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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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박지일 주연, 연극 <서안화차> 오는 5월 개막
한태숙 연출가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가 오는 5월 관객들을 만난다.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중국 시안으로 가는 기차라는 뜻의 는 진시황 무덤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 상곤의 여정을 따라, 죽음을 정복하고자 했던 진시황의 욕망과 금지된 사랑을 얻고자 했던 상곤의 욕망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2003년 초연 후 여러 차례 앵콜 공연을 이어왔으며 동아연극상 작품상, 김상열연극상 등 9개의 연극상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 상곤 역에는 초연부터 줄곧 상곤 역을 연기한 박지일이 캐스팅됐으며, 찬승 역의 이찬영과 신현종·박수진·지영란·조명운·최순진 등이 출연한다. 한태숙 연출을 비롯해 무대미술의 이태섭, 조명의 김창기, 조각가 임옥상, 음악에는 타악그룹 공명 등의 제작진 참여하는 는 오는 5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림에이엠씨 제공
2015.04.15 / 조회 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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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의 거침없는 수다!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가 5월 24일(금)부터 6월 23일(일)까지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된다.작품은 도시의 찜질방을 배경으로 중년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은퇴한 가장, 40대의 샐러리맨, 60대의 노부인, 40대의 갱년기 주부 등의 인물들이 등장해 숨김없이 속 이야기를 꺼낸다. 이번 공연은 중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배우들의 평균 연령대도 높다. 40대 초반에서 60대까지의 배우들은 자신들의 세대 이야기를 하면 친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에는 지영한, 김선화, 김성기, 정인숙, 김진수, 윤부진, 김현희, 김재만 등이 출연한다.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의 김영순 연출가는 뉴욕대에서 연기연출을 전공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활동을 시작해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서울국제오페라-마술피리’,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 등을 연출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모슈컴퍼니
2013.05.20 / 조회 3,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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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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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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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1] 당신이 사라진다, 연극 ‘있.었.다’
이것은 존재와 소멸의 근거에 관한 우회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불쾌한 목격담이다. 이것은 내가 실종시킨 것들의 간접적 반란이다. 연극 ‘있.었.다’는 소멸, 실종, 부재 등 무無로 가득하다. 죽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연극에서 나열된 부재의 대상들에게 애도를 표할 수 없다. 그것들을 잃은 것이 나의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나’는 애도할 자격이 없으며 사실 애도할 마음도 없다. 연극은 무표정한 얼굴로 단언한다. 없어지게 하는 것보다 잔인한 일은 없다고. 사람들은 매일 인배를 찾아와 누군가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말한다. 귀가하던 여학생이, 퇴근하던 직장인이, 치매증상의 노인들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집에 있던 멀쩡한 가족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핸드폰, 신발, 가방 등 모든 게 그대로다. 사람만 없어졌다.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사진 한 장과 신고자의 말뿐이다. 단 1그램의 실질적 무게도 갖지 못한 채 언어로만 공간을 떠도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상을 통해 부재와 존재, 그 중간 어디 즈음으로 표현된다. 무대 바닥에는 수많은 실종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수북하다. 사라진 것들이 무심하게 널려있다. 타인을 통해서만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나’가 소리 없이 절규한다. 딸의 실종에 울먹이던 영호는 돌아온 딸이 전과 다르다며 두려워한다. 결국 ‘이 아이를 좀 잡아가주시면 안될까요?’ 진실을 실토하고 ‘실종담당자인 당신이 날 찾아달라’며 인배에게 도움을 청한다. 딸은 애초에 없어지지 않았다. 사라진 그들 모두를 실종시킨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연극 ‘있.었.다’에서 실종자와 납치범, 피해자와 가해자는 동일하다. 물리적 소멸은 심리적 외면에서 비롯된다. 누군가가 사라지길 원했던 나의 은밀한 내적 욕망이 대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 연극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시종일관 문 밖에서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소녀의 목소리도, 자신이 실종신고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율처럼 맞닥뜨리게 된 영호의 당혹감도 아니다. 소멸의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음에도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인배의 일괄됨이 실종을 가속화시킨다. 부쩍 늘어난 실종자의 대부분이 아이와 여자, 노인임을 감안할 때 부재하는 인배의 아내와 아이 역시 실종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어떤 사람, 어떤 일…. 한 때는 좋아했던 무언가의 흔적 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하게 없어졌으면, 그래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소극장 무대는 굳게 닫힌 여러 개의 문으로 빼곡하다. 눈에 보이는 인물들은 오로지 문 안에 있다. 문 밖에 있는, 문 밖으로 밀려난 자들은 원래 없었던 듯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은 문 밖의 그 누군가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존재가 의심받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무능력함의 패배를, 인배의 어머니를 통해 체화하게 된다. 가장 소모적이고도 불행한 연습 과정이다. 끊임없이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스스로를 잃어갈 뿐인 노모는 예전의 나를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인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곳에는 소멸이라는 추상적 실재만이 승리하고 있다.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연극 ‘있.었.다’는 작가 정복근의 진중한 대본과 연출가 서재형의 매끄럽고 현명한 연출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복근과 서재형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에게서 서서히 잊힌다는 공포가 연극의 전체적 분위기를 압도하며 가장 근원적이고도 거대한 두려움을 불러낸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동시에 모자란 부분도 없다. 남용되지 않는 영상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간결하며 절제된 무대 위의 모든 것이 연극의 본질, 실체만을 드러냈다. 아주 강렬하게.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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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그네스> 누가 이 수녀의 아이를 만들고 사라지게 했는가
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공간을 점령한다.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는 닥터 리빙스턴 만큼이나 관객들은 온몸을 옥죄이는 무언가에 야릇한 긴장감을 느끼는 듯 하다. 수녀 아그네스를 마주한 첫 느낌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목졸라 쓰레기통에 버린 섬뜩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가 실로 오랜만에 대학로 무대에 섰다. 대학로 정미소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에서 25년 전 아그네스 역을 맡았던 윤석화는 2년 만에 연극에 나서며 닥터 리빙스턴이 되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갇혀 지내던 아그네스가 수녀원에 들어와 살기를 4년. 때때로 손바닥에서 피를 흘리는, 성가를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의 그녀는, 더욱 간절하게 믿음을 바라는 원장수녀 미리암에게 기꺼이 믿고 싶은 기적의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아그네스가 가진 어린 생명도, 그 생명을 죽였던 붉은 손도 기적의 그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수녀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앞에 둔 닥터 리빙스턴은 다르다. 어린나이에 수녀원에서 죽은 여동생을 통해 믿음에 대한 희망도 바람도 사라진 닥터 리빙스턴은 철저하고도 날카롭게 원장수녀와 대립한다. 그녀에게는 보이는 것이 믿는 것이요, 그것만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실과 기적 사이 혼란에 놓인 아그네스는 기적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녀를 임신시킨 것은 신부님도, 들판의 일꾼도, 혹은 성령의 기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믿는가. 생활의 일편에서 조금은 빗겨나 있을 법한 수녀원에서의 삶이기에 더욱 인간과 일생을 지탱해 줄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한 것인가. 아이가 죽은 사건을 시작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밀도 높은 인물간의 대화는 텅 빈 무대 위 덩그러이 놓인 의자 하나가 전부인 무대를 더욱 강하게 응집시킨다. 공연 내내 사라지지 않는 담배 연기는 아그네스에게 거는 닥터 리빙스턴의 최면술과 공간을 울리는 아그네스의 노래 소리의 전율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어 준다. 닥터 리빙스턴의 윤석화와 원장수녀 한복희의 쏘아대듯 이어지는 대사는 막이 올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상대방의 반응에 강하게 자극받는 모습이 아니라 이미 에너지가 충만해 차례대로 대사를 폭발해내는 느낌이 크다. 무엇보다 작품이 공연 될 때마다 큰 관심이 집중되는 아그네스 역에는 올 여름 창작 뮤지컬 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전미도와 신예 박혜정이 맡았다. 전미도는 맑고 투명한 외모와 목소리로 순수함과 그 이면에 드리워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탁월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2시간이 조금 못 미치는 공연 시간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무엇이 기적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축복받은 사람이고 나에게 무언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멈췄던 월경을 시작한 닥터 리빙스턴의 마지막 독백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08.12.15 / 조회 1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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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늪 > 헤스터의 서이숙
헤스터의 색깔을 물들인
백지장 서이숙
의 서이숙을 이야기 하기 전에 에 대해 잠시 상식적인 내용에서 짚고 넘어가 보자. 은 희곡의 혁명을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극작가로 활동중인 마리나 카의 대표작이다. 아일랜드 서사시의 분명함과 순수함을 결합시키는 현대적인 희랍비극이다. 이야기를 잠깐 훔쳐 보면 아일랜드 한 농가의 습지에서 시작한다. 떠돌이 헤스터 스웨인은 어린 시절 자기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잊지 못해 고향인 습지를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다. 10여 년 전 10살 연하의 애인, 카사지를 만나 딸 조시를 낳고, 빈농이던 그의 경제적 성공을 돕지만 세월에 흘러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된 그는 그녀를 버리고 이웃 부농의 어린 딸과 결혼을 하겠다며 헤스터에게 떠나달라고 요구한다. 어머니에 이어 남편에게 또 다시 버림을 받게 된 헤스터는 절망과 상심으로 무너져 간다. 남편 카싸지는 결혼식 전에 마을을 떠나라 최후통첩을 하고, 어린 딸마저 빼앗기게 된 헤스터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된다.
"이 작품에 왜 저를 선택했을까? 하고 많이 생각했어요. '헤스터'라는 인물은 모든 배우들이 탐을 내는 배역이고 탐을 내는 배우들이 많거든요. 저에게 주어진 이상 제가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을 겸비해서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절충되고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는 어떤 다른 에너지를 꺼내 놓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은 여자배우라면 한 번쯤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헤스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이유는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만이 아닌 자신 안에 있는 미묘한 에너지까지 꺼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배역을 맡은 것보다 배가 더 힘들다. '헤스터'라는 인물은 캐릭터로 보통내기의 인물은 아니다. 떠돌이에 즉흥적이고, 원시적이고, 자아도 강하다.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헤스터'는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한 사람 안에 다중적인 인물들을 그려내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본성의 헤스터라는 인물에서 다중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근본은 헤스터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무대도 적은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연기력으로 1시간 30분 동안 큰 무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헤스터라는 인물이 보통 인물은 아니에요. 아일랜드에서의 '떠돌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잖아요. 정서도 틀리고. 그래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여러가지 이유와 해석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다변하는 성격이거든요. 집착하고 광기있고, 여성적인 면도 드러내고,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절충해서 각 장마다 두드러지고 강조되는 부분을 밀착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배우가 이 작품을 해내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고 또 작품인 것 같아요. 1시간 30분 내에 다양한 상황에 헤스터의 상황을 표현해 내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숙제이죠.”
연출과 배우는 서로에 대한 역할에 충실히 집요하게 장점을 끌어내고 있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서이숙을 연출 한태숙은 디테일한 작업에 들어가 서이숙의 다른 정서나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다. 은 긴장을 늦추고 갈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가 그만큼 밀도 깊게 가져가야 한다. 그것은 연출이 가져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기에 배우가 무대 위에서 긴장감과 밀도를 조절하면서 가야 하는 부분이다. 연출은 단지 그 기를 실어 주는 작업을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 전달해 줄 뿐이다.
"연출 선생님이 경계선을 잡아 주세요. 남성성, 중성성, 원시성, 여성성 등을 잡아 주시는 거죠. 한 쪽만 부각시키게 되면 다른 쪽은 다 죽게 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면서도 극 속에 헤스터는 즉흥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 계획이라는 것이 없다. 이런 환경과 저런 환경에 쉽게 길들여지는 그런 여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여자에게 화두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이 큰 화두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헤스터가 말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모를 것 같아요. 자기가 말하면서도 진심이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버림받았다는 불안감이 집착으로 엄마의 끈을 놓지 못하는 헤스터의 세계를 이해할지 모르겠어요.”
서이숙은 자아를 논할 정도로 헤스터에 대해 분석이 되어 있다. 본능적인 욕구라던가 자기의 근본에 대한 원시성까지도. 여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자기가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투쟁을 하는 헤스터를 머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늪이라는 것이 습지잖아요. 빨아들이는 것. 운명에 대해서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데 무엇인가 나를 끌어 들이는 곳. 그것이 고양이늪이죠."
서이숙은 고양이 늪을 우리식으로 풀고 있다. 헤스터의 떠돌이, 집착, 남성성, 여성성 그리고 중성성. 한 인간이 지고가는 업보라고 생각한단다. '한'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헤스터라는 인물을 서이숙은 잘 그려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느낌이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던 그녀가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극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연극을 본 서이숙은 실업팀에 코치로 들어갔다가 모든걸 그만 두고 극단 단원모집 원서를 내고 오디션을 본 후 그녀는 극단으로 입단하게 된다. 화술이 좋다는 평을 받으면서 그녀는 3년 동안 극단에서 공연을 하며 전국연극제에서 수상도 하게 된다. 3년이 지나고 극단을 떠나와 서울로 무조건 상경하여 극단 미추로 들어 간다. 3개월 연수를 받으면서 훈련을 받고 미추에서 작품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외부작품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중앙대학교에 만학도가 되었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하여 2003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과 200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서이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한 작품 중 주목받는 작품은 에서 대범한 아내 허옥란 역으로 주목 받았고, 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대장 사마루 역, 에서 최승희의 마지막을 지키는 신비의 여인 역을 통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감탄해요. '이렇게 완벽한 작품이 있을 수가 있나', '이 배역은 나랑 정말 맞아.'하면서 작품마다 푹 빠지는 것 같아요. 건방지다 할지 모르겠는데 작품하고 연애하는 것 같아요. 연애하면 즐겁잖아요.”
작업을 할 때 어려운 점도 많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서이숙은 배우로서 백지장 같은 인물이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색깔의 물을 들인다 그리고 다시 백지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물을 들이는 배우이다. 그녀의 매력은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은 역에서부터 큰 역을 맡을 때의 그녀의 마음 가짐은 언제나 한결 같다.
"모든 관객이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대에 서요. 원칙적인 것과 배우로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서 뿌리가 굳건해지면 배우의 길이 험난하다고 해도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녀가 배우로서 생각하는 것을 함축하여 말하고 있다. 자기 것만 표현하기 위해 자기만 앞서가는 작품은 언제나 망가진다. 모든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끝까지 뭉쳐서 한 마음으로, 극에 대한 자세의 일치점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과의 만남에서도 그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는 것이고 관객들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로 힘이 된다면 좋은 작품, 좋은 배우가 나온다는 생각을 서이숙은 가지고 있다.
“삶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연극 잘하면서 살고 싶죠. 즐기면서 살고 싶고요.” 서이숙은 참 단순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단순함에 깊이가 있다. 그의 한도 끝도 없는 연기의 세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녀도 그 깊이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녀 안에 잠재하고 있는 것이 아직 안에 많이 남아 있어 그 열정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한다. 색다른 연극에 여자 작가, 연출,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무대미학과 사람의 심리를 조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이숙은 에서 백지장에 어떤 색깔을 물들이고 무대 위에 서는지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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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2005.11.04 / 조회 12,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