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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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닭쿠우스’ 원작 비튼 즐거움 24일 개막
연극 ‘닭쿠우스’가 올해 서울 메세나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연극 ‘닭쿠우스’는 20여 년간 배우로 활동한 이철희의 작품으로 2018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2018년 초연에 참여했던 이기돈(알란), 정나진(다이다이박사), 김문식(아빠), 김태훈(하스타), 최주연(메리조이)과 이번 작품에 새롭게 합류한 황순미(엄마), 김효영(부원)이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영국의 고전 명작 피터셰퍼의 ‘에쿠우스’를 비틀고 재창조한 작품이다. 충남 홍성의 양계장을 배경으로 장면과 캐릭터를 패러디한다. 극은 충청남도 방언을 통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홍성의 지방색을 구현해내며 이미 알려진 번역극이 유쾌하게 재창작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철희는 최근까지 국공립극단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연극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다. 그는 2014년 희곡 ‘조치원 해문이’로 ‘제4회 벽산희곡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했다. ‘닭쿠우스’는 ‘조치원 해문이’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미발표 희곡 3편을 집필했다. 이번 작품은 인간의 딜레마와 그 딜레마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순응할 수밖에 없는 무력함에 관해 이야기한다. 연극 ‘닭쿠우스’는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코너스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10.23 / 조회 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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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뿔’ 현실 직장인 애환 담았지만 웃음 줄 것
연극 ‘뿔’이 오는 6월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연극 ‘뿔’은 지난 2012년 ‘봄 작가, 겨울 무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작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공연은 인사고과를 앞두고 1박 2일 워크숍을 떠난 회사의 한 부서 이야기다. 인사고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싶은 직원들은 술자리와 노래방에서 끼를 분출한다. 주인공 김과장 역시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술과 노래, 춤 어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일과 생활의 균형 평균 점수가 6.2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삶의 질 만족도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은 여가친화기업을 외치는 사회지만 치열한 조직 사회에서 누구라도 예외 될 수 없는 직장인의 모습을 코믹적인 요소로 풀어내고자 했다.연극 ‘뿔’은 명함이나 사원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30% 할인받을 수 있다. 또한, 이부장, 박차장, 김과장, 안대리의 성과 직함을 가졌다면 추가 10%를 더해 총 4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2018지방선거 투표인증 할인, 재관람 할인, 문화패스 할인 등 다양한 할인도 준비되어 있다.연극 ‘뿔’은 6월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제공_한국문화예술위원회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8.06.08 / 조회 2,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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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무엇인가…셰익스피어 문제작 ‘준대로 받은대로’
국립극단, 2017년 마지막 작품
8~2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 서
"몸살 앓은 현 대한민국 돌아봐"연극 ‘준대로 받은대로’의 연습 장면(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2017년 마지막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희비극 ‘준대로 받은대로’를 선보인다.2016년 ‘겨울이야기’, ‘실수연발’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명작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이번 공연은 12월 8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준대로 받은대로’는 그동안 ‘자에는 자로’, ‘법에는 법으로’ 등의 제목으로 번역돼왔다. 이번 공연은 권력, 법, 자비, 성(性) 등 작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들을 풍부하게 담기 위해 제목을 바꿨다. 여행을 떠난 공작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앤젤로가 해묵은 법의 잣대로 엄격한 통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작품은 희극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도 부정을 저지르는 권력자의 추악한 일면을 비춰내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권력을 가진 자와 원하는 자, 저항하려는 자와 순응하려는 자가 각 시대마다 다른 가치로 해석돼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들의 타락을 목격하며 법과 도덕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세운 대한민국 사회에 ‘권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그동안 고전 작품에서 동시대성을 찾아내는데 빼어난 오경택 연출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맞닿아 있는 메시지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오경택은 “자비, 용서, 정의 등 원작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더해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권력과 지위, 능력이 천차만별인 다양한 인물들은 국립극단 시즌 단원 11명을 포함한 배우들이 연기한다. 중심 회전축이 돌아가는 이중 회전 무대는 인물의 권력과 사회적 위치, 권력자들의 개인적인 잣대에 따라 기울기가 계속 달라지며, 기울어진 무대 때문에 ‘다수의 피지배계층’이 ‘소수의 지배층’을 따라잡을 수 없는 장면 등을 연출한다. 관람료는 2만~5만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2.04 / 조회 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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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소문난 콤비…쿵짝 맞으니 반짝 빛나네
단짝이 만들어낸 '운명의 무대'
고연옥 극작가·김광보 연출
16년간 연극 19편 작업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서울의 달' 등 뮤지컬 잇단 호흡
배우 김정환·김정호, 외모도 비슷
'실수연발'서 환상 궁합 자랑배우 김정호(위)·김정환 콤비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초기 희극 ‘실수연발’에서 찰떡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에도 이름은 물론 생김새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데 김정환 배우는 김정호 배우와 더욱 쌍둥이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로 앞 머리카락을 밀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봉서·배삼룡, 태진아·송대관, 최불암·김혜자, 강석·김혜영 등. 방송연예계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환상의 콤비’가 있다. 훅을 날리면 잽싸게 잽으로 받아치는 찰떡호흡으로 안방을 주름잡는 복식조로 유명하다. 공연계에도 ‘너는 내 운명’ 같은 파트너가 존재한다. 때론 지지와 격려를, 때론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에 두고 적당히 친밀감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꾸준한 관계의 비결이다. 일 궁합이 잘 맞다 보니 작품결과도 좋은 편이다. 날이 서도록 서로를 갈아준 숫돌우정으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쓰고 있는 공연계 단짝들을 묶었다. △쓰고 연출하고…환상 복식조 많네“첫인상은 딱딱한 운동권 여대생?(웃음) 자신에 대한 확신과 소신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여지없이 희곡 속에서도 보이더라”(김광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편하지 않다. 하하하”(고연옥). 16년지기 고연옥 극작가(왼쪽)와 김광보 연출극작가 고연옥(45)과 연출가 김광보(52·서울시극단 단장)는 16년지기다. 연극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한 셈이다. 2001년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지금까지 무려 19편을 같이 제작하고 있다. ‘웃어라 무덤아’(2003), ‘발자국 안에서’(2007), ‘주인이 오셨다’(2011), ‘나는 형제다’(2015) 등 사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문제작으로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연극을 바라보는 관점과 소신, 방법 등이 서로 잘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작가는 “김광보 연출의 매력은 일단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다는 거다. 연출이 가져야 할 미덕인데 많은 연출가는 그렇지 못하다. 대본을 받으면 맨얼굴로 직접 부딪치고 싸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건성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텍스트에도 충실해 작가에게도 좋은 연출가다. 그와의 작업은 좋은 기회다. 동료나 선후배에게 종종 소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출은 고 작가에 대해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 작품적으로는 일관되게 사회문제를 담고 있고, 또 그것을 만들어낸 여건을 이야기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계속 작업하고 싶다”며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까다롭지만 잔정이 많다. 외유내강”이라고 웃었다. 신흥 복식조로 떠오른 김은성 작가(왼쪽)와 부새롬 연출두 사람은 내년 3월 서울시극단이 정기공연으로 준비하는 헨릭 입센의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로 다시 만난다. 고 작가가 각색을, 김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자주 봐왔지만 면전에서 못했던 말도 남겼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는다”(고연옥). “분명 장점인데 본의 아니게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말하기 아슬아슬한데 거두절미하게(웃음),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작업했으면 좋겠다”(김광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콤비’로는 지이선(38) 작가와 김태형(39) 연출이 있다. 연극 ‘모범생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카포네 트릴로지’와 뮤지컬 ‘로기수’ 등 많은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로 큰 호평을 얻은 김은성(39) 작가와 부새롬(40) 연출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1년 창단한 젊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공동대표인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다닐 때 만났고 술을 마시다가 친해졌단다. 부 연출은 “아 이런 작가가 있구나. 나랑 생각이 정말 비슷하다”란 생각을 했단다. 연극 ‘앞집 아이’ ‘순우삼촌’ ‘목란언니’ 등을 함께 작업했고 창단 5주년을 맞아 갑자기 맞닥뜨린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끄집어낸 ‘연변엄마’를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름다운극장에서 선보인다.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음악적 취향 저격…한 해동안 세 작품 노우성(43) 연출과 김성수(47) 음악감독은 최근 콤비 타이틀을 꿰찬 케이스다. 1년 새 무려 세 작품을 연달아 작업하면서다. 올 5월 개막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으로 일명 서태지 뮤지컬로 불리는 ‘페스트’에 이어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뮤지컬단 제작 창작뮤지컬 ‘서울의 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연이 급작스럽게 무산된 뮤지컬 ‘록키’까지 포함하면 4편을 함께한 셈이다. 두 사람은 “효율적으로 작업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 연출은 “김 감독의 첫인상은 차갑고 날카로웠는데 일하는 데 장점이 많았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던진 코멘트를 정확하게 작품에 녹여내더라. 보통 10번 하는 작업을 2번 만에 끝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노 연출은 재촉이 없다. 대부분 연출이 빨리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라는데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존중해주는 연출”이라며 “막상 연출할 때 본인이 힘들 텐데 그런 점에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타고난 광대…배우 커플도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실수연발’에는 김정호(45)·김정환(43) 두 배우가 남다른 케미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이름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인 고선웅 연출(왼쪽)과 배우 이명행두 사람은 2015년 17.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극단 시즌계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연극 ‘로베르코 쥬코’ ‘토막’ ‘시련’ ‘이영녀’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함께 무대에 섰다. 그중 ‘실수연발’은 두 사람의 궁합을 제대로 보여주는 무대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안티포러스 형제와 그들의 쌍둥이 하인 드로미오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엉뚱한 상황과 오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들은 쌍둥이 하인을 연기한다.각자 작업에 충실하다가 오랜만에 연극 ‘탈출_날숨의 시간’(9~25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으로 다시 뭉친 고선웅(48) 연출과 배우 이명행(40)은 유명한 남남커플. 2005년 고 연출이 창단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1기 단원으로 활동한 이명행은 연기파배우로 떠올랐다. 2011년 초연한 연극 ‘푸르른 날에’의 인기에 힘입어 TV와 연극무대서 종횡무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배우 최정원과 아이비는 여여커플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 ‘유린타운’ 등 최정원은 아이비가 출연한 작품에 거의 함께 출연해왔다. 최정원(47)은 아이비(34)에 대해 “정말 잘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좋은 배우를 만나면 시너지가 난다”며 “남경주·최정원 콤비 시대는 갔고 최정원·아이비 콤비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극 ‘실수연발’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08 / 조회 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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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중견 연출가들이 2016년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2016년도 3월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해도 한국 사회는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번 봄에는 연극 무대를 주목해보자. 공연계에서 오랫동안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해온 중견 연출가들이 이달 나란히 무대로 돌아온다.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와 고선웅 극단 마방진 대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그들이다. 세 연출가들은 그간 꾸준히 극작 및 연출 작업을 해오면서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무대에 눈이 쏠릴 만큼 관객들 사이에서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다. 그들이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어릴 적 다방구를 하며 놀던 정겨운 마당과 가족을 뒤로 하고 ‘자살 특공대’라 불리는 카미카제 대원이 되어 출전하는 소년, 제대 이후의 삶이 막막해 탈영한 병장,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식품을 배급하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민간인, 서해에서 선박 침몰로 목숨을 잃은 해군…박근형 연출이 작/연출해 선보이는 신작 는 1945년 일본과 2015년 한국, 2004년 이라크와 2010년 한국의 서해를 오가며 다양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등에서 소시민들의 삶의 음영을 선명히 드러냈던 박근형 연출이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로 ‘군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형 연출은 “국가 간 거래, 전쟁, 시스템 속에서 자의 또는 타의적으로 강요받는 군인들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의 서사 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죽음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기억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통과 폭력에 노출된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 또한 언제든지 그들이 될 수 있음을, 우리의 삶이 그들의 고통과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름 없이 어딘가에서 스러졌을 군인들의 추억과 웃음, 눈물을 진지한 성찰 끝에 복원해낸 박근형 연출의 무대는 그 자체로 타인의 삶과 고통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 하다. 한번쯤 삶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이 무대를 놓치지 말자. 지난해 국립극단과 처음으로 손을 잡고 공연했던 으로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고선웅 연출은 다시 한번 국립극단과 선보이는 에서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초상을 그린다. 연출과 배우들의 공동창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연극은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열 두 명의 배우들이 살아오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일들을 가공 없이 그대로 담아냈다. 객석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는 나이도, 상황도, 고민도 제각기 다른 한국인들의 에피소드 27개가 펼쳐진다. “온 몸이 회색 빛 우울증으로 둘러싸인, 손대면 터질 것 같은” 10대, 그들에게 훈계하다가 얻어맞는 중년의 남성,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상사, 취직과 결혼 등으로 경제계급이 달라지면서 멀어지는 친구 등의 모습이 고선웅 연출 특유의 과장과 해학이 어울린 몸짓으로 펼쳐지며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헬조선, 흙수저와 같은 말이 자주 쓰이는 요즘, 이 연극이 한국인의 암울한 초상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선웅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좌절이 아니다. 오히려 희망이다.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쳐다보고, 그렇다면 이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웃음과 외침으로 절묘하게 엮인 27개의 에피소드는 극이 진행될수록 차차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 그리고 희망을 향해 간다. 2016년, 과연 우리가 나아갈 희망의 방향은 어디인지 무대에서 만나보자. 오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무대에 올라가는 는 김광보 연출이 2002년 공연 이후 14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썼던 사극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연극으로도 꼽힌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헨리 4세의 아들 헨리 왕자, 그리고 그의 친구인 폴스타프다. 헨리 왕자는 허풍쟁이 폴스타프와 어울려 거리에서 온갖 기행을 벌이며 권력을 조롱하지만, 내심으로는 권력을 향한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결국 아버지를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고 왕위에 오른 그는 옛 친구였던 폴스타프를 비정하게 외면한다. 극의 초반부, 주위의 간언을 물리치고 자신의 경쟁자였던 신하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는 헨리 4세의 모습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대를 이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압축하고 있다. 최근 등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일면을 매섭고도 유쾌하게 꼬집었던 김광보 연출은 가 “매우 시의적절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권력의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권력을 차지한 자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고, 권력을 찬탈하려고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들이 현 시대와 잘 맞고, 또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오늘날의 시대를 반영하는 대사들이 좀 더 추가되었다고 하니, 오늘날 권력을 향한 욕망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무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보자.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2016.03.14 / 조회 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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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더 멍청해진다” 고선웅 신작 <한국인의 초상>을 엿보다
테트리스처럼 떨어지는 에피소드, 불편하지만 거울처럼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 몇 년 전인가, 엘지아트센터의 그 해 차년도 라인업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유일하게 공연명도 없는 공연이 올라왔다. 아주 단출한 설명과 그저 “고선웅 연출의 신작”이라는 말이 공연명을 대신할 뿐이었다. ‘누군가의 신작’이 모두 어떤 기다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고선웅의 신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만으로 기다림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다. 그 외 다른 표현은 필요 없었다. 이제 공연계에서 고선웅 연출은 그런 존재가 되었다. 지난 2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의 연습실 특별공개가 있었다. 바로 그 ‘고선웅 연출의 신작’인데다 이번 작품 직전에 그가 각색 겸 연출한 이 2015년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비롯해 연극평론가협회에서 꼽은 최고의 연극으로 꼽혔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던 터다. 도입부는 이게 뭔가 싶다. 연극이 아니라 현대무용이었나 싶을 만큼 배우들이 과하게 몸을 많이 썼고, (아마도) 10분 가량이 지나서야 첫 대사가 시작됐다. 물론 그 다음은 지루할 틈 없이 달리는 씬들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국립극단 연극 은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공동창작 한 작품으로 신문기사에 나왔던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극화한 총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에피소드가 마치 테트리스처럼 서로 다른 모양인데 아귀가 딱딱 맞게 이어진다) 비정규직, 생명경시, 일베, 성적 콤플렉스, 불륜 등 한국 사회의 사건 사고, 병폐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웃다가 어이없다 분노하다.. 복잡한 감정들을 유발하는 에피소드에 힘을 더하는 건 음악이다. Sade의 Smooth Operator, 랩퍼 루피 등 절묘한 선곡의 음악은 자칫 너무 심각하거나 무겁게 들어갈뻔한 관객들의 옷자락을 잡는 듯 했다. 연극 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 떠올려 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음악이 적재의 씬과 어울려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 궁금해졌다. 다음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싶은 순간, 고선웅 연출이 ‘여기까지’를 외치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략 10여개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으며 (전체 연극의 절반이 채 안되는 분량) 리그에 올라간 투수와 감독이 사인을 주고 받듯 무대 위 배우들과 고선웅 연출이 소리 없이 디렉팅 사인을 주고 받았다. 은 연출과 배우가 공동창작 작업을 1월 18일 시작했고, 2월 15일 첫 대본이 나왔다. 이날 특별 시연은 대본 나온 후 2주가 지난 시점이었기에 이 정도 몰입도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시연 후 사전신청을 통해 초대된 소수의 관객들과 고선웅 연출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열명정도 되는 관객들은 모두 20대로 보였다.) 주름(살도)없는 해맑은 표정과 반짝이는 스무개의 눈동자가 고선웅 연출을 바라봤고 고선웅 연출 역시 젊음은 아무 우환이 없어 보인다고 화답하며 오고 간 대화들이다. Q. 포스터에서 마이크 얼굴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핫핑크는 또 뭔가 고선웅 연출 (이하 고) 제목이 한국인의 초상인데, 초상이면 얼굴이 나와야 할텐데..,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 넣었는데, 이런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았다. Q. 극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 세상은 이렇게 지옥 같은데,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은 더 스마트해졌는데 나는 더 멍청해졌다” 끊임없는 정보로 가득하고 세상은 정말 더 스마트해졌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는지는 모르겠다. Q.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글쎄. 없다. 있어야 하나 Q. 근데 당신은 이런 시대에 연극을 왜 하는가(연극을 하는게) 재미있다. 연극은 짧은 시간 농축해서 어떤 사람들, 어떤 인생을 보여준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인생,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귀결되는 과정의, 농축된 상황에서 지혜를 배운다. 지혜와 통찰력을 배운다. (연극 속) 인물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슬퍼지는구나. 이런 식으로.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는 견뎌낼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연극을 한다는 건 우물 안에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물 안에서 우주를 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사람이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은 미담보다는 추악한 얼굴들로 가득하다. 문제의식과 사회문제로 가득하다. 어떤 에피소드는 소름끼칠 정도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할 수도 불편할 수도 있겠다. (절반 가량 보았지만 확신한다. 미담은 단 한편도 없을거라고) 하지만 곧 수긍하리라. 싫지만 그게 우리의 민낯이니까. 정색하고 보지 않는다면 즐거울 수 있다. 그리고 극장 밖에서 생각하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 이날 시연에 보인 장면은 본 공연에서 바뀌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0분정도 진행되었으며 녹취가 아닌 인상 기록이라 고선웅 연출이 이날 사용한 어휘와 차이가 있습니다. 글: 김선경(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6.02.29 / 조회 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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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도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시련> 기자간담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시련이 많았던 2015년 대한민국. 국립극단에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연극 을 무대에 올린다. 내달 개막에 앞서 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연극 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의 작가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작품으로, 아서 밀러는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 바람이 불던 1950년대 동료에게 고발당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매카시즘에 사로잡힌 1950년대 미국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관객들을 17세기 마녀사냥의 광기과 횡포가 휩쓰는 청교도 마을 세일럼으로 데려다 놓는다.이 작품을 기획하고, 번역에 참여하기도 한 김윤철 예술감독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의 주제를 ‘해방과 구속’이라고 정했다. 한 인간이 정의를 위해서 투쟁하다가 죽음의 공포로부터 위협당하지만 결국은 진실로써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다는 의 이야기가 이 주제와 잘 부합하며, 이 작품이 갖는 연극성, 시의성이 지금 우리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그리고 그는 “올 봄 공연을 보러 온 이순재 선생님이 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서, 댄포스 역이 너무 탐난다고 하셔서 그 기억을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을 모시게 됐다.”고 전했다.박정희 연출은 연출 방향에 대해 “동시대 관객들의 정서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다. 죽음 앞에 서있는 보통 남자가 그 죽음과 대면하면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 가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댄포스 주지사 역의 이순재는 “이 전에 연출로도 참여했었고, 학생들과도 워크숍 공연을 했던 작품이다. 이번에 제대로 연습해서 제대로 공연하면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말년에 큰 작품을 만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얼굴의 댄포스를 연기할 이호성은 “배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댄포스가 나오겠지만 이순재 선생님께서 앞서 하시기 때문에 따라가기면 하면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 관객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 전체 공연 티켓 중 90프로 이상이 팔린 가운데, 무대에 특별 관람석을 마련한다. 이에 대해 박정희 연출은 “무대 위의 관객과 무대 아래의 관객이 대치된다. 현대 관객은 연극을 단순히 보고 감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체험해야 한다는 무대 디자이너의 의견에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박 연출이 "이 배우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던 존 프락터를 연기하게 될 지현준은 "존 프락터의 직업이 농부이다. 씨를 뿌려서 새로운 생명을 일구고, 하루에 땀 흘려 일한 만큼 얻는 것도 그 답다. 연습하면 할수록 개인적인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혼을 담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작품에 임하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욕망의 출발점이 되는 아비게일 역의 정운선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뜨거운 열정이 강렬하고, 망설임 없이 직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이라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있다.”고 전했다.아비게일 때문에 고통받는 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프락터를 연기하는 채국희는 "엘리자베스는 내면은 굉장히 큰 감정이 요동을 치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맡아왔던 배역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연극 은 12월 2일부터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11.20 / 조회 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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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유치진 처녀작 <토막(土幕)> 무대로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유치진의 처녀작 을 무대에 올린다. 현대 한국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첫 사실주의 희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들의 비극적인 삶과 질긴 생명력을 생생히 담아냈다.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새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의 김철리가 연출을 맡고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김정호 등 2015년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대거 출연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은 오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지며, 같은 기간 동안 공연장 로비에서 이라는 테마 아래 근대극을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열린다. 25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에 대한 심포지엄이, 31일 공연 후에는 근대극과 주요 연극인들을 돌아보는 강연이 진행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10.14 / 조회 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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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토록 고통스러운 한의 윤회
생과 사의 영역을 막론하고, 그 어디에서건 정신과 육신의 안식을 얻고자 그토록 갈망했건만 나의 원한인지, 나로 인한 그들의 분노인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와 하염없이 구천을 떠도는 비극적인 운명. 온전히 소멸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연산을 옥죄고 있는 이처럼 괴로운 윤회가 또 어디 있을까.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은 그간 폭군, 광인으로 수식되었던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을 조금 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무대다. 어미의 망령에 시달리는 그는, 그 혼을 달래는 굿을 통해 사약을 받아 죽은 어미의 한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어미 잃은 작지만 매서운 새의 날갯짓으로 궁에 피바람을 몰고 온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두발 딛고 서기 힘든 바닥, 쓰러진 채 어지러이 떼를 지어 숲을 이룬 대나무들, 이곳저곳 주저 앉은 서까래와 위태롭게 서 있는 대들보, 기둥. 무대를 마주하자마자 스산하고 불안한 기운에 금세 사로잡힌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극장에 들어가길 권한다. 곳곳에서 안개처럼 등장해 자리하는 이들로 극은 이미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패잔병인지 저 세상의 망자인지 알 수가 없는 이들은 기어코 불안하게 떨고 있는 광기 어린 눈동자, 연산을 어미의 품(물)에서 억지로 끌어내어 결국 저승의 강(물)으로 실려 보내고야 만다. 극의 마지막, 연산의 안식처이자 또 다른 감옥, 녹수의 구슬픈 노래만이 그의 혼과 함께 울고 있다. 1995년 초연 후 20년이 지났지만 압도적인 힘은 여전하다. 이윤택은 향후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초연 때보다 크기를 작게 했다지만, 여전히 이런 무게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무대디자인에 한국 전통 연희가 어우러져 극대화된 연극성은 이윤택 스타일의 극대화이기도 하지만 공연 보는 재미의 극대화를 낳기도 한다. 연산 역을 맡은 백석광은 앞으로 그의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폐비 윤씨와 녹수 등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이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이자람의 재주도 놓치면 아쉽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등 중견, 원로 배우들임을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7.14 / 조회 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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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윤택,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연산이 뒷걸음질 친다. 죽은 어미에게로 향해가는 듯 하더니 이내 곧 쓰러져 저 깊은 나락으로 빠진다. 경사로 된 바닥에 누워 미끄러지며 침몰하는 연산, 그 주변을 에워싸는 귀신들의 눈빛이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그가 찾는 것은 단 한 명의 여인. 자신의 어미 폐비 윤씨이기도, 또 애첩 녹수이기도 한 그녀를 향해 연산은 말하고 그녀는 답한다. "청산 가자, 우리.", "가요, 우리가 가는 길 누가 막소." 공연의 일부 장면을 시연하는 중이나, 배우들의 몰입은 극에 달하고 지켜보는 이들은 숨이 멎는 듯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연산군의 광기, 이에 가시 돋친 얼굴로 그를 둘러싸는 대신들. 구슬픈 녹수의 가락이 허공을 가르는 이곳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가 한창인 연극 의 연습 현장이다. 한때 조선의 왕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왕에게 붙는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가 붙여진 비운의 왕, 연산군의 삶을 담은 이 12년 만에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해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고자 한다. 왕이 된 후 죽은 어미를 위한 제의를 펼치려는 연산과, 폐비 윤씨의 혼을 입은 녹수. 이들이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자들을 대상으로 피의 학살을 시작하는 강렬한 서사가 진혼굿과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이 자주 되진 못했다. 초연 8년 후인 2003년 공연엔 이상직, 신구 등이 출연했으며 이후 12년 만에 공연이 바로 올해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이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나에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떼었다. 작,연출의 이윤택"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반 극단에서는 공연 할 엄두를 못 낸다. 내 스타일로만 하면 내가 죽은 후엔 이 작품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작품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공연은 대본 빼고 다 바꾸었다. 희곡은 영원히 남으니 그대로 두고 음악, 무대, 의상 등 새로운 스텝들의 스타일을 다 수용했다. 다음 공연부턴 내가 연출 안 하고 싶다." 무대, 의상 등 곳곳에서 한국 전통을 강조했던 부분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변주 속에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궁궐의 기둥과 언덕, 대나무숲 등으로 웅장하게 구성되었던 무대는 아크릴 판으로 된 단순한 경사 구조로 변신해 인물들의 위태한 심리를 나타내고자 했다. 신구로 조합된 배우진도 눈길이 간다. 2003년 공연에서도 활약한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등을 비롯해 국립극단의 역사를 만들어온 원로 배우들도 가세했다. 여기에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극에 활기를 더한다. 연산 역의 백석광은 무용에서 연극으로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연산 역을 맡아 연인 이자람과 무대 위 호흡을 맞춘다. "작년에 를 하는데 이자람이 떡을 해 왔더라. 왜인가 싶었는데 백석광 군이 애인이라 애인 응원한다고 온 거였다. (웃음) 그때 이미 을 하기로 했던 터라 녹수가 원래 소리꾼 기생이니 이자람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이윤택) 연산 역의 백석광과 녹수/폐비 윤씨 역의 이자람실제 연인과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백석광과 이자람은 입을 모은다. "같이 일을 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윤택 선생님은 전통 분야까지 섭렵하신 분이라 이번 아니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백석광)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작창과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로도 분해 폐비 윤씨와 녹수, 두 여인 역을 동시에 맡는다. "평소 나와 '팜므' 키워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녹수 제안에 의아했었는데, (이윤택) 선생님이 녹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천민에서 기생 시험에 합격해서 왕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연산의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지이자 노래하는 가인이 녹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하고 배우도 하려니 지금은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웃음)"(이자람) 은 7월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월요일 공연이 있는 대신 화요일 공연이 없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19 / 조회 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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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냄새 진동하는 지옥으로 오세요 <단테의 신곡> 연습현장
단테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지난해 초연하여 관객과 평단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이 이달 말 재연을 앞두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연습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국립극장 일취월장 연습실을 찾았다. 정동환을 비롯해 지현준, 박정자 등 전체 배우들이 참여한 연습실에는 그간의 고된 연습을 짐작케 하듯 파스 냄새가 곳곳에 진동하고 있었다. 연습실에 이미 사선으로 기울어진 가무대가 설치되어 배우들은 그곳에서 구르고 떨어지는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옥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었다.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단계적으로 이동하는 순례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맞닥뜨리며 변해가는 그의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4세기 초반에 쓰여진 원작 은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로, 주인공 단테가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를 담은 총 1만 4천 233행으로 이루어진 100편의 방대한 시로 구성되어 있다.“대사면 대사, 움직이면 움직임, 단테야 가자, 렛츠 고.” 본격적인 연습에 앞서 제작 스텝으로부터 주의 사항이 전해지고, 배우들은 원을 그리며 둥글게 뛰며 힘찬 구호와 함께 연습을 시작했다. 이날 선보인 연습장면은 지옥 부분으로 주인공 단테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죽어서만 갈 수 있다는 지옥행 여정을 시작하게 된 그는 자살나무, 애욕의 연인, 이끼인간 등 다양한 죄목을 가진 죄인들을 만난다. 그곳에서 단테는 두려움과 고통, 연민, 공포를 경험하며 결국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는 한편 자신의 길잡이이자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순종하지 않고, 스승이 시와는 달리 형편없는 인물이라며 도발하기도 한다.특히 이번 연습에서 지옥을 견디는 단테의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고자 탄생시킨 ‘단테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테는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응시하는 시간을 가지며 고된 지옥의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간다.연극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정자는 남편의 동생과 애욕에 휩싸이는 프란체스카 역을 매혹적인 지옥의 한 장면으로 그려내었고, 단테의 길잡이이자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하는 정동환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직하게 표현하였다. 주인공 단테 역의 지현준도 으로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을 휩쓴 만큼 더욱 원숙한 단테를 표현하고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연에서는 '단테의 그림자'외에도 ‘늙은 단테’도 등장하며, 연옥과 천국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 천국 부분을 아예 새롭게 각색하여 초연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으로 찾아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연습 내내 말없이 지켜보던 한태숙 연출은 연습을 마치고 난 후 배우들의 대사 처리와 컨디션, 무대 소품 등에 대해 상세하게 디렉션을 주였다. 그는 연습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재연을 준비하면서 그대로 하면 좋았을 것을 고친다고 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작품을 대할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덤비는 마음이 있어 그 마음을 누르려고 오늘 연습 들어 오기 전 해오름 극장 객석에 잠시 앉아 있다 왔다. ‘드디어 이 무대에 오르겠구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개막 전 긴장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새롭게 변화된 은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단 12회 공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0.21 / 조회 9,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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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는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
지난해 11월 첫 무대에 올랐던 한태숙 연출의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년 만에 관객을 찾아오는 은 지난해 공연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 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은 단테가 지옥에서 천국까지 순례를 하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 그에 따라 변해가는 단테의 내면세계를 그린다. 국립극장이 제작한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에서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특히 이번 에서는 지옥을 견디는 존재로서의 단테가 더욱 부각되고, 연옥과 천국의 차이도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원작과 초연에는 없는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가 등장해 단테가 스스로를 응시하여 자기 성찰을 하는 존재로서 활약한다. 무대와 음악도 한층 달라진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영상, 아크릴, 철재 등의 소재를 사용해 지옥, 연옥, 천국 등에 부피감을 더하고, 이태원, 홍정의 작곡가가 15인조 국악, 양악 혼합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래를 편곡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과 마찬가지로 의 지현준이 주인공 단테를 맡았고, 의 정동환이 지옥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로, 의 박정자가 애욕의 여인 프란체스카로 분한다.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는 창극 의 김미진이 맡아 새로 합류한다. 은 오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공연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장 제공
2014.10.14 / 조회 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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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6,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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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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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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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이디푸스’,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시 컴백!
고전의 강력한 존재감을 확인시켰던 (재)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최근 공연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전극의 편견을 깼다. 또한, 깊이 있는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이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무대에 올랐다. 11월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작품이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연출가 한태숙의 연출력과 ‘이상직, 박정자, 정동환’ 등 원로 연극인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완성된 작품은 많은 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이번 공연은 그동안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온 ‘오이디푸스’의 이미지를 벗는다. 작품은 영웅 ‘오이디푸스’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오이디푸스’를 부각해 현대적 인물해석과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현재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 질병과 사건?사고, 정치적 모순 등을 담았다. 작품은 그리스 비극에 현대를 비춰 동시적인 문제점을 짚어낸다.이번 공연은 무대와 음악, 오브제, 안무가 조화를 이룬 총체 연극을 만날 수 있다. 무대는 칠판 위에 그려진 대형 회화, 칠판이 박힌 검은 철봉 등 극적인 무대 장치가 마련됐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경사무대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표현했다. ‘김창기’는 불안하고 혼란한 도시 테베를 표현하기 위해 어둠과 빛의 조화를 살렸다. 안무는 ‘이경은’이 맡아 춤으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준다. 음악은 ‘원일’이 맡아 오이디푸스가 품은 비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종합예술 연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연극 ‘오이디푸스’는 11월 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7 / 조회 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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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오셨다> 폭력과 악행의 사회가 잉태한 것은
속하고 싶은 자와 타인으로 밀어내려는 자. 모멸 받는 자와 모멸을 주는 자. 소외 받은 이가 ‘주인’이 돼 무차별한 폭력을 휘두르는 과정.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국립극단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는 사회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인간의 악행과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파괴에 대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여자. 그녀는 포주에 속아 갇히고, 간신히 탈출한 금옥네 식당에선 노예처럼 일하게 된다. 그곳 아들의 아이를 가져 그와 결혼하지만 수십 년간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다. 말을 배우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될 것을 꺼려한 금옥의 잔인한 조치다. 순이의 아들 자루는 끔찍한 집안 상황과 남들과 다른 외모로 자존감이 없는 청년. 어머니가 당한 수모와 모멸감에 분노를 키우고, 친구들에겐 비굴하게 우정을 구걸하지만 철저하게 소외 당하고 사회로부터 내쳐진다. 그런 그가 어떻게 ‘주인’이 돼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살인자가 되는지 연극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고연옥 작가와 김광보 연출 콤비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로 다뤄졌던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를 사회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와 깔끔한 무대 활용도 주목할 만 하다. 는 오는 5월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니가 저절로 나한테 굴러들어 왔구나" "난 네 주인이야" 성노리개가 된 순이 "저 애랑 결혼해라, 단 말은 가르치면 안 돼" 평범하지 못한 가족 "너희가 원하는 거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이 집에서 기다리면 안 되나요?" "난 니가 싫어!" "살인범 손자라고? 다 이 여자가 탓이야"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4.27 / 조회 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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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이 정통한 비극성에 숨이 막힌다.
무대는 비틀어져 있고, 세트는 위태롭게 서 있다. 물체와 그림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극장 안에 들어서면 고요 속에 날카로운 기운이 아슬하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나선 국립극단의 창단작, 연극 는 2,500년 전 소포클래스가 쓴 그리스 비극이다. 신탁에 두려워하던 아비가 아들을 버리고, 버려진 아들은 훗날 아비를 죽인 후 제 어미와 결혼해 살을 섞어 자식을 낳는다.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인간사다. 고전 비극은 세상의 이치를 처절하게 비춰내는 우리 인간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은 인류와 사회가 멸망하지 않는 한 결코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습성은 달라지지만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 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 작품이 현대에 설득력을 잃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역사가 주는 무게에 지레 짓눌려 익지 않은 감상에 허우적거리거나, 섣부른 현대의 메스로 촘촘한 작품의 조직을 잘게 해체해 놓을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태숙 연출, 국립극단의 는 실로 오랜만에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짙게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무대 안은 온통 안정을 잃은 것들 뿐이다. 사방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세운 뒤틀린 무대는 단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가져 시선을 불편하게 한다. 거대한 한쪽 벽면 굳게 솟은 수 십 개의 봉들에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매달리고 또 나가 떨어진다. 결코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관찰하기도 한다. 는 대단히 충실하고 철저히 비극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가 더욱 뛰어난 건, 탄탄한 기본으로 작품의 핵을 통찰해, 설득력 있는 신선한 방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불안해 한다. 신탁, 아내의 위로, 신하의 첨언 모두에 흔들린다. 그간 왕의 신분으로 자신감에 오만이 더해져, 추락이 더없이 아득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번민에 휩싸인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비극적인 운명 속 자신의 한계를 비로소 깨달았을 때 그는 더욱 울부짖고야 만다. 이영란은 벽면을 타고 오르며 묵직한 분필을 깨 가며 백성들을 그려낸다. 공연 시작에서 끝까지 그들은 그려지고 지워지며 울음을 게워 낸다. 안무와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이경은이 온몸을 떨며 벽면을 따라 추락하며 솟은 봉들에 부딪힐 때마다 오이디푸스를 지배하고, 테베 시민을 지배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일 듯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비극성에 소름이 돋는다. 비어서 더욱 큰 울림과 찌름으로 무대 가득 파장을 낳는 음악도 빼 놓을 수 없다. 배우가 구사하는 정확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상직을 비롯,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완벽한 딕션을 구사하는 배우들과 마주하니 귀가 맑고 깨끗해진다. 열을 대신하는 하나의 오브제, 수 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하나의 움직임은 빈 무대를 더욱 가득 채운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촘촘한 밀도로, 고전은 이렇게 현대에 살아 더 먼 미래로 나아갈 힘을 가지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1.02.07 / 조회 1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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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한 치 앞도 모르고 달리는 잔인한 운명이여
지난해 손진책 예술감독이 취임한 (재)국립극단의 첫 레퍼토리 작품, 가 1월 2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무대에선 등으로 절제와 폭발력이 공존하는 무대를 선보여온 한태숙 연출을 필두로 배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연극 배우들이 모여 고전신화의 새로운 해석을 펼쳐낸다. 이번 연극은 영웅성과 초인성에서 벗어나, 야망과 오만으로 운명에 저항하다 파멸을 맞는 '보통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성공과 실패,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맞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차갑게 세워진 벽만이 무대에 세워져 차가운 절제를 표현, 파멸하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표현한다.연극 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고통 신음하는 백성들 오이디푸스(이상직), 정동환(크레온) "태양신에게 세상이 도탄에 빠진 이유를 물었나이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박정자) "우물을 보시오. 저주의 원인이 보일 것이오" "예언은 믿지 마세요" 아내 요카스타(서이숙) 불길한 예감 파멸로 치닫는 운명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1.20 / 조회 9,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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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운명 앞에 놓인 평범한 <오이디푸스>가 온다
재단법인으로 탄생한 국립극단이 운명의 장난 앞에 놓인 인간 를 창단작으로 선택했다. 2500년 전에 쓰여진 소포클레스의 비극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과 함께 기구한 운명에 휩싸인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햄릿과 더불어 서구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일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립극단 상임연출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오이디푸스를 평범한 보편적인 남자로 보는 것과 그간 남자가 맡아왔던 티레시아스 역을 여자가 맡는 것이 이제까지의 오이디푸스와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오이디푸스 역 _ 이상직‘평범한 외모’로 오이디푸스 역에 발탁된 이상직은 그간 크고 작은 연극 무대에서 선 굵고 깊은 모습을 선보인 연기파 배우. “자주 가는 시장의 죽집 아주머니도 내가 배우라는 걸 믿지 못한다”며 웃는 그는 “인간 본연의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 손잡아 주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예언자 티레시아스 역은 박정자가 맡았으며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요카스타 역엔 서이숙이, 요카스타의 오빠 크레온 역엔 정동환이 나선다. 박정자, 정동환, 서이숙(왼쪽부터)이번 공연은 ‘보고 있다’는 3자적 시선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 회화, 조각 등 시청각적 모티브를 활용한 행위예술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오브제 연출과 출연을 함께 맡은 이영란은 공연 전부터 무대 한편에 비스듬히 세워진 8미터 높이의 벽에 분필로 군중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공연 과정에서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림을 통해 무대만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영란의 설명이다. 한태숙 연출과 이영란레퍼토리 시스템 운영을 선언한 (재)국립극단은 를 시작으로 올해 오은희 작, 이병훈 연출의 , 독일 연출가가 나설 , 배삼식 작, 김동현 연출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손진책 예술감독은 레퍼토리 시스템을 위한 상설 극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앞으로 국내 대본의 외국어 작업과 신작 개발, 지역 등에 찾아가는 공연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국립극단의 신작 는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프리뷰 기간인 18, 19일은 전석 1만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1.07 / 조회 1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