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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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극단의 행보 ①] '연극이 아니어도 좋아'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실험과 도전은 역사를 만드는 힘이 분명하다. 연극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연극사의 길을 만드는 것은 선배 연극인들의 탄탄한 족적 뿐아니라 그 위로 새로운 족적을 과감히 더해 다지는 후배 예술인들의 행보도 빠질 수 없겠다. 여기, 저마다의 시선으로 무대와 인간, 사회를 탐구하며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젊은 극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지난해 문화계 검열 및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무대 안팎으로 뜨거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 21이다.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 21
공동대표 : 김재엽(작/연출), 백운철(배우)
창단연도 : 2003년
주요작품
(2005년 거창국제연극제 대상, 연출상 수상 등)
(2007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차세대 예술가 부분 선정작 등)
(2013년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수상, 제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등)
등
극단 드림플레이의 연습실이자 창작 및 공연 공간이기도 한 삼선동 위치 ‘드림스튜디오’를 방문한 지난 15일 저녁은 마침 극단 총회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활동에 대한 리뷰와 올해 활동 계획, 극단 운영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로, ‘역대 최다 참석 예정’이라며 다들 놀라워했던 이날 출석인 수는 약 40명.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긴 총회 후 극단 공동대표 김재엽, 백운철과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유미(40세, 극단 활동 15년), 서정식(40세, 극단 활동 11년), 김세환(31세, 극단 활동 3년) 배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Q. 드림스튜디오는 언제 만들었나?
김재엽: 2005년부터다. 대관이 잘 안 되고 밖에서 공연할 기회가 없어지니까 여기를 아지트 삼아서 연습실에서 스튜디오 공연을 해보자, 시작했다. 극장 분위기가 나도록 2016년 3~4월에 조명기 달고 바닥 공사도 했다.
Q. 스튜디오를 비롯해 극단 운영, 배우들의 개런티 등도 중요한 부분이겠다. 총회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고, 30대 이상의 참여인들에게 1만원 이하의 기부금을 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재엽: 프로덕션으로 들어오는 돈은 다 개런티로 나간다. 안 남긴다. 그래서 재정상태가 문제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그렇게 하는게 (오래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이다. 프로덕션의 수입과 지출을 다 공개하는 거. 극단은 세이브하지 않는다는 거.
드림플레이 테제21 공동대표 백운철
Q. 총회에서도 ‘누가 단원이고, 어디까지가 단원인가, 그런 구분이 필요한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하더라.
김재엽: 처음에 우리가 2,30대 였을 때 극단을 만들었는데 기존에 있었던 극단들은 좀 멤버 중심의 도제식이고, 자신의 비전과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고. 그런 것을 목격하다 보니 그런 거 없는 팀을 만들자, 대신 이 팀이 자기 개인적인 비전이나 발전을 다 담보하지는 못 할 것이다, 자기 능력을 개발하면서 더 큰 곳으로 나가는 교두보로 여길 삼자,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이 미흡하니까 창작을 하자, 우리 오리지널티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으니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하고 개인 사정이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또 빠지고.
백운철: 15년 간 계속 나오는 이야기다.(웃음) 단원 제도라는 걸 만들면 그 때부터 수직이다. 푸쉬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불만이 있을 것이고. 하지만 자유를 줬을 때는 그 자유를 어떻게 쓸 것인가 각자가 선택만 하면 된다. 내가 내 일을 함에 있어서 ‘이러이러한 태도로 할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 서로 계속 조율해 나가는 거다.
김재엽: 그런데 그렇게 되어야만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하게 된다. 뭔가 어사무사하니까.(웃음) 20대에 모든 예술가들은 욕망이 있고, 그래서 다 ‘자기’를 본다. 그런데 30대가 되면 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이 팀에 있어야 하나’. 그런데 내 생각엔 그거 다 쓸데 없는 거다. 들어가고 나가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 작업에 내 중심이 있나, 없나, 그게 중요한데. 나갈지 말지 고민할 바에 차라리 다른데 오디션 보고 나가서 작업하라고 한다. 여기보다 더 좋은 작업이 있다면 하는 거고, 그렇게 하다 또 여기(드림플레이)에서 해야 할 것들이 생기면 다시 찾아와서 적어도 뭔가를 상의하거나. 그럴 때 찾아오는 집단이 되면 되는 거다.
Q. 하지만 올 초에는 20대 대상의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워크샵’ 참가자를 공개 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재엽: 우리가 젊은 팀의 이미지는 가지고 있는데 더 이상 젊지는 않고. (웃음)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이젠 결혼도 많이 했고. 새로운 생각들, 새로운 시작들, 젊은 관객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들 자체에서 젊은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친구들의 극단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극단으로 가기 위해 좀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또 현실적으로 연출가, 기획자, 작가가 필요하다. 판을 벌이면 배우들은 모을 수 있으니까. 또 우리 친구들 또래의 멤버쉽이 있는데 후배들에게 또래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공연할 때 마다 그때그때 수급해서 하다 보니. 후배 또래들이 만들어지고 자기들이 ‘우리들 공연 좀 하려는데 선배들이 서포트 해 달라’, 그러길 바란다.
드림플레이 테제21 공동대표 김재엽
Q. 작, 연출을 하고 있는 김재엽의 이름이 극단 이미지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김세환 : 고등학교에서 연극부를 하면서 연극을 되게 좋아했고 소속감이라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극단에 계속 들어가고 싶었는데 (김재엽 작,연출)를 보고 뭔가 탁!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극의 형식, 표현, 이런 게 아니라 내용과 철학에서. 두루뭉술한 무언가 였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여기다, 난 이곳을 반드시 간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드림플레이에 들어가겠다고 엄청 떠들고 다녔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소개로 오퍼를 하게 됐고 남자 역할 한 명이 갑자기 비게 되어 공연에 참여했다. 난 연출님이 멋있다. 생각하시는 거, 고민하는 지점들, 나아갈 방향, 이런 내용들이 너무 좋다. 연출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고, 몇 작품을 하면서 나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배우로서 고민의 지점들이 온다.
정유미 : 김재엽이라는 네임 벨류가 처음부터 있진 않았다. 그것 때문에 뭉친 게 아니니까. 처음엔 으쌰으쌰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더 컸고, 지금에 와서는 김재엽 대표의 성향, 작품들이 외부적으로 더 빛나면서 그것을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안 맞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네임 벨류가 극단을 유지도 시키고 상생해 갈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그것에서 탈출하기 위해 ‘테제21’을 만들어 외부 일정들을 김재엽 연출 또한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정식: 김재엽 연출이 쓰고 우리는 그걸 발화해야 하는 배우인데, 개인의 가치관과 재엽의 가치관이 동일시되는 것인가, 주입이 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대본이 늦게 나올 때) 작품에서 내가 ‘저는’이라고 말하기까지 담론들을 체화하고 채우기가 시간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그걸 공유하는 분위기나 흐름은 분명 있는 것 같다. 여러 사회적 이슈나 사건들에 대해서 분명히 같이 분노하고 분개하는 지점들이 있다. 그걸 재엽이 형이 생각하는, 조금 더 정리된 단어로 올 뿐이지 어떤 근본적인 지점, 씨앗은 똑같다.
Q. 창단 초창기에는 환상, 가설 등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중간엔 김재엽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그리고 현재는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테제 21’이라는 이름을 새로이 극단 명에 추가하기도 하고.
김재엽: 사회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들을 처음에도 좀 했었고 로 넘어갔을 때는 풍자의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됐던 것 같다. 이명박까지는 풍자의 대상이 되는데 박근혜 때는 불안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던 거고, 그러니 풍자가 아니라 굉장히 집요해져야 하고 좀 더 절실해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림플레이 공연작
그리고 글쓰기의 한계에 대한 것인데, 하면서 개인으로서 정확하게 자기 의식을 드러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해 2016년까지 공연을 했다. 그런데 그런 작업들이 용산참사의 피해자들을 상상의 공간에 넣어 이야기를 하거나() 나는 30대인데 20대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게 진정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를 극에 넣어서 내가 경험한, 나의 진정성으로만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나의 한계가 작품의 한계로 드러나고 다른 작품의 형식을 찾아야 하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서정식: 극단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4.19와 5.18을 헛갈렸었고, 정치가 나에게 왜 필요한가, 이런 것들을 잘 몰랐다. 극단에서 용산 참사에 관련된 공연을 하고 관계자분들이 오셔서 공연 후에 술자리도 같이 했을 때 뭔가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과정이 10년간 쌓이면서 김재엽 연출이 생각하는 방향을 같이 나갈 수 있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김재엽: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동시대적인 관점, 지금 살고 있는 정치적인 상황이나 예술, 문화가 정치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가고 있을 때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필요성을 못 느꼈다가 MB와 박근혜로 가니까 그 필요성을 느꼈고. 진지하고 좀 어려운 얘기를 우리 나름대로 유쾌하게 할 수 있으니까, 우리끼리 쌓아놓은 내공을 그런 방법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Q. 지난해에는 1월부터 촛불시위가 한창인 광화문에서 블랙텐트 기획공연을 했고, 이후 , 그리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강력히 비판하고 정당한 심판이 내려지도록 행동하는 ‘대학로 X포럼’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솔직히 두렵지 않았나?
김재엽: 다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 두려운 건 학생들이다. 지금 학교(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강의실에서 내가 하는 말과 밖에서 하는 작품이 다르다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 그들도 다 안다. 그런 것이 두려운 부분이다.
Q. 앞으로 드림플레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나?
김재엽: 테제와 드림플레이를 동시에 가져갈 것 같다. 나 와 같이 드라마적인 공연을 할 땐 드림플레이가 맞는다. 다큐멘터리성, 동시대성, 테제가 선행하는 작품의 경우엔 ‘테제21’이라는 말을 쓸 거다. 극박한 시대 상황 속에서 ‘테제21’이라는 말을 더해 외부로 드러냈을 땐 사람들이 볼 때도 그런 시각으로 봐 달라는 요청이 포함된 거다.
백운철: 처음엔 되게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나 역시 당연히 있었다. 를 하면서 바뀐 게, 삶 속의 정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연극과 삶이 맞닿은 거구나, 바로 여기에 삶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아실현한다는 말을 사람들이 자주 쓰는데, 근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며 ‘내가 나를 모르는데 무슨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곧 나에 대해 아는 것이더라. 그런 것들을 사람들과 교류해서 풀어나가고 싶다. 외롭기도 싫고. (웃음)
정유미: 우리가 공연을 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우리 내부에서도 자기 검열, 우리 검열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에 활동하는 사람들과 새로 들어온,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사이 간극이 있고 경계가 모호해서 분명 불편한 것이 있을 것이다. 어느 극단이든 오래될수록 그 부분들에 대한 각자, 그리고 서로의 검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이 여기(드림플레이)에서 존재하는 이유를 찾고 그것들이 다져져서 나아갔으면 좋겠다.
서정식: 친구들과 우연히 시작했던 단체가 벌써 15년이다. 이곳에서 길러지는 자유로움과 선배들의 강요 없이 내려오는 인문학적인 환경, 정치적인 사안들에 눈을 뜨는 가치관 등, 이런 부분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자기가 자신의 것들을 잘 가져가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런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가서 더 뻗어가든 여기서 더 잘 되든 상관 없다. 10년 이상 지내보니까 재밌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2018.01.19 / 조회 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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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던지는 돌직구…'실화' 연극으로 옮겼다
왜, 지금, 그때 호명하는 이유
실제 인물 무대 오르고 실명도 사용
최근 연극 10편 중 절반 실화
동시대 문제 다루려 현실 몰두
실제 물건·영상 소품 사용하고
사건 이면 되짚는 스토리 담아[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현실이 더 연극 같아서 일까. 2017년 연극계는 실화(實話)를 파고든다. 최근 대학로에 오르는 작품 10편 중 반 이상이 실제 이야기에서 따왔을 정도다. 예년보다 소재와 형식은 다양해졌다. 역사의 변곡점을 이루거나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굵직한 사건을 소환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나아가 대안까지 질문하는 식이다. 연극평론가는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최근 1년 사이에 사회 비판이나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고민들이 만나 서로 연대하고 다양한 담론을 재생산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허구는 실제했던 인물과 사건만큼 스토리텔링에 설득력을 갖긴 힘들다”면서 “적시에 동시대의 문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실화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실화 소재 연극의 장점은 현실에서 동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어서 관객의 몰입과 공감이 쉽다는 점이다. 가려져 있던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익히 알던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맞닥뜨리는 재미도 있다. 실화라고 해서 그대로를 다 옮겨놓는 건 아니다. 사건을 겪은 이의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거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되 허구의 인물을 끼워넣던지 아예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도 있다. △실명 등장…다큐연극 새 시도극작가 겸 연출가 김재엽의 다이어리(사진=두산아트센터).연극 ‘생각은 자유’(6월 17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는 다큐에 가깝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다시피 했다. 극을 쓰고 연출한 김재엽이 2015년 직접 독일 베를린에서 1년간 체류하며 겪은 경험을 연극적 언어로 꾸몄다. 실제 당시 생활하며 쓴 일기와 창작노트, 직접 촬영한 사진 및 현지 인터뷰 등을 소품, 영상,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등장인물 모두 실명을 쓴다는 점이다. 심지어 진짜 아내인 배우 이소영이 주인공 재엽의 아내 역과 딸 아론(인형) 역을 맡아 재미는 물론 몰입감을 높인다. 김재엽 연출은 “실명을 쓰려고 당사자들에게 허락을 받았다”며 “한 개인이 나라 밖에서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또 개인의 정체성이 세계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등을 코멘터리 식으로 들려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의 구성을 보면 시간의 흐름 같지만 생각의 움직임이다. 김재엽은 “밖에서 보니까 잘 보이더라. 우리 사회 모습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세월호 속 우리는 국민이기보다 ‘난민’이었다”고 했다. 세계시민·이주민·난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속 깊은 상처를 어떻게 봉합해 나갈 것인지 묻는다. 소통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예술의 역할을 다층적으로 짚었다.△모티브만 따왔다…풍자의 재미‘신인류의 백분토론’(7월9일 아트원씨어터 3관)은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손석희의 100분 토론’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과학·사회·종교 각계의 인사들이 패널로 나뉘어 실제 100분간 열띤 토론을 펼친다. 주제는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쪽이 타당한가’다. 유머러스한 설정 뒤 예리한 대사들은 상당한 흡입력을 갖는다.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의 한 장면(사진=극단 간다).사회자 ‘신석기’를 비롯해 각각 패널들은 TV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와 닮아 위트가 넘친다. 공연기획사 스토리피 측은 “손석희 앵커를 일부러 성대모사한 것은 아니다. 사회자로서 날카롭고 냉철하면서도 중립적 모습을 담고자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패널 중 나대수 역은 김정운 교수의 괴짜 같은 느낌을, 소신을 밝히는 종교철학 개그맨 육근철 역은 김제동을 참고했다. 과학자이면서 기독교신자인 우종학 서울대 교수 사례도 인물에 차용했다”고 귀띔했다. 작·연출을 맡은 민준호는 “100여권, 100여개의 영상 자료를 찾아봤다. 배우들과 강의도 직접 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내가 포함된 한쪽만 보는 경향이 짙더라. 적절한 편집을 통해 철학적 내용은 빈약하겠지만 이 극을 통해 객관적인 생각과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극단 고래의 연극 ‘불량청년’(6월11일까지 30스튜디오)은 일종의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이다. 2017년 28세의 알바청년 ‘김상복’이 광장 시위에 휘말려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가, 1921년 경성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상복은 그곳에서 ‘불령선인 김상옥’으로 오인돼 고초를 겪다 점점 빠져든다. 이해성 연출은 100년 전 인물을 다시 호명하는 이유에 대해 “요즘 청년들이 어떤 감옥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 자유롭고 당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연극에 담았다”고 했다.△거짓 같은 진짜 이야기…현실 축소판연극 ‘이등병의 엄마’의 한 장면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선상반란 사건을 다룬 ‘페스카마 고기잡이 배’는 연극 무대 오르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신문기사와 법정자료 등을 정리하고 다양한 진술과 사실관계 등을 극본으로 녹여내는 데만 7년이 소요됐다.1996년 8월 24일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을 포함한 1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교포를 변론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시켜 화제가 됐지만, 이 사건은 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상도 방언과 조선족 말씨, 전라도 방언은 물론 배의 공간적 특성을 무대에 잘 풀어내 극의 갈등을 극대화시켰다.28일 막을 내린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몰래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의문사로 사망한 국군 장병 유가족들의 사연을 담는다. 극 막판에는 실제 군 의문사 유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연기한다. 극작한 고상만 작가는 “군 유족이 받은 ‘최초의 국가적 위로’”라고 평가하면서 “연극이 가진 힘”이라고 했다. 평론가는 “해석 차이·왜곡 정도에 따른 논란이 있지만 실화극은 상처를 공유하며 사회적 메시지까지 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연극 ‘생각은 자유’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5.29 / 조회 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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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통해 무지한 나와 대면하려 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김재엽 연출
용산철거 참사 이후의 일들을 생각해본 ,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사회 정의를 되묻는 , 한 사람의 일생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비춰보는 등 이 시대를 무대 위에 비춰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온 작가이자 연출가 김재엽이 신작 를 남산예술센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풀'로 유명한 시인 김수영의 또 다른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첫 구절을 제목으로 한 이 작품은 김수영의 시와 그의 시에 오롯이 투영된 그의 삶에서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찾고, 또 우리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모든 이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지만 무척이나 솔직한 토로에 피식 웃음이 나는 제목처럼, 이번 작품은 묵직한 메시지 위에 신선한 형식을 더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담담하지만 뼈 있는 김수영의 시와 그 시대에 빠지다가도 어느새 오늘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는 체험 속에는 위트와 여유가 넘실댄다. 누구보다 삶과 문학에 솔직했고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대면해갔던 김수영처럼,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김재엽은 "나 때문에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엄청 고생했다, 뭐 그런 거다."라며 허허 웃는다. 이 작품의 부제는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인데, 김재엽이라는 캐릭터가 김수영을 찾아 나서는 극의 전개가 현재 그의 모습과 오묘하게 닮은 듯하다. 그와의 대화가 동시대성을 버릴 수 없는, 언제나 오늘의 관객과 만나는 무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Q. 작품 구상 과정이 궁금하다. 김수영으로 조그만 워크숍을 할 생각이었는데, 배우들이 각자 김수영의 시를 읽고 가장 와 닿는 것을 골라 왜 그러한지를 이야기하는 형식을 생각했었다. 마침 공연장이 빈다고 해서 실제로 올 1월에 배우들 다 부르고 남산예술센터 기획팀원들까지 참여해서 워크숍을 이틀 동안 했다. Q. 왜 '김수영'인가? 세상도 우울해지고, 박정희, 이승만 시대가 부활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저쪽도 옛날 카드를 꺼내고 있다면 우리도 그러한 카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옛날 시들을 조금씩 읽었었다. 그렇게 김수영의 시를 읽었는데, 읽히더라. 과거엔 한자도 많고 뭔가 좀 센 느낌이 있어서 그 시의 목소리에 대해 뭔가를 못 받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김수영이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아버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를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Q. 워크숍 정도로 생각했던 작품이 어떻게 현재 무대로 오게 되었는가? 만약 5, 60년대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어진다면 김수영이 시를 쓰는 순간과 우리가 그 시를 읽는 순간을 만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김수영도 중요하지만 김수영을 읽는 우리들도 되게 중요하다는 모티브를 얻었다. 그런데 집회 같은데 가 보면 이미 시를 낭독하고 있더라. 시국이 흘러가는 거에 따라 이미 시 낭독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데 내가 굳이 김수영을 끌어들이면서 극장에서 한 달씩 같은 형식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 더 적극성을 띠어야 했다. 김수영이 자기 고백을 통해 결국 자신만의 문학을 완성하고 있으니 연극을 만들어가는 우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조금 더 뭔가 동시대적이 되었다고 할까? 시작은 개인사였지만 점점 공통된 경험, 역사라는 게 중요해졌다. 그러면서 나와 김수영, 그리고 강신일 선배 등 여러가지를 병렬적으로 구성해서 통합되는 걸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과연 잘 통합이 됐는지.(웃음) 솔직해지는 것이 무엇일까, 솔직하되 오버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Q. 극 중에도 '대본이 잘 안 써진다, 늦게 나온다'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형식적인 고민 때문에 실제 대본 쓰기가 늦어진 건가? 김수영의 시를 매일 읽다 보니 각각의 시가 하나의 장면, 하나의 구성이더라. 그래서 시를 읽으면서 장면을 떠올리고, 장면 안에 여러 사람들이 김수영의 시를 읽고 있는 모습, 나누고 있는 모습, 접근하고 있는 모습 등을 상상하니 플롯이 설계가 안되고 굉장히 파편적인 그림만 남았다. Q.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를 캐스팅하러 다니는 장면이 극중에 나온다. 캐릭터는 확정을 해 둔 상태에서 극작을 시작한 듯 하다. 작가나 연출가가 아무리 작품을 만들고 많은 생각을 한다 해도 연극에선 약간 비겁한 존재다. 자기가 직접 관객을 만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나와서 오버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작가들끼리의 대화랄까? 그저 문학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관객을 만나는 배우의 몫이 연극에서는 굉장히 큰데, 이번 공연의 부제인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처럼 김수영을 만나기 위해선 내 또래 배우들로는 힘들 것 같았다. 다른 세대의 선배, 다리 역할을 해 줄 선배가 필요했고 (강)신일 선배님을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흔쾌히 오케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 작품 하느라 못하신 영화, 드라마가 많다. (웃음) 김수영을 찾아 나서는 김재엽(정원조 분)과 강신일 (위)극 중 김수영(가운데)과 동료 문인들 (아래)Q. 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김재엽'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하곤 하는데, 왜 굳이 '김재엽'이라는 인물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걸까. 내 말투이기 때문에 일단 대사 쓰기가 편하다. (웃음) 그리고 거짓말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말인데 내 말처럼 하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는 아버지가 왜 그러셨을까, 탐구해 나가는 과정이었고 이번 작품은 내게도 김수영의 모습이 많이 있을까, 연구하고 찾아가는, 여행을 함께 떠나는 동반자 느낌이니 나를 캐릭터로 무대 위에 등장시키는 거다. (정)원조라는 배우가 관찰을 굉장히 잘하고 무대 위에 여백처럼 잘 앉아 있기도 하다. (웃음) 움직이는 배우 옆에 서서 그를 관찰하는 모습이 굉장히 어색하기도 할 법한데 본인이 즐겨 하고 또 잘한다. (웃음) Q.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라는 부제는, 내 안에 김수영이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거 아닌가. 시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게, 사실 내 안에 그런 시인의 모습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그게 과연 어떤 모습일까? 김수영은 '되고 싶은 자기'와 '될 수 없는 자기'의 모습, 그런 생각을 늘 갖고 산 사람이다. 전쟁터나 포로수용소에서 진짜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들다가도 위기를 넘기면 안도감이 들고, 그러다 다시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고. 이게 반복이 되니 이왕 죽게 될 거, 하루를 살더라도 정직하게, 솔직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이게 김수영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 그렇지 않은 모습,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을 거다. Q. 그렇다면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는 김수영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의 시에 담긴 동시대성 메시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겠다. 그렇다. 김수영이 그렇게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대에 부딪혔던 역사적 정황과 한계들이 본질적으로 지금도 해결된 게 없다. 우리는 과거의 일은 이미 역사로 만들어 잊어버리던가 지금은 다른 시대라고 생각해버리는데, 특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로 봤을 때 김수영이 먼저 고민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과거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우리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단절도, 부침도 많았던 나라인데 그 단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끊어진 사이에 다리를 잘 놓아줘야 역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이 편리해지니 청산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서 놓고 살아버리게 됐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걸 상기시켜주는 게 김수영 같다. 김수영의 시는 그 사람 자체이자 역사, 정치, 사회, 예술까지 다 담고 있다. 김수영을 들여다본다는 건 무지한 나 자신과 대면하게 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Q. 강신일 역이 극중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구체적인 역할이 무엇인가? 강신일이라는 배우는 연우무대에서 근현대사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작품들 속에서 아주 일관되게 무지렁이, 끌려가서 맞거나 아주 충직한 민초 같은 역들만 맡았다. 본인 역시 엔터테인먼트형 배우, 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아니다. 신일 선배님은 결국 연극이다. 구체적인 행동가는 아니지만 연극 안에서 변화를 주고 변신을 하면서 나 스스로의 당당함과 떳떳함으로 사는 것, 그것을 중요시했던 사람이다. 이 모습이 김수영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김수영은 평생 어떤 가면을 쓰고 등장하지 않고, 자기 역할만 했던 배우라 볼 수 있다. 삶과 예술에서 모든 캐릭터가 투명하게 일치하고 언제나 나로서 진실한가가 가장 중요한 사람. 그래서 강신일이라는 배우가 가장 투명하게 김수영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강신일은 김수영이라는 시인을 배우로서 자기가 들여다보고 있는 인물이다. Q. 어찌 보면 강신일이 곧 김수영이겠다. 그렇다. 그런데 본인이 '민망하다', '감히' 이런 말들을 대사 속에 되게 많이 넣었을 정도로 진짜 민망해 하신다. 신일 선배님이 하기로 하면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만약 신일 선배님이 안 하셨으면 어떤 배우도 그 역은 힘들었을 것 같고 지금의 형식이 되지도 않았을 거다. Q.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위 화면에 '만약에 나라는 사람을 유심히 들여다본다고 하자.'라는 구절(시 '구름의 파수병' 중)이 나온다. 사회적인 문제에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에 우리는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나. 적이 두려운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두려운 거다. 과거엔 노동자 집회 같은 것을 하면 감옥에 가뒀는데 갇혀있는 사이 정신은 오히려 더 무장되고 남은 가족들은 누군가가 챙겨줬었다. 하지만 이젠 집회를 하면 손해배상청구를 당한다. 내 앞으로 몇 억씩 내라고 통보를 받으니 정신이 피폐해지는 거지. 갚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경제적인 상황에 마비가 오고 자본에 대한 두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내 스스로가 무섭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외면하거나 이쯤 하면 됐다고 지나치게 된다. 나 역시 특히 대학생 시절에는 세상과 사회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나서야 할 것 같고 그러지 못하면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항상 '나'는 빠져있었다.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맞대어 본 경험은 있지만 개인으로 정직하게 싸워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개인이 윤리적인 주체로서 형성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관객들에게도 약간의 계몽적인 측면에서 그런 구절을 제시하는 것도 있다. 극 안의 구조로 보자면 (정)원조가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하면서 갖고 있던 편지를 다시 본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작, 연출가 김재엽Q. 쓰고 연출한 작품들을 보면 초창기에는 가설,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하다( 등)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 (), 그리고 현 사회의 이야기( )로 이어진다. 어렸을 땐 계몽적인 걸 싫어했다. 대학생 때도 운동권 선배들에게 학습은 받고 토론회도 같이 했지만 후배들에게 뭔가 시키거나 말은 못했다. 분위기도 선배들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고 3, 4학년 선배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학교 안에서만 가능할 뿐 정문 밖으로만 나가도 안 먹히는 걸 알게 됐다. 김대중이든 김영삼이든 누가 먼저 대통령이 되든 큰 차이가 없게 느껴졌고 사회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게 되었던 거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게 됐는데 아무래도 아닌 거 같아서 연극 해야 한다면서 잠수를 타버렸다. 서점 가서 아르바이트 하고 사람들 안 만나고. 공동체에 대한 경험과 개인주의적인 상황들이 얽히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시기였고 그때 도망자로서의 부끄러움, 낯뜨거움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한국 진보사회에 대해 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회 비판적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현 상황을 맞으니까 뒤늦게 계몽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는 거다. (웃음)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계기일 거다. 기성세대 일부로서 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두려움도, 또 욱하는 것도 사라진 것 같다. 또 우리는 '누가 죽었대' 이런 강렬한 경험들이 없다 보니 선배들이 운동권 서적만 읽고 시위하느라 바빴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영화나 음악 같은 다양한 형식의 텍스트를 체험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공연에 정보가 들어간다든지 텍스트끼리 어떤 맥락으로 형성시킨다든지 하는 텍스트 싸움에 익숙해졌다고 본다. Q. 극단명을 '드림플레이'에서 '드림플레이 테제 21'로 바꾼 것 역시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투영한 것인가? 그런 것도 있다. 역사와 경제라는 두 가지 측면이 중심 테마가 될 거다. 몇 년 전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독일로 리서치를 하러 갔던 게 굉장히 큰 경험이었는데 독일과 우리나라가 여러 정황상 비슷한 부분들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곳 예술이 다 정치적이었다. 그들이 말하길, 자신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고 언제든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예술하는 사람들이 이를 미리 준비하고 솎아내야 한다는 거다. 정치인, 오피니언 리더들보다도 예술하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가가 한번 실패하면 세상에 엄청난 혼란이 오지만 예술은 작품 한번 실패해도 괜찮으니 시도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그 대안을 미리 실험해보는 의미에서 연극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는 거다. 우리나라처럼 드라마 등의 매스미디어 콘텐츠가 많이 발달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민들이 직장에서 돌아와 동네 공공극장에 다 모여서, 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사니까, 공연을 굉장히 많이 본다. 공연 안에 항상 관객들이 말하는 시간이 있는데, 관객들은 그 시간에 자기가 할 말이 있어서 온 사람들인 거다. 또 3일 정도 공연한 후 다음 달에 같은 작품을 또 하는 식인데, 전 공연에서 나왔던 말과 다음 공연에서 나오는 말이 달라지고, 이런 말들이 화제가 되어서 새로 보러 오는 사람들도 생긴다. 이런 식으로 예술이, 연극이 삶에 그냥 녹아 들어 있다. 또 내가 연극을 글쓰기로 출발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한계를 느낀 이유도 클 거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하기 위해 온갖 드라마를 꾸며내야 하고 캐릭터도 만들어야 하고. 글쓰기 자체에 대해 억압 받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형식을 발견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고 연극이 아니어도 좋으니 마음대로 해봐라, 스스로에게 그런 여지를 주기 위함도 있다. 언제까지 남산예술센터 같은 큰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겠나. 이런 작품 하는데 누가 계속 불러줄까, 싶기도 하고 정치적인 부침도 있을 거고. 예전엔 중극장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소극장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진짜 연극이 아니어도 되는, 가능성을 훨씬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소극장인 것 같다. 그렇게 됐을 때 자유로운 형식을 탐구해야 하고, 그러한 형식으로 하는 이야기가 얼만큼 필요한 이야기인지 공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연극이 인문학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인문학이 감성적인 것으로만 빠지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분명히 사회과학적인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인문사회학 계간지를 많이 봤는데 여러가지 테마가 함께 들어있었다. 넘기다 보면 만화도 나오고 문학도 나오고. 내 연극이 그렇게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섞여 있는 일종의 잡지 같은 모습이 되어가지 않을까. Q. 형식이 연극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인가? 연출을 하고 있는 의미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는데 꼭 희곡으로 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건 확실히 있다. 그렇지만 나와 성기웅 같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텍스트주의자다. 그런 의미에서 더 독창적인 텍스트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40대니까 더 이상 무책임한 고민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글쓰기 행위가 하나의 수행 과정 같다. 이번 작품 작업 과정이 특히 그랬다. 배우들이나 스텝들에게는 죽을 죄를 지었지만. (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남산예술센터 제공
2014.11.20 / 조회 1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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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 <배수의 고도> 개막
‘불신시대’를 화두로 펼쳐지는 두산인문극장의 세 번째 기획연극 가 지난 10일 개막했다. 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번 연극은 고리원전 연장운행, 밀양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첨예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일본의 나카쓰루 아키히토가 쓰고 의 김재엽이 연출한 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지난 10일 공연에 앞서 언론에 작품의 전막을 공개했다. 는 다큐멘터리PD인 코모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기자로 일하던 코모토는 대학동기이자 국회의원인 오다기리를 통해 정부가 배상금 문제로 인한 시민들의 소요를 막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의를 느낀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부로 옮겨 지진 피해지역으로 떠난다. 코모토가 지진 피해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쓰나미에 휩쓸려간 어머니의 시신도 아직 찾지 못한 타이요네 가족이다. 이들의 비참한 생활을 취재하던 코모토는 피해자와 자원봉사자의 갈등, 통조림 도난 사건, 피해자들의 크나큰 슬픔과 상처를 생생히 목격하지만, 결국 다큐멘터리에 그 진실을 다 담지 못한다. 타이요네 가족이 쓰나미로 모든 것이 휩쓸려 간 사고 당일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1막은 끝이 나고,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대지진으로 황폐해진 그들의 마음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1막은 그 자체로도 한 편의 공연처럼 봐도 좋을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갖췄다. 이어 2막에서는 수년 후 각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한다. 1막의 화두가 대지진 피해자들의 비극이었다면, 2막의 화두는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이다. 대기업을 유치하고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 부채를 발행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하는 재무성 장관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주위의 냉대가 두려워 자신이 피폭자임을 차마 밝히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 등 다양한 인물들을 조명하며 작가는 과연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에너지원 확보의 유일한 대안인지 묻는다. 배우들의 호연도 작품의 무게를 더한다. 코모토 역의 이윤재를 비롯, 수십 구의 시신이 휩쓸려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순간의 절망감을 생생히 표현하는 노자키 사이조 역의 하성광, 타이요의 아버지 카타오카 다이고 역의 선종남 등이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타이요 역의 김시유 역시 선배들 못지 않은 흡입력으로 시선을 끈다.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인 나라다. 정부는 이후에도 삼척, 영덕 등에 원자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는 이미 일어난 처참한 비극을 통해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내달 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6.11 / 조회 9,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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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우수 공연, 2011년 중극장에서 다시 본다
‘2010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극단 드림플레이의 ‘장석조네 사람들’, 극단 초인의 ‘특급호텔’, 극단 여행사의 ‘상사몽’이 선정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거 3년(2007년 1월 ~ 2009년 12월)간 대학로에서 공연됐던 우수 소극장 작품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총 네 차례의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들은 오는 2011년 1월 21일부터 3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연이어 선보인다.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 맞춤형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30여개 소극장이 밀집한 문화 특구 대학로의 공연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 공연 제작 및 연습을 위한 공간, 참여 예술가들의 재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공연 홍보 마케팅 및 관객 개발 프로그램 등 작품의 레퍼토리화를 위한 총체적인 지원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학로 소극장 우수 공연으로 선정돼 2011년 다시 만나는 세 작품을 차례로 만나보자! 무대 위에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우리말 방언, 극단 드림플레이 ‘장석조네 사람들’ 극단 드림플레이의 ‘장석조네 사람들’은 1970년대 길음동 미아리를 배경으로 함경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든 ‘한 지붕 아래 아홉가구, 기찻집 사람들’의 감동 어린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쥐잡기’, ‘자전거도둑’ 등으로 알려진 김소진 작가의 장편 연작소설이 원작이다. 공연에서는 1970년대 도시빈민들의 숱한 애환과 사연들이 은유와 비유가 살아있는 감칠맛 나는 무대 언어로 복원된다. 요즘은 흔히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와 그 시절 한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표현이 관객들을 흥겹게 해준다. 극단 드림플레이의 ‘장석조네 사람들’은 지난 2009년 2월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돼 5월 연우무대 소극장 재공연을 거쳤다. 이번 공연은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겨온 만큼 소극장 무대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기찻집 아홉 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오는 2011년 1월 21일부터 2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아픈 역사가 빚어낸 이 시대의 슬픈 증언시, 극단 초인 ‘특급 호텔’ 극단 초인의 ‘특급 호텔’은 미국 극작가 라본느 뮐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특급 호텔’은 위안부 막사의 이름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혹한 위안부 생활을 적나라하게 풀어낸다. 그간 발표됐던 위안부 소재 작품들이 사건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을 주로 했다면 극단 초인의 ‘특급호텔’은 시적인 대사와 객관적 거리두기 등을 통한 이성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극단 초인의 ‘특급호텔’은 2008년 서울연극제와 PAMS CHOICE 선정작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또한 2009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페스티벌(FIBA)에 초청받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은 오는 2011년 2월 25일에서 3월 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격정적인 운명이 불러온 병적인 사랑! 극단 여행자의 ‘상사몽’ 극단 여행자의 ‘상사몽’은 고전소설 중 가장 탁월한 애정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운영전’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사랑의 병리적 감정으로 좌절하는 인물들의 원초적 모습이 정신병원을 상징하는 백색 콘셉트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품은 과연 이 시대의 사랑이 지닌 진정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화두를 제시한다. 극단 여행자는 한국의 고전 소설과 서양의 바로크 음악을 조합하는 등 실험적 작업으로 연극 형식을 창조한다. 공연에서는 한국 전통 소재와 서양 문화의 조화가 몽환적 이미지로 나타난다. 또한 고전소설의 고어체 대사가 압축과 생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욕망의 드라마를 보여줄 극단 여행자의 ‘상사몽’은 2011년 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2.30 / 조회 6,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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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그 후 20년 이야기 <타인의 고통>
2009년 1월 20일 용산동 4가 남일당 건물. 살기 위해 망루에 오른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대한민국 용산동 4가에 사는 원주민들이었다. ‘불타는 몸’이 되어 현실세계에서 사라진 이들. 그들을 내쫓은 건 누구였을까. 그 불타던 남일당 건물은 20년 뒤 어떻게 변해있을까. 타인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했던 우리 모두는 20년 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용산참사 20년 후. 빠르게 잊고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무심함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 연극 이 지난 5월 25일, 무대에 올랐다. 연극 은 , 와 같이 우리시대의 문제를 중심으로 화두를 던져온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재엽이 이후 내놓은 창작 신작이다. 영화 ‘아바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 에서는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아메리칸 대륙을 잃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쫓겨나 격리되어 살게 된 인디언의 운명과 마주한 ‘뉴타운의 꿈’에 희생된 대한민국 원주민들의 현실을 만날 수 있다. 2029년, 대한민국 서울. 뉴타운이 들어선 고급 아파트 스카이팰리스 로얄층. 그곳에 고고 인류학 교수 강성현과 미술가 민지은 부부가 새로 이사를 들어온다. 이사 첫날부터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 급기야 둘째 소원이가 사망하고 이를 조사하던 형사 이정하의 아버지가 큰 아이의 꿈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 이 아파트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마음에 들어!이 아저씨 내 방에 왔었는데...인디언 추장의 조각상 '크레이지 호스' 백인들에게 쫓겨난 인디언뉴타운 사업에 쫓겨난 대한민국 원주민이정하는 열 살 때까지 이 지역에 살았고, 그 아버지 이상룡은 20년 전 용산 4지구 남일당 건물이 있던 지금의 스카이팰리스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강제철거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물대포와 화염 속에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20년 전의 한 맺힌 죽음과 20년이 지난 뒤 발생한 의문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이리와, 나도 여기 살던 사람이야내 동생이 죽었어이 사람이 맞니? 맞아요, 이 아저씨였어요!너희 아버지는 그렇게 불타서 죽고. 나는 살아남았지여보,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연극 은 오는 6월 6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5.27 / 조회 8,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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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모인 그들의 쌉싸름한 추억
“헌책방에 있는 책은 다 헌책인가?” ‘지식인을 위한 변명’ ‘역사적 유물론’과 같은 인문서적들로 들어찬 작은 헌책방안. 그곳에 91학번 국문과 동기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행동하는 386세대의 어느 언저리, 학생운동이 퇴화하기 시작한 90년대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20대 청춘들이 서른 중반을 넘어 갖는 이 만남은 추억과 회한으로 가득 찬다. 어설프지만 사회에 대한 신념을 지녔던 푸릇한 91학번. 그 당시 선배 따라 읽었던 책들은 읽히지 않는 헌책이 되었을 뿐이다. 교수와의 불화로 박사과정을 포기한 채 냉소적으로 변한 현식, 독립영화감독이 된 재하, 일간지 문화부 기자 광석, 그리고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그들의 첫사랑 유정. 이들의 대화에서 추론되는 추억은 반가움과 서글픔을 객석에까지 전달한다. 연극 는 2000년 폐점한 신촌의 사회과학서점 ‘오늘의 책’을 배경으로 2006년 초연한지 4년 만에 대학로에 헌책방을 열고 오픈런 공연을 시작했다. 대학로 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자유롭게 무대를 오가며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진행하던 이전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대학로를 찾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책을 구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는 대학로 미마지 아트센터 풀빛극장에서 오픈 런 공연된다. 공연장면 유정이 새로 오픈한 헌책방에 모인 91학번 동기 현식(우돈기) 광석(선명균) 박사과정을 포기한 현식과 "일등 일간지" 문화부 기자가 된 광식, 서로 뭔가 어색하다 시집에서 그들의 첫 사랑 흔적 발견! 독립영화감독이 돼 돌아온 재하(이상혁) "그날 왜 안왔냐?" 불편한 진실 앞에 선 세 사람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미지 팩토리(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2.25 / 조회 9,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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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_[조선형사 홍윤식] 경성 엽기 살인사건의 전모
2007년 혜화동일번지페스티벌에 참가해 주목을 끌었던 [조선형사 홍윤식]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33년, 경성에서 잘려진 아기의 머리가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둘러싸고 명석한 두뇌의 홍윤식과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일본경찰, 조선과 일본 혼혈인 형사 임정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든다. 민심은 흉흉해 지고, 수사팀은 아기 머리의 주인과 나머지 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과연 누가, 왜, 어떻게 이 사건을 저지른 것일까? 조선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코믹 미스터리 수사극 [조선형사 홍윤식] 이 작품, 살짝 맛보자. >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사진 : 김민주(minjuus@gmail.com)
2007.07.09 / 조회 1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