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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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자들의 'SOS' 사회의 고통 꿰뚫다
극단 고래 신작 연극 '비명자들2'
비명자 통해 사회의 고통 이야기
"사회적 의제 거리감 두고 표현"
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많은 소식 중 중 뼈저린 아픔에 공명을 느낀 사건을 하나둘 모아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아픔이 왜 계속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출가 이해성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고래와 함께 신작 연극 ‘비명자들 2’(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존재가 돼버린 ‘비명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와 흡사한 비명자들을 통해 장르영화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진다. 비명은 고통의 은유다. 고통은 곧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다. 이 연출은 “고통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감이 하나씩 붙어 ‘비명자’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비명은 SOS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자신의 고통을 도와달라고 타인에게 알리는 비명을 통해 사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명자들은 죽음 직전 자신이 고통에 빠진 이유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학교폭력문제 등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지는 않는다. 이 연출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게 된다”면서 “미학적인 방법으로 고통과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음악의 활용이 눈에 띈다. 안무가 박이표가 배우들과 함께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며 몸짓을 만들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박석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성배 등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다. 남명렬·강애심·박완규 등 연륜 있는 배우들과 극단 고래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연출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았다. 광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2017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선보인다. 극단 고래는 지난해부터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출은 “상주예술단체로 한 해 적어도 2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작품에 보다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1년인데 기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안정적인 작품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에 ‘2’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이 3부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부작 중 2편이 먼저 무대화됐다. 이 연출이 극본을 직접 썼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편으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3부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현재 1편의 초고까지 나온 상태이며 3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자들 2’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연출은 “모든 이야기는 3편에서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고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맺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획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편과 3편을 올린 뒤 이를 묶어서 7시간의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비명자들 2’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7 / 조회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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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채, 뮤지컬서 다시 '임꺽정'으로 부활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 무대 올라
현재 난감한 현실들 통쾌하게 풀어내
탈춤·꼭두극·신체가면극·국악 어우러져
내달 17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개막배우 정흥채(사진=극단 민들레).[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96년 SBS 드라마 ‘임꺽정’에서 임꺽정을 연기한 배우 정홍채가 다시 임꺽정을 연기한다. 이번에는 무대에서다. 정홍채는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에서도 ‘가파치’로 출연해 진중한 무게감과 오랫동안 익힌 검술을 선보일 예정이다.‘임꺽정, 그가 온다!’는 임꺽정 사후 10여년이 지난 어느 때에 가파치 무리와 그를 따르는 서우 등이 탐관오리들에 맞서 ‘왜 임꺽정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고 정의를 찾는 한국형 연희 뮤지컬이다. 탈춤과 꼭두, 신체가면극을 활용하고, 창작국악곡을 더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정흥채는 ‘임꺽정’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임꺽정’을 연기하며 그 해 S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해 이번 무대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연출가 송인현과 ‘난감하네’의 작곡가 심영섭이 만나 재미와 흥을 선사한다. 송인현 연출은 봉산탈춤 이수자로서 우리춤, 우리가락을 공연에 자연스레 녹여낸다. 작곡가 심영섭은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 한국음악상 대상곡 ‘퓨전국악프로젝트 樂’ 의 ‘난감하네’를 작사·작곡했으며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작품은 현재의 난감한 현실을 꼬집고 통쾌하게 풀어낼 예정이며 탈춤과 꼭두극, 신체가면극에 국악이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다. 지난 2016년 초연했다. 경기북부의 전통문화자원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로서 전통연희극 ‘임꺽정은 살어 있다!’가 만들어져 고양, 연천, 양주에서 공연했으며, 확장발전시켜 2017년 ‘임꺽정, 그가 온다!’로 제작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2월 17일부터 3월 26일까지 공연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1.24 / 조회 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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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서 연출이 돌아왔다, 연극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
22년 만에 돌아온 한국현대 연극의 문제작 기국서 연출가의 햄릿 시리즈 연극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남산예술센터가 선보이는 2012 시즌 마지막 공연이다. 작품은 1981년 ‘기국서의 햄릿’으로 시작해 1990년 ‘햄릿5’까지 9년간 다섯 편의 ‘햄릿시리즈’로 무대에 올랐다.기국서 연출은 오랫동안 연극계를 떠나있었다. 그는 최근 영화 ‘도둑들’에서 홍콩 조직의 보스 ‘웨이홍’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76년 극단 76을 창단한 뒤 ‘햄릿 시리즈’로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연극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는 극단 76의 김낙형 연출과 2006년 ‘룸엔트로피’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재승이 각색으로 참여한다. 2012년 대한민국 정치사회모순을 직시해 더욱 날 선 무대를 선보인다.연극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에 등장하는 햄릿은 독특하다. 작품 속 햄릿은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노조탄압작전에 물고문을 받고 죽어 정신분열이 된 원혼이다. 극중 등장하는 망령들은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 성폭행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파업의 자살자다. 오필리어는 햄릿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으로,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는 연극 연출가로 등장한다. 무대에는 연극 ‘뻘’, ‘목란언니’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윤상화와 연극 ‘됴화만발’의 안창환이 햄릿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연극 ‘햄릿6-삼양동 국화 옆에서’는 11월 6일(화)부터 11월 25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0.22 / 조회 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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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로맨틱 막장 드라마로 돌아왔다! 연극 ‘로미오 &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창작집단 툭(TOOK)에 의해 새롭게 연출돼 4월 19일부터 5월 20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접근하는 기존의 해석에서 탈피한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막장’으로 불리는 동시대성 코드를 적용해 18세 소년과 14세 소녀가 만나 단 5일 만에 만남, 사랑, 결혼, 죽음이 일어난다는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부분을 강조한다. 작품은 엘리자베스 시대를 모티브로 한 화려하고 과장된 의상과 소품, 분장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현실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또한, 남녀 주인공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 주변인들과 그들 세계의 체면과 아집, 위선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이번 공연은 배우와 무용수가 어우러진 역동적인 안무와 펜싱 동작에도 주목할 만하다. 연극의 드라마적 정서 표현, 무용을 통해 구조적으로 확장시킨 움직임, 펜싱으로 긴장감으로 주는 갈등 표현은 툭(TOOK)이 추구하는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보여준다. 2008년 공식 창단된 창작집단 툭(TOOK)은 배우, 무용수, 안무가, 연출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로 구성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적 실험을 시도한다. ‘몸 둘 바를 알다’, ‘납량 무용극 귀신의 집’, ‘우리동네 미쓰리’ 등 독특한 콘셉트의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17 / 조회 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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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나는 일상의 감동 극복기! ‘우리동네, 미쓰리’
창작집단 툭(TOOK)의 신작 ‘우리동네, 미쓰리’가 3월 22일부터 4월 1일까지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CY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우리동네, 미쓰리’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는 현대인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겪는 소소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재치 있는 상상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풀어냈다. ‘우리동네, 미쓰리’는 직장여성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을 극을 진행하는 주요 소재로 한다. 또한, 극의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들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를 연극적 요소뿐만이 아닌, 무용과 영상의 요소를 함께 활용해 독특하게 풀어냈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만년 경리 아가씨 미쓰리’는 매일 아침 피곤한 출근길에 디스 한 갑을 산다. 오늘도 어김없이 추근대는 담배 가게 아저씨와의 실랑이로 회사에 지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동료들과 상사들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언제나 유령 취급을 당하던 미쓰리에게 ‘팀장님’이라는 공손한 호칭을 부르며 승진 턱을 쏘라고 한다. 등 떠밀려 커피를 사러 나온 미쓰리의 앞에 수상한 남자 두 명이 나타나고 미쓰리는 그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창작집단 툭(TOOK)은 연극과 무용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무용의 일상화를 추구해 왔다. 그들의 이번 신작 ‘우리동네, 미쓰리’는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들을 관객에게 친숙한 몸짓언어로 전달할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23 / 조회 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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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인간 존재의 고독, 연극 ‘됴화만발’의 무사 ‘케이’
연극 ‘됴화만발’의 ‘케이’는 이 천 년이라는 세월을 짊어지고 살아온 고독한 남자다. 그는 강인한 어깨와 흙투성이의 험상궂은 얼굴,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서늘한 그늘 아래 오로지 혼자다. ‘케이’는 혼자가 아니기 위해 혹은 혼자이기 위해 끊임없이 죽이고 죽이는 삶을 산다. 사랑에 빠진 모습, 싸우는 모습, 불안한 모습에서조차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무사 ‘케이’는 어떤 인물일까. 칼날 같은 외로움, 무사 ‘케이’ ‘칼’은 양날을 번뜩거리며 차갑게 빛나고 있다. 누군가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냉정함과 누군가를 위해 단단해지고 달궈지는 뜨거움을 동시에 지닌 채 말이다. 연극 ‘됴화만발’ 속의 ‘케이’는 칼날 같은 인간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지만, 사랑하는 여자 ‘단이’를 자신의 것으로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케이’는 외롭다. 사랑하는 이가 있어도, 자신의 곁을 말없이 지키는 이가 있어도 외롭다. 연극 ‘됴화만발’은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담은 연극이다. 극작가이자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무사 ‘케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본질적 외로움을 담아냈다. 그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검객, 괴담, 설화, SF’ 등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독특한 상상력을 이용해 스타일리시한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무사 ‘케이’의 외로움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김으로써 더욱 확장된다. ‘케이’는 두려움과 공포따위는 없는 강렬한 여자 ‘단이’에게 매료된다. ‘케이’는 ‘단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산에서 큰 도시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그녀가 원하는 사람의 머리를 구해다 주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는 행복하지 않다. ‘단이’를 통해 가득 채워졌던 가슴은 세월을 따라 사라졌다. 오히려 불안함과 알 수 없는 허전함만이 남았다. 그는 ‘단이’와 함께 복숭아 숲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는 결국 혼자 남는다. 축복이 되어야 할 영생의 삶은 그에게 영겁의 외로움을 주었다. ‘케이’는 그간 겪어온 고통과 고뇌와 외로움을 다시 마주쳐야 한다. 또 다른 ‘단이’를 기다리면서, 외롭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다시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지만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하지만 ‘케이’는 죽을 수 없다. 그는 영원히 그렇게 칼날 같은 세월을 끌어안고 온몸을 베이며 끝없이 살아야만 한다. 고독과 순수의 경계에 그가 있다, 무사 ‘케이’를 맡은 배우 박해수 배우 박해수는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8년 한국 창작뮤지컬 ‘사춘기’에서 고교생을 연기했다. 1년 뒤인 2009년에는 연극 ‘39계단’에서는 서른일곱 독신남을 연기했다. 그는 나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최근 공연계의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극 ‘됴화만발’에서 ‘박해수’는 순수하면서도 잔혹한 무사 ‘케이’를 맡았다. 그는 이천 년이 넘는 세월을 넘나드는 ‘케이’ 역을 감각적인 해석으로 담아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파워풀한 액션과 격렬한 연기를 펼치며 여성 관객뿐 아니라 남성관객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 연극 ‘됴화만발’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19 / 조회 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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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진하다" 박해수
열 일곱 고등학생부터 50대 독립운동가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서른의 고개를 갓 넘긴 한 남자배우가 비춰낸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게 번지고 있다. 가늘고 여리고 섬세한 것이 더 이상 여배우만의 수식어가 아닌 지금, 개성이 탈락된 꽃미남과는 구별되는 굵고 진한 향기를 무대 위에 깊게 심어가는 이 사람. 박해수에게 빼앗긴 시선을 거두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안 된다, 그냥 그 안에 들어가라 검객 케이.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정신을 놓는, 대적할 이 없는 무사. 수 많은 사람들의 피가 그의 손을 적시나, 까닭 없이 허망한 그의 가슴을 적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천 년을 그렇게 살아온 의 무사 케이를 박해수는 “그 무엇도 모르나,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외로움, 고독함, 스스로는 그런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냥 행복하게 살려는, 어쩌면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다가오는 대로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요. 그런 과정에서 죽음이라는 걸 깨닫지만 아예 기본 바탕이 아무것도 없는, 본능으로 살아가는 인간이죠. 처음에는 극의 흐름과 역할을 어떻게 접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그런데 연출님이 그런 건 논리로 되는 게 아니니까 감각으로 집중해라, 하셨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특이하고 순수하며 공상만화 같기도 한, 더욱이 남자 배우로서 검객 이야기가 탐이 나 두 손 맞잡은 작품.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이 사내를 만나고 나서 박해수는 부쩍 수척해졌다. 건장한 사내들이 상의 탈의로 무대를 휘젓는 까닭에 연습기간 중 배우들의 몸 만들기가 유독 가열찼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나, 그건 멋진 근육을 빚어내는 것 보다 2시간의 ‘됴화만발’ 한 무대를 끌고 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의미가 더더욱 큰 것이었다. “런(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연습을 진행하는 것)을 굉장히 일찍부터 시작했어요. 너무 달리다 보니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죠. 아스피린을 먹으면 푹 잘 수 있다는 말에 한 알을 먹었는데 다음 날 눈이 너무 부어서 마시멜로우가 되고.(웃음) 연출님이 ‘내가 널 쉬게 해야 하는데, 아스피린이 알고서 쉬게 만들어 주는구나’ 하고 문자를 보내셨어요. 그날 집에서 제대로 대본을 정독했는데 그 때 많은 걸 깨달았어요.” 고전적 스타일, 그만의 매력 조광화 연출의 주인공 무사 케이를 비롯, 전작인 서재형 연출의 에서 오이디푸스 역까지 올해 박해수는 고뇌와 번민에 쌓여 묵직한 인생의 무게를 감내해 나가야만 하는 인물을 투영해 내었다. 파고드는 작품을 좋아하는 성향과 그런 성향과 잘 맞는 그의 이미지, 모두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고전을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클래식한 작품이요. 앞으로 그런 식의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좀 많이 깊이 파고드는. 어린 나이에 그런 걸 많이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요. 연출님들도 제 외모가 고전적인 스타일이라서 제 나이 때 배우들 중에서도 운이 좋고 감사한 거라고 말씀해 주시고요.” 와 중2008년 뮤지컬 에서 시니컬 한 고등학생 영민 역으로 설 때에도 나이에 비해 어린 역할을 또래의 배우들보다 강렬한 무게감으로 소화, 관객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가 첫 발이었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죠. 그때 함께 했던 (임)철수나 (전)미도, 그 외 많은 친구들이 그 때부터 같이 고생하면서 함께 했던 친구들이에요. 욕심 없이 단지 그 작품을 위해서 뛰어들었고, 노력하니까 좋았고, 그런데 너무 잘 됐고. 고향 같은 작품이라 제일 생각이 많이 나요.” 연극 에서 이석준과 함께 다니엘 헤니 역을 맡아 쉼 없이 움직였던 경험도 빼 놓을 수 없다. “운이 좋게 절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정말 신인이었고, 학교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윤호진 선생님께서 저의 학교 때 모습만 보시고 밀어붙이셨죠. 그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학교) 밖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성숙해져야겠다,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걸요. 이석준 선배님은 정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했고. 그 후에 까지 절 끌어주셨는데, 본인 공연일까지 정기적으로 빼서 절 무대에 세워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분이에요.” 뮤지컬 에서는 실제보다 너무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역을 맡아 선배 배우들에게 존대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 분에 대한 책을 엄청나게 읽으면서 스스로 더 깊어져야겠구나 생각했다”는 그는 오히려 “체력적으로 훨씬 힘들지만 젊은 배역을 맡은 지금이 편하다”는 고백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쓰러져보고 싶어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시절, ‘학교일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연극만 죽자 사자 하는 언더그라운드 동아리’ RDP에서 1년 동안 열 작품, 연극만 스무 편을 공연하며 다작과 다량의 대사 습득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신 없이 나아갔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넘치는, 젊은, 학생 시절의 박해수이다. “만 세 번을 공연했어요. 짧게 줄여서 한 번, 배역 바꿔가며 또 한번, 있는 전체대로 또 한 번. 대학로에서 공연한 나 도 다 그 때 연습하고 공연했던 거에요. 등 연극 뮤지컬, 안 가리고 했던 것 같아요.” 고교시절, 선배였던 이수영의 동아리 소개에 홀딱 빠져 연극부에 들어갔다지만, 그 전에도 영화 비트의 대사를 다 외워 친구와 주고 받으며 놀았던, 중학생 시절 예고 진학을 꿈꾸기도 하는 등 배우는 그에게 오래되고도 간절한 꿈이었다. “중학생 때도 뮤지컬, 연극,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예고에 가고 싶었는데 그런 건 다 접었었죠. 당시엔 무대 맛을 잘 몰랐었고, 화려한 게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배우가 그저 멋있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던 것 고등학교 연극반 공연 때였어요. 굉장히 허름한 시사실에서 했는데, 너무 감격해서 공연 끝나고 커튼콜 때 무릎 꿇고 펑펑 울었죠.” 자신에게 준 배우의 이름이 훗날 다른 이들의 심적 치유나 선교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는, 지금은 조금 더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작품을 만나 더욱 단단하게 여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깊이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좀 많이 힘든 작품,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많이 쓰러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렇게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걸어서,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후에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선생님들처럼 되고 싶어요.” 최근 부쩍 늘어난 인터뷰 요청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그는 많은 관심과 팬들의 사랑이 불안하기도 하단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자신도 모르는 이 때, 팬 들의 바람과 다른 선택을 할 때 그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또 많은 관심들로 인하여 스스로의 욕심이 다른 곳으로 엇나갈까 봐 걱정이라는 그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라지만 그 누구보다 꽉 찬 배우의 일면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9.13 / 조회 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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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됴화만발’, 칼날처럼 고독한 무사 ‘케이’의 일대기
연극 ‘됴화만발’은 진시황 시기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시간의 격차가 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극작과 연출에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여 온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는 창작 연극인 만큼 관객의 기대도 크다. 이번 공연에서 조광화는 기존의 작품에서 드러내 왔던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란 주제를 검객, 괴담, 설화 등 독특한 요소로 풀어낸다. 스타일리시한 장면 연출과 세련된 음악, 안무, 무대로 찾아온 새로운 연극 ‘됴화만발’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 진시황 시절의 의원은 영생불사의 약을 찾는다는 이유로 동남동녀 삼 천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을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케이’는 의원을 지키는 무사다. 의원은 아끼던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동이의 몸을 케이에게 이식한다. 케이는 이로서 영생을 얻게 된다. ▲ 케이는 복숭아나무 숲에 혼자 살면서 산적 질을 한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복이’를 아내로 삼는다. 이후로 케이는 지나가는 남자 행인을 무자비하게 죽여 짐을 빼앗고 여자들은 자신의 아내로 삼는다. ▲ 케이는 ‘단이’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케이는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단이는 아름답지만 잔혹한 여자다. ‘단이’는 케이에게 사람들을 죽여 머리를 잘라오게 한다. ▲ 단이를 사랑하지만 오랜 살생에 지친 케이는 우연히 마주친 이들의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을 보고서 알 수 없는 기묘한 느낌에 휩싸인다. 무사의 눈물을 통해 케이는 위안을 얻고 복숭아나무 숲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복이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 케이는 단이를 설득해 복숭아나무 숲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단이는 복숭아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마귀처럼 변해 그를 해하려 한다. 케이는 단이를 구해보려 하는데….검객괴담 연극 ‘됴화만발’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8 / 조회 1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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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이는 움직임, <됴화만발>
다이내믹한 액션, 스타일리시한 무대를 선보이는 연극 이 지난 9월 6일 첫 무대를 시작했다. 거대한 상여로 바뀐 무대, 온몸에 흙칠을 한 검객들의 결투장면은 영화 ‘최종병기 활’의 긴장감을 떠오르게 하는 정교한 움직임 등 ‘이미지’로 무장한 장면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잡는다. 야수 같은 고독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검객 케이로 변신한 박해수, 액션의 묘미를 더해주는 음악, 안무가 의 특색을 더해준다. 작가와 연출을 넘나드는 조광화 연출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연극 은 일본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1947년 단편 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2003년 첫 구상을 시작한 이후 8년 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작품이다. ‘만화가게 아들 출신’ 조광화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특유의 도발적 상상력을 발휘, ‘검객, SF, 무협, 만화, 괴담, 설화’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은 진시황이 영생불사의 약을 얻기 위해 삼천의 동남동녀를 동쪽으로 보냈던 까마득한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아우르며 죽은 자들의 지하 세계 등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초월적 공간을 ‘흙’을 핵심적인 컨셉트로 사용해 설명한다. 여긴 어디, 난 누구?진시황 시절, 영생불사 약을 찾는 의원"동이야, 내가 너를 살려주마"나는 케이의 첫 번째 부인!근육만발!나는 고수다, 눈빛을 읽을 수 없는 고수!또 죽였네!매혹적인 단이~ 단이를 위해서!우리집에 가서 같이 살자!내 부인들을 소개합니다!우리 이제 셋이 사는거야~단이의 하녀가 된 소녀~복숭아나무를 보면 기분이 이상해~단이야!고독의 끝, 그 곳에는?연극 무대에서 펼쳐지는 명품액션을 만날 수 있는 은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1.09.07 / 조회 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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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됴화만발’, 프레스 시사회 현장스케치
연극 ‘됴화만발’이 9월 5일 월요일 오후 8시 프레스 시사회를 열었다. 이번 프레스 시사회에서는 연극 ‘됴화만발’의 전막을 공개했다. 이번 시사회는 본 공연에 앞서 관객과 각종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극 ‘됴화만발’은 남산예술센터의 2011 하반기 시즌프로그램의 첫 작품이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서편제’ 등으로 알려진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은 창작 연극이다. 조광화 연출은 파격적인 무대 스타일과 스타일리시한 안무와 음악으로 무대를 꾸민다. 연극 ‘됴화만발’은 일본 작가 ‘시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 ‘활짝 핀 벚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조광화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존재의 외로움’이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에 옮긴다. 원미솔 음악감독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을, 안무가 심새인은 스타일리시한 검객의 몸동작을 구현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9.06 / 조회 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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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팬미팅] 됴화만발한 연습실에서, 조광화 연출&배우들과의 만남
짧게 자른 머리카락, 매서운 눈빛, 온 몸에 진흙을 바른 강렬한 배우들이 등장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긴 칼 옆에 차고 영겁의 외로움을 자욱하게 서려놓는 이곳은 연극 연습실. 개막을 11일 앞둔 지난 8월 26일 연습실에는 본무대에 대한 호기심과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궁금함이 팽팽하게 맞닿아 있다. 10년 만에 창작연극무대를 준비하는 조광화 연출이 그 사이에 등장했다. 복숭아 꽃이 만발한 그곳에 무슨 일이? “의상도 오늘 처음 입어보고, 분장도 몇 명만 했지만, 잘 보시고 나서 솔직한 평 부탁드립니다.” 1947년 발표된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 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와 프랑켄슈타인 모티브로 창작된 은 검객괴담을 부제로, 무협, 만화, 괴담, 설화 등이 복합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 주인공 검객 케이의 박해수를 비롯, 진흙에 굴러 생과 사를 떠도는 듯한 무리의 거친 사내들이 관객들의 코 앞에 들이 닥친다. 빈틈 없는 적막, 그 장면들을 미리 공개한다. 약 2시간의 쉼 없는 질주 후 모인 자리. 쓰고 연출한 조광화와 케이 역의 박해수, 의원 역의 홍원기, 안무가 심새인을 포함, 배우와 스텝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관객들의 질문은 쉬이 끝날 줄 몰랐다. 조광화 연출의 설명이 더해진다. Q. 이번 작품의 컨셉이 무엇인가요? 만화 ‘다세포소녀’에 보면 가난, 고통, 그런 것들을 힘겹게 짊어지고 다니잖아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자기가 쌓아왔던 걸 갖고 사는 거죠, 힘겹게. 이 작품의 케이도 무사로서 본능적으로 칼이 자신에게로 들어오면 그 상대를 죽이는데, 그게 너무나 권태로운 겁니다. 생사가 갈리는 대결들 속에서도 그게 반복되는 권태로운 삶, 외로움, 이런 느낌이 들도록 표현이 되어야 하는데 아닌가요? (웃음) Q. 삶에 대한 비관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부터 생각했던 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겁지만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대중적인 장르를 활용해 보자, 하는 것이었어요. 외로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겁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만화를 보면 멋있는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예쁜 여자가 등장하면 앙탈 부리는 표정으로 다리가 수십 개 그려져 있잖아요. 그런 표현들에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현대는 쇼 적인 것에 익숙해져서 너무 무겁기만 하면 관객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아 은근한 유머를 지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끝 부분에서는 끊임없는 허망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킬링 타임 용 쇼는 볼 때는 즐겁지만 극장에서 나올 때 다소 허망한 반면, 희랍극의 비극적 영웅을 묘사할 때 생의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그런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복숭아 꽃의 의미는? 원작 소설에서는 ‘벚꽃’이에요. 벚꽃은 확 폈다 확 사라지고, 생과 사가 분명하지요. 소설의 출발점인 설화가 시체들을 먹고 자라는 나무가 바탕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벚꽃의 정서보다는 무릉도원, 영생을 얻는 복숭아의 이미지가 더욱 친숙하죠. 복숭아가 섹시함, 생명력, 동시에 영원한 삶의 의미를 갖고 있는 동시에, 다른 꽃이 피기 전에 먼저 확 피었다가 지는 건 벚꽃과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안무가 인상적이에요. 배우들도 멋있고요.(웃음) 무술 감독님을 모실까 하다가, 액션이 들어가면 부상 위험도 크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스타일리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춤이라고 생각하고 안무가를 섭외했죠. 심새인 안무가는 때 솔로로 춤을 추기도 했던 배우입니다. 배우들이 몸만들기에 열심이에요.(웃음) 한 배우가 헬스 트레이너이기도 한데 가수들 트레이닝도 하고 있어요. Q. 케이 몸에 그려진 문신의 의미가 궁금해요. 경혈도를 그려 넣을 예정인데 아직 다 못 그렸어요.(웃음) 작품 중에 등장하는 종이 인형에도 경혈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의원에게 영원한 생명을 뜻하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존재라는 의미가 될 수 있겠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쓰려고 하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르겠지만, 이 그 전초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1.09.01 / 조회 1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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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를 건 남자의 사투,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우어파우스트’
인간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연극 두 편이 공연된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연출가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은 창작연극이다. 검객들의 섬세한 몸짓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깊이 있는 연기, 인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독일 연출가 ‘다비드 뵈쉬’가 참여한 초연 작품이다. 고독한 한 인간의 고뇌를 중견 연기파 배우들이 깊이 있게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가오는 가을,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공연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 무사 케이, 인간 존재의 외로움을 말하다9월 6일부터 9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이 시대 가장 도발적인 작가로 꼽히는 조광화의 신작이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작업에 집중해 있던 조광화가 10년 만에 내놓는 창작연극이다. 작품은 주인공 케이와 많은 검객을 등장시킨다. 중국 진시황 시절의 의원 하나가 약을 찾는다는 핑계로 동남동녀 3,000명을 실험재료로 삼고 죽은 아이들은 복숭아나무 밑에 묻는다. 의원은 그 중 ‘동이’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무사 케이에서 동이의 시신조각을 합성하라고 한다. 그 일로 케이는 영생을 얻는다. 복숭아 숲에서 산적으로 살아가던 케이는 단이를 만나 매료되고 그녀를 아내로 삼는다. 산 생활에 무료해진 단이는 케이를 설득해 도시로 가서 사람들의 죽여 머리를 자르게 한다. 세월이 흘러 현대까지 생명을 이어온 케이는 살인을 반복하다 문득 복숭아 숲이 그리워진다. 케이는 다시 단이를 설득해 복숭아 숲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새롭고 파격적인 무대, 스타일리시한 안무와 음악으로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조광화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검객, 무협, 만화, 괴담, 설화 등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에 펼쳐낸다. 음악감독 원미솔은 해금의 선율을 살려 테마음악을 만들었고, 안무가 심새인이 검객의 움직임과 동작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은 조광화 연출이 작품마다 담아내는 ‘인간 존재의 외로움’이 잘 나타난다. 그가 만들어 낸 무사 케이는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은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모티브로 구상을 시작한 이후 재창작됐다. 연극 ‘검객괴담 됴화만발’ 속의 고독한 무사 케이 역은 넓은 연기 폭을 선보인 박해수가 열연한다. 케이를 영생으로 이끄는 의원 역에는 홍원기가, 단이 역으로는 장희정이 함께한다. 소녀 역에는 황선화와 염혜주가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연극 ‘우어파우스트’- 악마에게 영혼을 판 한 남자의 절규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연극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명작 ‘파우스트’의 초고다. 소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품이다. 소설 ‘우어파우스트’는 괴테의 천재적 감성이 빛나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 작용하는 연관관계보다 ‘학자 파우스트의 학문에 대한 절망’과 ‘순진한 처녀 그레첸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이번 공연은 명동예술극장이 독일 문학의 정수로 불리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독일 연출가를 초청해 제작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의 50인의 연출자에게 ‘파우스트’의 연출을 의뢰했고, 몇몇의 연출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명동예술회관은 연출가들의 기존 작품 활동 등을 고려해 ‘다비드 뵈쉬’와의 작업을 최종 결정했다.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해외작품을 국내로 들여와 공연하는 라이선스 작품이 아니라 국내배우와 함께 만드는 초연작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연극 ‘우어파우스트’의 출연진도 화려하다.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좋은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정보석이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한다. 신에게 버림받은 악마 ‘메피스토’ 역에는 이남희가, 파우스트의 제자인 바그너 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규수가 출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19 / 조회 10,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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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욕망과 결핍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이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쉼 없이 먹으며, 그렇게 찐 살을 빼기 위해 줄기차게 돈을 쓰며 달린다. 결핍, 허기, 욕망이 뒤섞인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연극 이 지난 4월 1일 공연을 시작했다. 배우이자 연극 의 작가 이해성이 쓰고, 등의 안경모가 연출한 은 고액연봉자 외환딜러인 주인공 신우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끊임없는 결핍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천재적인 감각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지만, 폭식을 즐기는 고도 비만자이자 타국에 가족을 둔 기러기 아빠인 신우는 신체적, 정신적 삶의 균형을 잃어 가던 중 어머니가 간암 말기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간은 이미 비만으로 망가져 이식이 불가하고, 그 가운데 인터넷 논객 ‘프로메테우스’ 혐의, 또 새로운 헤지펀드로부터의 유혹 등이 신우를 뒤흔든다. TV에서 진흙쿠키를 먹고 있는 아이티 아이들을 본 후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이해성 작가는 기아에 허덕이는 모습과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광경이 지구 아래 동시에 펼쳐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무대 위에 펼치고 있다. 주인공 신우 역의 김동완은 고도비만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으며, 의 이소영, 에서 막베스 역할의 호산, 인상 깊은 막베스 부인 역을 선보인 이명행 등이 출연한다. 배우의 노출이 있어 19세 이상 관람 가능하지만 노출 연극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010년 창작팩토리 대본 공모 선정작이자, 2011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개막작인 연극 은 오는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1초에 수억이 왔다 갔다-매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외환 딜러들먹고 또 먹자. 우리는 꽃등심 쯤이야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는 사람들"난 선배가 찾는 세상이 어떨까 궁금했어""담배 한 대 줘 봐요. 펴도 된다니까""러브 핸들 아니에요! 끔찍한 타이어지!"이기는 자가 살아남는다."당신이 프로메테우스죠?""한 번도 남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는 나를 위해서야!"같은 시간, 우리는.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4.04 / 조회 1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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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결핍, 허기진 욕망! 연극 ‘살’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안호상)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가 2011 시즌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연극 ‘살’을 4월 1일부터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올린다. 연극 ‘살’은 2010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선정작으로, 신춘문예로 등단해 전작 ‘고래’에서 탁월한 심리묘사로 주목받은 배우이자 작가 이해성과 ‘해무’, ‘길삼봉뎐’ 등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연출가 안경모가 손을 잡고 무대화한다. 남산예술센터는 새로운 양식 발굴과 여러 시도를 통해 동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을 제작 및 발표해오고 있다. 지난해 ‘집’이라는 소재와 무대에 직접 집을 짓는 실험적 연출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비롯해, ‘공동연작 프로젝트’, ‘내 심장을 쏴라’ 등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올해 개관 3년차를 맞이한 남산예술센터의 2011 시즌개막작 연극 ‘살’은 물질만능과 속도경쟁, 실물경제를 대체한 금융자본주의, 승자독식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극은 고도비만자이자 고액연봉자인 외환딜러 주인공 신우의 삶을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충족되지 않는 결핍과 불안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한다. 연극 ‘살’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부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삶에 대한 총체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계자는 “충동이 조절되지 않는 폭식과 비만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식욕과 성욕, 탐욕을 부추기는 광고이미지 과잉과 대비되는 배우들의 벗은 몸의 생짜 ‘살’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며 “동시대의 공동체 삶에 대한 인간과 몸의 화두로 접근하는 일은 연극 본연의 기능”이라고 전했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23 / 조회 6,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