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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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소정 선생 추모 헌정 공연, ‘신의 아그네스’…10월 개막
인간과 신의 관계, 종교와 믿음에 대해 다룬 파격적 소재를 다룬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오는 10월 개막한다.
'신의 아그네스'는 미국의 인기 희곡 작가인 존 필미어(John Pielmeier)의 작품으로 1982년 미국 뉴욕 초연했다. 이 작품은 '갓 낳은 아기를 목 졸라 죽인 수녀'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등장인물 간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효과로 시종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천주교도였던 작가 존 필미어는 천주교도적인 운명과 천주교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오늘날에도 과연 성인이 존재하는가?', '기적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의문과 번민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1983년 초연했으며 윤석화·손숙·박정자·신애라·김혜수 등의 배우들이 거쳐갔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故 윤소정 선생 추모 헌정 공연으로 펼쳐진다.
아그네스를 만남으로써 삶과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원장 수녀 역에 연극 '애도하는 사람' 등 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전국향이 출연한다. 아그네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서나 종교에 대해서는 무신론자인 닥터 리빙스턴 역에 영화와 연극에서 활동하는 오지혜가 캐스팅됐다. 오지혜는 故 윤소정 선생의 딸로, 이번 작품에서 어머니 윤소정이 '신의 아그네스' 출연 당시 맡았던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아 어머니를 추모한다.
오지혜 배우의 어머니이자 대배우였던 故 윤소정 선생은 1961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1962년 공채 탤런트로 대학로와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1996년 영화 '올가미'에서 그녀는 아들을 향해 강한 집착을 보이는 시어머니를 연기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에도 영화 '왕의 남자',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영화와 연극계 안방극장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하며 명연기를 펼쳐 왔다.
아그네스 역은 280: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배우 송지언이 함께한다. 미스춘향선발대회 진 출신의 배우 송지언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공연이라 꼭 해보고 싶었다. 연습하면서 진정한 아그네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외롭기도 하지만 너무나 즐겁다. 운명처럼 만나게 된 '신의 아그네스'를 위해 최선을 다 할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장수상회', '리얼게임' 등의 연출가 박혜선이 연출을 맡았으며, 오는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동양예술극장에서 2관에서 펼쳐진다. 티켓은 오는 13일부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벨라뮤즈 제공
2018.09.10 / 조회 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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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을 이루는 두 사람의 시선, 연극 ‘스카이라잇’
데이빗 해어의 연극 ‘스카이라잇’이 6월 21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인 데이빗 해어는 연출, 배우, 영화감독의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가다. 각종 시상식을 석권하고 영국 왕실의 작위를 받았다. 그는 현대에 대두되는 사회 문제를 개인의 삶에 정교하게 녹여내며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이루어 왔다. 작품은 불륜에 빠졌던 한 연인의 재회라는 소재로 관계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상을 추구하는 빈민지역 교사 ‘카이라’와 성공한 CEO ‘톰’의 시선을 통해 현대 사회를 바라본다. 1995년 영국 국립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연장 공연을 펼쳤다. 이듬해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깊이 있는 연기와 표현으로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이 이끌어간다. ‘카이라’ 역 오지혜는 제33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여자연기상, 제22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제1회 MBC영화상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다. ‘톰’ 역 이호재는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올해의 배우상과 이해랑연극상, 서울연극제, 동아연극상에서 수상했다. 이외에도 조민교가 출연하며, 연출은 동아연극상, 히서연극상 등을 석권한 최용훈 연출가가 맡는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사진_극단 컬티즌
2014.05.29 / 조회 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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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당신의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은?
앨런 베넷의 신작 이 2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앨런 베넷은 등 특유의 익살과 통렬한 문체로 주목 받아온 영국 극작가. 은 2009년 영국 로열국립극장에서 공연돼 호평 받은 연극이다. 실존인물이었던 영국의 대시인 W. H. 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가장 만남을 극중극 형식으로 그리며 연극이 올라가기까지의 과정과 예술가의 심리상태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극중극인 은 W.H.오든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을 통해 예술가 이면에 숨겨진 모습을 보이며 그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진짜 예술가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최선의 감정들은 작품으로 가지만 실제 삶에 남은 것을 찌꺼기일 뿐”이라는 오든의 말처럼 예술가가 한계 상황에 봉착하며 업적과 개인적 삶(동성애 등)의 괴리에 대해 말한다. 한편, 의 리허설 현장. 연출이 급한 사정으로 불참하고 무대감독인 케이(오지혜)가 대신 리허설을 진행하며 일어나는 배우와 작가, 스태프들의 미묘한 갈등과 마찰이 그려진다. 배우들은 자기 역할이 축소되거나 자신이 맡은 기이한 캐릭터가 배우와 동일시 될까 우려하고 작가는 연출과 배우들이 자신의 작품을 함부로 들어내 훼손시킬까 전전긍긍, 무대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연습을 진행시키느라 애를 쓰는 장면이 그려진다. 관록있는 배우 이호재와 양재성이 각각 오든을 연기하는 피츠와 브리튼을 연기하는 헨리로 분했고, 오지혜, 민복기 등 개성파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다. 은 7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장면 연극 리허설 현장 연출이 연습에 참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감해 하는 케이(오지혜) 주인공의 캐릭터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배우 피츠(이호재)와 작가 닐(백인남) 리허설 시작 연습에 빠진 배우들은 스태프들이 대신 투입 "제 작품을 이렇게 바꿔놔도 되나요?" 민감해진 작가 극중극. 콜보이(김기범)를 부르는 오든(이호재) 오랜 친구 헨리(양재성)을 만나는 오든 "내 역할에 음악을 넣는 건 어떨까요?" 배우 도널드(민복기) 결말에 의견 차를 보이는 노배우와 작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2011.06.22 / 조회 1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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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뒤통수 때리는 지적인 코미디란 이것!
비가 와도 절대 뛰지 않고 갈 지(之)자 걸음 하는 양반이 집에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개다리 춤을 추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황당하고 기가 막히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마당 쓸던 어린 돌쇠의 춤을 흘끗 보곤, 따라 해 보고 싶은 걸 겨우 참았던 것일 수 있지 않은가.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그도 사람인지라 이해할 수 밖에. 이처럼 뒤돌아 폭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건 ‘믿었던 것’에서 맞는 유쾌한 뒤통수이다. 연극 이 특별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난이도를 더해가는 이런 솔직한 뒤통수 강타 덕분이다. 관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한다. 집단, 무작위, 잔악함을 동반하는 ‘대학살’을 전면에 내세우곤 무대 위에서는 고작 ‘두 쌍의 부부’가 고작 ‘10살 아들들의 싸움’ 때문에 옥신각신 한다. ‘고작’은 제 3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작은 막대기로 상대 아이를 때린 것은 ‘막대기로 중무장하여 가격한 것’이 되었고,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면 끝날 법한 일은 철저히 가해자와 피해자로 서서 경위서를 주고 받는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싸움도 뒤통수에 포함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모인 양쪽 부모이지만,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 폭발하게 만드는 건, 그간 참거나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남편과 아내에 대한 불만이며, 아무런 결론 없이 소통과 작별을 고하고 마는 허탈한 그들 스스로의 모습이다. ‘한 다발에 50만원 밖에 안 하는’ 꽃으로 집을 장식한 생활용품점 사장, 남편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판에 아프리카 어느 곳의 유혈 분쟁에 핏대를 세우는 작가, 자기 아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으면서 제약회사의 과실을 감싸주기에 한시가 바쁜 변호사, 남편 대신 집안일이며 아이들 일에 총대를 매 왔지만 결국 중압감에 못이겨 남의 집 거실에 '오바이트'를 하고 마는 주부. 연극 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상황 변주 능력과 리드미컬한 대사 발휘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에서도 사소한 사건과 거창하지 않은 배경으로부터 인간 본성에 감춰진 이기심을 여실히 드러낸다. 희곡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의 완급과 탄력이 느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마지막이자 가장 큰 뒤통수는 바로 배우들이다. 대학로 대표 ‘진지파’에 속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들이 치졸하고 유지하게, 결국 위엄 따윈 집어치워 버리는 부부로 나섰다. 참으로 오랜만에 코미디극을 통해 스스로 말하길 ‘잠재된 쌈마이’ 기질을 발휘 중인 서주희와 박지일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가 막힌 모습이다. 공연장은 작품에 비해 크기가 커 무대로의 집중을 떨어뜨린다. 수시로 전복되는 상황들을 내달리며 주고 받아야 할 때, 쉼 없는 대사와 입에 잘 붙지 않는 어휘들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직 십분 발휘되지 못한 텍스트와 무대의 매력을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이 채워주고 있는 건 다행이다. 결코 지적이지 않은 이 주는 지적이고 통쾌한 웃음에 감염되어, 극장을 나서며 가려워 지는 내 뒤통수를 긁지 않는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4.14 / 조회 9,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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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뭐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난장판?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연극 프레스콜 현장에 모인 배우들의 이구동성이다. 연극 의 작가 라스미나 레자의 신작인 이번 작품은 10살 아이들의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의 모습을 담은 코미디 극이다. 애들 싸움이 어떻게 어른 싸움으로 번져가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거침 없이 이어지는 ‘말 맛’으로 지난 해 토니상 연극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및 올리비에상 최우수코미디상을 석권하며 해외에서 먼저 화제작으로 꼽혔다. 지난 6일 낮,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는 ‘때린 아이’의 부모로 박지일과 서주희가, ‘맞은 아이’의 부모로 김세동과 5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오지혜가 나선 주요 장면이 공개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동안 진지한 작품에서 무게감을 더하던 대학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코믹 변신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피 토하고, 뇌가 터지는(웃음) 작업을 주로 하다 이번에 아주 경쾌하고 유쾌한 작업을 해서 주변에서 이렇게 귀여웠는지 몰랐다고 이야기 많이 한다”며 선물 같은 작품이란 서주희의 말에 박지일도 적극 동참했다., 등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 온 한태숙 역시 에 이은 두 번째 코미디 작품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과거 작업할 때는 거의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어야 할 정도였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것 없이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도 참 재밌었다”는 그는, “특히 박지일씨의 본 모습이 무엇이었나 의심할 정도로 코미디 감각이 뛰어나다”며 배우에 대한 확신도 감추지 않았다. “아이 싸움으로 모였지만 결국 두 부부와 우리들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한태숙 연출은 “간단한 것 하나도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을 제작한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제작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극장 연극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며 “노련한 배우들을 비롯, 무대 장치, 의상 등 풍요로운 무대를 추구하는 것이 신시명품연극시리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극 공연장면 "생활용품을 팝니다, 계절을 안타는 사업이죠"(미셀_김세동)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변호사 알렝(박지일)"속이 울렁거려요, 토할 것 같아요~~~!""듣고 보니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우리 남편은 하루 종일 드라이기만 들고 있네요!""내 코코슈가 책!! 이 냄새를 어쩔거야~!"(베로니카_오지혜)"뭐가 이래!!"(아네트_서주희)"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2010.04.08 / 조회 8,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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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두 부부의 과격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
지난 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연극 ‘아트’로 국내에 알려진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블랙 코미디로 지난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 때문에 언쟁을 하게 되는 그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회 및 배우, 연출가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작품에 출연하는 네 명의 배우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를 비롯해 한태숙 연출과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자리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의 한태숙 연출은 “지금껏 공연을 올릴 때 마다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때는 잠을 푹 잘 수 있었고 웃고 즐기면서 작업을 했다”며 “두 부부의 싸움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화합이 되지 못해 결국 위기를 만든다. 처음은 부부간 소통 부재, 의식을 그리지만 극이 전개 될수록 중산층의 지식인,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를 다룬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공연에서 휴대폰을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 변호사 ‘알렝’을 연기 한 박지일 배우는 “그동안 어두운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조금 우울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내 인생의 선물 같은 작품이고 연습을 하면서도 행복했고 일상이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코미디지만 메시지가 담겨있어 작품에 대해 곱씹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오지혜 배우는 “연극이 현대사회에 살면서 가장 미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극소수의 대중과 만나고 한 공연을 마치면, 다신 그 시간이 오지 않는데 왜 연극인들은 평생을 받쳐 연극을 하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배우들이 노력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석이 돋보이는 색다른 유쾌한 코미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5월 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07 / 조회 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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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 두 부부의 살벌 현장
“중무장한 그 쪽 아들이 우리 아들의 안면을 정통으로 가격했습니다. 문제는 의도적인 가격이었다는 것이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신의 그 태도가 절 열 받게 만든다고요!” 일이 났다. 나도 크게 났다. 두 사내아이의 싸움에 부모들이 해결에 나섰건만, 초반의 기품 있고 점잖은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애들 싸움은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다. 대학살의 현장이 바로 이들 두 부부가 있는 이곳이다. ‘D-17’의 문구가 크게 붙어 있던 지난 주 금요일 연습실.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이 한창이다. 그간 다소 어두운 비극 작품에 주로 서 온 이들이 코미디극에서 만났다니, 제목에 이어 배우들의 조합에서 다시 고개가 갸우뚱 한다. "박지일씨나 서주희씨는 저와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저 사람들이 비극적인 작품보다 코미디를 하면, 갖고 있는 저 센스를 살리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들의 코믹 감각을 전 못 따라가요. 굉장히 대단해요.” 연출가 한태숙의 코미디 역시 새롭다. “대본을 전달 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엉뚱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는 한태숙은 “이 작품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다시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원래 하기로 했던 작품 안하고 이 작품 하겠다고 했다”며 웃는다. 연극 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신작 은 11살 두 소년의 사소한 몸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양쪽 아이들의 부모들이 점잖게 문제에 대해 논쟁을 거듭하지만 점자 과격해져 유치한 설전과 몸싸움까지 불사하게 되는 ‘대학살’의 현장을 담은 코미디이다. “초반 20분까진 굉장히 점잖은데 뒤로 갈수록, 세상 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웃음) 무대가 난장이 되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쫀쫀하게 짜서 잘 끌어가면서, 어깨에 힘을 뺀 보편성이 담겨 있어요. 세상이야기, 위선의식, 부부간의 균열 등을 상당히 적절하게 짜 놓은 작품이죠. 말 맛도 대단해요.” 가해자 부모변호가 알렝, 박지일 + 자산관리사 아네트, 서주희 부부로는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박지일과 서주희는 “이번 작품은 선물과도 같다"며 입을 모은다.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역할을 할 때는 실제 일상도 영향을 받아서 평소에도 좀 우울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많죠. 코미디를 할 땐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워 지는 것 같아요. 그간 힘든 작품 많이 했는데 이번엔 재밌게 즐겨라, 하고 준 보너스 같아요.”(박지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유능하나 돈이 우선인 변호사와, 그런 남편을 두어 외롭지만 밖에서는 행복하고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아내가 이들의 몫이다. “정말 재수 없는 남편이죠. 경제적인 여건은 굉장히 풍요롭게 해 주지만, 자기 주장만 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고. 일을 위해서는 가정의 파괴도 상관 없다는 지금의 현대인들의 모습을 극대화 시킨 사람이 바로 알렝이에요.”(서주희) 살인사건이라 해도 권모술수나 뛰어난 언변을 통해 사건 자체를 전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비열함을 갖고 있는 인물, 정의보단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라며 서주희는 열을 식히지 않는다. “부인에 대한 외로움은 당연히 모르죠. 내가 이렇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부인은 그걸 잘 누리며 살고 있다고만 생각하거든요.”(박지일) 아이들 문제로 시작된 논쟁 속에서 부인 아네트는 평소 느꼈던, 이 상황과 관계 없는 여러 감정과 분노가 폭발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말끔하고 멀쩡한 복장으로 나올 것”이라는 두 사람은 “우리 속에 꿈틀대고 있었던 삼마이 기질을 기대해 달라”며 야릇한 웃음을 남긴다. 피해자 부모자수성가한 도매상 미셸, 김세동 + 역사에 조예가 깊은 작가, 베로니카 오지혜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오지혜와 최근 영화에서 더욱 활동이 활발했던 김세동 모두 반가운 얼굴이다.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맞은 아들을 위해 나선 이들 부부 역시, 엉뚱한 파국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탄 건 마찬가지다. “사실 미셸은 애들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요. 애는 부모를 재앙으로 이끄는 존재다, 이렇게 까지 말하거든요. 그 부분 빼고 다른 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굉장히 학식이 있는 마누라에게 늘 좀 기가 죽어 있지만요. 그런 부부 생활의 불만을 이 기회에 토로하게 되요. 쌓인 게 폭발하는 거죠.” 김세동의 말에 오지혜는 “기우는 결혼이죠”라고 웃으며 맞받아친다. 돈은 못 벌지만 입은 충만하게 살아 있는 아내 역의 오지혜는 “남편을 가르치고 조정하려는, 남자들이 재수없어 하는 사람”이라고 베로니카를 설명한다. “헛똑똑이, 바로 그거에요. 원칙주의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세상 물정 모르는 헛똑똑이로 보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작품의 의도에요.” “둘의 싸움이 금기 해야 할 부분까지 서로 마구 건드리는, 정말 끝장내다시피 하는 데까지 가요. 나의 대변을 보는 듯한, 음식을 먹을 땐 맛있다고 먹지만, 나중엔 아주 더럽다고 여기는, 그것, 나의 그 더러운 부분을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인 것 같아요.”(김세동) 이들의 싸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육탄전 후에도 해결이 안 난단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어떻게 변해가는 세상 속 두 부부들의 모습인지, 무대에서 확인해 볼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연극 연습현장 시작은 품위 있게-이 상황이 따분한 변호사 알렝(박지일)과 그런 남편을 수습 중인 아네트(서주희)요목조목, 따지는 건 똑똑한 아내에게.(오지혜, 김세동)"그 사건에 관련된 기사가 경제 신문에 났더라고요"한시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알렝."그간 쌓였던게 얼마나 많다고! 더 이상은 못참아!!"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3.25 / 조회 10,887