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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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지 않는 가족, 슬프고 아픈 '손님들'
프로젝트 내친김에 연극 '손님들'
국립극단 기획초청작으로 다시 무대에
존속살해 소재로 한국사회 풀어내
소년 역 배우 김하람 열연 눈부셔프로젝트 내친김에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녀왔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소년이 해맑은 목소리로 외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아들을 본체만체 한다. 부모의 눈빛은 퀭하고 몸에서는 냄새가 난다. 아들의 표정은 티 없이 밝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가족. 이들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은 기괴하면서도 슬픈 가족의 이야기다. 얼굴에 갖가지 분장을 한 엉뚱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과장되게 연기하지만 그 모습이 낯설기는커녕 안타깝게 느껴진다. 작품 분위기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소통이 부재한 한국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소년은 자신의 부모가 소통만 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소년의 부모는 각자 다른 욕망을 갖고 있는, 처음부터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존재였다. 군인으로 성공을 꿈꿨던 권위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통해 영부인이 되길 바랐던 어머니. 이들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그대로 투영하며 소년을 구박하고 학대한다.소년은 제목처럼 ‘손님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부모가 손님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소통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버려진 길고양이 ‘3단지’, 초등학교 화단의 더렵혀진 동상 ‘오뎅’, 아파트 뒷산 허물어진 무덤가에 사는 ‘동수아저씨’ 등 손님들은 모두 다 버림받고 낡은 존재들이다. 소년의 부모는 아들을 대하듯 손님들도 무시할 뿐이다.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작품이 한국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음을 알기란 어렵지 않다. 부모는 고도성장을 겪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은 기성세대이고 아들은 그런 기성세대 밑에서 고통 받는 젊은 세대임을 작품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손님들은 성장이라는 가치 아래 희생 당하고 사라져간 것을 보여준다.기괴하고 엉뚱한 작품은 중반부에 잠시 분위기가 밝아진다. 소년과 또래인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소년은 맹랑한 소녀 앞에서 수줍게 사랑을 고백한다. 집에서는 부모의 학대를 받고 있지만 밖에서는 또래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은 이 작품의 보편성을 보여준다.그래서 작품 후반부 소년의 선택은 더욱 충격적이다. 알려졌듯 ‘손님들’은 존속살해를 소재로 한다. 그러나 작품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가족을 통해 소년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차라리 당신들이 손님이었다면 보내버리면 될텐데”라는 소년의 대사는 극장 밖을 나설 때까지 관객 마음을 아프게 한다.‘칼집 속에 아버지’ ‘처의 감각’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고연옥과 젊은 연출가 김정이 함께 한 이 작품은 지난해 연극계 각종 상을 휩쓸었다. 올해 국립극단 기획초청 공연으로 1년 만에 재공연에 올랐다. 존속살해라는 무거운 소재를 재기발랄한 연출 속에 공감 가는 이야기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작품의 일등공신은 소년을 연기하는 배우 김하람이다. 희로애락이 뒤섞인 소년의 감정을 날것처럼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쥐었다 놨다 한다. 김정 연출은 ‘연출의 글’을 통해 “‘행복이란 그토록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서글픈 생각도 들지만 부서진 이들의 소박하고 작은 미소를 보며 진실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7월 15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프로젝트 내친김에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프로젝트 내친김에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프로젝트 내친김에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7.03 / 조회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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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 터진 '손님들' 1년 만에 다시 만난다
고연옥 작·김정 연출…연극계 각종 상 석권
국립극단 기획초청 26일 소극장 판 개막
김하람·임영준·이진경 등 배우들 다시 호흡연극 ‘손님들’의 2017년 공연 장면(사진=박태준, 프로젝트 내친김에).[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해 연극계 각종 상을 석권한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6월 26일~7월 15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이 국립극단 기획초청 공연으로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극작가 고연옥의 희곡을 연출가 김정이 연출한 ‘손님들’은 지난해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7 공연 베스트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며 화제가 됐다. 차범석희곡상, 동아연극상, 이데일리 문화대상 등을 석권하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작품은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부모를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력감과 분노로 가득한 ‘부모’와 그 슬하에서 학대받는 아이 ‘소년’을 통해 바라본 불행한 가족의 초상으로 우리 사회의 상처를 묵직하지만 날카롭게 담아낸다.실제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하지만 지탄받아 마땅한 주인공의 행동을 심판하는 대신 소년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외로움에 집중한다. 자신의 인격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가족’이 악연의 굴레가 돼버리는 상황을 통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조명한다.‘처의 감각’ ‘칼집 속의 아버지’ 등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극작가 고연옥의 희곡과 젊은 연출가 김정의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시선의 만남이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손님들’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소년 역 김하람을 비롯해 미성숙한 부모 역의 임영준·이진경 등 기존 배우가 다수 출연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원. 국립극단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6.14 / 조회 2,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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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공동창작…연극 '2017 애국가' 목소리 담았다
제 38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즉각반응 스태프와 배우 공동참여
인터뷰·리서치기반 다큐멘터리극
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개막연극 ‘2017 애국가’ 포스터(사진=즉각반응).[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의 신작 ‘2017애국가-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이하 2017애국가)이 제 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참여한다.‘2017 애국가’는 2017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모아 만드는 인터뷰 기반의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배우와 스태프가 인터뷰어 혹은 인터뷰이가 되어 자신이 속한 가장 작은 공동체부터 가장 큰 공동체 사람들에게 애국가가 무엇인지, 또 국가란 무엇인지, 도시 혹은 자신이 무엇인지, 리서치 한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총 21명의 스태프와 배우가 공동 창작에 참여했다.즉각반응의 하수민이 연출했으며 배우 이영조, 강애심, 이수미, 이주영, 서동갑, 박성연, 곽지숙, 임영준, 이진경, 임동욱, 김아영 등이 출연한다.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석 3만원이며 티켓링크, 인터파크, 대학로 티켓닷컴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한편 제38회 서울연극제는 오는 26일부터 5월28일까지 대학로를 비롯한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함께 진행했던 ‘미래야솟아라’(10월 서울미래연극제로 예정) 등을 분리시키고 ‘공식선정작’만을 선보이는 축제로 개편했다. 070-8719-0737.▶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4.12 / 조회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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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세계 3대 비극의 현대적 무대
국립극단이 연극 ‘메디아’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연극 ‘메디아’는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그리스 고전이다. 연극 ‘메디아’는 작가 에우리피데스의의 작품으로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린다. 작품은 주인공 메디아가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과 욕망이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이 고전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며 현대성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고 밝히며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메디아 역은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여배우들에게 도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고립되고 절망적인 심경의 여자를 과감하게 그릴 예정이다. 배우 남명렬은 메디아의 조력자격인 아이게우스 역을 맡았다. 배우 박완규는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으로 분하고, 손상규는 참혹한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 역을 열연한다. 배우 하동준은 이아손 역을 맡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메디아를 배신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무대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진태옥이 처음 연극 의상에 입문한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와 조명 디자이너 김창기는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메디아’는 믿었던 사랑에는 배신당하고 이방인으로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메디아가 복수심에 가득 차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국립극단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15 / 조회 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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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혜영 "연기 거저 했더라, 메디아 일생일대 도전"
1년만에 국립극단 제작 '메디아'로 복귀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재해석
“낯선 신화 속 메디아 아니야”
패션계 진태옥 무대의상 첫 도전배우 이혜영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연극 ‘메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신화 속 메디아가 동시대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천만의 말씀. 전혀 낯설지 않아요. 정말 재미있고요. 낯선 신화 속 ‘메디아’가 아닙니다.” 배우 이혜영(54)이 ‘갈매기’ 이후 1년 만에 국립극단 제작 연극 ‘메디아’로 돌아온다. 오는 24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에서 타이틀롤을 맡는다. 2012년 ‘헤다 가블러’, 2016년 ‘갈매기’를 통해 연극배우로서 각인시킨 이혜영은 이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버린 한 여자의 절망적 심경을 풀어낼 방침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다. 13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혜영은 “인간이 살면서 누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면 배우로서 ‘메디아’란 역할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여자, 엄마, 인간, 배우로서 내 인생자체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다. 기쁘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뒀다.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주인공 ‘메디아’가 공주로서 살아온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 속 결국 파국을 맞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이혜영은 “무엇보다 연기를 이렇게 세련되게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본 것은 처음”이라며 연출을 맡은 헝가리의 배우 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대해 극찬했다. “알폴디는 놀라운 연기자이다. 그에게 한수 배웠다. 그동안 연기를 거저 해왔더라. 메디아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연기) 좋아질 것 같다.”복귀작으로 ‘메디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화로만 알고 있던 메디아 대본을 받고 도대체 이 끔직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작업하면서 그녀가 너무 이해되더라. 하나도 이해 안 되는 게 없었다. 사랑, 고통, 복수, 그녀의 모든 것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관객은 굉장히 열광하거나, 좋아할 것”이라고 웃었다.알폴디도 “이혜영은 머리를 잘 쓰는 배우다. 그에게서 용기를 얻는다”며 “메디아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면서 동시에 욕망과 열정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모우 안에 존재한다. 연출도 배우도 모두 아주 솔직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패션 1세대 진태옥이 이번 연극을 통해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한다. 진태옥은 “사실 작업참여를 결단하기까지 어려웠는데 연출이 멋있더라”며 농을 던지며 “이혜영 배우에 대해서도 항상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극, 사랑도 있고 다방면을 가진 좋아하는 캐릭터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태옥은 “런웨이나 연극과 동일한 부분이 있더라. 컬렉션할 때는 나를 표현하지만 연극에선 배우와 연출, 작품의 성격을 배치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많다. 메디아성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디아의 여성적인 부분은 검정 벨벳, 실크 망토로 표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미지는 붉은색 저지로 표현해 캐릭터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했다.이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디아’에서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하는 패션계 1세대 진태옥 의상 디자이너(왼쪽부터)와 연출을 맡은 로버트 알폴디를 비롯해 메디아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2.13 / 조회 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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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소문난 콤비…쿵짝 맞으니 반짝 빛나네
단짝이 만들어낸 '운명의 무대'
고연옥 극작가·김광보 연출
16년간 연극 19편 작업
노우성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서울의 달' 등 뮤지컬 잇단 호흡
배우 김정환·김정호, 외모도 비슷
'실수연발'서 환상 궁합 자랑배우 김정호(위)·김정환 콤비가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셰익스피어 초기 희극 ‘실수연발’에서 찰떡호흡을 선보이고 있다. 평소에도 이름은 물론 생김새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을 종종 듣는데 김정환 배우는 김정호 배우와 더욱 쌍둥이처럼 보이기 위해 실제로 앞 머리카락을 밀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구봉서·배삼룡, 태진아·송대관, 최불암·김혜자, 강석·김혜영 등. 방송연예계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환상의 콤비’가 있다. 훅을 날리면 잽싸게 잽으로 받아치는 찰떡호흡으로 안방을 주름잡는 복식조로 유명하다. 공연계에도 ‘너는 내 운명’ 같은 파트너가 존재한다. 때론 지지와 격려를, 때론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에 두고 적당히 친밀감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도 꾸준한 관계의 비결이다. 일 궁합이 잘 맞다 보니 작품결과도 좋은 편이다. 날이 서도록 서로를 갈아준 숫돌우정으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쓰고 있는 공연계 단짝들을 묶었다. △쓰고 연출하고…환상 복식조 많네“첫인상은 딱딱한 운동권 여대생?(웃음) 자신에 대한 확신과 소신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여지없이 희곡 속에서도 보이더라”(김광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지금도 여전히 편하지 않다. 하하하”(고연옥). 16년지기 고연옥 극작가(왼쪽)와 김광보 연출극작가 고연옥(45)과 연출가 김광보(52·서울시극단 단장)는 16년지기다. 연극인생 절반 이상을 함께한 셈이다. 2001년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지금까지 무려 19편을 같이 제작하고 있다. ‘웃어라 무덤아’(2003), ‘발자국 안에서’(2007), ‘주인이 오셨다’(2011), ‘나는 형제다’(2015) 등 사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문제작으로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로 “연극을 바라보는 관점과 소신, 방법 등이 서로 잘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작가는 “김광보 연출의 매력은 일단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다는 거다. 연출이 가져야 할 미덕인데 많은 연출가는 그렇지 못하다. 대본을 받으면 맨얼굴로 직접 부딪치고 싸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건성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텍스트에도 충실해 작가에게도 좋은 연출가다. 그와의 작업은 좋은 기회다. 동료나 선후배에게 종종 소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출은 고 작가에 대해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 작품적으로는 일관되게 사회문제를 담고 있고, 또 그것을 만들어낸 여건을 이야기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계속 작업하고 싶다”며 “겉으로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까다롭지만 잔정이 많다. 외유내강”이라고 웃었다. 신흥 복식조로 떠오른 김은성 작가(왼쪽)와 부새롬 연출두 사람은 내년 3월 서울시극단이 정기공연으로 준비하는 헨릭 입센의 고전극 ‘왕위 주장자들’로 다시 만난다. 고 작가가 각색을, 김 단장이 연출을 맡았다. 자주 봐왔지만 면전에서 못했던 말도 남겼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 믿는다”(고연옥). “분명 장점인데 본의 아니게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말하기 아슬아슬한데 거두절미하게(웃음),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작업했으면 좋겠다”(김광보).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콤비’로는 지이선(38) 작가와 김태형(39) 연출이 있다. 연극 ‘모범생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카포네 트릴로지’와 뮤지컬 ‘로기수’ 등 많은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로 큰 호평을 얻은 김은성(39) 작가와 부새롬(40) 연출의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1년 창단한 젊은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공동대표인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다닐 때 만났고 술을 마시다가 친해졌단다. 부 연출은 “아 이런 작가가 있구나. 나랑 생각이 정말 비슷하다”란 생각을 했단다. 연극 ‘앞집 아이’ ‘순우삼촌’ ‘목란언니’ 등을 함께 작업했고 창단 5주년을 맞아 갑자기 맞닥뜨린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끄집어낸 ‘연변엄마’를 오는 1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아름다운극장에서 선보인다.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음악적 취향 저격…한 해동안 세 작품 노우성(43) 연출과 김성수(47) 음악감독은 최근 콤비 타이틀을 꿰찬 케이스다. 1년 새 무려 세 작품을 연달아 작업하면서다. 올 5월 개막한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으로 일명 서태지 뮤지컬로 불리는 ‘페스트’에 이어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뮤지컬단 제작 창작뮤지컬 ‘서울의 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공연이 급작스럽게 무산된 뮤지컬 ‘록키’까지 포함하면 4편을 함께한 셈이다. 두 사람은 “효율적으로 작업했다”고 입을 모았다. 노 연출은 “김 감독의 첫인상은 차갑고 날카로웠는데 일하는 데 장점이 많았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던진 코멘트를 정확하게 작품에 녹여내더라. 보통 10번 하는 작업을 2번 만에 끝내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노 연출은 재촉이 없다. 대부분 연출이 빨리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라는데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존중해주는 연출”이라며 “막상 연출할 때 본인이 힘들 텐데 그런 점에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타고난 광대…배우 커플도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실수연발’에는 김정호(45)·김정환(43) 두 배우가 남다른 케미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이름까지 비슷해 친형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인 고선웅 연출(왼쪽)과 배우 이명행두 사람은 2015년 17.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극단 시즌계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연극 ‘로베르코 쥬코’ ‘토막’ ‘시련’ ‘이영녀’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함께 무대에 섰다. 그중 ‘실수연발’은 두 사람의 궁합을 제대로 보여주는 무대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안티포러스 형제와 그들의 쌍둥이 하인 드로미오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엉뚱한 상황과 오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들은 쌍둥이 하인을 연기한다.각자 작업에 충실하다가 오랜만에 연극 ‘탈출_날숨의 시간’(9~25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으로 다시 뭉친 고선웅(48) 연출과 배우 이명행(40)은 유명한 남남커플. 2005년 고 연출이 창단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1기 단원으로 활동한 이명행은 연기파배우로 떠올랐다. 2011년 초연한 연극 ‘푸르른 날에’의 인기에 힘입어 TV와 연극무대서 종횡무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배우 최정원과 아이비는 여여커플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 ‘유린타운’ 등 최정원은 아이비가 출연한 작품에 거의 함께 출연해왔다. 최정원(47)은 아이비(34)에 대해 “정말 잘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좋은 배우를 만나면 시너지가 난다”며 “남경주·최정원 콤비 시대는 갔고 최정원·아이비 콤비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극 ‘실수연발’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2.08 / 조회 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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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지금' 묻는 연극 3편…현재 마주하다
'산허구리'…1930년대 어촌 배경
처절한 생존기로 사회모순 그려
'김정욱들'…쌍용차 해고자 고백
인터뷰기사 토대로 재구성해
'함익'…한국배경 21세기판 '햄릿'
복수보다 현대인 어긋난 내면 초점김영란법·헬조선·흙수저금수저·검열·폭력, 부패·비리·불신·갈등. 한국사회의 아픈 이면을 명징하게 포착한 연극 세 편을 모았다. 셰익스피어 원전의 행간을 파고든 ‘함익’(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1930년대 어촌마을의 비극을 들춰낸 ‘산허구리’, 70m 굴뚝 위 89일간의 사투를 그린 ‘김정욱들’(사진=세종문화회관·국립극단·차이무).[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누나야. 왜 우리는 밤낮 울고불고 살아야 한다든? 왜 그런지를 난 생각해볼 테야. 긴긴밤 개에서 조개 잡으며, 긴긴낮 신작로 오가는 길에 생각해볼 테야”(‘산허구리’). “8시간의 긴 인터뷰 뒤 미안하다는 그의 말뜻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의 미안하단 말은 ‘함께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김정욱들이 우리에게 말합니다. 미안합니다(함께삽시다)라고”(‘김정욱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문제도 아니야. 살아 있는 것으로 살 것인가 죽어 있는 것으로 살 것인가 그게 진짜 문제야”(‘함익’). 되풀이되는 현대사의 비극을 통해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낸 연극 세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랐다. 1930년대 어촌의 비극을 다룬 연극 ‘산허구리’(고선웅 연출)와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대본을 쓴 극단 차이무의 신작 ‘김정욱들’(민복기 연출), 햄릿을 재창작해 현대인의 내면을 파고든 ‘함익’(김광보 연출)이다. 세 작품 모두 보통 사람의 상처로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굵직한 문제의식을 엮어내 올해의 수작이라 할 만하다. ‘산허구리’의 고선웅 연출은 “극 중 셋째아들 석이가 어린 자아지만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다’고 한 깨달음 같은 게 좋아 연출을 맡았다”며 “다만 생각을 넘는 어떤 구체적인 실천이 없더라. 과연 그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싶더라. 물질로는 풍요롭지만 내면의 결핍을 가진 오늘날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고선웅표 첫 사실주의극 현실 관통하다…‘산허구리’고선웅 연출.1930년대 어촌의 생활상과 비극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각색의 귀재’로 통하는 고선웅(48) 연출이 프로 무대 처음으로 사실주의 연극에 도전한 ‘산허구리’(10월 3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다. 그동안 공연한 적이 없던 작품을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살려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근대 천재 희곡작가들이 남긴 연극유산이 많은데 너무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다”며 “산허구리는 극적 상황의 전개나 대사, 성격창조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산허구리’는 1930~1940년대 한국 연극계에 큰 족적을 남긴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초기작. 함 작가가 21살이 되던 1936년 ‘조선문학’을 통해 발표했지만 월북작가란 한계 때문에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삶의 터전이자 처절한 생존공간이던 서해안 어촌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모순을 그린 작품은 원작에 살을 붙여 추가한 장면(실성한 어머니와 둘째 아들 복조의 재회)에 방점을 찍었다. 김 감독은 고 연출을 감성연출가라고 부르며 “40년 넘게 연극을 해왔지만 연출가가 꺼억꺼억 우는 건 처음 봤다.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려는 세계에 대한 철저한 믿음, 인물이 겪는 고통을 실제처럼 느끼는 마음이 고선웅 연극의 힘”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꺼내놓은 연출력 덕에 작품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지금의 이야기이자 내 주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읽힌다. 1930년대 어촌을 재현한 무대가 백미. 한 가정에 닥친 비극을 손질하지 않은 초가로 형상화했다. ◇쌍용차 해고자의 고백…‘김정욱들’연극 ‘김정욱들’의 한 장면.70m 굴뚝 위 89일.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김정욱들’(10월 23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은 ‘미안하다’ ‘함께 살자’를 쉼없이 되뇌게 하는 극이다. 2014년 12월 13일 김정욱·이창근 씨는 ‘쌍용차 해고 희생자 26명의 명예회복과 18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공장 내 굴뚝 위에 올랐다. 김씨는 89일 만인 2015년 3월 11일, 이씨는 101일 만인 3월 23일 굴뚝에서 내려왔다. 작품은 사회의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김정욱들의 이야기다. 김씨와 이재훈 한겨레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기초로 민복기 극단 차이무 대표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우리가 몰랐던 쌍용차 해고자의 상처, 6년간의 농성이야기가 갈무리 없이 펼쳐진다. 실제 경험한 것처럼 담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차이무식 연기가 힘을 더한다. 배우 오용·송재룡·이중옥·공상아 등 8명이 ‘김정욱은 평범한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빠, 그저 보통사람이었다며 누구나 김정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민복기 연출은 “주변인으로서 지켜보는 미안한 마음이 작품으로 나온 것 같다”며 “우리 모두가 김정욱들이란 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잘 헤쳐나가고 있는 배우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복수 대신 개인의 심리 좇다…‘함익’ 연극 ‘함익’의 한 장면.고전의 가치는 역시 새로운 해석에서 온다. 과연 ‘지금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자 답이다. 서울시극단의 ‘함익’(10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은 400년 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21세기 대한민국으로 가져와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주인공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아버지와 새엄마가 친엄마를 살해했다고 믿는 연극영화과 교수 함익이 학생들과 ‘햄릿’을 만들며 겪는 심리를 좇는다. ‘함익’이 포착한 것은 복수보다는 개인의 내면. 재벌가·낙하산 교수 등 치열한 탐문이 극작가 김은성의 시대를 꼬집는 차진 대사와 맞물리며 현대인의 어긋난 내면을 근사하면서도 고독하게 묘사한다. 배우들의 호연도 빛난다. 함익 역의 최나라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다루며 시대의 자화상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함진 역의 이지연은 함익의 분신으로 재역할을 한다. 연우 역을 맡은 윤나무는 객원으로 왜 이 연극에 합류했는지를 증명해낸다. 연극 ‘산허구리’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연극 ‘함익’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연극 ‘김정욱들’의 한 장면(사진=극단 차이무).▶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10.13 / 조회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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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 많던 국물은 누가 다 먹었나,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의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는 시기적절하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비논리, 비상식이 극렬히 판치는 오늘날 이근삼이 말한 국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 국물도 없는 세상에서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 국립극단의 선택 ‘시의성’ 백성희장민호 극장은 국립극단의 레퍼토리 공연을 주로 상연하는 극장이다. 서울역 뒤편 소화 병원 옆 컨테이너를 개조한 이 극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의 공연장이다. 빨간 외관에 초록 잔디로 가득한 야외 로비가 어울린 이 극장은 국립단체의 본거지라는 무게감과는 다르게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몇 해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립극장 산하에서 독립한 국립극단의 변화된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정서이다. 대중성과 시의성을 겸비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겠다는 의미심장함에서 국립극단이 택한 카드는 ‘시의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에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막이 오른 이근삼 작,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가 그 주제어에 가장 부합하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말로 말을 거는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는 도시 어디에서라도 한번은 만났을 법한 평범한 남자 상범의 성공담이다. ‘성공담’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이 공연은 유독 대사가 많다. 실제로 상범은 관객을 전적으로 바라보며 객석을 향해 자신의 삶에 대해 설명한다.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 상범은 철저히 관객을 바라보여 관객과 소통하는데 이야기 전달자로 역할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이 소개하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자신으로 이입되어 인물로서 행동하기도 한다. 슬랩스틱의 다른 이름, 개성 이 작품은 이렇다 할 무대 장치나 의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범은 자신이 겪은 사건을 해설하며 당시의 감정을 설명하는데, 그렇다보니 유난히 말이 많은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인물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희극성 짙은 동작들 때문이다. 자신이 겪은 성공의 경험들을 소개할 때마다 두 주먹을 쥐고 상체를 옆으로 튼 채 무릎을 구부려 깡총 뛰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범이 관객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이다. 상범 뿐만 아니라 상범의 주변 인물들 역시 저마다의 우스꽝스러움을 가진다. 대부분이 말투를 독특하게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하는 슬랩스틱이다. 이 슬랩스틱들은 유난히 말이 많은 이 연극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웃음의 포인트로서 작용한다. 게다가 과장된 몸짓에 어울리는 음향의 삽입은 장면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슬랩스틱은 단순히 코믹적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물들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내는 기능을 하는데 기여하는 바도 컸기 때문이다.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상징들 작품은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희극적 색채로 자연스럽게 배치함으로써 그렇게 사회의 단면을 무대 위로 자연스럽게 옮겨놓았다. 이들의 복잡한 동선이 연극의 목적성을 강조한다. 첫 장면 같은 경우 여러 인물이 다양한 입·퇴장구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어지럽게 이동하는데 자신의 갈 길이 바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사회의 모습이 드러나는 단면이다. 장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하나의 인물만 등장해도 되는 장면에서도 여러 명의 인물이 여러 입구에서 무대 위로 한꺼번에 등장해 복잡한 동선으로 말미암은 미장센을 만든 것이다.계단 모양의 벽이 겹겹이 설치된 무대 벽 또한 권력의 상하 관계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도시의 다양한 군상들에 대한 상징을 드러낸 부분이다. 배우가 공연을 하며 실제로 활용하지 않지만 겹겹이 설치된 계단은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미장센 구현을 목적으로 한 계단이 된 셈이다.상징과 사실의 공존 무대미술은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부각하는데 기여했는데, 이 작품의 실제적 진행자인 배우의 말은 너무나 많다. 게다가 사실적이다. 우리 주변에서 쓰는 말을 무대 위에서 있는 그대로 내뱉는다. 개념과 표현방식이 괴리이자 공존이다. 그런데 이번 연극에서는 상징과 사실을 공존하게하면서 작품이 말하는 바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현실감 있는 표현까지 가능하도록 연출 하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둘을 한 작품에 공존시킨다는 것은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산만한 연극이 될 뻔 한 시도였는데 그렇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는 배우의 명확한 화술과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는 강렬한 무대 디자인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국물 있사옵니다’의 ‘국물’은 무엇인가?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시대는 바로 오늘이다.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상식을 찾고자 애쓰고 새로운 상식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상범의 이야기를 다룬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가 가지는 현대적 시의성은 매우 크다. 오늘날 이 작품이 연극으로 표현되기에 너무나 적절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적절함이 주는 무게는 너무나 무겁다. 그렇기 때문이 이 작품의 흥행 여하를 떠나 의미를 가진다. ‘국물 있사옵니다’의 국물은 ‘상식’을 의미한다. 상식이 있다는 말을 ‘사옵니다’라는 극존칭어미를 활용하여 비꼰 이 작품의 제목을 통해서도 이 작품이 상식이 부재하는 세상에서 그 상식의 자리를 채우는 비상식, 몰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공연장의 허술한 방음 덕에 외부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이 극장 안을 장악하는 점은 진실로 비상식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이번 공연에서만 느낀 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런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했다. 비상식이 판치는 혼란스런 이 도시에서 새로운 상식을 가지고 무위도식하는 상범의 모습을 부각시키기에는 도시의 어지러운 소음의 대표성을 가진 소리인 자동차 소음은 가장 좋은 배경 음향이 되어 주었다. 우연적 요소가 더 연극성을 강하게 만든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_국립극단 제공?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4.19 / 조회 4,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