387
-
[현장스케치] 세계를 울린 고전 명작!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프레스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프레스콜이 1월 7일 오후 2시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작품은 2013년 12월 대구, 부산 공연을 마치고 2014년 1월 4일 서울 공연의 막을 올렸다.프레스콜은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회와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됐다. 장면 시연회에는 소향, 박기영, 최윤정, 이필모, 김형묵, 박완, 양희경, 우상민, 조승연, 황지현 등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조연들이 무대를 빛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뮤지컬에서 출발해 영화로 재탄생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을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의 자연을 배경으로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 수녀 ‘마리아’는 가정교사로 고용돼 ‘폰 트랍’ 대령의 집으로 가게 된다. 집안 7명의 아이들은 어릴 때 엄마를 잃어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다. 음악을 좋아하는 ‘마리아’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폰 트랍’ 가족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낸다. ‘마리아’의 사랑에 감동한 ‘폰 트랍’은 아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하지만 곧 전쟁이 터져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백미는 시대를 뛰어넘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다. 작품의 뮤직넘버는 뮤지컬 음악의 거장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햄머스타인 2세’가 머리를 맞대 나온 수작(秀作)이다. 뮤지컬 넘버는 토니상, 그래미상, 골드레코드상 등을 수상하고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 이번 공연에는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조셉 베이커’가 편곡을 맡았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마리아’로 출연했던 ‘지니 리먼 프렌치’도 배우들의 보이스코치로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밝고 자유로운 ‘마리아’ 역에는 소향, 박기영, 최윤정이 낙점됐다. 슬픔을 간직한 ‘폰 트랍’ 으로는 이필모, 박완, 김형묵이 분한다. ‘마리아’에게 새로운 사랑을 깨우치는 ‘원장수녀’ 역에는 양희경과 우상민이 캐스팅됐다. 미모의 자산가 ‘엘자 쉬래더’는 김빈우와 황지현이 출연한다. ‘브리지타’, ‘쿠르트’ 외 7남매는 박수빈, 차재돌, 김가빈, 김연우 등의 아역배우가 열연한다. 이번 공연으로 뮤지컬에 출사표를 던진 소향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2’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가창력으로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작품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100번쯤 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리아’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마리아를 힘껏 표현할 것”이라며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 6주간의 공연을 펼친다. 노오란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4.01.08 / 조회 11,651
-
“그때의 감성을 지키되 현대 사회의 빠른 템포를 적용했다” 김진영 연출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12월 6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는 부산 센텀시티소향시어터 무대에 서고 2014년 1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는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정식 라이선스로 돌아온 8년 만의 무대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오랫동안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은 시대적 감성을 지키되 바쁜 현대 사회의 템포도 적용했다. 작품의 내용처럼 무대를 준비하는 내내 즐겁게 일했다는 김진영 연출가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영화와 뮤지컬로 이미 유명한 작품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작품의 유명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최근 한국 뮤지컬계의 트렌드는 어둡고 무거운 색깔이라 밝고 즐거운 뮤지컬이 많지 않다.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는 이번 무대를 끌고 가는 것에 대해 용기를 내야 했다. - 기존의 작품들과 어떤 점을 차별화했나? 기존의 영화와 뮤지컬의 좋은 점을 잘 섞어 표현했다. 작품의 정서를 지키되 한국의 정서와도 어울리게 연출했다. 예로 뮤지컬에서는 ‘엘자’와 ‘막스’가 크게 다뤄지지 않는데 영화에서는 무게감 있는 캐릭터다. 한국 사람들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더 익숙해서 둘의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 그러지 않으면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서다.(웃음) 그 당시의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나 음악의 템포는 현재 시대에 맞춰서 빠르게 바꿨다. - 브로드웨이 제작진과 함께했는데 어떤 작업이었나. 그동안 브로드웨이 제작진들과 같이 많은 일들을 했다. ‘지니 리먼 프렌치’는 브로드웨이에서 ‘마리아’와 ‘원장수녀’ 역을 한 여배우다. 그녀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과 30여 년 가까이 함께 일해 와서 작품에 정통한 사람이다. ‘지니 리먼 프렌치’는 이번 공연에서 보이스코치로 함께했다.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맞추는 작업에 힘썼다. 이번 공연의 편곡을 함께한 ‘조셉 베이커’와는 1999년부터 함께 뮤지컬 작업을 해왔다. 15년 가까이 같이 일하다 보니 이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그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안다. ‘조셉 베이커’는 이번 공연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살리되 외국인들도 받아들이기 쉽게 편곡하는 작업을 했다.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명장면이나 넘버를 꼽는다면? 1막 마지막 부분에 ‘원장수녀’가 부르는 ‘산 위에 올라’라는 곡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노래는 모든 성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노래 중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소명을 찾아라’는 가사가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흔들리고 지칠 때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 제작진도 힘들고 지칠 때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작품의 내용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 연출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 배우들이 표현하는 것 사이에서 조절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연출할 때마다 겪는 문제다. 관객들이 얼마나 빠르게 흡수할 것인가를 예단해야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동안 창작 작품을 많이 해왔다. 오리지널 라이선스 작품은 창의성에 관한 한계점이 있다. 그 한계점 안에서 최고로 만들어내야 한다. 라이선스 작품을 할 때는 한계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 이번 공연을 통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이번 작품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길 바란다.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현재 우리와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겪었듯, 극의 당시 상황도 평온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신념을 지키고 옳은 일을 하는 내용이 있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힘든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용기와 가족의 소중함을 얻어 가길 바란다.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그냥 즐기시면 된다.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작품이 아니다. 보고 듣는 대로 느끼면 정말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은 가족끼리 함께 와서 보기도 좋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접했을 40~60대에게도 좋다. 무대를 통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보며 ‘저런 장면도 있었지’, ‘이런 노래가 있었지’ 하며 향수에 젖게 될 것이다. - 향후 계획은? 그동안 창작 뮤지컬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해왔다. 이번 공연을 통해 라이선스 작품만의 매력을 발견했다. 앞으로는 창작과 라이선스를 두루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제작진, 배우들, 관객 모두가 더 잘 즐길 수 있는 라이선스 공연을 올리고 싶다.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극단 현대극장
2013.12.18 / 조회 3,096
-
“함께 희망과 행복을 느꼈으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마리아 役 소향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이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이번 공연은 평소 뮤지컬 무대에서 보기 힘든 스타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주인공 ‘마리아’ 역은 박기영과 소향, 최윤정이 트리플캐스팅됐다. 남주인공 ‘폰 트랍 대령’ 역에는 이필모, 김형묵과 박완이 연기한다. 이 밖에도 김빈우, 황지현, 양희경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마리아’ 역을 맡은 가수 소향은 최근 MBC ‘나는 가수다’ 시즌2에서 ‘인연’, ‘꽃밭에서’ 등을 불러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TV 프로그램에 이어 뮤지컬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녀에게 이번 작품과 연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데.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언젠가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침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 제의가 들어와서 냉큼 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무작정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점점 두려워졌다. 연기가 너무 어려웠고 ‘이 연기를 마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눈앞을 가렸다. 이미 시작한 일이었고 관객과 제작진,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했다. 물론 지금은 무대 위에서 열심히 즐기고 있다. 다른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다. - 평소 영화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영화로는 100번 정도 본 것 같다. 이 작품은 영화 역사에도 큰 획을 그은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음악 영화라고 해도 괜찮은 OST가 3~4개를 넘지 않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영화나 뮤지컬 속 OST 전곡이 다 유명하고 좋은 곡들이다. 작품 내용도 매우 사랑스럽고, 보고 있으면 포근하고 행복해지는 스토리다. - ‘마리아’는 트리플캐스팅이다. 소향만의 ‘마리아’는? 평소 ‘마리와’와 성격이 비슷하다. 아주 천방지축이다.(웃음)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소스가 나 자신밖에 없다. 이번 무대에서 나 자신을 내보인다고 생각하고 역할에 임하고 있다. ‘마리아’라는 도구를 통해 나를 비춰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 대구에서부터 공연이 시작됐다. 연기가 처음이라 무대에 올라가 2시간 내내 떨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보니 즐기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죽어라 연습하며 나도 모르게 몸에 익은 것들이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호흡 맞추고 함께 재밌게 놀다 내려오는 기분이다.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는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배우들이 왜 뮤지컬을 하는지 알 것 같다. - 공연 연습하면서 고비가 있었다면. 매번이 고비다. 처음 대본 리딩할 때부터가 고비였다. 처음 내가 대본 읽는 것을 듣고 모두들 당황했다. 민폐를 끼칠 수 없어 첫 한 달 동안은 제작진에게 다른 배우 캐스팅을 생각해 보라고 말할 정도였다. 연습 기간 동안 제작진과 선배님들이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시며 연기 지도를 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했다. - 뮤지컬 무대와 음악 무대의 차이가 있다면? 음악 무대에는 항상 긴장하고 떨면서 오른다. 혼자 무대를 책임져야 해서 그 무게감이 꽤 크다. 뮤지컬은 배우들과 제작진들 사이에 ‘약속’이 존재한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함께 연습했던 것들이 몸에 배어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같다.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든든하기도 하다. 음악 무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두 무대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 최근 판타지 소설 ‘크리스털 캐슬’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다. 평소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 쓰는 행위가 생각을 토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 있는 많은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다. 내겐 줄거리를 생각하는 과정이 주인공과 함께 여행 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 ‘크리스털 캐슬’은 ‘요한계시록’에 관한 내용이다. 20살 때부터 판타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이번 소설을 7~8권까지 출간해 영화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모든 문화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 문화란 사람들 가운데 퍼져서 알게 모르게 입고 먹고 느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도구다. 이런 도구를 통해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지금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뮤지컬을 보며 희망과 행복을 가지길 바란다. -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족끼리 보러 오면 좋다. 공연 보러온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많이 봤다. 현실의 힘든 짐을 잠시 내려놓고 옛날 향수에 젖어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행복했으면 한다.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극단 현대극장
2013.12.18 / 조회 10,243
-
제78회 국제PEN대회 기념공연, 뮤지컬 ‘요덕스토리’
창작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2012년 9월 경주에서 열리는 제78회 국제펜(PEN)대회에 공식 초청됐다. 이로써 작품은 지난 2010년 미국 투어 공연으로 해외에 공연을 알린 데 이어 두 번째로 전 세계 문인들과 만나게 됐다. 9월 9일부터 15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펜대회는 매년 전 세계 문인들이 문학의 증진과 표현의 자유 수호, 범세계적 작가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인 문학행사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올해 펜대회의 주제인 ‘문학, 미디어 그리고 인권’에 적합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대회에 초대받게 됐다. 평양 음악무용대학 출신의 강련화는 북한의 스타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남조선과 미국의 지령을 받아 간첩활동을 해왔다는 죄목으로 가족과 함께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다. 요덕수용소의 수용소장이자 엘리트 출신인 리명수는 수감된 련화를 심문하면서 사모의 마음을 키워간다. 리명수의 사상은 련화에 대한 사랑으로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흔들리고, 그는 결국 명수의 아이를 임신한 련화를 자신이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번 국제펜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70년, 1988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14개국 143본부에서 국내외 문인 900여 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웰레소잉카(1986년), 오르한파무크(2006년), 르클레지오(2008년)가 참가한다. 노벨상 작가가 3명이나 참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 문인으로는 이어령 교수, 이문열 소설가, 고은 시인 등이 참여한다. 제78차 국제PEN대회와 함께하는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경주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7 / 조회 8,863
-
[포스터 it] 바람을 타고 온 행복,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
빨간 모자를 쓴 흰 피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남자의 손에는 아코디언이 들려 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게 행복한지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고 볼은 발그스레하다. 남자의 뒤로는 에펠탑이 보인다. 에펠탑에 걸터앉은 여자는 기타를 치고, 또 다른 여자는 건반을 치고 있다. 한 사람은 얼어붙은 자세로 마이크를 쥐고선 걸로 봐서 보컬인가보다. 보컬 옆에 바짝 붙어선 여자는 짝짝짝 캐스터네츠 연주자다. 그 옆의 눈을 슬쩍 감은 듯한 남자는 트라이앵글을 들고 있다. 각자 저마다 악기를 들고 있는 6명은 음악을 하는 모양이다. 6명은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어떻게 행복해졌는지 궁금하다. 방황하는 6명이 만나 음악으로 행복해지는 내용인지 포스터만으로는 어떠한 정보도 캐낼 수 없다. 다만 6명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게 전부다. 뮤지컬에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지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지 좀처럼 알 수 없다. 그저 이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없애려면 그저 공연을 보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설명은 없다. 포스터 아래 빨간 별 다섯 개를 새겨 넣어 이 공연이 볼만하다는 것을 은근히 강조한다. 게다가 ‘2010 신촌&대학로&시청공연 전일매진기록공연’, ‘10회이상 재관람자 VIP멤버스카드 발급율 최고’라는 문구를 실어 이 뮤지컬의 티켓파워를 넌지시 알린다. 더불어 신촌, 대학로, 시청 공연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의 포스터에는 작품이 꽤 볼만하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단지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라는 거다. 이 작품은 조용해 보이는 평범한 카페에 모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카페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뭐든 참견해야 하는 수다쟁이, 사사건건 잘난 척을 하는 수상한 여자가 등장한다. 또한 걱정거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냥 해맑은 여자 그리고 정체불명의 탈옥수까지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모이기 어려운 캐릭터들이 한곳에 모여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톡톡 튀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내년 1월 16일까지 한성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03 / 조회 18,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