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
‘미생’ 류태호, 연극 무대로 돌아오다! 연극 ‘멍’ 오는 10일 개막
광해군의 제주에서의 마지막 4년을 다룬 연극 '멍'이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은 광해군의 제주 유배 시절 삶을 모티브로 창작된 작품이다. 왕으로서의 광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광해의 말년 삶을 통해 기억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왕위를 잃고 유배를 떠난 지 일 년도 안되어 가족을 모두 잃은 광해. 그는 술독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을 방금 즉위한 왕이라고 여긴다. 그런 광해를 안타깝게 여긴 나인 애영은 광해의 삶을 놀이로 만들어 광해의 기억을 되찾아주고자 한다. 기억을 잃어 '멍'한 상태로 살아가던 광해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느끼는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인생과 권력의 무상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마 '미생', '역적' 등에서 활약했던 류태호가 광해 역을,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씬스틸러로 존재감을 빛내는 황석정이 나인 애영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또한 김기남, 박경진, 이정주, 백진욱, 이유근, 박선혜 등 배우들이 제주 광대 역을 맡아 화려한 가면극 춤사위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연 중 광대들이 제주어로 질펀하게 노는 모습이나 극중 무대에 오르는 제주전통음식 등은 관객들로 하여금 광해의 제주생활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준다. 특히 무대 위에서 사계절이 영상으로 펼쳐지면서 아름다운 제주의 향토색 짙은 풍광이 펼쳐진다.
연극 '멍'은 오는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방송통신대학교 열린관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또한 이 작품은 2020년 제주문화에술재단 우수기획공연 선정작으로 12월 4일과 5일 양일간 제주도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도 공연된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극단 육공사 제공
2020.12.01 / 조회 3,616
-
연극 '날 보러와요' 21일 막 내려…20년 저력 과시
개막 이후 연일 매진행렬
21일까지 '굿바이 할인'연극 ‘날 보러와요’의 출연진(사진=프로스랩).[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22일 개막이후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간 연극 ‘날 보러와요’가 2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막을 내린다.‘날 보러와요’는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1996년 역사적인 초연 이래 총 15번의 공연을 거듭하며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다. 초연 직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같은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과 신인상을 받았고, 서울연극제에서는 작품상·연기상·인기상을 수상했다.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도 만들어져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바 있다. 올해는 20주년을 기념해 10년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작가 김광림을 비롯해 배우 권해효,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 등 초연 멤버가 다시 한 번 참여하며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개막 이후에는 공연 비수기인 1·2월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파크 연극 예매 순위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오르는 등 저력을 과시했다.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공연 마지막 주에 ‘굿바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굿바이 할인’은 OB팀 30%, YB팀 50%의 할인율로 마지막 공연인 2월 21일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서울 공연 종료 후에는 3월 26·27일 청주(CJB 미디어센터), 4월 2·3일 경주(예술의 전당) 등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02-391-8223.▶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8 / 조회 4,502
-
"탄탄한 리얼리티와 유머, 작품의 저력 아닐까?"<날 보러와요> 연습현장
국립극단에 있는 두 개의 연습실은 모두 팀이 점령했다. 한쪽은 작품을 쓰고 오랜만에 연출로 돌아온 김광림을 중심으로 초연 및 과거 를 화제 속에 몰아넣은 저력의 OB팀이, 또 다른 한 곳은 김광림 연출 이후 를 지휘하며 젊은 관객들에게 작품을 알려온 변정주 연출의 YB팀이 자리했다. "서로 굉장히 잘해야 된다는 (웃음) 압박감이 있어요. 선의의 경쟁이죠."라며 웃는 김광림 연출은, 자신의 제자이자 오랜 시간 조연출로 활동했던 변 연출을 두고 "감각도 좋고 잘한다."며 동등한 연출가로서 개성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의 작/연출자 김광림공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작품, 연출 뿐 아니라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의 중심이 된 연극 .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자가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되었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1996년 2월 초연 당시 탄탄한 완성도와 극적 묘미가 압권으로 꼽히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나갔다.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 도 제작돼 큰 주목을 받았다. 10주년 기념 공연을 끝으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지 않았던 김광림은 2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다시 만난 작품과 배우들을 두고 "기분이 되게 좋다."며 허허 웃는 모습이다. "이후 극단 우투리에서 한국 전통, 실험극 등을 주로 했기 때문에 배우들 대부분과 같이 작업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다시 만나보니까 배우들이 너무 좋아진 거에요. 역시 나이가 드니까 원숙해지고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이번 OB팀은 초연 때 출연했던 김뢰하, 이대연, 류태호를 비롯, 유연수, 권해효, 이항나, 황석정, 공상아, 차순배 등의 멤버들로 꾸려졌다. YB팀은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우미화, 이현철, 이봉련, 임소라, 양택호가 채우고 있다. "또 사건이 터졌데요."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반장(이대연)"난 짤리지도, 그만 두지도 않을 거요. 우리 꼭 범인 잡읍시다!""범인이 잡혔다고? 축배를 들자고~!""사건의 공소시효도 이미 다 끝났고, 사건의 희생자들, 그리고 피해자 주변 사람들, 어떤 면에서는 형사들도 피해자죠. 이런 희생이 국가 시스템 문제로 생기는 거라는, 그런 면을 강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장관이 일주일 안에 범인 잡아오라고 난리 치고, 그게 잡히나요. 안 잡히니까 경찰 수뇌부들이 현장에 가서 담당 형사들 못 오게 하고 자기들이 현장 수사하고. 시스템이 잘못된 거죠. 그런 데서 온 희생 같은 것들이 있는 거죠." 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맡은 형사팀를 중심으로 한다. 서울 동대문에서 새로 부임해 온 김반장과 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당시 치안본부에서 자원해 화성으로 온 김형사, 지역 토박이 출신 박형사와 무술 유단자 조형사가 저마다의 논리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려 고군분투한다. 경기일보 박기자 역시 특종을 잡기 위해 경찰서에서 살다시피 하는, 누구보다 범인을 찾아내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다. 지난 7일 찾은 연습실에서는 공연의 첫 장면부터 만날 수 있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훗날의 김반장. 새로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안타깝고 끔찍하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범인 찾기가 한창인 형사팀. 이미 몇 차례 허탕을 친 김형사는 이성복 시인의 '남해금산'을 읊으며 자기 신세를 한탄한다. 시구처럼 피해자들은 비 많이 오는 날 울면서 떠났고, 사건의 범인은 푸른 바닷속으로, 또는 하늘로 잠기었나 밝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용의자의 진술은 "꿈에 그랬어요."용의자의 친구도 "전 정말 아무것도 몰라유.""그때는 DNA검사를 여기(한국)서 못했어요. 작품 안에서는 한 것처럼 나오는데, 일본에 보내면 한 달 후에나 결과가 나오고. 소위 말하는 과학수사에 어려움이 많았고. 이 사건 뿐 아니라 형사들이 감으로 하고, 자백 받아서 무고한 사람들 집어 넣고. 그때는 많이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게 없어져야 하는데. 또, 작품 안에서도 인권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수사 방법은 그때 보다 과학적으로 발전했다 해도, 그런 인권 문제는 진전되지 않은 것 같아요." 초연 당시 4명의 용의자 역을 혼자 맡아내며 서울연극제 연기상, 인기상을 수상했던 류태호는 이번에도 용의자로 나서고 있다. 동선을 계산하고 합을 맞춰보며 서로 웃다가도,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어수룩한 정신이상자로 그날 자신의 행동을 진술하는 류태호와, 그를 지켜보는 형사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금새 연습실을 점령한다. 이것이 작품의, 배우들의 저력 아닐까. 단서를 찾는 박기자(이항나)용의자 아내 남씨부인 역의 황석정(왼쪽), 다방 미스김 역의 공상아"작품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당시 연우무대 단원들과 같이 했죠. 그 기초가 굉장히 튼튼해서 리얼리티 같은 게 잘 표현이 된 것 같고. 또 하나는 되게 웃기거든요. 소극장에선 관객들이 막 웃다가 떨어지기도 했고. (웃음) 유머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형사들 뿐 아니라 용의자, 다방 미스김, 용의자의 가족 등장은 작품에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자들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0주년 공연은 오는 22일 OB팀의 첫 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려 한 달간 진행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1.08 / 조회 7,164
-
화성 미제 살인사건 다룬 <날 보러와요> 20주년 특별 공연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연극으로, 영화 의 원작이기도 한 가 초연 20주년을 맞아 초호화 캐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 1986년부터 5년간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되었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사건을 바탕으로 한 는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팽팽한 수사과정과 이중적 상황 전개 등으로 무대 위 강렬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996년 2월 초연 당시 작가 겸 연출은 맡은 김광림이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배우 이대연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06년까지 공연을 이어오면서 손종학, 송새벽, 진경, 최재웅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흥행을 이어갔다.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막을 올릴 이번 무대에서는 김광림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으며, 세 형사로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가 나서는데 더해 용의자 역에 류태호, 남씨부인 역에 황석정, 김반장 역에 이대연 등 그간 공연계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배우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는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12월 14일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5.12.14 / 조회 6,992
-
중년 배우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슬픈 인연> 프레스 리허설 현장
연극 의 작가이자 연출인 김광림 연출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을 가지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은 국립극단의 기획작으로 어둡던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네 남녀의 이야기로, 슬픈 시대를 관통해 온 슬픈 인연들의 용서와 화해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19일 제작진과 배우들은 작품의 전막을 공개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죄의식에 갇혀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주인공 백윤석 역에는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신일이 맡았고, 남편에게 한 번도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했던 백윤석의 처 김순임 역에는 이정은이, 백윤석의 첫사랑이자 카페 첼로의 주인 박혜숙 역에는 방은진과 남기애가 번갈아 연기한다. 또한 백윤석의 친구인 김주삼 역에는 최용민이 출연하며 여기에 류태호, 조윤미, 이종민, 강기둥 등 젊은 배우들이 가세했다. 주인공 백윤석은 아버지를 간첩으로 신고한 젊은 날의 상처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고 전파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파킨스병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며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첫사랑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버지에 대한 죄의식도 점차 극복해 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강신일은 젊어서 입은 상처에 짓눌려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방은진은 첫사랑 특유의 설렘을 담은 몸짓과 말투로 극의 활력을 주며, 이정은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사랑에 목마른 아내를 온 몸을 다해 표현해냈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색소폰, 첼로, 비올라, 피아노, 하모니카를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며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저마다 서로에게 슬픈 인연일 수 밖에 없는 중년 남녀의 화해와 용서를 담은 은 오는 4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3.24 / 조회 7,096
-
<아트> 김대종 “사실 저 섬세한 남자에요”
날카롭던 꽃샘추위가 수그러들고 모처럼 봄기운이 충만했던 3월의 대학로. 그곳에서 의 사람 좋은 ’덕수', 김대종을 만났다. 지난해 뮤지컬 에서 거대한 스팸캔을 들고 코믹한 표정을 짓던 그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에서 성격 좋지만 줏대 없다며 친구들에게 타박을 받는 덕수로 활약하는 그가 반가울 것이다. 2005년 뮤지컬 앙상블로 데뷔해 크고 작은 무대에서 쌓은 내공이 만만치 않은 배우, 김대종과의 인터뷰. “실제는 규태에 가까운 사람” 잘났지만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친구들 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캐릭터 덕수는 연극 에 등장하는 세 명의 친구 중 제일 정감 가는 캐릭터다. 하지만 배우에겐 폭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체면과 우아를 벗어 던진 몸부림(?) 때문에 소화하기 쉽지 않은 배역. “암기력에는 자신 있었다”는 김대종도 역시 “대사 외우는 게 힘들었다”고 말한다. “농담처럼 저에게 주어진 배우로서 유일한 재능이 암기력이라고 해왔는데 덕수 대사는 어려웠어요. 분량도 많을뿐더러 이야기가 한 흐름을 타는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해서(웃음). 극 전반부터 와다다 쏟아내는 걸로 잡았는데 금방 후회했어요. 극 후반에선 그 이상을 쏟아내야 하니까.”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 사람 좋은 너털웃음 짓는 그에게서 극 중 덕수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는 그렇지 않다고 절래 고개를 흔든다. 오히려 까칠하고 할 말 다 하는 규태에 가깝다고. 그래서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규태역을 맡은 정상훈과 배역을 바꾸고 싶어했단다. “전 화가 나면 바로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오히려 규태 족에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덕수 역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마음 속에서 이런 사람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서였어요(웃음). 저 같으면 친구들이 그리 있으면 그렇게 두진 않을텐데,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풀건 풀텐데, 이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극중 절친으로 나오는 정상훈, 김재범은 실제로 친한 사이. 의 코믹 삼총사로 주목 받다 함께 연극을 할 정도로 셋의 코믹 연기는 호흡이 잘 맞는다. 극중 상황처럼 이들과 마찰이 있었던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형들이라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대종은 셋 중 가장 어린 나이. 그는 “다들 내가 가장 연장자라고 생각한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재범 형이 저에게 반말을 하면 옆 사람들이 형을 되게 버릇없게 생각해요. 뭔데 형에게 반말을 하냐며(웃음). 반대로 저는 어딜 가도 사람들이 깍듯하게 대해주는 경향이 있죠(웃음).” 올해 32살인 그가 40대 역할을 많이 맡아온 것도 그가 ‘막내’임을 낯설게 한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에서는 제가 제일 막내였거든요. 그런데 역할은 반장님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40대 박형사였어요. 선배들 머리 막 때리고…(웃음). 에서도 막내였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역이었죠. 은 분장이라도 했지, 연극에서는 분장도 없이 이런 역할을 했으니 말입니다(웃음). 이젠 나이대가 있는 역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와 태도를 ‘입는’ 것 같아요.” "코미디 연기, 진실해야 통해"지난해 하반기를 함께 보낸 뮤지컬 은 그가 좀 더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더왕과 함께 성배를 찾아 떠나는 베데베르 경에부터 허풍 심한 흑기사까지 4~5개의 역할을 소화하며 객석을 배꼽 빠지게 만들며 두각을 보였던 것. 하지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갑작스럽게 아더왕 커버로 서야 했을 때다. “그날이 제 공연 평생 제일 당황한 날이에요. 공연 세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았거든요. 연습을 해두긴 했지만 공연 후반부였기 때문에 배우들간 호흡이 잘 맞는 상황에서 다른 역할로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죠. 게다가 오지랖이 넓어서 제 역할 하는 친구 신경 쓰느라 완전히 집중도 못했고. 1막에서 퇴장하면 안 되는데 했다거나, 호루라기 불어야 하는데 정신 놓고 있는 다든가…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1막이 끝나니까 한 대 맞은 것 같더군요. 2막부터 정신 차렸는데.. 이미 늦었죠(웃음).” “생애 제일 창피한 날”이었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그는 공연 후반부에 8번 아더왕으로 무대에 섰고 그만의 코미디 저력을 유감없이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이후 크고 작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간 내공이 무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여기에 ‘코믹연기 욕심’도 빼 놓을 수 없는 저력. “어려서부터 웃긴 사람들을 따라 하면서 무리해서라도 웃기려는 스타일이었어요. 내가 제일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대학가니 엄청나게 웃긴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때 깨달은 건, 웃기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였어요. 대학 때부터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많이 노력하고 연구하다 보니까 웃겨지더군요(웃음). 하지만 아무리 웃겨도 연기 하는 사람은 진실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은 금방 알아보죠.” 김대종은 2005년 처음 뮤지컬에 데뷔 이후 한달 이상을 쉬어본 적 없다. 이번 이후에도 설 차기작도 결정된 상태. 결혼해 아이가 있는 그는 “좀 쉬어야 하나 고민이지만, 아이가 자꾸 일하라고 내보낸다”라며 농담을 건넨다. 틈틈이 글 쓰고 요리를 즐기는데다, 뜨개질과 퀼트까지 무대 밖 그의 일상은 아기자기 다채롭다. “요리는 예술의 완성”이라며 즐거워하는 그에게서 어떻게 덕수와 박형사 같은 인물이 나올까 싶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도 손드하임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출연을 했던 거고. 지금은? 그런 생각 없어요.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진심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젊고 무대가 좋으니 앞으로도 제에게 잘 맞는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3.24 / 조회 16,743
-
[포토 리뷰] 지란지교를 꿈꾸며, 연극 ‘아트’
유안진 시인은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친구에 대한 바람을 시로 풀어냈다. ‘나는 이런 친구였던가?, 나에겐 이런 친구가 있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냉철하고 차분한 피부과 전문의 수현, 다혈질로 쉽게 흥분하는 대학교수 규태, 수현과 규태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을 하는 성격 좋은 덕수가 있다. 친구 수현이 세계적인 화가 앙트로와의 ‘흰색 바탕 위에 흰색 선이 있는 흰색 그림’을 구입했다. 서울, 어느 즈음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2억 8천이란다. 과연 나는 함께 즐길 수 있을까? 배가 아플까? 이 하얀 ‘판때기’ 예술작품 한 점으로 인해 세 남자는 유치찬란한 ‘말꼬리 잡아 비꼬아 빈정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판때기’에 관한 진지한 평은 해체주의니 네덜란드 화풍이니를 넘어, 급기야 경제적 계급의식까지 튀어나오는 상황이 되지만 이건 껍데기일 뿐이다. 세 남자의 우정과 은근한 기싸움, 자존심 대결 등에 관객은 정신이 없다. 결국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서운함이 깔려있다. 연극 ‘아트’에선 덕수가 수현과 규태에 실망해 뛰쳐나갔다가 돌아와야만 했던 이유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이로 인해 ‘판때기’이야기로 다소 진지해 늘어질 뻔한 극의 초반 분위기가 반전되며 활력을 준다. 연극은 여자 셋이 모인 것 못지않은 오히려 그 이상의 파급력으로 남자들의 수다를 보여준다. 세 명의 배우들에겐 역대 멤버였던 만큼 그간 쌓아온 연륜과 내공으로 인물 간의 대립 장면 등에서 여유와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관객은 친구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연극 ‘아트’는 사람의 관계가 늘 변하는 것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우정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14 / 조회 6,042
-
[스토리텔링프리뷰] 사나이 우정 예술 앞에 무너지다, 연극 ‘아트’
‘우정’이라는 묘한 이끌림 앞에서는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 모든 것이 별거 아니다. 그것이 이성과 논리에 어긋난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물보다 피가 확실히 진한데도 친구의 한마디에 가족 억장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나이 우정’ 아니겠는가. 규태, 수현, 덕수 대한민국 사나이 셋. 이들은 친구다. 2년제 대학 기계공학과 전임교수, 청담동 피부과 전문의, 문방구 사장. 사회적 위치는 달라진지 오래지만 ‘사나이 우정’이라는 이름 앞에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앙트로와 그림은 그들의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현대 미술에 심취해 있던 수현이 몇 달 동안 벼르던 앙트로와 그림을 산 것. 친구가 그림 산 게 무슨 대수인가? 아니다. 그 가격이 중요했다. 하얀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앙트로와의 그림은 무려 2억 8천 만 원! 한우를 먹어도 몇 천 번은 먹을 수 있는 액수다. 사실 일반 사람들이 보통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짓’이다. 그러나 수현은 친구들만큼은 자신을 당연히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나 보다. 반응은 차가웠다. 규태는 그림을 보자마자 수현을 비웃는다. ‘예술’이 뭐 그렇게 대단한지도 모르겠으며, 그런 그림을 돈 주고 산 친구도 절대 이해불가다. 정말 미치겠다. 참을 수 없던 규태는 덕수를 찾아가 하소연을 한다. 덕수 역시 결혼 준비 문제로도 힘든데 자신의 전세 값보다도 비싼 그림을 산 수현을 보고 있노라니, 어이가 없다. 하지만 본성이 워낙 낙천적이고 우유부단하기에 덕수는 수현과 규태 사이의 갈등을 풀기 위해 힘쓴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덕수가 노력할수록 점점 우정의 균열은 깊고 날카로워져만 간다. 서로의 예술관을 비웃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내를 모욕하며 해묵은 감정까지 터져 나온다. 유치한 ‘초딩싸움’에서도 볼 수 없다는 과거 공격과 가족 모욕까지!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날지 무척 궁금하다. 현대 프랑스 희곡의 대표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연극 ‘아트’가 무대가 좋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돌아왔다. 무대 위는 허전할 정도로 극적 장치가 없다. 오로지 세 배우의 합과 에너지로만 극이 이끌어져 간다. 연극 ‘아트’는 그만큼 배우가 중요하다. 지금껏 작품을 거쳐간 배우만 하더라도 정보석, 권해효, 송승환, 김석훈, 이광기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류태호, 이남희, 윤제문, 유연수로 이뤄진 OB팀과 뮤지컬 ‘스팸어랏’의 코믹 3인방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의 YB팀으로 나눠져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명품 코미디의 원조로 통하는 연극 ‘아트’는 오는 3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1.05 / 조회 6,721
-
<아트> 2억 8천 만원 백지 그림에 흔들린 우정
하얀색 바탕 위에 하얀색 선이 있는, 하얀색 그림. 무려 2억 8천 만원에 샀다는 그 백지 그림 하나에 세 남자의 우정은 격하게 흔들린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서로 가진 예술관에 대한 불만이지만, 사실 그 동안 쌓여있던 서운함, 열등감이 그림을 계기로 폭발한 것. 는 아티스트 앙트로와의 2억 8천 만원짜리 예술품, 혹은 하얀 판때기가 몰고 온 우정의 균열에 대처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세 명의 남자가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자잘하고 깨알 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려낸 이 연극이 11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OB팀과 YB팀으로 나눠 공연 중. OB팀이 류태호, 이남희, 윤제문, 유연수 등 기존 배우들의 연령을 이어왔다면, YB팀은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이라는 사상 가장 젊은 배우들이 참여해 신선함을 더한다. 친구 사이라도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며 생기는 묘한 균열을 무대에 옮긴 류현미 연출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친구들끼리 싸우는 건 똑같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순수하게 서로를 보며 실컷 웃을 수 있는 사이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을 함께 공연 중인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은 연극 연습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정상훈은 “매일 대중교통을 함께 타고 다니며 연습을 한다”며 “가끔 버스 안에서 감정이 격해져서 승객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곤 한다”고 밝혔다.이 작품은 우정 이면이 깔려 있는 소심하고 옹졸한 구석이 캐릭터들의 속사포 대사로 전면에 들어나곤 한다. 특히 세 친구 중 가장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두 친구에게 구박 받는 덕수가 극 막바지에 쏟아내는 대사는 A4 용지 3장이 넘는다고. 김대종은 “ 대기실에서 중얼 중얼 대사를 읊고 다닌다”고 밝히기도.연극 는 12월 23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3관에서 공연된다. "이 판때기를 2억8천만원에 샀다고?" 절친 수현(윤제문) 규태(류태호) "이 그림은 앙트로와 작품이야" "판때기라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우정에 금가는 소리가 들리십니까? "제 친구가 제 정신일까요?" 수현(이남희), 덕수(유연수)"그래서 얼마냐?" "2억 8천" 서로 어이없어 하며 장난치는 두 친구 "규태 녀석은 요즘 왜 이럴까?" 이 어색한 공기..YB팀 수현(김재범) 덕수(김대종) 규태(정상훈) "너 솔직하게 말해, 이 그림이 훌륭해 보이냐?" "니가 예술을 아냐...."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0.12.22 / 조회 19,887
-
[포스터 it]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 연극 ‘아트’
익살스러운 젊은 남자들이 일곱 명씩이나 포스터를 가득 메웠다. 똑같은 수트 차림의 남자들은 개성도 제각각이다. 얼추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듯하다. 중년의 아저씨도 있고, 젊은 청년도 있다. 올드보이와 영보이로 자연스레 나뉘는 페이스를 들여다보면 풍부한 표정들에 정감 간다.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각자 사연도 많은 모양이다.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수다를 떠는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진다. 이 남자들의 침 튀기는 수다 한판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뻐근하도록 웃기고 유쾌해질 것이 분명하다. 귀여운 수컷들이 대거 등장하는 연극 ‘아트’는 눈물 나게 웃기고 기막히게 공감되는 완벽한 명품 코미디를 표방한다. 이 작품은 품격폭발 웃음간지 캐릭터, 중후하면서 깜찍한 캐릭터, 앙증맞으면서 귀여운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또한 중후함과 귀여움을 한 번에 소화해내는 간지폭풍 OB 팀과 지적인 감각과 깨알 같은 애교가 함께 어우러지는 웃음폭풍 YB팀으로 나뉘어 공연된다. 연극 ‘아트’는 청담동 피부과 의사 수현이 하얀 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져 있는 앙트로와의 그림을 2억 8천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주고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수현의 그림을 보기 위해 지방 공과 대학교수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규태가 방문한다. 규태는 수현의 그림을 비웃고, 수현은 그런 규태가 불쾌하다. 수현은 낙천적이고 헐렁한 친구 덕수를 찾아가 하소연 한다. ‘무대가 좋다’의 다섯 번째 무대 연극 ‘아트’는 쿨하지 못해 미안한 남자들의 수다를 펼쳐 보이며 관객들을 웃음의 바다로 빠뜨릴 예정이다.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깔끔한 블랙코미디 연극 ‘아트’는 OB팀과 YB팀으로 나뉘어 공연되기 때문에 팀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남자들의 수다에 배꼽을 잡고 싶다면 연극 ‘아트’를 관람하러 대학로 예술마당 3관으로 가면 된다. 오는 12월 23일 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14 / 조회 13,039
-
[인터뷰] 반짝반짝 작은 별이 아름답게 빛난다, 배우 이지하
연극이라는 것이 주는 기대감이 있다. 관객은 어느 정도 믿고 극장을 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믿음이 배신당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는 반면, 기대감이 충족됐을 때는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획득한 사람처럼 만족하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관객들은 또 다른 연극을 찾아, 나를 채워줄 작품을 찾아 공연장으로 향한다. 여기, 대학로 어느 골목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유코라는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정말로 이상하다. 더 이상하게도 관객들은 이상한 그녀를 사랑한다. “처음부터 이 여자가 본질적으로 이해가 됐어요. 발톱을 다 뽑아버리고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사자(연극 '억울한 여자' 中)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개선시키려고 노력해요. 결국은 자기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정체모를 괴물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해가 간 거죠. 이 여자가 이해가 갔으니, 저도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는 거겠죠?” 고독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유코가 거기 있다. 아름답게 빛나는 배우 이지하가 여기 있다. “이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좋은 여건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모험이나 마찬가지였죠. 그 모험의 이유는, 유코가 나를 건드렸어요. 나를 움직인 거죠. 사실 배우가 그런 대본과 역할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 매번 환호와 버림을 동시에 받는 곳, 무대 연극 ‘억울한 여자’의 유코는 정말로 억울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유코를 질려하며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비웃는다.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사람 말을 잘 믿는 유코는 마을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다. 게다가 소문 속의 ‘떨매미’를 찾아 나서며 점점 사회와 멀어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유코가 원하는 것은 ‘수수께끼의 매미’와 ‘남편의 진심’ 뿐이다. 이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남편의 동화에 등장하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자처럼 얼마나 진실하냔 말이다. “유코가 잘 이해됐던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여자이고 배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캐릭터지만 유코가 가진 억울함이나 외로움을 배우들은 다 이해할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 매순간 환호와 버림을 동시에 받거든요.” 극 중 이지하는 정말로 유코의 눈물을 흘린다. 유코의 눈물을 보며 관객들은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이건 드라마인데 다들 현실로 생각하고 보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너무 분개하거나 너무 흥분하거나 너무 짜증내거나 너무 좋아하세요. 연극인지 다 알면서도 이입을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그 반응의 정도가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달라요. 이 드라마의 매력이 여기 있구나, 라고 느껴요. 하지만 이런 여자가 정말 있다면 골치 아프겠죠. 친구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너무 피곤하니까.” 물론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코를 사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누군가가 갖고 있는 그만의 특별함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나이가 들고 사회에 발맞추면서 보석처럼 빛나던 어느 순간이 사라지는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비록 그것 때문에 세상과 어긋나긴 했을지라도 말이죠. 조금 이기적이긴 하지만 유코가 너무 변하면, 너무 잘 적응하면 섭섭할 것 같아요.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제가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더라도 끝까지 연극을 해주길 바라요. 자기들은 안하면서. 그런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마음속의 순수함을 느끼고 그대로 행동하고 싶지만 용기는 없어요. 그런데 누군가 그걸 대신하고 지켜주길 바라는 욕심. 나대신 누군가가 갖고 있길 바라는 거죠.” - 머무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곳, 무대 배우 이지하는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여배우다. 그녀의 차분함과 힘 있는 언어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실로 엄청난 것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피부처럼 어쩔 수 없이 붙어있는 성실함이 보인다. 성실한 배우 이지하는 유코를 처음 만나자마자 철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을 입맛대로 고를 수는 없다. 배우이기 전에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한 여자니까. “아직 저는 그렇게 여유 있는 배우가 아니에요. 연기적으로 그렇고 환경적으로도 그렇죠. 사실은 내 마음에 꼭 맞는 작품만을 선택하지 못해요. 너무 현실적인 대답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어느 누군가를 위해서, 또 어느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깨기 위해 완벽한 공감을 이루지 못했지만 시도해 보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그렇다면 그 인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배우로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지점인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 이지하가 대답했다.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매일 힘들거든요. 그 인물을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네요.” 배우라는 직업은 매우 힘들다.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라면 더더욱 고단하다. 그럼에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관객이 무대를 찾는 한 배우는 계속해서 무대에 선다. “보통 무대에 서는 이유를 관객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맞아요. 저도 관객과의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감대와 이해, 그리고 관객들의 박수에 힘입어 다음 공연을 하거든요.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는데 매번 완성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완벽히 완성할 수 없어서 오늘 하고 내일 또다시 하고. 여기는 머물 수 없는 곳 같아요. 머무는 것을 용서하지도 않고. 그래서 끊임없이 하게 되는데, 이제 채워야죠. 그동안 너무 많이 긁어냈어요.” 완성을 향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배우 이지하, 그리고 사람 이지하. 그녀는 인간과 인간이 다른 형식으로 만나는 연극 무대에 자신을 걸었다. 그리고 관객들이 그것을 느끼길 바란다. “여기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 이전에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시고 인간과 인간이 만나고 있다는 걸 조금 더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과 배우, 서로가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선택해서 공유하는 거잖아요.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도 연극의 3요소에 들어가죠.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조금 더 찾아가시면 전보다 풍부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공연의 수준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유코가 환하게 웃었다.글_이영경 사진_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2.22 / 조회 21,045
-
<억울한 여자> 공연보다 더 후끈한 작가와의 대화
“한국적으로 바꾸면 아마 ‘사랑과 전쟁’이 되지 않을까요?” 좌중에 웃음이 터진다. 일본원작인 이 작품을 한국적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의 답이었다. 시종일관 솔직한 대화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진지함이 더해졌다. 연극 의 작가 쓰시다 히데오와 연출가 박혜선이 한국 관객들과 마주한 현장이다. 작품을 더욱 즐기는 방법, ‘관객과의 대화’ 자리가 점점 늘고 있다. 작가와 연출가 등의 창작자들과 객석의 관객들이 작품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자리는 관객에게는 작품의 더 큰 이해, 창작자들에게는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공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상부상조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는 관객들과 그 질문을 받아 치는 창작자들의 격의 없는 대화 분위기다. 지난 1월 28일 공연 후 열린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40여 분간 지속되었다. 도심과 떨어진 일본의 한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그림책 작가 다카다와 그의 팬으로 시작해 지금은 아내가 된 요코, 그리고 그곳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는 2008년 국내 초연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올라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또 다시 보여주고 있다. 그토록 억울함을 호소하는 요코를 통해 허위와 가식, 그리고 무관심이 뒤섞인 현대 사회를 관조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을 단계별로 나눠보자. 1단계 껍질 깨기 편 Q. 이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A. 쓰시다 히데오 : 요코는 일본에서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웃음) 요코 스스로는 이상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정상이라고 하니, 작가로서 그러한 억울함을 쓰고 싶었어요. 요코가 그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의 억울함, 죽을 수도 없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존재 자체의 억울함 말이죠. A. 박혜선 : 지난 공연 때는, 남자 관객 중에 헤어진 여자친구 생각이 난다며 부르르 떨기도 했었죠.(웃음) Q. 작년 공연에서와 달리 에너지 연구소에 대한 언급이 커졌는데, 왜인가요? A. 쓰시다 히데오 : 개인적 이야기 속에서도 무서운 현대 사회의 배경을 넣어 말하고자 했습니다. 정체가 불분명한 에너지 연구소로 인해 희귀종인 떨매미도 발견되고 사람들이 외부 출입도 안 하게 되잖아요. 아주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무관심하게 대했던 상황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죠. Q. 웃음이 나는데도 씁쓸합니다. A. 박혜선 : 등장인물들에게 희극적인 캐릭터를 넣어서 우화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습니다. 현대인으로서의 비극성, 진실됨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시대의 모습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죠. 2단계. 곱씹어 보기 편 Q. 마지막에 다카다는 도시로 가고, 요코는 시골에 남아 있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건가요? A. 쓰시다 히데오 : 그 결말은 반년 전에 썼던 거라 잘 기억이 안나네요.(웃음) 요코가 가진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다카다가 도망 갔을 수도 있고요. Q. 요코가 처음엔 젊은 남자를 싫어한다고 하더니, 후반부에서는 다른 태도네요. A. 박혜선 : 젊은 남자는 싫다는 요코의 말은, 그 순간에는 진심일 듯 합니다. 하지만 진실이 변해가듯, 요코의 마음도 변하는 것이겠죠. Q. 카페 종업원의 임신을 보며 ‘진짜 다카다가?’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A. 쓰시다 히데오 : (웃음) 그건 아니에요. 종업원은 이 작품에서 가장 균형적인 존재입니다. 임신은 곧 희망이에요. 3단계. 소화, 응용 편 Q. 일본 원작이라 대화도 상황도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한국식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A. 쓰시다 히데오 : 아마 그러면 ‘사랑과 전쟁’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한국식으로 풀자면, 여자의 울분과 한을 감정적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문화마다 표현의 선이 다른 것 같습니다. Q. ‘억울한 남자’가 될 수는 없나요? A. 쓰시다 히데오 : 내가 억울한 남자이니 남자가 될 수 있습니다.(웃음) 제가 요코와 닮은 점이 많거든요. 이 작품이 여배우에게 의뢰를 받아서 썼기 때문에 억울한 ‘여자’가 된 것이지요. A. 박혜선 : 요코의 4번째 남편도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봐요. 자신의 범위를 지키고 싶은데 그걸 요코가 침범한 것이거든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은 각자의 공간이 있어서 아무리 친해도 타인을 끌어들이지 않아요. 그게 바로 4번째 남편의 캐릭터입니다. 글 :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2.01 / 조회 10,329
-
연극 ‘억울한 여자’가 돌아온다!
2008년 한국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된 바 있는 연극 ‘억울한 여자’가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2009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박혜선이 연출을 맡고, 2008 인터파크 선정 티켓파워상 연극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지하가 출연하는 이번 작품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 담긴 집단의 폭력성을 담고 있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일상의 평범함’이 전부였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극이 비롯된다. 세 번의 이혼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는 중년의 여성,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카페를 찾는 주부들, 친구의 아내에게 엉뚱한 마음을 품고 있는 중년의 남성,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카페 주인 등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 갇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어긋날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무안함과 서로의 다름을 바라보는 황당한 시선이 풍자를 자아내 소통에 목마른 현대인들의 공감을 얻어낼 전망이다.
극단 MONO의 대표이자 극작가 쓰시다 히데오가 쓴 연극 ‘억울한 여자’는 지난 2001년 일본에서 초연된 뒤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쓴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 ‘주연 배우들의 훌륭하고 경쾌한 연기’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7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현대 일본 희곡 낭독 공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고, 이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기획 공연으로 초연됐다.
초연 때 열연했던 이지하와 박윤희를 비롯해, 이선주, 김문식, 김주령, 이지영이 배우로 함께 한다. 또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했던 배우 류태호, ‘착한사람 조양규’ ‘늘근 도둑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정선철, 신예 이현배도 참여한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오는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공연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1.06 / 조회 21,657
-
<한여름밤의 꿈>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
1995년 여름 에 모인 이들 셋은 이제 막 도약하려는 20대 새내기 배우들이었다. 한 줄 대사를 열 가지의 경우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수 많은 밤을 열정으로 지새웠던 이들에게, 그날 무대 위에서 받은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는 어찌 보면 배우의 마력으로 빠져들게 만든 땀의 결실이자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사탕이었을 것이다. 13년이 흐른 지금, 어엿한 배우로 무대와 브라운관, 그리고 스크린을 누비며 발걸음의 무게를 더해가는 이들이 다시 뭉쳤다. 같은 작품, 같은 배역으로 찬란한 역사를 재현하려는 이들의 관계는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었다. 동료이자 선후배,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끈끈한 형제애가 넘쳐흐르는 이들의 이야기는, 막 바람이 상쾌해질 새벽 무렵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인터뷰는 5월 20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문식 : 문식 안내상 : 내상 홍석천 : 석천 매거진 플레이디비 : 플디 # 13년 만의 회우 문식 :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내상 : 파리, 이런거 말고. 문식 : 멤버가 좀 (이상해). 내상 : 바로 나오잖아, 이런 거. 말 받아치는 거는 얘 따라갈 사람이 없어. 1초도 안 걸려. 그냥 대화하듯이. 문식 : 여기는 석천이네니까 석천이가 다 내면 되지 뭐. 내상 : 왠지, 얘는 여기에서 술 먹으면 계산 받을 것 같애. 문식 : 말 안하고 가면 되지 뭐. 내상 : 내가 옛날에 ‘한잔할 청춘아’ 할 때는 절대 돈 안 받았다, 지가 얻어 먹은 게 있는데. 플디 : ‘한잔할 청춘아’가 뭔가요? 내상 : 내가 옛날에 했던 호프집 이름이 ‘한잔할 청춘아’ 였어요. 문식 : 원래는 ‘환장할 청춘아’라고 하려고 그랬대요. 근데 정부에서 검열이 나와서 왜 이렇게 도발적이냐, 그래서 바꿨죠. 근데 오랜만에 보니까 형마저 반갑네. 내상 : 그 말을 또 20년 만에 들으니까, 그 말도 또 반갑다. 태어나서 이런 가게를 처음 와 보고, 이렇게 널널한 인터뷰도 처음 해 보고(웃음). 문식 : 참, 이런 날이 오다니. 폼 나는 가게에서 세 명이 인터뷰 할 줄은(폭소). 근데 너 공연은 얼마나 할 수 있어? 석천 : 나 많이 할 수는 있어. (드라마) 제주도 촬영만 없으면 할 수 있어. 문식 :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내상 : 첫날 대본 받고 리딩 한번 했었는데, 히야, 정말 가물, 가물 하더라. 문식 : 아, (인터뷰)제목이 뭐야? 연극판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서, 10대 스타상을 수상한, 뭐 그런 거? (일동 폭소) 플디 : 세 분이 모이신 게 정말 오랜만이신 것 같아요. 내상 : 너무 오랜만이지. 이렇게 세 명이 뭘 하는 것은 처음이지, 아마? 문식 : 같이 할 가치도 못 느끼고 (내상 : 아하하하하) 그리고 많이 피해요, 서로. 오늘 뭐 어떻게 엮여 가지고 왔는데, 이제 슬슬 저에 대해서 까기 시작한다, 저도 할 얘기 많아요. 안내상의 프로필 비하인드 스토리 제가 다 열면~.(일동 폭소) 내상 : 연극 도 같이 했고 도 같이 했고, 또 뭐했나? 문식 : 도 같이 했고. 내상 : 얘(홍석천)는 안 했지. 석천 : 그 때 난 이미 방송에 데뷔했었지. 형들 대학로에서 고생고생 할 때 난 스포트라이트를 벌써 받았지. 제가 공연 보러 갈 때마다 문식이 형이 항상 절 갈궜어요, 먹을 거 사와라. 밥 사와라, 너 돈 잘 벌지 않냐, 그러면서. # 한여름밤의 꿈, 한여름밤의 추억 플디 : 때문에 모셨어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내상 : 뭐, 얹혀 가는 거죠. 이문식이나 홍석천, 이미 유명한 사람들한테. 문식 : 왜 이렇게 겸손을 떨고 그래, 10대 스타가. 석천 : 이러지 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러세요. 꼭 자기 이미지 관리하느라고. 문식 : 최형인 선생님이 올해 환갑이시거든요. 배우 제자들이 뭘 따로 드리는 것 보다는 공연을 선생님이 연출하시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바대로 준비를 하는게 사실은 가장 큰 의미죠. 다들 스케줄이 바쁘고 그러니까 짬짬이 내서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석천 : 다른 선배님들도 공연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마침 여름 시즌에 너무 많은 스케줄들이 있고. 근데 문식이 형은 ‘선덕여왕’ 하고 계시죠, 지금 또 ‘남자이야기’도. 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태양을 삼켜라’라는 SBS 수목드라마를 내상이 형이랑 저랑 같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을 같이 하게 됐고요. 문식이 형은 항상 저를 갈구는 편이고, 내상이 형은 저를 굉장히 감싸주는 편이에요. 문식 : 자꾸 자기가 당했다는 거야, 얘는 그럴 만한 존재가 못되거든. 호랑이가 고양이하고 자기가 싸웠다고 생각하나? 호랑이는 그냥 갖고 저기 한 거지. 내상 : 미치겠다, 정말. 이렇게 셋이 모여서 녹음기 앞에서 공식적으로 얘기 하려니까. 아하하하. 뭔가 이렇게, 야, 이런 것도 있구나. 아, 재밌어. 플디 : 13년 전에 맡았던 직공들(보텀-이문식, 퀸스-안내상, 플루트-홍석천) 역을 그대로 한다는 것도 새로워요. 내상 : 문식이 같은 경우에는 거의 주연급, 옛날에도 보텀이니까 주연급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얘를 서포트 해주는 역, 그 중에서도 튀는 역할이 석천이가 하는 티스비(플루트)에요. 그때 공연을 하면 문식이랑 석천이 때문에 많이 웃었어. 우리 직공팀이 나오면 관객들도 자지러지고 막 난리 났어. 저는 거기서 잠깐 있다 나오는 역할이라서, 아, 이번에는 좀 나름대로, 다시 하니까 역할을 좀 큰 거 주시려나? 그랬더니 똑같은 역할 주시더라고요. 너무 반가운 거야, 나는 진짜 그 역할을 다시 하고 싶었거든요. 플디 : 다시 시작한 연습, 어떠세요? 석천 :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도 마찬가지고, 저도 그렇고. 처음으로 대학생 때 만들었던 작품인데, 대학로 쪽에서 너무 재밌다고 저희를 초대해서 굉장히 큰 히트를 쳤던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너무너무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이젠 문식이 형도 굉장히 대성장해서 톡톡 튀는 배우가 됐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이렇게 오랜만에 뭉쳐서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거죠. 섭외가 들어왔을 때 제가 형들 하냐고 다 물어봤어요. 사실 (박)광정이 형도 같이 했던 작품이거든요. 그 형과의 추억이 굉장히 많은데 같이 못한다는 거에 너무 많이 아파서 연습에 참여하면서도, 그 때가 참 그립다,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 당시 저희 팀이 참 끈끈했었어요. 그리고 그 팀의 사람들이 다 잘 됐어. 문식 : 그게 처음 했던 ‘한여름밤’ 이지? 예술의전당이 아니고. 지금 한양레퍼토리로는 세 번째 하는 건데, 첫 번째 참가 못했던 사람도 있고, 석천이는 매번 해서 아마 더 잘 알 거예요. 그 다음에 예술의전당으로 넘어오면서 (권)해효형하고 (유)오성이 형 같이 했었고. 내상 : 그 때는 제가 두 번째 연극 할 때에요. 근데 나는 문식이가 너무 어려운 거야. 친하기는 하고. 후배인데 얘는 연극영화과를 나왔고 연기에 대해서 알고, 나한테는 하늘 같은거야. 근데 되게 놀랐던 게, 그때 연습을 하는데 석천이가 전에 잘해서 그 역할을 또 하는 거래. ‘저놈 오바다…’ 그런 생각을 했어. ‘저러면 관객이 반응 안 할 텐데’. 그런데 공연에 딱 들어갔는데 막 터지는거야, 그래서 첫날은 ‘와, 대한민국 관객수준 정말 형편 없다. 어떻게 저런 거에 웃고 있어’, 그러면서 좀 힘들었어.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아, 여기서 놀고 있구나’ 했지. 얘가 놀더라고요. 물론 문식이야 나도 보면서 재밌었으니까 이건 어차피 통하는 거고. 그런데 얘가 의외였어. 티스비가 대본을 봤을 때 쓱 지나가는 역할로 알고 있었는데, 얘가 뭘 막 만들어, 그 와중에. 감각이라는 게 뭐다, 배우가 어떻게 놀아야 되는가에 대해 좀 배우게 해 줬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구나. 그랬죠. 석천 : 다른 배우들 연기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계산해야 하는데, 연습 할 때부터 형들이, 그거 너무 간 거 아니냐, 그런 얘기들을 하셔서. 그런데 내가 계산했을 때에는 이 역은 이렇게 가도 되는 역인 것 같아서 형들한테 양해를 구해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죠. 이번에 오랜만에 같이 대본을 받아서 연습을 하는데, 야, 티스비는 연습 안 해도 되지 않냐?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대한민국에서 티스비는 니가 최고야, 그러시는 거예요. 제자랑은 아니지만 (문식: 니 자랑이야) 제자랑이었어요, 선배님이 그러셨으니까.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분출해도 될 만한 역들이기 때문에 다른 ‘한여름밤’ 하고는 굉장히 특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해요. 내상 : 그 때 나는 초짜였으니까 연습할 때 그냥 했지. 문식이랑 나랑 초반에는 상대역이야, “그것도 나 주라, 그것도 나 주라” 문식이가 이러면 관객들은 다 웃는 거야. 난 그게 너무 신기한 거야. 얘는 뭐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그 대사를 그냥 치는 거야. 이문식 배우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참 파워풀한 게 참, 기본 이미지가 있고 또 분출되는 촌스러움, 그런 것들이 얘는 누가 봐도 직공이야. 내가 다시 대본을 읽으니까 나(퀸스)도 직공이었더라고. 나는 내가 워낙 살아온 환경이 귀족이니까 그걸 귀족적으로, 인텔리 적으로 했더라고, 그러니까 안되는거야(웃음). 문식 : 퀸스도 상당히 띨띨한 얘야. 막 저질러 놓으면 보텀이 해결해 주거든. 내상 :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해 놓고 하니 뭐가 되냐고. 얘(이문식)는 뭘 만들고 나는 아니고. 얘네 둘은 을 통해서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나 같은 놈이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나는 언제 저 경지에 이르러 보나, (문식 : 왜 그래~) 진짜야, 진짜. 내가 다른 애한테 몰래 연기 지도를 받았어요. 얘한테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은 못하고. 배우 생활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해 줬던 작품이었죠. # 그땐 그랬지내상 : 나는 맨날 얘(이문식)랑 같이 다녔어요. 끝나면 같이 대학로로 넘어오고, 같이 잠도 자고. 문식 : 집이 다 강북쪽에 있어서, 그 때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내상이 형 차 타고 다 넘어왔지. 그 때 집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역사들이 시작이 됐고. 그게 참 즐거웠었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도 많고. 그걸 지금 여기에서 발설하며 끝이에요, 끝.(웃음)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한양대 연영과를 졸업하셔서 한양레퍼토리 행이 자연스러우셨다지만, 안내상씨 같은 경우(연세대 신학과 졸)는 어떻게 합류하신 건가요? 문식 : 얘는 외모 때문에 뽑힌 거고. 내상 : (폭소). 나는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최형인 교수님하고 처음으로 연극을 시작한 거에요. 거기서 선생님이 1년간 연기반을 가르치셨어요. 나중에 제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게에 한양레퍼토리팀들이 왔다고 지배인한테 전화가 왔어. 기다려! 무조건 사람들 다 먹이고, 다 취하게 만들어. 그런 다음에 막 달려간거야. 선생님한테, 저 살려주세요, 저 연극하고 싶어요. 막 그러니까 이렇~게 보시더니, 그럼 너 내일 와라, 그러시더라고. 문식 : 여기서 한 인간은 살았는데 극단은 망했어요.(웃음) 극단이 초창기잖아요. 포스터 붙이고, 전단도 뿌리는데, (안내상이) 안 해 본거에요. 저희는 배우들이 다 나가서 포스터 붙이고 티켓 팔고, 홍대, 신촌, 성신여대, 구역을 맡았거든요. 근데 이 양반이 100장을 들고 나갔는데, 안 와. 나중에 와서는 포스터를 이렇게 말아 뒀다 빼서 붙여야 하는데 안 붙여 봤으니, 그 때 바람도 많이 불었대요, 한 장 붙이면 휙 날라가고(웃음). 석천 : 문식이 형은 포스터 붙이면서 경찰서에 많이 끌려 가기도 했어요. 생긴 거 자체가 범죄형이라. 저 같은 경우는 웃으면서, 죄송해요, 저희 연극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면 그냥 가라고 했는데. (문식 : 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성격도 있어요. 성격이 있어가지고 교수님 많이 왔다 갔다 하셨죠, 봐달라고. 내상 : 아이고, 말도 마요. 이문식이 가장 많이 선생님 속을 썩였던 것 같아. 학생 운동도 했거든요, 이 인간이. 그런 교수님이 또 없는 거지. 잡혀 들어가면 직접 제자 찾아가서 사식도 넣어주시고. 문식 : 많이 맞기도 하고, 술 금지령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플디 : 나름 이문식씨가 극단 내에서 군기반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문식 : 신입들 들어오면 니가 잡아라, 그렇게 이야기가 내려왔죠. 근데 잡는 방법을 아나, 그래서 내상이 형한테 무조건 얘기를 안 했어요. 근데 술이 화근이었어요. 술 한잔 먹고는 “아, 형, 형, 형~” 막 이랬죠. 내상 : 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얘가 형이라고 하니까. 얘가 그 때 노역을 많이 했어. 얼핏 봐도 나보다 형 같잖아요. 하늘 같은 선배인줄 알았는데 후배라는 거야. 기절할 노릇이었어. 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같이 학교도 다니셨겠네요. 문식 : 쟤는 89학번이고, 저는 87학번이니까 학교 다니는 동안 꼼짝 못할 선배지. 한두 학번 차이가 제일 어렵잖아요. 예전에는 내가 뭐라고 하면 깜빡 죽었는데, 지금은 “왜 그래에~” 그러고. 쟤가 여리고 착해서. 한번은 지금 찍었던 이정철 감독 생일이었을 때 한양대 강의실에서 ‘사랑가’라는 게 있었어요. 선후배를 떠나서 ‘사랑사랑사랑 내사랑, 이문식 내사랑’ 그러면서 밟는. 밟혔다가 제가 계단에 허리를 찧은 거예요. 순간 싸- 해졌죠. 그래서 바로 한양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석천이가 울면서 쫓아오면서,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문식이 형 큰일나면 내가 다 죽여 버릴거야, 으이씨”(웃음) 그게 얼마나 웃긴지. 내상 : 얘(석천)가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있더라고요. 얘는 참 순결한 애 같아. 결이 고와요, 아주. # 먼저가 아니라 깊게 빛나고 싶었던 별 플디 : 홍석천씨가 ‘남자셋 여자셋’으로 세 분 중 가장 먼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으셨잖아요. 다들 연극하실 땐데 어떠셨어요? 문식 : 뭐, 썩 그렇게 부럽진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연극하고 있을 때 나름대로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조)혜련이도 그렇고, (권)해효형도 그렇고. 그런데 그게 정말로 반짝으로 되는 게 아니고, 그동안 쌓여 왔던 것들이 운 때가 맞아서 나가는 거니까 질투하고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사람들은 거의 다 학교 다닐 때도 자기 축적을 해 왔었기 때문에 잘 됐다, 박수를 보냈죠. 석천 : 사실은 관점의 문제죠. 형들은 연극에 애정을 더 많이 갖고 있어서, 대학로에서 계속 작품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보람을 느꼈던 분들이시고, 이제 저희들은 더 밑이니까, 방송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 문을 두드려서 얻어낸 거고. 나중에 형님들도 나이가 들어서 결혼도 하셔야 되고, 이런 여러가지가 있어서 방송이나 영화도 같이하는 게 연기자로서 나쁘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셨을 때 운 때가 딱 온거죠. 플디 : 배우가 평범한 직업은 분명 아닌데, 이 길로 가야겠다는 확신은 언제 들었나요? 문식 : 육사에 가려다 안되고, 해양대도 안되고. 항공대 다니다 자퇴하고 신방과 가려고 공부하다가 누가 연극영화과라는 게 있다, 거기 뭐하는 데냐? 탤런트 되는 데. 사실 자기 얼굴이 후지더라도 한 30년 정도 자기 얼굴 보고 있으면 괜찮아요. 내상 : (폭소) 야, 그거 말된다, 말 돼. 문식 : 익숙한 건 좋게 느껴질 수 있어요, 사람이. 그래서 탤런트나 될까, 하고 진짜 멋모르고 달려들었죠. 그때까지 연극을 한 편도 안 봤고, 도대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는데 연극영화과가 탤런트가 되는 곳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했죠. 동대, 중대는 실기가 40%였고, 한양대는 20%였어요. 그래서 내신하고 학력고사로 밀자고 그랬죠. 예비소집 때 가서 보니까, 정말 선남선녀가 많은 거야. 야, 항공대도 자퇴한 상태라서 이거 안되면 군대로 끌려가는데. 깜깜한 거지. 근데 나중에 보니 됐다는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난 탤런트다 그랬죠. 석천 : 연기를 포기할 뻔도 하셨죠? 문식 : 대학로 나와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로 신문배달, 물탱크 청소도 하고. 대학교나 지하에 헬기만 한 물탱크가 있어요. 거기 물을 찰랑할 정도만 남기고 닦는 거죠. 아침에 밥 먹고 내려가면 점심 먹을 때까지 닦고, 점심 먹고 또 내려가서 닦고, 그리고 끝나면 6만원 받고 가는 거야. 근데 방송통신대에 새내기들이 막 오리엔테이션 한다고 다 업되고 그럴 땐데,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내 꿈을 포기하고 지금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 되겠다, 내가 다시 연극을 해야겠다, 그랬죠. 그 때가 위험했어, 사실은. 일본 밀항도 할까 생각했어요. 석천 : 저도 충남 청양 시골 출신이라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연극을 본 적이 없어요. 신방과를 준비하다가 88년도에 강변가요제에서 이상은씨가 대상을 받았는데, 한양대 연영과라고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연영과라는게 있구나, 해서 알아봤더니, 다른 대학들은 실기가 40%인데 저희 학교가 20%인 거에요. 그래서 학력고사만 파자, 그래서 들어갔죠. 선배님들 보니까 정말 치열하게 하시더라고요. 근데 탤런트 시험이 매년 있잖아요, 형들 다 가고 저도 몰래 내서 했는데, 결국 다 떨어져(웃음). 그래서 연극판에서 하면서 하나하나 주목 받고, 감독님 보셔서 연기 하는 거 보다가 영화 조금씩 써보고,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너를 보여줘석천 : 근데 내상이 형은 정말 잘생겼어, 너무 잘생겼지. 내상이 형은 왕 역할도 하고. 정말 다양한 역할 한다. 근데 진짜 내상이 형이 카메라 발이 좋아요. 평상시에는 좀 빈티나는 얼굴인데 화면에서는 굉장히 귀족적이고.(일동 폭소) 플디 :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보시나요? 문식 : 연기에 대해서 상대배우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중요한 것은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사람을 봤을 때, 참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참 닭살스럽고 그런데, 굉장히 맑아요. 깨끗해요, 생각들이. 굉장히 정의롭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 삼풍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갑자기 내상이 형이 울먹울먹하면서 우리가 거기로 가야된다, 우리가 뭘 도울 수 있나, 그래서 호수를 빼서 물을 뿌리고 했죠. 그 때 내상이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다음날 공연도 해야 하는데. 내상이 형하고 같이 생활을 하면서 어떤 그 깨끗함, 순수함, 이런 것들이 이 사람을 좋아하게끔.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참 많아요, 특히 여자들이. 내상 : (폭소) 그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문식 : 한때 별명이 사슴농장 주인이었어요. 형이 굉장히 감성적이어서, 비가 오잖아요? 그 때 술 한잔 먹으면 닭똥 같은 눈물이 쫙 흘러요. 그래서 “형, 왜 울어?” 그러면 “비가 오잖아”. 그러니 여자들이 확 안가요?(웃음) 제가 갖지 못한 장점인 것 같아서 부럽고 좋아요.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연기 외적인 면에서 본다면 뭘 해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대 위에서도 보이고. 석천 : 경구 형이나 오성이 형 같은 경우는 좀 혼내는 스타일이었고, 문식이 형은 조근조근 뒤에서 달래면서 가르쳐 주시던 스타일이었어요. 장난기 있지만 그 속에는 굉장히 깊은 정이 있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고. 내상이 형 같은 경우는 좀 약한 사람이야, 옆에서 좀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될 것 같은, 그런 스타일. (문식 : 그러니까 여자들이 뻥뻥 넘어간다니까, 모성 본능을 막 일으켜서, 그게 안돼, 우리는.) TV에서 조강지처를 보고 ‘아니, 저 양반이 어디서 저런 게 나와서 저런 연기를 할까’ 그러면서, 내상이 형이 정말 그 동안 세파에 찌들었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웃음). 옛날에는 형이 그런 연기를 전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선이 고아서 고상한 역할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참 자연스럽더라. 놀랐죠. 그런 두 분을 보면서 느끼는 게, 스텝이나 감독 입장에서 이런 배우들을 봤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거꾸로 하게 되더라고요. 형들한테 고마워요. 내상 : 나는 문식이가 연극판에서 그런 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람을 아주 그냥, 눈물을 막 쏟게 만드는 거. 옛날에 우리끼리 레퍼토리에서 최형인 선생님이랑 연기 수업을 많이 했었는데. 얘(이문식)가 그 때 뭘 했더라, 별거 아냐, 근데 얘가 하니까 너무 슬픈거야, 나는. 그때 얘가 연기를 제일 잘 한 거 같아. 이때까지의 모든 영화나 모든 것을 통틀어서 그 때의 감동을 준 게 없어. 어눌한 연기를 풀어냈는데, 짧지만 사람을 아주 후벼 파더라고. 문식이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갑자기 영화에서 진지하게 하면 사람들은 눈을 옆으로 쳐다볼 수도 있겠지만, 연극은 문식이의 그것을 친절하게 받아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문식이한테 바람이 있다면, 소극장이나 아담하게 사람들 모아놓고 연극을 한 지가 꽤 됐을 거야, 짬을 한번 내서. (문식 : 형이랑 하면 내가 하지 / 석천 : 우리 셋이 할까? ) 아니, 얘하고 여자 두 명 나오는 거, 연극 무대 위에서. 이문식의 멜로 연극을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면 아마 이문식을 따로 좋아할 수 있는 마니아들이 많아질 거야. 그쪽에 얘는 뭘 많이 갖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 얘도 모르는 거 같아, 아마 그런 작품 만나게 되면 얘도 놓치기 싫어하기 될 거야. 도와줘야지. # 울고 웃는, 배우라는 이름 문식 : 하늘이 도와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 그 캐스트 후일담을 들어보면, 정말 운이 좋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도 더 실력있고, 그런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을 처음 하게 된 이유도 장진 감독이란 사람을 이라는 연극에서 만났고, 도 원래 딴 사람이 하기로 되었는데 잘 안돼서 장진 감독이 들어오면서 정재영이랑 신하균이랑 데리고 오면서 을 같이 한 거죠. 또 를 하면서 짬 나는 시간에 을 할 때 (내상 : 짬 나는 시간이란다, 짬 나는 시간에 한 거야, 그 작품이), 왜냐면 그 때 를 머리 깎고, 메인이었고. 그렇지만 이펙트는 그게(공공의적) 더 쌨고(웃음). 그런 것들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석천 : 배우의 딜레마이기도 한데, 처음에 주목 받은 게 뭐냐에 따라서, 저는 ‘쁘아종’ 역할이었죠, 다른 역할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또 계속 그거를 원하셔서 재창조하는 것도 있고요. 형도 마찬가지로 코미디를 너무 잘하시니까 그 이면에 있는 진지한 연기를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나가는 거란 사실이 마음 아파요. 안내상 선배님 같은 경우도, 작년에 조강지처가 너무 뜨는 바람에 이제 선한 역할 하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크게 주목을 받아도 배우는 약간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문식 : 배우 입장에서 본다면,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계속해 나간다는 건 재미 없어요. 스스로를 갉아 먹는 것일 수도 있고요. 계속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마저 잊고 살게 되는 거죠. 영화 ‘구타유발자’는 책을 읽어보면서도 참 좋아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고, 봉연 역할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죠. 그걸 지금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흥행이 잘 안되면 배우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거에요. 만약에 잘 됐으면 ‘어, 쟤가 그런 역할도 하니까 되는구나’ 하고 제작자들이 생각하는데, 잘 안되면 ‘역시 이문식은 그런 역은 아니야’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 현상이 좀 안타까워요. 석천 : 을 아까 연습하면서 티시어스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배우들이 이렇게 연기하면 관객이 먼저 마음을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한데, 관객의 문제인 것 같아”. 배우들은 거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잇는 것에 대해 밤 새며 연습하고 보여주려고 하는데, 관객은 이 배우에게 보고 싶어하는 것을 딱 정해 놓는 것 같아요. 사실은 배우들한테서 더 많은 기쁨을 빼갈 수 있는 게 관객인데 관객 스스로가 자기들한테 이미지의 틀을 딱 맞춰놓는 것 같아요. 문식 : 나는 약간 좀 다른데, 그건 만드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관객은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 처음이 어렵지. 외국 같은 경우는 코믹한 거 했다, 진지한 거 했다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 자체도 그렇고 만드는 사람이 그런 여력이 없다라고 표현해야 하나? 어떤 여건의 문제인 것 같아. TV 같은 경우에는 사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만 있어도 충분히 되거든요. TV에서는 변신을 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밥 먹다 보면서, 어, 저 사람 나오면 재밌겠다, 그래야 보지. 매체 자체의 특성이고 영화나 연극으로 가면 그럴 기회가 조금씩 만들어지긴 해요. 영화 시장이 너무나 안 좋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이제는 석천이처럼 제작을 하거나, 쓰거나, 연출하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면 당분간은 힘들죠. 뭐 하러 낯선 사람한테 변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뭘 하겠어요. 그런 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결국은 다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내상 : 난 그런 것들을 확 뒤집어줄 사람이 아마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가 해. 왜냐하면 계속 통한다는 것은 또 아니거든. 거기서 또 좌절한다고. 계속 됐으니 또 잘 될 거라는 건 오해라는 거지. 변화를 제대로 만들어 냈을 때, 사람들이 와우! 그러는 거고 발전이 되는 건데, 그래, 뭐,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 되 버리는 건 그 전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것이지. 플디 : 배우로서 이제 세 분 다 40대가 되셨습니다. 40대의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석천 : 제 2, 30대는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갖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 연기하는 걸 보면, 천상 연기자다, 그런 게 느껴지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태어났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싶은데, 저는 사실 너무 공사다망 한 스타일이죠. 연기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이야. 후배들, 자라나는 연기자들한테 뭔가 더 기회를 주고 싶고, 내년 초에 뮤지컬을 제작하는 게 있어요. 연기자라는 게 항상 선택되는 직업인데, 제가 너무 기다려보니, 짜증나더라고요. 그래서 에라, 그러면 내가 선택을 해 보자, 내가 만들어 보자, 했죠. 근데 참 고마운 게, 주변에 참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있다 보니,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자로서 평생 불태워야 되는 사람들한테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 전에는 너무 철부지, 어린 얘였던 것 같고, 이제는 이렇게 전체적인 숲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참 고마워요, 주변사람들한테. 내상 : 저는 뭐, 참 묘한데, 요 몇 년이 참 즐겁고 기분 좋아요. 왜냐하면 내가 연기를 마음대로 해 볼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그런 기회가 없잖아. 누가 나를 선택 해 줘야 내가 연기를 해 보든,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해보든 될 텐데. 다양성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기니까 너무 기분 좋고, 내가 이 공간들 속에서 배우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도전해 보고 싶고. 계속 뭔가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나머지 별 생각은 없어요. 난 옛날에도 단편영화 참 많이 찍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그게 개런티의 문제는 아니죠. 지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연극을 하고 있단 말이죠, 나는 연극이 너무 좋아,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얼마 만에 만나보는 거야. 근데 어떻게 보면 관객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단 말이죠. 우선 내가 울면 그네들도 울어버려. 이 속에서 나는 고마워서도 울어요. 거기에 내가 막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 아, 배우로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그래서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떠나서 내가 집중해서 뭔가 나를 잊어버리고 다른 인물을 진심으로 창조해 냈을 때 오는 쾌감, 이런 것들이 사는 맛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지금 ‘한여름 밤’을 옛날 방식 그대로 할지, 조금 바뀐 방식으로 할 지 고민인데, 정말 남다르고, 기대가 되고, 크게 보이진 않는 역할이지만, 나한테 너무 소중하고, 퀸스를 잘 해내는 게 지상 과제였기 때문에, 궁금해요. 문식 :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배역은 없다고 했잖아. 지금도 형이 대장이야. 옛날 연극할 때 하고, 지금의 이문식하고 자연인으로 봤을 때, 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어디 가서 술 한 잔도 살 수 있고, 그건 인정해요. 하지만 사실 배우로 들어가면 요즘 좀 의문점이에요. 옛날에 고민할 수 있었던 건 연극 밖에 없었고 오로지 내 생각의 큰 관심거리는 공연이었는데, 그때 만큼 열심히 한 때가 없는 거지. 근데 지금은 그게 안되거든. 스케줄, 개런티, 가족, 어린이날에는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상가집도 가야하고 결혼식도 가야하고. 많은 곳으로 분산이 되요, 제 역량이. 여러가지 이유로 올인 하고 있지 못하는 제 모습을 봤을 때, 초심이 사라진 게 아닌가 많이 생각하게 되요. 누가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내지는 행복하냐, 라고 물었을 때 주춤주춤하게 된다라는 거죠. 내상 : 아, 감동받으려고 그런다, 얘기하니까. 이거 정말 오랜만에 우리끼리 얘기하니까. 이거 사실 인터뷰 아니야. 문식 : 공연만 할 때는 현실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었거든요. 매일 토론하고 싸우고 또 무대에서 실험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구를 어떻게 마련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의 ‘배(俳)’가 아닐 비(非)에 사람 인(人)자를 쓰잖아요. 사실 사람이 아닌거죠. 그런 일을 하는데 나를 규제하고 있는 것들에서 이탈해서 깨야 하는 거죠. 우리 작업은 언제나 실패해요. 있지도 않은 인물을 하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그 생각으로 지내야 해요. 다모 폐인들이 저에게 줬던 열쇠고리 뒤에 ‘초심’하고 딱 박아놨는데, 그때 크게 한방 먹었지. 그런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엔. 내상 :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것 보다 이런 대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13년이 현실화되고, 그게 너무 행복하네요. 그래서 얘네들이랑 함께 한다는 것은, 부딪혀 봐야겠지만, 하면서 옛날에 문식이가 이랬지, 석천이가 이랬지, 하면서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통장 잔고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안 변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 아닌가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제공: 마이 타이
2009.06.29 / 조회 19,021
-
안내상, 홍석천, 김효진 등, <한 여름밤의 꿈> 같은 무대
안내상, 홍석천, 최진영, 김효진 등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이 뭉친 연극 이 지난 2일 한양 레파토리 극장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은 상상력과 익살로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으로 꼽히는 작품.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지난 19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셰익스피어 연극제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바 있다.
그 당시 연출을 맡은 최형인 교수와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이 다시 한번 무대에서 뭉쳐 주목 받고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홍석천은 “대학시절에 열정을 가지고 만들었던 에 다시 서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공연은 교수님께 드리는 환갑 선물”이라고 말해 사제간의 끈끈한 정을 표현했다.
안내상은 13년 전 출연한 이 두 번째 무대였다며 다시 ‘퀸스’ 역할로 서는 이번 무대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그 당시 교수님에게 연기를 못한다고 많이 혼나다 결국은 포기를 당했다”며 “이번에는 포기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 공연이다”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최진영과 김효진은 첫 연극무대 도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약혼자 드미트리어스(최진영)에게 버림받지만 여전히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헬레나 역을 맡은 김효진은 “극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 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픔을 딛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최진영은 “큰 일을 겪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버틸 수 있지 않나 한다”며 “현재는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제자들과 을 다시 올리는 최형인 교수는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 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가 다 된 작품이라 웬만한 시도에는 끄떡도 않는 작품”이라며 “따라서 이번에는 번역에 충실해 원작 그대로 가고 있으며 워낙 재미있는 작품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자들과의 각별한 애정도 보이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배우들”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TV와 영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다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는 “무대는 배우가 한 단계 성하는 과정”이라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연극 은 6월 2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다.
글 :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6.03 / 조회 26,478
-
<밀키웨이> 무대로 돌아온 김명곤, 순수한 2인극을 지휘한다
전 국립극장장과 문화부 장관직을 역임한 김명곤이 연극 의 연출을 맡으며 본격적인 무대 복귀를 알렸다. 연극 는 독일 작가 칼 비트링거의 대표작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기초로 하여, 김명곤이 연출과 번안까지 맡은 작품.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환자와 정신병동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극중극 형태로 선보이는 이번 2인극에서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는 정은표와 연기파 배우 류태호를 비롯해 정의갑, 이동규 등 4명의 배우가 두 팀으로 나뉘어 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학 재학시절 처음 접한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 청년들의 고민과 방황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으로 평가한 김명곤은 “순수한 꿈을 키우려는 현대 젊은이들이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모습으로 풀어냈다”고 말하며, “30년 전에 봤던 좋은 작품을 이 시대에 다시 되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의사 외 6명의 역할을 소화하는 정은표는 1996년 에서 김명곤 연출과 함께 작업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할 때”라고 회상하며 “당시 선생님을 쳐다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제의를 받았을 때 아직 날 안 잊으신 것 같아 너무 기뻐 흔쾌히 합류하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은표와 함께 밀키팀(맨 위 사진)으로 호흡을 맞추는 이동규는 , , 등의 영화와 최근 연극 에 출연한 신예 배우이며, 1986년 극단 연우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류태호는 TV드라마 ‘대왕세종’에서 김명곤의 호위무사로 출연했던 정의갑과 웨이팀을 구성해 또 다른 극의 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본 공연에 앞서 공개된 주요 장면에서는 관객이 직접 무대에 올라 무대를 변환하고 말을 주고 받으며 공연에 참여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희비극적 요소가 작품에 잘 녹아져 있으며 서사극적인 형태로 관객과 교류하면서 인물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표현 여지가 열려있다는 김명곤 연출의 설명이 뒷받침 되었다. 연극 는 오는 11월 7일부터 대학로 두레홀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10.13 / 조회 30,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