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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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를 죽인 딸.. 현대로 온 ‘엘렉트라’의 비극
현대로 온 소포클레스 3대 비극
'정의란 무엇인가' 강한 메시지
26일부터 LG아트센터 공연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연출 한태숙과 고연옥 작가, 배우 서이숙, 장영남 등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이들이 모였다. 26일부터 내달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엘렉트라’의 주역이다. 공통점은 여성이지만 ‘여성성’이 드러나진 않는다. 오히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추구하고 상대를 심판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돋보인다.한태숙 연출은 18일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남산창작센터에서 ‘엘렉트라’의 연습 장면을 공개한 후 “고전 ‘엘렉트라’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어떻게 현대로 가져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재해석을 통해 명작의 대열에 오른 ‘엘렉트라’에서 한 발짝 나아갔으면 한다”고 새 연극을 소개했다. 이어 “센 여자들의 조합으로 강렬한 드라마를 만들려 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엘렉트라’는 ‘오이디푸스’ ‘안티고네’와 더불어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꼽힌다. 한태숙 연출은 이번 작으로 소포클래스 3부작을 완성한다. 원작은 엘렉트라가 아버지 아가멤논의 복수를 위해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와 어머니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내용이다. 본래 고대 그리스가 배경이나 현대로 가져와 엘렉트라를 총을 들고 정부군에 저항하는 게릴라 여전사로 그렸다.배우 장영남이 엘렉트라를 연기하며 서이숙은 클리타네스로 출연해 정의를 놓고 갈등한다. 장영남은 어린 시절부터 희롱 및 추행당하는 등 상처받은 엘레그라의 내면에 주목했다. 그는 “엘렉트라에게는 정의의 실현인 동시에 사적인 복수”라며 “사랑이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엘렉트라의 비틀린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고연옥 작가는 “‘엘렉트라’는 복수는 정당한 것인가와 개인의 정의가 전체의 정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 연극”이라며 “복수와 정의, 용서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 던지는 방식으로 ‘엘렉트라’를 현재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이숙은 “여성이 많다고 해서 여성성을 강조한 것은 아니”라며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태숙 연출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았다. 여성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극을 연출해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한 공을 인정받았다. 한 연출은 “여성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상을 받은 듯하다”며 “이번 ‘엘렉트라’도 되풀이되는 기존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더 그로테스크하게 다가가서 우리 현실을 바라보게 만들고 싶다”고 소개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19 / 조회 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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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여전사 '엘렉트라'…한태숙 연출 신작 내달 개막
'소포클레스 3부작' 완결판
고선옥 작가 각색…복수·정의·용서 질문
장영남·서이숙 출연, LG아트센터 무대연극 ‘엘렉트라’에서 엘렉트라 역을 맡은 배우 장영남(왼쪽), 클리탐네스트라 역의 배우 서이숙(사진=LG아트센터).[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가 게릴라 여전사로 새롭게 태어난다. 연극연출가 한태숙은 ‘소포클레스 3부작’의 완결판이 될 연극 ‘엘렉트라’를 오는 4월 26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한태숙 연출은 그동안 ‘맥베스’ ‘리처드 3세’ ‘세일즈맨의 죽음’ ‘유리동물원’ 등 영미 희곡의 정수와 같은 작품들부터 ‘단테의 신곡’ ‘1984’처럼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문학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 세계를 보여 왔다.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내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해 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연출가다.‘엘렉트라’는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한 연출은 소포클레스의 또 다른 비극인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를 앞서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손님들’로 온갖 연극상을 휩쓴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는다.소포클레스 비극 속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와 어머니의 정부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리스 시대의 인물이 아닌 동시대의 총을 든 게릴라 여전사로 설정해 새로운 재해석을 선보인다.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 엘렉트라가 벙커에서 벌이는 복수극을 통해 복수와 정의, 용서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배우 장영남, 서이숙이 각각 엘렉트라와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 역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활약해온 장영남은 이 작품으로 2011년 ‘산불’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박완규, 백성철, 박수진, 예수정,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원종 등이 함께 출연한다. 티켓 가격은 R석 5만5000원, S석 3만5000원.연극연출가 한태숙(사진=LG아트센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3.29 / 조회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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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극으로 예술하고 싶어요” 연극계 거장 3인방 뭉친 <엄마이야기>
“아동극으로 예술하고 싶습니다”
연극 의 예술감독 김숙희의 말이다. 양질의 어린이 공연 제작을 위해 연극계 거장 3인방이 의기투합했다. 배우 박정자·연출 한태숙·예술감독 김숙희,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연극인들이다. 2005년 4월 아동극 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세 사람은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동극을 만들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쳤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연극 .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는 아동극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분위기는 여느 아동극과는 다른 것이 사실.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무대 세트에, 자식을 찾기 위해 자신의 눈알을 뽑고 젊음까지 내어주는 설정은 성인이 보기에도 오싹할 정도다.
한태숙 연출은 굳이 아동극이라고 해서 달짝지근한 작품이 될 필요는 없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괴기스러우면서도 인상이 남는 작품이 되길 바랐죠. 이제까지 국내·외에서 공연됐던 여러 아동극 중 인상 깊었던 작품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주거나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었어요.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김숙희 예술감독 역시 “아이들이 극장에서 펑펑 울고 나가게 하자라는 마음으로 함께 만든 작품”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인 감각과 철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연극에서 배우 박정자는 ‘죽음’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압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지만, 박정자는 오히려 힘을 주기보단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했다. 죽음 자체가 그리 거창한 것만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저 세상 저 편으로 데려가는 역할이 바로 죽음이죠. 죽음은 우리하고 늘 가까이에 있잖아요. 특별히 오싹하게 연기할 생각은 없고요. 같이 노는 마음으로 즐기고 싶어요. 이 슬픈 이야기에 아이들이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2012년 을 통해 아동극에 도전했던 전현아는 이번 공연에서 ‘엄마’ 역을 맡아 강한 모성애를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전현아는 이 역할이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잘 알잖아요. 그 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하게 됐고요. 솔직하게 과장되지 않게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요.”
김숙희 예술감독은 지독할 정도로 진한 모성애를 그리고 있는 가 성인들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모성애의 의미가 변질되어 가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모성은 성경만큼이나 변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성애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들들 볶는 게 모성애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사회 분위기 말이죠. 이 공연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모성애의 의미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극 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1일까지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계속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7.04.26 / 조회 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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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엄마 이야기' 체험·전시·축제로 함께 만난다
안데르센 동화 원작 연극
아이들극장 개관 1주년 기념
워크숍·동화책 원화 전시 등 진행연극 ‘엄마 이야기’ 포스터(사진=종로문화재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안데르센 동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엄마 이야기’가 오는 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아이들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가족의 달을 맞아 체험·전시·축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함께 선보인다.작품 속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관객 참여 워크숍’ ‘종이 꽃 화분 만들기’를 진행한다. ‘관객 참여 워크숍’은 공연 관람 후 예술강사와 아이들이 그림카드를 함께 보며 공연의 감상을 나눠보는 자리다. ‘종이 꽃 화분 만들기’는 공연에 등장하는 ‘생명의 화분’에 직접 만든 종이꽃을 심어보는 프로그램이다. 공연의 한 부분이 직접 돼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공연장 로비에서는 전시를 진행한다. 공연기간 동안 연극의 원작인 안데르센 동화 그림책 ‘어머니 이야기’의 원화를 전시한다. 그림책 작가 조선경의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 오브제 디자이너로 참여한 작가 이지형의 대형 오브제 조각도 함께 전시한다.아이들극장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개막일인 29일 혜화동로터리부터 아이들극장 일대에서 ‘아이들 거리축제’를 함께 연다. 일본 시즈오카 거리예술축제의 코가 마사키 총감독이 연출을 맡은 한·일 합작 퍼레이드를 비롯해 거리 공연, 분필아트, 탈 만들기, 솜사탕아트, 동화책 만들기, 보물찾기 등을 즐길 수 있다.‘엄마 이야기’는 아이를 되찾기 위한 엄마의 애틋한 여정을 그린 안데르센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한 공연이다.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성을 이야기한다. 연출가 한태숙과 김숙희 예술감독이 함께 한다. 배우 박정자, 전현아, 김성우, 허웅, 이지혜, 이정국 등이 출연한다. 오는 5월 21일까지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20 / 조회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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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모 3人 '박정자·한태숙·김숙희' 뭉쳤다
아이들극장 개관 1주년 기념공연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
어머니의 모성, 삶과 죽음 다뤄
내달 29일 아이들극장서 막 올라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 포스터(사진=종로문화재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수도권 유일의 어린이전용극장인 ‘아이들극장’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양질의 어린이 공연 제작에 힘을 싣고자 배우 박정자·연출 한태숙·예술감독 김숙희 등 연극계 거장 3인이 뭉쳤다.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는 아들을 되찾기 위한 어머니의 여정을 그린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했다.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모성,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이번 작품은 안데르센이 가진 탄탄한 이야기의 힘과 특유의 상상력을 무대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백미는 어린이 공연 활성화라는 ‘아이들극장’의 설립 취지에 뜻을 같이하는 배우 박정자, 연출 한태숙, 예술감독 김숙희의 의기투합이다.세 사람은 지난 2005년 4월 정동극장에서 초연한 아동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연극미학을 극대화해 가족을 위한 고품격 연극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제14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무대미술상’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어린이 공연 제작에 대한 뜨거운 열의로 다시 뭉친 세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판타지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으로 대한민국 연극 무대를 이끌어온 연극계의 대모다. 두 번째 어린이극 도전인 이번 작품에서는 정극에서 보여주었던 배우 고유의 카리스마에 동심의 감수성을 더해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연출 한태숙은 실험적 연극 시도를 통해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믿고 보는 연출가다. 그는 철학과 미학이 깃든 무대 예술이 돋보이는 연출로 기존의 어린이극과 다른 차원의 ‘어른을 위한 아동극’을 선사할 예정이다. 예술감독 김숙희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를 창립하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직을 맡아 활동하는 대한민국 대표 아동 공연 전문가다. 이번 작품은 어린이전용극장으로써 ‘아이들극장’의 지난 1년간의 성장을 반증해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작품 선택 단계부터 연습 과정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아이들극장을 운영하는 종로문화재단과 SBS는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를 공동주최하고,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와 ㈜쇼플레이는 제작지원에 참여한다. 한편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아이들극장은 지난해 4월 30일 개관한 전국 지자체 최초이자 수도권 유일의 어린이전용극장이다. 300석 규모의 중형 극장이다. 단일 극장으로는 최초로 예술감독제를 도입해 어린이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엄마 이야기’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1일까지 ‘아이들극장’에서 공연한다. 죽음 역의 박정자 배우와 함께 전현아(어머니 역), 김성우(태오 역), 허웅(멀티 역), 이지혜(멀티 역), 이정국(인형술사 역)이 출연한다. 이달 31일까지 조기 예매 시 전석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3.23 / 조회 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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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와 한국사회의 민낯” 연극 ‘하나코’ 2월 개막
연극 ‘하나코’가 2월 개막한다. 작품은 위안부에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 한분이할머니는 생애 마지막 소원인 동생을 찾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동생으로 추정되는 렌할머니가 사는 캄보디아로 떠난다. 관련 연구를 하는 여성학자 서인경과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방송사 PD 홍창현도 함께 간다. 등장인물들은 위안부 피해자와 그들을 둘러싼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작품은 2014년 연극 창작산실 대본 공모 당선,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시범공연 지원 선정, 2015년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이다. 한분이 역은 예수정, 렌 역은 전국향, 서인경 역은 우미화, 홍창현 역은 신안진이 분한다. 작은 김민정, 연출은 한태숙이 맡았다. 연극평론가 김태희는 “죄 많은 이 땅에 대한 기록이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연극임과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하나코는 2월 7일부터 2월 19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_Lim-AMC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01 / 조회 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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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다룬 한태숙 연출 '하나코' 앙코르공연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위안부 문제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다시 생각해봐야"
2월 7일부터 대학로 공간아울 무대에연극 ‘하나코’의 한 장면(사진=극단 물리).[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물리가 오는 2월 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앙코르공연으로 선보이는 ‘하나코’다.작품은 위안부 생활을 함께 하다 소식이 끊긴 동생을 찾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나는 한분이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여성학자, 이를 취재하는 방송사 PD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각적인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차가운 현실을 이야기한다.작가 김민정이 각본을 맡고 연출가 한태숙이 연출한다. 김민정 작가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문제의 안팎에서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새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한태숙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다뤄온 기존 작품과 달리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내면과 갈등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지금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며 “일본이 전격적으로 해치워버린 합의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민으로 산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최근 영화 ‘터널’ ‘부산행’과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출연한 배우 예수정이 초연에 이어 출연해 주인공 한분이 역을 맡는다. 인간의 죄의식이 어떻게 발현되고 치유돼 가는지를 정제된 감정 연기로 보여준다.참혹한 역사의 현장인 캄보디아에서 피해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렌 할머니는 배우 전국향이 연기한다. 배우 우미화, 신안진은 여성학자와 방송사 PD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31 / 조회 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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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대표 연출가들의 새해 기대작은?
영화 마니아들이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고른다면, 공연 마니아들은 공연을 보기 전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한다. 새해에도 연극/뮤지컬계에서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고유의 개성과 통찰력을 빛내 온 스타 연출가들이 활약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공연계 거장들과 대표 연출가들이 선보일 2017의 공연을 살펴봤다.
연극계 거장들의 무대
수십년 간 무대를 지키며 인간을 향한 깊은 성찰을 담아온 거장 연출가들이 올해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원로연극제 개막작으로 를 선보였던 오태석 연출은 현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를 공연 중이다. 는 멧돼지들을 위해 산 속 도토리를 남겨주려 애쓰는 지적장애인 일렬이와 삼렬이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풍자하는 연극.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오태석 연출은 오는 5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또다른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
작년 에서 인물들을 서서히 압박해오는 무대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서늘하게 표현했던 한태숙 연출은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신작 를 공연한다. 조지 오웰의 동명소설을 영국 작가들이 각색한 작품으로, 거대 시스템 속에 짓눌린 개인의 저항과 좌절을 그린다.
(위) 오태석, 이윤택 연출 (아래) 한태숙 연출
연희단거리패를 이끄는 이윤택 연출은 새해 첫 작품으로 장 쥬네의 희곡 을 오는 22일까지 공연하고, 이후 굿을 연극화한 ‘굿극’ 시리즈 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은 동해안의 별신굿에서, 은 경기 도당굿에서, 은 제주도 칠머리 당굿에서 모티브를 따와 민중의 한과 굴곡진 역사를 담아냈다. 이윤택 연출은 신작 도 준비 중이다. 모두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보금자리 30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예술세계 넓혀가는 중견 연출가들
여러 무대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탐색해가는 중견 연출가들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인기작과 신작을 고루 선보인다. 현재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2.12)을 공연 중인 박근형 연출은 이후 지난해 초연했던 를 한 번 더 무대에 올린다. 는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2004년 이라크 등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짓밟는 전쟁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박근형 연출은 이후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위) 박근형, 조광화 연출 (아래) 김광보 연출
서울시극단장으로 재임 중인 김광보 연출은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을,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둘 다 신작이다. 입센의 대표작 은 군주, 귀족, 교회를 각각 대표하는 세 인물이 권력을 차지하려 벌이는 각축전을 그린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대선과 맞물려 권력에 대한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전망이다. 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과 윤리의 충돌에 주목한다. 김광보 연출은 이 연극을 통해 이후 11년 만에 장우재 작가와 협업하게 됐다.
조광화 연출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2월 1일부터 5일간 열리는 갈라콘서트 를 시작으로 (2.16~3.26, TOM 1관)과 (4.7~5.14, TOM 1관), 그리고 신작(제목 미정)을 무대에 올린다. 1997년 초연 당시 유수의 연극상을 휩쓸었던 은 영화 의 알 파치노를 추앙하는 이장정 등의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남자다움’의 희극성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는 다섯 남녀의 엇갈린 관계를 통해 육체적 정열 뒤에 도사린 공허를 드러낸다.
고선웅, 장유정 연출
연극과 뮤지컬, 창극과 오페라를 오가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고선웅 연출은 새해에도 분주히 활약할 예정. 먼저 2015년 동아연극상 4관왕, 대한민국연극대상 3관왕에 오르며 극찬받은 (~2.12)을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다. 복수를 위해 가족까지 희생하고 20년간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키워낸 정영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으로, 이미 대부분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이어 4월에는 에 이어 또 한 번 국립창극단과 함께 작업하는 창극 (4.5~16,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7월에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초연했던 조정래 원작의 뮤지컬 (7.25~9.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공연한다.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선보인다고. 10월에는 또 다른 신작 (10.18~11.5, LG아트센터)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은 프랑스 영화감독 질 미무니가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로, 파리에 사는 여섯 남녀의 사랑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 이 영화를 무대화하기 위해 직접 감독을 수소문하기도 했다는 고선웅 연출이 어떤 멜로 연극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한편 고선웅 연출이 지난해 국립극단과 선보였던 시리즈를 올해는 (2.7~3.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장유정 연출이 이어간다. 장유정 연출은 9월 8일부터 10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를 통해 그녀의 시야에 포착된 현대 한국인들의 천태만상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지나, 왕용범 연출
뮤지컬계 스타 연출가들의 활약
뮤지컬계에서는 대표적인 스타 연출가 이지나와 왕용범 연출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현재 (~2.12,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공연 중인 이지나 연출은 이어 2014년, 2016년 각각 초연했던 (2.14~4.30, 드림아트센터1관)과 (11월,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괴테의 를 오마주한 은 3인극이었던 초연 버전을 4인극로 바꿔 선보인다고. 연말에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엮은 신작 (12.15~2018.1.14,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고선웅 연출이 대본을 쓰는 이 작품은 기존의 동명 뮤지컬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의 왕용범 연출이 이끌 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다. 는 친구의 배신으로 노예가 된 유대인 귀족 벤허가 펼치는 복수극으로, 동명 영화에서 펼쳐졌던 스펙타클한 전차 경주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을 끈다.
* 공연 평론가/기자들이 꼽은 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연출/작품
박병성 편집장
고선웅의 - 고선웅은 , 등에서 작품과 연극적 형식을 잘 조화시켜 연극성을 극대화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통 연극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적절히 변형시켜 그 작품만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역시 와는 또 다른 창극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유석재 조선일보 기자
고선웅의 - 창극, 뮤지컬, 리얼리즘극, 오페라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 코미디에 도전한다고? 어떤 작품에도 인생의 페이소스와 스타카토 스타일의 유머를 새긴 그만의 인장이 기대된다.
연극 포스터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고선웅 연출 - 최근 몇 년, 고선웅 연출의 작품은 늘 기대를 갖게 했고 때론 매우 만족을, 때로는 뒤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최근 연극 을 보고 초반 40여분을 끌고 가는 장면에서 연출의 과감함 '선택과 집중'을 볼 수 있었었다. 용기 있는 과감한 시도라 생각하며, 올 해 올릴 작품도 매우 기대되는 바.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오경택 연출의 - 잘못 발송된 이메일로 시작되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미혼 남자의 흥미진진한 러브스토리. 원작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을 충실히 옮기기만 해도 흥미진진할 듯 하다.
고선웅 연출의 - 이 작품 역시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은 로맨스, 멜로를 미스터리로 풀어낸 영화로, 최근 내놓은 작품마다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고른 평을 받고 있는 고선웅의 연출작이라 더욱 기대된다. 원작과 리메이크작() 중 어떤 결말을 선택했을지, 아예 다른 결말을 준비하고 있을지 특히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프로스랩,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LG아트센터 제공
2017.01.19 / 조회 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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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정은혜 "권력 눈먼 여인 비극 더 강렬하게"
창극 '레이디 맥베스' 21일부터
한태숙 "언제든 모험할 작품"
연희장면 전통국악으로 재해석
정은혜 "레이디 맥베스 내것으로"
원작 못잖은 강렬함 보여줄 것
"시대와 공감하는 작품 되길"연출가 한태숙(오른쪽)의 대표작인 ‘레이디 맥베스’ 창극버전의 주역은 소리꾼 정은혜다. 한 연출은 “창극 배우라도 연극 화법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은혜를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은혜는 “연출가가 믿어주는 만큼 레이디 맥베스를 나만의 캐릭터로 소화해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가고 싶다”며 각오를 전했다(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광기와 욕망에 사로잡힌 한 여인의 비극. 연출가 한태숙이 1998년 발표한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맥베스의 부인 레이디 맥베스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초연 이듬해인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연출상·연기상을 수상한 한태숙의 대표작이다. ‘레이디 맥베스’가 3년 만에 앙코르무대(21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우면당)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더 특별하다. 국립국악원과 함께 창극 버전으로 새롭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한 연출은 “오래전부터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주제와 함축적인 대사가 ‘창’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주연배우도 바뀌었다.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했던 소리꾼 정은혜가 새로운 레이디 맥베스로 나선다. 두 사람을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만났다. △한태숙 연출가 “언제든 모험할 작품”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 인물의 감정을 다양한 물체로 표현하는 ‘오브제극’이란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한 연출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레이디 맥베스’를 꾸준히 무대에 올린 이유로 “언제든 모험을 펼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늘 나 자신을 일깨워주는 힘이 있다. ‘원작을 그렇게 훼손하면서까지 작품을 만들어야 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작의 주제를 강조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버전을 달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그런 점이 내게 힘이 된다.” 창극 버전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다. 한 연출은 “원래 창을 좋아했다. 음악과 미술이 같이 어울린 작업으로 창극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레이디 맥베스’의 줄거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오브제와 음악이다. 2013년 대학로예술극장에 올린 공연이 오브제를 강화한 버전이었다면 창극버전은 음악을 보다 강화한 결과물이다. 창극으로 바뀌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도창’(창극에서 일종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인물)의 등장이다. 도창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맡았다. 가야금·피리·타악 등 국악기와 함께 콘트라베이스로 음악을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창극과는 다소 거리가 먼 악기 구성이다. 한 연출은 “전통적인 창도 등장하지만 현대 관객의 정서에 맞춰 아리아처럼 작품을 꾸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창을 ‘사탕발림’처럼 사용한 건 아니다”라며 “연극에선 다소 축소했던 연희장면을 전통국악의 품격 있는 장면으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새로운 주역 정은혜 “무모한 용기와 도전”‘레이디 맥베스’ 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연극배우 서주희다. 초연 때부터 레이디 맥베스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서주희는 한 연출과 함께 작품의 명성을 쌓아온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창극인 만큼 새로운 레이디 맥베스가 나선다. 바로 소리꾼 정은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은혜도 “서주희를 따라가는 것은 너무 어렵고 시작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것은 이번 작품이 연극과 달리 전통 소리를 기반으로 해서다. “무모한 용기와 도전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은혜에 대한 한 연출의 강한 믿음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2012년과 2013년 국립극장에 올린 ‘장화홍련’과 ‘단테의 신곡’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 연출은 “창극 배우라도 연극의 화법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은혜를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은 없었다. 정은혜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은혜는 한 연출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부단히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나이테가 많이 있는 작품에 워낙 늦게 승선하다 보니 준비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연출가가 믿어주는 만큼 쉽지 않은 레이디 맥베스를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 강렬한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한 장면(사진=국립국악원).△권력이야기 시국과 맞물려…“공감대 생기길”‘맥베스’가 끝없는 욕망으로 결국 파멸에 이르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면 ‘레이디 맥베스’는 욕망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심리에 집중한다. 인간 내면에 있는 욕망과 광기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 근원에는 권력을 향한 욕망이 있다. 공교롭게도 ‘레이디 맥베스’가 다루는 권력과 욕망에 대한 메시지는 최근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마녀의 예언을 듣고 고뇌하는 맥베스의 옆에서 왕이 될 것을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은 지금 한국사회를 위기에 몰아넣는 사건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물론 우연이 만들어낸 일치다. 연극에 이어 창극에서도 전의와 맥베스로 1인2역을 하는 배우 정동환은 “예전에도 시국과 관계없이 작업했지만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겹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작품은 연출가의 결벽증으로 한 글자도 고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라사정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반성해보자는 것이 그렇다”고 말했다. 한 연출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작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시국이 불안정하고 상실감이 컸을 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며 “권력에 대한 과도한 탐닉이 가져오는 종말에 대한 사유는 상징성이 크다. 물론 작품이란 것이 꼭 어떤 목적과 사유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으로 (시대와의) 공감대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연출가 한태숙(오른쪽)과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소리꾼 정은혜(사진=국립국악원).▶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20 / 조회 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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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의 비애, '창'으로 승화하다
국립국악원·림에이엠씨 공동 제작 창극
국악의 다양한 매력 전하기 위해 기획
소리꾼 정은혜 레이디 맥베스 역 맡아
21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우면당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각색한 ‘레이디 맥베스’가 한국의 창극과 만난다. 국립국악원과 림에이엠씨(Lim AMC)는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한태숙 연출의 동명 연극을 창극으로 새롭게 제작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한다.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국내외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판소리, 정가 창법과 함축적인 음악 구성 등으로 한국적 정서를 담아 선보인다.소리꾼 정은혜가 레이디 맥베스를 맡아 1999년부터 작품과 함께해온 배우 정동환과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설정한 도창 역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담당한다. 박진희 국립국악원 정악단원이 소리시종 역으로 함께한다.제작진 구성도 화려하다. 한태숙 연출을 비롯해 음악 계성원, 무대 이태섭, 의상 정구호가 참여한다. 연주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이지혜(가야금), 안은경(피리), 황영남(타악)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신동성이 맡는다.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새 단장한 우면당에서 펼쳐진다. 우리 소리의 울림을 원음 그대로 전달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동의 깊이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결함’을 지향점으로 삼은 음악,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강렬함을 더한 무대 미학도 함께 만날 수 있다.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콘셉트 이미지(사진=국립국악원).한태숙 연출은 “오래 전부터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주제와 함축적인 대사가 창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며 “연습실에서 정은혜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비감을 표현함에는 역시 창과 견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세계적인 고전을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창극으로 선보임으로서 국악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국악에 대한 국내외 관객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07 / 조회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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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와 닮은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실직당한 현대인의 소외 다뤄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으로
중견연출가 한태숙 힘 보태
주인공 불안한 심리상태 시각화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괜히 돈 때문에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어.” 8.4m의 거대한 벽면 위에서 형 벤 로먼이 아버지 윌리 로먼을 자극한다. 벽면은 점점 무대 중앙으로 움직이며 윌리의 작고 허름한 집을 압박하고 로먼은 불안한 듯 중얼거리며 머리를 감싸 안는다. 현대 영미희곡의 정수로 평가받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내달 8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자체 제작·기획 공연브랜드인 SAC 큐브의 일환이다. 예술의전당은 2014년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메피스토’와 2015년 셰익스피어의 ‘페리클레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930년대 세계를 강타한 경제대공황 시기 미국을 배경으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다룬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30여년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먼이 대공황으로 가혹한 현실에 내몰리면서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도피하고 평생 헌신해온 회사에서 무자비하게 해고당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급격한 사회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작품은 1949년 초연 당시 충격과 화제를 낳으며 그해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토니상 등을 휩쓸었다. 지금까지도 세계서 자주 공연하는 고전이다. 인간 내면의 어둡고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연출기법으로 이름난 중견연출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한 연출은 ‘단테의 신곡’ ‘레이디 맥베스’ ‘장화홍련’ 등 다양한 동서양 고전을 재해석해 무대화한 바 있다. “욕망에 의해 분열하는 주인공 로먼이 바로 우리”라고 말하는 한 연출은 “무거운 연극을 더 무겁고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 내면의 갈등과 분열을 시청각적으로 강조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한 무대다. 로먼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9m에 육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등장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영상을 투영하기도 한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콘크리트 벽이 밀고 들어오는 땅 한가운데 고립된 작은 집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외된 로먼의 상태를 대변한다”며 “원작의 배경인 미국의 느낌보다 한국적인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 역은 배우 손진환이 맡았다. 윌리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 큰아들 비프는 이승주, 둘째 아들 해피는 신예 박용우가 소화한다. 손진환은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로먼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고, 이승주는 “왜곡되고 비틀린 가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한 장면(사진=예술의전당).▶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4.28 / 조회 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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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 매력적으로 다가와” 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한태숙이 연출하는 아서 밀러의 대표작 이 오는 14일 무대에 오른다. 그간 등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와 관계, 그 안에서 극도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드러냈던 한태숙 연출이 이 작품을 어떤 무대로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여전히 유효한 의 이야기 은 미국 현대 희곡의 거장이라 불리는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던 윌리 로먼이 경제 대공황으로 직장에서 내쫓겨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퓰리처상 극본상,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등을 휩쓸며 미국 전역에서 화제를 낳았다. 사회가 부추기는 꿈을 쫒던 한 가장이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고 그와 함께 온 가족이 희망을 잃고 난파하는 의 이야기는 비단 대공황기뿐 아니라 돈과 성공을 둘러싼 온갖 허상과 낙망이 교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시의성을 갖고 공연되어왔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도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외와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공연에서 작품의 윤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에 대해 “대단히 치밀한 작품이다. 주인공과 가족들과의 관계, 세일즈맨의 일상을 굉장히 전형적으로 그렸으면서도 우리 삶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사실 별다른 각색이 없이도 현대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태숙 연출이 만드는 은…이번 공연이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한태숙 연출은 와 같은 고전뿐 아니라 등의 현대 영미 희곡 역시 깊고 치밀한 시선으로 다뤄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위) (2013) (아래) (2012)드라마터그를 맡은 강태경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는 “한태숙 연출은 어떤 작품을 하든 ‘왜 오늘날 이 작품을 하는가, 왜 이 작품으로 오늘날의 관객들과 소통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 ‘가족비극’을 다뤘다는 점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공연되어왔는데, 이번에는 인물의 내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고 이번 공연이 향하는 방향을 예고했다. (왼쪽부터) 한태숙 연출, 강태경 교수, 고연옥 작가강태경 교수의 설명처럼, 한태숙 연출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윌리 로먼의 내면, 그리고 그와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다 극대화해서 드러낼 계획이다. “작품을 봤을 때 출구가 없는데도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 인물들의 의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한태숙 연출은 “병든 가장을 방치한 가족들의 책임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윌리 로먼의 아들과 아내는 윌리의 정신분열을 걱정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실행을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각각 예리하게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내 작품이 무겁고 찢어발기는 듯한 게 많기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위트도 있고 위로도 있는, 극과 극을 다 가진 연극"이라는 한태숙 연출은 “학자는 원론적인 것을 고수하고, 나는 반칙을 좋아한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강태경 교수와) 서로 많은 반론을 주고받았다. 강태경 교수와 고연옥 작가는 아직도 조금 불안해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반칙을 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인간 내면을 샅샅이 파고들어 조명했던 한태숙 연출이 이번에는 어떤 '반칙'으로 인물들을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이날 연습실에서는 공중 높이 매달린 거대한 오브제와 실제 무대와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된 세트가 눈길을 끌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양쪽에서 8.4m에 달하는 거대한 벽이 점차 윌리 로먼의 집을 압박해오고, 윌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6m 에 달하는 대형 오브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인물들의 내면을 극대화해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연습 세트에 대해 “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연습 세트를 만든 건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인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시대가 변화하며 종내의 가치관을 새로운 가치관으로 바꾸지 못한 이들이 그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은 우리도 많이 겪어왔다. 그래서 이 작품이 미국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윌리 로먼 역의 손진환과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 박용우는 아직 공연계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이에 대해 한태숙 연출은 “이름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극계의 자산이 될 수 있는 배우를 택했다. 그리고 조연들이 이들을 탄탄히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는 예수정이, 첫째 아들 비프 로먼은 이승주가 맡았다.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는 손진환은 "주인공을 처음 맡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큰 프로덕션에서 엄청난 배역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며 "윌리를 노쇠한 사람으로만 그리고 싶지는 않다. 삶의 끝자락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은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6.04.08 / 조회 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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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세일즈맨의 죽음>, 손진환 이승주 등 최종 캐스팅 공개
여전히 현대인에게 '괴로운 거울'과 같은 작품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아서 밀러의 명작 . 오는 4월 한태숙이 연출하고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의 전 캐스트가 공개됐다. 일생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왔으나 결국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믿어왔던 아들들과의 갈등 등으로 죽음이라는 종말을 맞는 한 남자의 하루를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세일즈맨 윌리 로먼 역에 등 다수의 연극 무대를 누벼온 손진환이 낙점되었다.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지만, 그 기대에 어긋나는 삶을 살며 시종일관 대립하는 첫째 아들 비프 로먼 역에는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승주가 나선다. 또한 윌리 로먼의 아내 린다 로먼 역에는 최근 를 통해 한태숙 연출과 호흡을 맞춰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예수정이, 둘째 아들 해피 로먼 역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박용우가 맡을 예정이다. 지난 1월 26일 캐스팅 미공개 상태에서 '블라인드 티켓'을 오픈한 은 오는 16일 정식 티켓 오픈 한다. 공연은 4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2016.02.05 / 조회 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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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 여행을 통한 통렬한 자기반성, <단테의 신곡> 개막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시인이었던 단테 알리기에리가 지은 대서사시 ‘신곡’이 무대에 펼쳐지고 있다. 국립극장이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제작한 한태숙 연출의 이 지난 2일 막을 올렸다. 삶의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단테가 숲 속에서 만난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평생을 그리워한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죽은 자만 갈 수 있는 지옥, 연옥, 천국을 산 자로 단테가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00여 편의 시로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바라는 구원, 사랑의 실천, 정의 구현, 윤리와 평화 등 인류가 가진 불변의 화두를 건네는 것이 특징이다. 기독교적 사고를 바탕에 둔 원작에서 종교적 색채를 덜어내고 더욱 보편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는 이번 무대에서는 단테에게 인간적인 측면을 더욱 부여했으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여정 속에서 본질을 향한 시선의 차이, 감정의 골을 중심으로 지옥과 연옥의 순례기를 더욱 담아 내었다는 것이 한태숙 연출의 변이다. 특히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나 현대성이 느껴지도록 음악, 미술, 안무에 균형을 이루고자 했으며,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등 주인공을 제외한 주요 배역은 창극 배우가 맡은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창의 소리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바리톤 가수의 구음을 더해 전체적인 음악의 조화를 이루도록 의도하기도 했다. 주인공 단테 역은 뮤지컬 , , 연극 등에 출연해 온 지현준이 맡았으며, 그를 내세로 이끄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연극 등의 작품에서 묵직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정동환이 분한다. 올 5월 서재형 연출작 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정은혜가 이번 무대에서는 단테의 뮤즈 베아트리체로 나서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 고통스러운 지옥을 헤매는 프란체스카 역에 박정자, 지옥의 판관 미노스 역에 국립창극단 김금미, 죄를 죄로 벌하는 두려움에 대해 사람을 뜯어먹는 모습으로 말하는 군주 우골리노 역은 오페라 가수 오승용이 맡아 열연한다. 한태숙 연출이 지옥, 연옥, 천국 중 특히 지옥 속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우리 안의 야만성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관객들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은 오는 11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며 이미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3.11.05 / 조회 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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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15주년 더 강렬하게 돌아온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
연극 ‘레이디 맥베스’가 15주년을 기념해 서울과 고양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1998년 초연했다. 초연 당시 연출가 한태숙이 오브제극과 연극의 독특한 결합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1999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2002년 한국 공연계 최초로 폴란드 ‘콘탁 국제 연극 페스티벌 공식 초청’, ‘2008 국제 아트마켓 일본 동경예술견본시 초청’, ‘2010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공식 초청’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맥베스’를 기반으로 한태숙이 재창작했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남편이 왕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맥베스’ 부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번 공연에서 ‘레이디 맥베스’ 역은 서주희가, ‘궁중전의’ 역은 정동환이 맡는다. 그 외에도 ‘오브제 시종’ 역에 이영란, ‘움직임 시종’ 역에 박호빈, ‘음악 시종’ 역에 박우재와 정마리, ‘어린 시종’ 역에 권겸민이 출연한다. 작품은 6월 6일부터 6월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7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고양문화재단
2013.06.03 / 조회 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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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 신구 등 출연
2011년 로 그리스 비극을 파격적으로 선보인 한태숙 연출이 소포클레스가 오이디푸스 가문의 이야기로 만든 세 편의 비극 중 또 다른 작품, 로 찾아온다. 는 오이디푸스의 딸로,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죽인 오이디푸스의 아들이자 자신의 오빠들 중 광야에 버려진 폴리니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려다 잡힌다. 시신의 매장이라는 신의 법을 지켰으나 새로운 통치자 크레온이 폴리니케스에 대한 애도를 금해 인간의 법을 어겨 동굴에 갇히는 인물이다.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딸이자 서로 심장에 칼을 꽂은 오빠들을 본 안티고네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비극성과 차가운 심장을 가진 능수능란한 정치인 크레온과의 대립, 그리고 연이은 비극의 파장이 에 날카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주인공 안티고네 역은 등에서 활약해 온 김호정이 맡으며, 이후 3년 만에 테베의 지도자 크레온 역으로 신구가 무대에 선다. 예언자 트레시아스 역에는 에서 단 15분 출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박정자가 나선다. 독특한 음악, 몸짓, 소리, 사운드디자인을 적극 활용하여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심리를 시청각화 할 것으로 알려진 국립극단의 새로운 작품, 는 오는 4월 1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3.03.14 / 조회 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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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시선, 퓰리처상 수상작 <아워 타운> 개막
'전세계에서 하루도 공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이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다. 명동예술극장은 이날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 극작가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은 1938년 초연 이후 연극·드라마·오페라 등 다양한 형태로 각국에서 재연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기성연극인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이나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천년 후의 사람들이나, 지금 여기 우리들이나, 자라서 결혼하고, 살다가 죽는 거, 그거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무대감독(서이숙)이번 공연의 연출은 의 한태숙이 맡았고, 여기에 박용수와 서이숙·김세동·박윤희·정운선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무대감독 역을 맡은 서이숙은 프레스콜에서 "무대감독은 해설자 역할에 가깝다"며 여성으로서 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성을 구분 짓는 역할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것을 포용하는 여성성, 모성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1901년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사를, 2막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성장과 결혼을 보여주고, 3막은 죽은 자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산 자들의 삶, 일상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조지와 에밀리의 결혼식 날 축가를 연주하는 '아워 타운 밴드'결혼서약을 맺는 조지(박윤희)와 에밀리(정운선)서이숙이 '해설자 역할'이라고 설명한 무대감독은 실제로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이것이 연극임을 상기시킨다.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 위 연극은 점점 더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 가며,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3막은 관객들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끈다.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놓여져 관객들의 집중과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한다. 박용수는 성실한 의사 깁스를, 김세동은 마을 신문사 편집장 웹을 연기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 조지 역은 박윤희가, 그를 좋아하는 똑똑한 소녀 에밀리는 정운선이 맡았다. 배우들은 극에 등장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하기 위해 악기연주와 노래도 함께 연습했다. 이들은 강은구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아워타운밴드' 및 성가대로 변신, 작품의 서곡과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 등을 연주한다. 을 쓴 손톤 와일더는 전쟁·경제공황 등 사회문제를 다뤘던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작은 마을에서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아간 소시민들의 삶을 주목했다. 그가 포착한 미세한 삶의 단면들과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프레스콜에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이숙은 "은 연극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접해서 알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그간 접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산 중 죽음을 맞게 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서는 에밀리(정운선)3막에서 펼쳐지는 죽은 자들의 세계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9.19 / 조회 1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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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뭐볼까] 올가을 찾아오는 두 편의 묵직한 연극
최근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연극들이 속속 무대에 오르며 무게 있는 연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서는 9월과 10월에는 원작을 바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실력파 창작진이 함께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홉의 희곡을 원작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연극 ‘아워타운’은 손톤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미국 현대 고전연극의 정수를 보여준다.연극 ‘아워타운’9월 1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연극 ‘아워타운’은 1936년 손톤 와일더가 쓴 희곡이다. 작품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연극 ‘아워타운’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을 그린다. 평화로운 일상 속 감춰진 삶이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는 진실을 전한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이 연출을 맡는다.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대학살의 신’ 등 독창적인 작품을 연출해 왔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연출상(1995), 서울연극제 연출상(1999), 동아연극상 연출상(2000),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8),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2010) 등을 수상했다.연극 ‘아워타운’은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은 박용수, 서이숙, 김세동, 손진환, 박윤희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10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 원작이다. 작품은 극단 맨씨어터의 2012년 정기공연이다.이번 공연은 1904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이후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20세기 대표 희곡이다. 이번 공연은 고전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탐구할 예정이다.연극 ‘벚꽃동산’은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배경으로 한다.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다. 농노 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빚더미에 앉은 그녀는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과거 농노였지만 신흥재벌로 거듭난 로빠힌은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감동 받아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권한다. 라네프스카야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이 싫어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산을 경매에 내놓게 된다.이번 공연은 연극 ‘갈매기’, ‘레드’ 등의 오경택이 연출을 맡는다. 오경택은 지난해 안톤 체홉의 연극 ‘갈매기’를 연출해 호평 받은 바 있다. 배우는 정동환, 최용민, 이석준, 박호산, 전미도, 김태훈, 우현주, 정수영, 정승길, 권지숙, 이재인, 신용진, 박채원, 황이건 등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8.29 / 조회 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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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이디푸스’, 강력한 존재감으로 다시 컴백!
고전의 강력한 존재감을 확인시켰던 (재)국립극단의 연극 ‘오이디푸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이루며 관객과 평단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최근 공연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전극의 편견을 깼다. 또한, 깊이 있는 작품을 기다렸던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 작품이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무대에 올랐다. 11월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은 기존의 작품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지난 1월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에 올라 주목받은 작품이다. 지난 공연은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연출가 한태숙의 연출력과 ‘이상직, 박정자, 정동환’ 등 원로 연극인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완성된 작품은 많은 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이번 공연은 그동안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바라온 ‘오이디푸스’의 이미지를 벗는다. 작품은 영웅 ‘오이디푸스’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오이디푸스’를 부각해 현대적 인물해석과 무대 미학을 선보인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현재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 질병과 사건?사고, 정치적 모순 등을 담았다. 작품은 그리스 비극에 현대를 비춰 동시적인 문제점을 짚어낸다.이번 공연은 무대와 음악, 오브제, 안무가 조화를 이룬 총체 연극을 만날 수 있다. 무대는 칠판 위에 그려진 대형 회화, 칠판이 박힌 검은 철봉 등 극적인 무대 장치가 마련됐다.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은 경사무대를 통해 눈먼 자들의 도시를 표현했다. ‘김창기’는 불안하고 혼란한 도시 테베를 표현하기 위해 어둠과 빛의 조화를 살렸다. 안무는 ‘이경은’이 맡아 춤으로 등장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여준다. 음악은 ‘원일’이 맡아 오이디푸스가 품은 비탄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다룬다.종합예술 연극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연극 ‘오이디푸스’는 11월 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10.17 / 조회 10,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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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이 정통한 비극성에 숨이 막힌다.
무대는 비틀어져 있고, 세트는 위태롭게 서 있다. 물체와 그림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극장 안에 들어서면 고요 속에 날카로운 기운이 아슬하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나선 국립극단의 창단작, 연극 는 2,500년 전 소포클래스가 쓴 그리스 비극이다. 신탁에 두려워하던 아비가 아들을 버리고, 버려진 아들은 훗날 아비를 죽인 후 제 어미와 결혼해 살을 섞어 자식을 낳는다.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을 거스르는 끔찍한 인간사다. 고전 비극은 세상의 이치를 처절하게 비춰내는 우리 인간들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은 인류와 사회가 멸망하지 않는 한 결코 설득력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습성은 달라지지만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 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 작품이 현대에 설득력을 잃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역사가 주는 무게에 지레 짓눌려 익지 않은 감상에 허우적거리거나, 섣부른 현대의 메스로 촘촘한 작품의 조직을 잘게 해체해 놓을 때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태숙 연출, 국립극단의 는 실로 오랜만에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짙게 담아내고 있어 더욱 돋보인다. 무대 안은 온통 안정을 잃은 것들 뿐이다. 사방에 날카로운 모서리를 세운 뒤틀린 무대는 단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가져 시선을 불편하게 한다. 거대한 한쪽 벽면 굳게 솟은 수 십 개의 봉들에 역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매달리고 또 나가 떨어진다. 결코 두 눈으로 마주할 수 없는 치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관찰하기도 한다. 는 대단히 충실하고 철저히 비극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가 더욱 뛰어난 건, 탄탄한 기본으로 작품의 핵을 통찰해, 설득력 있는 신선한 방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이디푸스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불안해 한다. 신탁, 아내의 위로, 신하의 첨언 모두에 흔들린다. 그간 왕의 신분으로 자신감에 오만이 더해져, 추락이 더없이 아득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번민에 휩싸인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비극적인 운명 속 자신의 한계를 비로소 깨달았을 때 그는 더욱 울부짖고야 만다. 이영란은 벽면을 타고 오르며 묵직한 분필을 깨 가며 백성들을 그려낸다. 공연 시작에서 끝까지 그들은 그려지고 지워지며 울음을 게워 낸다. 안무와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이경은이 온몸을 떨며 벽면을 따라 추락하며 솟은 봉들에 부딪힐 때마다 오이디푸스를 지배하고, 테베 시민을 지배하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일 듯 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비극성에 소름이 돋는다. 비어서 더욱 큰 울림과 찌름으로 무대 가득 파장을 낳는 음악도 빼 놓을 수 없다. 배우가 구사하는 정확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상직을 비롯,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완벽한 딕션을 구사하는 배우들과 마주하니 귀가 맑고 깨끗해진다. 열을 대신하는 하나의 오브제, 수 만 마디의 말을 대신하는 하나의 움직임은 빈 무대를 더욱 가득 채운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촘촘한 밀도로, 고전은 이렇게 현대에 살아 더 먼 미래로 나아갈 힘을 가지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1.02.07 / 조회 1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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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한 치 앞도 모르고 달리는 잔인한 운명이여
지난해 손진책 예술감독이 취임한 (재)국립극단의 첫 레퍼토리 작품, 가 1월 20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무대에선 등으로 절제와 폭발력이 공존하는 무대를 선보여온 한태숙 연출을 필두로 배우 이상직, 정동환, 박정자, 서이숙 등 연극 배우들이 모여 고전신화의 새로운 해석을 펼쳐낸다. 이번 연극은 영웅성과 초인성에서 벗어나, 야망과 오만으로 운명에 저항하다 파멸을 맞는 '보통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성공과 실패,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맞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차갑게 세워진 벽만이 무대에 세워져 차가운 절제를 표현, 파멸하는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표현한다.연극 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고통 신음하는 백성들 오이디푸스(이상직), 정동환(크레온) "태양신에게 세상이 도탄에 빠진 이유를 물었나이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박정자) "우물을 보시오. 저주의 원인이 보일 것이오" "예언은 믿지 마세요" 아내 요카스타(서이숙) 불길한 예감 파멸로 치닫는 운명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1.20 / 조회 9,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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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운명 앞에 놓인 평범한 <오이디푸스>가 온다
재단법인으로 탄생한 국립극단이 운명의 장난 앞에 놓인 인간 를 창단작으로 선택했다. 2500년 전에 쓰여진 소포클레스의 비극 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과 함께 기구한 운명에 휩싸인 인간 오이디푸스를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햄릿과 더불어 서구 비극의 대표적인 인물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5일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스튜디오 하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국립극단 상임연출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오이디푸스를 평범한 보편적인 남자로 보는 것과 그간 남자가 맡아왔던 티레시아스 역을 여자가 맡는 것이 이제까지의 오이디푸스와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오이디푸스 역 _ 이상직‘평범한 외모’로 오이디푸스 역에 발탁된 이상직은 그간 크고 작은 연극 무대에서 선 굵고 깊은 모습을 선보인 연기파 배우. “자주 가는 시장의 죽집 아주머니도 내가 배우라는 걸 믿지 못한다”며 웃는 그는 “인간 본연의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게 손잡아 주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예언자 티레시아스 역은 박정자가 맡았으며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요카스타 역엔 서이숙이, 요카스타의 오빠 크레온 역엔 정동환이 나선다. 박정자, 정동환, 서이숙(왼쪽부터)이번 공연은 ‘보고 있다’는 3자적 시선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 회화, 조각 등 시청각적 모티브를 활용한 행위예술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오브제 연출과 출연을 함께 맡은 이영란은 공연 전부터 무대 한편에 비스듬히 세워진 8미터 높이의 벽에 분필로 군중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공연 과정에서 미세하게 변해가는 그림을 통해 무대만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영란의 설명이다. 한태숙 연출과 이영란레퍼토리 시스템 운영을 선언한 (재)국립극단은 를 시작으로 올해 오은희 작, 이병훈 연출의 , 독일 연출가가 나설 , 배삼식 작, 김동현 연출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손진책 예술감독은 레퍼토리 시스템을 위한 상설 극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앞으로 국내 대본의 외국어 작업과 신작 개발, 지역 등에 찾아가는 공연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국립극단 예술감독 손진책국립극단의 신작 는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며, 프리뷰 기간인 18, 19일은 전석 1만원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1.07 / 조회 1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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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71] 당신이 사라진다, 연극 ‘있.었.다’
이것은 존재와 소멸의 근거에 관한 우회적이면서도 직설적인 이야기다. 이것은 내가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대한 불쾌한 목격담이다. 이것은 내가 실종시킨 것들의 간접적 반란이다. 연극 ‘있.었.다’는 소멸, 실종, 부재 등 무無로 가득하다. 죽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연극에서 나열된 부재의 대상들에게 애도를 표할 수 없다. 그것들을 잃은 것이 나의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나’는 애도할 자격이 없으며 사실 애도할 마음도 없다. 연극은 무표정한 얼굴로 단언한다. 없어지게 하는 것보다 잔인한 일은 없다고. 사람들은 매일 인배를 찾아와 누군가 사라졌으니 찾아달라고 말한다. 귀가하던 여학생이, 퇴근하던 직장인이, 치매증상의 노인들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집에 있던 멀쩡한 가족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핸드폰, 신발, 가방 등 모든 게 그대로다. 사람만 없어졌다.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사진 한 장과 신고자의 말뿐이다. 단 1그램의 실질적 무게도 갖지 못한 채 언어로만 공간을 떠도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상을 통해 부재와 존재, 그 중간 어디 즈음으로 표현된다. 무대 바닥에는 수많은 실종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수북하다. 사라진 것들이 무심하게 널려있다. 타인을 통해서만 존재를 증명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나’가 소리 없이 절규한다. 딸의 실종에 울먹이던 영호는 돌아온 딸이 전과 다르다며 두려워한다. 결국 ‘이 아이를 좀 잡아가주시면 안될까요?’ 진실을 실토하고 ‘실종담당자인 당신이 날 찾아달라’며 인배에게 도움을 청한다. 딸은 애초에 없어지지 않았다. 사라진 그들 모두를 실종시킨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연극 ‘있.었.다’에서 실종자와 납치범, 피해자와 가해자는 동일하다. 물리적 소멸은 심리적 외면에서 비롯된다. 누군가가 사라지길 원했던 나의 은밀한 내적 욕망이 대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 연극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시종일관 문 밖에서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소녀의 목소리도, 자신이 실종신고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율처럼 맞닥뜨리게 된 영호의 당혹감도 아니다. 소멸의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음에도 달리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인배의 일괄됨이 실종을 가속화시킨다. 부쩍 늘어난 실종자의 대부분이 아이와 여자, 노인임을 감안할 때 부재하는 인배의 아내와 아이 역시 실종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어떤 사람, 어떤 일…. 한 때는 좋아했던 무언가의 흔적 자체가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하게 없어졌으면, 그래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소극장 무대는 굳게 닫힌 여러 개의 문으로 빼곡하다. 눈에 보이는 인물들은 오로지 문 안에 있다. 문 밖에 있는, 문 밖으로 밀려난 자들은 원래 없었던 듯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은 문 밖의 그 누군가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존재가 의심받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무능력함의 패배를, 인배의 어머니를 통해 체화하게 된다. 가장 소모적이고도 불행한 연습 과정이다. 끊임없이 아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스스로를 잃어갈 뿐인 노모는 예전의 나를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인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그곳에는 소멸이라는 추상적 실재만이 승리하고 있다.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연극 ‘있.었.다’는 작가 정복근의 진중한 대본과 연출가 서재형의 매끄럽고 현명한 연출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복근과 서재형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누군가에게서 서서히 잊힌다는 공포가 연극의 전체적 분위기를 압도하며 가장 근원적이고도 거대한 두려움을 불러낸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으로 군더더기가 없는 동시에 모자란 부분도 없다. 남용되지 않는 영상의 활용은 효과적이다. 간결하며 절제된 무대 위의 모든 것이 연극의 본질, 실체만을 드러냈다. 아주 강렬하게.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28 / 조회 1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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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35] 욕망의 집요한 발현, 연극 ‘레이디 맥베스’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오브제 눅눅하고 음침하며 불길한 어느 여성의 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그곳은 실재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다. 낮은 없다. 여인의 불면증으로 인해 밤도 찾아오지 않는다. 혼란의 공간이다. 그녀의 손에 묻은 검은 피가 지워지지 않는 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분열을 가속화한다. 이제는 불안하고 초조한 여인의 눈동자, 그도 한때는 날카로운 광기로 번득였다. 가부장적 권위를 전복시키는 강한 남성성으로 고정화된 자연법칙을 깨뜨리기도 했다. 모든 욕망 뒤에 남은 것은 추한 기억과 잡히지 않는 공포로 말라 뒤틀려가는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이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맥베스’에서 주변화 된 레이디 맥베스를 극의 주체로 확대시킨다. 이 작품은 전의가 맥베스 부인의 불면증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병을 고치기 위해 기억을 끌어내며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사이 그녀의 범죄행위가 밝혀진다. 죄의 재현을 통해 기억하기 싫은 자신의 행위와 직면하게 되는 레이디 맥베스의 시선은 확실과 불확실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다. 일상적 삶의 궤도를 이탈한 그녀는 환각의 세계에서 방황한다. 한 덩어리나 정신은 파편화돼 있다. 이 혼돈은 앙상블로 인해 극대화된다. 레이디 맥베스를 제외한 극의 인물들은 모두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마녀와 시종, 왕과 전의 등 어조와 행동을 달리하며 혼란을 준다. 이는 레이디 맥베스의 분열, 일탈과 맞물리며 극을 광란으로 이끈다. 이들은 타인인 동시에 레이디 맥베스의 내적 자아다. ‘내가 본 것은 존재라는가’라는 질문은 그들이 결국 레이디 맥베스의 보이지 않는 내면임을 확인시킨다. 여러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존재하지 않는 환영으로 판단, 그녀의 죄의식이 빚어낸 악몽임을 증명한다. 형상화된 욕망은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이른바 감각의 전율을 선사한다. 물체극 창시자 이영란은 밀가루와 찰흙으로 연극성과 미술성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낸다. 생생하게 살아 퍼덕이는 이 오브제는 강한 운동력으로 레이디 맥베스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아가 그녀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인체의 뼈대와 심장, 피의 은유로서 단순하나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끝까지 함께하는 원일의 타악 연주와 구음 역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는 배우들의 기형적 언어와 더불어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 몽환적 제의에 참여하게끔 유도된다.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을, 그 내면을 목격 동시에 체험한다.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것은 연극과 오브제의 중심에 서 있는, 빙의된 듯한 배우들의 연기다. 수수한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음흉하며 잔인한 여자가 되길 마지않은 서주희는 낮고도 지적인 목소리로 살인의 섬뜩함을 전한다. 쾌감과 고통, 집요한 시선과 행동으로 무대 전체를 압도하며 그곳이 자신의 내면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는 왕 맥베스를 아이처럼 대하며 어르고 달래 자신의 욕망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맥베스의 어머니이자 우주이며 실제 조종자로 왕 맥베스 위에 군림한다. 궁중전의 역을 맡은 정동환은 비일상적인 언어와 어조로 극의 환상성에 박차를 가한다. 그는 한바탕 놀이가 끝날 즈음, 자신이 레이디 맥베스의 양심임을 고백한다. 이 회오리 같은 놀이가 끝나고 나서야 배우 서주희는 무대에서 퇴장한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고 꿈은 또 다른 인생. 한 여인의 마지막 삶을 애도하는 구슬픈 목소리가 관객을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14 / 조회 1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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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오는 6월, 10회 공연
죽음과 씻김의 갈망을 상징하는 물체를 통해 독특한 스타일의 표현 양식을 선보였던 한태숙 연출, 극단 물리의 연극 가 오는 6월 무대에 오른다. 1998년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우수공연베스트 5 등을 수상했으며, 1999년, 2000년, 2002년, 2008년 공연을 거듭하면서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그의 부인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 작품은, 권력욕으로 남편을 부추겨 던컨 왕을 살해한 레이디 맥베스가 이후 심각한 몽유 증세를 통해 자신의 죄의식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 공연에는 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서주희와 정동환이 주인공 레이디 맥베스와 궁정전의 역으로 다시 서며, 물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영란이 오브제 시종 역을, 작곡가이자 연주자 원일이 음악 시종, 댄스시어터 까두의 대표인 안무가이자 무용가 박호빈이 움직임 시종으로 분할 예정이다. 2010년 싱가폴 아트페스티벌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5월 29일과 30일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는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10회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5.10 / 조회 1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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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뒤통수 때리는 지적인 코미디란 이것!
비가 와도 절대 뛰지 않고 갈 지(之)자 걸음 하는 양반이 집에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개다리 춤을 추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황당하고 기가 막히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마당 쓸던 어린 돌쇠의 춤을 흘끗 보곤, 따라 해 보고 싶은 걸 겨우 참았던 것일 수 있지 않은가.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도 사람인지라 이해할 수 밖에. 이처럼 뒤돌아 폭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건 ‘믿었던 것’에서 맞는 유쾌한 뒤통수이다. 연극 이 특별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난이도를 더해가는 이런 솔직한 뒤통수 강타 덕분이다. 관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한다. 집단, 무작위, 잔악함을 동반하는 ‘대학살’을 전면에 내세우곤 무대 위에서는 고작 ‘두 쌍의 부부’가 고작 ‘10살 아들들의 싸움’ 때문에 옥신각신 한다. ‘고작’은 제 3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작은 막대기로 상대 아이를 때린 것은 ‘막대기로 중무장하여 가격한 것’이 되었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면 끝날 법한 일은 철저히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서 경위서를 주고 받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싸움도 뒤통수에 포함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양쪽 부모이지만,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 폭발하게 만드는 건, 그간 참거나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남편과 아내에 대한 불만이며, 아무런 결론 없이 소통과 작별을 고하고 마는 허탈한 그들 스스로의 모습이다. ‘한 다발에 50만원 밖에 안 하는’ 꽃으로 집을 장식한 생활용품점 사장, 남편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판에 아프리카 어느 곳의 유혈 분쟁에 핏대를 세우는 작가, 자기 아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으면서 제약회사의 과실을 감싸주기에 한시가 바쁜 변호사, 남편 대신 집안일이며 아이들 일에 총대를 매 왔지만 결국 중압감에 못이겨 남의 집 거실에 '오바이트'를 하고 마는 주부. 연극 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상황 변주 능력과 리드미컬한 대사 발휘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에서도 사소한 사건과 거창하지 않은 배경으로부터 인간 본성에 감춰진 이기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희곡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의 완급과 탄력이 느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큰 뒤통수는 바로 배우들이다. 대학로 대표 ‘진지파’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들이 치졸하고 유지하게, 결국 위엄 따윈 집어치워 버리는 부부로 나섰다. 참으로 오랜만에 코미디극을 통해 스스로 말하길 ‘잠재된 쌈마이’ 기질을 발휘 중인 서주희와 박지일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가 막힌 모습이다. 공연장은 작품에 비해 크기가 커 무대로의 집중을 떨어뜨린다. 수시로 전복되는 상황들을 내달리며 주고 받아야 할 때, 쉼 없는 대사와 입에 잘 붙지 않는 어휘들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 십분 발휘되지 못한 텍스트와 무대의 매력을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이 채워주고 있는 건 다행이다. 결코 지적이지 않은 이 주는 지적이고 통쾌한 웃음에 감염되어, 극장을 나서며 가려워 지는 내 뒤통수를 긁지 않는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4.14 / 조회 9,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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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뭐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난장판?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에 모인 배우들의 이구동성이다. 연극 의 작가 라스미나 레자의 신작인 이번 작품은 10살 아이들의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의 모습을 담은 코미디 극이다. 애들 싸움이 어떻게 어른 싸움으로 번져가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거침 없이 이어지는 ‘말 맛’으로 지난 해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및 올리비에상 최우수코미디상을 석권하며 해외에서 먼저 화제작으로 꼽혔다. 지난 6일 낮,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때린 아이’의 부모로 박지일과 서주희가, ‘맞은 아이’의 부모로 김세동과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오지혜가 나선 주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동안 진지한 작품에서 무게감을 더하던 대학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코믹 변신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피 토하고, 뇌가 터지는(웃음) 작업을 주로 하다 이번에 아주 경쾌하고 유쾌한 작업을 해서 주변에서 이렇게 귀여웠는지 몰랐다고 이야기 많이 한다”며 선물 같은 작품이란 서주희의 말에 박지일도 적극 동참했다., 등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 온 한태숙 역시 에 이은 두 번째 코미디 작품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과거 작업할 때는 거의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도 참 재밌었다”는 그는, “특히 박지일씨의 본 모습이 무엇이었나 의심할 정도로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다”며 배우에 대한 확신도 감추지 않았다. “아이 싸움으로 모였지만 결국 두 부부와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한태숙 연출은 “간단한 것 하나도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을 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제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극장 연극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며 “노련한 배우들을 비롯, 무대 장치, 의상 등 풍요로운 무대를 추구하는 것이 신시명품연극시리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극 공연장면 "생활용품을 팝니다, 계절을 안타는 사업이죠"(미셀_김세동)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변호사 알렝(박지일)"속이 울렁거려요, 토할 것 같아요~~~!""듣고 보니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우리 남편은 하루 종일 드라이기만 들고 있네요!""내 코코슈가 책!! 이 냄새를 어쩔거야~!"(베로니카_오지혜)"뭐가 이래!!"(아네트_서주희)"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4.08 / 조회 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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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두 부부의 과격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
지난 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연극 ‘아트’로 국내에 알려진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블랙 코미디로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 때문에 언쟁을 하게 되는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회 및 배우, 연출가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작품에 출연하는 네 명의 배우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를 비롯해 한태숙 연출과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자리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의 한태숙 연출은 “지금껏 공연을 올릴 때 마다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때는 잠을 푹 잘 수 있었고 웃고 즐기면서 작업을 했다”며 “두 부부의 싸움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화합이 되지 못해 결국 위기를 만든다. 처음은 부부간 소통 부재, 의식을 그리지만 극이 전개 될수록 중산층의 지식인,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를 다룬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공연에서 휴대폰을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 변호사 ‘알렝’을 연기 한 박지일 배우는 “그동안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 우울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내 인생의 선물 같은 작품이고 연습을 하면서도 행복했고 일상이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코미디지만 메시지가 담겨있어 작품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오지혜 배우는 “연극이 현대사회에 살면서 가장 미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극소수의 대중과 만나고 한 공연을 마치면, 다신 그 시간이 오지 않는데 왜 연극인들은 평생을 받쳐 연극을 하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배우들이 노력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석이 돋보이는 색다른 유쾌한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5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7 / 조회 8,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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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 두 부부의 살벌 현장
“중무장한 그 쪽 아들이 우리 아들의 안면을 정통으로 가격했습니다. 문제는 의도적인 가격이었다는 것이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신의 그 태도가 절 열 받게 만든다고요!” 일이 났다. 나도 크게 났다. 두 사내아이의 싸움에 부모들이 해결에 나섰건만, 초반의 기품 있고 점잖은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애들 싸움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대학살의 현장이 바로 이들 두 부부가 있는 이곳이다. ‘D-17’의 문구가 크게 붙어 있던 지난 주 금요일 연습실.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이 한창이다. 그간 다소 어두운 비극 작품에 주로 서 온 이들이 코미디극에서 만났다니, 제목에 이어 배우들의 조합에서 다시 고개가 갸우뚱 한다. "박지일씨나 서주희씨는 저와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저 사람들이 비극적인 작품보다 코미디를 하면, 갖고 있는 저 센스를 살리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들의 코믹 감각을 전 못 따라가요. 굉장히 대단해요.” 연출가 한태숙의 코미디 역시 새롭다. “대본을 전달 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엉뚱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는 한태숙은 “이 작품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다시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원래 하기로 했던 작품 안하고 이 작품 하겠다고 했다”며 웃는다. 연극 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은 11살 두 소년의 사소한 몸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양쪽 아이들의 부모들이 점잖게 문제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지만 점자 과격해져 유치한 설전과 몸싸움까지 불사하게 되는 ‘대학살’의 현장을 담은 코미디이다. “초반 20분까진 굉장히 점잖은데 뒤로 갈수록, 세상 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웃음) 무대가 난장이 되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쫀쫀하게 짜서 잘 끌어가면서, 어깨에 힘을 뺀 보편성이 담겨 있어요. 세상이야기, 위선의식, 부부간의 균열 등을 상당히 적절하게 짜 놓은 작품이죠. 말 맛도 대단해요.” 가해자 부모변호가 알렝, 박지일 + 자산관리사 아네트, 서주희 부부로는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박지일과 서주희는 “이번 작품은 선물과도 같다"며 입을 모은다.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역할을 할 때는 실제 일상도 영향을 받아서 평소에도 좀 우울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많죠. 코미디를 할 땐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워 지는 것 같아요. 그간 힘든 작품 많이 했는데 이번엔 재밌게 즐겨라, 하고 준 보너스 같아요.”(박지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유능하나 돈이 우선인 변호사와, 그런 남편을 두어 외롭지만 밖에서는 행복하고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아내가 이들의 몫이다. “정말 재수 없는 남편이죠. 경제적인 여건은 굉장히 풍요롭게 해 주지만, 자기 주장만 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고. 일을 위해서는 가정의 파괴도 상관 없다는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을 극대화 시킨 사람이 바로 알렝이에요.”(서주희) 살인사건이라 해도 권모술수나 뛰어난 언변을 통해 사건 자체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비열함을 갖고 있는 인물, 정의보단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며 서주희는 열을 식히지 않는다. “부인에 대한 외로움은 당연히 모르죠. 내가 이렇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부인은 그걸 잘 누리며 살고 있다고만 생각하거든요.”(박지일) 아이들 문제로 시작된 논쟁 속에서 부인 아네트는 평소 느꼈던, 이 상황과 관계 없는 여러 감정과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말끔하고 멀쩡한 복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두 사람은 “우리 속에 꿈틀대고 있었던 삼마이 기질을 기대해 달라”며 야릇한 웃음을 남긴다. 피해자 부모자수성가한 도매상 미셸, 김세동 + 역사에 조예가 깊은 작가, 베로니카 오지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오지혜와 최근 영화에서 더욱 활동이 활발했던 김세동 모두 반가운 얼굴이다.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은 아들을 위해 나선 이들 부부 역시, 엉뚱한 파국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탄 건 마찬가지다. “사실 미셸은 애들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애는 부모를 재앙으로 이끄는 존재다, 이렇게 까지 말하거든요. 그 부분 빼고 다른 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굉장히 학식이 있는 마누라에게 늘 좀 기가 죽어 있지만요. 그런 부부 생활의 불만을 이 기회에 토로하게 되요. 쌓인 게 폭발하는 거죠.” 김세동의 말에 오지혜는 “기우는 결혼이죠”라고 웃으며 맞받아친다. 돈은 못 벌지만 입은 충만하게 살아 있는 아내 역의 오지혜는 “남편을 가르치고 조정하려는, 남자들이 재수없어 하는 사람”이라고 베로니카를 설명한다. “헛똑똑이, 바로 그거에요. 원칙주의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세상 물정 모르는 헛똑똑이로 보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작품의 의도에요.” “둘의 싸움이 금기 해야 할 부분까지 서로 마구 건드리는, 정말 끝장내다시피 하는 데까지 가요. 나의 대변을 보는 듯한, 음식을 먹을 땐 맛있다고 먹지만, 나중엔 아주 더럽다고 여기는, 그것, 나의 그 더러운 부분을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인 것 같아요.”(김세동) 이들의 싸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육탄전 후에도 해결이 안 난단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어떻게 변해가는 세상 속 두 부부들의 모습인지, 무대에서 확인해 볼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연극 연습현장 시작은 품위 있게-이 상황이 따분한 변호사 알렝(박지일)과 그런 남편을 수습 중인 아네트(서주희)요목조목, 따지는 건 똑똑한 아내에게.(오지혜, 김세동)"그 사건에 관련된 기사가 경제 신문에 났더라고요"한시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알렝."그간 쌓였던게 얼마나 많다고! 더 이상은 못참아!!"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25 / 조회 10,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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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의 시간> 연극을 향한 치명적 사랑
극장과 도살장과 도서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곳이 한 자리에 섰다 무너진다.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에 사람과 시간은 부패하고 바스라진다. 무엇을 향한 경고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황석영과 함께 꼽은 이승우의 단편 ‘도살장의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 은 소설 속 ‘문학의 죽음’ 대신, ‘연극의 죽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연극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마음 속에 불타는 연극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인해 방황과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주인공 천편이 등장한다. 극장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도살장이 들어서고, 그 이후 도서관이 자리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 곳에 극장이 세워진다. 무대의 열정으로 몸부림 치는 천편의 모습이 아찔하다. 한태숙 연출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소설을 연극 무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성을 부여해야 했다”면서 “연극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연극이 힘을 잃고 사라져가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작품의 메시지에 개인적인 신념을 담아내는 모습이었다. 소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천편의 내면’ 역할 등이 추가되어 주인공의 잠재의식과 감정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 연극 은 오는 11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천편의 내면이 표출된다."공룡? 염소? 다 집어 치우라고!""오래 전 이곳이 어디었는지 아시나요?""머리를, 단 한번에, 단 한번에 쳐야 해""이봐요, 난 당신 같은 사람을 잘 알아""아저씨, 제가 하는 연극 보셨어요?""넌 지금 뭘 하려는 거야?""분명히 기억해, 그 언젠가 내게 와서 구두를..."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09.10.28 / 조회 14,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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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멕베스] 떨고 있는 그녀를 보라
검고 비틀어져 한 쪽이 기울어진 무대. 온통 어둠뿐인 이 공간이 내뿜는 숨은, 상상하지 못할 공명의 힘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레이디 멕베스](연출 한태숙)는 여전했다. 서슬 퍼런 권력의 암투 위에 선 이 여인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목적을 향해 돌진했지만 이제 자신의 손에 남은 핏내에 괴로워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1998년 초연 당시 ‘칼을 든 자, 멕베스’가 아닌, ‘칼을 들게 한 자, 레이디 멕베스’에 초점을 맞춘 것과 함께 강렬한 소리, 오브제의 활용 등으로 큰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이 2002년 공연 이후 ‘예술의 전당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초연의 충격과 6년 전의 감흥을 안고 다시 선 이번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연극이 창조해 낸 다양한 발화(發話) 기관이다. 상당량의 언어를 대신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오브제들의 향연은 날카롭고 감각적이다. 암흑의 무대 위에 시종이 거침없이 내리 긋고 휘돌아 펼치는 순백의 밀가루 길은 이 여인이 꿈꾸는 죄 짓기 전의 순결, 혹은 돌아가고 싶은 무결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은 그녀가 앉은 자리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빛이 없는 그림자만 가득한 현실과 대면한다. 흑백의 색체 대비를 뛰어 넘어 밀가루와 찰흙이 빚어내는 오브제의 향연이 압권이다. 공연 시작 후, 시종들이 맛있게 주고 받아 먹는 떡은 곧 사람의 분비물이며, 서로의 얼굴에 던져지며 으깨지는 이 진흙은 스스로를 겨누는 오물이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은 길어지고 또 길어져 뱀의 똬리처럼 레이디 멕베스의 온몸을 옥죄어 오기도 하고, 허공에 매달린 찰흙 정물은 죽음의 순간에 하얀 피의 파편들을 토해 내기도 한다. 하나의 제의(祭儀)와 같은 무대, 그리고 이 몸짓들에 실린 음악은 관객의 촉수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천진 난만한 아이의 웃음, 혹은 울음 소리일지도 모르는 낭랑한 구음(口音)은 섬뜩하며 대사와 동작 사이에 엄습하는 타악의 울림은 소름끼친다. 깨끗하고 빈 무대에서 탄생하는 상징과 표현들은 그 무엇보다 꽉 찬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득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미묘한 심리를 말해준다. 하얀 피부가 돋보이며 성적 매력이 넘치는 건강한 여자 레이디 멕베스(서주희 분)와 최면과 몽유를 통해 그녀를 죄의식에 맞닿게 하는 전의(정동환 분)의 어울림은 격정적이면서 장엄하기까지 하다. 기존 객석의 반을 포기하고 무대 위로 올린 좌석 배치는 작지만 강하게 무대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 전체적인 조도가 낮은 공간에서 바닥을 내리꽂는 스포트라이트는 어느새 객석의 양심을 건드리고 80분의 공연에서 우리는 ‘죄 있는 레이디 멕베스’ 일지라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무거운 가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욕망의 실현과 그 결과에 웃고 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다. 야망의 단맛 뒤에 온몸으로 찾아오는 혹독한 죄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행동의 이유를 타인에게 물을 까닭이 없기에 레이디 멕베스를 관객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연극적 표현의 한계를 묻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우리는 [레이디 멕베스]라는 현명한 답안을 내 놓을 수는 있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2008.03.25 / 조회 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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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연출가 한태숙 “관객을 충동질하고 싶었다”
인간의 음습하고 강렬한 내면을 예리하게 표현해 내며 국내에서 대표적인 연출가로 꼽히는 한태숙. 그가 올해 [이아고와 오셀로]에 이어 [강철]로 관객을 찾아왔다. 여전히 깊숙이 내면을 찌르는 메시지와 여운이 살아 숨쉬어 정통연극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고 있다. 원래 ‘작품 자랑만 할 거 같아서’ 인터뷰는 잘 응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번 연극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해석을 조금이나마 무대 밖에서 내보였다. 그에게선 연출가로서의 고집과 완벽주의가 흘러 나왔다. 제목이 독특하다. ‘강철’은 무슨 뜻인가. 강철은 감옥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연극의 원제는 [Iron]이다. 사실 그대로 직역하자면 ‘무쇠’라고 해야 하지만 무쇠는 강하고 부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강철은 탄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강철로 택했다. 좀 더 면밀히 말하면 강철과 무쇠를 합친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연극은 인물이 만들어 내는 긴장이 크긴 하지만 서릿발처럼 바짝 서기만 한 것도 아니고, 감성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강철]은 국내 초연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봤다. 직접 본 건 아니고 번역만을 봤을 뿐이지만 상당히 끌렸다. 우리나라에도 모녀 드라마가 굉장히 많지만 대부분 멜로드라마가 주종을 이루지 않나. 결국은 서로 용서하고, 결말이 안 날 것 같은 싸움에도 화해하고, 그것을 눈물로 감싸는 연극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았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엄마를 딸이 찾아오자 관객은 기대한다. 저 여자, 사실은 그럴 여자가 아닐 것이라는, 그래서 딸이 그것을 풀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게 이 작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 작품을 사회적인 작품이라고까지 했다. 사회 정치적인 부분이 연극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기존의 모성이 아닌 새로운 신종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우리가 떠올리는 모정이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이 작품 안에도 모정이 있다. 따뜻한 모녀간의 정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무한한 모정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울고 불고 용서하고, 이런 엄마가 아니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근본적인 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강철]는 아가멤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을 떠오르게도 하고 다른 그리스 신화를 떠오르게도 한다. 앞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룰 때는 이런 시각이 더해져야지 지금의 관객들이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배우 네 분이 모두 나랑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다. 딸 역으로 나오는 서은경씨는 정말 저 친구가 연습 중에 목을 조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였다. 윤소정씨는 연습 중에 이 친구가 무섭다고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배우에게 불을 지르는 게 대단하다. 여자 교도관으로 나오는 서이숙씨는 [고양이 늪]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다. 이분은 이 작품을 위해서 20년 동안 길러오던 머리를 짧게 잘라 이미지 변신을 했다. 남자교도관인 손진환씨는 우리가 몰랐던 교도관의 세계와 교도관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윤소정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웃음). 윤소정씨는…사실 나는 이 작품을 윤소정씨와 하려고 2년을 기다렸다. 윤소정이란 배우는 정형화되지 않은 배우다. 배우는 나이가 들면 안정이 되고, 자기 틀을 갖는다. 그것은 색깔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윤소정씨는 이 틀이란 굴레가 없다. [강철]에서 엄마란 인물은 참 불량하다. 17살 먹은 애, 80살 먹은 음흉한 노인, 아니면 반 미치광이, 혹은 성적 매력이 가득한 사람을 오가는, 꿈틀 꿈틀한 요소가 살아있는 캐릭터다. 윤소정이라는 배우는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15년을 감옥에 갇힌 자폐적인 인물을, 살아 숨쉬듯 표현한다. 배우 본인도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집중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배우 윤소정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연출 스타일은 어떻다고 보는가. 배우들을 많이 의심하는 편이다. 잘하고 있는데도. 배우들이 그런다. 나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매너 있게 말하지만 사실 굉장히 마음을 후벼파서, 그 날 설사를 하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거나 가슴을 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니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힘들게 하니까(웃음). 아마 연습량도 다른 작품의 3배 정도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나는 효과적으로 연습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연출자처럼 강행군을 하곤 한다. 완벽주의인가. 완벽을 지향하지만 작품이 완벽하진 않다. 관객을 충동질하고, 관람 후 망치를 얻어 맞은 것과 같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강철]은 특별한 오브제를 쓰거나 탐미적인 방법을 쓰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연극을 만들었다. 내가 이런 연극을 참 보고 싶었다. 조용히 이야기 하는데 파장이 긴 연극 말이다. 강철은 묵직하지만 어둡고 침침한 작품은 아니다. 아주 날렵하고 획이 잘 그어진 연극이다. [강철]은 어떤 관객에게 권하고 싶나. 이 작품은 어둡고 깊은 맛이 있지만, 그만큼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맛도 있다. 이러한 점과 배우 윤소정을 보기 위해 주부팬들이 많이 찾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들과 딸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과연 딸로서, 아들로서, 나라면 어떨까, 내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반성 같은, 그런 취지가 아닌 본질적인 생각으로. 항상 무게 있는 작품만 맡고 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그렇지 않아도 다음 작품은 난생처음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 그런데 불안하다. 사람자체가 유머도 없고, 어둡지 않나(웃음).
2007.01.02 / 조회 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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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늪 > 헤스터의 서이숙
헤스터의 색깔을 물들인
백지장 서이숙
의 서이숙을 이야기 하기 전에 에 대해 잠시 상식적인 내용에서 짚고 넘어가 보자. 은 희곡의 혁명을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극작가로 활동중인 마리나 카의 대표작이다. 아일랜드 서사시의 분명함과 순수함을 결합시키는 현대적인 희랍비극이다. 이야기를 잠깐 훔쳐 보면 아일랜드 한 농가의 습지에서 시작한다. 떠돌이 헤스터 스웨인은 어린 시절 자기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잊지 못해 고향인 습지를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다. 10여 년 전 10살 연하의 애인, 카사지를 만나 딸 조시를 낳고, 빈농이던 그의 경제적 성공을 돕지만 세월에 흘러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된 그는 그녀를 버리고 이웃 부농의 어린 딸과 결혼을 하겠다며 헤스터에게 떠나달라고 요구한다. 어머니에 이어 남편에게 또 다시 버림을 받게 된 헤스터는 절망과 상심으로 무너져 간다. 남편 카싸지는 결혼식 전에 마을을 떠나라 최후통첩을 하고, 어린 딸마저 빼앗기게 된 헤스터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된다.
"이 작품에 왜 저를 선택했을까? 하고 많이 생각했어요. '헤스터'라는 인물은 모든 배우들이 탐을 내는 배역이고 탐을 내는 배우들이 많거든요. 저에게 주어진 이상 제가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을 겸비해서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절묘하게 절충되고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는 어떤 다른 에너지를 꺼내 놓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은 여자배우라면 한 번쯤 선망의 대상이 될 만큼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헤스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이유는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만이 아닌 자신 안에 있는 미묘한 에너지까지 꺼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배역을 맡은 것보다 배가 더 힘들다. '헤스터'라는 인물은 캐릭터로 보통내기의 인물은 아니다. 떠돌이에 즉흥적이고, 원시적이고, 자아도 강하다.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헤스터'는 여러 종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한 사람 안에 다중적인 인물들을 그려내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본성의 헤스터라는 인물에서 다중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근본은 헤스터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더군다나 무대도 적은 무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연기력으로 1시간 30분 동안 큰 무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헤스터라는 인물이 보통 인물은 아니에요. 아일랜드에서의 '떠돌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잖아요. 정서도 틀리고. 그래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여러가지 이유와 해석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다변하는 성격이거든요. 집착하고 광기있고, 여성적인 면도 드러내고,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절충해서 각 장마다 두드러지고 강조되는 부분을 밀착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배우가 이 작품을 해내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고 또 작품인 것 같아요. 1시간 30분 내에 다양한 상황에 헤스터의 상황을 표현해 내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숙제이죠.”
연출과 배우는 서로에 대한 역할에 충실히 집요하게 장점을 끌어내고 있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서이숙을 연출 한태숙은 디테일한 작업에 들어가 서이숙의 다른 정서나 에너지를 끌어내고 있다. 은 긴장을 늦추고 갈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가 그만큼 밀도 깊게 가져가야 한다. 그것은 연출이 가져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기에 배우가 무대 위에서 긴장감과 밀도를 조절하면서 가야 하는 부분이다. 연출은 단지 그 기를 실어 주는 작업을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 전달해 줄 뿐이다.
"연출 선생님이 경계선을 잡아 주세요. 남성성, 중성성, 원시성, 여성성 등을 잡아 주시는 거죠. 한 쪽만 부각시키게 되면 다른 쪽은 다 죽게 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면서도 극 속에 헤스터는 즉흥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 계획이라는 것이 없다. 이런 환경과 저런 환경에 쉽게 길들여지는 그런 여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여자에게 화두는 엄마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이 큰 화두인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헤스터가 말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모를 것 같아요. 자기가 말하면서도 진심이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엄마에 대해 버림받았다는 불안감이 집착으로 엄마의 끈을 놓지 못하는 헤스터의 세계를 이해할지 모르겠어요.”
서이숙은 자아를 논할 정도로 헤스터에 대해 분석이 되어 있다. 본능적인 욕구라던가 자기의 근본에 대한 원시성까지도. 여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자기가 죽임을 당한다고 해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투쟁을 하는 헤스터를 머리 속에서 가슴 속에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늪이라는 것이 습지잖아요. 빨아들이는 것. 운명에 대해서 타고난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데 무엇인가 나를 끌어 들이는 곳. 그것이 고양이늪이죠."
서이숙은 고양이 늪을 우리식으로 풀고 있다. 헤스터의 떠돌이, 집착, 남성성, 여성성 그리고 중성성. 한 인간이 지고가는 업보라고 생각한단다. '한'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헤스터라는 인물을 서이숙은 잘 그려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느낌이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문화혜택을 받지 못하던 그녀가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극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연극을 본 서이숙은 실업팀에 코치로 들어갔다가 모든걸 그만 두고 극단 단원모집 원서를 내고 오디션을 본 후 그녀는 극단으로 입단하게 된다. 화술이 좋다는 평을 받으면서 그녀는 3년 동안 극단에서 공연을 하며 전국연극제에서 수상도 하게 된다. 3년이 지나고 극단을 떠나와 서울로 무조건 상경하여 극단 미추로 들어 간다. 3개월 연수를 받으면서 훈련을 받고 미추에서 작품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외부작품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중앙대학교에 만학도가 되었고,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하여 2003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과 200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였다. 서이숙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한 작품 중 주목받는 작품은 에서 대범한 아내 허옥란 역으로 주목 받았고, 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대장 사마루 역, 에서 최승희의 마지막을 지키는 신비의 여인 역을 통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감탄해요. '이렇게 완벽한 작품이 있을 수가 있나', '이 배역은 나랑 정말 맞아.'하면서 작품마다 푹 빠지는 것 같아요. 건방지다 할지 모르겠는데 작품하고 연애하는 것 같아요. 연애하면 즐겁잖아요.”
작업을 할 때 어려운 점도 많다. 그러나 그녀는 연애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서이숙은 배우로서 백지장 같은 인물이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색깔의 물을 들인다 그리고 다시 백지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물을 들이는 배우이다. 그녀의 매력은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은 역에서부터 큰 역을 맡을 때의 그녀의 마음 가짐은 언제나 한결 같다.
"모든 관객이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대에 서요. 원칙적인 것과 배우로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서 뿌리가 굳건해지면 배우의 길이 험난하다고 해도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녀가 배우로서 생각하는 것을 함축하여 말하고 있다. 자기 것만 표현하기 위해 자기만 앞서가는 작품은 언제나 망가진다. 모든 배우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끝까지 뭉쳐서 한 마음으로, 극에 대한 자세의 일치점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과의 만남에서도 그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 낼 수 있는 것이고 관객들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로 힘이 된다면 좋은 작품, 좋은 배우가 나온다는 생각을 서이숙은 가지고 있다.
“삶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다면 이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연극 잘하면서 살고 싶죠. 즐기면서 살고 싶고요.” 서이숙은 참 단순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의 단순함에 깊이가 있다. 그의 한도 끝도 없는 연기의 세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녀도 그 깊이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녀 안에 잠재하고 있는 것이 아직 안에 많이 남아 있어 그 열정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한다. 색다른 연극에 여자 작가, 연출, 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무대미학과 사람의 심리를 조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이숙은 에서 백지장에 어떤 색깔을 물들이고 무대 위에 서는지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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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이대훈 (wonderfuliee@naver.com)
2005.11.04 / 조회 1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