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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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눈의 여왕…연희단거리패 '가족극'으로 즐긴다
'2017 연희단거리패 겨울 가족극 페스티벌'
11~12월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서 개최
안데르센 대표작 동물·꼭두 마임으로 선보여‘2017 연희단거리패 겨울 가족극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안데르센’ ‘눈의 여왕’ 포스터(사진=연희단거리패).[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대표작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가족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11월과 12월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에서 ‘2017 연희단거리패 겨울 가족극 페스티벌’을 개최한다.‘안데르센’ ‘눈의 여왕’ ‘스크루지’ 등 3편을 연이어 선보인다. 그 중에서 ‘안데르센’은 오는 9일부터 19일까지 공연한다. ‘눈의 여왕’은 오는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무대에 오른다.‘안데르센’은 배우가 되기 위해 가출한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뮤지컬이다. 소년이 극장 관리인에게 자신이 쓴 세 가지 이야기를 동물 마임, 그림놀이, 꼭두 마임으로 들려준다는 내용이다.‘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와 놋쇠병정’ 등 익숙한 안데르센 동화들을 한 편의 이야기로 엮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이윤주 연출이 2014년 초연으로 올렸다. 이번 재연 연출은 김하영이 맡는다.‘눈의 여왕’은 눈의 여왕을 따라간 소꿉친구 카이를 찾아 떠난 게르다의 이야기를 그리는 모험담이다.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소통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채경이 대본을 구성하고 연출을 맡았다.연희단거리패는 2014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안데르센’을 공연한 뒤 가족극을 다년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이번 공연은 아이들만이 아닌 부모 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안데르센의 문학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티켓 가격은 전석 2만원. 인터파크와 네이버예매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05 / 조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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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연극 <하녀들>…2월 앵콜공연 확정
연희단거리패의 2017년 첫 작품 이 앵콜공연을 확정짓고, 오는 2월 관객들을 다시 맞이한다.
연극 은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희곡을 원작으로, 마담이 외출할 때마다 마담 흉내를 내며 연극 놀이를 하던 두 하녀 자매가 어느 순간 욕망에 뒤틀려 여주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윤택이 연출에 참여했으며,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이자 배우인 김소희를 비롯해 김아라나, 서혜주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의 앵콜 공연은 오는 2월 3일부터 19일까지 매주 금, 토, 일마다 30스튜디오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연희단거리패 제공
2017.01.19 / 조회 4,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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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대표 연출가들의 새해 기대작은?
영화 마니아들이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고른다면, 공연 마니아들은 공연을 보기 전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한다. 새해에도 연극/뮤지컬계에서는 그간 많은 작품에서 고유의 개성과 통찰력을 빛내 온 스타 연출가들이 활약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공연계 거장들과 대표 연출가들이 선보일 2017의 공연을 살펴봤다.
연극계 거장들의 무대
수십년 간 무대를 지키며 인간을 향한 깊은 성찰을 담아온 거장 연출가들이 올해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원로연극제 개막작으로 를 선보였던 오태석 연출은 현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를 공연 중이다. 는 멧돼지들을 위해 산 속 도토리를 남겨주려 애쓰는 지적장애인 일렬이와 삼렬이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풍자하는 연극.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오태석 연출은 오는 5월 말 명동예술극장에서 또다른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
작년 에서 인물들을 서서히 압박해오는 무대로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서늘하게 표현했던 한태숙 연출은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신작 를 공연한다. 조지 오웰의 동명소설을 영국 작가들이 각색한 작품으로, 거대 시스템 속에 짓눌린 개인의 저항과 좌절을 그린다.
(위) 오태석, 이윤택 연출 (아래) 한태숙 연출
연희단거리패를 이끄는 이윤택 연출은 새해 첫 작품으로 장 쥬네의 희곡 을 오는 22일까지 공연하고, 이후 굿을 연극화한 ‘굿극’ 시리즈 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은 동해안의 별신굿에서, 은 경기 도당굿에서, 은 제주도 칠머리 당굿에서 모티브를 따와 민중의 한과 굴곡진 역사를 담아냈다. 이윤택 연출은 신작 도 준비 중이다. 모두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보금자리 30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예술세계 넓혀가는 중견 연출가들
여러 무대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탐색해가는 중견 연출가들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인기작과 신작을 고루 선보인다. 현재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2.12)을 공연 중인 박근형 연출은 이후 지난해 초연했던 를 한 번 더 무대에 올린다. 는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2004년 이라크 등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짓밟는 전쟁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박근형 연출은 이후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위) 박근형, 조광화 연출 (아래) 김광보 연출
서울시극단장으로 재임 중인 김광보 연출은 3월 31일부터 4월 23일까지 을,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둘 다 신작이다. 입센의 대표작 은 군주, 귀족, 교회를 각각 대표하는 세 인물이 권력을 차지하려 벌이는 각축전을 그린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대선과 맞물려 권력에 대한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전망이다. 는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과 윤리의 충돌에 주목한다. 김광보 연출은 이 연극을 통해 이후 11년 만에 장우재 작가와 협업하게 됐다.
조광화 연출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2월 1일부터 5일간 열리는 갈라콘서트 를 시작으로 (2.16~3.26, TOM 1관)과 (4.7~5.14, TOM 1관), 그리고 신작(제목 미정)을 무대에 올린다. 1997년 초연 당시 유수의 연극상을 휩쓸었던 은 영화 의 알 파치노를 추앙하는 이장정 등의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가 규정하는 ‘남자다움’의 희극성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는 다섯 남녀의 엇갈린 관계를 통해 육체적 정열 뒤에 도사린 공허를 드러낸다.
고선웅, 장유정 연출
연극과 뮤지컬, 창극과 오페라를 오가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고선웅 연출은 새해에도 분주히 활약할 예정. 먼저 2015년 동아연극상 4관왕, 대한민국연극대상 3관왕에 오르며 극찬받은 (~2.12)을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다. 복수를 위해 가족까지 희생하고 20년간 가문의 마지막 핏줄을 키워낸 정영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으로, 이미 대부분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이어 4월에는 에 이어 또 한 번 국립창극단과 함께 작업하는 창극 (4.5~16,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7월에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초연했던 조정래 원작의 뮤지컬 (7.25~9.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공연한다.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선보인다고. 10월에는 또 다른 신작 (10.18~11.5, LG아트센터)를 무대에 올린다. 원작은 프랑스 영화감독 질 미무니가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로, 파리에 사는 여섯 남녀의 사랑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 이 영화를 무대화하기 위해 직접 감독을 수소문하기도 했다는 고선웅 연출이 어떤 멜로 연극을 탄생시킬지 주목된다.
한편 고선웅 연출이 지난해 국립극단과 선보였던 시리즈를 올해는 (2.7~3.5,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장유정 연출이 이어간다. 장유정 연출은 9월 8일부터 10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를 통해 그녀의 시야에 포착된 현대 한국인들의 천태만상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지나, 왕용범 연출
뮤지컬계 스타 연출가들의 활약
뮤지컬계에서는 대표적인 스타 연출가 이지나와 왕용범 연출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현재 (~2.12,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공연 중인 이지나 연출은 이어 2014년, 2016년 각각 초연했던 (2.14~4.30, 드림아트센터1관)과 (11월,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괴테의 를 오마주한 은 3인극이었던 초연 버전을 4인극로 바꿔 선보인다고. 연말에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를 엮은 신작 (12.15~2018.1.14,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고선웅 연출이 대본을 쓰는 이 작품은 기존의 동명 뮤지컬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담는다.
의 왕용범 연출이 이끌 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작이다. 는 친구의 배신으로 노예가 된 유대인 귀족 벤허가 펼치는 복수극으로, 동명 영화에서 펼쳐졌던 스펙타클한 전차 경주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관심을 끈다.
* 공연 평론가/기자들이 꼽은 2017년 활약이 기대되는 연출/작품
박병성 편집장
고선웅의 - 고선웅은 , 등에서 작품과 연극적 형식을 잘 조화시켜 연극성을 극대화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통 연극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적절히 변형시켜 그 작품만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역시 와는 또 다른 창극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유석재 조선일보 기자
고선웅의 - 창극, 뮤지컬, 리얼리즘극, 오페라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 코미디에 도전한다고? 어떤 작품에도 인생의 페이소스와 스타카토 스타일의 유머를 새긴 그만의 인장이 기대된다.
연극 포스터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고선웅 연출 - 최근 몇 년, 고선웅 연출의 작품은 늘 기대를 갖게 했고 때론 매우 만족을, 때로는 뒤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최근 연극 을 보고 초반 40여분을 끌고 가는 장면에서 연출의 과감함 '선택과 집중'을 볼 수 있었었다. 용기 있는 과감한 시도라 생각하며, 올 해 올릴 작품도 매우 기대되는 바.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오경택 연출의 - 잘못 발송된 이메일로 시작되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미혼 남자의 흥미진진한 러브스토리. 원작을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원작을 충실히 옮기기만 해도 흥미진진할 듯 하다.
고선웅 연출의 - 이 작품 역시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은 로맨스, 멜로를 미스터리로 풀어낸 영화로, 최근 내놓은 작품마다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고른 평을 받고 있는 고선웅의 연출작이라 더욱 기대된다. 원작과 리메이크작() 중 어떤 결말을 선택했을지, 아예 다른 결말을 준비하고 있을지 특히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
글/구성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프로스랩,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LG아트센터 제공
2017.01.19 / 조회 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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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펼쳐진 시인 백석의 굴곡진 삶…연극 <백석우화>
‘나타샤와 나는 /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
토속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시어로 주목 받은 모던보이 시인, 백석.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임에도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전쟁 이후 백석이 고향이 있는 북한으로 떠나게 되면서, 그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석의 해방 이후의 삶에 대한 연구가 점차 진행되면서 안개처럼 잘 보이지 않았던 그의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지난 달 앵콜 공연으로 1년여 만에 돌아온 연극 은 우리가 잘 몰랐던 백석의 해방 전후의 삶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북에서의 행적을 알 수 없던 시인 백석의 삶을 찾아가는 구조로 이뤄진 이 연극은 생전에 그가 겪었던 인생의 굴곡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판소리로 살아난 백석의 작품, 관객의 감성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
극의 시작은 판소리 창자의 인사로부터 시작된다. 이어 무대 뒤에서는 백석의 시 ‘여우난곬족’이 띄워지고, 창자는 장구의 박자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시를 완창한다. 그리고는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곱씹어주며 시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관객들이 백석의 감성을 오롯이 받아들이길 바라는 듯이 말이다.
는 이처럼 극 전반에 걸쳐 백석의 문학들을 대사화 시켜 그의 작품세계를 표현한다. 극 안에서 다루는 그의 작품들만 해도 첫 장 ‘여우난곬족’을 비롯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 10여 개. 극 안에서 펼쳐진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삶에 녹아 들게 된다.
당대 문인들이 말하는 백석은?
이 작품에는 백석 뿐 아니라 박용철, 김억, 임화, 오장환 등 당대를 대표했던 다양한 한국 문단의 인물들도 무대 위에 등장한다. 배우들은 1인 다역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당시 백석에 대한 문인들의 생각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특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속 ‘나타샤’가 누구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는 과정, 북한으로 건너간 이후 발표한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두고 남한에 있던 문인들이 열등감을 느끼는 모습 등은 백석의 시가 그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끔 한다.
또한 당시 문인들의 대사를 통해 남북 분단 이후 시대 상황으로 인해 백석이 한국 문단에서 얼마나 쉽지 않은 삶을 살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백석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은 ‘백석’ 역의 배우 오동식
무엇보다 무대에서 백석의 삶이 가장 잘 표현되는 힘은 배우의 연기일 것이다. ‘백석’ 역을 맡은 배우 오동식은 자신이 맡은 역을 100% 이상 소화하며 백석의 삶을 관객들에게 와 닿을 수 있게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청년 시절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노년 시절까지 백석의 삶을 통째로 연기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는 섬세한 동작과 목소리의 변화를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오동식은 극 속에서 백석의 어려운 시, 심지어 대남방송 형식의 편지까지도 완벽하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소화해낸다. 마치 백석이 환생한 듯한 모습으로 절절하게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에 관객들의 눈에선 함께 슬픔이 쏟아진다.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중)
남과 북,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 없었던 백석의 삶. 그의 시 한 구절처럼 백석 자신도 외로이 눈을 맞는 갈매나무라고 스스로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를 통해 환생한 백석의 삶은 오는 12월 18일까지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2016.12.09 / 조회 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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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성·이윤택, 30년만에 해후…'첫사랑이 돌아온다'
극단 연희단거리패 창단 30돌 기념작
원로 극작가 윤대성의 신작무대 올려
치매 노인 사랑 다뤄, 인간 의미 질문
7월7~24일 대학로 게릴라극장서 공연‘연극계 거목’인 원로 극작가 윤대성(왼쪽)과 이윤택 연출(사진=극단 연희단거리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원로 극작가 윤대성(77)과 대표 연출가 이윤택(65)이 30년 만에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윤대성 작가의 신작 ‘첫사랑이 돌아온다’를 극단 예술감독인 이윤택의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출은 연희단거리패를 1986년 창단하면서 스승 윤대성의 작품 ‘미친 동물의 역사’를 각색한 ‘죽음의 푸가’를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극작가 윤대성은 TV드라마와 연극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TV드라마 ‘수사반장’과 ‘한지붕 세가족’을 집필해 대중적 인기를 끌었으며 1980년 서울예술전문대 극작과 교수로 임용된 뒤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윤대성의 신작 희곡 ‘첫사랑이 돌아온다’는 치매 노인의 사랑을 다룬다.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가 우연히 만난 할머니를 첫사랑으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자신을 첫사랑이라고 우기는 할아버지를 위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할머니의 또 다른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작품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으며 힘을 빼고 인간의 기억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윤택 연출은 “치매는 분명 고통스러운 노년의 병이지만 삶의 황혼에 주어진 마지막 날갯짓일지도 모른다”며 “삶에서 아름다웠던 부분을 다시 되돌아보며 마지막 기억을 갖고 떠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고 했다.‘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등을 통해 해학과 절절함을 넘나드는 연희단거리패 배우장 김미숙이 할머니 ‘그녀’를 연기하고, 생생한 생활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김철영이 첫사랑을 찾는 할아버니 ‘그’로 열연한다. 여기에 서민우, 양승일, 안윤철 등 연희단거리패 신인배우들이 앙상블로 웃음과 눈물,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전달할 예정이다.오는 7월 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일반 3만원, 청소년·대학생은 2만원이다. 02-763-1268.▶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23 / 조회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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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스타연극인'의 힘 "바냐 아저씨 앙코르가는 날"
연극 '바냐 아저씨'
연출가 이윤택·왕년스타 김지숙·기주봉 등 뭉쳐
지루할 틈 없는 100분 만들어
16일부터 SH아트홀서 앙코르연극 ‘바냐 아저씨’의 한 장면(사진=SCN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 저 여자. 너무 예뻐. 아름다워.” 대사 한마디에 객석은 금세 웃음바다다. 그러더니 이내 깊은 탄식이 흐른다. “아, 젠장.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어. 내 나이 마흔일곱이 되도록 진정한 삶이 없었어.” 배우 기주봉이 가슴을 치며 울부짖는 모습은 바냐 그 자체였다. 마을의사가 키스하자고 조르자 “까짓 거, 평생에 한 번인데…”라며 능청스러운 제스처를 선보인 옐레나 역 김지숙의 연기 내공은 역시 달랐다. 또렷한 발음과 무대 전체를 울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극장을 나온 뒤에도 오래도록 귓가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왕년의 스타들이 오랜만에 현역무대로 돌아왔다. 이윤택(64)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배우 기주봉(61), 김지숙(60), 이용녀(60) 등 1980~1990년대 대학로를 주름잡던 중견 연극인들이다. 2014년 40~70대 연극인이 모여 구성한 ‘중견연극인 창작집단’의 두 번째 작품 연극 ‘바냐 아저씨’는 능청스러우면서도 맛깔스러운 연기로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들이다. 하지만 30~40년 동안 대학로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다. 연출 제안을 받자마자 숨도 안 쉬고 해보겠다고 했다”며 “민간 극단과 소극장 연극의 힘을 회복하려 한다. 국공립이나 대극장 공연이 아닌 다른 것, 무엇보다 대학로 연극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숙은 9년 만, 아스트로프 역의 곽동철은 7년 만의 무대다. 기주봉은 자신이 운영하는 극단 76단 무대에는 자주 서지만 다른 작품에선 많이 볼 수 없었다. 이봉규·이용녀·이재희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20, 30대 배우가 주류인 연극계에 중년배우가 설 자리가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연극 ‘바냐 아저씨’의 한 장면(사진=SCN엔터테인먼트).김지숙은 “김성녀, 예지원에게 옐레나 역을 부탁했으나 배우 조련사로 유명한 이윤택 선생과 한다는 말에 다들 고사했다”고 웃었다. 이어 “연습시간에 대신 리딩을 해주다가 어떨결에 하게 됐다. 예쁜 옐레나 역을 위해 한달 만에 몸무게 6㎏을 뺐다”고 귀띔했다. 기주봉은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좋다. 바냐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바냐가 돼가고 있구나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 연출은 “작품 속 인물들은 제 잘난 맛에 사는 ‘골통’들이다. 개성 강한 사람을 어떻게 묶느냐가 내몫”이라며 “기주봉 배우는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바냐를 연기한다. 김지숙은 연기패턴이 상당히 절제돼 있고 모던한 연기를 선보인다. 곽동철은 진지하고 학구적이다. 가장 기주봉다운, 가장 곽동철다운 연기가 뭔지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연극판 전원일기’ ‘시골시트콤’ ‘안톤 체호프의 바냐 삼촌이 이렇게 웃기고 재밌을 줄 몰랐다’는 평단의 호평을 얻은 작품은 지난 6일 짧은 공연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 SH아트홀에서 16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앙코르공연에 들어간다. 연극 ‘바냐 아저씨’의 한 장면(사진=SCN엔터테인먼트).▶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11 / 조회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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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연극인 의기투합…연극 '바냐야저씨' 앙코르
소극장 활성화 위한 프로젝트 '1탄'
이윤택 연출·김지숙 배우 겸 예술감독
6일 공연후 16일부터 SH아트홀 무대연극 ‘바냐 아저씨’의 한 장면(사진=SCN엔터테인먼트).[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극 ‘바냐 아저씨’가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연출가 이윤택과 예술감독 김지숙, 중견연극인창작집단 제작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바냐 아저씨’는 이달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의 짧은 공연을 마치고 16일부터 앙코르 공연을 한다.앙코르 공연은 같은 지역인 대학로 SH아트홀 무대에서 펼쳐진다. 소극장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제 1탄으로 올려진 작품은 중견 연극인들의 묵직한 연기력과 소극장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연극으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연 기간 동안 연일 매표소에 긴 줄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왔다.공연기획사 SC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과 다시 보고 싶다는 수많은 관객 요청이 쇄도해 앙코르 공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16일부터 3월 10일까지 SH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주중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7시다. 월요일은 쉰다. 02-765-9523.▶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2.03 / 조회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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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공연] <안녕! 유에프오> <바냐아저씨> <정글라이프>
배우 이범수와 고(故) 이은주가 주연한 동명 영화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는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경과 명랑한 버스 운전기사 상현의 유쾌하고 애틋한 로맨스를 재치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직접 '짝퉁 방송'을 녹음해 버스에 틀고 운전하는 상현과, UFO를 찾아 이사온 유경의 아찔하지만 알콩달콩한 사랑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2016.2.14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안톤 체홉의 작품 가 이윤택 연출/각색과 관록의 중견 배우들의 열연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권력의 허상, 사랑의 아픔 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두고 이윤택은 "배우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남과 동시에 굉장히 시끄러운 체홉극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모의 여인 엘레나를 둔 네 남자들의 사각관계, 그 과정에서 비춰지는 인간사의 허상과 욕망이 이 시대의 가슴을 따끔하게 만든다. ~2016.2.6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직장인들이라면 무조건 공감할 빌딩 숲속 정글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리얼 스토리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회사생활을 정글에 빗대어 그린 뮤지컬 는 신입사원 피동희가 장대높이뛰기 선수생활 중 부상을 입고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직장생활의 고충을 리얼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배우들의 시원한 노래와 연기에 직장인들이라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이다. ~2016.2. 28 대학로 자유극장 글: 플레이디비 편집부
2016.02.01 / 조회 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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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토록 고통스러운 한의 윤회
생과 사의 영역을 막론하고, 그 어디에서건 정신과 육신의 안식을 얻고자 그토록 갈망했건만 나의 원한인지, 나로 인한 그들의 분노인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와 하염없이 구천을 떠도는 비극적인 운명. 온전히 소멸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연산을 옥죄고 있는 이처럼 괴로운 윤회가 또 어디 있을까.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은 그간 폭군, 광인으로 수식되었던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을 조금 더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무대다. 어미의 망령에 시달리는 그는, 그 혼을 달래는 굿을 통해 사약을 받아 죽은 어미의 한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어미 잃은 작지만 매서운 새의 날갯짓으로 궁에 피바람을 몰고 온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두발 딛고 서기 힘든 바닥, 쓰러진 채 어지러이 떼를 지어 숲을 이룬 대나무들, 이곳저곳 주저 앉은 서까래와 위태롭게 서 있는 대들보, 기둥. 무대를 마주하자마자 스산하고 불안한 기운에 금세 사로잡힌다. 넉넉히 시간을 두고 극장에 들어가길 권한다. 곳곳에서 안개처럼 등장해 자리하는 이들로 극은 이미 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패잔병인지 저 세상의 망자인지 알 수가 없는 이들은 기어코 불안하게 떨고 있는 광기 어린 눈동자, 연산을 어미의 품(물)에서 억지로 끌어내어 결국 저승의 강(물)으로 실려 보내고야 만다. 극의 마지막, 연산의 안식처이자 또 다른 감옥, 녹수의 구슬픈 노래만이 그의 혼과 함께 울고 있다. 1995년 초연 후 20년이 지났지만 압도적인 힘은 여전하다. 이윤택은 향후 지속적인 공연을 위해 초연 때보다 크기를 작게 했다지만, 여전히 이런 무게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세련되고 날카로운 무대디자인에 한국 전통 연희가 어우러져 극대화된 연극성은 이윤택 스타일의 극대화이기도 하지만 공연 보는 재미의 극대화를 낳기도 한다. 연산 역을 맡은 백석광은 앞으로 그의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폐비 윤씨와 녹수 등 1인 2역을 소화하는 배우이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이자람의 재주도 놓치면 아쉽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은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등 중견, 원로 배우들임을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5.07.14 / 조회 8,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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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연산> 이윤택,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연산이 뒷걸음질 친다. 죽은 어미에게로 향해가는 듯 하더니 이내 곧 쓰러져 저 깊은 나락으로 빠진다. 경사로 된 바닥에 누워 미끄러지며 침몰하는 연산, 그 주변을 에워싸는 귀신들의 눈빛이 섬뜩하면서도 애처롭다. 그가 찾는 것은 단 한 명의 여인. 자신의 어미 폐비 윤씨이기도, 또 애첩 녹수이기도 한 그녀를 향해 연산은 말하고 그녀는 답한다. "청산 가자, 우리.", "가요, 우리가 가는 길 누가 막소." 공연의 일부 장면을 시연하는 중이나, 배우들의 몰입은 극에 달하고 지켜보는 이들은 숨이 멎는 듯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연산군의 광기, 이에 가시 돋친 얼굴로 그를 둘러싸는 대신들. 구슬픈 녹수의 가락이 허공을 가르는 이곳은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준비가 한창인 연극 의 연습 현장이다. 한때 조선의 왕이었으나 일반적으로 왕에게 붙는 '조'나 '종'이 아닌 '군'이라는 묘호가 붙여진 비운의 왕, 연산군의 삶을 담은 이 12년 만에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해 1995년 초연한 이 작품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고자 한다. 왕이 된 후 죽은 어미를 위한 제의를 펼치려는 연산과, 폐비 윤씨의 혼을 입은 녹수. 이들이 자신에게 해를 가했던 자들을 대상으로 피의 학살을 시작하는 강렬한 서사가 진혼굿과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이 자주 되진 못했다. 초연 8년 후인 2003년 공연엔 이상직, 신구 등이 출연했으며 이후 12년 만에 공연이 바로 올해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이 작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나에겐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떼었다. 작,연출의 이윤택"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반 극단에서는 공연 할 엄두를 못 낸다. 내 스타일로만 하면 내가 죽은 후엔 이 작품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작품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공연은 대본 빼고 다 바꾸었다. 희곡은 영원히 남으니 그대로 두고 음악, 무대, 의상 등 새로운 스텝들의 스타일을 다 수용했다. 다음 공연부턴 내가 연출 안 하고 싶다." 무대, 의상 등 곳곳에서 한국 전통을 강조했던 부분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변주 속에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궁궐의 기둥과 언덕, 대나무숲 등으로 웅장하게 구성되었던 무대는 아크릴 판으로 된 단순한 경사 구조로 변신해 인물들의 위태한 심리를 나타내고자 했다. 신구로 조합된 배우진도 눈길이 간다. 2003년 공연에서도 활약한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등을 비롯해 국립극단의 역사를 만들어온 원로 배우들도 가세했다. 여기에 올해 국립극단 시즌단원들이 극에 활기를 더한다. 연산 역의 백석광은 무용에서 연극으로 진로를 바꾼 남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무대에서는 연산 역을 맡아 연인 이자람과 무대 위 호흡을 맞춘다. "작년에 를 하는데 이자람이 떡을 해 왔더라. 왜인가 싶었는데 백석광 군이 애인이라 애인 응원한다고 온 거였다. (웃음) 그때 이미 을 하기로 했던 터라 녹수가 원래 소리꾼 기생이니 이자람이 하면 좋겠다, 싶었다."(이윤택) 연산 역의 백석광과 녹수/폐비 윤씨 역의 이자람실제 연인과 무대 위에서 배우로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백석광과 이자람은 입을 모은다. "같이 일을 하지 말자고 항상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윤택 선생님은 전통 분야까지 섭렵하신 분이라 이번 아니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백석광) 이자람은 이번 작품에서 작창과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로도 분해 폐비 윤씨와 녹수, 두 여인 역을 동시에 맡는다. "평소 나와 '팜므' 키워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녹수 제안에 의아했었는데, (이윤택) 선생님이 녹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천민에서 기생 시험에 합격해서 왕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라고 하셨다. 연산의 결핍된 모성애를 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지이자 노래하는 가인이 녹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하고 배우도 하려니 지금은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웃음)"(이자람) 은 7월 1일부터 2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월요일 공연이 있는 대신 화요일 공연이 없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6.19 / 조회 1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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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공무도하', 안숙선 이어 유미리 명창 나서
더블캐스팅 통해 서로다른 매력 선사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음악극 공무도하의 을녀 역을 맡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유미리 부수석(오른쪽)과 갑남 역을 맡은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손재영 단원이 열연하고 있다(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 중인 음악극 ‘공무도하’가 새로운 출연진으로 무대를 꾸민다. 안숙선 명창에 이어 25일부터 28일까지 중견 판소리 명창 유미리가 을녀 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꽉차고 힘 있는 목소리에 시원한 고음처리가 특기인 유미리는 1985년 전주 대사습 가야금 병창 장원과 1994년 동아국악콩쿨 일반부 대상을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 개인 공연과 교육, 음반 활동 등 다양한 예술 무대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같은 작품이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안숙선 명창의 깊이 있는 소리와 유미리 부수석의 힘 있고 강한 소리를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공무도하’는 고대 시 ‘공무도하가’를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으로 보고 동시대 창작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연극계 거장 이윤택이 대본과 연출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이 출연과 작창을 맡았다.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4.11.26 / 조회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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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공무도하' 전석 매진 속 성황리 개막
국립국악원 첫 브랜드 작품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음악극 ‘공무도하’ 지난 21일 개막공연 커튼콜 모습(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음악극 ‘공무도하’가 지난 21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지난 1월 부임한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의 첫 브랜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국악의 대중성과 보편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공무도하’는 단 16글자로 되어있는 고대 시 ‘공무도하가’를 동시대 창작음악극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 연극계 거장 이윤택이 대본과 연출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이 출연과 작창을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이번 작품은 대본과 소재, 배우와 연출, 작곡에서 모두 한국적인 멋이 훌륭하게 살아있다”며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또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02-580-3300.▶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4.11.23 / 조회 2,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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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詩 깨우러…두 거장이 뭉쳤다
한국 최초 고대시 '공무도하가' 음악극으로
이윤택 연출·안숙선 명창 합작…10년만의 조우
판소리·민요 등 전통소리 총망라
21~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국악계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왼쪽)과 연극계 거장 이윤택 연출이 만난 음악극 ‘공무도하’.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통해 판소리·정가·경기민요 등 전통소리의 종합편을 선보인다(사진=국립국악원).[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한 연습실. 남녀 주인공이 전생에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인간 다리를 만드는 연습이 한창이다. “조심해서 잘 걸어야 돼. 이쪽으로 올라와서 손을 놔봐.” 복도와 빈 강당에서 연습하던 다른 배우들은 자신의 순서가 되면 연습실로 돌아와 대사와 움직임을 맞춰본다. 한마디로 ‘헤쳐 모여’다. “자, 저쪽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이제 백수광부 나오시고.” 중간중간 세심하게 동선과 연기를 봐주는 이는 이윤택(62) 연출이다. 예순을 넘긴 연극계 거장은 한시도 쉬지 않고 장면을 지도했다. 이 연출은 “판소리로 하는 음악극은 처음”이라며 “각 부문별로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자유롭게 연습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그예 배를 타고 말았네. 험한 물결에 휩싸인 그대를 찾을 길 없으니. 영영 가신 님을 어이할까.” 4행시 형태로 이뤄진 한국 최초의 고대시 ‘공무도하가’가 음악극으로 재탄생한다.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공무도하’를 통해서다. 그간 우리 전통을 소재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던 이윤택이 연출을, 안숙선(6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을 맡았다. 전통음악과 춤이 결합된 음악극을 만들기 위해 서울·남원·진도·부산 등 4개 국악원의 단원들이 합세했다. △연극 거장 vs 국악 거장의 만남무엇보다 화제를 모은 건 두 거장의 만남이다. 이윤택 연출은 그간 연극 ‘시민K’와 ‘어머니’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현대적 해석에 몰입해 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병창 예능보유자인 안숙선 명창은 국악계 프리마돈나로 통한다. 각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극장의 재개관 기념작으로 공연한 ‘제비’에서 연출과 주인공으로 함께했다. 그러곤 10년 만에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꾼이자 이야기꾼인 을녀 역을 맡은 안 명창은 “국악인으로 살아온 지 56년이 지났지만 무대서 활용하는 몸짓 등은 이 연출에게 배운다”며 “우리의 전통은 없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작업을 통해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연출은 “안 명창은 꺾기와 지르기, 내려놓기 등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화법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최고의 파트너”라며 “이번 작품은 내 극작 연출의 종합정리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소리 망라한 새로운 음악극작품은 ‘공무도하가’를 주제로 두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진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호수를 잃어버린 샐러리맨이 2000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북쪽의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두만강을 헤엄치는 남쪽 작가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연출이 1980년대 겪은 실제 경험과 소설가 김하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전통소리를 종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판소리를 현실적인 언어로 설정해 극적 서사의 중심에 놓고, 정가와 서도소리, 경기민요, 구음, 범패 등 다양한 전통소리 체계를 코러스와 아리아로 구성해 배치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상의 언어는 ‘판소리’로 풀고 공간을 여는 소리는 ‘정가’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는 ‘서도소리’를 활용했다. 집을 잃은 사내와 경비원이 주고받는 만담형태의 대사, 남·북의 배역들이 펼치는 과장된 블랙코미디로 재미와 웃음도 선사할 예정. 이 연출은 “공무도하 설화야말로 구전돼온 전통공연예술의 원류”라며 “국악을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4.11.03 / 조회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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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답을 얻다, <길 떠나는 가족> 지현준
이윤택 연출, 김의경 작가의 연극 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은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간 이중섭의 삶을 소, 게,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오브제와 함께 펼쳐내고 있다. 일제시대에 유년기를 보내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 화가를 연기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공연장에서 만난 지현준은 그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었다. 올해로 데뷔 11년째를 맞은 지현준은 한때 ‘캐스팅 0순위’ 배우가 되기 위해 즐겼던 술, 담배를 끊고 8년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먼저 잘 살아야 한다.”라는 이윤택 연출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 연륜을 쌓아온 지금, 그는 “이제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무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그에게 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었을까.Q 공연이 개막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첫날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달라졌나. 처음엔 긴장감을 갖고 연출님이 짜 놓으신 틀 안에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좀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다 보면 매일 똑같을 수가 없으니까. 매 순간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틀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Q 이중섭을 연기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대본을 읽고 나서 이중섭의 평전을 몇 권 읽었다. 그 때부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분은 너무 심플하신 분이다. 세상이 보기엔 불우한 인물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왜 예술가는 저렇게 살아야 할까, 왜 진짜 좋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중섭에 대해 알게 되면서 누구든 정말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가 불행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섭이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었던 이유에는 가난도 있지만, 사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나 예술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열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누군가를 미친 듯 사랑하면 그만큼 그리움도 크지 않나. 그는 그만큼 사랑이 너무나 많고 순수했던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힘들게 살았지만, 그렇게 사랑이 많았던 사람만큼 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와 아내, 자식, 지나가는 하찮은 동물에게까지 모두 사랑을 품었기에 그렇게 살아가셨던 것 같다. Q 연습하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아이와 같은 시선을 가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극에도 나오지만, 형이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혼내자 이중섭이 울었다는 일화가 있다. 근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해서 서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형이 불쌍해서 울었다는 거다. 누가 나를 혼냈는데, 혼내는 사람의 마음이 아파서 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그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던 것인지를 알기가 참 힘들었다. 아마 커다란 일도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아주 작은 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게를 잡아먹고 사니까 미안해서 게를 그린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Q 그 외에도 와 닿는 대사가 많았을 것 같다. “세상에 환쟁이가 할 일이 뭔가.”라는 대사가 많이 와 닿았다.“하면 할수록 내 그림은 엉터리다, 가짜다.”라는 말도 진심으로 다가왔다. 한창 대사가 잘 안 풀릴 때 ‘그림’이라는 말을 ‘연기’로 바꿔서 읽어봤다. “내 연기는 다 가짜다.” 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무슨 말인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괜히 슬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이라는 것이 느껴지더라. Q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나. 이영란 선생님( 미술감독)이 먼저 직접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주셨다. 이윤택 선생님도 해보자고 하셨고.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됐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니까. 매일 연습이 끝나면 이영란 선생님의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씩 계속 그림을 배웠다. Q 극중 이중섭이 아이 모습을 한 인형을 여러 번 만나는데, 그건 무슨 의미인가. 연극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중섭이 아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워낙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중에 정신이 조금 이상해졌을 때도 아이들과 많이 놀았다고 하더라. 어쩌면 그가 가장 잘 어울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었을까. Q 데뷔 때부터 이윤택 연출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왔다. 이윤택 연출은 배우 지현준에게 어떤 존재인가. 선생님은 연극에 있어 내 아버지이자 고향 같은 분이다. 데뷔 초반에 선생님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다가 얼마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정말 그립고 목말랐다.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는데, 항상 배우로서 그 크기를 다 못 채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컸으니까 이제는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선생님이 나를 되게 잘 아신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약을 올리기도 하면서 숙제를 툭툭 던져주셨다. “이중섭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그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Q 이중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나. 사실 나는 처음 이중섭이라는 화가에 대해 어쩐지 화도 안 낼 것 같고, 왜소하고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중섭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정 반대의 모습도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다. 그의 삶 속에도 화가 있고 울분이 있고 장부처럼 우직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중섭이 남덕이(아내)를 때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그런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면 내 연기도 되게 단조로웠을지 모른다. Q 이윤택 연출이 스스로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연출”이라고 표현했던데, 힘들지는 않나. 선생님과 연극을 하며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선생님에게 분명 꼬마악동 같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그걸 넘어서는 대단한 조율능력, 사람과 작품을 보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혼날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선생님이 배우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정말 많이 열어주셨다. 지적해야 할 때는 정확히 말씀하시고, 그렇지 않을 때는 특별히 무섭게 하시지 않았다.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Q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더라. 관객들이 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아가길 바라나. 이 작품은 장면마다 무언가 조금씩 쌓여서 객석에 전달되는 작품이지, 팍팍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이중섭 선생님도 그렇게 사신 분이고.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공연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관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긴 하는데, 관객들마다 공연에서 받은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더라. 감동을 받는 장면도 다 다르고. 분명 장면마다 어떤 힘이 있고, 그게 얼만큼이든 객석으로 전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 Q 출연하는 작품이 모두 당시 하고 있던 고민에 답을 던져준다는 말을 했다. 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내가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 관객들이 평상시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충격을 주는,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기술력도 뛰어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아지지 않았나. 아무리 연극이 리얼함을 제공한다고 해도 드라마와 영화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나는 배우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을 만난 거다. 이중섭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거지. 사실 나도 이중섭처럼 살기는 두렵다(웃음). 그런데 배우로서 적당히 좋은 집에, 어느 정도 명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뭔가 스스로 채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돈에 대한 욕심도 많지 않고. 그렇다면 히스 레저처럼 한방 날리고 죽는 게 배우로서 훨씬 값어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예술가로서 정말 깨끗하고 순수하게 살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답을 얻은 거다. 물론 내가 그분처럼 살수는 없겠지. 나는 어차피 다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배워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 연극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필 수 있는 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그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Q 40~50대에는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어있길 바라나. 정해진 정체성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현준으로서 사는 모습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내 평상시의 모습이 무대 뒷모습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잘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대라는 곳이 좀 이상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평상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한 발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무대와 무대 아닌 곳의 높이가 좀 비슷해진 것 같다.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물론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배우의 정체성은 어느 작품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지현준이 가진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무대에 서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정체성이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정해놓지 않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지현준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긴 하다(웃음). 그런데 제일 먼저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 지현준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던데, 같은 맥락인가. 비슷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이윤택 선생님이 배우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게 있다. 처음엔 자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과 캐릭터, 자신과 상대 배우, 자신과 극장, 세상,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 순서대로 무언가가 찾아온다. 최근에는 내가 좋아서 연기하는 단계를 조금 넘어서 상대 배우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세상에 대해 무엇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모노드라마 를 할 때는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세월호 사건도 있지 않았나. 이런 시국에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지, 그들과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이란 무엇인지,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고. Q 좋은 이야기지만, 굉장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주위에서 보고 듣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나. 그런 괴로움도 있었다.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이제 사랑도 다 식고, 이상도 끝난 시기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도 다 삶의 한 모습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내가 찾아야 할 것들이 또 있는 것 같고. 예전엔 후배들을 만나면 이건 이런 거야, 이렇게 살아야 돼,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웃음).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고. Q 무용, 음악 등 항상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해왔다. 요즘은 무얼 배우고 싶은가. 오늘 영어 회화 학원을 끊었다. 남들은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때 하는 것들을 이제 하는 거다(웃음). 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요즘 다들 한류인데, 연극배우도 언젠가는 한 명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웃음) 한 10년 후 웨스트엔드 같은 곳으로. 요즘 유투브를 통해 영국에서 하는 연극이나 그리스 안무가 등의 작품을 봤는데, 외국사람들과 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쪽은 무용수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안무를 해도 연극 같더라. 유럽에 가서 무용과 노래와 연기, 종합적인 예술작업을 꼭 해보고 싶다. 80살이 돼서라도.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07.09 / 조회 1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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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투톱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무대들!
개성적인 캐릭터의 남성 투톱이 무대를 채우는 공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의 남성 투톱 체제는 서로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감을 높이거나 특별한 우정으로 단합하는 등 매력적인 관계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예수와 보통 남자의 환상 같은 만남을 그린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칠수와 만수’, 역사 속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새로운 재조명 ‘궁리’까지 남성 투톱이 그려내는 무대의 강렬한 여운 속으로 빠져보자. 패셔너블한 예수 vs 엘리트 가장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2012년 8월 9일까지, 윤당아트홀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평범한 엘리트 가장이 신과 함께한 저녁식사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원작인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만 부 이상을 판매했다. 신을 믿지 않는 엘리트 가장 ‘남궁선’이 알 수 없는 초대장을 받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보니 테이블에는 멋진 차림의 젊은 청년이 앉아 있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멘 청년은 언뜻 봐도 꽤 스타일리시한데 그의 자기소개가 심상치 않다. 자신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라고 밝힌 것이다. ‘남궁선’은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뜨려 하지만 향기로운 저녁 만찬이 기다리는 것을 알고는 못 이기는 척 이야기나 들어줄까 하고 테이블에 동석한다. ‘남궁선’은 기왕 동석한 김에 ‘예수 그리스도’에게 평소에 묻고 싶고 따지고 싶었던 이야기를 신랄하게 쏟아낸다. 공격적인 질문세례에 대항해 침착한 자세로 답변을 풀어가는 ‘예수’의 모습에서 관객은 ‘남궁선’과 함께 저 청년이 어쩌면 진짜 ‘예수’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키우게 된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두 남자가 펼치는 논쟁은 팽팽한 긴장감과 유머러스한 재치, 뜨끔한 일침이 오가며 객석을 집중시킨다. 얼핏 생각하면 위대한 창조주와 미개한 창조물의 관계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 두 남자의 대결은 실제 무대 위에서 꽤나 팽팽하게 맞선다. 밑바닥 인생들, 칠수=만수연극 ‘칠수와 만수’2012년 7월 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연극 ‘칠수와 만수’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청년들 ‘칠수’와 ‘만수’를 통해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 부정부패의 면면을 통쾌하게 까발리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동안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지금 이 시대, 내 주변의 사회 이슈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칠수’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 나간 여동생을 찾으며, 인생역전을 꿈꾼다. ‘만수’는 매번 대형 사고를 터트리는 형 뒤치다꺼리에 바쁘지만,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안고 살아간다. 밑바닥 인생의 표본과도 같은 이 두 남자는 위태로운 곤돌라 위에서 대한민국의 ‘막장’ 현실을 조롱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장난삼아 18층 빌딩 꼭대기 철탑 위로 올라간 ‘칠수’와 ‘만수’는 쓰레기 같은 세상을 향해 마음속 분노와 울분을 속 시원히 외친다. 그러던 중 실수로 철탑 위에서 페인트 통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페인트통은 도로 위를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창을 박살내고 만다. 이로 인해 12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밑바닥 인생 ‘칠수’와 ‘만수’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된 두 밑바닥 인생의 운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도구적 인간 장영실 vs 생각하는 인간 세종역사극 ‘궁리’2012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연극 ‘궁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다룬 역사극이다. ‘장영실’은 천문학자 이순지, 김담 등과 함께 찬란한 조선시대 과학문명 ‘세종 르네상스’를 이룬 위대한 학자다.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지금도 학생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사적 위인이지만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조선의 왕 세종의 믿음을 샀던 인간 장영실은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 작품 ‘궁리’는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재해석한다.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종 중심 자주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장영실’을 하나의 희생자의 의미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장영실’은 개국공신이나 양반 출신이 아닌 관노비 출생이었다. 서울 도성 사람이 아닌 부산의 지역민이었으며, 고려말 원나라 이주민 출신이란 점에서 철저한 변방인이었다. 이에 비해 그의 능력을 높이 산 ‘세종’은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학자들의 사대주의와 민중의 시선을 늘 생각해야 한다. 실록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조용히 자취를 감춘 인물 ‘장영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 지향형 지식인이었다. ‘세종’ 또한 장영실의 천재성을 믿고, 조선의 과학경영을 펼쳐나간 미래 지향형 리더였다. 이윤택 연출은 이 둘을 통해 현대를 넘어 미래까지 유효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5.14 / 조회 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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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장영실은 왜 사라졌는가, 연극 ‘궁리’
조선 최고의 ‘장인’이 사라졌다. 천문학, 과학, 건축까지 다양한 재주가 있었던 조선의 내로라했던 과학자 장영실. 그는 왜 사라졌는가? 혹은 왜 사라져야만 했는가?연극 ‘궁리’는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소재로 다룬다. 장영실은 조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세종 시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해시계, 물시계부터 측우기, 악기, 활자까지 다양한 발명품으로 조선을 부강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작품은 당시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인문학자들, 세종을 중심으로 하는 자주 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 희생당한 ‘인간 장영실’을 조명한다.작품은 임금이 이천으로 온천 요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영실은 세종의 명을 받아 임금이 탈 안여(임금이 타는 가마)를 만든다. 이천으로 향하던 길에 장영실이 제작 감독한 수레의 바퀴가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장영실은 곧바로 의금부에 체포된다. 조정에서는 투옥된 장영실에 대한 음모설, 숙청설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일어난다.세종은 온천에 도착해 등창과 눈병 등을 치료하려 한다. 이천까지 달려온 사헌부의 젊은 관리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세종을 비판한다. 단오절에 맞춰 한양으로 돌아온 세종은 근정전 조회에서 장영실과 관리들의 재판을 연다. 장영실은 곤장 100대의 형을 받는다. 세종은 이를 80대 형으로 감해주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정작 수레 제작 책임자인 조순생은 처벌받지 않고 풀려난다. 연극 ‘궁리’는 의문투성이인 장영실의 실종사건을 깊이 파고들어 간다. ‘왜 세종은 종3품 벼슬을 지내던 고급관리 장영실에게 안여를 만들라고 했을까’, ‘수레는 왜 부러졌을까’, ‘수레 제작 책임자는 풀려났는데, 장영실은 왜 80대의 곤장을 맞고 쫓겨나야 했나’ 등을 쫓는다. 한국 공연예술계의 브랜드네임 ‘이윤택’, 10여 년 만의 신작연극 ‘궁리’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품은 장영실과 세종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현재 한국의 정치, 국제적 상황을 투영한다.이윤택은 부산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그는 연출, 극작, 연기훈련 등 폭넓은 연극작업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실험연극의 기수로 등장했다. 이후 ‘청부’, ‘문제적 인간, 연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의 작품을 써내며 꾸준히 연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태풍’, ‘화성에서 꿈꾸다’, ‘이순신’의 연출, 제작을 맡아 창작뮤지컬에도 크게 기여했다.연극 ‘조선 선비 조남명’ 이후 이윤택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연극 ‘궁리’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후 5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5월 24일부터 6월 3일까지는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24 / 조회 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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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 세기의 천재는 왜 역사에서 실종됐는가
이윤택 연출이 10년 만에 작/연출한 연극 가 지난 6일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우리에게 조선시대 대표적인 과학자로, 위인전으로 많이 접했던 천재 장영실. 연극 는 물시계, 측우기 등을 발명하며 조선시대 과학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이 홀연히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유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제시하고 있다.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세종 24년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잘못 만들어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났다는 조선왕조실록이 마지막이다. 이후 그가 어디서 죽고, 그의 후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이자 당시 대호군이란 종 3품 벼슬을 지닌 고급관리가 어떻게 임금이 타고 갈 수레를 만들게 됐는지, 하필 그 수레가 왜 부서졌는지, 수레 제작에 관여한 책임자는 처벌 받지 않고 풀려났지만, 장영실은 왜 쫓겨났는지. 연극 는 이 의문의 장영실 실종사건을 재구성한다. "임금이 탄 마차가 부서졌다!" "주군이여 왜 내게 안여를 만들라고 하셨습니까?"두 명의 천재, 장영실과 세종을 조명하며 연극 는 이윤택 특유의 거침없는 유려한 대화, 젊은 앙상블이 만들어낸 기발한 효과로 두 시간여 동안 펼쳐 보인다. 이윤택 연출은 “부산시박물관에서 열린 장영실전을 접한 그의 발명품은 굉장히 아름답고 정교한 과학이었다”며 “그때부터 장영실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8일만에 장편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관노비 출생 장영실과 개국공신의 후손 조순생. 출신이 운명을 가른다. 조말생, 황희, 정갑손. 정치 밀담은 시작되고.. "은하계의 중심을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옮겨놓겠습니다."무대엔 장영실을 비롯해, 세종, 조순생, 최효문, 조말생, 황희 등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앞서가는 지식인이었던 장영실과 견고한 계급, 권력의 뛰어넘을 수 없는 관계를 제시하며 오늘날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사극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는 본격 사극을 표방하고있다”며 “대전, 안산, 고양의 극단들과 국립극단이 공동제작하고 연극계의 풍운아 이윤택 연출과 함께해 흥미진진한 무대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는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2.03.09 / 조회 9,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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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창작 연극으로 찾아온다! 연극 ‘궁리’
국립극단이 창작 연극 ‘궁리’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이 10년 만에 직접 쓰고 연출하는 신작이다.연극 ‘궁리’는 국립극단,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재)안산문화예술의전당, (재)고양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하는 작품이다. 서울과 지역 단체 간의 창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다. 이번 공연의 첫 무대는 3월 23일 대전에서 먼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이번 작품은 역사 속 인물을 그대로 끌어온다. 호모 파베르(도구적 인간) 장영실과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연극 ‘궁리’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와 무대 위에서 펼친다. 연극 ‘궁리’는 장영실이 만든 임금이 타는 가마가 부러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이 사건으로 장영실은 세종을 음해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작품은 세종과 장영실, 두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4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3.02 / 조회 7,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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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미래를 격려하라, 연희단거리패 ‘젊은 극작가전’
연희단거리패와 게릴라극장이 오는 3월 17일부터 3월 27일까지 젊은 극작가전을 선보인다. 젊은 극작가전에는 네 편의 젊은 작가의 작품이 게릴라극장과 대학로예술소극장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그동안 게릴라극장에서 선보였던 젊은 극작가들이 현재 한국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번 공연은 더욱 기대 된다. 이번 젊은 극작가전에서는 신선한 발상과 섬세한 감성으로 동시대를 이야기하는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은 “2월 한 달 동안 고립된 강변마을 도요에서 합숙한 결과물을 게릴라 극장 무대에서 펼쳐낸다. 3편의 창작극을 통해 3명의 극작가와 3명의 젊은 연출가를 만나볼 수 있다. 어떤 연극이 준비됐는지 확인하고 젊은 그들의 미래를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에 30만원 만날 확률’작가 오세혁연출 오동식연극 ‘크리스마스에 30만원 만날 확률’은 작가 오세혁의 201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이다. 신춘단막극제의 참가작으로 선정돼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다른 신춘문예 당선작들과 함께 공연된다. 오세혁 작가는 다른 작품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을 배출하기도 했다. 강한 희극성 뒤에 잔잔히 숨어있는 인간을 향한 강렬한 그리움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극 ‘크리스마스에 30만원 만날 확률’은 아버지, 엄마, 아들이 30만 원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으로 웃음과 감동이 함께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길바닥에 나 앉다’의 연출을 맡았던 오동식이 연출을 맡고,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장 김미숙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지하철에서 왈츠를’작가 김경란, 김현영 연출 조승희작가 김경란의 ‘그때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와 작가 김현영의 ‘울고 있는 저 여자’가 ‘지하철에서 왈츠를’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연작 공연된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지하철 플랫폼을 배경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사랑, 삶, 죽음을 다룬다. 작가 김경란의 ‘그때 우린 어디로 가야하나’는 2011 부산일보 최종후보작이었다. 이번 극작가전에 참가하는 김경란 작가는 절벽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삶을 날카롭고 감각적인 대사로 표현했다. 들소의 군집행동을 인간에 비유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울고 있는 저 여자’는 2004년 대산대학 문학상 희곡상을 받은 작가 김현영의 처녀작으로 연희단거리패의 레파토리 뮤지컬로 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희단거리패 배우 조승희가 연출을 맡고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가을비’작가 정소정연출 김세일정소정 작가의 ‘가을비’ 역시 2011 부산일보 최종후보작이었다. 이 작품은 강열한 시적 언어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희곡보다는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 영상과 관객이 만나는 시도를 한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에 입장하면 공연 영상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도요라는 작은 마을에서 주인공 지연이 어린 창녀 선아를 마주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은 일본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김세일이 맡았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1.03.17 / 조회 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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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짧은 시간에 담아낸 선 굵은 연극사, 연극 ‘경성스타’
1930년대의 시대적 배경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한복저고리를 입고 커피를 마신다. 두 가지 이상의 다른 것이 혼재해 충돌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변화가 크면 충돌도 큰 것일까? 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예술로서의 연극만을 하고자 했던 연극인들이 있다. 하지만 벗어나려 해도 그 큰 흐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연극과 영화, 쇼가 하나였던 시대, 연극 ‘경성스타’는 일제강점기 초창기 극장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관객이 객석에 앉기 위해 들어간 공연장에선 이미 복고풍의 배우가 공연 중이다. 관객의 얼굴에는 일찍 공연이 시작했나 싶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사내아이가 “과자 사압쇼! 라무네 사압쇼!” 객석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동양극장에 들어온 듯하다. 이 작품은 우리 연극의 암흑기라 불렸던 1920~1940년대 연극 상황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작가적 상상력은 극작가 임선규와 최초의 근대극 여배우 이월화를 만나게 했다. 이들은 동시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함께 작품을 해본 일이 없다. 작가가 정해놓은 가설에 배우들의 귀신같은 연기가 더해져 극에 몰입을 높인다. 극중극 형식인 연극 ‘경성스타’는 이월화와 월북한 당대 최고의 극작가 임선규의 작품을 중심으로 손질해 보여준다. 임선규는 비운의 작가임에 틀림없다. 남한에선 친일작가라는 굴레가 씌어져 아내 문예봉을 따라 월북을 한다. 극작가 임선규는 남한에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북한에선 공산주의를 씹어댄 작품으로 그의 행적은 월북 이후 찾을 수가 없다. “연극인은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없어. 내가 북으로 가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하기 위하여 가는 것이고, 네가 남쪽을 선택하는 것은 남쪽이 너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우리, 서로 헤어지더라도 서러워 말자. 연극 만세다” 연출가 이윤택, 그의 연극적 페르소나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이들의 이름은 작품성의 척도처럼 연출력과 연기력이 밀리지 않는다. 신들린 듯한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는 배우 김소희는 극 중 ‘월희’ 역으로 분했다. 그녀가 내뱉는 대사 “조선의 여배우들은 연극을 하기 위해 모두 집을 나갔어 그래서 조선의 여배우들은 노라야, 그러니까 집나간 노라가 어디로 갔겠어, 바로 극장이야” 여지없이 관객은 그녀가 내뿜는 아우라에 압도된다. 그녀가 분하는 ‘월희’는 극중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부활’, '운명‘, ‘빙화’에서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김용래, 오동식, 변진호, 윤정섭, 배보람 등 연희단거리패의 간판배우들이 출연한다. 극에는 당시 조선의 연극계를 거쳐 간 많은 연극인들이 등장한다. 홍해성, 박진, 유치진, 이해랑 등 이들의 삶과 선택, 그리고 이들의 연극적 지향점을 일일이 분별하여 이해를 하기는 힘들다. 다만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연극인과 여배우들이 비참한 시대를 통과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꼭 지나가야 했던 길, 어두운 터널이 지난 끝에는 찬란한 영광이 있을지니 그것을 지금의 연극후배님들이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6 / 조회 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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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67] 집나간 조선의 ‘노라’들, 연극 ‘경성스타’
역사의 인물과 시대적 상황을 현대 관객들에게 펼쳐 보일 때는 이 순간 과거를 여는 목적과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만 연극으로서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재현이라 할지라도 연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작가나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특정 사실이 부각되며 삭제되고 추가, 재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극적, 혹은 감정적 긴장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 작품의 공연시간으로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1920~1930년 대중극 시대부터 1940년대 친일연극 시대까지, 한국 연극의 암울했던 시기를 그려내기에 두 시간 반 남짓은 결코 충분한 러닝타임이 아니다. 이 거대하고도 어려운 작업은 스케일이 큰 연출가 이윤택이라는 이름하에 모든 의심의 여지를 묵살시킨다. 그가 선보인 연극 ‘경성스타(김윤미 작, 이윤택 재구성연출)’는 사실과 허구를 버무렸음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처럼 노골적인 연극 사랑의 표현이라니. 한국 연극과 관객에 대한 연출진의 이 감탄할만한 애정은 취향이나 성향, 삐딱하게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모든 태도를 무시하며 시대보다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 동시에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시대를 읽고 오늘을 읽는 연출가 이윤택의 연극 ‘경성스타’는 아랑, 고협, 청춘좌, 현대극장 등 1940년대 전반기를 대표하는 극단들의 등장과 언급만으로 일제 통제 하에 있었던 연극의 암울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임선규, 박진, 차홍녀 등 일제강점기의 배우, 연출가, 극작가는 당시의 신파, 역사극, 만담, 육자배기, 마임 등을 재현한다. 그 첫 문을 여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감상적이고 통속적인 신파로 불리기도 한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다. 연극 ‘경성스타’에는 이 외에도 ‘빙화’, ‘동학당’, ‘부활’ 등의 공연장면을 재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 극중극 형식은 극적 환상을 의도적으로 파괴, 무대 위의 상황 또한 실재를 가장한 연극임을 알린다. 더불어 제작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그에 따른 고뇌와 이념, 아픔 등을 그려낸다. 이 작품에는 시대를 웃기고 울렸던 연극들이 묵직한 비중으로 존재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연극을 이끌어간 사람들이다. 퇴물 여배우 월희는 무대 뒤 대기실에서 말한다. “조선의 여배우들은 연극을 하기 위해 모두 집을 나갔어. 그래서 조선의 여배우들은 모두 노라야. 집나간 노라가 어디로 갔겠어? 바로 극장이야.” 국내 연극의 이면사를 다루기 위해 억, 소리 나도록 변하는 입체적 무대와 수많은 배우들의 등장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연극 그 자체를 바라보게 한다. 친일과 월북에 대한 직접적 언급 또한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연극에 대한 문제다. 시간이 흐르고 인물들은 하나씩 시야에서 사라지며 그들을 비추던 조명이 꺼진다. 연극을 했지만 죽거나 떠난 많은 사람들, 그들이 살아있는 연극 ‘경성스타’는 예술에 밥 말아 먹던, 오로지 연극에만 안착했던 시대의 연극인들을 통해 표면적인 억압과 환멸, 표출되는 이념과 사상을 주장하는 대신 내면의 고뇌와 저항, 동기를 부각시킨다. 겁탈당하는 우리네 여자들을 보면서도 딴전을 피우며 퉁소나 부는 조선 남자들의 입장, 분노한들 그게 조선의 현실이 아니던가. 연극에서 환상을 걷어내고 이제 우리 정직해지자는 임선규의 주장은 ‘연극에 이데올로기는 없다’는 직접적 발설보다 절실하다. 많은 담론을 제기하고 실행했던 이윤택이 판단하는 연극의 여러 가지 미덕은 그동안 그의 작품을 통해 증명돼왔다. 연극 ‘경성스타’ 또한 그런 맥락에서 매우 명쾌한 작품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경성의 스타들, 그 슬픈 이름들처럼 연극의 역사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연극인들도 충실하다 사라질 것이며 후에 누군가가 이 작품을 이야기하며 한국 역사를 논할 것이다. ‘우리 연극 하자’고 말하는 누군가의 희망, ‘연극 만세!’라고 말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의지가 문장보다 긴 여운으로 남는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6 / 조회 1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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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연극인에게도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가, 연극 ‘경성스타’
핏빛과도 같은 강렬한 붉은색의 지배로 포스터는 전체적으로 음울한 기운을 내뿜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붉은색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다. 빨간 줄, 빨간 상놈, 빨간 거짓말 등의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포스터 안에 작게 나열된 사진들 속에는 암울했던 시절 경성에 살았던 사람들이 무수하다. 경성이라 하면 일제 침략기의 서울 명칭으로 대변된다. 그 어두웠던 시대, 과도기에 놓여있었고 핏빛으로 얼룩졌던 억압의 일제 강점기에도 뜨거운 열정과 꿈, 사랑과 희망은 존재했다. 고난과 압박 속에서 삶의 의욕은 더 불타오른다. 흑백사진을 물들인 붉은색이라 음울함이 더해지지만 어쩌면 이것은 타오르는 열정과 연극에 대한 당시 희극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연극 ‘경성스타’는 대중연극에서 친일연극까지 고난과 괴로움 속에서의 변방연극사를 재조명한다. 이 작품은 한국 연극 100년의 흔적에서 가장 어두인 시기였던 1920-1930년 대중극시대부터 1940년대 친일연극 시대를 관통한다. 친일연극의 실타래를 벗겨내면서 검열의 시대 속에서도 연극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불우한 연극인들의 삶과 작업이 무대화 된다. 연극 ‘경성스타’에서 재미있는 점은 서로 만난 적이 없던 대중극작가 임선규와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가 만났다는 가설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월희란 가상 여배우는 이월화에서 전옥에 이르기 까지 식민지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연극인은 근본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없어. 그들에게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면 바로 연극일 뿐이야...(중략) 그러니까 우리 서로 헤어지더라도 서러워 말자. 연극만세다.” 이 대사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신인배우 전민이 여동생 혜옥에게 던지는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분단 상황을 푸는 연극적 단서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한국 근대 연극사의 뒷모습을 보여줄 연극 ‘경성스타’는 11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22 / 조회 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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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무대에 서는 민족 영웅 안중근, 이순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족의 영웅 안중근과 이순신이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공연 무대에 선다. 안중근 의사는 지난 해 순국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집중을 받은 바 있고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위인 중 한 사람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던졌다는 것인데 작품은 모두 장엄한 업적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포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독과 외로움까지도 모두 그들의 몫이었던 진짜 안중근과 이순신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오는 22일과 28일 그 베일이 벗겨진다.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은 ‘남한산성’의 김의경 작가, 연극,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들며 다양한 기량을 선보인 표재순 연출, 그리고 제이에스 극단(JS Theatre)이 만나 완성시켰다. 자신의 철학과 삶의 의지를 완성시키며 당당히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안중근 의사는 생전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동양평화론’은 각 민족은 반드시 독립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은 동시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웃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형 언도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집필 의지를 보였던 ‘동양평화론’은 지금 시대에도 탁월하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그의 사상은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민족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딛고 세계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가르쳐 준다. 안중근 역에는 KBS 대조영, 해신에서 활약한 이석우가,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 역에는 49년 연기생활을 해온 배우 정혜선이 각각 열연한다. 또한 기정수, 원근희, 임홍식 등 중견연기자들이 함께해 민족에 대한 소중함과 우리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고취시키고자 한다. 오는 22일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이순신’은 연희단거리패가 3년 동안 준비해 탄생했다. 남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지난 2009년 ‘이순신-임진왜란편’에 이은 ‘이순신-종합편’으로 완성됐다. 이 작품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기도 한 오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시연을 보인 후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공식초청공연, 거제 옥포대첩기념제전 개막축하공연, 부산박물관 특별공연, 마산315아트센터 공연 등 전국 순회가 예정돼있다. 극본과 연출은 ‘화성에서 꿈꾸다’, ‘원전유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이윤택이 맡았고, 드라마 음악 작곡, 전투음악과 구음 작곡에는 각각 강상구와 원일이 호흡을 맞췄다. 트러스트 무용단의 김운규 예술감독이 안무로 참여했다. 지난해 작품이 공연된 이후 각종 언론에선 “이 작품은 단순히 ‘영웅’ 이순신이나 ‘인간’ 이순신을 담고 있지 않다. 전쟁의 고통, 삶, 자유, 인간, 생명의 노래가 흐른다”, “뮤지컬 ‘이순신’은 국악과 양악의 만남으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등의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순신에 민영기, 이순신 어머니 역에 김소희,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 이승헌이 출연한다.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6 / 조회 2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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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이순신’ 3년 만에 완성!
2008년부터 경상남도와 연희단거리패가 남해안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지속해온 뮤지컬 ‘이순신’이 3년차를 맞는 2010년 ‘이순신-종합편’으로 최종 완성됐다. 2009년 충무아트홀 ‘이순신-임진왜란편’ 공연으로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탄생을 예고했던 ‘이순신’이 종합편으로 완성돼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 관객들 앞에 시연을 보인다. 공연 당일은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일이기도 하다. 종합편으로 완성된 뮤지컬 ‘이순신’은 서울 공연에 이어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공식초청공연, 거제 옥포대첩기념제전 개막축하공연, 부산박물관 특별공연, 마산315아트센터 공연 등 전국 순회가 예정돼있다. 극본과 연출은 ‘화성에서 꿈꾸다’, ‘원전유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이윤택이 맡았고, 드라마 음악 작곡, 전투음악과 구음 작곡에는 각각 강상구와 원일이 호흡을 맞췄다. 트러스트 무용단의 김운규 예술감독이 안무로 참여했다. 지난해 작품이 공연된 이후 각종 언론에선 “이 작품은 단순히 ‘영웅’ 이순신이나 ‘인간’ 이순신을 담고 있지 않다. 전쟁의 고통, 삶, 자유, 인간, 생명의 노래가 흐른다”, “뮤지컬 ‘이순신’은 국악과 양악의 만남으로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등의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순신에 민영기, 이순신 어머니 역에 김소희,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에 이승헌이 출연한다. 뮤지컬 ‘이순신’은 오는 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31 / 조회 2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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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햄릿> 루마니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초청
2010년 4월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 셰익스피어 폐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연희단거리패의 이 초청되었다. 각국의 ‘햄릿’만을 초청하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로버트 윌슨, 샤우뷔네의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그리고 2008년 한국에서 를 연출한 러시아의 유리 부투소프 등 세계적인 연출가들의 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축제의 주공연장인 부카레스트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연희단거리패의 은 1996년 초연 당시 8천여 명의 관객 기록을 세우며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전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아든(Arden)판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뮤지컬 의 영국 초연 공연 안무자 케이트 플랫의 연기안무워크숍도 거쳤다. 햄릿은 연희단거리패 3대 햄릿 지현준이, 포틴브라스 역엔 4대 햄릿이었던 윤정섭이 맡으며, 10년 넘게 을 채우고 있는 김소희(거트루드)와 2대 햄릿 이승현(클로디어스), 김미숙(호레이쇼) 등도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은 루마니아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참가에 앞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3.23 / 조회 2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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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연출가들, 혜화동1번지에 모인다
혜화동1번지 동인 중심으로 열리는 ‘혜화동 1번지 페스티벌’이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극장에서 릴레이 공연을 시작한다. 국내 유일의 연출가 동인제인 혜화동1번지 동인은 상업적 연극에서 벗어나 개성 강한 실험극을 지향하고자 하는 뜻에서 1994년에 탄생되었으며, 1기 동인 이윤택, 채승훈, 기국서 등과 2기 동인 최용훈, 이성열, 박근형 등, 3기 동인 양정웅, 김낙형, 이해제 등에 이어 2006년 김한길, 김재엽 등 현재 4기까지 이르며 대한민국 대표 연출가들의 산실로 불리고 있다. 매년 2달 안팎의 기간 동안 공연해 온 것에 반해 올해 10개월간 열리는 페스티벌에서는 선후배 동인들이 모여 ‘여기가 1번지다’, ‘1번지 혈전’ 등 두 가지의 테마로 혜화동1번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총 17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의 첫 번째 작품으로, 교수와 학생 사이 소통 부재의 현실 속에 일어나는 싸이코 패스의 폭력성을 극화한 이오네스코의 부조리극 이 이윤택 연출로 오는 3월 4일부터 14일까지 공연한다. 2010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 참가작기간연출가작품3월이윤택이오네스코 수업>송형종온에어햄릿박장렬72시간4월박근형오이디푸스 왕(부제:지루한 오氏)5월김한길임대아파트박정석아버지를 죽여라 26월-7월최용훈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박찬빈천대받는 자와의 밤의 대화8월이성렬야매의사김재엽학교종이땡땡땡-입시지옥잔혹사9월김혜영모델하우스(예정)류근혜오셀로와 이아고9월-10월김낙형극단 竹竹, 土亂-劇10월-11월오유경원더풀초밥(변경가능)기국서장난(作亂) 211월-12월채승훈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 2손정우메디아 왈츠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2010.02.26 / 조회 2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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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정호빈, 진한 눈빛 그 안의 무언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가장 처음 이름을 내거는 주인공이 아닌 또 다른 배우에게 ‘눈에 띈다’고 하는 말은, 눈에 거슬려 껄끄럽다기 보단 갑남을녀, 필부필부가 아닌 군계일학을 발견할 때의 감탄사이다. 우리는 지금 정호빈(40)을 두고 그 감탄사를 연발한다. 드라마 ‘태양의 삼켜라’의 중간 보스 백실장으로, ‘선덕여왕’의 문노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그는, 조화를 깨트리는 뽀족함이 아닌, 기대 이상의 진가를 선사하며 제 몫 이상을 선사하는 배우였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연극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했지만 “거의 첫 무대와 다름 없다”며 의 의리파 안토니오로 변신한 그는 “아직 신인”이라며 20년 배우 생활을 담담히 이야기 한다. 연극계 드림팀과 함께 하는 행운 “오현경 선생님 덕분에 제가 이 작품 한다고 했어요. 샤일록 역을 그 분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겠습니다!” 한 거죠. 예전부터 존경했던 분이라 선생님하고 꼭 같이 무대에 서 보고 싶었거든요.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요.” 친구의 구혼 여비를 위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담보로 건 안토니오. 이들의 재판장면이 압권으로 꼽히기도 하는 셰익스피어 작 에서 정호빈은 신의로 똘똘 뭉친 우정에 기꺼이 자신의 살을 내 놓겠다는 주인공 안토니오 역으로 열연 중이다. “이윤택 선생님은 정열의 화신이에요(웃음). 그 많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 잘 됐다고 생각해요. 부딪혀서 하나라도 배워가면 배워갔지 뺏길 게 전혀 없거든요.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지금까지 해 오셨던 공연들에 대해 자신만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쐐기가 있으세요. 그걸 배우들에게 다 나눠주려 하시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죠. 작품 하면서 너무 행복해요.” 이윤택 연출에 더하여 고리대금업자 역의 오현경, 그리고 윤석화, 한명구, 김소희, 김미숙, 주인영 등 연극계 내노라 하는 스텝, 배우들이 모인 ‘드림팀’에 합류한 것이 행운 아니냐는 반문이다. “안토니오를 착한 사람으로만 봐야 할까, 작품을 만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처음에 등장하면서 제가 거리에 방뇨를 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당시에는 무척 자연스러울 정도로 어지러운 시기였거든요. 한량 끼도 있는 사람 같고요.(웃음) 샤일록을 그전처럼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만 표현하고 있지 않듯이 안토니오에 대해서도 단순한 한 부분이 아닌 복합적인 내면에 대해서 생각했죠.” 나도 모르는 내 눈빛 고교 졸업 후 연극계에 입문했으나 “잘 써주지 않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는 그는 2001년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친구 인기 역, 드라마 ‘올인’의 마피아 보스 오른팔 역으로 자신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드러내었다. “학창시절, 친구들 중에도 돋보이는 느낌의 보스 기질?(웃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도 말을 까불까불 하게 안 해서 또래 친구들도 저를 어려워하는 게 있었고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는데 알파치노 선생님이 저의 연기 모티브가 된 거죠. 저런 배우가 되었으면, 했어요.” 배우에 대한 동경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지만 미술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는 또 다른 이유도 생각해 본다. “중학교 때 어머니가 “네 행동을 봐서는 속을 썩일 것도 같은데, 아버지의 피가 흐르니까 쉽게 가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고 하셨어요. 그 때는 이쪽 길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피의 영향인지, 고등학생이 돼서 “나도 남들이 알아보는 사람이 돼야겠다”, 그랬죠. 그 이후에 남들이 콧방귀 뀌고 그럴 때도 속으로 이 악물고 ‘내가 꼭 된다’ 그랬어요.” "찍어 놓고 개봉 안되거나 찍다가 엎어진 영화도 많았다”며 프로필로 딱히 무엇을 적을 수 없었던 2001년 이전 10년을 그저 “이 악물고 했다”고 담담히 웃으며 이야기 하는 그에게 “긍정적으로 살아 왔다”는 말은 지금의 정호빈을 만든 가장 큰 지지대였음이 짐작된다. “힘든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사항이 있으면, 그냥 웃어요. 웃고 그 상황을 즐기는 거죠. 그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지치겠지만, 좋은 일이나 나쁜 일 모두 한계가 있잖아요. 그 시기가 지나면 변화가 오니까 웃으면서 넘기는 거죠. 화를 내고 나면 참 허무하잖아요.” 거칠고 강한 이미지의 배역에 주로 서온 그는 “스스로 생각할 때는 부드러운 외모”라고 웃으면서도 작품 속에서 나오는 “나도 모르는 표정들”을 두고 놀라기도 한단다. “미리 뭘 연습해서 짜거나 하진 않아요.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감정일까, 내가 이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는 어떤 감정으로 나를 쳐다볼까, 이런 걸 고민하죠. 어쩔 땐 제가 드라마를 봐도 인상이 더럽더라고요(웃음). 감독님들이 알아봐 주시고 큰 배역과 장면으로 키워주시는 것, 그런 게 배우로 느끼는 카타르시스죠.” 무대, 배우로 나아가는 또 다른 에너지 “느낌이 좋으면 그냥 해요. “이 역할 저한테 주시면 정말 멋있게 만들어보겠습니다” 하고요. 그리고는 겁도 없이 “이 작품 대박이야” 그러죠(웃음). 영화 ‘친구’나 이후의 작품들, ‘꽃보다 남자’도 제의해 주실 때 다소 작은 역할이라고 주저하시는 것 같았는데 시놉시스 보고 무조건 한다고 그랬어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다 잘 된다는 생각을 하죠. 소속사 대표님께도 나를 찾아주는 작품은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해요. 시기적으로 일정을 맞출 수 있다면 무조건 같이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조건 한다, 그게 배우라는 거죠.” 무대에 대한 희열, 그리고 앞으로의 갈증에 은 자신에게 행운작이라며 말을 잇는다. “이 끈을 놓고 싶지 않아요. 연극은 배우가 살아가는 또 다른 에너지인 것 같아요. 이윤택 선생님도 언제든지 연극하고 싶으면 오라고 하셨어요. 작은 역이라도 주시겠다고(웃음).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굉장히 좋은 인연인 것 같아요. 정말 큰 보험 하나 들어놓은 거죠(웃음). 선생님 존경합니다, 이 말 꼭 넣어주세요.” 첫 무대 리허설 때 ‘과연 정호빈이 무대에서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극장 울림도 좋고, 발걸음도 너무 가볍고, 무대 위에서 혼자만 신나게 즐겼다”는 그는 어떤 배역이든 상관 없이 를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절 모르시는 분이 훨씬 많잖아요.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절 알아볼 때까지 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에요. 단순히 유명인이 되는 게 아니라, 배우로 인정받는 것, 그렇게 알아봐주시는 걸 스스로 바라고 있어요.” 배우로 20년, “프로가 되기 위해 다가가고 있는 중”이라는 정호빈은 지금도 섣부른 자기 평가나 타인의 시선에 휘청거리지 않는다. “소위 쌩 양아치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승화된 고급스런 쌩 양아치를 만들곤 한다”며 웃는 그이기에 정호빈을 그저 ‘배우’라고 부르며 그치지 않게 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club.cyworld.com/docuherb)
2009.12.21 / 조회 1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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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 <적벽>, 토종 뮤지컬과 삼국지의 만남
전통 판소리와 삼국지, 화려한 무대, 연출가 이윤택이 뭉친 새로운 형식의 창극 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영대)이 선보이는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 그 네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를 판소리 '적벽가'의 노래와 내용을 통해 풀어낸 이 작품은 기존 의 창극에서 탈피해 화려한 조명과 무대세트, 영상 등 다양한 무대 매커니즘으로 새로운 형식의 창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윤택 연출가는 “창극 최초로 앙상블이 등장할 만큼 역동적인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대형 뮤지컬 못지 않은 무대전환과 세트, 영상 등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며 “아크로바틱, 굿, 만담, 무예 등 종합예술이 융합된 진정한 토종 뮤지컬”이라고 덧붙였다. 타악의 비트에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만난 음악과 감각적인 무대전환과 연출, 거대한 스케일로 대중들의 입맛에 맞춘 한층 젊어진 창극의 시초가 될 은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연습현장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2009.10.22 / 조회 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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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영웅에게서 탄생한 다양한 해석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순신을 알고 있다. 거북선의 창시자요, 전쟁 영웅인 이순신. 그는 한국인의 가슴 속에 명예로운 이름 석 자로 남은 우리들의 위대한 ‘장군님’이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작품이 연달아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와 ‘이순신’이 그것. 그러나 이 두 작품 모두는 우리가 생각하던 이순신과 조금 혹은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다. 19세기의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순신 역시 여러 창작자들의 참신한 ‘해석’으로 인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 이순신에 대한 코믹적 고찰이 돋보이는 ‘영웅을 기다리며’는 밝혀지지 않은 이순신의 내면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순신 장군이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욕설도 서슴지 않는 등 구체적인 픽션을 가미해 그를 코미디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한편 뮤지컬 ‘이순신’은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춰 사람 냄새나는 영웅의 모습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웅을 기다리며 - 이순신에게 과연 무슨 일이?1996년 5월 초연 이후, 10년간 끊임없이 공연된 국민연극 ‘라이어’를 제작한 파파프로덕션이 새 뮤지컬을 내놓았다. 그 이름 하여 ‘영웅을 기다리며’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난중일기’에 기록되지 않은 3일 동안 이순신 장군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픽션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소재의 신선함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호평 받은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창작팩토리 우수작품 제작지원’ 최우수작에 선정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유쾌한 상상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유쾌한 할인 이벤트 역시 풍성하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보는 관객들은 티켓가격의 30%를 할인 받을 수 있고, 집에서 고구마를 가져오기만 해도 할인율이 20%다. 이밖에도 그 이름도 종류도 다양한 할인 상품들이 많다. 따라서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연인뿐 아니라 우울한 솔로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다. 이순신 - 인간적 면모 부각된 역사 영웅오는 4월 17일 막이 오르는 ‘이순신’은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에 이은 이윤택 연출?배우 민영기의 두 번째 결합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해 시연회를 통해 이미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확인했고 2009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도 꼽히고 있다. 뮤지컬 ‘이순신’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역사 영웅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쟁 영웅, 거북선 창시자로서의 이순신뿐 아니라 한 명의 아들이자 아버지였던, 인간적인 이순신이 새롭게 조명될 예정이다. 50여명의 출연진과 대형 거북선, 판옥선, 왜선 세키부네 3척이 무대를 누비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눈요기다. 창작역사뮤지컬 ‘이순신’은 4월 17일부터 5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2009.04.17 / 조회 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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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길전] 연극 爾, 다시 뮤지컬로 오른다
연극 [이 爾]가 뮤지컬 화한 [공길전]이 9월15일부터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뮤지컬 [공길전]은 연극 [爾]의 김태웅 원작을 골자로 이윤택 대본/예술 감독, 남미정 연출, 강상구 작곡 등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스텝들이 맡아 주목 받는 작품.
이윤택 예술 감독은 “뮤지컬 爾가 관객과 평단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원작자 김태웅씨는 뮤지컬 대본은 연극과 다르지 않겠는가 생각했던 거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며 이번 작품은 연극 [爾]와 골자가 같을 것임을 밝혔다.
대신 소학지희를 부각시켜 한국적인 코미디를 극대화, 한국의 전통 굿과 뮤지컬 양식이 조화롭게 접목시킬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제작사인 서울예술단은 이 작품이 [화성에서 꿈꾸다]와 같은 역사물이 아닌 공길과 연산, 장생의 관계가 부각된 러브스토리로 부각시킬 것을 밝히기도.
이번 뮤지컬 [공길전]에서 공길 역은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 김재범이 맡았고, 장생은 홍경수 심정완이 더블캐스팅돼 호소력 짙은 연기와 목소리를 드러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충무아트홀 공연 이후 10월에는 고궁뮤지컬로 야외 무대에 올려지고 이외에도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의 주도 아래 연말에는 중국 베이징 공연이 계획돼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7.08.23 / 조회 17,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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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꿈꾸다] 웰메이드 대형 창작뮤지컬
조선시대의 개혁군주라 불리는 정조에 대한 창작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참혹한 죽음을 이겨내고 정치적인 입지를 확고히 해나가는 과정과 함께 문화군주로서 화성 축조, 실학자 등용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뮤지컬. 여기에 허구 인물 장덕을 등장시켜 가슴 아픈 로맨스도 주축을 이루고 있어 인터미션을 포함해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탄탄한 드라마를 이루고 있다.
지난 초연 때와는 스토리상 약간 변형을 가했다. 초연때 빙허각 이씨가 실존했던 양반집 여인이라면, 장덕이는 이름도 성도 없는 민중의 여식으로 등장한다. 이는 계층의 파격에서 오는 신선함으로 이어지면서 극을 관통하는 극적 관계로 이어졌다. 장덕의 남편 벽파 이선생도 익면의 재야선비로 설정, 당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실천적 지식인의 전형을 그려냈다. 또한 빙허각 이씨의 어린시절로 시작되고, 정조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에서 황성행궁 진찬례에서 혜성궁 홍씨와 정조의 꿈이 완성되는 결말로 변경됐다.
이 작품의 가지는 매력은 여러 가지다. 우선 무대세트와 고증에 있어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벽돌 모형을 쌓아가는 씬은 축조씬에서의 노력을 그대로 드러내며 극의 활기를 불어넣고, 수원 화성 노량진 장터씬에도 공을 들인 모형 배와 시끌벅적한 시장의 모습을 재현해 인상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또한 혜경궁 홍씨의 잔치는 실제 전통 가례단이 등장.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장덕이를 연기한 임강희와 영조 곽은태, 정순왕후 하선진 등 젊은 연기자와 노장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정조역의 민영기의 무대 장악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소름이 올라올 정도의 가창력과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섬세한 연기력에 갈채를 받았다.
귀에 잘 들어오는 넘버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특히 정조의 ‘달의 노래’와 정조와 장덕, 이선생의 ‘꿈길’ 등은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명성황후] 이후 대형 사극에 목말라 하던 뮤지컬계에서 오랜만에 웰메이드 대형 사극 뮤지컬로 환영받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올려져 호평을 받고,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다시 앵콜 공연될 만큼 힘이 있는 작품. 게다가 우리 시대가 간절히 원하는 현명하고 리더십있는 리더가 등장하니 일석이조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 아닐 수 없다.
2007.03.20 / 조회 1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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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꿈꾸다] 서울 앵콜공연으로 다시 주목
지난 7월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초연된 [화성에서 꿈꾸다]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다시 선보인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에서 6개 부문(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남녀주인공상) 노미네이트, 연출상과 음악상 2개 부문 수상 등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작품. 특히 이 작품은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을 다뤄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는 창작뮤지컬계에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이를 건축한 정조대왕의 꿈과 사랑을 그린 대형역사뮤지컬로 연출을 맡은 이윤택 감독의 노련미가 살아난 작품이다. 특히 무대 위에서 형상화된 정조의 화성축조과정,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인 봉수당진찬례 재연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정조역은 지난해 [화성에서 꿈꾸다] 초연에도 출연했으며 [지킬 앤 하이드]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 민영기가 맡았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한 여름밤의 꿈] [크리스마스 캐롤] 등의 고미경이 정조의 할아버지 영조는 곽은태가 맡았다. 또한 정조의 사랑을 받으며, 실학과 의술에 능통한 인물, 장덕이 역은 [겨울연가] [미스터마우스] 등의 임강희가 맡았다.
이윤택 연출은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 초연을 올렸지만 충실한 이야기와 정조라는 매력적인 인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며 “지방에서 초연을 한 [화성에서 꿈꾸다]가 기적적으로 서울에서 앵콜 공연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이번 서울공연 이후에는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참가, 5월 4일~6일까지 경희궁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2007.03.05 / 조회 1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