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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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기자추천] <한밤중에 개에게...><천변살롱><인코그니토>
다소 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공연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배우 김수로의 14번째 프로젝트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15세 소년 크리스토퍼가 이웃집 개가 살해당한 것을 발견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닫힌 세계를 벗어나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발을 디디며 벌어지는 소년의 성장담을 담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무대 연출과 화려한 영상미로 영국과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열린 토니어워드에서 5관왕을 휩쓸었고,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윤나무, 전성우, 려욱이 크리스토퍼로 분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11.27~2016.01.31 광림아트센터 BBCH홀 서구의 모던 문화가 퍼져나가던 1930년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천변살롱에 모인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음악극이다. 당시 소소한 일상을 자유로운 가사와 선율에 담아 큰 인기를 모았던 '만요'가 중심으로, '오빠는 풍각쟁이', '왕서방 연서' 등 귀에 착착 감기는 만요를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2009년부터 개성 있는 맛깔스러운 무대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며, 올해도 음악감독의 하림이 연주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하고 2대 천변살롱 마담으로 등장하는 황석정, 호란도 반갑다. 12.10~27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현재 가장 '핫'한 영국의 젊은 작가 닉 페인 작. 아인슈타인의 뇌가 도난 당한 후 240개 조각으로 잘려졌던 실화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사람의 뇌와 기억을 중심 소재로 세 가지 큰 줄기의 이야기가 31개 장면으로 교차된다. 기억, 존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우리의 삶에서부터 나아가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구조 속에 펼쳐지며 관객들을 지적 충만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등장하는 21명의 배역을 단 4명의 배우가 소화하며 윤다경, 김대진, 장지아, 남윤호가 이를 맡는다.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연출. 12.07~20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글: 플레이디비 편집부
2015.12.07 / 조회 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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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해롤드 & 모드> 강하늘, 박정자와 함께한 낭독이라는 연극의 새로운 발견
“80이요? 80년 산 사람은 처음 만나봐요. 전혀 그렇게 안 보여요.”이번 토요일이면 80살 생일을 맞이한다는 모드의 이야기에 해롤드가 놀란 토끼 눈이 된다. 지난 1월 20일, 강하늘·박정자와 함께한 낭독회에 참가한 관객들은 숨죽여 해롤드와 모드의 대화에 빠져 들었다. 낭독회는 오로지 배우들의 목소리만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색다른 시간이다. 오늘의 주인공 박정자는 시작에 앞서 드레스서클로 입장하며 꽉 찬 객석을 향해 “다 강하늘 팬들이지, 오늘 하늘이 혼자 있으면 되잖아.”라며 관객들에게 농을 친다. 물론 그의 오래된 팬들도 객석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 “젊은 친구들이나 오는 덴데, 어떻게 이런 데를 알고 왔냐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꽃이 만발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강하늘도 드라마 이 끝나고 밀려드는 인터뷰와 공연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특유의 밝은 미소로 씩씩하게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연습 들어가기 전 리딩할 때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되면 좋겠다."극 중 80세 할머니 모드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박정자는 “강하늘과 라이벌 관계인 모드 역이다(웃음). 연극에서 해롤드가 썬사인과 키스할 때는 그렇게 아우성을 치더니 나하고 키스할 때는 왜 그렇게 조용한 거지.”라고 서두를 떼며 인사를 대신한다. 이들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곧바로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할머니 모드가 되어 별다른 동작과 이동 없이도 인물과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바다 표범을 풀어주러 바다로 간 해롤드와 모드가 되었다가, 모드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해롤드, 해롤드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자는 제안을 하는 모드가 되기도 했다. 관객들에게는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 되었다. 준비한 세 장면의 낭독을 마친 후 강하늘은 “무대와는 또 다른 자리이기 때문에 느낌이 색다르다. 오늘 공연이 아주 좋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극 는 콜린 히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장례식장 가는 것이 취미로 늘 죽음을 꿈꾸는 해롤드가 유쾌한 할머니 모드를 만나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롤드 역으로 출연하는 강하늘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박정자 선생님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이번 공연이 2003년부터 시작해서 여섯 번째 공연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해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알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또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흔히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산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정, ‘우리’라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아주 고마운 공연이다. 해롤드와 모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큰 깨달음이 있다. 해롤드 역을 맡고 있는 건 강하늘이지만, 객석에 있는 모두가 해롤드가 되는 것 같다.”고 작품이 주는 감동에 대해 전했다.관객들이 강하늘을 보기 위해서 왔지만, 강하늘 팬들을 자신의 팬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큰 야심을 밝히기도 한 박정자는 “개인적으로 멋진 총각을 내 파트너로 삼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하며, (강)하늘이는 내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분장실 밖 어두운 복도에서 하늘이를 기다라는 팬들을 위해 극장에 조명을 달아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일화를 전해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에 강하늘은 “정말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조명이 생겼다.”며 극중 파트너이자 대선배인 박정자에게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또한 덧붙여 “지인들이 저를 보러 공연을 보러 왔다가 선생님께 반하고 갔다고 이야기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작품 속 해롤드와 모드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았다.“모드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데 왜 80이란 나이를 정했냐.”라는 질문에 대해 박정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참 고맙다고 서두를 떼며 “팔십이란 숫자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콜린 하긴스 작가가 정하긴 했지만 80살이란 숫자는 인생에서 볼 때 꽉 찬 나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가장 성숙한 나이다. 2003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 80살까지 더 가야한다. 80살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삶의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는 바람을 밝혀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강하늘은 “대본을 보고 해롤드가 모드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해롤드의 나이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연애 이야기를 예로 들려주며 “19세는 조그만 호의에 대해서도 굉장히 마음이 끌리고 이것저것 재지 않는 시기다. 모드가 해롤드한테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해롤드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된다. 그 이후에 사랑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보시기에 그 사이가 어떻게 보면 점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9세니까 가능한 것이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모드의 마지막 선택이 죽음이 아니었다면 해롤드가 반지를 들고와 프로포즈를 했을텐데 모드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는 관객의 재치 어린 질문에 박정자는 “아마 해롤드를 설득시켜서 더 넓은 세상으로 보냈겠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박정자는 "연극은 아름다움은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나서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연극의 진정한 힘은 그 안에서 나온다. 배우들끼리 '오늘 공연 참 좋았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 관객 참 좋았지'라는 말과 같다."며 "관객은 연극을 완성시켜주는 절대요소이다. 관객으로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유쾌한 모드 할머니의 에너지가 이곳에도 전달된 것일까? 드레스서클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와 관객 모두 로 하나가 된 미니 낭독회는 긴 여운을 남기며 훈훈하게 마무리 됐다.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1.23 / 조회 1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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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지혜, <해롤드&모드>가 알려주는 것들
“이제 나가서 사랑해줘. 이 세상을.” 생의 마지막 순간 여든 살의 할머니가 열 아홉 살의 소년에게 유언을 남긴다. 소년은 그 말을 귀담아 들을 새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이 할머니는 소년이 설레는 마음으로 약혼반지를 선물한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여든 살의 할머니는 어떻게 열 아홉 소년의 첫사랑이 되었을까. 연극 에 등장하는 할머니 모드는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쓰던 은식기를 선뜻 남에게 주기도 하고, 죽어가는 나무나 동물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트럭을 훔쳐 타는 것도 거리끼지 않는다. 네 것, 내 것을 가리는 소유의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녀에게 의미있는 것은 오직 살아있는 생명을 가꾸고 소중히 여기는 것,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생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죽음을 즐기기로” 결심하고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뒷걸음질치던 소년은 우연히 만난 이 엉뚱한 할머니를 보며 비로소 자기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력을 깨닫는다. 몸은 늙었어도 여전히 씩씩하게 삶을 향해 전진하는 모드의 모습이 소년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사람은 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거야.” 등 모드가 해롤드에게 건네는 말들은 갓 돋아난 싹 위로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와 같다. 그러니 어찌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해롤드는 모드와의 결혼을 꿈꾸고,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키스한다. 그러나 이미 삶과 작별할 채비를 마친 모드는 따스한 미소로 화답하며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한다. 가서 삶과 세상을 사랑하라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원래 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부터 연극·뮤지컬 무대에 오르다 올해 원제목 그대로의 연극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모드 역의 박정자와 최근 드라마 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강하늘이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지난 다섯 차례 공연에서 빠짐없이 모드를 연기해온 박정자는 속삭이는 대사를 할 때조차도 분명한 발성으로 귀를 잡아 끌었다. 52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140여분간의 공연 내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하늘은 열 아홉 소년의 생기와 발랄함, 슬픔과 외로움을 부족함 없이 잘 표현해냈다. 여기에 멀티녀를 맡은 이화정 등이 코믹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고, 저물녘 호젓한 바닷가를 담은 영상과 파도소리, 잔잔한 음악은 작품의 메시지와 어울려 마음에 두터운 온기를 전했다. 삶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담은 이 연극은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2015.01.20 / 조회 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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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모드> 강하늘, 소년 해롤드를 만나다
보기 드물게 진중한 청년인 줄은 진즉 알고 있었다. 기자는 인터뷰 당시 배우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치며 아직은 배우라 불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던, ‘순진’과 ‘순수’의 차이를 한참이나 역설하며 끝까지 순수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강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2년 반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강하늘에게서는 그때보다 더 두터운 깊이가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하다. 그 사이 다른 장르로 발을 넓힌 그는 연이은 영화 촬영에 이어 드라마 출연까지, 누구보다 많은 변화와 성장을 거쳤으니 말이다. 이제 뮤지컬 배우가 아닌 드라마·영화 배우로 대중들에게 친숙해진 강하늘은 훌쩍 커진 인기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과연 무엇이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끌었을까.Q 뮤지컬은 여러 번 출연했지만 연극은 처음인데 어떤가. 사실 연극과 뮤지컬은 같은 장르로 봐야 한다. 물론 넘버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대에서의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연극과 뮤지컬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관객들에게 보여지면서 내가 표현해야 할 것들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호흡들은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와 무대 사이에 있는데,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무대 연기는 오버스럽다, 오글거린다고. 나는 그런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다. 연기라는 것은 매체와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똑같은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한 인물을 표현해내는 것이고,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연기자의 역할이니까. 물론 어느 정도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연기적으로 크게 다르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Q 의 해롤드는 매일 죽음을 상상하는 소년이다. 해롤드처럼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되게 많이 하면서 산다. 사람들은 나를 되게 긍정적인 아이로 보고, 웃음도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예전에 이준익 감독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제일 많이 아파 본 사람이 제일 환하게 웃을 수 있다’고. 내가 제일 아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을 수 있는 웃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 마음의 슬픔도 커지는 것 같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연기에 대한 고민이다. 연기라는 것은 정말 하면 할수록 너무 힘든 것 같다. 제일 힘든 것은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것을 표현하되 관객들이 마치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나한테는 정말 큰 부담이고,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다. 계속 고민하다 보면 진짜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힘들 때가 많다. Q 해롤드가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어떤가. 해롤드처럼 소통의 부재에 대한 괴로움을 느껴본 적은 없다. 외로움도 그만큼 크지는 않았고. 하지만 해롤드만큼은 아니라도 내가 나름대로 느끼고 있는 외로움도 있고, 소통의 부재로 인해 혼자서만 안고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기는 하다. 아마 해롤드가 안고 있는 외로움은 나 외에도 이 공연을 보는 모든 분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해롤드에게서 찾은 것은 이 아이의 순수함이다. 어쩌면 순수하기 때문에 죽음을 동경할 수 있고, 순수하기 때문에 외로울 수도 있는 것 같다. ‘순진’과 ‘순수’는 다른 것인데, 이 아이는 순수하고 자기만의 줏대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동화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또 배우기도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순수를 지키고 싶고, 변질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다. Q 극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꼽는다면. 해롤드의 대사 중에 ‘죽이는 칼이지’라는 말이 있다. 이 대사 자체가 흥미로운 게 아니라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인상 깊었다. ‘이건 날 죽일 수 있는 칼이지’라는 뜻인데, 그걸 남에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용기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대사를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좀 묘하다. Q 모드는 해롤드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무척 매력적인 할머니이기도 한데, 모드의 대사 중에서는 어떤 말이 와 닿았나. 모드의 대사 중에서 가장 공감됐던 말이 있다. ‘이 세상에 주인이 어디 있어. 잠시 들렀다 가는 것들인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마음에 되게 와 닿았다.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 소유욕이라는 게 굉장히 큰 것 같다. 참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인데, 아마 법정 스님의 라는 책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 이 세상은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인데 그렇게 욕심부리고 소유하려 하지 말자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 말이 와 닿았다. Q 이후 해롤드는 어떻게 살았을까. 모드처럼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볼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해롤드는 자기만의 벽을 굉장히 높게 쌓고 그 안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다. 자기만의 우물을 파고 있는 거다. 그러지 말고 우물 밖에 나가서 다른 곳에 또 좋은 수원지가 있나 찾아보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Q 대선배인 박정자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선생님께서는 극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나는 공연을 할 때 아직까지 나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 작품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을 갖고 계시더라. 그래서 ‘아, 이래서 박정자 선생님이구나’하면서 그런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 Q 지난 2~3년간 많은 변화들을 겪었다. 그 중 자신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사건은 무엇인가. 한동안 영화 촬영을 계속 했다. 2월과 2월 말에 하나씩 개봉되고, 3월에 또 하나가 개봉된다. 한동안은 영화만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촬영을 했는데,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연극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게 된 곳이 여기다. 방송매체만 해온 지난 날들이 나를 다시 흔들었다. 연극으로 돌아오도록. 영화만 하다 보니 다시 무대 위에서 숨쉬고 싶고 다시 배우고 싶어지더라. Q 은 어떤 경험이었나. 행복했다. 그런데 무작정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다른 고민들을 너무 많이 안겨줬다. 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랑을 해주시는데, 사람이 달콤한 것에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나. 그래서 항상 고민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면 안 되는데, 싶어서 더 긴장하게 되고 더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것들이 나를 마냥 편하게 지낼 수만 없게 한다. 은 그런 어려움과 또 다른 숙제들을 안겨줬다. Q 방목형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완벽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방목에서 나온 거다. 부모님이 방목을 하면 할수록 내가 내 자신을 돌봐야 하지 않나.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내가 더 나를 돌이켜 봐야 하고. 그래서 더 완벽주의가 생긴 것 같다.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방목형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나처럼 자신에게 엄격해지거나. 일찍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에게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Q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연습실에서 슬리퍼나 재떨이가 날아오기도 했다고. 당시의 강하늘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더 혼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때 혼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때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책상 다 엎어버리고 ‘나 못하겠어!’하고 뛰쳐나가고 싶었는데 정말 참고 참았다. 근데 그 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참는 게 맞는 것 같다. 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이 혼나봐야 한다. 그 때 그렇게 혼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성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Q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황정민이 자신의 소속사로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황정민이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한 것 같나. 그건 모르겠다. 아마 혼내기 쉽게 생겨서?(웃음). 정민 선배한테 고마운 것은 연극과 뮤지컬을 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당시 많은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미팅을 했지만, 모두 연극과 뮤지컬은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공연을 계속하게 해줬고, 그래서 함께 하게 된 거다. Q “바쁠수록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는 말을 했다. 스스로를 비우는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 방법만 쓴다면 그건 사람이 멈춰 있고 고여 있다는 뜻이니까. 나도 성장을 하고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가니까 비우는 방법도 계속 변한다. 그때그때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하는 것 같다. 여행을 가고 싶으면 여행을 가고, 노래를 하고 싶으면 노래를 하고. 그 순간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나를 비워내고 행복하게 하는 방법인 것 같다. Q 예전에도 ‘순수’와 ‘순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변질되지 않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최후까지 잃고 싶지 않은 것 하나를 꼽는다면. 내 연기관. 항상 생각하는 좌우명이 세 가지 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다’, ‘배우고 배우고 배우면 그 때 배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좀 민망하지만(웃음) ‘두 배 유명해지면 여섯 배 겸손해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좌우명이 내가 갖고 있는 연기관이고, 나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뼈대와도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잃고 싶지 않다. Q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확고해진 계기가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많은 분들을 보면서 ‘난 저러면 안 되겠다’ 하는 것을 배웠다. ‘저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나중에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갖고 가야 할 것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해보니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겸손이더라. Q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큰데,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을 것 같다. 아직도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꿈이 있다. 어릴 때 꿈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빠’였다(웃음). 다큐멘터리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고, 요즘도 마찬가지다. 영화나 드라마나 연극을 볼 때는 울지 않는데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울게 되더라. 이제는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한 지루함이 생겨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물론 다큐멘터리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아무리 편집을 잘 해도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가는 것 같고 되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Q 혹시 일기를 쓰나. 일기는 아니고 시를 쓴다. 자기 전에 한 편씩 쓰고 잔다. 시 노트가 따로 있다. Q 워낙 말을 잘 해서,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든 무엇으로든 꾸준히 정리하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을까. 평소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항상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자기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잘 쌓여있고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내공’이 아닐까. 얼마나 깊이까지 쌓여있는 지가 말이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깊이 내려가려고 하는 중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5.01.12 / 조회 1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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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할머니의 꿈같은 입맞춤, 강하늘&박정자의 <해롤드&모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나의 해롤드,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는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 어느새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두 사람은 조용히 입을 맞춘다. “라이트 아웃-” 양정웅 연출의 말에 배우들은 꿈에서 깬 듯 천천히 일어나 눈물을 닦고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오는 1월 공연을 앞둔 연극 의 연습현장이다. 개막을 10일 앞두고 런쓰루에 돌입한 배우들은 이미 작품 속에 푹 빠져든 듯 보였다. 연극 는 죽음을 꿈꾸던 19살 소년 해롤드가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할머니 모드를 만나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이라는 제목으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으며, 그간 이종혁·김영민 등이 해롤드 역을 맡아 박정자와 호흡을 맞춰왔다. 2년 만에 라는 제목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오는 이번 공연에서는 최근 드라마 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강하늘이 해롤드 역을 맡았다. “사람은 다 혼자에요. 그리고 혼자 죽어요. 자기만의 껍질 속에서.” 강하늘이 맡은 해롤드는 세속적인 가치에 물든 어른들에게 회의를 느끼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어머니는 물론 의사와 신부조차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소년의 엉뚱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몰이해에 갑갑함을 느낀 소년은 죽음을 꿈꾼다. “사람은 모두 저마다 달라. 이 꽃들처럼.” 해롤드가 남의 장례식을 구경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80세 할머니 모드는 유일하게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인물이다. 그녀 자신이 여전히 바래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과 근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매일 새로운 만남과 감동을 찾아 나서는 그녀를 보며 해롤드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플레이디비가 연습실을 방문한 날은 지난 달 31일. 들뜬 연말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배우들은 차분히 극에 몰입해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초연부터 수십 수백 번 모드를 연기해온 박정자는 물론, 등 세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하늘도 바쁜 스케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연히 극 속으로 녹아 들어 있었다. 데뷔 52년을 맞은 대배우 박정자와 올해의 유망주 강하늘이 본 무대에서 보여줄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해롤드의 어머니 역의 우현주와 신부 역의 홍원기, 1인 3역을 맡은 이화정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공연은 오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1.02 / 조회 1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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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의 첫 연극 도전, <해롤드 & 모드> 포스터 촬영 현장
총과 가솔린 통, 굵은 밧줄과 한 쪽에는 나무 한 그루와 삽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범상치 않은 소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이곳은 내년 1월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의 포스터와 프로필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 는 그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라이징 스타로 불리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강하늘의 첫 연극 도전작이다. 이 작품은 유쾌한 80세 할머니 모드와 엉뚱한 19살 청년 해롤드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콜 히긴스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하며 그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라는 제목으로 2003년, 2004년, 2006년, 2012년에 공연되었고, 2008년에는 뮤지컬로도 무대에 올랐다. 모드 역의 박정자는 “바다는 아는데, (강)하늘이는 이번에 처음 본다.”며 유쾌하게 농담을 던진다. 시종일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촬영 현장에서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극 중 모든 것에 심드렁한 해롤드는 장례식장에서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모드를 만난다. 사랑에 빠진 해롤드와 모드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날 촬영은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한 무공해의 매력을 지닌 모드와 자극적인 것을 찾아 다니는 해롤드의 캐릭터에 맞게 각종 소품을 활용하며 유쾌하게 진행됐다. 특유의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촬영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던 강하늘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촬영에 임했다. 촬영을 마치고 하늘 같은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는 알콩달콩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강하늘은 요즘 드라마 촬영과 영화 후반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초에 개봉할 영화만 해도 3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박정자는 최근 연극 을 마쳤고 곧 개막하는 연습과 이천과 부산 등지에서 열린 낭독 연극까지… 아이돌 스케줄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은 모드의 연극이라기 보다는 해롤드의 연극이다. 모드의 죽음을 통해 해롤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숙해 가는지가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까마득한 후배를 애정 어리게 바라보며 “무대에 오를 때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이 배우 인생에서 네게 많은 도움을 줄 거다.”라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포스터 촬영 이후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는 는 오는 27일부터 온라인에서 티켓예매가 가능하며, 공연은 2015년 1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하늘 미니 인터뷰 "무대에 서는 것이 꼭 목욕하러 가는 기분"Q 2년 만에 연극으로 무대에 복귀하는 소감은?처음 드라마를 시작하게 되면서 ‘무대는 잊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바빠지면서 공연을 못했던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없었기 때문에 더 빨리 공연에 못 돌아온 것도 있다.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라는 욕심은 많은데 그 욕심 때문에 아무 작품이나 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좋은 작품 만나기를 계속 기다렸는데 그래서 이번 를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쌓이고 몸과 마음이 삐걱거릴 때가 많은데,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 꼭 목욕하러 가는 기분이다. 공연이 어떻게 올라갈 지 무척 설레고 기대된다.Q 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정자 선생님 때문이다. 선생님이 상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계속해서 이 공연을 해오신 이유가 있을 텐데 함께 작업하면서 그 이유를 알아가고 싶다. Q 요즘 화제의 드라마 에 장백기 역으로 출연 중이다.사실 은 영화 스케줄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감독님이 장백기 역을 계속 추천해주셔서 어렵게 합류하게 됐다. 에는 공연계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촬영 틈틈이 연극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그래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난다. 원작과는 다르게 조금씩 비틀긴 했지만 장백기는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서 스펙을 쌓고 회사에 입사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직장인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대한민국을 정말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됐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4.11.25 / 조회 13,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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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적나라한 가족 이야기, 연극 ‘마지막 여행’, ‘고령화 가족’
현대인의 외로움과 공허함, 가족의 의미를 묻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한 개인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생각들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연극 ‘고령화 가족’은 이 시대의 밑바닥을 사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가족과 삶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두 편의 연극을 통해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있었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마지막 여행’-장례식장을 찾은 인간 군상 속 ‘욕망’을 엿보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장례식장에서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어느 하나 이타적인 사람이 없다. 작품은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인간성을 기반으로 자신에 대해 냉철하게 반성하게 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경험하게 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윤정이 죽은 후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윤정의 어머니는 두 번의 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비용을 모두 죽은 윤정 부부가 충당했다. 윤정은 세 딸 중 막내지만, 첫째인 윤희 부부는 사업을 한다고 빚만 지고 있고, 윤희 부부에게 돈을 댔다가 몽땅 날린 윤선은 의절한 상태다. 윤정 부부는 빚을 져서 수술비용을 댔고, 자신의 집도 대출받은 상태여서 늘 빚에 허덕이며 살아간다. 윤정은 답답한 심정을 풀지 못한 채 자신에게 소원해진 남편 성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윤정은 영업을 위해 고객을 접대하는 성진이 다른 여자와 잤다고 생각한다. 남편 성진도 윤정이 이 대리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둘은 다투다가 윤정이 집을 나가고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녀는 교통사고 이후, 다시 삶을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떠난 여행에서 실족사로 죽음을 맞는다. 윤정의 죽음 이후 그녀의 사망보험금으로 1억 5천만 원이 있음이 밝혀진다. 보험금을 계기로 가족과 친구들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서로의 입장에서 펼치게 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례식장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인물들은 순수하게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시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내내 밥을 찾고, 자신의 잠자리가 시끄럽자 다른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시어머니는 죽은 며느리보다 자신의 아들을 감싸기 위해 더 슬프게 운다. 남편은 장례식장에서도 돈 생각뿐이다. 윤정의 어머니는 남들에게 가족의 치부를 보이기 싫어한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오는 8월 4일부터 8월 21일까지 공연된다. 연극 ‘고령화 가족’-평균나이 49세, 이 시대 밑바닥 인생들이 가족으로 모였다! 올해 4월 초연된 연극 ‘고령화 가족’이 앵콜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다섯 번째 정기 공연인 ‘고령화 가족’은 천명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명관은 감동과 교훈, 복잡한 서사의 소설을 조롱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깨는 작품을 내놓는 작가다. 이번 연극은 앵콜 공연을 맞아 더욱 연극적인 구조의 선택, 탄탄한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더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사건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담아내 ‘무대에서 만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고령화가족’은 평균나이 49세의 가족들이 한여름 방 2개 딸린 어머니의 빌라에 모여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나이 70세가 넘도록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한다. 맏아들 한모는 120킬로그램 거구에 전과 5범이다. 집안에 유일한 엘리트인 둘째 인모는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막내 미연은 유부남을 꼬여내 결혼에 성공했으나 온갖 풍문을 안고 이혼당해 친정으로 도피했다. 작품은 이 시대 밑바닥을 살고 있는 개개인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통해 작가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보금자리도, 인생을 얽매는 족쇄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 우리 주변에 흔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애틋하면서도 구차하지 않게 개성 만점의 캐릭터로 그려낸다. 연극 ‘고령화 가족’은 오는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7.29 / 조회 1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