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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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연극 <리타> 제작발표회
TV 드라마 등에서 사랑스런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공블리’ 공효진과 영화배우이자, 최근 ‘하루’ 엄마로 더욱 유명해진 강혜정의 출연 소식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에 대한 관심이 높다.지난 14일 작품의 기획배경과 주연배우들을 소개한 제작발표회가 열린 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와 연극 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었다. 는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뒤늦게 대학생이 되고자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등록한 주부 미용사 리타와 정년을 앞둔 문학교수 프랭크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의 극작가로도 유명한 월리 러셀의 작품으로 1980년 런던의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됐고, 우리에게는 1991년 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됐다. 2014년 다시 돌아오는 는 현 시대에 맞는 세련된 무대와 연출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황재헌은 “지금 이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원작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특히 여성상에 대한 사회적 사고가 많이 성숙했기 때문에 '길들이기란 단어가 혹시라도 원작이 갖고 있는 이야기에 선입견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노파심에 가까운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제목을 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효진은 “이 자리에 나오는 게 너무 떨려서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얼렁뚱땅 꼬임에 넘어갔다. (웃음) 어느 날 조재현 선배와 극장에 오게 됐는데, 막상 여기 오니까 '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5년 정도 스크린 안에 갇혀서 일하다가 라이브하게 관객들을 만날 시간이 이제는 충분히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이 무대에서 관객들의 집중을 받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연습하면서 ‘내 무덤을 팠구나’하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후 4년 만에 연극에 복귀하는 강혜정 또한 “연극을 계속 할 수 있는 깜냥이 안 되는 배우라고 생각해 다시는 무대에 오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리타를 너랑 나랑 같이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라는 공효진의 제안을 듣고 무척 설레였다. 공효진이라는 배우와 한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점이 굉장히 매혹적이었다.”고 출연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작품을 같이 한 적은 없지만 양쪽 모두와 친한 배우 조은지를 통해 서로 친분을 쌓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공효진과 강혜정은 “이번 작품을 서로 같이 의지하면서 배워나가고 싶었는데 연출님이 절대 연습을 같이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걸 아는 분은 전무송 선생님과 연출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프랭크 역으로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된 전무송은 “반가운 마음에 승낙을 했는데, 전무송의 성격을 프랭크의 성격으로 바꾸느라 애를 먹고 있지만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공효진과 강혜정을 보면서 ‘스타라는 것은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들의 기를 받아서 늙어가는 내가 옛날의 기운을 찾아 연습실에서 뛰고 소리지르고 있다. 한 가지 걱정은 배우들이 자꾸 예쁘게만 보인다. 연출은 예쁘게 보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오늘날의 연극은 관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황재헌 연출은 “이번 공연의 무대 컨셉은 강의실 혹은 교수 연구실의 확장 개념이다. 관객들과 보다 가까이 수업을 받는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무대 위에도 객석을 두었고, 공연장 어디에서도 배우의 숨결 하나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원형의 돌출무대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덧붙여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직접 이야기 속에 참여하고 마치 전무송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두 배우들의 수업을 듣는 것처럼 공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관객들에게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두 리타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황재헌 연출은 “공효진의 리타는 얄밉고 당돌하지만 그 안에는 부드러운 슬픔 같은 것이 있다. 내가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것을 공효진의 연기를 통해 알게 됐다. 공효진은 대단히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연기를 하는데,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강혜정은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 넘는 배우다. 철저하고 분석적이면서 준비가 완벽하다. 처음 만난 날 대본을 미리 읽고 내게 질문지를 내밀더라. 정말 날카롭고 정확한 사람이다. 하지만 하는 행동은 귀엽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여자들의 성장 이야기에 출연해 온 공효진은 “한눈에 반해서 로맨스를 위해 달리고 그 사랑을 얻고 끝내 둘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다. 그래서 항상 분량이 남자보다 많고 고생스런 작업이 많았다. 내 마음 속에는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고 더 나아진 삶을 살 수 있고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 같다. 그래서 성장기에 많이 끌리는 것 같다.” 설명했다. 또한 "그는 제일 궁금한 게 제가 연기하고 있는 를 객석에 앉아서 보게 되는 그 순간이 잊지 못하는 순간이 될 것 같다.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현명한 캐릭터에 호기심이 많다는 강혜정은 “공효진의 연기는 자유롭다. 어떤 것에도 속박당하지 않는다. 책임감, 눈치, 부담감 등을 다 벗어버리고 연기하는 공효진의 리타가 너무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마지막으로 황재헌 연출은 “연말연시 좋은 공연이 많이 있지만 가 최고의 공연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고의 배우만의 모여서가 아니라 스태프, 무대까지 최고의 조건에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공효진과 강혜정이 만드는 새로운 는 오는 12월 3일부터 2015년 2월 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1.17 / 조회 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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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프루프’로 연출에 도전한 뮤지컬 전문가 이유리 교수를 만나다
연극 ‘프루프’는 강혜정, 이윤지가 주연을 맡아 공연계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있다. 바로 연출을 이유리 교수가 맡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동숭아트센터 기획부장,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출신인 기획자이자,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과 학장을 맡고 있는 뮤지컬 전문가다. 그런 그녀가 ‘연출’에 도전했다. 그것도 전문 분야 뮤지컬이 아닌 연극으로. 생소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연극 ‘프루프’ 연출에 대한 고민과 고뇌 때문인지 그녀는 핼쑥해진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야윈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에서 그녀의 나이는 전혀 가늠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공연계에서 지내온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녀는 “몇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결국은 공연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공연은 내 내부의 명령이었죠”라며 공연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는 천성적인 공연예술가였다. Q. 공연 기획자로서 쌓아온 명성과 노하우, 교수로서의 편안한 지위가 있는데, 갑자기 연출이라니 놀랐습니다. 연출 도전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연희단거리패 창단멤버로 연극을 시작하면서 공연계에 입문해 올해로 25년째 공연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배우로 시작했죠. 배우 기질이 아니라는 생각에 1년 만에 배우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나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연출이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요즘도 연출로서의 삶이 어려운데, 그 당시에 연출 생활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연출의 가져야 할 가장 큰 능력이 배우나 스텝 등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장악력과 통솔력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저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던 것 같아 포기했죠.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작업을 계속 미뤄왔던 거에요. 최근 연출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극단 후배이자 기획 후배이기도 한 악어컴퍼니 대표가 제게 기회를 줘서 이렇게 연출로서 입봉하게 됐어요. Q. 뮤지컬 전문가에게 첫 연출 입봉 작품이 연극이라는 것이 낯섭니다. 연극 ‘프루프’를 첫 작품으로 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를 몽상가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죠. 더불어 첫 연출이기에 연출의 힘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공연이었으면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프루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은 초연도 아니고 배우를 통해 극이 드러나는 작품이잖아요. 하지만 연출을 처음 해보니 정말 쉽지 않아요. Q. 공연계가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연계가 힘든 것은 한국의 실정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공연 비즈니스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연극배우나 스텝 등 대부분 공연예술가들은 가난하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공연하는 실정이니까. 그것은 공연계의 특수한 구조 때문인 것 같아요. 뮤지컬로 예를 들어볼게요. 다른 비즈니스들은 시장이 세계적으로 보급돼 있는 반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유럽 군소, 일본 등 많아야 다섯 개 정도가 시장이죠. 이렇게 특수한 시장에서 산업이 활성화되기는 힘들어요.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공연은 전체 제작비의 60%가 인건비로 사용되는 굉장히 원시적이고 수공업적인 형태의 구조를 가졌어요. 공연 산업이라는 말자체도 최근 생긴거에요.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공연예술가들은 공연계가 어렵다고 이야기 하면서 살 것 같아요. 숙명인 거죠. Q. 공연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니에요. 암울할 필요는 없어요. 공연의 묘미는 여기 있죠. 창의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성취욕구가 크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주죠. 그렇기에 사람들이 직업으로 삼아 버티는 거에요. 어렵지만 희소가치는 있어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 대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인 공연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뮤지컬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뮤지컬이 안고 있는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에요. 공연은 전문가 시장인데 한명의 전문가가 만들어지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하죠. 현재 한국 뮤지컬계 역사가 짧다보니 극소수의 전문가가 극소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교육도 기존에는 없었구요. 그렇기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껴요. 뮤지컬 배우나 스텝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연극과의 교육이 연극 교육에서 춤, 노래를 강화시키는 뮤지컬 교육으로 바뀌고 있고 뮤지컬과들이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과 기업이 협력하는 산학협력 체제가 필요해요. 제작사에서 창작공연을 올리기 전에 학교에 학생들과 함께 워크샵형태를 갖는 거죠. 제작사 입장에서는 학교에 구축돼있는 시설과 인적 자원 등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죠. 이러한 산학협력 체제는 점점 증가할 거라고 예측돼요. Q. 지금까지 기획, 연출, 교육까지 많은 것들을 하셨습니다. 공연에 대한 갖고 계신 철학이 있습니까? 30대에 맹렬하게 기획자로 살았어요. 그때 저는 ‘지금은 비즈니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각자적 운동을 하는거다’라고 얘기하면서 치열하게 일했죠. 공연계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면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 세계에요. 하지만 공연은 사람끼리 소통하고 본질적으로 부딪히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까지 공연인으로 살아 온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공연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뮤지컬이 서양에서 들어온 공연 장르이긴 하지만 ‘신명’을 외치는 우리 민족과 참 잘 맞아요. 창작뮤지컬에 좋은 콘텐츠가 나와서 세계적으로도 발휘할 수 있는 공연물로 키우고 싶어요. 작품성과 대중성을 잡는 창작뮤지컬의 모델이 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공연계는 누군가 치열한 의식을 가지고 시도하면 최초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요. 15년 전, 연극 ‘어머니’를 하면서 ‘아트포스터’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었고, 연출로의 입봉도 늦은 나이에 시작했죠. 실험적이고 도적적이고 또 개척적인 이 기질이 고달프긴 했지만 후회 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 운명이자 또 지금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갖고 있는 운명이 아닐까요. 글_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12 / 조회 15,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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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우리가 풀어야할 함수관계, 연극 ‘프루프’
연극 ‘프루프’는 배우 강혜정의 출연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영화 출연을 위주로 활동했던 그녀의 첫 연극 데뷔무대라는 점과 출산 이후 공식적인 행보로 선택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 역시 제작발표회 당시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한 만큼 무대는 배우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무대를 거쳐 갔고 연기의 깊이를 알았던 것처럼 배우 강혜정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10개월 가까이 굳어있던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 캐서린이라는 인물에 비로소 생기를 불어넣었다. 캐서린이 느꼈던 불안과 고민은 마치 그녀 안에 이미 녹아들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분출된다.- 캐서린에 대입되는 불안정한 자아유독 자아가 강하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서린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불안정한 기질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고, 충돌한다. 그녀가 어긋나는 이유는 천재적으로 회전하는 수학적 두뇌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연약하고,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연극 ‘프루프’는 캐서린의 정서를 아버지와 언니, 그리고 할의 관계를 통해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낸다.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는 캐서린은 극의 후반부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기에 힘쓴다. 캐서린은 연약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와 애착이 그를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짜임새 있는 극 구조극의 구조는 마치 로버트가 겪는 정신분열 증세처럼 현실과 과거가 교차된다. 마치 그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장면 장면을 따다 놓은 느낌이다. 따라서 각각의 장면은 낱개로 서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짜임새를 획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 로버트와 그를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캐서린, 그녀와 관계된 클레어와 할의 관계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장면 안에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어떤 장면은 극 결말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순서를 뒤바꿈으로써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캐서린캐서린은 주로 집 밖에 머문다. 무대도 일반적인 작품처럼 장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 집 밖 마당이다. 사람들은 문을 열고 닫으며 집을 드나들지만 캐서린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혼자 수학 증명을 풀 때도, 할을 만날 때도 모두 이 장소에 서 있었다. 캐서린이 느끼는 소외감과 모든 것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고독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더욱이 아버지의 정신분열 증세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가 처음부터 극복해야 될 과제였다. 배우들의 호연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이 모든 것을 뛰어 넘는다. 극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치밀하게 계산된 개연성 덕분으로 관객들은 캐서린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8 / 조회 1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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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사람과 사람 사이도 증명되나요?”
수학에서 정답은 하나이지만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람도 그렇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저 사람과 나의 관계에 대해 각자의 방법으로 함수를 풀고 증명해나간다. 는 천재 수학자가 겪는, 사람간의 고통스러운 함수 관계를 그리는 연극이다.아버지에게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이어 받았지만,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 때문에 자신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캐서린 역은 강혜정과 이윤지가 맡아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지난 19일 공개된 프레스콜에서 이윤지는 차갑고 냉철한 캐서린을, 강혜정은 그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서린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남명렬, 이윤지, 강혜정, 정원중20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50대에 접어들어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로버트 역엔 배우 남명렬과 정원중이 캐스팅됐고, 캐서린의 언니이자 활동적인 커리어우먼 클레어는 하다솜과 김태인이 연기했다. 또한 캐서린과 세상을 이어주는 남자 할 역은 김동현이 열연한다. 데이비드 어번의 희곡으로 2000년 초연돼 2001년 토니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선 2003년 김광보 연출, 2008년 유연수 연출로 소개된 바 있다. 2010년 는 이유리 연출이 맡아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드러낸다. 는 12월 12일까지 대학로예술마당에서 공연된다. 25번째 생일날, 아버지(정원중)의 환영과 나누는 캐서린(강혜정). 로버트의 장례식. 서로 호감을 느끼는 할(김동현) 캐서린(이윤지).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 "이 집을 팔고 나와 뉴욕에 가자" 언니 클레어(김태인). "난 언니가 싫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캐서린과 할. 정신질환을 앓는 로버트(남명렬). 그를 돌보는 딸 캐서린(이윤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이민옥(okjassi@daum.net)
2010.10.21 / 조회 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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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그들의 캐서린 <프루프> 강혜정, 이윤지
배우 강혜정과 이윤지가 그들의 첫 연극 에서 같은 역할로 만났다. 갖고 있는 매력, 연기 스타일 면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이기에 흥미롭게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것. 이들이 그려낼 인물은 근본적인 불안함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천재 수학자 캐서린이다. 수학의 천재였던 아버지에게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신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수학적 명민함과 감정적 불안함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이다. 출산 후 첫 공식 무대인데다, 영화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강혜정과 그 동안 여성적이고 귀여운 이미지 대신 신경질적인 내면을 보여줄 이윤지의 연기 대결이란 점만으로도 연극 관객에겐 즐거운 소식이다. 다른 에너지, 다른 캐서린한 작품에 출연하며 서로 견제하고 시기(?)하곤 한다는, 여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한 클리셰는 두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달 이상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자상한 언니, 믿음직한 동생이 되었다. 강혜정은 이어진 인터뷰 스케줄로 지친 기색인 이윤지의 끼니 걱정을 하고, 이윤지는 “굉장히 자상한 면이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낸다. 강혜정(이하 강)_전 윤지씨가 먼저 (프루프를) 하기로 했다는 걸 듣고 대본을 받았어요. (이윤지에게) 그래서 사실 너를 대입해서 읽은 게 되게 컸거든. (이윤지: 진짜?)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윤지(이하 이)_전 아무 이야기 없이 대본이 왔어요. 읽으면서 이게 연극 대본인 걸 알았거든요. 100% 작품 때문에 도전을 했죠. 인터미션까지 2시간인데, 저만 잘 해낸다면 정말 밀도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았어요. 아버지에게 광기를 물려받았을 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내면의 불안함을 지닌 캐서린은 그만큼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다. 액션이 크거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진 않지만 캐서린으로 분한 두 사람은 곤두선 마음을 객석까지 전해야 한다.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강혜정과 차갑고 귀여운 이미지를 넘나드는 이윤지. 두 배우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각기 다른 캐서린을 만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즐거움일 것. 강_전 여러모로 윤지씨와 제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연기자로서 비슷한 점은 리딩 때 처음 느꼈어요. 이 배우와 내가 에너지가 많다라는 점이 굉장히 닮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종류의 에너지에요. 이 친구가 다 안고 품는 에너지라면, 저는 다 불태워 버리는 에너지죠. 정말 에너지가 많은 배우에요. 무대에 섰을 때 같은 종류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파워풀 한 두 명의 캐서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_ 전 관객으로서 제일 기대가 돼요. 언니가 이 작품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반드시 두 배우의 공연을 다 봐야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많이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언니가 캐스팅 된 게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내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강_캐서린은 별난 캐릭터에요. 짜증스럽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그러면서 위태로워요. 그런 캐서린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본 윤지씨와 제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스타일과 성격이 다르니까. 되게 재미있어요. 볼 때 마다. 소통의 부재, 외로움작품에서 캐서린이 이질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그녀가 수학천재라는 설정 때문일 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기호와 암호 같은 숫자를 줄줄 풀어내는 그녀가 수학은 멀리했던 사람에겐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느껴지기 일쑤. 강혜정이 “수학 이론은 다 외우지도 못했다”며 고개를 절래 흔드자 “틀리게 해도 관객들이 모르지 않을까”라며 깔깔 웃는다. 강_그 수학이론 틀리게 하면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있대요. 이_독해, 독해(웃음). 제가 봤을 땐, 국어 천재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 수학 천재가 된 것은 가장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과 존재의 외로움 같이, 상반된 것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해결 할 수 없는 여백. 그런 것 때문에 다뤘다고 생각해요. 강_그래도 암산이나 수학 잘 하는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요(웃음). 저희 친오빠가 그렇거든요. 물론 내가 못하는 것들을 연기하니까 좋긴 해요. 그거 있잖아요. 악역을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도 나빠 보이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린 또 천재 역할이잖아요. 마냥 똑똑해 보이지(웃음). 수학 이야기엔 깔깔 웃지만 극 중 캐서린이 겪는 외로움, 타인과 소통의 어려움은 연기자로서 사는 마냥 남의 일은 아니다. 강_캐서린의 외로운 면에는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비단 그 아이(캐서린)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 있거든요. 어쩌면, 한 사람은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른 잣대와 해석 같은 것들로 이 사람을 틀리게 만들고 있지 않나, 그래서 외롭지 않나. 이 친구(이윤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쓸쓸해질 때가 많죠. “자극, 서로 매일 받아요” 이_ 연습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는 항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거든요. 즐겁다는 이야기가 부족할 정도에요. 첫 연극에 도전하며, 한 달 이상 연습을 이어오며 생기는 정은 배우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식성부터 말투까지 닮아간다”는 연습실 분위기를 자랑하기 여념 없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강혜정은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두고 나오니 더 책임감이 든다”면서 “그래도 마음으로 낳은 윤지만 하겠나”며 깔깔 웃는다. 아이 자랑을 자주 들은 이윤지가 스스로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직 아이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캐서린의 괴팍한 모습으론 볼 수 없고, 공연 끝나면 언니에게 부탁해서 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사적으론 친한 언니 동생이지만 연기자로선 서로가 자극이 되는 상대라고. 강_윤지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활용 해요. 밀고 당길 줄 아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매 순간 다르죠. 그걸 볼 때 마다 찌릿찌릿 하죠. 나도 저거 한 번 해볼까? 하고 나중에 하면 나와는 맞지 않고(웃음). 이_전 언니에게 받는 건 자극 밖에 없어요(웃음). 항상. 똑 같은 글자로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강_캐서린이 50명 정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렇죠?(웃음) “호기심을 일으키는 공연은 관객이 찾을 것”이라는 강혜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캐서린을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충만해졌으니까. 2010년 가을, 두 배우의 연극이라는 첫 경험에 주목해본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정근호
2010.10.08 / 조회 19,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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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나의 첫 무대 <프루프>의 강혜정, 이윤지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 천재성과 더불어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정신질환까지 자신 안에 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녀 관계에 아슬함을 더한다. 연극 는 아버지와 그의 딸, 자매간, 타인 간의 관계를 통해 어긋나 있던 소통의 궤도가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강혜정과 이윤지에게는 작품 속 증명의 숙제 뿐 아니라,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도 빛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연기하는 마음 가짐은 언제나 같아. 강혜정‘무대가 좋다’ 시리즈 작품이 줄곧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첫 작품이 잘 되면,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만큼 잘 되야 된다는 부담감, 없진 않다. 영화나 드라마, 또 공연을 할 때나 그런 생각만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자꾸 딴 생각을 하면 흐트러진다. 특히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웃음) 흥행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진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생각한다. 이 앞에 앉아 계신 분부터 저 끝의 관객에게까지 목소리가 가야 한다, 이런 것들 포함해서, 지금도 훈련하고 있다. 지금 공연 중인 는 봤는가? 절대 쉬운 공연이 아니더라. 배우들이 상당히 연기를 매끈하게 잘 하신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문근영은 사실 우리에게 큰 스타배우지 않느냐. 그런 스타배우가 과감히 자기의 몸을 무대 위에서 드러내 춤을 추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린 친구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나도 그 나이땐 못할 게 없었지만(웃음) 저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놀랐다. 함께 출연하신 진경 선배님을 보면서 와, 어떻게 작은 발성으로 저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굉장히 안정된 톤으로 연기하시는 것 같았다. 그 나이때 못할 게 없었다고 했는데, 그래도 못했던 것이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역할은? 난 아직 어리다.(웃음)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지금도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열 일곱 살 고등학생 역할이어도. 그러나 그런 작품을 내게 주진 않으시겠지.(웃음) 그러나 그녀(문근영)에겐 갈 거 아닌가.(웃음) 기회만 된다면, 스물 다섯의 강혜정으로 돌아간다면, 공룡이나, 골룸 같은 역할? 해보고 싶다.(웃음) 수학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가? 실제로 수학을 풀어햐 하는 장면은 없다. 그래서 따로 수학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관심은 생겼다. 어느날 포털 사이트에 ‘i=허수’라는 문구를 봤는데 예전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걸 그걸 클릭해서 찾아보기도 했다.(웃음) 작품의 작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꽉꽉 막힌 수학자들이 답답한 수학적 소통법으로 소통하다가, 사람 관계에 답 안나오는 경우 되게 많지 않느냐, 그렇게 증명이 안되는 모습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 그런 것들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사실 좀 의외다, 라는 반응을 보이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언젠가는 내가 꼭 한번 겪어야 될 관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시더라. 잘 할 수 있을거란 말씀을 많이들 해 주신다. 영화 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가장 마음 단단히 먹는 부분이, 그분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출산 후 복귀가 빠른데, 체력적인 것을 비롯해 힘든 점은 없는가? 일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힘이 딸린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극대화된 에너지를 보여주고 나선 비단,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랑 떨어져 나오는 건 너무 힘들다. 더 같이 있고 싶고 계속 놀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단 욕심만으로 이 작품을 택한 건 아니다. 연극이라는 게 머리에서 발 끝까지 보여주는 작업이어서 나를 단련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 그런 걸 겪다 보니 내 몸을 회복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오랜 시간 두고 분석하고 리딩하며 서로 이야기 주로 받는, 이런 과정을 통해 10개월 가까이 굳어 있던 머리가 회전하는 것 같고. 또, 창피하지 않은 날씬한 엄마가 되고 싶기도 했다.(웃음) 기존 작업들과 연극 연습과정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영화는 한 장면, 장면으로 찍어나가고, 그 한 장면을 위해 하루의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연극은 장면, 장면이 연결된 한 극을 위해 그 하룻동안의 에너지를 쏟아야 된다. 그게 젤 적응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연습 많이 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예전에 무대를 하나도 모를 때도 그렇고, 그냥 공연만 보러 다녔을 때도 그렇고, 지금에도 드는 생각이, 저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고 하면 모든 게 다 신경이 쓰인다. 제대로 걷기가 참 힘들다. 지금 무대 연기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어마어마한 고충을 통해서 이 무대에 올라간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된다. 연습하면서 들었던 칭찬과 지적이 있다면? 난 빨리 배운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머지가 다 지적이다.(웃음) 습관적으로 걸어왔던 품세나 말하는 것이 연극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많이 지적받는다. 더블 캐스팅 된 이윤지를 평가해 본다면? 내가 평가를 내릴 입장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 다만 그 친구는 머리가 정말 비상하다. 분석력도 뛰어나고, 감성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것들이 연습할 때 캐릭터의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것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감성도 좋고, 머리도 좋고. 게임 끝난거 아니냐.(웃음) 내가 더 잘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더라.(웃음)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길 제간이 없더라. 배우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 될 것. 이윤지 강혜정이 똑똑하고 섬세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렇다면 이윤지가 보는 강혜정은? 실제로 난 화장실에 있다가도 이따금 엄마를 부른다.(웃음) 그 정도로 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망설이는 게 많고, 그런 부분을 보고 이야기 하신 좋은 평가 같다. 실은 언니를 처음 본 건 올드보이 오디션 장이었다. 언니가 오디션 하는 걸 듣기만 했는데, 그때 알았다, 그냥 집에 갈까?(웃음)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시간을 아끼고,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웃음)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고, 또 현재 스타일리스트도 같기 때문에 언니 소식도 자주 접하고, 남다른 친근감이 있었다. 같은 역할이고, 언니와 내가 상반된 이미지라 이번 작품에서 연기할 때 아마도 작전을 다르게 짜야 할 것 같다. 연습실에서 언니 하는 걸 볼 때 너무나 색다른 표현을 하셔서 놀라곤 한다. 앞서 짐승 같은, 본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배우 이윤지 뿐만 아니라 인간 이윤지로서의 다짐이나 도전 같이 느껴진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것이다. 아직 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스물 일곱에 이런 작품과 배역을 맡은 건 결정타이며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굴레스러웠던 것들을, 본능에 충실해서 연기를 하다 보면 조금 더 그 굴레를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굴레를 깨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가 노력을 하고 원해서 만들었던 것이고, 뭔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는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외면했던 부분에 좀 더 솔직하고 진실에 가깝게, 그러면 내 굴레를 지키기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 대학 재학 시 연극을 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의 어떤 역할이었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라는 작품이었다.(2008년 12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50주년 기념 공연) 헤르미온이라는 왕비 역을 맡았었는데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판타지 한 작품이었다. 학교 작품이었다고 하기엔 규모가 무척 컸다. 그때 역시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연습실 공간 자체가 너무 좋다. 모든 게 갖춰진 채로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앞구르기도 하고 다리도 찢고(웃음) 그런 모습들, 잊으면 안 되는데 잊었던 것들을 다시 찾는 곳이 연습실이다. 아직 많이 배워야겠지만 연습실이 너무 좋고, 쉬는 날에도 다른 분들도 나와 계셔서 자극이 많이 된다. 말고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은? 정말 인터뷰를 위한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실 실장님이 스케줄을 정리하시면서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하게 된다면이 아니라 할거에요”라고 이야기 했다.(웃음) 내겐 정말 필연적인 작품이다. 아마도 캐서린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연습기간까지 몇 개월을 살고 나면 좀 더 여유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솔직하고 좀 더 진실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욕심을 더욱 내게 될 것도 같다. 학교 다니면서 많은 연극을 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을 보며, 어떤 밀도로 짜여지는지 알다 보니, 원래 이 느낌이지, 이거지, 하는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다음에 드라마든 영화든 접하게 되면 그 때 내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여러모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9.20 / 조회 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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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 이윤지 첫 연극 <프루프> 제작발표회 현장
천재 수학자이자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존 내쉬를 모티브로 한 연극 가 10월 공연에 앞서 지난 14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악어컴퍼니와 나무액터스가 함께 기획하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는 존 내쉬와 그의 가상의 두 딸, 그리고 존의 제자 할이 등장해 인간의 천재성과 광기, 이들 사이의 복잡하고도 밀도 높은 관계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미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의 작품으로,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 받아 현재까지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및 기획자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작품으로 연출가로 나서는 이유리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어떤 가치로 사나,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새롭게 해석한 인물의 모습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2008년 한국 공연 당시 추상미, 장영남, 김지호 등의 열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는 이번 공연에서 연기파 배우 정원중이 천재 수학자이나 말년에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로버트 역을 맡았으며, 그의 천재성을 물려 받은 둘째 딸 역엔 강혜정과 이윤지가 함께 나선다. 오랜만에 만난 강혜정결혼, 출산 후 첫 공식 무대를 연극으로 택한 강혜정은 “캐서린은 천재 수학자 아버지 밑에서 천재성, 광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 안의 소중함을 깨닫는 성장 드라마가 바로 ”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서린을 두고 “본능에 많이 충실한, 다듬어 지지 않은 짐승 같은 모습이 나와 닮은 것 같다”는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선 출산 전후 마음가짐은 똑같지만, 영화와 달리 편집이나 컷이 없이 2시간 내내 전신이 무대 위에 노출다는 점에서 무척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저도 첫 연극이에요" 캐서린 역의 이윤지최근 드라마에서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 역을 소화한 이윤지 역시 이번 작품이 데뷔 후 사회에서의 첫 연극. “대본을 받자마자 다 읽었고, 캐서린을 할 것을 직감했다”는 그는, “그간 선보였던 이미지와는 다른, 배우나 개인 이윤지로서 본능적인, 솔직해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이 작품에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 생각이 더욱 난다는 천재수학자 로버트 역의 정원중“돌아가신 부친을 향한 용서의 기분이 있어 우리 형제들도 보러 오면 많이 울 것 같다”는 정원중은 구체적인 언급은 아끼면서도 “맘에 드는 대사들이 많은데 최대한 관객분들에게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작품에 대한 태도를 진중히 이어나갔다. 스승의 증명을 믿고 밝혀 나가는 제자 할 역의 김동현이 밖에 “키스신이 무척 떨린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를 터트리게 만든 김동현은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제자인 할 역을 맡아 강혜정, 이윤지와 호흡을 맞춘다.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많아 현실적인 성공을 이뤄내는 캐서린의 언니 클래어 역으로 김태인과 하다솜이 번갈아 나설 예정이다.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 역의 김태인, 하다솜#속닥속닥 시리즈 "무슨 이야기 중?" #새로운 부녀 탄생# 우리만의 증명을 해 보일까요? 화이팅! 천재와 광기 사이, 수학 증명의 과정을 통해 개인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풀어내는 연극 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컬쳐스페이스nu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2010.09.16 / 조회 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