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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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10년, 공연 콘서트 개척한 이석준
특이하게 남들 다 쉬는 월요일에 볼 수 있는 공연, 우리나라 월요 공연의 대표선수 (이하 이야기쇼)가 10주년을 맞았다. 추운 겨울 꽃 한송이 들고 배우를 기다리던 한 소녀의 사연에서 시작된 이야기쇼는 2004년 4월, 1회 공연을 시작으로 팬들에게 공언했던 100회의 약속을 지켰고, 3년 동안 기약 없이 떠나 있었지만 이야기쇼를 사랑하는 팬들과 배우들 덕분에 시즌 2로 다시 돌아왔다. 시즌 2에서는 기부 공연과 게스트 비공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이야기쇼는 "누가 나오는냐에 상관없이" 늘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 주고싶다는 그의 순수한 바람은 어느덧 대학로의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야기쇼를 통해 앞으로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10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야기쇼의 호스트 이석준을 만났다. Q. 처음 100회를 목표로 시작했던 이야기쇼가 10주년이 됐다. 기분이 어떤가.아직 십 년이란 게 실감이 안 난다. 정확히 말하면 탄생이 10년이 된 거고 실제 한 기간으로 따지면 7년 정도 됐다. 시즌 1 끝나고, 중간에 3년 정도 휴식기가 있었기 때문에. 첫 시작이 아주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상하게 한 열 달 정도의 느낌밖에 안 든다. “우리가 벌써 십 년이나 됐어, 내가 벌써 열 살이나 먹은거야” 그런 거에 대한 개인적인 충격은 있지만 특별히 감회가 새롭거나 하진 않다. 다만 10년을 회상하니, 특히 초반에 힘들었던 때가 떠오른다. Q.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이 들었나?오프라인에서 뮤지컬을 가지고 토크쇼를 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다른 어디에도 뮤지컬을 가지고 토크쇼를 하는 데가 없었다. 배우를 모셔놓고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인기 있는 배우들이 아니면 관객들이 차지 않았다. 어찌 보면 요즘 공연과 비슷했다. 그래서 공연을 어떤 식으로 100회까지 이끌어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Q. 처음에 100회를 예고하고 공연을 시작했다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100석 공연장에서 시작했는데 팬들이 백 명 있는 뮤지컬 배우가 백 명은 있을 것이다. 백 명의 배우면 100회를 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해서, 2년 있다가 화려하게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웃음) 하지만 월요일 저녁 8시, 팬들이 회사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홍대로 끌어드릴 수 있는 인기 많은 뮤지컬 배우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Q. 지금은 익숙한 형태지만, 뮤지컬과 토크쇼를 결합한 공연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을 할 때, 추운 겨울날 소녀 팬이 장미꽃을 들고 공연장 앞에 서 있는 것을 봤다. 좋아하는 배우를 기다리고 있던 소녀였는데, 그 배우 나오자 장미꽃을 수줍게 건네면서 “공연 잘 봤습니다”만 하고 그냥 가더라. 그때 그 소녀의 뒷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 당시만 해도 뮤지컬 배우들은 인터뷰할 데가 거의 없었다. 가수나 연예인처럼 TV에 나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고. 팬들은 그저 그렇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배우와 팬들의 중간 고리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 싶었던 차, 공연할 때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관객과의 대화 대신 베르테르 콘서트를 했었다. 내가 사회를 보고 배우와 앙상블이 새로운 노래와 춤 연습하면서 특별 콘서트를 열였는데,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가 지금은 아내가 된 추상미씨와 어느 날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지하에 극장이 비어 있었다. ‘여기서 토크쇼를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준비를 시작했다. Q. 처음 스태프로 모았던 작가, 음악감독, 섭외 담당 등 다들 아마추어였다고 하는데.주변에 있는 뮤지컬 팬들로 스태프를 모았다. 프로를 원하지 않았던 건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야기쇼를 재미있게 만들 수 없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잘 찍는 팬에게는 공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고, 팬 카페에서 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질문을 던지는 친구에게는 나에게 던졌던 질문이 너무 재미있어서 작가를 시켰다. 섭외는 만나면 인사를 잘하는 친구에게 맡겼다. 그런 식으로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신나서 했다. 아직도 이야기쇼는 그 스텝 그대로 가고 있고, 거기에 전문가들이 더 합류했다. 십 년 동안 함께 해 준 그들에게는 평생 빚을 못 갚을 것 같다. 고생만 시켜 미안하고 너무 고맙다. Q. 시즌 1를 더듬어 본다면, 어떤 때가 특별히 기억나나?아무래도 맨 처음 생각이 많이 난다. 처음에 돈은 없고 무대는 만들어야 했기에 목공소에 가서 나무를 서서 망치질해서 뚝딱뚝딱 무대를 만들고 거기에 흰색과 검은색의 시트지를 붙여서 피아노 건반을 만들었다. 카페 의자를 끌어다 관객용 의자로 쓰고 추상미씨 집에 있는 천을 가져다가 테이블보로 쓰고 다 가내 수공업이었다. 그때만 해도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다 보니 첫 회부터 3회정도 까지는 매진이었다. 첫 회에 지금도 제일 친한 이건명씨를 불러서 웃긴 에피소드로 도배를 했다. 정해진 형식 없이 웃다가 노래하다 자유롭게 했다. 2회 때는 같이 공연했던 김다현, 김수용, 엄기준 불러서 했고, 그렇게 조금씩 발을 넓혀갔고 적응이 되면서 모르는 사람들도 섭외를 했다. 그때만해도 그렇게 발이 넓지 않았고 조연시절이라, 나를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친한 사람들을 거쳐 거쳐 연락을 했다. 재미있게도 배우 섭외는 지금보다 그때가 쉬웠다. 그때만 해도 조승우 빼고는 뮤지컬 배우가 연예인이 된 사람이 없었다. 직접 그들에게 얘기할 수 있었고 호소할 수 있었다. 지금 매니저도 많고 거쳐야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50회를 지나니 마이너스가 엄청 났다. 그래서 1년 뒤에 접으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스태프들이 우리 이렇게 그만두지 말자, 약속은 지키자라고 똘똘 뭉쳤다. 기획공연을 만들고, 유명배우를 섭외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이야기쇼 자체의 인지도가 점점 좋아졌다. 1회를 하고 4년이 지나서 100회를 하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이야기쇼를 관객들과 좋은 배우 덕분에 매진이 됐다. 100회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Q. 시즌 2는 원래 돌아올 계획은 없었는데, 어떤 결심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나?시즌 1이 끝난 후, 가는 곳마다 계속 이야기쇼 이야기가 나왔다. 팬들도 언제 다시 하냐고 물어보고, 어떤 후배들은 이야기쇼 영상보고 배우를 결심했다, 거기 나가고 싶었는데 못 나갔다고 한탄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렇게 주변에서 계속 요청이 왔다. 다시 하기로 결심했을 때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이야기쇼 밖에 없으니, 이왕 하는 것이니 능력을 헛되이 쓰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시즌 2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관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공연장에 가두지 말고 이웃에게 돌리자. 그리고 유명 게스트와 티켓 파워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품과 배우를 소개하자.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는 비공개로 가는 걸로 했다. 이야기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을 믿었다. 그리고 홍보수단이 많은 라이센스 공연은 다루지 말고 창작 작품에 힘을 실어 주기로 했다. Q. 게스트가 당일 공개임에도 소문이 많이 난다. 섭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나와 스태프들이 커피숍을 전전하며 주1-2회정도 모여 회의를 하고, 3개월 전에 미리 라인업을 짠다. 물론 내 입김이 많이 들어가긴 한다. (웃음) 대본을 미리 받아서 작품도 검토하고, 인물이랑 작품을 병행하면서 하는데 요즘은 자꾸 소문이 나서,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미리 말하지 않고 출연이 확정된 결정적인 순간에 마지막에 작가를 투입 시킨다. 그런데도 그게 풀린다. 나도 미치겠다. 내 동선까지 파악하는 것 같다. 회의할 때 우리끼리 남자 배우는 무조건 홍광호로, 작품은 무조건 미스사이공이라고 말한다. (웃음) Q. 사회자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유쾌하게 현장을 만드는 노하우는 무엇인가?나는 호스트로 있을 때 말이 많다. 그리고 궁금증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관객들을 대신해서 관객들의 눈으로 그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주 안다는 것이다. 관객의 입장으로 생각하니 관객이 생각하는 것이랑 내가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그래서 관객들이 재미있어 한다. 호스트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게스트를 놀려서 재미는 줄 수 있지만 자존감은 절대 무너뜨리면 안 된다. 나의 진행스타일은 관객에게는 반말로 하고 게스트에겐 존댓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관객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과 내가 한마음으로 게스트에게 질문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Q. 이야기쇼의 매력이라면 아직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한 신인 배우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일텐데. 시즌 1때 신인으로 출연했던 조정석은 이제 스타배우로 크게 성장했다.이야기쇼가 잘 했던 건 사람과 작품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스타 배우가 됐지만 그들의 작은 시작을 우리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 그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이때부터 이 배우를 사랑했어” 그리고 시즌 2때 모비딕;팀의 경우는 관객의 반응이 엄청났다. 실제 티켓 판매에도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Q. 오랫동안 이야기쇼가 롱런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동안 이야기쇼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고 더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계의 인프라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그리고 예전에는 배우는 좋지만, 좋은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배우들, 작품들, 제작진 등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소스들이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우리가 소개를 놓친 적도 많다.Q. 최근에는 이야기쇼와 비슷한 뮤지컬 토크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 스텝들이 가지고 있는 십 년 노하우를 절대 이길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대로 색다르게 가야겠지. 이야기쇼는 말 그대로 이야기쇼일 뿐이다. 우리는 늘 해오던 대로 할 것이다. Q. 다음 주에 열리는 10주년 공연은 공연장도 전과 달리 대형이며, 출연자수도 많다. 어떤 공연을 보여줄 것인가? 아마 가장 이야기쇼스러운 공연이 될 것이다. 이야기쇼에서 이슈가 됐던 열 개의 테마를 가지고 팀을 구성했다. 가장 의미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미있는 노래를 부른다. 말을 줄이고 대신 출연한 게스트와 이야기쇼의 신념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Q.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이야기쇼. 10주년을 넘어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쇼를 꿈꾸는가? 이야기쇼를 뮤지컬계에만 국한하고 싶지 않다. 무용,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얼마 전에 했던 연극 특집이 그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화는 이해와 공부, 그리고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그게 빠지면 문화를 즐길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연은 한번 보고 즐기면 되지 그게 뭐가 중요하냐 반문할 수 있지만, 이해하고 가서 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공연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은 관객들의 권리이다. 이야기쇼를 통해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고, 관객이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극의 생산자로 극의 한 축을 담당해주면 좋겠다. 공연은 배우와 제작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도 현장에서 같이 만들어가는 거다. 그것을 보여주고 일깨워주고 즐거움을 찾아주고 싶은 게 이야기쇼의 목표다. Q. 마지막으로 이야기쇼를 사랑해 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야기쇼는 관객과 게스트 모두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언제나 관객들이 와서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 사랑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제공
2014.05.23 / 조회 19,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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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뮤지컬 ‘모비딕’ 에이헙, 멈출 수 없는 운명에 몸을 싣다!
짧은 머리에 그을린 이마, 불구의 다리로 절뚝이는 초로의 사내가 갑판 위를 호령한다. 불구의 사내를 신경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한 마리 ‘고래’의 존재다. 그의 뜨거운 눈빛은 시시각각 형형하게 빛나며 망망대해 속 한 마리 흰 고래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다. 뮤지컬 ‘모비딕’의 항해기는 다양한 사연으로 모인 선원들의 만남으로 시작되지만, 항구를 떠난 피쿼드 호의 운명의 활로를 바꾸는 인물은 선장 에이헙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에이헙 선장의 모비딕에 대한 광포한 집착과 분노는 영혼을 잃은 피쿼드 호의 유일한 원동력이 된다. “단 한 명의 선장만이 이 피쿼드 호를 지휘한다”-독재자 선장 에이헙, 공공의 적이 되다 한배를 탄 선원들은 그를 두고 ‘돈키호테’와 같은 ‘독재자’라고 말한다. 선원들의 운명과 목숨이 선장의 지휘에 달려 있는 갑판 위에서 오직 ‘모비딕’을 없애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선장의 존재는 점차 공공의 적이 되어 간다. 부를 꿈꾸는 선원들에게 스페인 금화 열다섯 냥이라는 거금을 내걸며 ‘모비딕’ 잡이로 내모는 에이헙 선장의 모습은 일순간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기름저장창고에 문제가 생겨 귀한 기름이 새어나가게 됐을 때조차 에이헙의 관심은 선원들의 안위보다 오직 ‘모비딕’ 사냥에 있다. 그는 이제 귀가 있어도 들리지 않고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망망대해 어딘가 ‘모비딕’의 울음소리를 따라 온 세포와 신경을 곤두세울 뿐이다. 에이헙은 갈수록 판단력을 잃어가는 선장의 폭주를 저지하려 나선 일등 항해사 스타벅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벅의 비판에는 선장 에이헙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존경해 마지않던 선장에게 요구하는 것 역시 “돌아와”달라는 것이다. 그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스타벅의 모습은 뱃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선원을 아끼고 대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아온 선장 에이헙의 과거모습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다툼 속에서도 에이헙은 때때로 스타벅에게 번민과 갈등의 심경을 내비친다. 그는 스타벅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자네의 눈동자 속에서 내 아내와 자식이 보인다”고 말한다. “자네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배에 꼭 남아있으라”고 당부하는 그의 얼굴에서 가족을 사랑하고 희망으로 배를 띄우던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아릿하게 맺힌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에 하나”-물러설 수 없는 ‘두려움’, 평온한 종지부 같은 ‘죽음’ 에이헙의 ‘모비딕’에 대한 집착은 굴복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대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는 선원들에게 ‘모비딕’을 묘사할 때 단순히 “‘한 마리의 고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모비딕’의 영악함과 포악함에 대해 찬탄에 가까운 평가를 하는 그의 태도는 일종의 경외감처럼 보인다. ‘모비딕’과의 승부를 논할 때에도 에이헙은 곧잘 자신의 죽음을 담보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으며,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말하는 결연한 그의 말에서 ‘모비딕’과의 싸움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며, 두렵지만 멈출 수 없는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에이헙에게 죽음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굴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긍심 높게 살아온 고래잡이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영원히 상실하는 것이다. 이미 그는 가족도 잃고, 모든 희망도 잃었다. 만약 그 흰 고래를 잡지 못한다면 에이헙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 모든 것을 잃어왔단 말인가. 좁고 어두운 선장실에서 불면의 날들을 맞으며 “이 좁고 어두운 침대에 머물러 있다 보면 왠지 시체 같은 기분”이라고 느끼는 그에게 이제 살아있음의 증거는 ‘모비딕’에 대한 집착뿐이다. 그런 그에게 평온한 종지부처럼 찾아온 ‘죽음’은 어쩌면 ‘모비딕’이 살아 있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집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따스한 대자연의 섭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대를 숭배하면서도 거역할 것이다”-인간다움, 대자연과 맞서다 에이헙의 집착과 욕망이 결국 피쿼드 호의 선원들에게 비극을 안겨준다고 해도 관객의 눈에 비친 그의 투쟁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의 지극히 인간다운 욕망들이 대자연에 당당히 맞서는 투쟁의 무기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는 그에게 강한 연민도 느낀다. 에이헙이 가진 ‘모비딕’에 대한 강렬한 집착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내면의 어두운 욕망에서 온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자기연민 등 그의 다층적인 심리구조는 단순한 복수심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다양한 양면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 안에는 첫째 정복욕이 있다. 인간의 정복욕은 눈부신 성취의 원동력인 동시에 무수한 파멸의 원인이기도 했다. 고래잡이로서 평생을 살아온 에이헙이 가장 영악하고 두려운 고래 ‘모비딕’에 대해 정복욕을 불태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간적 욕망이다.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사나운 존재를 굴복시키는 것은 그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삼아 온 사내에게는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다. 둘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입증하고 싶은 욕구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자 한다. 고래잡이로 살아온 자신의 존재를 다리처럼 불구로 기억되게 할 수는 없다는 의지는 곧 그의 신념이다. 그는 “자신은 죽어도 좋고, ‘모비딕’과 같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평생을 바다 위에서 보낸 자신의 존재 가치와 명예를 위협하는 ‘모비딕’의 존재를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회복하려 한다. 수많은 고래를 싣고 항구 낸터켓으로 귀환했던 승리의 배 피쿼드 호는 선장 에이헙 자신의 역사를 증명하는 증거물이자 분신이다. 그가 ‘모비딕’에게서 한쪽 다리를 잃는 순간 피쿼드 호는 돛대를 잃었다. 하지만 ‘모비딕’이 앗아간 것은 단순히 한쪽 다리와 돛대가 아니다. ‘모비딕’이 삼킨 것은 선장 에이헙이 피쿼드 호와 함께 쌓아온 고래잡이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었다. “흰고래 모비딕을 보았소!” -에이헙의 깊은 내면 표현한 황건 배우 에이헙을 연기한 황건은 이 작품의 배우들 대부분이 뮤지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드물다고 할 수 있는 연기자 출신의 전문 배우다. 초연 때부터 에이헙을 연기해 온 그의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와 몰입도는 극 전체에서 긴장감의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겨주는 힘이 된다. 전반부의 밝고 유쾌한 선원들의 에피소드를 후반부의 거친 격랑으로 휘몰아쳐 가는 것도 초연 때부터 홀로 꿋꿋이 에이헙을 연기해온 황건의 힘이다. 그는 첼로로 한쪽 다리를 삼은 불구의 처지를 몸으로 연기하면서도 광포한 눈빛과 날카로운 일갈 등 분위기를 일변하게 하는 노련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또한, 황건은 에이헙 자신을 소개하는 역할인 선주 필레그를 함께 연기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의 말투와 표정, 제스처까지도 캐릭터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져 같은 배우의 2역 연기라는 것을 관객이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뮤지컬 ‘모비딕’은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돼 대구 초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두산아트센터 SPACE111의 무대에 올랐다.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5개 부문(최우수작품, 연출, 대본, 작곡, 무대미술)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무대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월 20일부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모비딕’은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03 / 조회 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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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뜰리에.6] 뮤지컬 ‘모비딕’, 다재다능한 액터들의 도전적인 항해기
어떻게 클래식 연주자들을 데리고 고래잡이라는 험난한 항해길에 오를 생각을 했을까. 뮤지컬 ‘모비딕’은 우선 그 기발한 발상과 출연진의 다재다능함에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다. 초연 배우인 신지호와 콘(KoN)은 작품을 두고 “파격적”이며, “혁신적인 뮤지컬”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악기를 들고 역동적인 연기를 펼치는 연주자들의 모습은 관객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자 새로운 발견이다. 뮤지컬 ‘모비딕’은 흰고래 모비딕에 집착하는 에이헙 선장과 그와 한배를 타게 된 선원들의 우정과 모험을 담은 이야기다. 원작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으로 관객에게 조금은 낯선 소재다. 자연과 인간, 인간의 욕망과 죽음이라는 주제도 대중의 흥미를 끌기 쉽지 않은 무게감이 있다. 여기에 배우들의 음악적 코드까지 클래식을 택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클래식+드라마’로는 다 설명하기 힘든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 ‘모비딕’은 한 마디로 ‘귀가 호강하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청각’이 시각, 상상력과 만나 눈에 보일 것 같고 손에 잡힐 것 같이 변화하는 새로운 감각의 전이를 경험한다. 보통 뮤지컬 음악이 보이는 것들을 위한 배경이거나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대사의 또 다른 수단이었던 것과는 뚜렷한 차별화다. ‘모비딕’은 음악이 전면적으로 나서며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이끌며 대사를 만들어낸다. 그뿐이 아니다. 연주자의 악기가 연주를 위한 도구에서 나아가 극의 소품이나 캐릭터의 일부로도 재탄생한다. - 캐릭터와 악기 간의 절묘한 매칭 ‘액터-뮤지션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의 핵심 관극 포인트는 캐릭터와 악기 간의 절묘한 매칭이다. 7명의 캐릭터는 각각의 악기와 대응을 이루는데 해당 악기의 음색은 물론 형태와 움직임까지 캐릭터에 맞도록 세밀하게 계산되어 합을 이루고 있다. 이스마엘은 극의 화자이자 해설자다. 스토리의 서사와 매 사건마다의 정서를 피아노로 섬세하게 기록한다. 이스마엘의 감정 표현 역시 대사보다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 장면 위를 흐르듯이 전달된다. 바다의 정령이자 초현실적 존재인 네레이드 역시 피아노를 맡았다. 이스마엘이 사건 안의 화자라면 네레이드는 사건 밖의 초월적 화자다. 사건 밖의 초월적인 서사를 담당하면서 연주의 면에서는 이스마엘이 연기하는 동안 피아노 연주를 맡아 음악적 스토리를 끊기지 않게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야성적인 성격과 이교도라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살잡이 퀴퀘그는 작지만 날카로운 바이올린 활로 작살을 표현한다. 감각이 예민하고 동작이 민첩한 퀴퀘그의 특성도 작은 몸집에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바이올린의 음색과 그대로 매칭된다. 이스마엘과 친해져 가는 장면의 대담한 연주나 퀴퀘그가 생명력을 잃어갈 때 갑판에 쓰러진 그의 몸 위에서 신음하듯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제3의 대사라 할만하다. 에이헙 선장의 첼로는 형태면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활용됐다. 흰고래 모비딕에게 빼앗긴 한쪽 다리를 대신한 의수이자 절뚝거리는 선장의 지지대가 된 첼로는 모비딕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에이헙의 불구적인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캐릭터의 일부로도 작용한다. 냉철한 사고를 가진 1등 항해사 스타벅은 기타를 맡았다. 비교적 연주가 적은 편이나 기타는 협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이기도 하다. 스타벅은 악기의 소품화에서 융통성이 가장 적은 캐릭터인데 냉철하고 독실하며 고지식한 평소 그의 성격과 오히려 들어맞아 보이는 부분이다. 2등 항해사인 스텁은 콘트라베이스다. 친화력이 남다르고 신뢰감을 주는 그의 캐릭터는 큰 기복 없이 든든하게 가장 낮은 저음영역대를 받쳐주는 콘트라베이스의 소리와 닮아 있다. 또한, 콘트라베이스의 큰 몸집과 힘 있는 저음은 두려운 모비딕의 존재감으로 형상화돼 뱃전을 때리기도 한다. 캐릭터와 악기 간 매칭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플라스크다. 개성이 뚜렷하고 유쾌 발랄한 다혈질 항해사 플라스크는 캐릭터만큼이나 개성적인 음색의 트럼펫(유승철)과 클라리넷(조성현)으로 재치 있게 표현됐다. 음색의 특성상 협연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두 악기들은 플라스크의 망원경으로도 곧잘 변신해 소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 자잘한 재미 갖춘 스토리,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들 이번 공연이 소극장에서의 초연을 경험한 두 번째 공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한층 친절해진 스토리가 눈에 띈다. 초연에 비해 후반부 사건의 개연성이 뚜렷해져서 각 인물의 행동이나 결말로 향하는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또한, 캐스팅이 추가됐고, 스토리에 조연 캐릭터들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삽입됐다. 음악도 새로운 곡들이 더해졌다. 특히 2등 항해사 스텁과 3등 항해사 플라스크 페어의 추가된 에피소드는 다소 무게감 있는 후반부를 생각할 때 극 전체에서 유쾌한 활력소가 된다. 큰 주제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한배를 탄 선원들의 다양한 사연과 개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캐릭터의 변화에서 중요한 요인은 새로운 캐스팅의 추가다. 뮤지컬에서 더블캐스팅은 흔한 일이지만 ‘액터-뮤지션 뮤지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악기의 연주를 능숙하게 하는 연기자나 연기가 능숙한 연주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연의 멤버들이 1년이 넘는 훈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초연의 무대를 마련했기에 새로운 추가 멤버가 기존의 멤버들과 조화로운 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문제였다. 여기에 대한 ‘모비딕’의 결단은 조금 파격적이다. 오히려 초연 멤버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가진 인물들로 주역의 추가 캐스팅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캐릭터에 배우가 의존하기보다는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변화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주역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더블캐스팅은 같은 캐릭터를 두고 다른 두 개의 해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지현준이 연기하는 퀴퀘그는 콘(KoN)이 연기하는 퀴퀘그에 비해 두드러지는 야성미와 동물적인 기민한 움직임을 더했다. 그 결과 대자연에서 살아온 전사의 강인함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아름다운 인간의 순수성이 잘 부각됐다. 야성미 넘치는 퀴퀘그는 마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의 용감한 인디언을 만난 느낌이다. 교감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문명적인 것을 발전적으로 인식해 온 우리의 편견을 깨 준다. 특히 몸의 사용이 매우 뛰어나 살아있는 대화를 하듯 움직이는 몸동작은 안무에 고심한 흔적을 보여준다. 윤한이 연기한 이스마엘은 감정표출이 적어 슬픔을 객관화하는 이스마엘을 보여준다. 특히 외적인 면에서도 강인하고 심지 있어 보이는 윤한의 이스마엘은 첫 뮤지컬 데뷔작임에도 절제된 감성 속에서 안정된 연기와 노래로 극의 서사를 잘 이끌어 호평을 받았다. 원조 이스마엘인 신지호는 감정선이 더욱 깊어졌다. 피쿼드 호 위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두려움 등 상황에 따라 변하는 풍부한 표정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게 한다. 원조 퀴퀘그 콘(KoN)은 초연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야성미를 더했다. 문명으로부터의 소외감과 그 속에서도 잃지 않는 꿋꿋한 자존심을 더욱 날카로워진 눈빛과 자연스러워진 안무로 소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원조 멤버들의 힘은 관객의 귀를 호강시키는 유려한 연주실력에 있다. 무대를 휘몰아치듯 분위기를 변주하는 신지호, 콘(KoN)의 연주는 그 어떤 연기나 노래보다 관객을 압도한다. - 피쿼드 호의 형상화, 관객과 배우가 한배를 탄다! 무대는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됐다. 초월적 존재인 네레이드가 2층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위치로 이동했고, 선원들이 먼바다를 내다볼 수 있는 높은 망루도 생겼다. 비스듬히 기운 배의 갑판은 객석에서도 마치 한 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배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때로는 항구로, 여인숙으로, 배 위로, 망망대해의 바다 위로 바뀌는 무대 장치는 별다른 이동 없이 구석구석의 구조물과 소품에 조명이 더해져 장면마다 다른 느낌으로 변화했다. 다만 객석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무대 반경이 달라서(오른쪽은 이스마엘의 피아노, 왼쪽은 에이헙 선장, 왼쪽 상단은 네레이드) 관객 입장에서 구석구석을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들 각각의 기교나 역량을 평가하기 이전에 최초의 장르에 도전하는 열정과 자부심이 주는 감동이 크다. 보고 싶지 않은 무대는 관객이 고개를 돌리면 되지만 보고 싶은 무대, 꿈꾸는 무대는 현실화하는 누군가의 최초의 시도가 없다면 탄생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모비딕’은 ‘최초’에서 발전해가는 한 장르의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들이 최초로 나아갔던 항로를 기반으로 앞으로 무수히 많은 배들이 새로운 항해에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29 / 조회 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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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또다른 개척자 <모비딕> 신지호, 윤한
거센 피아노 선율이 파도가 되어 일렁이면, 더블베이스는 고래가 되어 춤을 추고 그를 뒤쫓는 피쿼드호가 바이올린을 타고 요동치는 곳. 뮤지컬 에서는 음악, 악기, 배우 모두가 장면이 되고 캐릭터가 되어 관객에게 이야기 하고, 그 중심에 ‘액터 뮤지션’ 신지호(25)와 윤한(29)이 서 있다. 피아니스트로서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 작품의 화자 ‘이스마엘’로 변신한 것은 음악가 역할로의 깜짝 등장도 아니고, 무대 한 켠에서 연주만을 담당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또 하나의 언어인 연주를 통해 색다른 서사와 감동을 주는 무대 위 또다른 ‘개척자’의 행보. 재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연습에 ‘패닉’이라는 그들의 말과는 달리, 기대감에 찬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의 두 사람을 막이 오르기 전 만났다.피아니스트로서 뮤지컬에 배우로 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신지호 : 유치원 다닐 때 아역 연기자가 꿈이기도 했었지만, 크면서는 그렇게 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 이 그냥 뮤지컬이었다면 내 그릇도 안 될 뿐더러 하기도 싫었을 것 같다. 그런데 국내 최초의 액터 뮤지션이고 의미도 남달랐기 때문에 하기로 결심했었다.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버클리 음대)를 다니기도 했다. 둘이 에서 처음 만났나. 신지호 : 이번에 처음 만났다. 솔직히 나이나 성격, 이미지 등이 비슷했다면 경계했을 것 같은데 성격도 완전히 다르고 오히려 형이라서 너무 좋다. 우리 둘은 분명히 다르고 그래서 이스마엘도 다른 모습일 거라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둘 다 보고 싶게 만들고 싶다. 윤한 : 서로 보고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지호가 감정이입이 굉장히 뛰어나다. 가만히 있다가도 30초 만에 막 운다. 난 그렇게 못한다. 원래 성격 자체가 감정 이입이나 기복이 심하지 않다. 또 지호는 악보를 보자마자 연주한다. 신지호 : 예전에는 더 심했지만, 감정의 그래프가 좀 평이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고. 또 내가 클래식한 연주를 좀 더 잘한다면, 형은 즉흥적이고, 재즈, 자신만의 애드립이나 코드로 구성한 것을 더 잘한다. 둘이 너무 달라서 신기하다. 윤한 :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편이고, 쌓아두는 게 없다.(웃음) 첫 연습 때 내가 연기도, 노래도, 연주도 제일 못하는데 열심히 해야겠네, 그랬다.(웃음) 어차피 해야 되는 거면 즐기자는 마인드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고 생각한다. 초연 때 윤한에게도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재공연에서 합류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윤한 : 초연 때는 대구 공연(대구뮤지컬페스티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제의가 와서 스케줄도 맞지 않았었고, 내 준비가 충분히 안 되어 있어 보여주기 싫은 게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시간도 충분했고, 완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음악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걸 몰라서 좀 당황했었다. 다른 뮤지컬 같은 줄 알았던 거다. 연출님이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처음에 ‘이런 상황이야, 어떤 느낌일까, 표현해봐’라고 하실 때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고 표현해 보라니’ 하고 당황했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단지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음악은 악기를 통해서 감정과 상황, 분위기를 표현하고 묘사하는 연기더라. 그래서 굉장히 매력적이고 또 내가 원래 하던 음악이니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미니 콘서트때 음악감독이 “윤한은 떨지 않는다”라고 말하더라. 신지호 : 나와 정반대다.(웃음) 나는 스스로 괴롭히고 불안해하고 떨려하고,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인데, 형은 쿨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너무 부럽다. 윤한 :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는데 가서 처음에 보고 느꼈던 건,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분명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안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자신감과 자만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사람들을 자신감으로 봤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겁도 많고 낯 가리는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미국에 가서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재공연도 반가웠을 것 같다. 신지호 : 솔직히 하기 싫었다. (웃음) 작년에 생각지도 않게 조기 매진되어서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공연을 보여드릴 수 없을 정도로 잘 됐었다. 그 정도로 너무 행복하게 했던 공연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고, 초연 멤버, 초연 이즈마엘로 남고 싶었다. 커진 무대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대하고 있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솔직히 더블 캐스트로 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웃음) 그게 누구든 간에 지난 2년간 해왔던 이스마엘을 누구와 함께 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됐다. 같은 대사를 서로 다른 사람이 읊어야 한다는 게 어색할 것도 같았고. 그런데 이 역을 새로운 사람에게 다 맡기고 안 하기는 너무 아까운 거다. (웃음) 그래서 다시 하기로 했는데, 해 보니 더블 캐스트가 좋은 점이 너무 많다. 정말 감사한 건 우리 둘이 너무 달라서 뭘 해도 다른 모습이 나온다는 거다. 초연 할 땐 한번도 연습을 지켜보지 못했는데, 며칠 전 형이 하는 연습을 보면서 이렇게 관객의 시선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울었다. 객석에서 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된다. 윤한은 초연을 보았나? 윤한 : 영상으로만 봤다. 물론 직접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겠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연극적인 느낌이 컸다. 그리고 연주자들인데도 연기를 너무나 잘해서 놀랐다. 또 여자주인공도 없고(웃음) 뱃사람 이야기니까 내용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선장과 선원의 대립, 퀴케그와 이즈마엘의 우정 등 스토리가 재미있었다. 악기, 연주가 또 하나의 캐릭터이고, 장면이 되고 이야기로 이어진다. 뮤지션이기 때문에 연주를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신지호 : 음악이 너무 어렵다.(웃음) 음악이 안 좋았다면 너무 힘들어서 짜증날 텐데, 물론 지금도 나지만 (웃음) 음악이 너무 좋아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작곡가가 너무 음악을 잘 썼다. 윤한 : 음악감독이 완전 절대 음감이다. 연습하면서 가끔 장난칠 때 반음을 내려 치거나 올리면 저 멀리서 들어도 “반음 내려”하며 딱 잡아낸다. 여러 개의 건반을 누를 때 하나 더 누르거나 빼는 것도 금방 알아차린다. 신지호 : 런 쓰루 연습을 한 후 “이별의 노래, 넘버 원에서 37마디에 솔 샵 안쳤어요”라고 정말 그런다.(웃음) 이렇게 까지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정말 처음 봤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흔치 않다. 신지호는 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하지 않았나. 신지호 : 그릇이 작았지만 감히 도전을 했던 거다. 그런데 미래 목표이기도 했기 때문에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게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 극장도 커지고 러닝타임도 길어졌다. 초연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지호 : 형이 연습할 때마다 안무가 늘어난다. 며칠 전에도 ‘술잔을 들어라’ 장면에서 형이 자꾸 춤을 넣겠다고 했다. (웃음) 정말 다른 이스마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윤한 : 이즈마엘 캐릭터가 원래 뒤에서 다른 사람들 춤추는 거 보며 흉내 내고 어설프게 따라하는 정도였는데, 막 앞에 나가서 하고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괜찮네!” 해서 장면에 춤이 추가 된 거다.(웃음) 그런데 차례를 바꿔 지호가 연습할 때 솔로댄스 부분에서, 그 때 내가 지호의 눈을 봤다. 댄스 하기 전에 1초, 2초, 그 떨림. (일동 폭소) 신지호 : 할 때는 그냥 넋을 놔야 할 것 같다. (웃음) 아이돌 같은 댄스는 이즈마엘에게 안 어울리니 관객들이 귀엽게 봐 주실 거다. 어느 부분에서는 좀 더 객관적인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상황을 묘사하기도 하고, 1장부터 마지막까지 이스마엘이 성장하는 모습이 좀 더 뚜렷하게 잘 보일 거다. 더욱 입체적으로 인물간의 관계, 소중한 친구와의 가슴 시린 이별 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 같다. 소름끼칠 정도로 처음과 끝이 너무나 멋있고, 그 안의 이야기들은 마치 한 권의 동화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윤한 : 연습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여기서 어떤 연기를 하고 저기서는 어떤 연기를 하고,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연기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런을 해 보니 대사며 악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나오는 대로 해야 다 하는 것이더라. 그리서 오히려 내 모습을 그냥 보여주면 되는 것 같다. 정말 나는 이스마엘이고, 내 성격이 이스마엘의 성격이고, 일맥상통하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냥 내 자신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신지호 : 초연 때 으로 서 봐서 마지막에 관객들 앞에서 “기억하라”라고 하고 끝날 때 그 느낌을 안다. 그걸 형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다. 연습이 아무리 힘들었어도 그 기분, 그 좋은 카타르시스 때문에 다 용서가 됐다. 너무 떨리고 기분이 좋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2012.03.22 / 조회 1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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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무대, 풍성해진 음악! 뮤지컬 <모비딕>
7명의 배우가 연기와 노래, 연주까지 직접 펼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 이 더 넓어진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지난 2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재공연을 시작한 은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을 가졌다. 이날 배우들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이며 새롭게 바뀐 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 고래잡이 선원이 되려고 피쿼드호에 오른 청년 이스마엘의 모험을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 생생한 악기 연주와 드라마로 펼쳐내는 작품이다. 이스마엘은 작살잡이 퀴퀘그와 진한 우정을 나누고, 끈질긴 집념으로 모비딕을 뒤쫓는 에이헙 선장과 항해사 스타벅·플라스크·스텁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즈마엘(신지호)과 퀴케그(지현준)의 첫 만남퀴케그 역의 KON모비딕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하는 에이헙 선장(황건)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옮겨진 은 7개월의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변화했다. 스토리가 강화되고 신곡 3개가 추가되면서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인터미션 포함)으로 늘어난 것이 그 중 하나. 조용신과 함께 연출을 맡은 이소영은 “세트, 의상 등 소극장에서 부족했던 점을 확충했다. 이번에는 훨씬 더 풍성한 연주와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윤한, 배우 지현준, 더블베이시스트 황정규, ‘위대한 탄생’의 차여울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도 이날 첫 연기를 선보였다. 이스마엘 역의 윤한은 “처음에는 힘들고 거부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설렌다”며 소감을 말했고, 퀴케크 역을 맡은 지현준은 “은 우리가 잊고 살아온 추억과 낭만, 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감성적인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마엘 역을 맡게 된 신지호는 “상대역 지현준으로 인해 좀 더 성숙한 이스마엘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넓어진 무대에 맞춰 음악도, 드라마도 보다 더 탄탄하게 짜여진 은 오는 4월 29일까지 공연한다. 네레이드 역의 차여울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2012.03.21 / 조회 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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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두 번째 항해! 뮤지컬 ‘모비딕’ 신지호, 콘(KoN) 인터뷰③
두 배우는 변화된 ‘모비딕’에 힘들다고 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표정과 눈빛에서 ‘모비딕’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기대감이 반짝였다. 초연 때와는 또 달라진 모습이었다. ‘모비딕’ 초연에는 비교대상이 없었다. 그 자체가 최초였으며 유일한 작품이었다. 캐스팅도 유일했고, 배우도 유일했다. 하지만 2012년 재공연에는 비교대상이 생겼다. 바로 관객의 높은 호응을 받았던 지난 2011년 초연, 지난날의 자신이다. ‘모비딕’ 두 번째 항해의 시작은 곧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모비딕’ 초연이 최초여서 힘들었다면 재공연은 두 번째여서 힘들어졌다. 초연에서 액터-뮤지션의 매력에 빠진 관객들은 연강홀로 무대를 확대한 이번 공연에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공연이 경쟁자가 없는 국내 최초 시도였다 보니 이번에는 초연에서 다시 스스로 진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없던 것을 만들어냈던 그들이다.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이 마치 특기처럼 보이는 ‘모비딕’ 팀. 그들의 치열한 연습과정과 2012년 무대에 오를 ‘모비딕’의 새로운 면모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 2012년 ‘모비딕’ 미리 엿보기 초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추가된 장면 중 살짝만 공개해주시면 안될까요? 아주 살짝만요. 이스마엘과 콘 간에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도 같은데요. 신지호: 둘이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이 뭔가 로맨틱하면서도 코믹해요. 서로 우정이 한층 진해지는 대목이라고 할까요. 짧지만 굉장히 좋은 장면이에요. 또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신이 있는데요. 이스마엘이 바다에 빠져요. 풍랑이 세서 높은 곳에서 바다로 빠지게 되는데 퀴퀘그가 목숨을 걸고 구해줘요. 콘(KoN): 하지만 저희도 새로운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아직 몰라요. 극장에 안 들어가 봤으니까요. 구해주는 장면에서도 고민이 있어요. 지호는 어떻게 들긴 들겠는데 윤한은 키가 커서 어떻게 들어야 할지... 어떻게든 들쳐업고 가든지 해야겠죠? 지호는 아름답게 들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웃음) 윤한은 키가 나와 비슷하거든요. 새로 소개해 주신 장면도 그렇고, 모비딕하면 역시 콘과 이스마엘의 우정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다양해진 파트너와 우정연기를 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이 있나요? 콘(KoN): 조합이 다를 때마다 느낌이 달라져요. 지호랑 제가 할 때와 윤한과 제가 할 때 느낌이 다르죠. 지호랑 제가 작년의 느낌을 이어간다면, 윤한이랑 저는 쌍둥이 같아서 거울 보는 기분이 들어요. 일부러 그것을 염두에 두고 동작을 할 때도 있고요. 신지호: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둘이 닮았기 때문에요. 그리고 저랑 지현준 씨는 너무 다르게 생겨서 그게 또 매력이죠. 콘(KoN): 지호와 지현준 씨는 정말 달라요!(웃음) 천진하고 순수한 인간소년과 아주 원초적인 야생의 그런 사람이... 야성의 순수함으로 서로 통해 간다고 할까? 신지호: 뭐야 그게... 무슨 정글북이야? 내가 그럼 모글리?(일동 웃음) 콘(KoN): 아니, 정말 그런 느낌이 있어요. 둘은 암튼 특별한 것 같아요! - 치열하지만 즐거운 그들의 연습현장 요즘 거의 연습실에서 생활하다시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가족적인 모비딕 팀이다 보니 연습현장도 궁금한데요. 처음에 했던 일문일답을 응용해볼까요. 멤버 중 가장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 신지호, 콘(KoN): (자동적으로)하나 둘 셋.... 유승철!(일동 웃음) 신지호: 진짜 너무 재미있고... 엉뚱해요! 콘(KoN): 정말 그 캐릭터는 천성인 것 같아요. 신지호: 자기 자신이 딱 플라스크 성격이에요. 콘(KoN): 내가 보기엔 플라스크보다 여관주인에 가까운데.(웃음)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2년 전 ‘모비딕’이 가장 처음 CJ워크숍을 했을 때 리딩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아! 하는 탄성이나왔어요. 그 때가 바로 승철의 여관주인이었죠. 그걸 보면서 모든 사람들이 진짜 싱크로율 100% 라고 입을 모았어요. 그럼 멤버 중 가장 연습벌레는 누구? 콘(KoN): (망설임 없이)신지호요! 신지호: 그렇게 좋게 말해주는 건가요? 그렇다면 나는 콘이에요. 콘(KoN): 하나씩 주고받는...(웃음) 하지만 진심이에요. 이번 재공연에는 피아노가 많이 추가됐거든요. 신곡에 피아노가 어려운데 정예경 음악감독이 ‘내일까지 해오세요!’ 하고 말해요. 그런데 그러면 그걸 또 지호가 다 해 와요. 신지호: 다섯 시간 걸려 외워오고 말이죠. 8분짜리 곡인데!(웃음) 콘(KoN): 음악감독은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목표를 높게 주면 그것에 좀 못 미쳐도 따라갈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예상하고 좀 더 높게 준 거죠. 그런데 그걸 지호가 다 해내고 있어요. 정말 힘들 텐데 말이죠. 지난번엔 인트로에 피아노 치는 부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걸로 음악감독이 주문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걸 저녁 식사를 거르면서 연습하더라고요. 계속 밤까지 연습을 해서는 끝나고 완성된 걸 보여줬어요. 대단해요, 정말. 멤버 중에 정신적 기둥이 있다면요? 콘(KoN): 분위기메이커로서 승철이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면 대부분이 뮤지션인 상황에서 지현준 씨가 연기적으로 큰 힘이 돼 주고 있어요. 누구 하나가 정신적 지주라기보다는 모두가 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이 돼주고 있다고 할까요. 지호만 봐도 자신만의 귀여움으로 사람들 마음에 웃음을 주고 있고요. - ‘액터-뮤지션’이 된다는 것일문일답에서 뮤지션인지 배우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각각 다른 답을 하셨는데요.(콘: Yes, 신지호: No) 콘(KoN): ‘모비딕’을 처음 시작했던 게 2년 전이에요. 돌이켜보면 2011년은 물론 중간에 일본에서 콘서트도 하고 한국에서 협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뮤지컬을 계속 해왔던 시기였어요. 제 느낌은 ‘2011년 한 해는 뮤지컬과 함께 해왔다’는 느낌이에요. 특히나 작년에 ‘모비딕’ 끝나자마자 ‘페임’으로 넘어갔고 올해도 4월말까지는 ‘모비딕’이 이어져요. 그 뿐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연기활동이 있어요. 다음 주에는 드라마 촬영으로 일본에 잠깐 다녀오고, ‘모비딕’ 끝나면 일본에서 드라마 일을 시작할 것 같아요. 현재 시점은 연기를 열심히 배우면서 배우적인 면모를 많이 갖추어야 하는 시기에요. 그러다 보니 음악적으로는 예전에 순수하게 음악만 할 때와 같은 연습량이 도저히 될 수가 없는 거예요. 제 바이올린을 할 시간이 많이 줄었죠. 1년 정도 뮤지컬만 하다 보니 제 삶의 대부분을 정립시켜왔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개념에서 갑자기 어느 순간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바이올리니스트면 연습을 많이 해서 날카로운, 그러니까 연주로서 잘 갈아진 예리한 느낌을 갖춰야 하는데 연습을 많이 못하니까 비어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럴 때면 내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경력도 얼마 안 되고 당연히 아직 베테랑 배우의 아우라도 없잖아요. 이쪽으로 봐도 그렇고 저쪽으로 봐도 그러니까 올해 초에 제가 좀 멍했었어요. 나는 뭐지? 하는 생각 때문에요. 내가 이 사람도 아닌 것 같고, 저 사람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결국 내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자는 거였어요. 저는 음악 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제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고 뮤지컬 배우도 제가 하고 싶었던 분야이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어요. 저한테 숙제는 어떻게 그것을 잘 조절해서 콘이라는 사람이 양쪽에서 충분한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존재로 만드냐 하는 거겠죠. 어떻게든 잘 만들어 보려고 계속 노력 중이에요. 직접 출연하신다는 일본 드라마에서는 음악적인 역할인가요? 콘(KoN): 맞아요.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와요. 그래서 가능한 거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대사를 하는 거니까. 한국어로 연기하시는 건가요? 콘(KoN): 아니요... (괴로운 얼굴로) 일본어로 해요. 이번에 녹화하는 것은 대사가 많지 않아서 괜찮은데 ‘모비딕’ 끝나고 시작하는 드라마는 진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출연하는 작품은 도카이 TV 제작의 ‘스즈코의 사랑’이란 드라마에요. 어제 아침뉴스에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자료화면이 모비딕 초연 때 장면인 거예요.(웃음) 아무튼 생각해보면 지금이 음악이든 연기든 둘 다 잘 조율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신지호: 제가 No라고 답한 것은 굳이 어느 쪽이냐 답한다면 No에 가깝다는 뜻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독립영화제 고등학교 때 지역대회에 출품도 하고 연극부도 들었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유치원 때는 꿈이 아역연기자였어요. 하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해서 접어야 했고, 어쨌든 음악의 길을 가게 됐어요. ‘모비딕’은 ‘액터-뮤지션’이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지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하지만 연기는 늘 한 번 해보고 싶은 분야에요. 미래에는요. 콘(KoN): 당신은 지금 해도 돼요. 일취월장하는 배우니까.(웃음) 역시 두 분 인터뷰의 묘미는 이런 ‘훈훈함’이죠. 지난 초연 때 인터뷰도 그랬는데 훈훈하게 또 가볼까요? 힘든 이 시기에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해준다면? 콘(KoN): 요즘 ‘모비딕’뿐 아니라 이것저것 신경쓸 게 너무 많아서 머리와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힘들 때 생각했던 것 중에 그런 게 있어요.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줄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힘드니까요. 하지만 이 시기가 역시 저희들한테는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호도 고생하면서 스스로 발전했어요. 버거운 음감님의 요구에도 열심히 응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목표가 와도 다 해낼 수 있는 면모로 한층 발전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뮤지션 통틀어 이렇게 하는 캐릭터가 없어요. 작년에는 ‘국화꽃향기’로 음악감독도 했고요. 어린 나이에 뮤지션은 물론 배우부터 음악감독까지 다 하는 멀티아티스트에요. 분명히 지호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 할 거예요. 누구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뮤지션이니까요. 신지호: 저도 콘한테 의지를 많이 해요. 초연 때는 팀의 큰형이었고, 일단 처음 봤을 때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굳이 말을 안 해도 옆에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돼요. 그래서 다음 주 일본에 드라마 촬영 때문에 떨어져야 하는 것도 좀 서운해요. 그 정도로 제게는 정말 친근하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같아요. 어디 가서도 잘 해내고 사랑받는 사람 있잖아요. 콘이 그래요. 하지만 역시 콘의 뛰어난 점은 첫째로 실력이에요. 예민한 바이올린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하죠. 하지만 정작 본인의 성격이 예민하지 않아요. 사람들과 살갑게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콘(KoN): 이건 제 여담인데요. 연초에 토정비결 보잖아요. 제 토정비결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올해 왜 이렇게 힘들지 이랬어요. 어제 지현준 씨하고도 그 얘기를 했었죠. 토정비결 올해 좋다는 데 순 뻥이라고. 그런데 지현준 씨가 그 후에 따로 제게 연기를 가르쳐줄 때 느꼈어요. ‘아, 내가 또 이런 식으로 배우는구나. 내가 부족해서 배우고 싶었던 부분들을 모비딕을 통해 배우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요. 감사하죠. 그렇게 본다면 지금은 제게 ‘참 좋은 시기’가 맞아요. 박세은 기자_사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8 / 조회 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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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두 번째 항해! 뮤지컬 ‘모비딕’ 신지호, 콘(KoN) 인터뷰②
우리나라에서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오디션 열풍’과 일본에서 수 십 년째 사랑받고 있는 ‘고교야구의 인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는 것. 작년 뮤지컬 ‘모비딕’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큰 반응을 일으킨 데에도 같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뮤지션들이 배우로서 펼치는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며 관객은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 가는 순간을 처음 목도하는 짜릿하고 신선한 감격을 받았다. 없었던 것을 처음 만들어낸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열정을 짐작한 관객들은 조금 부족함이 있어도 감동받기에 손색이 없다는 작품에 대한 별난 애착마저 생겼다. 무대 위에서 성장해가는 특별한 ‘액터-뮤지션’들의 이야기는 ‘모비딕’을 둘러싼 모험만큼이나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초연 이후 많은 ‘모비딕’ 팬을 확보했다. 특히 ‘모비딕’의 첫 탄생부터 함께한 배우 신지호와 콘(KoN)은 대표적인 ‘액터-뮤지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뮤지션이지만 연기에도 욕심이 있다”고 말하는 두 배우에게 연기를 한다는 것, ‘액터-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어졌다. - 연기를 한다는 것 ‘액터’로서 첫 연기를 펼치는 초연의 두 분을 보고 일반 배우의 연기와는 다른 ‘무엇’을 느꼈어요. 짜여진 연기, 능숙하고 노련한 연기가 아닌 ‘진짜’의 승부 같다고 할까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콘(KoN): 둘 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으니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있었어요. ‘모비딕’을 지호와 함께 했을 때 지호가 울면 나도 눈물이 나곤 했어요. 어제는 1장을 오랜만에 지호와 해봤거든요? 이번 캐스팅이 더블이라서 계속 다른 상대배우랑 연습하다가 어제 짬을 내서 지호랑 한 거였어요. 서로 친해지는 장면에서 제가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 작년에 했던 공연들도 생각나고 나중에 이어질 결과를 생각하니 아련해져서... 물론 우리는 앞으로 연기를 많이 배워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스마엘과 퀴퀘그를 할 때만큼은 진심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빠지는 솔직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공연에서는 보다 감정적이고 좀 더 성숙한 표현을 하고 싶어요. 지호 씨는 지난 콘서트 현장에서 둘의 진하고 가슴시린 우정을 기대해 달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공연 두 분의 연기에 대해서? 신지호: 둘의 대사는 초연보다 오히려 줄었어요. 콘(KoN): 선장과 스타벅의 대사가 늘어났고요.(웃음) 신지호: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금 짜여진 동선 자체가 뭔가 더 깊어진 느낌이에요. 심지어 우리가 1장 연습하는 것을 본 음악감독님이 우셨어요. 둘의 우정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중의 비극이 더욱 극대화돼서 다가온다고요. 초연보다 둘의 우정이 진해보이고 비극이 극대화돼서 더 슬퍼진다고 했어요. 저도 이번에는 어떻게 그림이 나올지 무척 기대가 돼요. 현재 재공연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스스로 발전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신지호: 저는 내가 나아졌다고 자만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콘(KoN): 지호는 발전했어요. 옆에서 본 제가 알아요. 신지호: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발성이 안 좋다고 많이 지적받았는데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무대에서의 느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웃음) 지금은 그 느낌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살을 붙일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나아졌다는 것 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는 게 맞아요. 예전에도 욕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열 배에요. 지금 ‘모비딕’ 배우들 전부 그런 것 같아요. 일찍 끝나도 다시 새벽까지 연습하고... 그래서 잠 못 자는 날들이지만요.(웃음) 콘(KoN): 저는 원래 몸을 정말 못 쓰는 사람이에요. 써본 적이 없어요. ‘페임’의 군무에서 처음으로 춤을 춰본 거였죠. 작년 초연 때는 퀴퀘그가 너무 뻣뻣해서 ‘뻣뻣댄스’라는 말도 들었어요. 지금도 몸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작년에는 정말 굳어있었어요. ‘페임’을 하면서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지금 ‘모비딕’을 준비하면서도 더 배워나가려고 신체적인 표현을 연습 중이에요. - 새로운 캐스팅, 새로워지는 ‘모비딕’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캐스팅도 화제가 됐는데요. 이스마엘, 퀴퀘그를 처음 만들어낸 두 분으로서 더블 캐스팅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떠셨나요. 신지호: 저는 더블캐스팅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굉장히 싫었어요. 일단 누구였는지도 몰랐지만요. 그냥 하면 나 혼자 다하고 아니면 다 주고 싶었어요. 물론 세상에 연기자는 많겠지만 이스마엘은 제가 처음부터 만든 캐릭터고, ‘나는 이스마엘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 하나였으면 싶었어요. 그런데 더블로 간다고 해서 고민을 했었죠. ‘이스마엘’을 나눠가져야 하고 다르게 표현되는 ‘이스마엘’을 보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캐스팅된 상대인 윤한 씨가 학교 선배였고, 저랑 너무 다른 사람인 거예요. 저는 밝다면 윤한 씨는 시크한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이스마엘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흥미로웠고요. 윤한 씨도 처음에는 자신과 이스마엘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대요. 초연 영상을 봐도 신지호와 윤한은 너무 다르니까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윤한 이스마엘도 충분히 매력이 있어요. 저와는 다른 매력이죠. 관객들은 둘 다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오히려 비슷한 성질이었으면 힘들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같은 역을 연기하는 새로운 배우분들에게 서로 영향을 받는 것이 있나요. 신지호: 물론이에요. 서로 연습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 있고, 윤한 이스마엘이 잘 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콘(KoN): 사실 재공연 얘기를 들었을 때 물론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이동되는 것도 있고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도 너무 많이 바뀐 거예요. 더블캐스팅도 처음엔 충격이었죠. 하지만 지현준 씨는 연기 전문가여서 퀴퀘그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어요. 확고하게 새로운 콘셉트의 퀴퀘그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지현준 씨의 퀴퀘그가 원초적이고 야성적이라면 저는 그에 비해 일 년이라도 문명 사회에서 더 산 느낌이랄까요. 말도 지현준 퀴퀘그보다는 한 두 마디 정도 더 알아듣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웃음) 같은 더블 캐스팅이라고 해도 지호랑 윤한은 둘 다 뮤지션인데 비해 퀴퀘그는 한 명이 전문 연기자잖아요. 아무래도 연기는 제가 보면서 많이 배우죠. 물론 서로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지현준 씨가 연기적 완성도가 높아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만의 퀴퀘그도 만들어야 하는데 저만의 퀴퀘그를 만드는 과정도 지현준 씨가 도와주고 있어요. 음악적이나 연기적이나 서로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지호: 지현준 씨는 정말 연기를 잘하세요. 퀴퀘그를 하신다고 할 때 너무 잘 어울려서 진짜 퀴퀘그다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역 시범보일 때 보니까 이스마엘을 하면 이스마엘이고, 스타벅을 하면 스타벅이 되는 거에요. 콘(KoN): 플라스크의 그 촐싹대는 모습으로 확 변할 때도 깜짝 놀랐어요. 신지호: 모든 배역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분이에요.콘(KoN): 이게 전문연기자구나 싶었죠. 터프한 퀴퀘그 같은 캐릭터만 잘하는 분일 줄 알았는데 다재다능한 연기자에요. 신지호: 지금은 다 같이 현준 형한테 배우고 있어요. 콘(KoN): 연강홀에서 하는 이번 공연에 정말 잘 캐스팅 된 분이에요. 우리들 전부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계세요. 저도 바이올린 연주 부분에서는 약간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요. 콘서트 현장에서 악기관리법을 알려주신다는 말을 하셨는데? 콘(KoN): (웃음)일단 악기관리는 닦는 것부터 하시라고 했죠. 지현준 씨도 황건 선장처럼 전문연기자다 보니 약간 악기를 소품처럼 생각하실 때가 있어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액션을 취할 때가 있는데 악기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그런 동작들이 나와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재미있고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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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두 번째 항해! 뮤지컬 ‘모비딕’ 신지호, 콘(KoN) 인터뷰①
길이 없는 곳에 처음 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최초로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시도했던 ‘모비딕’의 두 배우 신지호, 콘(KoN)은 수많은 고비를 넘기고 작년 무사히 첫 항해를 마쳤다. 초연 이후 두 배우와 뮤지컬 ‘모비딕’ 모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비딕’은 초연 때의 뜨거운 호응에 힙 입어 2012년 공연에는 소극장에서 연강홀로 무대를 넓혔고, 두 배우는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이력을 추가했다. 뮤지컬 ‘모비딕’을 통해 ‘연기하는 뮤지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바이올리니스트 콘(KoN)을 만나기 위해 ‘모비딕’의 연습실을 찾았다. 이번 인터뷰에는 도입부에 짧은 일문일답을 추가했다. 최근 텐투텐(10 to 10) 연습은 기본이고 새벽까지 연습을 이어가기 일쑤라는 두 배우에게 즐거운 인터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작년 인터뷰에서도 남다른 우정을 과시하던 두 사람의 호흡이 이번에도 여전할지 궁금했다. - ‘모비딕’ 재공연을 결정하기까지 재공연 합류 결정 시 망설임이 있었다고 두 분 다 가장 큰소리로 ‘Yes’를 외치셨어요. 그 때의 심경이 궁금한데요. 신지호: 사실은 작년 초연이 의외로 너무 잘됐어요.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조기매진이 됐었고 작품이 큰 인기를 얻어서 정말 행복하게 끝났어요. ‘모비딕’ 재공연이 큰 공연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솔직한 심정으로 안 하고 싶었어요. 작년 소극장 공연을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남기고 평생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큰 공연장으로 가다보면 티켓도 팔아야 하고 상업적인 부분이 커지니까 우려가 됐어요. 그리고 관객분들이 너무 기대를 많이 할 거라는 부담감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결정하게 된 큰 이유는 일단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던 ‘모비딕’의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바로 이스마엘인데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만들어놓은 이스마엘인데 남한테 넘겨줘야 한다니 아깝잖아요.(웃음) 콘(KoN): 저는 작년에 ‘모비딕’하고 이어서 ‘페임’을 했잖아요. 그리고 바로 다시 ‘모비딕’에 들어간 거고요. ‘모비딕’을 처음 준비했던 2년 전부터 뮤지컬을 쭉 해오고 있고, 또 ‘모비딕’ 재공연을 하게 되면 쉬지 않고 가는 거였어요. 그동안 제가 원래 해오던 바이올리니스트 활동도 못했고, 뮤지컬 때문에 2집 앨범도 연기가 되면서 망설이게 된 거죠. 이번에는 음악작업에 몰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올해는 또 일본에서 앨범을 낼 계획이 있어요. 드라마도 출연이 결정 돼 여러 가지 일본활동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페임’하고 바로 음악작업하면서 일본 활동을 이어갈까 했었는데 갈등이 온 거죠. 하지만 무(無)에서 시작한 ‘모비딕’이라는 작품이 너무나 힘든 과정과 보람된 과정을 거쳐서 연강홀이라는 완성된 무대에 온 거잖아요. 이 무대만큼은 ‘모비딕’의 배우들과 함께 서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퀴퀘그를 처음 만든 사람이 저니까 연강홀 무대도 밟아보고 싶잖아요? ‘모비딕’의 완성된 모습을 무대에서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두 분 다 고민하셨다면 서로 결정할 때 대화도 많이 하셨겠어요. 콘(KoN): 많이 했어요. 너 ‘모비딕’ 할 거야? 콘은요? 나? 모르겠어... 하는 식이었죠.(웃음) 미니콘서트 현장에서 두 분이 같이 배틀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장 생동감 있는 두 분의 표정을 봤어요. 초연 때도 사이가 좋으셨지만 두 번째 만난 두 분의 호흡이 정말 잘 맞을 것 같은데요. 신지호: 사실은요. 미니콘서트 한 것도 한 번 맞춰보고 한 거였어요. 콘(KoN): 한번 맞춰본 건데 우리는 역시 잘 맞아?(마주보면서) 신지호: 잘났다는 게 아니라 우리 둘은 호흡이 참 잘 맞아요. 콘(KoN):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서로 비슷해서 ‘이 부분에서 좀 더 몰아치고...’ 이렇게만 얘기해도 다 알아들어요. 쿵짝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죠.(웃음) 지호 씨는 미니콘서트 때 피아노 분량이 늘어서 힘들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분량이 늘어나고 무대가 커지면서 연주가 더 힘든가요, 연기가 더 힘든가요. 신지호: 당연히 연기에요. 음악은 어차피 우리가 해 온 것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미친 듯이 연습하면 돼요. 하지만 연기는 힘들죠. 콘(KoN): 죽을 것 같아요.(웃음) 대사와 노래가 줄고 몸을 쓰는 연기가 늘었어요. 대사를 하면 차라리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걸 안 하면 몸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잖아요. 원래 몸을 잘 쓰지 못하기도 하고 ‘페임’할 때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작년에 제가 해놓았던 것과 전혀 다르게 몸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는데 준비 기간은 짧으니까 연기적인 면에서 압박감이 커요. 콘(KoN) 씨의 ‘페임’ 잘 봤어요. 춤도 추셨는데 ‘페임’의 경험이 현재 연습에 도움이 되는지요. 콘(KoN): 물론이에요. ‘페임’은 대형뮤지컬이다 보니 객석도 넓고 스테이지도 컸어요. ‘페임’할 때는 무대를 넓게 쓰는 것, 군무와 같이 크게 보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대형 라이센스 작품에 대해서도 배웠고요. ‘모비딕’은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작업이 많은데 ‘페임’은 이미 기본틀이 있는 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이 흥미로웠어요. - 2011년 초연에 대한 회상 초연에서 지호 씨의 눈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재공연에서도 이스마엘의 눈물 볼 수 있을까요. 신지호: 이번에 대본이 수정되면서 실제로 눈물을 보일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정말 슬퍼서 눈물이 나지 않는 깊은 내면의 연기를 할 확률이 클 것 같네요. 원래 제가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은 제 자신에게 굉장히 소중했어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심이었으니까요. 그 장면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배경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내 눈 앞에서 다 죽고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눈물이 흘렀어요. 그래서 그 때는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항상 나 혼자 남아 슬픔에 차 울었으니까요. 그 순간은 참 진실하고 소중한 기억이에요. 초연 인터뷰 때 지호 씨가 퀴퀘그가 멋있다며 부러워하셨죠. 재공연의 퀴퀘그도 여전히 과묵하고 멋있나요. 신지호: 콘 자체가 원래 과묵하고 멋있죠. 퀴퀘그는 원래 멋있고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인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버전의 퀴퀘그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는 건가요? 콘(KoN): 네... 아마도요. 신지호: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도 있어요. 콘(KoN): 열심히 연마하고 있어요.(웃음) 신지호: 새로운 충격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6 / 조회 8,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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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모비딕> 미니콘서트 현장
배우가 연기와 악기 연주를 함께 배역으로 소화해 내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이 오는 3월 말 재공연에 앞서 지난 22일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만든 은 스무 살 청년 이스마엘이 부모를 잃고 어릴 적 꿈을 따라 바다로 나가 선원이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래잡이 배 피쿼드 호에 오른 이스마엘은 항해사들과의 우정을 나눔과 동시에 저마다의 갈등, 선장의 지휘에 따라 흰 고래 모비딕을 쫓으며 배가 파멸해 가는 과정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로 작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워크숍 과정을 거쳐 2011년 7월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당시 참신한 시도와 구성 등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고루 받은 은 이번 재공연에서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 함께 좀더 커진 무대로 자리를 옮긴다. 대본과 연출을 함께 맡은 조용신은 “신곡 3개가 추가되고, 인터미션을 포함한 러닝타임도 늘어난 이번 무대에서는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우정이 보다 강화되었고, 에이헙 선장과 스타벅 항해사의 갈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등 음악과 드라마가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즈마엘 역에 신지호(위)와 윤한(아래) 퀴퀘그 역에 콘(위)과 지현준(아래) 원 캐스트로 공연했던 지난 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윤한과 배우 지현준, 더블베이시스트 황정규, TV 오디션 ‘위대한 탄생’ 출신 차여울 등 새로운 배우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한 이스마엘 역의 윤한은 “연기가 처음인데 음악까지 함께 하는 것이 정말 힘들어 매일이 지옥훈련”이라면서 “좀더 의젓한 어른 이즈마엘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벅 역의 유성재(왼쪽)와 플라스크 역의 유승철(오른쪽) 스타벅 이승현과 네레이드 역의 차여울(위)에이헙 선장 황건(아래) 또한 콘과 함께 퀴케그 역으로 나선 배우 지현준은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두고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어머니가 억지로 치게 하는 게 싫어 바이올린 한다고 해 8년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해 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이후 의 슐로모 역으로도 분했던 콘은 “에 뮤지션이 많아서 마음이 더 편하다”며 친정에 돌아온 소감을 밝혔으며,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는 “퀴퀘그와의 더 가슴 찡한 이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로 무대를 옮긴 뮤지컬 은 오는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2.23 / 조회 9,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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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포토] 뮤지컬 ‘모비딕’ 신지호, “초연부터 함께한 것은 큰 행운”
2월 22일 삼성동 베어홀에서 뮤지컬 ‘모비딕’의 미니콘서트가 열렸다.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가 노래, 연기는 물론 직접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는 국내 최초의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이다.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이스마엘 역을 맡은 신지호는 “모비딕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다. 이런 특별한 작품에 처음부터 함께했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점점 더 큰 극장으로 가게 되면서 힘든 점이 많아졌다. 피아노를 너무 많이 쳐야 해서 힘들다(웃음). 하지만 음악적이면서 예술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번 공연에 매료되고 있다. 나 역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관객들이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작품 속 이스마엘과 퀴퀘크는 베스트프렌드다. 이번에는 보다 더 가슴시린 둘의 진한 우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비딕’과 함께해서 행복하다”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 ‘모비딕’은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3 / 조회 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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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포토] 뮤지컬 ‘모비딕’ 콘(KoN), “뮤지션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좋아요”
2월 22일 삼성동 베어홀에서 뮤지컬 ‘모비딕’의 미니콘서트가 열렸다.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가 노래, 연기는 물론 직접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는 국내 최초의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이다. 뮤지컬 ‘모비딕’에서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퀴퀘그 역을 맡은 콘(KoN)은 “‘페임’ 막공이 끝난 직후 모비딕 촬영이 시작돼서 쉴 틈이 없었다. ‘페임’에서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배우들이어서 부담감도 들고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비하면 ‘모비딕’은 출연진 대부분이 뮤지션이라서 뮤지션끼리 통하는 느낌이 있고 익숙한 점이 있다. 초연에 비해 많은 것이 바뀌어서 힘들긴 하지만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모비딕’만의 화기애애함과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뮤지컬 ‘모비딕’은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3 / 조회 8,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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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 색다른 매력의 두 가지 포스터 공개!
지난해 초연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던 뮤지컬 ‘모비딕’이 2종 포스터를 공개했다.뮤지컬 ‘모비딕’이 공개한 두 가지 포스터는 메인 포스터와 온라인용 포스터다. 작품의 메인 포스터는 작품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담는다. 배우가 작품의 연주와 음향효과를 담당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의 특징에 맞는 피아노 건반과 콘트라베이스가 일러스트로 그려졌다. 활은 극 중 작살잡이 퀴퀘그가 사용하는 작살로 그려졌다. 피아노 건반과 하얀 파동은 거센 파도를 형상화했다. 온라인용 포스터는 뮤지컬 ‘모비딕’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초연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신지호와 KoN(이일근), 황건을 비롯해 이번 공연에서 새롭게 합류한 윤한과 지현준의 모습이 담겼다. 뮤지컬 ‘모비딕’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은 초연 후 7개월간의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초연을 펼친 소극장에서 더 큰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워진 무대디자인과 단단해진 음악과 대본을 바탕으로 공연될 예정이다. 러닝 타임은 기존 110분에서 30분 늘려 140분으로 진행된다. 뮤지컬 ‘모비딕’의 조용신 연출가는 “초연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신곡 3개가 추가됐고 음악적인 표현이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도 훨씬 풍성해졌다. 드라마적으로도 원작이 가진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리기 위해 이스마엘과 퀴퀘그의 우정이 보다 강화되고 에이헙 선장과 스타벅 항해사의 갈등이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세트, 의상, 분장도 확장된 공간과 조응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전면 교체된다. 음악, 대사, 연주, 노래가 조화를 이루어 보다 깊고 울림이 큰 통일감을 이끌어 내는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이번 공연은 3월 20일부터 4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2.22 / 조회 9,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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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업그레이드 판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초연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액터-뮤지션 뮤지컬 이 오는 3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무대구현이 가능한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며 새로운 세트 디자인과 드라마 보강, 풍성한 음악으로 업그레이드 했다는 게 제작사의 전언. 신곡을 추가하고 드라마를 강화함에 따라 기존 인터미션 없이 100분이었던 러닝타임도 인터미션 포함 2시간 20분으로 늘어난다.
새로운 배우들도 참여한다. 초연에 함께 했던 신지호, 콘(KoN), 황건, 이승현, 유성재, 유승철, 조성현, 이지영과 함께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팝피아니스트 윤한이 새로운 주인공 ‘이스마엘’로 출연하며, 연극배우 지현준과 탱고 프로젝트 ‘La Ventana’ 멤버 황정규,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차여울이 각각 작살잡이 ‘퀴퀘그’, ‘스텁/모비딕’, ‘네레이드’역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을 원작으로 7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 노래는 물론 연주까지 모두 담당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 실제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등 전문 연주자들이 출연해 풍성한 음악적 감동을 선사한다.
은 오는 3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12.02.16 / 조회 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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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뮤지컬 ‘모비딕’ 속 정서의 중심, 퀴퀘그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퀴퀘그 역을 맡은 배우 이일근은 “퀴퀘그는 식인부족 추장의 아들로 작살잡이다. 이교도라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완벽하게 동화되지 못한다. 겉보기는 험악해 보여도 문명인보다 따뜻하고 순수하다”고 말했다. - ‘자연’ 자체로서의 ‘퀴퀘그’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퀴퀘그는 그 어느 누구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융합되지 않으면서 모두를 지켜본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면서도 그들 모두를 감싸는 퀴퀘그의 기운은 자연을 닮아있다. 햇볕에 그을린 까만 피부에 헝클어진 머리, 짧은 반바지에 바이올린을 든 퀴퀘그는 식인부족 출신이다. 심지어 추장의 아들이다. 그는 문명인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살았기 때문에 문명인의 말은 잘하지 못한다. 퀴퀘그는 강한 힘과 빠른 손놀림으로 배에서 작살잡이를 맡고 있다. 퀴퀘그가 작살로 생명을 빼앗는 일을 하면서도 다른 문명인들과 다른 점은 그가 살아 있는 것을 존중할 줄 안다는 것 때문이다. 비록 물고기와 고래를 죽일지라도 그들에게서 얻은 기름과 고기에 대해 감사히 여길 줄 안다. 그는 자신이 자연의 한 일부이며 자연의 것을 통해 먹고 살아가는 생명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로서 퀴퀘그는 문명인을 대표하는 이스마엘과 소통한다. 그는 다른 문명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다가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스마엘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이교도라서, 해골을 파는 사람이라서 가까이하지 않는다. 인간은 문명에 젖어 ‘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모르게 됐다. 등장인물 가운데 퀴퀘그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도 이스마엘뿐이다. ‘바다의 정령’인 네레이드와 유일하게 소통하는 것도 퀴퀘그다. 그가 바로 ‘자연’의 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네레이드와의 교감을 통해 가장 먼저 ‘피쿼드 호’의 비극을 예감한다. 퀴퀘그는 죽어서라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관을 만들어달라고 동료에게 말한다. 그 장면은 퀴퀘그가 자연과 흡사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고향 ‘코코보코 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명세계에 머물렀던 자연의 일부(퀴퀘그)가 다시 자연(코코보코섬)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곧 자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 집시바이올리니스트 KoN 혹은 뮤지컬배우 이일근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퀴퀘그를 맡은 이일근은 바이올리니스트다. 집시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칭을 통해 알려진 그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음악가다. 이일근의 첫 번째 앨범 ‘누에보 집시’에서는 그가 작곡, 편곡, 프로듀서까지 도맡았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에서 이일근은 훌륭한 연주와 기대 이상의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퀴퀘그는 말수가 굉장히 적다. 그래서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나는 몸을 썩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서 있는 자세부터 정말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퀴퀘그는 ‘자연’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특별한 아우라를 뿜어내야 하는 인물이다. 이일근은 바이올린을 사용해 때로는 날카로운 작살잡이로, 때로는 순박하고 엉뚱한 퀴퀘그를 그려냈다. 그는 이번 공연에 약 1년여 동안 참여하면서 뮤지컬배우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뮤지컬 ‘모비딕’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8월 20일까지 공연한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16 / 조회 5,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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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 새로운 땅에 닻을 내리다! 신지호와 이일근(KoN) 배우의 항해일지③
인터뷰 도중 신지호와 이일근의 말 속에서는 둘이 가진 아티스트의 천재성이 번뜩였다. 연주자이자 배우,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작품의 창작에 참여하는 역할로서 변신을 거듭해 온 그들의 다양한 얼굴이 흥미로웠다. 뮤지컬 ‘모비딕’은 물론 신지호와 이일근, 두 사람이 만들어 가고 있는 음악 세계에 귀를 기울였다. - 작년 발매 했던 앨범에서 전곡을 작곡, 작사, 편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했다. 뮤지컬에서 곡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어땠나? 이일근 : 원래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 ‘모비딕’은 악보가 디테일한 부분도 있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음악감독님이 소재를 던져줘서 우리가 분위기를 맞춰 합의해 나가기도 했다. 그런 부분의 자유도가 높아서 좋았다. 모비딕과 사투를 하는 신에서도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원래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이다 보니 작곡가 보다 바이올린에 대해 섬세하게 아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잘 활용했다. 장면이나 곡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가 이런 식으로 해보면 어떻겠냐 하는 제안을 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이 잘 이뤄졌다.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더 매력적이고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출연진도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에 많이 참여했다. - 그런 부분이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설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연주가들이 분위기에 맞춰 음악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말인가? 이일근 : 우리끼리 앙상블을 맞추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신지호 : 딱하면 딱 하고 나온다. 이일근 : 맞다. 진짜 딱하면 딱 하고 나온다.(웃음) ‘우리 이렇게 한번 해볼까?’ 하면 ‘응, 알았어’ 하고 맞춘다. 금방 무엇인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만들어지다 보니 어제 했던 장면이 오늘 오면 바뀌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때도 음악에 변화가 있다. 방금도 하나 바꾸고 왔다.(웃음) 다들 뮤지션이라 재능이 있어서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하자는 식으로 금방 잘 이뤄진다. 그런 부분은 정말 다행이다. - 신지호 씨는 ‘국화꽃 향기’에서 음악 감독을 맡으셨는데 ‘모비딕’이랑도 어떤 관련이 있나? 신지호 :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감히 내가 할 그릇이 되냐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있는 연극이라는 콘셉트였고, 모든 곡을 작곡해야 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다. 배해선, 이건명 씨 등 훌륭한 배우분이 출연하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모비딕’과도 일정이 겹쳤다. 지금도 매일매일 ‘국화꽃 향기’의 작곡을 하고 있다. 그 작품도 비극이고, ‘모비딕’도 비극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느끼는 비극의 감성을 가지고 작곡을 하다 보니 더 잘 되는 부분도 있다. 억지스럽게 눈물을 자아내는 멜로디도 쓸 수 있지만 그런 음악은 멋이 없는 것 같다. 눈물 또르르 날 수 있게끔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슬픔의 향기가 바람에 흩날렸을 때 드는 기분? 그런 느낌으로 작곡 중이다. - 뮤지컬 ‘모비딕’을 딱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신지호 : 뮤지컬 ‘모비딕’은 ‘파격적이다’. ‘파격적’이라고 하면 안 좋게 들리려나? 일동 : 신선하다. 느낌이 확 온다. 신지호 : 아니면 ‘충격적이다’ 정도로 할까?(웃음) 이일근 : 뭐라고 해야 하지? 뮤지컬 ‘모비딕’은 ‘혁신적인 뮤지컬’이다. 신지호 : 나 다시 바꿀래! 뮤지컬 ‘모비딕’은 ‘아방가르드한 뮤지컬’이다.(웃음) 그냥 처음에 했던 걸로 하겠다. -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 두 분이 어떤 음악세계를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신지호 : 태어나서부터 할머니와 부모님과 20년 넘게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네 살 때 피아노를 선물해 주셨다. 어떻게 치는지 모르고 있다가 안데르센 동화의 테마곡이 TV에 나오는 데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듣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피아노를 소리 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누르다 보니 연주가 되더라. 그렇게 연주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가 정말 심해서 초등학교 때 까지만 배우고 그만 뒀었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몰래 혼자 오케스트라 들으면서 익혔다. - 피아노는 신지호에게 어떤 의미인가? 신지호 : 나는 ‘팝 피아니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피아노를 서서 치기도 하고, 팔꿈치나 손목, 엉덩이로도 친다. 나는 ‘보는 피아노’와 ‘듣는 피아노’가 공존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피아노 뚜껑을 열면 하프가 되고 두드리면 타악기가 되는 것처럼, 피아노 전체를 악기로 사용하고 싶다. 피아노는 나에게 ‘치유제’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매개체다. 머리가 아프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을 피아노를 통해 곡을 쓰고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그렇게 못했다면 정말 병이 났을 것 같다. 피아노는 내게 ‘치유제’이자 감정을 완화시켜주고 기쁘게 해주는 도구다. - 이일근 씨는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일근 : 어렸을 때는 그냥 취미삼아 시작했다. 피아노를 하다가 손가락이 길고 가늘어서 바이올린으로 바꾸게 됐다. 중학교 때 까지는 취미로 했다. 형제가 나와 형 둘인데 장남인 형이 공부를 하게 돼서 차남인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예고를 가게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공을 하게 됐다. 대학교 오면서 그냥 클래식 보다 여러 가지 확장된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뉴에이지, 일렉트로닉 음악 등 여러 가지를 많이 해봤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집시 음악 쪽에 매력을 느껴서 1집 앨범을 집시 음악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하게 됐다. 현재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집시 음악을 하다가도 해보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그쪽으로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여러 가지 음악들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음악 공부를 많이 해서 ‘나의 음악’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신지호 : 연극 ‘국화꽃 향기’가 9월 1일부터 공연이다. 뮤지컬 ‘모비딕’을 마무리하고 나면 매일 그 작업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뮤지컬 ‘모비딕’이 끝나는 날을 상상하면 정말 슬플 것 같다. 다행히 ‘국화꽃 향기’로 바쁘기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다음 활동으로는 작곡이랑 감독을 계속 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영화를 한 편 만들어서 나오는 음악을 작곡하고 피아니스트로 출연하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나는 욕심도 많다. 공부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관객에게 내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많이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외국에서도 많이 소개가 될 것 같다. 그것도 준비 중이다. 이일근 : 요즘 일본 한국을 오가며 공연하고 있다. ‘모비딕’이 끝나고 나면 바로 일본 음악 방송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 10월과 11월 사이에는 일본에서 콘서트가 많이 잡혀 있다. 나고야, 동경 순의 투어식으로 공연할 것 같다. 그리고 2집 앨범도 준비 중인데 현재 ‘모비딕’으로 잠시 멈춘 상태다. 일본 음반사 측에서 나의 앨범을 발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여서 가을에 일본 투어한 뒤에는 일본에서 음반을 내게 될 것 같다. 신지호 : 한국에 있어야 돼. - 일본 활동이 많으면 서로 떨어지게 되니까 지호 씨가 서운한 것 같다. 이일근 : 올해 가을과 겨울에는 일본에서 토대를 더 쌓아서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활동을 하고 싶다. 그리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모비딕’을 통해서 알게 된 지호와 함께 연주를 해보고 싶다. 전에 둘이서 ‘미니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서로의 곡을 바꿔서 연주했었다. 처음엔 지호를 보고 미소년 이미지라 굉장히 예쁜 곡만 연주할 줄 알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친 연주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런데 연주를 시켰더니 너무 거칠게 연주를 하더라.(웃음) 정말 터프했다. 일본 연주자들은 나를 보고 ‘공격적인’ 연주자라고 한다. 지호와 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서로 잘 맞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모비딕’을 끝내고 난 뒤에도 서로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지호 : 정말 진지하게 같이 앨범을 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각자의 일이 너무 바빠서 실현은 안됐다. 우리 둘이 연주를 하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이일근 :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기본적으로 잘 어울리는 악기들이다. 좋은 조합이다. 꼭 지호와 함께 활동을 해보고 싶다. - 두 분이 굉장히 사이가 좋다. 갑작스럽지만 서로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고 싶다.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지호 : 새로운 질문이다.(웃음) 형은 ‘모비딕’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현재 활동하는 음악가로서는 선배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선하고 좋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봤다. 실력도 좋아서 분명 까칠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어리고 순수한 피터팬 같은 면이 있는 형이다. 음악적으로도 배울만하다. 바이올린은 굉장히 예민한 악기다. 그런데 실수 하나 없이 곡을 연주한다. 그 뿐이 아니다. 노래도 너무 잘한다. 그런 부분도 부럽고 멋지다. 정말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표본은 ‘KoN(이일근)’인 것 같다. ‘KoN(이일근)’ 덕분에 이 뮤지컬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은 정말 맞다. 우리의 사이를 묻는다면 실제로도 굉장히 친하다. 죽이 잘 맞는다.(웃음) 이일근 : 지호랑 한국에서 봤을 때는 나이 차이가 약간 있고, TV에서 봤던 친구라 선입견이 있었다. 알려진 사람이라 주변에 사람들과 어울릴 때 자기가 직접 손을 내미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성격이 굉장히 소탈했다. 나는 클래식을 전공해서 주변에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나 클래식 연주자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런 상태에서 지호를 봤는데 피아노도 잘 치지만 감정이 클래식한 부분에는 없는 독특한 것을 갖고 있다. 곡에서 지호만의 것들이 보여서 호기심이 갔다. 이 친구가 하는 음악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웃음) - 두 분 다 굉장히 쑥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이 처음인가? 이일근 : 처음이다. 어쨌거나 지호는 한참 어린나이고 앞날이 기대되는 친구다. 지금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나중에는 얼마나 성숙하고 멋진 아티스트가 될지 기대된다. 또, 정말 감사한 부분이 지호가 정말 애교가 많다. 나를 많이 좋아해준다. 지호와 함께 있으면서 ‘퀴퀘그’라는 캐릭터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퀴퀘그’는 ‘이스마엘’을 지켜주는 보디가드 같은 느낌이 있다. 1년 동안 같이 뮤지컬을 하면서 어쩐지 내가 지호를 지켜줘야 하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지금은 식구 같아서 정말 좋다. 그리고 뮤지컬 ‘모비딕’에서가 아니라 피아니스트 대 바이올리니스트로서도 교감이 정말 잘 이뤄진다. 급작스럽게 연주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호야, 이렇게 하자’하면 ‘응’하고 바로 무대에 서도 연주가 잘 됐다.(웃음) 연주를 했을 때 서로 ‘우리 정말 연주 같이 많이 해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멋진 친구를 알게 돼서 기쁘고 앞으로 같이 여러 가지를 함께 하고 싶다. - 처음 하는 칭찬에 서로 어색해 하는 것 같은데? 신지호 : 오늘 공연 다했다.(웃음) 뉴스테이지 글_박세은 기자, 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04 / 조회 1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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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 새로운 땅에 닻을 내리다! 신지호와 이일근(KoN) 배우의 항해일지②
신지호와 이일근의 본업은 연주자다. ‘연주’와 ‘연기’는 공연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범주에 속하지만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인터뷰 초반부터 둘은 공연 준비의 어려움과 고생의 흔적을 숨기지 않았다. 신지호와 이일근은 이번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했고, 여러 번 거듭나야 했다. 클래식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가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 처음에는 배우인 두 분도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했다. 무대에서 연주와 연기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관객으로서도 매우 궁금하다. 신지호 : 연주를 연기로 하는 것은 힘들었다. 무대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연주할 때 계속 ‘신지호’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스마엘로서 연주해야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신지호’로 피아노를 쳐왔기 때문에 갑자기 이스마엘로 바꿔서 치려니까 잘 안 됐다. 원래 피아노를 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표정이 있다. 이스마엘을 연기할 때 그 표정이 자꾸 나와서 힘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배합을 잘 하고 있다. 이일근 : 나는 생각으로 머물렀던 것이 현실화됐다는 것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현대 사회에서는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이미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음악도 그렇다. 현대 사회에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새로 조합해 또다시 새로운 창조를 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모비딕’은 연주와 연기, 노래를 모두 묶어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신지호 : 이 일은 정말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하다 보니 내가 언제 연주를 하면서 연기를 해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최초라는 지점에 배우로 섰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다. 매회가 행복하고 즐겁다. 이 장르가 꼭 계속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모비딕’은 공연의 폭도 넓혔다. 음악을 좋아하고, 연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올 수 있는 공연이다. 연주되는 곡은 클래식과 현대 음악, 감미로운 재즈 음악도 있다. 보고 나오면 관객이 다들 ‘귀가 호강했다’고 한다. 뮤지컬의 본질은 음악이라는 것, 그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일근 : 뮤지컬 ‘모비딕’을 통해 뮤지컬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또 이것을 참고 해서 다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창작 작품이고, 이런 시도가 처음이어서 실수와 시행착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프론티어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좋은 시너지와 파생효과를 일으키는 매우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 연습 기간이 길어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이일근 : 너무 많다.(웃음) 뭘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왕오징어 사건’이 가장 재밌었다. 극 중에 이스마엘이 ‘대왕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를 객석을 가리키며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 관객 중 한 명을 지목해서 재미있게 대사를 한다. 그런데 하루는 맨 앞줄에서 정말 다리를 쩍 벌리고 깊이 주무시는 관객이 한 분 계셨다. 신지호 : 아주 잘 주무셨죠. 처음부터 끝 곡 할 때까지!(웃음) 이일근 : 공연 중에 속으로 그 관객이 계속 신경쓰였다. 그때 지호가 ‘대왕오징어’를 가리키는 장면에서 바로 그 관객을 찍은 거다. 신지호 : 원래 예쁜 여자 분을 뽑기도 하고, 잘 알고 있는 친숙한 분들을 뽑기도 한다. 그런데 그 날은 그분께 좀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웃음) 첫줄 가운데 앉아서 너무 심하게 자고 계셨다. 이일근 : 원래 지호가 지목을 하면 퀴퀘그가 그 ‘대왕오징어’를 가리키면서 대사를 한다. 지호가 찍고 나서 내가 대사를 하는데도 계속 주무셨다. 신지호 : 이미 관객들은 그 상황이 우스워서 웃고 난리가 났다. 이일근 : 이때 퀴퀘그가 작살을 쏘는 듯한 연주를 선보인다. 그것도 그 사람을 바라보면서 해야 한다. 신지호 : 그때 우리는 ‘맞았다!’ 하면서 좋아했다.(웃음) 선장역을 맡은 배우는 대사를 안 하고 자리에 주저앉아서 웃고 있었다. 이일근 : 나는 많이 참았는데 고개를 돌렸더니 선장이 웃음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때 선장이 '수고했다'는 식의 대사를 하는데 선장역의 배우가 너무 웃겨서 쓰러지며 대사를 다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다음에 고래를 잡아서 웃으면서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그다음 문제는 그 노래 다음에 고래를 추모하는 발라드 노래 대목이었다. 그 장면은 무대중앙을 바라보면서 불러야 하는 노래다. 아직도 ‘대왕오징어’의 잔상이 남아 있고, 정면에서 여전히 자고 계시니까 노래 부를 때 정말 힘들었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다.(웃음) - 무대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라 더 재미있다. 다른 에피소드가 더 있나? 스타벅이란 캐릭터는 지휘봉을 들고 지휘를 하면서 공연한다. 그런데 공연 중간에 지휘하다가 지휘봉이 휙 날라간 것이다. 다른 장면은 어떻게 잘 넘어갔다. 그런데 선장과 다투는 장면은 지휘봉을 선장의 목을 대고 위협해야 하는 장면이다. 지휘봉이 없으니까 선장 멱살을 잡고 위협했다.(웃음) 신지호 : 그 장면이 굉장히 심각한 장면인데 관객도 어색한 걸 알았는지 웃었다. 다들 지휘봉이 날아간 걸 봤으니까. 이일근 : 공연할 때 정말 비싼 악기를 쓰는 경우도 있고, 정말 싼 악기를 쓰는 경우도 있다. 선장을 맡은 분은 원래 연기를 했던 배우라 액션이 과감하다. 그래서 악기 활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원래 악기가 비싼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웃음) 비싼 악기는 활도 비싸다. 그래서 나는 연주를 할 때 비싼 악기를 쓰면 동작이 굉장히 소심해진다. 싼 악기를 쓸 때는 동작은 좋아지는데 소리가 안 좋아진다. 어떤 때에 이 악기를 쓰고, 어떤 때에 저 악기를 써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 ‘모비딕’에서 명장면을 꼽는다면? 신지호 : 굉장히 감정적인 장면이 있다. 끝에 이스마엘만 남겨지고 다들 죽는다. 배가 다 난파되고 다친 퀴퀘그가 자신을 눕혀달라고 말한다. 퀴퀘그를 눕혀놓고 구조를 위해 다가오는 배를 본 이스마엘이 지금 우리는 가야 한다고 하는데 퀴퀘그가 답이 없다. 죽은 것이다. 그 장면에서 이스마엘이 오열하면서 운다. 눈물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이제는 그 멜로디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그 후 이스마엘이 구조되고 퀴퀘그가 마지막 바이올린 멜로디를 연주한다. 이스마엘이 계단에 앉아서 퀴퀘그가 준 선물을 바라보면서 극이 끝난다. 그 장면이 소중한 의미가 있는 명장면이다. 이일근 : 나는 두 가지 장면을 꼽고 싶다. 먼저 퀴퀘그가 이스마엘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액터 뮤지션’ 장르에 맞게 ‘연주 베틀’이라는 음악요소로 연기를 풀어냈다. 서로 연주를 주고받으며 친구가 되는 모습이 잘 담겼다. - 기억난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조용신 연출가도 그 부분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신지호 : 아! 나도 그 부분을 뽑았어야 하는 건데.(웃음) 하나만 뽑으라고 하셔서 그런 건데. - 명장면이 많이 나와야 좋은 것 아니겠나.(웃음) 이일근 : 두 번째는 ‘이별의 노래’라는 장면이다. 바다의 정령 네레이드, 퀴퀘그와 선장이 함께 부르는 노래다. 세 사람이 자연에 순응해 하나가 된다는 이 작품의 철학적 메시지가 이 장면 안에 담겨있다. 선장은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네레이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이 사람의 죽음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대자연적 존재다. 퀴퀘그는 그 사이에 서서 갈등하며 미래를 받아들인다. 작품의 주제와 아름다운 모습이 어우러진 좋은 장면이다.(인터뷰③에서 계속) 뉴스테이지 글_박세은 기자, 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03 / 조회 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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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비딕’, 새로운 땅에 닻을 내리다! 신지호와 이일근(KoN) 배우의 항해일지①
허먼 멜빌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 ‘모비딕’은 국내 최초로 도전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악기 연주가 곧 대사이자 표현이 되는 새로운 장르다. 이러한 낯선 장르에 닻을 내린 주인공들은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신지호, 국내 최초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이일근(KoN)이다.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게 될 두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 낯설고 거칠었던 ‘모비딕’의 항해일지를 들여다봤다. - 모비딕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궁금하다. 어떤 인물들인가? 신지호 : 나는 모비딕에서 이스마엘이라는 캐릭터다. 모비딕에서 이스마엘은 ‘화자’다. 실제 허먼 멜빈이 쓴 원작에서도 첫 문장이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다’로 시작된다. 원작은 배에서 겪은 일들을 쓴 일기다. 이스마엘은 도시에서 직장에 치이고, 갈 곳을 잃어 자신의 어렸을 적 꿈을 이루기 위해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가서 식인 부족 출신이지만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퀴퀘그라는 친구를 만난다. 이스마엘은 막내 선원으로 모든 선원들을 다 지켜보는 역할이다. 그는 모비딕을 마주치는 순간까지 모두 목격하고 기록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이스마엘만 남고 모두 죽는다. 그가 살아남고 나서 1년이 지난 다음에 글을 쓴 것이다. - 맡은 역할이 전체적인 부분을 그려내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겠다. 신지호 : 맞다. 그래서 독백이 정말 많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이일근 : 나는 이교도 식인부족 추장의 아들인 작살잡이 퀴퀘그 역을 맡았다. 이교도라서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퀴퀘크는 항상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동화되지는 않는 캐릭터다. 겉보기는 험악해보여도 문명인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갖고 있다. 극 속에 등장하는 네레이드라는 정령 캐릭터와 유일하게 소통하는 것도 퀴퀘그다. 네레이드와 소통하면서 비극을 가장 먼저 예감한다. 그런 퀴퀘그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게 된 사람이 이스마엘이다. 이스마엘은 문명인을 상징한다. 퀴퀘그는 자연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두 사람의 소통이 문명과 자연의 소통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용신 연출님의 의도를 고려해 설명하면 에이협 선장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고, 퀴퀘그는 ‘정서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실제로 대사는 적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말없이 사람들을 바라본다. 이스마엘과 마음을 열고, 자연을 상징하는 네레이드와 소통하면서 정서적 조율을 하는 캐릭터다. 신지호 : 대사는 제일 적은데 제일 멋있게 나오는 캐릭터다.(일동 웃음) - 대사가 많은 신지호 씨가 퀴퀘그 역을 부러워하시는 것 같은데? 신지호 : 퀴퀘그는 참 멋있다. 대사가 없어서 과묵해 보이는 이미지라 더 멋있는 것 같다. 작품 보시면 아실거다. - 두 분 모두 뮤지컬 배우로서는 첫 도전인데 ‘모비딕’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신지호 : 나는 2010년 '쓰릴미'에서 피아니스트 역으로 연습을 마쳤었다. 그런데 앨범이랑 방송이 겹쳐서 하차하게 됐다. 다른 분이 피아노를 치게 됐는데 거기에서 알게 된 분이 계셨다. 그분이 조용신 연출가님이 ‘모비딕’의 이스마엘 캐릭터를 찾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피아노를 치는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안 구해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 분이 연출가님께 ‘쓰릴미’를 같이 했던 친구가 있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나를 소개해주셨다. 사실 당시 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있는지도 몰랐다. 뮤지컬을 좋아했고, 또 연기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게다가 ‘모비딕’이 연주를 하면서 연기, 노래를 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하니까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나중에는 조금 후회도 했다.(웃음) 이일근 : 뮤지컬 ‘모비딕’의 정예경 음악감독이 학교 후배다. 서울대 후배라서 원래 잘 알았던 사이다. 정예경 음악감독한테 전화가 와서 이번에 뮤지컬을 만드는 데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외에도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와 뮤지컬계 종사하고 있는 친구들이 연락해서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대학로에서 작은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뮤지컬 ‘아이러브유’ 때 바이올린 세션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다. 기회가 오면 ‘뮤지컬을 한번 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내 생각을 알고 있어서 오디션을 보라고 연락을 해줬다. 7월에 일본의 공연이 있어서 오디션 못 볼 줄 알았는데, 8월 초로 미뤄서 2차 오디션에 참여했다. ‘모비딕’ 첫 공개오디션에서 마지막 번호로 오디션을 봤다. 그 오디션에 합격해 내가 가장 먼저 셋업이 됐다. 조용신 연출가님도 처음에는 시원찮은 여러 부분들 때문에 과연 이 공연이 정상적으로 공연될 수 있을까 했던 차에 나를 보고 ‘되겠다’고 생각하셨다더라. 그렇게 한 명 한 명 모아 공연을 시작했다. 작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을 준비해서 본격적으로 1년에 걸친 준비를 하게 됐다.(웃음) - 두 분 다 공연을 앞두고 그간 힘들었던 기색이 엿보인다. 연출가님도 무대를 올리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셨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고, 어떤 위기가 있었나? 신지호 : 작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창작뮤지컬을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한 달 동안 연습을 짧게 해서 CJ 아지트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다. 그 때 기자분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당시 기자분들이 ‘오그라드는 연기는 어떻게 할 거냐’, ‘발음은 어떻게 할 거며, 어떻게 캐릭터를 표현할거냐’ 등 처음에는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새롭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당시 나는 발음이 정말 힘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 발음이 많이 안 좋았다. - 지금은 굉장히 발음이 좋다. 어색한 줄 잘 모르겠다. 신지호 :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올해 워크숍 공연을 두 번 했다.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두산 아트랩’에서 공연했다. 그 동안 배우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 열 명의 배우가 있는데 그 중 다섯 명이 12월부터 같이 했고, 다른 배우들은 자꾸 바뀌었다. 그래서 적응이 힘든 것도 있었다. 우리 둘은 원 캐스팅이다.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도 불구하고 할 만한 배우가 많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원캐스팅으로 갔다. 그러면서 연습 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몇 개월 뒤에 또 하고, 몇 개월 뒤에 또 하는 식이었다. 송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가서 공연했다. 그렇게 띄엄띄엄 공연을 하다 보니 잊어버릴 때 쯤 다시 하는 식이 됐다.(웃음)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시간 내에 연습해서 공연을 하는 게 어려웠다. 모든 배우들이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일근 : 우선 제작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 동안 참여했던 작품은 이미 셋업이 돼 있는 공연들이었다. 한 달 정도 연습하고 공연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다.(웃음) 작년 8월 오디션을 봤으니 이제 정말 1년이 다 돼간다. 지호 말대로 워크숍 공연을 하고 그 다음에 잊혀질만하면 다시 또 하고 하는 식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일들이 미뤄지게 됐다. 올해 예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다 보니 기획사에서도 그렇고 나도 못하게 되는 일들이 많아 힘들었다. - 연기는 어땠나? 맡은 역할과 실제 성격이 달라서 고생했다고 들었다. 이일근 : 연기도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퀴퀘그는 말수가 굉장히 적다. 그래서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나는 몸을 썩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서 있는 자세부터 정말 힘들었다. 일반 사람들과 달리 이교도의 이방인 캐릭터라 신비스러운 느낌을 줘야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 있어 하는 정확한 발음과 빠르게 말하기가 퀴퀘그 캐릭터에는 필요가 없는 거다.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몸을 쓰는 데는 자신이 없는데 그걸 잘해야 하다 보니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캐릭터를 접했을 때 ‘내가 무슨 이런 험상궂은 캐릭터를 맡았지’하고 생각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캐릭터에 맞게 몸에 문신한다고 했을 때도 ‘뭐? 미쳤어’ 이랬다. 지금은 ‘문신 하나 더 넣으면 어떨까’ 하고 내가 먼저 말한다. 신지호 : 문신은 퀴퀘그의 자존심이라고. (웃음) 이일근 : 맞다. 문신 욕심이 생겼다.(웃음) 처음에 나에게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발견해서 지금은 나름대로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퀴퀘그를 점점 닮아가는 것 아닌가. 이일근: 대구뮤지컬페스티벌 갔을 때 마지막 날 손병호 게임을 하면서 다들 모여 놀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다. 딴 짓을 한 것도 아니다. 모두가 얘기하는 걸 다 듣고 있으면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걸 본 안무 선생님이 나중에 ‘너 정말 퀴퀘그 같다’고 하시더라. 상황에 동참을 하지는 않으면서 뒤에서 지켜보는 모습이 그렇다고 하셨다. 그런 말을 듣고서 ‘내가 작품을 하면서 조금 변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테이지 글_박세은 기자, 사진_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8.01 / 조회 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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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시작 <모비딕> "악기와 배우가 한 몸이 되다"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이 지난 19일 막을 올렸다. 뮤지컬 평론가인 조용신이 쓰고 연출한 첫 창작 뮤지컬 은 고래잡이 선원 이스마엘을 중심으로, 흰 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선장, 과묵한 작살잡이 퀴퀘그 등과의 관계를 통해 대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춤, 노래, 연기 뿐 아니라 배우가 직접 악기 연주를 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로, 악기 연주가 공연 전반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작곡과 편곡,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정예경은 "현악기와 건반악기를 타악기처럼 이용하여 악기의 가능성을 확장했다"고 설명하며 16곡의 새로운 음악을 소개한다. 이들의 능숙한 연주를 위해 등장 배우들 중 많은 이들이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주자란 점도 특징.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는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젊은 팝피아니스트.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닉쿤 닮은 피아니스트’로 소개 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 그는, 개인 연주 뿐 아니라 영화, 연극 음악 작곡과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이스마엘과 우정을 나누는 작살잡이 퀴퀘그 역의 KoN(이일근)은 한국 최초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스텁 역의 장효종은 KBS팝스 오케스트라를 비롯 다수의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를 연주했으며, 플라스크 외 다수 역을 소화하는 유승철은 트럼펫과 기타, 조성현은 클라리넷과 색소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일한 여자 배우인 피아니스트 이지영은 네레이드로 변신,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인 이승현과 에서 만났던 유성재가 선원 스타벅 역을,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서고 있는 황건이 선장 에이헙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CJ문화재단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와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두산 아트랩’을 통해 개발 과정을 거친 은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선정, 대구에서 첫 선을 보였다. 본 공연인 서울에서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공연장면 가족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이제 나는 떠난다바다로 향해 나가는 이스마엘(신지호)뛰어난 작살잡이 퀴퀘그(이일근)통하는 두 사람, 우정의 시작!한 배를 탄 선원들내 다리를 이렇게 만든 모비딕을 잡아라!말, 행동, 사건, 감정, 소품, 사건 등으로 부활하는 음악들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2011.07.21 / 조회 1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