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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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무사들의 운명…연극 '칼집속에 아버지'
인간의 욕망·악의 탄생 배경
5월 13일까지 나온씨어터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의 연습 장면(사진=플레이몽).[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피와 죽음이 난무하는 몽환적인 무사들의 세계를 담은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가 내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나온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인간의 욕망과 악의 탄생을 배경으로 한다. 아비의 원수를 갚고자 7년간 강호를 떠돌았지만 칼집에서 칼을 단 한 번도 빼보지 못한 무사 ‘갈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어진 운명과 자신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떠돌이무사 갈매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그린다. 고연옥 작가의 언어적 힘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 작가는 지난해 ‘제54회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제11회 차범석희곡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 극작가로, 어둡고 묵직하지만 그 안에 풍자와 특유의 유머코드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MBC 인기 시트콤 ‘뉴논스톱’ 등에서 활약했던 배우 김영준과 연극 ‘나쁜자석’ 등에서 열연했던 여욱환이 ‘갈매’ 역을 맡았다. 조운이 절대악 ‘검은등’을 연기하며 김혜나·송보은이 ‘초희’ 역을 번갈아 맡는다. 또한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2009년 문화부장관상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던 강예나가 ‘아란부인’과 ‘우순’ 역을 연기한다. 이외에도 김중기, 김주영, 박재원, 정환욱, 강인성 등이 함께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8.04.23 / 조회 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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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역사 속 로맨티스트의 처절한 죽음!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의 출발은 삼국유사 속 ‘도화녀 비형랑’ 설화다. 귀신과 인간의 사랑, 혹은 귀신 잡는 비형랑의 이야기가 현재 우리의 현실에 맞게 다시 태어난다면 어떨까. 비형과 길달, 도화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다. 도형은 커서 정재계 인사가 드나드는 고급 술집을 운영하고, 비형은 진평왕의 천거로 정무를 돌보게 됐다. 이들과 달리 길달은 여러 곳을 여행하며 자유로운 삶을 산다. 3년 만에 여행에서 돌아온 길달과 비형이 도화의 술집에서 만나 회포를 풀다가, 술취한 화랑과 시비가 붙으려는 찰나 그곳에 들른 진평, 임종과 마주치게 된다. 길달의 건축 능력을 높게 산 진평은 길달과 비형에게 흥륜사 문을 지으라 한다. 길달은 도깨비라 불리는 자신의 무리와 함께 흥륜사 문 건설을 시작한다. 사실 흥륜사 문 건설에는 각종 비자금과 정치 세력의 암투가 엮여 있다. 진평과 임종, 도화, 비형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길달을 조종하려 하지만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길달은 이들의 말을 좀처럼 듣지 않는다. 결국 네 사람은 길달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 그 유쾌한 상상력의 원천은?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는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삼국유사의 원전 설화를 뒤집어 흥미로운 해석을 펼쳐 보인다. 작품의 소재가 된 ‘도화녀 비형랑’ 설화는 귀신들과 어울려 지내던 비형이 귀신 길달을 왕에게 추천해 흥륜사 문을 짓게 한 후 다시 귀신을 시켜 붙잡아 죽이는 내용을 담는다. 사람들은 귀신 길달을 죽게 한 비형의 행적을 근거로 귀신을 쫓기 위해서 비형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고 전해진다. 설화에 따르면, 비형은 여우로 변신해 도망친 귀신 ‘길달’을 잡은 ‘축귀(逐鬼)’의 상징이지만, ‘로맨티스트 죽이기’에서는 귀신 ‘길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배치한다. 왕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최고 권력자의 양아들이었던 그가 어째서 사람들에게 귀신으로 인식되었는지, 또한 그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무엇인지를 당시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한다.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는 ‘길달이 당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로맨티스트였다면?’, ‘길달의 꿈과 그의 존재가 대중들에게 위협이 되었다면?’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길달을 둘러싼 다섯 인물의 관계와 당시 사회의 권력구조를 지금 오늘의 한국 정치, 사회적 문제에 빗대어 풀어내는 상상력에 주목할 만하다. 이번 공연에는 고급 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대에 랩과 트로트, 락, 일렉트로닉 등 세대를 초월하는 다양한 음악이 사용될 예정이다. 무대와 객석을 비치는 라이브 영상도 무대 위에 배치된다. 남자로만 구성된 15명의 배우들은 춤과 무술,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며 신체의 움직임을 극대화한다. 작품의 극작에는 ‘조선제왕신위’, ‘루시드드림’의 작가 차근호가, 연출로는 ‘한여름 밤의 꿈’, ‘페르귄트’의 연출 양정웅이 참여했다. 출연 배우로는 한윤춘, 이국호, 전중용, 오민석, 정승길, 이승주 등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 ‘로맨티스트 죽이기’는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1.14 / 조회 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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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꿈꾸는 자를 죽였나,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다섯 번째 무대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가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삼국유사’는 천 년 전의 역사, 샤머니즘, 야사와 민담 등 다양한 상상력이 결집돼 있다. 국립극단은 ‘삼국유사’에 담겨 있는 상상력을 한국연극의 창작 역량과 만나게 하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연극 ‘꿈’, ‘꽃이다’,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멸’ 등을 선보여왔다. 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는 다섯 번째 무대다.연극 ‘로맨티스트 죽이기’는 ‘삼국유사’ 속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를 모티브로 삼아 당시 시대상을 재구성했다. 설화에는 비형이 여우로 변신해 도망친 도깨비 길달을 잡아 축귀의 상징이 된다. 작품에서는 도깨비 길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재배치한다. 권력자의 양아들이자 왕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왜 도깨비로 남게 되었는지를 담는다.작품은 고급 클럽을 연상시키는 무대에 랩과 트로트,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더해진다. 15명의 남자배우로만 채워지는 이번 무대는 무술, 아크로바틱 등을 통해 극대화된 신체움직임을 보여준다.이번 공연은 연극 ‘루시드 드림’의 차근호가 대본을 썼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감각 있는 연출을 보여준 양정웅 연출이 참여한다. 배우로는 진중용, 한윤춘, 오민석, 정승길, 이승주 등이 출연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11.06 / 조회 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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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 인생의 다음 카드 <미드썸머>
포기는 이르고, 시작은 늦었다. 어정쩡한 나이 서른 다섯. “잔치는 끝났다”는 서른을 넘어 서른 다섯에 안착한 외로운 두 남녀가 축제가 한창인 8월의 금요일 밤. 두 눈을 마주보고 있다. 이어지는 인생의 다음 카드는? 연극 는 삼십대가 공유하는 사랑과 혼란을 달달한 기타선율에 담아내고 있다. 정곡을 찌르는 치명적인 대사들과 함께. 변호사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결혼 못한 여자’로 통하는 헬레나와 딱히 이룬 것도 없는 주먹파 밥은 오늘을 살고 있는 자신들의 상실과 희망을 노래한다. 일 년 중 가장 밤이 짧다는 하지, 미드썸머. 두 남녀는 찢어진 비닐봉지에 든 만 오천 달러를 쓰기 위해 일탈을 감행한다. 최고로 비싼 와인을 박스로 사고, 악기점에서 가장 비싼 기타를 산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와인과 돈을 주면서 기타를 친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탈을 통해 완벽하지만 외로운 여자와 철없지만 용감한 남자는 서로를 구원하는 ‘미드썸머’를 만들어간다.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헬레나와 밥의 노래는 를 보통의 로맨틱 작품과 차별화 시키는 가장 큰 무기다. ‘사랑은 아프게 해’등 철학적인 가사들도 여러 번 곱씹어 볼만한 힘을 갖고 있다. ‘아주 특별한 2인극’ 이라는 소개답게 작품은 온전히 두 배우의 ‘호흡’에 기대고 있다. 단 한번의 퇴장도 없이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연주한다. 아늑한 무대,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관객들의 낭만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올드미스 다이어어리’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골드미스로 통하는 예지원의 안정적인 연기와 ‘이야기쇼’를 이끌 만큼의 입담을 자랑하는 뮤지컬배우 이석준의 애드리브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다. 객석으로 뛰어들어 와인을 건네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소극장에 찾아온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도 준비되어 있다. “요즘같이 살기 힘든 시절에 낭만희극인 가 관객들에게 하룻밤 웃음과 위안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양정웅 연출가의 바람대로, 두 남녀의 일탈은 ‘나도 한 번쯤’ 이라는 유쾌한 바람을 불어주며 삼십 대의 마음을 자극한다. 짧은 밤, 그 날의 일탈은 “거스름돈 있어요”로만 보이던 ‘change is possible’을 “변화는 가능하다”라고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준다. 밤은 짧고, 인생은 길다. 포기는 이르고, 시작은 늦었을까. 어디로든 뛰어갈 수 있는 나이 서른 다섯. 를 지나고 난 후 펼쳐질 당신 인생의 다음 카드. 그 카드는 무엇일까.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11.06.07 / 조회 9,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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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당신을 위한 <미드썸머>
“사랑은 아프게 해, 어떻게든 애써도 사랑은 아프게 해” 애틋한 가사들이 잔잔한 기타선율을 타고 시처럼 다가오는 무대,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아주 특별한 2인극 시리즈 연극 가 무대에 올랐다. 2008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초연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던 양정웅 연출가는 “원작에 충실하면서 작품의 메시지가 국내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며 “는 삼십 대 중반의 남녀 둘이 겪는 한바탕 소동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해설과 연기, 악기 연주를 하는 참신한 연극” 이라고 소개했다. 서른 다섯 살 이혼전문변호사 헬레나와 백수 지하조직원 밥이 하룻밤 동안 겪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담은 에는 대한민국 대표 골드미스 예지원이 헬레나 역으로, 서범석, 이석준이 밥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30대 생일, 즐겁나요?밥(서범석)은 지하조직원!넘버3도 아닌...넘버 340?사랑은 아프게 해!조카 변신! "커플은 일 년안에 헤어질지니"I WANT TO BREAK FREE! (이석준)나 골드미스 맞아? (예지원)이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사랑은 아프게 해’, ‘망각의 노래’, ‘너와 나 사이의 몇 센치’등 예지원, 서범석, 이석준 배우들이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와 위트 넘치는 대사로 핑퐁게임처럼 빠르게 전개되는 는 6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2011.04.29 / 조회 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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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하고 싶지 않나요?”, 달콤한 <미드썸머> 예지원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천방지축 미자, 예능 ‘골드미스가 간다’ 속 샹송을 사랑하는 골드미스 예지원, 여성성의 상징으로 단아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 (임권택 감독) 효경까지. 큰 진폭을 가진 배우 예지원의 필모그라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성격과 꼭 닮아있다. 실제로 만나본 예지원에게는 사차원, 엉뚱함을 가진 배우 그 이상의 기운이 풍겨졌다.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묘한 기류와 웃음을 짓게 만드는 느낌표 사이에 놓여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그녀, 배우 예지원의 이야기다.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연극무대입니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이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연기가 중심이었던 뮤지컬 무대 경험이 있긴 했지만, 인터뷰 때마다 “뮤지컬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계속하고 다녔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거든요. 실제로 친구들과 뮤지컬도 많이 보러 다니고. 공연을 많이 보고, 듣다 보니까 이게 무서운 거에요. 타고난 노래 실력을 갖춘데다가, 노력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고 ‘앗’ 한 거죠. 그래서 “시처럼 읊을 수 있는 노래가 있는 연극이 하고 싶어요”라는 걸로 말을 바꿨어요(웃음). 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도 좋았지만, 대본이 정말 좋았거든요. 바로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좋았는데, 기타 연습에 집중하느라 정작 노래 연습할 시간이(웃음). 연출님이 저를 캐스팅 하셨던 건 출중한 노래 실력이 아니라 연기와 감정이 필요해서였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와,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노래를 어떻게 부르나’라고 생각했다가 ‘기타와 감정으로 가자’고 생각을 바꿨어요. 지난번 제작발표회 때 노래 부르다 울 뻔했다니까요. 감정에 복받쳐서. 속으로 ‘지금 울면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라고 계속 중얼거렸어요. 제작발표회 때 울면 얼마나 웃겼겠어요. 이석준 배우가 “첫 대본 리딩 때 펑펑 운 배우는 예지원이 처음” 이었다고 말했잖아요. 소녀 같은 감성을 갖고 있다고 할까요? 두 분(서범석, 이석준) 모두 피차일반 이에요. 소년 같아요. 남자주인공 밥하고 똑같아요. 밥은 직업은 넘버3도 아니고, 넘버10인 양아치인데다가, 무식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밥은 삶이 철학인 사람이거든요. 삶에 대한 여유를 갖고 있어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서범석, 이석준 선배에게는 그런 소년 같은 모습이 있어요. 아, 밥처럼 찌질이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웃음). 현실에서 오대수(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살자)형 인간인 밥(Bob)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요? 밥. 아, 이상형이죠, 이상형이에요. 돈, 직업, 학력, 집안 이런 사회적인 잣대를 다 빼놓고 보면 밥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도시 속에 사는 도인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경계를 넘어선 사람. 정말 무식해서 본인이 모르는 거지 대단한 내공을 가진 사람이거든요. 우리는 사회적 동물일 수 밖에 없으니까, 여러 가지 잣대를 놓고 그런 사람을 찾아서 세상에 맞춰 살아야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도 저를 포함한 2~30대 사람들이 찾아야 할 이야기에요, 는.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좀더 깊이, 저를 보고 있어요. 이석준, 서범석, 예지원. 세배우의 호흡이 좋은 것 같던데요. 두 선배가 믿음직스럽게 잘 받쳐줘요. 전 지금 ‘10년 만에 돌아온 연극무대’ 그 자체가 감격스러워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저를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잡아줘요. 기대했던 이상으로 받아주세요. 제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에드립을 할 때도 많은데 그걸 다 받아줘요. 2인극이라 대사만으로도 벅찰 텐데, 그걸 다 받아주니 정말 고맙죠. 서범석 선배와는 재즈발레 하다가 처음 만났거든요. 정말, 어릴 때. 롱 타임 어고! 제가 극단 성좌에서 포스터 붙이던 무명시절에 재즈발레 학원에서 만났는데, 하하. 춤 못 추던 두 사람이 춤추겠다고 하던 시절에 만났던 사이니까, 민망한 사이죠. 푸하하. 이혼전문변호사 헬레나는 사랑을 믿지 못하지만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잖아요. 헬레나와 본인이 많이 닮았다고 하던데. 사랑과 관련된 부분은 반대에요. 사랑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요? 사랑을 못하고 있어서 큰일이지. 사랑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헬레나를 보면서 아팠어요, 마음이. 자칭, 타칭 골드미스라고 불릴 만큼 그녀는 굉장히 바쁜 삶을 살아요. 자신의 자아를 억누르고, 그걸 억누르고 있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꾹꾹 누르면서. 대본리딩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래, 우리는 하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던 기자간담회, 제작발표회 자리도 편안하게 생각되더라고요. 배우, 스태프들과 하나라는 생각이 편안함을 줬던 거에요? 아니요, 기자 분들 까지 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요.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 수 십 명의 기자분들이 던지는 질문을 받아야 하는 제작발표회 자리가 정말 어려웠어요. 수 십 명의 기자 분들이 저에게 질문을 던져요, 전 당하는 사람이잖아요. 질문에 틀린 답을 하면 안되잖아요,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되는 거니까. ‘와, 이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 매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인터뷰 준비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웃음). 그런데 속 헬레나처럼, 여배우, 기자 분들.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는 거잖아요. 아침에 눈떠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쑤셔 넣고, 점심 시간을 기다리면서 일하고, 술 마시고, 잠들고. 이렇게 살잖아요. 동료들이 나보다 앞서나가면 거기에 맞춰서 달려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노후대책도 세우고…. 그러다 보면 나는 없어지고. 우리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주인공인 헬레나도 그렇게 살고, 기자 분들도 그렇게 살고, 저도 그렇게 살고. 똑같다는, 하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그전과 다르게 편안해졌어요. 대한민국 대표 골드미스로 불리잖아요. 쉬지 않고 일을 하니까 그렇게 보이나 봐요. 전혀, 전혀 아니에요. 작년에 작품을 많이 했어요. 아, 사실 몇 년째 달리고 있는데. 삶의 우선순위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저 같은 배우들은 아무리 여행을 목표로 세웠다고 해도, 중간에 좋은 작품이 오면 일이 먼저가 되거든요. 종교적인 말 처럼 들리겠지만, 일상생활에 감사하고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음, CF는 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후배들 술도 많이 사주고 그래야 하는데(웃음). 자유로운 미스생활을 즐기는 거에요? 여배우는 하나도 자유롭지 않아요. 에서 헬레나가 첫 장면에 만취해서 밥을 유혹하는 장면이 나와요. 원래는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닌데 참고, 참고, 참다가 자아가 폭발해 버린 거죠. 자아가 폭발하고, 일탈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잠수를 타거나, 싸움을 하잖아요. 여배우로 살면서 그런 일탈은, 못하죠. 배우 예지원 배우가 꿈꾸는 일탈은요? 전 못해요. 음, 가끔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작업들인데 어떻게 도망을 가요(웃음). 은행원, 회사원처럼 평범한 생활을 했다면 제 안의 자아를 완전히 닫아두고 살았겠죠. 큰 일탈도 하면서. 하지만, 배우를 하면서 제 안의 자아들을 빨리, 빨리 꺼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자아를 ‘내 안의 아이’라는 말로 표현하시던데요. 철이 안든 그런 아이가 있어요. 얘가 불쑥 튀어나올 때, 사차원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이 아이는 누구에게나 다 있어요. 일탈을 꿈꿀 때는 언제에요? 날씨가 좋을 때? 날씨, 계절 다 안 타요. 그 때 그 때 기분을 타요. 가늠이 안되니까 예민할 수 있는 성격이죠. 그래서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갇혀있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더 까다로울 수 있고. 스태프들에게는 일하기 편한 여배우로 꼽히던걸요.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하고 만났을 때는 그래요. 전 배려가 뭔지 몰라요.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 주인공을 맡겨 해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제 꿈을 이뤄주시는 건데. 그런데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어서 싫으면 싫은 대로 얼굴에 나타나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속 밥이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삶을 철학처럼 사는 사람이라면, 저는 영화, 드라마, 시트콤, 연극, 뮤지컬, 예능 등을 경험하면서 다양함을 배웠던 것 같아요. 연기를 안 했다면 소심쟁이로 살 뻔 했는데, 통이 커졌죠. 그 중에서도 연극무대는 제 뿌리라고 생각해요. 일년 반 정도 극단 생활을 하면서 맡았던 극장 냄새. 그 먼지 많던 극장 냄새가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거든요. 여배우로 꿈이 있다면요. 제 나이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배우로 살고 싶어요. 20대 때에는 중심인물이 아니었어요. 20대 초반에는 ‘27살이 넘으면 중심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었는데. 전 30대가 넘어서면서 더 많은 일을 했고, 예능, 예술영화, 로맨틱 코미디 등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거든요. 발랄한 역할도 하고, 단아한 역할도 하고. 이렇게 살고 싶어요.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여배우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오디뮤지컬 컴퍼니 제공
2011.04.04 / 조회 1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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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기념합니다”, <미드썸머>
강산도 변한다는 '10'을 기념하는 연극, 가 무대에 오른다. 는 등 굵직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오디뮤지컬컴퍼니 10주년 기념 기획공연 ‘아주 특별한 2인극 시리즈’ 첫 작품이다. 예지원은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연극무대에 출연하며, ‘10주년’ 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지난 29일 열린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지난 10년 동안 4000명의 스태프들과 3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10주년을 기념해 등 역대 뮤지컬 명장면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조명해보자는 의미에서 2인극 시리즈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춘수 프로듀서, 이석준, 예지원, 서범석, 양정웅 연출 스코트랜드를 대표하는 극작가 데이빗 그레이그 작품인 는 2009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된 범죄 조직 하수인 밥과 이혼전문변호사 헬레나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극이다. 헬레나 역 예지원과 함께, ‘오대수(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살자)’ 인간형인 밥 역할에는 서범석과 이석준이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양정웅 연출가는 “로맨틱 코미디 형식이지만, 현대인의 외로움과 상처를 감싸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연극” 이라고 소개하며 “서범석, 이석준, 예지원 세 배우의 재능과 집중력, 에너지 덕분에 즐겁고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관객과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총 6곡의 노래가 배우들의 라이브 기타 연주를 통해 공개된다. 를 위해 기타를 배우게 됐다고 밝힌 예지원은 “무대에서 기타를 치면 참 멋있어 보일 것 같았는데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원스’의 어쿠스틱한 느낌의 낭만을 만날 수 있는 는 오는 4월 29일부터 6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사는 남자들과 골드미스!예지원, 마이크만 잡으면?빵빵 터집니다.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1.03.30 / 조회 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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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착한 여자> 착하게? 악하게? 어떻게 살고 싶나요?
절대로 작품 속에 관객들이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혹여 그럴까 연주자가 등장해 노래하며 깨우고, 사회자가 객석에 끼어들어 질문하며 또 깨운다. ‘정신차려! 이건 현실이 아니야. 다만 현실의 모습을 비슷하게 담은 공연일 뿐이지!’ 극단 여행자의 연극 는 브레히트의 생소화 효과를 접하기 쉽고도 착실하게 실천해 보이고 있다. 무대와 객석 사이를 철저히 분리해, 공연을 보는 관객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 인간이 가진 선과 악, 삶을 살아감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매 순간의 선택들. 작품이 담은 주제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원작인 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중국의 사천을 한국 전쟁 이후 서울 변두리 동네로 바꾸었다. 가난한 창녀이지만 착하게 살려는 주인공 순이는, 속고 속이며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헐거운 주머니를 약탈하려는 악인들로 괴로운 날들을 보낸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은 착한 사람에게 더한 것인가. 견디다 못한 순이가 타인의 탈을 쓰고 나타나자 사람들의 태도도, 주변의 상황도 바뀌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삶의 불확실한 공식이 이렇게 증명되는 것인가. 북, 드럼,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대들의 연주는 작품의 흥을 돋구기도 할 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브레히트 작품을 한결 편안하게 만든다. 공연 연습에 언제나 악기 연주도 들어가는 여행자답게 배우들이 돌아가며 무대 뒤 악사 자리에 앉는 것도 흥미롭다. 재치있고도 또렷한 대사가 반갑다. 사회자로 나서는 물장수 김씨, 건물주 마여사 등 1인 다역으로 변신해 익살스레 웃음을 전하는 정해균을 비롯, 여행자 단원들의 노련한 모습은 이 작품이 2003년 초연 이후 재공연 무대라 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극단 작은 신화의 단원이나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돋보이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재판관 및 양여사 역의 최현숙도 놓칠 수 없다. 1, 2부로 나뉘어 2시간 넘게 작품이 계속되지만 지루한 감은 전혀 없다. 순이처럼 살 것인가, 강사장처럼 살 것인가, 한판 놀고 나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둘러 앉아 질문과 대답을 나눈다.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브레히트도 서울의 순이도, 사천의 착한 여자도, 누구도 한 가지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2009.12.24 / 조회 9,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