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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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 다룬 '12인의 성난 사람들' 다시 무대에
편견으로 간과한 진실 그린 법정극
극단 산수유 작품…내달 6일 개막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포스터(사진=극단 산수유).[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극단 산수유는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오는 12월 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물빛극장에 다시 올린다.‘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6세 소년이 친아버지의 살해범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직 한 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살인자도 하나의 인간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전제와 함께 그동안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간과했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인간의 본성을 찌르는 통찰을 담는 작품이다. 프롤로그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배심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다룬다. 그럼에도 치밀한 극적 구조와 긴장감 넘치는 언쟁 장면을 통해 관객 몰입도을 극대화시켰다.연출가 류주연은 “이 작품은 내가 가진 편견이 무엇인지, 내가 내 삶의 주인인지,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지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며 “놀랍고 안타까운 것은 반세기 전의 이 질문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지극히 현재적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지난해 공연한 연극은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6 공연 베스트7, 공연과 이론 작품상, 제4회 이데일리문화대상 연극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산수유의 ‘2017년의 마지막, 극단 산수유 연극 시리즈’ 중 하나다. 첫 번째로 선보인 ‘고비’는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이은 세 번째 작품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오는 12월 15일 개막 예정이다.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17 / 조회 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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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소년은 정말 아버지를 살해했을까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10월 13~30일 대학로 물빛극장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사진=극단 산수유).[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10월 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물빛극장 무대에 오른다. 고전 명작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957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과 OCIC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다. 오로지 배심원실 안에서 일어난 일만을 다루고 있음에도 치밀한 극적 구조와 긴장감 넘치는 언쟁 장면을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인간의 본성을 찌르는 통찰을 담은 작품으로 1964년 런던에서 연극으로 초연한 이후 끊임없이 재공연되고 있다.친아버지 살해범으로 기소된 16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오직 한 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동안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간과했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열 명의 죄인을 풀어주는 것보다 부당하다’는 격언 속에 나타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합리적 의심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류주연 연출은 “유·무죄를 놓고 펼쳐지는 진실공방에서 오는 흥미진진함은 물론 다양한 인간군상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극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배우 홍성춘, 강진휘, 남동진, 이종윤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는 3만원. 티켓은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등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9.13 / 조회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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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10주년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
세 자매·모녀 통해 가족간 상처 이야기
5월 20~6월 12일 대학로 선돌극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이루의 10주년 기념공연 ‘엄마가 낳은 숙이 세 자매’가 오는 20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작가이자 연출 손기호는 세 자매와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간 극단 이루의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우미화,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장정애(장하란)와 최정화, 극단 차이무의 박지아를 비롯해 10년 동안 호흡을 같이한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한다.극단 이루는 2005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비롯해 2009 히서연극상, 2011 서울연극제 대상·남자연기상·인기작품상, 2013 차범석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짧은 기간임에도 새로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극단이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5.11 / 조회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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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기억하고 싶은 그 순간…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
극단 이루의 첫 가족극
4월 2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의 공연 모습(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족극 ‘앵콜 사랑해 엄마’가 내달 24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과 서울시 우수 청소년 관람 권장공연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부모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를 얻고, 아이들은 ‘아이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작품은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싶은,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로 보여준다. 어른이 된 ‘돌단이’는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고, 그 추억은 무대서 동화처럼 되살아난다. 손기호가 작·연출을 맡았고, 그림자 작가 나현정, 배우 홍성춘·조주현·염혜란·최정화·서미영·김하리 등이 함께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27 / 조회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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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이루 첫 가족극 '사랑해 엄마'…8일 앙코르
연극 ‘사랑해 엄마’의 한 장면(사진=극단 이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단 이루가 처음으로 선보인 가족극 ‘사랑해 엄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공연으로 선정돼 8일부터 오는 4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한다. 지난 2월 2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작품은 엄마의 눈으로도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도 바라본 연극이다. 엄마와 아빠는 내 아이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위로 받고, 아이들은 내 부모와 ‘아기캥거루’ 그림자극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극단 측은 전했다.극단 이루 관계자는 “엄마와 아이가 할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픈, 혹은 붙잡고 싶던 순간을 차례차례 보여준다”며 “어른이 된 ‘돌단이’가 추억을 회상하며 옛 기억을 하나씩 꺼내 놓으면 그것이 동화가 되어 들려지고 또 실제가 되어 무대에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3.08 / 조회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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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 2010서울연극제-5] 당신이 희망,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할퀴고 쓰다듬으며 살아가는 것경주 감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 주위로는 신비한 설화와 신화적 이야기가 떠다닌다. 많은 이들이 붉게 타오르며 복을 내리는 불을 보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는 그곳에 방사능 폐기장이 유치된다. 그 후로 만파식적의 신비한 피리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니 이제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까. 무사태평을 고대하는 감포일대 사람들의 오늘은 달고 구수하며, 그리고 비루하다. 질펀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들은 순박하나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인간의 단면을 안고 있다. 그들의 셈속에는 연민과 애정도 공존한다. 시장바닥에 앉아 야채를 파는 분이, 그녀의 며느리 덕이, 아들 열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앉은뱅이, 맹인, 반편이다. 다리가 불편한 분이를 바닥으로 끌어 앉히는 것은 차마 놓지 못하는 묵직한 과거의 아픔이다. 이렇듯 상처로 인한 정신적 기형이 신체로 표현된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복을 받지 못한 것 같은 이들은 오가는 행인을 ‘복 받아 가이소’라는 인사로 맞아들인다. - 무서운 것은 사람 이 작품에는 왜 이렇게 됐는지 가늠하기가 까마득하며 알 도리 없는 인물들의 오늘이 펼쳐진다. ‘어디 죄 진데 없고, 넘한테 험한 소리 함 안했고, 손에 쥔 거 하나 없어 타고난 내 몸 놀려 부지런히 살았고, 바라볼 핏줄 하나라고 우리 복 줄여 복 빌어주고 쓰다듬고 키웠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급하게 돌아만 가는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거운 노파, 그가 동사무소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삶의 무게에 대해 나지막이 호소한다. 떨어지는 노파의 눈물은 그 누구도 적시지 못한다. 한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노파의 치마에는 하혈 자국이 선명하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사람들의 소음 속에서 소외된 노파,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미친 판사는 상징적이며 압축적이다. 무서운 건 바다가 타도록 붉은 태양이나 세상을 잠식시킬 듯 쏟아지는 비가 아니다. 사람이다. 분이와 덕이, 열수에게도 무서운 건 사람이다. 그 가족사는 기가 막히다.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 만났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이 다시 만나 가정을 형성했다. 결핍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만나 부딪히고 할퀴며 쓰다듬고 사는 것이 인생, 분이와 덕이, 열수의 이야기는 공연 마지막이 되어서야 알 수 있다. 이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자도 아닌 기집이 처음 사랑이란 걸 해 아들을 낳았다. 그의 이름은 록키. 양공주 여자는 물 건너간 남편을 기다리며 아들과 함께 사는데 세상의 선입견과 손가락질은 날카롭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록키를 놀리던 한 아이가 록키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게 했고 그는 죽었다. 엄마는 눈이 뒤집혀 그 아이의 집에 불을 질렀다. 불을 헤집고 살아 나오는 아이를 안고 록키가 죽은 곳에서 뛰어 내렸다. 그녀는 앉은뱅이가 되고 아이는 반편수가 됐다. - 그래도 희망은 사람 언급했듯 이 연극은 사투리로 진행된다. 얽히고설킨 관계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과도한 정보를 들어야하는 초반, 명확히 들리지 않는 대사는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들이 비뚤어진 세상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했듯 관객은 그들의 언어와 ‘현재’에 곧 적응하게 된다. 정돈되지 못한 것 같은 도입의 어수선함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연극이 바라보는 삶에 대한 애정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연극은 다양한 관계만큼이나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으로 구수하다. 오지랖 넓고 참견하기 좋아하나 그래도 순박한 여자 미천과 법을 공부하다 미쳐 침을 뱉고 다니는 판사, 아픈 아내를 수발하며 사는 단씨 등 이러나저러나 살아가는 인물들로 인해 극은 어색한 무거움을 벗었다. 그러나 시골 풍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편안함과 휴식, 달콤한 화해는 없다. 분이의 옛 연인이자 아들만을 기다리는 설씨는 분이를 찾아가 모든 게 ‘너 때문이다’고 외치며 그녀를 찌른다. 죽어가는 분이의 체념한 듯 평온한 표정, 그 순간 그토록 기다리던 불이 내려왔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불이 탄다. 이리저리 춤을 춘다. 넘어지기도 한다. 오호라, 그것은 불이 아니라 타는 사람이다. “연호야!” 설씨가 아들의 이름을 외친다. 예상되는 화해를 뒤엎고 연극은 잔인한 칼부림을 선사한다. 방에 놓여 있던 등이 넘어지며 분이네 집에 불이 번진다. 분이를 둘러싼 관계의 지리멸렬한 역사가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그 뒤로 아이를 가진 열수와 덕이가 보인다. 그들이 수줍게 속삭이고 있다. 난자당한 인간들을 밟고 새 생명이 탄생할 것이다. 누군가가 힘없이 쓰러질지라도 삶은 계속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5.14 / 조회 17,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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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 속의 돌 > 17인 역을 소화하는 박철민, 최덕문
생활의 새로운 발견
박철민, 최덕문
대학로에서 관객의 호응이 뜨거운 연극 하나가 있다. 바로 이라는 작품이다. 은 영국에서 각종 수상 타이틀에 빛나는 영국 정통 코미디이다. 원작의 배경인 아일랜드가 한국에 와서 강원도 각색되었다. ‘8.5인의 드라마’, ‘분장실 사라지다’ 등 마케팅 tool을 내세워 성공한 케이스 중에 하나가 되었다. 열 입곱 명의 캐릭터를 단 두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연극적인 연극, 단 한 번의 퇴장도 없이, 한 명의 배우가 평균 8.5역을 소화해내면서 주인공과 엑스트라의 경계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는 작품에 박철민과 최덕문은 출연을 하고 있다.
둘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더디 한다. 그 이유는 여러 캐릭터를 쉴새 없이 넘나드는 변신을 하는 두 배우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이다. ‘직접 무대에서 당신의 두 눈으로 확인해 보아라’ 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 그 작품 속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공연 2시간 전. 박철민과 최덕문은 무대에서 분장실로 돌아와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와 의 무대에서 만난 대학로 선후배 사이이다. 연극 선배인 박철민은 무대에서 보여주는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이 그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듯 하다. 또한, 그가 하는 이야기를 글로 그대로 옮긴다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선배로서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이 흠뻑 들어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허물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족과 같은 연대감을 가지게 하는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이 너무도 구성지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학교나 고향이 같은 것은 아니고 아버님이 같은 고향이긴 하신데, 친하고 싶지 않고, 친할 필요도 없고, 친하기를 꺼려했죠. 피하다 파하다가 3년 전에 로 만났었죠. 지금은 그렇습니다. 작품적으로 피하다가 ‘어차피 붙을 바에는 한 번 붙어 보자.’ 라고 생각했었죠. 후배가 건방지고, 어렵게 보듬으면서 이해하고 가고 있습니다.”
참 정겹다. 그는 어느 시골 내 친한 형과 같이 최덕문을 소개한다. 그 말에는 정겨움이 깃들여져 있다.
까불대고 떠들어 대고, 연극반에서 이강백의 작품을 하다가 대학에 와서 극단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다가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연극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는 박철민은 18년의 세월을 연극과 함께 보낸 중년배우로 그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배우이다.
최덕문은 그런 선배와 맞서서 남자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던진다.
“저도 선배님이랑 똑같이 까불대고 떠들고, 연극 보러 다니고 했었죠. 대학에서는 연극영화를 전공했죠. 선배님은 동아리고 저는 전공이죠.(웃음). 아무 생각 없었어요.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최덕문은 그렇게 알았다. 그래서 그는 연극에 사는 사람이 되어 11년을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박철민은 연습할 때 호흡 맞추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때문에 개인 연습을 많이 해왔고, 결과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 팀이 되어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 둘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연기생활 각각 18, 11년 된 연극 생활에서 배우로서 힘든 연극은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은 20년 연극을 해야 나오는 분량이예요. 대사로 승부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냥 무대를 때우는 작품이 아닌 무대 위에서 즉각 바꿔야 하는 작품이라서 정말 힘들어요.” 17명의 캐릭터를 단 두 명의 배우가 1시간 반 동안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원작을 재 창조하여 올려진 작품이기 때문에 제작과정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을 뿐더러 17명의 캐릭터가 튀지 않으면서도 서로 엉킬 수 있게 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두 배우는 8월 한 달은 의 대본을 외우느라고 정신 없는 여름을 보낸 것이다.
순수함을 가진 은 줄거리를 떠나서 연극 자체가 순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의 약속’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연극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본연의 모습인 ‘순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구수하게 담겨져 있는 강원도 사투리에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죽음. 다소 주제는 무거울지라도 엮어가는 구성과 스타일은 코미디로 풀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던 우리나라의 해학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 해학에서는 박철민과 최덕문이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1시간 40분 동안 공연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첫 공연을 서현철씨와 홍성춘씨가 했는데 1시간 30분 조금 넘었어요. 그런데 저희 팀은 너무 달려서 1시간 25분에 공연을 끝낸 거예요. 잘 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이건 좀 심하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즈음은 천천히 가요. 저희가 즐기면서 공연을 하다보니 시간은 자연스럽게 1시간 30분에 마치게 되더라고요.” 그들은 힘들다고 하지만 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다.
즐거움을 주고 싶어하는 두 배우는 2인극의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하고 있다. 쉽게 도전할 것이 아니라면서 내공을 더 쌓아서 자기 자신을 표출하고 싶을 때 2인극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박철민은 “첫 시도이고 이런 연극이 나올 또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찰지게 잘 표현했어요. 연출이나 배우들이 수준급이 아닙니까?(웃움) 솔직히 ‘이 작품을 제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하는 사람들 아주 건방지게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제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아요.” 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것을 공감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많이들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연극입니다. 아! 그리고 연장은 하지 않습니다. ‘연장할 때 보러 가지’라고 속단하지 마시고 10월 말까지 꼭 찾아 주셔서 ‘이런 연극이었구나’ 라는 것을 몸소 체험해 주셨으면 합니다. 최덕문은 후배로 끝 말을 잊지 않았다.
완전히 형식을 깨어버린 을 관극하는 나를 보게 된다. 박철민과 최덕문이 풀어 놓는 을 10월 말까지만 기대해 보면서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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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2005.09.28 / 조회 1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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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 속의 돌 > 박철민, 최덕문 편
“
마이 재밌어”
‘강원도 사투리로 한다구? 이거 또 트렌드만 따라가는 연극 아냐?’ 라는 섣부른 생각에 이 연극을 그냥 지나친다면, 여러분은 길거리 떡볶이 집에 앉아있는 옛사랑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떡볶이 먹고 싶다...’란 생각만으로 그냥 지나치고 마는 서글픈 인간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영국작가 메리존스가 쓴 이 은, 배우들이 한 번도 무대 뒤로 퇴장하는 일 없이 2인 17인역의 변신을 거듭하는 이른바 ‘코믹 탈의극’이다. 2000년 5월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현재까지 영국 투어공연이 지속될 만큼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극중 배경인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은 강원도 산골마을로 옮겨 왔고, 할리우드는 서울로 설정을 바꿨다.
이야기는 서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이 강원도 시골마을의 사람들을 엑스트라로 쓰면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축으로 한다. 촬영이 시작되면서 엑스트라 배역을 얻지 못한 청년이 주머니 속에 돌을 넣고 물에 빠져 자살한다. 마을 사람들과 촬영팀은 예산을 생각해 일정대로 촬영 강행을 종용하고, 마을 사람들은 장례식을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에서는 엑스트라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들 대부분은 누구나 인생에서 단 한번 찬란했던 한때가 있었겠지만, 남들의 눈에는 조명과 박수도 없는 그저 그런 인생들이 아닌가... 이 극의 갑택과 진구처럼 스스로에게 배역을 주고 박수를 쳐주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다
총 17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이 연극은 단 두 명이 이끌어가는 2인극이다
여기서 이 연극의 연극적 상상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꽃 장식 모자, 지팡이, 안경, 손수건만으로 여배우가 되었다가 할아버지가 되었다가, 감독이 되기도 하는 등 눈앞에서 잠시의 틈도 없이 변신하고 천연덕스럽게 극은 진행된다. 그 상상력의 허용은 전적으로 연극을 보는 관객들의 상상력에 기대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배역을 숨 돌릴 틈 없이 넘나들면서도 각 역할마다의 호흡을 놓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와, 그 감정에 동참하고 연기에 감탄하며 배우들의 호흡을 함께하는 관객이 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는 연극이란 흔치 않으니 말이다.
최근에 망망대해에 상어와 사람 한 명이 나온 ‘오픈 워터’라는 영화도, 이 연극을 봤더라면 그런 환불소동까진 빚어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상어는 등으로 물을 뿜으며 고래인척, 지느러미로 박수를 치며 물개인 척 했을 테고, 사람은 물갈퀴를 달고 인어인척하며 적어도 대여섯 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이 연극의 커튼콜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두 명의 배우 이외에 조명과 박수를 받는 이들은 무대 곳곳에 걸려져 있는 모자들. 그 모자들에게 치는 박수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모자들과 함께한 그들의 이야기는 훌륭했다
한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번역극의 흔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매끄러운 연출과, 관객인 내가 배우들을 훔쳐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자연스런 연기 또한 연극에서 배우가 가져야 할 미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드라마와 영화까지도 넘나드는 배우 박철민과 최덕문이 짝을 이루고, 서현철과 홍성춘이 팀을 이뤄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한 사람이 8.5인의 다양한 연기개성을 선보이는 만큼, 내용을 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픈 충동을 느낄 만하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어도, 유명세를 타는 배우들이 없어도, 연극을 위한 연극적 연기가 없어도 좋은 연극이란 어떤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극을 본 강원도 사람은 혹 이렇게 말할까?
“웬 총각이 여자가 되미.. 할마이도 되미.. 울맀다가.. 웃깄다가..."
그걸 보는 내 마음이..
"마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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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백성운(개그콘서트 작가 dovan@naver.com)
사진제공 : 극단 동숭아트센터
2005.09.22 / 조회 8,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