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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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
1995년 여름 에 모인 이들 셋은 이제 막 도약하려는 20대 새내기 배우들이었다. 한 줄 대사를 열 가지의 경우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수 많은 밤을 열정으로 지새웠던 이들에게, 그날 무대 위에서 받은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는 어찌 보면 배우의 마력으로 빠져들게 만든 땀의 결실이자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사탕이었을 것이다. 13년이 흐른 지금, 어엿한 배우로 무대와 브라운관, 그리고 스크린을 누비며 발걸음의 무게를 더해가는 이들이 다시 뭉쳤다. 같은 작품, 같은 배역으로 찬란한 역사를 재현하려는 이들의 관계는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었다. 동료이자 선후배,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끈끈한 형제애가 넘쳐흐르는 이들의 이야기는, 막 바람이 상쾌해질 새벽 무렵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인터뷰는 5월 20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문식 : 문식 안내상 : 내상 홍석천 : 석천 매거진 플레이디비 : 플디 # 13년 만의 회우 문식 :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내상 : 파리, 이런거 말고. 문식 : 멤버가 좀 (이상해). 내상 : 바로 나오잖아, 이런 거. 말 받아치는 거는 얘 따라갈 사람이 없어. 1초도 안 걸려. 그냥 대화하듯이. 문식 : 여기는 석천이네니까 석천이가 다 내면 되지 뭐. 내상 : 왠지, 얘는 여기에서 술 먹으면 계산 받을 것 같애. 문식 : 말 안하고 가면 되지 뭐. 내상 : 내가 옛날에 ‘한잔할 청춘아’ 할 때는 절대 돈 안 받았다, 지가 얻어 먹은 게 있는데. 플디 : ‘한잔할 청춘아’가 뭔가요? 내상 : 내가 옛날에 했던 호프집 이름이 ‘한잔할 청춘아’ 였어요. 문식 : 원래는 ‘환장할 청춘아’라고 하려고 그랬대요. 근데 정부에서 검열이 나와서 왜 이렇게 도발적이냐, 그래서 바꿨죠. 근데 오랜만에 보니까 형마저 반갑네. 내상 : 그 말을 또 20년 만에 들으니까, 그 말도 또 반갑다. 태어나서 이런 가게를 처음 와 보고, 이렇게 널널한 인터뷰도 처음 해 보고(웃음). 문식 : 참, 이런 날이 오다니. 폼 나는 가게에서 세 명이 인터뷰 할 줄은(폭소). 근데 너 공연은 얼마나 할 수 있어? 석천 : 나 많이 할 수는 있어. (드라마) 제주도 촬영만 없으면 할 수 있어. 문식 :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내상 : 첫날 대본 받고 리딩 한번 했었는데, 히야, 정말 가물, 가물 하더라. 문식 : 아, (인터뷰)제목이 뭐야? 연극판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서, 10대 스타상을 수상한, 뭐 그런 거? (일동 폭소) 플디 : 세 분이 모이신 게 정말 오랜만이신 것 같아요. 내상 : 너무 오랜만이지. 이렇게 세 명이 뭘 하는 것은 처음이지, 아마? 문식 : 같이 할 가치도 못 느끼고 (내상 : 아하하하하) 그리고 많이 피해요, 서로. 오늘 뭐 어떻게 엮여 가지고 왔는데, 이제 슬슬 저에 대해서 까기 시작한다, 저도 할 얘기 많아요. 안내상의 프로필 비하인드 스토리 제가 다 열면~.(일동 폭소) 내상 : 연극 도 같이 했고 도 같이 했고, 또 뭐했나? 문식 : 도 같이 했고. 내상 : 얘(홍석천)는 안 했지. 석천 : 그 때 난 이미 방송에 데뷔했었지. 형들 대학로에서 고생고생 할 때 난 스포트라이트를 벌써 받았지. 제가 공연 보러 갈 때마다 문식이 형이 항상 절 갈궜어요, 먹을 거 사와라. 밥 사와라, 너 돈 잘 벌지 않냐, 그러면서. # 한여름밤의 꿈, 한여름밤의 추억 플디 : 때문에 모셨어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내상 : 뭐, 얹혀 가는 거죠. 이문식이나 홍석천, 이미 유명한 사람들한테. 문식 : 왜 이렇게 겸손을 떨고 그래, 10대 스타가. 석천 : 이러지 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러세요. 꼭 자기 이미지 관리하느라고. 문식 : 최형인 선생님이 올해 환갑이시거든요. 배우 제자들이 뭘 따로 드리는 것 보다는 공연을 선생님이 연출하시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바대로 준비를 하는게 사실은 가장 큰 의미죠. 다들 스케줄이 바쁘고 그러니까 짬짬이 내서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석천 : 다른 선배님들도 공연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마침 여름 시즌에 너무 많은 스케줄들이 있고. 근데 문식이 형은 ‘선덕여왕’ 하고 계시죠, 지금 또 ‘남자이야기’도. 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태양을 삼켜라’라는 SBS 수목드라마를 내상이 형이랑 저랑 같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을 같이 하게 됐고요. 문식이 형은 항상 저를 갈구는 편이고, 내상이 형은 저를 굉장히 감싸주는 편이에요. 문식 : 자꾸 자기가 당했다는 거야, 얘는 그럴 만한 존재가 못되거든. 호랑이가 고양이하고 자기가 싸웠다고 생각하나? 호랑이는 그냥 갖고 저기 한 거지. 내상 : 미치겠다, 정말. 이렇게 셋이 모여서 녹음기 앞에서 공식적으로 얘기 하려니까. 아하하하. 뭔가 이렇게, 야, 이런 것도 있구나. 아, 재밌어. 플디 : 13년 전에 맡았던 직공들(보텀-이문식, 퀸스-안내상, 플루트-홍석천) 역을 그대로 한다는 것도 새로워요. 내상 : 문식이 같은 경우에는 거의 주연급, 옛날에도 보텀이니까 주연급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얘를 서포트 해주는 역, 그 중에서도 튀는 역할이 석천이가 하는 티스비(플루트)에요. 그때 공연을 하면 문식이랑 석천이 때문에 많이 웃었어. 우리 직공팀이 나오면 관객들도 자지러지고 막 난리 났어. 저는 거기서 잠깐 있다 나오는 역할이라서, 아, 이번에는 좀 나름대로, 다시 하니까 역할을 좀 큰 거 주시려나? 그랬더니 똑같은 역할 주시더라고요. 너무 반가운 거야, 나는 진짜 그 역할을 다시 하고 싶었거든요. 플디 : 다시 시작한 연습, 어떠세요? 석천 :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도 마찬가지고, 저도 그렇고. 처음으로 대학생 때 만들었던 작품인데, 대학로 쪽에서 너무 재밌다고 저희를 초대해서 굉장히 큰 히트를 쳤던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너무너무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이젠 문식이 형도 굉장히 대성장해서 톡톡 튀는 배우가 됐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이렇게 오랜만에 뭉쳐서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거죠. 섭외가 들어왔을 때 제가 형들 하냐고 다 물어봤어요. 사실 (박)광정이 형도 같이 했던 작품이거든요. 그 형과의 추억이 굉장히 많은데 같이 못한다는 거에 너무 많이 아파서 연습에 참여하면서도, 그 때가 참 그립다,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 당시 저희 팀이 참 끈끈했었어요. 그리고 그 팀의 사람들이 다 잘 됐어. 문식 : 그게 처음 했던 ‘한여름밤’ 이지? 예술의전당이 아니고. 지금 한양레퍼토리로는 세 번째 하는 건데, 첫 번째 참가 못했던 사람도 있고, 석천이는 매번 해서 아마 더 잘 알 거예요. 그 다음에 예술의전당으로 넘어오면서 (권)해효형하고 (유)오성이 형 같이 했었고. 내상 : 그 때는 제가 두 번째 연극 할 때에요. 근데 나는 문식이가 너무 어려운 거야. 친하기는 하고. 후배인데 얘는 연극영화과를 나왔고 연기에 대해서 알고, 나한테는 하늘 같은거야. 근데 되게 놀랐던 게, 그때 연습을 하는데 석천이가 전에 잘해서 그 역할을 또 하는 거래. ‘저놈 오바다…’ 그런 생각을 했어. ‘저러면 관객이 반응 안 할 텐데’. 그런데 공연에 딱 들어갔는데 막 터지는거야, 그래서 첫날은 ‘와, 대한민국 관객수준 정말 형편 없다. 어떻게 저런 거에 웃고 있어’, 그러면서 좀 힘들었어.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아, 여기서 놀고 있구나’ 했지. 얘가 놀더라고요. 물론 문식이야 나도 보면서 재밌었으니까 이건 어차피 통하는 거고. 그런데 얘가 의외였어. 티스비가 대본을 봤을 때 쓱 지나가는 역할로 알고 있었는데, 얘가 뭘 막 만들어, 그 와중에. 감각이라는 게 뭐다, 배우가 어떻게 놀아야 되는가에 대해 좀 배우게 해 줬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구나. 그랬죠. 석천 : 다른 배우들 연기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계산해야 하는데, 연습 할 때부터 형들이, 그거 너무 간 거 아니냐, 그런 얘기들을 하셔서. 그런데 내가 계산했을 때에는 이 역은 이렇게 가도 되는 역인 것 같아서 형들한테 양해를 구해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죠. 이번에 오랜만에 같이 대본을 받아서 연습을 하는데, 야, 티스비는 연습 안 해도 되지 않냐?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대한민국에서 티스비는 니가 최고야, 그러시는 거예요. 제자랑은 아니지만 (문식: 니 자랑이야) 제자랑이었어요, 선배님이 그러셨으니까.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분출해도 될 만한 역들이기 때문에 다른 ‘한여름밤’ 하고는 굉장히 특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해요. 내상 : 그 때 나는 초짜였으니까 연습할 때 그냥 했지. 문식이랑 나랑 초반에는 상대역이야, “그것도 나 주라, 그것도 나 주라” 문식이가 이러면 관객들은 다 웃는 거야. 난 그게 너무 신기한 거야. 얘는 뭐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그 대사를 그냥 치는 거야. 이문식 배우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참 파워풀한 게 참, 기본 이미지가 있고 또 분출되는 촌스러움, 그런 것들이 얘는 누가 봐도 직공이야. 내가 다시 대본을 읽으니까 나(퀸스)도 직공이었더라고. 나는 내가 워낙 살아온 환경이 귀족이니까 그걸 귀족적으로, 인텔리 적으로 했더라고, 그러니까 안되는거야(웃음). 문식 : 퀸스도 상당히 띨띨한 얘야. 막 저질러 놓으면 보텀이 해결해 주거든. 내상 :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해 놓고 하니 뭐가 되냐고. 얘(이문식)는 뭘 만들고 나는 아니고. 얘네 둘은 을 통해서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나 같은 놈이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나는 언제 저 경지에 이르러 보나, (문식 : 왜 그래~) 진짜야, 진짜. 내가 다른 애한테 몰래 연기 지도를 받았어요. 얘한테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은 못하고. 배우 생활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해 줬던 작품이었죠. # 그땐 그랬지내상 : 나는 맨날 얘(이문식)랑 같이 다녔어요. 끝나면 같이 대학로로 넘어오고, 같이 잠도 자고. 문식 : 집이 다 강북쪽에 있어서, 그 때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내상이 형 차 타고 다 넘어왔지. 그 때 집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역사들이 시작이 됐고. 그게 참 즐거웠었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도 많고. 그걸 지금 여기에서 발설하며 끝이에요, 끝.(웃음)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한양대 연영과를 졸업하셔서 한양레퍼토리 행이 자연스러우셨다지만, 안내상씨 같은 경우(연세대 신학과 졸)는 어떻게 합류하신 건가요? 문식 : 얘는 외모 때문에 뽑힌 거고. 내상 : (폭소). 나는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최형인 교수님하고 처음으로 연극을 시작한 거에요. 거기서 선생님이 1년간 연기반을 가르치셨어요. 나중에 제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게에 한양레퍼토리팀들이 왔다고 지배인한테 전화가 왔어. 기다려! 무조건 사람들 다 먹이고, 다 취하게 만들어. 그런 다음에 막 달려간거야. 선생님한테, 저 살려주세요, 저 연극하고 싶어요. 막 그러니까 이렇~게 보시더니, 그럼 너 내일 와라, 그러시더라고. 문식 : 여기서 한 인간은 살았는데 극단은 망했어요.(웃음) 극단이 초창기잖아요. 포스터 붙이고, 전단도 뿌리는데, (안내상이) 안 해 본거에요. 저희는 배우들이 다 나가서 포스터 붙이고 티켓 팔고, 홍대, 신촌, 성신여대, 구역을 맡았거든요. 근데 이 양반이 100장을 들고 나갔는데, 안 와. 나중에 와서는 포스터를 이렇게 말아 뒀다 빼서 붙여야 하는데 안 붙여 봤으니, 그 때 바람도 많이 불었대요, 한 장 붙이면 휙 날라가고(웃음). 석천 : 문식이 형은 포스터 붙이면서 경찰서에 많이 끌려 가기도 했어요. 생긴 거 자체가 범죄형이라. 저 같은 경우는 웃으면서, 죄송해요, 저희 연극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면 그냥 가라고 했는데. (문식 : 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성격도 있어요. 성격이 있어가지고 교수님 많이 왔다 갔다 하셨죠, 봐달라고. 내상 : 아이고, 말도 마요. 이문식이 가장 많이 선생님 속을 썩였던 것 같아. 학생 운동도 했거든요, 이 인간이. 그런 교수님이 또 없는 거지. 잡혀 들어가면 직접 제자 찾아가서 사식도 넣어주시고. 문식 : 많이 맞기도 하고, 술 금지령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플디 : 나름 이문식씨가 극단 내에서 군기반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문식 : 신입들 들어오면 니가 잡아라, 그렇게 이야기가 내려왔죠. 근데 잡는 방법을 아나, 그래서 내상이 형한테 무조건 얘기를 안 했어요. 근데 술이 화근이었어요. 술 한잔 먹고는 “아, 형, 형, 형~” 막 이랬죠. 내상 : 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얘가 형이라고 하니까. 얘가 그 때 노역을 많이 했어. 얼핏 봐도 나보다 형 같잖아요. 하늘 같은 선배인줄 알았는데 후배라는 거야. 기절할 노릇이었어. 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같이 학교도 다니셨겠네요. 문식 : 쟤는 89학번이고, 저는 87학번이니까 학교 다니는 동안 꼼짝 못할 선배지. 한두 학번 차이가 제일 어렵잖아요. 예전에는 내가 뭐라고 하면 깜빡 죽었는데, 지금은 “왜 그래에~” 그러고. 쟤가 여리고 착해서. 한번은 지금 찍었던 이정철 감독 생일이었을 때 한양대 강의실에서 ‘사랑가’라는 게 있었어요. 선후배를 떠나서 ‘사랑사랑사랑 내사랑, 이문식 내사랑’ 그러면서 밟는. 밟혔다가 제가 계단에 허리를 찧은 거예요. 순간 싸- 해졌죠. 그래서 바로 한양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석천이가 울면서 쫓아오면서,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문식이 형 큰일나면 내가 다 죽여 버릴거야, 으이씨”(웃음) 그게 얼마나 웃긴지. 내상 : 얘(석천)가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있더라고요. 얘는 참 순결한 애 같아. 결이 고와요, 아주. # 먼저가 아니라 깊게 빛나고 싶었던 별 플디 : 홍석천씨가 ‘남자셋 여자셋’으로 세 분 중 가장 먼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으셨잖아요. 다들 연극하실 땐데 어떠셨어요? 문식 : 뭐, 썩 그렇게 부럽진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연극하고 있을 때 나름대로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조)혜련이도 그렇고, (권)해효형도 그렇고. 그런데 그게 정말로 반짝으로 되는 게 아니고, 그동안 쌓여 왔던 것들이 운 때가 맞아서 나가는 거니까 질투하고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사람들은 거의 다 학교 다닐 때도 자기 축적을 해 왔었기 때문에 잘 됐다, 박수를 보냈죠. 석천 : 사실은 관점의 문제죠. 형들은 연극에 애정을 더 많이 갖고 있어서, 대학로에서 계속 작품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보람을 느꼈던 분들이시고, 이제 저희들은 더 밑이니까, 방송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 문을 두드려서 얻어낸 거고. 나중에 형님들도 나이가 들어서 결혼도 하셔야 되고, 이런 여러가지가 있어서 방송이나 영화도 같이하는 게 연기자로서 나쁘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셨을 때 운 때가 딱 온거죠. 플디 : 배우가 평범한 직업은 분명 아닌데, 이 길로 가야겠다는 확신은 언제 들었나요? 문식 : 육사에 가려다 안되고, 해양대도 안되고. 항공대 다니다 자퇴하고 신방과 가려고 공부하다가 누가 연극영화과라는 게 있다, 거기 뭐하는 데냐? 탤런트 되는 데. 사실 자기 얼굴이 후지더라도 한 30년 정도 자기 얼굴 보고 있으면 괜찮아요. 내상 : (폭소) 야, 그거 말된다, 말 돼. 문식 : 익숙한 건 좋게 느껴질 수 있어요, 사람이. 그래서 탤런트나 될까, 하고 진짜 멋모르고 달려들었죠. 그때까지 연극을 한 편도 안 봤고, 도대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는데 연극영화과가 탤런트가 되는 곳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했죠. 동대, 중대는 실기가 40%였고, 한양대는 20%였어요. 그래서 내신하고 학력고사로 밀자고 그랬죠. 예비소집 때 가서 보니까, 정말 선남선녀가 많은 거야. 야, 항공대도 자퇴한 상태라서 이거 안되면 군대로 끌려가는데. 깜깜한 거지. 근데 나중에 보니 됐다는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난 탤런트다 그랬죠. 석천 : 연기를 포기할 뻔도 하셨죠? 문식 : 대학로 나와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로 신문배달, 물탱크 청소도 하고. 대학교나 지하에 헬기만 한 물탱크가 있어요. 거기 물을 찰랑할 정도만 남기고 닦는 거죠. 아침에 밥 먹고 내려가면 점심 먹을 때까지 닦고, 점심 먹고 또 내려가서 닦고, 그리고 끝나면 6만원 받고 가는 거야. 근데 방송통신대에 새내기들이 막 오리엔테이션 한다고 다 업되고 그럴 땐데,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내 꿈을 포기하고 지금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 되겠다, 내가 다시 연극을 해야겠다, 그랬죠. 그 때가 위험했어, 사실은. 일본 밀항도 할까 생각했어요. 석천 : 저도 충남 청양 시골 출신이라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연극을 본 적이 없어요. 신방과를 준비하다가 88년도에 강변가요제에서 이상은씨가 대상을 받았는데, 한양대 연영과라고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연영과라는게 있구나, 해서 알아봤더니, 다른 대학들은 실기가 40%인데 저희 학교가 20%인 거에요. 그래서 학력고사만 파자, 그래서 들어갔죠. 선배님들 보니까 정말 치열하게 하시더라고요. 근데 탤런트 시험이 매년 있잖아요, 형들 다 가고 저도 몰래 내서 했는데, 결국 다 떨어져(웃음). 그래서 연극판에서 하면서 하나하나 주목 받고, 감독님 보셔서 연기 하는 거 보다가 영화 조금씩 써보고,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 너를 보여줘석천 : 근데 내상이 형은 정말 잘생겼어, 너무 잘생겼지. 내상이 형은 왕 역할도 하고. 정말 다양한 역할 한다. 근데 진짜 내상이 형이 카메라 발이 좋아요. 평상시에는 좀 빈티나는 얼굴인데 화면에서는 굉장히 귀족적이고.(일동 폭소) 플디 :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보시나요? 문식 : 연기에 대해서 상대배우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중요한 것은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사람을 봤을 때, 참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참 닭살스럽고 그런데, 굉장히 맑아요. 깨끗해요, 생각들이. 굉장히 정의롭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 삼풍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갑자기 내상이 형이 울먹울먹하면서 우리가 거기로 가야된다, 우리가 뭘 도울 수 있나, 그래서 호수를 빼서 물을 뿌리고 했죠. 그 때 내상이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다음날 공연도 해야 하는데. 내상이 형하고 같이 생활을 하면서 어떤 그 깨끗함, 순수함, 이런 것들이 이 사람을 좋아하게끔.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참 많아요, 특히 여자들이. 내상 : (폭소) 그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문식 : 한때 별명이 사슴농장 주인이었어요. 형이 굉장히 감성적이어서, 비가 오잖아요? 그 때 술 한잔 먹으면 닭똥 같은 눈물이 쫙 흘러요. 그래서 “형, 왜 울어?” 그러면 “비가 오잖아”. 그러니 여자들이 확 안가요?(웃음) 제가 갖지 못한 장점인 것 같아서 부럽고 좋아요.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연기 외적인 면에서 본다면 뭘 해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대 위에서도 보이고. 석천 : 경구 형이나 오성이 형 같은 경우는 좀 혼내는 스타일이었고, 문식이 형은 조근조근 뒤에서 달래면서 가르쳐 주시던 스타일이었어요. 장난기 있지만 그 속에는 굉장히 깊은 정이 있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고. 내상이 형 같은 경우는 좀 약한 사람이야, 옆에서 좀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될 것 같은, 그런 스타일. (문식 : 그러니까 여자들이 뻥뻥 넘어간다니까, 모성 본능을 막 일으켜서, 그게 안돼, 우리는.) TV에서 조강지처를 보고 ‘아니, 저 양반이 어디서 저런 게 나와서 저런 연기를 할까’ 그러면서, 내상이 형이 정말 그 동안 세파에 찌들었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웃음). 옛날에는 형이 그런 연기를 전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선이 고아서 고상한 역할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참 자연스럽더라. 놀랐죠. 그런 두 분을 보면서 느끼는 게, 스텝이나 감독 입장에서 이런 배우들을 봤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거꾸로 하게 되더라고요. 형들한테 고마워요. 내상 : 나는 문식이가 연극판에서 그런 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람을 아주 그냥, 눈물을 막 쏟게 만드는 거. 옛날에 우리끼리 레퍼토리에서 최형인 선생님이랑 연기 수업을 많이 했었는데. 얘(이문식)가 그 때 뭘 했더라, 별거 아냐, 근데 얘가 하니까 너무 슬픈거야, 나는. 그때 얘가 연기를 제일 잘 한 거 같아. 이때까지의 모든 영화나 모든 것을 통틀어서 그 때의 감동을 준 게 없어. 어눌한 연기를 풀어냈는데, 짧지만 사람을 아주 후벼 파더라고. 문식이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갑자기 영화에서 진지하게 하면 사람들은 눈을 옆으로 쳐다볼 수도 있겠지만, 연극은 문식이의 그것을 친절하게 받아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문식이한테 바람이 있다면, 소극장이나 아담하게 사람들 모아놓고 연극을 한 지가 꽤 됐을 거야, 짬을 한번 내서. (문식 : 형이랑 하면 내가 하지 / 석천 : 우리 셋이 할까? ) 아니, 얘하고 여자 두 명 나오는 거, 연극 무대 위에서. 이문식의 멜로 연극을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면 아마 이문식을 따로 좋아할 수 있는 마니아들이 많아질 거야. 그쪽에 얘는 뭘 많이 갖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 얘도 모르는 거 같아, 아마 그런 작품 만나게 되면 얘도 놓치기 싫어하기 될 거야. 도와줘야지. # 울고 웃는, 배우라는 이름 문식 : 하늘이 도와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 그 캐스트 후일담을 들어보면, 정말 운이 좋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도 더 실력있고, 그런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을 처음 하게 된 이유도 장진 감독이란 사람을 이라는 연극에서 만났고, 도 원래 딴 사람이 하기로 되었는데 잘 안돼서 장진 감독이 들어오면서 정재영이랑 신하균이랑 데리고 오면서 을 같이 한 거죠. 또 를 하면서 짬 나는 시간에 을 할 때 (내상 : 짬 나는 시간이란다, 짬 나는 시간에 한 거야, 그 작품이), 왜냐면 그 때 를 머리 깎고, 메인이었고. 그렇지만 이펙트는 그게(공공의적) 더 쌨고(웃음). 그런 것들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석천 : 배우의 딜레마이기도 한데, 처음에 주목 받은 게 뭐냐에 따라서, 저는 ‘쁘아종’ 역할이었죠, 다른 역할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또 계속 그거를 원하셔서 재창조하는 것도 있고요. 형도 마찬가지로 코미디를 너무 잘하시니까 그 이면에 있는 진지한 연기를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나가는 거란 사실이 마음 아파요. 안내상 선배님 같은 경우도, 작년에 조강지처가 너무 뜨는 바람에 이제 선한 역할 하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크게 주목을 받아도 배우는 약간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문식 : 배우 입장에서 본다면,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계속해 나간다는 건 재미 없어요. 스스로를 갉아 먹는 것일 수도 있고요. 계속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마저 잊고 살게 되는 거죠. 영화 ‘구타유발자’는 책을 읽어보면서도 참 좋아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고, 봉연 역할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죠. 그걸 지금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흥행이 잘 안되면 배우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거에요. 만약에 잘 됐으면 ‘어, 쟤가 그런 역할도 하니까 되는구나’ 하고 제작자들이 생각하는데, 잘 안되면 ‘역시 이문식은 그런 역은 아니야’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 현상이 좀 안타까워요. 석천 : 을 아까 연습하면서 티시어스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배우들이 이렇게 연기하면 관객이 먼저 마음을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한데, 관객의 문제인 것 같아”. 배우들은 거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잇는 것에 대해 밤 새며 연습하고 보여주려고 하는데, 관객은 이 배우에게 보고 싶어하는 것을 딱 정해 놓는 것 같아요. 사실은 배우들한테서 더 많은 기쁨을 빼갈 수 있는 게 관객인데 관객 스스로가 자기들한테 이미지의 틀을 딱 맞춰놓는 것 같아요. 문식 : 나는 약간 좀 다른데, 그건 만드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관객은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 처음이 어렵지. 외국 같은 경우는 코믹한 거 했다, 진지한 거 했다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 자체도 그렇고 만드는 사람이 그런 여력이 없다라고 표현해야 하나? 어떤 여건의 문제인 것 같아. TV 같은 경우에는 사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만 있어도 충분히 되거든요. TV에서는 변신을 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밥 먹다 보면서, 어, 저 사람 나오면 재밌겠다, 그래야 보지. 매체 자체의 특성이고 영화나 연극으로 가면 그럴 기회가 조금씩 만들어지긴 해요. 영화 시장이 너무나 안 좋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이제는 석천이처럼 제작을 하거나, 쓰거나, 연출하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면 당분간은 힘들죠. 뭐 하러 낯선 사람한테 변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뭘 하겠어요. 그런 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결국은 다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내상 : 난 그런 것들을 확 뒤집어줄 사람이 아마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가 해. 왜냐하면 계속 통한다는 것은 또 아니거든. 거기서 또 좌절한다고. 계속 됐으니 또 잘 될 거라는 건 오해라는 거지. 변화를 제대로 만들어 냈을 때, 사람들이 와우! 그러는 거고 발전이 되는 건데, 그래, 뭐,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 되 버리는 건 그 전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것이지. 플디 : 배우로서 이제 세 분 다 40대가 되셨습니다. 40대의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석천 : 제 2, 30대는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갖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 연기하는 걸 보면, 천상 연기자다, 그런 게 느껴지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태어났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싶은데, 저는 사실 너무 공사다망 한 스타일이죠. 연기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이야. 후배들, 자라나는 연기자들한테 뭔가 더 기회를 주고 싶고, 내년 초에 뮤지컬을 제작하는 게 있어요. 연기자라는 게 항상 선택되는 직업인데, 제가 너무 기다려보니, 짜증나더라고요. 그래서 에라, 그러면 내가 선택을 해 보자, 내가 만들어 보자, 했죠. 근데 참 고마운 게, 주변에 참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있다 보니,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자로서 평생 불태워야 되는 사람들한테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 전에는 너무 철부지, 어린 얘였던 것 같고, 이제는 이렇게 전체적인 숲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참 고마워요, 주변사람들한테. 내상 : 저는 뭐, 참 묘한데, 요 몇 년이 참 즐겁고 기분 좋아요. 왜냐하면 내가 연기를 마음대로 해 볼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그런 기회가 없잖아. 누가 나를 선택 해 줘야 내가 연기를 해 보든,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해보든 될 텐데. 다양성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기니까 너무 기분 좋고, 내가 이 공간들 속에서 배우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도전해 보고 싶고. 계속 뭔가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나머지 별 생각은 없어요. 난 옛날에도 단편영화 참 많이 찍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그게 개런티의 문제는 아니죠. 지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연극을 하고 있단 말이죠, 나는 연극이 너무 좋아,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얼마 만에 만나보는 거야. 근데 어떻게 보면 관객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단 말이죠. 우선 내가 울면 그네들도 울어버려. 이 속에서 나는 고마워서도 울어요. 거기에 내가 막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 아, 배우로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그래서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떠나서 내가 집중해서 뭔가 나를 잊어버리고 다른 인물을 진심으로 창조해 냈을 때 오는 쾌감, 이런 것들이 사는 맛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지금 ‘한여름 밤’을 옛날 방식 그대로 할지, 조금 바뀐 방식으로 할 지 고민인데, 정말 남다르고, 기대가 되고, 크게 보이진 않는 역할이지만, 나한테 너무 소중하고, 퀸스를 잘 해내는 게 지상 과제였기 때문에, 궁금해요. 문식 :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배역은 없다고 했잖아. 지금도 형이 대장이야. 옛날 연극할 때 하고, 지금의 이문식하고 자연인으로 봤을 때, 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어디 가서 술 한 잔도 살 수 있고, 그건 인정해요. 하지만 사실 배우로 들어가면 요즘 좀 의문점이에요. 옛날에 고민할 수 있었던 건 연극 밖에 없었고 오로지 내 생각의 큰 관심거리는 공연이었는데, 그때 만큼 열심히 한 때가 없는 거지. 근데 지금은 그게 안되거든. 스케줄, 개런티, 가족, 어린이날에는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상가집도 가야하고 결혼식도 가야하고. 많은 곳으로 분산이 되요, 제 역량이. 여러가지 이유로 올인 하고 있지 못하는 제 모습을 봤을 때, 초심이 사라진 게 아닌가 많이 생각하게 되요. 누가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내지는 행복하냐, 라고 물었을 때 주춤주춤하게 된다라는 거죠. 내상 : 아, 감동받으려고 그런다, 얘기하니까. 이거 정말 오랜만에 우리끼리 얘기하니까. 이거 사실 인터뷰 아니야. 문식 : 공연만 할 때는 현실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었거든요. 매일 토론하고 싸우고 또 무대에서 실험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구를 어떻게 마련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의 ‘배(俳)’가 아닐 비(非)에 사람 인(人)자를 쓰잖아요. 사실 사람이 아닌거죠. 그런 일을 하는데 나를 규제하고 있는 것들에서 이탈해서 깨야 하는 거죠. 우리 작업은 언제나 실패해요. 있지도 않은 인물을 하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그 생각으로 지내야 해요. 다모 폐인들이 저에게 줬던 열쇠고리 뒤에 ‘초심’하고 딱 박아놨는데, 그때 크게 한방 먹었지. 그런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엔. 내상 :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것 보다 이런 대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13년이 현실화되고, 그게 너무 행복하네요. 그래서 얘네들이랑 함께 한다는 것은, 부딪혀 봐야겠지만, 하면서 옛날에 문식이가 이랬지, 석천이가 이랬지, 하면서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통장 잔고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안 변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 아닌가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제공: 마이 타이
2009.06.29 / 조회 19,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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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이미지와 시로 풀어낸 대서사시
무대를 채우는 물리적인 소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도 없다. 배우들의 잘 짜인 움직임과 영상, 이미지만으로 판타지가 뒤섞인 상상의 공간은 만들어지고, 흩어진다.
뮤지컬 는 기존 익히 보아온 무대와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다. 유리왕, 대무신왕과 호도왕자 등 고구려 개국 초기 3대의 대서사시를 한 장면 한 장면 확대해 펼쳐 극히 이미지적이고, 극히 서정적인 공간을 선보인다.
벌써 17년 째 연재 중인 김진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지난 2006년 초연해 색다른 무대로 반향을 일으켰고 이번 무대는 세 번째 공연이다. 좀 더 친절하게 해설을 가미했던 2007년 버전이 아닌, 2006년 무대로 돌아와 음악과 움직임, 이미지에 주력했다.
방대한 줄거리를 일일이 나열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 여러 상황을 한 씬에 압축한 이미지극은 원작의 세계관과 감성을 담는데 그치지 않고 뮤지컬만의 맛을 살렸다고 할 수 있다. 건조하게 시를 읊는 듯한 대사 처리, 환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영상, 퓨전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의상 역시 만화적인 상상력과 만나며 다른 작품과의 차별을 굳힌다. 무엇보다 절제있으나 부드러운 군무는 이 작품의 백미. 특히 2막 10여분 동안 펼쳐지는 고구려와 부여의 전쟁은 화려한 검술과 군무로 극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낸다.
청룡, 주작, 백호 등 원작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신수들과 압축에 압축을 거친 대사와 움직임, 고구려의 역사와 상상력의 결합은 기승전결의 진행에 익숙한 관객에겐 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장면과 장면과의 사이를 연결시켜 주기 위해 자막 영상은 이 작품이 가장 친절하게 제시하는 스토리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배우들의 캐릭터는 잘 살아난다. 고구려왕 무휼을 맡은 고영빈은 대사도 노래도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도 적은 편이지만, 자신의 뜻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영웅의 모습을 멋있게 그려낸다. 김산호와 김보영은 극 중 무술을 무리 없이 표현하고, 양준모는 뛰어난 넘버 소화로 주목 받는다.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짜여진 공식대로 나아가지 않는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좀 더 주목할 만 하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6.16 / 조회 1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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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고영빈과 김산호를 만나다
2006년, 2007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에서 언제나 ‘100% 출석’을 기록한 배우들 중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초연 때부터 줄곧 무휼 역에 서는 고영빈과, 2006년 무휼에서 2007년과 올해 괴유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김산호가 그 주인공들. 올해 첫 무대인 를 준비하며 한층 더욱 여유롭고 깊이 있는 눈빛으로 다가선 고영빈과, 괴유가 입을 색다른 옷, 헤나 문신을 온 몸에 새긴 김산호를 만났다. 슬픈 가슴으로 냉혹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_ 무휼, 고영빈 올해 서는 첫 무대이다. 2006년 초연 때 다시 한국 무대에 선 이후 한 달도 쉬어본 적이 없다. 작년 때 최악으로 너무 말랐었다. 배우가 좀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 항상 생기가 있어 보여야 하는데 점점 피폐해져만 가니(웃음). 그래서 지난 해 겨울은 몸에 신경도 쓰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휴식기간을 갖고 건강하게 나오자, 책도 보고, 정신도 좀 채우자고 생각했다. 가 세 번째 공연이고 하니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쉬면서 무엇을 했나? 일단 맥 놓고 쉬었다(웃음). 한 달 정도는 집에서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TV 보고 싶으면 보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자꾸 집에만 있게 되더라. 그래서 그 다음 달부터는 오전에 수영 다니고 밤에는 헬스클럽에서 땀 흘리는 계획을 세웠다. 너무 연락이 안 돼서 연을 끊겠다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식사도 하고(웃음). 서점에 자주 들러서 책도 보고. 근데 이번에 쉬면서 내가 너무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쉬니까 별로 할 일도 없고, 취미도 없더라.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고 이제 4개월째라 접형까지 마스터했다. 혹시 어디 가서라도 수영 선수 역할이 있으면 폼 좀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배워두려고(웃음). 굉장히 피곤한데도 수영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솟는다. 초연 때부터 한 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나한테 정말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컴백을 시켜준(웃음) 작품이라서 사랑을 안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 형식에서 조금은 벗어난 작품이고. 드라마가 아닌 11개의 독립된 장면이 한 컷, 한 컷으로 이어지는. 그 속에서 뮤지컬 배우가 할 수 있는 것 이외의 것들을 나에게 많이 알려 줬다.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서 있는 모습이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 어떤 에너지로 서 있어야 된다라는 것들. 서 있는 방법, 무대에서 나를 다스릴 수 있는, 조금 더 깊게, 밑으로 깔려 있는 호흡. 무휼은 관객들을 다 끌어 와야 하는 역할이고 대사도 별로 없다. 처음에는 ‘나도 노래 좀 시켜주지, 대사도 많고, 결정적으로 연기 좀 할 수 있게 해 주지’하고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초연 때 무대 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자기만의 세계가 그려지는 것을 많이 느꼈던. 스스로 무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좀 더 당당할 수 있는 내공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나에게 많이 준 작품이다. 초연 당시도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2009년 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초연 때보다 2009년의 반응이 훨씬 더 좋을 거라고 믿는다. 2006년 이후 3년간 공연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라이선스 작품들, 댄스 뮤지컬, 퍼포먼스, 심지어 서커스까지 굉장히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폭이 더 넓어지고, ‘뮤지컬은 이래’ 하는 틀이 더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 중에 하나로서 가 조금 더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아닌가. 마니아 층에 머물러 있었던 작품이 대중적으로, 한 분야적으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을 때가 아닌가 꿈을 꾼다. 2007년보다 초연 버전을 더 따랐다고 하더라. 초연 때는, 전체적인 무대가 천천히 진행되면서 흑백의 의미를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정서들을 조금 더 내적으로 끌어오는 작업들을 많이 했었는데, 2007년도 버전은 그간 좋다, 나쁘다 등 여러 가지 반응들 중 아무래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 좋다는 반응에 더 귀를 기울여서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니 거기에 여러가지 색깔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잘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 분산되는 느낌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금 부족하더라도 원래 생각했던 부분을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폭을 넓게만 가지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들의 이해를 위해 발산해서 보여주는게 아니라, 더 끌어 당겨서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에너지를 키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2006년도의 무대가 우리가 생각하는 인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가는 것 같다. 무휼의 캐릭터에 변화가 있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외모가 변하고 나이가 좀 들고, 그 정도?(웃음) 무휼이 갖고 있는 인생의 무게감이 조금 더 내게 온다. 조금 더 무겁고, 조금 더 힘들고. 사람이 극단으로 몰리면, 싹 백지화가 되면서, 정말 아무일 없는 사람처럼 변하지 않느냐. 예전에는 ‘힘들다, 힘들다, 그래도 가야지’ 이렇던 무휼이 이제는 ‘힘들다, 힘들다, 책임감’ 하다 어느 순간 확 무너진다. 무너져서 다시 스스로 일어나서 새로 시작하는. 그런 것들이 내게 새롭게 오더라. 연기하는데 있어 폭이 좀 더 넓어졌다고 하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하지만(웃음). 마음이 좀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고영빈이 꼽는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인가.최고의 장면만을 뽑아서 작품으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기는 참 힘들다. 고뇌의 칼질을 하고, 내 형님이 남긴 군사를 만나서 명림숲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장면, 그 첫 장면도 굉장히 멋있고,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어떤 느낌을 받는다. 어느 무대도 그런 깊은 곳에서 천천히 나오는 공연은 없으니까. 그렇게 군사를 다 얻고 나서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러 가야 할 때 그 심정, 아무것도 표현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는 그 장면도 가슴이 아프다. 또 형의 군사들, 아버지의 유산들, 셋째 아들로서 왕위에 오를 수 없던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받아서 전쟁에서 이겼지만, 그 많은 희생양들을 남기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그래도 또 일어나서 가라, 그러면서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 뒤돌아 서서 천천히 군중들을 바라보면서 펑펑 운다. 사람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일 수 없으니까. 정말 명장면이다. 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는 굉장히 눈이 즐거운 공연 같다. 배우의 비주얼이 아니라 무대의 미학, 조명, 의상들 등 상당히 훌륭한 비주얼들을 갖추고 있다. 또 배우들이 대도구가 없는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그런 구조들이 굉장히 색다르다. 분명 눈이 확 트일 수 있는 전시회 같은 공연일 것이다. 무언가를 많이 생각하지 않고 편안히, 한 장면, 한 장면 지나다 보면 어느 한 인물의 인생이 보일 거라고 믿는다. 마음 편하게 좋은 음악 듣고, 배우들 퍼포먼스 보고, 그 중에 한 맥을 긋고 있는 무휼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인생 주변에 일어났던 일들이 다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고 보는 게 가장 좋은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믿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는 무림의 남자_ 괴유, 김산호 문신 때문에 당분간 사우나 같은 곳에는 못 갈 것 같다. 편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지금까지 편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나? 아, 못했다. 여든 살 까지 살고 싶은데, 생각해 보면 이제 서른이 되었고, 앞으로 반 하고 조금 더 남은 것이다. 얼마 안 남았다(웃음). 남자의 서른은 어떤 느낌인가. 불안한 것 같다, 심리적으로. 좀, 뭔가에 쫓기는 느낌. 뭔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후회하는 시기도 되고. 서른이 됐는데, 나는 그렇다. 어렸을 때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서른이 넘어서 그 시점에 내가 자리도 잡고, 조금 더 잘 하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가 후회되는가? 후회라기 보다 아쉬운 것이다. 연기든 노래든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나갔으면 좋았는데 어중이 떠중이로 계속 열심히 만 하니까 진만 빠지고 내게 정리되어 있는 뭔가가 없어 그 부분이 좀 아쉽더라. 도 배우 인생에 중요한 작품이 될 것 같다. 는 배우가 하기 참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딱 뮤지컬 배우라기 보다 연기자가 하기에.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라는 타이틀의 기초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이 한 시간 반을 끌어가야 하는 에너지나 집중, 수 많은 대사, 선을 놓지 않는, 그런 것들을 배우게 되니까 ‘아, 연기라는 것이 이런 거고, 배우라는 직업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한번 해 보고 싶다, 두 역할 다. 호흡을 맞췄던 강필석씨가 “정말 산호는 산 같다”고 하더라. 키 차이도 있고, 나이 차이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좀 걱정 했었는데, 막상 하니까 나이차이도 전혀 안 나 보이고, 물론 나보다 정신 연령도 더 어리시고(웃음). 별명이 약쟁이랑 강초딩인데 다 내가 지었다(웃음). 한번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가방에 약이 너무 많다, 비염약, 감기약, 홍삼, 말만 하면 다 꺼내줘서 약쟁이다”라고 하니까 그 다음부터 형 선물이 약만 들어오더라. 그래서 필석이 형이 나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 이제 몸을 생각하시더라.(웃음) 데뷔작인 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사람들에게 나를 처음으로 내 보인 작품이다. 학교에서 작품을 많이 올리긴 했지만, 군대 갔다 오고 학교 졸업하고 처음 한 작품이라서, 사회에 나와서 돈 받고 프로적으로 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래서 너무 긴장을 많이 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굉장히 많이 떨었다. 그 때가 스물 여섯 살이었으니까, 무휼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던 것 같다. 조정석이 나와 동갑인데, 내 아들로 나오고(웃음). 초연 때 맡았던 무휼 역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는가? 무휼은 정말 슬픈 사람 같다. 자기 형도 아버지에 의해서 죽고,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연도 죽고. 자기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자기 아들도 죽이고. 정말 우리가 겪을 수 없는 수 많은 일들을 다 겪어본 사람이다. 그런 것 생각해 보면 굉장히 냉정하지만, 인간적으로 봤을 때는 슬픈 사람이지 않을까. 다음에 다시 무휼을 해 보고 싶다. 2007년도에는 괴유 역을 맡았다. 무휼 역의 자리가 안나서(웃음). 또 초연 때 괴유 역할을 다 만든 형이 있다. 김영철 배우라고. 그 형이 괴유 역할을 다 만들다시피 했는데 예술단을 나가면서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대타(웃음)로 시작한 것이 2년이나 갔다. 정말 몸 쓰는 거 자신 없는 배우인데(웃음). 괴유라는 역할이 참 매력적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살짝 보너스로 먹는 역할이기도 하다. 무휼은 처음부터 나와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는데 괴유는 초반 2씬에서 가희와의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고 빠진 다음 9씬에서 멋있게 칼 한번 돌려주고. 전쟁 씬 때 쐐기를 막고 나가면 무대 위에서의 역할은 끝난다. 멋있는 역할이지만 소위 따 먹는 역할이기도 하다(웃음). 멋있는 역할, 한편으로는 좋지 않나? 좋다. 그런데 를 하고 나서인지 몰라도 이런 역할 보다는 연기적인, 뭔가를 하고 싶어서. 그런데 괴유 역할을 정말 잘 표현하면 너무나 멋있는 역할이다. 신비로운 캐릭터라서 감정적인 것이 많이 묻어나오면 별로 멋있지 않고. 슬픈 것 같은데 슬픈 표정 갖지 않고, 표정이 없는 것에서 분위기가 나오면 되게 멋있다. 김산호가 뽑은 인상 깊은 장면은? 무휼과 이지의 첫날밤. 대사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동작, 이미지로 분위기가 다 묻어 나온다. 그 씬 참 예쁜 것 같다. 그리고 초연 때 무휼 역을 해서인지 단 한번도 감정표현을 안 하는 캐릭터인 무휼이 전쟁 중 동굴 씬이 있는데 그 때 만큼은 그의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다. 개인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편인가? 난 그게 좋다. 젊게. 애들처럼 사는 것이 좋다. 자기는 감정을 갖고 있다지만 표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 이지나 연출의 스타일은 어떤 것 같나? 되게 감정 표출을 잘하신다. 유명하시다(웃음). 화가 나면 막 나오시고. 그래서 초연 때는 무서워서 도망 다녔다.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저쪽으로 나가고. 지금도 무서우신데 3년 째 되니까 좀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이제는 좀 농담도 치면서. “왜 그러세요, 선생님(웃음)” 그러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건 끝까지 믿어주시는 것이다. 초반 무휼을 했을 때도, 또 괴유를 했을 때도 사람들이 좀 버겁고 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했는데 이지나 선생님은 날 믿어주셨다. 물론 구박도 많이 당하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웃음). 선생님이 날 믿어 주셨기 때문에 나도 선생님을 믿고 하라는 대로 잘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세 번째 만나서 하는데 여전히 변함 없으신 것 같다. 김산호의 괴유는 어떤 느낌인가? 2007년에 괴유를 맡았을 때는 가희와의 관계가 좀 불분명했다. 서로 얘기하고 사랑하고 애절한 사이인데 떠나야 하는 장면에서는 가희는 가슴 아파하고, 그 장면을 조금 더 발전시키지 않을까. 물론 감정적으로 괴유가 너무 앞서 갈 수는 없지만 그 상황 만큼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떠나야 한다는 걸 보여줘야 될 것 같다. 그래서 눈물이 흐를 수도 있고. 너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표정은 없지만 눈물만 나는. 이번에는 가희와의 관계를 더 성립하려고 한다. 너무 폼생폼사 하지 않고. 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연 퀄리티는 그 어떤 작품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다. 라이선스 작품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정서적인 부분을 건드리면서 이해하기 쉽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지나 선생님이 항상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이 우리의 주 임무”라고 말씀하신다. 이 작품을 핵심적으로 끌고가는 인물은 어찌 보면 무휼이 아닌 호동이다. 이지가 너무너무 연을 생각하는 무휼이 싫어서 호동왕자에 대한 미움을 갖고 있다가 호동왕자가 자기를 범하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무휼이 호동왕자에게 “나의 아내인 이지를 범하려 했느냐”고 물어보는데, 호동왕자가 말을 못한다. 내가 범하였다고 하면 우리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것이고, 아니라고 하면 이지가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니까 말을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죽임을 당하는. 무휼은 호동왕자가 연을 닮았다고 정말 좋아하는데 결국 죽이고야 만다. 비극적인 역사를 관객들이 알게 될 것이다. 좀 만화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역사의 한 부분이다. 무휼 만이 주인공은 아닌 듯 같다. 무휼이 전체를 이끌어가지만, 대립적인 인물로 호동이 나오는 거다. 호동의 죽음이 슬프고, 호동의 죽음을 보는 무휼이 또 슬픈거고. 정말 힘든 ‘살’이다. ‘살’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작품을 3년간 하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 김산호에게 낀 ‘살’이 있다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작은 얼굴.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겠지만, 내 덩치에 얼굴이 너무 작고, 이걸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웃음). 이지나 선생님이 “너는 외로운 존재다, 사람들이 너랑 놀아주지 않을 거다, 공연 때도 사람들이 너와 붙으려 하지 않고, 사진 찍을 때도 너와 붙으려 하지 않으니 너는 외로운 존재다”하고 매일 놀리신다. 나는 그저 내 몸에 맞는 얼굴이었으면 좋겠다(웃음). 초연 때 캐스팅 된 첫 번째 이유가 몸은 어른의 몸인데 얼굴은 아기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웃음). 얼굴을 늘릴 수는 없으니까 몸을 줄일까? 친구가 없다, 외롭다(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dl.com/docuherb)
2009.06.07 / 조회 2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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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무휼의 강인함, 호동의 눈물. 다시 그 나라가 선다
고구려 시조 주몽의 손자 무휼이 헤쳐나가는 사랑과 전쟁, 그리고 시대가 만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얽힌 그의 아들 호동과의 관계 등 파란만장한 고구려 초기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김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당시 기존의 뮤지컬의 틀을 벗어나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역동적인 움직임과 이미지가 장면의 연속으로 이어져 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올 무대는 첫 무대에 여러가지 변화를 주었던 2007년 재연 당시의 모습이 아닌, 초연의 느낌과 이미지를 더욱 따를 예정이다. 서사적인 흐름 보다 무대에 선 이들의 격렬한 움직임과 상징적인 안무 등이 빚는 장면들이 더욱 집중을 받는 작품답게, 공연을 약 일주일 가량 앞두고 연습실에는 말 보다 몸짓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하게 오고 가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연습실의 온도를 높여놓은 주인공들은 이번 무대에서 새로운 무휼과 괴유로 서는 금승훈과 박영수. 2006년, 2007년, 그리고 2009년에도 역시 무휼로 서는 고영빈은 연습이 진행되는 내내 작은 손짓으로 섬세하게 땀 흘리는 금승훈의 모습을 봐 주고 있었고, 2009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하여 김산호와 괴유 역을 맡은 신예 박영수는 덥수룩한 노란 머리와 문신이 새겨진 몸을 이리 저리 날렵히 조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후끈 달아오른 연습실에 긴장과 몰입을 부여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한쪽에 자리한 음악 연주자들. 드럼, 북, 건반 등 장르를 초월한 다국적 악기들이 빠르고 신비스런 비트와 음색을 쉴 새 없이 뽑아낸다. 취재진이 연습실을 찾은 3일 저녁에는 MBC 드라마 ‘하얀거탑’, ‘대장금’ 등에서 음악을 담당했으며 에 펼쳐지는 음악을 쓰고 편곡한 이시우와 , , 등을 맡은 김문정 음악감독이 같이 자리해 장면과 음악의 조화를 더욱 세심하게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홍경수, 고영빈, 김산호 등 2006년 초연 멤버들과 더불어 양준모, 김태훈 등 새로운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한 뮤지컬 는 오는 10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연습현장무휼을 수호하는 해명(홍경수)과 괴유(박영수), 그리고 동생 괴유의 곁을 지키는 세류(김보영).무휼의 원비이자 호동의 계모인 이지. 끝내 무휼의 사랑을 얻을 것인가.왕권을 흔들기 위해 정략 결혼을 계획하는 구신들.의 또다른 격정이 될 음악.호동의 어머니이자 무휼(금승훈)의 영원한 사랑 연(유경아).비운의 호동왕자(김태훈).열심히 공부(?) 중인 또 한 명의 해명(양준모).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6.04 / 조회 1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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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상, 홍석천, 김효진 등, <한 여름밤의 꿈> 같은 무대
안내상, 홍석천, 최진영, 김효진 등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이 뭉친 연극 이 지난 2일 한양 레파토리 극장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은 상상력과 익살로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으로 꼽히는 작품.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지난 1995년 예술의 전당에서 주최한 셰익스피어 연극제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바 있다.
그 당시 연출을 맡은 최형인 교수와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이 다시 한번 무대에서 뭉쳐 주목 받고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홍석천은 “대학시절에 열정을 가지고 만들었던 에 다시 서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공연은 교수님께 드리는 환갑 선물”이라고 말해 사제간의 끈끈한 정을 표현했다.
안내상은 13년 전 출연한 이 두 번째 무대였다며 다시 ‘퀸스’ 역할로 서는 이번 무대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그 당시 교수님에게 연기를 못한다고 많이 혼나다 결국은 포기를 당했다”며 “이번에는 포기 당했던 것에 대한 보복 공연이다”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최진영과 김효진은 첫 연극무대 도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약혼자 드미트리어스(최진영)에게 버림받지만 여전히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헬레나 역을 맡은 김효진은 “극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 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픔을 딛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최진영은 “큰 일을 겪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버틸 수 있지 않나 한다”며 “현재는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제자들과 을 다시 올리는 최형인 교수는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 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가 다 된 작품이라 웬만한 시도에는 끄떡도 않는 작품”이라며 “따라서 이번에는 번역에 충실해 원작 그대로 가고 있으며 워낙 재미있는 작품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자들과의 각별한 애정도 보이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배우들”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TV와 영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다 무대에 복귀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는 “무대는 배우가 한 단계 성하는 과정”이라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연극 은 6월 2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다.
글 :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2009.06.03 / 조회 2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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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연]플레이디비 추천공연_2009년 6월 1주
[연극] 맹진사댁 경사 공연기간 : 2009/06/05 ~ 2009/06/21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관람료 : 일반석 40,000원 3층석 15,000원탄탄한 구성과 해학이 돋보이는 수작 맹진사댁 경사가 명동예술극장 재개관작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장민호, 신구, 백수련, 전무송, 정현, 서희승 등 원로배우들과 서상원, 장영남, 송인성 등 한국연극의 미래를 끌고 갈 젊은 배우들이 함께 하여 명배우의 개성 넘치는 연기스타일을 한 무대에서 맛보는 흔치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배우 최은희가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클래식] 오리지널 탱고 공연기간 : 2009/06/21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 : VIP석 88,000원 R석 77,000원 S석 55,000원 A석 33,000원 B석 22,000원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정통 아르헨티나 탱고, 아스트로 피아졸라를 첼리스트 송영훈을 주축으로 피아졸라 밴드의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 클라리네스트 호세 바예스테르가 참여하여 오리지널 탱고의 품위와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보기드문 공연. 그동안 남미음악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여러차례 다양한 뮤지션들과 탱고 공연을 펼쳐온 송영훈의 이번공연은 오리지널 탱고 공연을 선보이는 또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콘서트] stars on stage JK 김동욱 공연기간 : 2009/06/16 ~ 2009/06/19 공연장소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관람료 : R석 66,000원 S석 55,000원 울림이 강한 목소리의 소유자 JK김동욱의 소극장 콘서트가 충무아트홀의 소극장 콘서트 시리즈 stars on stage의 하나로 공연된다. 드라마와 CF를 통해서도 귀에 익은 매력적은 브라운 음색의 JK김동욱의 노래는 소극장에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다. stars on stage는 5월 중순부터 여름 한철을 관통하는 뮤지션 릴레이 콘서트로 김연우를 시작으로 김태우, 지선, 홍경민, 고유진, 장혜진, 김현철, 손호영 등으로 이어진다.[뮤지컬] 바람의 나라 공연기간 : 2009/06/10 ~ 2009/06/30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관람료 : R석 60,000원 S석 40,000원 A석 30,000원김진의 인기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2007년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안무상과 기술상 등을 받은 바 있다. 만화의 상상력을 클래식, 힙합,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현대적 감각의 의상으로 구현해내어 시를 읽는 화법과 다중적 스토리를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냈다. 고영빈, 양준모, 김산호 등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여 기대를 모은다. [클래식] 파이프 오르간, 헨델을 노래하다 공연기간 : 2009/06/27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람료 : R석 50,000원 S석 40,000원 A석 30,000원 헨델석 10,000원 바로크 음악의 대가 헨델이 동양최대 크기와 웅장함을 자랑하는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의 울림으로 다시 깨어난다. 파이프 오르간은 모차르트가 악기의 왕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와 음향을 뽐내는 악기로 8,098개의 파이프가 연결되어 무려 98개에 달하는 음색과 9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음악에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와 그란데 오페라 합창단이 한무대에 올라 놀라움과 감동을 더할 것이다..
2009.06.03 / 조회 2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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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마음>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서로의 상대에게 말을 주고 받는다. 때론 관객과 등을 지고 앉아 한참이고 무언가를 하는 배우도 있다. ‘연극적’이라는 말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면 무대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는 이 일상의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의 작가 히라타 오리자(47)는 1990년대 일본 연극계에 이른바 ‘조용한 연극’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으며, 국내에도 (원작 도쿄노트) 등을 통해 기존 사실주의 연극의 관습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발상을 선보여 왔다. 특히 대학의 한 연구실을 배경으로 한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3부작은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관계, 더 나아가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의 공연이 한창인 두산아트센터에서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작품에 ‘과학’이라는 부분을 끌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작가는 재미있는 사람과 장소 등을 찾게 된다. 과학자들은 굉장히 개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느라 주변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 연구자는 원숭이 중심으로, 기생충 연구자는 기생충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집에 가면 밥도 먹고 부부싸움도 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생활의 큰 차이가 없다. 연극의 구조라는 것은 어찌 보면 오래 전부터 동일한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에서 리어왕은 굉장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지만 가족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것처럼 현대의 과학자들도 왕처럼 엄청난 신분의 사람이 아닐 뿐 이들의 세계를 그릴 때에도 연애 문제, 취직 문제 등 굉장히 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1920년대부터 일본에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표어 같은 표현이 있었다. 과학자의 연구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생활은 그들이 연구하는 과학 만큼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과학하는 마음’으로 붙인 까닭은, 과학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과학자들의 생활을 그리려는 의미에서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렇게 살기 쉬지 않은 인간의 약함, 어려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중 한 장면지난 해 일본에서 초연한 연극 에서는 실제 로봇이 배우로 등장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누구도 해 보지 않았던 일에 끌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굉장히 흥미로웠고, 질적으로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간은 오사카 대학 주체로 하고 잇는 로봇 등장 연극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고들 많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매우 기쁘다. 로봇 연극을 만드는 동안, 배우란 어떤 존재이고 인물인지, 연출의 역할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이런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상의 한 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조용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작품에서 보여주기 위한 일상과, 우리 일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언제나 배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 5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어긋난 현실을 연극으로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일상에서 평범한 눈으로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과 예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그대로 보는 리얼리즘이 아니라 마치 현미경으로 현실을 들여다 보는 리얼리즘일 것이다. 현미경으로 세밀히 보면 흔들리고 뒤틀리는 모습이 있다. 굉장히 리얼한 듯 하지만 전체를 보면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조용한 연극’을 하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80년대 일본의 경제는 굉장히 풍요로웠고, 연극도 그 영향으로 무척 화려했다. 그런 것에 좀 질렸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말에 관한 것인데, 왜 연극에서 배우들은 그렇게 이상하게 말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연극이라고 하면 과장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일본 연극 교과서에 나오는 예 중 하나를 들자면, “이 책을 책상에 놔 주세요”에서 책을 강조하기 위해서 ‘책’이라는 말에 힘을 넣고, ‘책상’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 힘을 주어 말하라고 나온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는 유럽어와 달리 강약의 악센트로 강조하는 구조가 아니다. 책을 강조하고 싶으면 그 단어를 어두로 끌고 와서 몇 번이고 말하는 식으로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책, 책, 그 책 좀 거기 책상에 놔 줘”와 같이 말이다 그래서 대사를 극단적으로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끌어와서 배우들의 과장을 없애보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유럽에서 탄생한 근대 연극을 일본어를 통해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방법론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또 84년도부터 1년간 한국에서 유학하면서 일본어를 상대화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또 하나는 일본에는 하나의 주제로 몇 십 분간 토론하는 문화가 없다. 그런데 가치관의 대립 없이 근대 연극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게 토의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조금씩 이야기 하는 것을 모아 한 편의 연극이 되는 것을 생각했다. ‘조용한 연극’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통해서 관객은 일상의 모습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느낌이 강하다. 자신의 연극을 통해 관객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 보통 일반적인 연극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동화되려고 한다. 또 브레히트는 관객들이 작품에 거리를 두고 보길 원했다. 내 경우는 동화도 이화도 추구하지 않는 그런 연극을 하고 싶다. 무대 위 의자가 여러 개 있는데, 관객이 이 의자 중 어느 한 곳에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의 인물들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작품, 여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연극을 추구한다. 현재 일본 오사카대학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센터에 소속이 되어 있다. 어떤 일을 담당하는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여러가지 수업을 하고 있다. 과학, 예술, 의료, 재난대책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일본에는 지진이 많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현장에 모이고,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로 세미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지진이나 태풍 등의 재난 현장에 가서 일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런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때 이를 가르치는 학자들에게 그 방법론을 조언해 주는 것이다. 오사카 시내 전철역 안에 커뮤니케이션 스페이스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그곳에 오사카 대학에 있는 철학자, 과학자, 의사 등의 교수들이 매일 밤 일반 시민들과 대화를 한다. 철학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과학자들은 광우병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 하는 식이다. 대학원생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는 많이 일반화 된 형식이고 일본에서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태이다. 만약 성공을 한다면 수년 후에 일본 거의 모든 곳에서 과학자들이 예술을 배우고 비슷한 활동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그룹 지어 연극을 만드는 일도 하고, 초,중등학교에서 어떻게 과학 수업을 재미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 및 개발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작업도 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n/docuherb)
2009.04.01 / 조회 1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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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연극, 릴레이로 감상한다
연출 성기웅, 배우 백현주, 김보영과학, 그리고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룬 과학연극 네 편이 찾아온다. 그 동안 소극장에서 조용히 무대에 올랐던 과학연극들을 모아 4개월간 연달아 선보이는 '과학연극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 ‘과학 연극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지난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바 있는 (3월 24일~4월 12일).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자칫 어렵고 무겁게 다가오기 쉬운 생명윤리, 뇌 과학 등의 현대과학 주제들이 한 대학교의 생물학 실험실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국내 초연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성기웅 연출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광정씨가 연출했던 의 번역 일을 통해 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에 빠져 과학하는마음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 고 말하며 “과학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연극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연출 윤우영, 배우 남명렬, 이상직, 김호정지난 2003년 초연되면서 국내에 ‘과학연극 열풍’을 이끈바 있는 (4월 21일∼5월 10일)가 의 뒤를 잇는다. 는 과학자들의 욕망, 음모, 암투 등을 다루는 과학자 버전 ‘하얀거탑’. ‘노벨상이 제정된 1901년 이전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노벨상을 선정한다면 누가 주인공이 됐을까?’ 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의 시발점이다. 산소의 발견 관련된 셀레(스웨덴), 프리스톨(영국), 라부아지(프랑스) 등 세 화학자와 부인들, 노벨상을 자기 나라에서 수상하기를 원하는 각국의 심사위원들간의 음모와 암투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두 작품 외에도 영화 ‘나비’의 히로인 김호정이 주인공으로 나선 (5월 19일~6월 7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일한 초연작품인 가 지질학, 원예학을 바탕으로 삶의 원형성과 시간의 순환성에 대해 (6월 16일~7월 5일)이야기하며 ‘과학연극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3월 24일부터 릴레이에 들어가는‘과학연극 시리즈'는 두산아트센타 Space111 에서 7월 5일까지 두 달 간 계속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2009.03.24 / 조회 26,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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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 테이프(TAPE) > 연습현장과 인터뷰 One
연습현장 공개 및
공동 인터뷰 현장 One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시어터에서는 오는 7월 2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올려질 연극 의 연습현장이 공개되고 있었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 성황을 이룬 가운데 열린 연습현장 공개에는 연출 최형인을 비롯하여 유오성과 김보영, 김경식이 참여하고 있었다.
연극 는 미국의 극작가 스테반 벨버의 2001년 희곡으로 같은 해에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호평을 받았다. 연극 는 한 협소한 모텔 방에서 3명의 등장 인물에 의해 전개되는 독특한 사건 구성을 이루고 있으며, 실제 극중 시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리얼타임극 형식이다. 줄거리는 자신의 친구와 여자친구 사이에 있었던 10년 전 진실을 밝히고자 테이프에 녹음을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예측을 뛰어 넘는 스토리 전개와 인물들의 변해가는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다.
영화감독 존(김경식 분)은 그가 만든 영화가 상영될 “랜싱 필름 페스티벌”을 위해 랜싱에 초대 받는다. 존은 고교 동창이자 마약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자원봉사 소방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빈스(유오성 분)를 초대하게 되고 존과 빈스는 빈스의 초라한 모텔에서 10년 만에 해후한다.
빈스와 존은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하게 된다. 빈스의 여자친구 에이미(김보영 분)가 빈스와 헤어진 지 얼마 후 존과 사귀게 되었고, 졸업 전 어느 파티에서 존과 에이미는 섹스를 하고, 그 사실을 존은 빈스에게 이야기 하게 된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다시 만난 것이다.
빈스는 에이미의 얘기를 꺼내면서 존이 에이미를 강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존은 그것이 강간이 아니었다고 강한 어필을 하지만 심한 언쟁은 끝나지 않고 나중에 존은 강간이었다고 소리를 치게 된다. 그 모든 상황을 모두 녹음한 빈스의 테이프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존은 당황해 한다. 이 때 빈스와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던 에이미가 모텔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고교 동창들이 다 모이게 된다. 연습 현장은 여기까지 보여주게 된다.
한창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연습 현장 공개는 끝이 나고 공개 인터뷰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연출 최형인과 유오성, 김보영, 김경식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 에 대해서 전반적인 말씀을 해주신다면?
최형인 연극 는 28살에 10년 전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뭐?’라는 의문점과 반응이 다였다. 연습하다 보니 나이가 들고 뒤를 돌아보니 그 때 중요한 상황이나 환경이 지금에 내가 있는 것에 어떤 요소가 될 뿐이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다. 4학년 제자들의 수업이 있을 때 두 남학생이 연극 에 나오는 대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보다가 점점 남학생 둘이 대사하는 내용에 깊이 몰두하게 되었다. ‘이 작품이 뭐니 대본 좀 빨리 가져와 봐라’ 해서 접하게 된 연극이다. 미국이 자랑할 만한 작가라 생각을 했다. 오성에게 간만에 한 번 해보자. 하고 권했다. 오성이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극을 권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연극 이다.
8년 만에 연극무대에 섰는데 기분은?
유오성 첫 연습을 5월에 시작해 32일 정도 연습을 했다. 12시부터 7시까지 연습하지만 또 남아서 연습 했다. 영화, 드라마 배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연기는 똑같다. 배우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을 택할 뿐이다. 희곡, 관객, 배우의 세가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 연극이라면 배우의 몫을 다하기 위해 연습에 충실할 뿐이다. 오랜만에 하는데 개인적으로 연극무대를 떠났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은 똑같다.
유오성의 대학시절은?
최형인 강원도 영월 순박하고 솔직한 성격에 미친놈이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왔던 아이들은 다 미친놈이었다. 마음에 무언가 많았다. 자기 표현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 단지 길을 몰라 못 갔던 것 뿐이지 그 길만 알려주면 잘 클 아이들이었다. 오성이는 영화를 하기 위해 입학했다고 하는데 오성이가 인터뷰할 때 그 말을 해서 그렇구나 했다. 유오성은 85학번인데 그 학번에 있는 친구들이 재주가 많았다. 송해성, 정초신, 이경영 등이 잘 몰려 다녔다. 오성이가 군대 갔다와서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능력있는 배우이다.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는 드물다. 그런데 오성이가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몇 안되는 배우이다. 졸업하고도 학교를 찾았었다. 나름대로 독백을 짜와서 연기하기도 하고 했다. 그 때 유오성이 했던 독백 Scene이 있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후배들이 그 독백을 할 때면 오성이의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어려웠다. 공연 얼마 남지 않아 붕대를 감고 오기도 하고 다른 공연 쫑파티 때는 빠지지 않고 가기도 했다. 오성이의 데뷔무대는 이었다. 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일찍 영화에 나가서 아쉬웠지만 다시 작업을 하게 되니 기쁘다.
최형인 교수는?
유오성 84년 9월에 부임하셔서 처음으로 맡으신 학번이 85학번이었다. 최형인 교수의 리얼리티즘 방식의 첫 해이기도 했던 때였다. 대학 때 혼자 나와 독백을 발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공포였다. 그 공포가 이어지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끄집어 내는 데에는 교수님도 많은 희생을 하시면서 끌어 내셨다. 그래서 최고의 액팅코치라는 칭호를 들으시는 것 같다.
최형인 맞았냐고 물었는데 엉뚱하게 이야기하기는(웃음).. 때렸죠. 아픈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발하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자기 표현의 방식이 있었다. 아프면서도 반응을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웠다. 나는 그 아이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끌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힘없어 때리지도 못하지만 이 친구들이 또 잘 하고 있어서 지적하거나 그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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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사진 : 김형준 (C&Com adore_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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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연극 연습현장과 인터뷰 Two
2005.07.14 / 조회 9,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