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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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전명출, 한국 격동기를 버텨내다! 연극 ‘전명출 평전’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는 오는 7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백하룡 작, 박근형 연출의 ‘전명출 평전’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남산예술센터 2012년 시즌 다섯 번째 작품으로 경남 합천의 전명출이라는 소시민을 통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정치 한국의 사회 변화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삶을 살아내고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지를 그려 낸다. 첫 작품 ‘파행’으로 2004년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한 백하룡 작가는 이번 ‘전명출 평전’으로 첫 현대극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경상도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작가가 자신의 주변인들을 합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 특유의 ‘말맛’이 녹아 있다. 경상도 사투리 속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말맛’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감 있게 드러낸다. 1979년 가을, 영농후계자를 꿈꾸던 전명출은 마늘을 훔치다 들킨다. 결국 매를 맞고 고향을 등진 명출은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합천출신이라는 이유로 십장자리에 발탁된다. 하지만 소장은 명출을 사기행각에 이용하고 결국 명출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이후 80년대 호황기에 부실공사 사업으로 큰돈을 벌지만 90년대 초 다시 명출은 야반도주해 합천으로 돌아온다. 지역유지 행세를 하며 흥청망청 지내는 명출에 비해 그의 아내 순님은 예전 모습을 잃은 합천과 순박함을 잃은 남편이 안타깝다. 과연 명출은 순박했던 옛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총 12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전명출은 ‘디너’와 ‘푸르른 날에’에 출연한 정승길이 맡았다. 전명출의 현모양처 아내 순님 역은 ‘경남창녕군길곡면’, ‘뷰티퀸’ 등에 출연한 김선영이, 건설사 소장 역은 ‘대학살의 신’과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한 김세동이 맡아 연기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6.21 / 조회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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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중의 마초가 발기불능? 연극 ‘권력유감’
연극 ‘권력유감’은 권력을 손에 쥔 마초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현존하는 모든 권력은 불합리하며, 그 불합리한 권력의 폭력에 의해 재편되는 우리 사회의 기형적 행태를 ‘발기불능에 걸린 보스’를 통해 풍자한다. 이번 공연은 총 3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영화와도 같이 잦은 장면변화는 움직이는 배우들의 치밀한 동선계산과 깔끔한 움직임으로 극의 긴박감을 돋운다. 대소도구로 구성되는 무대배경은 배우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움직임 속에 매 장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암전 시 무대전환이 이루어 졌던 기존의 연극과는 달리 전환 자체를 하나의 장면으로 설정해 관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주먹 하나만 믿고 조직에 들어온 덕구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조직의 2인자가 되고, 조직의 보스로부터 앞으로 조직을 맡으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최고 권력가가 된 덕구는 비정한 방법을 통해 주위의 여러 조직들을 흡수하고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등과의 담합을 통해 조직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상대조직원에게 피습당하는 악몽을 꾼 덕구는 그 후로 자신의 남성이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혼자서 찾아 온 비뇨기과에서 여의사에게 발기불능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주인공 보스 덕구 역에는 연극 ‘이’에서 장생 역으로 열연했던 배우 이승훈이 출연한다. 작품은 주먹으로 어둠의 세계를 평정한 덕구가 ‘발기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통해 권력의 허상을 풍자하고 진정한 의미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9 / 조회 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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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6] 부조리함의 유머, 나 원 참! 연극 ‘대머리 여가수’
여기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 것은 언어다. 서울에 사는 서씨 부부는 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결코 소통에 성공하지 못한다. 소나기처럼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언어는 명명이나 정의, 혹은 의미 교환 등 언어의 기능을 상실한 채 소통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시킨다. 오가는 대화는 그 무엇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의미가 없는 ‘말’들은 소리로만 전달되며 반복의 과정 속에서 파괴되고 해체된다. 너무도 당연한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발설되므로 오히려 생경한 느낌을 주며 등장인물들은 개인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서씨가 표현하는 어떤 인물은 날씬한 동시에 뚱뚱하고 괜찮다 할 수 없는 외모이면서도 아름답다. 모순이다. 부조리함, 이것이 연극 ‘대머리 여가수’가 가진 전부이며 전체를 이끌고 가는 힘이다. 서씨 부부의 논쟁 속 인물 나원참은 죽은 동시에 살아있다. 그의 가족은 모두 나원참으로 불리며 동일한 직업을 갖고 있다. 때문에 나원참이 누구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한 개인을 구성하는 이름, 환경, 외모, 직업 등이 획일화되므로 개인의 개성이 무시된다. 마씨 부부가 여러 가지 추리를 통해 서로가 부부라는 것을 발견하듯 상대가 그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관계들이다. 서씨 부부와 마씨 부부, 스스로를 셜록 홈즈라 부르는 하녀와 소방관의 무의미한 대화처럼 각자의 개별적 존재 역시 무의미하다. 살아있는 시체, 극중 가장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는 하녀 등 연극은 모든 상식을 전복시킨다. 관객이 짐작하기도 전에 사정없이 변화하는 언어의 시간, 공간, 사건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무대가좋다((주)악어컴퍼니, (주)나무엑터스, CJ엔터테인먼트(주))’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희곡에 대한 이전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은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작 중 하나다. 시대의 부조리함을 부조리한 언어로 표현한 이 연극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말’을 이해하려든다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이 난해함을 부각시키는 대신 코믹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데 성공했다. 첫 연출데뷔인 안석환의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원작의 배경을 한국의 서울로 치환, 원작의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를 부르기도 정겨운 서씨 부부와 마씨 부부로 일컬으며 음식이나 사물 등 언어의 재료 역시 한국의 것들로 바꿨다. 상상력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를 제어하기 위해 이전 연극의 전통요소를 배제한 동시에 언어의 비극을 소통의 비극으로, 나아가 세계의 비극으로 확장시킨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의 이번 한국 무대는 관객의 관람상식도 엎어버렸다. 전화를 마음대로 받을 수 있으며 음료수도 쪽쪽 빨아 마실 수 있다. 공연 중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실제로 관객들은 먹고 통화하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모든 것이 비이성적인 이 공간은 연극뿐 아니라 관람의 기본자세로 요구되었던 상식도 무너뜨린다. 연극은 애초에 불가능한 분석에 골몰하는 대신 부조리함을 마음껏 즐기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음절로까지 조각나는 언어의 분절을 극대화하는 대신 관객과 접촉할 수 있는 장면들을 추가 삽입했다. 연출진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미간을 좁히는 대신 입 꼬리를 올렸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천연덕스럽게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인물들의 대화는 기계적 발설처럼 보인다. 반복과 상투에 길들여진 인물들은 스스로의 고립을 야기한다.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메아리조차 없는 혼잣말일 뿐인 현대인의 고독은 그대로 코미디가 된다. 미술계의 거목 임옥상 화백의 무대디자인과 한글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이상봉의 의상디자인, 그리고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움직임이 더해져 부조리는 더욱 유쾌해진다. 배우 김성기, 정은경, 최광일, 이주원, 조재윤, 유지수 등 배우들의 뻔뻔한 유머도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듯 이 작품에는 대머리 여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머리’와 ‘여가수’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불편한 조합은 극의 전체적 그림을 압축, 상징한다.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이 대머리 여가수에 대해 마지막, 소방관이 심심하게 물을 뿐이다. “그런데 대머리 여가수는요?” 서씨 부인이 대답한다. “늘 같은 머리 스타일이죠.”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2.10 / 조회 7,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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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여가수> 일상과 비일상, 부조리와 조리의 경계를 풍자한다
평범한 중산층 서씨 부부와 마씨 부부.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알 듯도 하고, 모를 것도 같은 대화들을 서로 주고 받는다.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비 일상의 대화, 그렇게 일상처럼 이어지는 이들 하루의 단편, 부조리의 대가 이오네스코 작, 연극 공연이 한창이다. 연극, 영화, TV를 종횡무진 하는 연기파 배우 안석환이 각색, 출연, 연출 등 3역을 맡아 더욱 화제를 낳고 있는 이번 연극은 공연장에서 음식물 섭취, 전화통화 가능 등 기존 공연 관람의 제약을 풀어 극이 시작하기 전부터 남다른 경험으로 관객을 이끈다. 연극 의 각색, 배우, 연출까지1인 3역 안석환. "다음엔 연출해보고 싶어요"“뜻이나 줄거리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보셨으면 좋겠다”는 안석환 연출은 이번 작품의 준비를 재작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제게는 이 작품이 코미디로 다가왔어요. 우리나라 상황으로 가져와 더욱 웃기려고 했고, 다들 어렵다고만 하는 부조리를 쉽게 풀고 싶었습니다. 일상이 얼마나 지루하면 이토록 처절한 장난까지 치겠습니까. 이러한 부조리한 모습이 현실에 다 있습니다.” 이번 역에서 서씨에는 김성기와 진선규가, 서씨 부인에는 정은경, 정세라가 더블 캐스트로 나서고, 마씨 부부로 이승훈, 최광일, 이주원, 김나미가 호흡을 맞춘다. 안석환은 조재윤과 함께 소방대장으로 등장하며, 카리스마 하녀 역은 유지수가 맡았다. 엠아이씨 잡은 나는 누구? 랩퍼 광대, "세이 오호~"공연 전 가장 먼저 무대에 등장하는 세 명의 광대들도 색다르다. 원작에는 없는 이들은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에게 관객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한다. 임옥상 화백의 단순하면서도 선 굵은 무대디자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제작한 배우들의 의상과 국내 대표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안무까지 평소 안석환 연출과의 친분으로 참여한 제작 스텝진의 면모가 화려한 연극 는 오는 3월 31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그 입을 다물라! (서씨 부부_정은경, 김성기)내가 누구? - 식모요- 아냐! 가사도우미(유지수)"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우리... 만난 적 있죠? 마씨 부부(이승훈, 김나미)쌍꺼풀이 외꺼풀과 만나면 왼쪽 쌍커 오늘쪽 외꺼.. 에잇!"이것들이 말 안 듣고 뭐핸? 비밀이 있!"불쑥 이렇게 찾아와 우리가 모인 이유는....또 다른 서씨 부부, 정세라, 진선규벨을 세번 울리고 네 번째 나타난 소방대장 조재윤"생각하지 말고 보세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1.26 / 조회 1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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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고정관념을 버려라! 부조리는 쉽다! 연극 ‘대머리 여가수’
현대 연극의 주요 경향이라 일컬어지는 부조리극의 효시, 이오네스코의 연극 ‘대머리 여가수’가 관객들을 찾는다. 이 작품은 기존의 연극관행과 인간관에 대한 도전을 가한 작품이다. 1950년 초연 당시 기존의 연극 문법을 따르지 않았던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획기적이다’라는 평가와 ‘연극이 아니다’라는 논란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전형적인 한국 중산층 가정의 거실을 배경으로 한다. 서씨는 한국식 안락의자에 앉아 신문만 읽고 있다. 아내는 오늘 먹은 저녁 식사의 메뉴, 루마니아식 요구르트 등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알듯 모를 듯 이상한 대화가 계속해서 펼쳐질 즈음, 마씨 부부가 서씨 부부 집에 방문한다. 부부 사이임에도 마씨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부부인 그들은 과거 어디서 만났는지 황당한 추적을 시작한다. 각각 광주여고와 광주일고를 졸업한 두 사람, 5년 전 광주를 떠나 전주로 이사를 간 두 사람, 오전 여덟 시 반 전주에서 8호객차 내 창가 3번과 4번에 나란히 앉아 서울에 도착한 두 사람은 심지어 같은 침실, 같은 침대, 같은 이불을 쓰고, 빨강 머리에 외꺼풀 눈의 이름이 효리인 딸을 가졌다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를 확인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서로가 부부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격한다. 자신의 본명이 ‘셜록 홈즈’라고 소개하는 하녀도 등장한다. 이 와중에도 서씨, 마씨 부부는 이상한 대화를 계속한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다. 또 초인종이 울리고 결국 문앞에는 또 아무도 없다. 네 번째 초인종이 울리고서야 비로소 소방대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이상한 대화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대학로 대표 연기파 배우 안석환이 ‘무대가 좋다 시리즈’를 통해 연극 연출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각색, 연출, 출연까지 1인 3역을 도맡았다. 그의 첫 연출작인 이 작품은 미술계의 거목 임옥상, 세계적인 의상디자이너 이상봉, 마임이스트 고재경 등 이 참여한다. 대학로의 대표적인 배우들까지 합세해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줄 연극 ‘대머리 여가수’는 오는 2011년 1월 14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30 / 조회 6,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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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한번 가는 인생, 신명나게 놀아보세! 연극 ‘이(爾)’
“니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리고, 때론 눈물도 흘리고, 때론 서글퍼 꺽꺽 울기도 하고 때론 턱없이 헤헤 웃는구나”공허하고 외로움이 나부끼는 궁궐에 핀 장미 한 송이. 질투와 시기에 눈이 멀어 빛바랜 장미 가시에 손끝을 찔려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쉽게 아물지 않은 작은 상처는 깊고 깊어져 가슴속의 고통을 동반한다. 연극 ‘이(爾)’는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연산이 광대 중에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두 가지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장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나가는 극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연산군이 좋아했다는 광대극은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장치이다. 연산, 녹수, 그리고 공길. 이 세 명의 역사적 실존이 등장하고 극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대 위의 극으로 탄생된다. 극은 긴장감과 흥겨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극 중 인물들이 연신 뿜어대는 재치 있는 대사들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현실의 세태를 풍자하는 꾸밈없는 발언이었다.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 후, 등장한 광대들의 무대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또한 극 중 장생이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작품에서 굵고 짧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은 당연 장생이다. 장생은 하늘 아래 거칠 것 없이 당당했고 자신의 운명에 드리워진 그림자마저도 화려한 비극으로 승화시켰으며 자유를 향한 열망이 고스란히 내 비췄다. 장생의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은 관객들의 세상에 대한 외침과 상통된다. 이 극은 ‘신명나게 놀아보자’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정말 신명나게 놀아댔다. 하지만 광대들은 단지 노는 것에만 취중하지 않았다. 다양한 춤판을 벌리고 한바탕 놀며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어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내보이는 광대들은 관객들에게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는 극을 잠시 멈추는 듯했다. 박수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울 때, 비로소 광대들은 얼굴을 미소를 띠며 무대를 활보했다. 이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광대들의 춤판과 어우러져 더욱 흥겹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장구와 북, 꽹과리 등이다. 흥겨운 가락이 흥을 돋우며 공연의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확연히 들어나는 무대 전환은 없다. 조선시대의 궁중생활을 사실적, 구체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했다. 극이 후반부에 가면서 다소 무거워진 느낌이 있었지만 연산, 공길, 녹수 여기에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이판이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극에 흡입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비극을 당당히 받아들인 결말은 관객들의 가슴에 애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18 / 조회 1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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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0주년 맞은 명품연극, 뜨거운 연습현장
네 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릴까? -때론 서글퍼 꺼억 꺼억 울기도 하고 왕의 말의 장단을 맞추며, 수줍은 듯 교태를 보이는 공길의 눈이 반짝인다. 왕으로부터 하사 받은 비단 옷을 입고 권력을 탐하는 공길을 연기하는 배우는 정태우. 드라마에서 연산군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연산군의 사랑을 받는 궁중광대로 분한다. 지난 공연에서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뿜으며 마지막으로 공길을 연기했던 오만석에 이어, 아역 시절부터 쌓은 만만치 않은 연기 내공을 지닌 그가 공길을 연기해 주목 받고 있다. 오는 11월 10주년 앵콜 공연을 시작하는 연극 의 공개 연습현장. 새롭게 공길로 투입된 정태우를 비롯해, 김뢰하 이승훈 하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중 정태우는 지난 해 에 이은 두 번째 연극이다. 정태우(공길), 김뢰하(연산). 눈빛으로 말하는 두 배우. 정태우와 김뢰하(장생).가난과 멸시 속에 살아와 권력을 탐하는 공길과 그를 안타까워하는 연인 장생, 슬픈 폭군 연산군과 공길을 질투하는 녹수가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극은 네 사람의 갈등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 촌철살인의 유머로 무장한 소학지희로 웃음에도 포인트를 준다. 장생(문정수) 의 처형장면.이번 연습현장에서는 네 주인공들의 갈등을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진행됐다. 성적 가학의 대상으로 왕에게 몸을 받쳐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는 연산과 공길, 그들을 지켜보는 녹수의 관계는 정태우, 김뢰하, 하지혜가 펼쳤고 변해버린 공길을 안타까워하는 장생과 희락원의 대봉이 된 공길의 갈등이 표출되는 장면은 이승훈과 정태우가 선보였다. 장생의 처형을 앞두며 클라이막스에 달려가는 장면은 또 다른 공길과 장생인 정원영과 문정수가 펼쳐 앞선 팀과는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연극 는 김태웅 작/연출로 2000년 초연해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작품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고, 공길역을 맡은 오만석은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으며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동성애 관계였다'는 극적 설정으로 인간의 권력과 애증, 해학과 풍자를 무대에서 풀어내 지난 10년간 사랑을 받아왔다.연극 는 오는 1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광기를 분출하는 연산. 김뢰하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왕에게 몸을 받치는 공길(정태우).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두 사람. 비단 도포를 하사받고 기뻐하는 공길. "광대가 뭐하러 권력을 추구하는 거지?" 공길이 안타까운 장생(이승훈). 장생의 처형 직전, 한판 놀이를 청하는 공길(정원영). 마지막 신명을 불태우는 장생(문정수).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0.10.21 / 조회 1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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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호영'이라는 매혹적인 배우, 그 속에 감춰진 치열함
연극 '이'의 공길, 인생이라는 한바탕 꿈 메말라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 않을 것 같은 땅에 꽃 한 송이 피었다. 시들어 바삭거리는 잎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선명하고 싱그러운 꽃. 이 특별하고도 기이한 꽃은 혼자 피느라 인고의 시간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만큼 날카롭고 억셀 것 같지만 그 모습은 영롱하고 곱기만 하다. 여기 그런 배우가 있다. 아름다움 속 치열함과 영리함을 갖고 있는 배우, 특별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배우 김호영을 만났다. - 공길, 나는 너를 이해한다 “난실 속에서 살고 싶었던 꽃이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빛 내리쬐면 그 빛을 받아들이는 들판의 꽃이 꽃다울 진데, 누군가 자신을 더 바라봐주고 사랑해주길 바랬던 꽃. 온실 안에 있길 원했는데 알고 보니 자연 속에서 꽃답게 있는 것이 좋았던 거죠. 화분 속에 홀로 심겨져 그 향기로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자연 속에서 자신과 닮은 꽃들과 함께 있을 때 향기가 더욱 진하고 아름다웠던 거예요. 외로움을 많이 타고 누군가 진심으로 보듬어주길 바랬던, 안타까운 꽃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김호영은 공길을 이렇게 표현했다. 10년 동안 관객의 꾸준한 찬사를 받아온 연극 ‘이’에서 김호영은 공길 역으로 열연 중이다. 공길을 바라보는 김호영은 언제나 마음 한켠이 아리다. 공길은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길 원했으나 그만큼 힘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현명했기에, 또 안식을 바랐기에 자신의 꽃들을 온실로 들였으나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흔들리고 싶었던 꽃들은 공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왕의 남자’ 공길보다 연극 ‘이’의 공길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궁궐에 들어가 출세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없더라도 조금 더 사랑받고 편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한 거예요. 그리고 사랑하는 장생과 광대들을 궁에 머물게 했죠. 이 작품에서 공길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다들 공길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 무대 위에서 믿을 것은 오직 ‘나’뿐 영화 ‘왕의 남자’를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다소 놀랄 것이다. 그리고 김호영의 공길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무대 위의 그를 만난 관객 역시 당황할지 모른다. 김호영의 공길은 단순히 여리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아픔과 슬픔, 카리스마와 분노를 안고 있다. 이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며 무대에 오르는 김호영은 누구보다 공길을 이해하고 있다. “욕심쟁이가 아니더라도 주변 상황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옷을 입혀주고 대우를 해준다면 이 시대에 사는 그 누구라도 변할 수 있죠. 조금 다르다면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것? 사실 동성애 보다는 사람에 대한 과욕인 것 같아요. 제가 사람 욕심이 많거든요. 사람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도 갖고 있는 편이죠. 이 욕심이 과해지면 공길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김호영은 2006년 처음 공길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첫 정극 도전이기도 했다. “연극을 학창시절부터 했었고 대학에서 전공도 했지만 뮤지컬로 데뷔를 했었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당시 나이도 어렸던 데다가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과 대사를 해 생소하게 느껴지면 다들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는 ‘호영씨, 우리 다음 작품도 같이 해봐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 후 4년, 영리한 배우 김호영은 비우는 법을 터득했다. 비워진 공간에는 김호영이 아닌 공길, 바로 그가 들어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그 부분에 젖어들어 표현될 때가 있어요. 스스로 표현하고도 멈칫하죠. 알게 모르게 성숙되지 않았나 싶어요.” - 나의 이미지, 그것은 내 노력의 결과 그동안 배우 김호영에게는 ‘여장남자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실제로 김호영이 연기한 렌트의 ‘엔젤’을 본 관객들 대부분은 마지막까지 실제 여자인가 남자인가를 두고 고민했다.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어쨌거나 관객들에게는 두 손 들고 반길 일이다. 여성성이 강한 캐릭터를 현재 김호영만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배우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단어에서 주는 느낌으로 구별하자면 민감하고 예민하고 섬세하고 깔끔한 것은 여성적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디테일하고 살아있는 세포를 건드린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 있거든요. 자신감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게 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김호영이니까 으레 그런 역을 맡으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서운한 면이 있다고 전한다. “성향은 비슷할 수 있죠. 하지만 성격이 달라 제 나름대로 고민하고 분석하며 캐릭터를 연구하는데 마치 쉬운 것처럼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분들을 보면 좀 서운해요.” 그의 중성적 이미지는 몸에 맞춘 듯 캐릭터를 소화해 낸 그의 능력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배우 김호영은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배우다. 그는 아름답고 당차며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도 유쾌하다. 영원히 성장하며 발전할 것 같은 이 배우는 오늘도 공길을 바라본다. 아마도 연극 ‘이’가 막을 내리는 날까지 애잔하며 아플 것이다. 글_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12 / 조회 2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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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김내하, “연산과 나는 닮은 점이 많다”
히히덕 거리며 웃는 웃음에는 광기가 서렸다.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곧 서릿발 같은 독설이 쏟아질 것 같았고, 손에 쥔 칼에는 붉은 피가 이내 뚝뚝 흐르고 말았다. 하지만 뒤돌아 걷는 그의 어깨 위엔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묻어났다. 그게 바로 김내하(44)의 연산이다. 김내하는 1999년 연극 가 그 모습을 만들어 가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였다. 희곡을 읽자마다 “연산은 내 것”이라며 배역에 매료되었다는 그에게 지난 10년의 와 그보다 더 오랜 배우 김내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 벌써 10주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 연습하면서 ‘아하, 참 세월이 이렇구나’ 했어요. 99년도에 세기말이라고 다들 떠들고 난리가 났을 때 우리 연극하는 친구들은 눈에 독기만 가지고 어떻게든 뭘 해보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거든요. 초연 준비 할 땐 2010년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죠. 당장 닥친 것이고, 또 너무나 작품이 좋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죽어라 했는데, 다행히도 첫 회에 대학로가 난리 났었어요. 상이란 상은 다 받고,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건 관객들이 너무나 열화와 같이 좋아해줬다는 거에요. 당시엔 그런 것도 없었는데 의 팬클럽이 생겼어요. 사이트도 생기고, 단체로 와서 케익도 잘라 주고 단관도 하고, 배우들이 다들 “이게 뭔가…” 했었다니까요. 그 덕분에 매년 공연을 성황리에 했던 것 같아요. 를 만난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보통 70쪽 되는 대본을 한 번에 다 봐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근데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3, 40분 만에 쭉 봤어요. 그리고 “나 연산할래” 이렇게 얘기가 나온거죠. 김태웅 연출도, “그래, 그거 너 시키려고 했어”(웃음) 그러더라고요. 어느 연극인에게나 욕 먹겠지만, 감히 말한다면, 셰익스피어의 언어 유희, 시적 표현들에 버금가는 정도로 저는 이 작품을 느꼈어요. 대단하다, 꼭 하자, 해야 한다, 그렇게 되었죠. 왜 ‘연산’ 역을 한다고 하셨어요? 일단 비주얼로 봐서 제가 공길 하긴 그렇고(웃음). 당시 30대 초,중반이었지만, 살아오면서 경험해왔던 질곡들이 정확하게 만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연산이란 캐릭터와 맞닿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연산은 최고의 지위를 가졌지만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 누구에게나 어려워하고, 그 근원에는 엄마에 대한 생각도 있고, 저 역시 부모님들과 떨어져 산 기억들, 이런 것이 많이 중첩되면서,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한 거죠.(웃음) 특히 연산은 대중들에게 한 가지 캐릭터로만 각인된 인물입니다. 그 부분에서 가장 격론이 심했고, 천편일률적인 연산의 평가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그 안에 아픔이 있는 사람. 그 아픔으로 인해 폭정이나 사람을 죽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왜 이 사람이 그렇게 되었는지, 궁궐에 혼자 갇혀 살면서 자아가 성장되었고, 인간 본연의 만남을 갈구하고.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폭군보다는 좀 더 유약하고 애정결핍이고, 어찌 보면 노는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 나중에는 ‘결국 인생은 이렇구나’ 하고 허무를 느끼는 철학적인 인물로 이 작품에서는 그려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타의 연산과는 차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위 부터)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일지매'. 그간 강한 느낌의 배역을 주로 맡으셨어요. 일단 생김새가 그쪽인 것 같고(웃음). 2003년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맡은 캐릭터가 워낙 좀 세다 보니 그 이후에 영화, 드라마 쪽에서 계속 강한 캐릭터, 나쁜 놈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쪽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아는 친구들은 저를 아주 착하다고 생각을 해요. 원래 그렇고. 또 스스로 본다면, 비극적인 연기 보다는 희극적인 연기가 잘 어울리는 배우에요. 그런데 감독들이나 연출가들이 그걸 잘 모르죠(웃음). 평소 사진들만 봐도 강렬함이 묻어나오던데요. 그렇죠. 그러니 감독들도 그 유혹에 빠지게 되죠(웃음). 내 안의 다양한 프리즘을 인정해 주고 써줬으면 싶지만, 내가 감독이나 연출가라고 생각해도 그 사람을 봤을 때 그 사람이 증명했던 연기 스타일이 내 작품 한 부분에 있으면 가져다 쓰고 싶지, 모험을 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 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배우들에게서 다양한 모습들이 안 나와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사람에게나 일곱 가지 색깔이 있겠지만 저 사람은 보라색이 더욱 아름답다, 그런 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저에게도 어떤 색깔이 더 빛이 날 것이다, 하는 게 있겠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프리즘은 따로 있어요. 이제 더 나이 들기 전에 조금씩 해 봐야죠. 올해로 연기생활이 몇 년째이신가요? 극단 천안에서 데뷔한 것이 1989년이고, 서울에 올라와 연우 무대에서 데뷔한 건 1992년이니, 20년이 넘었네요. 대학에선 도예(단국대 도예과)를 전공하셨다고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각각의 길은 다르지만, 꼭지점은 하나인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장르를 꼭지점이라고 놓고 보면, 결국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이잖아요. 도예를 하기 전에는 서양화를 했고, 또 디자인도 하고. 그러다 대학생 때 연극이라는 걸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배우가 직업이 된 거죠. 를 비롯하여 연극 등 롱런 작품을 유독 많이 하셨습니다. 좋다는 작품은 제가 다 만났어요. 도 작품이 짜여갈 때 작가님과 같이 리서치도 했고, 또 초연 때 김형사를 했었고요. 또 그 작품이 잘 돼서 영화로 만들 때 영화 속 한 인물도 했었고. 연우 극단에 들어가서 좋은 작품들의 워크숍을 할 수 있었고, 또 제작에 제가 같이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연극판에 들어와서 초반에 고생을 좀 했지만, 작품에 있어서 만큼은 운이 좋거나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앞에 언급하셨던,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또 다른 프리즘’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 연출을 하지 않을까, 해요. 또 조금 더 안정이 되면 학교에서 배운 도자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기도 하고요. 10년, 20년 꿈으로 갖고 있으면서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나중에 시골로 들어가게 되면 그런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보통 몇 년 살다가 이사할 집을 고르는 건 쉬운데, 시골로 들어가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오래, 평생이든 아니면 그 버금가게 살려는 곳은 쉽게 안 찾아 지더라고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7 / 조회 1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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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아 초연멤버 총출동한 <이> 납시오~
지난 10년간 ‘관객 여기 있고, 이 거기 있었’다. 조선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는 것과 광대 중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기발한 가설에서 출발하는 연극 공연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무대를 마련 중이다. 2000년 초연 당시 는 연극협회 우수공연 베스트5 작품상, 신인연기상(오만석),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3 등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김내하, 이승훈),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김태웅)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쥔 화제작이기도 하다. 2005년 본 극을 바탕으로 영화화 된 ‘왕의 남자’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에서는 초연 멤버이자 꾸준히 를 지켜온 김내하, 이승훈, 진경을 비롯해 1대 공길 오만석과 2006년에 선 3대 공길 김호영이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지난 9일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한창 공연 연습 중인 김태웅 연출은 “지난 10년간 결혼도 하고 같이 했던 배우들이 유명세도 타는 등 기분 좋은 변화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작품을 쓸 땐 공길, 공연 하면서는 연산이 주인공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우인들이 보인다”며 “과거 연산으로 대변되는 허무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공연에선 광대들로 대변되는 웃음과 놀이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공길이 죽기 전 큰 판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무대를 통해 ‘이번이 마지막’을 고하는 배우들이 많았는데 2000년, 2001년, 2003년, 그리고 2006년에 이어 2010년 공길로 서는 오만석은 “마지막으로 공길이 되는 마음으로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변신하는 창작과정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 깊은 연산으로 꼽히는 김내하를 비롯하여 10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장생 역을 맡은 이승훈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역할을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믿을 수 없다’는 주변 동료들의 즐거운 아우성 흘러나와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199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내 워크숍 공연으로 시작, 2000년 문예회관(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첫 세상에 선보인 연극 는 오는 2월 27일부터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연습현장
녹수(진경)와 즐거운 놀이에 빠진 연산(김내하)"내가 자네의 누이를 범한게 그리 죄인가?""보셔요, 공길(오만석) 저것은 본디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같지 않습니까?""어서 일어나거라, 공길아, 어서!"바람처럼 살고자 하는 장생(이승훈)과 그 바람을 피해 서고자 하는 공길(김호영)"마지막으로 장생과 한번 놀게 해 주십시오""난 거기서 왔는데 넌 어디서 왔나?"공길(김호영)의 봉사놀음공길이 가기 전, 걸판진 우인들의 놀이판"우리는 모두 비극인 것이냐"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10.02.11 / 조회 10,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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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는 연극 <이>, 오만석 김내하 등 역대 출연진 총출동
연극 가 오는 2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10주년 특별공연을 펼친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만석, 김내하, 정석용, 김호영, 이승훈 등 지난 10년의 역사를 함께한 배우들이 총출동 예정. 특히 2000, 2001, 2003 2006년 공길 역으로 분했던 오만석이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길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고 있다. 오만석은 지난 2000년 초연 무대를 통해 연극협회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는 연산군이 궁중광대와 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으로 고독한 연산과 권력욕과 사랑 사이에서 고통 받는 공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로 2000년 초연 당시 한국 연극협회 올해의 한국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이듬해 2001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2005년에는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알려지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연극으로 다시 주목 받은 바 있다.
연극 는 2월 27일부터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0.01.13 / 조회 2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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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삼봉뎐> 조선 최대 정치 미스터리, 또는 오늘날의 자화상
등장부터 평범하지 않다. 객석 사이를 지나 천천히 줄지어 무대로 나가는 배우들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다. 무대에 들어서야 의상을 입고 나서야 그들은 왕이 되고, 신하가 된다. 그 자리에서 거칠게 회백분을 칠하는 배우들도 있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불과 몇 해 전, 조선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하고 잔혹한 피바람이 일어난다. ‘정여립 역모사건’의 주동자 ‘길삼봉’이란 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대립하던 동인과 서인의 정치적 모함과 칼부림은 계속되고, 그 사이에서 왕이란 자는 점점 광폭해진다. 이른바 기축옥사.
이 사건으로 그 당시 1000여 명의 선비가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모를 한 명을 색출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하지만 길삼봉이 누구인지 중요하진 않다. 역사적으로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이 인물은 정치적 음모로 탄생한 헛개비란 추측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시대 도를 넘는 당쟁 속에서 동인과 서인이 길삼봉을 이용해 조정을 쥐고 흔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선비들의 죽음, 민생의 파탄이다.
으로 잘 알려진 서인의 정철, 동인의 이산해, 선조, 최영경 등 역사 속 실제인물과 기축옥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매향, 갈윽, 임파 등 허구의 인물과 픽션이 섞였다. 목숨과 지위를 건 싸움은 피를 부르고, 그 속에서 싸움을 주도하는 권력자들뿐 아니라 이름 모를 선비와 민초들의 고통을 더욱 커져만 간다. 내분에 휩싸인 조선은 몇 년 후 임진왜란이라는 된서리를 맞는다.
연극은 ‘길삼봉’으로 모함 당해 죽어나가는 선비들의 억울함과 밑바닥까지 내려간 민초들의 울부짖음을 몸짓과 노래로 표현한다. 몸짓은 때론 과격하게, 때론 적막하게 무대를 채운다. 이름 없는 선비들과 백성들은 가면으로 표현돼 그 생명을 조롱 당한다. 답답한 현실에 백성들은 한을 담은 노래 ‘둥둥곡’을 부르며 미친 궁궐에 한탄과 한숨을 보낸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언뜻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 동작에 서린 비탄은 비단 그 당시 백성들의 고통으로만 해석하기 힘들다. ‘정치란 그리 냉혹한 것’이라고 정철은 되뇌임 또한 옛날 일이 아니다. 연극이 끝나면 배우들은 왕과 신하의 옷을 벗고 떠난다. 회색분을 칠한 민초들 역시 분장을 쓱쓱 지우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퇴장한다. 극은 끝나지만 냉혹하고 비린 정치와 한숨 어린 민초들의 응어리는 400년 전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함을 남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10.30 / 조회 1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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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더욱 슬픈 것은 웃음 뒤의 눈물
연산군과 녹수, 공길 등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삶을 바탕으로 했기에, 진기한 광대들의 재주와 흥겨운 걸판진 놀이가 등장하기에, 혹은 ‘연산이 동성의 광대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발칙한 가설에서 출발하기에, 연극 가 큰 관심 속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등 위로 쉼 없이 채찍을 내리치는 사람(연산)도, 그 매를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신음 한번 내 뱉지 않는 사람(공길)도 같은 마음으로 울고 있는 것, 그 까닭을 공감도 이질감도 아닌 묘한 감정으로 가슴이 뭉클하게 변해버리는 것, 이것이 연극 를 놓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아닐까.
2000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 위를 지켜 온 연극 가 다시 관객들을 맞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전국적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후 뮤지컬로도 선보인 이 작품은 여전히 연극의 고유성을 잃지 않고 다시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라 할 수 있다.
광기 어린 연산군, 입신을 위해 그를 감내하는 공길, 연산의 사랑을 차지하는 공길에 무한한 질투를 내뿜는 녹수, 자신의 목소리로 소리치며 놀기를 원하는 진정한 광대 장생 등이 저마다의 상처를 딛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이 풍자와 해학이 버무려진 ‘놀이’로 풀어지는 남다른 매력은 여전하다.
각기 다른 트라우마를 지니고 애정과 권력 등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 그 충돌이 작품의 특징인 만큼 역사의 소용돌이 속 인간 개인의 좌절과 번민을 느껴보는 것 역시 이 작품을 관람하는 맛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국 고유의 슬랩스틱코미디, 촌철살인의 마력이 철철 넘치는 우인들의 놀이는 여전히 대단하다. 무대 위에서 상모를 돌리며 공중에서 껑충 뛰어오르면 탄성이 절로 나고, 돈도 싫다며 한 관리가 노골적으로 원하는 ‘흥분되는 그것’을 설명할 땐 객석에선 큭큭거리며 웃음이 터지고야 만다.
하지만 대립된 인물이 내뿜는 긴장과 놀이가 가진 이완의 넘나듦은 다소 느슨해진 느낌이다. 사회의 부패함을 비꼬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개 형판의 부정부패가 심하게 괘씸하게 다가오지도, 그의 부도덕함을 고하는 공길과 죄를 묻는 연산의 모습이 통쾌함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과거 공길에서 이번 무대의 또 한 명의 연산으로 분하는 박정환의 무게감이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연산의 광기를 더욱 돋보이게 할 어둡고 무거운 기운보다는 기행과 놀이에 휩쓸린 웃음이 더욱 많은 까닭이겠다. 열심은 있으나 노련함이 덜 했던 녹수(이화정)와 공길(정원영)은 이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산이 상놈 중의 상놈인 한 광대에게 친히 ‘이’라는 극존칭을 써 가며 곁에 두고 싶어하는 심중,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외로움은 변함없이 헤아려진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공길, 장생, 연산 등 서로 닿지 못하는 길을 걷는 이들의 애틋함이 우리 삶에게도 통하기 때문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09.06.29 / 조회 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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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4대 공길 정원영, “나만의 공길보다 모두의 ‘이’가 되는 게 목표”
연극 를 토대로 한 뮤지컬, 영화 등에서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물은 공길이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본디 여자도 아닌 것이 남자도 아닌 듯’ 오묘한 매력을 소유한 슬픈 광대 공길의 애환과 인생 역정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림과 동시에, 배우들에게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까닭이다. 첫 연극 무대에 4대 공길로 서는 스물 다섯의 배우 정원영은 이 모든 것이 “감격스럽지만 부담도 컸다”고 한다. 4대 공길,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아직 학교(서울예술대학 연기과)도 졸업 안 한 상태고, 뮤지컬도 경력이 많진 않지만 5, 6편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생각했을 때, 춤과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있었다. 작품 자체가 인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선배님들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공길이 되었다고 들었다. 오디션도 치뤘고, 연출(김태웅)님이 올 초까지 했던 뮤지컬 을 보러 오셨는데, 그 작품의 원작 연극이 연출님 작품이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면서 나를 생각해 두신 것도 같다. 2007년 뮤지컬 으로 데뷔한 후 의 주연 ‘세기’ 역을 맡기까지 앙상블의 기간이 짧은 편이다. 맞다. 이제 2년이 되었다. 어떤 분들은 “이제 너도 주조연 배역 받는 쪽으로 갔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내게 오는 기회를 하나하나 잡아갈 뿐이고,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앙상블 밖에 없다고 해도 할 마음이 있다. 배우로서 이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는 핑계를 가지고 계속 배워가면서 꿈꿨던 것들을 채워갈 예정이다. 꿈꿔왔던 작품들은 무엇인가? 남자 배우로서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 그리고 도 있다. 사실 헤드윅 오디션을 보기도 했는데 떨어졌다(웃음). 첫 연극에,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연습에 어려움은 없었나? 뮤지컬이나 서양 작품은 무게 중심이 위로 떠 있는데, 가 가진 한국적인 정서는 아래로 중심이 간다. 한의 정서를 갖고는 걸음걸이부터 가볍게 할 수 없고, 깊이 있는 호흡과 깊이 있는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또 그간에는 노래로서 감정을 표현해서 한편으로는 편하게 가는 부분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모든 것을 연기와 호흡으로서만 끝을 내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과거 연극 나, 뮤지컬, 크게 흥행한 영화가 지금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뮤지컬은 못 봤고, 연극 도 사실 영상을 통해서 봤다. 그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영화 ‘왕의 남자’를 먼저 알았다. 물론 어느 배우나 나만의 이미지, 나만의 인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 점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그 전에 있었던 좋은 것들을, 굳이 나만의 것을 만들겠다고 따라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가져가면서, 플러스 알파로 내가 더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더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다. 기존에 너무들 잘 하셔서 자신감이 떨어질랑 말랑(웃음). 하지만, 누구보다 잘 할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길과 정원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공길은 “난 권력을 택하겠어”라고 딱 부러지게 뭔가 할 것 같지만 마음은 장생에게도 흔들리고, 연산에게도 흔들린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줏대 없게 남을 더 인정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도 공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웃음). 또, 나 역시 직업이 광대이지만, 극 중 공길 보다는 장생의 길을 택할 것 같다. 광대에게는 광대의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좀 다른 것 같다. 광대 공길의 재주를 극 중에서 볼 수 있는가? 우인으로 시작했지만, 극 초반에 왕에게 권력을 하사 받고, 그간의 가난을 떨쳐내고 권력을 택하는 인물이어서 극 중에서 우인들과 노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애인, 동반자이며 또 다른 ‘나’인 장생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내 인생이 광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에 다시 광대로서의 삶을 택하면서 ‘나는 죽어도 좋으니 광대로 살겠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사설도 하고 춤도 춘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막내인 것 같다. 휴우, 막내다(웃음). 녹수 역으로 서는 친구(이화정)가 저 보다 한 살 어리긴 하다. 일단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선배님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작품에 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다. (연출님은 어떠신가?) 어휴,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데. 앞으로 방송이나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느냐? 꿈이 ‘뮤지컬배우다, 연극배우다’라는 것 보다 어느 분야에서도 쓰임 받을 수 있는 준비된 배우가 되는 것이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4대 공길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전의 작품과 같을 순 없겠지만, 내면에 담긴 감동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나 만의 공길로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내 개인의 욕심이고, 어느 공길이나 같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감정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게, 공길로서 보다는 라는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기존에 를 보셨던 분들도 또 오셔서 다시 감동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29 / 조회 1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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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爾)> “영원한 광대로 걸판지게 놀아 보자꾸나~”
숨소리도 쉬이 낼 수가 없었다. 중앙으로 나가 있는 배우들을 향해, 그 주변에 둘러 앉아 있는 다른 배우들과, 북과 장구, 꽹과리 등을 쥐고 있던 이들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 이곳. 오는 6월 공연을 앞둔, 연극 의 연습실이다. 폭군 연산이 광대 공길과 동성애 관계였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연산과 공길, 공길과 장생, 그리고 연산을 사이에 둔 녹수와 공길의 힘 겨루기 등의 갈등 구조를 통해 사랑과 권력, 그리고 광대를 비롯해 운명 앞에 놓인 인간의 삶의 희로애락을 펼치고 있다. 2000년 초연 당시 한국연극상 우수공연 베스트 5, 희곡상,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했으며, 영화 ‘왕의 남자’, 뮤지컬 ‘이’ 등 다른 장르로 변신하기도 했다. 연산 역의 김내하를 비롯, 녹수 역의 진경, 장생 역의 이승훈 등 지난 의 무대에서 십분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배우들이 다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날, 연습실 한쪽에 자리한 박정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과거 공길 역으로 무대를 누볐던 그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부터 연산 역을 맡아온 김내하와 번갈아 광기 어린 연산 역으로 관객 앞에 설 예정이기 때문. 박정환을 비롯, 오만석, 김호영 등 스타 배우가 거쳐간 공길 역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원영이 맡았다. 무엇보다 광대들의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광대들일 것. 20여 명의 출연진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광대 역의 배우들은 성대모사, 흉내내기,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통해 당시 세태를 풍자하며 신명 나게 놀아나는 흥이 가득하다. 악기 연주를 비롯, 상모 돌리기, 덤블링 등 자유자제로 몸을 구사함과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옷과 탈 등의 소품으로 한껏 재미진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모습이다. 관객들은 객석으로 던지는 이들의 농지거리에 대답하는 또 다른 관람의 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이 무르익을 수록 작품 안에서 흥과 맛을 찾아가며 간간이 웃음을 내 비치던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서 쉽게 미소 짓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해 온 김태웅 뿐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과 사건을 토대로 긴장과 이완의 끈을 적절히 풀어내기 위한 집중과 섬세함이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은 지 9년 째인 지금까지도 팽팽하게 서려 있었다. 웃음을 주지면 결코 웃으며 살 수 만은 없었던 조선시대 광대들의 삶 이야기, 연극 는 아르코시티극장 개관기념공연으로 오는 6월 9일부터 약 한 달간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연습현장어찌할 수 없는 끌림으로 가학적 성희를 사이에 둔 연산과 공길.아이를 낳은 녹수의 기새는 등등하다.빠질 수 없는 광대들의 놀이.공길의 친구이자 그 이상의 감정을 나누는 장생.권력에 눈이 멀이 놀이의 본질이 변질되는 것을 질타한다.연습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연산 역의 박정환(우)과 녹수 역의 이화정(좌)."내 흉내를 내 보겠느냐?"홍내관 역을 맡은 정석용의 맛깔나는 연기.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28 / 조회 1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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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해학의 미학 [왕의 남자 원작 연극 爾]
울고 웃기는, 공연의 백미 선사 지난해 말 개봉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의 원작 [연극 이]가 LG아트센터에서 서울 앵콜 공연 중이다. 영화가 워낙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했거니와 많은 화제를 낳은 작품이기에 제목에서조차 의 원작임을 부각하고 있지만, 실상 이 작품은 영화와는 또 다른, 힘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인물은 공길이다. 극 속에서 공길은 권력을 위해 광대로써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버린 세속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세속적이고 권력추구적인 인물이면서도 사랑에 약해 갈등하는 공길은 연산과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애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공길이란 인물의 다면적인 면이 이 작품의 힘 중 하나인 것. 특히 연산과의 교감과 갈등은 극적으로 부각돼 연산, 공길, 장생, 녹수가 펼치는 사각관계는 극 속 몰입을 부추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과 안타까움이 있다면 관객은 감정의 소모로 지쳐버릴 것이다. 마치 북의 강약을 조절하듯 한바탕 웃음거리도 만들어 놓았다. 특히 공길의 청으로 궐내의 광대집단 ‘희락원’이 보여주는 광대놀음은 백미 중의 백미인데 썩은 양반무리들을 ‘아닌 척’ 조롱하는 모양새는 마당놀이 버금간다. 그들은 극중 연산과 공길을 질타하기도 하고, 탐관오리들을 꾸짖기도 하며 질퍽한 풍자로 웃음을 끌어낸다. 연극은 영화와는 달리 공길과 장생보다는 연산과 공길과의 관계에 무게 중심을 둔다. 권력욕에 번뇌하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라며 성 정체성에 대해 체념하듯 말하는 공길과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흉폭해져가는 연산은 애처롭기가 비등하다. 이번 공길역에는 오만석, 박정환, 김호영이 트리플 캐스팅 돼 서로 다른 개성으로 승부하고 있다. 특히 다른 두 배우와는 달리 처음 공길 역에 도전하는 김호영은 가장 여성적인 캐릭터로 영화 속 공길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감성적이고 연약한 공길의 면모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 두 연극 선배와는 다른 면모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한 연산역의 김내하, 녹수 연의 진경의 활약도 눈에 띈다. 김내하는 흉폭한 폭군이지만 한없이 외롭기도 한 연산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진경 역시 연산을 쥐락펴락했던 요부를 매끄럽게 표현해 낸다. 爾(이)란 조선조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연산군이 자신이 아끼는 궁중광대 공길를 부르는 호칭이다. 천민 광대 출신으로 임금에게 爾(이) 호칭을 받은 공길이라는 인물은 역사적인 실존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연산군일기에 한줄 나온 공길을 중심으로, 연산과 녹수를 극속에 생기 있게 살려냈다. ‘극적 설정과 창작’의 묘미가 무엇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연극 爾]는 7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2006.07.05 / 조회 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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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왕의 남자 >의 원작 연극 [이(爾)]
단 하나의 진실은 사랑이었던 광대와 왕의 남자 그리고 왕 2,000년도에 초연되어 한국연극협회의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2001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영화 ‘왕의 남자’로 크랭크 인 된 연극 이(爾)를 마주했다. 연극 이(爾)는 연산군의 눈에 들어 웃음과 몸을 바쳐가며 낮은 신분인 천민에서 희락원 종4품이라는 지위까지 오른 궁중 광대 ‘공길’의 이야기이다. ‘이(爾)’는 조선조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연산군이 아기는 궁중광대 공길을 부르는 호칭이다. 연산군에게 ‘이(爾)’라는 호칭을 받은 공길은 역사적 실존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연산은 중종반정으로 왕위에서 물러날 때까지 12년간 왕위에 있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를 통해 많은 사람을 죽였고, 자신을 비판하는 무리는 단 한 사람도 곁에 두지 않는 전형적인 독재 군주로 군림했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채울 수 없는 모성결핍으로 뒤틀리고 비둘어진 인간 연산과 연산의 결핍을 채워주고 위로하는 궁중광대 공길. 연산의 연인이자 어머니였으며, 공길의 연적이었던 질투의 화신 녹수. 연극 이(爾)는 연산, 녹수 그리고 공길 세 명의 역사적 실존인물들을 무대 위로 등장시켜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역사극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연극 이(爾)는 여러 모양새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연산의 공길에 대한 사랑이다. 웃음을 좋아하고 광대극을 좋아하는 연산은 공길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이 꼭 동성애를 드러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둘만의 신분 차이에서 오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코드가 그들에게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산의 공길에 대한 사랑은 때로 어린 아이와 같아 지기도 하고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공길은 때로는 요부로 때로는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연산을 사랑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이가 신분이 낮은 자를 사랑하게 되면 얻게 되는 수많은 질투와 질책들을 모두 감수하게 되는가 보다. 연산은 공길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공길은 연산에게 거짓없는 마음을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인 함수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생존의 법칙에 맞추어 서로 길들여 진다. 마지막은 연산과 공길의 진실된 사랑의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공길로서 할 수 있는 연산에 대한 마지막 사랑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연산과 녹수의 사랑도 엿보인다. 연산은 녹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은 것 같다. 육체적인 사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진실된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엄한 구석이 있게 그려지고 있다. 녹수의 질투도 사랑에서 나오는 행위이겠지만 권력에서 나오는 질투라고도 볼 수 있어서 알 수 없는 사랑의 한계를 그려놓고 있다. 공길과 장생의 사랑도 애절하다. 장생의 공길에 대한 큰 형 같은 사랑이 연극 이(爾)에 많이 녹아 있다. 음모에 휘말린 공길을 구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여기는 장생을 통해 공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공길도 정신적 지주와 같은 장생에 대한 사랑이 연민이 되어 극의 전반에 흐르고 있다. 쓰다 보니 심각한 사각관계를 그리는 듯 하나 재미적인 요소도 많다. 광대들의 익살스럽고 걸쭉한 마당놀이가 전개되고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해학과 재미적인 요소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연극 이(爾)는 ‘연산군은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고 광대 중 공길과 남색관계였다’는 극적인 설정을 전재로 극이 전개된다. ‘동성애’라는 코드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소재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를 거슬러 올라 대단위의 소재로 쓰였다는 것이 이채롭다. 연산군과 공길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 묶여있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이 고조되어 대결구도로 끌고 가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광대와 광대극이라는 것을 끌어 들여 긴장과 이완을 넘나드는 극적효과를 노려 그 성과를 누리고 있다. 많은 공연이 되어지면서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던 작품 ‘연극 이(爾)’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인간들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 선과 악을 다루는 구조가 아니면서도 선과 악이 있고, 사랑과 아픔이 있으면서도 사랑과 아픔이 뒤섞여 있는 것이 연극 이(爾)의 특징인 듯 하다. 잘 짜여진 구성과 스토리에 공간 구성과 무대장치, 조명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배우들까지 연극과 개그콘서트를 넘나 들면서 웃고 울게 만든다. 그래서 이 무대를 관객들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연산을 맡은 이남희의 알 수 없는 연산의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었고, 그의 연기에는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극 이(爾)의 큰 축을 맡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없어서는 그 큰 무대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데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힘이 그에게는 100% 충분하였다. 공길의 박정환은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으로 과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이 연기를 소화해 내고 있다. 장생을 맡은 이숭훈도 초인과 같은 광대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녹수도 사랑과 질투로 보이는 모습을 좀 더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연극 이(爾)의 무대를 뒤로 한다. 몇 번이라도 보고 싶은 명품 연극 중에 하나이다. ------------------------- 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극장 용 제공
2005.12.21 / 조회 15,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